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퇴임임원 회보 SAMSUNG forever 2022 겨울 115호에 기고된 글을 올립니다.
상상력과 호기심은 삶의 에너지
‘여생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뭘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호기심과 상상력’이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애들도 다 키웠고 하루 세 끼 먹을 형편도 되니 남은 숙제는 저 자신과 가족에 대한 봉사입니다. 근래 최빈사망연령(사망빈도가 가장 높은 나이)이 급속도로 늘어서 제 또래는 96살까지 산다고 하니 아직 30여 년이 남았습니다. 삼성에서 철들고 실제로 일한 기간과 맞먹습니다.
볼도 잘 맞지 않고 비거리도 줄어서 운동도 좀 시들해졌습니다. 반면 하루에도 멍때리는 시간과 깜박깜박하는 횟수가 점차 늘어납니다. 치매를 지연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쨌든 머리, 특히 전두엽 부분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라고 의사들이 조언합니다.
고민하다가 저는 2년 전에 유튜버라는 길을 택했습니다. 요즘은 삼성에서 지낸 시간은 유튜버가 되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토리텔링에 심취해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더 잘할 수 있는 일
호기심이 발동하면 핵심 주제는 자연스레 정해집니다. 재작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었을 때, 2015년 병원에서근무할 당시 메르스를 막아낸 경험이 있던지라 감염병 대응전략은 나름대로 전문성이 있고, 또한 대중들에게 기여할 바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평하면 근 2년 동안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콘텐츠들을 만들 수 있었고, 이는 상상력이 나래를 펼친 결과입니다. 적당한 세월을 살아오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린 분야도 많고 해서 상상력을 적절히 가동하니 상상을 뛰어넘는 독특함을 창조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말부터는 역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5천 년간 지나족(중국인)들과 한민족(한국) 사이에 국경이 어디였을까?’라는 주제에 빠져 있습니다. 이 주제는 우연한 기회에 2012년 미국 상원에서 만든 보고서에서 접했습니다. 북한이 붕괴되면 북한 땅은 중국의 몫으로 돌아가는데, 그 주된 이유가 5천 년 동안 북한 땅이 중국의 지배 아래 있었다고 역사에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정말일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1년이 넘게 관련 자료를 미친 듯이 읽어 나갔습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역사 조작과 역사 왜곡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상을 더욱 뛰어넘는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제는 5천 년간의 전체 맥락을 거의 정리했습니다. 핵심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100〜200편 정도 만들 작정입니다.
궁금하면 찾아보고, 흐름이 막히면 상상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잘할 수 있는 일입니다. 역시 호기심과 상상력은 남은 삶을 향기롭게 만들어 주는 에너지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