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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유월 신축일에 출발하여 금교金郊에 묵었는데 이날 비가 몹시 내리다.
평양성에 유숙하자 도순문사都巡問使 육공 여陸公麗가 잔치를 베풀어 대접하므로 취하여 소회를 기술하다.
용봉참龍鳳站을 지나 시냇가에서 휴식하는데 통사通事 오진吳眞이 작은 고기 수십 마리를 낚다.
연산참連山站 북쪽에서 자는데 비로소 파절군把截軍 및 여진女眞 사람의 집이 보이다.
감수참蚶水站을 지나자 백호百戶 왕예王禮가 술을 마련하다.
도사지휘첨사都司指揮僉事 장공 흥長公興이 자기 집에 잔치를 베풀고 초청하여 위로하므로 짓다.
칠월 초하루 정묘에 도지휘사都指揮使 가공賈公〈진珍〉이 양羊과 술을 보내주고 주朱, 호湖 양공兩公이 모두 술과 안주를 보내주다.
우장역牛莊驛에 유숙하다. 옛날 유가장劉家莊인데 혹은 여가장女家莊이라고도 쓴다. 대개 세 글자의 소리가 서로 근사하므로 통용하는 모양이다.
사령역沙嶺驛을 지나는데 때마침 총병관摠兵官이 해선海船 수백 척을 거느리고 상사전賞賜錢을 수송하여 요하遼河에 정박하다.
늦게 사령沙嶺을 떠나 밤에 구십 리를 달려 이튿날 아침에 판교역板橋驛에 당도하니 이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모기가 또한 심하다.
연산도 역에서 유숙하는데 이날이 칠석七夕이기에 견우 직녀牽牛織女를 부賦하다.
조가장역曹家莊驛을 지나다가 노상에서 석탑石塔을 바라보다.
동관역東關驛을 지나는데 흠차欽差 두 사람이 있어 군인에게 겨울 옷을 반사頒賜하다.
산해위山海衛 천안역遷安驛에 유숙하는데 바로 옛날 장성長城의 끝에 해당하는 천문진遷門鎭이다.
영평위永平衛 난하역灤河驛에 당도하자 지휘指揮가 와서 초청하여 위사청衛司廳에 이르러 잔치에 참여하다.
계주薊州 어양漁陽에 묵으면서 고금의 이야기를 기술하다.
북쪽 오랑캐 거짓 좌승左丞 승길勝吉이 가족을 데리고 연부燕府에 투항하러 와서 이 역에 자는 것을 보고.
전의소典儀所 관원 장공張公이 연산 노인燕山老人의 관산행려도關山行旅圖에 제를 청하다.
십칠일에 연부를 떠나려 하자 왕은 섭 봉사葉奉嗣에게 명하여 전과 같이 먹을 것을 주게 하고 만류하여 잔치를 베풀어 주므로.
이날 통주通州 통진역通津驛에 당도하여 배로 떠나다. 옛날의 상간도桑乾渡인데 지금은 백하白河라 이르며 노하潞河라 이름하기도 한다.
십구일 직고리直沽里에 당도하였는데 남북의 두 하河가 합류하여 바다로 들어가는 곳이다.
덕주德洲 안덕역安德驛을 지나는데 배 안에 옛날 부채가 있어 윤 평리尹評理가 절구 한 수를 쓰도록 청하므로.
위가원魏家院을 지나다보니 연蓮이 물가에 가득하여 십여 리를 연달다.
운성현鄆城縣 양하구兩河口를 지나니 하를 파서 남으로 흘러 사수泗水로 통하게 되어 있다. 이로부터 회안淮安에 이르기까지는 다 순류順流이다.
문상현汶上縣 관하역關河驛을 지나고 또 제령현濟寧縣 성남역城南驛을 지나다.
어대현魚臺縣 곡정역谷亭驛을 지나면서 선판의 시에 차운하다.
서주徐州 협구역夾構驛을 지나는데 음우陰雨가 내려 배안에서 소회를 쓰다.
비주邳州 하비역下邳驛을 지나면서 보니 사수泗水는 동으로 흐르고 기수沂水는 북에서 와 비주성 서쪽에 이르러 합류하다.
팔월 초하룻날 밤에 숙천현宿遷縣 종오역鍾吾驛을 지나면서
용강역龍江驛에서 유숙하는데 강을 누빈 석벽에다 새로 관음전觀音殿을 지어 돌을 파서 집을 들어 앉혀 반쯤 공중에 솟아나다.
봉천전奉天殿에서 조현朝見한 뒤에 회동관會同館에서 잔치를 베풀어 주다.
초여드렛날 대궐에 나아가 사연賜宴에 사은하고 이어 하직을 고하다.
십 개국의 친왕親王이 모두 경사에 조회왔다는 말을 듣고서. 〈자주: 진秦, 진晉, 연燕, 제齊, 초楚, 주周, 촉蜀, 노魯, 상湘, 담潭이다.〉
초아흐렛날 아침에 회동관會同館에 있으면서 어가가 영국공穎國公 부우덕傅友德의 집에 납시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는 그의 병을 위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날 용강龍江으로 나와 자는데 황제는 왕의 나이가 아직 어리다 하여 역시 입조入朝를 허락하지 아니하다.
의진현儀眞縣을 지나다가 배 위에서 그 위衛 정낭지석鄭郎只夕, 김의金義 두 지휘를 만나 서서 담화하고 작별하다.
부동역付童驛에 묵으면서 찬성사 안공安公〈종원宗源〉 지밀직 황보공皇甫公〈임琳〉 과 만나 함께 묵고 작별하다.
황현黃縣 용산역龍山驛에 자면서 흠차欽差 두 사람을 만나 함께 술 마시다.
등주登州 봉래역蓬萊驛에 자면서 고정古跡을 영회詠懷한 네 절구.
봉래역에 머물러 바람을 기다리면서 벽상壁上의 윤찬성尹贊成 시에 차운하다.
지명地名을 기록한 시 세 수를 지었는데 머물러 있는 동안에 그 지나온 곳을 헤아린 것이다.
구월 초이튿날 발선하여 사문도에 정박하고 바람을 기다리면서.
섬 안의 마을 집에 묵으면서 이웃 아낙네가 밤에 우는 것을 들으니 대개 왜적이 들어와 침략하여 그 남편을 살해한 때문이었다.
초닷샛날 여순구旅順口에 당도하자 바람이 순하여 빠르지 않아서 주행이 매우 편안하다.
수레가 더디어 복주역復州驛에 미치지 못한 까닭에 마하포麻河鋪에 자다.
일찌감치 출발하여 복주역을 지나면서 수레를 버리고 말을 얻다.
요동을 출발하여 철장촌鐵場村에서 자다. 여기서부터 도라리都羅里까지는 사는 사람들이 모두 본국의 유민이다.
[전문]
奉使日曆. 記奉使所歷之地所見之事也. 踰鴨綠渡遼河. 以北抵于燕. 浮河而南入淮泗. 歷徐兗之墟. 溯江漢以達于京師. 由淮而北. 過齊魯之東. 以涉渤海. 往還萬餘里. 城池之大. 宮室之壯. 甲兵舟車之富. 人物財賦之繁. 所見旣廣. 而筆力有不逮. 不能盡其詳. 姑擧其略爾. 噫. 以海外蕞爾之儒. 得逢天下同文之日. 御使命而朝帝庭. 因以廣其觀覽. 以償平日遠遊之志. 豈不幸哉. 是以不揆淺陋. 凡有接於耳目者. 必記而詩之. 非敢爲作. 要自不忘耳. 余學本淺. 措辭甚拙. 况記事尤難工. 觀者幸毋誚焉. 洪武二十二年歲在己巳秋八月晦. 永嘉權近誌.
봉사일력奉使日曆은 사명을 받들었을 때의 거쳐간 지역과 눈으로 본 일을 기록한 것이다. 압록강을 넘고 요하遼河를 건너 북으로 연燕에 당도하였으며, 거기서 배를 타고 하河에 떠서 남으로 회사淮泗에 들어가 서주徐州, 연주兗州의 유허遺墟를 거쳐 강한江漢을 거슬러 경사京師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회淮를 경유하여 북으로 제로齊魯의 동쪽을 지나서 발해渤海를 건넜다.
무릇 1만여 리를 왕복하는 동안 성지城池의 큼, 궁실의 장함, 갑병甲兵, 주거舟車의 풍부와 인물人物, 재부財賦의 번성에 있어 본 것은 넓었으나 문장의 힘이 미치지 못하여 자상하게 기록하지 못하고 다만 그 대략을 열거하는 바이다.
아, 바다 밖의 보잘것없는 하나의 유생으로서, 천하가 동문同文하는 날을 만나게 되어 사명을 받들고 황제의 궐정闕庭에 조회함으로써 그 관람을 넓히어 평소 원유를 기원하던 뜻을 보상할 수 있었으니 어찌 다행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런 까닭에 지식의 천박 고루함을 헤아리지 않고 무릇 이목耳目에 접촉된 것이라면 반드시 기록하여 시詩로 만들었으니 이는 감히 작품으로 삼자는 것이 아니요 요컨대 스스로 잊지 않겠다는 뜻에서다.
나는 본시 배운 것이 천박하여 문장의 조사가 몹시 졸렬한데, 더구나 사실의 기록이란 잘 만들기가 어려운 것이니 보는 이는 심하게 나무라지 말았으면 한다.
홍무洪武 22년 기사己巳 가을 8월 그믐날, 영가永嘉 권근은 지誌하다.
六月辛丑. 出宿于金郊. 是日雨甚.
一統尊王日. 三韓正始初. 請朝誠有切. 至再意無餘. 定被天施澤. 行逢雨滿居. 家親遠來餞. 旅舘似吾廬.
유월 신축일에 출발하여 금교金郊에 묵었는데 이날 비가 몹시 내리다.
일통으로 왕을 높이는 날은 / 一統尊王日
삼한이라 정시의 처음이로세 / 三韓政始初
조정에 청하던 간절한 정성 / 請朝誠有切
두 번째 이르니 유감없겠지 / 至再意無餘
하늘이 단정코 은택 베풀어 / 定被天施澤
은우恩雨가 세상에 가득 내리리 / 行逢雨滿居
가친이 멀리 와 보내주시니 / 家親遠來餞
여관도 내 집과 다름없구려 / 旅館似吾廬
留平壤城. 都巡問使陸公麗設宴. 醉後述懷.
我生冒祿爲吾親. 我志長在蒼江曲. 我生奔走爲吾居. 我志長在蒼山麓. 親今無恙位已通. 君恩如天之罔極. 所以可休不自休. 又向長途觸炎溽. 况逢四海淸無波. 八蠻百越通重譯. 三韓自古禮義邦. 世修侯度尊中國. 臣今奉表朝帝庭. 喜瞻冕旒光穆穆. 西都勝日開錦筵. 沈酣骨髓皆德澤. 醉來狂興成長歌. 歌呼萬歲如嵩嶽. 皇明聖曆垂無彊. 東藩永世保宗祏. 微臣亦得游太和. 終向江山伴鷗鹿.
평양성에 유숙하자 도순문사都巡問使 육공 여陸公麗가 잔치를 베풀어 대접하므로 취하여 소회를 기술하다.
내 일생 녹을 받는 벼슬은 어버이 위해서라 / 我生冒祿爲吾親
내 뜻은 항상 저 푸른 강 언덕에 있고 / 我志長在蒼江曲
내 일생 분주함은 내 삶을 위해서라 / 我生奔走爲吾居
내 뜻은 항상 저 푸른 산기슭에 있네 / 我志長在蒼山麓
어버이 잘 계시고 벼슬도 얻고보니 / 親今無恙位已通
임금님 은혜는 하늘 같아 한이 없네 / 君恩如天之罔極
이래서 쉬려 해도 쉬지 못하고 / 所以可休不自休
더위를 무릅쓰고 먼 길 달린다오 / 又向長途觸炎溽
더군다나 사해가 맑아맑아 파란 없어 / 況逢四海淸無波
팔만 백월 통역 두고 서로서로 오가누나 / 八蠻百越通重譯
삼한은 예로부터 예의의 나라라 / 三韓自古禮義邦
대대로 후도 닦아 중국을 존대했네 / 世修侯度尊中國
미신微臣이 표 받들고 황제 앞에 조회하자 / 臣今奉表朝帝庭
면류관 우러르니 겉모습 깊고 멀어 / 喜瞻冕旒光穆穆
서도라 좋은 날에 잔치가 열렸으나 / 西都勝日開錦筵
골수에 젖어든 건 모두 다 덕택이네 / 沈酣骨隨皆德澤
취흥이 무르익어 긴 노래 이뤄지니 / 醉來狂興成長歌
만세를 노래 불러 숭악과 같군 그래 / 歌呼萬歲如嵩嶽
황명의 성력이 무한토록 전해 가고 / 皇命聖曆垂無疆
동쪽 나라 영원히 사직을 보전하리 / 東藩永世保宗祏
태평의 세상에서 미신도 노닐다가 / 微臣亦得遊太和
마침내 강산 찾아 구록의 짝이 되련다 / 終向江山伴鷗鹿
風月樓賞蓮. 進退格.
萬朶芙蕖冒綠池. 一樓風月柳邊迷. 翠雲蕩漾天無暑. 香霧空濛夜正遲. 自是根株連華岳. 曾無枝蔓染淤泥. 悠然吟弄敀來興. 須信濂溪不我欺.
풍월루風月樓에서 연꽃을 구경하면서. 진퇴격進退格.
만 송이 연꽃은 푸른 못을 덮었는데 / 萬朶芙蕖冒綠池
온 다락 풍월은 버들 가에 희미하네 / 一樓風月柳邊迷
푸른 구름 뭉게뭉게 더위는 전혀 없고 / 翠雲蕩漾天無署
물안개 아득아득 밤은 정히 더디구나 / 香霧空濛夜正遲
뿌리는 분명히 화악을 연대었고 / 自是根株連華嶽
지만이 없으니 진흙엔들 물들손가 / 曾無枝蔓染淤泥
유연히 시 읊고 흥에 겨워 돌아오니 / 悠然吟弄歸來興
염계 선생 참으로 나를 속이지 않았네 / 須信濂溪不我欺
發隨州路上有感
催車出登道. 畏日流炎曦. 駈馳踰山坂. 馬困人亦疲. 行行不自息. 王事有程期. 風來草樹動. 吹我凉膚肌. 眷彼病畦者. 曝背勤鋤犂. 孜孜望秋稔. 輸稅身忍飢. 我生幸免此. 奔走何由辭.
수주隨州를 출발하여 노상에서 감회가 있어서.
수레를 재촉하여 길에 오르니 / 催車出登道
여름날이라 불볕이 흐르누나 / 畏日流炎曦
달려달려 산 언덕을 넘어가자니 / 驅馳踰山坂
사람이나 말이 모두 피곤할밖에 / 馬困人亦疲
가고가고 또 가서 쉴 새 없으니 / 行行不自息
나라 일이 날짜가 정해졌기에 / 王事有程期
바람 부니 풀과 나무 흔들리고 / 風來草樹動
내 살을 불어주니 서늘도 하이 / 吹我涼膚肌
농사에 병이 든 저 농부 / 眷彼病畦者
등 쬐며 김 매기 바쁘군 그래 / 曝背勤鋤犂
가을 곡식 익길 바라며 노력을 다해 / 孜孜望秋稔
세 바치고 자신은 주림을 참네 / 輸稅身忍飢
내 삶은 이를 면해 다행이로세 / 我生幸免此
분주하는 괴로움쯤이야 마다하리까 / 奔走何由辭
宿義州
江上孤城地自偏. 桑麻閭井正蕭然. 封彊尙賴將軍略. 堡障須憑刺使賢. 古壘草深埋戰骨. 荒村木岸帶炊烟. 今逢聖化東漸日. 最喜遺黎得晏眠.
의주義州에 묵으면서.
강상의 외로운 섬 땅이 본래 외지니 / 江上孤城地自偏
농사짓는 시골집 정히도 쓸쓸하이 / 桑麻閭井正蕭然
봉강은 지략 있는 장군을 힘입고 / 封彊尙賴將軍略
보장은 어진 자사를 의지하네 / 堡障須憑刺使賢
옛 참호에 풀 우거져 백골이 다 묻히고 / 古壘草深埋戰骨
궁촌엔 고목 솟아 저녁 연기 둘러 있네 / 荒村木岸帶炊烟
황제의 덕화가 동쪽에 젖어드니 / 今逢聖化東漸日
백성들 침식 편해 무엇보다 기쁘구려 / 最喜遺黎得晏眠
寄書報家
雙親七十有餘齡. 心逐愚兒萬里行. 今日封書報消息. 回頭南望若爲情.
서한을 부쳐 집에 알리다.
일흔 살이 넘으신 우리 부모님 / 雙親七十有餘齡
어린 자식 만리 길에 마음이 함께 / 心逐愚兒萬里行
오늘에야 편지 봉해 소식 알리니 / 今日封書報消息
고개 돌려 바라보는 정을 어쩌지 / 回頭南望若爲情
雨中渡鴨綠江
出國初踰境. 乘槎欲上天. 波瀾恬不起. 河漢逈相連. 暗淡山橫黛. 微茫水帶烟. 三江浮一葉. 應是望如仙.
우중에 압록강을 건너다.
나라를 떠나 경계를 갓 넘어 / 出國初踰境
떼를 타니 하늘에 오르고 싶네 / 乘槎欲上天
파도 일지 않아 잔잔하고 / 波瀾恬不起
은하는 아스라이 서로 연했네 / 河漢逈相連
먼 산은 가물가물 푸른 눈썹 비끼었고 / 暗淡山橫黛
수면은 아득아득 가는 연기 띠었구려 / 微茫水帶烟
삼강이라 조각배 둥실 떠가니 / 三江浮一葉
응당 신선처럼 바라보겠지 / 應是望如仙
湯站路上賦蚊蝱
路上蚊蝱滿目飛. 低回隨馬集人衣. 莫將利口侵膚血. 手下俄生撲滅機.
탕참湯站 노상에서 문맹蚊蝱을 두고 짓다.
길가의 모기 떼 눈에 가득 날아들어 / 路上蚊蝱滿目飛
나직이 말을 따라 사람 옷에 내려앉네 / 低回隨馬集人衣
입침을 가졌다고 함부로 물지 마라 / 莫將利口侵膚血
박멸의 기계가 내 손에 달렸단다 / 手下俄生撲滅機
宿開州城北懷古 〈自注. 元初有遼遺種金山,金始二王子. 據東寧府欲圖興復. 設科取士. 唱榜日城隅面立此城. 其所負固也. 〉
四面崖巒似劍鋩. 猶收餘燼欲圖王. 鼎中自恃金湯固. 可笑逋俘竟速亡.
文德眞能致大平. 詞章焉用救將傾. 可憐一掬開州土. 呵喝聲中鼓角聲.
개주성開州城 북쪽에 자면서 옛일을 생각하다. 〈자주: 원元 나라 초기에 요遼의 유종遺種 금산金山, 금시金始 두 왕자王子가 동녕부東寧府를 점거하고 흥복興復을 도모하고자 과거科擧를 보여 선비를 뽑았는데, 방榜을 부르는 날에 성 모퉁이를 향하고 섰었다. 이 성은 그 험고險固를 자부하던 곳이다.〉
사면의 산비탈은 칼날처럼 날카로워 / 四面崖巒似釖鋩
멸망의 뒤를 모아 왕업을 도모코자 / 猶收餘燼欲圖王
솥 속에서 스스로 금탕을 믿었으니 / 鼎中自恃金湯固
가소롭다 도망병 빨리 망하고 말았구려 / 可笑逋俘竟速亡
태평을 일으키기는 참으로 문덕만이 / 文德眞能致太平
사장 따위로 어떻게 망한 나라 구할 건고 / 詞章焉用救將傾
가련하다 개주땅 한 줌의 흙덩이는 / 可憐一掬開州土
야단치는 소리 속에 고각 소리 어울렸네 / 呵喝聲中鼓角聲
過龍鳳站. 溪上歇息. 通事吳眞釣得小魚數十尾.
向午行將歇. 停鏕下路傍. 細沙憐雨霽. 高樹愛風凉. 垂釣溪流淨. 烹鮮野飯香. 遠遊多少事. 老去說應長.
용봉참龍鳳站을 지나 시냇가에서 휴식하는데 통사通事 오진吳眞이 작은 고기 수십 마리를 낚다.
일행이 낮을 당해 쉬어 가려고 / 向午行將歇
말을 멈추고 길가로 내려를 갔네 / 停鏕不路傍
비 개니 가는 모래 유달리 곱고 / 細沙憐雨霽
바람 선선 높은 나무 사랑스럽네 / 高樹愛風涼
낚시를 드리우니 시냇물 맑고 / 垂釣溪流淨
생선을 삶으니 들밥이 향기롭네 / 烹鮮野飯香
구경 놀이 좋은 일 하도나 많아 / 遠遊多少事
늙어가면 이야기도 응당 길겠지 / 老去說應長
途中作
遠涉荒郊草. 仍穿茂樹林. 逶迤山逕轉. 回復石溪深. 渺渺人無迹. 冥冥獸有音. 往來皆阻絶. 日暮可傷心.
도중에서 짓다.
묵은 벌 짙은 풀을 스치고 스쳐 / 遠涉荒郊草
우거진 숲속을 뚫고 가누나 / 仍穿茂樹林
꼬불꼬불 산길은 휘어져 있고 / 逶迤山逕轉
되돌아든 돌 시내는 깊기도 하네 / 回復石溪深
아득아득 사람은 자취도 없고 / 渺渺人無迹
깊숙한 저 속엔 짐승의 울음 / 冥冥獸有音
내왕이 모두 다 끊어졌으니 / 往來皆阻絶
해 저물자 마음이 절로 상하네 / 日暮可傷心
宿連山站北. 始有把截軍及女眞人家.
分水來初過. 連山去不賖. 尙疑穿虎穴. 始喜見人家. 語異須憑譯. 情交卽慕華. 中原行漸近. 遊歷自堪誇.
연산참連山站 북쪽에서 자는데 비로소 파절군把截軍 및 여진女眞 사람의 집이 보이다.
