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학. [칼럼] 不法財의 悲劇. 자유기업원 게재 칼럼(필자가 일부 수정). 2005.7.7.
시장에서는 거래 상대방 모두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에 자발적 교환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거래 쌍방이 수요하고 공급하겠다는 시장 거래를 도덕적인 이유 또는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negative externality)를 고려해서 정부가 개입, 해당 상품의 시장거래를 불법화․금지시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성매매, 음주, 마약은 이 질문의 답을 궁리해보기에 좋은 대상이다. 이들 산업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고 자발적인 공급자와 소비자가 늘 있었지만 정부는 도덕성, 사회적 윤리, 외부 불경제 등의 이유로 이들 상품의 거래를 불법화하여 금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비교연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4년 9월 23일 이후 성매매 금지법을 한층 강화해서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위 질문은 우리의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
결론부터 먼저 얘기하면, 이들 상품 거래를 불법화하는 명분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한가와는 별도로 정부가 법 집행을 위해서 막대한 세금과 행정력을 쓰는 것에 비해 그리 괄목할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거래자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교환을 불법화하면 거래량은 어느 정도 줄 것이다. 그러나 근절(根絶)과는 거리가 멀고 불법화한 상품의 오염, 지하경제의 융성 등 정책 도입 시 생각을 못했던 부작용이 커지면서 종국에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에 비극적인 종국을 맞기도 한다.
먼저 술의 공급과 소비를 금지한 사례부터 살펴보자. 주지하다시피 미국에서는 1920년에 제18차 헌법 개정을 통해 금주법(禁酒法)을 시행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밀주거래는 적발과 처벌의 위험성이 높아졌지만 공급이 감소한 만큼 가격이 앙등하여 고위험-고수익의 산업이 되었다. 이에 할리우드 영화 ‘Untouchable’의 ‘알 카포네’처럼 지하경제의 속성에 밝고 ‘별 달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폭력의 재능으로 무장한 ‘갱단’들이 이 산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통에 강력사건 등의 사회범죄는 계속 늘어만 갔다.
저 유명한 마피아는 禁酒法의 소산이었던 셈이다. 술의 독성도 한층 강화되었고 술 소비 행태도 바뀌었다. 적발될 확률을 낮추고 부가가치도 높일 겸 지하시장의 공급자들은 부피는 크고 값이 싼 맥주보다는 위스키를 공급하게 되고 소비자 역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좀더 독한 술을 한꺼번에 마시기’를 선호했다. 법집행이 강화될수록 규제(단속)를 회피하려는 인센티브도 커져 소비와 공급의 양 측면에서 술의 도수와 독성도 높아지는 시장적응현상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 결과 알코올 중독자는 오히려 禁酒法 이후 크게 증가하게 된다.
이 뿐만 아니다. 지하시장에서 유통되는 술은 지금처럼 알려진 기업이 알려진 상표를 부착한 게 아니고 특정 장소에서 단골 고객에게 반복적인 판매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술의 성분이나 품질에 문제가 있어도 불평을 전달하고 시정을 요청할 수 없었으며, 불법상품인지라 법의 보호를 받을 수도 없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메틸 알코올 등으로 독성만 강화한 가짜 술들이 판 칠 것은 뻔한 이치이다. 그 결과 禁酒法 기간 중 알코올 중독에 의한 사망률이 지금의 30배에 이르고, 1927년 한 해에만 알코올 중독에 의한 사망자가 1만 2천명에, 오염된 술로 인한 사망자와 실명자도 수천 명에 이르게 된다. ‘술 없는 청교도 사회’에 대한 고결한 理想은 폭력의 점철과 사회적 불안, 법 집행에 쏟아 붓는 혈세, 예측치 못한 시장의 반응과 사회적 부작용 등으로 1933년 드디어 막을 내리게 된다.
禁酒法은, 시장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名分과 理想을 앞세운 정책은 소기의 효과를 달성하기는커녕 사회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고 만다는 교훈을 남기고 사라진 대표적 사례이다. 그렇다면 마약은 어떤가? 술과 마약은 경우가 똑같다 할 수 없지만 몇 가지 비슷한 점이 있다. 1914년 이전, 미국에서 코카인은 금지된 약물이 아니었으며, 오늘날의 커피처럼 물에 희석해 마시는 경우가 흔하였다고 한다. 이 역시 불법화되면서 범죄집단의 황금알 낳는 산업으로 접수되고, 이들은 운송 중에 단속을 피할 목적으로 ‘부피는 적고 독성은 강하게’ 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진보시켰다. 소비자 역시 적발 확률을 낮추기 위해 ‘한번에 뿅 가는’ 방향으로 소비행태를 바꾸어 금지 이전에는 물에 혼합해서 사용하던 것을 코로 흡입하고 혈관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그 결과, 술 중독의 경우에서처럼 마약중독은 오히려 증가하고 이들에 대한 치료 및 재활비용 지원 등 정부예산지출도 함께 증가하게 된다. 마약을 불법화한 까닭은 범죄 등 사회문제를 우려한 때문일 터이다. 그러나 독일과 미국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마약 중독자 중 20%만이 합법적인 소득으로 마약을 구입할 뿐이며 나머지는 마약거래에 종사하거나 강도, 매춘 등의 불법행위를 통해 마약구입 자금을 조달한다 하니 사회범죄에 미친 영향도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최근 네덜란드, 스위스,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중독성이 약한 약물의 거래를 허용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도 이러한 부작용과 무관치 않을 터이다.
끝으로 성매매의 불법화는 어떨까? 성매매 수급량은 분명 감소하겠지만 지하조직에 의한 성매매 시장의 접수, 이들 조직에 의한 성매매 종사자의 인권유린, 매매 성의 오염 즉 AIDS 등의 성병 확산은 일어나지 않을까? 좀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아마 그럴 것이다. 성매매가 허용되고 관리되는 미국의 네바다 주에서는 등록된 종사자 중 AIDS 양성 반응자가 하나도 없었으나 성매매가 금지되고 따라서 관리되지 않는 뉴저지 주의 Newark에서는 52%가 양성반응을 보였다 한다.
우리의 성매매금지법 역시 필경 AIDS 등 치명적인 성병을 사회적으로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공유재(共有財)의 경우, 재산권 설정의 문제로 남용ㆍ남획의 비극이 발생하는데 반해 불법재(不法財)는 자발적 거래 유인이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불법화함으로써 해당 상품의 품질을 오염시키고 2차, 3차의 사회문제를 유발하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이들 상품 거래를 전면 자유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필자가 강조하는 바는, ‘성(性), 마약도 결국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적용되는 경제문제’ 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뜻이 좋다 하여 규제에 따른 직간접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 밀어붙이기 보다는 비용 대비 효과를 감안하여 합리적인 규제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