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지난 2014년 7월 4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방한을 했는데 일정 중 하나로 서울대학교에서 강연을 하죠.
중국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이웃 나라입니다. 금 백 냥으로 집을 골라 사고 천 냥으로 이웃부터 고른다는 중국 속담이 있듯이 정말 좋은 이웃은 금을 주어도 바꿔주지 않는 것입니다.
동시통역이 조금 거칠죠.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강연 전문이 나왔습니다. 그 부분을 보면, 중국·한국 양국은 가까운 이웃입니다. “세 닢 주고 집을 사고, 천 냥 주고 이웃을 사며, 좋은 이웃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다음에 조금 지나서 이런 부분이 나오죠. 1992년 중·한 수교 이래, 양국은 천시[天時], 지리[地利]와 인화[人和], 즉 시대의 흐름과 지리적 여건, 그리고 인적 단합 등의 우세를 타서 상호 존중하고 신뢰하며 공감대 확대와 입장 차를 해소해 큰 원칙에 따라 협력과 미래 창출의 큰 방향을 지켰습니다. 아울러 서로의 핵심적 관심사를 존중하고 상대방의 편의를 배려하였기 때문에 우리 양국 관계는 비약적 관계를 이루었습니다.
1992년 중국과 한국 수교 이래 양국은 천시[天時], 하늘이 주는 운을 잡았고 지리[地利], 땅이 주는 이점을 얻었으며 사람 간의 조화에 응하였습니다. 또한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며 공통점에 집중하고 차이점은 해소해 나간다는 대원칙을 견지하였고 협력 공영을 통해 미래를 창조하는 큰 방향을 잘 잡았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핵심 관심사를 존중하고 상대방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였으며 비로소 양국 관계는 비약적인 발전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고 되어 있죠. 정말 가슴 뿌듯한 연설이죠.
핵심 부분을 보면, “천 냥을 주고 이웃을 사며, 좋은 이웃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다.” 이런 문구가 있고, “서로 존중하고 신뢰한다.” “협력공영을 한다.” “서로의 핵심 관심사를 존중하고 상대방이 편안함을 느낄수록 배려한다.” 양국 관계가 정말 이처럼 꿈 같은 연설 내용 그대로 진행이 됐다고 하면 우리 한국과 중국 간에 무슨 갈등이 있겠습니까.
그로부터 3년 지난 2017년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났죠.
회담이 끝나고 나서 트럼프 대통령이 월스트리트 저널과 인터뷰를 하죠. “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 “한국은 실제로 중국의 일부였다.”라는 말을 시진핑 주석이 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한 것이죠.
연이어 언론에서 난리가 납니다. 팩트를 전달하는 기사도 있고, <중국이 우리나라를 속국으로 조롱을 하고 우리나라의 국격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라는 기사도 있고, <중국이 이 사태를 서둘러서 진화에 나섰다>라는 기사도 있습니다.
그리고 CNN을 포함한 여러 방송에서도 상당히 상세하게 보도를 하죠. 여기까지는 통상 외교 문제가 생기면 대략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한번 주목해야 될 부분은 당시 우리나라 언론의 대응 모습입니다. 제가 형용사 하나를 쓰고 싶은데요. 적당한 말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 요새 시쳇말로 많이 쓰는 신조어가 하나 있죠. 신박하다. 새롭고 놀랍다. 신박하다라는 용어죠. 정말 우리 언론은 신박한 대응을 하죠.
하나씩 보시죠. 먼저 연합뉴스TV에서 나온 내용인데요. 전체가 길기 때문에 중간에 조금씩 잘랐습니다.
여러 외교 경로를 통해서 즉각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에 있습니다. 또 구체적인 사실들이 파악되는 대로 필요한 대응을 해 나갈 것입니다. 발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국민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역사 문제인 만큼 단호하게 조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부 대변인이 “구체적인 사실들이 파악되는 대로 필요한 대응을 하겠습니다.” 라고 했고 앵커는 덧붙여서 “단호하게 조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라고 보도를 했죠.