분수를 처음으로 지나왔는데 / 分水來初過
연산은 거리가 멀지를 않네 / 連山去不賖
상기도 범의 굴을 뚫나 했더니 / 尙疑穿虎穴
인가를 처음 보니 너무 반갑네 / 始喜見人家
말이 서로 다르니 통역 의지코 / 語異須憑譯
정이 간다 문명을 사모하기에 / 情交卽慕華
중원이 차츰차츰 가까와지니 / 中原行漸近
지나온 온갖 구경 자랑할 만해 / 遊歷自堪誇
過蚶水站. 有百戶王禮設酒.
我行來自遠. 今日見王官. 白閣臨靑野. 丹槍映碧巒. 迎門如舊識. 設酒便同懽. 四海皆兄弟. 須知帝度寬.
감수참蚶水站을 지나자 백호百戶 왕예王禮가 술을 마련하다.
내 걸음 먼 데로부터 오는데 / 我行來自遠
오늘에야 왕관을 만나 보았네 / 今日見王官
백각은 한들에 다다라 있고 / 白閣臨靑野
단창은 푸른 산에 비치네 / 丹槍映碧巒
문을 나와 마중하니 옛 친구 같고 / 迎門如舊識
술상 차려 서슴없이 함께 즐기네 / 設酒便同懽
사해의 안은 모두 형제라 / 四海皆兄弟
황제의 도량이 넓은 걸 알레 / 須知帝度寬
宿頭舘站近郊
抹馬踰山坂. 依人宿野田. 鳥巢深樹暮. 犬吠小村烟. 夷語居民雜. 華風外國傳. 交通無彼此. 四海一家年.
두관참頭館站 근교에서 묵다.
말을 배불려 산판을 넘어가서 / 秣馬踰山坂
인가에 의지해 들녘에 자네 / 依人宿野田
해 저무니 깊은 숲에 새는 깃들고 / 鳥巢深樹暮
연기 이는 작은 마을 개는 짖누나 / 犬吠小村烟
되놈 말씨 민간에 섞이어 있고 / 夷語居民雜
화풍을 외국이 전해준다네 / 華風外國傳
피차를 가리지 않고 서로 통하니 / 交通無彼此
사해가 한 집안인 태평 시댈세 / 四海一家年
入遼東城
漫漫平野渺無垠. 粉堞橫空望似雲. 傑閣翬飛增壯勢. 雄藩虎據稍前聞. 風塵已息三邊警. 旗鼓長閑六衛軍. 奉使遠遊胡不樂. 如今天下正同文.
요동성遼東城에 들어가면서.
넓고넓은 평야 가이없이 아득하고 / 漫漫平野渺無垠
반공에 비낀 분첩 구름마냥 바라보이네 / 粉堞橫空望似雲
누각은 날 듯이 기세를 북돋우고 / 傑閣翬飛增壯勢
번병藩屛은 하도 웅장 전부터 소문났네 / 雄藩虎據稍前聞
세 변방 경비는 풍진이 다 사라졌고 / 風塵已息三邊警
육위의 군사들은 깃발이 한가로워 / 旗鼓長閑六衛軍
사명 띤 먼 유람 어찌 아니 즐거우리 / 奉使遠遊胡不樂
오늘의 천하는 쓰는 글도 같다오 / 如今天下正同文
留遼東古城驛. 聞都司指揮同知朱 勝,胡 旻 兩公嘗被宣召赴京. 欽蒙賞賜. 回還入城. 時又有一指揮賷賞賜錢到遼. 賜與征北軍人以赴征. 遠近爲差.
勛臣分閫日. 盛代止戈時. 誥諭文謨煥. 褒嘉賞賜施. 藩維䧺海上. 節鉞耀江湄. 賚及三軍士. 懽呼共祝釐.
요동 고성古城의 역에 머물면서 듣자니 도사지휘 동지都司指揮同知 주朱〈승勝〉, 호胡〈민旻〉 양공兩公이 일찍이 부름을 받고 서울에 가서 상사賞賜를 흠몽欽蒙하고 돌아왔으며 입성하던 때에 또 한 지휘指揮가 상사전賞賜錢을 싸가지고 요동에 와서 북쪽으로 출정하는 군인들에 나누어 주는데 출정나가는 지역의 멀고 가까움을 표준하여 차등을 두었다 한다.
훈신이 곤기閫寄를 맡은 그날은 / 勛臣分閫日
성대라 전쟁이 없는 때로세 / 盛代止戈時
고유의 선포로 문치文治 빛나고 / 誥諭文謨煥
공적의 표창이라 상을 내렸네 / 褒嘉賞賜施
번유론 해상의 가장 큰 데라 / 藩維雄海上
절월이 강물에 비치네 / 節鉞耀江湄
은사가 삼군에까지 미치니 / 賚及三軍士
환호성 드높이며 만수를 비네 / 懽呼共祝釐
都司指揮僉事張公興設宴於其第以慰之
杖鉞來䧺鎭. 開軒設盛筵. 高懷憐遠客. 豪氣壓群賢. 日永尊壺上. 風淸几案前. 誰論夷夏異. 談笑共懽然.
도사지휘첨사都司指揮僉事 장공 흥長公興이 자기 집에 잔치를 베풀고 초청하여 위로하므로 짓다.
절월節鉞을 가지고 큰 진에 와서 / 杖鉞來雄鎭
청을 열고 큰 잔치를 베풀었구려 / 開軒設盛筵
고상한 정은 길손을 어여삐 여기고 / 高懷憐遠客
호기는 뭇 어진이 압도하누나 / 豪氣壓群賢
술동이는 넘실넘실 해조차 길고 / 日永尊壺上
안상을 스쳐가는 바람도 맑아 / 風淸几案前
이하가 다르다고 누가 따지리 / 誰論夷夏異
흔연히 서로 웃고 이야기하네 / 談笑共懽然
七月朔丁卯. 都指揮使賈公 珍 饋羊酒. 朱,胡兩公皆送酒餚.
信宿遼東晝漏長. 看雲默默坐虛堂. 白衣牽得緇羊至. 朱邸分來綠蟻香. 醉裡却忘鄕國遠. 客中偏覺歲時忙. 乾坤此夕生秋氣. 好是開襟納晚凉.
칠월 초하루 정묘에 도지휘사都指揮使 가공賈公〈진珍〉이 양羊과 술을 보내주고 주朱, 호湖 양공兩公이 모두 술과 안주를 보내주다.
요동에 묵노라니 하루도 길어 / 信宿遼東晝漏長
구름을 바라보며 말없이 앉았노라 / 看雲黙黙坐虛堂
백의의 사자는 검은 양을 끌고 오고 / 白衣牽得緇羊至
주저에서는 향기로운 녹의 보내 주네 / 朱邸分來綠蟻香
취하면 고향이 먼 것조차 잊어버려 / 醉裏却忘鄕國遠
나그네에겐 세월이 바쁘단 걸 알겠구려 / 客中偏覺歲時忙
천지라 오늘 저녁 가을 기운 시작하니 / 乾坤此夕生秋氣
가슴 열고 서늘바람 받아들여 좋다마다 / 好是開襟納晩涼
宿鞍山驛 〈自注. 平遼城六十里至. 〉
我生四方志. 欝欝東海隅. 軀幹已老大. 未得遊八區. 今逢天下泰. 帝德隆唐虞. 幸哉奉使命. 千里來馳駈. 遼城鎭海北. 繁庶眞名都. 桓桓公侯老. 烈烈方召徒. 乘時翊天命. 杖鉞恢皇圖. 升堂得成禮. 優待顏有愉. 招邀爲設饗. 饋遺仍供廚. 拜辭出城郭. 四牡臨長途. 莫投鞍山驛. 迎接有館夫. 逢人感情義. 但愧言音殊. 信知四海內. 盡是吾友于. 晨興又催騎. 去欲趍天衢.
안산역鞍山驛에 자면서. 〈자주: 평요성平遼城에서 60리에 이르렀다.〉
내가 날 적 주어진 사방의 뜻은 / 我生四方志
답답한 동해의 한구석이네 / 鬱鬱東海隅
체구는 어느덧 늙어가는데 / 軀幹已老大
아직도 팔구를 구경 못했네 / 未得遊八區
이제는 온 천하가 태평을 만나 / 今逢天下泰
제의 덕이 요순堯舜보다 융성하도다 / 帝德隆唐虞
얼마나 다행인가 사명 받들고 / 幸哉奉使命
달려달려 천 리를 지나왔다오 / 千里來馳驅
요동성은 바다 북쪽의 큰 진이라 / 遼城鎭海北
명도로서 참으로 번성도 하네 / 繁庶眞名都
늠름한 공후의 원로들이요 / 桓桓公侯老
열렬한 방숙方叔 소호召虎의 무리로세 / 烈烈方召徒
때를 타서 천명을 돕는가 하면 / 乘時翊天命
월을 짚고 황도를 넓히었구려 / 杖鉞恢皇圖
당에 올라 인사를 드리자마자 / 升堂得成禮
즐거운 얼굴로 우대를 하네 / 優待顔有愉
초청하여 잔치도 베풀어 주고 / 招邀爲設饗
술과 안주 따로 보내 구미 돋구네 / 饋遺仍供廚
하직하고 성문을 나와 / 拜辭出城郭
사모 달려 먼 길에 다다랐다오 / 四牡臨長途
저물녘 안산역에 당도했는데 / 暮投鞍山驛
관부가 나와서 영접하네 / 迎接有館夫
사람 만나니 정의를 느끼지만 / 逢人感情義
언어가 달라서 부끄러울 뿐 / 但愧言音殊
진실로 알았도다 사해의 안은 / 信知四海內
모두가 우리의 형제라는걸 / 盡是吾友于
새벽에 일어나 또 말을 제촉해 / 晨興又催騎
빨리 저 천구로 달리자꾸나 / 去欲趍天衢
宿牛莊驛. 古劉家莊. 或作女家. 盖三字聲相近. 通用也.
茫茫遼野濶. 地與天相連. 雲低無涯渚. 草遠迷人烟. 惟南衆山杳. 隱隱靑娥姸. 征邁屢回首. 故國是何邊. 沮洳路多水. 馬困行不前. 駈車者誰子. 恐泥勤推牽. 任重道亦遠. 勖爾當勉旃.
우장역牛莊驛에 유숙하다. 옛날 유가장劉家莊인데 혹은 여가장女家莊이라고도 쓴다. 대개 세 글자의 소리가 서로 근사하므로 통용하는 모양이다.
아득아득 요동들 하도나 넓어 / 茫茫遼野闊
하늘과 땅이 서로 연대었구려 / 地與天相連
구름은 나직하여 가이 없고 / 雲低無涯渚
풀은 멀리 우거져 희미해 / 草遠迷人烟
저 남쪽에는 뭇 산이 가물가물 / 惟南衆山杳
청아의 눈썹 마냥 은은히 곱네 / 隱隱靑娥姸
떠나면서 〈자주 고개 돌리니 / 征邁屢回首
어디가 바로 내 고국이던가 / 故國是何邊
길조차 물이 많아 진흙탕이라 / 沮洳路多水
말은 지쳐 앞으로 나가질 못해 / 馬困行不前
수레 몰고 가는 자 누구인지 원 / 驅車者誰子
빠질까봐 부지런히 밀고 끄네 / 恐泥勤推牽
짐은 몹시 무겁고 갈길은 머니 / 任重道亦遠
너를 위해 경계한다 힘을 써다오 / 勖爾當勉旃
過沙嶺驛. 時有緫兵官領海船數百隻. 輸賞賜錢泊于遼河.
曉發女家莊. 近岸檣如束. 蕩蕩千步場. 斬草營壘壁. 云是緫兵官. 過海輸錢帛. 賞賚戍遼軍. 以報征北績. 我欲窮睇觀. 漠漠朝霧塞. 行邁渡遼河. 河流甚渾濁. 日高天始開. 曠野望無極. 蚊蝱撲馬飛. 擾擾難駈逐. 向午至沙嶺. 觸炎苦煩酷. 急呼汲泉來. 水似潑灰黑. 進思紫霞洞. 淸溪激白石. 松陰滿地凉. 六月膚起粟. 冷泉處處生. 甜潔眞靈液. 山川淑氣鍾. 名藥多堪斲. 海中三神山. 詎非爲我國. 終當敀去來. 卒歲樂幽獨.
사령역沙嶺驛을 지나는데 때마침 총병관摠兵官이 해선海船 수백 척을 거느리고 상사전賞賜錢을 수송하여 요하遼河에 정박하다.
새벽에 여가장을 출발해 오니 / 曉發女家莊
해안의 배 돛대 다발과 같네 / 近岸檣如束
천보라 넓고넓은 저 광장 보소 / 蕩蕩千步場
풀을 베어 벽루를 만들었구만 / 斬草營壘壁
옆사람 말 들으니 한 총병관이 / 云是摠兵官
돈과 비단을 싣고 바다를 지나 / 過海輪錢帛
요동의 수군戍軍에게 상을 내리어 / 賞𧶘戍遼軍
북쪽을 친 공적에 보답한다네 / 以報征北績
나는 두루 구경하고 싶은데 / 我欲窮睇觀
아득아득 아침 안개 하도 짙어서 / 漠漠朝霧塞
가고가서 요하를 건너노라니 / 行邁渡遼河
그 물이 몹시도 혼탁하구려 / 河流甚渾濁
해 높이 떠오르자 하늘이 열려 / 日高天始開
넓은 들 바라보니 가이없어라 / 曠野望無極
모기 떼 말에 마구 날아를 드니 / 蚊蝱撲馬飛
소리 윙윙 몰아내기 어렵네 그래 / 擾擾難驅逐
한낮에 사령땅 당도를 하니 / 向年至沙嶺
내리 쬐는 더위에 숨이 가쁘네 / 觸炎苦煩酷
샘물을 길어 오라 급히 외치니 / 急呼汲泉來
물이 흐려 검은 재를 뿌린 듯하이 / 水似潑灰黑
아스라이 생각난다 자하동 골짝 / 追思紫霞洞
맑은 시내 하얀 돌을 솟구쳐 흘러 / 淸溪激白石
땅에 가득한 솔 그늘이 서늘도 하여 / 松陰滿地涼
유월에도 살에서 좁쌀이 이네 / 六月膚起粟
차가운 샘이 여기저기 솟아나서 / 冷泉處處生
달고도 조촐해라 참으로 영액 / 甜潔眞靈液
맑은 기운 산천에 어리었기에 / 山川淑氣鍾
이름난 약도 많이 캘 수 있네 / 名藥多堪斲
부러운 바다 속의 저 삼신산은 / 海中三神山
우리나라 위해서 생긴 것이니 / 詎非爲我國
종당에 그곳으로 돌아가서 / 終當歸去來
유독을 즐기며 해를 마치리 / 卒歲藥幽獨
晚發沙嶺. 夜行九十里. 達朝至板橋驛. 避暑也. 然蚊蝱又甚焉.
遠客冒炎暑. 旅舘來歇身. 落日下平野. 晚凉天氣新. 乘此又征邁. 反以勞我神. 蚊子滿草際. 紛然飛吶人. 將帛 頭項. 尙自侵肌頻. 泥深路脩阻. 夜半行迷津. 不知南與北. 仰面瞻星辰. 雖云免煩熱. 奈此多苦辛. 黎明始投館. 艱難焉具陳.
늦게 사령沙嶺을 떠나 밤에 구십 리를 달려 이튿날 아침에 판교역板橋驛에 당도하니 이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모기가 또한 심하다.
먼 길손 불더위를 견디다 못해 / 遠客冒炎暑
여관에 들러서 몸을 쉬누나 / 旅館來歇身
지는 해 평야로 내려가니 / 落日下平野
천기가 저물녘에 서늘하구려 / 晩涼天氣新
이 바람을 타고 또 길을 떠나니 / 乘此又征邁
도리어 내 정신을 괴롭히는 걸 / 反以勞我神
풀 사이에 윙윙대는 모기 떼들이 / 蚊子滿草際
수없이 날아와 사람을 무네 / 紛然飛吶人
비단으로 머리와 목을 싸매도 / 將帛裹頭項
어디론지 살을 찾아 덤벼드니 / 尙自侵肌頻
진흙은 질퍽질퍽 길조차 먼데 / 泥深路脩阻
밤중이라 가도가도 앞이 희미해 / 夜半行迷津
남인지 북인지를 분간 못하여 / 不知南與北
얼굴을 쳐들고 별을 바라보네 / 仰面瞻星辰
헐떡이는 더위는 면했다지만 / 雖云免煩熱
이다지도 고생 많아 어찌하리 / 奈此多苦辛
먼동이 터서야 사관에 드니 / 黎明始投館
이 고초를 어찌 다 말하리 / 艱難焉具陳
板橋驛欲發程. 擔夫有未至者. 留待其來. 及晚而行. 路淖馬跌. 衣裝盡濕. 夜行二十里至蘆溝鋪. 前途水深. 不得復進. 有屋低濕. 欝蒸良苦. 屋上覆以土. 平坦如臺. 登攀待朝. 蚊蚋之苦. 倍加於前. 黎明. 行至十三山驛. 尹平理以下皆跌. 路泥馬困也. 〈自注. 十三山驛前有石山. 三峯對峙. 通事李玄云. 十三山無乃石三山耶. 華言石與十聲相近. 其言甚當. 故詩作石. 〉
淸晨欲發程. 擔夫有未至. 淹留待其來. 日已將夕矣. 王事不可遅. 行行更催騎. 馬倒泥水中. 我服盡沾漬. 因思式微篇. 永矢向君志. 扶携倒蘆溝. 前途復多水. 小屋甚低卑. 難袪欝蒸氣. 屋上平如臺. 登攀猶可喜. 又苦蚊蚋多. 咬以如針觜. 驅除無暫休. 達朝不得睡. 尙嫌夏夜長. 星斗屢瞻視. 黎明始啓行. 路上多顚躓. 及至石三山. 始悅泉甘美. 新浴且澣衣. 自慰仍撫己. 敀來各相逢. 說此應冷齒. 出險要不忘. 聊以作詩記.
판교역에서 길을 떠나려고 하는데 아직 당도하지 않은 짐꾼이 있으므로 그가 오기를 기다리며 머물러 있다가 저물녘에야 떠나니 길은 질고 말은 미끄러져 의장이 모두 젖다. 밤에 이십 리를 달려서 노구포盧溝鋪에 당도하니 앞 길에 물이 깊어 다시 더 나갈 수는 없고 집이 있어 찾아드니 저습하고 울증하여 몹시 괴롭다. 그 집 지붕이 흙으로 덮여 있어 평탄하기가 대臺와 같으므로 거기에 올라가 아침이 되기를 기다리는데 모기가 덤벼들어 괴로움이 전보다 배나 더하다. 여명黎明에 떠나 십삼산역十三山驛에 당도하니 윤 평리尹平里 이하가 다 길에서 미끄러지다. 길은 질고 말은 피곤한 때문이다. 〈자주: 십삼산역 앞에 석산石山이 있어 삼봉三峰이 대치하였는데 통사通事 이현李玄이 말하기를 “십삼산은 석삼산石三山을 이름이 아니겠는가? 중국말에 석石과 십十은 음이 다 서로 같다.” 한다. 그 말이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시에는 석石으로 쓴다.〉
맑은 새벽에 길을 떠나려는데 / 淸晨欲發程
짐꾼이 아직도 오질 않아서 / 擔夫有未至
머물러 그가 오길 기다리자니 / 淹留待其來
해는 벌써 석양에 가까워지네 / 日已將夕矣
나라 일은 늦추어서 안 되는 거라 / 王事不可遲
급히급히 행장 챙겨 말 재촉하네 / 行行更催騎
탄 말이 진흙탕에 거꾸러지니 / 馬倒泥水中
내 옷이 함빡 다 젖었어라 / 我服盡沾漬
식미의 시편을 생각하면서 / 因思式微篇
임 향한 일편단심 맹세 굳히네 / 永矢向君志
엎치락뒤치락 노구에 오니 / 扶携倒蘆溝
앞길은 다시 또 물이 많구려 / 前途復多水
낮고도 비좁은 한 오막집 / 小屋甚低卑
울증한 기운을 쫓기 어렵네 / 難祛鬱蒸氣
지붕이 평탄하여 대와 같기에 / 屋上平如臺
올라 보자 그런 대로 견디겠더니 / 登攀猶可喜
모기 떼가 어찌 이리 또 많은가 / 又苦蚊蚋多
날카로운 입침으로 물어대누나 / 咬以如針觜
잠깐도 쉴새없이 몰아내느라 / 驅除無暫休
아침이 되도록 눈 못 붙였네 / 達朝不得睡
여름밤도 어찌나 긴지 / 尙嫌夏夜長
자주자주 별만을 쳐다보았네 / 星斗屢瞻視
여명에야 비로소 길을 떠나니 / 黎明始啓行
고달픔을 참다 못해 넘어지기도 / 路上多顚躓
간신히 석삼산에 이르자 / 及至石三山
샘물이 아름다워 너무 반갑네 / 始悅泉甘美
옷을 빨고 또 새로 목욕을 하며 / 新浴且澣衣
몸을 문지르며 자위를 하네 / 自慰仍撫己
고향에 돌아가 서로 만나서 / 歸來各相逢
이야기 들려주면 이가 시리리 / 說此應冷齒
험한 곳 벗어나자 잊지 말자고 / 出險要不忘
애오라지 이 시 지어 기록하네 / 聊以作詩記
宿連山島驛. 是日七夕. 賦牛女.
迢迢河漢水. 耿耿牛女星. 此夕有嘉會. 颯然通精靈. 歡笑別離多. 世俗輕嘲侮. 寧知天上日. 一歲一朝暮. 萬古常若斯. 此是久長期. 若使日諧好. 顏鬢曾已衰. 天孫萬古在. 世人幾遷改. 如何不自悲. 却嘆神仙會.
연산도 역에서 유숙하는데 이날이 칠석七夕이기에 견우 직녀牽牛織女를 부賦하다.
