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봉. “대기업병, 그 실체와 치유방안“. 삼성경제연구소. 199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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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자료]


목차

서론

제1부 대기업병의 정의와 유래

제1장 대기업병의 정의
제2장 대기업병의 유래

제3장 대기업병에 대한 문제 제기

제2부 대기업병의 원인과 진단

제4장 대기업병의 원인
제5장 대기업병의 특징과 진단

제3부 미국의 대기업병

제6장 미국 대기업병의 특징
제7장 미국기업의 문화

제8장 미국의 대기업병 사례와 대응

제4부 일본의 대기업병

제9장 일본 대기업병의 특징
제10장 일본의 대기업병 사례

제11장 일본의 대기업병 대응

제5부 한국의 대기업병

제12장 한국의 대기업 문화
제13장 한국의 대기업병

제6부 대기업병의 치유방안

제14장 대기업병 치유방안 개요
제15장 리더십 차원의 치유방안

방안1 톱의 변화추구형 리더십 발휘
방안2 바람직한 리더십 유형: 디자이너, 교사, 센츄리온

방안3 정직한 경영자

방안4 톱의 비전 제시

제16장 환경대응 차원의 치유방안

방안5 환경변화 대응능력 축적
방안6 자만심에서 탈피

방안7 배우는 문화의 생활화를 통한 학습조직 실현

제17장 고객대응 차원의 치유방안

방안8 易地思之 사상
방안9 고객의 소리 경청
방안10 고객이 원하거나 기대하는 상품을 제공

방안11 고객지향적인 경영

제18장 경영관리 차원의 치유방안

방안12 단순한 경영
방안13 현장경영의 실천

방안14 부문이기주의 타파

방안15 권한 부여

방안16 관료적 관행 제거

방안17 원활한 의사소통·정보공유

제19장 조직설계 차원의 치유방안

방안18 작고 가벼운 조직
방안19 작고 강한 본사

방안20 수직적 조직운영을 수평적으로 전환

방안21 관리계층 축소

방안22 기계적 조직에서 유연한 조직으로 전환

제20장 조직풍토 차원의 치유방안

방안23 프로의 육성
방안24 기업가정신의 함양

방안25 도전적, 공격적인 기업문화

방안26 변화수용자세의 고취

결론

부록: 대기업병 체크리스트


책을 내며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작은 사고 하나로 길이 몇 시간씩 막히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이는 차가 대형차든 소형차든 상관없는 일이다. 또 소형차라도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를 내지만 대형차라도 비포장도로에서는 50킬로미터를 내기 힘들다. 대기업병도 같은 이치이다. 대기업병의 치유는 차를 소형차에서 중형차로, 중형차에서 대형차로 바꾸는 활동이 아니라 비포장도로를 포장도로로, 포장도로를 고속화도로로 만드는 작업이며 고속도로 위의 장애물을 제거하여 소형차라도 12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다.

최근 경영혁신과 관련해서 BPR, benchmarking, 고객만족, 질 경영, 학습조직, downsizing, mass customization, 참여형 비전 만들기, 변화주도형 리더십, QFD 같은 수많은 경영이론들이 홍수처럼 밀려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각각의 기법이 경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과대 포장되어 알려지는 경향도 있다. 이에 많은 경영자들은 이러한 선진기법들을 자기 회사에 접목하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망하는 것처럼 서두르고 있으며 특히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가 특정기법을 도입했다는 정보를 접하면 경쟁적으로 도입하려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이러한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경영자와 임직원들은 기법의 한계를 실감한 채 변화에 대한 적대감만 쌓여가는 게 현실이다. 중요한 사실은,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기법의 정교함도 요구되지만 성패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요건은 이러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기업문화와 대기업병에 물들지 않은 경영체질을 갖고 있는지의 여부이다.

이 책은 당초 삼성그룹 내부용으로 만든 책이다. 작년 6월부터 ‘신경영’을 선언하고 개혁을 실천해가는 과정에서, 조직문화가 보수적, 수비적, 관료적이고, 또한 경직된 조직운영 관행이 유지되는 상태에서는 개혁시도에 가속이 붙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꼈다. 이를 퇴치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대기업병에 관련된 상식을 넓히고자 관련 자료를 모아 정리하여 그룹의 임원, 간부들에게 배포하게 되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윤순봉 실장의 노고에 감사하며 독자로부터의 많은 고견을 기대한다.

1994년 7월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임동승


쓰고 나서

기업을 둘러싼 국내외의 환경은 날이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있으며 경영여건 또한 한두 가지 처방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것 같지 않다.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초일류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의 신경영 추진과정에서 한번쯤 정리할 필요가 있었던 사항이 바로 ‘대기업병’이란 것이었다.

기업인이라면 누구나 몇 번이고 다루었거나 다루고 싶어 했으리라 믿어지는 이 문제를 제대로 정리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필자에게는 두렵고도 큰 영광이었다. 당초 사내교재 목적의 이 책을 만드는데 거의 넉 달이 걸렸고 주위에서 이왕 힘들여 만든 책이니 외부에 소개를 해도 큰 무리가 없겠다는 조언도 있고 해서 창피를 무릅쓰고 외부 출판을 하게 되었다. 막상 이 책을 외부 출판한다는 입장에서 다시 읽어 보니 부끄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유명한 석학들의 글을 짜깁기해놓은 듯한 인상도 지울 수가 없으며, 또 내용이나 흐름에 있어 외부출판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이는 전적으로 필자의 책임이라는 점을 밝힌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전반부에서는 대기업병의 정의, 유래, 문제점, 사례를 정리했고 후반부에서는 대기업병의 근본원인을 없애고 예방할 수 있는 대책 26가지를 제시했다. 전반부의 작업은 주로 많은 학자나 전문가들이 제시한 이론과 사례를 목차에 맞추어서 정리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이는 짧은 기간 동안 필자의 논리를 세우고 다듬을 만한 시간도 없었거니와 필자의 짧은 식견으로 대가들의 이론을 재정립한다는 것은 읽는 사람들에게 혼란만 더 야기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다만 대기업병의 유래 부문은 필자의 사견을 일부 표명했다. 많은 경우 대기업병이라고 하면 단순히 기업문화가 퇴색되었거나 경영층이 권위주의에 물들어 생기는 현상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고 필자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자료를 모으고 읽어가는 과정에서 대기업병이란 단순히 기업문화 차원이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이 수십 년 동안 경영의 기본으로 지켜가고 있는 몇 가지 원칙(분업화, 전문화, 세분화, 공식화, 집중화, 명령통일, 피라미드조직 등)이 시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낡은 데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전반부만으로는 문제만 제기했지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책이라는 비난이 당연히 예상되었으므로 후반부를 대폭 보강하게 되어 책의 분량이 당초계획보다 늘어나게 되었다.

한 권의 책을 쓴다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다. 당초 회사 내부의 필요에 의하여 시작된 작업에 개인의 욕심이 더해져 결국 한 권의 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89년에 삼성 회장비서실에서 사무혁신이라는 과제를 맡은 이후 혁신과 변화에 대해 5년간 많은 고민을 해왔고 현재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신경영연구실장이라는 힘에 부치는 직책을 맡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 학자들, 책들, 자료들을 접하면서 나름대로 ‘변화’에 대한 책을 꼭 한 권 쓰고 싶었던 게 솔직한 욕심이었다. 그러나 책을 쓰는 일은 학자도 전문가도 아닌 일반 직장인으로서의 한계를 느끼도록 하는 과정이었다.

끝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현업처리 스케줄 중에서도 책을 쓸 수 있도록 인내해주신 임동승 소장님, 박종식 상무님, 고인수 이사님께 먼저 감사드린다. 또한 대기업병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신 김영배 교수님과 저술의 가치를 일깨워 주신 조윤영 차장님, 이범일 실장님, 이순철 교수님, 변지석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특히 난필의 초고를 보석으로 만들어 주신 양정희 씨, 구석구석 숨어있는 보물을 캐어준 이영진 대리, 그리고 토요일과 일요일을 마다하고 교정을 보아주신 김창동 과장, 박찬구 과장, 류성일 과장께도 무엇으로 보답해야할 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넉 달 동안 애정으로 도와준 처와 아이들에게 이제는 이전의 자상한 아빠로 돌아가야겠다.

1994년 7월

윤 순 봉


서론

귀하의 조직을 대상으로 다음 설문을 체크해 보십시오.

체크가 끝났으면, 각 란에 체크된 숫자를 세어 종합란에 기재하십시오.

일반적으로 ‘응답 B’란에 해당하는 숫자가

0∼5개: 대기업병 징후가 없는 조직

6∼10개: 비교적 건강한 조직

11∼15개: 대기업병의 증상이 나타나는 조직

16∼20개: 대기업병 중증에 걸린 조직

21∼26개: 거의 치유불가능에 이른 조직

으로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제1부 대기업병의 정의와 유래

제1장 대기업병의 정의

‘대기업병’이란 ‘규모가 크고 연륜이 오래된 기업조직이 관료화되면서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병리현상’을 말한다. 김영배 교수(KAIST) 역시 대기업병을 ‘관료병리현상(Bureau-pathology)’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업은 규모가 커지고 연륜이 오래될수록 조직의 질서유지를 위해 점차 많은 규정과 절차가 도입되며, 더 많은 계층과 부서가 생김에 따라 조직 상하좌우간 의사소통의 장벽이 생기고 조직이 경직화되는 한편 유연성과 활력을 잃게 되는 등 제반 관료병리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대기업병’이라 한다.

기업문화 연구가인 그린(Green)과 베리(Berry)는 「숨겨진 이익을 찾아서」라는 책에서, 대기업병을 ‘기업 관료주의’라는 의미로 ‘코퍼크러시(Corpocracy: Corporate Bureaucracy)’로 부르고, 또 기업의 관료주의를 없애면 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

또한 「웹스터 사전」에서는 관료주의(Bureaucracy)에 대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두 가지로 나누어 정의하고 있다. [2]

  • 공공부문: 기능의 전문화. 정해진 규칙 준수. 권한의 계층화로 특징 지워지는 정부
  • 민간부문: 공무원式 Red-Tape. 비대화 현상을 보이는 경영관리제도

캡스턴 컨설팅社의 CEO로 기업문화 전문가인 캔토니(Cantoni)는「기업의 잡초」라는 책에서 대기업병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3]

  • 기업에 가치를 더하지 않는 불필요한 행동
  •  과도한 조심. 보수주의. 연공서열주의. 계층구조적 조직
  • 관리자가 고객이나. 고객접점의 종업원과 접촉이 없을 때 생기는 자연적인 현상

또 캔토니는 관료주의를 잡초인 ‘민들레(Dandelion)’로 비유하고 있다. 이는 잡초와 대기업병은 아래와 같은 점에서 서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 뿌리가 깊고
  • 아무데서나 자라기 쉬우며
  • 뿌리째 뽑지 않으면 다시 자라난다.

‘Dandelion’이라는 말의 어원은 프랑스어로, ‘사자의 이빨(Dent de Lion: Tooth of Lion)’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즉, 기업의 잡초(대기업병, 관료주의)를 제거하는 것은 사자 이빨을 뽑는 것처럼 위험하고도 힘들다는 점을 적절히 비유하고 있다.

SONY의 슈퍼마이크로 사업본부장으로, 일찍이 사내 독립적인 프로젝트(일명, 결사대)를 결성, 통솔하여 일본 최초로 워크스테이션(NEWS)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도이 토시타다(上井利忠)는 대기업병을 다음처럼 정의하여 그 심각성과 치유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4]

회사를 진정으로 아끼는 수많은 임직원들이 ‘이대로 가다가는 회사가 망한다. 망한다. ‘고 하면서 결국은 집단적으로 망해버리는 병


제2장 대기업병의 유래

대기업병의 유래는 다음 세 가지에서 출발한다.

  • 프랑스의 관료제도
  • 아담 스미스가 제시한 분업 원리
  • 막스 베버가 제시한 관료주의 모델

프랑스에서 시작된 관료제도는 영국, 미국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관료적 형식주의와 조직의 비대화’를 낳았으며, 막스 베버의 관료주의 모델에 영향을 받아 대규모 조직의 운영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공식화와 권한집중’이 정착되었고, 민간부문이 이를 본받아 대기업의 표준적인 조직모델로 자리 잡았다.

<대기업병의 유래>

또 막스 베버의 관료주의 모델과 아담 스미스의 분업원리는 포드 자동차와 GM을 통해 대량생산체제를 소화할 수 있는 ‘피라미드 계층구조’라는 조직운영의 하드웨어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관료적 형식주의 거대조직, 공식화, 권한집중, 피라미드형 구조’는 과거 경영환경(대량생산, 안정, 성장) 아래에서는 대기업을 운영하는 가장 효과적인 시스템이었으나, 경영환경이 ‘경쟁, 고객, 변화’라는 새로운 시대로 바뀌면서 과거의 장점들이 이제는 단점으로 작용하여 ‘대기업병 증상’을 낳게 된 것이다.

1. 프랑스의 관료제도

관료주의라고 하는 ‘Bureaucracy’의 어원은 프랑스어이다. Bureau는 ‘서랍이 달린 사무용 책상’ 또는 ‘정부부처’를 말하며, Bureaucrat는 ‘고무스탬프에 둘러싸인 채 바이저(챙만으로 된 모자)를 쓰고 암밴드를 한 채 좋은 대접을 받는 프랑스 정부관료’를 나타낸다. 즉, Bureau에서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러한 관료제도를 Bureaucracy라고 한다.

관료제도는 프랑스에서는 폐해가 없었으나 영국(대영제국)으로 넘어가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영국은 성문법이 아닌 불문법을 갖고 있어 법률문서가 방대하고 무슨 일을 해도 엄청난 문서가 발생했다. 특히 관료사회에서는 형식주의가 만연되어 쓸데없는 문서가 양산되었다. 영국 정부에서는 이러한 법률서류를 묶을 때 빨간 줄을 사용했는데, 이를 빗대어 ‘관료주의로 인한 형식주의’를 ‘Red Tape’로 표현한다. [5] 그 후 관료주의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행정부를 비정상적으로 비대하게 만들었다. 당시는 공공부문의 조직운영 노하우가 민간부문보다 앞서 있어 이러한 관료주의적 조직모델이 민간기업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2. 아담 스미스의 분업 원리

또한 오늘날의 많은 대기업들의 업무방식과 조직형태는 1776년에 출판된 「국부론」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6]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핀 공장을 모형으로 ‘분업 원리’를 제시했다.

스미스의 이론이 실천으로 꽃을 피운 것은 미국이다. 1820년대에 미국인들이 철도를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회사가 한 사람의 통제범위를 넘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관료제가 필요했으며,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 철도회사였다. 즉 기차가 양 방향으로 다니는 단선철도 위에서 출동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철도회사들은 공식화된 운영절차와 이를 실행하는데 필요한 조직구조, 조직운영체계를 고안해 냈다. 경영자들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들었고 명확한 명령-보고체제를 갖추었다. 철도회사들은 단선시스템이 예측 가능하고, 효과적이며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일사불란하게 회사를 운영해갔다.

사람들이 확립된 절차를 따르도록 규칙을 만드는 것은 오늘날에도 관료제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사실상 오늘날 대부분 회사에서의 명령-보고체제는 철도회사들이 150년 전에 도입했던 것과 비슷한 형태를 갖고 있는 것이다.

기업조직에 있어서 다음으로 커다란 혁명적인 발전단계는 20세기 초에 자동차산업의 선구자들인, 포드(Henry Ford)와 슬로언(Alfred Sloan)이 이룩했다.

포드는 작업을 작고 반복적인 형태로 나눈다는 스미스의 생각을 더욱 발전시켜 숙련된 조립공들이 부품들을 짜 맞추어 완전한 차를 만들게 하는 대신, 각 근로자가 작업 중 단일한 부분을 미리 정해진 방식으로 수행하도록 만들었다. 또 처음에는 작업자들이 일거리를 따라서 한 조립대로부터 다른 조립대로 옮겨 다니면서 작업했던 것을 포드는 ‘이동조립라인(콘베이어 시스템)’이라는 혁신을 통해 근로자 앞으로 일거리가 이동되도록 했다.

그 후 GM의 슬로언은 생산부문에만 적용되던 분업 원칙을 경영 전 부문에 확대 적용했다. 슬로언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임원들은 엔지니어링이나 제조에 대한 구체적인 전문지식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전문가로 하여금 이러한 기능적인 영역을 감독하게 하고, 대신 임원들에게는 재무적인 전문지식을 요구했다. 그들은 각 부서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단지 다양한 부서들이 만들어 내는 ‘계수’, 즉 판매, 이익과 손실, 재고수준, 시장점유율만 쳐다보고 있으면 되었다. 만약 어느 부서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면, 적절한 개선책을 요구만 하면 되었다. 즉, GM의 경영자들은 생산 분야의 분업은 물론 전문분야의 분업을 확고히 확립했던 것이다.

이런 분업의 원리를 기초로 한 조직발전의 마지막 진화단계는 제2차 세계대전과 1960년대 사이의 경제성장기에 이루어졌다. 포드의 맥나마라(Robert McNamara) 회장, ITT의 제닌(Harold Geneen) 회장, GE의 존스(Reginald Jones) 회장은 이 시대를 대표한다. CEO는 치밀한 계획을 통하여 그들이 참여할 사업과, 각 사업에 할당할 자본의 규모, 그리고 이들 사업을 운영하는 관리자들이 회사에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 규모를 결정한다. 회사를 통제하고, 계획하고, 감사하는 임원들은 CEO의 눈과 귀가 되어, 각 부서들의 성과에 대한 데이터를 찾아내고, 관리자들의 계획과 활동을 조정하는데 개입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개발된 이러한 조직모델은 급속하게 유럽으로 전파되었고, 2차 세계대전 후에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기업경영자의 관심사는 생산량뿐이었다. 즉 쉬지 않고 증가하는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대공황과 전쟁에 의해 재화를 빼앗겼던 소비자들은 회사가 제공하는 물건은 무엇이든 기꺼이 사들였다. 그들은 고품질과 좋은 서비스는 거의 요구하지도 않았다.

한편, 회사는 지나치게 많은 생산량을 너무 일찍 계획한다면, 심각한 적자를 보게 될 것이고 너무 적거나 너무 늦게 생산량을 계획한다면 시장점유율을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훨씬 더 복잡한 예산, 기획, 통제 체제를 만들어 냈다. 대부분의 기업이 채택한 표준적인 피라미드형 조직구조는 쉽게 확대, 축소가 가능하므로 고성장 시대에 꼭 들어맞았으며 또 통제와 계획에 이상적이었다. 업무를 세분함으로써, 감독자는 일관성 있고 정확한 성과를 보장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1960년대 들어 새로운 사무기술이 보급되면서, 기업들은 사무직 작업을 작고 반복적인 작업으로 더욱 세분하였고, 그 작업 역시 기계화나 자동화가 가능했다.

요약하면, 아담 스미스가 제시한 ‘분업의 원리’는 미국의 철도산업, 포드와 GM을 거쳐 오면서 ‘분업화, 세분화, 전문화’라는 조직운영 원칙과 ‘피라미드형’의 조직구조 그리고 ‘양위주의 사고’를 대기업에 자리 잡게 했던 것이다.

3. 막스 베버의 관료주의 모델

공공부분의 관료제도와 아담 스미스의 분업 원리에 공히 영향을 끼친 것이 막스 베버가 제시한 관료주의의 표준 모델이다.

20세기 초 산업혁명으로 인해 생겨난 혼란스러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패이욜, 에머슨, 테일러, 베버 등 여러 뛰어난 학자들이 새로운 경영관리 이론들을 개발했다. [7]

이 중 베버(Weber)[8]는「The Theory of Social and Economic Organizations」라는 책을 통해, 관료주의를 ‘가장 효율적이고 이상적인 조직모델’로 정의했다. [9]

베버가 제시한 관료주의의 핵심개념은 7가지이다.

(1) 분업: 모든 사람의 업무는 단순하고, 일상적이고, 잘 정의된 과제로 잘게 나눈다.

(2) 계층구조적인 권한체계: 직위가 계층화되어 있는 다단계의 공식구조를 통해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관리 감독한다.

(3) 높은 공식화: 공식적인 규정과 절차에 의존함으로써 일관성을 유지하고 일하는 사람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

(4) 비인간적인 속성: 개인의 개성이나 구성원에 대한 개인차원의 호감(선호)이 개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람을 획일적, 비인간적으로 대우한다.

(5) 능력에 기반을 둔 인사 기준: 채용과 승진에 대한 의사결정은 대상자의 기술적인 자격요건, 능력, 업적을 기준으로 한다.

(6) 종업원을 위한 경력관리: 조직은 구성원의 경력관리를 장려한다. 경력을 가진 종업원은 자리를 보장받으며, 그들의 기술이 시대에 뒤지더라도 자리를 지킬 수 있다.

(7) 구성원의 조직생활과 개인생활을 명확히 구분: 사적인 요구나 관심은 조직의 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완전하게 분리된다.

또 베버는, 이러한 핵심개념에 바탕을 둔 ‘완벽한 관료주의(Perfect Bureaucracy)’모델을 ‘모든 일이 융통성 없이 문서화된 작업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는 제도’라고 정의했으며 그 중요한 특징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10]

  • 주요 의사결정은 톱에서 이루어지며. 명령은 조직의 지시계통을 밟아 아래로만 흘러간다.
  • 명령권을 가진 사람은 그들의 기술적인 능력에 따라 선택된다.
  • 모든 명령은 아주 세부사항까지 지식계통을 따라 엄격하게 준수된다.

제3장 대기업병에 대한 문제 제기

1. 파킨슨 법칙

이러한 대기업병(관료병리현상)에 대해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파킨슨이다. [11] 그는 1957년에 영국의 해군성과 식민지성의 행정인력 증감추세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조직이란 주어진 역할이나 업무와는 상관없이 항상 사람을 증가시키는 속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파킨슨 법칙’으로 불렀다. [12]

파킨슨의 법칙은 영국해군의 경비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되었다. 해군을 택한 것은 다른 부처(通産省 등)와는 달리 해군의 임무가 비교적 용이하게 측정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변수는 단순히 인원수와 총 톤수에 불과했다.

즉 1914년에 62척의 현역주력함이 1928년에 20척으로 감소했는데, 해군성의 관리의 수는 2, 000명에서 3, 569명으로 증가하여, 일찍이 그렇게 불린 것처럼 ‘웅장한 지상해군’이 되었다.

<해군성 인원증감>

그 후 해군성 인원은 1935년에 8, 118명으로, 1954년에는 33, 788명으로 늘어났다.

大英帝國 쇠퇴기의 식민지성 인원의 증가는 더욱 훌륭한 연구자료를 제공해 준다. 식민지성은 순수한 행정관청이기 때문에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식민지성 인원증감>

1935년에서 1939년까지는 식민지의 인구나 영토에 변화가 없었으며 1943년에는 적의 수중에 들어간 지역도 있기 때문에 상당히 감소되었다. 1947년에는 일단 제자리에 돌아왔지만 그 이후는 잇따른 식민지의 신생독립에 따라 식민지수는 해마다 감소했다. 따라서 이런 감소추세가 중앙행정부서의 크기에 그대로 반영되어야 하지만, 위의 표와 같이 인원수가 계속해서 증가하였다는 것이 일목요연하게 나타난다. 파킨슨은 이런 사실을 다음과 같이 ‘파킨슨법칙’으로 설명하고 있다. [13]

정치가나 납세자들은 공무원의 숫자가 이렇게 증가하는 이유를

  • 해야 할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 또는
  • 공무원의 증원 덕분으로 그 일부가 나태해졌거나 전원이 더 적은 시간밖에 일하지 않고 있는 것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그 어느 쪽도 정당한 견해가 아니다. 실제로는 업무량과 공무원수간에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 고용되는 인원수는 그 업무가 증대하든지, 감소하든지 또는 완전히 없어지든지 간에 아무런 관계가 없이 오로지 다음과 같은 파킨슨 법칙에 따라 증가한다.

(1) 공무원은 부하의 수를 늘리기를 바란다. 그러나 라이벌은 원치 않는다.

(2) 공무원은 자기들 서로를 위해서 일을 만들어낸다.

파킨슨은 자기의 주장을 다음과 같은 사례로 재미있게 설명한다. 먼저 첫 번째 법칙을 보자.

이 경우 처방은 보통 세 가지가 있다.

  • 辭職하느냐
  • 동료이자 라이벌인 B와 업무를 분담하느냐 또는
  • 두 사람의 부하. C 및 D의 조력을 구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A가 이 중에서 제3의 방법 이외의 것을 선택하는 일은 거의 없다. 사임하면 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된다. B를 자기와 동렬에 끌어넣는다면 머지않아 자기상사인 W씨가 은퇴하게 될 때 그 뒤를 잇는 라이벌을 만들게 된다. 따라서 A가 후배인 C와 D를 자기의 부하로 삼고 싶어 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두 사람의 부하는 A의 중요성을 높여준다.

업무를 둘로 나누어서 C와 D에게 분담시키면, 자기는 양쪽 모두에 정통한 유일한 인물이 될 수 있다. C와 D의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점이다. C든 D든 한 사람만 끌어들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C 한 사람을 넣고 일의 일부를 맡기면 C는 앞에서 B의 경우에서 본 것처럼 자기를 A와 동렬의 직위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만약 C가 A의 단 한 사람의 후계자라고 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따라서 부하의 수는 언제나 두 사람 이상이어야 하고. 그들은 서로 다른 동료들의 승진을 두려워하게 해야 한다.

그러다가 멀지 않아 C가 자기 업무량이 많다고 호소해 오면(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 C와 협력해서 그를 돕는 두 사람의 조수, E 및 F를 채용하도록 품의서를 올리고, 또 내부마찰을 피하기 위해서 D에게도 두 사람의 조수. G 및 H를 붙여주도록 품의를 올린다. 그리하여 E, F, G, H를 성공적으로 채용하게 되면 A의 승진은 의심할 여지가 없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예전에 한 사람이 하던 일을 7명이 하게 된다.

여기서 제2의 법칙이 적용된다.

(공무원은 자기들 서로를 위해서 일을 만들어낸다)

즉 7명의 사람이 서로 일을 만들어내고 A는 사실상 예전보다도 더 바빠진다.

한 건의 서류가 접수되면 그 서류는 그들 사이를 차례로 회람된다. 우선 E가 그 서류는 F의 관할에 속한다는 것을 정하고, F는 그 회답의 초안을 C에게 제출하고, C는 D에게 상의하기 전에 그것을 대폭 수정하고, D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G가 처리하도록 지시한다. 그런데 G는 곧 출장을 가야 하기 때문에 H에게 파일을 넘긴다. H는 메모를 만들고 D는 거기에 사인을 하여 C에게 넘긴다. C는 그것을 보고 전의 초안을 고쳐 그 수정안을 A에게 가지고 간다.

그러면 A는 무엇을 하는가? 이제 그에게는 그 초안의 내용을 살펴보지 않고도 장님처럼 도장만 눌러도 될 구실이 얼마든지 있다. 즉 자기 혼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W의 후계자가 되기 때문에 C나 D의 어느 쪽인가를 자기의 후임으로 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A는 G의 타처 근무에 반드시 그래야만 할 것은 아니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쩌면 건강상의 이유로는 H를 보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는 최근에 와서 안색이 좋지 않다. 가정사정도 있는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또 F의 급여를 올려주어야 한다. E는 인사부로 전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니까 A는 지금 C가 준 문서에 그저 사인만 하고 치워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A에게는 양심이 있다. 그는 그의 동료들이 모두를 위해서 또 자기를 위해서 만들어낸 여러 가지 문제들에 골치를 앓으면서도 자기의 의무를 소홀히 할 인물은 아닌 것이다. 그는 주의 깊게 그 문서를 읽고, C와 H가 덧붙인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고치고 결국 남과 싸우기를 잘하는 것이 좀 흠이긴 하지만 유능한 F가 작성한 처음 초안으로 환원시켜 버린다. 그는 자구를 고치고 (“요즘 젊은 친구들은 영어도 제대로 쓰지 못한단 말이야”) 그리고 공무원 C. D. E. F. G. H는 전혀 불필요한 존재들이었던 것처럼, 회신문서를 작성한다.

여기서 한 사람도 태만한 사람은 없었다. 전원이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A가 퇴근하여 집을 향해 돌아갈 때에는 이미 해는 기울어져 가고, 사무실의 마지막 남은 등불은 오늘도 긴 근무의 피날레를 장식해 주는 황혼 속에서 꺼져가고 있다. 마지막 퇴근길의 사람들 틈에 섞여서 A는 이지러진 미소를 띠면서 생각한다. ‘머리가 점점 백발이 되어가는 것처럼 퇴근시간이 늦어지는 것도 성공의 대가 중 하나로구나’하고.

2. 관료주의의 장점과 효용

70년 전 베버가 관료주의 모델을 제안할 당시, 그는 관료주의야말로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조직형태로 생각했으며, 아직도 관료주의는 그 나름대로의 효용과 장점을 유지하고 있다.

관료주의의 장점[14]

(1) 情實人事를 배제

관료주의는 인력을 충원하는데 있어서 직무와 관련되지 않는 채용기준, 즉 정실 등에 의하여 기준이 좌우되는 것을 배제한다. 선발에 있어서 정실 같은 자의성 대신에 관료적인 절차와 방법에 의해서 직무수행능력 요건을 기준으로 인력을 보충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확보된다.

(2) 종신고용 효과

관료주의는 관료적 조직구조를 만들며 동시에 그 구조 속에서 일정한 직무를 담당할 구성원들에게 직책에 맞는 권한을 배정하고 그 권한의 범위 내에서 관료적 특성에 따라 업무를 수행토록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직무안정, 즉 평생 동안 직장을 보장해줌으로써 終身雇傭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종신고용은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공동체의식과 여기서 나오는 애사심과 충성심을 얻어낼 수 있다. 일본에 있어서의 종신고용이 가져다 준 인력관리상의 성공은 좋은 예이다.

(3) 애매모호함을 제거

관료주의는 각종 규정과 규칙을 중심으로 조직을 구축하므로 업무수행에 있어 애매모호한 불확실성을 없애고 업무수행을 확실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특히 미리 결정된 행동패턴에 따라서 행동을 하도록 제도가 짜여 있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행동을 통일시킬 수 있다.

(4) 위계질서 확보

관료주의는 직위를 매개로 하여 조직의 틀을 하나의 상하관계의 체인으로서 명확히 구축해 놓고 있기 때문에, 조직관리 상의 위계질서가 지켜지고 이에 따라 조직이 자동적으로 굴러갈 수 있다.

관료주의의 효용

미월드(Miewald)는 최근 환경과 조직구조가 급격히 진화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관료주의의 효용이 다한 것은 아니며, 과거의 ‘기계적 관료주의’ 대신에 ‘전문적 관료주의’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15]

후기 산업(Post-industrial)’이 곧 ‘후기 관료주의(Post-bureaucratic)’라는 단순한 가정 아래 관료주의의 효용이 끝났다고 속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관료주의가 소위 ‘새로운 시대’에 접목될 수 있느냐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후기 관료주의(Post-bureaucratic)의 모습은 베버가 제안한 모델과 정말 다른가? 그렇지 않다. 단지 베버의 모델을 복잡하게 편집해 놓은 상태로 볼 수도 있다.

20세기 들어 조직론 학자들이 활발히 이룩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기본공리에는 큰 변화가 없다. 정도의 차는 있으나 규제, 규칙은 상존하고 있으며 결국 관료주의는 아직도 살아 있으되 단지 주변상황이 변했을 뿐이다.

무엇이 변했는가?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조직은 권위의 원천이 힘에서 지식으로 넘어왔다. 전문적 관료주의(Professional Bureaucracy)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페로우(Perrow) 역시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기업들은 관료주의적인 조직구조를 택하고 있으며, 가장 효율적인 구조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한다. [16]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관료주의가 실제로 효력을 발휘한다

기술이나 환경적 제약요인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조직들에서 관료주의가 효력을 거두고 있다. (제조업, 서비스회사, 병원, 학교, 軍, 비영리기관 등)

(2) 조직은 대형화되는 경향이 있다

성공적인 조직은 대형화하기 마련이며 관료주의는 이러한 대형조직에 적합한 구조이다. 비관료적인 중소규모 기업은 계속 흥망을 거듭하지만 대기업들은 존속한다. 즉 조직구조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변수는 규모이며 대형화는 필연적으로 관료주의를 낳을 수밖에 없다.

(3) 사회적 가치관은 변하지 않고 있다

경영철학이 인간중심적으로 바뀌고는 있으나 아직도 많은 기업인들은 질서와 규칙을 선호하고 있다. 그들은 가정에서, 교회에서 권위적인 구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기업조직에서도 작업지시나 책임이 불명확한 것을 싫어한다. 즉 개인적인 자유를 신봉하지만 자유는 어느 정도의 복종을 필요로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4) 환경변화가 과장되고 있다

최근의 변화가 역사상 다른 시기와 비교하여 더 급격한 것은 아니며, 환경변화의 불확실성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경영전략을 통해 완화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5) 전문적 관료주의가 등장했다

전문적 관료주의(Professional Bureaucracy)는 이미 베버의 기계적 관료주의(Machine Bureaucracy)의 수준만큼 표준화되고 있다. 기술적 전문가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기술집약적인 사업이 급속히 팽창하는 시대적 흐름에도 전문적 관료주의는 부합한다.

(6) 관료주의가 아직 주도권을 갖고 있다.

기득권자들은 ‘중앙집권하의 표준화’를 선호하며 관료주의는 이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권력통제라는 관점에서 관료주의는 대규모 조직을 관리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구조이다.

3. 관료주의의 단점

이러한 관료주의의 장점과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영학자들은 관료주의의 폐단을 심각히 지적하고 있다.

베니스 교수의 지적: 관료주의 폐해

사회심리학자로 미국 대통령 4명의 자문역을 했으며, 현재 남가주大의 석좌교수인 베니스(Bennis)는 이미 1964년에 관료주의의 폐해를 다음처럼 지적했다. [17]

  1. 관료주의는 개인의 성장이나 성숙한 인간으로서의 발전을 적절히 수용하지 못한다.
  2. 관료주의는 단순추종자(Conformity)와 단체사고(Group-think)를 유발시킨다.
  3. 관료주의는 비공식적 조직이나 예상 밖의 위급한 문제를 고려치 않는다.
  4. 관료주의의 관리시스템은 시대에 뒤떨어져 희망이 없다.
  5. 관료주의는 적절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갖고 있지 못하다.
  6. 관료주의는 계층 간, 기능 간 갈등이나 차이점을 해소할 적절한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7.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원활한 의사소통이 수많은 계층구조 때문에 왜곡된다.
  8. 불신이나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종업원의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다.
  9.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과학이 조직 내로 유입되지 못한다.
  10. 사람의 인격을 ‘게으르고, 무감각한, 조직인간’으로 변형시킨다.

로빈의 지적: 관료주의의 폐단

로빈(Robbins)도 관료주의의 폐단을 다음처럼 지적하고 있다. [18]

(1) 목표 왜곡

관료주의의 특성인 획일주의는 조직의 유연성을 해치고 개인의 목표나 부서의 목표 등 조직전체의 목표를 왜곡시킨다. 관료주의적인 규칙들은 향후 정책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지만, 조직원들은 이에 무비판적으로 복종함으로써 유연성을 잃게 된다. [19] 즉, 규칙을 목표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 목표를 왜곡시킴으로써 비능률을 초래하는 것이다. 예컨대, 대학의 등록사무실은 학생들의 과목 추가, 삭제에 대한 규정에만 신경을 쓰느라고, 그들이 강의스케줄 짜는 학생을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본분을 잊는 경우가 많다.

또한 관료주의 아래에서는 전문화와 세분화로 인하여 전체 목표보다는 부문 내 목표를 중시하게 된다. [20] 이로써 하위 목표들 간의 갈등이 생기고 이는 곧 조직전체에 혼란을 야기함은 물론 하위 목표와 상위 목표가 상충하여 조직의 총체적인 효과성을 저해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즉, 벡터(Vector)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관료주의의 규칙과 규제는 ‘해서는 안되는’ 행위만을 규정하고 또한 ‘최소한의 행동’만을 규정한다. [21] 이에 조직구성원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고 규정에 나와 있는 최소한의 수준만을 채우는 행동을 한다. 즉, 학과 중에 A∼F학점이 아닌 합격/불합격(Pass/Fail) 기준으로 처리하는 과목의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의 태도를 생각하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관료주의가 관료병리적 행동(Bureaupathic Behavior)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22] 책임자가 잘못된 의사결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규칙만을 내세움으로써 ‘규칙에 따라서 했을 뿐’이란 태도로 조직을 운영하게 될 때 이는 책임을 전가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각종 규칙을 더 많이 만들어 자기를 보호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빈번히 일어난다.

(2) 상황에 맞지 않는 규칙과 규정의 적용

관료주의 아래에서 종업원들은 규칙과 규정에만 맹목적으로 복종함으로써 상황이 변한 것은 고려하지 않고 과거와 똑같은 결정과 대응을 반복하게 된다. [23] 따라서 많은 경우 상황에 맞지 않는 결정이 이루어진다.

(3) 종업원 소외

관료주의에 의한 조직화, 규격화로 인하여 종업원들은 자신을 ‘거대한 기계의 톱니’로 생각하게 되어 조직의 목표에 진정으로 동참하려는 동기를 갖지 못한다. 또한 특화되고 단순반복적인 일을 계속하면서 자신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다고 느낀다. [24]

(4) 권력의 집중

소수 고위경영층에 권력이 집중되므로 권력의 균등배분을 통해서보다 인간적인 조직을 구현하려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를 비판한다. [25]

(5) 고객의 불편

관료주의로 인하여 종업원들이 일에 열정을 갖지 못하면, 품질저하, 납기지연 등으로 고객이 대가를 치르게 된다.

힉스의 지적: 관료주의의 한계

힉스(Hicks) 교수는 관료주의가 다음과 같은 역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계점에 부딪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26]

(1) 책임 회피

관료주의는 대부분 형식주의(Red-Tape)를 낳아, 모든 구성원들이 빈둥빈둥 놀려고 하며, 자진해서 위험을 무릅쓸 필요성이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2) 책임 전가

관료주의 하에서는 책임회피를 하지 않는 구성원도 책임전가를 일삼게 된다. 또 책임회피나 책임전가를 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들이 과거에 해온 방법대로 구태의연하게 일을 수행함으로써 새로운 창의가 발휘되지 못한다.

(3) 자기기만

관료주의 하에서는 구성원들로부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자기 기만행위가 자행된다. 경영상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적당히 회피해서 그대로 넘어가려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구성원들은 ‘무시해 버려라, 그러면 그냥 지나가게 되어 재론되지 않을 것이다’는 사고방식에 젖게 된다.

(4) 책임 분산

관료주의에서는 책임분산에 의하여 조직의 성과를 저하시키는 경우가 많다.

(5) 엠파이어 빌딩(Empire Building)

높은 임금과 높은 직위 또한 많은 권력은 일반적으로 대규모화된 조직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관료주의 조직에 있어서는 구성원들이 조직을 대형화시킴으로써 스스로 이익을 증대시키려 한다. 이를 ‘엠파이어 빌딩 현상’이라 하며, 이는 불가피하게 조직의 낭비를 가져온다.

(6) 의사결정 지연

대규모화된 관료적 조직에서는 자주 의사결정이 지연되는데 이는 신속한 경영활동을 위해서는 극히 불리하다. 적기에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오늘날과 같은 역동적인 조직환경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 이는 시기에 맞추어서 이루어진 의사결정이 오히려 지연된 완벽한 의사결정보다 나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7) 형식주의와 의식주의

관료주의자들은 규칙과 절차를 유일한 목적달성의 수단으로 보아 그것에 집착하는데, 이는 지나친 형식주의와 허례허식주의를 가져온다.

(8) 관료적 태업

규칙과 절차에 의해서 운영되는 관료적 조직에 있어서는 태업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 이 경우, 종업원들은 냉전과 공공연한 적개심을 불러일으켜 조직의 능률을 저하시킨다.

존슨의 지적: 관료주의의 병리현상

존슨(Johnson)[27] 등은 관료주의에서 일어나고 있는 병리현상을 다음과 같이 신랄하게 비꼬고 있다. [28]

(1) 보수의 법칙: 보수는 의사결정의 질보다는 의사결정에 소요된 시간을 기준으로 지급하라.

(2) 규모의 법칙: 작은 실수를 하지 마라. 이는 즉시 발견된다. 오로지 큰 실수를 저질러라. 누구도 모른 채 그냥 지나갈 것이다.

(3) 책임공유의 법칙: 기다려라. 다른 사람이 명확히 할 때까지 행동하지 마라.

(4) 의심의 법칙: 의문스러우면 하지 마라.

(5) 선례의 법칙: 어떤 것이든 첫 번째는 하지 마라. 꼭 해야 한다면 선례를 찾아라.

(6) 규칙의 법칙: 규칙에 맞지 않으면 거부하라. 규칙을 사람에 맞추지 말고, 사람을 규칙에 맞추도록 하라.

(7) 無益의 법칙: 무익하게 보이면 실행치 마라.

(8) 애매모호의 법칙: 확실한 언어를 사용하지 마라. 당신의 나태함이 폭로된다. 의도적으로 관료주의자들의 애매모호한 용어를 사용하라.

(9) 교체의 법칙: 톱이 교체되는 시기에는 아무 일도 하지 마라.

(10) 재조직의 법칙: 조직이 재편될 때는 아무 일도 하지 마라. 조직구조, 인원재배치 정책이 명확해지거든 행동하라.

(11) 우회의 법칙: 실수를 감추려면 관심을 딴 데로 유도하라.

(12) 혼합에 의한 중화의 법칙: 잘못을 감추려면 다른 것과 혼합시켜라.

(13) 적시탈출의 법칙: 실패가 명확해지기 전에 떠나라 당신의 후임자가 당신의 아이디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죄를 덮어쓰도록 하라.

결론적으로 관료주의는 하나의 ‘기계모델(Machine Model)’에 불과하며[29], 베니스(Bennis)의 말대로 ‘인간이 없는 조직(Organization without People)’이다. [30]

베버가 종이 위에서 창조한 ‘완벽한 조직모델’인 관료주의는, 모든 이론이나 개념이 그러하듯 이상이 현시로 옮겨질 때 많은 문제점을 야기해 70년이 지난 지금 세계의 많은 대기업들은 이로 인해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제2부 대기업병의 원인과 진단

제4장 대기업병의 원인

대기업병의 원인은 우선 앞에서 살펴본 ‘대기업병의 유래’에서 찾을 수 있다. 즉,

(1) 프랑스 관료제도에서 비롯된 ‘조직의 관료화’

(2) 막스 베버의 관료주의 모델에서 제시된 ‘공식화와 집권화’로 인한 ‘조직의 경직화와 유연성 결여’

(3) 아담 스미스의 ‘분업 원리’가 대량소비 시대를 맞아 대량생산체제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긴 ‘量 위주의 사고’

등을 대기업병의 원인으로 들 수 있다.

(4) 또한 경영환경의 변화 역시 대기업병의 또 다른 원인이다.

위와 같은 기존의 전통적인 경영방식은 기업이 고도 성장기에 있을 때는 오히려 조직의 효율을 높이는 장점으로 작용했으나, 최근 닥친 외부의 충격으로 기업은 저성장기에 돌입했고, 이런 장점이 단점으로 작용해 대기업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부의 충격으로는

  • 1960년대 초반∼1970년대 전반의 사회적인 불안
  • 1971년의 변동환율제도로 전 세계가 전환
  • 1973년의 1차 오일쇼크
  • 1979년의 2차 오일쇼크
  • 1982년의 세계적 불황을 들 수 있다. [31]

이러한 변화도 기업이 능동적,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충분히 넘을 수 있는 파도이지만,

(5) 기업들은 과거의 성장과 성공 경험으로 ‘자만심’에 빠져 위기의식이 결여된 채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해 대기업병이 경영상 주요문제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상의 5가지를 대기업병의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1. 조직의 관료화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영국, 미국으로 건너간 관료제도가 많은 정부-공공 부문의 조직운영 전형이 되었다. 또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관료주의 모델을 본받아 조직을 운영해오는 과정에서 형식주의 계층구조 같은 ‘관료화 현상’이 대기업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관료화 원인

조직이 관료화되는 원인은 개인 이기주의, 현위치 무시, 권위적인 경영자, 계층적 조직구조, 과도한 규정과 규칙, 비합리적인 평가제도, 부적절한 책임배분, 왜곡된 기업문화 등이 상호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캔토니 역시 대기업병의 원인을 ‘조직의 관료화’에서 찾고 있으며 그 구체적인 현상으로 11가지를 들고 있다. [32]

  1. 자신의 지위, 인정, 경력 등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스탭이 이를 충족시키고자 관료주의를 만들어 낸다.
  2. 외부의 컨설턴트들이 고객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서비스를 팔기 위해 불필요한 제안을 한다. 즉, 관료주의는 스탭전문가, 컨설턴트, 법률전문가들이 자기 자신의 출세, 보신, 관심집중을 위해 위험(Risk)의 가능성을 사실보다 과장하는 경향에서 시작된다.
  3. 관료주의는 하나의 작은 씨앗으로부터 시작해서 조직전체가 잡초에 묻혀 ‘경쟁’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릴 때까지 서서히 확산된다.
  4. 관료적 조직구조가 관료적 경영자를 자연스레 배출한다.
  5. 관료적 경영자가 관료적 조직구조를 만든다. 즉, 관료적 조직구조와 관료적 경영자는 상호 의존적이다.
  6. 계층구조(Hierarchy)가 많을수록 관료주의가 심해진다.
  7. 권력, 관리, 지위에 대한 병적인 열망은 계층구조와 관료주의를 통해 성취할 수 있지만 조직 내의 사람들은 그만큼의 희생을 치러야 한다.
  8. 대기업의 문화는 계층구조적으로, 관료주의적으로 생각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9. 계층구조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조직은 계층구조적이고 관료주의적인 방법으로 일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10. 관료주의는 책임이 잘못 배분될 때 생긴다.
  11. 관료주의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는 관료적이다.

미국기업의 관료화 원인

미국 대기업의 경영방식은 유럽, 일본을 거쳐 전 세계적으로 대기업의 표준모델이 되었으며 특히 미국기업이 관료화된 원인으로

  • 스탭전문가 출신의 CEO에 의한 ‘계수 위주’의 경영방식
  • 경영자 소개소의 활발한 활동

등을 들 수 있다. [33]

(1) 스탭전문가들의 계수 위주의 경영방식

미국기업이 관료주의에 물들게 된 원인 중 하나는 미국기업의 CEO에 관료적인 스탭전문가들이 부상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GM이다. GM의 쇠퇴는 일반적으로 일본기업 때문이라고 이야기되지만 실은 관료주의의 확산이 회사선체의 기업가정신을 죽여 버렸기 때문이다. 1958년 스탭전문가 출신인 플레트 도너가 CEO로 된 이래 – 한번만 제외하고(1968년의 제임스 로슈 회장) – 현재까지 계속 재무맨이 CEO를 맡음에 따가 GM에는 재무적 기업문화(Financial Culture)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파스캐일(Pascale)은 재무전문가의 특성을 다음처럼 표현한다. [34]

재무전문가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숫자를 만드는 것이다.

또 Quality보다는 생산량에.

마케팅보다는 규모의 경제에.

창조적은 디자인보다는 원가삭감에.

거친(Tough) 의사결정보다는 관료주의에 우선순위를 둔다.

결국 이러한 재무적 기업문화로 로저 스미스(Roger Smith) 당시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있어 종업원당 소요시간은 本田의 3배, 新車를 새로 디자인하는데 2배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또한 GM이,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페로(Perot)[35]가 CEO로 있던 EDS社를 매수하고 소화불량에 걸린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관료주의자들은 그들 조직 내에 잡초제거자(Weed-killer)들이 침입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페로는 CM에서 축출되었다.

이와 같은 관료주의는 포드(Ford)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1950년대 말, 새로운 CEO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a)가 소위 ‘Whiz-kid’[36]라고 불리는 계량분석 전문가들을 대량으로 회사에 영입하면서 포드도 관료주의에 물들기 시작했다. [37] 숫자로만 경영하는 방식으로는 포드의 경영이 개선되지 않았다. 맥나마라가 국방성장관으로 있을 때 베트남전쟁에 적용한 것과 똑같은 이러한 관료적인 방식은, 포드를 베트남전쟁과 같은 비극적인 상황으로까지 몰고 갔다. 로즈크랜스(Rosecrance) 교수[38]의 조사에 의하면 Fortune 500 기업의 CEO중 50% 이상이 재무, 법률, M&A, 전략계획 등의 전문가스탭 출신이다.

전문가스탭이 부상하게 된 다른 또 하나의 원인은 미국사회의 속성이 변했기 때문이다. 미 정부의 규제나 제한이 점차 증가하자 기업은

  • 창조자보다는 수비자에게
  • Risk 대응보다는 Risk 회피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수비위주의 사회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법률전문가의 증가이다. 1975년에 40만 명 미만이던 변호사가 1990년에 70만 명으로 75% 증가했으며 2000년에는 90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9] 일본은 국민 9천 명당 변호사가 1명인데 비해 미국은 335명당 변호사가 1명이다. 미 연방관리예산국[40]에 의하면 민간부문이 연방정부에 제출하는 서류를 만드는데 년 50억 시간을 소비한다고 한다.

(2) 경영자 소개소의 활발한 활동

미국 내 관료주의의 확산은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경영자 소개소(ESF: Executive Search Firm)가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면서 더욱 촉진되었다. 현재 뉴욕, LA, 시카고, 댈러스를 중심으로 2천개 이상이 성업 중이다. 이들은 10억불 이상의 계약고를 올리고 있으며, 톱 3개 회사는 각각 165백만 불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소개비용은 최초연봉의 1/3에 비용을 합한 금액이다) ‘미국의 경영자는 평균 5번 직장을 옮겼다’는 조사결과로 보면, 관료주의자는 마치 ‘부지런한 벌(Busy Bee)’이 꽃에서 꽃으로 옮겨 다니면서 관료주의를 다섯 회사에 전파시킨 셈이다.

조직이 관료화되는 시기

이러한 관료주의는 수요가 폭발하고 외형이 커지는 성장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업이 저성장기에 들어가면서 잠재해 있던 대기업병 증상이 돌출하는 것이다.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은 아래와 같이 성장곡선으로 표현할 수 있다. 대기업병은 이 성장곡선 중 고성장기와 저성장기가 만나는 단계에서 싹트기 시작한다. 간접비 부담이 늘어나고 기업가정신이 사라지면서 불필요한 행동, 지나친 조심성, 현상유지 고수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직은 이 단계에서 관료주의를 치유하지 못하고 성장단계를 지나 완전히 쇠퇴가 표면화되고 위기가 구체적으로 다가올 때까지 현상을 유지하려는 속성이 있다.

〈기업의 성장곡선〉

2. 조직의 유연성 결여

막스 베버가 제시한 관료주의 모델은 많은 정부, 공공기관은 물론 많은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규정, 규칙, 매뉴얼로 만들어 철저히 지키도록 하는 ‘공식화’와 모든 권한을 조직 상층부에 집중시켜 일사불란한 톱다운식의 명령구조를 가져가는 ‘권한집중’은 현재의 대기업에게 ‘조직의 경직화’라는 대기업병을 안겨준 것이다.

또 아담 스미스가 제시한 분업이론이 폭발적인 수요증가로 인해 대량생산체제가 확산되면서 ‘분업화, 세분화, 전문화’로 발전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조직으로 ‘피라미드형 구조’가 고안, 확산되었다. 이러한 조직의 속성은 ‘기계적-관료적’으로 요약되며 경직화된 조직의 전형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기계적-관료적 조직에서는 조직의 비대화, 환경대응 지연, 의사소통 단절 등의 ‘유연성 결여’ 현상이 나타난다.

기계적 조직과 유연한 조직

김영배 교수는 ‘기계적-관료적’인 조직과 대별되는 개념으로 ‘유기적-혁신적’인 조직을 제시하고, 각 조직의 특성을 1910년대 포드대량생산체제(Mass Production System)와 1980년대 도요타의 유연생산체제(Lean Production System)를 예로 대비한다. [41]

3. 양 위주의 사고

대기업병의 원인 중 하나는 수요 증가, 안정적인 성장과 대량생산 체제에서 비롯된 ‘양 위주의 사고’에서 찾을 수 있다. 산업혁명과 세계대전 후의 두 차례에 걸친 폭발적인 수요증가는 모든 기업들을 성장과 안정의 시대로 몰고 갔으며 기업들은 대량생산체제를 경영상 최고의 패러다임으로 채택함으로써 ‘큰 것에 대한 편향’과 ‘양 위주의 사고’에 물들게 되었다.

미국기업과 양 위주 사고

톰 피터스(Tom Peters)는「혼돈 속에서의 번영」이라는 책에서 미국기업이 쇠퇴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미국인의 거대주의에 대한 편향’을 지적했다. [42]

미국인은 ‘큰 것’이 언제나 그들의 명함인양 내미는 대명사이다.

미국 내 어디에서 출발하든 차를 몰고 가면 몇 마일을 채 못가서 ‘세계에서 제일 큰 것’이라고 쓰인 간판을 볼 수 있다. 광활한 공간과 끝없이 펼쳐진 대지는 모든 것을 큼직하게 만들었다. 개척 당시 미국의 농부들은 땅을 갈아 부친 뒤 지력이 쇠하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훌훌 털고 서쪽으로 옮겨갔다.

– 톰 피터스

미국이 제조업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에도, 일찍이 농사짓던 습관을 그대로 답습했다. 즉, ‘질보다는 양’이 우선이었다. 쭉쭉 뻗어가는 철도는 곳곳에 값싼 상품에 대한 엄청난 수요시장을 창출함으로써 산업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철도업계의 큰 손들은 기업을 결합(Business Combination)하거나 통제하는데 막강한 힘을 휘둘렀다. 대량생산기술은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절정에 이르렀다. 영국이 대량 생산에 필요한 대부분의 도구를 발명했다면, 미국은 그 도구들을 복제하고 완성하여 생활용품을 만드는데 응용했다. 대량생산으로 요약되는 미국의 생산시스템은 1차 대전과 2차 대전 중에 톡톡히 수지를 맞추었고, 이어 미국이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등장하면서 확고한 발판을 굳혔다. 그러나 미국이 2차 대전 중에 재미를 보았다면, 그것은 ‘질 좋은’ 탱크나 비행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보다 ‘많은’ 탱크와 비행기 덕으로 보아야 한다. 그 후 일본, 유럽 등 해외의 경제가 되살아나고 이들은 군침 도는 미국시장을 넘보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열린 유일한 입구는 미국의 불신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질과 성능이 탁월한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틈새시장(Niche Market)을 파고드는 길뿐이었다. 손재간이 뛰어난 유럽인과 일본인들에게는 ‘질을 우선’하는 전략이 멋지게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대형을 열렬히 편애했고, 2차 대전 이후에는 대형 자동화에 완전히 매혹되어 버렸다. 일본은 미국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작고 융통성이 있는 공작기계 도면을 골라 그 시장의 일부분을 차지했으며 빠른 제품변경을 일종의 고급예술 차원까지 승화시켰던 것이다. 지금 미국은 고민에 빠져 있다. 품질과 융통성은 당분간 경제적 성공을 보장하는 품질보증서와도 같게 될 것이다. 87년에 포천지가 한국 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기업들은 미국보다 일본 공급업체를 두 배나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3] 한국기업은 ‘제품의 조악한 품질, 배달지연, 불친절한 서비스’도 문제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미국회사들은 물량이 적은 주문은 받기를 꺼린다’라는 불평을 털어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큰 것’을 외면하기란 창자가 뒤틀리는 아픔이 아닐 수 없다.

통상적으로 ‘量’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 거론되는 것은 ‘실용성’과 ‘혁신성’이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양위주의 경영은 더 이상 실용성과 혁신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실용성, 효율성

이제는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지만 대형욕구가 미국의 상품을 망쳤다. 수백 가지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 모든 과학적 증거는 큰 것을 흠모하는 추종자들과 그들의 신화에 냉혹했다.

– 월터 아담스[44]와 제임스 브록[45]

사실상 산업계 실정에 정통한 관찰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큰 것’의 실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미 1930년대에 U. S. 스틸社의 허점을 지적한 보고서도 있다. 이 보고서는 “U. S. 스틸社가 덩치만 컸지 둔하기 이를 데 없는 거인의 모습이며 생산활동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고 수천 가지의 판매품목에 대한 원가계산이나 수익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산업에서 규모를 축소함으로써 내실을 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축소 지향’, ‘작은 것 지향’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것이다.

혁신성

큰 것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 으레 실용성 다음으로 거론되는 것이 ‘혁신성’이다. 위에서 언급한 아담스 등은 혁신성에 있어서의 거대기업 옹호론자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46]

얼핏 보기에 거대기업은 탁월한 발명가나 혁신가로서의 자질을 많이 갖춘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그들은 최고급 두뇌들을 고용하며 일개 군단을 형성할 수도 있고, 실험기구를 고루 갖춘 넓고 현대적인 실험실을 그들에게 제공할 만큼 여유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큰 덩치로 획기적인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공정의 혁신을 기하는데 드는 잠재적 손실을 견디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들은 개별 프로젝트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위험부담을 훨씬 줄일 수도 있다. 어느 한 프로젝트라도 성공하면 여타 프로젝트의 실패나 그에 따른 손실비용을 벌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곳곳에 유통망을 확립하여 신제품을 시장에 신속히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대대적인 반격을 개시한다.

이론상으로는 분명히 위와 같은 강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상황이나 유용한 증거를 보면 거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훨씬 효과적인 혁신기업이었음이 확인된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R&D에 훨씬 더 많은 정열을 쏟았으며,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신발명품을 고안해냈다. 발명이나 개발에 관한 한, 거대기업들은 특유의 취약점으로 인해 부심하고 있는 듯하다.

아담스와 브록은 美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한 논문을 포함하여 수많은 연구자료들을 샅샅이 검토했다. 연구결과는, 주목할 만한 기술혁신 사례 중 35%만이 대기업(근로자 1만 명 이상)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총생산량 중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출고량에 견주어 볼 때 매우 낮은 것이다. 더구나 ‘소규모 기업이 중간규모의 기업보다 연구개발비로 보면 4배의 혁신을 이룩했고 대규모 기업에 비해 무려 24배의 혁신을 이룩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아담스와 브록은 마지막 일격을 가하듯 다음과 같이 말한다.

거대기업들은 획기적이고도 과감한 연구과제를 떠맡는 일 따위에는 구미가 당기지 않는 모양이다. 규모가 큰 만큼 다소 위험부담을 안을 수도 있으리라는 상식적인 생각과는 달리, 대기업이라는 이름의 ‘식충’들은 전혀 그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비교적 위험부담이 있는 연구개발이나 제품 및 생산공정의 혁신을 요하는 연구개발에서 대기업이 제 몫을 해주면 좋으련만, 어느 통계자료에서도 그런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위와 같은 현상을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설명한 연구저서로는 컬럼비아大의 긴즈버그(Ginzberg)와 시티코프사 제일의 전략가였던 보이타(Vojta)가 공동 집필한 「인간의 규모를 넘어서 – 위험에 처한 대기업」이 있다. [47]

대기업은 위험에 처했을 때 익숙한 길을 따른다. 이익성장률이나 자본수익률이 하락한다. 이익성장률이 하락해도 적어도 당분간은 회계관례 또는 규제절차로 인해 가시화되지 않기 때문에 잠재적인 기업 결손액이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

주요 부문에서의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쇠퇴도 시간이 지나면 치유될 수 있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오인될 때가 많다. 이러한 오해 때문에 최고의 경영진이 곧바로 개선조치를 취할 생각은 하지 않고 마냥 늑장을 부리게 되는 것이다.

복잡한 내부조정과 비효율적인 인력관리에 따른 높은 비용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은 점점 더 중소기업의 시장침투에 약해지고 있다. 대기업의 취약성이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은 전문화된 시장인데, 그것은 그 시장이 특정 소비자 집단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소규모 기업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이들 신예 경쟁자들은 거대한 투자나 내부조정에 소모되는 힘겨운 비용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보다 우수한 제품을 신속히 공급할 수 있고 결국은 시장의 한 모퉁이를 차지하게 된다. 이 때문에 대규모 경쟁자들은 거래규모나 총이윤율이 비용을 커버할 수 있을 만큼 큰 반대편 극단에 더욱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안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수의 대기업은 수지가 톡톡히 맞는 시장지분을 도전자들에게 떼어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쯤 되면 그 기업은 바야흐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수습할 수 없는 장부상의 손실이 발생하거나 다른 기업의 인수대상에 오를지도 모르며, 마침내 파산될 운명에 놓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톰 피터스 역시 ‘큰 것 지향’의 종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48]

미국 경제사상 가장 칭송받은 전통이자 미국인의 정신(크면 좋다. 더 크면 더 좋다. 가장 큰 것이 가장 좋다)은 진실이 아니다. 과거에도 아니었고 미래에는 더 더욱 아닐 것이다.

4. 경영환경의 변화

관료주의 형태를 가진 대기업의 모델이 한계에 도달한 것은 한마디로 경영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베니스, 해머, 파인, 野村總合硏究所, 로비 등의 주장을 살펴보자.

베니스의 지적: 환경변화로 관료주의 효용의 종결

‘관료주의의 효용은 이제 끝났다’는 논의 중 대표적인 사람이 베니스(Bennis) 교수이다. [49]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에 걸쳐 풍미했던 관료주의는 이제는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다. 관료주의 모델은 산업혁명 초기에 독재적인 조직운영. 친족주의 인사 등에 대한 반작용으로 개발되어 공정한 관리를 요구하는 당시의 시대요구에 부응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빅토리야 시대의 낡은 유물로 전락해버렸다.