제가 과문한 탓인지 인터넷 검색이 서툴러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이후에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한 히스토리, 굳이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더라도 아주 가볍게라도 대응한 히스토리는 단 한 건도 찾지 못했습니다.
굳이 하나 찾았다고 하면 사건이 벌어진 이후 3년이 지난 2020년에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에서 당시 상황을 분석한 리포트가 한 건 발견됩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말씀을 드리죠.
중국이 바로 옆에 있는 독립국인 한국이라는 나라를 놓고 저 나라는 실제적으로 우리 땅의 일부였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정부에서는 단 한마디의 반론조차 하지 않죠.
우리들이 어떤 사안을 놓고 판단을 할 때 상당히 상대적인 비교를 많이 하는데요.
가령 일본의 경우에는 정말 조금만이라도 우리의 비위에 거슬리는 이야기가 나오면 토착왜구를 무찌르자, 급기야는 죽창을 들고 나가자 라고 할 만큼 거의 병적이고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죠.
그런데 중국에서, 그것도 주석이라는 분이 상상을 초월하는 우리가 듣도 보도 못한 충격적인 발언을 하는데요. 단 한마디의 반론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하다 못해 너스레 떠는 말이라도 단 한마디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한국이 중국 땅의 일부였구나.’라고 하는 생각이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식인들과 정치들 머릿속에 아주 깊숙이 각인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런 각인 효과가 얼마나 갈까요? 10년~20년 훨씬 더 오래 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시 미국과 중국이 만나는 것은 전 세계에서 힘깨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주요한 관심사였고 이들이 글로벌 질서를 재편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관여를 하고 있고 그중 일부 지식인들은 한국이 중국 땅의 일부였다는 왜곡에 대해서 확증 편향을 갖게 되면, 이 사람들이 쓰는 책이나 글, 칼럼. 어떤 경우에는 역사책, 지도책까지 지난 5천 년 한국의 역사는 중국 역사의 일부라고 기록을 할 것이고 그 영향은 장기적으로 100년~200년 이상 갈 수도 있다고 봐야죠. 정말 당시 우리나라 정부는 중국 측에 대해서 신박하게 대응을 했죠.
그다음 이어서 SBS 보도를 보시죠.
시진핑 주석이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는 말을 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화난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중국이 그렇다 아니다 대신 한국인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외교부 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답 대신에 한국 국민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중 정상 간 대화인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이라 직접 거론한 대신 모호한 표현으로 넘어가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그대로 시진핑 주석이 말한 것은 아니라는 중국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답변을 보면 거의 절망적입니다. 한국 국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도대체 이 말이 무슨 뜻을 갖고 있을까요? 한국을 얼마나 낮춰보고 업신여기고 깔 보면 이런 식의 답변을 내놓았을까요?
시진핑 주석이 이런 말을 했다, 안 했다를 밝히고 만일에 했다고 하면 어떤 연유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답변하는 게 상식이죠. 그런데 한국과 한국 국민은 그런 상식의 대상조차 안 되는 것이죠.
둘 중에 하나입니다. 당신들은 우리가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대상이라고 생각을 하든지 아니면 굳이 상세한 내용을 우리가 해명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죠. 그것 말고는 제 머리로서는 다른 방식으로는 해석이 잘 안 됩니다. 이런 발언이 나오고 나서도 우리나라 정부는 묵묵부답이죠. 계속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그다음에 앵커의 이야기가 더 신박합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는 말이 있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 국민들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런 발언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시진핑 주석이 말한 것은 아니다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해석을 하는 이죠. 어떻게 이런 연결고리가 이루어질까요? 아무리 쥐어 짜봐도 제 머리로서는 도저히 그렇게 해석이 안 됩니다.