아득아득 은하수 넘실거리고 / 迢迢何漢水
반짝반짝 견우직녀 비치누나 / 耿耿牛女星
오늘 저녁 아름다운 만남이 있어 / 此夕有嘉會
으시시 정기가 서로 통하네 / 颯然通精靈
즐거운 마당에는 이별 많으니 / 歡笑別離多
세속은 걸핏하면 업신여기네 / 世俗輕嘲侮
뉘라서 알리오 천상의 해는 / 寧知天上日
일 년이 하루 아침 저녁이란 걸 / 一歲一朝暮
억만 년이 지나가도 이와 같으니 / 萬古常若斯
이야말로 장구한 기약이로세 / 此是久長期
만약에 날마다 좋아만 하면 / 若使日諧好
얼굴빛은 하마 진작 시들었을걸 / 顔鬢曾已衰
천손은 만 년 가도 항상 있는데 / 天孫萬古在
인간은 변천이 몇 번이더냐 / 世人幾遷改
어찌하여 스스로 슬퍼를 않고 / 如何不自悲
도리어 이 회합을 한탄하는지 / 却嘆神仙會
過曺家莊驛. 路上望石塔. 〈自注. 遼東護送鎭撫許儒眞言. 其下有溫泉. 〉
客行曺家道. 石筍長參天. 仰望久嘆嗟. 莫知所由然. 許君向我道. 其下有溫泉. 我欲洗塵垢. 靡盬難留連. 徒將未澣衣. 揮汗行翩翩. 安得與童冠. 詠敀春風前.
조가장역曹家莊驛을 지나다가 노상에서 석탑石塔을 바라보다. 〈자주: 요동 호송진무護送鎭撫 허유진許儒眞의 말에 의하면 그 아래에 온천溫泉이 있다 한다.〉
나그네 조가장 길을 가자니 / 客行曹家道
석순이 자라서 하늘에 닿네 / 石筍長參天
쳐다보며 오래도록 하탄하노라 / 仰望久嘆嗟
어째서 그런 건지 알 수 없기에 / 莫如所由然
허군이 나를 보고 하는 얘기가 / 許君向我道
그 밑에 온천이 있다고 / 其下有溫泉
내 문득 먼지를 씻고 싶지만 / 我欲洗塵垢
공무라 머물러 있기 어렵네 / 靡監難留連
세탁 못한 옷가지를 그대로 입고 / 徒將未澣衣
땀 뿌리며 나풀나풀 달려가누나 / 揮汗行翩翩
어느새 관동들과 함께 어울려 / 安得與童冠
봄바람 앞에 읊고 돌아 올거나 / 詠歸春風前
過東關驛. 有欽差二人頒賜軍人冬衣.
七月方流火. 冬衣早已頒. 我歌安且吉. 馳日過東關.
동관역東關驛을 지나는데 흠차欽差 두 사람이 있어 군인에게 겨울 옷을 반사頒賜하다.
칠월이라 화성火星이 갓 흐르는데 / 七月方流火
겨울 옷을 일찌감치 내려주누나 / 冬衣早已頒
편안하고 좋다고 내 노래하며 / 我歌安且吉
달려달려 동관을 지나간다오 / 馳日過東關
宿沙河驛 〈自注. 自牛莊至沙河,高嶺諸驛. 皆海西俟. 納哈出敀附後. 洪武二十二年九月所立. 〉
聖代開邊日. 胡人納土初. 驛程新館宇. 閭井舊丘墟. 野豁雲垂地. 山橫黛入虛. 迢迢遼海右. 萬里引舟車.
사하역沙河驛에 묵으면서. 〈자주: 우장牛莊으로부터 사하, 고령高嶺까지의 여러 역은 모두 해서海西 사납합출俟納哈出이 귀부歸附한 뒤 홍무洪武 22년 9월에 세워진 것이다.〉
성대라 변지를 개척하던 날 / 聖代開邊日
되놈이 토지를 처음 바쳤네 / 胡人納土初
역정엔 새로운 집들이 서고 / 驛程新館宇
여정은 옛날의 빈터였다네 / 閭井舊丘墟
들 넓으니 구름은 땅에 처지고 / 野豁雲垂地
산 비끼어 푸른 눈썹 허공에 떴네 / 山橫黛入虛
아득아득 요해의 바른편으로 / 迢迢遼海右
만 리라 배와 수레 끌고 가누나 / 萬里引舟車
過瑞川古城 〈自注. 在沙河,高嶺二驛之間. 〉
森森喬木滿空城. 古井烟埋水自淸. 下馬讀碑思往事. 隔林蟬噪送秋聲.
서천瑞川 고성古城을 지나면서. 〈자주: 사하沙河, 고령高嶺 두 역의 사이에 있다.〉
높은 나무 엉겨엉겨 빈 성에 가득한데 / 森森喬木滿空城
연기 속에 묻힌 우물 물만은 맑네 그래 / 古井烟埋水自淸
말을 내려 비문 읽고 지난일 생각하니 / 下馬讀碑思往事
숲 밖의 매미 울음 가을 소리 보내주네 / 隔林蟬噪送秋聲
宿山海衛遷安驛. 古長城之尾遷門鎭也. 〈自注. 北據大山. 南臨大海. 故名焉. 〉
薊北長城固. 燕東重鎭分. 雄包山海大. 威制犬羊羣. 繞郭池生浪. 粧街柳拂雲. 塞門天下隘. 備禦要屯軍.
산해위山海衛 천안역遷安驛에 유숙하는데 바로 옛날 장성長城의 끝에 해당하는 천문진遷門鎭이다. 〈자주: 북으로 대산大山을 의거하고 남으로는 큰 바다에 다다랐기 때문에 이름이 된 것이다.〉
계주라 북쪽엔 장성이 굳건하고 / 薊北長城固
연 나라 동쪽엔 중진이 나뉘었네 / 燕東重鎭分
웅장하다 산과 바다를 감싸고 / 雄包山海大
위엄은 견양 무리를 제압하네 / 威制犬羊群
성을 두른 못에선 물결이 일고 / 繞郭池生浪
길을 낀 버들숲은 구름 스치네 / 粧街柳拂雲
이야말로 천하의 요새지라오 / 塞門天下隘
방어라 군사 주둔 필요하구려 / 備禦要屯軍
宿山海衛遷安驛. 古長城之尾遷門鎭也. 〈自注. 北據大山. 南臨大海. 故名焉. 〉
薊北長城固. 燕東重鎭分. 雄包山海大. 威制犬羊羣. 繞郭池生浪. 粧街柳拂雲. 塞門天下隘. 備禦要屯軍.
산해위山海衛 천안역遷安驛에 유숙하는데 바로 옛날 장성長城의 끝에 해당하는 천문진遷門鎭이다. 〈자주: 북으로 대산大山을 의거하고 남으로는 큰 바다에 다다랐기 때문에 이름이 된 것이다.〉
계주라 북쪽엔 장성이 굳건하고 / 薊北長城固
연 나라 동쪽엔 중진이 나뉘었네 / 燕東重鎭分
웅장하다 산과 바다를 감싸고 / 雄包山海大
위엄은 견양 무리를 제압하네 / 威制犬羊群
성을 두른 못에선 물결이 일고 / 繞郭池生浪
길을 낀 버들숲은 구름 스치네 / 粧街柳拂雲
이야말로 천하의 요새지라오 / 塞門天下隘
방어라 군사 주둔 필요하구려 / 備禦要屯軍
過楡關. 宿蘆峰驛.
楡塞秋初入. 蘆峰雨已晴. 晚風吹袂好. 新月照鞍明. 渺渺鄕關夢. 悠悠驛路征. 宦遊懷靡及. 白髮忽添莖.
유관楡關을 지나 노봉역蘆峯驛에서 자다.
유새라 가을이 갓 찾아드니 / 楡塞秋初入
노봉엔 비도 하마 갰군 그래 / 蘆峰雨已晴
늦은 바람 알맞게 옷깃을 날리고 / 晩風吹袂好
새 달은 은은히 안장 비추네 / 新月照鞍明
아득아득 꿈도 멀다 고향 그리고 / 渺渺鄕關夢
기나긴 역마길 느린 내 걸음 / 悠悠驛路征
직책을 못다할까 마음 죄니 / 宦遊懷靡及
백발이 갑자기 카락이 더해 / 白髮忽添莖
到永平衛灤河驛. 指揮來請. 至衛司廳設宴.
盛代提封遠. 高城設險堅. 市㙻連郭外. 墻屋接河邊. 婉轉歌姬舞. 雍容地主賢. 邇遐同一體. 聖德大如天.
영평위永平衛 난하역灤河驛에 당도하자 지휘指揮가 와서 초청하여 위사청衛司廳에 이르러 잔치에 참여하다.
성대에도 제후의 봉지가 머니 / 盛代提封遠
높은 성은 험고險固를 마련했구려 / 高城設險堅
저자는 성밖을 연대어 있고 / 市廛連郭外
민가는 하수가에 인접해 있네 / 墻屋接河邊
노래하는 기생의 느린 춤가락 / 婉轉歌姬舞
평화롭고 조용한 어진 성주님 / 雍容地主賢
멀건 가깝건 모두 일체이거니 / 邇遐同一體
성덕이 거룩하다 하늘 같네 / 聖德大如天
指揮管童. 前元承相也速之子. 本國奇平章之壻也. 請留. 對以王事之急. 乘月渡小大二灤河. 宿七家嶺驛. 路上許鎭撫唱月明行路好一句. 因足之.
澣海秋無浪. 灤河夜渡船. 月明行路好. 此去是朝天.
지휘 관동指揮管童은 전 원 나라 승상丞相 야속也速의 아들이요 본국 기 평장奇平章의 사위다. 그가 나에게 묵어 갈 것을 청했으나 왕사王事가 급하다고 대답하고 달빛을 타서 작고 큰 두 난하灤河를 건너 칠가령역七家嶺驛에서 자다. 노상에서 허 진무許鎭撫가 ‘달이 밝아 길 걷기가 좋다.’는 한 글귀를 외므로 나도 따라 뒷구절을 달아 붙이다.
한해라 가을에도 물결 안 일어 / 澣海秋無浪
배를 타고 난하를 밤에 건넜네 / 灤河夜渡船
달이 밝아 길 걷기 매우 좋으니 / 月明行路好
이 걸음은 천자 뵈러 가는 길일세 / 此去是朝天
宿永濟驛. 路上詠堠子. 〈自注. 自遼東至山海衛. 每五里置一堠. 十里置雙堠. 築土爲之. 高數尺. 自山海衛以西至北平海. 十里置一堠. 以甕爲之. 塗以白灰. 高數十尺. 廣輪數十圍. 虛其中以通烟火. 又結層欄於前. 彼此相望. 若地勢有阻碍. 則必擇高曠可望處爲之. 非但知道里遠近. 使有警則相望擧火以候變也. 自北平以南山東諸路所無.〉
亭亭堠子白如雲. 十里相望路自分. 過了此邊還過彼. 長程西日又將曛.
영제역永濟驛에 묵으면서 노상의 후자堠子를 읊다. 〈자주: 요동으로부터 산해위山海衛에 이르도록 5리마다 1후堠가 설치되고, 10리마다 쌍후雙堠가 설치되었는데, 흙을 쌓아 만들었으며 높이는 두어 자 가량이었다. 산해위로부터 서西로 굽어들어 북평해北平海에 이르기까지는 10리마다 1후를 설치하되, 옹기로 만들고 백회로 발랐는데 높이가 수십 척이요, 둘레는 수십 아름이다. 그 속을 비게 하여 연화煙火를 통하며 또 층층 난간을 전면에 마련하여 피차가 서로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만약 지세가 앞을 가로 막게 되는 곳이 있을 때는 반드시 높고 광활하여 바라볼 수 있는 곳을 가려서 만든다. 이것은 비단 도로의 멀고 가까움을 알릴 뿐 아니라, 경보警報가 있을 때는 서로 바라보며 횃불을 들어서 변을 대비하자는 것이다. 북평 이남으로부터 산동의 모든 길에는 이것이 없다.〉
우뚝 솟은 저 후자 하얗다 구름같이 / 亭亭堠子白如雲
십 리에 서로 바라 길이 절로 나눠지네 / 十里相望路自分
이 후자 다 지나면 저 후자로 가게 / 過了此邊還過彼
머나먼 길 오늘도 어느덧 석양일레 / 長程西日又將矄
宿薊州漁陽. 言述古今.
薊門風起動胡塵. 蜀道迢迢泣玉人. 畢竟逆臣生賊子. 天心報效最昭陳.
계주薊州 어양漁陽에 묵으면서 고금의 이야기를 기술하다.
계문에 바람 일어 되땅 먼지 휘날리니 / 薊門風起動胡塵
파촉巴蜀 길 아득아득 미인이 눈물짓네 / 蜀道迢迢泣玉人
역적이 끝에 가선 적자를 낳으니 / 畢竟逆臣生賊子
하늘의 보응 너무도 분명해라 / 天心報效最昭陳
有北胡僞左承勝吉. 挈家投降燕府. 來宿是驛. 〈自注. 將駱駝四頭. 馬三十六匹. 車五兩.〉
塞北降胡至. 風沙已絶蹤. 妻孥隨馬隊. 童竪跨駝峰. 飮湩難支日. 蒙裘莫禦冬. 故應圖賞賚. 王國遠來宗.
북쪽 오랑캐 거짓 좌승左丞 승길勝吉이 가족을 데리고 연부燕府에 투항하러 와서 이 역에 자는 것을 보고. 〈자주: 낙타 4마리, 말 36필, 수레 5채를 가지고 오다.〉
북방에서 오랑캐가 항복해 왔네 / 塞北降胡至
풍사라 종적이 끊겼는데도 / 風沙已絶蹤
처자들은 말을 타고 뒤를 따르고 / 妻孥隨馬隊
아이놈은 낙타 등에 걸터 앉았네 / 童竪跨駝峯
마시는 우유는 하루 나기 어렵고 / 飮湩難支日
입은 갖옷은 추위를 못 막누나 / 蒙裘莫禦冬
일부러 상 타자고 계획을 내서 / 故應圖賞𧶘
문명의 나라로 멀리 온 게지 / 王國遠來宗
入北平城. 前元舊都也.
翼翼都城鎭四方. 百年財力亦䧺強. 楚聲忽入酣歌裡. 非是天亡自速亡.
북평성北平城에 들어오니 전의 원 나라 구도舊都이다.
장엄토다 옛 도성 사방을 진압하네 / 翼翼都城鎭四方
백 년의 재덕이 저처럼 웅장한가 / 白年財力亦雄强
초 나라 노래 문득 취한 속에 들려오니 / 楚聲忽入酣歌裏
하늘이 어찌 없앴으리 제가 불러 없앤 게지 / 非是天亡自速亡
到燕臺驛. 進見燕府. 先詣典儀所. 所官入啓. 以是日先大后忌. 不受禮. 命奉嗣葉鴻伴接到舘. 七月十五日也.
聖代宗支盛. 賢王爵土尊. 都城形勝壯. 市巷物華繁. 白玉開宮殿. 紅雲繞陛軒. 齊居停受禮. 翼翼孝思 敦.
연대역燕臺驛에 당도하여 연부燕府에 진현하려고 먼저 전의소典儀所에 나아가니 소관所管이 들어와 아뢰기를 “이날은 선태후先太后 기일忌日이라 예를 받지 않는다.” 하며 봉사奉嗣 섭홍葉鴻에게 명하여 반접伴接하여 관에 당도하게 했으니 칠월 십오일이었다.
성인의 대라 종손 지손 번성하니 / 聖代宗支盛
현왕의 작토가 이처럼 높네 / 賢王爵土尊
도성은 기세가 웅장도 한데 / 都城形勝壯
저자엔 물건들이 많기도 하네 / 市巷物華繁
흰 옥인양 궁전이 열리어 있고 / 白玉開宮殿
붉은 구름 섬돌을 감돌았구려 / 紅雲繞陛軒
재라서 예 받기를 정지했으니 / 齊居停受禮
도타우신 효심을 공경합니다 / 翼翼孝思敦
十六日朝. 典儀所引入端禮門. 王坐承運門受禮. 又命奉嗣饋食. 奉嗣引至西園典膳所致食.
端禮門前曉日明. 甲光輝映擁親兵. 赭袍當殿趨庭拜. 異味來廚賜坐傾. 鹿囿雨晴纖草茂. 鴈池風過細紋生. 少年奉使游觀足. 老對兒孫字細評.
십육일 아침에 전의소의 인도를 받아 단례문端禮門으로 들어가니 왕은 승운문承運門에 좌정하여 예를 받고 또 봉사에게 명하여 먹을 것을 대접하라 하자 봉사는 인도하여 서원西園 전선소典膳所에 이르러 먹을 것을 내오다.
단례문 앞에 새벽 해 밝아오니 / 端禮門前曉日明
갑옷 빛 반짝반짝 군사 에웠네 / 甲光輝映擁親兵
홍포 입고 뜰에 나아가 절을 드리니 / 赭袍當殿趍庭拜
맛 있는 음식 내리라며 자리를 주네 / 異味來廚賜坐傾
녹유에 비가 개니 풀 우거지고 / 鹿囿雨晴纖草茂
안지에 바람 이니 무늬가 나네 / 雁池風過細紋生
소년에 사신되어 널리 구경하니 / 少年奉使遊觀足
늙으면 자손 대해 얘기 잦으리 / 老對兒孫字細評
典儀所官張公請題燕山老人關山行旅圖 〈自注. 周參政倬使還詩. 僕爲序. 故知僕爲儒請之. 不得辭.〉
縹渺關山裡. 行行路自通. 少年遊歷處. 晚歲畫圖中. 野店經春雨. 江船避晚風. 敀來古勝境. 黃髮伴田翁. 旅舘看圖畫. 江山興自濃. 雲深埋水石. 地古長杉松. 未解河舟纜. 猶聞岳寺鍾. 遅遅驢背客. 政是愛三峯.
전의소典儀所 관원 장공張公이 연산 노인燕山老人의 관산행려도關山行旅圖에 제를 청하다. 〈자주: 참정參政 주탁周倬의 사환시使還詩에 내가 서를 지어 썼기 때문에 내가 선비인 줄 알고서 청하므로 사양하지 못하였다.〉
멀어멀어 아득한 저 관산 속을 / 縹渺關山裏
가고가니 길이 절로 뚫려있구려 / 行行路自通
소년 시절 구경을 다니던 데라 / 少年遊歷處
늘그막에 그림에다 옮겨왔구려 / 晩歲畫圖中
들 주점에 봄비가 갓 지났는데 / 野店經春雨
강 배는 늦은 바람 피해 가누나 / 江船避晩風
옛날의 승지로 돌아를 와서 / 歸來古勝境
농사집 늙은이와 짝이 되었네 / 黃髮伴田翁
여관에서 그림을 구경하자니 / 旅館看圖畫
강산의 흥이 절로 무르익어라 / 江山興自濃
구름 깊어 수석을 묻어버리고 / 雲深埋水石
땅이 묵어 솔들이 높이 자랐네 / 地古長杉松
강언덕에 뱃줄은 매어 있는데 / 未解河舟纜
산 절의 종소리 들려오누나 / 猶聞岳寺鍾
나귀 등의 나그네 걸음 더디니 / 遲遲驢背客
저 삼봉이 정히도 사랑스러워 / 政是愛三峯
十七日. 將辭燕府. 王命葉奉嗣饋食如前. 令留賜宴.
公館開華宴. 親王慰遠人. 泛尊醪旣旨. 凸案味皆珍. 翦帛簪花重. 裁羅舞袖新. 仁恩醺到骨. 大醉發天眞.
십칠일에 연부를 떠나려 하자 왕은 섭 봉사葉奉嗣에게 명하여 전과 같이 먹을 것을 주게 하고 만류하여 잔치를 베풀어 주므로.
공관에서 화려한 잔치 베푸니 / 公館開華宴
친왕이 먼 데 사람 위로하누나 / 親王慰遠人
잔에 넘실 술 맛도 좋으려니와 / 泛尊醪旣旨
상 위에 봉우리진 찬도 다 진미 / 凸案味皆珍
깁을 잘라 만든 잠화 묵직도 한데 / 剪帛簪花重
비단 소매 춤가락은 솜씨 새롭네 / 裁羅舞袖新
뼛골에 사무치는 훈훈한 은혜 / 仁恩醺到骨
크게 취해 천진을 다 털어 놓네 / 大醉發天眞
十八日. 進辭時王詣佛寺燒香. 先太后明忌也. 兵衛甚衆. 旣還賜鈔. 又命奉嗣致饋. 俄又有三王子連騎而出. 亦詣佛寺燒香也.
侁侁甲冑擁街頭. 日照紅雲滿地浮. 駕出端門儀衛備. 金旗翠扇望如流.
和色溫言接外臣. 三朝連賜內廚珍. 又頒楮幣恩偏重. 爲體吾皇一視仁.
蕩蕩天門白日高. 殿中端拱絳紗袍. 遠人獲覩尤奇事. 三鶴聯翩駕鳳毛.
십팔일 나아가 하직할 때에 왕은 불사佛寺에 가 향을 사르니 선태후先太后의 기일이라 병위兵衛가 매우 많다. 돌아와서 초鈔를 주고 또 봉사에게 명하여 먹을 것을 가져다 주게 하다. 이윽고 또 세 왕자가 말을 타고 나란히 나가니 역시 불사에 가서 향을 사르기 위해서인 모양이다.
갑옷 입은 날랜 군사 길거리를 옹위하고 / 侁侁甲冑擁街頭
해 비치자 붉은 구름 땅에 가득 피어오르네 / 日照紅雲滿地浮
위의 갖춘 임금 행차 단문을 벗어나니 / 駕出端門儀衛備
황금기 비취선은 으리 비쳐 흐를 듯이 / 金旗翠扇望如流
화한 낯빛 다스운 말로 외국 신하 접견하며 / 和色溫言接外臣
삼조를 연달아 맛진 음식 하사하네 / 三朝運賜內廚珍
돈마저 나눠주어 은혜가 치우치니 / 又頒楮幣恩偏重
일시동인 우리 황제 본받기 위해설레 / 爲體吾皇一視仁
천문이 넓고넓어 해 높이 솟았는데 / 蕩蕩天門白日高
붉은 사포 팔짱 끼고 대궐 안에 앉았구려 / 殿中端拱絳紗袍
먼 데 사람 뵙게 된 것 더구나 기이한 일 / 遠人獲覩尤奇事
봉모를 잡아 타고 세 학이 훨훨 나네 / 三鶴聯翩駕鳳毛
是日到通州. 通津驛發船. 古之桑乾渡. 今謂之白河. 亦名潞河.
