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지난번 에피소드에 이어서 계속 말씀드리죠.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한테 뭔가 말을 하긴 했는데 그 정확한 워딩이 한국은 실제로 중국의 번속국이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은 실제로 중국 땅의 일부였다고 했던 것인지 둘 중에서 어떤 말을 했을 가능성이 더 높을까요?
그런데 앞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번속국이라는 용어는 현재는 잘 쓰이지 않는 아주 전문적인 역사 용어죠. 그리고 정치 체제와 문화가 다른 대통령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어려운 전문적인 역사 용어를 사용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봐야죠.
그러면 중국땅의 일부라고 하는 표현은 그 사용 빈도가 어느 정도 될까요? 놀랍게도 한국이 중국땅의 일부라는 표현은 거의 상식처럼 중국 내부에서 사용하는 문구입니다. 상식처럼이 아니라 상식입니다.
제가 지난 시간에 중화국치지도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서 중국의 volksgeist, 민족정신. 그리고 중국의 zeitgeist, 시대정신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죠.
민족정신은 춘추대의 중에서도 존화양이, 중국을 존중하고 오랑캐를 물리친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시대정신은 기연파경, 약한 자를 업신여기고 강한 자를 두려워한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민족정신과 시대정신 속에서 현대에 들어서 중국의 역사학을 주도했던 두 분의 인물이 있죠.
한 분이 고힐강 선생이고 다른 한 분은 고힐강 선생의 제자인 담기양 선생이죠. 이 두 분이 한국은 중국땅의 일부라고 하는 상식을 만들어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죠. 여러 가지 관련 자료는 많습니다만 두 분이 썼던 책 또는 지도집에 대해서 약 세 가지 정도 인용을 하겠습니다.
그 첫 번째는 1923년도에 고힐강 선생께서 쓰신 초등학교 중학교용 교과서 중에서 《본국사》, 중국 역사책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1955년도에 고힐강 선생과 담기양 선생께서 같이 편찬한 《중국역사지도집: 고대사 부분》이라는 책입니다.
그다음은 그 유명한 1982년도에 담기양 선생이 주필을 해서 만들어진 《중국역사지도집》입니다.
그중에서 첫 번째 교과서는 초등학생, 중학생들한테 가르치던 책이기 때문에 지나인들한테 아주 어릴 적부터 큰 영향을 끼친 책이죠.
그다음에 1955년도 지도집은 고힐강 선생과 담기양 선생이 같이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고힐강 선생의 사상, 철학, 역사관 모든 것이 담기양 선생한테 넘어갔다고 봐야죠.
그리고 1982년도에 나온 담기양 선생이 주필하신 《중국역사지도집》은 현대 중국의 역사지도를 대표하는 거의 유일한 저작입니다. 평판이 대단하죠.
중국 내부의 평가를 볼까요? 8권으로 구성된 《중국역사지도집》은 중국의 최근 100년 이래 가장 완벽하게 작성된 역사지도이며 중국에서 그려진 역대의 지도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성과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다음에 공석구 선생께서 쓰신 논문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제작에서 출판까지 국가적인 역량을 기울여 30년 가까운 세월 만에 완성된 《중국역사지도집》의 발간은 당시 중국 학계의 역량을 보여준 획기적인 업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쓰고 있죠.
저는 중국 내부에서 평가나 우리나라에서 평가에 대해서 절대로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다른 에피소드에서 아주 자세하게 설명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만 정말 의도적으로 악랄한 방법을 동원을 해서 역사 조작을 했고 특히 우리 한민족과 관련되는 국경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마음을 먹고 악랄하게 역사 조작을 해놓았습니다.
이 두 분에 대한 평가가 아주 다양하게 나옵니다만 두 분은 완유, 완고한 유학자입니다. 어린 시절 초기에는 학문의 진실을 찾아서 결기를 보인 적도 있습니다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철저하게 춘추대의의 뜻을 따르죠.
하나씩 보겠습니다. 먼저 1923년도에 출간된 교과서입니다.
고힐강 선생과 왕종기 선생의 공저인데요. 제목은 《현대초중교과서본국사》입니다.
상권 표지고, 하권 표지죠.
앞쪽에 보면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몇 개의 종이 중국 역사를 구성하는가? 여기에서 종은 종족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어느 종족이 주요 구성원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집니다.
그러면 스스로 답변을 하죠. 이 두 질문에 대해서 우리들(지나족)은 역대 내려온 역사서들 속에서 다음과 같은 간단한 답을 내릴 수 있다. 중국 역사를 구성하는 민족은 화, 묘, 동호, 몽골, 돌궐, 티베트, 한의 7개 종족이다. 여기서 한[韓], 한족[韓族]이라 함은 중국의 한족[漢族]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한민족[韓民族]을 말하는 것이죠.
칠족[七族] 가운데에서 바로 화족이 주요 구성원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칠족이 동일한 기원을 갖고 있는지, 현지에서 살아왔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왔는지에 대해서는 이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쓰고 있습니다.