제가 나중에 아주 상세하게 설명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만 시진핑 주석뿐만 아니라 중국의 정치권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식인들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상식은 한국은 실질적으로 중국 땅의 일부였다고 하는 것입니다. 중국 대변인조차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우리나라 방송의 앵커가 트럼프 대통령이 말을 잘못했다고 단정을 하는지 그리고 “한국 국민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라는 말의 의미가 트럼프 대통령이 말을 잘못했다고 해석이 되는지 정말 신박할 따름이죠.
그다음 또 SBS 보도를 보죠. 제목 자체가 <트럼프의 실언인가 시진핑의 망언인가>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이렇게 대립적으로 놓고 제목을 뽑을 사안인지 이것 자체 또한 신박합니다.
지난 미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 주석이 예전에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얘기를 전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시 주석이 정말 그렇게 말한 것인지 트럼프의 해석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를 빼고 두 나라가 뭘 하려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때입니다. 마지막 엔딩을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때입니다.”라고 마무리를 했지만 시 주석이 정말 그렇게 말한 것인지 트럼프의 해석인지 알 수 없다고 쓰고 있죠. 거의 비중으로 따지면 반반이라는 것이죠. 이 또한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정말 신박하죠. 중국의 외교부 대변인조차도 부인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 언론이 앞장을 서서 트럼프가 잘못 해석했을 수도 있다라고 사전에 미리 쉴드를 치는 것이죠.
그다음 연이어서 SBS에서는 대담 프로를 진행을 하죠. 이 역시 타이틀이 <트럼프의 실언인가 시진핑의 속내인가>로 되어 있습니다. 먼저 앞부분을 보시죠.
먼저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 저는 이렇게 배웠어요 국사 시간에. 중국과 한국은 형제국가 관계, 군신의 관계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쨌든 독자적인 나라를 운영해 왔다고 배웠는데 왜 갑자기 이런 얘기가 나왔고 어떻게 알려지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앵커의 말실수라고 보는데요. 군신 관계라는 부분이죠. 중국과 우리가 군신 관계였다고 국사 시간에 배웠다는 것입니다. 군주와 신하 관계라는 것이죠. 저도 물론 국사 시간에 열심히 공부는 하지 않았습니다만 중국과 우리나라가 군주와 신하 관계를 맺었다고 역사책에 기술된 부분을 본 적은 없습니다.
그다음에 패널로 나오신 분의 말씀을 한번 들어보시죠.
사실 진실을 아는 사람은 지금 두 정상과 통역 정도라고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자료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전문밖에 없어요. 그런데 지금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 거의 10분에 가까운 역사 강의가 있었는데 그렇게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 발언이었습니다. 정말 시진핑 국가주석의 워딩에 그런 내용이 있었는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를 한 것인지 혹은 통역이 어떤 실수를 한 것인지 혹은 아니면 약간 그런 분위기로 이야기가 됐는데 해석이 그렇게 결론적으로 난 것인지에 대해서 사실 세상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뒷부분이 참 기가 막힌 이야기인데요. 정말 수미일관하게 왜곡을 하고 있습니다.
네 가지 가능성을 이야기하죠. 첫 번째는 시진핑 주석이 그렇게 이야기했을 수가 있다. 두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했을 수 있다. 세 번째는 통역이 실수를 했을 수 있다. 네 번째는 비슷한 분위기로 이야기가 됐는데 해서 결과가 그렇게 결론 났을 수 있다. 네 가지 가능성을 이야기하죠. 이 사건의 논점을 흐리게 하는 전형적인 수사법이죠.
대개 정상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이면 일단 시진핑 주석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 가능성을 대략 7대 3 중에서 7 정도 주고 혹시 나머지 세 가지 경우가 있을 수가 있다고 생각이 되면 3개를 합해서 약 3 정도 주는 게 상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네 가지를 나열해 버리면 실제로 시진핑 주석이 그런 말을 했다는 가능성은 거의 4분의 1 정도로 낮아지는 것이죠.
만일에 중국 지식인 누구 한 사람이 나와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하면 이렇게 변명할 수도 있겠구나 라고 넘어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된 자로서 이런 식의 해석을 한다는 것은 이 또한 신박할 따름이죠.