晚出城東路. 宵登水上舟. 身從千里至. 心共一河流. 浩渺天光遠. 澄明夜氣浮. 吾生同泛梗. 蹤跡自悠悠.
이날 통주通州 통진역通津驛에 당도하여 배로 떠나다. 옛날의 상간도桑乾渡인데 지금은 백하白河라 이르며 노하潞河라 이름하기도 한다.
느지막에 성동으로 길을 떠나서 / 晩出城東路
밤중에야 물 위에 뜬 배에 올랐네 / 宵登水上舟
천 리를 따라 몸은 이르러 오고 / 身從千里至
백하와 함께 맘은 흘러가누나 / 心共一河流
아득아득 하늘빛은 멀기도 한데 / 浩渺天光遠
해맑은 밤 기운은 가볍게 떴네 / 澄明夜氣浮
내 인생 저 범경과 서로 같아서 / 吾生同泛梗
종적이 저절로 유유하구려 / 蹤跡自悠悠
十九日. 到直沽里. 南北二河合流入海處也. 〈自注. 北河順流而下. 南河逆流而上.〉
勞勞馳傳客. 喜此乘畫船. 打鼓櫓聲發. 長河雲水連. 檣烏疾於馬. 晝夜飛風前. 倏忽數百里. 換舟驛樓邊. 日暯開流上. 又煩人力牽. 誰知朝宗意. 與水俱沛然.
십구일 직고리直沽里에 당도하였는데 남북의 두 하河가 합류하여 바다로 들어가는 곳이다. 〈자주: 북하는 순류하여 내려가고 남하는 역류하여 올라간다.〉
괴롭게 역마만을 달리던 길손 / 勞勞馳傳客
이 배를 타게 되니 기쁘군 그래 / 喜此乘畫船
북소리 두둥둥 노저어 가니 / 打鼓櫓聲發
긴 하라 물과 구름 연대었구려 / 長河雲水連
장오가 말보다 훨씬 빨라서 / 檣烏疾於馬
밤낮없이 바람 앞에 날기만 하네 / 晝夜飛風前
잠깐 사이 수백 리 노정을 지나 / 倏忽數百里
역루 가에서 배를 바꾸어 타고 / 換舟驛樓邊
해 저물자 역류하여 올라가자니 / 日暮開流上
인력으로 끌어라 또 번거롭네 / 又煩人力牽
뉘라서 알리요 조종의 뜻이 / 誰知朝宗意
이 물과 어울려 함께 솟는 걸 / 與水俱沛然
過流河驛 〈自注. 河間府淸縣.〉
混混河流濁. 荒荒岸草長. 陲人牽綵纜. 遠客逐牙檣. 水逝嗟浮世. 雲橫望古鄕. 百年能幾日. 奔走鬢毛蒼.
유하역流河驛을 지나면서. 〈자주: 하간부河間府 청현淸縣에 있다.〉
흘러흘러 하수는 사뭇 흐리고 / 混混河流濁
묵어묵어 언덕 풀은 우거졌구려 / 荒荒岸草長
변방 사람 놋줄을 끌어당기고 / 陲人牽綵覽
먼 나그네 돛대만 따라를 가네 / 遠客逐牙檣
물은 줄줄 뜬세상 서글퍼지고 / 水逝嗟浮世
구름이 비끼어라 고향 바라네 / 雲橫望故鄕
백 년이 멀단들 몇 날이 되리 / 百年能幾日
헤매다 보니 머리 다 희었다오 / 奔走鬢毛蒼
過滄州長蘆縣
日出河霧空. 舟中睡初起. 夜行問幾程. 忽已將百里. 盥櫛倚船窓. 颯然風來水. 節序逝如流. 我行靡所止. 泛泛遠乘査. 戀戀思陟屺. 時興望東南. 敀意滿江涘.
창주滄州 장로현長蘆縣을 지나면서
해 오르자 물안개 활짝 걷히니 / 日出河霧空
배 안에서 자다가 막 일어났네 / 舟中睡初起
묻노라 간밤에 얼마나 왔노 / 夜行問幾程
아마도 백리가 거의 된다고 / 忽已將百里
세수하고 선창에 기댔노라니 / 盥櫛倚船窓
수면에 으시시 바람이 일어 / 颯然風來水
계절은 빨라라 물과 같은데 / 節序逝如流
내 걸음은 그칠 바를 모르는구려 / 我行靡所止
떼를 타고 둥둥 떠 멀리 가자니 / 泛泛遠乘査
어머님 생각이 연연도 하이 / 戀戀思陟屺
이따금 동남쪽을 바라보노라 / 時興望東南
가고픔 마음 강에 가득하다오 / 歸意滿江涘
過磚河驛. 燂湯洗澡.
落日下洲渚. 水夫來遆舟. 垂楊陰庭戶. 古舘何淸幽. 燂湯洗塵垢. 兩腋風颼颼. 黃昏牽百丈. 又溯河之流. 江空煙霧消. 水濶星辰浮. 偃息柂樓底. 晝夜行不休. 但知道路遠. 未覺跋涉憂. 松山數千里. 回首良悠悠. 隔岸有蟲聲. 如聞故園秋. 豈無感時念. 惻惻生旅愁. 王事信靡盬. 我身難自由. 古人畏簡書. 此道誰愆尤. 况此桑弧志. 及壯當遠遊. 去去達江漢. 觀光帝王州.
전하역磚河驛을 지나면서 물을 데워 몸을 씻다
지는 해 물가로 내려를 가니 / 落日下洲渚
사공이 와 배를 바꿔타라네 / 水夫來遞舟
능수버들 뜰을 가려 그늘 짙으니 / 垂楊蔭庭戶
고관이 맑고도 그윽하구려 / 古館何淸幽
물 데워 먼지 때를 씻어버리니 / 燂湯洗塵垢
으시시 맑은 바람 두 겨드랑에 / 兩腋風颼颼
황혼이라 백 길의 돛대를 끌고 / 黃昏牽百丈
또 하수의 물결을 거슬러가네 / 又溯河之流
강은 비어 연기 안개 다 사라지고 / 江空煙霧消
수면水面은 넘실넘실 별들이 떴군 / 水闊星辰浮
타루의 밑바닥에 편히 누워서 / 偃息柁樓底
밤낮으로 쉬질 않고 가기만 하네 / 晝夜行不休
다만 도로가 먼 줄만 알 뿐 / 但知道路遠
발섭의 근심따윈 깨닫지 못해 / 未覺跋涉憂
송악산은 어느덧 여러 천 리라 / 松山數千里
고갤 돌리니 참으로 유유하군 / 回首良悠悠
언덕 너머 벌레 소리 들려를 오니 / 隔岸有虫聲
내 고장 가을을 만난 듯하이 / 如聞故園秋
철 느끼는 생각이 어찌 없겠나 / 豈無感時念
너무도 서글퍼라 나그네 시름 / 惻惻生旅愁
나라 일은 치밀히 다뤄야기에 / 王事信靡盬
내 몸이 자유롭긴 어렵군 그래 / 我身難自由
옛사람도 간서를 두려워했다 / 古人畏簡書
이 법을 어느 뉘 그르다 하리 / 此道誰愆尤
더구나 상호의 뜻을 가졌으니 / 況此桑弧志
장년 시절 멀리멀리 구경해야지 / 及壯當遠遊
가서가서 강한을 넘어선다면 / 去去達江漢
제왕의 도읍지를 구경하리라 / 觀光帝王州
冒雨過吳橋縣連窩驛
遠衝三伏熱. 喜得一江秋. 颯颯風吹幔. 霏霏雨洒舟. 驛樓藏柳岸. 畫鼓殷蘆洲. 又泛南河去. 吾生本自浮.
비를 무릅쓰고 오교현吳橋縣 연와역連窩驛을 지나면서.
멀리 삼복 더위 속을 지나와서 / 遠衝三伏熱
반갑게 만나라 온 강 가을을 / 喜得一江秋
바람은 으시시 장막을 불고 / 颯颯風吹幔
빗방울 부슬부슬 배에 뿌리네 / 霏霏雨洒舟
역루는 버들뚝에 감추어 있고 / 驛樓藏柳岸
북소린 갈대밭에 메아리치네 / 畫鼓殷蘆洲
또다시 남으로 둥둥 떠가니 / 又泛南河去
이내 몸 본래부터 부생 아닌가 / 吾生本自浮
過德州安德驛. 船上有古扇. 尹評理請題一絶.
古舘陰陰枕水傍. 綠槐深處日何長. 畫船就得齊紈扇. 分與行人一片凉.
덕주德洲 안덕역安德驛을 지나는데 배 안에 옛날 부채가 있어 윤 평리尹評理가 절구 한 수를 쓰도록 청하므로.
그늘 짙은 옛 사관 물가를 베고 있네 / 古館陰陰枕水傍
홰나무 깊은 숲에 어이 그리 해는 길지 / 綠槐深處日何長
배 안에서 비단 부채 몇 자루 얻어내어 / 畫船就得齊紈扇
행인에게 나눠준다 서늘바람 한 조각을 / 分與行人一片涼
四女樹 〈自注. 德州之南四十里. 濱河有老槐一株. 幹長丈餘. 枝皆傍出. 縱橫覆地. 多用木枝柱之. 若本國漢陽松. 其下可坐百人. 以其初四女所植. 故因名其地爲四女樹店.〉
纖纖女手種槐枝. 柯葉縱橫近水湄. 滿地淸凉消酷熱. 百年陰德使人思.
사녀수四女樹 〈자주: 덕주德州의 남쪽 40리 지점의 빈하濱河에 늙은 홰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높이는 1장丈 남짓하고 가지는 모두 옆으로 퍼져서 가로 세로 땅을 덮어 있으므로 나뭇가지를 많이 이용하여 괴어 놓았다. 마치 본국 한양漢陽에 있는 소나무와 같아서 그 아래는 1백여 명이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나무가 처음에 네 여자에 의하여 심어진 것이기 때문에 ‘사녀수’라 이름한 것이며 그 지명地名도 ‘사녀수점四女樹店’이라 한 것이다.〉
여자라 가는 손이 홰나무 심어놓아 / 纖纖女手種槐枝
잎과 가지 가로세로 물가를 뒤덮었네 / 柯葉縱橫近水湄
맑고도 서늘하여 불더위를 식혀주니 / 滿地淸涼消酷熱
백 년이라 그 음덕 사람마다 그리누나 / 百年陰德使人思
過古城縣 〈自注. 自通州府行至此. 已過千里.〉
遠來千里外. 尙在一河中. 岸轉知舟過. 星涵覺水空. 檣烏元逐浪. 畫鷁好迎風. 八月秋將近. 乘槎興不窮.
고성현古城縣을 지나면서. 〈자주: 통주부通州府로부터 출발하여 여기까지 오니 벌써 1천 리를 지났다.〉
천 리라 밖에서 멀리 왔건만 / 遠來千里外
상기도 한 하수의 안에 있구려 / 尙在一河中
언덕이 돌면 배가 가는 줄 알고 / 岸轉知舟過
별 비치니 수심水心이 빈 걸 깨닫네 / 星涵覺水空
장오는 본래 물결을 쫓지마는 / 檣烏元逐浪
화익은 바람 맞길 좋아하누나 / 畫鷁好迎風
팔월의 가을이 가까워지니 / 八月秋將近
떼를 타는 재미가 매우 진진해 / 秉槎興不窮
過武城縣甲馬營驛
中河日晏尙酣眠. 百丈能牽上水船. 夢覺一聲撾鼓裡. 始知行到驛樓邊.
무성현武城縣 갑마영역甲馬營驛을 지나면서
중하라 해 늦도록 잠에 취해 누웠자니 / 中河日晏尙酣眠
백 길의 높은 돛대 물 거슬러 올라가네 / 百丈能牽上水船
북소리 두둥둥 단꿈이 갓 깨이니 / 夢覺一聲撾鼓裏
역루 가에 당도한 줄 이제야 알겠구려 / 始知行到驛樓邊
舟中記事 〈自注. 由北平至京師. 水驛數千里. 河流蟠回. 或南或西又或北. 一二里路且至三四其曲. 晝行旣午. 西日在右. 避坐於左. 俄而舟向北. 則日轉於左. 避之而右. 則舟又向南. 日還在右. 夜觀北斗. 或在舡尾. 或在舡頭. 又或在傍. 變遷無定. 以此識舟行之向方也.〉
一水蟠回萬里通. 愁腸正與此河同. 舡窓日影須臾變. 忽在西邊忽在東.
迢迢河漢水相通. 八月乘槎也自同. 浩渺不知身在處. 仰看星斗認西東.
주중 기사舟中記事. 〈자주: 북평北平에서 경사京師까지는 수역水驛이 수천 리인데 하수河水가 휘돌아 남으로 혹은 서로, 또 북으로 가되 1~2리의 노정에도 서너 차례나 굽어돌곤 한다. 날이 밝아 떠나서 대낮이 되면 서쪽의 해가 바른편에 비치므로 피하여 왼편에 앉았다가, 이윽고 배가 북쪽으로 향하면 해도 따라 왼편에 비치므로 피하여 바른편으로 앉는데 배가 또 남쪽으로 향할 경우 해가 도로 바른편으로 온다. 밤에 보면 북두성이 선미船尾나 선두船頭에 있거나 곁에 있기도 하여 변천이 무상하므로 이것으로 배의 향방을 기록하게 된다.〉
한 물줄기 돌고 돌아 만 리를 뚫고 가니 / 一水蟠回萬里通
시름겨운 사랑의 심정과 똑같으네 / 愁腸正與此河同
선창의 해그림자 잠깐 사이 변동되어 / 船窓日影須臾變
서쪽에 있다가 문득 동쪽에 있네 / 忽在西邊忽在東
머나먼 저 은하수 이 물과 한 맥이라 / 迢迢河漢水相通
팔월에 뗏목 탄 그 멋과 마찬가지 / 八月乘槎也自同
이몸이 아득아득 어디메 있는 건가 / 浩渺不知身在處
북두성 쳐다보고 동서를 분간하네 / 仰看星斗認西東
次舡板上詩韻 〈自注. 予自遼東至北平. 歷馬馹凡二十六. 自通州至臨淸. 水馹一十一. 見廳壁船板. 題詩多矣. 音律或多不叶. 至書古人詩. 亦或錯誤失意. 如書老杜句. 作江碧鳥逾白. 此類甚多. 吾東方馹館寺樓所題. 亦多類此. 予嘗愧中國之來觀者. 中國乃反如是耶. 予在北平時. 周參政倬之胄曰瑀. 克肖者也. 來與予語. 壁上有自謂謫屳後之人之作. 亦此類也. 瑀笑曰. 題壁者豈有知詩者哉. 徒取笑外國耳. 吾東人之諺有曰. 敎子能不題壁足矣. 周氏之言. 與此相契. 意必中國亦有此等語也. 至此馹. 船板有書一絶曰. 湖海遨遊二十年. 今朝又上御河船. 秋風好送征帆去. 晝夜何勞百丈牽. 只此一首爲勝. 故錄之. 因次其韻.〉
萬里遊觀及壯年. 忩忩馳傳又乘船. 西河過了東河去. 高枕閑看綵纜牽.
선판상船板上의 시에 차운하다. 〈자주: 나는 요동으로부터 북평에 당도하는 동안 마역馬驛을 거친 것이 무릇 스물여섯 군데였고, 통주通州로부터 임청臨淸에 이르는 동안, 수역水驛이 열한 군데였는데 가는 곳마다 청벽廳壁의 선판船板을 보면 시詩를 써 놓은 것이 많았다. 그러나 음률音律이 혹 맞지 않는 것도 있고 옛사람의 시를 써 놓은 것까지도 있는데 그마저 착오되게 써서 본 뜻을 잃어버린 것이 많다. 이를테면 노두老杜의 시구로 “강이 푸르니 새는 더욱 하얗다. [江碧鳥逾白]”는 이런 유들이다. 우리 동방의 역관驛館이나 사루寺樓 같은 곳에도 역시 이런 유가 많아서 나는 일찍이 중국 사람들의 눈에 뜨일까봐 염려했었는데 중국도 마침내 이와 같단 말인가. 내가 북평에 있을 적에 참정參政 주탁周倬의 맏아들로 우瑀란 사람이 있었는데 아버지의 덕을 이어받았다. 그가 찾아와서 이야기하는데 벽상에는 자칭 이 적선李謫仙의 후예라 이른 사람의 작품도 있었으니 또한 이런 유이다. 우瑀는 웃으며 말하기를 “벽에 제시하는 사람이 어찌 시를 아는 자가 있겠는가? 한갓 외국 사람에게 웃음거리만을 살 따름이다.” 하였거니와 우리나라 사람의 속담에도 “자식을 가르쳐서 남의 벽에다 함부로 쓰지 않을 정도가 된다면 만족하다.”한 것이 있다. 주씨의 말도 이와 서로 합치됨을 볼 때 아마 중국에도 이런 등속의 말이 있는 모양이다. 이 역에 이르러 보니 선판에 절구 한 수가 씌어져 있는데 “호해라 이십 년을 실컷 노닐고 오늘 아침 또 조각배에 올랐노라. 가을바람 산들산들 돛을 밀어 보내니 밤낮인들 배끌기 괴롭다 하리. [湖海邀遊二十年 今朝又上御河船 秋風好送征帆去 晝夜何勞百丈牽]” 하였다. 다만 이 한 수가 제일 낫기 때문에 수록하고 따라서 그 시에 차운하는 바다.〉
만 리의 먼 구경 나이조차 한창이라 / 萬里遊觀及壯年
바삐바삐 말 달리고 또다시 배를 타네 / 忽忽馳傳又乘船
서하를 다 지나고 동하로 떠나가니 / 西何過了東何去
베개를 높이 베고 놋줄만 바라보네 / 高枕閑看綵纜牽
過魏家院. 蓮滿洲渚. 連亘十餘里. 〈自注. 距臨淸縣八十里.〉
遠泛長河厭濁流. 今朝喜見淡如油. 蘋花浪靜淸無底. 菰葉風輕弄自柔. 楊柳一村羅幕重. 芙蓉十里錦雲浮. 空蒙水面凝香氣. 疑是身登太乙舟.
위가원魏家院을 지나다보니 연蓮이 물가에 가득하여 십여 리를 연달다. 〈자주: 임청현臨淸縣과 거리가 80리이다.〉
긴 하수를 떠가니 물이 흐려 싫더니만 / 遠泛長河厭濁流
오늘 아침 반가와라 조촐하기 기름 같네 / 今朝喜見淡如油
마름꽃 물결 자니 하 맑아 밑이 없고 / 蘋花浪靜淸無底
부들잎 바람 솰솰 부드럽게 한들거려 / 菰葉風輕弄自柔
온마을 능수버들 비단 장막 둘러치고 / 楊柳一村羅幕重
십 리라 연꽃송이 붉은 구름 둥둥 떴네 / 芙蓉十里錦雲浮
수면이 아득아득 향기가 엉겼으니 / 空蒙水面凝香風
아마도 이 몸이 태을주에 올랐나봐 / 疑是身登太乙舟
過閘口 〈自注. 鑿河北流. 每至地傾舟難通處. 必積石爲梁. 以瀦上而注下. 使通舟行. 謂之閘. 其口隘而流疾. 臨淸縣有三閘. 其二在河口. 相去甚邇. 登岸步過. 其一稍遠. 用二繂挽舟而上. 然不甚疾. 夜到東彰府崇武馹. 前有一閘甚險. 舟却而退. 添三繂盡人力. 而後得上遆船. 欲行. 水夫云. 上流復有七閘. 不可夜過. 因留宿焉. 明日. 果歷五閘. 其二尤險. 上岸而過. 及至荊門驛. 其前又有二閘. 舟上繂絶. 又却而退. 再進得達. 其一亦不甚險也. 每遇閘. 必有惧心. 因作詩以自戒云.〉
長河沄沄千里奔. 閘口急流如倒盆. 拿舟欲上萬鈞重. 弱纜持檣相輕軒. 隨波却退又復進. 臨險慄慄飄神魂. 篙工叫呼人力盡. 倏然飛躍登龍門. 優游遠逝自可樂. 數里更此遭艱屯. 人心變化逐境異. 小忤慼慼順則欣. 惟危易溺甚於水. 要使戒惧常自存. 吾儒謾讀十六字. 到老不省終狂昏.
