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송호근 교수 등)에 의뢰하여 “2003년 한국사회 국민의식과 가치관에 관한 조사연구”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연구자는 다음과 같다.

연구수행기관 :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책임자 : 박명규(사회발전연구소 소장, 서울대 교수)
연 구 원 : 송호근(서울대 교수)
  김병조(국방대 교수)
  김우식(한양대 연구교수)
  한 준(연세대 교수)
  박희제(경희대 교수)

송호근 교수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라는 책을 썼다.


원문보기_text 226p


[요약]

제1장 개인 가치관의 특성과 변화

삶의 만족도(행복도)

한국인들은 급격한 사회변화에 비교적 잘 적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삶의 만족도(행복도)가 지난 10년 간 57.0점에서 66.5점으로 상승한 것이 결정적인 증거이다. 특히 삶의 만족도 상승이 특정 하위집단에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모든 하위집단에서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경향이 있다. 하위집단별로는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높은 집단에서 미래를 보다 긍정적으로 전망하며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다.

한국인은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기본 조건을 건강과 경제적 풍요를 핵심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미래를 매우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 역시 개개인의 교육수준이나 소득수준과 같은 사회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펼쳐질 것이 예상되므로 한국 사회 젊은 세대는 앞으로 기대수준과 현실적인 성취사이에 커다란 격차가 존재함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점이 한국인이 한국사회에 만족하지 못하는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게 나타나는 부분적인 이유가 된다.

가족가치관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가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높아진 가족 중시 가치관이 현실적으로는 이혼율을 높이는 일면 모순적인 현상을 자아내고 있다. 이는 성 평등 가치관이 한국사회에 자리잡는 과정에서 가정 내 성역할 분리와 관련된 가치관은 매우 급속하게 변하고 있지만, 가족 내 인간관계와 관련된 가치관은 그 변화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족 가치관 중에 집안일은 여자가 하여야 한다는 전통적인 가정 내 성역할 의식은 크게 또한 빠르게 감퇴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 내 인간관계 즉, 부부관계 중심이냐 부모-자식관계 중심인가, 가정에서 남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여성경제활동과 부부권력관계 등에 관한 의견은 그 변화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다.

한국인의 가족 가치관은 가족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되, 가족 내 인간관계는 앞으로도 양성 평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 예상된다.

사회변동에 대한 가치관

한국인의 사회변동에 대한 가치관을 알아보면 전체적으로는 변화나 변동에 대해 다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사회변동지향성을 구성하는 하위개념들 간에 반대방향의 가치지향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사회변동에 대한 한국인의 가치관을 규정짓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

하위집단별로 사회변동 지향성이 크게 다름이 확인되었다.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이, 젊은 세대일수록, 교육수준이 높고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사회변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분류분석 결과 교육이나 소득 변수보다 성과 연령 변수가 개인 수준에서 사회변동을 수용하거나 대처하는 가치관이나 행위양식을 결정하는데 특히 중요하게 작용함을 알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연령별로 가치관의 차이가 매우 컸다. 여기서 한국사회 사회변동의 속도가 급격했다는 점이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사회에서 세대간 가치관의 차이는 해결되어야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사회의 특징을 규정하는 하나의 ‘속성’으로 이해해야한다.

제2장 사회적 가치관의 특성과 변화

(탈)물질주의와 한국인의 가치관 변화

지난 8년 동안 한국사회는 경제적 번영과 신체적 안정을 추구하는 물질주의자와 환경보전, 자기표현의 욕구 등을 중시하는 탈물질주의자의 비율이 동시에 감소하고 혼합형이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추세는 모든 연령층에서 고르게 나타난다.

이 때 급증하는 혼합형은 제1가치로 경제적 번영을, 제2가치로는 탈물질주의적 가치를 선택하는 유형이다. 특히 경제적 안정의 추구라는 가치의 급속한 확대는 특기할만한데 이는 주로 IMF 경제위기와 경제의 세계화에 따른 경쟁의 격화를 반영한다

가치관에서 경제적 안정의 중시라는 현상은 모든 세대에서 공통되게 나타난다. 경제적 안정을 제1가치로 추구하는 20대의 비율도 지난 8년간 크게 증가하였다. 다만 20대는 사회적 발언의 확대를 추구하는 비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았다.