(1) 급변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변화

일목요연한 명령-지시구조, 각종 규정과 규칙, 합법적으로 일정 지위에 부여된 권한과 그에 준거하여 스스로 굴러가는 관료조직의 장점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 하에서 정형적인 작업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는 적합했으나, 신속한 변화가 요구되는 현실에는 부적절하다.

(2) 조직규모의 확대

이론적으로 피라미드 구조의 높이에는 제한이 없으나 현실적으로는 조직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관료주의 하에서는 관리의 하중이 지나치게 커져서 통제, 비인간화가 심해지며 제반 규정도 점차 현실성을 잃게 되어 조직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3) 다양화

오늘날 모든 조직원은 다양하고 전문화된 능력이 요구되는데, 관료주의의 경직적인 의사결정단계, 엄격한 규정한 창의성을 제한하여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다.

(4) 경영활동의 변화

경영자들은 경영철학에 있어 상당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 과거 단순하고 기계적인 존재로만 인식했던 인간관에서 탈피하여 종업원의 복잡 다변한 요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 강제와 위협으로 권력을 유지한다는 과거 인식이, 협동과 논리에서 권력이 나온다는 인식으로 전환되었다.
  • 비인간적이고 기계적으로 종업원을 취급하던 인식에서, 인간적이고 자주적 측면이 강조된다.

마이클 해머: 3C 시대의 도래

「리엔지니어링」으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해머(Hammer) 역시 현재 미국 대기업들이 겪고 있는 제반 경영상 문제점은, 대기업들이 적용하고 있는 경영방식이 시대환경변화에 맞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기업의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리엔지니어링해야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50]

[미국 대기업들의 문제점]

  1. 유연성 부족
  2. 신속히 대응하지 못함
  3. 고객에게 초점을 두지 않음
  4. 성과보다 단위행동에 집착
  5. 관료주의에 의한 조직 마비
  6. 혁신의 결여
  7. 간접경비(Overhead Cost) 과다

즉, 아담 스미스가 창시하여 헨리 포드, 알프레드 로언이 발전시킨 경영원칙(분업화, 세분화, 전문화)에 근거한 피라미드조직 등 과거의 경영방식은 과거의 경영환경(대량생산, 안정 성장)에는 적합했으나, 경영환경이 3C(고객, 경쟁, 변화: Customer, Competition Change) 시대로 바뀜에 따라 이와 같은 대규모의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영환경의 변화>

(1) 고객(Customer)이 주도권을 가진다

1980년대 초부터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판매자와 고객 간의 관계에서 주도권이 이동했다. 더 이상 판매자가 우세하지 않고, 고객이 우세하다. 이제는 판매자가 아닌 고객이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을 언제 원하는지, 어떠한 방법으로 공급받기를 원하는지, 어떻게 지불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이러한 새로운 상황은 대량시장(Mass Market)에 익숙해 있는 기업들에게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 대량시장은 니치시상으로 조각조각 나누어져서, 어떤 것은 단일개별고객을 가질 정도로까지 축소되었다. 최종소비자이든 산업기업이든 상관없이 개별 고객들은 개별적으로 취급받기를 요구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맞추어 생산된 제품을 요구하고, 그들의 생산계획이나 작업시간에 맞는 납품일정을 요구하며, 그들에게 편리한 지불조건을 요구한다. 대량시장이라는 개념 위에 성장해 온 기업들이 받아들이기 가장 힘든 새로운 현실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2) 경쟁(Competition)이 격화된다

이제까지의 경쟁은 매우 단순했다. 팔릴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최저의 가격으로 시장에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 많은 경쟁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경쟁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전 세계기업이 동일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을 하게 되면, 가장 우수한 단 하나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카터필러(Caterpillar)는 고마쯔(小松)와, 뒤퐁은 홱스트(Hoechst)와, 체이스맨해튼(Chase Manhattan)은행은 바클레이즈(Barclays)은행과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새로 시작하는 기업들’은 아무런 조직적 부담도 없고 과거에 의해 제약을 받지 않으므로 현재의 기업들이 기존 제품의 개발비용을 벌충하기도 전에,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큰 것이 더 이상 난공불락의 요새도 아니며, 현재 견고하고 안정된 기업도 새로 시작하는 기업들, 생긴 지는 어느 정도 되었지만 아직도 창업자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기업들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社는 아직 시작하는 기업에 속하며, 월마트(Wal-Mart)社도 마찬가지이다. 선社의 워크스테이션 혁신은 세계의 모든 컴퓨터 제조회사들의 진로를 바꾸어 놓았으며 월마트는 새로운 소매업의 개념을 창조해 냈다. 특히 기술은 경쟁의 본질을 기업들이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바꾸어 놓고 있다. 예를 들어, 소매업에서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P&G(Procter & Gamble)와 월마트는 같은 제조기업과 소매기업이 그들의 유통시스템과 재고시스템을 서로에게 이익이 되도록 결합시키고 있는 것이다.

(3) 변화(Change)가 일상적인 것으로 된다

변화는 광범위하면서도 영속적인 것이 되었다. 이것이 정상적인 상태로 되었고, 더욱이 변화의 속도도 빨라졌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은 수년에서 수개월로 줄어들었다. 중요한 것은 제품과 서비스의 라이프사이클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출시하는데 쓸 수 있는 시간도 짧아졌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3C 즉 고객, 경쟁 그리고 변화는 새로운 기업환경을 창출해냈다. ‘대량생산-안정-성장’이라는 토대 위에서 만들어진 기업이, ‘고객-경쟁-변화(3C)’로 인해 유연성과 신속한 반응이 요구되는 세계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기업의 세분화된 프로세스와 전문화된 조직은 외부환경, 즉 시장에서의 커다란 변화에 대해 신속히 반응하지 못한다. 기존 프로세스는 외부조건이 작고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변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설계된 것이다. 경영자로부터 기업운영을 분리시키고, 전문화된 부서들 사이에서의 기업운영에 틈이 생기게 함으로써, 오늘날의 조직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중대한 변화를 인지하거나, 또는 우연히 그러한 변화를 인지했다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어떠한 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오늘날 세분화된 조직은 아담 스미스가 예견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엄청난 규모의 비경제성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 모두는 지난 100년 동안의 유산이다. 이러한 특성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갑작스럽게 나타난 일도 아니다. 이것들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존재해왔다. 단지 최근까지는 이것들에 대해 별로 우려할 필요가 없었던 것뿐이다. 원가가 많이 든다면 원가를 고객에게 전가시킬 수 있었다. 고객들이 만족하지 않는다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면 되었다. 신제품의 개발이 느려도 고객들은 기다려 주었다. 중요한 경영과제는 성장을 관리하는 것이었으며,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성장이 둔화되자 나머지 요소들이 중요해졌다. 최근 대기업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19세기와 20세기동안에는 탁월하게 운영되도록 설계된 기업조직을 가지고 그대로 21세기로 넘어가려는 점이다.

파인: 변화의 지표 – 높은 시장 동요

죠셉 파인(Joseph Pine)은 최근처럼 ‘시장 동요’가 심한 경영환경에서는 더 이상 대량생산체제가 효율성이 없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매스 카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51] ‘매스 카스터마이제이션’이란 매스 프러덕션(대량생산)과 대칭되는 개념으로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일일이 맞추면서도 대량생산의 양과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즉 과거의 ‘주문생산방식’과 최근의 ‘대량생산방식’의 장점을 골고루 취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대량생산방식을 한계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극심한 ‘시장동요’이다. 이를 수요 요인과 구조적 요인으로 구분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시장동요 요인>

[수요 요인]

(1) 불안정하고 예측할 수 없는 시장 수요

‘수요의 안정성’은 대량생산을 위한 완벽한 환경이다 제품에 대한 수요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면 생산량, 개발주기, 라이프사이클도 마찬가지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된다. 반면에 수요가 작은 시장으로 세분화되면 이를 예측할 수 없게 되고 원활한 생산이 힘들게 되며 규모의 경제는 그 효용을 잃게 된다.

1970년대에 크라이슬러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을 때 미니밴을 생각해 냈다. 이는 스테이션 왜건과 대형 밴에 대한 수요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 새로운 시장은 1980년대에 ‘자동차 같은 미니밴'(예컨대 닷지 Colt Vista)과 ‘밴 같은 미니밴'(예컨대 포드 Aerostar). ‘톨카'(예컨대 本田 Civic Shuttle)로 나누어졌다. 이런 세분화는 1990년대의 三菱의 엑스포모델로 이어졌고, 사람들은 이 차를 콤팩트 스포츠 왜건’이라 불렀다. 결과적으로 자동차에 대한 수요의 안정성은 확실히 줄어들었고 고객의 선택폭은 훨씬 다양해졌다.

– 죠셉 파인

(2) 사치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

독특하고 고가이며 독창적인 사치품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필수품보다 표준화가 어렵다. 예컨대, 특급음식점은 패스트푸드 가게보다 훨씬 다양성이 있고 고객화되어 있다. 또 일반적인 옷은 기성품으로 충당이 되지만, 사치스러운 양복이나 가운은 맞춤 형식으로 제작된다.

(3) 불확실한 고객 니즈

고객의 니즈가 불확실하면, 단일제품만을 시장에 공급하기 어렵다. 시장 안의 황금광맥을 찾기 위해, 수많은 기업이 수없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낸다. 또 새로운 시장에서는 고객 니즈가 불확실한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예컨대 일본의 가전회사는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수많은 대체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상품을 생산한다. 고객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불확실할수록 제품은 더욱 다양해진다.

(4) 이질적인 욕구

대량생산기업의 대상 고객은 기본적으로 똑같은 니즈를 갖고 있으므로 표준제품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의 욕구가 이질적으로 되면, 기업은 더 많은 다양성과 수요의 차별화에 열중해야 한다.

(5) 고객 니즈의 빠른 변화

만약 고객 니즈의 변화가 아주 느리게 진행한다면, 대량생산회사는 표준화된 제품과 서비스, 긴 라이프사이클과 개발주기, 규모의 경제 같은 그들 고유의 경영방식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의 니즈가 빠르게 지속적으로 변한다면, 이 방식은 무너질 것이다. 라이프사이클도 짧아지고, 개발주기도 빨라지며, 잦은 설비교체와 총생산량의 감소에 따라 규모의 경제도 줄어들게 된다. 수요를 유지하고, 개발 리드타임을 단축하고, 재설비와 교체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아는 기업들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과거에는 여름과 겨울이라는 두 계절 주기를 따르고 있었던 여성복 업계에서는 고객들의 패션 감각이 차츰 높아지고 의복에 대한 지출이 늘어남에 따라, 고객의 니즈도 더욱 빠르게 진화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계절’주기를 더욱 많이 늘려 1년에 6∼7번, 심지어는 8번씩이나 새로운 계열의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리미티드(Limited)같은 회사는 ‘계절’마다 처음 한두 주 동안 무엇이 팔리고 팔리지 않는지 조사하여 그때의 흐름을 맞출 수 있도록 생산일정을 바꾸고 있다. [52]

(6) 가격에 민감

가격에 민감한 고객은 기업의 원가구조와 이윤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런 고객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약해 더 좋은 가격조건을 찾으면 즉각 다른 브랜드로 바꾸어 버린다. 이 때문에 수요는 더 불안정해지고, 예측과 계획이 불확실해지며, 시장환경도 더욱 동요하게 된다. 이런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는 표준화된 제품과 서비스에서 비표준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옮겨가는 것이다.

(7) 높은 품질 의식

다양성이 증대함에 따라 품질이 점차 중요성을 갖게 된다. 나아가 품질에 대한 정의는 지난 10여 년 동안 ‘통계적 만족’에서 ‘고객이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니즈를 만족시키는 것’으로 바뀌었다. 후자에 목표를 두고 있는 TQM[53] 프로그램에 힘입어 많은 기업이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고자 더 많은 다양성과 고객화를 제공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

(8) 패션/스타일에 대한 높은 의식

최신 패션을 따르려는 고객의 니즈를 채워주어야 하는 의류산업만큼 다양성을 보이는 산업도 드물다. 패션의식은,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이 부족한 대량생산기업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새로운 패션이 낡은 패션을 몰아내는 것은 뻔한 이치이다. 이런 혼란스런 상황에서 디자인과 생산을 재빨리 바꿀 수 있는 유연한 기업은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9) 판매전/후 서비스 수준의 향상

고객이 요구하는 서비스의 수준은 얼마나 많은 고객화되어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서비스는 원래 구매자가 필요로 하는 것에 맞추어 고객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적 요인]

구조적 요인은 산업의 기본성격을 반영하기 때문에 개별기업이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 요인들은 무역단체나 정부가 나서서 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10) 구매자의 힘이 증가

구매자의 힘이 커질수록, 기업은 환경을 통제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환경은 더욱 동요하게 된다. 기업은 모든 우위를 갖고 있을 때(몇 안 되는 대기업과 수많은 작은 구매자가 있을 때)에 제품을 표준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늘려 높은 이윤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전형적인 대량생산기업으로서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구매자의 힘은 대량생산 방식이 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이게 되는데, 이는 기업이 고객의 니즈에 더 많이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가장 바라는 것이 낮은 가격이라면, 이는 가격경쟁을 낳는다. 화장품과 같이 경쟁상표가 많을 때 고객은 쉽사리 브랜드를 바꾸기도 한다. 화장지처럼 고객이 높은 가치를 매기지 않는 품목은 제품차별화보다는 가격경쟁으로 나아가게 된다. 샴푸처럼 고객이 높은 가치를 매기는 품목은 가격경쟁과 제품다양화라는 두 가지 특징을 다 보여준다.

(11) 경기변동의 영향이 크다

기업의 매출이 ‘경기침제∼회복∼발전’의 경제순환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이 수요를 통제하고 안정시킬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할 때는 더 이상 대량생산방식을 유지할 수 없다. 나아가, 불황을 더 심화시키는 경제적인 또는 다른 외부의 충격들은 특정산업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런 사건들이 수요와 생산을 불확실하고 불안정하게 만들고, 비용을 엄청나게 늘린다.

(12) 경쟁이 격화

경쟁사의 수와 경쟁강도, 또한 시장점유율은 그 회사가 대량생산과 주문대량생산의 연속선상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설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지위에 만족하고 일을 그르칠까 두려워하기만 하는 ‘서클’ 분위기가 있는 기업은 제품을 혁신하고 다양화할 동기가 거의 없다. 그들은 대량생산의 기반인 안정을 즐긴다. 미국에서 자동차산업과 석유산업 그리고 1970년대 후반기와 1980년 초반의 규제 철폐가 있기 전의 운송업은, 세계적인 규모의 경쟁상대가 공격해 오기 전에는 이런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쟁강도가 높아지면서 불확실한 수요, 차별화에 대한 필요, 틈새시장에 대한 탐색 등 시장동요의 모든 징조들이 나타났다.

(13) 가격경쟁에서 제품차별화 경쟁으로 전환

기업이 오로지 가격경쟁으로만 대응한다면, 그 산업의 다양성과 고객화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쌀이나 구리 같은 농-광산물이나 이쑤시개 같은 일용품의 경우이다. 고객들은 차별화에 대해 추가적인 부담을 하지 않으며, 단지 가장 싼 가격에 상품을 구입하려 한다. 그러나 비일용품산업에서는 기업이 제품의 차별화전략으로 대응할수록 그 산업의 다양성과 고객화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14) 시장이 포화 상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대량생산방식의 효용은 점점 떨어진다. 대부분의 내구성 소비재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포화수준에 이르렀다. 1970년까지 냉장고, TV, 라디오, 다리미는 미국 가계의 99%까지 보급되었다. 세탁기, 토스터, 진공청소기는 90%를 넘게 소유하고 있었고, 1970년까지 미국인 두 사람에 한 대 꼴로 자동차가 보급되었다.

(15) 다양한 대체품

어느 제품이 대체하기 쉬울수록, 고객의 니즈를 채워주는데 더 많은 시간이 들고 다양성과 고객화가 증대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증권 중개업자에게 투자하는 것이 높은 수익성을 지닌 몇 안 되는 투자방법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직접적인 증권투자를 대신하는 많은 대체품, 즉 부동산, 자금시장과 투자신탁, 여러 보험상품 등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 기간에 은행가와 중개업자, 보험회사는 많은 대체품들과 맞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신제품’을 개발했다.

(16) 짧고 예측할 수 없는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길고 예측할 수 있는 제품 라이프사이클은 대량생산방식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짧아지고 예측할 수 없는 제품 라이프사이클로 인해 그 방식은 역전되고 시장동요가 늘고 있으며 혁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17) 제품기술의 변화가 심하다

많은 산업에서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제품기술의 변화가 극심하다는데 있다. 이는 어떤 경제에서든 성장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제품 R&D에 더 많이 투자하게 된다. 이로써 변화율이 반드시 증가하지는 않지만, 가치 있는 제품기술은 늘어난다. 생산기술개발에도 많은 자금이 투자되며, 새로운 제품을 더 빨리 개발하고,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자본의 이용도론 높인다. 대량생산은 느린 기술변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느리고 점진적인 변화는 안정적이며, 공정에 대한 투자를 벌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빠른 변화는 근본적으로 기업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생산설비에 드는 많은 투자를 쓸모 없게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R&D에 대한 투자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 1970년 「Future Shock」에서 앨빈 토플러는 기술변화가 얼마나 심해질지 설명했다. 그 이후, 기술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특히, 정보기술을 더욱 폭넓게 응용함에 따라 기술변화 속도는 높아만 가고 있다. 이런 변화를 경험한 산업들 대부분은 아마도 대량생산 방식을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野村總合硏究所: 창조화시대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이미 도래하고 있는 정보화사회를 예견했고, 野村總合硏究所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 정보화시대에 잇따라 오는 ‘제4의 물결’을 ‘창조화시대’로 제시하면서 ‘대량생산시대’의 종말을 예견하고 있다. [54]

  • 제1의 물결: 농업화사회
  • 제2의 물결: 공업화사회
  • 제3의 물결: 정보화사회
  • 제4의 물결: 창조화사회

18세기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공업화 사회는 ‘규모의 이익(Scale Merit)’을 살려 표준화를 추진하며 되도록 소품종을 ‘대량생산’하는 것이 유리한 사회였다. 세상이 정보화사회로 넘어가면서 ‘규모의 이익’보다는 ‘범위의 이익(Scope Merit)’을 살려서 시스템화를 추진하고 개인의 다양한 가치관에 맞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마이크로칩의 多用으로 인해 가능해졌다. 창조화사회에서는, 달리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을 생산함으로써 생기는 ‘創發의 Merit’을 살려서 異種의 것을 네트워크화하여, 개인의 창조적 선택에 바탕을 두는 소비를 가능케 하는 ‘다품종 단품생산’이 가능해진다.

즉 ‘규모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대규모생산은 이미 시대에 뒤진 대응이며, 기업은 조속히 변신하여 ‘범위의 이익’과 ‘創發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도표참조)

〈창조화사회의 이미지〉[55]

로비: 세 가지 변화의 압력

로비(Robey)는 현재 기업이 받고 있는 변화에 대한 압력으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56]

  1. 환경의 요구 (복잡하고 동태적인 환경. 자원고갈 상태)
  2. 기술 (특히 정보처리기술)
  3. 신세대 가치관

(1) 환경의 요구

혹자는 현대를 ‘정보화 시대’라 하고 ‘후기산업사회(Postindustrial)’ 혹은 ‘제3의 물결’이라 한다. [57]

요즘처럼 서비스 지향적인 경제에서는 물질적인 원자재보다는 정보가 모든 일의 원자재가 된다. 정보를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 데에는 큰 공장이나 사무실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필요하다. 즉 미래의 조직은 훨씬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복잡한 많은 정보에 대처해야 하는 반면 이를 위하여 과거처럼 많은 자원을 낭비할 수 없다.

또한 광맥, 원유, 석탄, 물, 토지 등이 풍부하지 않고 또한 환경보전을 위해 개발이 억제될 것이다. 이에, 관리자들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과거보다 더 자주, 더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또 과거환경에 기초한 추론은 현재 상황에 맞지 않을 것이므로 그 의사결정은 혁신적인 것이어야 한다. 요컨대, 환경변화 압력으로 인하여, 경영정보 관리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조직을 디자인함에 있어서도 이를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2) 기술

위에 언급된 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하는데 있어서 컴퓨터와 원거리통신을 포함한 IT (Information Technology: 정보처리기술)는 미래의 조직설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조직의 정보처리요구가 커지면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과 의사결정지원 시스템이 다양한 새로운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Telecommuting의 장단점>

① 커뮤니케이션 기술

전자통신기술의 발달로 목소리, 이미지, 어떤 형태로도 송신이 가능하므로 넓은 회의실이 필요 없고 통신-화상회의로 핵심임원들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또 재택근무가 가능하여 특히 R&D분야 종사자들의 업무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위성 사무실(Satellite Work Center)’을 만들어 비교적 자치적인 성격이 강한 부문을 별도위치에 두어 종업원의 만족을 크게 증진시킬 수 있게 된다. 자동차 연료비용, 시간낭비, 원거리 출퇴근에 따른 스트레스가 경감되는 등 코스트 절감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② 의사결정 지원(Decision Support)

IT를 의사결정 지원시스템으로 이용함으로써 의사결정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지식과 데이터베이스를 결합하는 Intelligent 컴퓨터 단말기를 이용함으로써 관리자는 스탭에게 여러 가지 분석업무를 시키지 않고서도 자체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의사결정 지원시스템은 사용자의 생각에 따라 다양한 방향의 해결책을 제공함으로 브레인스토밍 같은 별도의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창의적인 문제해결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이처럼 유연한 기능이 실용화되면, 조직을 설계하는 데에도 많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 복잡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더 많은 데이터를 다루어야 한다고 해서 더 큰 중앙처리 데이터베이스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분산처리방식을 통해 분산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즉 기술이 조직의 구조를 결정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와 같은 한정된 데이터와 사고로는 진정한 조직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③ 생산기술(Production Technologies)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에서 소개되듯이, 미국인구의 9%만이 직접적으로 생산직에 종사한다. 이는 산업화시대에서 정보화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인구이동에서 발생한 것이기도 하지만, 정보화사회로 넘어가는 현재사회 자체의 변화에도 그 원인이다. 많은 일은 로봇이 대신하는 등 생산기술은 날이 갈수록 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산업화시대의 상징인 조립라인은 특정 장비를 이용하여 표준화된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비용을 낮추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것을 가정하고 있으나, 후기산업시대에는 레이저와 컴퓨터를 사용하는 기술을 통하여 다양하게 디자인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계장비를 조정하게 된다.

그러나 기술은 환경변화와는 달리, 우리가 해야 하는 당위의 사항이 아니라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動因이다. 기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제시해주며 무엇을 할 것이냐는 가치관의 문제이다.

(3) 신세대 가치관(New Age Values)

① 우뇌-좌뇌

일반적으로 인간의 좌뇌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지배하고, 우뇌는 예술적인 혹은 미적인 면에 관련되어 있다. 일상생활에서 이들 둘은 함께 작용한다. 예컨대, 친구를 보았을 때 좌뇌는 이름을 기억하고 우뇌는 모습을 인식한다. 그런데 경영상 문제해결이나 개인적인 고충을 해결할 때와 같이 복잡한 문제에 직면해서는 어느 한쪽의 기능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만약 두 방면의 정보를 함께 이용하면 경영상 문제를 해결하는데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해결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② 동양적인 사고

서양적인 사고방식은, 자연이란 그 자체가 혼란스러운 상태이며 인간의 역할은 합리적인 행동으로 자연에 질서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즉,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필요에 맞도록 환경을 재구축하는 것이다. 반면 동양적인 사고는, 자연은 그 자체로 균형과 질서를 이루고 있어 인간의 역할은 자연의 윤리에 순응하여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흐름에 맞추어’ 적응한다는 것은 서구의 경영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오늘날 많은 전문가들은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임을 역설한다. 즉, 경영진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인식하는 즉, 경영진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즉 ‘단순한 경영’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③ 일의 의미

일이나 인생에 대한 만족이라고 할 때 업적을 떠올리며, 업적은 물질적인, 사회적인 니즈가 충족되었을 때만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그러나 신세대(New Age)는 업적이나 동기부여에 대해 판이하게 다른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즉 가시적인 성과뿐 아니라 작업프로세스에 몰두하는 것으로도 만족은 얻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서 최종결과에 대한 걱정 없이도 질 향상을 가할 수 있다. 결과와 업적에 집착하는 것은 일을 서두르게 만들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

④ 남녀 혼성구조(Androgyny)

신세대 가치관은 남성적인 성격과 여성적인 성격으로 이분법적인 구분을 거부한다. 이를 경영측면에서 볼 때 ‘남여 혼성구조(Androgyny)’는, 거칠고 분석적이며 남성적인 리더십과 부드럽고 직관적이며 여성적인 리더십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남성적, 여성적인 구조의 특징은 아래 표와 같다.

<성격별 경영경쟁력 비교>

신세대의 가치관은 조직 내 행동에 있어서 최대한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선택의 자유’라는 말로 미래의 조직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즉 젊은 세대의 경영자들은 우뇌 對 좌뇌, 동양 對 서양사고, 남성적 對 여성적 사고 등으로 구분되는 많은 선택을 가지려 한다. 즉, 특정 기술이나 큰 조직구조에 예속되기보다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일하기를 선호한다.

5. 자만심에 의한 위기의식 결여

대기업병의 원인 중 하나는 과거의 성장과 성공으로 인해 자만심이 팽배해지고 조직 전체에 위기의식이 결여된다. 또 과거의 성공 사례만을 반복함으로써 ‘극단경영’에 몰두하게 되면 조직은 균형을 잃고 위기상황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자만은 파멸의 출발점

파인(Pine)은「Mass Customization」이라는 책에서 MIT의 어터백(Utterback)과 하버드大의 애버너시(Abernathy)의 연구를 기초로 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58]

옛날 옛적에

한때 세계의 산업을 지배했던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선진국)가 있었다.

그 선진국은 세계 일류 공업국가였고 수출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와 같은 성공의 대부분은 기초연구와 창의력. 나아가 전대미문의 기술적인 우위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 선진국의 국제경쟁력은 떨어졌고 새로운 제품을 실은 또 다른 신흥국가의 배가 빈번하게 드나들면서 도전을 해 왔다.

과거에서 선진국은 신흥국가와 전쟁을 치렀으나. 그 후 동맹국이 되었다. 전쟁 후 얼마 동안 그 신흥국가는 제조업을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었고, 결과적으로 질 높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롭고 독특한 생산공정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선진국은 이익이 적은 저부가가치 제품에만 초점을 맞춘 동맹국을 처음에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동맹국 제품의 질은 그다지 좋지 않았고, 모든 제품은 기본적으로 모방품이었기 때문에 창의성과 창조성이 없었다. 그러나 그 동맹국은 꾸준히 노력해 제조프로세스와 품질을 향상시켰고, 수출을 늘림으로써 여러 산업부문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갔다.

이처럼 여러 산업분야에서 급성장한 그 동맹국이 지배적인 국가에 도전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나라의 새롭고 강력한 제조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어떻게 그것이 가장 잘 실행될 수 있었는지 설명하기 위해 논문도 쓰였고, 보고서도 나왔고, 책도 나왔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여러 요인이 지적되었다.

고도로 숙련된 근로자들. 자동화된 기계, 공장 안에서 원료와 제품의 새로운 이동방식의 조합에 따른 순차적이고 체계적인 제조프로세스

프로세스개선에 근로자를 참여케 함으로써 생산성과 품질의 지속적인 향상

깨끗한 작업환경을 유지하고 출근율이 높은, 고도로 숙련되고 잘 교육받은 근로자들

지속적인 기술혁신

프로세스 혁신을 빠르게 전파하는, 국내 경쟁업체 사이의 높은 협력수준

혁신과 생산기법 면에서 협력업체에 대한 높은 신뢰도

강력한 교육체계

독특하고 비교적 동질적인 문화

선진국의 사려 깊은 사람들은 그 신흥국가에 대응하는 방법을 바꾸지 않을 때 나타날 처참한 결과에 대해 경고하였다. 그러나 비즈니스 리더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그 신흥국가가 시장점유율을 더욱 늘림에 따라 지배적인 국가를 능가해 세계 수출시장을 제압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인 국가에 널리 퍼졌다. 그렇게 오랫동안 누려왔던 경제적 우월성을 상실할 국면에 부딪친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지배적인 선진국’은 미국이 아니라, 19세기 후반의 영국이며 ‘신흥 국가’는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다. 이 신흥국가에서 개발된 생산방식은 ‘JIT’ 또는 ‘린 생산(Lean Production)’이 아니라 ‘미국형 매뉴팩처 방식(American System of Manufactures)’이다. 많은 기업가들이 노력했는데도, 영국인들은 새로운 생산방식을 선택하지 않았고, 끝내 영국은 세계의 생산과 수출에서 그 지배적인 지위를 잃고 말았다. 그것은 하룻밤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몇 십 년이 걸린 것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과거에 영국과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이,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역사는 자만심을 가진 자에게 되풀이되는 것이다.

토인비(Toynbee) 교수는 그의 기념비적인 저서인 「역사의 연구」에서 고대 그리스, 로마 등 21가지 문명의 흥망을 연구했다. [59] 천년만년 영광을 누릴 줄 알았던 강대국들이 얼마 못 가 망해가는 원인은 천재지변도, 야만인의 침략도 아닌 내부의 고착적이고 권위적인 문화, 즉 ‘王者의 驕慢과 安易’ 때문이라고 토인비는 간파했다. 또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관행이나 체제나 우상시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됨을 발견했다.

이카루스 패러독스

그리스 신화에 ‘이카루스의 역설(Icarus Paradox)’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가장 훌륭한 자산이 오히려 파멸을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는 패러독스이다.

다이달로스(Daidalos)는 대장간의 神 헤파이토스의 자손으로 건축과 공예의 명인이었다. 크레타 섬에서 왕의 미움을 받아 감옥에 갇히게 된 그는 날개를 만들어 초로 어깨에 붙여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날아올라 크레타 섬을 탈출했다. 그러나 이카루스는 아버지의 명령을 어기고 태양에 너무 접근했기 때문에 초가 녹아 날개가 떨어지면서 에게 海에 추락해 죽었다.

– 그리스 신화

이와 같은 패러독스 일류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그들의 성공과 강점이 그들을 자만심에 빠지게 하여 몰락으로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다. 대단히 성공적으로 운영되던 회사가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바로 그 요인 때문에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수없이 보게 된다.

이들 기업은 그들의 성공전략을 극단적으로 확대 적용시켜 기업의 스타일, 정책, 관행을 왜곡시키면 조직의 균형상태를 허물게 되어 매출은 감소하고, 이익이 축소되며 때로는 파산의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이를 ‘극단경영’이라 한다. 예컨대, 제품의 너무 세밀한 부분에까지 집착하게 되기도 하고, 기술혁신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경쟁력 개선과 상관없는 기술혁신 관행들이 만연하게 되기도 하며, 지나치게 성장을 지향하여 통제불능의 거대공룡이 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성공요인들이 소멸되어 실패를 촉진시킨다. 그 결과 전략이 균형을 잃고 한 가지 핵심적인 부문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여타부문은 거의 무시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 과거에 성공을 주도했던 부문은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받지만, 나머지 부문은 ‘삼류시민의식’에 시달리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획일적인 문화로 인해 부문별 역할, 의사결정 프로세스도 중앙의 일방적인 전략만을 따르게 됨으로써 조직학습이나 조직의 유연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실제로 밀러(Miller)는 일류기업들을 대상으로 자만심으로 인해 실패한 사례를 조사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유형을 발견했다. [60]

  • 근시안적인 집착(Focusing)
  • 지나친 모험과 야망(Venturing)
  • 획기적인 발명에 대한 광신(Inventing)
  • 획일적인 관리(Decoupling)

(1) 근시안적인 집착(Focusing)

생산-엔지니어링 부문에서 고품질로 성공한 기업이 흔히 겪는 증상이다. 즉, 품질에 철저하고 꼼꼼한 ‘장인(Craftsman)’이, 조직이 너무 품질만 강요하다 보면 필요 없는 세세한 것까지 근시안적으로 과도하게 집착하는 ‘땜장이(Tinkerer)’로 전락한다. 조직의 고답적이고 기술관료적(Technocratic)인 구조로 인하여 고객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비정상적인 상품이 나오는 것이다.

DEC는 세계 최고 품질의 컴퓨터를 생산하기로 유명했다. 창업자인 올슨(Ken Olsen)과 그의 동료들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정신을 거듭하여 품질과 견고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품을 만들었고, 이익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DEC는 과거 성공요소에 집착하여 점차 엔지니어링에만 지중하게 되었다. 이에 엔지니어는 영웅취급을 받는 반면. 판매나 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참기 어려울 정도까지 박대를 받았으며, 기술적인 면에만 치중한 나머지 ‘고객들은 언제나 소형화만을 요구한다’는 편협된 생각에 ‘보다 경제적이고 조작이 간편한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저버리게 되었다. 이에 따라 경영성과도 점차 쇠락했다.

(2) 지나친 모험과 야망(Venturing)

기획-관리-재무 부문에서 성공한 기업에서 발생한다. ‘성장지향적이고 기업가적인 사람(Builder)’으로 가득 차 창조적인 발전을 계속하던 기업이, 지나친 모험심과 야망으로 관련도 없는 곳에 투자를 확대하고 자원을 낭비하는 ‘제국주의자(Imperialist)’로 변한다.

찰스 손톤(Charles Thornton)은 작은 전자렌지회사를 60년대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하이테크 회사 중 하나인 리튼(Litton)으로 성장시킨 젊은 기업가였다. 매출은 12년 동안 3백만 불에서 18억불로 불어났다. 그러나 크게 관련되지는 않은 부실회사들을 사들이면서 부채에 시달렸고, 결국 큰 성공에 못지않은 큰 실패를 경험했다.

(3) 획기적인 발명에 대한 광신(Inventing)

R&D부문의 신기술 개발로 성공한 기업에서 흔히 일어난다. 유연한 Think-tank적인 운영으로 창의적인 R&D가 활발히 일어나던 ‘개척자(Pioneer)’가 획기적인 발명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필요 없이 혼란만 가중시키는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양산하다가 이를 받아주지 않는 조직에 불만을 품어 일종의 ‘도피자(Escapist)’가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1960년대 중반까지 CCM(Control Corporation of Minneapolis)은 슈퍼컴의 대명사였다. 수석 엔지니어였던 크래이(Seymour Cray)는 명석한 동료디자이너들과 함께 연일 연구실에서 세계최고의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야망을 불태우고 있었다. 특히 그의 걸작 6600 슈퍼컴은 업계의 비상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시대를 앞서서 복잡하고 엄청난 투자를 동반하는 신제품을 개발하려다가 비용부담 누적으로 경영성과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4) 획일적인 관리(Decoupling)

영업부문의 성공으로 자만에 빠진 기업에서 발생하는 대기업병 증상이다. 특출한 마케팅 기술과 시장저변을 바탕으로 유능하게 활동하던 ‘Salesman’이 관료적이고 획일적인 관리로 인하여 ‘유랑자(Drifter)’로 전락하는 현상이다.

타운젠트(Lynn Townsend)는 42세의 젊은 나이에 크라이슬러의 사장에 올라 마케팅 수완을 발휘하여 첫 5년 동안(1963∼1969년) 시장점유율을 두 배로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 동안 제품상 변화는 없이 공격적인 판매에만 주력하여 엔지니어링과 생산부문을 무시했다. 이는 결국 경영의 비효율화를 초래하고 계수에 의한 경영과 관료주의를 낳게 되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성공은 자만심을 부르며, 자만하는 조직은 과거의 성공에만 집착하여 극으로 치닫다가 결국은 파멸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 현실에 대한 명확한 위치 파악과
  • 위기의식
  • 그리고 리더의 경영에 대한 균형감각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제5장 대기업병의 특징과 진단

1. 대기업병의 특징

우에노 아키라(上野明)는 대기업병의 특징으로 다음 7가지를 들고 있다. [61]

  1. 초기 자각증상이 없다.
  2. 모든 기업이 해당된다.
  3.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4. 만성병으로, 완치가 곤란하다.
  5. 단일증상이 아닌 합병 증상이다.
  6. 자각증상이 나타나면 늦다.
  7. 방법은 정기진단뿐이다.

(1) 초기 자각증상이 없다

대기업병을 무서운 병으로 경계하는 이유는 ‘분명한 자각증상이 없다’는 데 있다. ‘우리 회사만은 대기업병이 침투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을 가진 경영자라도, 일류기업이 대기업병에 걸려 단숨에 이류기업으로 전락하는 사례를 보고 새삼 그 무서움을 재인식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병은 특별한 자각증상도 없이 진행되어 회사의 활력을 빼앗고 마침내 도산으로까지 몰고 가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그런 의미에서 ‘암’이나 ‘간장병’과 비슷하다.

(2) 모든 기업이 해당된다

대기업병은 업종이나 규모에 상관없이 어느 기업이든 면역성이 없어 모든 기업에 만연할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병이라고 하면 흔히 연간 매출액이 1조를 웃도는 초대형 기업에서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중견기업이라도 그 규모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대기업병 증상에 걸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3)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대기업병은 조기에 발견하여 그 싹이 자라기 전에 뽑아야 한다. 분명한 자각증상이 없고 사내의 어느 부문에서 먼저 발생하지도 모르는 만큼 몇 가지 체크 포인트를 살피면서 될 수 있는 대로 조기 발견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만전의 예방조치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기업병은 사람의 성인병과 아주 흡사하다. 성인병은 40세를 넘을 무렵에 나타나는데 대기업병도 회사의 역사가 길고 종업원들의 평균연령이 올라갈수록 발병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사람이나 기업 모두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몸에 군살이 붙게 마련이며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몸의 균형이 무너져 활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병을 예방하고, 조기발견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주의하지 않으면 대기업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의식을 전임직원이 가져야 한다. 건전한 위기의식을 전 사원에게 갖게 하는 것은 경영자의 임무이다. 전사원이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한 대기업병이 침투할 틈은 생기지 않는다. ‘一病長壽’라는 격언이 있다. 어딘가 건강한 약한 면이 있으면 언제나 위기의식을 가지고 항상 건강에 주의하므로 오히려 성인병을 예방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주의하지 않으면 대기업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의식을 언제나 갖고 있으면 ‘일병장수’의 원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4) 만성병으로 완치가 곤란하다

대기업병은 만성병의 성격을 갖고 있어 한번 걸리게 되면 완치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전사원이 자만심을 갖고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해 온 영광에만 안주한다면 대기업병은 이미 많이 진행하여 그 기업 전체에 만연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전 종업원의 정신 속에 병원균이 들어간 것이며 이는 만성병으로 되어 기업의 활력을 서서히 저하시킨다.

(5) 단일증상이 아닌 합병증상이다

대기업병은 단일 증상에 머물지 않고 여러 가지 합병증상을 병발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역시 성인병과 비슷하다. 사람의 경우에 당뇨병에 걸리면 몸이 나른해지고 기력이 부족하므로 만사에 진취적인 마음이 없어진다. 자기 자신의 건강관리에 대해서도 끈기가 없어지고 몸의 좋지 않은 컨디션을 기력으로 극복하기도 어렵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악순환이 일어나 다른 병까지도 병발하게 된다. 대기업병도 마찬가지로 무기력증에 빠지면, 히트상품의 부재, 비전에 바탕한 장기계획의 부재, 영업현장의 끈기부족에 의한 주력상품의 시장점유율 저하, 사풍의 풍화 등 갖가지 합병증을 유발시킨다. 이렇게 합병증이 일어나면 치료는 아주 어렵게 된다.

(6) 자각증상이 나타나면 늦다

대기업병은 자각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손쓸 수 없는 단계로 치료는 극히 어렵다. 암처럼 자각증상이 분명히 나타날 무렵에는 거의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진행돼 있어 톱을 비롯한 전임원을 교체하는 대수술을 하더라도 치료가 힘들게 된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외부에서 새로운 경영자를 영입하더라도 치유되는 경우가 드물다. 암세포가 몸 전체에 퍼지게 되면 외과수술을 하더라도 치료가 불가능한 것처럼 대기업병이 자각증상을 느낄 정도로 진행되면 그것을 치료할 특효약도, 수술방법도 없는 것이다.

(7) 방법은 정기진단뿐이다

대기업병은 조짐을 알기 힘든 만큼 정기적인 건강진단을 통해 조기에 증상을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일류기업의 경영자는 언제나 대기업병에 걸리지 않도록 만전의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다. 동시에 몇 가지 체크 포인트를 설정하여 정기적인 건강진단도 한다. 그 결과 조금이라도 대기업병의 조짐이 발견되면 재빨리 그 싹을 뽑아내는 대응책을 취하고 있다.

2. 대기업병의 진단

대기업병을 진단하는 체크포인트는 기업에 따라 내용이 다르겠지만 기업의 활력과 젊음을 잃지 않도록 주의하는 점은 공통이다. 사람에 견주면 성인병에 걸리기 시작한 조짐으로 ‘어쩐지 몸이 나른하다든지, 기력이 없다든지, 다리가 휘청거린다든지’ 하는 증후군과 같은 것이다. 또 몸의 어떤 곳이 아프거나 형편이 나쁘지 않은데도 어쩐지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기분이 언짢은 擬似病患 상태도 성인병의 조짐이라 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해야 한다.

대기업병의 정기적인 진단은 혈압을 재거나 심전도나 뢴트겐 사진을 찍어보는 일이 아니다. 기업이 활성화되어 있는가, 젊음과 활력을 잃지 않았는가를 체크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사람이라면 체중, 혈압, 심전도, 뢴트겐 검사, 간 기능 검사 등에 의해 비만 상태인가, 동맥경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가 등 성인병의 조짐을 정량적으로 체크하는 일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기업병에 걸리기 시작했는가를 알아보는 정기적인 건강진단은 재무지표와 같은 定量的인 체크보다는 定性的인 체크가 중심이 된다.

우에노 아키라의 대기업병 체크리스트[62]

1. 경영자의 비전이 전 임직원에게 침투되고 있는가?

2. 히트상품이 나오는 빈도가 어느 정도인가?

3. 조직이 비대화하지 않았는가?

4. 의사결정의 속도가 빠른가?

5. 현장에 권한이 대폭적으로 위양되어 있는가?

6. 책임과 권한은 명확한가?

7. 부문 간 횡적 유대관계가 약화되지 않았는가?

8. 가점주의와 실력주의가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가?

9.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리스크에 도전하고 있는가?

10. 현상안주 분위기 없이 조직이 긴장되어 있는가?

11. 반대의견은 자주 나오는가?

12. 대외적인 기업이미지가 떨어지지 않았는가?


제3부 미국의 대기업병

제6장 미국 대기업병의 특징

1. 경영악화와 대기업병

최근 컴퓨터업계의 巨人인 IBM, 세계최대의 자동차메이커인 GM, 세계최대의 항공기와 헬리콥터엔진 제작회사 중 하나인 UTC(United Technologies Corporation), 웨스팅하우스, 대형유통체인인 시어즈로벅 같은 미국의 간판기업들이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63] 이들 초대형회사들은 CEO를 교체하거나 인원을 대량으로 감축하고 사업영역을 축소하는 등의 감량경영, 경영혁신, 사업재구축을 통해 경영난을 타개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영적자의 공통요인으로 네 가지를 들 수 있으며 그 중 하나가 ‘대기업병 만연’이다

(1) 대기업병 만연

조직이 비대해져 현장의 정보가 톱에게 원활히 전달되지 못하는 ‘정보의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구성원간의 팀워크, 부문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의사결정이 지연된다.

또 과거의 성공에 집착함으로써 자만심과 관료주의적인 분위기에 젖어 새로운 흐름에 적절하게 변신하지 못해 기회선점의 실패 및 사업기회의 상실을 가져왔다.

(2) 톱의 리더십 부족과 시장변화에 둔감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CEO가 경영환경이나 시장상황을 잘못 판단하거나 균형감각을 상실해 변신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함으로써 사전에 대처하지도 못하고 신속하게 경영혁신을 추진하지도 못했다. 예컨대, IBM의 에이커즈 회장은 자사의 어려움이 컴퓨터산업의 경쟁환경 때문이라고 항변하고 있으나 애플, HP, DEC과 같은 회사들은 고도성장을 하고 있다. 그 결과, GM의 스템펠 회장이 社外이사들의 주도에 의해 교체되었고, IBM의 에이커즈 회장도 거스트너로 교체되었으며, 웨스팅하우스의 폴 레고 회장도 취임 2년 반 만에 사임했다. 결국 이들 최고경영자들은 경기가 전체적으로 침체되고 있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고,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 사업구조 변신, 투자의 방향과 시기를 놓쳤던 것이다.

(3) 적절한 사업재구축 시기상실로 막대한 비용 발생

시장환경이 바뀌고 불황이 계속됨에 따라 인원감축, 공장폐쇄, 사업부문 조정 같은 조직개혁을 단행하면서 막대한 사업재구축 비용이 발생하여 일시적으로 적자폭을 확대시키고 있다.

(4) 기술력의 신속한 商用化 실패

경쟁사를 앞서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확보한 기술력을 신속히 상용화시키지 못해 국내외의 신속하고 유연한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졌다. 즉, 스피드경쟁에서 늦은 것이다. 연구부서가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고 ‘연구를 위한 연구’에 안주하는 고립주의와, 연구의 비효율이 만연해 있다.

2. 미국기업의 코퍼크러시

그린(Green)과 베리(Berry)는 현재 미국 대기업들이 겪고 있는 ‘코퍼크러시(Corpocracy: 기업 관료주의)’ 증상으로 다음의 10가지를 지적한다. [64]

  1. 종업원에 대한 무감각
  2. 생산성보다는 정치지향성 조직
  3. 비밀은 조장. 의사소통은 왜곡
  4. 過多한 페이퍼워크
  5. 책임 기피와 책임 분산
  6. 시장을 외면
  7. 단기적 사고방식
  8. 과거 답습
  9. 혁신 혐오
  10. 고립화

(1) 종업원에 대한 무감각

미국기업은 관료화되어 종업원을 마치 생산장비 취급하듯이 대우한다. 이는 브릴로프(Abraham Briloff) 교수[65]가 지적했듯이, 업무의 컴퓨터화가 非인간화를 촉진시키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관료주의적 무감각증상은 미국기업의 ‘해고경영(MBL: Managing By Layoffs)’을 통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기업은 경영이 어려울 때 종업원을 해고하고 배당금을 챙기는 반면. 일본기업은 그 반대행태로 대응한다.

– 존 쉬넵(John Schnepp)[66]

또 관료주의는 경영진과 종업원간에 신분을 차별하여, 위화감을 조성한다. 일례로, 엑슨(Exxon)의 뉴욕본사 식당에는 회사가 대금을 결재하는 고급임원식당(2층)과 종업원 자신이 비용을 부담하는 일반 식당(지하)이 구별되어 있어 계층 간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 생산성보다는 정치지향성 조직

개개인의 생산성 기여도보다는 개인적인 안면, 충성도, 학연, 종교 같은 비기업적인 요인이 인사에 더 많이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통신이 대부 AT&T에 당당히 도전하여, MCI社를 크게 성장시킨 맥거원(William McGowan) 사장은 “정치와 관료주의는 동일한 것 같다. 오늘날 많은 미국기업들은 경영자가 아닌 정치가들에 의해 운영된다”고 하며 기업의 정치성향을 개탄한 바 있다.

시티은행의 경우, 단기자금관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만든 포커스(FOCUS System)의 책임자로. 투자업무에 경험이 없는 타 부문 인사를 정치적 충성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기용하여 큰 실패를 경험한 예도 있다.

(3) 비밀을 조장, 의사소통은 왜곡

미국기업은 ‘Secret = Power’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정보공유를 극력 회피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모든 미국사람들의 지위는 ‘정보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일본 경영인들처럼 생산, 품질, 경영계획 등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자고 하는 것은 그들의 지위와 권력을 내놓으라는 말과 같다.

– 안드레이 프리드만(Andrey Freedman)[67]

또 관료주의 하에서 의사의 소통단계가 너무 많아 정보의 흐름이 왜곡되며, 이는 관료주의의 골이 깊을수록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정보가 하위계층으로 한 단계 넘어갈 때마다 Message는 반감되고 Noise는 두 배가 된다.

– 존 카피(John Coffee Jr., 콜롬비아大 법률학 교수)[68]

(4) 과다한 페이퍼워크

오늘날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적정한 정보가 부족한 것 보다는 필요 없는 정보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이다. 스탭들이 작성한 수많은 보고서의 홍수로 시간이 낭비되고, 의사결정이 지연되어 기회상실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일례로 P&G사는 인스턴트커피(Folger’s Instant Coffee)를 2온스, 6온스, 10온스 용기에 담을 것인지 아니면 2온스, 4온스, 8온스 용기에 담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만 2년이 걸린 경우도 있다.

(5) 시장을 외면

기업의 原기능은 시장에서 고객을 창출하고 이들은 만족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관료주의는 조직 내에 너무 많은 계층을 만들어 톱과 시장 간의 거리를 멀어지게 함으로써 경영진으로 하여금 시장과 고객의 동향, 요구를 망각하게 한다.

제록스는 고객의 니즈와 동떨어진 투자로 인하여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했다(70년 80% → 83년 47.7%). 고객은 고가의 고성능 복사기보다는 고장 나지 않는 복사기를 기대했으나 제록스는 이에 대응하지 못했으며 불필요한 디자인, 제조비용 증가로 원가관리에도 실패했다. 79년에 시판한 신제품(3300 line)의 품질이 나빠 상품신용도가 크게 떨어진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6) 책임 기피와 책임 분산

관료주의 아래서는, 의사결정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 위원회, 연구그룹, 사외전문가, 컨설턴트에게 정밀한 조사와 판단을 의뢰하여 책임을 분산하는 양태를 보인다.

이 중 미국경영자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전형적인 방법은 컨설턴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82년 미국기업의 컨설팅비용은 30억불에 달했다. 공인회계사인 혼(Jennifer Horn)에 의하면, 82년 툴사(Tulsa)社[69]의 도시서비스 부문에서 두 부서가 성격이 80% 이상 유사한 두 가지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양부서 책임자간의 책임전가로 합계 70만 불을 들인 이 작업을 백지화시킨 예도 있다. 책임회피의 또 하나의 패턴은 프로젝트의 업무분장을 각 부서에 세분하여 전체결과에 대한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7) 단기적 사고방식

단기적인 이익제고에 급급하여 장기투자를 기피한다.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의 81년 조사결과, 자본배분에 있어 배당금이 이익을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문어가 살아남기 위해서 제 다리를 먹는다’라고 비꼬고 있다.

80년대 초, 저축-투자기관의 성장으로 입지가 위축된 미국 은행들은 재무제표 상으로 단기적인 이익을 올리기 위해 무리한 위험대출을 늘리다가 컨티넨탈 일리노이 은행과 같은 대형은행이 도산하여 신용이 크게 실추된 예도 있다.

(8) 과거 답습

과거 정부규제를 받던 항공-은행-통신산업을 중심으로 과감한 투자를 회피하고 과거의 업무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풍토가 만연되었다.

정부규제하의 3대 통신업체의 하나이던 ITT의 한 관리자는 “우리는 규제 당시 이익이 충분히 보장될 만큼 높은 가격에 우리 제품을 리스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비용절감, 효율증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규제가 철폐된 후 환경대응에 자신이 없는 최고경영진은 과거를 그리워하고만 있다”고 말하여 뿌리 깊은 관료주의를 실토한 바 있다.

또한 70년대 중반 이후 연료절약형을 원하는 고객니즈를 예측하지 못한 채 대형차만 고집하다가 이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동차업계의 예도 대표적인 사례이다.

(9) 혁신 혐오

관료주의는 회사의 기존질서에 反하는 혁신을 성과에 관계없이 배척하려는 경향이 있다. AT&T시스템의 마케팅담당 부사장이던 뷀러(William Buehler)는 경쟁유발정책과 현장밀착경영을 통해 매출을 크게 신장시켰으나 최고경영층은 그를 쉽게 관리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신설기획부서고 전배시킨 사례도 있다.

(10) 고립화

미국기업은 환경의 변화, 고객요구의 변화, 종업원인식의 변화에 관계없이, 마치 과거의 크렘린처럼 외부와 차단된 채 자기의 영역에 안주한다. GM의 중간관리자들은 GM이 최고의 이미지를 잃은 것은 꽉 막힌 임원층(본사 14층)의 시대착오적인 발상 때문이라고 불평한 바 있다.

3. 대기업병 관련 新造語

80년대 후반에는 대기업병과 관련하여 ‘좀비족, NOMB신드롬, NATO신드롬, NIH신드롬’같은 용어가 등장했다.

(1) 좀비족

좀비(Zombie)란 원래 서아프리카의 부두(Voodoo)족이 숭배하는 뱀의 신에서 유래된 말로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되살아난 死體’라는 의미이다. 속어(Slang)로 ‘Dull, Stupid, Unattractive Person’을 지칭한다. 좀비즘(Zombism)은 ‘무기력, 무의지, 기계적으로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창조성 없는 조직문화’라는 뜻으로, 현대의 관료화된 사회조직에서 요령과 처세술만 일찍 터득하여 무사안일주의로 살아가는 상당수의 화이트칼라를 꼬집는 말이다.

(2) 놈브(NOMB) 신드롬

‘NOMB’는 ‘None Of My Business’의 약자로 자기 일인데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방치하여 항상 제3자인 관객의 입장에 서려는 경향을 말한다.

(3) 나토(NATO) 증후군

ATO’는 ‘No Action, Talking Only’의 약자로 말만 앞세우고 실천을 하지 않으며 남의 잘못만 지적하는 비평가적, 非실천적인 경향을 말한다.

(4) NIH 신드롬

‘NIH’는 ‘Not Invented Here(여기서 발명하지 않았다)’의 약자로 ‘다른 부서에서 나온 해결책, 新제안, 新기술 등을 수용하지 않고 거부하는 경향’을 말한다. 특히 미국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개인주의 성향과 자기주장이 강하여 R&D에서부터 임원회의에 이르기까지 많은 상황에서 NIH증상이 발생한다.


제7장 미국기업의 문화

1. 기업문화

미국의 일본기업 연구

이러한 대기업병(기업 관료주의)이 미국기업에서 경영상 문제로 대두된 것은 성장이 둔화되던 1970년대 말부터이다. 전자제품, 자동차 등의 미국상품이 해외시장에서는 물론 자국시장 내에서조차 일본상품에 밀리기 시작하자 미국의 학자들은 일본에 대한 연구에 착수해 많은 이론들을 내놓았다.

파인(Pine)은 일본의 폭발적인 성장에 대해 세 가지의 시각이 있다고 설명한다. [70]

  1. 일본과 미국의 문화 차이(일본 특유의 협력관계)
  2.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 간의 共謀
  3. 일본기업의 경영방법, 전략, 성공적인 실행

(1) 일본과 미국의 문화 차이(일본 특유의 협력관계)

1970넌대 후반부터 유행한 견해로 일본의 사회와 문화가 서구세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문화의 동질성, 합의를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 온정주의적 경영스타일을 경영진과 종업원, 기업과 정부, 경쟁업체와 공급업자 사이에 독특한 협력관계를 만들어내었다는 주장이다.

(2)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 간의 共謀

몇 년 전에 유행한 견해로, 이런 협력관계가 서구의 경쟁자와 대항하는 불건전한 카르텔이나 음모와 관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71]

일본정부는 외국기업을 일본에서 몰아내기 위해 국내 회사들과 공모하고 있다. 이는 표적이 된 산업 내에서 소수의 기업집단(카르텔)에 자금이나 R&D 인력을 지원함으로써 서구세계를. 보조금을 받아 만든 상품(Subsidized Goods)으로 가득 차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서구국가들은 한 경쟁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행위를 방해하는 국수주의적 기업과 정부라는 강력한 벽에 부딪히고 있다.

(3) 일본기업의 경영방법, 전략, 성공적인 실행[72]

가장 최근의 견해로, 일본기업은 환경에 가장 잘 맞는 전략들을 선택하고, 이 전략을 경쟁자의 움직임에 맞추어 유연하고 민감하게 적용하며, 경쟁의 기본원리를 아주 잘 수행한다는 주장이다.

또, 처음에는 이익을 무시한 채 시장에 진출한 후 다음에 시장을 차지한다는 일본기업들의 전략은 일본 주식회사가 미국시장에서 성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73]

중요한 요인이 무엇이든, 수많은 일본기업이 2차 세계대전의 잿더미 속에서 강력하게 솟아올랐고, 일본은 세계 제 2위의 경제강국이 되었다.

일본 특유의 협력관계 문화

위에서 언급된 첫 번째 시각, 즉 일본 특유의 ‘협력관계 문화’가 일본의 성공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일본 특유의 협력관계 문화에 대한 해석도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1) 경제학자들의 견해

경제학자들은 일본이 거둔 성공의 비결을 일본의 보수적, 일관적인 거시경제정책, 즉 기업과 은행 그리고 은행과 정부 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서로 협력하는데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일본 재무성과 통산성으로 대표되는 막강한 보수연합이 힘을 뭉쳐 전략사업에 저금리 대부를 해준다든가 유망업종이나 회복기에 있는 산업을 보호해주는 사례 등이다. [74]

(2) 사회학자와 경영학자들의 견해

사회학자와 경영학자들은 동일현상을 기업내부 또는 기업 간의 협력관계로 설명하고 있다.

일본기업의 문화에 대한 연구는 오우치(Ouchi)의 「Z이론」[75], 파스캐일(Pascale)과 아토스(Athos)의 「일본경영의 예술」[76]로부터 시작되어, 일본 기업문화의 특징으로 다음 요인들을 찾아낸다.

  1. 집단의사결정 등 집단적인 응집력
  2. 특별한 일이 없는 한 55∼60세까지 고용관계가 지속되는 종신고용제도의 관행
  3. 기업경영에 가족관행 적용
  4. 협력업체와의 공존공영관계

또한 일본기업경영 전문가인 에버글랜(Abegglen)은 특히 고용관계에서의 특징으로 다음사항들을 들고 있다. [77]

  1. 종업원을 대학졸업 직후 채용하되 채용여부는 개인이 갖고 있는 전문지식에 좌우되지 않고 특정한 업무를 위해 채용하지 않는다.
  2. 기업에서 필요한 기능은 기업이 직접 훈련시킨다.
  3. 고용관계는 평생토록 지속된다.
  4. 급여는 근속년수에 의해 결정된다.
  5. 노동조합은 직종별이 아닌 기업별 조합으로 1기업 1조합이다.

미국기업에 대한 문화연구

냉혹한 동화[78]

옛날 옛적에 미국 자동차회사와 일본 자동차회사가 디트로이트 강에서 보트경주를 하기로 했습니다. 두 팀 모두 최고의 실력을 쌓기 위해 열심히, 오랫동안 연습을 했습니다.

경주 날에는 그들 모두 최고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주는 일본팀이 1마일 이겼습니다. 그러자 미국팀의 사기는 땅에까지 떨어졌습니다.

미국회사 경영자는 패배의 원인을 찾아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CMITE(Continuous Measurable Improvement Team of Executives)가 구성되어 문제점을 조사하고 적절한 대책을 수립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문제는, 일본팀은 8명이 노를 젓고 1명이 조종을 하는데 비해 미국팀은 1명이 노를 젓고 8명이 조종을 합니다. 미국팀은 즉시 전문 컨설턴트를 고용해서 경영관리 구조에 대해 연구를 해야 합니다. ”

오랜 기간 동안, 수백만 불의 경비를 사용한 후, 컨설턴트는 “조종을 하는 사람은 많고, 노를 젓는 사람은 적습니다. “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음해에 다시 일본팀에 지지 않기 위해서 경영관리 구조는 ‘4명의 조정수, 3명의 부문조정수, 1명의 보조조정수’로 바뀌었고, 노 젓는 사람이 더 열심히 일하고 6시그마의 달성에 도전하도록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평가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노 젓는 사람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업무영역을 넓혀 주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

다음해에는 일본팀이 2마일이나 앞서 이겼습니다. 미국회사는 나쁜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물어 노 젓는 사람을 해고하고, 모든 노를 팔아 치웠으며, 새로운 배(카누)의 개발을 중지한 반면, 컨설팅 회사한테는 높은 업적에 대해 시상을 하고, 최고경영층들은 절감된 비용을 보너스로 나누어 가졌습니다.

기업문화에 대한 연구는 1982년 딜(Deal)과 케네디(Kennedy) 교수의 「기업문화」[79]라는 책과 1983년 캔터(Kanter) 교수의 「변화주도자」[80]를 통해 연구의 대상이 일본기업에서 미국기업 자체로 전환되었으며 이는 피터스(Peters)와 워터먼(Waterman)의 「초일류기업을 찾아서」[81]에서 피크를 이루었다.

2. 딜과 케네디의 기업문화 분류

기업문화 연구의 선구자인 딜(Deal)과 케네디(Kennedy)는 「기업문화」라는 책에서 기업문화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82] 분류기준은 두 가지의 요소이다.

  • 경영활동과 관련된 모험(Risk-Taking)의 정도
  • 기업(회사, 종업원)의 의사결정이나 전략의 성패여부가 피드백되는 속도

이들 네 가지의 기업문화유형의 속성은 다음과 같다. [83]

〈딜과 케네디의 기업문화 분류〉

(1) 모험형(모험도: 高, 피드백기간: 短期)

사업성격이 고도의 모험성격을 띠고 있고, 성공여부를 곧 알 수 있으며 성패의 차이도 크고 분명하게 나타난다. 큰돈이 걸려 있는 운동시합이 가장 좋은 예이며 건설업, 영화제작업, 컨설팅사업과 광고업도 이에 속한다.

큰 모험을 걸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를 중심으로 기업활동과 조직행동이 전개된다. 따라서 다른 유형에 비해 리더의 경영이념과 행동스타일이 강하게 반영되므로 ‘강력한 리더형(Tough-Guy, Macho Culture)’으로도 부른다.