이 논리가 이해가 가십니까? 이 논리를 다시 정리하면, 지나족 역대 대대로 내려오는 역사책에 7개의 종족 이름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이를 칠족이라 하고 그리고 그리고 이들이 어떤 혈통을 갖고 있는지, 어디서 살았는지, 어디서 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이들 칠족을 우리 중국 역사를 구성하는 종족으로 보겠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화족이 주요 핵심 구성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죠. 정말 기가 막힌 스토리 아닙니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중국 역사책에 우리 한민족이 언급이 많이 돼 있으니까 우리 한민족도 지나족을 구성하는 민족 중 하나라고 멋대로 단정 짓는 것이죠.
같은 논리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보면 지나족들 이야기가 많이 나오죠. 그러면 지나족 모두가 우리 한민족을 구성하는 민족 중에 하나라고 단정해 버리고 중국땅 전체가 우리 한민족의 땅이라고 해도 그 논리 전개상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이죠. 억지 중에 정말 이런 억지가 없습니다.
이런 내용을 단적으로 표현한 지도가 하나 있는데요. 《청조전성시대강역도》, 그러니까 청나라 전성기 시대 때 강역을 그린 지도죠. 보시는 바와 같이 조선이 청나라 땅에 일부로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이미 이런 내용의 교과서가 1923년부터 만들어지고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부터 어린 애들 머릿속에 각인 시켜 놓은 것이죠.
그다음에 1955년판 지도집을 보시죠. 고대사 부분만 다룬 지도입니다. 내지고, 내지 안쪽에 모택동 선생의 사진이 들어있죠.
그리고 뒤쪽에 보면 《청제국형세도》라는 지도가 있죠. 조선이 노란색으로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완전하게 중국땅의 일부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죠.
왼편 아래 보면 작은 박스에 《명조말년적요동형세》, 그러니까 명나라 말기 때 요동의 형세를 보여주는 것이죠. 여기에서는 조선 중의 일부분이 별도 독립국으로 표현이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고힐강 선생과 담기양 선생이 공유하고 있는 역사 지리의 개념은 명나라 말까지는 조선이 독립국이었는데 청나라 때 조선 땅이 중국 땅의 일부로 들어왔다는 것이죠.
그다음에 최고의 하이라이트죠. 1982년도에 나온 《중국역사지도집》입니다. 이 책의 권위는 중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도 대단하죠.
캠브리지 대학에서 발간된 《중국역사》라는 시리즈가 있는데요. 이 책을 보면 담기양 선생의 《중국역사지도집》이 수도 없이 반복되어서 나옵니다.
그리고 2012년도에 미국 상원에서 의뢰를 해서 의회조사국이 만든 리포트가 지금 공개되어 있는데요. 몇 장 안 되는 리포트에 《중국역사지도집》이 무려 24차례나 인용이 됩니다.
다시 말해서 한국과 중국 간의 국경이 과연 어디쯤에서 형성이 됐는가?라고 하는 내용이 이 리포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거의 원픽(1 pick), 유일하게 이 지도 집이 인용이 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지도집의 권위와 범용성은 대단한 것이죠.
이 지도집에 표지를 넘기고 나면 전언이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소위 서문에 해당되는 부분이죠.
쭉 넘겨보면 중간에 이런 부분이 나오죠. 중국적일부분[中國的一部分].
중국땅의 일부가 아니고 일부분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위대한 조국은 몇 십 개의 민족이 공동으로 만든 것으로 각 소수민족이 각각의 역사 시기에 중원 왕조에 의해 예속당했건 아니면 자립정권을 유지했던 간에 모두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돼 있습니다.
우리가 시진핑 주석의 어록에 대해서 논의했을 때는 중국의 일부라고 이야기했는데요. 그 오리지널은 일부가 아니고 일부분입니다. 중국적일부분[中國的一部分]으로 되어 있는 것이죠.
그 아래 문구를 보면, 우리가 그리는 지역범위는 당연히 각 변방민족의 분포지와 그들이 세운 정권판도를 포함시킨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 변방민족에 한민족이 들어가는 것이죠. 그러니까 한민족이 세운 모든 나라들은 중국 역사로 편입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한민족이 살았던 땅은 당연히 중국땅의 일부가 되는 것이죠.
그 다음에 총편례, 그러니까 지도를 그리는 기준에 대한 설명이죠.
13번째 항목이 우리와 직결되는데요. 그대로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1750년대에 청나라가 통일을 완성한 이후에 1840년대 제국주의 침략 이전까지의 중국 판도는 몇 천 년의 역사 발전이 형성한 중국의 범위이다. 역사 시기에 이 범위 안에서 활동했던 민족들은 모두 중국 역사상의 민족이며 이들이 건립한 정권은 모두 역사상의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쓰고 있죠. 좀 이야기가 복잡합니다.