갑구閘口를 지나면서. 〈자주: 하를 파서 북으로 흐르게 하였는데 매번 땅이 경사져 배가 통하기 어려운 곳에 당도하면 반드시 돌을 쌓아 교량을 만들어 물을 뒤로 모아 아래로 쏟아서 배를 통행하게 하는 것을 ‘갑閘’이라 이르는데 그 입구가 좁아서 흐름이 빠르다. 임청현에도 갑이 셋이 있는데 그 중 둘은 하의 어귀에 있어 거리가 매우 가까우므로 언덕에 올라 걸어서 갈 수 있고 하나는 약간 멀어서 두 개의 줄을 이용하여 배를 끌어돌린다. 그러나 그리 빠르지는 않다. 밤에 동창부東彰府 숭무역崇武驛에 당도하니 역 앞에 한 갑이 있어 매우 험하여 배가 뒤로 물러나므로 세 개의 줄로써 인력을 다하여 겨우 올라 배를 갈아타고 출발하려 하는데 사공이 말하기를 “상류에 다시 일곱 개의 갑이 있어서 밤에는 지나갈 수 없다.” 한다. 그래서 부득이 유숙하고 이튿날 떠나 과연 다섯 군데의 갑을 지나가는데 그 중 두 곳이 더욱 험하여 언덕으로 올라서 지나왔다. 급기야 형문역荊門驛에 다다르니 그 앞에 또 두 개의 갑이 있어 배가 올라가자 줄이 끊기니 도로 퇴각되므로 두 번째 나가서 겨우 도달했고 그 하나는 과히 험하지 않았다. 매양 갑만 만나면 반드시 두려운 마음이 앞서므로 인해 시를 지어 스스로 경계하는 바다.〉
긴 하수 퀄퀄 흘러 천 리를 내달리니 / 長河沄沄千里奔
갑구라 급류는 물동일 거꾸로 쏟듯 / 閘口急流如倒盆
배를 끌어 올리자니 만 근이 무거워라 / 拿舟欲上萬鈞重
약한 놋줄 돛 붙잡아 앞 높고 뒤는 낮네 / 弱纜持檣相輊軒
물결 따라 물러났다 다시 또 앞지르니 / 隨波却退又復進
험한 곳 다다르자 사지 떨려 혼이 나네 / 臨險慓慓飄神魂
사공은 소리치며 인력을 다하더니 / 篙工叫呼人力盡
잠깐 사이 뛰넘어 용문을 올라섰네 / 倏然飛躍登龍門
유유히 떠나가며 흥을 돋우려니 / 優遊遠逝自可樂
두어 마장 지나가자 이 액을 또 만나누나 / 數里更此遭艱屯
인심의 변화란 지경 따라 달라지니 / 人心變化逐境異
거슬리면 근심하고 순하면 기뻐하네 / 小忤慼慼順則欣
위태로워 함익陷溺됨이 물보다도 더하니 / 惟危易溺甚於水
계신戒愼과 공구恐懼로 보존해야 하거든 / 要使戒懼常自存
선비들 부질없이 십육자만 읊으면서 / 吾儒謾讀十六字
늙도록 살피지 않아 끝내는 광狂이 되네 / 到老不省終狂昏
過安山湖 〈自注. 湖廣數十里. 其源自西而東. 下達濟南. 其支北爲淸河. 南引大河. 皆䟽鑿也. 余初疑河水本濁. 而北流稍淸. 盖河入此湖之南. 隨而東注. 湖水渟滀淵澄而北注. 其北流者. 湖而非河也. 湖之北有蓮洲. 洲心有碣. 岸有人家.〉
雨宿依涯渚. 風行泛渺茫. 蒲洲欣遇沐. 蓮浦愛吹香. 事往餘碑碣. 堤平接屋墻. 櫓搖收綵纜. 帆掛上危檣. 濟巨憑三老. 朝宗會萬方. 愧非專對學. 空賦遠遊章. 極目湖光濶. 回頭驛路長. 𩿨盟慚久負. 烏哺嘆遑將. 泛梗元無定. 恭乘自有鄕. 敀來聊卒歲. 朝夕奉高堂.
안산호安山湖를 지나면서. 〈자주: 호湖의 넓이는 수십 리인데 그 근원이 서로부터 동으로 내려와 제濟의 남으로 빠지며 그 지류는 북으로 청하淸河가 되고 남으로 대하大河를 끌었는데 다 소착疏鑿한 것이다. 나는 처음에 하수는 본래 흐린 것이 아닌가 의심했는데 북류北流는 약간 맑다. 대개 하수가 이 호의 남으로 들어가서 동으로 호에 쏟으므로 물이 모여 깊고 맑아져 북으로 쏟는다. 그래서 그 북류란 것은 호요 하가 아니다. 호의 북쪽에 연주蓮洲가 있고 주洲의 중심에는 갈碣이 있으며 언덕에는 인가가 있다.〉
물가를 의지하여 빗속에 자고 / 雨客依涯渚
아득히 배를 띄워 바람에 가네 / 風行泛渺茫
포주에 세수하니 기분이 좋고 / 浦洲欣遇沐
연포에 향기 풍겨 사랑스럽네 / 蓮蒲愛吹香
지나간 일은 비갈만 남아 있고 / 事往餘碑碣
평탄한 둑은 민가와 연대었네 / 堤平接屋墻
채색줄 거두어라 노저어 가자 / 櫓搖收綵纜
돛을 걸어라 아슬한 돛대 위로 / 帆掛上危檣
큰 바다 건너기는 삼로를 믿고 / 濟巨憑三老
천자를 뵙자고 사방이 모여 / 朝宗會萬方
전대를 못 배워서 부끄러울 뿐 / 愧非專對學
속절없이 원유부遠遊賦만 짓고 있다오 / 空賦遠遊章
안계 아스라하도록 호수는 넓고 / 極目湖光闊
고개를 돌리니 역로는 길어 / 回頭驛路長
구맹은 저버린 지 오래거니와 / 鷗盟慚久負
오포할 겨를 없음 한탄스럽네 / 烏哺嘆遑將
범경이란 일정한 곳이 없지만 / 泛梗元無定
공승이라 스스로 방향이 있네 / 恭乘自有鄕
돌아가면 한가로이 해를 마치며 / 歸來聊卒歲
아침저녁 부모님 모시고지고 / 朝夕奉高堂
入黃河 〈自注. 自湖達河十五里. 河口塡塞. 水淺舟難進. 水夫猶喜報云. 此水涸旬有餘日. 項者站船至此不得行. 別沽小船以進. 今幸有雨水生. 舟可達河. 及旣入河. 適有東風遡流西上. 舟行自疾. 夫過涸水得雨. 溯急流得風. 非有天助能然乎. 我國家事大之誠能感天地. 可信矣.〉
淺水行舟欲進難. 篙工猶喜雨增瀾. 推移得達黃河裡. 更快張帆溯汗漫.
三韓僻在海東堧. 事大誠心格上天. 夜雨洒添將涸水. 秋風吹送溯流船.
황하黃河로 들어가다. 〈자주: 호로부터 하에 도달하는 15리에는 하구河口가 꽉 막혀서 물이 얕으므로 배가 나아가기 어려운데 수부水夫는 오히려 기뻐하며 아뢰기를 “이 물이 말라붙은 지가 10여 일이어서 지난번에 참선站船이 이곳에 왔다가 나가지 못하고 특별히 작은 배를 세내어 갔었는데 지금은 다행히 비가 와서 물이 생겼으니 이 배로 하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급기야 하로 들어가자 마침 동풍이 불어서 물을 거슬러 서로 올라가니 배가 저절로 빠르게 가는 것이었다. 과히 마를 때 비를 만나고 급류를 거슬러 올라갈 때 바람을 만난 것은 하늘의 도움이 아니고서야 그럴 수 있었겠는가? 우리나라의 사대事大의 정성이 능히 천지를 감동시켰다는 것을 이로써 믿을 만하다.〉
얕은 물에 배가 뜨니 전진하기 어려운데 / 淺水行舟欲進難
비가 와서 물 불었다 사공은 기뻐하네 / 篙工猶喜雨增瀾
밀어 옮겨 마침내 황하로 돌어서자 / 推移得達黃何裏
한결 빨라 돛 펼치고 거슬러 올라가네 / 更怏張帆溯汗漫
삼한이 외떨어져 해동에 있지마는 / 三韓僻在海東堧
사대하는 성심은 하늘도 감동하네 / 事大誠心格上天
밤비가 내리어 마른 물이 불고 / 夜雨灑添將涸水
가을바람 거슬러 가는 배를 밀어주네 / 秋風吹送溯流船
黃河
舊聞黃河天上來. 今見濁浪連空開. 東流奔放疾於瀉. 飈馳電邁聲駈雷. 龍爭鼉吼振鬐鬣. 怒濤極目高崔嵬. 或如甲騎戰平陸. 刀搶奮擊何䧺哉. 東風吹帆 溯流上. 快若逸驥施鞭催. 小生遊燕歷齊魯. 欲賦遠遊慚非才. 自將胷中有豪氣. 俯視河水同看杯. 唯思禹功被萬世. 倚舷發嘯聲正哀.
황하黃河
황하는 천상에서 온다고 예전에 들었는데 / 舊聞黃河天上來
지금 보니 흐린 물결 공중에 연댔구나 / 今見濁浪運空開
동쪽으로 흘러흘러 물 쏟듯 빠르니 / 東流奔放疾於瀉
바람 날고 번개 치고 소리는 우레 같네 / 飈馳電邁聲驅雷
용타龍鼉가 울어대며 갈기를 떨치는데 / 龍爭鼉吼振鬐鬣
성난 파도 솟아올라 산처럼 우뚝하이 / 怒濤極目高崔嵬
철기鐵騎가 육지에서 어울려 싸우는 듯 / 或如甲騎戰平陸
칼과 창이 부딪쳐라 어이 그리 웅장한고 / 刀搶奮擊何雄哉
동풍이 돛을 불어 물 거슬러 올라가니 / 東風吹帆溯流上
채찍 맞은 준마인냥 몹시도 빠르구나 / 快若逸驥施鞭催
내 연燕을 구경하고 제로를 거쳤지만 / 小生遊燕歷齊魯
원유부를 짓자니 재주 없어 부끄럽네 / 欲賦遠遊慚非才
가슴속엔 저마다 호기를 지녔기에 / 自將胸中有豪氣
하수를 굽어보니 술잔 보기 마찬가지 / 俯視河水同看杯
우 임금 공덕이 만세를 덮었으니 / 惟思禹功被萬世
배에 기대 휘파람 불자 소리 정히 애처로와 / 倚舷發嘯聲正哀
過鄆城縣兩河口. 河南流. 以通于泗. 自此至淮安. 皆順水
搖櫓聲中欸乃歌. 輕舟南下捷如梭. 沿流自有悠然趣. 高倚船窓盡日哦.
운성현鄆城縣 양하구兩河口를 지나니 하를 파서 남으로 흘러 사수泗水로 통하게 되어 있다. 이로부터 회안淮安에 이르기까지는 다 순류順流이다.
노 젓는 소리 속에 애내곡欸乃曲 노래 소리 / 搖櫓聲中欸乃歌
남으로 가는 배 하도 빨라 북과 같네 / 輕舟南下捷如梭
순류로 내려가니 흥취가 유유하여 / 沿流自有悠然趣
뱃전에 기대어 종일토록 시 읊노라 / 高倚船窓盡日哦
過汶上縣關河驛. 又過濟寧州城南驛.
汶上乘舟落日斜. 櫓聲咿軋水生波. 夜深直過濟寧驛. 百里風煙知若何.
문상현汶上縣 관하역關河驛을 지나고 또 제령현濟寧縣 성남역城南驛을 지나다.
문상이라 배를 타니 지는 해 비끼었고 / 汶上乘舟落日斜
노 젓는 소리 나자 물결이 솟구치네 / 櫓聲咿軋水生波
밤이 깊어 곧장 제령역을 지나가니 / 夜深直過濟寧驛
백 리의 풍경은 모를레라 어떠한지 / 百里風烟知若何
過魚臺縣谷亭驛. 次船板詩韻.
河濱日出霧初收. 兩岸蘆花已是秋. 壯歲忽驚雙髩改. 遠遊方覺一身浮. 舟中覽物添詩興. 枕上思敀動旅愁. 處處繁華雖信美. 自非吾土賦登樓.
어대현魚臺縣 곡정역谷亭驛을 지나면서 선판의 시에 차운하다.
하수 가에 해 오르자 안개가 갓 걷히니 / 河濱日出霧初收
두 언덕 갈대꽃은 어느덧 가을일레 / 兩岸蘆花已是秋
장년에 갑자기 귀밑털이 변하다니 / 壯歲忽驚雙鬢改
멀리 온 나그네라 이 한 몸 떠가네 / 遠遊放覺日身浮
배 안에서 풍경 보면 시흥이 돋궈지고 / 舟中覽物添詩興
베개 위에 집 그리면 시름이 생긴다오 / 枕上思歸動旅愁
곳곳마다 번화로워 아름답긴 하지마는 / 處處繁華雖信美
내 고향이 아니라서 등루부登樓賦를 짓게 되네 / 自非吾土賦登樓
過沛縣泗亭驛 〈自注. 河支南注. 泗水西來. 會于沛城之東.〉
僻處箕封國. 嘗觀禹貢書. 今來過沛泗. 更得問靑徐. 溝洫玄圭後. 風雲赤幟初. 夏亡流水在. 劉蹶古宮餘. 橋市輕煙鎖. 船窓過雨踈. 悠悠思往事. 停棹爲躕躇.
패현沛縣 사정역泗亭驛을 지나면서. 〈자주: 하의 지류가 남으로 쏟고 사수泗水는 서쪽에서 와 패성沛城의 동쪽에 모인다.〉
외떨어진 기자의 나라라지만 / 僻處箕封國
일찍이 우공의 글을 보았지 / 嘗觀禹貢書
이번에 패수 사수를 지나가면서 / 今來過沛泗
다시금 청주 서주 찾게 되었네 / 更得問靑徐
구혁은 현규를 내린 뒤라면 / 溝洫玄圭後
풍운은 적치가 휘날린 처음 / 風雲赤幟初
하 나라 망하니 물만 흐르고 / 夏亡流水在
유씨는 패망하여 고궁만 남아 / 劉蹶古宮餘
저자터는 연기에 잠겨 있고 / 橋市輕煙鎖
선창에는 성긴 비 지나가누나 / 船窓過雨踈
유유한 지난 일들 생각하면서 / 悠悠思往事
노를 멎고 한참 동안 주저하노라 / 停棹爲躕躇
過徐州夾溝驛. 陰雨舟中述懷.
我行半天下. 與在一室同. 舟浮數千里. 溯沿河水中. 崖高波流下. 跬步望不通. 雖遭堤平處. 陰雨彌長空. 山川且莫覩. 况乃文物豊. 逢人欲有問. 語異難開聦. 相對各默默. 直是如盲聾. 所以志不展. 欝欝常在胷. 安得有羽翅. 飛上凌秋風. 周觀八極外. 敀來臨華嵩. 下視小天下. 一覽超鴻濛.
서주徐州 협구역夾構驛을 지나는데 음우陰雨가 내려 배안에서 소회를 쓰다.
내 걸음 천하의 반을 돌았지만 / 我行半天下
한 실내에 있는 것과 흥미는 같아 / 興在一室同
배로써 수천 리를 떠 다니자니 / 舟浮數千里
하수를 몇 번이고 오르내렸지 / 溯沿河水中
산비탈은 높고 물은 내리쏟으니 / 崖高波流下
한 걸음 밖을 내다보지 못했고 / 跬步望不通
비록 평탄한 곳을 만날 적에는 / 雖遭堤平處
음우가 공중에 가득 차 있어 / 陰雨彌長空
산천도 미처 보지 못했는데 / 山川且莫覩
더군다나 문물의 풍성함이랴 / 況乃文物豐
사람을 만날 때는 묻고 싶지만 / 逢人欲有問
말이 다르니 알아듣기 어려운 걸 / 語異難開聰
서로 대하면 각기 입을 다무니 / 相對各黙黙
귀머거리 소경이나 무어 다르랴 / 直是如盲聾
이 까닭에 품은 뜻을 펴지 못하니 / 所以志不展
답답증이 언제나 가슴에 찼네 / 鬱鬱常在胷
어찌하면 저 깃과 날개를 얻어 / 安得有羽翅
가을바람 타고 날아올라서 / 飛上凌秋風
팔극의 밖까지 구경 다하고 / 周觀八極外
돌아와 화숭에 다다르는 날 / 歸來臨華嵩
내리보고 천하를 작게 여기며 / 下視小天下
단번에 홍몽을 뛰어넘어볼까 / 一覽超鴻濛
過荊山店 〈自注. 在夾溝驛下三十里.〉
江上峰巒點點靑. 紅樓碧樹望如屛. 舟中獨唱漁家傲. 鷗鷺雙飛下晚汀.
형산점荊山店을 지나면서. 〈자주: 협구역夾溝驛 아래 30리에 있다.〉
강상의 뭇봉우리 점점이 푸르르고 / 江上峯巒點點靑
붉은 누각 파란 숲은 병풍처럼 바라뵈네 / 紅樓碧樹望如屛
배 안에서 홀로 어가오를 노래하니 / 舟中獨唱漁家傲
갈매기 쌍쌍으로 날아 물가에 내려앉네 / 鷗鷺雙飛下晩汀
夜雨. 泊徐州城下. 〈自注. 有二河會于城之西北隅. 一自北由夾溝而下. 一自西由汴梁而來. 其源皆出黃河.
風雨凄凄洒畫船. 夜深來泊古城邊. 曉窓忽覺還家夢. 萬里羈心更渺然.
밤비에 서주성徐州城 아래서 정박하다. 〈자주: 두 하수가 성의 서쪽 북쪽 모퉁이에서 모이는데 하나는 북으로부터 협구夾溝를 경유하여 내려가고, 하나는 서로부터 변량汴梁을 경유하여 오는데 그 근원은 모두 황하에서 나온다.〉
처량한 비바람 뱃전에 뿌리는데 / 風雨凄凄洒畫船
깊은 밤에 떠와서 옛 성 아래 정박하네 / 夜深來泊古城邊
새벽녘 갑자기 집에 가는 꿈을 깨니 / 曉窓忽覺還家夢
만 리 나그네 마음 다시 아득하이 / 萬里羈心更渺然
過房村驛 〈自注. 驛南有石灘二處. 謂之呂梁洪. 上灘因雨多水. 拿舟而下. 其下多大石尤險. 舟不得過. 登岸謁龍神廟有碑. 元翰林學士盧摯文也. 遆乘他舟以行. 南岸衆石磊磊出草間. 如放羣羊. 余初視以爲羊. 更視之石也. 水渚又多露石. 色皆靑. 嘗觀禹貢徐州之賦. 有泗濱浮磬. 吾意是古鑿磬處也.〉
夜雨浪浪河水生. 石灘容易泛舟行. 焚香拜謝龍神惠. 只諒勤王一片誠.
岸頭衆石似羣羊. 疑是初平舊牧場. 聞導泗濱浮磬出. 磷磷碧玉露河傍.
방촌역房村驛을 지나면서. 〈자주: 역 남쪽에 석탄石灘이 두 군데나 있는데 여량呂梁, 홍상洪上이라 이름한다. 탄灘이 비로 인해 물이 많아져서, 배를 끌고 내려가는데 그 아래는 큰 돌이 많아서 더욱 험하므로 더 나가지 못하고 언덕에 올라 용신묘龍神廟를 둘러보니, 비碑가 있는데 원元 나라 한림학사翰林學士 우지虞摯의 글이었다. 다른 배를 바꿔 타고 가는데 남쪽 언덕에 여러 돌이 쭝긋쭝긋하여 풀 사이로 솟았는데 마치 여러 염소를 풀어놓은 듯하여 나는 처음 보고서 염소로 여겼는데 다시 보니 돌이었다. 또 물가에 드러난 돌이 많은데 빛은 다 청색이었다. 일찍이 우공禹貢 서주徐州의 부賦를 본즉 “사수 가에는 뜨는 경석磬石이 있다. [泗濱浮磬]”는 구절이 있으니, 내 생각으로는 여기가 바로 옛날에 경석을 파낸 곳인 듯싶다.〉
간밤 비 줄줄 내려 하수가 불어나니 / 夜雨浪浪河水生
돌 여울에 배 띄워라 지나가기 쉽군 그래 / 石灘容易泛舟行
향불 피우고 용신에게 감사를 올리노니 / 焚香拜謝龍神惠
근왕하는 한 조각 정성 살피어 주옵소서 / 只諒勤王一片誠
언덕 위 뭇 돌은 양의 떼와 꼭 같기로 / 岸頭衆石似群羊
저 옛날 초평의 목장인가 했었다오 / 疑是初平舊牧場
사빈에 부경이 난다고 들었는데 / 聞道泗濱浮磬出
찬란한 푸른 옥이 하수가에 드러났군 / 磷磷碧玉露河傍
過邳州下邳驛. 泗水東流. 沂水北來. 至邳州城西而合.
迢迢殊方客. 汎汎中河舟. 鼓枻入淮泗. 萬里來浮游. 宛彼下邳縣. 會此沂水流. 渾然共無迹. 晝夜逝不休. 求懷捨瑟者. 胷次良悠悠. 從容得自適. 誠異赤與求. 伊人已云遠. 高風千古留. 乾坤雨初霽. 灝氣凝淸秋. 郊原庶物富. 巨細皆可收. 我生在僻陋. 夙昔歆嘉猷. 今欲趨闕里. 俯伏陳束脩. 詠敀舞雩下. 以寫 旅憂. 思之不易得. 佇仰頻回頭. 溪毛尙可薦. 此意空綢繆. 放歌扣舷歎. 商聲滿汀洲.
비주邳州 하비역下邳驛을 지나면서 보니 사수泗水는 동으로 흐르고 기수沂水는 북에서 와 비주성 서쪽에 이르러 합류하다.
멀고 먼 딴 나라 나그네로서 / 迢迢殊方客
하수라 중류에 배를 띠우고 / 汎汎中河舟
돛대를 두드리며 회수 사수로 들어가 / 鼓枻入淮泗
만 리를 두루 노닐다 왔소 / 萬里來浮游
조그마한 저 하비 고을을 보소 / 宛彼下邳縣
기수가 흘러흘러 여기 모이네 / 會此沂水流
이 물 저 물 합쳐서 흔적이 없이 / 渾然共無迹
밤낮으로 쉬지 않고 가기만 하네 / 晝夜逝不休
비파 놓고 일어선 분 생각해보니 / 永懷捨瑟者
가슴 속이 진실로 유유하구려 / 胷次良悠悠
조용히 자기 즐거움 터득했으니 / 從容得自適
공서적公西赤 염구冉求와는 다르고말고 / 誠異赤與求
사람은 이미 멀리 떠났다지만 / 伊人已云遠
풍류는 천 년이라 남아 있다오 / 高風千古留
천지에 비가 처음 깨끗이 개니 / 乾坤雨初霽
맑은 기운 엉겨서 완연한 가을 / 灝氣凝淸秋
한들엔 모든 물건 풍성도 하여 / 郊原庶物富
작으나 크나 다 수확이 있네 / 巨細皆可收
이 몸이 외진 땅에 살고 있지만 / 我生在僻陋
큰 도를 흠모한 적 오래었다오 / 夙昔歆嘉猷
지금 곧장 궐리로 달려를 가서 / 今欲趨闕里
속수를 올리고 인사드린 다음 / 俯伏陳束脩
무우에서 바람 쐬며 읊고 돌아와 / 詠歸舞雩下
나그네 시름을 쏟고 싶구려 / 以寫羈旅憂
생각일 뿐 이루어지기 쉽지 않으니 / 思之不易得
자주자주 고개 돌려 쳐다만 보네 / 佇仰頻回頭
계모도 제사에 올리는 거라 / 溪毛尙可薦
속절없이 이 뜻만 간절하거든 / 此意空綢繆
뱃전 치며 한탄하고 노래 부르니 / 放歌扣舷嘆
상성이 물가에 메아리치네 / 商聲滿汀洲
八月初一日. 夜過宿遷縣鍾吾驛.