사회적 가치평가를 통해 본 세대격차의 이해

한국사회의 부정부패와 배금주의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 연령층이 동감하고 있다. 한국사회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성공을 위해 연고가 필요하고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젊은 세대일수록 한국사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크다. 이와 같은 현상은 성취를 위해 가장 노력해야할 20대와 30대가 한국사회의 경쟁구조를 이처럼 불공정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면 한국사회에서 발전의 원동력인 진취적인 열정을 앗아가는 동시에 젊은 세대마저 쉽게 탈법과 편법에 물들어 버리게 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주의를 요한다.

20대는 개인윤리에 대해서도 보다 부정적이다. 이는 한국사회에 대한 평가에서 20대가 가장 부정적이라는 사실과 연관된 것이다. 동시에 젊은 세대가 사회적인 평가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기성세대보다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데 보다 개방적이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한국사회에서 젊은 세대가 사회의 문제에 대한 인식에는 민감한 반면 이를 변화시키려는 의지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은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 매우 불행한 현상이다.

20〜30대는 보다 개인주의적이며 탈권위주의적이다. 한국사회가 매우 권위주의적인 현실에 비추어 볼 때 20대와 30대의 강한 탈권위주의적인 성향은 기존의 사회관계에 대해 지속적인 도전이 될 것이다.

젊은 세대의 세대교체에 대한 욕구는 큰 편이다. 20〜30대의 이러한 욕구에 대해 40대가 50대 이상보다 더 부정적이다.

연장자의 경륜을 중시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세대를 떠나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측면에서는 20〜30대는 전통의 강조에 대해 40대와 50대 이상보다 훨씬 부정적이다.

인터넷에 대한 평가

한국사회에서 정보화의 지속적인 진전에도 불구하고, 연령, 교육수준별, 소득수준별 차이는 매우 크다. 반면 성별차이는 크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그리고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인터넷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인터넷이 세대갈등을 더욱 크게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사회의 주요 집단별로 비교해본다면 여성과 고연령, 저학력, 저소득층에서 인터넷이 세대갈등의 한 원인으로 이해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인터넷에서 유포되는 정보가 대부분 부정확하거나 거짓 정보라는 주장에 대해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동감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는 향후 인터넷이 한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남성과 20〜30대가 여성과 40대와 50대 이상보다 인터넷에서의 정보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교육수준과 소득수준별 차이는 뚜렷한 경향을 보여주지 않는다.

인터넷의 영향

전체 응답자의 약 38%가 인터넷을 통한 사고변화를 경험했다고 응답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그리고 교육수준이 높은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사회적 쟁점에 대한 의견의 변화를 많이 경험하고 있어 인터넷을 통한 사회변화가 교육수준이 높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을 암시한다.

제3장 사회적 연결망과 공공성

단체에 참여한 정도

적극적인 참여비율이 가장 높은 단체 활동은 계모임(43.5%)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많은 한국인들이 아직도 제도에 대한 신뢰보다는 개인적인 연줄이나 친분에 대한 믿음을 통해 목돈을 조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계모임에 주로 참여하는 집단은 연령이 높고 학력의 수준이 낮은 이들이다.

취미/문화 동호회에 대한 참여도는 36.1%로 계모임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미/문화 동호회의 경우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창회의 경우도 적극적 참여자의 비율이 34.4%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집단별로 보면, 연령, 학력수준, 소득수준이 높은 집단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것으로 나타났다.

친목회나 향우회에 대한 참여도는 15% 정도에 그치고 있다. 종친회나 향우회와 같이 혈연이나 지연에 기반을 둔 모임은 젊은 세대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가 뚜렷하다.