그다음 YTN 보도를 한번 보시죠. 똑같습니다. 시진핑의 망언? 트럼프의 오해? 순서는 바뀌었죠. 앞에는 트럼프의 오해가 먼저 나왔었는데 여기서는 뒤쪽으로 가 있죠.
그러나 트럼프의 발언만으로는 시진핑이 이런 말을 직접 한 건지 트럼프가 맥락을 잘못 듣고 엉뚱하게 해석한 것인지가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통역이 잘못됐을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이런 말을 했더라도 이것을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인 트럼프 대통령의 무지는 비판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뒷부분을 보시면, 시진핑 주석이 이런 말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인 트럼프 대통령의 무지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습니다 라고 마무리를 하죠. 이 역시 신박합니다. 만일에 시진핑 주석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하면 그것 자체가 엄청나게 큰 사건이고 시진핑 주석은 우리 한국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야죠. 그런데 그런 말은 일절 없죠. 사실 여부가 분명하지 않고 통역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고 본질을 흐리면서 세계 최강의 국가인 미국 대통령을 한마디로 무지하다고 단정지어 버립니다. 이것을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인 트럼프 대통령의 무지라고 표현을 했죠. 정말 신박한 표현입니다.
관련 보도 내용을 아무리 쳐다봐도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이런 말을 했더라 라고 전달만 했죠. 그런데 이 보도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지하다고 표현을 합니다. 이 또한 신박하죠.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는 사자성어가 스칩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본다고 달 그 자체를 잊어버린다는 뜻이죠.
어떤 분이 견지망월에 대한 칼럼을 하나 쓰셨는데요. 중간에 보시면, 오늘날 한국 정치판에서 자주 변용되고 있으니까 유감이다. 특히 정치 세력이 곤경에 처했을 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대중의 시선을 돌리려고 쓰는 수법이다. 이른바 프레임 전환 기법이다 라고 쓰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중국이라는 나라가 공경에 처했는데 이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대중의 시선을 돌리려고 프레임 전환을 한다는 것이죠. 공격의 타겟을 시진핑 주석과 중국으로부터 달을 가리킨 트럼프의 손가락으로 돌린다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신박한 것은 프레임 전환을 중국 측에서 했다고 하면 그나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언론이 스스로 나서서 프레임 전환에 앞장을 서고 있는 것이죠.
그다음 YTN 보도를 보시죠.
중국 내부에서는 통역을 하던 중에 오류가 생긴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통한 소식통은 시진핑 주석이 역사를 설명하면서 과거 한국이 중국의 조공국이라는 의미인 번속국으로 표현했는데 통역이 이를 중국의 일부라고 번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신박한 해석이 추가됩니다. 공부깨나 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아마 처음 들어보는 용어일 텐데요. 번속국 이라는 용어가 나오죠.
이 보도를 보면 정보 출처가 정통한 소식통으로 되어 있습니다. 저도 언론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만 일단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정통한 소식통이라고 할 때 보면 뭔가 조작의 냄새가 물씬 풍기죠. 정말 정통한 소식통이라고 하면 공식적으로 그 출처를 밝혀야죠. 뭔가 구린 부분이 아주 많을 때, 정상적인 방법을 통하지 않았을 때 쓰는 용어가 정통한 소식통이죠.
그 정통한 소식통의 주장을 들어보면 이 또한 신박합니다. 시진핑 주석이 조공국이라는 뜻을 가진 번속국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통역이 잘못 번역을 해서 중국 땅의 일부라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중국 어디서도 스스로 이런 말을 하지도 않고 얼마나 우리를 깔봤으면 변명조차도 하지 않는데, 그러니까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언론이 스스로 나서서 이런 해석까지 덧붙이는지 그리고 조공국이라는 뜻을 가진 번속국으로 표현을 했는데 통역이 잘못 번역했다고 쉴드를 치는 게 이 또한 신박하죠.