(2) 근면형(모험도: 低, 피드백기간: 短期)

어느 한 사업에 큰 모험을 걸지 않고, 일상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그 결과에 따라 기업환경에 적절히 대처해 나가는 유형이다. 맥도날드 같은 음식점이 가장 좋은 예이며 IBM, HP 같은 컴퓨터회사도 이에 속한다. 사업의 성패는 시장에서 결정되므로 고객중심 성향이 강하고 영업활동이 활발하며 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강조한다. 또 구성원간의 팀워크가 좋으며 개방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환경변화에 대해 신속히 적응한다. 시장경쟁에 항상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때문에 일명 ‘근면-적극형(Work Hard / Play Hard Culture)’으로도 부른다.

(3) 투자형(모험도: 高, 피드백기간: 長期)

사업성격이 고도의 모험성을 띠고 있지만, 성공여부를 알려면 오랜 기간이 걸리고 사업의 성공여부가 기업전체의 성패에 큰 영향을 준다. 석유나 광산업 등의 자원개발사업과 항공산업 등이 이에 속한다. 사업이나 제품개발에 막대한 자원이 장기간에 걸쳐서 투입되므로 중요한 의사결정은 상층부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잘못되더라도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고쳐나갈 수 있으므로 일상적인 결정은 하위계층에 위양되어 있다. 또 피드백에 오랜 기간이 걸리므로 구성원들의 업적도 장기평가를 강조하고 상급자의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큰 사업에 회사의 성패를 걸기 때문에 ‘投機型(Bet-Your-Company Culture)’으로도 부른다.

(4) 관료형(모험도: 低, 피드백기간: 長期)

사업성격상 모험도가 낮고 비교적 안전하며 사업의 결과도 늦게 나타난다. 은행, 보험회사 같은 금융기관과 정부의 국영기업체 같은 공공기관이 이에 속한다. 결과피드백이 늦으므로 안전에 치중하여 모든 세부적인 사항을 서류-문서화하고, 계량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업무처리의 정확성, 객관성, 완벽주의를 강조한다. 또 구성원들은 일보다는 형식, 공식적인 지위신분, 계층적 서열관계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직무설계는 극도로 세분화되어 있고, 조직구조와 의사결정체계는 집권화되어 있다. 이 기업문화유형은 결과(성과)보다는 형식에 치중하기 때문에 ‘過程型(Process Culture)’으로도 부른다.

딜과 케네디는 ‘관료형 조직문화’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84]

그들이 쓰는 보고서는 별 쓸모 없이 사라져버린다. 그 결과 그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추궁 당하지 않는 한 자신들이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또 일에 결과가 확인되지 않으므로 사원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는 주어진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여러 가지 일을 하찮은 잡무(전화, 쓸모 없는 서류 또는 상급자의 최근 메모 등)와 결부시켜 중요한 일처럼 취급한다.

이 문화에 속하는 사람들은 ‘잘못을 감추는 일’에 신경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극히 보잘 것 업는 사건이 보고서의 주제가 된다. 사건이 발생하면 그들은 세세하게 이를 묘사하여 자신들의 행동을 가장 보기 좋게 설명한다.

그러고 나서 사건 전체를 그려내 보인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서류로 정리되어 5년 후, 누군가가 그 사건을 캐묻더라도 자신이 그 과실과는 무관함을 증명해 보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문화의 핵심적 가치기준은 기술적 완벽함이다. 즉 위험부담을 빈틈없이 계산하여 정확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보호의식과 조심성은, 행위에 대한 결과를 알지 못할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반응이다. 관료적인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공격을 받게 될 지 알 수 없으므로 모든 면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이 문화는 지위나 절차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엄격한 계급질서는 계급사회의 구성과 흡사하다. 예를 들면 어느 대규모 보험회사의 직급구조는 고졸자의 ‘제 17급’에서 수석부사장의 ‘제 49급’까지로 이루어진다.

이 체계는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사원은 언제나 월급이 오르는 것보다는 직급이 오르는 걸 원하고 있습니다. 직급이 올라가는 것을 성공의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월급이 오르더라도 직급이 현재 그대로라면 아마도 그들은 사양할 겁니다. ” 라고 한 관리자는 말한다.

또 이 회사의 사무실 비품은 각 사원의 서열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제17∼26급은 작은 철제 책상에 팔걸이 없는 의자 한 개, 제27∼29급은 타자기용 책상이 결합된 약간 큰 책상에 보통 의자 하나, 팔걸이 있는 의자 한 개, 이와는 대조적으로 제30∼33급은 ‘항공모함’이라 불리는 상당히 큰 책상에 팔걸이 있는 의자 2개, 제34∼39급인 관리직급에는 목제 책상, 3면이 둘러싸인 공간, 회의용 탁자, 책장, 그리고 상무급인 제40∼42급에는 여기에 소파세트 또는 원형탁자와 장식장 세트가 추가된다. 제43∼49급의 부사장급은 전용 집무실이 하나씩 할당된다. 그리고 회사 내에 비치된 견본 중 기호에 따라 가장 좋은 커버로 소파와 의자를 덮어, 적어도 상무급 비품과는 다르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러한 등급에 따른 차별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누구건 승급을 다루는 중역회의에 해당서류가 제출되는 날 가구점으로부터 그 새로운 지위에 맞는 비품을 들여온다. “가구는 하루라도 늦거나 빠르게 들여오는 일이 없습니다. “라고 어느 부사장은 말한다.

3. 해리슨의 기업문화 분류

해리슨(Harrison)은 「조직특성의 이해」라는 논문에서, 기업의 公式化(Formalization) 수준과 集權化(Centralization) 수준을 기준으로, 기업문화를 역시 네 가지의 유형으로 구분한다. [85]

공식화는 조직 내에서 구성원들의 행동과 상호간의 관계가 직무나 역할의 명세서 또는 업무수행상의 규율-규정이나 절차에 의하여 지배되는 정도를 의미하며 집권화는 조직 내의 의사결정이 상위계층에 집중되어 있는 정도를 뜻한다.

〈해리슨의 기업문화 분류〉

공식화와 집권화를 기준으로 기업문화를 분류할 때, 아래와 같이 공식화와 집권화가 모두 강한 ‘관료조직문화’와 공식화와 집권화가 모두 약한 ‘핵화조직문화’를 양극으로 하여 그 중간에 ‘권력조직문화’와 ‘행렬조직문화’ 등 네 가지가 기업문화로 나눌 수 있다.

(1) 官僚組織文化(Bureaucratic Culture): 공식화 高, 집권화 强

구성원들의 역할이 구체화되고 모든 업무절차가 과학적인 방법으로 결정되어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조직의 목적 달성에 대한 직원의 결의수준이 일반적으로 낮고, 직무소외가 심하며 이기적인 행동이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정부 및 공공기관이 좋은 예이다.

(2) 核化組織文化(Atomistic Culture): 공식화 低, 집권화 弱

구성원들의 역할과 상호관계가 공동목표를 중심으로 자발적인 관심과 협조를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구성원들 간의 참여와 협력이 업무수행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3) 權力組織文化(Power Culture): 공식화 低, 집권화 强

구성원들의 역할과 업무수행절차가 구체화, 명세화되지 않아서 강력한 리더와 소수의 측근인력이 상황에 따라 구성원들에게 역할을 배정하고 조직을 이끌어 나간다. 따라서 구성원들 간의 갈등, 특히 계층 간의 갈등이 흔히 나타난다. 컨설팅회사나 전문금융서비스업, 창업초기의 기업들이 좋은 예이다.

(4) 行列組織文化(Matrix Culture): 공식화 高, 집권화 弱

전문기능자들이 한 팀이 되어 課業을 중심으로 업무가 진행된다. 따라서 구성원들과 전문기능자간에 상호협력이 많이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창의력도 많이 발휘된다.

행렬조직문화와 핵화조직문화는 고객과 시장중심성향이 강조되는 조직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따라서 조직에서 고객과 시장중시 성향이 강조될 때에는 행렬조직문화나 핵화조직문화를 유지하다가도, 고객중시 성향이 덜 강조되면 기업문화도 점차 관료조직문화나 권력조직문화로 변해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86]

또한 행렬조직문화와 핵화조직문화는 상호간의 전환이 비교적 용이하고, 관료조직문화와 권력조직문화간의 전환도 비교적 용이하다. 그러나 관료조직문화나 권력조직문화에서 행렬조직문화나 핵화조직문화로의 전환은 비교적 어려운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4. 초일류기업의 문화

피터스(Peters)와 워터먼(Waterman)은 「초일류기업을 찾아서」를 통해 미국기업 중 우수한 업적을 내고 있는 초일류기업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기업문화로 다음 8가지를 제시한다.

  1. 행동 중시
  2. 고객에게 밀착
  3. 자율성과 起業家정신
  4. 사람을 통한 생산성 향상
  5. 현장참여와 가치관 중시
  6. 本業에 충실
  7. 단순한 조직, 알찬 스탭
  8. 자율과 방임의 공존

(1) 행동 중시

행동을 중시하는 기업은 의사결정을 하는데 분석적인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분석을 너무 중시한 나머지 기업이 마비되는 경우는 없다. 이런 기업의 대부분은 ‘시도해 보라! 안되면 고쳐라!’라는 행동지침을 갖고 있다.

어떤 큰 문제가 생기면 그 부문의 수준급 인력 10명 정도를 뽑아 1주일만 연금시킨다. 그러면 해답을 가지고 나와 어엿이 실행한다.

-DEC의 중견간부

또 초일류기업은 기본적으로 실험정신이 왕성하다. 예컨대, 신제품개발을 위해 기술자가 시장조사원 250명을 15개월 동안이나 격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5∼25명 정도의 팀을 만들어 아이디어를 개발하게 하며 그 아이디어를 고객에게 직접 시험하게 한다. 이때 시제품은 적은 비용으로 만들어지며, 몇 주일 내에 제품개발이 끝나기도 한다. 초일류기업은 수많은 실용적인 수단을 강구해서 빠른 대응력을 유지하게 하고, 규모가 커짐에 따라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기업의 무력화를 방지한다.

(2) 고객에게 밀착

초일류기업은 고객에게서 배운다. 그들은 최고의 품질, 서비스와 신뢰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기능이 좋고 수명이 긴 제품을 제공한다.

프리토레이(포테이토칩), 메이택(세탁기), 터퍼웨어에서 볼 수 있듯이, 일상용품에서도 타회사의 제품과 무언가 다른 부가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차별화에 성공한다.

IBM의 마케팅담당 부사장인 벅 로저스는 “대부분의 회사에 있어 훌륭한 서비스를 받는 것이 오히려 예외적이라는 사실은 유감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초일류기업에서는 초일류 서비스가 일상적이다. 전원이 참가하고 실천한다. 혁신적인 기업의 대부분이 최고의 제품 아이디어를 고객으로부터 얻고 있다. 이는 언제나 고객에게 열심히 귀를 기울임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진다.

(3) 자율성과 기업가정신

혁신적인 기업은 회사 내부에 창의성이 넘치는 많은 리더와 사원을 양성한다. 이들을 챔피언이라 부른다.

3M은 창의욕에 넘쳐 있어, 회사 분위기가 대기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다방면으로 상상력을 펼치고 있는 정열적인 발명가와 지칠 줄 모르는 기업가들이 모인 실험실이나 서재와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초일류기업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원을 구속하지 않는다. 모험을 장려하고, 좋은 시도를 지원한다. 그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범하라’라는 원칙을 따르고 있다.

(4) 사람을 통한 생산성 향상

초일류기업은 ‘우리 對 그들’이라고 하는 노사 간의 대립-갈등구조를 조장하지 않으며 자본투자가 능률향상의 근본책이라 말하지도 않는다. 또 근로자를 ‘코스트의 원천’이 아닌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IBM의 철학은 주로 세 가지의 단순한 신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말하면 우선 ‘개인의 존중’을 들 수 있다.

이것은 간단한 개념이다. 그러나 IBM에서는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토마스 왓슨 2세(IBM의 전 CEO)

모든 근로자를 단순한 노동력으로서가 아니라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본다.

-마크 셰퍼드(TI의 CEO)

(5) 현장참여와 가치관 중시

HP의 윌리엄 휴렛은 공장의 현장에 자주 들른다는 점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큼 잘 알려져 있다.

맥도날드의 레이 크록은 정기적으로 상점을 방문하여, 이 회사가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품질, 서비스, 청결, 가치(QSC&V: Quality, Service, Cleanness and Value)에 입각하여 각 점포를 평가하고 있다.

조직체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철학(가치관)은 기술, 자본, 조직구조, 혁신, 타이밍 같은 것보다 훨씬 더 기업의 업적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토마스 왓슨 2세(IBM의 전 CEO)

(6) 본업에 충실

J&J의 CEO인 로버트 존슨은 이를 “자신이 어떻게 경영해야 할지 모르는 업종은 절대로 손에 넣지 말라”는 말로 표현한다. 또 P&G의 CEO인 에드워드 하니스도 “우리 회사는 우리의 본업에서 멀리 떨어진 적이 없다. 우리는 결코 복합기업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물론 다소의 예외는 있으나, 자기가 잘 알고 있는 업종에 집착하는 기업이 더 탁월한 업적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7) 단순한 조직과 알찬 스탭

초일류기업의 지주가 되고 있는 조직구조의 형태와 체제는 극히 단순한 것이다. 관리층이 얇아 100명 미만의 관리자만으로 자산이 몇 천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을 움직인 예도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8) 통제와 방임의 공존

초일류기업은 집권화된 동시에 분권화되어 있다. 초일류기업의 대부분이 작업장이나 제품개발팀에게까지 자율성을 부여한다. 반면에 기업정신의 핵심이 되는 몇몇 가치관에 대해서는 광신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집권화시키고 있다.

3M의 경우, 제품개발 챔피언에게 거의 혼란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자유를 주고 있다. 그렇더라도 “그들이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고 있는 기본정신에 대한 강한 신념은, 극렬 정당의 세뇌된 당원이라도 그들을 당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어떤 분석가는 말한다.


제8장 미국의 대기업병 사례와 대응

1. IBM의 대기업병

93년 1월 26일, CEO인 에이커즈(85년 취임)가 임기를 남겨두고 전격 해임되고 후임자로 거스트너가 결정되었다. 한마디로 업적부진이 그 이유였다. 또 포춘誌가 선정하는 ‘존경받는 기업(America’s Most Admired Corporations)’에서는, 89년에 ’10대 존경받는 기업’에서 누락된 이후 93년에는 311개 대상회사 중 206위로 전락했다.

업적 부진의 원인

(1)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대형 범용컴퓨터의 성공에 도취되어 80년대 말부터 수요가 급증했던 PC와 워크스테이션의 개발과 판매에 소홀했다.

또 서비스와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 비해 더욱 중요한 경쟁우위, 차별화의 원천이 되고 있으나 IBM은 이 부문에의 진출이 늦어 성장이 저조했으며, 신제품의 출하도 경쟁기업에 비해 늦었다.

(2) 방만한 영업으로 인한 경쟁력 상실

80년대 말부터 일본의 컴퓨터메이커들은 영업맨과 시스템엔지니어를 대량으로 투입하여 착실히 노하우와 판매경로를 확보해 온 반면, IBM의 영업맨들은 서비스나 제안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가격으로 승부하려는 경향을 나타내었고, 시스템엔지니어도 유저시스템의 심층까지 파고들려는 생각을 포기하는 등 방만한 영업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하드웨어의 전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함께 미국업체 중에서도 저가격을 경쟁무기로 하여 급성장하고 있는 컴팩(92년 PC M/S 6. 6%)이나, 델(3. 5%)같은 PC전문업체에 의해서 시장이 잠식되고 있고, 특히 92년 14%나 매출이 신장된 애플 등의 가격인하에 의한 선제공격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3) 신제품 출시 지연

IBM은 경쟁회사에 비해 신제품의 출시시기가 3년∼11년 정도 지연되었다.

〈IBM의 신제품 출시〉

(4) 기술상용화 노력 부진

연간 60억 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는 보유특허도 3만 건이 넘고 있으나, IBM은 이러한 신기술을 상품화하는데 민첩하지 못했다. 일례로 메모리칩의 대량생산과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정교한 설계기술 등에서는 탁월한 위치에 있었으나 상업화에서 뒤지고 있다.

IBM의 대기업병

IBM이 고전하고 있는 또 다른 하나의 원인은 대기업병(관료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의 키타야 유키오(北矢行男)는, 피터스와 워터먼이 제시한 8가지의 초일류기업 조건에 의거, IBM에 대한 평가를 시도했다. [87]

IBM이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10년 전만 해도 8개 조건 모두 A를 받았으나 최근에는 3개만이 A수준이다.

‘사람을 통한 생산성 향상, 현장참여와 가치관 중시, 본업에 충실’의 3항목에서는 A, 그 밖의 항목은 B이다. 또 ‘본업에 충실’ 항목이 A로 되어 있지만, 상황변화에 대하여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범용대형기라고 하는 본업을 지나치게 고집하였던 것이 결국 오늘날의 위기를 부른 커다란 원인이라고 보면 실질적으로는 C 수준이다.

키타야 유키오는 ‘IBM의 신화’가 무너진 원인을 기업문화의 악화 즉 대기업병 증상으로 설명한다.

(1) 자만심 팽배

IBM의 위기는 ‘자신의 강점을 자신이 파괴하지 않는다’는 ‘成功의 逆說’에 의하여 초래된 것이다. 대형컴퓨터사업이 급속하게 확대하는 과정에서 조직이 비대화, 관료화되고 시장의 니즈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진 것이다.

(2) 현지화에 미숙

IBM은 지금까지 세계기업으로서의 통합화에 상당한 에너지와 비중을 부여함으로서, 개별국가나 개별사업의 자립적인 전개가 지연되어 왔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 공통의 완벽한 ‘도큐먼트 관리시스템’이다. 세계 132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36개의 연구소와 41개의 공장을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만큼 자립보다 통합의 움직임이 우선되었다.

특히 컴퓨터 하드웨어의 품질을 세계의 어디에서나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을 경주하여 왔던 것도 통합화의 움직임을 더욱 강화시켰다. 그래서 글로벌 경영은 모두 미국 본사에서 통합한다고 하는 ‘超중앙집권 시스템’을 채택하게 되었으며, 결국은 오늘날의 위기적인 사태를 부른 것이다.

(3) 지나친 공식화로 신제품개발능력 저하

연구개발의 영역에 있어서도 지나칠 정도로 엄밀한 제품개발절차를 만들고, 그 절차에 의거하여 지나치게 통제를 했기 때문에, 내부에서 신제품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고갈시켰다.

타개 노력

최근 IBM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관료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1) 감량 경영

지난 6년 동안 공장시설공간 및 생산설비를 40% 감축했으며, 전 세계 종업원 수도 94년 말에는 22만 5천명으로 줄게 된다. 피크 때 40만 명의 절반으로 히타치(日立), 후지쯔(富士通), NEC의 종업원이 통틀어 없어지는 셈이다.

(2) 소프트웨어 비중 제고를 통한 사업구조의 변신

기존의 메인컴퓨터 생산 등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업종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판매, 컨설팅사업, 프로젝트 사업 등 각종 소프트웨어 관련사업에 주력하여 5년 내 매출의 50% 이상을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벌어들일 계획이다. 또 내부충당용으로만 생산했던 반도체의 적극적인 외부판매와 함께 멀티미디어, 무선통신 겸용 노트북PC, 가성오락 등 차세대 가전제품의 개발-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와 아울러 저가 데스크톱 제품에서부터 특수용도제품에 이르는 PC의 상위기종, 즉 워크스테이션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3) 分社化와 경영혁신

91년 12월 회사조직을 13개 사업단위로 해체하여 각 사업단위에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며, 사업단위별 주식공개로 독립채산제 형태의 분사화를 적극 추진하는 등의 개혁일정을 발표한 바 있으나 아직 독립성은 취약한 상태이다.

〈IBM의 자구노력에 대한 전반적인 평점은 B-〉

2. GM의 대기업병

내가 나고 자란 세계에서는 뱀이 나오면 죽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지만 GM에서는 뱀이 나오면 우선 뱀에 관한 위원회를 설치하고. 뱀에 정통한 컨설턴트를 초빙하여, 일 년에 걸쳐 회의를 한다.

-로스 페로(과거 GM의 경영자 역임)

무엇을 하려 해도 우리 회사는 거대한 몸체에서 오는 게으름 때문에 발을 뗄 수 없었다. 종업원이 너무 많고,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 그 자체보다 그것을 설득하는데 주력하게 된다. GM은 규모가 너무 크고 귀찮아하는 병에 걸려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거의 강제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도 있었다.

-알프레드 슬로언(GM 전 CEO)[88]

GM의 관료주의

자동차산업분석가인 켈러(Keller)는 「GM제국의 붕괴」라는 책을 통해 오랫동안 아메리칸 패밀리의 家長이었던 GM이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게 된 원인을 GM의 관료주의적인 기업문화에서 찾고 있다.

디트로이트에서는 14층에서 이러저러한 일이 있다고 하면 누구에게든 바로 통한다. 14층이란 GM의 중역실이다.

14층에 있는 사람은 GM의 권력자들로, 대부분이 중서부 출신 백인 남성이다(이제까지 두 명의 흑인과 두 명의 여성이 14층에 도달했을 뿐이다).

분명히 GM에 생애를 건 사람들에게 가장 기쁜 날은 14층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날이다. 이 자동차도시에서는 ‘성공’의 상징인 것이다. 14층의 엘리트 그룹에 들어간 임원은 하급관리자나 노동자와는 달리 전용식당을 이용하게 된다. 그리고 유능한 비서가 딸리고, MBA출신의 전도유망한 사원을 조수(GM의 독특한 용어로 ‘가방운전수’라고 불린다)로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게 된다.

14층의 신비한 분위기는 그곳에 도달할 때까지의 물리적인 장벽덕분에 더욱 강하게 된다. 우선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전자잠금식 유리문을 두 번 통과하지 않으면 안된다. 맨 처음 문에서 체격이 좋은 경호원에게 증명서 제시를 요구받는다. 두 번째 문에서 유능하고 인상이 좋은 안내여사원이 있어 책상 위에 있는 단추를 눌러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도대체 무엇을 걱정하는 것인지 (테러리스트의 공격일까, 그렇지 않으면 분노한 종업원들일까?) 알 수 없지만 중역들은 완전하게 호위되어 있다.

안에 들어가 맨 처음 느끼는 것은 귀를 의심할 정도의 조용함이다. 긴 복도에서는 웃음소리 하나 새어 나오지 않는다. 서류를 들고 바쁘게 지나가는 사원의 모습도 볼 수 없고 흥분한 이야기 소리도 없다. 복도를 걷고 있어도 누구 하나 만날 수 없다. 14층의 사람들은 모두 닫힌 문 저쪽의 조용한 전용 사무실에서 산더미 같은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엄격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다른 중역과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 경우 설령, 상대가 옆 사무실에 있다 하더라도 비서가 전화를 걸어 약속을 해야 하는 것이다.

GM에서 일단 높은 지위에 오른 임원은 필사적으로 거기에 매달린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그들의 태도에서 나타난다. 그들은 차츰 회사의 결점에 눈을 감게 되고, 의심을 갖는 비판자에 대해 몸을 추스르게 되는 것이다. 조직의 관례를 따르지 않으면 안되지만, 그칠 줄 모르는 야심도 그들의 행동을 좌우한다. 그는 엘리트 집단의 일원으로서 시장은 말할 나위도 없고, 회장의 자리에 앉는 ‘커다란 찬스’가 손 닿는 곳 가까이에 있음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에서의 지위가 자신의 존재나 가치관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14층 사무실에서 밀려나기라도 하면 일보다 훨씬 큰 것 즉, 교외의 주택지인 버밍검이나 브룸힐드 힐즈에서의 쾌적한 생활을 잃게 된다. GM이 교외에 자치구를 만든 이유는 친구도 이웃도 모두 GM가족의 일원이며. 자동차부품이나 공작기계 제조공장이라고 하는 대가족의 일원임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이런 귀속의식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GM에서 오래 근무하고 퇴직한 사람들은 별로 오래 살지 못한다. 통계를 보면 퇴직 후 2년에서 5년 사이에 죽는 비율이 이상하게 높다. “GM 사람은 GM 없는 인생을 생각할 수 없다.

그 다음은 죽음을 기다릴 뿐이다. 인생의 목표가 남아있지 않기에”라고 어떤 종업원이 비통하게 말한다. 이것이 현재의 GM의 모습이다.

켈러는 GM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기업문화로 4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1. 거인 콤플렉스
  2. 편협한 세계관
  3. 계수에 의한 리더십
  4. 오만한 온정주의

(1) 거인 콤플렉스

GM은 창립 당시부터 거대한 복합기업으로 일대 제조 제국이었다. 어떻게 보면 GM이 위기에 직면한 원인은 시장이 항상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것만을 최고로 여기는 고루한 생각에도 있다.

미국의 역사에는 약자가 거인을 이긴 예(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독립전쟁에 의해 민주주의를 확립한 것이다)가 많이 있지만 미국인은 오랜 동안 커다란 것을 동경해 왔다. 사람의 성격과 능력에 대한 인상도 신체의 크기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 키가 작다고 하면 별 볼일 없는 인간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실제 GM은 자신의 크기를 과신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나는 국가에 좋은 것은 GM에게도 좋은 것이고 GM에 좋은 것은 국가에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쟈루크 윌슨(GM 전 CEO, 대주주), 의회 청문회에서

(2) 편협한 세계관

GM에서는, 희망이나 불만을 호소하는 ‘외부’사람들의 소리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1985년까지 고객의 요구를 조사하는 부서가 없었을 정도였다. 시장의 데이터가 산더미처럼 쌓여 가는데도 GM에는 정보를 정리할 방법이 없었다.

GM은 일본 자동차회사를 이해하기 위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을 뿐 아니라, 회사 밖의 일반인의 사고방식을 성실하게 받아들이는 센스도 없었다. 일례로, GM어느 임원은 일찍이 GM을 중심으로 한 미국 지도를 만들었다. 오하이오, 미시간, 인디애나, 미주리, 일리노이는 ‘同胞’이고, 캘리포니아는 ‘과일과 땅콩의 나라’, 북동부는 ‘지적 속물의 나라’, 텍사스는 ‘범죄와 소형트럭의 나라’로 불렀다.

GM은 일본의 경쟁사를 ‘두 차례의 석유위기를 통해 우연히 행운을 잡게 된 기회주의 회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경쟁사가 보다 좋은 자동차를 만들고 있고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지만, GM은 최근까지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GM은 일본인이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파악하여, 것을 배우고 그것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용인하지 않았다. 이러한 왜곡된 견해에 미국의 ‘하면 된다’는 정신과 ‘소비자의 애정’이라고 하는 잘못된 전제가 엮여 경쟁사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적을 공략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3) 계수에 의한 리더십

GM에서는 항상 財務맨이 회사의 실권을 장악해 왔다. 또 재무담당 스탭은 MBA출신들만 모여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그들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재무제표 상에서 계수를 교묘하게 조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규모 투자’나 ‘어떤 제품에 주력할 것인가’하는 것을 모두 계수에 의해 결정하여 현실을 왜곡한다. 목표는 계수를 개선하는 것이었지 자동차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었다. 작의적인 기준을 설정하여 계산하는 방식을 바꾸었기 때문에 기준의 본래 의미가 사라진 것이다. 예를 들어, 품질이 저하되면 기준치를 조정하면 된다고 하는 논리가 만연했다.

(4) 오만한 온정주의

종업원들이 GM에서 일하는 최대의 이점은 회사규칙을 지키고 평온하게 근무하는 한 일터가 보장된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GM은 별명으로 ‘Mother Motors’라든가 ‘Generous Motors(관대한 모터즈)’라고 불렸고, 종업원은 사려 깊은 양친을 중심으로 하는 대가족의 일원처럼 생각되었다. 무능한 종업원이라도 가족의 일원인 이상 해고되는 일은 없었다. 물론 강등마저 거의 없었다.

변화추구형 리더십의 필요

켈러는 GM의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며 ’21세기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10가지를 제시했다.

(1) GM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는 GM의 대변인으로서 개혁의 질과 경쟁력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GM이 나갈 방향이 올바르다고 스스로 믿어야 한다. 또 단순하고 견실하며 알기 쉬운 비전을 가져야 한다. 그 비전은 독자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경쟁자를 무찌르자”라는 말은 소용없다. 보다 바람직한 것은 “고객의 니즈에 맞는 자동차를 만들고, 이를 통해 업계를 리드하자”라고 천명하는 것이다. 그는 주위 사람에게 ‘수세에 몰려 있다든가, 이미 결정된 것만을 말한다’는 인상을 주면 안된다. 그리고 어려운 선택(특히 공장폐쇄나 노동자의 해고 등)을 할 때는, 영향받는 사람들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2) 사무실 밖을 나와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

GM의 임원들이 주위의 상황을 좁은 눈으로밖에 보지 못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CEO는 사무실 밖의 세계를 주목하며, 이해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제정책의 이면을 파악할 수 있고, 고객의 취향을 알 수 있다.

그는 나라 안의 판매자에게도 눈을 돌려야 한다. 또 고객과 이야기하고, 本田車를 타고 있는 사람에게 그 차의 어디가 마음에 드는지, 어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왜 그 차를 샀는지를 묻고, 타깃이 되는 그룹과 만나 그들의 의견을 신중하게 들으며, 고객에 관심을 갖고, 고객을 제일로 생각해야 한다. GM의 최고간부는 마치 캡슐 속에 들어 있는 것처럼 외계와 접촉할 기회가 아주 적다. 전용 운전수, 전용 엘리베이터, 전용 사무실, 전용 식당, 전용 제트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현실의 세계’와 접촉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3) 도전하고 도전받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구조적으로 계급성이 강한 미국 비즈니스는 그 오만 때문에 자신의 목을 졸라왔다. 이제부터 회사의 리더는 자신을 독주자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한 악기의 음정이 맞지 않으면, 연주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예스맨으로 구성된 매니지먼트 팀의 활동에 의지하던 낡은 리더십 방식은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다.

또 GM은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단 한 사람의 인간이 방향을 결정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리더는 발상을 보다 자유롭게 하여 회사 안팎을 불문하고 전문가를 채용해야 한다. 그리고 경영을 잘 하고 있는 회사를 찾아가 알고 싶은 것을 묻는다든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

(4) 세계의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GM정도의 규모와 넓은 땅을 가진 회사의 CEO는 단순히 미국 중서부의 일개 자동차 회사의 CEO 또는 미국의 제일 큰 자동차 회사의 CEO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세계 각국은 미국 비즈니스와 예전에는 없었던 협력체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현재 미국의 비즈니스의 리더는 세계적인 비즈니스 공동체를 의식하여 외국의 경쟁사를 존중할 뿐 아니라, 서양문화 외에도 여러 문화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5) 리더십의 폭넓은 기반을 쌓아야 한다

오늘날까지의 주된 리더는 재무부문에서 승진한 사람들이 차지했다. GM의 새로운 리더는 이런 풍조를 바꾸어야 한다. 재무활동은 회사전체의 합의 위에서, 특히 디자인, R&D, 생산 스탭도 관여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회사의 심장부에서 떨어져나가 있는 한 효과적인 재무활동은 기대할 수 없다.

또 GM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재무맨이 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예부터의 규칙이 바뀌지 않는 한, 계수를 조작하여 권력을 장악하려는 나쁜 습관은 없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GM 기업문화의 가장 뿌리 깊은 문제이다. 차기 CEO는 재무담당 스탭이 장악하고 있는 부동의 권한을 축소하고, 엔지니어링이나 생산같이 최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귀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또 기업문화가 정말로 바뀌려면 하부에서 상부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상부에서 하부로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6) 기술의 한계와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GM은 오토메이션이 요술지팡이가 아니라는 것을 어렵게 깨달았다. 차기 리더는 다른 회사를 앞서기 위해서, 인간과 기계를 협조시키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오랫동안 GM은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고, 계수를 조작하여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 왔다. 차기 회장은 ‘자동차를 팔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GM의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GM의 목적은 ‘자동차를 파는 것’이다.

(7) 근로자를 동기부여시켜 일할 마음을 일깨워야 한다

그는 자신이 멀리 떨어진 사무실에 격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소용돌이 속에’서서 근로자와 함께 일하고 있다는 점을 GM의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와 종업원과의 연계는 단순한 겉모습이 되어서는 안된다. 차기 회장은 최종적으로는 확고한 태도로 근로자와 본사 스탭과의 사이에 그어진 선을 강렬하게 상징하는 중역전용식당을 폐쇄할 수 있어야 한다. 그와 동시에 14층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현장에서 지내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또 모든 임원, 매니저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한 달에 한번 라인에서 함께 지내게 함으로써 주문의 의미를 이해한다든지, 능력을 기른다든지 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그는 GM의 모든 매니저에게 출장을 갈 때 GM차를 운전하게 해야 한다. 경영진에게 종업원의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을 전달해야 한다. 경영진이 자기가 결정한 결과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8) 권한을 위양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차기 회장은 팀중시(Team Concept) 노선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 책임을 위양하여 모든 사람들이 결정의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승진이나 승급은 근로자가 회사에 공헌한 공적에만 근거하여 결정해야 한다. 또 성공적인 팀에 속해 있는 사람을 자주 전속시켜서는 안된다. 그들에게는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하게 하고,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9) 솔선하여 환경문제와 사회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GM의 회장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환경보전, 고용기회, 노동자의 평등, 교육 등)를 무시하면 안된다. 그는 미국 최대기업의 리더이기 때문에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고, 비즈니스를 상징하는 의무를 지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는 인간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비즈니스와 그 활동의 場인 사회를 떠날 수는 없는 것이다. GM의 회장은 안정성의 문제와 공해방지에 솔선하여 대응함으로써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 자동차산업은 항상 안전과 배기정화에 관한 중요한 정책에 대항하며 싸워왔다. 그러나 이제는 회장이 선두에 서서 정부의 규제기관과 손을 잡고, 안전과 공해방지에 관한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GM이 공공의 복리에 책임을 지고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가 널리 전달된다. 이것은 틀림없이 매출에 반영되고, 사람들은 GM을 고객위주의 회사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10)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GM의 경영진은 몇 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으면서도 매출이 떨어졌기 때문에 이익분배를 하지 않는다고 근로자에게 말해 왔다. 1987년 로저 스미스에게는 220만 달러의 보너스가 지불되었다. 1988년에는 종업원에게 이익분배로서 1인당 254달러가 지불되었지만, 그 때 스미스의 보너스는 370만 달러였다. 경영진이 앞장서서 희생할 마음이 없으면 종업원에게 어려운 일을 맡길 수 없다. GM에서는 서서히 경영진이 근로자와 손을 잡을 때가 오고 있다.

3. 美행정부의 NPR 프로그램

관료주의 타파 활동은 최근 美 행정부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고어(Gore) 부통령이 공직자들을 중심으로 6개월간(93. 3∼9)에 걸쳐 만든 NPR(National Performance Review)이라는 국가행정 평가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89]

NPR의 주요 내용

美 행정부가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민간기업의 경영 노하우를 도입하여 고객지향적이고 효율화된 행정부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

· 근본적인 문제: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관료체제

· 해결방안: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체제 구축

– 관료적 형식주의 제거

– 고객 최우선주의

– 성과향상을 위한 과감한 권한위양

– 비용절감의 극대화

· 기본원칙: 변화를 위한 장기적 투자

NPR의 경과[90]

93년 3월 클린턴 대통령은 고어 부통령에게 미국 역사상 전례 없는 특별임무를 지시했다. 부통령의 전권 아래 작업반을 구성해 6개월 이내에 美연방정부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여, 행정부 혁신안을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아칸소 주지사시절 연방정부의 병폐를 적나라하게 목격할 수 있었던 클린턴은 “앞으로 행정부는 고객중심주의로 철저히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한 가지 단서를 붙였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국가행정 평가팀(NPR)’이다. 프로젝트 위주로 운영한다는 의미에서 ‘위원회’ 같은 권위적 명칭을 사양한 NPR은 구성원부터 독특하다. 명성은 있지만 내부실정을 잘 모르는 외부인사 대신 정부운영의 메커니즘에 관해 구체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는 공직자 250여명을 NPR의 핵심인원으로 선발했다. 이들에게는 고어부통령의 친필서명이 담긴 다음과 같은 위임서가 전달되었다.

귀하는 이 시간부터 정부가 보다 싼 값으로, 보다 더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만들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됩니다.

이는 NPR의 일원으로서 행정부 혁신에 관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NPR 구성원에는 국무부, 국방부, 재무부, 상무부, 농무부, 노동부, 교육부 등 핵심부처뿐 아니라 대통령비서실, CIA, 심지어 재향군인회까지 가세했으며 짝을 지워 ‘랩(Lab)’이라 불리는 ‘정부개조실험실’을 부처별로 2∼3개씩 가동하여 작업에 착수했다. 물론 NPR이라는 거대한 작업이 연방정부 공무원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州정부, 재계, 학계, 공군본부 등 이미 조직혁신을 경험한 집단과 3만여 명의 일반 시민이 관련주제별로 세미나, 청문회를 개최하며 이들을 측면 지원했다.

이들이 찾아낸 문제점은 엄청나게 많았다.

연방정부가 구입하는 재떨이에 관한 규제만 해도 ‘재떨이를 망치로 깼을 때 35조각이 넘어서는 안된다’같은 사소한 내용이 10여 페이지에 걸쳐 빽빽이 기입된 사실은 화젯거리가 되었다. 또 단지 2달러를 절약하기 위해 스팀부품의 구매를 미루다 열손실로 3천 달러를 소비하는 경우도 지적되었다. 네바다州 클라크郡의 경우 1932년 농부 1천 명당 1명에 불과하던 농무부 관리가 60배로 늘어난 사례도 발견되었다.

톰 피터스는 NPR의 작업에 참여하던 중 그와 같은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세계는 벌써 21세기를 경험하고 있는데 미국정부는 19세기 중앙집권시대에 머물러 있다. 행정을 위한 행정을 깨부수지 않는 한 미국의 경쟁력은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들의 결론이었다.

-톰 피터스

무엇보다도 돋보인 것은 고어부통령의 리더십이다. ‘초고속정보도로’, ‘범지구적 환경’ 등을 국가적 과제로 대두시키며 이른바 ‘첨단정치’의 상징으로 떠오른 고어부통령은 매주 빠짐없이 각양각색의 회의와 현장방문을 주재하며 ‘정부개조운동’을 최우선 국가과제의 하나로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고어 부통령은 특히 기자출신의 경험을 살려 ‘타운미팅(Town-Meeting)’이라 불리는 독특한 현장회의를 통해 연방정부가 안고 있는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도출하는 열성을 보였으며 관계장관과 담판을 벌여 수술범위를 확대하기도 했다.

93년 9월 7일 마침내 고어부통령은 ‘일은 더 잘하고 돈을 덜 쓰는 정부’에 관한 실천방안 384개를 권고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NPR의 활동은 목표한 결실을 거둘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고 지시했음은 물론이다.

6개월의 작업결과 향후 5년간 연방공무원의 12%에 해당되는 25만 2천명을 감축하는 동시에 1천 80억 달러의 비용절감을 거두겠다. 이를 실천하기 일해서는 정부를 개조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부를 재창조한다는 각오로 행정혁신에 나서야 한다. 정부를 재창조하기 위해서는 마치 기업가가 기업을 경영하듯 행정관료들을 기업가정신으로 무장시켜야 한다.

-고어 부통령

NPR의 목적과 배경

NPR의 목적은 정부가 더욱 올바른 일을 하면서도 행정비용은 더욱 절감하도록 하는데 있다. 이미 클린턴은 대규모 재정적자를 삭감하는 방안을 실행하고 있으므로 NPR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정부에 대한 미국국민들의 신뢰까지도 회복하고자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NPR의 배경은 한마디로 美행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까지 실추한 데서 출발한다. 美 국민 중 48%가 정부예산이 쓸데없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국민의 20%만이 정부가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을 정도이다. (30년 전에는 76%)

이러한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4조 달러가 넘는 대규모 재정적자이다. 이는 국민 1인당 16, 600 달러에 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재정적자는 표면적인 문제로서 그 이면에는 낭비요인을 제거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력이 있다.

효율성(Efficiency)의 문제와 함께 효과성(Effectiveness)의 문제도 심각하여 대부분의 금융산업 규제, 교육 정책, 복지 정책 등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실패의 늪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이에 美 국민들은 “연방정부의 모든 정책은 실패를 목표로 설계된 듯이 보인다”고 비아냥거린다. 또 60% 이상의 국민들이 “정부는 항상 일을 망쳐놓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美 행정부는 ‘재정적자(Budget Deficit)’의 문제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정부의 기본적인 행정수행능력 자체를 불신하는 ‘능력적자(Performance Deficit)’의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국면에 이르렀다. 즉 워터게이트사건이나 베트남전쟁 때만 해도 국민들은 정부의 도덕성만을 의심했지만 급기야는 정부의 기능수행능력까지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가 아니라 ‘주어진 일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美 행정부는 그 동안 효과도 없는 정책의 실현을 위해 너무나 많은 세금을 낭비했다. 이제는 납세자들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일을 하는 국민지향적 정부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NPR이 출범된 근본적인 취지이다.

특히 과거 美행정부가 시도했던 해결방안은 문제를 점점 더 악화시켜 왔다. 정보화사회의 도래, 국제적인 기업경쟁의 격화에 따라 미국의 민간기업들은 1980년대에 자기혁신의 과정을 거쳤고 90년대에 들어서서 정부도 그와 같은 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관료적인 통제로 인한 정부의 실패를 해결하기 위한 치유책으로서 더욱 강력한 관료적 통제를 선택하는 우를 범하여 공직자들의 창조성은 더욱 좌절되고 근본적인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현재 연방정부의 공직자들은 예산시스템, 조달시스템, 재정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통제시스템에 갇혀 본래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부정과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각 부처에 독립적인 監査官(Inspector General)을 배치함으로써 오히려 더욱 많은 행정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아칸소 주지사 시절에 읽었던 오스본(David Osborne)등이 저술한 「정부 재창조 – 기업가 정신이 공공부문을 변화시킨다」[91]라는 책에 크게 공감한 바 있는데, 여기서 NPR을 발상했다고 한다.

근본적인 문제: 관료체제

문제의 핵심은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관료체제에 있다. 정보기술이 발달하고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고객의 기대수준이 높아지는 등 시대상황이 급변하고 있는데도, 대량생산 시대에 맞는 민간기업의 피라미드조직처럼 중앙집권적이고 수직적이며 업무의 표준화를 중시하는 관료주의적 조직체제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방정부는 독점산업이므로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고 공직자들은 자신의 실적에 관계없이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종신고용이 보장되는 반면 탁월한 실적에 상응하는 보상도 없다. 이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정부체제의 발전적인 변화를 어렵게 하고 관료적인 통제시스템만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으며, 국민들이 납세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통제시스템의 증가에 따라 그 업무를 담당하기 위한 인력의 충원이 불가피했고, 그 결과 수십억 달러의 인건비가 추가되었으며, 관료적인 형식주의가 더욱 팽배하게 되어 정부의 고객인 국민들에 대한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해결방안: 기업가정신 발휘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NPR에서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체제의 구축과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NPR은 먼저 연방정부의 문제점을 진단했던 각종 자료들을 수집했는데 대부분이 문제만을 나열했을 뿐 대안의 제시가 없어 NPR의 작업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에 NPR은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비용절감 및 효율화의 가능성을 타진함과 동시에 혁신적인 개선활동을 농해 생산성을 제고시키고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킨 성공사례를 찾아 나섰다. 그 결과 다양한 사례를 발굴할 수 있었으며 그 사례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과거의 관료적인 형식주의를 줄이고 업무절차의 간소화, 권한의 적극적인 하위양을 통해서 행정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서비스의 품질은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영국, 호주, 싱가포르, 스웨덴 같은 다른 국가에서는 급변하는 시대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정부의 개혁작업이 정당을 초월하여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도 주정부 차원에서 유사한 개혁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성공사례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다음 4가지이다.

  1. 관료적 형식주의 제거
  2. 고객 최우선주의
  3. 성과향상을 위한 과감한 권한위양
  4. 비용절감의 극대화

(1) 관료적인 형식주의 제거

하부조식 또는 담당자들의 재량권을 확대하여, 소극적으로 규칙만 준수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수행의 성과자체를 중시토록 하고, 기존의 통제시스템을 활용하여 잘못을 찾아내고 질책하기 보다는 문제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하며, 불필요한 통제를 제거함으로써 업무의 흐름을 신속하게 한다.

(2) 고객 최우선 주의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고객(국민)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그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업무수행의 절차를 개선하고. ‘경쟁 및 고객선택’과 같은 시장메카니즘을 도입함으로써 공직자들이 고객을 우선적으로 중시하도록 유도한다.

(3) 성과향상을 위한 과감한 권한위양

권한을 하부로 위양함으로써 일선담당자들의 의사결정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그들이 그러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불필요한 조직을 간소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업무의 성과를 향상시킨다.

(4) 비용절감의 극대화

장기적인 투자와 첨단기술의 도입을 통해서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는 등 기존의 업무절차를 지속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면서도 행정비용은 절감시킨다.

이상의 4가지 성공사례의 공통적인 특성은 연방정부의 개혁작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기본적인 원칙으로 정해졌다.

변화를 위한 장기적 투자

NPR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부의 비용절감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더 나아가 정부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모든 시스템을 재구축하는데 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연방정부라는 뜰에 만연해 있는 잡초를 제거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더 이상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정부의 체제를 재구축하고자 하는 시도는 미국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예컨대, 1930년대에 루즈벨트는 당시의 GM과 같은 기업형 모델을 도입하여 환경변화에 맞게 정부를 개혁하고자 하였다. 80년대에 들어서서 GM은 그들의 시스템이 더 이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위기에 직면하여, 기업가정신이 더욱 충만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체계를 구축하고 더 많은 권한을 하부에 위양함으로써 변화하는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재정적자에 능력적자의 문제까지 겹쳐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땅속까지 떨어지는 위기에 직면한 클린턴 정부도 그와 같은 내부혁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NPR이 제안하는 방안들이 실행되더라도 그것은 변화를 위한 장기적인 여정의 첫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할 것이다. 대기업이 자기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보통 6∼8년이 소요되는데 연방정부의 규모는 미국최대의 기업보다는 7배가 넘으므로 앞으로의 여행은 적어도 10년이 넘는 기간을 필요로 할 것이며 무수한 시행착오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행착오와 실패는 다른 것이며 시행착오를 두려워하는 조직은 아무런 발전도 이룩하지 못한다.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한 현재의 연방정부가 택할 수 있는 더 이상의 대안은 없는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다. ‘우리도 이제 무언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할 때’라는 점을 NPR은 강조하고 있다.


제4부 일본의 대기업병

제9장 일본 대기업병의 특징

시장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경영환경이 안정되어 있어 기업이 고도로 성장하는 단계에서는 기업의 관료주의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요가 안정되고 성장이 둔화되면서부터 기업은 수비적인 감량경영을 추진하게 되고, 여기서 잠재되었던 대기업병이 표면으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대기업병이 경영상 문제로 대두된 것은 1970년대에 오일쇼크가 닥치면서부터이다. 일본 기업들은 오일쇼크라는 외부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마른 걸레도 다시 짠다’는 식의 철저한 원가절감에 착수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불필요한 경비가 회사의 관료화, 노쇠화 현상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에 기업들이 대응책을 모색, 실천했다.

1. 타테이시 카즈마

일본에서 이러한 증상을 ‘대기업병’이라는 용어로 처음 표현한 사람은 오므론(OMRON)의 창업자인 타테이시 카즈마(笠石一眞)이다. 83년 1월, 회장이던 다테이시는 東京에서 가진 년 초 정례기자회견 석상에서, 중견기업 규모인 오므론의 임직원의 행동이 급격히 둔해지고 있는데 대해 경종을 울리고자 ‘대기업병’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笠石는 당시 오므론의 주력상품인 제어기기의 시장점유율이 40%에서 37%로 떨어진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신상품의 개발-개선이 지연되고 고객의 요구에 대한 대응이 늦어져 고정고객이 떨어져 나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게다가 현장의 이러한 문제점이 톱에게까지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벤처기업의 모범으로 주목 받아오던 오므론이 대기업병에 빠졌다’고 강조했다.

2. 다이아몬드紙가 선정한 대기업병 7대 증상

週刊다이아몬드紙는 일본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기업병을 사람의 병리현상에 빗대어 7가지로 표현하고 있다.

  1. 末端血行 不巡 (말단혈행 불순)
  2. 變化對應 神經痲痺 (변화대응 신경마비)
  3. 部門 肥大症 (부문 비대증)
  4. 組織 自閉症 (부문 자폐증)
  5. 會議 過多症 (회의 과다증)
  6. 頻發性 社內失業 (빌발성 사내실업)
  7. 無氣力 安心症 (무기력 안심증)

(1) 末端血行 不巡(말단혈행 불순)

대기업병에 걸리면 톱의 의사가 말단까지 침투되지 못하고 현장에서 애써서 수집한 정보도 경영층에 전달되지 않으며 부서간의 연락도 원활하지 않게 된다. 또 품의서가 이사, 부장, 과장의 책상에서 며칠씩 지체된다. ‘서류가 사람을 기다린다’는 상황이 발생한다. 과정이 길면 막히고 쉽고, 복잡하면 뒤엉키기 쉽다.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동맥경화를 일으키게 되는 것은 사람이나 기업이나 마찬가지이다.

(2) 變化對應 神經痲痺(변화대응 신경마비)

혈액순환이 좋지 못하면 손끝이 마비된다. 섬세한 손놀림이 불가능해지고 스피드도 떨어져 감각이 무뎌진다. 설계, 생산, 공장, 판매의 전 부문이 열심히 검토하면 빈틈없는 계획이 나오기는 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 이렇게 조직내부를 거치는 사이에 정작 고려해야 할 고객이나 시장의 상황은 무시되고 만다.

대기업이 당초부터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게 지엽적인 일에는’ ‘굳이 모험을 하지 않아도’ 하는 사이에 개발에서 제품화, 판매까지의 리드타임이 길어지고 납기도 늦어져서, 점차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신경이 마비되어 버리는 것이다.

(3) 部門 肥大症(부문 비대증)

조직은 그 속성상 방치해두면 규모가 터무니없이 커진다. 부장마저도 자기 부서 부원의 얼굴을 잘 모르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고 여러 분야의 가지를 친다든지, 작은 부문으로 분할한다든지, 하나의 부내에 프로젝트팀을 만들게 된다. 이처럼 요란스럽게 하면, 아무래도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부서의 수가 증대해 간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전 단계에 ‘血行不巡’이라는 폐해를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현대는 ‘複合’의 시대라고 말한다. 기술이나 상품도 복합기술, 복합상품이 되어야 판로가 개척된다. 이런 시대에 부문이 개별적으로 나누어지고 거기에다 血行不巡까지 겹치면 시대에 뒤질 수밖에 없다.

(4) 組織 自閉症(조직 자폐증)

조직이 비대해지면 한 부서에서 발생한 문제는 그 부서 내에서만 처리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문제가 회사 전체로 확산되지 않는 것도 좋지만, 해결책 하나라도 전사적인 시각에서 판단하여 최선의 대책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에서는 부문별 독립채산제를 취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모든 것을 상부에서 체크할 수가 없다. 문제발생 여부조차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예컨대, 어느 철강회사가 신규사업 참여를 시도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사업은 이미 5년 전에 다른 부서에서 추진을 시도하다가 중단한 것이었다고 한다. 조직원은 조직 내에 갇혀 있으면 조직 밖의 것에 대해서는 무지해진다. 일본의 어느 도산한 주택업체의 경우, 도산한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7개의 부서가 제각기 골프장 경영에 손을 뻗치고 있었다고 한다. 대기업이란 규모의 크기가 지닌 ‘종합력’이 무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종합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옭아매는 대기업도 적지 않다.

(5) 會議 過多症(회의 과다증)

대기업이란 ‘認許可事項’이 종합적으로 완성되는 곳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 가지 업무를 진행시키는데도 모두가 모여서 회의를 한다. 또 회의에는 자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이나 그 주위 사람들의 자료준비 시간까지 합하면 시간이 엄청나게 소비된다. 회의 횟수나 시간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대기업이 회의에 시간을 소비하는 사이에 벤처기업은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해 가고 있다. 최고경영층의 의사결정을 合議制로 하는 경우에는 한 달에 한두 번 열리는 회의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까지 긴급 중요사항이 그대로 방치된다. 이런 증상은 ‘회의는 짧고 적게’라는 구호만으로 치료될 수 없다. 표면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오히려 근본적인 치료나 체질개선을 지체시킬 수가 있다. 대기업 자체가 지닌 틀이나 시스템이 ‘會議過多症’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6) 頻發性 社內失業(빈발성 사내실업)

기업이 組織自閉症을 일으키는 단계에 이르면 부서간의 인사이동은 어렵게 된다. 대기업에는 호황부문과 불황부문, 신장세를 보이는 부문과 침체기를 맞는 부문이 병존한다. 따라서 인원이 남는 부서와 일손이 달리는 부서가 생기게 되어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는 불균형을 시정 못하고, ‘社內失業’이 顯在化된다. 중소기업처럼 쉽게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없어 어디가 인원이 남고 어디가 부족한지를 파악하기도 어려우며, 부서간의 인원이동은 더욱 불가능하다.

(7) 無氣力 安心症(무기력 안심증)

경영층이나 직원들이 ‘우리 회사는 아주 튼튼하다’라는 의식에 젖으면 주위를 돌아보지 않게 된다. ‘우리 회사의 판매력은 업계에서 제일이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달려들지 않으면 이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우리가’, ‘우리의’ 라는 말을 연발한다. 이런 증상이 더욱 진전되어 ‘우리가 망한다면 그것은 세상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다’라는 ‘天動說’에까지 비약하면 간단히 치료할 수 없을 만큼 대기업병이 진행된 것이다.

3. 도이 토시타다의 지적

소니의 슈퍼 마이크로 사업본부장인 도이 토시타다(土井利忠)가 지적하는 대기업병 신드롬은 다음의 12가지 항목으로 소니에 국한된 증상이라기보다는 일본기업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것으로 핵심을 본질적으로 찌르고 있다. [92]

  1. 조직 구성원이 샐러리맨화되어 있다
  2. 모범사원의 세계
  3. 상사를 향해서 일한다
  4. 삼류관리자의 대량적 발생
  5. 사내정치가의 실권장악
  6. 관리체계와 현장의 遊離
  7. 판단의 형식화
  8. 톱에 대한 세뇌공작
  9. 상급자와 하급자의 인간관계가 주체
  10. 파벌 형성
  11. 관료주의, 형식주의, 권위주의, 가족주의
  12. 인재가 驅逐당한다

(1) 조직구성원이 샐러리맨화되어 있다

회사 종업원이 샐러리맨이라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굳이 ‘샐러리맨’이라고 이야기할 때는 독특한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다. 불 속에 있는 밤을 끄집어내는 모험을 하지 않고, 특별한 노력 없이도 정시출근-정시 퇴근하면 기본적으로 급여는 나온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가마를 모두 함께 메고 있으니, 나 하나 조금 게을러도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인간관계만 신경을 쓰면서 쉬지 않고 늦지 않게 회사에 나오고, 가마를 메고 있는 흉내나 내고 있노라면, 기본생활은 보장받는다.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평온 무사한 인생을 보낼 수 있다.

능숙하게 일하는 시늉을 낸다는 것은 일을 하지 않거나 속임수를 쓰거나 하는 저차원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본래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본인은 프로젝트를 중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때 생길 알력이나 마찰과 자신에 대한 비난을 고려하면 주춤거리게 되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다. 다른 일을 바쁘게 수행하고 있더라도, 이는 일하는 흉내를 능숙하게 연기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며 소위 이런 샐러리맨 근성이 대기업병의 최대 원인이다.

특히 보통회사에서는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고 무사히 지내온 사람이 출세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본 종업원은 더욱 샐러리맨 근성을 키워간다. 이런 풍조는 몇 년, 몇 십 년 동안에 걸친 인사정책에 의해 조장되어 왔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다음 세대가 키워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정신 차린다고 해서 당장 내일부터 개선될 수도 없다.

(2) 모범사원의 세계

샐러리맨 가운데 특히 칭찬을 많이 받는 부류가 소위 ‘모범사원’이다. 회사에 충실하고 상사한테 복종하며, 머리가 좋고 성격도 좋다. 상하좌우의 인간관계에도 항상 신경을 쓰고, 타인과의 대화도 능숙하며 언뜻 보기에 한 점의 허점도 없는 사원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모범사원은 일단 위기상황이 닥치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범사원들의 기본자세는, 조직 속을 돌아다니며 모든 상황을 자기한테 유리하도록 만들고, 자기한테 불리한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자기 신변이 위험해질 모험적 요소가 많은 일에는 손을 대지 않고, 진흙투성이가 되어 위기에 대처해 나가는 방식은 질색을 한다.

모범사원들이 안주는 곳은 ‘살롱’이며 그들은 자기들이 속한 조직을 살롱으로 만드는데 힘을 쏟는다. 조직은 서서히 전투력을 잃어간다. 이는 마치 전국시대의 사무라이가 도회지의 멋에 매료되어 싸우기를 잊어버리는 것과 비슷한 증상이다.

(3) 상사를 향해서 일한다

모범사원이나 샐러리맨의 최대관심사는 保身과 출세이다. 이들은 상사를 향해서 일을 한다. 상사가 자기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판단의 척도로 삼는다.

‘모범사원’에 대한 반대개념은 ‘인재’로 정의할 수 있다. 인재는 업계나 고객을 전투대상으로 삼아 일을 하므로 통찰력 있는 눈으로 상황을 정확히 판단한다. 상사만 쳐다보는 기회주의 근성으로는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다.

(4) 삼류관리자의 대량 발생

保身과 무사안일주의의 삼류관리자가 대량으로 양산된다. [93]

(5) 사내 정치가의 실권장악

조직이 병들면 반드시 사내정치에 강한 사람이 실권을 쥐게 된다. 반면 조직이 건전하면 실력 있는 사람이 실권을 쥐고 일의 본질을 파악하여 힘차게 조직을 이끌어 간다. 이런 실력자가 두각을 나타낼수록, 사내에서는 마찰이 증가하고 질시하는 반대파가 생겨 어느 날 갑자기, 실력자가 뒷덜미를 붙잡혀서 끌어내려지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 후에는 당연히 사내정치에 강한 사람이 실권을 장악하게 된다. 난맥상처럼 얽혀있는 인간관계를 교묘히 조종하여, 파벌을 만들어 엉망인 조직 속을 별다른 재능 없이도 잘도 헤엄쳐 다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사내정치가’이다. 그들은 회사 내에서 제법 위세를 부리며, 사내에서의 평판은 상당히 좋고 편드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 해당업무에 대해서 무지한 경우가 많아 회사 밖에서는 전혀 평가받지 못한다. 요컨대 사내의 평가와 사외에서의 평가가 역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내정치가는 자신의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원래 이런 데에 능한 사람을 사내정치가라고 부르는 것이다. 만약 사업이 잘 되지 않는 경우는 변명을 해대거나 희생양을 만들어 놓고, 자신은 책임을 피해 버린다. 사내정치가가 실권을 장악하면 조직 분위기가 나빠져 사람들의 입은 굳게 닫히고 조직의 병은 더욱 심해진다.

(6) 관리체계와 현장의 遊離

진짜 실력자가 실권을 쥐고 있으면, 그는 가능한 한 실력 있는 관리자를 발탁한다. 그는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인지 간파해낼 수가 있다. 그러나 사내정치가가 실권을 쥐면, 장식물 같은 관리자를 차례로 배치한다. 그는 우선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하여, 혹 구별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진짜를 발탁하지는 않는다. 진짜를 발탁하면 그 자신의 실력이 드러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자기자리와 위상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며, 일이 잘 되어나가는지 여부는 두 번째 문제이다. 누구를 관리자로 등용시키느냐 하는 것은, 그 자신의 정치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므로, 자기입장을 확고하게 만들어 주는 관리자를 기용하게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로 일을 수행하는 현장과 관리자 사이는 크게 유리된다. 사내정치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술이나 골프 등,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 제대로 된 조직이라면 일을 기초로 방향을 정하고 조직을 인솔해 나가야 할 책임자가, 인간관계만으로 조직의 장이 되려고 덤비는 것이다. 중차대한 안건에 대한 판단은, 관리자가 모이는 운영회의에서 이루어진다. 운영회의에는, 현장의 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거나 혹은 어중간하게 이해하고 있는 관리자가 대변한다. 이래서는 유기적인 조직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7) 판단의 형식화

책임자가 장식물 같은 존재라면 판단은 당연히 형식화된다. 만약 책임자가 진정한 실력자라면 해당업무를 처음 맡아 잘 모를 경우 판단은 현장에 맡긴다. 그러나 소위 삼류관리자는 자기한테 비판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혹은 비판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현장에 판단을 맡기는 모험은 하지 않는다. 현장은 필사적으로 관리자를 설득하는데 힘을 탕진한다. 가끔 관리자가 엉뚱한 판단을 내리면, 현장은 그 뒤치다꺼리에 분주한 양상을 보인다.