자선/봉사단체에 대한 참여도는 연령대, 교육수준,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참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동호회는 성격상 인터넷 사용에 능하거나 인터넷을 사용할만한 문화적 자본, 시간적 여유, 경제적 자원을 갖추고 있는 집단인, 젊은 세대, 고학력자, 그리고 고소득자들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시민단체 참여도의 경우 다른 경우에 비해서는 그 차이가 적은 편이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학력수준과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정당과 같은 정치단체에 대한 참여도는 시민단체의 경우와 같이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높게 나타나고 있으나, 세대별로는 40대나 50대 이상에서 그리고 학력별로는 중졸이하에서 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사회질서 위반 또는 공적 공간의 침해: 행위

쓰레기 담배꽁초 버리기, 교통법규위반, 교사에 대한 향음 및 공무원 접대와 같은 각종 위반행위의 유무는 세대, 교육수준, 학력수준에 따라서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아무 곳에다 버리는 행위의 경우 소득수준에 따라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으나, 연령대가 낮을수록, 반면 학력은 오히려 높을수록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통법규 위반의 경우도 나이가 작을수록, 고학력일수록, 그리고 소득이 높을수록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뇌물수수 행위 중 공무원에 대한 급행료 제공의 경우,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학력수준이 높아질수록, 그리고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커지고 있다.

자녀교육을 위해 교사에게 선물이나 현금을 제공한 교사 매수도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고학력자일수록,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커진다.

사회질서 위반 또는 공적 공간의 침해: 의식

사회질서 위반이나 공적 공간의 침해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을 1996년과 비교해보면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응답자들의 욕구가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에 대한 뇌물수수, 담임교사에 대한 돈봉투 지급, 동창인 부하직원의 승진, 공무원에 대한 급행료 지급 등 모든 항목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들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였다.

경찰에 대한 뇌물수수를 용인하는 비율은 1996년에 비해서 모든 세대에서 감소하고 있으나, 30대와 40대에서 묵인하는 정도가 가장 높다. 그리고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뇌물수수를 용인하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담임교사에 대한 돈봉투 지급의 경우 연령대가 높을수록, 학력이나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부하직원이 동창이라는 이유로 승진에 도움을 주는 경우 연령이 높을수록 이를 묵인하는 정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학력수준이 높아질수록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다.

공무원에 대한 급행료 지급의 경우 1996년에 비해서 전체적으로 찬성하는 의견의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별로는 연령이 높을수록,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찬성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출신지역 고려도

사적교제, 혼인, 사업거래 및 대통령 선거의 네 가지 항목별로 출신지역을 고려하는 정도를 살펴본 결과 전체적으로 출신지역을 고려한다는 비율이 10~20%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항목별로는 사적교제나 혼인에서 찬성하는 비율이 높고, 금전거래나 대통령 선거에서는 찬성하는 비율이 조금 낮다.

사적인 교제의 경우 1996년에는 세대가 낮을수록 출신지역을 고려하는 정도가 높았으나 2003년에는 세대와 관계없이 전체적으로는 1996년에 비해 감소하고 있다. 학력별로는 고학력자일수록 지역을 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인의 경우 연령이 높은 집단일수록 지역에 대한 고려도가 높아지고 있다. 학력별로도 중졸 이하의 학력 집단에서 지역에 대한 고려도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 소득별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금전이나 동업관계의 경우 1996년에 비해서 전 세대에 걸쳐서 지역에 대한 고려도가 감소하고 있다. 세대나 학력별로는 별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연령이 높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출신지역에 대한 고려를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증가한다.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지역에 대한 고려도는 감소하는 경향이 있으나 소득이 400만원 이상인 집단에서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제4장 노동의식과 직업의식

노동의식

“일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라는 질문에 50대 이상 집단과 중졸이하의 학력을 가진 집단 그리고 1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이 긍정적인 답변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시간보다 여가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질문에 대해 연령이 낮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찬성의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직업 선택시 고려사항

직업 선택시 가장 중요시하는 측면은 안정성과 적성 및 취미로 나타났으며, 전자는 주로 기성세대 후자는 주로 새로운 세대에게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를 학력별로 보면 중졸이하에서 직업의 안정성이 중요시 여겨지는 반면 대재 이상의 학력소지자들은 적성과 흥미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득별로 보면 모든 계층에서 직업의 안정성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지만 소득이 높을수록 적성과 흥미, 개인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응답비율이 높아지는 반면 직업의 안정성과 보수수준에 대한 응답 비율이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고용관계의 변화에 대한 인식과 태도

능력급, 정리해고 등 최근의 변화하는 고용관계와 인사관리방식에 대해 전반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이며, 이러한 분위기는 기성세대에서 더욱 강하다.