그런데 이쯤에서 끝이 나면 다행입니다. 급기야 YTN은 <취재N팩트>라는 특별 방송을 하죠.
제가 중국과 한국의 관련 전문가들을 취재해 봤는데요. 취재 내용을 종합해 보면 통역이 시진핑 주석의 말을 제대로 옮기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3년 전쯤 전문가 그룹이 시진핑 주석에게 올린 보고서가 있습니다. 북중 관계 종합보고서였는데요. 이 보고서에는 과거 한반도가 중국의 번속국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사를 설명하면서 과거 한반도는 중국의 번속국이었다고 설명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군주와 군주의 관계, 참 어려운 개념인데요. 번속국이라는 표현, 통역이 제대로 옮기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거군요. 번속국이라는 용어 자체가 굉장히 동양적, 중국적인 개념이어서 서양 언어인 영어로 번역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더욱이 역사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통역이라면 그 뜻을 정확히 옮기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과거 한반도를 중국의 번속국으로 표현했는데 통역이 이를 중국의 일부라고 번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사 제목이 기가 막힙니다. <트럼프가 망언을 했다>고 기사 제목이 되어 있습니다. 망언의 주체가 트럼프인지, 시진핑인지 이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또한 신박하죠.
이야기가 좀 복잡한데요. 간략하게 요약을 해보면, 시진핑 주석은 번속국이라고 이야기를 했고 통역이 잘못 번역을 해서 중국 땅의 일부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번속국이라는 것은 뭔지 좀 복잡하지만 그렇게 나쁜 뜻을 가진 말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죠. 이 역시 데이터 출처가 문제가 되는데요. 3년 전 쯤에 중국의 전문가 그룹이 시진핑 주석한테 올린 보고서가 있는데 북중 관계 종합보고서였다는 것이죠. 여기서 북중 관계 종합보고서라는 의미는 북한과 중국 관계에 대한 종합 보고서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어록을 보면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과 한국의 역사 이야기를 꺼냈다. 북한이 아니라 전체 한국에 대한 이야기였다. 정확하게 워딩이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진핑 주석이 했던 이야기는 북한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한국 전체에 대해서 한국은 실제로 중국 땅에 일부였다고 이야기한 것이죠.
그런데 3년 전에 그것도 전문가가 올린 보고서에 또 북한과 중국 관계에서 내용을 설명을 하면서 번속국이라는 용어가 나왔고 그 용어를 시진핑 주석이 기억을 했고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한테 그 이야기를 했는데 통역이 번역을 잘못했다는 것이죠. 이 부분이 정말 신박합니다.
몇 가지의 가정이 들어가 있죠. 그리고 제대로 보도를 하려고 하면 그 해당되는 출처 중국 관계 종합보고서를 보여줘야죠.
그런데 막연하게 그런 보고서가 있었다카더라, 그리고 그 보고서 안에서는 번속국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카더라. 추측X추측으로 쉴드를 치는 것이죠.
그러면 이 번속국이라는 용어가 실제로 지식인들 사이에 쓰이는 용어일까요? 한번 찾아보죠.
중국의 한전, 한자 사전을 찾아보면 번속국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위키피디아 중문판에 찾아보면, 번속국이라고 치면 나오지 않죠. 그 대신에 종속국이라는 말이 자동적으로 연결되어서 나옵니다.
내용을 보면, 번속국에는 위성국가, 연계방, 그리고 연방 체제 같은 것을 이야기하겠죠. 그다음 괴뢰정권, 신식민지, 보호국, 부용국, 조공국, 향초공화국 이런 것들이 있는데 이 보도에서는 그중에서 번속국은 조공국이었다고 단정을 한 것이죠.
그다음에 바이두백과에 들어가 보면 번속국이 나옵니다.