판단이 형식화되는 양상은 다른 한 가지 있다. 본래의 수준에서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래 과장수준에서 행해져야 할 판단을 부장한테 미루고, 부장이 해야 될 판단을 사업부장한테 미룬다. 이렇게 해서 사업본부장이나 담당임원 또는 사장한테로 판단이 몰린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각 부문의 관리자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자기 혼자서 판단하여 실패하면 책임을 지게 되므로 “이렇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라고 상사한테 들고 간다. 상사는 “알아서 하게나”라고 말하면, “이는 상사의 판단이니까” 하면서 부하나 주변사람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 놓으면, 실패하더라도 윗사람이 자기를 감싸줄 것이라는 계산이 배후에 깔려있다.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일종의 ‘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같다. 대개의 경우, 위에 있는 책임자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판단은 완전히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올바른 상급관리자의 자세는, 형식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이런 안건을 가져오지 말라고 하거나 즉시 스스로 결정하여 실행하라고 되돌려버려야 하는 것이다. 설사 아랫사람의 판단이 실패로 이어지더라도, 이를 지원하는 것이 윗사람의 임무이다. 일일이 아랫사람이 보험 따위에 들지 않아도 괜찮게 만드는 것이 올바른 관리이다. 그러나 또 아랫사람이 판단할 일을 가져오면 기특하게 여기는 상급관리자가 많다. 자기한테 의지하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해하는 것이다. “그래, 그래, 내가 결정해 주지”하는 식이다. 모든 관리자들이 판단을 위로 미루게 되어 일종의 응석이 받아들여지는 풍토가 만들어진다.

다음 케이스는 상급관리자가 여기저기 머리를 디밀고 들어와서까지 판단하고 싶어 하는 경우이다. 상급관리자가 실력이 없고 서투르면 소외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自衛수단으로 맹렬히 머리를 디밀고 들어오는 것이다.

또 자기가 관여하지 않은 결정에 대해서는 항상 반대하거나 심술을 부린다. ‘자기를 무시하면 큰일 난다’고 주위를 위협하는 것이다. 심술을 견딜 수 없으므로 하급관리자는, 할 수 없이 판단을 위해 맡기게 된다. 이런 상급관리자는 절대로 일을 아랫사람한테 맡기지 않는다. 무심코 맡겼다가는 자신의 존재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일이, 그 사람이 주최하는 회의에서 논의된다. 회의 횟수가 자꾸 늘어난다. 회의 횟수만 증가하여, 당사자는 물론 주위 사람도 터무니없이 바빠지게 될 뿐 아니라, 판단이 지연된다. 뭐든지 자기가 관계되지 않았다면 일을 잘 진행시키지 않으려는 것은, 권력이나 지위를 지키면서 자기의 기능을 발휘하려는, 혹은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가장 안이한 태도이다. 반대로 아랫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판단을 맡긴다고 하는 것은 실력과 자신이 있기 때문이며, 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물론 맡긴다는 말은, 그 사람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으며 실패하더라도 지원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성공하면 내 탓이고, 실패하면 아랫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스타일이라면, 아랫사람이 보험에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해서, 온갖 안건이 위로 올라가게 되어 판단이 형식화되는 것이다.

(8) 톱에 대한 세뇌공작

톱이나 경영층, 관리자에 대해 세뇌공작이 일어나는 것은, 톱 자신의 판단력이 약한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대기업의 톱이 각 사업부의 업무내용까지 상세히 파악할 수 없다. 또 사업본부장이나 사업부장한테 해당업무의 전문가가 되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니라도 분명히 실권은 잡고 있다. 인사권을 가지고, 프로젝트의 실행 가부를 결정하며, 사람이나 예산을 분배해 주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인사나 예산을 둘러싸고 세뇌공작이 발생한다. 자기의 제안이 얼마나 우수한가, 다른 안건은 얼마나 위험한가 하는 Presentation 경연이 되어 버린다. 대개의 경우, 판단은 제안자와 톱 사이의 인간적인 친밀도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기 때문에, 친밀한 정도를 높이기 위한 작전이 따른다. 톱이 진짜와 가짜의 차이를 명확히 알고 있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톱도 한계가 있다. 애교 있고, 인간적으로 친한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9) 상급자와 하급자의 인간관계가 주체

관료조직에는 똑똑한 신입직원이 들어오면, 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직접 뒤를 돌봐 주는 것이 통례이다. 인맥을 소개하고, 일에 대한 마음가짐을 가르치고, 나아가서 골프에서부터 요정출입법까지 가르쳐 준다. 그 관계는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되어 점점 강화되어 간다. 신입직원도 누군가가 보살펴 준다는 것은 출세의 지름길이므로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관청 안에서의 비공식적인 조직은, 이러한 상급자와 하급자의 인간관계나, 학교의 선후배, 동향 등의 여러 가지 관계가 복잡하게 뒤얽힌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상급자와 하급자의 인간관계가 반드시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 상사를 위해서라면” 하는 의식이 조직을 든든히 만들어, 곤란한 일도 성취해 내는 원동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인정과 의리의 세계이며, 아름다운 인간간의 신뢰감이 저변에 흐르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는 이런 점이 조직의 체력을 약화시키는 원흉이 된다.

상급자와 하급자의 인간관계에서는 개성의 발휘가 허용되지 않는다. 상급자가 말하는 것이 진리이며, 하급자들은 앵무새처럼 모두 이구동성으로 그것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상급자의 지휘감각이 특별히 좋다면 모르지만,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 왜냐하면 대개의 경우, 감성이 뛰어나고 아이디어가 샘솟아 나오는 유형의 고감도를 가진 사람은 상관타입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관청에서 보통 고위직이 되면 나이가 많기 마련이다. 연령과 감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역시 젊고 싱싱한 감성은 기대할 수 없다. 즉, 상급자와 하급자의 인간관계라고 하는 것은, 정열과 활력과 감성이 넘치는 젊은 시절에는 개성의 발휘가 억눌려 있다가 그것이 메말랐을 때가 되어서야 지도하는 입장에 서게 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상급자 가운데에는 하급자들의 개성을 제대로 발휘시키는 타입도 있지만, 이는 예외에 속한다. 하급자들 역시, 일의 본질보다 상급자의 입장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어서, 그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 검은 것을 희다고 할 수도 있다.

상사는 예스맨을 우대한다. 부하의 충성을 담보로, 상사는 좋은 자리를 주선해 준다. 인사가 이런 대차관계를 정산하기 위해 이루어지면, 적재적소 여부는 부차적 문제이다. 부하에 대한 최대의 평가포인트는 충성심이지, 업무 능력이 아닌 것이다. 위에서처럼 장식적인 관리자가 많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진짜 실력자가 학대당하는 존재로 되어간다.

(10) 파벌 형성

누구는 어떤 파벌에 속해 있고 누구는 또 다른 파벌에 속해 있다. 각각의 관리자는 파벌의 장과 직속관계가 있다. 요컨대 비공식적인 조직치고는. 파벌의 장과 거기에 충성하는 각 관리자로 이루어진 상당히 힘 있는 조직이다.

사업부장은 그 위에서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편승하고 있다. 한 사람의 관리자가 불만을 가지면 모든 파벌의 장으로부터 압박이 가해진다. 대개의 경우, 파벌의 장은 사업부장보다 지위가 높으며, 자칫하면 사업부장 목이 위험해진다.

각 파벌은 대외의 적보다 사내의 적을 상대로 싸우고 있으며, 사업은 다음일로 여긴다. 각 관리자로부터 다양한 제안이 나와도, 그 제안의 진짜 동기나 진짜 이유를 의심한다. 이로 인해, 순수하고 정당하며 미래지향적인 제안이나 판단이 내려지기 힘든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사업부장은 각 파벌의 장의 얼굴색이나 살피면서, 자기의 안위를 걱정하며 소신 없게 사업부를 운영해야 한다. 당연히 대담한 전략, 모험적인 사업이 전개될 수 없다. 판단은 늦어지고, 어떤 일이나 우선 변명부터 먼저 생각하는 패턴이 생긴다. 만약 사업부장 자신이 어느 파벌에 속해 있다면, 사태는 한층 우습게 된다. 종업원은 민감해서 사업부장이나 관리자가 아무리 미사여구를 늘어놓아도, 파벌의 구조나 각 판단의 내용을 전부 간파하고 있다. 자기들이 열심히 일해도, 어차피 파벌 사이에서 좋을 대로 이루어진다고 하는, 포기에 가까운 분위기가 확대되어 파벌 속에서나 열성적으로 일할 뿐, 그 밖에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파벌의 존재는 조직을 부패시킨다. 샐러리맨이나 모범사원, 삼류관리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게 되는 온상이 되는 것이다.

(11) 관료주의, 형식주의, 권위주의, 가족주의

관료적이라는 말은 형식적이고, 유연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효율이 나쁜 경우의 대명사이다. 공무원들이 관료적으로 되는 한 가지 요인은 실수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관청의 창구업무에서는 실수가 나오면 큰일이며, 일하는 기준이 없어 개개인이 멋대로 판단한다면 곤란하다. 그러므로 터무니없이 많은 서류를 만들게 하고, 터무니없이 도장을 많이 찍게 만들어서 형식주의나 권위주의로 이리저리 얽혀서 업무가 진행되도록 연구해 놓았다. 개성의 발휘나 창조성, 절차의 생략은 惡이다. 관청에서는 효율의 향상은 그다지 중요하지가 않다. 효율을 극한까지 추구하는 민간기업도 일정규모 이상으로 커지면,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갑자기 관료화되는 경우가 많다. 실수를 겁내고, 고지식해져서, 원래 개성과 창조성이 요구되는 업무에서까지 형식주의와 권위주의가 만연한다. 규모의 크기가 사람들의 감각을 마비시킨다.

가족주의도 대기업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족이라는 말은 따스함, 편안함, 포용력 등의 의미를 연상시킨다.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이런 것들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지만 기업과 가정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일다. 이를 인식하지 않고 단순히 따스함이나 편안함을 추구한다면 곤란한 경우가 생긴다.

테니스를 하더라도 대학 체육부에 속한 테니스 선수와 단순한 테니스동호회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동호회는 기술향상도 물론이지만 우선 친구간의 친목이 제일의 목적이다. 그러나 체육부에 속한 테니스클럽은, 리그전에서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 응석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동호회의 운영은 화기애애하며 가능한 한 낙오자가 나오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테니스가 서투른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배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체육부에 속한 클럽에서는, 정규선수에 초점을 맞추어 운영된다. 물론 후보도 중요하며, 선수는 언제나 후보한테 주전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연습할 때도 열성을 쏟게 되는 것이다.

과거 기업운영은 동호회 스타일인 경우도 있었다. 될 수 있는 대로 평등하게 낙오자가 생기지 않도록 배려하고,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도 일정수준의 자리를 지킬 수가 있었다. 장식물 같은 관리자가 증가하고 직장이 살롱화되고 만 것이다. 낙오자가 생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전투력의 유지와 향상이 기업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12) 인재가 驅逐당한다

‘인재’란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조직 속에서 우등생 모양으로 커 나온 사람을 모아봐야, 획기적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없다. 인재는 자존심이 강하고 성격도 예민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발군의 솜씨를 발휘하는 민완가타입이다. 이런 인재가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실력자’인 상사 즉 사소한 일에 구애받지 않고 인간적인 매력에 넘치는 재주꾼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기업병이 침투하여 샐러리맨과 삼류관리자가 만연하고, 살롱화된 조직 속에서 그러한 인재가 생겨날 리가 없다. 온갖 언동이 마찰을 낳고, 주변의 빈축을 사게 되면 인재는 驅逐된다. “나서면 두들겨 맞는다”라는 말은 모든 조직에서 통한다. 예리한 인재를 쓰는 것보다, 많은 모범사원을 써서 사이 좋게 해나가는 편이 편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혹은 신규사업을 시작하려 할 때 기업을 지탱하는 것은 인재이다. 그러나 대기업병의 병원균은, 위기상황에 몸을 던져 맞붙어 싸울 인재를 배제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병원균이 몰래 몸을 침범해 들어와서 차례차례 백혈구를 죽여, 정작 증상이 드러났을 때에는 싸울 사람이 없어 사태가 악화되어 가는 모습과 같다. 필시, 그런 상황에서 모범사원은 우왕좌왕하기만 할 뿐, 아무것도 개선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4. 기타 관점

우에노 아키라 지적

노무라종합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우에노 아키라(上野 明)는 일본의 대기업병 증상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94]

  1. 자리가 늘어나 관료체질이 만연한다
  2. 연계를 방해하는 분파주의가 횡행한다
  3. 기업가 정신이 소멸한다
  4. 부문 간에 서로 책임을 전가한다.
  5. 포스트 부족으로 사원이 의욕을 상실한다
  6. 헝그리정신을 잃고 현상에 안주한다
  7. 기동성이 약해진다
  8. 변화를 느끼는 감도가 둔하다
  9. 명문의식에 빠져 위기감을 모른다
  10. 창업 당시의 좋은 사풍이 풍화한다
  11. 쓸데없는 회의가 잦아진다
  12. 예스맨이 중용된다
  13. 공격을 잊고 수비형 경영에만 몰두한다
  14. TQC 활동이 매너리즘화한다
  15. 매출액 이익률이 떨어진다

야하기 세이이치로의 지적

조직혁신 컨설턴트인 야하기 세이이치로는 대기업병 증상으로 다음 10가지를 지적한다. [95]

  1. 情報動脈 硬化症 (정보동맥 경화증)
  2. 部門 自閉症 (부문 자폐증)
  3. 戰略 缺乏症 (전략 결핍증)
  4. 赤字 敗血症 (적자 패혈증)
  5. 市場 音癡 (시장 음치)
  6. 時代 不感症 (시대 불감증)
  7. 顧客 NEEDS 鈍感症 (고객 니즈 둔감증)
  8. 挑戰 Quickly 腰 (도전 퀵클리 요)
  9. 近視-斜視: 視野狹窄 倂發症 (근시-사시: 시야협착 병발증)
  10. Hi-Tech 齒槽膿漏 (하이테크 치조농루)

제10장 일본의 대기업병 사례

이러한 대기업병 증상을 일본의 선두기업인 松下, 도요타, 富士通, 오므론, NKK의 순서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松下電器의 대기업병

92년 말 朝日新聞[96]이 ‘松下는 대기업병이라는 불치의 병에 걸려 있다’라고 지적한 대기업병은 결국 사장 교체극으로까지 연결되었다. [97] 93년 2월 13일, 다니이(谷井昭雄) 사장이 상담역으로 물러나고 森下洋一 전무가 사장으로 취임했다. 사장교체의 원인은 회사조직이 비대화되고 관리불능상태에 빠진 데 있었다. 60년 전에는 시골의 작은 공장에 불과했던 松下는 이제 24만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세계적인 거대기업으로 발전했지만 대량생산-대량판매 시대를 구가했던 이 회사는 시대변화의 대응이 늦어 공룡처럼 그 거대함을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회사인 내셔널리스가 架空예금증서로 500억 엔의 적자를 내고도 사장은 “전혀 몰랐다”라고 하고, 또 결함 있는 냉장고가 시장에서 큰 문제로 되었는데도 적절한 대응을 못했으며,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에 사건은 확대되어서 수백억 엔의 적자를 내고 말았다. 조직이 비대화되어 현장의 정보가 경영층에 전달되지 않아 대응이 늦어진 것이다. 사업부의 수가 늘어나면서 톱과 현장은 멀어지고 톱은 각 사업부가 어느 정도 이익을 내고 있는가 하는 숫자만으로 경영판단을 하게 된다. 즉 ‘계수에 의한 경영’에 빠지게 된다. “미국 거대 기업은 이 ‘계수에 의한 경영’으로 인해 대기업병이 걸렸다”라고 경영학 대가인 챈들러는 말한다. 이와 똑같은 양상이 일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특히 대량생산-대량판매를 원리로 삼고 있는 松下와 같은 회사에서 이런 양상이 두드러진다. 이런 松下의 대기업병 증상은 최근의 일이 아니라 이미 83년부터 문제가 되었다.

‘Action 61’ 운동에서 대기업병 진단

松下는 83년부터 86년까지 야마시타 도시히꼬 사장의 주도로 ’21세기를 앞두고 성장이 유망한 일렉트로닉스 분야에서 지반을 확고히 한다’라는 취지의 ‘Action 61’이라는 운동을 전개했다. 그 과정에서 대기업병에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강약의 차이는 있지만 임직원 90%가 대기업병의 징후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대기업병이 크게 만연하고 있다: 11%
  • 꽤 만연하고 있다: 49% (누계 60%)
  • 조금 있다: 30% (누계 90%)
  • 거의 없다: 8%(누계 98%)
  • 전혀 없다: 2%(누계 100%)

다니이 사장의 대기업병 경고

88년 4월말, 다니이 사장과 마쓰시타 마사하루 회상은 오사카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본사 및 지방부서장 합동회의석상에서 松下가 대기업병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98]

구체적인 성과를 올려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이상만 내걸고 그 책임을 잊는다면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끝나고 만다. 이상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가는 수단과 방법을 스스로 창조해 가겠다는 정신이 없으면 안된다. 그 정신이 있으면 대기업병에 걸리지 않는 건전한 체질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마쓰시타 마사하루 회장

대기업병은 자각증상이 없는 만큼 충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기업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예외 없이 걸리는 병 같다.

내가 보기에 대기업병의 증상은 일곱 가지다. 松下에는 그런 증상이 없을까?

지금 한번 이런 시점에서 업무나 직장을 돌아보기 바란다.

  1. 업무의 목적과 책임 소재가 분명치 않다
  2. 남의 의견을 솔직하게 듣지 못하고 교만한 마음을 갖는다
  3. 회의는 하지만 아무것도 결정하지도, 결정되지도 않는다
  4. 터부(금기사항)를 만들어 모험을 피한다
  5. 책임자는 꾸짖지 않고, 부하는 질책받지 않는다
  6. 위를 바라보고 일을 한다
  7. 보고나 설명은 능숙하지만 자신이 실천하지는 않는다

-다니이 사장

그 이후, 松下의 사내보인 松風은 특집기획에서 다니이 사장이 열거한 대기업병의 7가지 증상을 알기 쉬운 표현으로 바꾸었다.

  • 책임자는 누구냐! 증후군
  • 에고이즘 증후군
  • 우물가 회의(쑥덕공론 회의)증후군
  • 도전장애 증후군
  • 서로 응석부리는 증후군
  • 해바라기 증후군
  • 변설가(말만 앞세우고 행동은 불능)증후군

또한 각 증후군별로 松下 임직원으로부터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례를 발굴하여 아래처럼 松風(88년 8월호)에 게재했다.

(1) 책임자는 누구냐! 증후군

  • 고객 무시병: 많은 자료를 작성하고 있지만 내부회의나 내부결재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고 외부 고객을 위한 자료는 만들지 않는다. 결국 내부나 상사를 만족시키기 위한 자료가 되어 버린다.
  • 타인 의존증: 기술 회의나 합의 등에서 결정사항이 있어도 역할분담이 항상 불명확하여 시간이 꽤 흐른 뒤에 ‘그 일은 도대체 어떻게 되었지?’, ‘뭐? 그건 우리 부서에서 하고 있다구’하는 대화를 들은 적이 많다.
  • 금붕어병[99]: 개발 업무를 하고 있지만 내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 어떠한 곳에서 취합되고 있는지 모른다. 묻고 싶지만 누구에게 물어야 좋을지도 모른다.
  • 多忙性 인계누락증: 담당과장이 바뀌어 거래선에서 문의가 와도 누구에게 인계해야 좋을지 모른다.

(2) 에고이즘 증후군

  • 설교는 청산유수: 자기 의견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반론을 제기하면 갑자기 귀가 들리지 않는지 ‘이봐, 내 말을 들으라구’를 연발한다. 진저리가 나서 잠자코 있으면 납득한 것으로 착각하고 설교가 계속된다.
  • 클레임 불감증: 시장에서 클레임을 당하면 영업부에서는 담당자가 출장 중이라고 해서 연락이 안되고, 겨우 기술부서에 전달해도 ‘그런 증상은 나올 리가 없다’고 버틴다.

(3) 우물가 회의 증후군

  • 올림픽병: 회의의 취지나 토론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출석하는 사람이 많아서 회의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고 결국 똑같은 회의를 다시 열게 된다. 즉 참가하는데 의의를 찾는 것이다.
  • 말한 사람이 실행하라 증후군: 회의 중 건설적인 의견을 내면 그 의견을 낸 당사자가 실행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니 좋은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
  • 만성 무결단병: 부과장급이 출장비를 써 가며 똑같은 주제를 놓고 회의를 열어도 크게 진전이 없다.

(4) 도전장애 증후군

  • ‘우리 모두 적당히 타협하자’ 증후군: 신제품 개발회의에서 분명히 경쟁사 제품에 뒤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현재의 개발체제로는 도저히 안된다고 체념하고 똑같은 회의를 다시 인다.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가려는 전향적인 자세가 없다.
  • 조직내 자기방어병: 평소 생기지 않던 문제가 발생하여 원인을 조사해 보니 몇 가지 개선점이 발견된다. 이러저렇게 개선하자고 제안하면 ‘전에도 그렇게 했다가 실패했다’, ‘그렇게 하려면 조직을 바꾸어야 하는데 이 자리에서는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라고 하여 이야기가 좀처럼 모아지지 않는다. 결국 모두가 현상에 불만을 품고 있으면서도 실패할 경우의 책임소재를 두려워하여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채 끝이 난다.
  • 犬卒倒病[100]: 파티나 운동회 같은 행사를 기획, 실행할 때 전례와 완전히 같은 내용으로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5) 서로 응석부리는 증후군

  • 사전에 주의사항을 알려 주거나 가르쳐 주는 배려심이 없다. 상사도 부하도 서로 모가 나지 않도록 피하려고만 한다. 부정적인 결과가 즉시 표면화되지는 않기 때문에 그냥저냥 괜찮다로 끝나고 만다.
  • 변형 페미니스트증: 여사원을 양성하려는 상사가 없다. 어차피 잠시 다니는 거라는 생각에, 복사나 접대 같은 하찮은 일을 하고 있어도 그냥 보고도 못 본 척한다.
  • 이상하다 증후군: 과장한테 지시받은 업무의 기한이 다됐지만 아직 못 끝내고 있다. “그 건은 어떻게 되었지?”라고 물으면 “실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요”라고 대답하면서 그 순간 벼락이 떨어질 거라고 각오하고 있었는데, “그럼 계속 부탁하네”하는 한 마디뿐. 애초부터 나를 믿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원래 기한을 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는지, 아니면 꾸짖는 것이 싫은지 도저히 모르겠다.

(6) 해바라기 증후군

  • 상품 디자인을 결정할 때 고객의 요구나 의견보다 상사의 안색이나 기분을 헤아려 강사의 취향에 따라 결정한다.
  • 경추[101] 상방고정형: 상사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그때 톱은 이렇게 말했다”, “아니야, 이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렇게 하면 야단맞지 않겠지”하는 내용이다.

(7) 변설가 증후군

  • 전지전능 착각증: 자기는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다른 부서 사람에게 설명할 때는 마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한다.
  • 돌연변이성 게으름병: 손님이 전화로 자료를 청했을 때 어떤 영업맨은 스스로 일어나 찾으려고 하지 않고 “어디 있겠지. 찾아와”하고 여사원을 시키거나 “여기는 담당이 아니니 교환에게 다시 걸어서 물어봐 주시겠습니까”라고 손님을 다른 부서에 돌린다. 그러나 이것이 상사의 의뢰였다면 신속하고 정중하고 정성을 다해서 실명해줄 것이다.

松下의 시련

이 같은 다니이 사장의 대기업병 퇴치노력에도 불구하고 松下의 대기업병을 더욱 심각히 진행되어 1992년에는 소위 ‘내쇼날 리스사건’이라는 대형 부정 대출사건과 ‘대형냉장고 불량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日經비즈니스誌는 ‘일찍이 초우량기업이라고 자타가 공인해 왔던 松下도 최근에는 과거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라고 전했다. [102] 우선 업적이 저조했다. 92년 3월기의 영업이익율은 단독으로 2. 7%, 連結로 5. 2%이다. 松下幸之助 사장시절에는 연결로 10%대가 보통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년 동안 절반으로 준 셈이다. 일본 기업은 지금까지 박리다매 형식으로 격심한 시장경쟁을 확대해 왔다.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 松下가 시장 지상주의로 이어지는 매출 추구노선을 고쳐 이익중시의 고부가가치 노선을 내세웠다. 그러나 松下의 경우 문제는 톱의 이러한 사고방식이 자칫하면 허공에 맴돌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속속 松下에서 일어났다.

버블 붕괴와 함께 발각된 내셔널리스 사건도 한 사례이다. 전액 출자 자회사인 내셔널리스가 부동산을 담보로 한 융자에 빠져 500억 엔이나 되는 동양신용금고의 ‘가공예금증서’를 받은 이 사건에서는 사후 문책인사를 불투명하게 처리함으로써, 내부로부터 책임소재를 둘러싼 격심한 충돌이 있었다.

92년 5월에 드러난 냉장고 불량품 문제는 86년∼90년에 걸쳐 제조한 대형냉장고중 4기종 약 70만대에 냉각계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제조를 담당한 그룹회사인 松下냉기는 결국 심장부인 콤프레서의 교환비용 등 258억 엔을 특별손실로 계상했다. 문제는 불량품 발각 전후에 있었던 松下의 대응태도이다. 어떤 유력한 계열 판매점은 불량냉장고가 신문지상에서 문제가 되기 3년 전부터 이런 불평이 있었던 사실을 松下 판매회사에 전하고 개선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松下측은 “松下가 불량품은 만들 리가 없다”라고 우기며 상대도 하지 않았다. 불량품이 발견되고 소란을 겪으면서도 당초에는 불량이 발생한 경우에만 수리에 대응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어떤 베테랑 사원은 “幸之助가 살아 있다면 松下의 총력을 다해 백업을 했을 터”라고 한탄했다. 이런 불상사가 속출하고 이에 대응하는 內向체질에 대해 한 중견 기술자는 “현장에서는 무력감이 만연해지고 있다. “고 말했다.

日經비지니스紙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松下의 문제점이 나온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조직의 경직화에 대한 분노이다.

  • 관료적 발상에 의한 지시명령이 많다
  • 톱에게 나쁜 뉴스가 전해지지 않는 체질로 되어 있다
  • 조직파이프의 흐름이 나빠지고 있고 현장의 목소리가 잘 전해지지 않는다
  • 현장에는 무력감이 만연해 있다
  • 제조회사로서의 진흙냄새. 기름냄새가 사라져 가고 있다
  • 풍토 면에서의 개혁이 되지 않고 있다

93년, 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앙케이트에서는 대부분이 ‘회사의 경영 스타일’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 經營改革이 필요하다(97. 9%)
  • 창업자의 철학은 계승하되, 경영 스타일은 변화되어야 한다(55. 5%)
  • 시장창출형 상품개발이 미흡하다(64. 3%)

24년 전, 松下는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면서 신문에 전면 광고를 냈다. 타이틀은 ‘공룡과 같이 되고 싶지 않다’이다. 광고문안은 “지금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은 기업이 너무 커져서 말단까지 살아 있는 신경이 통하지 않는, 우둔한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였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 75주년을 맞이한 松下는 바로 그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본래 松下사원들의 행동원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상인의 감각으로 고객을 최우선으로 모시는 ‘행주치마 정신’에 있었다. 이 정신이 조직전체에 뿌리내려 성장을 뒷받침해 주었다. 이것이 관료주의로 변질되어 버린 지금 新시대에 맞는 新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松下는 초일류기업의 자리를 회복하기는커녕 공룡처럼 멸종의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 도요타 자동차의 대기업병

‘리콜 지연사건’과 대기업병 증상

도요타에서 대기업병이 경영상 문제로 표면화된 것은 89년에 일어난 ‘엔진 결함차의 리콜(Recall: 회수하여 무료 수리하는 조치) 신고의 대폭 지연 사건’ 때문이다.

이는 도요타가 88년에 출시한 신제품(코로나 등)의 엔진부품에서 10개월 동안 3천 건 이상 클레임이 제기되었는데도 운수성에 리콜신고를 하지 않고 설계변경 등으로 처리하여 회사 내부적으로 무마한 사건이다.

운수성은 89년 9월 12일, 도요타에 대하여 ‘관계부서간의 협력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엄중한 경고장을 보냈는데, 이러한 문서경고를 받은 것은 일본 메이커로서는 11년 만에 처음 일어난 불상사였다. 이 사건은 88년 이후 준비해 온 조직간소화, 사내 의사소통의 개선 등 일련의 경영개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분파주의, 부문이기주의가 만연해 있으며, 경영층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는, 대기업병의 전형적인 예로서 도요타 전체에 자성을 촉구한 계기가 되었다. 사건은 안전도에 대한 책임을 가진 품질보증부와 제조담당인 엔진부의 횡적인 연락이 나쁜 데서 생겼지만 나쁜 정보가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는 대규모 조직 특유의 행동패턴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대기업병 증상

그 당시 경영진 스스로 도요타가 대기업병에 빠져 있다고 자책하고 있었다. [103]

대기업병의 싹을 뽑는 것이 목표다.

-豊田章一郞 사장[104]

소위 대기업병이라는 놈이 사내의 여기저기에 있다. 예를 들면 ‘최근의 도요타의 판매방법은 돼먹지 못해’라는 것과 같은 내용의 편지가 내 앞으로 몇 통인가 왔다. 그것을 읽고 있으면 정말 도요타Man은 거만하구나 라는 느낌이 든다.

-豊田章一郞 사장

도요타가 대기업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이는 안이하다는 증거다. 그러니 매일 개선하고 항상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 도전해 나가야 한다.

-豊田章一郞 사장[105]

도요타는 지금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조직이 세분화, 경직화되고 Challenge 정신이 겉돈다.

-磁村嚴 인사담당 상무[106]

나쁜 이야기가 위로 전해지지 않는다. 한 가지를 결정하는데 반년이나 걸린다.

이렇게 통풍이 나쁜 것이야말로 대기업병의 징후가 아닐까?

-大島 부사장[107]

이러한 수뇌진의 발언에도 도요타에는 적어도 아래와 같은 대기업병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조직내의 커뮤니케이션(통풍) 불량
  • 의사결정 스피드 지연
  • 사원의 거만증(사원이 외부에 대해서 대단한 것처럼 행동)

(1) 조직내의 커뮤니케이션 불량

① 從的인 혈액순환 불량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점 중 하나는 ‘조직구조의 차이’이다. 대기업의 조직은 고정적인 구조를 갖는 반면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다. 대기업 특유의 상당히 고정적인 구조는 대부분

  • 피라미드형
  • 從的으로 세분화된 구조이다.

피라미드형 구조의 본질은, 톱에서부터 현장까지 계속되는 ‘결정-지시 → 복종-실행’의 라인이다. 라인조직의 최상층부에서 결정하여 아래로 그 실행지시가 내려가며 아래로부터는 실행결과를 위로 보고한다. 즉 이 상하라인은 위의 결정이 확실히 실행되는 것을 확보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라인이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경영자의 눈이 아래까지 미치므로 이와 같은 구조가 필요하지 않다. 때문에 위에서의 사례처럼 엔진결함 발생이라는 사태가 수뇌부에 알려지지 않는 ‘혈액순환 불량증’도 생기지 않는다.

이에 비해 대기업에서는 긴 상하라인을 갖고 있어 이것이 病因으로서 작용하여 시장이나 현장의 목소리가 필터링되어 버리는’종적 혈액순환 불량’이 생긴다. 좋지 않은 사태가 위에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은 대기업 고유의 병이다.

② 橫的인 혈액순환 불량

대기업 고유의 또 다른 조직구조상 특성은 횡으로 세분화되어 있는 조직이다. 이로 인해 부문 간에 높고 견고한 벽이 쌓여 부문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장벽이 생긴다. 이것이 ‘橫的 혈액순환 불량증’을 일으키는 病因이다. 도요타의 엔진결함 리콜 신고지연의 경우에는 설계-제조를 담당하는 엔진부가 품질보증부에 결함발생을 연락하지 않았다. 이는 ‘내부에서 처리해 버리자’라는 엔진부의 부문 이기주의가 발동한 것이다.

(2) 의사결정 스피드 지연

‘한 가지 일을 결정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차원에서 도요타의 아프리카部 영업실에 있는 어느 사원은 불만을 토로한다.

지금까지는 본사에 아프리카 현지에 맞는 차를 발주해도 구매부, 생산부, 물류부에 서류를 각각 돌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더욱이 정식서류를 보내도 본사의 담당과장이 ‘용건은 알겠는데 부장의 이름으로 보내 달라’라고 말하곤 했다. 전혀 별개의 회사와 교섭하는 듯 했다. 회사내부와 교섭하는데 에너지의 80%를 소모하고 있는 느낌이다. 발주 후에 사양을 바꿀 때는 구매-생산-수출 수속을 하는 물류 부문으로부터 각각 부장의 날인을 받아야 했다. 평사원까지 계산하면 12개의 도장이 필요했다. [108]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느 개인이나 부문이 행한 의사결정의 타당성을 다른 부문에서 다시 검토를 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공식적인 방법이 품의제도이다. 의사결정자 측에도 ‘자신이 결정한 것을 다른 곳으로부터 확인받는 편이 안전하고 안심이다’라는 생각이 있으므로 비공식적인 ‘의사결정의 공유화’가 성행된다.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원인은 이 같은 ‘의사결정의 타당성 확인구조’이다. 도장은 물론 의사결정의 타당성을 확인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에서는 사장 개인의 결단으로 대부분의 일이 끝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구조는 필요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타당성 확인 구조’는 오히려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이것이 지나치면 病因으로서 작용해 대기업병이 되는 것이다.

(3) 사원의 거만증

대기업 고유특성 중 한 가지는 ‘그 규모가 큰 것’이다. 일본사회의 통념으로 대기업병은 중소기업보다도 높은 사회적 지위(Status)를 가지고 있다. 어떤 대기업에 속한 직원은 소위 종신고용의 영향으로 그 기업과 심리적으로 일체화-동일화하고 있어 대기업의 종업원은 ‘우리 회사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회사이므로 나 자신의 사회적 지위도 높다’고 생각한다. 또 ‘자신은 중소기업 직원보다 훌륭하다’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감각’은 특히 대외적으로 고객이나 협력중소업체와의 관계에서 좋지 않은 증상을 일으킨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인 로드니 클라크는 ‘일본의 기업사회에는 기업간에 Status 서열이 있다. ‘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한다. [109] 일본의 산업계 전체에는 ‘일류기업, 이류기업…’이라는 서열평가가 있고 특정업계에서는, 예컨대 자동차업계의 경우 ‘도요타, 닛산…’이라는 서열이 있다.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그 소속집단과 심리적으로 일체화하여 그 집단의 사회적 지위를 심리적으로 자기 것으로 하여 일류라고 불리는 기업의 사원은 자신도 일류이고 훌륭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도요타는 이러한 대기업병을 타파하기 위해 89년부터

  • 조직 Flat화 활동과
  • CS향상 활동을

동시에 전개하여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3. 富士通의 대기업병

89년 말 富士通에서는 「대기업병을 날려버려라! 警句集」이라는 제목이 붙은 川柳警句集이 등장했다. 富士通의 ‘익사이팅 富士通92′(Exciting Fujitsu-92: 이하 EF-92)라는 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나온 책이다.

川柳警句集은 우리가 전개하고 있는 활성화운동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데 매스컴에서 크게 취급해준 결과 반향 효과를 일으켜 거꾸로 회사 안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처음에는 川柳警句集을 받아보고도 아무런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던 사원들도 다시한번 警句集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운동도 활성화될 수 있었다.

-EF-92운동 사무국(종합기획실)의 車伸

川柳警句集은 EF-92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사내에서 모집한 대기업병 증상에 관한 다양한 표현이나 표어들을 일본 古來의 定型試로서 5-7-5의 3귀 17음으로 구성되는 ‘川柳(5-7-5의 짧은 詩로 풍자나 익살이 특색임)’로 꾸며서 소책자로 정리한 것이다.

EF-92(Exciting Fujitsu-92)는 89년 10월부터 92년 3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전개된 운동이다.

  • 취지: 21세기를 앞둔 약동감 넘치는 Exciting company – ‘新生후지쯔’를 실현하기 위한 전사적인 의식개혁운동
  • 부제: 도전 – 창조 – 감동
  • 목표:

· 모든 부문에 있어서의 철저한 고객우선 발상

· 혁신적인 기술개발과 상품의 질 추구

· 사회적 책임의 자각과 세계에 대한 공헌

· 사원 각자의 충실한 자기실현

· 도전정신에 충만한 활력 있는 조직풍토

이 중 富士通가 특히 중시한 것은 ‘자기실현과 활력 있는 조직풍토’이다. 이 두 가지를 중점 추진하여 대기업병의 싹을 제거하고 창조력이 풍부한 도전적인 조직풍토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富士通가 ‘Exciting 富士通 92’를 전개한 배경은 크게 3가지이다.

(1) 사원의 가치관 변화

과거의 고도성장기에는 멸사봉공型이긴 했지만 사원 각자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자신과 회사가 일체가 되어 목표에 돌진해 나가는 것이 사원들에게는 매우 큰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회사생활의 보람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또는 삶의 보람은 무엇인지에 관한 관심이 증대되는 등, 자기실현 쪽으로 가치관이 이행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에 대해 기업으로서도 대응해 갈 필요가 있다.

(2) 조직풍토의 재검토

이른바 대기업병을 치유하자는 것이다.

과거의 富士通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업풍토가 있었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도전적인 조직풍토가 약해지지 않았는가 라는 반성이 대두되었다. 이것도 새로운 활성화운동을 도입하게 된 계기가운데 하나이다.

(3) ‘Fresh 富士通 88’운동에 대한 반성

富士通는 86년 10월∼89년 3월까지 2년 반에 걸쳐, 경영체질 강화를 목적으로 ‘Fresh 富士通 88’운동을 전개했다. 계기는 경영체질 악화였다. 급격한 円高, 반도체 불황, 무역마찰 심화로 경영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경상수익이 격감했다. 84년 당시 천억 엔 이상에 달했던 경상수익이 85년과 86년에 연속 감소했고 특히 86년에는 230억 엔으로까지 격감했다. 이에 수익을 회복하고자 도입한 것이 ‘Fresh 富士通 88’운동으로, 구체적으로는 매출 2조엔, 경상이익 천억 엔이라는 목표를 내세워 도전했다. 그 결과 88년에는 매출액 2조46억 엔, 경상이익 1, 064억 엔을 냄으로써 ‘Fresh 富士通 88’ 운동은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운동과정에서 반성도 많았다.

숫자를 위주로 한 운동이었던 만큼 현장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참가했다는 인식이 약했다. 그래서 다음에 하는 운동은 숫자를 쫓는 운동이 아니라 조직의 활성화와 의식개혁을 위주로 하는 운동이어야 하고 그것도 Bottom-up 방식의 운동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사내검토를 통해 수렴되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EF-92’이었다. 이 운동이 과거의 운동과 크게 다른 점은 Bottom-up 방식이라는 점이었다. 사원 각자의 자율성과 자발성을 존중하고 또 창조력이 풍부하고 도전적인 조직풍토를 조성하고자 했다.

구체적인 활동내용은 전사적 활동과 각 부문별 활동으로 구분되었다. 전사적 활동이란 계기를 만들기 위한 활동이다. 그중에 하나가 앞서서 언급한 川柳警句集이다. 川柳警句集을 만들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사실은 대기업병을 치유하려 해도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어서 처음에는 운동을 본격화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기업병이 무엇인지를 한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사원들의 주변에서 대기업병이라고 생각되는 에피소드를 모집했다. 바로 그 내용이 川柳警句集이 된 것이다.

川柳警句集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기업병 徵候]

「이렇게 말로 회피한다」

  • 前例에 없다
  • 우리 회사에 어울리지 않는다
  • 제도가 이렇게 되어 있다
  • 나는 못들었다

「이렇게 태도를 취한다」

  • 항상 상사를 향해서만 일을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하지 않는다
  • 책임을 지지 않는다
  • 매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했을 때의 변명부터 생각한다
  • 회의를 해도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낸다
  • 타인의 일을 비판하지만, 자신은 행동하지 않는다
  • 일의 중심부에서 벗어난 편한 일만으로 시간을 소비한다

[대기업병 증상]

「행동-태도」

  • ‘할 수 없습니다. ‘, 하기 전에 우선 나오는 말
  • 시킨 것만 잘 소화하고, 위험은 무릅쓰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다
  • 배려가 열이면 여덟은 기업내부지향
  • (조직구성원들이 기업의 외부지향을 거의 하지 않는다)
  • 타사동향 알고 안심, 간신히 행동

「전화」

  • 이젠 됐다. 이것으로 Fax, 3회째
  • 전화가 울려도, 모르는 체 하는 얼굴

「상사-부하의 주제」

  • 나온 말뚝(탁월한 젊은 사원)을 두드리는 상사, 반드시 위를 본다
  • 싫은 말을 들을 때는 잘하라는 말 뿐
  • 공적을 자랑하는 상사의 이야기, 부하의 노고는 뒷전
  • 위 임원의 얼굴색을 보고, 부하에게 성내기
  • 활성화! 그것은 타인의 일이라고, 우선 생각한다
  • 예! 예! 라고 대답은 좋지만 성과가 없다
  • 어차피 말해도 안되기 때문에 하나마나

「오피스 현장」

  • 디스플레이, 말로만 어서 오세요 그리고는 시치미 떼고 자기의 업무 중!
  • 퍼스널 컴퓨터가 나의 유일한 부하로 되어
  • 엘리베이터, 손님은 구석으로 쫓아 보내

「자료」

  • 산더미 같은 서류들, 당사는 어떤 회사인가!
  • 복사만 해두면 우선 안심
  • 좀 기다려? 정말 있는 것일까, 그 자료?
  • 수정을 거듭하니 처음(원안)으로 다시 돌아간다

「상품」

  • 신제품, 독선적, 고기능
  • 사내니즈, 너무 반영하다보니, 히트하지 못함
  • 고객의 목소리는 어디에선가 감퇴하고

톱도 대기업병에는 강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야마모또(山本) 사장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현 시점에서 볼 때 후지쯔가 꼭 대기업병에 걸려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5년, 10년 후를 생각하면 대기업병에 걸려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싹을 내밀 때 뽑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EF-92에서는 대기업병의 여덟 가지 징후를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그에 기초하여 각 부서에서 체크를 하도록 했다.

  1. “전례가 없다” “우리 회사에 어울리지 않는다” “제도가 이렇게 되어 있다”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관행입니다” 라는 말로 문제의 본질을 피한다.
  2. 원칙에 따라 말하기 보다는 ‘룰에 없다’가 입버릇이 되어 있다.
  3. 전체적인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는 전제를 잊고 항상 자기부문의 이을 우선시한다.
  4. 회의를 해도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고 그저 시간만 보내고 있다.
  5. 리스크가 따르는 일을 멀리하려 하고 누가 부탁하지 않는 한 피해서 지나간다.
  6. Quick Response를 하지 않으며, 하지 못한다.
  7. 자기 업무 범위만 고집하고 넓은 범위에서 판단하지 못한다.
  8. 밤낮 내부자료 만들기로 지새우고 있다.

조직이 커지면 크건 작건 이런 징후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를 엄격하게 체크해 감으로써 조직이 대기업병에 빠지는 것을 막는 것과 동시에 활성화도 도모해 가겠다는 의도이다.

4. 오므론(OMRON)의 대기업병

다테이시 카즈마

일본에서 ‘대기업병’을 이야기할 때 오므론[110]을 빼고 말할 수 없다. ‘대기업병’이란 용어를 83년 1월에 당시 회장이던 故 다테이시 카즈마(笠石一眞)가 東京에서 가진 정례 기자회견 석상에서 처음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 立石義雄 사장[111]은 88년 4월 교토 산업회관에서 열린 세미나 강연에서 대기업병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했다.

기업이라는 것은 창업단계를 지나서 점차 커지기 마련이다.

중소기업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회사에는 매일 결정해야 할 사안이 많으며, 규모가 작을 때는 대단히 신속하다. 그러나 기업이 커짐에 따라 조직 자체가 한편으로는 계층이 늘어 가고 또 한편으로는 기능별로 점점 분화되어 사안을 결정하는 절차가 대단히 중요해진다.

따라서 여러 가지 결재 사항이 생겨나고 여러 제도, 혹은 회의가 많아져서 여기저기 얽매이는 풍조가 만연하게 된다. 말하자면 절차를 중시하는 경영이 표면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것을 방치해 두면 사안을 좀처럼 결정하지 못한다. 사원 전원이 대기 자세를 취하고 만다. 혹은 모두 고객 쪽은 바라보지 않고 윗사람만 바라보며 일하는 의식이 점점 만연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점유율 저하, 재고 증가, 나아가서는 수익악화로 연결되어 가는 것이다.

절차 증시가 우리 회사에서도 상당히 만연되어서 그것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다.

최근 40년 동안 일해 온 TI社의 세퍼드 회장이 이번에 회장을 물러나면서 퇴임인사를 할 때 사원주주에 대하여 던진 말이 있다. 그것은 “관료주의와 중간의식은 창조의 가장 큰 적이다”라는 표현이다. 대기업병을 TI社에서도 지적한 셈이다.

전후 맹렬한 속도로 기업을 확대해 온 국내외의 각 회사에도 이와 같은 토양이 생겨나지 않았는가, 그런 점을 통감하고 있는 바이다.

5. NKK의 대기업병

NKK(일본강관)는 87년 6월부터 89년에 걸쳐 ‘제3 창업운동’을 전사적으로 전개하여 조직활성화를 도모했다. 87년 4월, 이 운동의 기획과정에서 NKK에서 문제가 되는 현상과 그 원인을 분석했다. 그 세부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제가 되는 현상 6가지]

  1. 기업이념이 불명확
  2. 다각화에 의해 장래 방향이 불명확
  3. 방침이 철저하지 않다(예: 신사업중시방침)
  4. 종업원에게 일체감이 없다
  5. 기업풍토가 도시적, 담백, 미온적, 활력이 없다. 農耕型(관리효율주의, 획일주의)이어서 다각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6. 코스트 의식이 희박

[현상에 대한 원인 15가지]

  1. 社是, 목표, 행동기준이 없다
  2. 社歌의 가사가 철과 선박
  3. 관할권(나와바리) 의식
  4. 인센티브(인재, 개발비의 중점 배분 등)가 없다
  5. 방침을 분석하는 철저한 시스템이 불충분
  6. 중간 의식
  7. 벤처 기업적인 의식이 없다
  8. 전문가가 양성되지 않는다
  9. 웬만한 클럽 같아서 솔직하게 토론하지 않는다
  10. 벤처 비지니스적 사업이 의욕 있는 사람에게 맡겨지지 않을 때가 있다
  11. 실력주의 인사관리가 실천되지 않는다
  12. NKK와 타입이 다른 신인을 채용하지만 직장에서 평가를 받지 못한다
  13. 많이 팔면 된다는 의식
  14. 조직이 코스트 센터화되어 있지 않다
  15. 조직이 세분화되어. 코스트 관리는 전문부서가 한다는 의식

이 자료를 기초로 12가지 항목으로 정리된 현상을 전임직원에게 제시하여 건전한 위기의식을 고취시켰다.

  1. 톱의 리더십 결여(간부에 대한 불신감)
  2. 조직의 ‘고질병’ – 인재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3. 개인에게 너그러운 체질
  4. 행동력 부족
  5. 외부의 수요에 대응력 부족
  6. 메마른 정보
  7. 장치산업형 체질(농경형 제질)
  8. 민간이라는 안이한 생각
  9. 어두운 미래 이미지(미래 비전에 대한 불신, 불화)
  10. 위기감이 없다. 변하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11. 여성의 낮은 의식(활용부족)
  12. 사업부 업적과 개인평가의 괴리

제11장 일본의 대기업병 대응

1. 松下의 대기업병 대응 방안

신인사 방침

앞에서 본 것처럼, 다니이 사장은 7가지 대기업병 증상을 발표한 88년의 4월에 ‘패기 넘치는 松下를 만들어 나가자’라는 취지에서 ‘신인사방침’을 사내에 발표했다. 7가지 증상에 대한 엄중한 지적과 함께, 사원들의 의욕을 자극하여 사원의 능력을 살려 나가는 인사정책은 대기업병을 극복하려는 松下의 ‘두 바퀴’였다.

(1) 신인사 방침

신인사 방침은 ‘인사의 기본, 요구에 걸맞은 사원, 사람을 부리는 자의 기본’이라는 세 기둥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에는 다니이 사장의 ‘경영의 활성화는 인사의 활성화로부터’라는 기본방침이 녹아 있다.

 1. 인사의 기본:

松下의 경영기본방침을 충분히 이해하고 항상 그 방침을 달성하기 위해 온몸으로 노력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또 한 사람 한 사람을 잘 알고 육성하고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중심적인 존재는 각 직장에서 사람을 부리는 책임자이다.

앞으로 인사가 지향해야 할 모습:

회사의 변화를 예견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곤란과 냉엄한 현실을 극복하여 새로운 창조를 향해 힘차게 도전하는 사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아가 사원 전원이 자기실현을 위해 각자 의욕을 살리며,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개인의 삶의 가치, 일하는 보람으로 연결되며, 동시에 회사의 목표와 일치하는 강고함이다. 나아가 이는 사람을 중시하는 풍부한 인간집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2. 요구에 걸맞은 사원

좋은 사원의 전제로서 양식과 풍부한 인간성을 겸비한 훌륭한 사회인, 훌륭한 가정인이 요망된다.

(1) 경영 기본방침의 실천자

사원 각자가 사명감에 기초하여 매일 진지한 실천과 반성을 통하여 자기의 인격과 능력을 성장시켜 가야만 사회적 사명을 수행한다는 목표도 비로소 달성할 수 있다. 경영 기본방침의 실천자는 우리 회사 사원에게 요구되는 기본 요건이다.

(2) 자주자립의 도전자

사원 각자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발의하고 창조하는 진취적인 정신, 힘찬 행동력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 가는 강한 정신이야말로 새로운 발전으로 가는 원천이다.

(3) 활로를 연구하는 전문가

높은 기술, 제품의 고도화, 사회의 다양화가 나날이 새로이 진전되어 각 분야마다 참으로 전문가가 요구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래서 기술, 생산, 영업 등 어느 일에서도 기초지식을 익히고, 나아가 사대의 움직임에 즉각 응하여 기술과 기능을 연마하며 자기의 전문능력을 높여 가야만 한다. 사원 각자가 자기 일을 통해서 참으로 사회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실력을 겸비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거듭하는 것이 중요하다.

(4) 풍부한 개성의 소유자

(5) 시야가 넓은 국제인

3. 사람을 부리는 자의 기본:

– 인간적인 매력을 기르고 리더십을 발휘할 것

– 조직을 간소하게 꾸리고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할 것

– 개인의 성장의욕을 존중하고 자기실현을 도모할 것

– 부하를 사유화하지 말고 도전의 장을 줄 것

– 이질성을 수용하고 사업활동을 유연하게 실현할 것

– 사람을 잘 알고 의욕과 노력을 평가해 줄 것

(2) 오픈 챌린지 제도

가 신인사방침이 실제로 구체화된 것은 88년 여름에 도입된 松下공모방식인 ‘오픈챌린지 제도’이다. 이 제도는, 사내의 여러 사업본부가 각자 원하는 인재나 희망하는 직종을 사내에서 공모하고 사원은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신인사방침 중에서 ‘요구에 걸맞은 사원’을 알기 쉬운 형태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 제도는 매년 한두 번씩 계속되고 있다. 松下電器産業은 물론 松下계열의 전관계사가 3년 근속 이상인 사원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3) 챌린지 플랜 제도

사원 각자가 “나는 이런 일을 해 보고 싶다”라고 사원 측에서 제안하는 자기신고방식인 ‘챌린지 플랜’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오픈챌린지 제도와 거의 같은 시기에 신설되었으며, 이 역시 마쯔시타맨, 마쯔시타우먼의 의욕을 잘 살리는 제도로 키워나가고 있다.

휴먼 21

89년 말 다니이 사장은 직속으로 특별 프로젝트팀인 ‘휴먼 200인회’를 발족시켜 ‘松下가 앞으로 종합 Electronics기업으로서 어떻게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며, 松下에서 사원들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라는 주제에 대한 연구를 시켰다. ’21세기에 松下에 근무하며, 핵심적인 존재’일 수 있는 활기 있는 20∼40대를 중심으로 사내공모를 하여 천명 이상의 응모자중 200명의 정예요원을 선발했다.

‘신진들이 서로 의견을 내놓고 힘을 집결하여 松下의 장래비전을 그려라’는 다니이 사장의 독려 아래 ‘휴먼 200인회’는 90년 4월에 ‘가능성 발견 기업을 지향한다’는 ‘휴먼21’이라는 비전을 내놓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글로벌하게 종업원의 가능성을 살리고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
  • 지구규모로 ‘세계문화진보’에 기여하는 기업상을 호소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노력에도 불구하고 松下의 대기업병은 치유되지 못했으며 결국 다니이 사장은 부정대출 사건과 불량냉장고 사건, 업적 부진 등에 책임을 지고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2. 도요타의 대기업병 대응방안

도요타는 소위 ‘리콜 지연 사건’으로 내부에 잠재해 있던 심각한 대기업병 증상이 표면화되자 이에 혁신적인 조치를 취하여 이를 극복하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었다. 도요타의 대응방안은 39년에 실시한

  • 조직 플랫화 활동과
  • CS향상 활동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도요타는 90년 미국 J. D. Power社의 ‘파워 리포트’에서 고객만족도 1위라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112]

조직 플랫(Flat)화 활동

도요타는 89년 8월 1일에 조직과 인사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했다. 이 조치는 조직의 비대화로 인한 관료주의의 폐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모하여 ‘대기업병을 극복’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조직개혁은 기존의 7단계 조직(부장∼부부장∼차장∼과장∼부과장∼계장∼사원)을 3단계 조직(부장∼실장∼그룹 또는 일반 사원)으로 플랫화시켜 피라미드형 조직을 文鎭型 조직[113]으로 만들었다. 또 종래의 두세 개 課를 하나로 합친 크기의 室을 부장 밑에 두고, 室 밑에는 업무에 따라 탄력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조직상하간의 계층이 줄었으며 조직 간의 벽이 허물어져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의사결정과 실천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를 거두었다. 도요타는 그때까지 Post(직책)와 직급(부장, 차장, 과장, 계장 등)이 일치했지만 조직개편을 통해 Post와 직급을 분리시켰다. 그 결과 89년 8월 1일의 인사이동에서 과장 Post는 70% 이상, 계장 Post는 99%가 폐지되었다(단, 생산부문은 기존의 조직형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간부의 수는 기존의 1, 887명(부-과장)에서 864명(부장, 실장, 생산부문 과장)으로 절반 이상 줄었으며, 90년 2월 1일 인사에서도 899명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대외적으로 Post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어 직원들의 사기저하를 막기 위해 명함에는 종전처럼 직급을 사용토록 했다.

조직 플랫化와 함께 인사제도의 재검토가 이루어졌다.

주요한 것으로는

  • 챌린지 로테이션(자기신고에 의한 이동희망의 접수)
  • 사내 공모제도(신규사업, 테마의 인선과 결정에 대해 널리 의견공모)
  • 氏 붙이기 운동(조직의 간소화에 따라 직급의 호칭을 버림)
  • 인사고과, 교육제도 재검토 등이다

(1) 챌린지 로테이션

조직간소화가 실효를 거두는데 가장 도움이 된 제도였다. 동일부문에 5년 이상 재직한 사람을 대상으로 이동희망을 제출케 하여 2년 이내에 그 희망을 실현하게 해 주는 것이다. 90년 2월의 인사이동에서는 과장급 2, 040명 가운데 약 300명이 챌린지 로테이션에 응모하여 그 가운데 절반인 150명이 이동했다. 이 제도를 채택한 이유는 오랫동안 동일부서에서 일하면 매너리즘에 빠져 창조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또 어학을 열심히 공부했는데 해외로 나갈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사람 중에서 해외에서 한 번쯤 실력을 발휘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2) 사내 공모제도

가 제도는 프로젝트성 사업을 추진할 때 종업원의 도전의욕을 발휘할 수 있는 場을 마련해 주기 위한 제도이다. 예컨대, 도요타가 영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대형프로젝트에서 89년 8월 사내공모를 통해 요원을 확보했다. 과장급 7명을 공모하자 36명이 응모하였고 12월에 8명이 선정되었다. 또 신규사업의 테마도 공모를 통했다. 730건의 아이디어가 몰렸고 그 중 약 10건은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검토를 추진했다. 특히 구체적이었던 반도체 중간재료 아로마텍스에 대해서는 89년 말에 도요타와 信越化學간에 합병 합의가 이루어져 이 신규사업공모가 실현되는 제1호가 되었다. 이 새로운 회사 ‘아로마텍스’는 도쿄 신주쿠에 본사를 두었는데, 사무실에는 전화 한 대와 책상 두 개뿐이다. 그래도 90년 말에 니이가타현 나오에쯔市(直江律市)에 생산 공장을 설치하고 5년 후 연간 30억 엔의 매출을 노리고 있다.

(3) 氏 붙이기 운동

조직간소화에 따라 라인의 長인 부장, 실상, 그룹 리더에 보임되는 인원이 제한된다. 한편 직급에 따른 차장, 과장, 계장 자리가 존속되면 신속한 의사결정에 장애가 되므로, 직책에 기초한 부장, 실장 또는 직급상의 과장, 계장이라는 호칭을 버리고 모두 氏를 붙여 부르기로 했다. ‘임원을 氏로 부르기 힘들다’는 말처럼, 직함 대신에 氏를 붙이는 것이 매우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부장, 실장, 그룹리더가 자기와 동등하거나 자기 이상의 베테랑 선배를 그룹의 일원으로서 철저히 활용해야 하므로 이 ‘氏 붙이기 운동’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4) 인사고과, 교육제도 재검토

조직간소화는 승진·승급에 실력주의, 능력주의의 색채를 띠게 했다. 여기서는 인사고과의 공평성이 요체이다. 이에 도요타는 90년 2월에 새로운 인사고과 기준을 만들어 라인의 長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부하직원을 평가하도록 지시했다.

  • 도요타맨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인가
  • 도전정신은 왕성한가
  • 인재 활용이 능숙한가
  • 부하 양성계획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등

교육제도도 주요 과제가 되었다. 도요타에서는 조직의 간소화로 실력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결과 사원 훈련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한편으로는 경쟁보다 안정을 지향하는 사원이 많은 것도 사실이므로 도요타는 장차 입사 5∼6년 후의 시기를 선택하여 사원을

  • 인터내셔널 사원(라인의 출세코스를 지향하는 사원, 해외주재도 마다하지 않는 사원)과
  • 로컬 사원(일정 지역이나 일정 현장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사원)의

두 가지 코스를 선택하게 하여 별개의 교육과 관리체계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이렇게 인터내셔널, 사원과 로컬, 사원을 구분하는 것은 현재 일본의 경우 관청에서도 고등고시 합격자와 일반 직원을 구분함으로써 시행되고 있으며, 대기업조직이라면 어디에서나 묵시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도요타도 대기업병 극복을 위해 예전처럼 누구라도 일정 연한이 차면 거의 예외 없이 과장이 될 수 있다는 안이한 인사정책을 마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CS 향상 활동

조직 플랫화 활동이 도요타의 대내적인 개혁이라면 89년 1월에 착수한 CS향상 활동은 대외적인 개혁이다. 고객과 접촉하는 도요타사원의 인상을 개선하고 호감을 갖게 함으로써 도요타와 거래하는 고객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목표아래 판매직원의 매너를 향상하고, 분위기 좋은 판매점 만들기로부터 서비스, 자동차 자체(설계∼생산∼품질보증)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CS(Customer Satisfaction) No. 1’을 지향한다는 활동이다. 도요타는 과거부터 ‘고객제일주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었지만 사실은 고객측면보다는 생산측면을 중시하는 자세가 만연되어 있었고, 자동차 시장이 성숙되는 과정에서 다양화되어 가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런 풍토를 반성하고 마케팅 원점으로 돌아가서 고객만족도를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CS향상활동을 전개한 것이다.

(1) 추진 조직

도요타 사장은 CS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CS위원회를 설치하고 본인이 직접 위원장직을 맡았다. 도요타에서 사장이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이를 통해 톱의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CS위원회 산하에는 세 개의 분과회가 설치되었다. 세 개의 분과회는 차량품질분과회(분과회장 金原 전무), 국내판매서비스 분과회(분과회장 玉井硏造 상무), 해외판매서비분과회(분과회장 沼田準二 상무)이다. 각 분과회가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가능한 것부터 차례대로 실시하기로 했다. 또 분과회에 모이는 간부, 부장의 협력만 갖고는 아무래도 해결이 안되는 것은 CS위윈회에 올려 사장의 결재를 받기로 했다.

(2) 톱의 리더십

도요타 사장은 스스로 CS의 선두에 섬으로써 전사적인 의식개혁에 힘썼다. 89년 사내보 「도요타 신문」 신년호의 연두메시지에서 기본 방침을 천명했는데, 고객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CS향상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보여주었다.

  • 첫째, 고객을 제일로 생각하고 물건 제조의 원점에 서서 항상 품질, 가격, 기술에서 뛰어난 상품을 만들어낸다
  • 둘째, 도요타 전체가 품질보증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을 높인다

(3) 공감대 조성

CS향상활동을 북돋기 위해서 89년 6월에는 전사적으로 ‘활동 슬로건’과 ‘심볼마크’를 현상모집했다. 9월에는 전사에서 도착된 855건의 CS심볼마크 중에서 하트(Heart) 디자인을 뽑아, ‘사로잡았습니까 고객의 마음, 확인했습니까 당신의 의식’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도요타의 포스터 등에 인쇄하여 전사적인 CS향상활동의 촉진제가 되었다.

(4) 점포 리프레시

카운터 세일이 방문 판매를 웃도는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고객이 방문하기 쉽도록 분위기 좋은 점포를 만들고자 리프레시를 서둘렀다. 89년 4월부터 3개년 계획으로 도요타 판매망 점포의 절반을 크게는 개조에서부터 작게는 응접세트의 무늬 바꾸기까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으며, 도요타 자동차는 리프레시 자금을 판매점에 융자해주었다.

(5) 고객응대 개선

이와 동시에 고객 응대의 개선을 추진했다. 도요타는 접객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디즈니랜드나 맥도날드 햄버거에서 일본인에 맞는 접객 매뉴얼을 배우고 이를 비디오와 매뉴얼로 만들어 전 판매점, 영업소에 배포했다.