정리해고의 불가피성에 대하여 세대별로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데, 연령이 높을수록 정리해고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이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더 나은 직장이 나타나면 옮기겠다는 이동성향에 있어 20대에서 찬성하는 비율이 현저히 높음을 알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의 성취에 대한 인식과 태도

“노력만하면 누구나 한국사회에서 상류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다수가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공의 결정요인과 관련하여 “우리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연줄이나 집안배경이 필수적이다”는 주장에 대한 동의가 매우 높아 성공에 연줄이나 집안배경이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 및 지출에 대한 의식

소비 및 지출과 관련된 의식에서 일반적으로 저축보다 소비를 중시하는 풍조는 아직 강하지 않으며, 타인의 지나친 소비에 대해서도 비판적 인식을 하고 있다. 상품 구매시 광고, 유행, 디자인 등을 중시하는 경향은 젊은 층에서 좀더 강하지만 아직 주도적이지는 않다.

제5장 시장과 자본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과 태도

한국 국민들의 자본주의에 대한 기본적 이미지는 물질적 풍요와 경제성장이라는 긍정적 이미지, 그리고 빈부격차 및 생존경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게 부각된다.

1996년과 비교해서는 물질적 풍요가 여전히 가장 주도적인 이미지이지만 그 비중이 줄어들었으며, 1996년에는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경제성장이 네 번째로 강등하고 빈부격차와 생존경쟁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각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변화를 보인다.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인식

6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갈등이 매우 심하다고 응답하여 한국에서 빈부간의 격차가 주요한 갈등요인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빈부갈등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정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불평등과 그로 인한 갈등에 대한 우려는 한국사회에서 금전만능주의와 승자독점주의가 팽배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 한국사회에서 승자독점주의와 금전만능주의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보는 이들의 비율이 각각 80%와 60%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젊은 세대일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그리고 저소득층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이미지

평소 좋은 인상이나 호감을 가진 기업으로 삼성이 가장 높은 비중(61%)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1995년의 36%에 비해서도 크게 증가한 수치이다.

또한 본인 혹은 자녀가 입사를 희망하는 대기업으로도 삼성을 선택한 경우가 66%에 달하고 있다.

제6장 투표행위와 정치의식

16대 대통령선거 투표행위 분석

분석결과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지역과 연령이 가장 중요한 변수였던 것으로 드러난다. 상대적으로 성별 차이나 교육수준별 차이는 크지 않다.

이러한 결과는 그 동안 자주 언급되었던 ‘세대’ 개념이 투표행위를 포함한 정치 행위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음을 확인해준다.

지역변수 또한 여전히 투표행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소득수준별로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지지후보 결정요인

지지후보의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모든 집단에서 TV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두 번째로 중요한 요인은 집단별로 상이하다. 신문의 영향력은 30대 이상에서는 유지된 반면, 20대는 신문보다 인터넷을 더 중시하고 있다. 정당유세와 같은 전통적인 선거운동이 후보결정에 미친 영향력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자의 특성 중에는 인물과 이미지 그리고 정책공약이 주요한 요인으로 부각되었다. 반면 정당의 영향력은 20대와 30대에 비해서 40대와 50대 이상에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나 출신배경 등 후보자의 귀속적 요인의 효과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 지지집단별로 중요시하는 결정요인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지지자는 친구/동료와 인터넷의 영향력을 중요시하고, 후보자 개인의 성향을 중요시한 반면, 이회창 후보 지지자는 신문, 가족, 정당을 중요시하고 있다.

선거결과에 대한 평가

선거결과 및 노무현 당선자의 품성에 대한 평가는 세대별로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나, 가장 결정적으로는 지난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했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지지후보에 따라서 선거결과에 대한 평가가 부분적으로 엇갈리는 측면도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결과에 대해서 낙관적으로 파악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 수행 전망에 대해서도 지지후보가 누구였느냐에 의해 크게 상이한 결과가 나타난다.

