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가경쟁력연구센터 창립기념 심포지움. 심포지엄 home
발표3: 이언오 박사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기업경쟁력 현황과 제고방안”
토론: 박기찬 교수 (인하대 경영대)
[발표요약]
우리 경제는 1995년 이후 8년째 인당 소득 1만불 대에서 정체되어 있다. 고도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모순과 취약점들이 한꺼번에 돌출되었고 아직 제대로 극복을 하지 못했다. 일부 기업의 부실이 외부 충격과 겹쳐 외환위기가 발생했는데 기업들의 사업재편, 구조조정 등 노력 여하에 따라 명암이 엇갈렸다. 1996년 30대 기업집단 중에서 현재 11개 정도가 기존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상당수는 주력매각, 법정관리, 도산 등으로 쇠락했다.
국내기업들은 최근 성장세가 크게 꺾여 2002년 매출증가율이 4.2%에 그쳤다. 외환위기 당시 적자를 냈던 기업들은 2002년 상장사 전체 이익 23.8조원, 매출액이익률 4.6%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정부의 200% 규제 등에 따라 1997년 314%에서 2002년 112%로 낮아졌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포함한 상위 6개 기업의 전체 경상이익의 70%를 차지하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이 상장사의 27%에 달하는 등 기업간 격차가 심하다. 기업체질 개선이나 구조고도화보다는 외부여건 호전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된 것도 문제이다.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 환율과 금리를 적용할 경우 경상이익은 31조원 흑자가 아닌 31.3조원 적자로 나타났다.
국내외 대표기업들을 선정, 경쟁력 요소들을 비교해 보면 국내기업은 우선 CE육성과 선발이 시스템화되어 있지 않다. 선진기업들은 공식적인 CE선발 프로세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스타를 영입한다. 국내기업은 최근 들어 CEO의 중요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전문스탭, 성과-보상 연계 등이 약하다. 주력산업 전개와 변화 적응력에서는 국내기업들이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 오너경영의 장점인 스피드와 결단력이 신사업 진출과 시장지위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IT에 편중되게 수종사업을 발굴하고 있는데 반해 선진기업들은 기초소재, 핵심부품, 소프트 등 고부가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고 연관 사업에의 진출을 추진 중이다. 그밖에 국내기업은 경영혁신에는 열심이지만 핵심인재와 R&D가 열세이며, 미래 경쟁력의 원천인 환경경영, 이문화 적응 등이 취약요인이다.
한국은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기업여건이 열악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세계기업들이 한국을 가치창출 거점으로 선택하지 않게 하며 국내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국내기업은 인적자원의 양적․질적 미스매치, 노사관계 불안정, 낮은 국가신용등급으로 인해 고비용- 저효율 경영자원을 사용하고 있다. IT기반은 양호하지만 물류인프라가 많이 취약하고, 수도권입지 규제는 기업들의 공장 신증설을 어렵게 만든다. 경제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경직성이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출자총액제한, 부채비율 규제, 노조 이익의 과도한 대변, 지배구조 개편 요구 등이 기업활력을 떨어뜨리는 시책들이다. 경제활력 제고와 형평성․투명성 제고 사이에서 정책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기업정책이 대표적인 혼선 사례이다. 사회갈등, 반기업 정서, 자본주의에 대한 오해 때문에 기업들은 보이지 않는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은 세계 일류기업과 일등상품을 많이 보유한 나라이다. IT분야 성공에서 보듯이 국내기업들은 충분한 잠재역량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터뜨리는 것이 바로 정부와 사회의 역할이다. 기업 역동성이 발휘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시스템과 국가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업은 축소위주 구조조정에서 탈피하여 미래 성장원천을 발굴해야 한다. 향후 10년간 IT가 가장 유망하며 IT와 바이오, 나노, 환경의 융합분야가 부상할 전망이다. 기술적 한계돌파를 시도하면서 비즈니스모델과 경영관리의 혁신을 계속해야 한다. 구조조정과 신분야 도전은 조직의 긴장감과 활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성장원천 개척을 주도할 핵심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들은 개방적 클러스터로 변신하면서 지배구조 선진화, 기업간 거래의 투명화와 경쟁 도입, 사회적 책임 수행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유능한 CEO를 육성․선발하고 지원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너 혹은 전문경영인의 잣대가 아닌 유능한 CEO가 기업을 경영하도록 하는 것이 요구된다. 한편 기업은 선택과 집중에 의해 본업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면서 수익의 원천을 단품 조립에서 소재부품과 시스템․서비스로 바꾸어야 한다. 경제성, 사회성, 환경성을 최적화하는 지속가능경영은 국내기업이 당면한 새로운 화두이다.
정부는 시장과 효율, 기업 역동성에 대한 믿음을 갖고서 상당 기간 분배보다는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 적정 성장을 계속해야 청년실업, 복지부담, 지역낙후 등의 현안 해결이 가 능하다. 일본 이께다 수상은 ‘소득배증 계획’을 추진하면서 정치보다 경제를 우선하고 보-혁이 힘을 합치도록 했다. 비합리적 요구나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하고 시장의 힘으로 부실기업․기관을 퇴출시켜야 한다. 그리고 정부, 사람, 국민정서가 아닌 시스템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만 한다. 우리 실정에 맞는 기업제도를 설계하고 실패의 교훈을 반영하면서 여건변화에 맞추어 바꾸는 작업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기업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기업 이해를 돕는 내용을 교과과정에 포함시키고 기업 체험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당한 부, 성공한 CEO를 존중하는 등 기업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켜야 하겠다. 기업의 노하우와 인재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공공부문, 대학, 시민사회가 국내기업에 축적된 자원을 활용하고 성공경험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