고객을 접대하는 에티켓과 매너는 다음과 같다.

[손님에 대한 대응]

ㆍ권위적인 태도나 말은 없습니까?

ㆍ길을 헤매는 손님에게는 특히 친절한 대응을(플로어, 복도 등)

ㆍ무슨 일이건 고객 우선으로(엘리베이터, 출입구 등)

[전화 매너]

ㆍ벨이 울리면 바로 받는다

ㆍ외부에 대해서는 “감사합니다”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를

ㆍ전화를 이리저리 돌리지 않는다.

[몸단장]

ㆍ단정하고 상큼한 복장으로

ㆍ구두, 머리도 단정하게

ㆍ정중한 인사를

(6) 조직적인 대응

CS향상활동을 현장에서만, 또 구호로만 끝내지 않기 위해서 전사적으로 조직을 변경했다. 89년 8월의 조직개편에서는 ‘상품실험부’가 신설되었다. 이는 고객만족도 No. 1 실현을 위해서 차량 전체의 종합적인 성능을 평가하는 체제를 강화하려는 의도였다. 나아가 90년 2월의 정기 인사이동에서는 CS향상을 위한 조직강화가 이루어졌다. 우선 점포와 정보를 핵으로 하는 새로운 판매정책을 개발, 추진하기 위해서 ‘마케팅 개발부’가 신설되었다. 수요구조의 변화에 맞추어 점포개설에서 고객응대, 상품의 적시투입에 이르기까지 CS향상을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목적이었다.

또 자동차의 디자인 면에서는 종래 도요타 애호가들의 평가, 즉 ‘디자인이 거칠다’ ‘촌스럽다’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서 도쿄에 디자인 거점을 확립했다. 이를 위해 ‘東京 디자인센터’가 신설되었고 동일 모델을 놓고 본사와 東京에서 경합개발을 함으로써 디자인의 독자성을 강화했다.

(7) 보증기간 연장

CS향상활동의 성과는 먼저 89년 9월, 전 차종의 보증확대로 나타났다. 그때까지 새 차의 경우 무료수리 보증기간이, 일반 보증(소모부품)은 1년 또는 주행 2만 킬로, 특별보증(엔진, 바퀴축)은 3년 또는 6만 킬로였다. CS향상활동 중에 품질이 향상되고 차량검사도 신차 차량검사가 3년으로 연장되었으므로 보증기간도 재고해야 한다는 고객들의 의향이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도요타는 일반 보증을 3년 또는 6만 킬로, 특별보증을 5년 또는 10만 킬로로 대폭 확대했다. 이 결정은 CS위원회 차량품질분과회가 내린 것으로, 이 분과회는 보증확대가 궁극적으로는 고객유치 경비를 줄이고 고객을 만족시킬 것으로 보았다. 89년 9월에 실시한 도요타의 품질보증기간 확대는 자동차업계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고 다른 회사도 잇따라 같은 결정을 내렸다. 보증기간 확대는 판매점이나 수리회사의 부담이 늘기 때문에 경영체질이 약한 하위 메이커는 도요타의 보증기간 확대를 ‘새로운 공세’라며 부정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8) 자동차 품질 향상

보증기간 확대와 함께 시행한 것이 자동차 자체의 품질향상이다. 이 조치는 89년 여름 이후에 등장한 뉴모델에 대하여 차례대로 이루어졌다. 도요타는 89년 9월에 코로나 EXIV, 카리나 ED, 세리카 ST를 발표하고, 10월에는 신개발 세르시오와 MR2, 12월에는 스타레트를 풀모델 체인지했다. 이 신차 공세 속에서 CS위원회의 제언으로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 중 하나는 알미늄제 머플러를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레스로 바꾼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차체의 녹을 방지하는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차종에 대하여 녹을 방지하는 도장의 횟수를 늘렸다. 이러한 조치는 고객의 눈에 금방 띄기 어려운데다가 원가의식이 철저한 도요타에서는 예전이었다면 ‘과잉품질’이라는 반대에 부딪혔을 것이다. 그러나 CS향상활동을 통해 ‘이 조치를 시행하면 고객이 틀림없이 기뻐할 것’이라는 주장이 먹혀들었다. 이 배경에는 자동차 보증기간 연장 때문에 예전에는 과잉품질로 간주된 것이 오늘날에는 보통 요구되는 품질에 불과하게 되었다는 변화가 있다.

또 도요타가 분실향상에 코스트를 충분히 들일 수 있을 만한 기업 여력이 있었다는 점도 CS향상활동을 뒷받침해 준 것이었다. 도요타 사장도 이익보다는 고객만족이 앞선다고 강조했다.

CS향상에 필요한 자금이라면 수익이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CS향상이 우선되어야 한다. CS향상과 수익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쫓으려 든다면 도요타 체질개선은 불가능하다.

(9) 종업원 만족(ES: Employee Satisfaction)

도요타에서는 고객을 만족시키고 종업원 각자가 회사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ES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ES향상의 구체적인 수단은 급여, 대우, Post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으며 의사소통이 원활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었다. 따라서 조직플랫화 활동도 ES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89년 11월 10일, 도요타는 복리후생시설, 직장환경 재검토, 노동시간 제도의 개선 등을 실천했다.

[복리후생시설 충실]

4년간 약 1천억 엔의 투자를 했다. 그 가운데 특히 기술사와 사택에 약 500억 엔(10년 간 약 1천억 엔)을 투자했다.

– 기숙사, 사택은 90년 2∼3월에, 리프레시와 냉방화를 추진했다.

– 본사 지구의 기숙사와 사택은 90년 초에 착공했다.

– 東京에 90년 6월에 독신기술사가 완성, 사택은 89년 말에 착공했다.

– 식당은 88년도부터 5개년에 걸쳐 약 60개의 식당을 신설 또는 개선했다.

– 89년 9월 1일에 본사지역 제3입체 주차장을 완성했다.

[사무실 환경 개선]

89년에 본사와 東京지사의 일부 부서에서 사무실 환경의 개선을 실시했다. 그 결과를 기초로 3년간 매년 50억 엔을 투자하여 전사적으로 개선을 추진했다.

[작업복의 모델체인지]

근무 분위기를 쇄신하고 활기 있는 직장을 만들기 위하여 89년 10월에 남자종업원의 작업복을 세 가지 모델로 체인지했다.

[타임카드 폐지]

기능계 직장은 89년 6월에, 사무-기술계 직장은 89년 11월에 폐지했다.

[플렉스타임제 도입]

90년 1월에 도입했다. 이에 앞서 89년 10월부터 17개 부서(약 3, 400명)가 시험실시했다.

[‘노동시간에 관한 노동검토위원회’의 설치]

89년 4월에 설치되어 노사가 임금제도 등과 함께 근로시간 단축을 중심으로 한 노동시간에 관한 여러 제도를 재검토했다. 플렉스타임제도의 도입은 이 검토위원회의 성과 가운데 하나이다.

개혁을 위한 사전 준비

도요타는 조직플랫화와 CS향상활동에 앞서 준비활동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개선활동을 실시하여 대기업병을 방지하기 위한 ‘대증요법’을 취해 왔다.

(1) 품의·결재의 신속화

87년 7월 부사장 이상의 결재가 필요한 안건은 그때까지 전무 이상 전원의 합의가 필요했지만, 이를 고쳐 관련부서의 총괄간부의 승인으로 끝나도록 했다. 더 나아가 88년 9월에는 부문총괄자는 부문에 따라서는 부사장이 겸임하던 것을 모두 전무 또는 상무에게 내려 보냈다. 그 결과 부사장 이상의 품의 건수가 반감하고 부문총괄자의 결재 속도도 상당히 빨라졌다. 품의, 결재의 신속화는 담당자부터 위로는 부사장에 이르기까지 6∼7단계에 걸쳐 있던 결재도 장의 수를 최대한 줄이고 쓸데없는 수고를 덜어주는 조치가 요망되었다. 이에 88년 8월 ‘결재도장 세 개 운동’을 시작했다. 화이트칼라를 중심으로 결재절차나 권한, 담당구분을 전면 재검토하고 결재절차를 최대한 간소화시켰다. 도장 세 개 운동은 착실하게 자리 잡았다. 89년 3월부터 입금-지불 전표의 결재권한을 하부로 대폭 위양하여 도장 세 개 운동이 전사적으로 정착되었다. 도요타의 입금-지불전표의 결재안건은 연간 무려 25만 건이었고, 그 중에서 부장 또는 차장의 결재가 필요한 것이 18만 건이나 되었다. 그런데 권한 재검토, 간소화로 18만 건의 70%가 가장 이하에서 도장 세 개로 끝나게 되어, 시간과 노력을 합치면 부담이 30∼40% 줄어들었다.

(2) 부사장 큰방쓰기 제도

개혁은 화이트칼라뿐만이 아니라 경영층에게도 요구되었다. 도요타는 88년 9월에 ‘부사장 큰방쓰기 제도’를 실시했다. 그때까지 네 명의 부사장은 두 사람씩 별실(사장과 회장은 같은 방)을 쓰면서 각자 담당하는 분야(생산, 개발, 판매, 경리)를 총괄해 왔지만 횡적인 연락이 나쁘고 관료주의적인 체질이 강화될 우려가 있었다. 이에 네 명의 부사장은 벽 칸막이를 없애는 동시에 합의제를 최대한 받아들여서 상호 의사소통을 원활히 했다.

(3) 사무실 개조

도요타는 89년 8월 조직개혁과 동시에 3년 계획으로 사무실 개조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피라미드형 조직을 반영하여 학교 교실처럼 뒷줄에 관리직 책상을 놓고 그 바로 앞에 일반 사원이 세로로 책상을 늘어놓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레이아웃은 라운드 테이블을 사용하고, 한가운데에 실장이 앉고 실장을 둘러싸듯이 각 그룹의 책상이 배치되므로, ‘일반 사원∼그룹리더∼실장’이라는 의사결정의 흐름을 눈으로 보고 알 수 있는 형태이다. 이 사무실 개조는 책상과 의자부터 바꾸기 때문에 사원 한 사람당 50∼60만 엔이 투자된다. 조직간소화의 대상간부와 일반 사원이 약 3만여 명이므로 단순히 책상과 의자만 바꾼다 해도 거대한 비용이 든다. 하지만 ‘오래된 책상, 의자, 실내의 레이아웃도 예전과 똑같은 상태에서 아무리 의식혁명을 하라고 해도 무리’라는 인사부의 주장으로 이 계획은 단행되었다.

3. 오므론의 대기업병 대응방안

오므론은 대기업병 해결을 위해

  • 사업부제도와
  • ‘Action 61운동’이라는 두 가지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사업부제도는 ‘개발∼생산∼판매’의 전기능을 각 사업부가 담당함으로써 다시 한번 젊고 생생한 벤처기업에 도전하자는 취지이다.

Action 61

‘Action 61’의 목표는 Total Lead-Time을 단축하고 Total 재고를 줄이는 것이다.

앞으로 양의 경쟁에서 질의 경쟁으로 변화해 가는 시대라는 것을 바탕으로 하여 모두 고객한테 배우고, 한 사람의 고객이라도 소중히 하며, 챌린지 마인드를 창출하는 풍토 등 전사, 전부문의 체질혁신을 동시에 해 나가겠다.

이 운동은 大小 두 개의 동심원으로 표현된다.

〈ONPS: OMRON New Production System, 즉 JIT 방식〉

뉴 오므론 만들기

오므론은 ‘Action 61’에 이어 89년 9월부터 ‘뉴 오므론 만들기’운동에 착수했다.

오므론이라는 배는 출항 이래 알게 모르게 대기업병에 걸려 주항 성능이 무뎌진 데다가 85년 가을부터 시작된 엔고 불황이라는 거친 파도를 만나 배가 절반 정도 파도에 가라앉고 말았다.

따라서 어떻게 해서든 기울어가는 배를 똑바로 세우고 하루라도 빨리 폭풍수역에서 탈출하자는 것이 액션61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지금은 폭풍수역에서 벗어나 조용한 바다를 항주하고 있지만 본사의 종업원만 해도 17천명, 가족을 포함하면 5만 명, 게다가 관계회사의 가족까지 합하면 30만 명에서 40만 명이라는 대선단으로 커져 있다.

그러니 앞으로의 문제는 이 대선단이 어디로 향하는가, 그 목적지로 가려면 무엇이 필요하게 될까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대기업병과 같은 폭풍우권에 다시 휘말려들지 않게 하려면 어떤 체력을 길러 두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뉴 오므론 만들기이다.

-레이젠 사무국장

‘뉴 오므론 만들기’의 발상자인 笠石義雄 사장은 리더가 해야 할 일을 4가지로 요약했다.

(1) 기업발전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 비전에 걸맞은 목표를 전 사원에게, 또 전 조직에 공유케 한다.

(2) 이의 실현을 위해 정확하게 조건을 정비한다.

(3) 사원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4) 언행일치

‘뉴 오므론 만들기’는 ‘Golden ′90s, Action ′90s, VV ′90s’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1) Golden ′90s

‘Golden ′90s’은 ’21세기에도 크게 성장하는 회사의 모습을 이미지화하고 1990년대의 10년간을 황금의 10년으로 만들자’는 확신 아래 89년 5월 10일 창립기념일에 비전을 발표했다.

[사업 비전]

– 콤퍼넌트에서 세계 NO. 1이 된다

– 시스템에서 업계 NO. 1이 된다

– 기술 서비스로 2. 5차 산업을 확립한다

– 21세기에 대응한 창조형 사업을 만든다

[기업문화 비전]

社憲(우리의 노동으로 우리 생활을 향상하고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자)

정신을 계승하고 뉴 오므론의 ‘제3의 창업’을 위해

– 사헌 정신을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해간다

– 기업은 사회의 일원인 만큼 기업시민의 역할에 전보다 더욱 힘쓴다

[경영구조 비전]

– 세계4극체제로 본사 기능의 영역분권화와 사업의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멜티로컬한 기업’을 지향한다

– 그룹 네트워크 경영체질로 분권화와 전체 최적화가 조화를 이루는 ‘홀로닉한 기업’을 지향한다

[이상 세 가지 비전을 통해서]

– 질 높은 기업이 되고

– 세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 일하는 보람, 사는 보람이 있는 직장, 더욱 충실한 인생을 보낼 수 있는 ‘건강하고 흥이 나는 기업’을 지향한다

“Golden ‘90s” 중에서 오므론의 미래모습을

  • 건강하고 흥이 나는 기업
  • 홀로닉한 기업
  • 멀티 로컬 기업의 세 가지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에 대해 立石 사장은 다음처럼 설명한다.

[건강하고 흥이 나는 기업]

86년의 노동자 인사관리연구회의 앙케이트에서 ‘근로의욕의 최대의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하여 ‘일 자체가 재미있고 활기찬 것’이라는 대답이 태반이었다는 데이터가 있다.

우리 회사가 대기업병을 어떻게든 퇴치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 ‘건강함’을 하나의 커다란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흥이 나는 기업’이라는 것은 밝은 직장 만들기로 연결되고 창조성으로도 연결되는, 또는 도전정신으로도 연결되는 말이라 생각한다.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사원들이 소중한 삶을 일하는 보람을 갖고 평생을 보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회사여야 한다.

[홀로닉 기업][114]

앞으로 고객의 수요는 틀림없이 시스템 효율을 어떻게 최대화해 갈 것인가 라는 점에 귀착될 것이다.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 통합 경영이 얼마나 되어 가느냐가 관건이다. 말하자면 이 홀로닉(Holonic) 기업의 목표라는 것은 미래의 고도정보사회의 시장에 대응할 것을 의식한 자세이다.

현재 우리 회사에 있어서는 각 상품의 접촉면이 충분하고, 각 상품에 대해 고객의 모든 요망에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합하여 시장의 수요에 응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멀티로컬한 기업]

이것은 앞으로의 세계화를 의식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그 지역에서 파는 것은 그 지역에서 만들어낼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 파는 것은 일본에서 만든다. 그리고 日, 美, 유럽, 아시아 태평양이라는 세계의 네 개 지역에서 각자 실현해 갈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연구-개발-생산의 모든 기능을 갖춘 네 개의 오므론을 세계의 여러 지역에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 90년대 중반의 우리의 모습이다.

이것은 결코 엔고의 충격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회사의 수출비율은 20%가 채 못된다. 낮다면 낮은대로 지금부터 현지화를 진행해 가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목표로서 90년대의 세 가지 시대적 수요는 ‘다양화, 다원화, 융합화’이다. 이러한 수요가 미국, 유럽,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는 현지에 밀착하여 고객의 수요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물건 수출만으로는 다 대응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국내에서 그 일을 해 온 덕분에 오늘과 같은 업적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태평양 등 일본 이외의 三極에서 해 나가자는 것이 멀티로컬 기업의 모습이다. 멀티라는 것은 세계의 네 개의 극. 로컬이라는 것은 그 지역에 뿌리를 두고 그 지역에 공헌할 수 있는 현지화된 기업을 말한다.

(2) Action ′90s

‘Golden ′90s’을 오므론의 꿈과 비전으로 벼면, ‘Action ′90s’은 꿈과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이다. 여기서 立石 사장은 성공의 열쇠라고 할 수 있는 인재양성을 강조했다.

종전처럼 전문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으로만은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역시 다른 분야의 정보를 수집하여 취합하는 능력, 이른바 융합화 능력을 얼마나 갖추어 나가느냐, 또 그런 사람을 얼마나 길러내느냐, 그것을 위한 교육 구조를 정확하게 확립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변화를 날카롭게 탐지하는 감성을 얼마나 높여 나가느냐, 이것이 동시에 중요하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것은 결코 개발부문의 인재육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부문, 생산부문, 모든 부문의 인재가 동시에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감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른바 변화의 同期化를 어떻게 실현해 가는지, 개발-생산-판매부문의 인재들이 각자 담당분야에서 그 변화를 알아야 한다.

그것을 꿰맞추어서 전체적으로 대응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사고의 연장으로 밝힌 것이 ‘휴먼 르네상스’ 구상으로 네 가지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원래 인간을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역시 인간이 중심이 되는 경영을 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내가 먼저 사내에서 실행하자고 생각한 것이다.

(1) 인간혁신 프로그램

사원의 의욕을 이끌어내면서 현재 사원가치관에 대응한 인사제도를 만들었다.

(2) 사내의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사내의 커뮤니케이션을 좋게 하고 단결심을 배양하며 모럴향상을 도모해 가려는 것이 목적이다. 관계회사를 비롯한 그룹 전체의 운동이 ‘오므론픽, 빙 둘러앉기, 무릎을 맞댄 담판’과 같은 모습으로 구체화되었다.

(3) 생애설계 프로그램

제1선인 과장급들은 입사 이래 계속 달려와 심신이 모두 지쳐 있으므로 리프레시를 시켜서 거기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발상과 창조성이 기업 속에서, 또 자기의 앞으로의 인생에서 발휘하게 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이 제도는 88년도부터 실시되었는데, 다테이시는 네 가지 효과를 보았다고 평가한다.

  1. 비일상적인 상황에 처함으로써 과거의 발상, 과거의 업무 방식을 버리고 미래의 업무 방식과 스타일을 재검토하는 결과로 연결되었다. 휴가 동안 일을 부하에게 맡김으로써 부하의 육성과도 연결되었다.
  2. 과거에는 쉬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담당하고 멋지게 쉬고, 대신 일할 때는 철저하게 한다는 것이다. 즉 일과 휴식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3. 휴가를 이용하여 정년 이후의 계획을 세우는 등 정년 이후에 대한 마음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4. 부부관계, 자녀관계를 되돌아봄으로써 가정생활의 프로그램을 갖게 되었다.

(4) 복지 프로그램

재형저축제도, 주택마련 지원제도, 기숙사, 사택, 휴양시설, 클럽활동 등 기업-사원 복지제도를 충실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리프레시 휴가나 근무시간 단축이 ‘시간의 환원’이라면 ‘공간의 환원’이다. 대기업병은 ‘개인’을 잃는 것이므로 다테이시 사장이 내놓은 일련의 시책은 대기업병 극복에서 효과적인 수단이 되었던 것이다.


제5부 한국의 대기업병

제12장 한국의 대기업 문화

1. 관료적 기업문화

이학종 교수는 앞장 미국사례에서 소개된 ‘위험도와 성과 피드백기간(딜과 케네디)’, ‘공식화와 집권화(해리슨)’를 기준으로 한 연구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문화를 ‘관료적 기업문화’로 정의한다. [115]

우리나라 기업은 사업성격과 규모, 창업자의 이념과 경영스타일 그리고 기업경영과정에서 세워 온 전통과 관행에 따라서 모두가 각기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모험도와 성과피드백 기간을 중심으로 분류한 모험형, 근면형, 투자형, 관료형의 네 가지 기업문화유형 중 우리나라 기업은 대체로 모험형과 관료형에 많이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은 일반적으로 창업주나 경영주의 경영이념과 그의 강력한 지도력이 기업경영에 큰 역할을 하고 있고 목표설정에 있어서도 매우 의욕적인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이러한 경향은 모두 모험형을 입증하는 문화특성이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은 권한이 상위계층에 집중되어 있고 공식화 및 권위주의적 경향이 크다. 이러한 경향은 관료적 기업문화 유형을 입증하는 특성들이다.

‘공식화와 집권화’를 중심으로 분류한 관료조직, 권력조직, 행렬조직, 핵화조직 등 네 가지의 기업문화유형 중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은 역시 관료조직문화와 권력조직문화 유형에 많이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에서 고객중심성을 강조하면서 시장경쟁에 보다 강력하게 대응해 나간다면 기업문화유형도 점차적으로 모험형과 관료형에서 근면형으로 그리고 관료조직문화형과 권력조직문화형에서 행렬조직문화형과 핵화조직문화형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2. 보존적, 합리적 문화

또한 이학종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를

  • 사회적 문화가치(인간관계 지향적/과업지향적인 구조주도적)와
  •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행동(적응지향적인 능동적/현상유지적인 수동적)의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하여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116](도표참조)

〈이학종 교수의 기업문화 분류 모형〉[117]

이학종 교수는 이 모델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15개 대기업의 중간 관리자 3천명을 대상으로 자기회사의 기업문화 유형에 대해 설문조사한 후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는 대체로 ‘보존적 또는 합리적 문화유형’에 가까우며 이는 우리나라 기업이 대체로 관료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한다.

(1) 보존적 문화유형

구성원들이 공식조직과 절차에 의한 안전하고 확실한 업무처리 그리고 조직의 장기적인 존속을 위한 운영의 지속성을 강조하면서,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현상유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 문화유형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

  • 명확한 공식절차와 규정
  • 표준화, 관습화된 업무처리방법
  • 직권과 서열의식
  • 체계적인 조직구조와 관리제도
  • 안전한 업무처리

(2) 합리적 문화유형

구성원들이 체계적이고 능률적인 조직경영을 우선적으로 강조하면서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간다. 이 문화유형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

  • 체계적인 목표설정과 계획수립
  • 정확한 계획수행과 결과평가 및 통제
  • 능률적인 과업달성
  • 문제나 업무의 실리적 처리
  • 실적위주의 업무관리

제13장 한국의 대기업병

1. 우리나라의 대기업병

김영배 교수는 대기업병을 ‘기업이 규모가 커지고 연륜이 오래됨에 따라 생기는 조직의 제반 관료병리현상’으로 설명한다. [118]

2. 대기업병 증상

또한 김영배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병리 현상으로 다음 4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1. 부문주의
  2. 사람중심의 조직운영
  3. 관리의 비대화
  4. 관료주의적 조직구조

(1) 부문주의

기업의 조직은 업무의 성격, 기능, 종류가 다양해짐에 따라 이에 대응하여 부문간 세분화를 진행하고 전문화를 추진함으로써 생겨나는 경제적인 이점도 있지만, 동시에 전체의 이익보다도 자기부문의 이익을 우선시함으로써 업무가 원활히 흐르지 않는 부문주의가 나타난다. 조식수가 증가하면 반드시 업무분장과정에서 적당하게 나누는 일이 흔해지며 실제 운용과정에서는 책임과 권한의 혼란을 초래하게 되고 결국 어떤 안건이라도 관련된 모든 부서의 합의를 꼭 필요로 하게 되어 그만큼 도장의 수도 증가하게 된다. 이와 같이 업무의 기능별 부문주의는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상위직의 관리자가 그만큼 능력발휘를 하지 못하는 등 바로 대조직의 문제점으로 나타난다.

또 기업조직의 대규모화는 본래 목적과는 달리 지나친 분권화로 인해 전사적 대처능력과 의사소통이 부족해지고 장기전략 대신 단기업적주의가 만연함으로써 급기야 경영의 활력을 잃게 되며, 각각의 개별조직이 요새화함으로써 전사통합력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유연성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마침내 조직전체가 자각증세도 없이 대기업병에 빠져들게 된다. 이와 같은 부문주의의 폐쇄적인 풍토 아래서는 업무가 보수주의적으로 흐르게 되고 새로운 목표에 대한 도전의식이나 기업내부의 위기감이 결여되어 모든 업무가 수비지향적이고 무사안일주의로 흐르게 된다.

(2) 사람중심의 조직운영(爲人設官)

조직이란 ‘업무(일)가 있고 나서 조직이 있고 조직이 있고 나서 사람이 배치된다’고 하는 원칙을 시켜나가야 한다. 그러나 경영의 규모가 확대되거나 회사창립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조직은 분화되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

즉, 영업부가 종전과 비교해 매출이 신장된 것도 아닌데 어느 사이 1부, 2부, 3부로 나누어진다든지, 생산부가 하나 있던 것이 설비가 늘어났다든지, 다른 부서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사실은 사람 수가 감소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部조직이 신설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인력규모의 증가가 정체된 상태 또는 감소되는 상태에서 업무에 상관없이 조직이 신설되는 위인설관식 조직의 증가는 조직이 증가한 만큼 조직의 비효율이 발생하게 된다.

또 조직은 회사의 목표달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조직의 증가는 업무나 개인능력과 상관없이 연공서열식 인사를 초래하게 되어 조직의 효율화와 활성화를 추구하기 어렵게 된다.

(3) 관리의 비대화

대기업 조직은 절차, 규칙 등의 공식화(Formulation)작업을 통해 조직 내 질서를 유지하고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으나 이러한 조직의 공식화는 점차 조직에의 페이퍼워크의 과다를 가져오게 되며 이에 따라 업무의 낭비가 발생하게 된다. 또 대기업 조직을 이끌어 가고 통솔하기 위해서는 통제를 필수로 하며 이에 관리서가 하나 둘씩 증가하여 급기야 통제위주의 관리조직 비대화가 발생한다. 이러한 관리조직의 비대화는 조직 내 정보흐름을 한곳으로만 치우치게 하며 오늘날 고객중심의 조직적인 생산-영업-연구개발 등의 지원이 소홀해지게 됨으로써 고객을 만족시키는 고객지향적 조직이라기보다는 기업내부 지향적 조직으로 변하게 된다. 기업내부 지향 조직은 고객의 소리를 듣지 못해 오늘날 같이 급격하게 변하는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없으며 치열한 기업 간의 경쟁에서도 이기지 못해 끝내는 쇠퇴하게 된다.

(4) 관료주의적 조직구조

기업이 성장하면 이에 부응하여 사업부를 늘리고 사업부가 늘어나면 다시 사업본부를 늘리게 되어, 계층을 만들어 관리하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조직으로 형성된다. 이와 같이 조직의 핵분열은 인재과잉 현상을 초래하게 되는데 이는 예전의 부장은 상당히 높은 위치를 차지하여 자격이나 능력 면에서 높은 사람이 가용되었으나 조직의 핵분열 경향은 부장의 자격요건을 저하시켜 인재과잉 부분이 나타난다. 따라서 피라미드조직은 기계를 모델로 한 딱딱한 조직으로 상층부와 하층부간 의사소통 라인이 길며 의사소통 단절이 발생하는 등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제6부 대기업병의 치유방안

제14장 대기업병 치유방안 개요

1. 치유방안 구분

대기업병을 치유하는 방안을 몇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1) 대책의 심도에 따라 ‘대증요법’과 ‘병인 제거’ 그리고 ‘기초체력 보강’으로

(2) 시기에 따라 ‘사전 예방’과 ‘사후 처방’으로 나눌 수 있다.

대증요법, 병인 제거, 기초체력 보강

‘대증요법’이라 함은 표면에 드러난 병세에 대해 일대일로 대응하여 그 증상을 제거하는 것이다. 즉 온몸에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는다는 식이다. 온몸에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고, 콧물이 흐르며, 기침이 심한 것은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니 감기에 걸렸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으므로 종합감기약을 먹는 것은 ‘병인 제거’이다. 또한 이렇게 감기가 걸리는 것은, 최근 무리하게 일을 하고 몸을 돌보지 않았던 것이 근본원인이라면, 헬스클럽에 등록을 해서 매일 한 시간씩 체력보강 트레이닝을 하게 되는데 이는 ‘기초체력 보강’에 해당한다.

이를 기업의 경우에 비추어 보면, ‘쓸데없는 회의가 많아, 회의만 하다가 하루를 다 보낸다’는 증상에 대한 치유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먼저 ‘대증요법’으로는

(1) 회의 없는 날

(2) 회의 시간은 한 시간 준수

(3) 회의에 대해 재고조사를 하여 회의유형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의 대책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불필요한 회의가 많은 원인을 찾아보니 이는 회사 전 부문에 걸쳐 권한과 책임이 서로 명확하지 않고 대부분의 권한이 조직상층에 몰려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병인 제거’를 위해 회사내부의 권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대폭적인 권한위양을 추진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권한 책임을 명확히 해도 임직원들이 실력이 모자라거나 보신주의, 책임회피 문화에 물들어 있을 경우는 이러한 조처로도 치유가 불가능하므로, ‘기초체력 보강’을 위해 간부의 실력향상을 위한 교육이나 경력관리 프로그램을 보강한다든지 감정주의 평가제도를 가점주의 평가방식으로 바꿈으로써 조직의 문화를 일신해야 한다.

이러한 ‘대증요법’은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치유를 시작할 수 있지만, ‘병인 제거’를 위해서는 현상에 대해 상당히 깊은 연구가 따라야 하고, ‘기초체력 보강’은 사전에 미리미리 해놓아야 한다.

사전 예방, 사후 처방

‘문서만능주의에 젖어 문서가 엄청나게 양산되고 사무실이 일하는 장소인지 문서제조장인지 모르겠다’는 증상이 나오면, 기업에서는 종종 문서 줄이기 운동을 전개한다. 매주 마지막 토요일을 ‘문서 버리는 날’로 정하여 불필요한 문서를 수거해서 몇 톤이나 되는 문서를 트럭으로 실어 날라 폐기처분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방안도 효과가 있으나 이는 ‘사후 처방’에 해당된다.

원천적으로 문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문서를 버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애당초 문서를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즉 ‘사전예방’책으로, ‘모든 의사결정은 문서를 통해서만 한다’는 ‘문서보고주의’를 바꾸어, ‘모든 의사결정은 구두로 하되 예외적으로 문서에 의한다’는 ‘구두보고주의’를 채택해야 한다. 낭비가 쏟아지는 水道가 있다면, 그 수도꼭지를 잠가야 하는 것이지, 수도 밑에 물통을 갖다 놓고 낭비를 받아내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치유방안 종합

이상의 치유방안을 종합해서 매트릭스로 그려보면 6가지의 유형이 나올 수 있다.

이들 방법을 효과성 기준으로 순서를 매겨 보면 ‘사전예방/기초체력보강’이 가장 바람직하며 효과가 있는 반면에, ‘사후처방/대증요법’은 가장 下策이다. 그러나 노력도를 보면 그 반대로 ‘사전예방/기초체력보강’에는 시간과 힘이 들며, ‘사후처방/대증요법’은 간단히 실천할 수 있다.

2. 대증요법

대기업병을 치유하는 대증요법의 전형적인 예로, 다음과 같은 ‘사무관습 개혁운동’을 들 수 있다.

회의337운동

사무관습 중 폐해가 크고 일과업무시간 중 비중이 높은 회의에 대한 악습을 타파하기 위해 실시한다.

보고SOS운동

기업 내에서 발생되고 있는 경영활동 중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상하간의 의사소통(Communication)으로 이는 보고, 의사결정 등으로 이루어진다. 의사결정이 신속히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경영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사업의 기회를 놓치거나 기업에 손실을 가져올 수 있으며, 또한 의사결정을 위해 각종 보고나 품의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함으로써 인건비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문서에서는 의사결정에 꼭 필요한 정보만을 요약 보고하면 되는데도 무조건 문서를 많이 작성하는 것이 상사가 의사결정하는 데 좋다고 하는 인식 등으로 업무의 비효율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러한 의사결정에 관련된 잘못된 업무관습으로 발생하는 낭비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하고, 의사결정을 신속히 하며, 문서작성도 간소화하기 위한 관습개혁 캠페인을 전개한다.

이러한 관습개혁 운동은 운동을 전개하는 당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운동이 종결한 후 일정시간이 흐르면 원래상태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람의 병처럼, 표면에 드러나는 증상을 치유해봐야 근본적인 병인이 제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증요법이 효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부분이 원상복귀 되지만 그래도 임직원들 머릿속에는 ‘문서와 보고, 회의방식이 제대로 되어야 하는데’하는 잠재의식이 남게 되며, 향후 근본적인 치유를 할 때 이러한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된다. 또한 혁신을 추진하는 초기단계에 있어 ‘메인이벤트’를 활성화하고 임직원의 공감대를 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러한 대증요법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일종의 ‘조미료’에 해당하는 것이다.

3. 병인 제거와 기초체력 보강

대기업병을 원천적으로 치유하고 기초체력을 보강하려면 ‘대증요법’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앞서 살펴본 ‘대기업병의 원인’을 종합적, 체계적으로 제거해 가야 한다.

(1) 리더십 발휘 차원

먼저 모든 변화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대기업병 치유에서도 톱의 리더십 발휘가 선결조건이다. 톱은 변화추구형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며, 바람직한 유형으로는 디자이너-교사-센츄리온 스타일을 들 수 있다. 또 리더는 정직해야 하고, 비전을 가지고 조직을 선두에서 이끌고 가야 한다.

(2) 환경변화 대응 차원

대기업병 원인 중 하나가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자만심에 젖어 있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보면 대기업병을 치유하기 위해서 기업은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사전에 축적해 나가고, 성공경험으로 인한 자만심을 버려야 하며, 배우는 문화를 조직에 정착시킴으로써 학습조직으로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3) 고객대응 차원

양위주의 사고에서 탈피하여 질 위주의 경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고객이다. 易地思之의 사상 아래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의 소리를 경청해야 하며,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하여 고객이 원하거나 기대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 기업의 경영방식을 고객지향적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것이다.

(4) 경영관리 차원

대기업병의 원인인 조직의 관료화 현상과 경직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영관리 방식을 유연하게 바꾸어야 한다. 단순한 경영과 현장경영을 실천하고 부문이기주의를 타파해야 하며 조직구성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관료적인 관행을 과감히 없애야 하며 의사소통과 정보공유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5) 조직 설계 차원

또한 조직의 관료화와 경직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조직설계 차원에서 작고 가벼운 조직, 작고 강한 본사 그리고 관리계층 축소가 요구된다. 한편 수직적이고 기계적인 조직을 수평적이고 유기적인 조직으로 바꾸어야 한다.

(6) 조직 풍토 차원

자만심을 타파하고 유연한 조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주인의식에 충만한 프로를 양성하고, 임직원들의 기업가정신을 드높여야 한다. 또 보수적이고 수비적인 기업 문화를 도전적으로 전환시킨다. 근본적으로는 변화 그 자체를 수용하고 나아가 변화를 즐기기까지 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다음 도표는 다음 장부터 소개할 근본적인 치유방안에 대해 요약한 것이다.


제15장 리더십 차원의 치유방안

모든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역시 톱의 리더십 발휘이다. 특히 대기업병의 치유에 있어서는, 대기업병의 진원지가 많은 경우 톱으로부터 출발하므로 톱이 선두에 서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이는 어린이들이 ‘부모 앞에서 부모를 배우기보다는 부모 등 뒤에서 부모를 배운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보다 효율적인 대기업병의 퇴치를 위해 리더십 차원에서 요구되는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1) 톱이 변화추구형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과거 전통적인 ‘권위주의형’ 리더십과 최근 인간존중의 추세와 함께 강조되는 ‘거래형’ 리더십보다는, 앞장서 변화를 선도해 가는 ‘변화주도형’ 리더십의 발휘가 요망된다.

(2) 또한 최근 환경에 맞는 변화추구형 리더십으로는, 사전에 미래를 설계해 가는 ‘디자이너’형과 부하직원에게 지혜를 심어주는 ‘교사’형, 그리고 옛날 로마군에서 유래된 ‘센츄리온’ 스타일을 들 수 있다.

(3) 특히 톱은 정직해야 한다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저급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기업가로서 남에게 모범이 되는 자세, 종업원에 대한 애착, 사회에 대한 책임 등이 정직성의 요소에 포함된다 하겠다.

(4) 리더가 변화주도를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조직과 조직원이 나가야 할 길을 모르는 상태에서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은 단지 혼란만 더욱 가중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방안1 톱의 변화추구형 리더십 발휘

변화추구형 리더십

톱의 리더십은 그 본질에 따라 권위주의형 리더십, 거래형 리더십, 변화추구형 리더십의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19]

(1) 권위주의형 리더십(Authoritarian Leadership)

이는 리더가 일방적인 명령으로 조직을 통솔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유형은 이유 없이 오해를 사기 쉬워 부하들이 반대할 소지가 있으므로 대부분의 경우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는 권위주의형 리더십이 오히려 적절할 수도 있다.

  • 시간이 아주 촉박한 상황에서 리더의 결단이 필요하다.
  • 리더가 모든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 부하들의 사기가 높다.

위와 같은 상황은 드물겠지만, 많은 경영자는 적절하지 않은 때도, 지시와 복종의 형태가 분명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권위주의형 리더십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리더십은 부하에게 상황이나 배경을 설명해줄 필요가 없고 토론이 개입될 여지가 없어서 리더는 그저 자신이 희망하는 대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부하에게 명령만 하면 된다. 이러한 권위주의형 리더십은 장기간에 걸쳐 사용할 경우 효험이 없다. 처음에는 모든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듯 하다가도 일정시간이 지나면 조직원은 소외감을 느끼고 비판, 불평-불만, 공격 같은 반작용 반응을 보이게 된다.

(2) 거래형 리더십(Transactional Leadership)

리더와 부하가 성과와 보상을 서로 거래하는 유형이다. 이 때문에 획기적인 개선조치를 주저하게 되고,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근본적인 조치를 강구하기 보다는 임기응변식의 조치만을 취한다. 또 조직원은 개인적인 보상이 기대되는 부문에만 이해타산적으로 관심을 표명하며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않는다.

(3) 변화추구형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

이는 변화를 선도하는 스타일이다. 오늘날처럼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이에 맞추어 조직의 변화를 선도해가는 변화추구형 리더십이 요망된다. 권위주의형, 거래형의 리더십으로는 조직구성원의 가치관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변화를 추구하는 리더는 조직의 장기 비전을 개발한 후 이를 조직원에게 제시하고, 모든 사람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비전의 전파와 홍보에 열의를 보이며, 구체적인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독려한다. 또 조직원도 이에 고무되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자세를 보이게 된다. 변화추구형 리더십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핵심 중간관리자에게 전파한다.
  2. 중간관리자가 행동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지적자극을 한다.
  3. 해결방안으로 조직과 시스템의 개혁도 불사한다.
  4. 사고의 발상은 창조적이고 혁신적이다.
  5. 체질화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6. 성공에 대해 합리적으로 보상한다.
  7. 변화과정에 대해 파격적으로 관심을 보인다.
  8. 조직의 요구와 부하의 요구를 적절히 융합한다.

〈리더십의 유형〉

코비(Covey) 박사는 「원칙중심의 리더십」이라는 명저를 통해, “리더는 고기를 잡아 주어 하루 동안 먹고 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평생 동안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라고 강조하며, 뛰어난 리더십 스타일로 다음 8가지를 제시했다. [120]

1. 지속적으로 배운다

2. 인생의 Mission을 가지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한다

3. 긍정적인 생각과 에너지를 발산한다

4. 다른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가진다

5. 균형 잡힌 생활을 유지한다

6. 인생을 신나는 모험으로 여기며 생활한다

7. 부문보다는 전체를 위한 활동을 중시한다

8. 재탄생(Self-Renewal)을 위한 노력을 경주한다

방안2 바람직한 리더십 유형: 디자이너, 교사, 센츄리온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리더십의 바람직한 유형에 대해 학습조직이론으로 유명한 MIT의 센지(Peter M. Senge)교수는 ‘디자이너, 교사’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크로스비(Philip Crosby)는 ‘센츄리온’이라는 개념을 내놓았다.

디자이너로서의 리더

“당신의 조직이 대양을 넘나드는 화물선이고 당신이 ‘리더’라고 상상해 보라. 당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경영자들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 대개 ‘선장’이라고 대답한다. 어떤 사람은 ‘방향을 잡는 항해사’, ‘실제로 방향을 통제하는 조타수’,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밑바닥에 내려가 불을 지피는 기관사’, 혹은 ‘선원명부를 기재하고 선박과 관련된 의사소통을 하고 모든 사람들의 일을 관리하는 책임자’라는 대답도 있다. 이들 모두 합법적인 리더의 역할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이 모든 역할을 압도하는 또 하나의 역할이 있다. 사람들이 망각하고 있는 리더의 핵심적인 역할은 배의 ‘디자이너’인 것이다. 디자이너보다 더 포괄적으로 배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없다. 디자이너가 좌측으로만 돌아가는 키를 만들었거나 우현으로 돌리는데 몇 시간이나 걸리는 키를 만들었다면 선장이 ‘우현으로 30도 돌리라’ 말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오늘 나타나는 현상은 이미 오래 전에 내린 의사결정의 결과이며, 오늘 내린 의사결정의 결과는 먼 미래에 나타난다. 남을 통제하거나 명성을 얻거나 단순히 폭풍의 중심에 서려는 욕구에서 남을 지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조직과 경영을 디자인하는 조용한 과제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디자인 대상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의 목표와 핵심가치관’을 만들어 실천케 하는 것이다. 이보다 조직에 더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리더십 발휘는 없다.

조직 디자인의 일차적 과제는 사람들이 의지하며 사는 목적, 비전, 핵심가치에 대한 핵심적인 사상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하노버 보험회사의 윌리엄 오브라이언 회장

1982년 J&J社는 가장 잘 팔리는 타이레놀 용기 몇 개가 잘못되어 이를 먹은 몇 사람이 죽자 커다란 시련에 봉착했다. 회사는 즉각적으로 소매점들의 선반에서 모든 타이레놀을 수거했다. 검사결과 안전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천 1백만 개의 캡슐을 파괴했다. 직접 경비만 해도 엄청났지만, 회사의 ‘신조’가 명확했기 때문에 다른 대안은 있을 수 없었다. 40여 년 전에 로버트 우드 죤슨 사장이 직접 쓴 J&J社의 ‘신조’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원칙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1. 고객들에 대한 봉사가 첫째
  2. 종업원과 경영자들에 대한 봉사가 둘째
  3.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가 셋째
  4. 주주들에 대한 봉사가 마지막이다.

위 사례에서 J&J社의 위기경영은 이 신조에 근거한 것이다. 그 신조는 단순하고 정당하며 아직도 여전히 유효하다.

교사로서의 리더

헤르만 밀러社의 CEO에서 은퇴한 막스 드 프리는 “리더의 첫 번째 책무는 현실을 규정하는 것이다. “라고 강조한다. 리더는 종업원이 현실에 대해 보다 정확하고 보다 통찰력 있고 보다 역동성 있는 견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교사로서의 리더는 현실에 대한 ‘자기’의 견해를 종업원에게 주입시키려는 권위주의적인 전문가로서의 리더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 자신을 포함한 조직의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현재의 현실에 대해 보다 통찰력 있는 견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는 리더를 ‘코치, 가이드 혹은 촉진자’로 이해하는 여러 견해와도 일치한다. [121]

가르치는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은, 종업원들의 머릿속에 있는 경영, 조직, 기술, 시장에 대한 여러 가지 ‘지식’을 ‘지혜’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리더가 가르치는 영역에는 크게 ‘사건, 행동 방식, 체계적 구조’의 세 가지가 있다.

여기서 리더는 자신과 조직의 힘을 이 중 셋 가운데 어디에 집중시켜야 하는가? 통상 대부분의 리더는 주로 ‘사건’에 초점을 맞춘다. 매스컴은 전적으로 단편적이고 극적인 사건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기업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조장한다. 이런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자연히 사람들도 ‘사건’의 시각에서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보게 되는 것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행동방식’에 초점을 맞추는 리더도 가끔 있다. ‘동향 분석’은 행동방식을 파악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장기적인 역사적 변화의 맥락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해석하는 훌륭한 신문사설도 또 하나의 예이다. 그러나 체계적인 구조에 대한 견해는 “무엇이 그 행동방식을 유발시키는가?”를 물음으로써 한걸음 더 나아가는 단계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세 가지 모두 유용하지만 정도의 차가 크게 난다. 누가 무엇을 누구에게 했다는 식의 ‘사건’ 설명은 사람들을 즉각적으로 사건에 대응하도록 만든다. 행동방식에 대한 설명은 장기적인 동향을 확인하고 그 동향 속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최소한 우리가 변하는 현실에 대해 시간을 두고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도록 한다. 체계적인 구조에 대한 견해는 가장 강력하다. 오직 이런 견해만이 모든 사건과 행동방식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낸다. 여기서 창조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의 대부분의 리더들은 대개 ‘사건’과 ‘행동방식’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으며, 그들의 영향을 받는 조직구성원도 마찬가지이다. 조직이 주로 ‘반응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대응적’인 태도를 취할 뿐, ‘창조적’인 태도를 거의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센츄리온으로서의 리더

크로스비(Crosby)[122]는 21세기 조직의 리더像으로 ‘센츄리온’을 제안한다. [123]

옛날 로마제국軍은 ‘센츄리온’이라고 불리는 사령관이 100명의 병사를 통솔하는 조직단위로 구성되어 있었다.

센츄리온의 핵심적인 역할 중 하나는 인명이나 물자를 최소한으로 줄이되 적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어떻게 조직의 힘을 배분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센츄리온은 병사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대우, 기술습득, 필요한 물자확보를 책임지면서 고객(즉, 로마황제)에게 성공을 안겨주었다. 이 조직은 컴팩트하고 효율적인 조직이었다.

센츄리온은 조직의 특정한 어느 기능만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운영책임을 지므로 누구보다도 비즈니스에 정통해야만 한다. 20세기 경영과 21세기 경영의 차이점은, 센츄리온처럼 항상 未경험상황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세기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센츄리온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입장과 그 상황을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의 경영자는 현실세계를 20세기보다 좀 더 넓게 망라하여 판단해야 한다. 현실인식이 부족하거나 불충분한 기획은 통용되지 않으며 고객은 물론 사원이나 공급자도 불완전성을 용인하지 않고, 전문적이고 이기심 없는 리더십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20세기와는 전혀 다른 타입의 인간 ‘센츄리온’이 요구되는 것이다. 센츄리온이야말로 미래 세계사에 가장 빛나는 성공의 흔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필립 크로스비

센츄리온은 한 가지 업무를 추진하기 전에 전체적인 윤곽을 잡은 후 모든 요인을 고려하여 처리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람’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사람의 인선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선발된 구성원을 항상 격려하여 능력을 높여 주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인간이 리드하는 기업만이 차세대에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센츄리온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완전성(Completeness)의 원칙’을 달성해야 한다.

  1. 사원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할 것
  2. 공급자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할 것
  3. 고객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할 것

(1) 사원의 성공

사원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들이 성공감을 느끼며 생활할 수 있는 목표와 자원,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인간은 ‘성취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일하며 그것은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때 실현된다. 21세기에는 두뇌노동자가 종업원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나, 두뇌집단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선발하여 훌륭한 경력을 쌓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각 개인의 공헌도에 따라 확실하게 승진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두지 않으면 유능한 사원은 다른 곳으로 전직하고, 매년 같은 업무를 수행하며 정기승급만을 기대하는 사원만 남게 된다. 경영자는 경험이 풍부한 사원을 교체하는데 대단한 코스트가 낭비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동시에 그 기업에 만족하지 못해 다른 곳으로 전직하는 것만 막대한 지식과 경험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또 기업은 자기계발 의욕을 가진 사원을 지원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사내교육뿐만 아니라 외부의 교육활동에도 자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21세기에는 지식이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이 될 것이므로 센츄리온은 항상 발전하는 지식을 익혀 부하보다도 한발 앞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리후생은 사원의 실제적인 요망을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건강보험이나 연금제도는 거의 대부분의 기업에서 완비하고 있지만, 어린이 등 가족을 위한 지원과 프로그램은 반드시 많은 코스트가 드는 것은 아니므로 기업과 사원의 관계를 강화하는데 유용한 것이다.

(2) 공급자의 성공

공급자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공급자의 사업, 제품이 다양한 만큼 광범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회사가 사용하는 모든 것은 누군가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그 제공자와의 관계는 사원과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공급자와의 사이에서 공정하고 건전한 관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의 구매관행은 무엇보다도 원가절감을 우선하는 관점에서 결정되었으나 현재는 몇 가지 재고되어야 할 사항이 있다.

  1. 우리의 제품에 필요한 부품 중 구입하지 않고 스스로 생산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2. 공급자로부터 공급받는 것은 항상 우리의 요구수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것은 품질뿐 아니라 원가 면에서나 배달 면에서도 요구된다.
  3.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이상의 재고는 1개라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
  4. 공급자와의 관계를 모든 면에서 양호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공급자에 대한 교육과 커뮤니케이션의 場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5. 신뢰성이 있고 함께 성공하려는 공급자와는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고객의 성공

고객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고객을 정중히 대하는 것만이 아니라, 계속적인 분석과 고찰이 필요하다. 우선 고객이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고객이란, 우리에게 어떤 니즈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다. 반드시 우리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사람으로 한정되지는 않는다. 우리들의 일상적인 업무와 거래관계를 고려해 보면 고객은 동료일수도 있고 지구반대편에 살고 있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고객을 성공시키기 위한 비결은,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타인의 마음속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자신이 고객이라고 상상해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무엇인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 조직에는 반드시 민주주의만이 적합한 것은 아니다”라고 표현했다. 향후에는 합의(Consensus)가 아니라, 센츄리온으로서의 자질이 있는 한 사람의 리더가 필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예언이 현재 이를 실증하고 있다. 그것은 센츄리온이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성(Completeness)과 인간존중이라는 확고한 경영철학을 가진 사람인 동시에 혁신에 대해서는 어린이와 같은 모험심을 갖고 있어 진심으로 자기 일을 즐길 수 있는 자질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방안3 정직한 경영자

우리 회사가 비누공장을 필요로 했을 때 우리는 편안하게 영국본사 쪽에 이를 설립하지 않고 극심한 실업에 시달리던 스코틀랜드에 세웠다. 그리고 수익의 25%는 지역사회에 돌려주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몇 펜스를 더 버는 것보다도 자신들이 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열심히 일하는 것이었다.

-Body Shop International의 창업자 애니타 로딕(Anita Roddick)[124]

두 명의 CEO[125]

사회의 저명인사로서 이름을 날리던 마호니(David Mahoney)가 노튼 사이먼(Norton Simon:NSI)社[126]의 CEO가 된 것은 그의 나이 46세이던 1969년이다. 그러나 그의 명성과는 달리 경영에서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는 P&G처럼 마케팅에서 최고회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83년 포천誌의 조사에 따르면 NSI는 매출과 이익에서 P&G의 1/4, 종업원 수는 1/2 수준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관료주의에 시달리고 있던 P&G와의 이러한 비교수치는 실망적이었다. 그는 또 월스트리트에 연평균 15% 성장을 공언했다. 마호니는 정밀한 조사에 근거한 제품품질 향상과 이를 통한 안정성장 전략을 저버리고 단기업적에만 치중했다. 그의 이러한 요구에 따르지 못하는 임원 77명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해고당했다. 그 결과는 비참했다. 포브스紙에 따르면 83년 NSI의 ROE(Return On Equity)와 ROC(Return on Capital)는 식품업계 25개 회사 중 각각 19위와 20위 수준이었으며 74년에서 80년 사이에 NSI의 이익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 모든 실패의 원인을 정부정책의 부재, 불확실한 재정-금융정책, 고금리에 돌렸으며, 반면 그의 급여는 미국의 CEO중에 최고인 200만 달러를 받았다. 또 그는 83년에 몇몇 동료와 함께 주당 25만 달러로 NSI 주식을 사서 회사를 매입하려는 본색을 드러내자, 주주들이 세차게 반발했다. 결국 이 회사는 그 해 7월 에스마크(Esmark)社에게 주당 35. 50달러에 팔렸는데, 그때 그는 주식매각대금 등으로 35백만 달러의 돈을 버는 데 성공했다.

이와 대비되는 다른 사례를 보자. 1957년 웨이니그(Weinig) 교수[127]는 高순도의 금속을 생산하는 것이 미래에 각광받는 산업이라는 판단 아래 MRC(Metals Research Corporation)를 설립했다. 질레트(Gillette) 면도날에 쓰는 특수금속 등을 생산하면서 차츰 세라믹을 제조하는 선도적인 하이테크 금속업체로 성장하여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에서까지 좋은 평판을 얻었다. 1983년에는 일본 개발은행으로부터 엔 자금을 직접 대출받아 공장을 설립한 최초의 미국회사가 되기도 했다. 타고난 근면가인 그는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위기의식을 가지고 미국의 경영방식을 일본스타일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는 “일본기업들은 사업을 잘하는 것보다 더 좋은 사회공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본정신을 본받지 않으면 그들을 이길 수 없다. “고 하면서 기존의 노사관계를 혁신함으로써 사운과 개인적인 운명을 걸고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우선 획기적으로 ‘비해고(No-Layoff) 경영’을 주창했다. 또 생산성향상과 종업원 사기진작을 위해 종업원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종업원을 채용할 때부터 6개월 동안 모두 교육시켰다. 월스트리트의 많은 분석가들은 사업이익을 고스란히 종업원교육에 지출하고 투자자들의 이익은 보장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82년에 작성한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는 ‘비해고 경영’은 중단 없이 추진될 것임을 강조했다. 또 잘 교육받고 경험 많은 종업원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자원이며 이들을 계속 일하게 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신념을 고수했다. 그리하여 80년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을 때도 아무도 해고되지 않고 일하게 되어 미국사회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무보수 잔업과 무보수 주말근무에 모든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기도 했다.

오만한 경영에서 탈피

오만이라는 단어는 나쁜 말인데도, 현실은 오만한 사람으로 불리는 경영자가 많이 존재하고 있다. [128] 이와 같은 리더 밑에서는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도 점차 조직을 이탈하게 마련이다. 어느 조직학자는 “한 조직에서 소득의 최고와 최하의 격차가 5배 이상 나서는 안되며 그럴 경우 그 조직원들의 충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성과에 의한 보수’를 신봉하는 기업가들에게 5배의 한계는 너 제한적인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회사평균 급여의 625배의 보수를 받는 CEO나 생산직 급여를 삭감하여 임원보너스를 지급하는 회사에 대해 종업원의 충성을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텍사스의 기업가 페로(Perot)는 자신의 종업원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도 서슴지 않았으며, 자신의 연봉은 65년에 정한 6만 8천 달러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적대적인 충성과 존경을 받고 있다.

내가 Harvard Business School의 교과과정을 짠다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과목은’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누군가가 자기는 지금 바쁘니 리더십에 대해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한마디로 해달라고 한다면 ‘당신이 받고 싶어 하는 대우를 그대로 당신 직원들에게 해주는 것이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참으로 말하기는 쉽고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로스 페로

21세기의 경영자에게는 권력집중은 허용되지 않으며 조직내에서의 처우차별은 없어야 한다. 비행기 탑승 시에도 級에 차별을 두지 않아야 하며 전인이 적절한 공간의 사무실을 소유하고 급료는 업적에 따라 결정되며 승진기회는 전원에게 부여되어야만 한다. 주식을 공개한 기업에서는 이사회가 경영진의 오만함을 감시해야 한다.

경영자들에게 나타나는 오만의 징조는 다음과 같다.

(1) 모든 회의에서 우이독경式이다.

(2) 언제나 지각한다.

(3) 사원과의 접촉이 적다.

(4) 사원과는 다른 규칙을 갖는다.

(5) 반론을 거절한다.

오만한 경영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즉, 고객이 사라지고 공급자가 사라지고, 사원이 떠나가 결과적으로 파행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경영자는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기 전에 사원의 성공을 고려하고, 공급자의 성공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사원과 공급자는 고객의 성공을 생각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게 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 완수

리더의 도덕성은 법을 지킨다는 간단한 것부터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종업원의 안전을 중시하며, 정직하고, 약속을 지킨다는데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것이다.

일본의 기업가인 히로쯔쿠 이쿠보는 일본의 경영관행에 대한 책을 쓴 바 있다. 감리교 목사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경영윤리에 관한 철학을 갖게 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최근 일본기업의 중요한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지분가격 조작과 관련된 住友은행 스캔들이다. 이는 일본 대기업의 도덕성과 기본적인 행위규범에 대한 의문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재벌그룹이었다면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최근의 변화는, 일본기업의 많은 경영톱들은 재임기간중의 성과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住友家의 권위가 살아있었다면 남의 희생 위에 이익을 추구하는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전쟁 후 경영이 전문경영인에 넘어가면서 이런 일이 점점 더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히로쯔쿠 이쿠보

이쿠보가 물론 설립자와 전문경영인의 도덕적인 차이점을 나타내려고 한 것은 아니다. 그의 요점은 심지어 도덕성이 강하다는 일본에서조차 목적이 달라지면 행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방안4 톱의 비전 제시

고무적인 비전 개발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현장의 인력들이 자율적이고 스피드한 행동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은 조직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이에, 조직구성원 전원이 공유하는 ‘비전’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톰 피터스는 다음 사항들을 강조하고 있다.

  1. 성공을 가능하게 하고 힘을 불어넣어 주는 비전을 개발, 실천해야 한다. 유능한 리더는 회사가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비전’과 ‘핵심 가치관’을 제시한다.
  2. 비전은 모든 일의 우선순위를 알게 해줄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어야 한다. 또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 속에서 대담한 시도를 가능하게 해줄 만큼 포괄적이어야 한다.
  3. 리더는 돌아다니면서 비전을 설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루에 적어도 두세 차례는 그러한 비전에 대하여 2∼3분간의 ‘가두연설’을 하고 그 비전을 지탱하는 진취적 행동 중에 모범적인 사건과 사람들(큰 사건과 중역들에 대한 것보다는 조그만 사건과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비전과 철학에는 일관성이 요구되고 상세한 것이 중요하다. 비전은, 규정집과 업무편람을 대신해야 한다

「리더들」이라는 책에서 베니스(Bennis)와 네이너스(Nanus)는 바람직한 리더십의 모습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29]

리더란 이전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았거나 언급되지 않았던 사항들을 명확히 표현하고 정의를 내려주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한 뒤 그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새로이 이끌어낼 수 있는 이미지와 비유 그리고 모델 등을 창안해낸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반적인 통념을 강화시키기도 하고 타파하기도 하는 것이다. 요컨대 리더십에 있어서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조직성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의미를 심어주는 능력이다.

관리자란 일을 올바르게 하는 사람들이지만 리더란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 차이는 효과(비전과 판단력을 요구하는 활동)와 효율(정해진 절차대로 실행하는 활동)의 차이로 축약된다.

그들의 비전이나 의도는 다른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으며 사람들을 그리로 끌어들였다. 열의에 결의가 합쳐지면 가히 마력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열의에 찬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주의를 쏟으라고 강요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마치 모래상자 속에 들어가서 모래성을 쌓는데 열중하는 어린아이들처럼 열성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다.

효과적인 비전의 본질과 역할

(1) 효과적인 비전은 고무적이다.

애플社의 잡스(Steve Johs)는 ‘평범한 사람이 정보를 처리하고 생각하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처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혁명’을 원했다.

페더럴익스프레스社의 설립자인 스미스는 ‘진정으로 신뢰할만한 우편배달 서비스’라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노드스트롬社는 그들의 백화점에서 고객이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애썼다.

힘을 불어넣는 비전에는 숫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주당 수익률이라는 목표는 사장이나 주주의 돈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서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을지는 모르겠지만, 10명 또는 1만 명의 근로자들에게는 힘을 불어넣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숫자도 중요하다. 그러나 숫자란 기운찬 활동을 통해서 얻어진 업적의 부산물일 뿐 그러한 활동의 명분은 되지 못한다.

(2) 효과적인 비전은 명확하고 도전의식을 일깨우며 최상을 지향한다.

코미시오나(Sergiu Commissiona)는 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명지휘자이다. [130] 단원들에게 그가 어떠한 사람이냐고 물으면 그들은 머뭇거리다가 결국에는 “그는 우리 시간을 전혀 낭비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는 연주자들에게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단원들은 정해진 시간에 그가 무슨 소리를 듣기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이처럼 어떠한 결과에 대하여 흐트러짐 없이 주의를 집중하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은 오직 비전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 또는 코미시오나 오케스트라의 한 단원의 말처럼 ‘명지휘자의 계획된 의도’로부터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에 온갖 정열을 다 바치는 사람들과 리더들의 가슴속에는 ‘올바른 음색’에 대해 코미시오나가 갖고 있는 정열과도 유사한 뜨겁고도 강렬한 비전이 존재한다. 이러한 리더들이 불어넣는 ‘비전’은 종업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즉 할 수 있는 능력을 근로자 자신이 갖추고 있다는 신념이 몸에 밸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리더들은 도전자들이며, 결코 종업원을 과잉보호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리더가 해야 하는 제일 첫 번째 일은, 도전이란 중요한 것이며 불가능한 일이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느끼도록 하는 일이다. 바로 그것이 사람들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다.