海上三韓使. 河中八月槎. 星臨雲漢近. 地隔路岐賖. 遠泛身如梗. 頻搔鬂欲華. 夜深風露氣. 秋思滿天涯.
팔월 초하룻날 밤에 숙천현宿遷縣 종오역鍾吾驛을 지나면서
바다 위 삼한의 명命 받은 사신 / 海上三韓使
하수라 팔월사 옛일과 같네 / 河中八月槎
은하는 가까워라 별이 다달고 / 星臨雲漢近
기로岐路는 멀어라 땅이 간격해 / 地隔路岐賖
멀리 떠가니 몸은 장승과 같고 / 遠泛身如梗
생각 많아 귀밑이 희려고 하네 / 頻搔鬢欲華
밤이 깊어 바람 이슬 차가와지니 / 夜深風露氣
가을 맛이 하늘 가에 가득하구나 / 秋思滿天涯
過淸河口驛 〈自注. 泗自北淮自南. 至北驛前而合. 又其束十里. 大河經流. 自北而來合于淮. 水駃風逆. 拿舟而下.〉
浩浩三河口. 風濤怒拍天. 孤檣危自䙚. 輕纜弱難牽. 不欲凌波上. 唯思泊岸邊. 順流猶未易. 注目正茫然.
청하구역淸河口驛을 지나면서. 〈자주: 사수泗水는 북으로부터 오고 회수淮水는 남으로부터 와서 북역北驛 앞에 이르러 합류하며, 또 그 동쪽 10리 지점에 큰 하수가 직선으로 흘러 북으로부터 와서 회수와 합류하는데 수세가 빠르고 바람이 거슬러 불어 배를 끌고 내려가다.〉
삼하라 넘실넘실 그 입을 보니 / 浩浩三河口
성낸 파도 하늘을 치누나 / 風濤怒拍天
돛대는 아슬아슬 절로 휘고 / 孤檣危自裊
놋줄은 너무 약해 끌기 어렵네 / 輕纜弱難牽
물결을 앞질러 가려고 마오 / 不欲凌波上
언덕 가에 매어 둘 생각뿐일세 / 惟思泊岸邊
순류도 오히려 쉽지 않으니 / 順流猶未易
아무리 보아도 아득만 하이 / 注目正茫然
發淮陰驛 〈自注. 驛西築堤爲堰. 其兩邊各置機輪. 幹舟而轉. 以置開河之中. 謂之埧. 盖開河地高. 水不得通淮故也. 西有大和衛. 南有淮安府. 皆大城也.〉
城郭連䧺鎭. 舟車會要衝. 地平家滿岸. 江濶浪掀空. 轉艦機輪壯. 開河水驛通. 買羊酤美酒. 共醉櫓聲中.
회음역淮陰驛을 출발하면서. 〈자주: 역 서쪽에는 제방을 쌓아서 보[堰]를 만들고 그 양쪽 변두리에 각기 기륜機輪을 설치하여 배를 끌어돌리어 개하開河의 안으로 전이轉移시키는데 이것을 패垻라 이른다. 대개 개하가 지대가 높아서 물이 회淮로 통할 수 없는 때문이다. 서쪽에는 대화위大和衛가 있고 남쪽에는 회안부淮安府가 있는데 모두 큰 성이다.〉
성곽은 웅진과 잇대어 있고 / 城郭連雄鎭
배 수레는 요충에 모여드누나 / 舟車會要衝
땅이 골라 언덕엔 집이 가득하고 / 地平家滿岸
강이 넓어 물결은 허공에 솟네 / 江闊浪掀空
배 돌리는 기계바퀴 웅장도 하다 / 轉艦機輪壯
하문 열어 수역으로 통하는구만 / 開河水驛通
양을 사고 맛좋은 술을 받아서 / 買羊酤美酒
노 젓는 소리 속에 함께 취했네 / 共醉櫓聲中
過白馬范光二湖
日落湖光濶. 風生水氣凉. 浮雲相蕩漾. 遠樹自蒼茫. 遊歷誠堪託. 咨諏愧靡遑. 孤帆侵夜色. 獨坐見星芒.
백마白馬, 범광范光 두 호수를 지나면서.
해가 지니 호수빛 널리 퍼지고 / 日落湖光濶
바람 이니 물기운이 서늘하구나 / 風生水氣涼
뜬구름 어울려 넘실대는데 / 浮雲相蕩漾
먼 데 숲은 저절로 가물거리네 / 遠樹自蒼茫
구경놀이 진실로 자랑이지만 / 遊歷誠堪託
자문할 겨를 없어 부끄럽다오 / 咨諏愧靡遑
외로운 돛에 밤이 침노해 드니 / 孤帆侵夜色
홀로 앉아 별빛만 보노라 / 獨坐見星芒
過高郵州 〈自注. 前元至正甲午年間. 羣盜據有此城. 命丞相脫脫征之. 請兵於我. 我送精兵以助.〉
四面長河百雉城. 熊羆皆服我師精. 魚書狐火今安在. 漢帝龍興致大平.
고우주高郵州를 지나면서. 〈자주: 원元 나라 지정至正 갑오년 경에 뭇 도적이 이 성을 점거하고 있으므로 승상丞相 탈탈脫脫에게 명령하여 토벌하게 하자, 그는 우리에게 청병請兵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정병을 파견하여 도와주었다.〉
사면이 장하라 백치의 성 / 四面長河百雉城
우리 군사 날래다고 탄복을 했네 / 熊羆皆服我師精
어서 호화 지금은 어디에 있나 / 漁書狐火今安在
한 나라가 태평을 이룩했는데 / 漢帝龍興致太平
過儀眞縣 〈自注. 路逢本國宣州人李喜身. 自言從本國金義征進南巒. 克捷而還. 義今爲儀眞衛指揮. 喜身爲淮安衛百戶. 發向本衛.〉
路逢鄕士笑顏開. 見說王師萬里回. 自是天誅無敢抗. 只誇驍將海東來.
의진현儀眞縣을 지나면서. 〈자주: 노상에서 본국 선천宣川 사람 이희신李喜身을 만났는데, 그는 말하기를 “본국 사람 김의金義를 따라 남만南蠻을 정벌하여 승첩을 올리고 돌아와서 의는 지금 의진위儀眞衛 지휘가 되고, 희신은 회안위淮安衛 지휘가 되어 본 위로 향해가는 길이다.”고 한다.〉
길에서 반갑게도 고국 사람 만나보니 / 路逢鄕士笑顔開
만 리를 정벌하고 돌아왔다 말을 하네 / 見說王師萬里回
천벌 받는 도적이라 항거할 리 없지마는 / 自是天誅無敢抗
조선에서 명장 왔단 자랑만은 남겼구려 / 只誇驍將海東來
渡揚子江
海日開陰霧. 江風滿畫舡. 蕪城高樹外. 瓜浦片帆前. 隱隱山橫野. 茫茫水接天. 中流胷次豁. 四顧正悠然.
양자강揚子江을 건너면서.
바다 해 솟아 올라 안개 걷히고 / 海日開陰霧
강바람 가득 불어 배 안에 차네 / 江風滿畫船
높은 나무 저 밖이 무성이라 / 蕪城高樹外
조각돛 바로 앞은 과포 아닌가 / 瓜浦片帆前
아른아른 산은 들에 비끼어 있고 / 隱隱山橫野
아득아득 물은 하늘과 맞닿았네 / 茫茫水接天
중류로 떠나가자 가슴 열리니 / 中流胸次豁
사면을 돌아봐도 유연만 하네 / 四顧正悠然
宿龍江驛. 緣江石壁. 新構觀音殿. 石置屋. 半出空中.
地遠江流濶. 山圍石壁長. 庵開屛障畫. 檣束羽林槍. 自幸觀中國. 時還憶故鄕. 白雲橫海上. 滿目渺蒼蒼.
용강역龍江驛에서 유숙하는데 강을 누빈 석벽에다 새로 관음전觀音殿을 지어 돌을 파서 집을 들어 앉혀 반쯤 공중에 솟아나다.
땅이 멀어 강흐름도 넓어지는데 / 地遠江流濶
돌벽을 에워싸고 산세도 기네 / 山圍石壁長
병풍의 그림처럼 암자 열리고 / 庵開屛障畫
우림의 창대마냥 돛대 얽혔네 / 檣束羽林槍
중국을 구경함은 다행히지만 / 自幸觀中國
때로는 고향이 생각나는 걸 / 時還憶故鄕
흰 구름이 바다 위 비끼었으니 / 白雲橫海上
창창한 빛 눈에 가득해 / 滿目渺蒼蒼
奉天殿朝見後賜宴于會同舘
中夜金門闢. 千官玉珮齊. 軒墀仙仗集. 宮殿瑞雲低. 帝澤淪肌冾. 伶才奪眼迷. 賜筵那避酒. 兀兀醉如泥.
봉천전奉天殿에서 조현朝見한 뒤에 회동관會同館에서 잔치를 베풀어 주다.
한밤중에 금문이 열리더니만 / 中夜金門闢
일천 관원 옥패가 가지런하네 / 千官玉珮齊
댓돌에는 선장이 다 모여들고 / 軒墀仙仗集
궁전에는 서운이 나직하구나 / 宮殿瑞雲低
황제의 은택 함초롬히 뼈에 젖고 / 帝澤淪肌洽
광대놀음 재주 좋아 눈을 빼았네 / 伶才奪眼迷
내려주신 잔치에 술 마다 하리 / 賜筵那避酒
흥건히 취해라 이충泥蟲과 같네 / 兀兀醉如泥
謁文華殿
靑宮近在紫垣東. 玉色端臨寶案中. 四海謳歌心共戴. 萬年宗社本彌隆. 春光藹藹浮深殿. 日表明明照遠空. 誰識三韓傾嚮懇. 千秋申祝倍臣工.
문화전文華殿에서 배알하다.
청궁이 자원의 동쪽과 가까워 / 靑宮近在紫垣東
옥색 옷이 단정히 보안에 다달았네 / 玉色端臨寶案中
온누리 찬송 노래 마음으로 추대하니 / 四海謳歌心共戴
만 년이라 종묘사직 국본國本 더욱 융성하네 / 萬年宗社本彌隆
봄빛은 무르익어 깊은 궁에 떠오르고 / 春光藹藹浮深殿
해의 모습 밝고 밝아 먼 허공 비추누나 / 日表明明照遠空
뉘라 알리 삼한나라 경향이 간절하여 / 誰識三韓傾嚮懇
천추를 거듭 빌며 신하 구실 다 하는 줄 / 千秋申祝倍臣工
初八日. 進謝賜宴仍辭.
曉隨羣彥入金門. 咫尺天威望至尊. 風送爐烟香滿殿. 雲移仙仗日臨軒. 公堂賜宴恩難謝. 禁陛辭敀語更溫. 走出掖垣猶踧踖. 此心應是到家存.
초여드렛날 대궐에 나아가 사연賜宴에 사은하고 이어 하직을 고하다.
새벽에 뭇 선비 따라 금문으로 들어가 / 曉隨羣彦入金門
천위의 지척에서 지존을 뵙네 / 咫尺天威望至尊
향불 연기 바람에 날려 궁을 감돌고 / 風送爐烟香滿殿
선장에 구름 서려 해는 난간에 다달았네 / 雲移仙仗日臨軒
공당에 잔치 베푼 그 은혜도 감사한데 / 公堂賜宴恩難謝
금정禁庭의 작별 말씀 더우기 다사롭네 / 禁陛辭歸語更溫
액원을 벗어나도 걸음걸이 떨리기만 / 走出掖垣猶踧踖
이 마음 응당 집에 가도 남으리다 / 此心應是到家存
聞十國 〈自注: 秦,晉,燕,齊,楚,周,蜀,魯,湘,潭.〉 親王皆朝京師.
列爵分茅土. 仁親庇本支. 復行封建日. 斯有會同時. 麟趾周宗盛. 龍顏漢業煕. 小臣聞盛美. 歌詠載成詩.
십 개국의 친왕親王이 모두 경사에 조회왔다는 말을 듣고서. 〈자주: 진秦, 진晉, 연燕, 제齊, 초楚, 주周, 촉蜀, 노魯, 상湘, 담潭이다.〉
작위를 서열하여 모토 나누고 / 列爵分茅土
인친이라 등걸 가지 비호하누나 / 仁親庇本支
봉건의 날을 다시 실행하자니 / 復行封建日
여기서 회동의 때가 있구려 / 斯有會同時
인지라 주 나라 종족 성하고 / 麟趾周宗盛
용안이라 한 나라 업적 빛났네 / 龍顔漢業熙
소신이 아름다운 덕을 듣고서 / 小臣聞盛美
노래하고 읊조려 시를 이뤘소 / 歌詠載成詩
初九日. 朝在會同館. 欽聞駕幸穎國公傅友德之第問其疾.
聖主仁深禮大臣. 鑾輿問疾寵光新. 渾家厚荷生成德. 圖報唯應有粉身.
초아흐렛날 아침에 회동관會同館에 있으면서 어가가 영국공穎國公 부우덕傅友德의 집에 납시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는 그의 병을 위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성주님 사랑 깊어 대신을 예우하니 / 聖主仁深禮大臣
은총이 새로워라 친히 납셔 병을 묻네 / 鑾輿問疾寵光新
온 집안 생성의 덕을 후히 입었으니 / 渾家厚荷生成德
한 몸이 가루된들 보답이라 하오리까 / 圖報惟應有粉身
是日出宿龍江. 時帝以王年尙幼. 亦不許入朝.
海國朝宗志. 天皇字小仁. 流言空擾擾. 聖訓更諄諄. 出郭踰橋市. 登舟宿水濱. 紫金山漸遠. 却望首回頻. 〈自注. 紫金山. 古之鍾山. 今京城之鎭.〉
이날 용강龍江으로 나와 자는데 황제는 왕의 나이가 아직 어리다 하여 역시 입조入朝를 허락하지 아니하다.
바다 나라 조회하는 간절한 뜻은 / 海國朝宗志
황제의 사랑하는 인덕에서네 / 天皇字小仁
뜬소문 공연히 시끄러운데 / 流言空擾擾
임의 훈계 고분고분 더욱 더하네 / 聖訓更諄諄
성을 나와 저자의 다리를 넘고 / 出郭踰橋市
배에 올라 물가에서 잠을 잔다오 / 登舟宿水濱
자금산 차츰차츰 멀어져가니 / 紫金山漸遠
고개 돌려 자주자주 바라보누나 / 却望首回頻
〈자주: 자금산은 옛날의 종산鍾山인데 지금 경성의 진산鎭山이다.〉
儀眞舟上. 遇其衛鄭 郞只夕,金義二指揮. 立談而別. 〈自注. 二人皆本國人也. 郞只夕嘗在前元. 與崔濡等謀立本國庶孼爲王. 來侵邊境. 兵敗而足. 金義殺朝使蔡斌而逃. 皆投納哈出. 又從敀朝得爲指揮. 征蠻之役. 二人皆赴. 時義母在本國. 義問之無慼容.〉
邂逅河堤上. 鄕音尙自存. 髩華霜雪落. 身事雨雲翻. 萬里成勞敗. 三韓有故原. 立談猶問母. 曾是孝心敦.
의진현儀眞縣을 지나다가 배 위에서 그 위衛 정낭지석鄭郎只夕, 김의金義 두 지휘를 만나 서서 담화하고 작별하다. 〈자주: 두 사람은 다 본국 사람들이다. 낭지석郎只夕이 일찍이 원元 나라에 있으면서 최유崔濡 등과 본국의 서얼庶孽을 세워 왕으로 삼기를 꾀하고 변경을 침범해 왔다가 군사가 패하여 달아났으며 김의는 조사朝使 채빈蔡斌을 죽이고 도망가서 다 납합출納哈出에게 투항投降하였다. 그리고 또 귀조歸朝하여 지휘가 되어, 남만南蠻의 전역에 두 사람이 다 참전하였다. 이때 의의 모친이 본국에 있었는데 의의 물음에는 슬퍼하는 기색이 없었다.〉
하수의 언덕에서 우연히 만나 / 邂逅河堤上
말 들으니 내 고향 소리로구려 / 鄕音尙自存
귀밑머린 눈 서리 내려 덥히고 / 鬢華尙雪落
신세는 구름 되고 비도 되었네 / 身事雨雲翻
만 리라 실패만 맛보았는데 / 萬里成勞敗
삼한에는 고향이 있다고 하네 / 三韓有故原
그래도 모친의 소식 물으니 / 立談猶問母
일찍이 효심이 도탑던 게지 / 曾是孝心敦
重過高郵城
十里孤城廣野中. 六橋高似臥波虹. 輕舟直截千門過. 一水縱橫四面通.
재차 고우성高郵城을 지나면서
십 리라 외론 성은 넓은 들 복판인데 / 十里孤城廣野中
육교는 드높아 물에 누운 무지갤세 / 六橋高似臥波虹
가벼운 배 천문을 자르고 지나는데 / 輕舟直截千門過
한 물은 가로세로 사면을 통했구려 / 一水縱橫四面通
舟中細雨
閑倚船窓午睡餘. 一江秋雨碧踈踈. 綠蘋紅蓼汀洲靜. 安得披蓑坐釣魚.
배 안에서 가랑비를 만나다.
한가로이 배에 기대 낮잠을 자고나니 / 閒倚船窓午睡餘
온 강의 가을비 성글성글 푸르고야 / 一江秋雨碧踈踈
파란 마름 붉은 여뀌 고요한 저 물가에 / 綠蘋紅蓼汀洲靜
도롱이 입고 홀로 앉아 고기나 낚았으면 / 安得被蓑坐釣魚
漁父
浦口醒風滿客舟. 白頭翁在白鷗洲. 一江烟雨蓑衣裡. 笑殺征人老不休.
어부漁夫.
포구의 비린 바람 객의 배에 가득한데 / 浦口腥風滿客舟
머리 하얀 늙은이 갈매기와 함께 있네 / 白頭翁在白鷗洲
온 강의 안개비에 도롱옷을 적시는데 / 一江烟雨蓑衣裏
길손을 비웃어라 쉴 줄도 모른다고 / 笑殺征人老不休
淮陰驛阻風雨
古舘逢秋雨. 長江急晚風. 淹留敀路阻. 寥落客窓空. 懷土情無極. 登樓望欲窮. 河流緣底急. 日夜向天東.
회음역淮陰驛에서 비바람에 갇히다.
옛 사관에 가을비를 만나고 보니 / 古館逢秋雨
긴 강에 늦은 바람 억세게 부네 / 長江急晩風
돌아갈 길 막히니 머무를 밖에 / 淹留歸路阻
객창이 텅비어 고요도 하군 / 寥落客窓空
고향이 그리워라 정이 끝없고 / 懷土情無極
누각에 오른들 멀리 바라보리 / 登樓望欲窮
하류는 무슨 일로 저리 급한가 / 河流緣底急
밤낮을 동으로만 향해 가누나 / 日夜向天東
宿小金城驛
旅敀人稀秋夜淸. 碧天雲霽月華明. 悠悠枕上數敀路. 不寐屢聞長短更.
소금성역小金城驛에 자면서.
여관에 손 드물고 밤은 맑은데 / 旅館人稀秋夜淸
푸른 하늘 구름 걷혀 달조차 밝네 / 碧天雲霽月華明
베개맡에 유유히 갈 길 헤이니 / 悠悠枕上數歸路
길고 짧은 경루更漏만이 자주 들리네 / 不寐屢聞長短更
宿沐陽縣僮陽驛. 賦中秋月.
去年中秋翫月時. 緩舞妖歌行玉巵. 今年中秋客遠方. 明月淸風如故鄕. 故鄕今夜說遠客. 遠客孤吟憶疇昔. 人生百歲有哀樂. 月光兩地都照燭. 君不見公子華筵媚淸夜. 高歌起舞淸輝下. 又不見深閨思婦情悁悁. 金波照眼雙淚懸. 停杯對影亦風流. 欹枕不眠生旅愁. 自是所感有異別. 天上孤輪常皎㓗. 我今更欲一問之. 月有虧盈人別離. 破鏡三五當復完. 征夫幾日刀頭環. 白兔有藥空自擣. 姮娥孤栖今欲老. 安得刀圭使入唇. 朱顏不變長如春. 及當月圓人亦圓. 金尊相對俱歡然.
목양현沐陽縣 동양역僮陽驛에 자면서 중추월을 읊다.