번속국은 고대 중국 때 일반적인 정치 형태였다. 주나라 때 주왕이 분봉제를 실시하고, 땅을 나눠주는 것이죠. 왕실 귀족이나 공신에게 제후라는 이름을 주고 주나라 땅을 나누어서 다스리도록 했다. 이처럼 제후들이 관리하는 나라로서는 진국, 조국, 제국 같은 나라가 있었는데 이들이 바로 번속국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잘 아시겠습니다만 바이두 백과는 어떻게 보면 중국 공산당 표준 백과사전으로 봐도 무방하죠. 여기서 번속국이라는 것은 왕이 땅을 나누어 주고 제후라고 이름을 붙이고 그 땅을 다스리도록 하는 이런 아주 고대 중국에 있던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죠. 한마디로 번속국은 속국입니다.
몇 가지 사실에 비춰보면 첫째 번속국이라는 용어는 현재 잘 사용되지 않는 역사에 아주 밝은 전문가들만 사용하는 오래된 옛날 용어죠. 그리고 그 용어를 사용할 때도 거의 속국에 가까운 의미로 사용을 하는 것이죠.
위에서 나온 보도 내용을 정리를 하면, 3년 전에 북한에 대한 보고서가 있었는데 거기에 번속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고 누구도 잘 사용하지 않는 그 단어를 시진핑 주석이 생각을 해내서 트럼프 대통령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통역이 실수를 해서 중국 땅의 일부라고 잘못 번역을 했다. 그런데 이 번속국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속국이라는 의미는 없고 독립국으로부터 조공을 받는 경우에 번속국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죠. 정말 신박하지 않으십니까? 이런 내용을 특집 스타일로 보도를 하는 것이죠.
그로부터 3년이 지나서 아까 제가 모두에서 말씀드렸던 보고서가 한 편 나오죠. 외교안보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인데요.
이 보고서 역시 보면 기가 막힙니다. 앞뒤 전후 다 잘라버리고 시진핑 주석이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바로 점프를 해서 속국, 조공국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니까 생략된 부분은, 시진핑 주석이 중국 땅의 일부라는 발언은 번역이 잘못된 것이고 실제 발언 내용은 조공국이라는 의미를 가진 옛날에 사용하던 속국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라는 내용이 생략되어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 뒤에는 구차하게 그 속국은 지금의 속국이 아니고 조공을 하던 나라를 속국이라고 불렀다는 해석이 쭉 나오죠. 정말 신박한 보고서죠.
차라리 뒤늦게라도 이런 보고서가 안 나왔으면 좀 덜 창피했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시진핑 주석이 마음먹고 진심으로 한국은 실제로 중국 땅 일부였다는 발언을 했는데요. 수많은 언론들이 시진핑 발언에 대해서는 대충대충 넘어가고 그 말을 전달한, 손가락질을 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을 하고 통역이 잘못 번역을 했을 것이라고 쉴드를 치는 것이죠. 또 설사 시진핑 주석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손 치더라도 중국땅의 일부라고 이야기한 게 아니라 조공국을 의미하는 번속국이라는 용어를 썼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이런 상황을 놓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문제는 옛날에 우리땅이 중국의 일부였다, 아니었다. 속국이었다, 아니었다가 문제가 아니라 중국은 신경조차 쓰지도 않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데 나라 전체가 스스로 앞장을 서서 온갖 논리를 동원을 해서 시진핑 주석의 말에 대해서 방어벽을 쳐주는 것을 보면 제가 심하게 말씀을 드리면 과연 우리나라 5천 년 역사상 이처럼 중국에 대해서 자발적인 굴종도, 굴욕도가 높았던 시기가 있었는가? 라는 의문이 들 정도죠.
제가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지난 5년 간이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서 인조께서 굴종의 모습을 보여준 이후 다음으로 굴종도가 높았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이상 여기까지 말씀드리고 바로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그러면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한테 뭔가 말을 하기는 했는데 그 말에 정확한 워딩이 뭔지, 한국은 실제로 중국의 번속국이었다고 했는지 아니면 중국땅의 일부라고 했는지 과연 둘 중에 어떤 말을 했을 가능성이 높을까요? 여기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여러 가지 문헌들을 통해서 한번 판단을 해보죠. 이상 여기까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