제7장 대외의식 및 민족의식 : 북한 및 주변국에 대한 태도

북한관

북한관이 상당히 변하고 있다. 물론 그 변화는 단일한 방향으로의 변화라기보다는 복합적이고 이중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을 협력대상으로 보는 견해가 가장 많고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는 응답이 그 다음을 점했다. 세대별 차이가 매우 심해 50대 이상에서는 여전히 강한 거부감을 표하고 있는데 비해 20대는 거부감의 정도가 현저히 약하다.

1996년에는 세대간의 차이가 크지 않았고 북한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모든 세대가 공유하였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모든 세대에서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화되었다. 특히 50대의 경우는 극적이라 할 정도로 태도의 변화가 보인다. 이는 현재 이들 세대가 보여주는 북한비판이 오래된 냉전논리에 근거한 것만은 아닌, 최근의 경험과 결부된 것임을 의미한다.

북한에 대한 정서적 느낌에 있어서 세대별, 학력별로 상이한 변화추세가 보인다. 젊은 층, 고학력층에게서는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한 호감도가 증대한 반면 고연령층, 저학력층에게서는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 확대되었다.

대북정책에 대한 태도

“핵개발에도 불구하고 대북지원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질문에 사회의 전 구성원이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내었다. 핵개발에 대한 우려가 전성원들에게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세대별 차이가 뚜렷이 드러나고 있는데, 40대와 50대에 비해 20, 30 대에서 상대적으로 반대의 강도가 약하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미국과의 동맹유지보다 더 중요하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비율이 높다. 물론 세대별 차이가 심해서 50대는 강한 반대를 보이는 반면 젊은 층은 찬성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고학력층과 고소득층에서도 젊은 세대와 유사한 반응이 보인다.

“주한미군이 철수해도 안보상 큰 문제가 없다”는 질문에는 세대간 차이는 있지만 반대의견이 훨씬 강하다.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젊은 층에서도 주한미군의 철수는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 젊은 층의 미국비판이 미군철수론을 포함한 반미주의와 동일한 것은 아니다.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 약화되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중요하다는 대답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의 시급성이나 절박성에 대한 의식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일이 경제 사정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신중한 의식이 확대되고 있다.

대외적 개방성

전반적으로 사회문화적 차원에서의 대외적 개방성은 확대되고 있다. 외국문물의 수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고학력, 고소득층에서 개방성이 더욱 강하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20대가 외국문물의 조기수용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산품애용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성하는 응답이 높게 나타나지만 96년도 조사에 비해보면 찬성도가 상당히 떨어지고 있다. 특히 젊은층일수록, 또 학력이 높을수록 국산품애용론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외국인에 대한 정서적 거리감도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과의 결혼에 대한 반응에서도 세대별 차이가 있으나 수용적인 반응을 보인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의 영주권에 대해서도 20, 30대는 관용의 정도가 높지만 50대는 신중한 판단을 드러내고 있다.

외국기업의 한국진출과 관련하여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비율이 높다. 외국자본이나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대적으로 30대까지는 낮은 세대일수록 찬성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가 20대의 찬성비율이 낮아진다.

대미 인식

최근 수년간 미국에 대한 태도에 있어 현저한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에 대한 정서적 반응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비율이 매우 높아졌다. 이 변화는 세대별로 너무나 상이한 반응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50대의 경우는 여전히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데 20대는 상당수가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2001년도의 조사결과와 비교해 보면 50대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으나 젊은층에게서는 부정적인 방향으로의 현저한 변화가 나타난다. 고학력층, 고소득층에게서도 유사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2002년 한해동안 한국사회가 경험한 여러 가지 국내외적 사건들이 대미인식에 초래한 부정적 영향이 매우 심대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별선호도에 있어서도 뚜렷한 세대별 차이가 나타난다. 미국, 중국, 북한, 일본의 국가 중 40대 이상에서는 단연 미국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이고 일본이 가장 싫어하는 국가로 지적된다. 반면에 20대에서는 일본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로 나타나고 미국이 네 번째 순서를 차지한다. 앞으로 탈냉전적 국제질서 속에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자 할 때 이처럼 대립적인 세대별 대외국가관을 어떻게 조율해 갈 것인지가 매우 중대한 문제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