-폴라로이드社의 창업자인 에드윈 랜드(Edwin H. Land)

또한, 효과적인 비전은 먼저 자기회사 직원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그 다음에 고객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서 비전은 자기 회사 근로자들로부터 최상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최고품질의 제품, 소매업 사상 최고의 서비스, 금융업 최고의 고객관리, 의류업 최고의 상품구색, 고객의 삶의 경험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는 경험’과 같이 어떤 방법으로든지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야 한다.

(3) 효과적인 비전은 안정적인 동시에 또 끊임없이 도전받아야 하고 변화의 여지가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J&J社의 간단한 ‘신조’는 훌륭한 실효를 거두었다. 그러나 J&J社는 주기적으로 실시되는 매우 논리정연한 ‘신조에의 도전(Credo Challenge)’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핵심적인 내용은 거의 바뀌지 않지만, 조그만 변화들이 쌓여서 시간의 경과에 따른 변화에 착실하게 적응해간다. 비전은 험난하고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의 나침반과 같은 작용을 한다. 따라서 비전은 나침반과 마찬가지로 주위환경을 고려하여 적절한 조절작용을 해주지 못한다면 그 가치를 잃게 되는 것이다.

(4) 효과적인 비전은 모든 것이 혼란에 빠졌을 때 길잡이와 통제수단 구실을 한다.

미래에는 작은 조직과 간소한 구조로 신속히 움직이는 행동지향적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 그러한 기업은 자율관리팀으로 구성되어 있고, 일선에서 감독자를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중간관리자도 거의 없는 조직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기업에서 책임은 누가 지는가?

통제란 수없이 많은 검토나 회의 또는 보고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통제란 회사에 관련된 기본적인 개념과 철학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탄딤社의 한 중역

탄딤社가 이러한 말을 현장에서 실현시킬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근로자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쏟아 부었던 엄청난 노력과, 근로자들이 갈팡질팡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비전을 실천하도록 만든 훈련에 있었다. 비전이 길잡이 구실을 하도록 하려면, 모든 계층의 관리자들은 언제든지 비전과 일관성 있는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

신뢰는 조직을 잘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윤활유이다. 신뢰는 책임감, 예측가능성, 정확성 등을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다.

우리는 예측가능한 사람, 즉 직책이 알려져 있고 그러한 직책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다.

-베니스와 네이너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조직체가 ‘무엇을 최상으로 생각하는지’를 정열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저는 ‘가르칠 수 있는 순간’ 을 포착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학칙위반 사건과 같은 기회 말입니다.

그러한 사건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해야 할 바가 무엇이라는 것을 이해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이처럼 말하겠죠 “대규모 커닝사건이 있었다는데, 학칙도 아무런 쓸모가 없군요”라고 말입니다.

그럼 저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잠깐만요. 그렇다면 학칙이 무엇 때문에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커닝을 방지하기 위해서 아닐까요. ”

“맙소사,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만일 학칙이 커닝을 방지하려고 있는 것이라면 훨씬 더 나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저에게 경찰만 여러 명 지원해줘 보세요. 커닝을 완전히 없애드릴 테니까요. 그렇게 하면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물론. 아니지요. ”

이러한 대화가 오고 간 다음에는 학칙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말할 수 있고, 그다음에 가서는 책임감에 대해서 말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스탠퍼드대학의 케네디(Donald Kennedy) 총장

(5) 효과적인 비전은 미래를 대비한다. 동시에 과거도 존중한다.

독일의 현대 철학자중 한 사람은 “과거를 기억하고 과거의 개념을 정립하고 과거를 해석하는 사람들만이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상스럽게 들리겠지만 비전은 미래에 관한 것 못지않게 과거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本田가 품질을 새로이 부르짖는 것은, 존경을 받는 창업자의 장인정신이라는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오늘날의 구속적인 굴레를 끊어버리려고 노력할 때에는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전통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6) 효과적인 비전은 커다란 성공보다는 세세한 일 가운데서 실천된다.

비전은 간결하고도 포괄적이며 주력시장에서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스탠퍼드 대학 총장인 케네디가 학칙위반사건을 ‘가르칠 수 있는 순간’으로 포착한 예처럼 비전은 세세한 일들을 실행함으로써 실천된다. 톱의 노트에 적혀 있는 메모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그리고 누가 회의에 참석하는가 하는 것은 순간순간 비전의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한 것들은 신뢰와 믿음의 기반을 형성한다.

공유할 수 있는 비전

개인들의 비전들을 어떻게 결합시켜 전임직원이 함께 나눌 수 있는 비전을 만들 수 있을까? 더 많은 사람들이 비전을 공유할 때, 그들은 주인이 되고, 함께 창조하는 사람들이 된다. 그들이 각자의 비전을 형성하는 초창기에는 ‘나의 비전’이지만, 전원이 공유하는 비전이 개발될 때, 이는 ‘나의 비전’인 동시에 ‘우리의 비전’이 된다.

비전을 공유하면 강력한 힘이 생긴다. 일회용 기저귀 생산회사인 드라이퍼스社를 보면, 동등한 권한을 가진 5명의 이사들이 집단체제경영을 하고 있다. 각각 담당분야가 다른 이들 5명의 이사는 마치 중간관리자들처럼 일하고 있다. 중요한 결정은 5명 전원 만장일치제로 이루어지며, 비록 의사결정 속도는 1인 경영체제에 비해 느리지만 5인의 합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각각 결정사항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 일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이 회사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여 6개월 만에 ‘빅보이, 빅걸’이라는 일회용 용변가리기 팬츠를 개발했다. 예상을 깨고 불과 6개월 후 이 제품은 텍사스 남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와 2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데이비드 피타시 이사는 이 성공에 대해 “비전을 공유했을 때 그것은 매우 강력한 것이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센지(Senge) 교수는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드는 요령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개인의 비전을 북돋워 준다.

공유될 수 있는 비전들은 개인의 비전들로부터 출발한다. 사람들은 결코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사람들의 가치관은 가족, 조직, 지역사회, 심지어 세계와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역량에서 개인차를 보일 뿐이다.

(2) 의사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만든다.

리더는 기업의 비전을 공식적으로만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비전을 끊임없이 종업원과 함께 나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 “이 비전은 당신이 헌신할만한 가치가 있지 않습니까”라고 자신 있게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목표를 제시하고 사람들의 추종만을 강요하는데 익숙한 관료주의자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3) 비전의 형성은 지속적인 旅程이다.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드는 것은 끝이 없는 旅程이다. 비전이 갖고 있는 이미지도 진화하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리더들은 공식적으로 비전 선언을 공표하고 문서화한 뒤에는 ‘비전’을 잊어버린다.

(4) 외향적인 비전과 내향적인 비전을 혼합한다.

다이내믹한 비전은 많은 경우 외향적이다. 비전은 외부에 있는 사람들, 즉 경쟁자들과 관련해서 무엇인가를 성취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적을 무찌르는 것에 한정된 목표는 그 비전이 성취되는 즉시 손쉽게 방어적인 입장으로 바뀌어 버린다. 이와는 달리, 새로운 유형의 제품을 창조하고 기존의 제품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려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내향적인 비전은 새로운 창의력과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적을 무찌르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비전은 결국 조직을 약화시킨다.

(5) 적극적인 비전과 소극적인 비전을 구별한다.

조직은 많은 경우 그들의 생존을 위협받을 때만 진정으로 힘을 합쳐 밀고 나간다. 대부분의 사회운동도 마약퇴치, 금연, 핵무장반대 같이 사람들이 원치 않는 것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소극적인 비전은 무기력하고도 미묘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람들은 큰 위협이 있을 때만 함께 힘을 합쳐 밀고 나가게 된다. 또 소극적인 비전들은 단기적인 것으로 끝나는 경향이 있다. 조직에 동기를 부여하는 근본적인 에너지원은 ‘공포와 야망’이다. 소극적인 비전들의 배후에 있는 공포는 단기적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만, 야망은 학습과 성장의 지속적인 원천으로서 유지된다. 따라서 적극적인 비전에는 기업이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야망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제16장 환경대응 차원의 치유방안

사업가는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나머지 자기 혁신을 수행할 수가 없으면 사업과 더불어 침몰해 버린다. 구두수선공이 구두밑창을 대는데 최신유행 방식을 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공예가가 새로운 기법을 자기 일에 기꺼이 적용하는 경우도 드물다.

-헨리 포드[131]

기업은 환경적응 조직이다. 그리고 최근의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환경에 조직을 능동적으로 맞추어가는 길 외에는 없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요구된다.

(1) 사전에 변화대응능력을 축적해 간다. 효율성 차원에서 보면 필요 이상의 준비는 낭비일 뿐이지만, 급변하는 환경에서 미래를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므로, 향후를 준비하는 ‘초과지식’을 축적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2)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쌓여진 ‘자만심’을 철저히 버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내에 창조적인 긴장감이 충만되어야 한다. 특히 성공경험에 도취되어 이를 반복하는 ‘극단 경영’은 조직의 균형을 허물어뜨려 조직을 침체시킨다. 이에 무엇보다도 ‘균형 있는 경영’을 실천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3) 배우는 문화를 생활화하여 ‘학습조직’을 만들어 간다. 미래에는 스스로 배우는 자율학습 능력을 갖춘 조직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조직학습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벤치마킹, 실험, 경험, 문제해결, 지식공유 같은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 가야 한다.

방안5 환경변화 대응능력 축적

기업의 수명은 30년

기업이 성장기에서 성숙기 그리고 쇠퇴기를 맞는 라이프사이클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30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NEC의 고바야시 고지(小林宏治) 前회장

기업에도 당연히 수명이 있다. 조직도 기술도 성장기를 거쳐 이윽고 완숙기를 맞는다. 제련소의 경우 이 같은 라이프사이클은 30년도 채 안된다는 것을 나는 실감하였다.

-三菱金屬의 나가노 켄(永野健) 사장

日經비즈니스는 東京經濟大의 나카무라(中村靑忘) 교수와 三菱총합연구소와 협력하여 日本經濟新聞의 데이터베이스(NEEDS)를 보강해 100여 년간의 상위 100대 기업순위를 작성했다. 또 이론 분석하여 ‘기업의 수명은 평균 30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가혹한 법칙을 만들어냈다. [132] 100년간 100대기업에 랭크된 회사는 총 413개사로, 30년 내에 그 중 80%가 흡수-합병 또는 도산해 그 이름이 없어져 버렸다. 1896년의 100대기업 중 현재 그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王子製紙뿐이다.

1963년 어느 날 콜롬비아대학의 MBA과정에서 미국을 대표할만한 한 사업가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133] 그는 성공적인 기업이 그때까지 쌓아온 牙城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는 1900년 당시 미국의 상위기업 25개사 중 2개의 기업만이 1963년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GE와 U. S. Steel(현재의 USX社)이었다. 나머지 기업은 그 존재조차 찾아 볼 수 없거나 조직규모가 축소되었다. 그는 또한 “이러한 통계자료를 볼 때 기업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쓰러질 수 있는 것이며, 기업의 성공은 영원한 것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다름 아닌 당시 IBM의 CEO인 토마스 왓슨 2세였다. IBM은 당시 ‘360시리즈’를 출시하기 시작했던 ‘제국’과도 같은 거대기업이었다. 왓슨은 그 당시의 연설내용이 바로 자기회사의 미래가 될 것임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의 거대기업이었던 GM, 시어즈로벅의 쇠락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GM은 당시 독과점규제를 피하기 위해 시장점유율을 의도적으로 낮추고자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고, 시어즈는 소매유통부문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는데 시어즈의 매출규모는 次순위 4개사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도 더 컸다. 1960년대에 있어서 가장 성공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순위를 작성했다면 아마 이 3개 기업이 최상위권을 차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3개사는 1992년에 324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그 금액은 걸프전에 쓰인 비용의 4배를 상회하는 규모였다. 이 기업들은 요즘 들어 기업비평가로부터 ‘공룡기업’이라는 칭호를 선사받고 있다. 완전히 망한 것도 아니고 단지 고통 속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그런 표현을 쓴다는 것은 다소 심한 듯하지만, 이는 한때의 초거대기업이 우연히도 비슷한 시기에 무너지고 있는 상황을 매우 적절히 표현한 용어이다.

이 전설적인 기업들이 마치 동시에 커다란 산업재해를 입은 것처럼 휘청거리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들 기업이 속한 산업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근래에도 계속 성장하고 있으므로 그들의 실적악화는 산업적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단지 한 때 그 산업을 주도했던 이 기업들만이 실적악화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을 뿐이다. 게다가 이들은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휘청이고 있기 때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의 성공에 의해 창출된 ‘관료적인 경직성’이 실패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서 가장 첨예하게 부각되는 의문점은 과연 그 기업이 향유했던 엄청난 성공경험이 현재의 실패를 조장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기업이 성공하게 되면 지극히 당연하게 구성원은 자만심에 빠지게 되며, 조직규모가 커져 의사결정 체계가 복잡해지고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성공은 곧 실패를 불러들인다(Nothing fails like success)’라는 비즈니스 격언이 생겼다. IBM의 창시자인 왓슨도 “사업을 키우는 것보다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는 말을 자주 강조했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파멸

옛날 전통, 옛날 건축물과 고대 문화, 우아한 생활양식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세계에서는 시대에 뒤진 제조방식과 구식 생산라인, 옛날 그대로의 시장, 또는 노사 간의 옛날 사고방식에 집착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로언 매독[134]

1907년 12월 13일 금요일(13일의 금요일) 이른 아침에, 최신범선 로손(Thomas W. Lawson)호가 영국해협의 실리(Scilly)제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135] 생존자는 선장과 선원 한 사람이었다. 로손 호는 일곱 개의 帆柱를 갖춘 훌륭하고 큰 배로, 당시에 새로운 증기선이 화물수송을 점차 뺏어가는 데에 대항하여 새롭게 설계한 선박이었다. 로손 호는 바람을 타면 22노트의 빠른 속도가 났다. 그러나 속도를 내기 위하여 操舵性을 무시한 채 설계하여 취급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범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몹시 안정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에 정박 중에 심한 돌풍에 휘말려 어이없이 정복되고 말았다. 날이 밝아서 아침에 발견된 참담한 모습을 당시의 신문은 ‘마치 고래의 등으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옆으로 쓰러진 거대한 선박이 파도에 씻기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 해난사고로 상용범선은 종지부를 찍고 이 조선회사와 종업원은 전업할 수밖에 없었다. 상용범선의 시대는 로손 호를 끝이 나고 기선이 전 세계 바다를 정복하게 되었다.

1971년 5월 NCR은 신제품 금전등록기 1억4천불 상당이 팔릴 가망이 없어 모두 폐기처분한다고 발표하여 종업원, 관리자, 주주를 놀라게 했다. 그 후 몇 개월 사이에 수천 명의 근로자가 해고되고 CEO도 해임되었다. 또 45불이던 주가가 14불까지 허락했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NCR의 등록기는 전동기 부품을 사용한 반면에, 새로 등장한 경쟁사의 등록기는 전자식이고 생산원가도 낮았으며 사용하기도 편해 경쟁이 안되었던 것이다.

1974년 P&G는 최초의 합성세제인 타이드(Tide)를 발표했다. 이는 세정력을 높이는 燐酸 강화제를 넣어 종래의 자연세제를 훨씬 능가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세제부문에서 P&G의 주요 경쟁자는 레버 브라더즈(Lever Brothers)社였는데 타이드로 말미암아 형세는 일변하였다. 타이드는 급속히 매출을 신장시켰으며, 그 기술에 따라갈 수 없는 레버社는 훨씬 뒤지고 말았다. 레버社도 결국은 독자적인 합성세제 써프(Surf)를 발표하였으나 벌써 타이밍을 놓쳤고 그 효과도 적었다. P&G가 기선을 제압한 셈이다.

미래 대응능력 축적

성장과 쇠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동물이든 식물이든 간에 하나의 壽命이 있다는 이미지에 우리는 사로잡히게 된다. 씨앗을 뿌려 꽃이 만발하면 얼마 안가 시들어버린다 ‘꽃이 한번 피면 영원의 죽음을 기다릴 뿐. ‘ 각종 식물이 군생하는 정원, 수생 동식물이 공생하는 수족관, 기타의 생태계를 살펴보면 끊임없이 재생을 되풀이하는 자연의 섭리를 알 수 있다. 새로 탄생하는 것이 있고, 꽃을 피우는 것이 있고, 또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있다. 그러나 생태계 그 자체는 생존을 계속해 나간다.

-존 가드너[136]

日立제작소의 요시야마(吉山) 회장은, 미래 경쟁에서 싸워 이기려면 톱은 경영자세를 완전히 바꾸어 ’30점 경영’의 리스크를 안지 못하면 수명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종래의 뒤쫓기 경영은 결과가 이미 알려져 있는 일에 착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백점만점의 백점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 개의 개발 주제를 잡아도 상품화할 수 있는 것은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즉 30점밖에 받지 못하는 위험을 무릅쓴 경영을 해야 한다.

「변화를 위한 전략선택」에서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12가지의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작위적이기는 하나 모두 F로 시작되므로 이를 ’12F’로 부른다. [137]

1. Fast (신속성): 고객의 니즈와 경쟁자의 전략에 신속히 대응한다.

2. Flexible (융통성): 필요하다면 변화시키고, 적응시키고, 수정한다.

3. Focused (명확한 초점): 명확한 지시, 명확한 시장, 명확한 목표, 명확한 가치관

4. Foresight (예측): 무엇이 일어날지 항상 주시한다.

5. Flat (평면화): 조직계층과 관리자층을 평면화한다.

6. Fluid (유동성): 정보, 아이디어, 능력을 막힘 없이 흐르게 한다.

7. Fundamentals (기본): 기본을 알고 올바르게 실천한다.

8. Follow-thru (지속성): 목표달성을 위해 실천하고 완수한다.

9. Face Issues (쟁점과의 대결): 쟁점, 딜레마, 갈등, 문제와 정면으로 대결한다.

10. Friendly (우호적): 사람을 잘 다룬다. 협조를 모색한다.

11. Forgiving (관대함): 창조와 성장에는 리스크가 필요하다. 리스크에는 관대함이 필요하다.

12. Free (자유): 창조와 공헌은 두려움이나 과거 습성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생겨난다.

또, 회사의 수명을 늘리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동태적인 미래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사전에 축적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1) 조직의 잠재적인 지식과 기술을 깊고 넓게 축적한다.

(2) 신속한 의사결정체제를 구축한다.

(3) 규정-규칙 등 공식화된 통제보다 가치관 공유를 통한 자율적인 통제를 한다.

(4) 회사의 가상적인 도산 시나리오를 그려 시뮬레이션해보는 방안도 있다.

초과지식의 축적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초과 지식’을 축적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대량생산체제 아래서의 ‘양 위주 사고’는 대기업에게 ‘사고와 행동의 분리’를 강요했다. [138]

근로자들은 할당된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만 알면 된다. 다른 것은 알 필요가 없다. 직능조직은 그들의 직능에 대해서만 알 필요가 있다. 다른 조직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걱정은 그 조직에 맡겨 두어라.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만 걱정하라.

-어느 대기업의 CEO

양위주의 사고는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근로자를 기계처럼 단순한 생산공정의 한 부분으로 취급했다. 과학적 경영, 과학적 관리 이론에 바탕을 둔 이러한 ‘사고와 행동의 분리’라는 원칙 아래에서 ‘초과지식(Excess Knowledge)’은 비효율의 대표적인 공격 대상이었다. 대량생산이 극에 달했을 때도 사람들은 ‘사고와 행동의 분리원칙’에 대한 논쟁은 있었지만, 오늘날 같은 상황에서는 이런 원리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라는 특징을 가진 경영환경에서 유연성과 대응력이 필요할 때는 초과지식과 풍부한 지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39] 고객의 요구가 계속 변하고 기술적인 변화 역시 가속될 때 기업은 올바른 대응을 하기 위해 폭넓은 지식의 기반을 다져놓아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1) 기능횡단적이고(Cross-Functional) 자율관리하는(Self-Controlling) 팀조직을 활성화시켜 기존의 순차적이고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는’ 방법과 병행시킨다.

(2) 조직이나 프로세스의 경계(시작과 끝 지점)를 서로 중복시켜 개방적인 의사소통이 자주 일어나도록 한다. [140]

(3) 여러 프로세스를 연결시켜, 서로 응용하거나 이전할 수 있는 풍부한 지식을 개발토록 한다.

(4) 직무순환을 통해 기존의 경험에 초과지식을 더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기도 한다.

벨리(Bally)社 같은 혁신적인 기업은 종업원의 기능과 경험에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회사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누구나 새로운 상황에 맞는 인재를 발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릴랜드大의 바실리(Basili) 교수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데이터베이스에 사람들의 경험을 지식, 프로세스, 도구, 기술, 제품의 형태로 그룹핑한 ‘경험창고(Experience Warehouse)’를 세우자고 주장한다. [141] 경험창고는 데이터베이스에서 유용한 자료를 쉽고 빨리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식과 경험을 대량으로 고객화’할 수 있다. 토론토IBM은 현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이용할 수 있는 경험창고를 개발하고 있다.

방안6 자만심에서 탈피

자만심은 파멸의 출발

최근 젊은 사원 가운데는 전쟁전의 미쓰비시 재벌의 힘이 전쟁후의 미쓰비시 상사에 그대로 전해져 내려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기업의 역사가 오래되면 기업의 힘에 지나치게 의지하려는 사원이 늘게 되는 것이다.

-三菱商事 다나베 분이치로(田部文一郞) 회장

피플 익스프레스 항공사는 낮은 요금으로 초창기에 성공을 거두자, 그들 스스로 “우리는 장기적으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특출하다. “는 착각에 빠졌다. 그러나 다른 항공회사들이 피플 익스프레스사의 가격과 비용에 필적하는 대응을 하자 경쟁우위가 없어졌다. 반면, 경쟁사에 비해 ‘예약시스템’같이 고객을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자신에게 안타까울 정도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피플 익스프레스사의 대담한 첫 출발을 가져왔던 바로 그 ‘자만’이 변하는 환경에 눈을 돌리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 틈엔가 기업을 갉아먹는 ‘자만심’. 이는 기업의 수명이 다해 가고 있다는 징조이다. 이런 증상을 감지하면 일각이라도 빨리 손을 써야 한다. 방치하면 순식간에 번져, 완치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다.

다이와(大和)하우스工業의 이시바시(石橋) 회장은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성공한 사업은 모두 그 이전의 ‘안전한 장사’를 의심한 데서 나온 것이었다. “라고 분석한다. 建造物에 철 파이프를 사용해 건물을 팔기 시작한 것이 이 회사 창업 시의 사업이었다. 이는 “기둥에는 목재를 사용할 것”이라는 상식을 의심한데서 시작된 것이었다.

자만심으로 인한 극단경영 극복

작은 성공으로 인해 조직이 자만심에 빠지면 ‘극단경영’으로 치닫는 경향이 생긴다. 성공의 원동력이 되었던 장점을 계속 강조하다 보면 조직은 균형감각을 상실하게 되고 성공의 바탕이 되었던 장점이 바로 몰락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밀러(Miller)는 「이카루스 패러독스」라는 책을 통해 조직이 ‘극단경영’으로 치닫는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다음을 제시하고 있다. [142]

(1) 근시안적인 집착을 극복

생산-설계부문의 성공에 자만해서 장인이 땜장이로 전락하는 데는 다음의 몇 가지 요소가 작용한다. 고객의 니즈와는 관계없이 한두 가지 면(비용절감, 품질향상 등)에만 집착하게 되고, 생산라인은 시대의 요구에 뒤떨어지게 되며, 마케팅부문도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는 한편, 기술관료주의(Technocrat)적인 조직구조를 낳게 되는 것이다.

DEC, TI, 캐터필러 같은 회사는 이를 극복하는 훌륭한 사례를 만들었다. 이들은 생산-설계부문의 독주를 저지하고 보다 유연한 조직구조를 만들었다. 이에, 경영자들은 환경의 도전에 경각심을 갖게 되어 제품과 시장의 범위를 확장하게 되었고, 고객과 경쟁업체에 관한 정보도 적극적으로 수집, 반영했던 것이다. 이러한 대응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2) 지나친 모험과 야망을 극복

기획-관리-재무부문이 성공에 도취되면 건전한 기업가정신은 사라지고 기업을 무한정 확대시키는 제국주의적 확장주의가 만연한다. 이를 극복하는 데는 우선 비용문제가 발생한다. 즉, 그 동안의 확장으로 재정이 거의 바닥나 있으므로 이를 치유할 수 있는 비용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땜장이 증후군과는 달리 이 경우는 기존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부문도 없으므로 더욱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Gulf & Western, AM, 리튼, ITT 같은 회사는 이런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했다.

(3) 획기적인 발명에 대한 광신적인 자세를 극복

R&D 부문의 지나친 확대로 어려움을 겪었던 애플(Apple Computer), 폴라로이드(Polaroid)를 비롯한 많은 회사들은 R&D 담당자들의 자각과 함께 다음과 같은 전략적 변화를 통해 이를 극복했다. 신제품을 개발할 때 내부적인 기술수준보다는 고객과 시장의 요구를 반영했으며, 대상시장도 개인적인 관심이나 해당기술부문에 국한되지 않고 진정한 시장기회를 찾아서 다변화하였다. 또 적극적인 마케팅, 유통구조-서비스-제품디자인의 개선 등을 통해 고객유인력을 향상시켰고, 전략적으로 의미가 없는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중단시켰다.

(4) 획일적인 관리의 극복

특정 목표시장이 없는 가운데,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을 양산하면서, 경영자들은 조직내 제반활동에 관심을 두지 않고 분파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조직구조로 인하여 결국 경영진, 각 부문, 제품시장이 서로 기능적으로 유리되는 현상이 생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구심점이 필요하다. P&G와 크라이슬러 같은 회사들은 명확한 전략방향을 설정하고 관료주의를 타파하여 기술력 있고 유기적인 조직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현상부정형 경영

일류기업이 과거에 성공을 거두는데 도움을 주었던 제품, 프로세스, 조직형태가 이제는 파멸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생존기업이 되려면 제1법칙은 뚜렷해진다. 즉 과거의 성공을 미래의 가장 위험한 요소로 판단해야 한다.

-앨빈 토플러[143]

사장의 가장 중대한 일의 하나는 ‘내일은 오늘의 연장이 아니다’는 점을 납득하고 전사원이 알게 하는 것이다

-松下의 야마시타(山下俊彦 사장)

日立製作所의 요시야마(吉山) 회장은 “오늘날 가장 변화가 격심한 분야인 전자산업에서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안정을 추구하면 살아남는 것마저 어렵게 된다. “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산업발전의 견인차가 되어온 가공조립산업도 기술면에서는 ‘구미 뒤쫓아 가기’만 하고 있으면 통했다. 그러나 일본의 기술수준은 이미 세계 최첨단에 도달한데다 첨단기술의 변화가 너무 격심하기 때문에 ‘뒤쫓아 가기’로는 사업의 이익이나 발전을 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기말에는 많은 사회학자, 미래학자들이 미래환경을 읽을 수 있는 새로운 키워드를 내놓고 있다. [144](도표참조)

〈90년대의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기업경영- 키워드의 대응관계〉

이 중 ‘불연속성’은, 과거모습의 연장선 위에 현재의 모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재의 연장선 위에 미래의 모습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연속적인 환경변화의 시대에 맞는 ‘현상연장형’ 또는 ‘부분개량형’의 경영과 결별하고 ‘현상부정형’ 경영을 전개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불연속적인 환경변화 아래서는 ‘오늘의 강점은 내일의 약점’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이 변신해야 하는 이유는, 변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의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번영하는 것이 극히 어렵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터가 있다. 1982년에 피터스와 워터먼이 쓴 「초일류를 찾아서」에서는 ‘초일류기업’으로 43개사를 선정했는데 그로부터 5년 후, 그 가운데 2/3에 달하는 회사가 초일류기업에서 탈락되었다. 이런 사실은 회사에 있어서도 ‘輪廻’가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145]

창조적 긴장의 고취

변화는 ‘창조적 긴장’에서 출발한다. [146] 창조적 긴장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 즉 우리의 ‘비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우리가 지금 있는 곳’, 즉 ‘현위치’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데서 시작된다. 이 둘 사이의 갭에서 자연스러운 창조적 긴장이 발생한다. 창조적 긴장은 비전을 향해 현재의 위치를 높여 나가거나, 비전을 현재의 위치로 낮추는 두 가지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 물론 전자는 흥하는 길이요, 후자는 망하는 길이다.

뛰어난 리더들은 오래 전부터 창조적 긴장의 원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예컨대, 마틴 루터킹 목사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147]

소크라테스가 개개인을 신화와 반편의 진리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마음에 긴장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하였듯이, 우리도 사람을 편견과 인종차별 어두운 심연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사회에 긴장을 조성하여야 한다.

비전이 없다면 창조적 긴장도 없다. 분석만으로는 결코 비전을 만들 수 없다. 비전 없이 남을 이끌고자 하는 많은 사람은 ‘현실’을 이해하기만 하면 변화의 동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은 사람들이 현실을 변화시키는데 필요한 개인과 조직의 변화에 ‘저항’하는 것을 보고 실망에 빠진다. 그들은 현실을 변화시키는 자연스러운 힘이 ‘현실’보다는 ‘비전’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창조적 긴장은 비전으로부터 나오지만은 않는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도 함께 요구된다. 킹 목사는 비전과 동시에, 인종차별과 편견에 대한 ‘부끄러운 상황을 극화’하여 이를 망각할 수 없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현실에 대한 이해가 없는 비전은 창조성을 조장하기 보다는 냉소주의를 소장하기가 쉽다. 창조적 긴장의 원리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미래에 대한 설득력 있는 비전이 동시에 필요한 것이다.

방안7 배우는 문화의 생활화를 통한 학습조직 실현

조직학습과 학습조직

조직학습이란

조직의 환경적합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새로운 지식, 신념, 가치, 능력 등을 탐색, 습득하고 이용하는 과정을 말한다.

-숙명여대의 권석균 교수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이란

지식을 창출하고 획득하며 이전하는 데에,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통찰력을 반영하도록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에 능숙한 조직을 말한다.

-하버드大의 가빈(David A. Garvin) 교수[148]

포천紙는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1990년대에 가장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기업 ‘학습조직’이라고 불리는 기업, 즉 완전한 적응력을 갖춘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149]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기업이 미국기업을 앞서는데 대해서 많은 연구결과가 나왔으며, 최근에는 MIT 슬로언 스쿨의 센지(Peter M. Senge) 교수 등이 주장하는 ‘일본기업이 미국기업에 비해 조직학습능력에서 앞선다’는 내용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조직학습이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하려고 할 때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 개발도상국, 미국 등에서 가능한 모든 해답과 대안 그리고 전개되는 일들을 배워서 흡수하려고 노력한다. 그 다음 그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좋은 점만을 찾아내서 가능한 한 최적의 해답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결합시킨다. 이를테면 우리는 아주 세련된 모방자이다. 나는 조사연구차 해외에 나가는 (물론 그룹으로 나가지만) 많은 중역들과 노조사람들을 동반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서 체인점의 사장들은 모두 1년에 두세 번씩 유럽이나 미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서이다.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한 것이다.

세계 각지로부터 정보를 수집한다. 만약 어떤 일본의 경영자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자 할 때 그는 고객의 욕구 대신에 가능한 한 모든 씨앗을 찾아내고자 한다.

씨앗 지향적(Seeds-Oriented)이라는 것이다. 좋은 씨앗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트랜지스터를 예로 들어보면, 소니의 회장이 포천지에서 트랜지스터에 관한 기사를 읽었을 때 그는 즉시 그것을 수집했다.

흡수하려는 충동은 일본에서는 매우 높고 강렬하다.

-고아야시 가오루 교수[150]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서 기업의 재생에 크게 공헌한 경영기법인 TQM(Total Quality Management), CQI(Continuous Quality Improvement), 벤치마킹, BPR 등을 조직의 저변에서부터 단단히 지탱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학습조직 만들기’이다.

일본기업은 이에 대응하여 ‘사업전략의 전환으로 직결되는 재구축의 지원, 철저한 고객만족 추구, 리엔지니어링의 실천, 화이트칼라의 생산성 향상, 사원 각자의 개성을 중시한 캐리어 개발, 목표에 따른 관리의 재구축, 조직개발과 교육훈련과의 통합화, OJT를 핵심으로 한 라인에 의한 인사관리 추진’ 등을 동시에 진행시켜야 하며 이들을 착실히 추진해 가는데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조직의 학습능력’이다.

-小松勝

하버드大의 아지리스(Argyris) 교수 등은 조직학습을 ‘적응적 학습’과 ‘창조적 학습’으로 구분한다. [151]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TQC는 조직학습이 적응적 학습으로부터 창조적 학습으로 진화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TQC는 계속적인 실험과 피드백을 강조함으로써 일본기업을 학습조직으로 만들었다. TQC 운동 초기에는 ‘표준에 적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는 제품을 설계자가 의도한 대로, 기업이 고객에게 약속한대로 신뢰성 있게 생산하는 일이었다. 그 다음은 ‘고객의 요구에 맞추는 것’에 초점이 주어졌다. 이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보다 잘 이해하여 그들의 요구를 신뢰성 있게 충족시키려는 노력이었다. 오늘날 초일류기업은 고객의 ‘잠재적 욕구’를 이해하고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잠재적 욕구란 ‘고객들에게 진정 가치가 있는 것이지만, 고객이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거나 요구할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는 욕구’를 말한다. 이러한 창조적인 발전과정을 ‘창조적 조직학습’이라 한다.

여러분은 시장조사만 해가지고는 마즈다의 미아타만한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들이 원함직한 것을 통찰할 수 있는 상상력의 비약이 필요하다.

-디트로이트의 한 경영인

이런 학습조직에 해당하는 기업으로는 本田, 코닝(Corning), GE를 꼽을 수 있다.

조직학습의 5가지 유형

조직학습의 유형 중 이미 기업들이 널리 활용하고 있는 방법으로는 아래의 5가지가 있다.

(1) 다른 조직의 경험과 우수한 관행으로부터의 학습(벤치마킹)

(2) 스스로의 경험과 과거 자료로부터의 학습

(3) 새로운 접근방법을 활용한 실험

(4) 체계적인 문제 해결

(5) 지식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조직전체에 이전시키는 지식공유

많은 기업들이 이와 같은 활동을 어느 정도 실행하고 있으나, 주로 우연히 실시하거나 각각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는 기업은 적다. 이와 같은 활동을 지원하고 일상적인 운영활동 구조로 통합시키는 시스템과 과정을 창출함으로써 기업은 그들의 학습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조직으로부터의 학습(Benchmarking: 벤치마킹)

벤치마킹은 우수한 산업관행을 찾아내고 분석-수용하며,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지속적인 조사활동과 학습경험을 의미한다.

-로버트 캠프(벤치마킹의 창시자)[152]

벤치마킹(Benchmarking)이란 한마디로 남한테 배우는 것이다. 즉,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업무 프로세스의 질적 수준을 경쟁사, 업계를 리드하는 선진기업의 최고수준과 지속적으로 비교분석하고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여 실행하는 일련의 개선활동을 말한다. 물론 학습은 반성과 자기분석으로 이루어지지만, 경우에 따라 새로운 안목은 눈에 익은 환경을 벗어나 외부에 눈을 돌릴 때 얻어진다.

식견 있는 관리자들은 완전히 다른 사업영역에 종사하는 기업으로부터 기름진 아이디어의 원천과 창의적인 사고에 도움이 되는 촉매제를 얻는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NIH 신드롬’보다는 열정적으로 아이디어를 빌리는 일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모토롤라의 Bandit 프로그램 사례를 보자. 모토롤라는 세계 17개국의 10만 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이다. 모토롤라는 1928년 설립 이후 꾸준히 성장을 해오다가 70년대 중반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일본기업들의 총공세에 밀려 결국은 컬러TV, 자동차, 라디오 같은 민수전자부문을 과감히 포기하고 산업전자분야로 일대의 자기변신을 꾀했다. 이에 힘입어 데이터 커뮤니케이션, 각종 페이저, 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 세계 초유의 셀룰라-무선전화시스템 같은 혁신적 제품을 개발해 성공적인 변신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또다시 페이지(일명, 삐삐)가 일본기업으로부터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내의 다른 페이저 생산업체가 하나둘씩 시장에서 탈락하자 모토롤라는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직접 일본에 가서 생산라인을 견학하고, 모든 아이디어를 총동원해 컴퓨터가 통제하는 무인 자동화라인을 구축하여 경쟁력을 회복함으로써 일본업체와의 정면대결을 선언한 것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 25명으로 팀을 구성하고, 아이디어를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라도 빌려와서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프로젝트의 이름을 Bandit(도적)로 정했다. 팀원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Bandit 프로젝트는 18개월 만에 성공을 거두었다. 150M 길이의 U자형 라인에서 컨베이어를 흐르며 페어저가 자동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완성한 것이다.

이로써 생산리드타임 85% 감소, 시장품질 250% 향상, 생산현장에서의 신뢰도 350% 향상은 물론 원가절감에 의한 경쟁력이 확보되었다. 고객주문으로부터 출시까지의 리드타임을 3시간대로 줄였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모토롤라는 88년에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제1회 발드리지賞을 받는 영예를 얻었다. 국내는 물론 경쟁이 치열한 일본 통신시장에서도 최대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텍사스 주 오스틴에 있는 프레시디오 극장체인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153] 프레시디오 극장의 간판격인 아버 시네마 포(Arbor Cinema Four)는 미국에서 98번째밖에 되지 않는 시장에 위치하고서도 관객동원수로는 항상 10위내에 든다. 프랑스의 한 영화관을 벤치마킹한 극장의자와 루커스필름사에 의해 개발된 음향시설에 이르기까지 프레시디오는 거의 모든 아이디어를 모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요한 것은 최고수준을 모방하는 것이다. 프레시디오 극장체인의 사장인 칙(Charlie Chick)은 이것을 ‘창조적인 모방(Creative Swiping)’이라고 부른다.

최고도 최고로부터 훔친다. 本田는 고급차인 아큐라(Acura) 프로젝트를 출범시킬 때 그 분야의 최고인 BMW를 주된 경쟁자로 선택했다. 아큐라 디자인팀에게는 BMW를 누르기 위해서 겨우 1년의 기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여러 가지 결과를 보면 현재 本田는 이미 BMW를 이겼거나 혹은 BMW에 거의 근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밀리켄(Milliken)은 보다 창의적으로 이를 사용하고 있다. 즉 이 회사는 벤치마킹하는 방법을 제록스社로부터 벤치마킹하고 있다. 밀리켄社는 벤치마킹을 ‘SIS’, 즉 ‘부끄럼 없이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Steal Ideas Shamelessly)’이라고 부르고 있다. GE는 웰치 회장의 지시에 따라 월마트社가 운영하고 있는 QMI(Quick Market Intelligence)시스템을 도입하여 고객관련 정보를 신속히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제록스도 소매업체인 앨 앨 빈(L. L. Bean)社의 물류시스템을 분석-도입해서 창고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등 미국 대기업의 60∼70%는 벤치마킹이 일상적인 경영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년 2회 국가차원의 공식적인 ‘벤치마킹위원회’를 열어 모토롤라, IBM, DEC, 제록스, AT&T 같은 선진기업들이 직접 참가함으로써 경영 노하우를 많은 기업이 공유토록 하고 있으며 다양한 업종에 걸쳐 벤치마킹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업종간의 특수성을 고집하기 보다는 서로 다른 업종에서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더욱 강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방향 아래 ‘異업종 교류회’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예컨대, NPS(New Production System)연구회는 1업종에서 1社씩 참가해서 최고의 경영효율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의지를 가꾸는 집단이다. 전혀 연관이 없는 서로 다른 업종이지만 품질향상, 원가절감, 사이클타임 단축 같은 경영효율을 향상시킨다는 공통된 자세로 ’21세기 최대 최고’를 목표로 정하고 상호 정보교류를 통해 개선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아직 벤치마킹은 학문적으로나 실천방법 또는 개념에 있어 명확하게 자리 잡히지 않아 일부 혼란이 있다. 벤치마킹은 평판이 좋거나 품질대상을 받은 회사를 방문하는 ‘업계시찰’활동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수한 관행을 가진 조직을 찾아내기 위하여 철저하게 탐색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자기 자신의 관행과 성과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체계적인 현장방문과 인터뷰를 통해 전진해 나가며, 결과분석과 권고안의 개발 그리고 실행으로 결론을 맺는 과정인 것이다.

또한 벤치마킹은 한때 유행하던 ‘선진지표 비교’와도 다르다. 그 차이점은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선진지표 비교는 주로 ‘지표’를 중심으로 선진과 비교하는데 비해 ‘벤치마킹’은 지표를 물론 그런 지표를 나오도록 하는 일하는 방식 즉, ‘프로세스’를 배운다는 점이다. 두 번째 차이점은, ‘선진지표 비교’가 동일업종의 선진기업을 대상으로 하는데 비해 ‘벤치마킹’은 業種不問이다. 앞선 지표나 선진 프로세스가 있으면 동일업종, 타 업종에 상관없이 배우는 것이다.

제대로 된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서 경영자는 ‘여기서 만들지 않았다(NIH)’라는 의식을 ‘여기서 만들지 않았지만 최고의 명성을 가진 기업으로부터 자부심을 갖고 모방하였다’는 의식으로 바꿔놓아야 한다. 가장 훌륭한 리더는 가장 잘 메모하고 가장 잘 질문하며 가장 잘 배우는 사람이다. 훌륭한 리더는 모방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역시 문제는 태도에 달려 있으며, 그 해답은 부정적인 태도를 다음과 같이 변화시키는데 있다.

(1) 경쟁사의 제품, 특히 하찮은 측면이라도 부정적인 견해를 갖지 말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어쨌든 우리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들 수는 없다.

(2) 다른 산업의 제품과 서비스라도 배울 가치가 있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한다.

(3) ‘저기에 흥미 있는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있다’라는 소리에 모든 계층과 모든 기능부서에서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조직을 개방한다.

또 흔히, ‘성공은 독창성(Uniqueness)의 여부에 달려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모방하라는 말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대답은 3가지이다.

(1) 모방한 모든 아이디어는 자기의 특수한 환경에 맞게 적응시키고 향상시켜야 한다.

(2) 비록 목표가 독창성을 성취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독창성이란 획기적인 아이디어에서 나오기 보다는 작은 향상이 수없이 쌓여서 발생되는 것이다.

(3) 모방을 한다고 해서 획기적인 사고를 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모방은 오히려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 준다. 예를 들어 가장 창조적인 과학자는 ‘종합’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는 간단히 보아서는 관계가 없다고 보이는 아이디어를 종합해서 이를 재결합한다. 결국 진화에 관한 다윈의 획기적인 공식도 맬서스(Thomas Malthus)의 책을 읽은 후에 나왔다. 과잉인구에 대한 맬서스의 60년 전의 아이디어가 다윈의 마음속에서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얻은 정보와 종합되었던 것이다.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은 즉시 ‘독창적’인 이론이 되었고 ‘창조적인 모방’의 으뜸가는 사례가 되었다.

아이디어의 원천이 무엇이든 학습은 이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에서만 이뤄진다. 경영자들은 자기방어적인 태도를 가져서는 안되며, 비판이나 좋지 않은 소식에도 관용적인 자세를 지녀야 한다. 이는 어려운 도전목표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우기가 반드시 옳고, 다른 사람은 틀림없이 잘못되었다”라는 선입견이나, “거기에서 배울 것이 뭐가 있겠느냐”라는 식의 자세를 가지고 벤치마킹을 하면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음을 열고 주의를 기울여 경청하는 자세가 있어야 학습은 원활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과거 경험(Experience)으로부터의 학습

실패한 사례로부터 얻은 지식이 종종 차후에 거둔 성공에 밑거름이 되었다.

가장 단순하게 표현해서 실패는 궁극적으로 스승과 같다.

-메이디크와 지거, 150여개의 신제품 도입 사례를 연구한 후[154]

기업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재검토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평가하며, 여기서 얻은 교훈을 종업원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적인 형태로 기록해야 한다. 어느 전문가는 이 과정을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은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남긴 유명한 철학자 산타야나(George Santayana)의 이름을 따서 ‘산타야나리뷰(Santayana Review)’라고 부른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너무나 많은 관리자는 과거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심지어는 적대시하기도 하며, 이를 현재의 경영에 신중하게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귀중한 노하우를 사장시키고 있다.

일부 일류기업은 사내의 관리자에게 주기적으로 과거의 실패사례를 분석하게 하고 자신들의 실패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도록 강조해 왔다. IBM이 이제까지 만들어왔던 기종 중 가장 인기 있고 수익성 높은 360시리즈는 바로 직선의 실패기종이었던 스트레치 컴퓨터(Stretch Computer)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었다.

보잉(Boeing)도 737기와 747기 프로젝트로 어려움을 겪은 직후 바로 학습이 이루어졌다. 두 기종은 화려한 데뷔와 동시에 많은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그 같은 문제점이 반복되지 않도록 고위경영층에서는 ‘프로젝트 홈워크(Project Homework)’라고 명명된 상급 조직구성원 그룹을 임명하여 737과 747의 개발과정과 보잉의 가장 수익성 높은 기종이었던 707과 727의 개발과정을 비교하도록 했다. 이 그룹은 향후 프로젝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련의 ‘학습교훈’을 개발하도록 지시받았다. 3년간의 작업 끝에 이들은 수백여 개의 권고사항을 담은 1인치 두께의 소책자를 만들어 냈다. 그러고 나서 그 팀의 일부 구성원들은 757과 767 개발사업에 투입되었고, 그들은 경험을 살려 보잉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하자 없는 기종을 생산하게 되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ADL(Arthur D. Little)컨설팅社는 과거의 성공사례에 초점을 맞추었다. 고위 경영층은 세계 도처에 있는 ADL컨설턴트를 이틀 동안 ‘잼버리’에 초대하여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회사가 거둔 가장 성공적인 실행관행, 간행물, 기법들을 정리하여 발표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BP는 더 나아가 주요 투지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고, 사례연구의 내용을 상세하게 작성하며, 추후에 계획수립 지침 개정에 반영할 수 있는 교훈을 도출해 내기 위하여 ‘프로젝트 事後評價團’을 설치했다. 다섯 명으로 구성된 이 평가단은 이사회에 직접 보고했으며, 연간 6개의 프로젝트를 재검토했다. 대부분의 시간은 현장에서 관리자들을 인터뷰하는 데 사용되었다. 현재는 재검토 과정이 프로젝트 수준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155]

내들러(Nadler)는 비생산적인 성공보다는 생산적인 실패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156]

비생산적인 성공보다는 생산적인 실패가 가지는 가치를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생산적인 실패란 통찰력과 이해에 도움이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조직의 공통적인 지혜를 높이는 실패를 말한다. 그러나 비생산적인 성공은 무엇인가 잘 되어가고 있지만, 아무도 어떻게 혹은 왜 그런 것인지를 알지 못하는 성공이다.

IBM 설립자인 왓슨(Watson)은 분명히 이 차이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회사기록에 의하면, 위험한 모험사업에 투자해서 천만 달러나 손실을 본 한 젊은 관리자가 왓슨의 사무실로 불려 왔다. 그 젊은이는 완전히 주눅이 들어서 “제가 나가주길 바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만”하고 말을 꺼냈다. 왓슨은 “걱정하지 말게. 우리는 자네를 교육하기 위해 천만 달러를 쓴 것일 뿐일세”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경험을 통한 학습과정은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제록스나 BP社의 경우처럼 사례 연구나 프로젝트 사후평가 방식은 관리자의 시간을 빼앗는 것 이외에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진행할 수 있다. 또 회사는 같은 지역 내에 있는 대학의 교수나 학생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들의 신선한 안목을 회사에 유입시키는 것이다. 일부 회사는 학습과정을 가속시키기 위해 컴퓨터 데이터뱅크를 설치하고 있다. 폴 리비어 생명보험(Paul Revere Life Insurance)에서는 모든 문제해결팀으로 하여금 포상 프로그램에 신청할 자격을 가지려면 자신이 제안한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간단한 양식을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회사는 이 양식을 컴퓨터 시스템에 입력하며, 입력된 주제와 관련하여 과거에 작업했던 또는 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집단을 검색해 낼 수 있다. 따라서 전화 한 통화로 불러낼 수 있는 거리에서 관련된 경험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실험(Experiment)으로부터의 학습

실험은 새로운 지식을 체계적으로 찾아내고 이를 테스트하는 과정을 말한다. 실험은 통상 현재 당면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 사용된다. 실험은 주로 ‘진행 프로그램(Ongoing Program)’과 ‘시범프로젝트(Demonstration Project)’라는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1) 진행 프로그램

진행 프로그램은 생산현장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코닝(Corning)社는 收率을 높이고 보다 나은 품질의 유리제품을 만들기 위하여 다양한 원재료와 새로운 혼합방식에 대해 끊임없는 실험을 하고 있다. 특수강을 만드는 엘러게니 러들럼(Allegheny Ludlum)社는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감축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새로운 압연방법과 향상된 기술들을 실험하고 있다. 성공적인 진행 프로그램들은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비록 조직 외부로부터 유입되더라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꾸준히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다. 채퍼럴 스틸(Chaparral Steel)社는 안식년을 맞은 일선 감독자들을 세계 도처에 보낸다. 그들은 그곳에서 유명한 학자나 업계 리더를 방문하고, 새로운 작업관행과 기술을 이해한 뒤 배운 것을 회사로 가져와서 일상작업에 적용한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채퍼럴은 세계에서 가장 싸게 철강을 만드는 5대 제철공장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GE의 임팩트 프로그램(Impact Program)도 제조부문 관리자들을 일본에 보내어 품질분임조나 간판방식 같은 공장혁신방법을 연구하게 한 후 이를 자기회사에 작용해 보도록 만든 것이다. 오늘날에는 목표가 생산성 향상으로 바뀌었고, 보내는 지역도 유럽으로 전환되었다.

둘째, 진행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를 도전적이고 공격적으로 전환시키는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 종업원은 실험을 통해 얻는 이익이 비용을 능가한다는 감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참여하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은 두 극단 사이에 처해 있는 관리자에게 풀기 어려운 숙제를 주고 있다. 그들은 창의성을 억압하지 않도록 종업원에게 실패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줄이는 동시에 실험에 대한 책임과 통제를 유지해야 한다. 앨리게니 러들럼사는 예산이 많이 들고 회사에 큰 영향을 주는 실험에 대해서는 관리자를 평가하는 평점카드를 사용하는 대신에, 사전에 4명의 선임 부사장들로부터 裁可를 받도록 요구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셋째, 성공적인 진행 프로그램에는 실험을 수행하고 평가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제대로 훈련받은 관리자와 종업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은 직관적으로 얻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통상 학습을 통하여 얻어진다. 기술이 포함하는 영역은, 광범위하게 많은 대안을 효율적으로 비교하는 ‘실험설계’와 같은 통계적 방법에서부터, 작업흐름을 재설계하는데 필수적인 ‘공정분석’ 같은 그래프 사용기법, 새로운 아이디어의 흐름을 지속시키는 ‘스토리보딩(Storyboarding)이나 역할연기법’ 같은 창의력 향상기법 등이다.

(2) 시범 프로젝트

시범 프로젝트는 통상 진행 프로그램보다 규모가 크고 복잡하다. 특정장소에 도입되지만 전체적인 시스템에 변화를 주고, 종종 새로운 조직능력을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는 과거의 급격한 단절을 나타내기 때문에 통상 ‘백지상태’의 접근법을 사용하는 이른바 無에서 출발하는 기획과정을 거친다. 미국 최초의 자율적 작업시스템 중의 하나인 제너럴 푸드(General Food)의 토프카(Topka) 공장은 자율관리팀의 아이디어와 작업자의 자율성을 도입하기 위해 추진된 선구적인 시범 프로젝트였다. 최근의 예로, 소형 승용차의 개발-생산-판매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 위해 고안된 GM의 새턴 사업부(Saturn Division)도 그 전형적인 예다. 시범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첫째, 통상 미래에 대규모로 수용하고자 하는 원칙이나 접근방법을 실험해 보는 최초의 프로젝트 성격이 강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완성적인 노력이라기보다는 과도기적인 노력이라는 성격을 가지며, 상당부분 ‘실행을 통한 학습과정’을 가지게 된다. 진행 중에 수정이 이뤄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둘째, 은연중에 후속되는 프로젝트를 위한 정책지침과 의사결정기준을 설정하게 된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그들이 설정해 놓는 先例에 대하여 민감해야 한다.

셋째, 종종 정말로 회사의 규칙이 변했는지 여부를 알고 싶어 하는 종업원은 이 조직을 대상으로 실천의지를 가혹하게 테스트해 본다.

넷째, 프로젝트 조직은 보통 다양한 부서와 구성원들로 구성되고, 강력한 힘을 가지며, 대개 고위 경영층에 직접 보고를 한다.

다섯째, 학습한 바를 이전하기 위한 명확한 전략을 수립-실천하지 않으면 조직의 다른 부분에는 아주 미미한 영향밖에 미치지 못한다.

이상의 모든 특성은 컴프레서 제조회사인 코프랜드(Copeland Corporation)社가 1970년대 중반에 착수했던 시범 프로젝트에서도 나타났다. 당시에 새로 부임한 CEO 딕스(Matt Diggs)는 회사가 가지고 있던 제조방식을 일신시키고자 했다. 이전가지 코프랜드社는 모든 제품을 단일 설비에서 가공하고 조립해 왔다. 딕스가 느낀 문제점은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딕스는 여러 부서의 구성원들로 이뤄진 소규모팀에게 ‘제한된 신개발 제품라인’에 專用的으로 사용되는 ‘초점공장(Focused Factory)’을 설계하도록 했다. 이 팀은 딕스에게 직접 보고를 했으며, 그 일을 완수하는 데에 3년이 걸렸다. 초기에 그 프로젝트에 할당된 예산은 1, 200만 달러였으나 팀이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딕스의 독려와 함께 극적인 향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면서 그 규모는 계속해서 커졌다. 최종적으로 3천만 달러를 투자한 이 프로젝트는 신뢰성 테스트와 자동 공구 조절기능, 그리고 프로그램에 의한 통제기능에 있어서 기대 이상의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 왔다. 이 모든 것은 실행을 통한 학습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 팀은 공장의 가동개시와 초기의 운영기간 동안에 새로운 관례를 만들어냈다. 예를 들면, 품질의 중요성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품질관리자의 직위를 대폭 높여 제2인자로 임명했다. 그 후에 설립된 모든 공장에서도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보고하는 관계가 계속되었다. 뿐만 아니라 딕스는 공장관리자에게 점진적으로 완전한 생산수준에 도달하도록 할 것과 제품의 수를 늘리려는 어떤 노력에도 반대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같은 지시사항은 통상적으로 마케팅 부서가 지배하고 있었던 코프랜드社에게는 생소한 것이었다. 이 두 가지 지시사항은 곧 그 眞僞에 대한 판단이 이뤄졌다. 경영층에서 이를 확고하게 지지했고, 조직전체가 그것이 시사하는 바를 느끼게 되었다. 제조부문의 지위가 향상되었고, 회사전체가 제조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공헌을 인정하게 되었다. 당시에 이를 목격했던 한 사람은 “마케팅 부서가 항상 회사를 운영해 왔기 때문에 이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변화는 가장 높은 경영층에서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었고 확고하게 아래로 전파되었다. “고 말했다. 첫 번째 공장이 순조롭게 운영되자 (운영개시 2년 만에 시장수요의 25%를 점하게 되었고 10여 년 간 높은 신뢰성과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 코프랜드社는 잇따라 신속하게 4개 공장을 추가로 건설했다. 딕스는 최초의 프로젝트팀에 참여했던 구성원을 각 공장의 설계팀에 배치하여 초기에 학습했던 경험이 사장되지 않도록 했다. 이들은 후에 공장 운영업무에 관여하도록 재배치되었다. 오늘날 초점공장은 코프랜드社의 제조전략의 초석이 되고 있으며, 비용과 품질의 경쟁력을 가져다주는 변함없는 원천이 되고 있다.

체계적인 문제해결(Problem Solving)을 통한 학습

학습에는 정확성과 정밀성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종업원은 보다 훈련된 사고능력을 가져야 하고, 세세한 것에 보다 깊은 주의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自問해야 한다. 상식적으로는 불필요하게 생각되더라도 종종 증거를 수집하면서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기 위해 명백한 징후 이상의 것을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은 ‘명백한 사실’ 대신에 ‘깊이 없는 추론’에 사로잡히게 되고, 조직학습은 질식하게 된다.

제록스는 이와 같은 접근방식에 숙달해 있다. 1983년에 고위 관리층에서는 사내에 ‘질을 통한 리더십(Leadership Through Quality)’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당시 모든 종업원들은 소집단 활동과 문제해결 기법에 관한 훈련을 받았다. 오늘날 실질적으로 모든 의사결정에는 6단계 문제해결 과정이 활용되고 있다. (도표참조)

종업원에게는 또 4가지 영역에 걸친 분석도구들을 제공하고 있다.

(1) 아이디어 창출과 정보수집을 위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면접방법, 조사방법

(2) 합치된 의견을 도출하기 위한 리스트 감축, 평가 양식, 가중투표 방식

(3) 자료의 분석과 표현을 위한 원인-효과 다이어그램, 포스 필드 분석(Force-Field Analysis)

(4) 계획수립 활동을 위한 플로챠트(Flow Chart), 간트챠트(Gantt Chart)

종업원은 수일간에 걸쳐 진행되는 훈련과정을 통하여 이와 같은 분석도구들을 실습해 보게 된다. 훈련은 동일한 부서나 사업단위팀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동일집단’별로 이루어지며, 실제로 집단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분석도구를 적용해 보게 된다. 이와 같은 훈련과정을 통하여 ‘공통용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고, 문제해결을 위해 일관성 있고 전사적인 접근방법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일단 훈련을 받은 종업원은 모든 회합에서 훈련받은 기법을 활용해야 하며, 모든 문제에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제록스의 조직구조를 검토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구성된 고위관리자 그룹도 바로 똑같은 과정과 기법을 사용했다. [157]

〈제록스社의 문제해결 과정〉

지식공유를 통한 학습

학습이 지엽적인 일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식이 조직 전체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아이디어는 몇 사람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보다는 폭넓게 공유될 때 최대효과를 가져온다. 글로 표현했거나 언어적 표현에 의해 혹은 시각적인 표현에 의해 작성된 보고서, 현장방문 및 시찰, 인사교류 프로그램, 교육훈련 프로그램, 표준화 프로그램 같은 다양한 방법은 학습과정을 촉진시킨다. 이들 방법은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보고서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수단이다. 보고서는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인다. 즉 발견사항을 요약하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의 목록을 나열해 주며, 중요한 과정과 사건을 묘사해 준다. 보고서는 벤치마킹에 관한 연구에서부터 새로이 발견된 마케팅 기법에 관한 회계처리 규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오늘날에는 현장감과 사실감을 보다 많이 느끼도록 종종 비디오테이프를 사용하여 문서로 작성된 보고서의 내용을 보충하고 있다.

현장시찰은 특히 여러 지역에 걸쳐 많은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지식전달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장시찰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참가자의 계층과 욕구에 따라서 알맞게 짜여야 한다. GM은 관리자에게 도요타와 합작투자한 누미(NUMMI: New United Motor Manufacturing Inc. )의 독특한 생산방식을 공유시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 전문시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일부는 상위 혹은 중간관리자에게 알맞게 짜여 있는 반면, 일부는 하위 관리자들을 타깃으로 짜여 있다. 각 시찰 프로그램은 대상관리자의 계층에 가장 알맞은 정책, 관행, 시스템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사교류 프로그램도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보고서나 현장시찰은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지만, 비교적 부담스러운 방법이다. 복잡한 경영관리의 이면에 숨어 있는 세세한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달한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된 것을 읽거나 봄으로써 발견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과 몸소 그것을 경험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어느 인식론 연구가가 말하고 있듯이 “수동적으로 지식을 쌓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적극적으로 무엇인가를 경험하는 것이 그것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158] 즉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사교류 프로그램’은 지식을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많은 기업가들의 경우 전문지식은 어느 한 고도로 숙련된 컴퓨터 기술자로, 때로는 경험이 풍부한 국제화된 상품관리자, 혹은 성공적인 합작투자 실적을 가지고 있는 사업부 책임자에게만 귀속되어 있는 편중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전문가와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사람은 그의 기술로부터 커다란 도움을 받지만 그의 영향범위는 아주 협소하다. 이 전문가를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면 여러 사람이 그 혜택을 공유할 수 있다. 이동은 사업부 단위나 부서단위로 혹은 설비단위로 이뤄질 수도 있으며, 그 대상은 상위관리나 중간관리자 혹은 일선관리자를 포함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JIT 생산방식에 대한 경험을 가진 일선 감독자를 다른 공장에 보내어 그 방법을 적용시켜 보게 하거나 성공적인 사업부의 관리자를 부진한 사업부로 보내서 이미 성과가 입증된 아이디어를 가지고 활기를 북돋우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타임 라이프(Time Life)社의 CEO는 後者의 경우와 같은 접근방식을 사용했다. 그는 혁신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수년간 급속한 성장과 높은 이익을 달성해 온 음반사업부 담당 사장을, 관습적인 마케팅 개념에 계속 매달려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했던 출판사업부의 사장으로 전배시켰다.