세 단락으로 나누어서 한번 살펴보죠. 먼저 앞부분에는 1750년부터 1840년이라고 하면 중국 3천 년 역사상 땅이 가장 넓었을 때를 이야기를 합니다.
이 지도가 1820년도 때 청나라 지도죠. 다행히 이 지도에서는 조선을 독립국으로 표현해 놨습니다. 그런데 다른 부분을 보시면 상당히 강역이 넓죠.
이 지도는 대만에서 만든 중국역사지도집인데요. 지도를 보시면 노란 부분은 이 지도를 그릴 당시인 1980년도 기준 중국땅이죠. 그리고 분홍색 부분은 가장 땅이 넓었을 때의 영역인데요. 1980년도 기준으로는 다른 나라로 넘겨준 땅이죠.
그런데 고힐강 선생과 담기양 선생의 주장은 넘겨줬던 안 넘겨줬던 상관이 없다는 것이죠. 중국땅이 가장 넓었을 당시를 기준으로 놓고 3천 년 역사상 중국이 단 한 번이라도 지배를 했던 땅에 있거나 과거에 그 땅에 있었던 나라는 모두 중국의 영토라는 것이죠.
그리고 중간에 보시면 몇 천 년의 역사 발전이 형성한 중국의 범위이라고 적었는데요. 다른 책에서는 아주 상세하게 정리가 돼 있습니다만 굉장히 압축적으로 표현을 했습니다만 결국은 중국 공산주의의 변증법을 따르는 문구입니다.
옛날에는, 그러니까 중국 역사의 출발점인 하상주 시대 때 보면 땅 넓이가 사방 천리도 안 됐죠. 그렇지만 결국은 변증법적 유물론의 결과로 중국이라는 나라는 이렇게 넓은 땅을 차지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다. 그게 바로 공산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역사 발전의 결과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 역사 시기에서 한 번이라도 이 땅에 발을 걸쳤던 민족은 모두 중국 역사에 민족으로 포함이 되고 그들 민족이 세웠던 나라들은 모두 다 역사상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것이죠. 얼마나 황당한 논리입니까? 역사 이후로 지구상에 수많은 민족이 있었고 지구상에 수많은 나라들이 있었는데 지나족들이 한번이라도 정복했던 땅은 모두 현재 중국의 땅이고 그 땅에 한번이라도 걸쳐져 있었던 나라나 정권은 모두 중국 역사의 일부분이라는 주장이죠.
그러면 만약에 가정을 해서 인류가 탄생된 이후 각 민족들 간에 국경 변화가 단 한 번이라도 없었다고 가정을 하면 이 논리는 제대로 작동을 하겠죠.
그런데 수많은 시간 동안 수많은 민족들이 서로 땅을 뺏고 빼앗기고 수도 없이 반복을 했는데요. 모든 나라들이 우리가 한 번이라도 차지했던 땅은 다 우리땅이라고 하면 지구상에 있는 거의 모든 땅은 아마 분쟁 지역으로 되겠죠.
예를 들어서 a라는 지역에 인류 역사 이후로 지배자가 5번 바뀌었다고 하면 지금 기준으로 다섯 나라가 그 땅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죠. 얼마나 억지스러운 주장입니까? “한국은 실제로 중국의 일부분이었다.”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왜곡된 역사관이 고힐강 선생과 담기강 선생을 통해서 1923년에 만들어진 초등학교, 중학교 교과서 그리고 1955년도에 만들어진 《중국역사지도집: 고대사 부분》, 그리고 결정적으로 1982년도에 만들어진 《중국역사지도집》을 통해서 널리널리 교육되고, 가르치고, 전파되고, 지나인들의 머릿속에 깊게 깊게 각인됐던 것이죠.
이상 여기까지 시진핑 주석이 이야기했던 “한국은 실제로 중국땅의 일부였다.”라는 의혹에 대해서 살펴봤는데요. 지극히 상식적인 잣대를 가지고 판단해보면 그와 유사한 이야기를 시진핑 주석이 직접 했던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를 담은 말이 과연 번속국인가 중국땅의 일부인가 이 두 가지를 놓고 판단을 해보면 번속국이라고 이야기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은 것 같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입장에서는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거의 상식으로 통하는 용어, “한국은 실제로 중국땅의 일부였다.”라는 표현을 그냥 자연스럽게 했고 또 그 내용이 여과 없이 정확하게 번역이 돼서 트럼프 대통령의 귀에 들어간 것이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더도 덜도 없는 아주 단순한 흐름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정권과 우리나라 언론이 대응을 했던 정말 신박한 에피소드를 보면 한편 서글퍼지기까지 합니다. 어떻게 해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최악의 상태로 중국한테 굴종적이고 굴욕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스스로 머리를 땅에 대고 찧어야 하는지 도대체 왜 이 지경까지 된지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답답해지죠.
이상 여기까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