지난 해 중추절 달 구경할 젠 / 去年中秋翫月時
노래 춤에 옥 술잔 오갔더니만 / 緩舞妖歌行玉巵
금년이라 중추절은 먼 곳 나그네 / 今年中秋客遠方
밝은 달 저만은 고향과 같아 / 明月淸風如故鄕
고향이라 오늘 밤엔 내 이야기 하련마는 / 故鄕今夜說遠客
외로이 읊는 나그네 지난 일을 생각하네 / 遠客孤吟憶疇昔
백 년의 인생은 애락이 반반이라 / 人生百歲有哀樂
달빛은 이 두 곳을 모두 다 비춰주네 / 月光兩地都照燭
그대는 못 보았나 공자의 잔치 자리
맑은 빛 내리비춰 / 君不見公子華筵媚淸夜
밤 깊도록 즐겨라 소리하고 춤추는 걸 / 高歌起舞淸輝下
또 못 보았나 규중의 아낙네 임 그리는 알뜰한 정 / 又不見深閨思婦淸悁悁
금파가 눈에 비쳐 눈물이 달리는걸 / 金波照眼雙淚懸
잔 멎고 그림자를 대해라 역시 풍류 / 停杯對影亦風流
베개 베도 잠못 드니 타향 시름 자아내네 / 欹枕不眼生旅愁
곳에 따라 느낌도 제 각기 다르지만 / 自是所感有異別
천상의 저 달만은 언제고 깨끗하네 / 天上孤輪常皎潔
나도 이제 다시 한 번 물어보련다 / 我今更欲一問之
달도 때론 기울고 사람도 이별 / 月有虧盈人別離
달이야 보름 되면 도로 차건만 / 破鏡三五當復完
떠난 임은 어느날 돌아올 건지 / 征夫幾日刀頭環
흰 토끼는 헛되이 약을 빻는데 / 白兔有藥空自擣
항아의 외로운 몸은 이제 늙었네 / 姮娥孤棲今欲老
어찌해야 도규를 입술에 넣어 / 安得刀圭使入唇
홍안紅顔이 변함없이 마냥 봄일꼬 / 朱顔不變長如春
달 둥굴 때 사람도 함께 둥글어 / 及當月圓人亦圓
금 술동이 마주 앉아 즐겨볼거나 / 金尊相對俱歡然
過興國驛
淮北辭舟楫. 齊東得路岐. 愧無題柱節. 將慰倚閭思. 野豁秋風遠. 天低落日遅. 郵亭望中過. 一一數堪知.
흥국역興國驛을 지나면서.
회수라 북쪽에서 배를 이별하고 / 淮北辭舟楫
제 나라 동쪽에서 길을 얻었네 / 齊東得路岐
제주의 절조 없어 부끄럽지만 / 愧無題柱節
의려의 생각을 위로하련다 / 將慰倚閭思
들 넓으니 바람도 따라서 멀고 / 野豁秋風遠
하늘 낮으니 지는 해도 더디네 / 天低落日遲
우정을 바라보며 지나왔으니 / 郵亭望中過
하나하나 헤어도 다 알겠구만 / 一一數堪知
過上林渡. 有老夫操舟.
秋郊雨足漲溪流. 楊柳陰中漾小舟. 多謝長年今白髮. 濟人南北不曾休.
상림도上林渡를 지나는데 노인이 배를 젓다.
들녘에 비가 많아 시냇물 넘실넘실 / 秋郊雨足漲溪流
능수버들 그늘 속에 작은 배 떠나가네 / 楊柳陰中漾小舟
머리 센 장년 어찌 그리 고마운지 / 多謝長年今白髮
남북 사람 건너주며 쉬지도 않는구려 / 濟人南北不曾休
十六夜. 宿上莊驛.
故鄕人未去. 今夜月仍圓. 旅宿那堪睡. 羈愁自可憐. 壁空燈影照. 樓暗鼓聲傳. 萬里身拘役. 敀途渺海堧.
십육 일 밤에 상장역上莊驛에서 자다.
사람은 고향엘 못 가는데도 / 故鄕人未去
오늘 밤 저 달은 마냥 둥글어 / 今夜月仍圓
나그네 잠인들 이루겠는가 / 旅宿那堪睡
떠도는 시름은 가련도 하이 / 羈愁自可憐
벽이 비어 등 그림자 비치고 / 壁空燈影照
누가 어둡자 북소리 들려오네 / 樓暗鼓聲傳
만 리라 몸이 역사에 얽매이니 / 萬里身拘役
돌아갈 길 아득하다 저 바다 동쪽 / 歸途渺海堧
宿付疃驛. 逢贊成事安公〈宗源〉,知密直皇甫公〈琳.〉 同宿而別. 〈自注. 安公進賀聖節. 皇甫公進賀千秋.〉
驛路將歸客. 天門慶會臣. 相逢千里道. 俱是一邦人. 談笑眞如夢. 分離各慘神. 何當鵠峰下. 重與洗行塵.
부동역付童驛에 묵으면서 찬성사 안공安公〈종원宗源〉 지밀직 황보공皇甫公〈임琳〉 과 만나 함께 묵고 작별하다. 〈자주: 안공은 성절聖節를 진하進賀하고 황보공은 천추절千秋節을 진하하는 길이었다.〉
역로라 고향에 가는 나그네 / 驛路將歸客
천문이라 경사에 모이는 사신 / 天門慶會臣
천 리 밖 길에서 서로 만나니 / 相逢千里道
모두가 한 나라 사람이로세 / 俱是一邦人
참으로 꿈만 같네 얘기와 웃음 / 談笑眞如夢
이별이라 제각기 마음이 슬퍼 / 分離各慘神
언제나 곡봉 아래 다시 만나서 / 何當鵠峯下
행진을 씻으며 함께 즐기리 / 重與洗行塵
宿桃林驛
客臥虛堂月正明. 凄涼風露欲三更. 忽驚枕上持環夢. 知有窓前擊拆聲. 萬里羈遊身尙健. 十年經術志無成. 嘐嘐不用嗟生晚. 自幸如今見太平.
도림역桃林驛에 자면서.
길손 누운 빈 당에 휘영청 달이 밝고 / 客臥虛堂月正明
처량한 바람 이슬 밤마저 삼경일레 / 凄涼風露欲三更
침상에 갑자기 지환몽을 깨어나니 / 忽驚枕上持環夢
알겠노라 창 앞에 목탁치는 소리로군 / 知有窓前擊柝聲
만 리를 떠돌아도 몸은 더욱 건장한데 / 萬里羈遊身尙健
십 년이라 경술은 뜻을 아직 못 이뤘네 / 十年經術志無成
옛사람 사모하는 후생이 슬프지만 / 嘐嘐不用嗟生晩
태평 세대 만나보니 스스로 다행인가 / 自幸如今見太平
宿諸城縣東關驛
海上平原廣. 城東古館深. 粉墻明繪色. 碧樹茂秋陰. 倦客思鄕念. 寒蟲繞砌音. 凄凄不成寐. 何處擣淸砧.
제성현諸城縣 동관역東關驛에 자면서.
해상이라 한벌은 넓기도 한데 / 海上平原廣
성 동쪽에 깊숙이 사관이 있네 / 城東古館深
흰 담장엔 그림 색이 환히 보이고 / 粉墻明繪色
푸른 숲은 가을에도 무성하구나 / 碧樹茂秋陰
게으른 나그네 고향 생각만 / 倦客思鄕念
섬돌을 감도는 철벌레 울음 / 寒虫繞砌音
너무도 처량하다 잠 못 이루니 / 凄凄不成寐
어디메서 옷 다듬는 다듬이 소리 / 何處擣淸砧
宿丘西驛
憩宿丘西客. 將敀海北人. 一心唯報主. 萬里更思親. 驛路加餐久. 鄕關入夢頻. 悠悠遊宦裡. 奔走馬蹄塵.
구서역丘西驛에 자면서.
구서에 묵어가는 이 나그네는 / 憩宿丘西客
해북으로 돌아갈 사람이라오 / 將歸海北人
임금님께 보답이란 일편단심뿐 / 一心唯報主
만 리라 어버이 생각 간절해 / 萬里更思親
역마 길 오래지만 밥도 잘 먹고 / 驛路加餐久
고향은 자주자주 꿈에 보이네 / 鄕關入夢頻
유유히 떠도는 벼슬살이라 / 悠悠遊宦裏
말 달리는 먼지 속에 분주할 밖에 / 奔走馬蹄塵
宿諸橋驛
王事駈馳不自休. 入朝天闕過萊州. 東峰日出扶桑曉. 北海風來碣石秋. 閭井一村桑欲落. 田原千畒稻初收. 幸今四域同文軌. 及壯何辭萬里遊.
제교역諸橋驛에 자면서.
나라 일로 치달리니 조금도 쉬질 않고 / 王事驅馳不自休
대궐에 조회해라 내주를 지나오네 / 入朝天闕過萊州
동봉에 해 솟으니 부상의 새벽이요 / 東峯日出扶桑曉
북해에 바람 이니 갈석산碣石山 가을일레 / 北海風來喝石秋
여정이라 한 마을 뽕잎은 다 시들고 / 閭井一村桑欲落
전원이라 천 이랑 추수도 시작되었군 / 田原千畝稻初收
다행히도 온누리 문궤를 같이 쓰니 / 幸今四域同文軌
만리를 마다하리 더욱이 장년인데 / 及壯何辭萬里遊
次圃隱鄭贊成韻
泰運逢何易. 周觀亦得難. 舟行徐兗地. 道過魯齊山. 海國敀期近. 郵亭醉夢殘. 遠遊償素志. 不用貴長閑.
포은圃隱 정찬성鄭贊成의 시에 차운하다.
태평의 운 만나기가 어찌 쉬우리 / 泰運逢何易
중국 땅 구경도 얻기 어려워 / 周觀亦得難
서주 연주 땅은 배로 다니고 / 舟行徐兗地
노제 지방 산들은 길로 지났네 / 道過魯齊山
고향에 돌아갈 날 가까워 오니 / 海國歸期近
우정에 취한 꿈도 낡아지는 걸 / 郵亭醉夢殘
먼 유람 숙원을 보상했으니 / 遠遊償素志
부질없는 한가함만 귀히 여기리 / 不用貴長閑
宿黃縣龍山驛. 逢欽差二人同飮.
長堤日落欲黃昏. 馬首東敀指縣門. 漠漠綠楊孤舘路. 離離紅棗幾家村. 山橫野外秋光秀. 海近城隅夜氣渾. 幸是相逢傾盖舊. 一燈談笑共壺尊.
황현黃縣 용산역龍山驛에 자면서 흠차欽差 두 사람을 만나 함께 술 마시다.
긴 뚝에 해 지니 황혼이 깃드는데 / 長堤日落欲黃昏
동으로 가는 말 머리 현문을 가리키네 / 馬首東歸指縣門
외로운 사관 앞 길엔 푸른 버들 아득아득 / 漠漠綠楊孤館路
몇 집의 산 마을엔 붉은 대추 주렁주렁 / 離離紅棗幾家村
들 밖의 비낀 뫼는 가을 빛이 빼어나고 / 山橫野外秋光秀
성은 바다 가까워 밤 기운이 흐리누나 / 海近城隅夜氣渾
다행히 서로 만나 초면이 구면이라 / 幸是相逢傾蓋舊
한 등불에 웃음 웃고 술 함께 나누다니 / 一燈談笑共壺尊
宿登州蓬萊驛. 詠懷古迹. 〈四絶〉
蕩蕩陶唐乃聖神. 授時賓日最勤民. 信知帝德如天大. 暘谷和均四海春.
祖龍鞭石竟無功. 誰見神山不死翁. 三十五年眞一瞥. 終敎鮑臭滿車中.
方士紛紛競騁邪. 漢皇何不鑑秦家. 武陵異日生秋草. 萬里空祠萬里沙. 〈自注. 萬里沙. 神名. 武帝求仙到登州. 祠之而還.〉
手脚生蛆衆力疲. 人心天命已離隋. 樓船百萬終安用. 薩水流尸自可悲.
등주登州 봉래역蓬萊驛에 자면서 고정古跡을 영회詠懷한 네 절구.
탕탕하신 요堯 임금 성신으로 / 蕩蕩陶唐乃聖神
수시 빈일 백성에게 부지런했네 / 授時賓日最勤民
진실로 그 덕이 하늘 같으니 / 信知帝德如天大
사해의 봄이 양곡에서 비롯했네 / 暘谷和均四海春
조룡의 편석도 공이 없어라 / 祖龍鞭石竟無功
죽지 않는 신선을 뉘 보았더뇨 / 誰見神山不死翁
삼십이라 오 년이 참으로 한 순간 / 三十五年眞一瞥
포어 썩는 냄만이 수레에 찼네 / 終敎鮑臭滿車中
방사들 사술 부려 시끄럽게 떠들지만 / 方士紛紛競騁邪
한황은 어찌 진 나라를 거울삼지 않았던고 / 漢皇何不鑑秦家
무릉이라 다른 날 가을 풀이 쓸쓸한데 / 武陵異日生秋草
만리라 부질없이 만리사로 제사했네 / 萬里空祠萬里沙
〈만리사는 시의 이름이다. 무제武帝가 신선을 찾아 등주登州에 갔다가 제사하고 돌아오다.〉
뭇 백성 팔다리에 구더기 이니 / 手脚生蛆衆力疲
인심 천명 수 나라를 벌써 떠났네 / 人心天命已離隋
백만 척 누선인들 어디다 쓰리 / 樓船百萬終安用
살수의 시체만이 슬플 뿐이지 / 薩水流尸自可悲
留蓬萊驛待風. 次壁上尹贊成韻.
鄕程連海北. 郵傳過山東. 寂寞空消日. 淹留致阻風. 馬蹄塵未拂. 鴈足信難通. 濟險當終吉. 操心要固窮.
봉래역에 머물러 바람을 기다리면서 벽상壁上의 윤찬성尹贊成 시에 차운하다.
고향 길 해북을 연대었기에 / 鄕程連海北
역마로 산동을 지나가노라 / 郵傳過山東
공연히 날 보내서 적막만 하다 / 寂寞空消日
바람에 막혀 묵고 있지 않나 / 淹留致阻風
말굽의 먼지를 어느 때 털지 / 馬蹄塵未拂
기러기 발엔 서신 전하기 어려워라 / 鴈足信難通
험한 데를 건너면 좋아지는 법 / 濟險當終吉
마음 잡고 궁해도 참아야 하네 / 操心要固窮
翌日又用前韻
旅泊秋將晚. 敀心日向東. 帷空憐缺月. 衣冷畏寒風. 遠地身方倦. 滄溟路不通. 蓬萊多羽客. 有力濟吾窮.
이튿날 또 앞의 운을 사용하다.
타항살이 가을도 저물어가니 / 旅泊秋將晩
가고픈 마음 날로 동쪽으로 향하네 / 歸心日向東
장막안은 텅비어 이지러진 달이 가엾고 / 帷空憐缺月
옷 엷으니 찬 바람이 두렵네 그려 / 衣冷畏寒風
먼 지역에 몸마저 게을러지고 / 遠地身方倦
한 바다라 길조차 통하질 않아 / 滄溟路不通
봉래산엔 신선이 많다 하니 / 蓬萊多羽客
힘 있거든 궁한 나를 좀 건네다오 / 有力濟吾窮
曉雨作
爲客八千里. 〈自注. 由本國抵北平朝京師. 還至登州八千里.〉 思親十二時. 羈愁難自遣. 秋氣復堪悲. 季子裘將敝. 楊朱淚欲垂. 不眠天又曉. 風雨颯凄其.
새벽 비에 짓다.
팔천 리 노정에 나그네 되니 / 爲客八千里
〈자주: 본국으로부터 북평北平에 당도하여 경사京師에 조회朝會하고 다시 등주登州에 이르니, 거리가 8천 리였다.〉
어버이 생각은 하루 열 두 때 / 思親十二時
타향 시름 견디기 어려운 건데 / 羈愁難自遣
가을 기운 더구나 슬프네그려 / 秋氣復堪悲
계자의 갖옷도 해져가고 / 季子裘將敝
양주의 눈물도 드리워지네 / 楊朱淚欲垂
잠 못 든 채 하늘은 또 새벽이라 / 不眠天又曉
비바람 으시시 처량도 하이 / 風雨颯凄其
紀地名詩三首. 淹滯之中數其經歷也.
北渡桑乾水. 南浮揚子江. 金陵朝萬國. 鍾阜鎭中邦. 齊魯宗親盛. 幽幷醜虜降. 三韓非化外. 松岳氣鴻庬.
雨暗沙門島. 風高碣石山. 燕鴻今已至. 遼鶴幾時還. 水接蓬瀛濶雲橫海岱閑. 扶蘇何處在. 夢繞紫霞間.
黃縣秋風晚. 靑州落日沈. 浿江敀路阻. 渤海客愁深. 方丈疑無有. 嗚呼吊古今. 隅夷東表地. 渺渺望鷄林.
지명地名을 기록한 시 세 수를 지었는데 머물러 있는 동안에 그 지나온 곳을 헤아린 것이다.
북으로 상간수를 건너도 보고 / 北渡桑乾水
남으로 양자강을 떠 갔더라오 / 南浮揚子江
모든 나라 금릉에 조회오는데 / 金陵朝萬國
종부는 중방을 진압한다네 / 鍾阜鎭中邦
제로라 종친들은 융성도 하여 / 齊魯宗親盛
유주 병주 오랑캐가 항복했다네 / 幽幷醜虜降
삼한도 치화治化의 밖이 아니라 / 三韓非化外
송악산 기세도 우람하네 / 松嶽氣鴻庬
비가 내려 자욱하다 저 사문도는 / 雨暗沙門島
바람은 드높아라 갈석산 보소 / 風高碣石山
연홍은 이제 하마 이르렀는데 / 燕鴻今已至
요학은 어느 때나 돌아올 건고 / 遼鶴幾時還
영주瀛州 봉래蓬萊 연대어 물은 넓고 / 水接蓬瀛濶
산과 바다 비끼어 구름 한가해 / 雲橫海岱閒
부소가 있던 곳은 어디더냐 / 扶蘇何處在
붉은 노을 사이로 꿈이 감돌리 / 夢繞紫霞間
황현에 가을이 저물어가고 / 黃縣秋風晩
청주에 지는 해 잠기었구려 / 靑州落日沈
패강으로 돌아가자니 길이 막히고 / 浿江歸路阻
발해라 나그네 시름이 깊네 / 渤海客愁深
방장산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 方丈疑無有
오호도嗚呼島여 예 이제를 조문하노라 / 嗚呼弔古今
우이는 동쪽 밖의 지역인지라 / 隅夷東表地
아득히 계림을 바라다 보네 / 渺渺望鷄林
登蓬萊閣
蓬萊古閣在高丘. 破礎頹垣野草秋. 徐市不還天渺渺. 安期難遇水悠悠. 鼉噴雪浪長風壯. 鼇戴神山灝氣浮. 秦漢到頭何事業. 白雲千載使人愁.
봉래각蓬萊閣에 올라서.
봉래각 옛집이 언덕 위 높이 있어 / 蓬萊古閣在高丘
깨진 주초 무너진 담 가을 풀에 묻히노니 / 破礎頹垣野草秋
서시는 아니온다 하늘이 아득한데 / 徐市不還天渺渺
안기를 만날세라 물만이 유유하이 / 安期難遇水悠悠
고래는 물결 뿜어 바람이 길게 일고 / 鼉噴雪浪長風壯
자라는 신산을 이고 맑은 기운 떠오르네 / 鼇戴神山灝氣浮
진황秦皇 한무漢武 마지막 사업은 무엇인고 / 秦漢到頭何事業
천 년이라 흰 구름 시름만 남겼구려 / 白雲千載使人愁
謁龍神廟
斷峰臨海閟宮深. 肅肅令人起敬心. 風送舟航祈必應. 日修香火祀時忱. 仁洪廣濟含溟渤. 利涉資生配大陰. 萬里朝宗今過此. 冀將神變到鷄林.
용신묘龍神廟를 배알하고서.
바다 접한 산 기슭에 비궁이 깊은데 / 斷峯臨海閟宮深
엄숙하여 사람에게 공경심을 일으키네 / 肅肅令人起敬心
빌면 꼭 응해 주어 바람이 배 보내니 / 風送舟航祈必應
제사에 정성드려 날마다 향 사르네 / 日修香火祀時忱
강제로 인仁이 넓어 한 바다를 머금고 / 仁洪廣濟含溟渤
자생에 이익 주어 태음과 짝을 짓네 / 利涉資生配太陰
만 리라 조회 길 오늘 이곳 지나가니 / 萬里朝宗今過此
신이 도와 탈없이 돌아가길 바랍니다 / 冀將神變到鷄林
九月初二日發船. 泊沙門島待風.
秋晨天氣佳. 和暖如春晷. 篙師乃發船. 海晏波不起. 來泊島嶼中. 祠宇肅淸閟. 利涉賴陰功. 默默心有冀. 沙邊數店小. 落日相投止. 同州五六人. 沽酒交歡醉. 澄明暮天晴. 空翠無涯涘. 敀心若懸旌. 搖搖待風至.
구월 초이튿날 발선하여 사문도에 정박하고 바람을 기다리면서.
새벽이라 천기가 하 아름다워 / 秋晨天氣佳
다사롭고 화창하다 봄 날씨 같네 / 和暖如春晷
사공님네 배를 띄워 떠나를 가니 / 篙師乃發船
바다는 고요하여 물결 안 이네 / 海晏波不起
사문도에 이르러 정박을 하니 / 來泊島嶼中
사당집 엄숙해라 맑고도 깊어 / 祠宇肅淸閟
잘 건너긴 신의 음덕에 달린 거라 / 利涉賴陰功
묵묵히 마음으로 기도드리네 / 黙黙心有冀
모랫가에 두어 집 주점이 있어 / 沙邊數店小
해 지자 모두 가서 투숙을 하네 / 落日相投止
고향이 서로 같은 사람 오륙 명 / 同州五六人
술 마시며 어울려 즐거운 얘기 / 沽酒交歡醉
물 맑고 저문 하늘 구름 걷히니 / 澄明暮天晴
한결같이 푸르러라 가이 없구려 / 空翠無涯涘
가고픈 마음 저 달린 깃발이 / 歸心若懸旌
흔들흔들 바람 오길 기다리는 듯 / 搖搖待風至
宿島上村家. 聞鄰婦夜哭. 盖倭入寇害其夫也.
海賊侵孤島. 空村氣慘然. 可怜夫殞命. 唯有婦呼天. 淸血沾雙袖. 哀聲徹九泉. 夜深聞愈切. 遠客爲無眠.
섬 안의 마을 집에 묵으면서 이웃 아낙네가 밤에 우는 것을 들으니 대개 왜적이 들어와 침략하여 그 남편을 살해한 때문이었다.