라인 구성원을 스탭 구성원으로 전환시키는 것도 또 다른 방안이다. 이는 경험 있는 관리자로 하여금 그가 학습한 내용의 핵심을 추려서 이를 새로운 표준이나 정책 혹은 훈련 프로그램의 형태로 조직전체에 확산시키고자 할 때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PPG社는 자율적 작업시스템의 개념에 비추어 인적자원 관리체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바로 이러한 전환방식을 사용했다. 86년에 PPG社는 워싱턴州 체할리스(Chehalis)에 플로트 유리(Float-glass)공장을 신축했다. PPG社는 그 공장의 관리자와 스탭들이 개발한 혁신적이고 급진적인 새로운 인적자원 관리체계를 채택했다. 모든 종업원이 직무할당, 일정수립, 문제해결과 개선, 동료 평가에 대한 책임을 가진 소규모의 자율관리팀에 소속되도록 조직을 구성했다. 그 공장관리자는 수년간 공장을 운영한 후에 전체 유리사업부의 인적자원 관리책임자로 승진되었다. 그는 체할리스 공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일선 감독자에게 알맞은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참여적이고 자율관리적인 환경 속에서 종업원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교육하기 위한 것이었다.

PPG社의 예가 시사하는 것처럼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은 강력한 지식전달 수단이다. 그러나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를 분명하게 실천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훈련담당자는 피훈련자가 실제로 훈련받은 것을 잘 따르게 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서도 종종 새로운 지식이 잘 적용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훈련담당자가 실습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거의 없으며, 종업원이 부서로 돌아간 후에 가르친 내용을 적용해 보도록 의식적으로 유도하는 프로그램도 거의 없다. 제록스社와 GTE社의 경우는 예외에 속한다. 80년대에 제록스社가 종업원들에게 문제해결 기법을 소개했을 때, 조직의 최고경영층으로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업원들은 소규모 부서단위로 혹은 사업 그룹단위로 바로 위의 상급관리자가 주도하는 교육을 받았다. 개념과 기법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진 후에 각 집단은 그들이 배운 것을 실제적인 업무문제에 적용했다. 비슷한 정신에 입각해서 GTE社의 ‘질에 의한 경쟁력 향상(Quality: The Competitive Edge)’ 프로그램은 사업단위체의 사장들과 관리자들로 구성된 팀들을 대상으로 시행되었다. 3일간의 과정 중 첫날에 한 회사의 임원은 각 팀에게 프로그램의 진행과정을 통해 학습한 개념을 바탕으로 60일 이내에 자신들이 속한 사업단위체를 위한 완벽한 품질개선안을 마련하도록 요청했다. 프로그램 진행기간 중에는 2∼3시간 정도의 토의시간을 별도로 마련하여 팀마다 자신의 계획수립에 착수할 수 있게 배려했다. 각 팀이 보고서를 제출한 후에 회사 임원들이 그 내용을 면밀히 살피고 나면 각 팀은 이를 시행했다. 이와 같은 GTE社의 프로그램은 품질을 크게 향상시켜서 발드리지賞의 준결선 후보에 오르는 성과를 가져 왔다.

GTE社의 예는 또 다른 중요한 지침을 제시해 주고 있다. 즉 지식은 적절한 인센티브가 주어질 때 효과적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일 종업원들이 자신들의 계획안이 평가받고 시행될 것이라는 점을 안다면 훨씬 더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기업에 있어서는 현재 상태를 고수하려는 성향은 매우 강하다. 그러나 관리자와 종업원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그들 스스로에게 커다란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알 때는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속성이었다. AT&T社는 강력한 인센티브 제도와 정보공유 체계를 결합시킨 독특한 방법을 개발했다. AT&T社의 CEO가 수여하는 품질대상(CQA: Chairman’s Quality Award)은 발드리지賞을 모델로 사내 품질개선 경쟁제도를 마련한 것이지만 시상기준에는 차이가 있다. 즉 시상이 발드리지賞처럼 1, 0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성과의 절대 수준도 평가하지만, 전년 대비 개선도도 감안한다. 전년보다 각각 200점, 150점, 100점 이상 향상시킨 사업단위체에 대해서 각기 금상, 은상, 동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상은 변화를 위한 동기를 제공한다. 이와 병행하여 운영되고 있는 ‘優秀集團(Pockets of Excellence)’ 프로그램 제도는 지식 이전을 단순화시키고 있다. 매년 각 수상분야별로 만점의 60% 이상을 달성한 모든 사업단위를 찾아내고, 이들의 명단을 문서와 전자우편 시스템을 사용하여 공표하고 있는 것이다.

학습조직 만들기

학습조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성공사례는 조심스럽게 길러진 태도와 열의, 그리고 시간을 두고 점진적이고 꾸준히 이루어진 과정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학습조직이 되고자 하는 모든 회사는 몇 가지 간단한 단계로 이를 시작할 수가 있다.

첫 번째 단계는 학습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전략적 계획에 대해 생각해 보고, 고객의 니즈를 분석하며, 현재의 업무 시스템을 평가하고, 새로운 제품을 고안해 내기 위하여 심사숙고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차분히 가져야 한다. 종업원을 들볶아 대고 몰아치게 되면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습은 한 순간의 압력으로도 달아나 버리는 경향이 있다. 톱이 분명하게 종업원의 시간을 자유롭게 해줄 때만이 학습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만일 종업원이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그 시간은 두 배쯤 더 생산적인 것이 될 것이다. 따라서 브레인스토밍, 문제해결, 실험 그리고 그 밖의 핵심적인 학습기술을 교육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 다른 효과적인 수단은 부문 간의 벽을 허물어 아이디어의 교환을 자극하는 것이다. 벽은 정보의 흐름을 단절시키며, 개개인과 집단을 격리시키고, 선입견을 강화시킨다. 조직 내의 부서들을 연결하거나 회사를 고객과 공급업체와 연계시키는 회의와 모임, 프로젝트팀을 통해 경계를 엷게 만드는 것들은 신선한 아이디어의 흐름은 물론 경쟁환경에 대해 심사숙고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GE의 웰치(Jack Welch)회장은 ‘無境界상태’를 90년대 비전으로 내걸고 있다. 일단 지원적이고 개방된 환경이 구축되면 종업원들은 학습 포럼(Forum)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명확한 학습목표를 염두에 두고 마련된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말하며,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가 있다. 즉 변하는 경쟁환경과 기업의 제품, 기술, 시장 포지셔닝을 조사하는 전략적 검토, 광범위한 부문 간 연계과정과 납품체계를 재검토하는 시스템 감사, 조직 내의 선진사례를 찾아내고 비교하는 사내 벤치마킹, 우수기업의 성과와 독특한 기술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하여 세계 도처의 우수기업에 파견하는 연구 사절단, 고객과 공급업체, 외부전문가 혹은 사내 그룹을 함께 참여시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서로 학습케 하는 잼버리 혹은 심포지엄 등이 그 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져서 학습을 방해하는 장벽을 제거시키고 기업의 주요 전략으로서 학습의 중요성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제록스社가 기업재생 프로세스에서 임원연수에 두세 번 활용한 ‘문제해결 단계’로 ‘조직학습능력’을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이다.

1. ‘조직의 학습능력’이 높아지지 않는 문제점을 확인한다.

① 자신들은 무엇을 바꾸려고 하고 있는가? 그 현상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과제와 현상확인)

② 많은 문제를 잘 생각하여 다시 정리한다. (과거의 발상에서 탈피해 본다)

③ 각각의 문제에 대해서 조직이 합의한다. (좁힘과 통합기술)

④ 현상과 바람직한 모습간의 갭에 대해서 조직적으로 확인한다.

2.’조직의 학습능력’이 높아지지 않는 문제점을 분석한다.

① 바람직한 모습에 도달하는데 있어서의 장애요인은 무엇인가?

② 상정되는 많은 원인을 조직차원에서 검토한다.

③ 주요 원인을 실증적으로 확인한다.

④ 주요 요인의 데이터의 증거와 중요도에 따른 순위를 매긴다.

3.’조직의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한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①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과거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선택방안을 고려한다.

② 이 때 고객과 시장, 라이벌에게서도 배워서 생각한다.

③ 해결안을 좁힌다. (결정할 때는 제대로 정하고 과감히 수정한다)

④ 신중히 다듬어 해결안 리스트를 작성한다.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4.’조직의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한 해결안을 선택, 실행계획을 세운다.

① 조직에 있어서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가? 다면적으로 선택한다.

② 해결안을 선택하기 위한 많은 기준을 제시한다.

③ 해결안 실천과 평가방법을 합의한다.

④ 해결안의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측정기준을 준비해 둔다.

5.’조직의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한 해결안을 실천한다.

①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가? 만약 진행되고 있지 않으면 그 대책은 만전을 기하고 있는가?

② 필요에 따라서 Contingency Plan(비상예비계획)을 실천한다.

6.’조직의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한 해결안을 평가한다.

① 어느 정도 잘 진행되고 있는가? 다면적인 평가를 해 본다.

② ‘조직의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한 해결안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미해결로 남아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제17장 고객대응 차원의 치유방안

홈데포社의 고객만족 경영

포천紙가 선정한 미국 서비스업 500대 기업 중에서 최우수 소매업체로 선정된 홈데포(Home-Depot)社는 합판, 페인트 공구 같이 집안수리나 장식에 쓰이는 모든 것을 판매하는 대형 소매점 체인으로 21개 주에 224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159] 불필요한 치장을 생략하되 가격을 최대한 낮게 하고 3만 5천 가지 물건을 구비하여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회장인 마커스(Bernard Marcus)와 사장인 블랭(Arthur Blank)은 14년 전 애틀랜타에서 처음으로 점포를 연 이후 줄곧 저가와 양질의 서비스를 훌륭히 조화시킴으로써 성공을 거듭해 왔다. 월마트(Wal-Mart)의 회장인 글래스(David Glass)도 ‘현존하는 미국 최고의 소매점’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홈데포의 서비스철학은 ‘모든 고객을 부모형제처럼 모신다’는 것이다. 시장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90년대는 훌륭한 서비스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확보된 고객을 어떻게 유지하냐 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홈데포社의 경우 고객이 한번 방문하면 1인당 평균 38달러밖에 쓰지 않지만 1년에 30번 방문한다면 생애 통틀어 2만 5천 달러나 된다는 식으로 계산하고 고객 서비스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홈데포社는 최근 10년간의 EPS(株當이익) 성장률이 연평균 42. 5%였으며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71억 달러였다. 순이익은 3억6천만 달러로 전년대비 45. 6%나 증가했다.

홈데포의 탁월한 서비스의 핵심적인 비결은 다음 세 가지이다.

(1) 고객에게 직접 이익이 되는 것에만 투자한다.

이 회사의 매장은 바닥이 시멘트로 분위기가 창고나 격납고 같지만 가격은 20∼30%나 싸며 품질만은 최고를 보장한다.

(2) 종업원이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한다.

판매원은 직접 집안수리에 필요한 기술을 고객에게 가르쳐 주기로 하며, 고정급을 받고 있어 구매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3) 종업원을 동업자로서 대우한다.

홈데포社의 모든 판매원은 모두 오렌지색 앞치마를 입고 있는데 거기에는 ‘저는 홈데포의 주주인 누구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쓰여 있다. 각 매장의 지배인의 경우 최소 1백만 달러의 주식을 갖고 있는데 플로리다 주 잭슨빌의 매장을 맡고 있는 어느 지배인은 “부친이 앨라배마 주에서 땅콩농장을 하셨는데 늘 가난에 쪼들렸답니다. 거기 출신 중 저처럼 억대부자인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라고 자부심을 나타내 보인다.

‘저가의 대량의 물건을 양질의 서비스와 결합시킨 대형할인소매점’이라는 것이 ‘업의 본질’이다. 아이디어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철저히 ‘고객 지향적’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가장들이 단순히 전구 갈아 끼우는 것 이상의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데 목표를 두었다. 따라서 고객에게 배관, 건축, 타일부착 등에 관한 무료상담을 실시하여 시장을 확대해 나갔는데, 수도꼭지 하나 교환할 줄 모르던 가장들을 집안의 급배수시스템까지도 고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난해 가을 앤드류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남부 플로리다의 홈데포社 매장들은 손해를 보면서 합판을 팔았는데, 그 이유는 다른 공급자들이 약삭빠르게 40%까지 가격을 인상하였지만 홈데포社는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은 감동하였고 “5천만 달러짜리 광고보다 더 값진 이미지를 심어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객 지향적인 기업

포천紙는 컨설턴트, 소비자단체, 기업경영자 등 75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12개 업종의 최고 고객만족 회사를 다음과 같이 선정했다.

(1) 항공운수: 미드웨스트 익스프레스(국내선), 싱가포르 항공(국제선)

미드웨스트 익스프레스는 뉴욕, LA 등 미국내 15개 도시를 운항하며 여행전문지인 Nationwide Network紙에서 실시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2위를 차지했다. 1위인 MGM Grand Air는 전세운항회사이다. 미드웨스트 익스프레스는 훌륭한 기내식과 폭 23인치의 넓은 좌석, 예약을 무리하게 많이 받지 않는 회사방침으로 유명하다.

싱가포르 항공은 Conde Nast Traveler紙의 전 세계 항공사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승무원이 항상 복도를 지나다니므로 승객이 굳이 호출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된다. 고급기내식과 정시운항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2) 자동차: 도요다의 렉서스(Lexus)

도요다의 렉서스는 작년 J. D. Power & Associates社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내 34천명의 신차구입자들이 차를 구입 후 일년 뒤의 제품품질과 딜러서비스를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딜러들은 고객이 주행테스트를 포함하여 2시간의 점검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일단 차를 구입하면 4년 동안은 미국내 어디서나 항상 ‘路邊 무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3) 은행: 뱅크원(Banc One)

American Banker紙는 Banc One의 회장인 존 맥코이를 1992년도 ‘올해의 은행가’로 선정했다. 여기에는 Banc One의 탁월한 고객서비스가 한몫을 했다. 이 은행은 분기마다 한번씩 35천 명 정도의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오하이오와 텍사스를 중심으로 美 중서부에 흩어져 있는 1, 377개의 지점 가운데 60% 정도가 토요일에도 영업을 하며 20%는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24시간 고객과의 핫라인을 가동하고 있으며 고객의 거래실적을 컴퓨터로 조회하여 문제가 생기더라도 신속한 해결이 가능하다.

(4) 렌터카: 허츠(Hertz)

작년 렌터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개 항목 전부 수위를 차지했다. 그 비결은 ‘#1 Club Cold 프로그램’이다. 연회비 50달러만 내면 전화 한 통화로 편리하게 렌트를 할 수 있다. 전화로 예약한 뒤 목적지의 공항에 도착해서, 공항버스에 올라 이름만 대면 버스를 내리는 것과 동시에 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 그 차 앞에는 회원의 이름이 붙어 있고 기온에 맞춰 에어컨이나 히터가 가동되고 있다.

(5) 컴퓨터: 델컴퓨터(Dell Computer)

다른 PC회사와 마찬가지로 델컴퓨터도 과거에는 납기지연이나 제품불량 등으로 비난받아 왔으나, 작년에 Data Quest紙가 실시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보증내용을 향상시키고 제품수명이 다 될 때까지 기술지원을 해준다.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가 있으며, 고객이 원하는 대로 소프트웨어를 내장해서 판매하는데,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에는 DOS, 윈도우즈 같은 운영체제는 물론 워드프로세서나 스프레드쉬트 같은 운영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다. 이들 소프트웨어의 가격은 평균소매와 같거나 약간 낮은 수준이며 내장비용은 15달러이다.

(6) 신용카드: AT&T 유니버설

이 회사의 비자카드나 마스터카드는 어디서나 통용되면 수수료가 없고 연체이자율이 은행계카드보다도 낮다. 고객과의 평균 전화통화시간은 카드업계 중 가장 길며, 고객이 제기한 문제의 95%는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된다.

이로써 이 회사는 미국 내 은행카드 소지자 75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고객만족 1위로 선정되었고, 지난해 가을에는 발드리지賞을 받았다.

(7) 할인중개: 워터하우스 증권(Waterhouse Securities)

뉴욕시에 있는 워터하우스 증권社는 고객이 가장 중시하는 수수료의 요율이 가장 낮다. 이 회사의 수수료는 100주당 35달러로 업계평균인 47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렇다고 해서 서비스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며 41개 지점에서 700종의 투자신탁을 포함해서 금융상품의 전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8) 호텔: 포시즌(Four Seasons)

토론토에 본사를 둔 이 호텔 체인은 Business Travel News紙가 기업의 여행담당자 7,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객만족도 1위로 선정되었다. 그 비결은 투숙객의 구두를 무료로 닦아준다든가, 거실 딸린 방에 묵는 고객에게는 25달러에 상당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출장여행자들이 실제로 원하는 서비스에 주력하는 것이다. 93년 8월에는 유명한 Regent Hotel을 소유한 체인을 인수하여,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체인으로 부상했다.

(9) 보험: USAA

1922년 육군장교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이 회사는 93년 Consumer Reports誌에서 2위를 차지했다. 그 비결은 고객의 불만을 신속하게 처리하는데 있다. 자동차 사고를 신고하면 85%정도는 당일에 처리된다.

(10) 장거리 전화: MCI

MCI는 지난 92∼93년에 Data Communication紙가 실시한 고객서비스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장거리통신의 경우 기술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으므로 고객서비스 차별화가 더욱 중요시된다. MCI의 고객은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자카드나 마스터카드로 요금을 지불할 수 있으며 이용할 때마다 아메리칸 항공에서 단골고객에게 주는 혜택을 받고 GM차를 살 때도 할인해 준다. 그러나 MCI의 요율은 AT&T나 Sprint보다 낮다.

(11) 소화물 배달: UPS(United Parcel Service)

페더럴 익스프레스社도 속도나 신뢰성이 뛰어나지만 UPS는 가격과 선택폭의 두 가지 면에서 우위에 있다. 도착에 걸리는 시간을 1∼3일까지 3단계로 나누어 배달한다. 10파운드의 화물을 미국내 지역에 다음날 아침 10시 30분까지 배달하려면 UPS는 28. 75달러인데 페더럴 익스프레스는 43. 75달러나 된다. UPS는 90년도 말부터 한달 걸러 하나씩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12) 공공서비스: 볼티모어 가스&전기(Baltimore Gas & Electric)

백만 명의 메릴랜드 주민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이 회사는 5천 달러를 들여 업계최초로 고객정보시스템(CIS)을 구축했다. CIS의 도입으로 BG&E는 고장신고가 들어오면 다른 회사처럼 다음날이 아니라 즉시 기술자를 보낸다. 또한 고객은 하루 종일 기술자를 기다릴 필요도 없게 되었다. 이는 CIS를 이용하여 사전에 방문시간을 정확히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객만족이란 현장과 고객접점 종업원의 미소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양위주의 사고에서 탈피해 질 위주질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고객이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요구된다.

(1) 易地思之의 사상을 체질화한다. 이는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즉 고객의 입장에서 경영을 펼쳐나가는 자세를 말한다. 사용하는 용어, 조직의 역할, 의사결정의 기준 등 모든 것이 고객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2) 고객의 소리를 경청한다. 고객의 불만에 찬 소리와 제안사항은 고객만족 경영을 하는데 있어 아이디어의 寶庫이다. 고객의 소리를 듣고 이를 경영에 반영해가는 프로세스가 기업의 경상활동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3) 고객이 원하거나 기대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한다. 업의 본질도 고객 시각에서 정의하고,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도 고객에게 직접 물어보아 그들의 니즈를 최대한으로 반영해 나가는 것이다.

(4) 기업의 경영방식을 내부 효율위주에서 고객만족위주로 전면적인 개편을 한다. 여기에는 고객만족을 위한 가치관 설정과 전파, 고객만족도의 측정, 고객접점의 중시, 역피라미드 조직, 고객중심 조직, 매스 카스터마이제이션 방식의 경영 등이 포함된다.

방안8 易地思之 사상의 실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易地思之 사상을 갖는 게 중요하다. 상대방 입장 즉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방식’이 조직전체에 체질화되어야 한다. 사용하는 용어, 조직의 역할과 기능, 의사결정 모두가 고객만족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고객 입장의 용어’를 사용

어느 조직이 사용하는 용어를 보면 그 조직이 고객지향적인지 내부지향적인지를 바로 알 수 있다.

매표소를 가진 업종에서는 매표소의 간판을 ‘표 파는 곳’ 대신 ‘표 사는 곳’으로 바꾸어야 한다. 지금 당장 서울의 지하철역을 가보면 ‘표 파는 곳’이라는 간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 위의 전광판에는 ‘서울 사무소∼신갈분기점까지 소통 원활’이라는 안내표시 대신에 ‘톨게이트로부터 영동고속도로 입구까지 소통 원활’로 바뀌어야 한다. 은행의 외화 환전카운터에는 ‘외환매도율’과 ‘외환매입율’이라는 표시 대신에 ‘고객이 사는 율’과 ‘고객이 파는 율’로 표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올란도의 디즈니월드에서는 종업원을 ‘Employee’가 아니라 ‘Cast’라 부른다. 영화나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Cast)처럼,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까지도 고객만족을 위해 디즈니월드라는 무대에 출연해 최선의 연기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 매표소의 역할이 특이하게 정의되어 있다. 보통의 경우처럼 ‘돈을 받고 표를 파는 곳’이 아니라, 매표소는 고객이 디즈니월드를 접하는 첫 번째 고객접점이므로 ‘첫인상(First Impression)을 파는 곳’으로 정의한다. 매표소에서는 디즈니월드의 고객만족 사상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눈높이 대화’도 마찬가지이다. 어린애가 길을 물으면 디즈니의 종업원은 절대 서서 대답하지 않는다. 앉아서 어린이와 눈높이를 맞추어 대답한다. 고객인 어린이가 목이 아프게 고개를 드는 것보다 ‘차라리 내 다리가 아픈 것이 낫다’는 자세이다.

1人10色 시대

고객만족 경영이 필요한 것은 한마디로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 70년대만 해도 시장상황은 적당히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서 내놓아도 고객이 별 탈 없이 소비해 주던 ’10人1色’시대였다. 시장수요보다 항상 공급이 모자라 시장의 주도권을 고객이 아닌 기업이 쥐고 있었다. 80년대에 들어서는 국민소득이 올라가고 고객의 생활이 풍족해진 한편 단순히 값싸고 질 좋은 제품보다는 개성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요구하는 ’10人10色시대’를 맞이했다. 기업도 고객의 각각 다른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면 즉각 경쟁사에 의해 시장을 빼앗기게 되어 더 이상 ‘고객들(Customers)’이라는 복수 개념은 성립하지 않게 되고 ‘고객(Customer)’이라는 단수개념이 중요해졌다. 최근 90년대에 들어서는 한 명의 고객도 아침, 저녁으로 취향이 달라지는 ‘1人10色시대’에 접어들었다. 기업은 이러한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고객의 니즈와 기대까지를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기업이 주도권을 가지지 못하며 당연히 고객이 주도권을 행사한다. 즉 시장상황이 ‘만들어서 내놓으면 팔리던 Product-Out’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맞추어 주어야 하는 Market-in’으로 변했다. 일본만 해도 ‘소비자’라는 용어가 ‘생활자’로 바뀌고 있다. ‘소비자’란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소비해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 들어 있으며, ‘소비자보호’라고 할 때는 소비자가 약자이므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반면 ‘생활자’는 ‘개개의 고객이 자기 자신 고유의 생활을 영위하면서 자기의 개성, 감성, 멋, 취향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고른다’는 고객주도권적인 뜻이 담겨 있다.

또한 고객만족 경영은 열병처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민간기업은 물론 공공부문, 정부까지도 고객만족 경영을 벌이고 있어 과거 10년 전만 하더라도 ‘하면 좋은 것’이라는 선택과목이 ‘하지 않으면 亡하는 것’이라는 필수과목으로 되었다. 미국 대통령이 미국기업 중 질 경영을 가장 잘 실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시상하는 발드리지賞(MBNQA)의 평가기준도 30%를 고객만족에 할당하고 있으며 나머지 70%의 항목도 기업 내부적으로는 질 경영을, 외부적으로는 고객만족 경영을 추진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고 있다.

고객이 무시되는 이유

이렇게 중요한 고객이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도 무시되고 있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고성장시대에 관습화되어 버린 양위주의 사고방식’이다. 공황과 세계대전 이후 폭발하는 수요에 따라가기 위해 기업은 오로지 생산량만 늘려 공급만 하면 되었고 품질이나 고객의 니즈는 무시되었다.

또한. 기업의 평가 방식이 상사평가가 주종을 이루고 있어 자연히 고객지향적인 문화보다는 내부지향, 상사지향적인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으며 우리나라만의 특수 환경인 군사문화의 영향으로 공공부문과 민간기업 공히 고객과 국민을 무시하는 풍토가 자리 잡게 되었다.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가 지적했듯이 국가경쟁력 중 핵심요소인 ‘국민성’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과거 유교사상에서 나온 ‘관대한 국민성’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고객경시를 더욱 부채질한다. 일본의 경우, 기업이 불량제품을 내면 ‘까다롭기로 이름난’ 국민들이 힘을 모아 그 회사를 도산시켜버리는 엄정한 경영환경 속에서 성장한 일본기업이 미국시장에서 활개를 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방안9 고객의 소리 경청

고객의 소리(VOC)

고객이 원하거나 기대하는 바를 알기 위해서는 ‘고객의 소리(VOC: Voice Of Customer)’를 체계적으로 열심히 경청해야 한다. 고객은 풍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원천이다. 기업은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서 개선하려는 욕구를 항상 자극받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고객은 그들의 영역에 있어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고객은 최신의 제품정보와 경쟁제품과의 비교내용, 기호변화에 대한 통찰력, 서비스와 사용패턴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이야기해 준다.

그러나 때때로 고객은 자신의 욕구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거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가졌던 가장 최근의 문제점조차 기억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관리자가 고객의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제록스에서는 사무실에서 새로운 사무기기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관찰하기 위해 산하에 있는 팔로알토 연구센터(Palo Alto Research Center)에 많은 人類學 전공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DEC에서는 소프트웨어 설계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기술활용 실태를 관찰하기 위하여 소위 ‘상황조사(Contextual Inquiry)’라고 부르는 상호대화 방식을 개발했다. 또 밀리켄은 모든 제품의 최초 납품과정을 수행하는 ‘최초납품팀’을 운영한다. 팀 구성원은 제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관찰한 후 추가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개발하기 위해 고객의 생산공정에까지 제품의 납품과정을 직접 밟아보는 것이다.

70년대 고객과 관련된 많은 조사를 실시하여 이론적인 기반을 튼튼하게 만든 굳맨(Goodman)은, 고객의 소리 중 조직상층부에까지 전달되는 비율은 5%에 못 미친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45%는 현장에서 묵살되고 나머지 50%는 회사내부로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객의 목소리가 조직 내로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을 모른다.

(2) 이야기해봐야 고쳐지지 알을 것이라는 선입관

(3) 이야기하면 괜히 자기만 귀찮아진다는 생각

(4) 다른 회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한다는 고객이탈

등에 기인한다.

또 굳맨의 조사에 따르면, 어느 회사에 불만(컴플레인)을 갖고 있는 고객 중 직접 그 회사에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은 7%에 불과하다고 한다. 보통 우리는 이런 고객을 경원시하지만 그런 고객의 공통점은 ‘그 회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며 이런 고객의 속성은 불만을 해결해 주면 즉시 반복고객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이다. 성난 고객의 소리는 우리에게 개선의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문제는 침묵하는 다수이다. 이들 중 91%는 주위의 10명에게 불만을 오염시킨다. 더욱이 자기가 당했던 불만을 과장하기도 한다. 그 중 13%는 주위 사람 20명에게 불만을 전달하는 ‘걸어 다니는 광고탑’의 역할을 한다. 즉 우리 귀에 하나의 컴플레인이 들어올 때, 현장에는 수백 배의 컴플레인이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고객을 만나는 MBWA[160]

경영자는 주요 고객들의 생활 속에 직접 들어가서 하루를 보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장에 대한 육감과 상상력 그리고 몸소 터득한 지식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 그것이 기업전략의 요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경영층의 관심의 초점이 고객에게 가 있어야 그 회사는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속적이고 신속한 자기변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모토롤라(Motorola)에서는 최고경영자를 포함하는 운영정책위원회의 구성원이 정기적으로 고객과 私的 회합을 가지고 있다. 워싱턴스틸(Washington Steel)에서는 고객의 욕구를 분석하기 위해서 모든 기계 작업자들이 주기적으로 고객의 공장을 단독으로 방문하고 있다.

캠벨수프社의 맥거번(Gordon McGovern) 회장은 고객과 ‘접촉하기’ 위해 철저한 방법을 쓰고 있다. 그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고객의 소리를 들음으로써 사업을 쇄신한다는 것이다. [161]

맥거번은 최근 회사의 임원들을 어느 슈퍼마켓으로 소집하여 중역회의를 열었다. 그 후 전원이 가게만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면서 고객들이 캠벨의 제품에 대하여 어떤 말을 하는지 직접 들어보았다. 또한 그는 전국에서 3백 명 가량의 여성을 선발하여 그들의 부엌에 회사의 중역들을 정기적으로 파견하여 식사메뉴가 어떠한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조사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는 회사의 간부들이 스스로 식료품을 사러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거번 자신은 매주 토요일에 근처의 슈퍼마켓을 들러 식료품을 구입하고 있다. “고든 씨는 직접 물건을 사러 와서는 캠벨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이면 누구랄 것 없이 친근하게 말을 붙이지요. ” 슈퍼마켓 사장의 이야기이다.

식품업계 전체가 계속 변화하고 있는 미국인의 기호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때이다. 맥거번의 자세는 캠벨을 미국에서 제일 시장에 민감한 식품회사로 만들고자 하는 꿈(지금까지 보수적이고 조심성이 많은 식품가공회사로서는 180도의 전환이다)을 실현시킬 열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볼티모어市의 셰퍼(William Schaefer) 시장은 몇 년간 유권자와 함께 ‘이리저리 돌아다녀’왔다. 피부로 도시를 느끼는 것이 그의 최우선 실천사항이었다. [162]

“이건 마음에 들지 않아”

시장은 시의 간부들을 자주 호되게 야단친다.

“하는 일이 그 따위이니, 아직 멀었어, 그게 뭐야”

몇 년 전인가 게시판으로 쓰려고 구입한 칠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 있다.

‘시민, 당신이 거기서 산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결국 시장은 시민의 입장이 되어 생각할 것을 시의 간부에게 요구하고 있다. 시장은 그의 직원들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스스로 운전수와 무장경관 한 명과 함께 차를 타고 시내 곳곳을 돌아본다. 길에 구덩이가 패여 있는가, 가로등이 망가져 있는가, 지저분한 쓰레기통, 더러운 공원, 건축위반, 방치된 차, 구부러진 교통표지, 말라비틀어진 나무, 그리고 버스정거장 표지가 없어져 버렸는가, 길가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가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세금을 거두어서 도대체 어디에 쓰는 거야?”

시장은 차 안에서 목청을 높인다. 그리고는 펜과 ‘시장의 활동메모’를 꺼내 빠뜨리지 않고 적어 놓는다.

– 이스트 롬버드 스트리트의 쓰레기를 치울 것.

– 캐리 1700번지의 도로는 두 달간이나 구멍이 패여 있는 채로 방치되고 있다.

– 레밍턴 2900번지에 방치된 차가 있다. 무엇 때문인가?

월요일 아침이 되면 그 메모가 시 간부의 책상 위에 놓여 있다. 그렇게 되면 다음 번 시장이 시내를 돌아다니기 전에 쓰레기든 구멍이든 방치된 차이든 치우지 않으면 안된다 . 어떤 때 시장은 다음과 같은 활동메모를 붙여 놓았다.

‘방치된 차가 있다. 단, 어디에 있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

해당부서 사람들은 꼬박 일주일간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500대의 차를 견인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멀었어. 그게 뭐야”라고 셰퍼 시장은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번쩍이는 자신의 두 눈에 두 개의 손가락을 들이대면서 말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겠소? 알겠느냐 말이오? 이건 눈이라는 거요”

손가락이 얼굴 쪽으로 빠르게 맴돌았다. 눈을 찌르지는 않을까 하고 일동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내게는 눈이 두 개 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두 개 있지요. ” 그리고는 그는 간부 한 사람을 붙들더니 손가락을 그 사람의 두 눈에 들이댔다. 상대방은 고개를 움츠렸다.

“그런데 말이오, 내게는 보이는 것이 당신과 같이 새파랗게 젊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단 말이오, 엉? 왜 그렇지?

서둘러!

이러한 고객MBWA의 핵심은 역시 정신자세에 있다. 밀리켄(Roger Milliken) 회장은 80%의 시간을 고객의 문제에 할애한다. 사우스 캐롤라이나洲 스패턴버그市의 밀리켄 고객서비스센터를 방문한 어떤 사람은 회장이 강연하고 있는 것을 보고 “당신과 사장이 여기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에는 누가 회사를 관리합니까?”라고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밀리켄은 물음에 직접 대답하지 않은 채 “그렇다면 고객과 함께 지내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요?”라고 대꾸했을 뿐이었다. 밀리켄은 고객과의 MBWA를 충실히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회장인 밀리켄이 앞장서서 실천함으로써 회사 전체가 실천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새로운 방식에 흠뻑 빠져 있는 밀리켄의 어느 경영자는 이렇게 말했다.

고객을 빼놓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겁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도 오히려 그것은 고객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고객과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만이 사업을 번창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가슴속에 새겨야 합니다. 우리는 항상 스스로 지나치게 똑똑해지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오리건 주에 위치한 와이어호이저社의 경우도 고객MBWA의 좋은 사례이다. [163] 워싱턴州 타코마의 본사로부터 멀리 떨어진 이 제재소의 관리책임자는 와이어호이저社의 다른 제재소들과 판이하게 다른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총책임자로부터 포크리프트 技士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업원들이 그들 고객회사의 ‘종업원’으로 일주일씩 근무한 것이다. 예컨대, 발송책임자는 캘리포니아州의 한 유통센터 集荷場에서 작업을 했으며, 고객서비스부의 한 직원은 건축자재를 취급하는 회사의 점포에서 판매보조원으로 근무했다.

그들은 판매를 목적으로 고객들에게 나갔던 것이 아니라 보고 들으며 배우기 위해서 나갔던 것이다. 그들은 많은 통찰력을 얻어서 돌아왔다. 그들의 제품인 재목을 플라스틱으로 포장하기도 하고 양쪽 끝에 눈에 띄는 페인트를 칠하기도 했다. 그들은 하역작업하기에 편하게 재목을 철도차량에 적재하는 요령도 익혔다. 바이어들은 곧 와이어호이저가 그들의 문제를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제를 미리 예상하고 대처하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와이어호이저社의 목재는 다른 회사들의 제품과는 다른 이미지를 고객의 마음에 심어주었다. 특색 없는 제품의 세계에서 이 회사의 제품만은 특색이 있는 제품이 되었다. 와이어호이저社가 접한 반가운 소식은 자기들의 방식이 업계에 유행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타코마의 제재소를 비롯한 다른 여러 제재소로부터 책임자를 비롯한 직원들이 찾아와서 그 방식을 배워가지고 가서는 그들의 공장에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와 같은 성공사례는 흔히 방문객을 몰려오게 한다. 새턴(Saturn)을 비롯해, 워싱턴제철(Washington Steel), 노드스트롬(Nordstrom), 페더럴 익스프레스(Federal Express)까지 여러 회사에서 경영자, 컨설턴트, 기자 그리고 학자들로부터 방문견학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고객에게 관심을 쏟는다는 것은 결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영층들은 고객과 접촉하는 일이 판매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소관업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비록 시장에 관심을 쏟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우에도 대개 고객과의 접촉을 일정 범위에 국한시키고 부하의 보고에 의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 단계나 두 단계를 거친 정보를 가지고 시장윤곽을 파악하고 그 感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정보와 통찰력

고객에게는 통찰력이 아닌, 정보를 의존해야 한다. 고객들은 그들의 경험을 설명할 수 있고, 그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을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의 자료를 판독하여 그들의 문제를 풀어주는 것은 기업의 역할이다. 이러한 통찰력은 기업의 창의력에서 나온다.

일리노이 주와 펜실베니아 주에서 각각 크게 성공한 화학회사인 낼코화학(Nalco Chemical)과 베츠(Betz Laboratories)의 경우는 시장에 초점을 맞추어 창의적인 전략을 구사할 때 얻을 수 있는 성공사례를 잘 보여준다. 이 두 회사는 제철소, 정유소, 제지공장 같은 대규모 산업체들에게 화학적으로 물을 처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래 낼코社와 베츠社는 단지 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화학품을 만들어 유통시키는 것을 그들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화학품을 넣은 자루나 드럼을 배달해주고는 그 중량에 따라 대금을 청구했다. 그들은 제품의 가격, 서비스, 품질을 가지고 경쟁을 했다. 다행히 낼코社와 베츠社에는 경영자와 판매부들이 판매일선에 나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는 기업문화가 있었다. 이로 인해 경영자들이 고객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즉, 산업체들이 물처리 문제를 직접 다루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예를 들어, 영선부 사람들은 그들의 핵심업무인 보일러와 스팀 문제에 주력하기를 원했다. 그들은 물처리 회의에 나가기를 원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 문제에 관한 참고서들을 읽을 시간도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회사는 물을 처리하는 일을 그들이 직접 맡는 편이 모두에게 이익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그들은 새로운 서비스업을 개발해 냈다. 낼코社와 베츠社는 월간단위로 요금을 받으면서 산업체 현장에 나가서 직접 물처리에 따르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서비스를 제안했다. 그렇게 되면 그 서비스를 받는 고객들은 그들 본연의 업무에 주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베츠社와 낼코社는 화학품을 공급할 뿐 아니라 대단히 가치 있는 기술서비스도 제공하게 된 것이다. 고객들은 낼코社와 베츠社의 경영진과 만나 “우리의 물처리 문제를 맡아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느끼고 있는 문제를 납품업자들이 풀어줄 수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할 수 없었다. 낼코社와 베츠社의 경영자들은 고객이 안고 있는 문제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들 스스로 잠재적인 이익가능성을 찾아낸 것이다. 그들이 창조한 새로운 사업은 당장 수익성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렇게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온 고객의 소리는 생산, R&D 등 전 부문에 전달되고 경영에 반영되어야 한다. 가오(花王)의 ‘新에코시스템’이나 오티스엘리베이터의 ‘오티스라인(Otis-Line)’은 고객의 소리를 체계적으로 청취, 관리, 운영하는 표준적인 모델로 소위 SIS의 핵심적인 경쟁력 요인으로 되고 있다.

기업은 이러한 고객의 소리를 체계적으로 분류-연구하여 고객 입장에서 본 ‘핵심 경쟁요인’을 찾아야 한다. 현상을 분석하고 현재의 위치를 확인하는 한편 선진과의 갭을 구해 구체적인 실천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이렇게 모아진 고객의 니즈를 상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방법으로

– 품질기능전개(QFD: Quality Function Deployment) 기법이나

– QMI(Quick Market Intelligence) 기법 등이 있다.

2차 고객의 소리

‘고객’이란 유통과정의 다음 단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164] 고객의 상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2차 고객도 우리의 고객인 것이다.

셰브론社 천연가스사업부의 고객 고리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셰브론은 현지 유통회사에 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파이프라인 회사를 이용하고 있다. 현지 유통회사는 파이프를 통해 가스를 화학회사에 공급하며 그 회사는 용해제를 제조하는데 이를 사용한다. 화학회사는 이 용해제를 콜로라도 주의 한 금광회사에 판매한다. 금광회사는 금을 추출하는데 그것을 사용한다. 셰브론의 경영층은 고객들의 공동연구 모임을 통해 그들의 공급체인과 최종 실수요자인 금광회사에 관해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한 예로, 화학회사에 공급되는 가스가 일반 가스관을 통해 공급되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섞인다는 사실이었다. 불순물이 섞인 가스를 사용하니 유해제를 제조하는 비용이 더 비싸게 먹혔고 제조수율이 떨어졌다. 그들은 또 금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유독성 용해제를 다루는 것을 겁내고 있으며 특히 화학회사로부터 수송되어올 때 그것을 취급하는 일을 겁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에 실속 있는 몇 가지 제안이 나왔다. 셰브론의 기술자 한 사람은 화학회사측이 일반 파이프라인은 아예 사용하지 말고 독자적인 순수 가스관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또 다른 방안으로 셰브론과 화학회사가 제휴하여 화학회사의 가스 도입점에 가스 정화장치를 설치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보다 과격한 案도 있었다. 그것은 금광에서 바로 용해제를 만들어내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결국 금광까지 가스관을 부설함으로써 셰브론은 제조상의 수율 문제와 위험한 수송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었다.

경영자들이 직접 관여해서 관심을 쏟지 않는 한, 이 같은 해결방안들이 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조치들은 단 하나의 고객을 맞추기 위한 투자치고는 지나치게 규모가 큰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광업회사와 화학회사 그리고 셰브론社에게 충분한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라면 그 같은 투자는 단기적으로도 그 정당성이 입증될 수 있다. 셰브론은 아직도 이 분야에 대한 여러 방안을 조사하고 있으며 이 회사의 계획은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같은 경영층의 통찰력으로 회사의 전략적인 경쟁력이 올라갔다는 사실은 생각해 볼 일이다. 셰브론은 상품을 놓고 협상하는 승패 게임을 넘어서서 모두가 승리하는 차별화(Differentiation)세계로 들어갔던 것이다.

방안10 고객이 원하거나 기대하는 상품을 제공

고객의 니즈에 부합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회사가 마음대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에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물어보아서 고객이 원하거나 기대하는 바를 찾아 이를 충족시켜주어야 한다.

통상의 경우 많은 경영자들은 고객의 니즈를 자신의 머릿속에서 상상해서 작위적으로 만들어 내지만, 이는 실제 고객의 니즈와는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객만족에 있어 전설적인 경영자인 얀 칼슨은 1982년 적자에 허덕이던 스칸디나비안 항공(SAS)社의 CEO를 맡은 지 1년 만에 경영수지를 흑자로 바꾸어 놓았고, Transportation of the World誌가 조사-발표하는 유럽 항공사의 고객만족도(CSI)에서 SAS를 수위에 올려놓았다. 칼슨의 경영방식은 매우 상식적이다. 배회경영(MBWA)을 실천하는 것이다. 즉 항공사의 현장인 자사 항공기를 타고 옆에 앉은 고객에게 원하는 바를 물어보고 이를 실천에 옮긴다. 과거 경영자들은 책상에 앉아 머릿속에서 ‘고객은 크고 깨끗한 비행기, 안락한 의자, 맛있는 기내식, 친절한 승무원’을 바랄 것이라고 소설을 쓰고 이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나 적자의 골만 더 깊어졌다. 칼슨이 실제로 고객에게 물어본 결과는 그것과 다르게 ‘비행기 수를 늘려 비행스케줄을 늘리고, 이륙시간과 착륙시간을 맞추어 달라’는 것이었다. 칼슨은 이를 실천했던 것이다.

호텔에서 세미나를 개최할 경우를 보자. 보통 호텔 측에서 신경을 쓰는 부분은 ‘맛있는 커피, 신선한 과일, 친절한 접객, 흠 없는 식기류 준비’ 등이다. 반면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요구사항이 다르다. 세미나를 주최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휴식시간에 충분한 화장실 규모, 외부연락이 가능한 전화기,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앉아서 담소할 수 있는 소파, 마지막으로 커피와 과일’이 중요하다. 고객에게 물어보면 쉽게 나올 수 있는 해답인데도 고객을 무시하거나, 자만심에 빠져 자기 스스로 머릿속에 소설을 쓰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業의 本質’을 정의

미국의 철도산업은 자기입장에서 ‘業의 本質’을 정의하여 실패한 전형적인 예이다. 거의 1세기동안 철도산업이 수송 사업을 거의 독점해 왔으나, 각 도시 사이에 고속도로가 놓이고, 항공회사들이 출현하기 시작하면서 철도산업은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철도산업의 선도자인 앰트랙社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비행장을 멀리 피해 철도를 놓는 등 온갖 방안을 강구했다. 하지만 오늘날 앰트랙은 고객의 외면 속에 도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 앰트랙의 제품은 자기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철도이다. 그러나 이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히 ‘빠르고 편안한 운송수단’으로 바뀌어야 했다. 비행기라는 경쟁자가 등장했다. 앰트랙의 입장에서 볼 때도 비행기가 더 빠르고 편안한 운송수단임을 부인할 수 없다면 경쟁에 직면한 앰트랙이 내릴 수 있었던 결정은 둘 중의 하나이다.

첫째는 항공사업에 진출하는 일이다. 그래서 오늘날 ‘앰트랙 에어라인’이 날아다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용이하지 않다면, 제품의 성격을 새롭게 바꿔야 했다. 비행기가 충족시켜 줄 수 없는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하는 것이다. 예컨대, 관광을 포함한 여가여행 또는 시간을 급하게 요구하지 않는 제품의 운송 등을 앰트랙이 제공하는 새로운 제품으로 인식해 이를 내세웠다면, 오늘날처럼 도산의 위기에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품의 성격을 자기 입장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충족해야 할 ‘니즈’를 중심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콜롬비아, MCA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영화 또는 극장사업에 큰 그림자를 드리운 것은 70년대의 VTR 출현이다. VTR이 출현하자 사람들은 극장에 가는 대신, 집에서 비디오를 빌려다 보는 것이었다. 영화사업자들은 고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려고 애를 썼다. 대형극장들은 사람들에게 영화선택의 여지를 주기 위해 4∼5개의 소극장으로 나누어 개조했다. 고객이 표를 한 장 구입해 극장에 들어서면, 자기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고를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집에서처럼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극장의 의자를 더욱 편하게 만들고 앞뒤 간격도 넓혔을 뿐 아니라, 바닥도 고급 카펫을 깔아 보았다. 집에서는 즐길 수 없는 낭만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더욱 좋은 팝콘과 스낵도 개발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은 날로 줄었다. 제품의 형태만을 염두에 두고 영화사업을 생각한 콜롬비아, MCA 등은 VTR의 출현을 안타까워하며, 극장을 어떻게 개조해서 손님을 끌 것인가에만 신경을 썼던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콜롬비아나 MCA는 남의 손에 넘어가기에 이르렀다. 이 회사들이 자신들의 제품이 어떠한 것인지를 고객의 입장에서 이해하기만 했더라도, 그러한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들은 다만, 2∼3시간을 가장 만족하게 보낼 수 있는 형태의 ‘즐거움’을 찾았던 것이다. 영화회사들이 이를 깨달았다면 VTR은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아주 잘된 영화라도 개봉관에서 3개월 내지 6개월 후면 중고품이 되는데, 비디오의 보급은 이러한 중고품을 팔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영화사들은 개봉관을 갓 떠난 영화들은 물론, 다시는 극장에서 상영치 못할 30∼40년대에 찍은 영화들을 비디오에 녹화해 효과적으로 판매할 생각을 했어야 했다. 또 제작비가 저렴한 비디오용 영화도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거대한 시장이 생겼음에도 콜롬비아, MCA 등 영화사들은 그러한 기회에 눈을 돌리지 못한 채 자신의 영화사업에 침투한 VTR을 경쟁자로만 인식해 파탄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런 점을 깨달은 일본의 소니와 松下는 자신들이 전자사업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TV를 보거나 워크맨을 듣는 사람들이 결국은 즐거움을 찾으려는 것임을 깨닫고, 자신들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사업을 한다고 규정한 것은 매우 현명한 처사이다. 소니와 松下가 자신들이 즐거움을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미국의 콜롬비아와 MCA社를 각각 매입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전자제품을 통해서는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미국의 영화사를 통해서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에게 즐거움을 전하겠다는 자신들의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이다. 화장품을 만드는 레브론社의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새겨져 있다.

‘We Sell Hope(우리는 희망을 판다)’ 레브론社가 파는 것은 화학제품이 아니다. 아름다움 자체도 아니다. 그들은 ‘이 화장품을 바르면 예뻐지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파는 것이다.

고급을 요구하는 고객

85년 미국 질관리협회는 갤럽조사를 통해 가격과 질의 관련성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당사자조차 그 결과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고객은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질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객은 성능과 질이 우수한 자동차라면 1/3정도 더 지불할(1만 달러짜리를 1만 3, 581달러에)용의가 있다고 조사되었다. 질이 좋은 접시 닦는 기계라면 아마 50% 정도 더 주고(300달러짜리가 아닌 464달러짜리)비싼 물건을 살 것이며, TV와 소파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300달러짜리 TV대신 497달러짜리 물건을, 500달러짜리 소파대신 868달러짜리 물건을 구매한다). 또, 고객은 중질의 구두 한 켤레를 20달러 주고 사느니 고급구두를 그 2배에 상당하는 47달러에 사겠다고 답변했다. 비록 질이 우수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한 푼도 더 지불할 수 없다고 말하는 고객의 비율은 자동차의 경우 10%, 접시 닦는 기계 4%, 구두 3%, TV 6%, 소파 4%로 나타났다.

결론은 명확하다. 고객은 보다 우수한 질, 나아가서 최고수준의 질에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우수한 질을 공급하는 기업만이 번창할 것이고, 조직원은 최고의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데 대해 자부심을 갖고 사기가 오를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제품도 안정하게 질 우위를 유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항상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 고객을 위해 가능한 것은 무엇이든지 개선시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방안11 고객지향적인 경영

고객만족에 대한 톱의 리더십 발휘

고객만족경영은 우선 톱이 ‘첫째도 고객, 둘째도 고객’이라는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는 데서 출발한다. 즉 고객만족만이 현재와 미래환경에서 경쟁력과 장기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이는 선진의 질 경영과 고객만족 경영을 눈으로 확인함으로써(벤치마킹) 보다 확고히 할 수 있다.

또 톱은 이러한 가치관을 머릿속에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에게, 고객에게, 사회에 대해 공개적으로 천명해야 한다. GE의 웰치 회장은 취임사에서 “나에게 얼굴을 보이기 위해 고객에게 엉덩이를 돌리는 사람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 “라고 천명한 바 있다.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모든 경영사안에 대한 판단의 기준을 고객만족으로 삼아야 하며 특히 고객만족이 이익이나 매출과 상충되는 한계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은 조직전체에 매우 큰 상징적인 영향을 미친다. 톱은 이 경우에 일관되게 고객만족 편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고객제일주의’는 ‘이익을 올려야 한다’는 논리와는 모순되는 측면을 갖고 있다. 고객의 입장에 서서 철저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면 비용이 그만큼 증가하고 이익이 감축되기 때문에 상충(Trade-Off)관계가 있다고 경영자들은 생각한다. [165] 그러나 야마토運輸는 이러한 문제를 ‘시간차 공격’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즉 우선순위를 부여해서 이익 문제는 일단 접어두는 것이다. 철저히 고객을 만족시키면, 궁극적으로는 이익이 저절로 생길 것이라는 발상이다. 洞急便을 시작했을 때 小倉 사장은 종업원에게 “나는 향후 회의에서 이익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않겠다. “고 선언했다. 즉, 고객제일주의와 이익추구라는 긴장관계를 변증법적으로 초월하려 했던 것이다.

고객중시의 가치관 확립과 공유

고객만족에 대한 가치관은 회사의 비전, 경영방침이나 규정에 녹아들어 전 임직원의 가슴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행동좌표가 되어야 한다.

LA. 지역에서 최고의 고객만족으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노드스트롬社(의류백화점)에는 사규가 1조밖에 없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판단하되 고객에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행하십시오. 그 외에는 규칙이 없습니다.

소매점 체인인 스튜 레오나드社의 규칙은 2가지 조항으로 되어 있다.

규칙 제1조: 고객은 항상 옳다.

규칙 제2조: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면 다시 제1조를 읽어보아라.

이러한 가치관을 구호로 외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핵심은 실천여부에 있다. 많은 회사의 경우를 보면 이러한 가치관은 남 보기 좋으라고 걸어놓은 장식용 액자에 불과하다.

고객만족은 질경영의 실천 수단

‘고객만족 경영’과 ‘질 위주 경영’은 동전의 양면이다.

質이란 원래 철학에서 나온 용어로 경희大의 주관중 교수는 ‘原目的에 대한 應合度’로 정의하고 있다. [166] 즉 원래목적을 충족시키면 질이 높은 것이고(高質), 충족시키지 못하면 질이 낮은 것이다(低質). 또, 變質은 원래 목적이 시간이 경과하거나 상황에 따라 다른 목적으로 바뀐 것을 말하며, 惡質은 원래 목적 자체가 악한 것으로 도둑질이나 강도질이 여기에 해당한다. 도둑질을 잘 하는 도둑은 高質이지만 남을 해치는 행동이므로 惡質이라고 하는 것이다.

경영학 측면에서 보면 에드워드 데밍은 질을 ‘끊임없는 개선’이라고 했고, 조셉 쥬란은 ‘용도에 맞는 것’이라고 했으며, 필립 크로스비는 ‘요구에 대한 부응’이라고 했다. 또 가오루 이시가와는 ‘고객에게 가장 경제적이고 가장 쓸모 있으며 항상 만족스러운 것’이라고 정의했다. [167]

기업들도 질의 정의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기업들은 종래에는 주로 생산프로세스나 기업활동과 관련시켜 질을 정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불량률 제로’, ‘6 시그마 불량 배제’나 ‘사양에 대한 합격’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객의 소리’ 또는 ‘고객의 느낌’에 의한 질의 정의가 더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IBM은 질을 ‘고객의 기쁨’이라고 하고, 제록스는 ‘고객의 요구를 완전히 만족시키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정의한다. 또 기업들은 질에 있어서 서비스의 측면을 중시하고 있다. 질이란 제품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제품이 고객에 의해 소비될 때 고객이 만족하는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품보다 제품의 서비스가 더 관심의 초점이 된다. 서비스란 제품과는 달리 소비되는 그 순간에 포말처럼 생겨났다가 소멸하고 마는 일회적인 현상이다. 바로 그 순간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회사의 질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질에 대한 정의는 곧 기업이 갖는 핵심가치관을 정하는 것과 깊이 관련되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보통 다음의 세 단계를 밟는다.

1단계: 우선 고객한테 회사에 대해 바라는 질이 무엇인지를 물어라.

2단계: 종업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구하라. 특히 판매부문사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3단계: 전 세계적으로 경쟁기업들이 어떤 정의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참고하라.

질이란 고객이 원하는 것인 동시에 기업이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고객과 기업의 비전이 일치할 때 가장 완벽한 질 경영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질에 대한 정의는 이러한 비전을 명료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질에 대한 정의가 만들어지고 나면 이것은 활발하게 의사소통되고 또 실제 경영현장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우선 종업원들이 이 정의를 이해해야 한다. 이는 강의, 전통적인 교육, 교재 등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다음으로는 이 정의가 전략계획과 성과평가에 어떤 형식으로든 반영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것이 단순히 말 잔치가 아니었음을 종업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질 경영의 실천을 위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두 번째 단계이다.

〈고객에 관련된 선진기업의 이념〉

고객만족도 측정, 평가기준으로 활용

고객만족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진행현황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잣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만족여부를 직접 물어보는 ‘고객만족도’ 조사를 정기적, 정량적으로 해야 한다.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여러 가지 수단들이 종종 목적화되어 최종목표가 망각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고객만족도 조사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고객만족도는 사람이나 조직을 평가하는 기준에 포함되어야 한다. 내부지향적, 상사지향적인 문화가 만연되는 가장 큰 원인은 상사평가제도에 있으므로 고객만족도로 평가를 할 경우 조직문화를 현장지향, 고객지향적으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고객접점 중시

고객접점은 그 기업의 얼굴이다. 고객은 회사의 내부시스템이나 운영방식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기가 직접 사용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경험으로 그 회사를 판단한다.

통상 고객접점을 ‘MOT(Moment Of Truth)’ 즉 ‘진실의 순간’으로 부른다. 이는 SAS의 얀 칼슨이 사용한 말로 원래는 투우사들이 쓰는 용어이다. 투우를 할 때 마지막 순간 투우사가 긴 칼을 꺼내 소의 등골을 찌르기 위해 소를 노려보고 있는 순간을 말한다. 이때 투우사는 소의 등골을 제대로 찔러 소를 즉사시키지 않으면 자기가 소의 뿔에 찔린다는 절체절명의 진실 한 가지만 존재한다. 기업의 경우도 고객접점에서 제대로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그 기업은 형편없는 회사로 낙인찍히게 되는 것이다.

미국품질관리협회의 통계를 보면 고객이 이탈하는 사유가 제품에 대한 불만보다는 고객접점에서 종업원의 무관심한 태도가 더 크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 서비스 불량과 종업원의 무관심한 태도 68%

– 제품에 대한 불만 14%

– 가격 등 경쟁력, 기타 9%

또 고객접점에서는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의 법칙이 성립한다. 모든 접점이 100점을 받아도 한 접점에서 0점을 받으면, 평균이 종합만족도로 되는 것이 아니라 0점이 종합만족도로 된다. 이는 ‘댐의 수위’논리에서 댐에서 가장 낮은 부분이 댐의 수위가 되는 것이나 ‘파이프 이론’에서 파이프의 가장 좁은 부분을 통과하는 유속이 전체의 유속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고객접점에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특정부문의 질이 올라가는 것보다는 경영 전 부문이 골고루 성장해야 하는 것이다.

역피라미드 조직

고객접점에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피라미드 조직을 거꾸로 세운 ‘逆피라미드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고객만족에서 귀감이 되고 있는 다나, 월마트, 페더럴 익스프레스, 노드스트롬, 오므론, 東武백화점에서는 이 개념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사실 나는 입사하자마자 세일즈에 배치되었죠. 즉 고객과 가장 가까운 현장에 배치되었고 그 후 계속 승진하여 사장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조직표를 보면 사장이 고객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느끼고 새삼 놀라곤 합니다.

따라서 조직표를 거꾸로 걸어놓고 일하는 의식이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사원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원래 고객의 위치가 조직표의 가장 위에 있고, 그 밑에 현장이 있으며, 사장은 가장 밑에 위치하는 것입니다.

사장의 일이란 물론 기업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고 갈 것인가를 판단하고 결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근로현장을 얼마나 즐겁고 활기찬 곳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 이것을 지원하는 일이 사장의 커다란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것을 위한 분위기, 동기부여, 조건정비를 정확하게 해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오므론의 立石義雄 사장, 사장취임 열흘 후의 강연에서

기업규모가 커지면 정도의 차는 있지만 조직은 계층화된다. 이런 조직에 속해 있는 개인은 자율성을 거의 상실하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즉, 자기 자신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행동하는 주체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요구나 명령을 실행하는 ‘대리인’으로 간주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대리상태’라고 부른다. 대리상태에 빠지게 되면 조직 내 인간은 다음과 같은 비극적인 행동을 취하게 된다. [168]

(1) 권력자에게만 채널을 맞춘다.

일반적으로 개인은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 연결되는 다양한 채널을 갖고 있지만, 대리상태에 빠지게 되면 권력자에게 통하는 채널만을 열고 다른 채널은 닫아버리는 경향이 강해진다.

(2) 권력자 위주의 사고를 한다.

개인적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권력자가 의미를 부여하면 이를 쉽게 수용해 버린다.

(3) 책임을 상실한다.

자기에게 명령을 내리는 권력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느끼지만, 권력자에게 명령받아 취한 행동의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대리상태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역피라미드’이다. 역피라미드에 의해 기대되는 첫 번째 효과는 고객에 대한 채널이 개방된다는 것이다. 역피라미드에 의해 조직구조상 상층부에 서게 된 현장의 중요성이 재인식되고, 조직내부로만 향했던 현장종업원의 시선이 밖으로 향하게 된다. 동시에 현장종업원의 주체성도 증가하고 행동의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본사 스탭과 현장 라인과의 관계도 변한다. 현장과 고객접점으로 권한이 위양되고 본사는 본사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의 제공에 집중하게 된다. 또 중간관리자의 행동과 역할도 바뀌게 된다. 중간관리자가 현장의 정보를 민감하게 흡수하는 한편, 상사의 명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현장에 지시하는 일은 줄어든다. 이로 인해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현장을 ‘관리’하는 역할에서 현장을 ‘지원’하는 역할로 바뀌어 간다.

고객중심 조직

16세기 갈릴레오(Galileo)이전에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아간다는 천동설이 상식이었으며 지동설을 주장하다가는 종교재판에 회부되었다. 만약 지금 갈릴레오가 살아 있다면 ‘왜 물건을 만들고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공장이나 현장이 아닌 회사의 본부조직이 기업우주의 중심으로 취급받는지’에 대해 아마 질문할 것이다. [169] 갈릴레오式의 우주에서는 고객과 상품에 가장 가까이 있는 부문이 조직이라는 우주의 중심이며 본부조직은 태양을 돌고 있는 지구처럼 행성에 불과하다. 관료주의는 관리자가 현장이나 고객접점 종업원과 멀어질 때 발생하며 계층구조는 톱과 현장의 거리를 멀게 하여 관료주의가 생기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

계층구조 조직의 원조인 막스 베버(Max Weber)와 갈릴레오(Galileo)가 언쟁을 한다면 다음과 같은 대화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막스: 나는 당신의 지동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소. 조직이란 피라미드(Pyramid)처럼 생겨야 하오.

갈릴레오: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누가 앉아 있나요?

막스: 물론 사장이지.

갈릴레오: 그럼 고객은?

막스: 물론 가장 밑바닥에 있지.

갈릴레오: 그러면 고객을 모시는 종업원은?

막스: 아마 밑바닥 바로 위일껄.

갈릴레오: 당신의 책이 나온 후 미국기업의 경쟁력이 어떻게 됐는지를 보면서도 당신은 어떻게 피라미드 같은 돼먹지 않은 것을 아직도 믿고 있어요?

막스: 아직도 누구나 믿고 있지. 아마 지구상에서 당신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껄?

종업원 만족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종업원이 우선 만족해야 한다.