해적이 외로운 섬을 침략해 오니 / 海賊侵孤島
빈 마을 참담한 빛에 잠겼네 / 空村氣慘然
가련하다 지아비 목숨 잃으니 / 可憐夫殞命
아낙은 하늘에 부르짖을 뿐 / 惟有婦呼天
피눈물은 두 소매에 함초롬이 젖고 / 淸血沾雙袖
슬픈 소린 구천을 뚫고 드누나 / 哀聲徹九泉
깊은 밤에 들으니 더욱 처절해 / 夜深聞愈切
먼 나그네 갑자기 잠을 잃었네 / 遠客爲無眠
初三日. 曉有南風. 欲發船. 因一緫旗船未至. 留泊而待. 旣晚乃至. 其夜南風甚快. 又因緫旗舡未致祭. 遷延至初四日旣午乃祭. 風轉而西. 不得發船. 留宿舟中.
引逸天心顯. 遅違人事非. 得風空有喜. 越海却難敀. 漂泊經時節. 淹延送夕暉. 舟中高枕臥. 去住任神妃.
초사흗날 새벽에 남풍이 불므로 배를 출발하려다가 하나의 총기선總旗船이 당도하지 못해서 머물러 정박하고 기다렸다. 그 배가 저물어서야 당도하고 그날 밤에도 남풍이 심히 빨랐는데 또 총기선이 치제致祭를 못하므로 천연되었으며, 초나흗날 오후에 이르러서야 제를 마쳤는데 바람이 서풍으로 바뀌어 발선을 못하고 배 안에서 유숙하다.
안일로 인도함은 하느님 마음 / 引逸天心顯
머뭇거린 인사가 그른 거라오 / 遲違人事非
바람을 만났다고 기뻐만 했지 / 得風空有喜
바다를 넘어가긴 도로 어려워 / 越海却難歸
떠돌다가 시절 다 보내버리고 / 漂泊經時節
서성대다 석양이 가는 줄 몰라 / 淹延送夕暉
베개를 높이 베고 배 안에 누워 / 舟中高枕臥
거취를 신녀神女에게 맡겨 버렸네 / 去住任神妃
初四日二更. 得風發船.
九月南風夜又來. 海天空濶片帆開. 雲收北極星辰遠. 水接東溟島嶼回. 破浪早懷宗愨志. 乘桴誰取仲由材. 從今眼底難爲水. 小視眞堪似一盃.
초나흗날 이경二更에 바람을 얻어 배를 출발하면서.
구월이라 마파람 밤중에 불어오니 / 九月南風夜又來
바다 하늘 넓어서 조각돛 떠나가네 / 海天空闊片帆開
북극에 구름 걷혀 별들이 아스라하고 / 雲收北極星辰遠
동해로 물이 대어 도서를 감고 도네 / 水接東溟島嶼回
물결을 헤치려던 종각을 회상하고 / 破浪早懷宗慤志
떼 타려는 중유를 뉘라서 취재取材하리 / 乘桴誰取仲由材
이제부터 내 눈 밑엔 물이 되기 어려우니 / 從今眼底難爲水
잔 하나에 넘실대듯 작게만 보이는 걸 / 小視眞堪似一杯
過嗚呼島 〈自注. 俗謂之半洋山.〉
蒼蒼海中山. 萬古浮翠色. 觀者盡嗚呼. 爲吊田橫客. 一士足可王. 擾擾多五百. 天命已有敀. 人固難容力. 苟得小者侯. 猶可存宗祏. 如何却自裁. 以比經溝瀆. 死輕尙能堪. 義重寧屈辱. 田宗旣已亡. 烏止于誰屋. 欲報平生恩. 殉身是其職. 烈烈志士心. 永與雲水白. 至今有遺哀. 凜凜秋氣積. 山飛海亦枯. 忠憤無終極.
오호도嗚呼島를 지나면서. 〈자주: 세상에서 반양산半洋山이라 이른다.〉
창창한 저 바다 가운데 산을 보소 / 蒼蒼海中山
만고에 푸른 빛이 둥둥 떴다오 / 萬古浮翠色
보는 자는 저마다 슬퍼를 하며 / 觀者盡嗚呼
전횡의 손을 위해 조문하누나 / 爲弔田橫客
선비 하나 잘 얻으면 왕도 되는데 / 一士足可王
요란스레 오백이나 되었다니 원 / 擾擾多五百
천명이 갈 곳이 정해 있으니 / 天命已有歸
사람의 힘으로는 정히 어려워 / 人固難容力
진실로 작게나마 후만 얻어도 / 苟得小者侯
오히려 종묘 사직 보존할 텐데 / 猶可存宗祏
어찌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어 / 如何却自裁
구독에 목맨 자와 견주었는고 / 以比經溝瀆
죽음이란 경한 거라 생각되지만 / 死輕尙能堪
의는 중하니 어찌 저버릴쏜가 / 義重寧屈辱
전씨의 종족은 다 멸망했으니 / 田宗旣已亡
까마귀 누구의 집에 그칠는지 / 烏止干誰屋
평소의 은덕을 보답하자면 / 欲報平生恩
순신이 바로 그 직분이로세 / 殉身是其職
열렬한 지사의 마음을 보소 / 烈烈志士心
물 구름과 함께 길이 희고 희리다 / 永與雲水白
오늘에도 슬픔이 남아 있으니 / 至今有遺哀
늠름히 쌓여진 저 가을 기운 / 凜凜秋氣積
산이 날고 바다 다 마른다 해도 / 山飛海亦枯
충분은 그칠 날 없으오리다 / 忠憤無終極
初五日. 到旅順口. 風順不疾. 舟行甚安.
海入蒼山口. 波掀白石頭. 要津曾置驛. 曲浦可藏舟. 水共長天濶. 身兼一世浮. 順風帆自穩. 涉險不知憂.
초닷샛날 여순구旅順口에 당도하자 바람이 순하여 빠르지 않아서 주행이 매우 편안하다.
바다는 푸른 산 어귀에 들고 / 海入蒼山口
물결은 흰 돌 위로 높이 날리네 / 波掀白石頭
요진이라 일찍이 역을 두었고 / 要津曾置驛
곡포라 배들을 숨길 만하니 / 曲浦可藏舟
물은 하늘과 함께 활짝 열리고 / 水共長天闊
세상과 아울러 몸도 떴다오 / 身兼一世浮
순풍이라 돛도 절로 차분해지니 / 順風帆自穩
험한 길 건너지만 근심을 몰라 / 涉險不知憂
宿木場驛紀事〈四絶〉
客從海南至. 還望海北雲. 始知一山外. 海水隨處分.
窓來北海風. 門到南山雲. 風吹山雲散. 蒼翠增一分.
客行萬里道. 日夕望白雲. 人與白雲似. 飄飄南北分.
冥冥夜來雨. 漠漠秋空雲. 雨雲入夢散. 惆悵嘉期分.
목장역木場驛에 자면서 기사紀事한 절구 네 수를 짓다.
바다 저 남쪽에서 오는 나그네 / 客從海南至
바다 북쪽 구름을 바라보누나 / 還望海北雲
이제야 알겠군 한 산 밖에는 / 始知一山外
바다 물이 곳에 따라 갈라지는 걸 / 海水隨處分
창에는 북녘 바다 바람이 오고 / 窓來北海風
문에는 남쪽 산 구름이 오네 / 門到南山雲
바람이 불자 산 구름 흩어지니 / 風吹山雲散
푸른 빛이 일분쯤 더 불어나네 / 蒼翠增一分
나그네 만릿길을 떠나 가자니 / 客行萬里道
밤낮으로 흰 구름만 바라본다오 / 日夕望白雲
사람도 흰 구름과 그리도 같나 / 人與白雲似
훨훨 날아 남북으로 갈라지는 걸 / 飄飄南北分
깜깜하게 몰아오는 밤비라면 / 冥冥夜來雨
아득아득 가을 하늘 구름이로세 / 漠漠秋空雲
비구름 꿈에 들어 흩어를 지니 / 雨雲入夢散
서글퍼라 좋은 기약 나눠지누나 / 惆悵嘉期分
雨中過金州途中作
海畔靑山草樹秋. 蕭蕭寒雨滿氊裘. 荒凉野路行人斷. 駈馬東歸不自休.
우중에 금주金州를 지나면서 도중에서 짓다.
바닷가 푸른 산엔 가을 짙은 풀과 나무 / 海畔靑山草樹秋
찬 비는 우수우수 털갖옷을 적시누나 / 蕭蕭寒雨滿氈裘
황량한 들길에 인적이 끊겼는데 / 荒涼野路行人斷
동쪽으로 말 달려가 쉴 틈이 어디 있어 / 驅馬東歸不自休
夜到孛蘭店驛
雨止雲猶密. 天昏夜向深. 人從泥上去. 蟲在草間吟. 淅淅風吹帽. 凄凄露入襟. 遠投孤舘裡. 一路暗難尋.
밤에 패란점역孛蘭店驛에 당도하다.
비 그쳐도 구름은 꽉 들이치고 / 雨止雲猶密
하늘 어두워라 밤은 깊어지누나 / 天昏夜向深
사람은 진 땅을 밟고 가는데 / 人從泥上去
벌레는 풀 새에서 읊조리는군 / 虫在草間吟
싸늘타 바람은 모자에 불고 / 淅淅風吹帽
으시시 이슬은 옷깃 스미네 / 凄凄露入襟
멀리 와 사관에 투숙을 하니 / 遠投孤館裏
한 길이 까마득 찾기 어려워 / 一路暗難尋
留孛蘭店驛. 無馬也.
久客思鄕敀意忙. 出門無馬又彷徨. 天邊殘照日將暮. 海上高風秋自凉. 那堪異域對搖落. 獨向愁時歌慨慷. 東望羣山更怊悵. 安得六翮如雲長.
말이 없어서 패란점역에 머물다.
나그네 고향 생각 어서 빨리 가야 할 텐데 / 久客思鄕歸意忙
문을 나서니 말이 없어 또다시 방황하네 / 出門無馬又彷徨
하늘가 낡은 노을 해조차 저무는데 / 天邊殘照日將暮
바다 위 거센 바람 가을이 서늘쿠나 / 海上高風秋自涼
어찌하리 이역에서 요락을 만나다니 / 那堪異域對搖落
홀로 시름할 땐 노래도 강개커든 / 獨向愁時歌慨慷
동쪽 산을 바라보니 마음 다시 서글프다 / 東望群山更怊悵
어찌하면 구름 같은 긴 날개를 얻어오지 / 安得六翮如雲長
初九日. 出車一兩. 曉發孛蘭. 夫剝. 九月之卦也. 有君子得輿之象. 今吾儕以重九得車. 復而將泰之吉兆也. 喜而志之.
九月陽欲剝. 君子方得輿. 來復泰將至. 彙征終有譽.
초아흐렛날 수레 한 채를 내어 새벽에 출발하다. 무릇 박괘剝卦는 구월의 괘로 군자가 득여得輿하는 상이 있는데 지금 우리가 중구일重九日에 수레를 얻었으니 복復이 장차 태泰가 되는 길조吉兆이다. 기뻐서 기록하는 바이다.
구월이라 양이 다 박剝하려는데 / 九月陽欲剝
군자가 바야흐로 득여하였네 / 君子方得輿
복이 오고 태도 장차 오게 되리니 / 來復泰將至
휘정이라 기림이 꼭 있고말고 / 彙征終有譽
宿麻河鋪. 車遅不及復州驛也.
日落客程遙. 野風吹淅瀝. 十夫挽一車. 艱重如轉石. 寸步不能移. 敀心徒自迫. 憩宿路傍鋪. 寒蟲助悽惻.
수레가 더디어 복주역復州驛에 미치지 못한 까닭에 마하포麻河鋪에 자다.
해는 지고 나그네 길조차 먼데 / 日落客程遙
들바람이 으시시 불어를 오네 / 野風吹淅瀝
열 사람이 수레 하나 당기는데도 / 十夫挽一車
무겁고 어려워서 돌 굴리듯이 / 艱重如轉石
한 발자국도 잘 옮기질 못하는데 / 寸步不能移
가고픈 마음만이 바빠지누나 / 歸心徒自迫
길가의 점포에서 밤을 나자니 / 憩宿路傍鋪
찬 벌레 내 슬픔을 돋구어주네 / 寒虫助悽惻
早發過復州驛. 舍車得馬.
孤館候天明. 駈車客又征. 風高秋草老. 霜重敝裘輕. 輾轉踰平陸. 招搖過古城. 還能乘馬出. 自幸不徒行.
일찌감치 출발하여 복주역을 지나면서 수레를 버리고 말을 얻다.
의론 사관에 날 밝기를 기다려서 / 孤館候天明
수레 몰고 나그네 길을 떠나네 / 驅車客又征
가을이라 바람 높아 풀은 시들고 / 風高秋草老
엷은 옷이 무거워라 서리가 쌓여 / 霜重敝裘輕
구르고 또 굴러 평륙으로 넘어서자 / 輾轉踰平陸
허세를 부리며 고성에 왔네 / 招搖過古城
도리어 말을 얻어 타고 나오니 / 還能乘馬出
도행 않는 이것만이 다행이로세 / 自幸不徒行
宿盖州驛
郵亭寒夜長. 孤客耿無夢. 鴈過旅情多. 鷄鳴敀意動. 功名徒自勞. 經術終底用. 歲晏芳樹凋. 良辰誰與共.
개주역蓋州驛에 자면서.
우정이라 가을 밤 하도나 길어 / 郵亭寒夜長
나그네 잠 못 드니 꿈인들 꾸리 / 孤客耿無夢
기러기 지나가니 객회가 많고 / 雁過旅情多
닭이 우니 고향 생각 설레이누나 / 鷄鳴歸意動
공명이란 언제고 수고로울 뿐 / 功名徒自勞
경술은 마침내 어디 쓸 건고 / 經術終底用
해 늦어 방수도 다 이우러가니 / 歲晏芳樹凋
좋은 철에 뉘랑 함께 노닌단 말가 / 良辰誰與共
重過鞍山驛
雀噪空庭日似春. 一盃眞可洗行塵. 客遊萬里無相識. 今日欣逢舊館人.
재차 안산현鞍山縣을 지나면서.
빈 뜰에 새 우짖고 날씨도 봄 같으니 / 雀噪空庭日似春
한 잔 술 참으로 행진을 씻겠구만 / 一杯眞可洗行塵
만 리라 나그네 길 아는 친구 없었는데 / 客遊萬里無相識
오늘에야 반갑게도 옛 주인 만났다오 / 今日欣逢舊館人
題隱微堂卷 〈自注. 隱微, 春暉, 壽慶. 三堂皆遼東舘夫之自扁也.〉
愼獨工夫在隱微. 須將誠敬暫無違. 靜時常着操存要. 動處先觀善惡幾. 幽顯自來非異致. 聖賢終是可同敀. 子思喫緊爲人意. 位育中和只一機.
은미당隱微堂 권卷에 제하다. 〈자주: 은미, 춘휘春暉, 수경壽慶 세 당堂은 다 요동遼東 관부館夫가 스스로 편액扁額한 것이다.〉
신독의 공부는 은미한 데 있는 거라 / 愼獨工夫在隱微
잠깐도 어김없이 성경을 가져야 해 / 須將誠敬暫無違
고요할 땐 조존의 요결要訣에 힘을 쓰고 / 靜時常着操存要
움직일 땐 선악의 기미를 살펴보소 / 動處先觀善惡幾
어둔 데나 밝은 데나 이치는 마찬가지 / 幽顯自來非異致
성현과 마침내는 함께 가게 되는 걸세 / 聖賢終是可同歸
자사가 사람을 위해 힘을 다한 뜻은 / 子思喫緊爲人意
중화와 위육이 한 틀일 따름일세 / 位育中和只一機
春暉堂
高堂縹渺白雲橫. 遊子思親每悵情. 自愧匪莪蒙覆育. 難將寸草報生成. 春暉常燠手中線. 曉雪新添頭上莖. 敀慰倚門應未遠. 皇天必感孝思誠.
춘휘당春暉堂
고당이 아득아득 흰 구름 비끼어라 / 高堂縹緲白雲橫
나그네 부모 생각 언제나 마음 아파 / 遊子思親每悵情
비아로서 양육 입어 스스로 부끄럽소 / 自愧匪莪蒙覆育
촌초인들 생성을 보답한다 하오리까 / 難將寸草報生成
지어 주신 의복은 봄 빛 항상 따뜻한데 / 春暉常燠手中線
머리 뒤엔 어느덧 눈 흔적이 비치다니 / 曉雪新添頭上莖
의문을 위로할 날 멀지가 않고말고 / 歸慰倚門應未遠
하느님이 반드시 효성에 느낄 건데 / 皇天必感孝思誠
壽慶堂
黃崗杳杳天一方. 中有孫家壽慶堂. 早歲趨庭已聞禮. 如今陟屺頻沾裳. 俱存無故樂斯在. 靡盬不遑愁更長. 心祈遐筭松椿壽. 手展新圖桑梓鄕. 晨昏每嘆旨甘缺. 頃刻何嘗思慕忘. 可怜孝懇格天地. 終得榮養辭戒行. 君不見三韓亦有具慶者. 萬里來遊歸意忙. 看君此圖倍惆悵. 不暇悲君還自傷.
수경당壽慶堂
황강은 아득아득 저 하늘 한 쪽이라 / 黃岡杳杳天一方
손씨 집 수경당이 그곳에 있다 하네 / 中有孫家壽慶堂
조년에 추정하여 예도 진작 들었는데 / 早歲趨庭已聞禮
이제와선 척기라 눈물 〈자주 옷에 젖어 / 如今陟屺頻沾裳
부모 구존 형제 무고 낙이야 있지마는 / 俱存無故樂斯在
나라 일로 겨를 없어 시름 다시 길다오 / 靡盬不遑愁更長
송춘 같은 천년 수를 마음으로 기도하며 / 心祈遐算松椿壽
새로 그린 상재도桑梓圖 한 폭을 손수 펴네 / 手展新圖桑梓鄕
아침저녁 감지甘旨를 못 올려 늘 한탄이라 / 晨昏每歎旨甘缺
사모하는 생각 어찌 경각인들 잊을쏜가 / 頃刻何嘗思慕忘
가련타 그 효성 천지를 감격하여 / 可憐孝懇格天地
사직하고 돌아가 봉양길 얻었구려 / 終得榮養辭戒行
그대는 못 보았나
삼한에도 부모를 봉양하는 자가 있어 / 君不見三韓亦有具慶者
만 리를 떠나오니 갈 마음이 바쁘단 걸 / 萬里來遊歸意忙
그대의 이 그림 보자 애달픔 배나 더해 / 看君此圖倍惆悵
그대를 슬퍼할세라 도로 내가 슬퍼 / 不暇悲君還自傷
發遼東宿鐵場村. 自此至都羅里. 所居之人皆本國流民也.
時節方搖落. 客行今欲旋. 北風吹塞上. 西日轉山前. 澗道明紅葉. 村家暗碧烟. 居民皆我俗. 象譯不須傳.
요동을 출발하여 철장촌鐵場村에서 자다. 여기서부터 도라리都羅里까지는 사는 사람들이 모두 본국의 유민이다.
우수수 나뭇잎 지는 시절이라 / 時節方搖落
길손도 이제는 돌아가련다 / 客行今欲旋
북풍은 변새 위서 불어를 오고 / 北風吹塞上
서쪽 해는 산 앞으로 굴러가누나 / 西日轉山前
시냇길엔 단풍잎이 환히 비치고 / 澗道明紅葉
마을 집엔 파란 연기 자욱하여라 / 村家暗碧烟
사는 백성 우리 풍속과 꼭 같으니 / 居民皆我俗
새삼스레 통역 두어 무엇 하리오 / 象譯不須傳
過鴨綠江
遠遊塞北與天南. 今日沙頭又係驂. 鶴野晚山靑似黛. 鴨江秋水碧於藍. 故鄕屢入客中夢. 異域終敀醉後談. 喜聽庭闈消息好. 不辭杯杓已沈酣.
압록강을 지나면서.
북녘 변새 남녘 하늘 두루두루 구경하고 / 遠遊塞北與天南
오늘은 모래톱에 또 말을 매었다오 / 今日沙頭又係驂
학야라 저문 산은 푸르러 눈썹 같고 / 鶴野晩山靑似黛
압록강 가을 물은 쪽보다 더 진하이 / 鴨江秋水碧於藍
나그네 꿈에는 고향이 〈자주 들고 / 故鄕屢入客中夢
이역의 풍경은 돌아가면 얘기거리 / 異城終歸醉後談
부모님 안후 소식 반갑게 들었으니 / 喜聽庭闈消息好
술 마시길 사양하리 하마 실컷 취했다네 / 不辭杯酌已沈酣
過鐵州. 聞知州妻死節. 盖倭入寇. 獲知州之妻. 其妻自投于水. 賊共援之. 敬嘆不敢近. 購以金贖. 知州貸人白金而贖. 避之他所. 又爲賊所擒. 無金莫贖. 妻不屈節遇害.
海賊侵凌數. 邊兵備禦踈. 貞娥不屈節. 過客空增歔. 投水生何惜. 無金慟有餘. 誰編烈女傳. 英烈足褒書.
철주鐵州를 지나다가 지주知州의 아내가 절사節死했다는 말을 들었다. 왜적이 침략해 들어와 지주의 아내가 사로잡혔는데, 강물에 몸을 던지니 왜적들이 건져내고 공경하고 탄복하면서 감히 접근을 못하고 돈으로써 데려가라고 하자 지주가 사람에게 백금白金을 꾸어서 주고 데려와 다른 곳으로 피신시켰다. 그런데 또 적에게 사로잡히자 금이 없어 데려 오지 못하니 아내는 절개를 굽히지 않다가 마침내 살해당하였다.
바다도적 자주자주 침범하는데 / 海賊侵凌數
변방 군사 방어가 허술했구려 / 邊兵備禦踈
정녀가 절개를 어찌 굽히리 / 貞娥不屈節
길손이 속절없이 한숨 더하네 / 過客空增歔
목숨 어찌 아끼리 물에 던져라 / 投水生何惜
돈 없으니 슬픔만 남기었구려 / 無金慟有餘
어느 뉘 열녀전을 편찬할 건고 / 誰編烈女傳
이야말로 추앙하여 써 둘 만한데 / 英烈足褒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