도요타 자동차에서는 고객만족(CS: Customer Satisfaction)의 기본전제는 ‘종업원 만족(ES: Employee Satisfaction)’이라고 강조한다.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종업원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으며 친절도 감정을 통해 자연스레 고객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미국 기업의 경우는 WIIFM이 강조된다. ‘What’s In It For Me?(내게 도움되는 것이 무언가?)’라는 대답을 충족시키지 않고서는 고객만족이 불가능하다. ‘고객이 만족하면 내게 좋아지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의미이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나의 근무시간이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어나 내가 불행해진다면 어느 누구도 고객만족을 실천하지 않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TMI의 클라우스 뮐러 등이 Employeeship을 강조하고 있다. 고객만족에서는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동일하게 ‘종업원의 자발적인 참여(Employeeship)’도 중요하다. 스스로 동기부여된 종업원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고객만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약속은 작게, 실천은 크게

고객만족의 공식은 효율성의 공식과 다르다. 효율성은 ‘인풋 대비 아웃풋’으로 계산하지만 고객만족은 ‘고객의 기대 대비 회사의 실천’으로 측정한다(고객만족 = Actual Output / Desired Output). 고객만족이란 인풋과는 상관없이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객의 기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회사의 약속’이다. 고객은 회사가 약속한 것만큼 기대한다. 따라서 회사는 항상 고객에게 약속을 할 때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백업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며, 일단 약속한 것은 어떠한 경우라도 반드시 그 이상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처음에 제대로’해야 한다. 미국 일류기업은 ‘DIRFT(Do It Right the First Time)’라는 구호를 공통적으로 내걸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라는 의미이다. 크로스비(Philip Crosby)는 “어떠한 경우라도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사전예방비용이, 시행착오를 고치는데 들어가는 실제비용보다 적게 든다”고 강조한다.

서비스 부문에서 최초로 발드리지상을 받은 페더럴 익스프레스(Federal Express)社에는 ‘1-10-100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불량이 생기면 즉시 고치는데 1의 비용이 들지만, 책임소재나 문책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이를 숨기고 불량이 그대로 회사 문 밖을 나가게 되면 이를 제대로 고치는데 10배의 비용이 들며, 이것이 고객 손에 들어가 클레임으로 되면 제대로 하는데 100배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법칙이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불량은 癌’이므로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는 공감대아래, 라인스톱제와 6시그마[170] 같은 실천수단이 따라야 한다.

매스 카스터마이제이션

최근 미국에서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한 개념으로 ‘매스 카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이 있다. 이는, 80년대 말까지 미국이 일본에 비해 뒤졌던 반도체, 자동차 부문에서 90년대 초에 경쟁력을 회복하고 심지어 역전 조짐까지 보이자 그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새로운 개념이다.

매스 카스터마이제이션은 미국의 경영컨설팅 회사인 스트래티직 호라이즌(Strategic Horizon)社의 대표인 죠셉 파인에 의해 제창되었고, 일부 미국 기업은 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경쟁력을 대폭적으로 향상시켰다.

매스 카스터마이제이션이란, 지금까지는 계속 양립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두 가지 개념, 즉 ‘대량생산(Mass Production)’과 ‘고객화(Customization)[171]‘를 합성한 개념이다. 즉, 개개의 고객에게 고객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대량생산방식처럼 낮은 원가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혹자는 매스 카스터마이제이션이 지금까지 많은 일본기업이 시행해 왔던 ‘다품종소량생산’의 연장 개념으로 받아들일지 모른다. 그러나 매스 카스터마이제이션은 ‘다품종소량생산’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양자는 가치관, 조직구조, 경영자의 역할 그리고 경영관리시스템에서 큰 차이가 난다. 파인은 다음의 매트릭스를 이용하여 매스 카스터마이제이션과 다른 경영 시스템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 매트릭스는 두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도표참조)

〈변화의 매트릭스〉

프로세스의 변화는 기존의 능력, 경험, 지식을 바탕에 깔고 점진적으로 변하는 ‘안정적인 변화’와, 기존의 오래된 지식, 경험, 설비를 일시에 무력화시키는 급격하고도 ‘다이내믹한 변화’로 나누어진다. 또 제품의 변화는 시대와는 관계없이 범용화된 ‘안정적인 제품’과, 다양화와 고객화를 필요로 하는 ‘다이내믹한 제품’으로 나뉜다.

20세기 초부터 1970년대 초까지 미국기업은 ‘대량생산’방식을 바탕으로 세계를 석권하였다. 이 시기는 제품의 변화와 프로세스의 변화가 모두 안정적이었으며 표준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낮은 원가로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량생산의 결과, 제품이 널리 보급되자 고객은 개성을 찾기 시작하였고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하였다. 이렇게 고객 니즈가 단기간에 급격히 변하게 되자, 일찍이 미국의 번영을 가져다 준 대량생산 패러다임에 그늘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를 대신해서 세계의 주목을 모은 것이 일본적 경영시스템이다. 일본적 경영시스템은 JIT방식과 TQC를 통해 낭비를 철저히 줄여 갔다. 多能工의 육성과 근로자의 의식개혁을 목표로 철저한 현장주의를 추진하여 시장의 변화에 강한 유연성(Flexibility)과 낭비가 적은 효율성을 동시에 실현했다. 이 차이가 서서히 美-日간의 경쟁력의 차이로 나타났던 것이다. ‘지속적인 改善(카이젠)’이야말로 일본기업을 강하게 만드는 원천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이후 시장은 계속적인 개선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면서 격동적으로 변해 갔다. 분명히 카이젠은 업무 프로세스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그 프로세스의 유연성을 높인다. 그리고 종업원이 기술의 범위를 넓히면 넓힐수록 그들의 업무는 복잡하게 조합되어 다품종 제품을 생산하기도 하고 개별수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일본기업이 최근 안고 있는 문제는 대량고객화를 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이젠 시대의 조직구조와 시스템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데 있다. 오히려 일부 미국기업은 일본기업으로부터 카이젠의 정수를 배우고 여기에 미국식의 과학적, 분석적, 체계적인 사고를 가미시켜 일본식 경영을 능가해 버렸다. 요컨대 매스 카스터마이제이션化를 향해 사업의 구조전환을 꾀하여 경영방법을 혁명적으로 바꿈으로써 스스로 변신, 활성화에 성공했던 것이다.

〈대량생산과 카이젠, 매스 카스터마이제이션의 차이〉

대량생산에서는 표준제품을 낮은 원가로 양산하는 것을 지향한다. 각 기능은 고도로 전문화된 관료적, 계층적인 조직형태를 취하고 있다. 정보는 바텀업으로, 의사결정은 톱다운으로 흐른다. 종업원은 관리자의 엄격한 감독 아래 엄격한 규칙에 따라 반복적인 작업을 되풀이한다.

카이젠에서는 부문, 직능 혹은 계층의 틀을 넘어서 강한 결속력을 갖춘 팀이 편성되어 고객 니즈 변화에 신속하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해 나간다. 카이젠에서는 업무 프로세스를 끊임없이 점진적으로 개선하여 고객만족에 공헌하는 것을 신념으로 삼고 있다. 관리자는 코치이며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과 개선노력을 촉진시키고 있다. 그들이 팀내부에 운명공동체라는 의식을 조성시키는 것은 중요한 업무이다.

매스 카스터마이제이션의 경영방식은 크게 다르다.

첫째, 업무 프로세스를 ‘모듈’로 구성되도록 재편한다. 모듈이란, 기능적으로 자율적이며 교체가능하고 다양하게 재배열-결합시킬 수 있는 ‘업무단위’ 또는 ‘활동단위’를 말한다. 예컨대 수주, 납품, 융자안건 심의 같이 어떤 특정한 프로세스와 태스크로 바꾸어 놓는다.

둘째, 제품과 서비스를 각각의 고객마다 고객화하기 위해서 최선의 조합과 최선의 순서로 모듈을 통합시킬 수 있는 조직구조를 마련한다. 모듈이 언제, 어떻게 조합되어 어떻게 통합되는지는 각각의 고객이 무엇을 원하며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항상 변해 간다. 여기에서 관리자는 다이내믹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각 모듈을 순조롭게 연결시켜 나가는 ‘조정자’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이 매스 카스터마이제이션은 카이젠과는 다르다. 말하자면 고객의 요구가 아주 다양하고 그것이 단기적으로 변해 예측 불가능한 것까지 기회로 삼는 세계이다. 성공의 열쇠는 어떤 모듈이 필요하든 그것을 신속히 싸게 또한 순조롭게 통합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는데 있다.


제18장 경영관리 차원의 치유방안

대기업병의 원인 중 하나인 관료화 현상을 타파하고 조직을 유연하게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경영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어 가야 한다.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습적으로 믿고 있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파괴해 가는 ‘창조적인 파괴’가 요구되는 것이다.

(1) 경영을 단순히 가져간다.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만들어 파는 일은 생각에 따라서는 단순할 수도 있다. 최근처럼 급변하는 환경 아래서는 세세한 분석과 치밀한 계획이 가지는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 이에 실천위주, 행동위주의 경영방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단순한 것이 좋다.

(2) 현장을 중시해야 한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에서 나오는 숫자만으로 소설을 쓰는 경영은 더 이상 효용이 없다. 현장에서 직접 종업원과 고객과 그리고 협력업체와 직접 부딪혀 살아 움직이는 생생한 정보를 피부로 접하는 경영자만이 21세기의 승자가 될 것이다.

(3) 부문이기주의를 타파한다. 최근의 고객은 까다롭고, 변덕이 심하며, 그 니즈가 복합적이다. 과거처럼 개별 조직이 이에 대응하여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전조직이 방향성을 통일하여 힘을 모으고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장애요소라 할 수 있는 부문 간의 벽을 철저히 허물어야 하는 것이다.

(4) 종업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한다. 종업원들은 더 이상 ‘코스트의 원천’이 아니며, 이제는 ‘투자의 대상’이다. 종업원에 대한 권한 부여와 이를 통한 자신감 배양을 통해 ‘자율적인 조직’이 구축되는 것이다.

(5) 관료적인 관행을 제거한다. 임직원에게 굴욕적인 규제나 형식주의에 가득한 관행을 과감히 제거함으로써 조직의 유연성은 더욱 증대해 간다.

(6) 의사소통과 정보공유를 원활히 한다. 조직의 혈관이라 할 수 있는 의사소통이 원활해짐에 따라 수많은 대기업병 증상이 치유될 수 있다. 또한 정보공유는 조직의 시너지를 높이는데 필수불가결한 요건이다.

방안12 단순한 경영

최근 수많은 경영이론과 경영기법이 소개되고 있다. 또 많은 경영자들은 이런 이론과 기법을 자기 회사에 적용하지 않으면 마치 회사가 당장이라도 망할 것처럼 시급히 도입-시행해 본다. 그러나 많은 경우 실패로 끝나고 조직은 새로운 이론과 기법의 도입에 耐性이 붙어버리게 되어 ‘변화 자체를 경원시’ 하는 풍토까지 생기게 된다.

단순한 것이 좋은 것

물건을 만들어, 팔고, 서비스하는 일이 과연 그렇게 복잡한 것일까? 사람에 따라 대답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것이 머리카락을 깎지 않고 뇌수술을 해야 하는 의사처럼 대단히 복잡해 보일지 모르지만 혼다 쇼이치로나 잭 웰치 같은 경영자들에게는 경영이 아주 단순한 것처럼 보인다.

혼다 쇼이치로와 함께 오랫동안 일하면서 本田 미국지사의 인사담당부사장과 본사 R&D본부장을 지낸 키무라는 혼다 쇼이치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그는 시골의 가난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국민학교밖에 못나왔지만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사람과의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대장장이 일을 하면서 자동차 수리를 배웠다. 그는 언제나 문제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그것을 해결했다.

그는 항상 자기 손으로 일했고, 일하면서 모든 것을 배웠기 때문에 本田의 회장이 되고서도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을 싫어했다. 이따금 대학출신의 엔지니어들이 개념적인 보고를 할 때면, 화를 내며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실제 사례를 보여라. 당신 말하는 걸 내가 어떻게 믿을 수 있나. “라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실제 샘플을 보고 나서야 “OK. 이제 알겠군”하며 좋아했다.

우리는 가끔 MBA 출신들을 채용했는데 쇼이치로는 그들의 말이나 차트는 믿지 않고 그들의 철학이 무엇인지, 그냥 껍데기뿐인지 아니면 실속 있는 사람인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아마 쇼이치로의 방식이 맞는지도 모른다. 모름지기 경영이론은 화려한 테크닉보다는 단순한 ‘진실과 실질’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GE의 웰치의 경영방식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포천誌는 “90년대에 GE라는 걸리버(Gulliver)기업은 ‘Speed, Simplicity, Self-confidence’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없으면 쓰러지고 말 것이다. “라고 했다. 사실 GE는 미국 기업경영의 표본으로 현대 경영기법을 주도해 왔다. 전략기획에서 계층구조 확립, 체계적인 시장조사 등 많은 부문에서 GE는 경영을 복잡하게 만드는 Think-Tank였던 것이 사실이다. 80년대의 GE는 현재의 GM처럼 하나의 커다란 관료주의 그 자체였다. 이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 위해서는 누군가 거물이 필요했으며 웰치가 그 일을 해냈다. 포천誌는 “이제 GE는 낡은 관행을 버리기 시작했다. 웰치는 기업가정신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했으며, 이로써 미국에서 가장 추앙받는 CEO가 되었다. “라고 썼다.

화교들의 경영방식

화교들은 기업가정신에 관한 한 세계최고이다. 사실상 100% 기업가정신에 의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콩의 빅터풍(Victor Fung)도 이러한 성공적인 기업가중 한 사람이다. 하버드에서의 교수생활을 청산하고 1976년 고국에 돌아와 조부가 85년 전에 세운 리앤풍(Li & Fung)社를 홍콩 최대의 무역회사로 성장시켰다. 1986년 빅터는 동남아 중소기업을 상대하는 혁신적인 신세대 상업은행인 프루덴셜 아시아(Prudential Asia)사를 설립했다. 그는 화교의 경영방식에 대해 다음같이 말한다.

화교는 동남아 전역에 퍼져 활약하는데 어떤 나라에서는 인구기준으로 1∼2%에 불과하지만 그 나라 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아마 1990년대에는 일본과 아시아지역에서 재미있는 대결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화교들은 회사를 세울 때 대기업으로 운영하는 법이 없다. 중국 속담에 ‘3대까지 이어지는 기업이란 없다’는 말이 있다. 또 ‘중국인 한 사람과 일본인 한 사람을 비교하면 중국인이 더 창조적이고 추진력 있고 똑똑하지만, 중국인 열 사람과 일본인 열 사람을 비교하면 언제나 일본인이 더 앞선다. ‘는 말도 있다. 중국인은 여럿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개개인이 모두 Boss가 되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가정신과 보스지향적인 기질은 화교 조직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이다.

화교의 또 하나의 특징은 소유와 경영의 구분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서구식 사고방식으로 보면 아주 간단한 이 개념이 중국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화교들은 회사를 소유하면 당연히 모든 경영권도 같이 가지는 것으로 믿는다. 이는 화교회사들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점이다. 시간이 흘러 설립자의 친족이 모두 사라지면, 경영은 끝이 난다. 그러나 최근 20년 동안 MBA 출신 2세들의 참여가 많아지고 있다. 이들이 미약하나마 화교의 경영방식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또한 자국 내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국제화가 진전되면서 가족경영체제로는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하여 기업규모가 커지면서 화교기업들도 그들의 가족중심의 문화에서 차차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빅터는 회사를 키우기 위해 컨설턴트를 부르지 않는다. 비록 그가 하버드 출신이라 할지라도 그의 몸 속엔 화교의 피가 흐르고 있다. 화교기업은 서구식 경영요소를 일부 융합하긴 하겠지만 소위 ‘정신은 없고 기법만 강조하는 MBA式 경영’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80%의 정신과 20%의 기법을 채택할 것이다. 1%의 정신과 99%의 기법으로 운영되는 미국式 기업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비율이 80:20이든, 1:99이든, 혹은 50:50이든 정확한 비율을 찾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본인 ‘단순함’에 충실하는 것이다.

우선, 간단하고도 기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 회사의 경영구조는 얼마나 복잡한가?”

“얼마나 복잡해질 수 있는가?”

“어떻게 이것을 단순화시킬 수 있는가?”

방안13 현장경영의 실천

현장경영과 徘徊 經營(MBWA)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대기업병을 타파하기 위해서 톱은 물론 경영층과 간부들은 ‘현장경영’을 몸으로 실천해야 한다. 책상에 앉아 목표만을 챙기는 ‘목표관리'(MBO: Management By Objective)에 의존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탈피하여 현장과 고객을 직접 찾아나서는 ‘배회경영’을 해야 한다.

유나이티드 항공(UA)의 CEO인 에드 칼슨은 이를 ‘눈에 보이는 경영’ 또는 MBWA(Management By Walking About: 걸어 다니면서 하는 경영)’으로 부르고 있다. HP에서도 마찬가지로 MBWA(Management By Wandering Around, 즉 돌아다니면서 하는 경영)가 가장 중요한 전략의 신조로 다루어지고 있다.

오므론의 다테이시(立石義雄) 사장은 ‘현장경영’을 위해 다음의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1) 헬로우, 미스터 프레지던트

사원이 생각하는 것을 편지에 써서 사장 앞으로 보내는 제도로, 사장 취임 후 석 달 동안에 무려 2, 400통의 편지가 왔다고 한다.

(2) 구루마자(車座: 빙 둘러앉기)

사장과 현장의 젊은이 10∼15명이 모여 빙 둘러앉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사장의 생각을 서로 털어놓는다.

(3) 히자쯔메(騰詰め: 무릎을 맞댄 담판)

사장과 전 간부가 일대일로 만나 무릎을 맞대고 담판하여 간부가 담당하는 분야의 과제나 간부가 전사의 과제를 어떤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목적이다.

펩시콜라의 자회사인 프리토레이는 거대한 시장점유율을 지닌 뛰어난 회사로 7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포테이토칩의 봉투 크기를 바꾸고 새로운 맛을 가진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냈다. 즉 혁신이 프리토레이의 특징이다. 프리토레이가 이렇게 변신에 뛰어난 것은 ‘현장경영’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사장인 피어슨(Andy Pearson)은 자기 시간의 40% 이상을 밖에서 지낸다. 그 대부분을 자회사를 방문하는데 사용한다. 자회사를 방문하면 늘 하는 일이 있다. 우선 회사간부가 있는 곳은 무시한 채 불쑥 가장 새로운 브랜드를 다루는 부서 사무실로 직행한다. “어떤가? 시험 판매는 잘 되고 있는가? 저 새로운 제품의 평판은 어때?” 질문 받은 사람은 무언가 부지런히 대답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경영’도 현장경영의 한 유형이다. HP에서 엔지니어는 자신이 씨름하고 있는 신제품을 ‘벤치’로 가져가게 되어 있다. ‘벤치’에서 엔지니어들은 언제나 다른 엔지니어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 중에는 은퇴한 휴렛(Bill Hewlett: HP 창립자)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벤치’에서 신제품을 조사하고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의견을 이야기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분위기이다. 모두가 자신이 만들려고 애쓰고 있는 것을 내놓는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참가하여 다른 사람의 ‘장난감’을 만지작거린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고 있는, 말 많은 동료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재미있고 새로운 ‘장난감’을 그들은 계속 개발해 내는 것이다.

톰 피터스 미국식 경영이 효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간단한 문제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로 경영자가 자신의 부하와 멀어지고 또 고객과도 멀어지고 있는 점이다. 부하나 고객과 ‘접촉하는’것은 컴퓨터를 통해 할 수도 있으며, 곳곳에 설치된 수많은 어두운 회의실 속에서 잇달아 프로젝터에 의해 방영되는 스크린을 통해서 할 수도 없다. 접촉한다는 것은 직접 만나 오감으로 느끼고 정보를 손에 넣는 것이다. 바로 MBWA를 실천하는 것이다. 배회경영이야말로 평범한 방법으로 비범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방법을 통해 리더십은 효과적으로 발휘되고 경영성과는 올라간다.

MHWA에서는 다음 세 가지 점이 중요하며, 이는 일반적으로 동시에 일어나야 효과가 있다.

(1) 듣는다

이는 ‘접촉’하는 것의 일부이며, 고객으로부터, 부하직원으로부터, 협력회사로부터 직접 꾸밈없이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듣는다’는 행동에는 배려와 존중의 뜻이 담겨 있다.

(2) 가르친다

MBWA는 또한 ‘가르친다’ (그리고 ‘코치한다’)는 것이다. 가치관은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전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특히, 리더의 가치관은 가볍게 던지는 질문, 현장을 방문했을 때 어디서부터 살피고, 무엇에 관심을 보이는가 하는 사소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을 통해 상징적으로 전달된다.

(3) 돕는다

‘배회하는 리더’는 직접 일을 도울 수도 있다. 리더가 봉사자가 되고, 보조자가 되고, 관료주의로부터, 그리고 관료적인 사람으로부터 종업원을 지켜준다.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한 공간이 30평방미터밖에 되지 않아 곤혹을 겪고 있거나, 10명의 고객을 주말에 초대해서 시제품을 사용하고 의견을 달라고 하고 싶은데도 백만 원의 초대비용이 없어 고민하고 있는 경우는 늘 있기 마련이다. 당신의 권한이 아무리 크다 해도 그때 그 자리에 당신이 없으면 실행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현장경영은 리더 스스로는 물론 부하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독려 해야만 실천될 수 있다. 그들은 상사의 허락 없이는 아무데도 갈 수 없는 것이다.

아코(Arco)社의 회장인 워터맨(Bob Waterman)은, 천성적으로 배회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그의 부하직원 앤더슨(Bob Anderson)에 관해 이렇게 밝히고 있다. “앤더슨이 현장에서 전화를 했는데 내가 사무실에 있으면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 월마트의 월튼(Sam Walton)도 사원이 사무실에 있으면 몹시 기분 나빠한다. 또한 P&G 어느 제조부원은 이렇게 말한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서 가장 혹독하게 꾸중을 들은 일은 관리직이 되고나서 였습니다. 어느 날 아침 신시내티의 본사에서 온 임원이 느닷없이 제 사무실에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제가 그곳에 있다는 걸 발견한 거지요. 노기등등하게 나무라더라니까요. ”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는 예외적인 사례로 취급받고 있다. 다음의 젊은 브랜드 매니저의 경우가 훨씬 더 일반적일 것이다. 그에게 “한 달에 한번 정도 세일즈맨의 차를 타고 나가는가?”라고 물었을 때, “한 달에 한번이나 나가냐구요? 농담하지 마십시오. 상사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사무실을 지키고 있지 않으면 난리가 나는 걸요. 순간적으로 자료를 챙겨 올라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MBWA는 여기서는 기껏 화장실에 가는 것이지요. ”

MBWA는 크게

(1) 현장을 방문하는 MBWA

(2) 사원과 함께 하는 MBWA

(3) 고객을 만나는 MBWA[172]

(4) 협력업체를 방문하는 MBWA 등이 있다.

현장을 방문하는 MBWA

MBWA는 말로는 간단하지만 실행하기는 어렵다. ‘이리저리 돌아다닌다’고 해도 어쩌다 한번 현장을 찾아간다면 이는 ‘공포의 사건’이 되고 만다. 방문하는 쪽에서도 공포이며, 방문을 받는 쪽에서도 공포이다. 평상시에 얼굴을 내밀지 않던 사람이 오랜만에 찾아오면 국가원수의 ‘공식방문’처럼 된다. 그 결과 보여주는 것은 모두 진실한 모습을 감춘 것이다. MBWA는 ‘공식방문’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직접 만나고 정확한 현상과 정보를 얻음으로써 경영전략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MBWA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공식방문’이나 ‘호의적인 고객을 뽑아 방문하는’ 방법으로는 절대 효과를 올릴 수 없다. 공식방문의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자주, 정기적으로 혹은 매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이다.

‘공식방문’을 피한다는 것은 항상 소리소문 없이 방문한다는 뜻은 아니다. 널리 알리고 기정사실이 되어야 한다. 리더가 언제 불쑥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리더가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서 나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모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석유를 탐사, 채굴하고 있는 아르코(Arco)사의 앤더슨(Anderson)은, 우선 MBWA를 할 때 다른 사람을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 5∼6명의 스탭이 따라다니면서 옆에서 메모하거나 영업소가 준비한 보고서가 부실하다고 톱의 기분을 먼저 알아차려 고개를 흔들거나 혀를 차는 아부꾼들을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디부터 둘러볼 것인지 순서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앤더슨은 현지 사무소에 도착하자마자, 지질이나 지구물리 전문가들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토지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일상적인 회의를 하고 있는 곳으로 향한다. 앤더슨이 도착해서 그곳의 소장과 한 시간 이상 사무실에 틀어박혀 경영전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 그는 거의 아무런 예고도 없이 와서 그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어느 건설회사 사장 역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한 부장은 이렇게 밝히고 있다. “사상이 건설현장에 오면, 가는 곳은 언제나 정해져 있습니다. 크레인을 조종하고 있는 노동자나 용접공이 있는 곳으로 직행합니다. 책임자는 언제나 맨 마지막이지요. ” 윗사람은 언제나 맨 마지막이다. ‘아래’사람들을 먼저 만남으로써 얼마나 그들을 중시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아랫사람’이긴 하지만 기업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임을 알리는 것이다.

특히 유의할 점은 MBWA를 잘못하면 ‘권한위양’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권한위양이야말로 경영에서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여기 두 사람이 있다. 두 사람 모두 고도첨단기술기업에 관계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잘 돌아다닌다. 일단 배회경영을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한 사람은 그가 MBWA를 할수록 부하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데 반해, 다른 한 사람은 그가 다녀가면 오히려 상황이 나빠져 버린다. 그가 잘되기를 바라면서 무슨 일인가를 하면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그 중의 한 사람은 올리버(Barney Oliver)로 HP의 전임 연구개발부장이다.

올리버는 누구보다도 우수한 과학자이다. 게다가 개인적인 정분에 흔들리지 않으며 업무에 관해서도 대단히 엄격한 사람이다. HP연구소에서 실천한 그의 방식은 효과적인 MBWA의 표본이다. 그는 격의 없이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서로 통함으로써 ‘아랫사람을 신뢰하여 업무를 맡기는’ 일을 실행에 옮기고 MBWA를 효과적으로 실천했다. 올리버는 언제나 연구소에 얼굴을 내밀어 잡담을 나눈다고 한다. MBWA를 위해서는 수다를 떨 자료도 많이 갖고 있어야 한다. 그는 연구원들이 다루고 있는 업무를 보고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한다. 그러나 어떤 대답이 되돌아와도 쩔쩔매는 일이 없다. 따라서 연구원들은 뭐든지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

올리버 역시 자신의 생각을 숨김없이 털어 놓는다. 올리버와 이야기한 다음에 연구원들은, 실로 많은 것을 배웠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다루고 있는 프로젝트는 여전히 자신의 일이라고 느낀다. 즉 올리버는 프로젝트를 자기 것으로 빼앗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무엇을 해라. 다음에는 어떻게 하라”고 상대방에게 명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다른 한 사람 역시 연구소 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그리고 그 역시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그러나 그가 돌아가고 난 다음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진지한 의논이 이루어졌지만, 결국 그는 명령을 내린 셈이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의 허락이 떨어지면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은지 빈틈없이 결정된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그의 방문으로 몹시 혼이 난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6분간 이야기를 했는데 그는 내가 넉 달간 매달려온 프로젝트를 사실상 빼앗아가 버렸습니다. 그가 돌아갔을 때 그 프로젝트는 더 이상 나의 일이 아니라, 그의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

요점은 MBWA에서는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냉철함을 가지면서도 아울러 부하가 활동할 여지를 넓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배회경영자’는 느릿느릿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어이 어때?” 혹은 “애들은 잘 커?”라든가 “잘되어 가지 않아?”라고 말을 건네기만 한다. 아이들이나 부인이 있다고 알고 있는 경우에는 아이들이나 부인의 안부를 물어도 괜찮다. 그러나 MBWA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정도는 결코 아니다. MBWA의 진정한 목적은 업무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부하가 어떤 일로 곤란을 겪고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며, 적절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신의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나타내는 행위이다.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함으로써 서서히 가치관을 전하는 것과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양자 사이에 선을 긋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그대로 명령으로 되어 바위처럼 큰 힘으로 누르는 일이 대단히 많기 때문이다. 뛰어난 ‘배회경영자’는 커다란 틀을 제시하고 도달해야 할 목표를 그려줄 뿐 ‘이 다음에는 이 세 가지를 실행해야 한다’라고 ‘시사’해서는 안된다. 진정한 ‘배회경영자’는 부하들의 활동범위를 좁히지 않고 넓혀 준다. 그들에게 비전이라는 틀 안에서 더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다.

톰 피터스는, 현장을 방문할 때는 다음 사항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173]

1.’나는 경청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이라고 적은 메모카드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녀라.

두 사람만이 만났다면 본인이 말한 시간과 경청한 시간을 분석해 보아라.

2. 메모하고 피드백을 약속하고 또 피드백을 해주어라.

사소한 일은 즉석에서 또는 24시간 내에 바로 잡아라. 메모를 하게 되면 경청의 효과가 증대된다. 왜냐하면 메모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이 진지하게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한 일은 즉석에서 또는 당신이 사무실로 돌아간 뒤 얼마 안되어 무언가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사람들에겐 인식시키는 일이다. 예컨대 모든 사람들에게 성가신 규정을 없앤다든가, 고장 난 화장실이 3시간 이내에 수리된다든가, 1주일 이내에 주차장에 등이 새로 설치된다든가 하는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3. 명령계통을 통해 당신이 취해야 할 조치를 수행하도록 만들어라.

작은 문제점에 관련된 사안은 직접 조치하지만, 당신이 계획하고 있는 바를 명령계통을 통해 알림으로써 당신이 취해야만 하는 조치 중 많은 부분을 당신을 대신하여 수행케 하라.

4. 정보제공자를 보호하라.

당신이 경청하고 여러 가지 일을 바로잡는 결의를 보이면 때때로 측근의 경로를 통해 흘러들어 오는 솔직한 진실이 더욱 많이 들어온다. 그러한 정보를 신중하게 활용하고, 당신 나름대로의 정보망을 운용하여 정보제공자가 성난 감독자로부터 화를 입지 않도록 보호해주어라.

5. 인내심을 가져라.

당신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10명이 근무하는 구매부서에서조차도 당신을 조심스럽게 대할 것이며 당신이 약간 화를 냈을 때 대하던 것처럼 대할 것이다. 때때로 당신은 다소 비생산적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마음 편히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수십 년간의 관계로 굳어진 의사소통의 부재에 도전해 보아라. 오직 수많은 반복만이 그들의 마음을 열게 한다. 신속한 후속조치를 반복해서 취해 주는 일만이 그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깨닫게 해 준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보여주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6. 경청하되 약간의 이야기는 해주어라.

설교하는 식으로 말하지는 말고 당신의 주된 지침을 알리기 위해서 업무를 꾸려나가는 방법이나 과도한 서류업무를 처리하는 방법 등과 같이 사소하면서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라. 서류업무가 너무 많다고 비명을 지르는 대신 “이건 확실히 잘못된 일이요. 이 기계에 들어가는 17. 95달러짜리 스페어 부품 하나를 신청하는데 세 차례의 결재가 요구되는 두 장의 서류양식이 필요하니, 기계가 고장 나서 생산라인이 중단되기 전에 수리할 수 있겠소?”라고 웃어 넘겨라. 그러고 나서 그 순간부터 그러한 서류양식을 없앤다고 선언하라. 그리고 그다음 주에 정말로 없어졌는지를 확인하라.

7. 방문한다는 사전정보를 약간만 흘리되 혼자서 방문하라.

방문사전통보를 약간만 하라는 것은, 사람들을 ‘급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특히 ‘본사’에서 파견된 중간관리자가 시찰할 때조차도 진실이 은폐되는 공식방문의 허점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당신이 어떠한 ‘관리층’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수행원이나 기록원을 대동하지 마라. 메모는 스스로 하라.

8. 야간교대조에서 일해보고 기초훈련과정을 밟아보아라.

물론 사람들이 당신을 ‘이상스런 눈으로’ 대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결의가 진지하다면 사람들은 당신을 진심으로 대할 것이다. 당신이 서투르건 서투르지 않건 간에 열심히 시도하라. 시도하면 당신은 돋보이게 될 것이다.

9. 다른 사람들이 가시적 관리를 하는데 저해하는 요구사항을 부지불식간에라도 하지마라.

당신은 입으로는 모두 나가서 돌아다니라고 말하면서 한편으로는 특정한 자료에 대해”지금 당장 가져오시오. 두 시간만 있으면 은행사람들과 회의를 해야 한단 말이오”라고 할 수 있다. 만일 당신이 “나가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내가 찾을 때는 언제나 사무실에 붙어 있을 것”이라고 붉은 글씨로 된 게시물을 내려 보냈다면 현장경영은 끝장이 난다.

10. 자기 자신과 동료들을 나가돌아다니게끔 독려하라.

직접적으로 알아야만 대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라.

예컨대 “알다시피 우리는 선적에 않은 오류를 범하고 있소. 선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야간근무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새로 도입한 컴퓨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개별 주문 몇 건을 자세히 검토해 봅시다. 서류를 누가 가져왔나요? 얼마나 걸렸죠?”라는 식의 질문을 던져라.

부하직원이 직접 밖에 나가서 알아보지 않고서는 다른 도리가 없을 때까지 계속 질문을 던져라.

사원과 함께 하는 MBWA

스탤리(Phil Staley)는 뉴저지洲 에디슨에 있는 낡은 포드공장을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시켜 놓았다. 그가 한 일은 단지 사원들과 함께 자리를 한 것이었다. 그는 매일 공장을 돌아다녔다. 단지 돌아다닌 것이 아니었다. 공장의 뒤편에서 사원들을 위해 바베큐 요리를 시작했다. 나중에는 그것을 어느 정도 공식화시켜 ‘스탤리의 스테이크 하우스’를 공장 내에 차리게 되었다. 그리고 하루에 2∼3시간, 스테이크를 구우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턴뎀 컴퓨터의 설립자인 트레이빅(Jimmy Treybig)은 종업원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실행에 옮겼다. 전 세계의 턴뎀 시설(공장, 사무실)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맥주파티’가 개최된다. 누구나 전부 참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이 두 시간 사이에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유전공학의 선두주자인 제넨 테크(Genen Tech)사도 정기적으로 이 같은 모임을 갖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단지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이다.

HP에서는 각 사업부별로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이 주일에 한번 정도는 전원이 모인다. 그에 따른 비용은 막대하다. 적어도 그것만 본다면 대단한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이다. 그러나 그것은 계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전원이 한곳에 모여 각자의 성과와 경험과 성공담을 이야기함으로써 일에 의욕이 생기고, 팀워크와 가족적 연대감이 일어난다.

협력회사를 방문하는 MBWA

미국식 경영과 대조되는 일본식 경영의 특징 중의 하나는 협력회사와 메이커 사이에 장기간에 걸쳐 가족적인 관계가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도 밀리켄 같은 회사에서는 예외적으로 이런 관계가 이루어져 있다. 양측의 생산직사원들이 서로 상대방 회사를 방문하고 있으며, 고객회사의 종업원을 회사에 초대하여 회사의 품질개선팀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견학시키고 있다.

막스 앤드 스펜서(Marks & Spencer)의 회장인 시프(Marcus Sieff)는 본인을 포함한 25명의 임원들이 매년 적어도 40여 협력회사를 반드시 방문한다고 강조한다. M&S의 평등주의에는 엄격한 면이 있다.

M&S에는 감사팀이 있다. 협력회사를 방문하여 품질기준이 지켜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거나 개선하도록 안내한다. 이 회사에게 있어서는 1%의 하청대금 할인을 요구하는 따위는 의미 없는 방식이다. 그보다는 협력회사 종업원의 복리후생에 상당액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편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양질의 노동환경은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사원식당의 청결유지는 특히 중시된다. 그리고 협력회사를 위해 종업원의 광범위한 복리문제에 관한 무료연수회가 마련되어 있다.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회보는 최선의 기술개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으며, 직접적으로 품질개선에 도움이 되거나 혹은 종업원의 사기를 진작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 회사와 오랫동안 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는 어디나 대단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

시프의 이 말은 그러한 성과가 M&S식 경영의 성과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여기에 발걸음을 함께 하지 않는 협력회사는 탈락하고 만다. 이를테면 어느 식육업자의 경우 종업원의 노동조건이 대단히 악화되었다.

“그 업자와는 거래가 계속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식당의 화장실 상태는 말할 것도 없고, 벽에는 곳곳에 얼룩이 묻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나는 석 달간 말미를 줄테니 개선하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에 가보니 전혀 개선되어 있지 않더군요. 그 업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설마 우리와의 거래를 끊지는 않겠지요. ‘ 한 달 후 나는 2주 뒤에 거래를 끊는다고 통고하였습니다. ”

-스미스와 클러터벅[174]

도미노 피자에서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정기적으로 ‘협력업체에게 감사하는 날’을 정하여 화려하게 하루를 보낸다. 도미노의 사원은 대거 위스콘신의 치즈 메이커나 캘리포니아의 올리브 농가에 몰려가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면서 교류를 증진시킨다. 임원인 스미스(Jeff Smith)는 이를 좋은 방법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들은 가족의 일원이지 않습니까?” 도미노 피자는 협력업체와의 가족적 관계를 社是로 표현하고 있다. 또 협력업체와 ‘함께 돌아다니는’경영을 한다. 함께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접촉한다. 서로의 거리를 좁히고 양측의 조직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러운 인간미가 넘치는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상투적으로 인사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고맙습니다’를 말하는 것이다.

방안14 부문이기주의 타파

부문이기주의가 문제시되는 이유

과거 경영상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던 ‘부문이기주의’가 최근에 대기업병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시장과 고객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즉, 생산자주도형 시장이 고객주도형 시장으로 바뀌면서 시상의 주도권이 기업으로부터 고객에게 넘어가게 되고, 고객은 기업에게 까다롭게 주문하기 시작한다.

오늘날 고객들은 이전과 같이 단순히 ‘싸고 좋은 물건’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쯔비시총합연구소의 佐藤公久 이사(사회-공공본부장)

대량생산체제를 고수하고 있던 동안에는 조직 간에 벽이 있어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전임직원이 자기부문에서 보다 좋은 기술로 보다 좋은 제품을 열심히 만들어 내고 원가절감에 전력투구를 하면 고객이 만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고객은 원가절감이나 좋은 기술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가격이나 품질과는 별도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단순기능을 가진 제품보다는 복합적인 상품을 요구한다. 여기서 조직 간의 벽이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고객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서는 회사의 전기능이 힘을 모아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조직 간의 벽이 두껍고 높아 고객의 니즈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자 이를 ‘부문이기주의’로 부르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은 언제나 고객과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고객지향적으로 되어 있다. 고객의 고충과 원하는 용법을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다. 대기업이 되면 이런 것이 잘 되지 않는다. 아사히 맥주가 성공한 이유는 고객지향적인 드라이맥주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아직까지 좋은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잘 팔린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호응도가 떨어지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松阪대학 정치경제학부의 鹿兒治利 교수

이러한 부문이기주의가 생기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사업부제도와 목표관리제도’의 역기능이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이를 핵심적인 경영제도로 채택하고 있다. 이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조직구성원들 간에 경쟁심을 유발시켜 높은 성과를 올리도록 하는 좋은 제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모든 좋은 제도의 이면에는 어두운 면이 있듯이 이 제도의 역기능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부문이기주의이다. 회사를 여러 본부와 사업부로 나누고, 조직책임자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되, 사업부별로 목표와 실적에 따라 엄중히 신상필벌을 한다. 이 방식은 자율경영이라는 차원에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으나, 부문 간의 경쟁이 너무 강조되다 보면 전사의 실적보다는 본부의 실적을, 본부의 실적보다는 사업부의 실적을 먼저 챙기게 되는 부문이기주의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日立는 일본에서도 가장 엄격하게 사업부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사업부가 3년간 연속해서 적자를 내게 되면 공장을 패쇠한다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과거 일본 國鐵이 JR로 민영화되면서 있었던 일화가 있다. JR은 과거 國鐵시대에 열차를 수의계약으로 매입하던 방식을 경쟁입찰로 전환했다. 마침 東京에서 日立市까지 운행하던 조반線의 열차가 낡아서 교체할 필요가 있게 되자 JR은 경쟁입찰공고를 냈다. 대부분의 사람은 조반線은 거의 日立의 직원이나 협력업체, 가족이 타고 다니므로 당연히 日立가 수주할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나 결과는, 川崎重工業으로 낙찰되었다. 그 후, 川崎는 열차를 만들어 납품했고, 조반線위를 운행하는데, 그 열차의 옆면에는 ‘NEW-HITACHI’라는 이름이 적혀 있어, 많은 신문이 이를 가십거리로 다루었다. 日立의 명예가 땅에까지 실추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日立의 전동차사업부에서 입찰 시 JR의 예상입찰가를 알고 있었다는데도 日立가 입찰에서 졌다는 사실이다. 전동차사업본부장은 예상입찰가를 알고서도 그 가격으로는 채산성을 맞출 수 없어, 회사의 명예는 무시하고 높은 가격으로 입찰한 것이다. 이는 일본 기업 간에 회자되던 부문이기주의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JEMCO의 村田 상무(교육본부장)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부문이기주의를 타파하고 조직을 유연하고도 고객지향적으로 이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조치가 필요하다.

(1) 조직 간의 벽을 허문다.

(2) 부문 간의 NIH 신드롬을 타파한다.

(3) 기능횡단팀(Cross Functional Tea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부문 간의 협력체제를 강화한다.

(4) 전임직원에게 프로세스 사상을 고취시켜 수직적인 관리를 넘어선 ‘수평적인 조직관리’를 유도한다.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을 추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5)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기능전문가’나 ‘영역보호자’가 아닌, ‘촉진자’ 또는 ‘기능 간 장벽 타파자’로 바꾼다.

부문 간의 ‘NIH신드롬’ 타파

NIH는 ‘조직 강하좌우간의 벽’으로 인해 생긴다. R&D 부문에서 연구를 거듭한 결과 새로운 생산기술을 개발하여 제안했을 때 생산부문에서 “그런 기술을 이용해도 어차피 안된다”라고 무시하거나 진심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모처럼의 신기술이 수포로 돌아간다. 이런 증상은 조직 횡단적인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부문이기주의’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NEXT紙는 NIH 신드롬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현 상]

1. 혼자서 무엇이든 하려 한다.

2. 다른 사람과 다른 부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3.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4. 들은 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5. 자신의 일만 정력적으로 열심히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한 주위의 감정]

1. 그는 완고하다.

2. 그와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 말해도 소용이 없다.

3. 그는 바쁜 것 같다.

[현상의 본질]

자신의 발상 외에는 아무것도 수용하지 않는다. (Not Invented Here)

부문 간이나 개인 간의 NIH증후군에 대한 대처방법으로 中京大의 日比野省三 교수는 세 가지를 제안한다. [175]

  1. 회사 내에서 세미나 같은 모임을 개최하여 반발하는 사람들을 우리 편으로 ‘敎化’
  2. 미국인들이 즐겨 이용하는 방법을 ‘개혁을 하지 않으면 회사는 미궁에 빠지게 된다’라고 위협하고 공포감을 주어 상대를 끌어 들이는 ‘操作’
  3. 바게닝, 즉 새로운 아이디어에 발맞춰 주는 사람에게 보상금을 부여하는 ‘賄賂’

그러나 이런 3가지 방법을 상대가 알아차릴 때는 상호신뢰가 무너지고 시도는 실패로 끝난다.

이때에는 NIH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위험성도 있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는 반발하는 상대의 목적, 가치관, 행동을 바꿀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상대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日比野省三 교수

보다 근본적으로는 조직 전임직원이 도덕성을 회복하고, 회사의 가치관을 공유하며, 상호 의사소통을 활발히 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의사소통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조기출퇴근제도와 자가운전의 대중화로 ‘노뮤니케이션’의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서는 옛날부터 귀갓길에 동료, 부하와 한잔 하는 노뮤니케이션(마시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 오늘날 젊은 사원들은 서구화되어 근무시간외까지 회사에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본의 전통적인 네마와시 문화, 회식문화는 네트워크 형성과 가치관 공유와 결부되어 있어 이것이 NIH증후군을 미연에 방지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방식이 점점 통하지 않는다.

-中京大의 日比野省三 교수

기능횡단팀(Cross Functional Team)

기능횡단팀도 ‘부문이기주의’를 제거하는 훌륭한 방법 중 하나이다. 특히 이를 통해 신속한 제품개발을 함으로써 고객의 니즈에 맞는 신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

통상 신제품개발 기간이 지연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처음부터 개발계획에 여러 기능부서가 함께 참여(병렬식 개발)하지 않고 직렬식으로 개발하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개발활동의 75%가

1. 수직적 조직을 오르내리며 메모와 회의록을 보내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2. 순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소모된다.

-톰 피터스

결국 해답은, 모든 주요 기능부서의 전문가들을 혼합해서 팀을 구성하고 그들로 하여금 전통적인 권위를 상호 인정하는 체제로 운용하게 하는 것이다.

메이디크(Maidique)와 지르거(Zirger)가 첨단기업의 신제품 도입에 관해 연구한 내용에 따르면,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인이 바로 프로젝트의 초기단계에서부터의 ‘아이디어 창조부서와 제조 및 시장담당부서의 동시적인 참여’에 있다고 한다. 일본의 성공사례를 분석한 자료도 이와 마찬가지로 개발단계에서부터 제조기능성에 관심을 두고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제조부문 전문가들이 모여서 협력해야 하며, 보수적인 미국의 기능별 경영방식에서 탈피한 경영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176]

3M은 항상 그렇게 해왔고 HP도 마찬가지이다. 프리토레이社는 1970년대 중반에 제품개발에 기능횡단팀을 활용하는 조직개편을 통해서 제품개발기간을 단축시켰다. 이는 회사 내에는 관료주의와 위계질서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감이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수월하게 성취할 수가 있었다. 최근 듀폰이나 P&G 처럼 지극히 기능중심적이고 수직체계를 지향하던 회사들도 서둘러 과거의 낡은 기능적 장벽을 무너뜨리고 기능횡단팀을 도입함으로써 관료적인 병폐를 제거하는 대대적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기능횡단팀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클라이슬러의 ‘플랫폼팀’이다. 최근 미국경제가 전반적인 대세 상승국면을 보이면서 미국경제의 핵심인 ‘Big-3’의 주가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 93년 전 세계 자동차업계의 챔피언이 크라이슬러라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미국시장의 판매량이 205만대로, 19. 9%의 비약적인 신장률을 보였다. 시장점유율도 0. 9% 높인 14. 8%로 끌어 올렸다, GM의 점유율이 0. 2% 하락하고 판촉에 총력을 투입한 포드도 0. 4% 상승에 그친 것을 보면, 크라이슬러의 성과가 얼마나 빛나는 것인지 알 수 있다. 크라이슬러는 작년에 20억 달러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이는 GM과 포드 두 회사의 수익을 합한 것보다 많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9개 회사 수익 총계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이다. 94년의 전망도 매우 밝다. 시판되기도 전에 대단한 성공작이라고 평가가 내려진 소형차 ‘네온’이 94년에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이 같은 변신은, 물론 저절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 부품들을 표준화 시키고 선택사양 수를 줄인 게 생산단가를 낮춘 전략에 큰 기여를 했다. 또 부품업체를 끌어안고 있지 않았던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북미지역에만 매달린 것도 결과적으로는 플러스로 작용했다. GM과 포드처럼 유럽의 극심한 경기침체로 골머리를 썩일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크라이슬러의 개발팀인 이른바 ‘플랫폼 팀’의 운용방식이다. [177] 플랫폼팀은 설계∼판매까지 모든 부문의 담당자가 新모델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용되었다. 자동차업계의 기존 시스템과는 다른 하나의 실험이었다. 지금까지 디자이너들은 설계만 하면 되었고 엔지니어들은 부품들을 개발하고 공장에선 조립하면 되는, 연속적이지만 순차적인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플랫폼팀은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때 설계-생산-판매담당자가 유기적인 체계를 유지하고, 필요할 때마다 공식-비공식 루트를 통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판매전문가도 설계팀에 참가하여,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생산팀에선 어떤 설계가 작업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지 검토했다. 나아가 재정담당, 자재 조달업자, 부품업자까지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개진했다. 이렇게 되어 의사결정 속도는 무척 빨라지고, 회사는 좀 더 넓은 안목을 가질 수 있었다. 150명이 개발의 핵심이 되어 6백 여 명의 기술자, 289개사의 협력회사, 그리고 현장기능공까지 동원되었다. ‘네온’의 개발비가 13억 달러였고, 개발 착수부터 생산까지 불과 31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플랫폼팀이 성공적으로 운용됐음을 반증한다. [178] 플랫폼팀이 운용되면서 크라이슬러는 속속 새로운 모델을 내놓은 기민함을 보였고, 디자인도 과감해졌다. 그만큼 자신감을 가졌다는 것이다. 플랫폼팀이 사용한 기법은 同期設計(Concurrent Engineering)이었다. 크라이슬러의 신형지프나 LH카의 개발 때도 채용한 기법이지만 ‘네온’의 경우엔 극단적이라 할 정도로 그 개념을 적용했다. 모든 지혜를 동원해 개발비를 억제하지 않으면 프로젝트 자체가 중지되기 때문이었다. 고객의 요구를 설계에 담기도 했고 일본 메이커가 쓰고 있는 불량제거조립기법도 채용했다. 현장 근로자에게도 최대의 재량과 책임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플랫폼팀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능횡단팀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몇 가지 요인을 들 수 있다.

(1) 관련된 전부서가 참여한다.

큰 프로젝트의 경우는 고객, 유통업자, 공급업자, 마케팅담당자, 법률가, 제조요원, 엔지니어, 디자이너, 그리고 관리자는 물론 평사원들이 처음부터 개발에 참여한다. 작은 프로젝트는 HP, 3M, 밀리켄의 고객행동팀의 수준처럼 인원을 축소한다. 그러나 개발팀에는 최소한 디자이너, 엔지니어, 제조부서담당자, 구매담당자, 회계사, 마케팅 담당자, 판매나 서비스부서의 파견인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2) 동시에 풀타임으로 참여한다.

핵심인력들, 최소한 디자인, 제조, 마케팅을 맡은 인력들만이라도 처음부터 풀타임으로 함께 일을 진행시킨다. 보상은 팀 전체로 돌아가야 한다. 풀타임으로 일했다면 비록 그 기간이 짧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팀의 업적에 따라 공평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3) 공동의 장소

콘크리트나 석회벽은 팀워크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수많은 사례연구들은 얇은 벽이나 불과 몇 피트 안되는 칸막이조차도 의사소통에 심각한 장애를 가져온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모든 팀구성원들은 ‘함께 모여 생활’해야 한다.

(4) 의사소통

의사소통은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수 있다.

록히드사에서의 최초의 ‘스컹크 웍스’인 ‘무서운 아이들’은 예상경비의 일부밖에 쓰지 않고도 평균개발기간의 1/10 이하의 기간에 복잡한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웨스트(Tom West)가 이끈 데이터 제너럴(Data General)社의 ‘스컹크 웍스’와 뉴먼(Gerhard Neumann)이 이끈 GE의 항공기 엔진개발활동도 분석되었다.

이 세 집단의 리더들은 여러 면에서 특별한 점이 있었다. 공통적인 점은 한결같이 전형적인 기능부서간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매일매일 회합과 브리핑을 갖고, 보고서를 써서 모든 사람들에게 회람하는 일이 공통적인 규범이었다. 이것을 대체할 수 있는 특별한 대안은 절대로 없다.

-톰 피터스

효과적인 공동의사 결정도 고려해야 한다. 모든 기능의 대표자들이 모여 정기적으로 의사결정 회의를 개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위 ‘대리참가’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세우는 것이다. 즉 누가 그 회의에 참석하든 그에겐 그 분야에서는 절대적인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기계와 기계간의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신기술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예컨대, CAD/CAM의 중요성을 들 수가 있다.

(5) 자원공유의 함정

타이어원료 시장에서 듀폰이 셀라니즈에게 패배한 원인은 ‘자원을 공유’한데 있었다. 듀폰은 이미 설립되어 있던 나일론 부서 밑에 타이어원료 개발센터를 추가시켰던 것이다. 결국 그것이 타이어원료의 실험노력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자원을 중복투자할 충분한 여력이 없을 때는 실험실이나 공장의 일부, 또는 마케팅이나 서비스부서의 일부를 신제품 개발팀이 전용토록 한다.

(6) 외부인의 참여

공급업자, 유통업자 그리고 최종 고객들은 처음부터 개발과정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회사가 그들을 믿고 처음부터 그들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하면, 그들도 회사를 신뢰한다. 그렇게 되면 그들에게서 많은 기술혁신 아이디어가 나온다. 이는 적대적인 관계를 협력적인 관계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프로세스 중시 사고의 함양

조직 간에 부문이기주의가 발생하는 것은, 과거 피라미드형 조직구조 아래서 모든 사람들이 분업화, 세분화, 전문화된 업무를 처리하는데 익숙해 있는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다. 회사전체의 업무를 기능별로 세분화시키고, 공식적인 기준이나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던 ‘수직적’ 관리방식은 부문 간의 벽을 높게 쌓게 했다. 이러한 조직 간의 벽을 허물고 ‘수평적’ 관리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개념이 조직 전체에 확산되어야 한다. 시장의 주도권이 고객에게 넘어간 현 상황에서, 각 부문이 기능별로 대응해서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다. 즉 고객에서부터 시작해서 고객에서 끝나는 프로세스를 얼마나 고객요구에 맞도록 운영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요체가 된다. 고객이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의 기능-성능-디자인이나, 가격, 품질, 납기, 서비스 같은 경쟁요인을 찾아내서 이에 맞도록 회사의 프로세스를 고쳐나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1) 우선 전조직에 ‘프로세스’적인 시각을 불어 넣는다.

(2) 작고 쉬운 프로세스를 개선해봄으로써 성공경험을 조기에 축적한다.

(3) 본격적인 BPR의 추진을 시도한다.

(4) 기능횡단팀을 활성화시킨다.

(5) 조직구조를 수직적 피라미드 구조에서 수평적 문진형 구조로 바꾼다.

그 전형적인 사례를 세이코 엡슨의 PC사업부에서 찾을 수 있다. [179]

〈세이코 엡슨의 패러다임 변화〉

먼저 전체적인 개혁구조를 간단히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의 PC시장은 가격경쟁으로 판가가 내려가고 수요도 급속히 감소하자 엡슨은 91년에 적자를 기록했다. 엡슨은 80년대 NEC PC의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호환 PC를 개발하여 시장점유율을 늘림으로써 PC사업을 급성장시켰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장구조나 환경은 근본적으로 변했다. 이에 엡슨은 현재의 연장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 CS(고객만족)를 원점으로 하는 전사적인 개혁에 착수했다.

CS라고 해서 판매점에서의 응대법이나 A/S 같이 고객접점 친절도를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CS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CS를 철저히 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익향상으로 연결되지 않는 CS는 잘못된 것이다.

-土橋光廣 엡슨판매회사 사장

먼저, PC사업부는 고객의 진정한 니즈가 어디에 있는지를 철저하게 조사했다. PC업계에서는 끊임없이 기술이 향상되기 때문에 신형 PC를 구입해도 곧 구형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고객은 재구매 의욕을 강하게 느끼면서도 구형모델에 불만을 갖고 계속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 엡슨은 여기에 고객의 진정한 니즈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에 고객 스스로 손으로 쉽게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PC를 개발하는데 착수했다. 예를 들면 노트PC인 ‘PC 486 NOTEAS’는 나사 푸는 것만으로 아마추어가 간단하게 액정 모노디스플레이를 칼라 디스플레이로 바꿀 수 있도록 만들었다. 목적은 칼라 디스플레이의 값이 떨어지거나 보다 고성능화되었을 경우, 고객 스스로가 PC를 간단하게 성능향상(Grade Up)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고객들은 스스로 CPU 보드를 교체할 수 있으므로 PC 본체는 수년간 재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제품개발을 현실적인 것으로 하려면 부품의 철저한 표준화와 설계방법의 개혁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렇게 하면 전용부품의 개발이 줄어들고 기술자도 많이 있을 필요가 없다.

또, 엡슨은 BPR에 착수했다. 엡슨은 스스로 찾아낸 고객 니즈에 기초하여 업무방식을 새로 정하고 제품개발과 제조, 판매구조를 고객밀착형으로 바꾸었다. 동시에 관리부문을 중심으로 300명의 인원을 줄였고 92년도 일본내 PC사업을 흑자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다. 엡슨은 전체 프로세스가 횡적으로 통한다는 의미에서 이 개혁을 ‘One-Piece Project’라 불렀다.

한편 엡슨은 조직의 통폐합 작업도 동시에 추진했다. 특히 ‘고객도 개발에 참가해야 한다’는 발상에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고객접점의 업무는 어떠해야 하고, 배송업무의 서비스는 어떠해야 하는가 등을 조직횡단적으로 검토하여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재설계했다. 기능별로 업무를 개선했던 종래의 방식과는 달리 조직횡단적으로 업무를 재조명해 본 결과, CS향상과 동시에 원가도 대폭 절감되었다.

또 한 가지 장점은 사업전체의 사이클타임을 단축했다는 점이다. 최근 일반적인 경향은 제품을 기술적으로 차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시간을 돈 주고 산다’는 고객의 니즈가 현저하다. 더구나 고객의 니즈는 끊임없이 변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적절하게 시장에 제공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 수 있는지의 여부가 경쟁차별화의 핵심요인이 된다. 결국 어떻게 빨리 신제품을 투입할 것인가 하는 시간승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PC업계에서는 특히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신제품 개발에 시간이 너무 걸리거나 출시 시점을 잘못 판단하면 최악의 경우에 재고가 산더미같이 쌓여버린다. 그래서 엡슨은 조직개혁에서 설계부와 기술부를 통합하여 개발설계부로 하는 등 7개로 세분화된 국내 컴퓨터 사업부의 부문수를 3개로 줄이고, 사업본부제를 폐지하여, 부과장을 위시한 중간직위를 없앰으로써 조직을 플랫(Flat)화 했다. 부문수와 계층을 감소시키면 조직 간의 쓸데없는 조정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 6월 조직개혁을 실시하여 인접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임원을 상호 겸직시키는 새로운 체제를 도입했다. 木村登志男 전자기기사업부장이 판매회사인 엡슨판매의 영업본부장을 겸임하는 것도 신체제의 사례 중의 하나다. 이렇게 함으로써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엡슨의 BPR 추진목적 중 하나는 ‘생산기간의 반감’이다. 이를 위해 10년 전부터 전개해온 S&S(Scrum & Scramble) 활동에서도 주요과제로 삼아 설계와 생산기술 양면에서 검토하고 있다. S&S 활동의 핵심은 만들기 쉬운 제품설계와 개발에 있다. 만들기 쉬울 뿐만 아니라 판매 후 A/S 하기도 쉬운 설계를 중시하고 있다. 이에 정보시스템도 종래 판매부문에서만 운용해 온 정보시스템을 각 사업부에도 연결하여, 온라인화했다. 그 결과 고객의 니즈를 개발-제조부문의 기술자들이 빨리 받아들여 제품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상의 엡슨 사례는 프로세스중심의 사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라 하겠다.

중간관리자의 역할 변화

조직 간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중간관리자의 역할 전환이 요구된다. 중간관리자는, ‘기능전문가’나 ‘영역보호자’의 역할에서 탈피하여 ‘촉진자’ 또는 ‘기능 간 장벽 타파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우수한 경영은 여러 기능부문 전문가의 단편적인 기여에 의해 이루어질 수는 없다. 만일 품질보증부서가 품질관리 프로그램에 대한 독점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든지, 생산관리부서가 재고계획에 대한 배타적인 권한을 가져서는 우수한 경영이 이루어질 수 없다. 스탭마다 각각 다른 기법을 강요하여 라인조직을 질식상태로 몰아간다.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양은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일본인들은 통합을 잘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단지 한 곳, 즉 전략이 수립되는 최고경영층에서만 통합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익숙해져 있다.

-로버트 홀[180]

얀 칼슨은 1980년대 초에 SAS의 운명을 극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 회사는 79∼80년에 수백만 달러의 적자를 보았으나 단지 24개월 후에 다른 유럽 항공회사들이 수억 달러의 손해를 볼 때도, 이 회사는 높은 수익성을 달성했으며 이로 인해 ‘올해의 항공사’상을 받기도 했다. 칼슨은 서비스 부문을 크게 향상시킴으로써 이러한 기적을 이룩했다. 회사의 새로운 영웅들은 일선의 서비스 제공자들이었다. 칼슨은 일선의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만일 필요하다면 그들의 상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최고경영진에게로 가서 앞에 가로놓인 어려움들을 제거하라고 터놓고 말했다. 그는 즉각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 활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그는 중간관리자를 ‘절연층’이라고 불렀다. 칼슨은 그들에게 낡고 전통적인 ‘규칙 해석자’로서의 역할을 대체할 새로운 역할을 요구했다.

중간관리자들은 자율적이 되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전통적이고 수직적인 조직구조에서의 ‘기능영역의 방어자’나 ‘규칙 해석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 대신 중간관리자들은 이전에 고수하고자 애썼던 기능간 장벽을 찾아서 부수어 버려야 할 책임이 있다. 그들은 어떠한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이 일을 수행해 낼 책임이 있다.

다시 말하면 칼슨이 그의 저서 「逆피라미드」[181]에서 결론지었듯이,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예전과는 달라진 것이다.

방안15 권한 부여

부하에게 재량권을 부여할수록, 최고경영자는 그에 맞추어 큰 방침을 확실히 만들어 주어야 한다.

-JMAC 전략경영컨설팅 사업부장인 通口夫 이사

자율 지시, 자율 관리

‘권한부여(Empowerment)’는 유행어가 되어버린 개념 중 하나이지만, 오늘날의 환경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책임과 권한을 가지게 되면, 사람은 최선을 다하게 된다.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스스로 지시하고(Self-Directed), 스스로 관리한다(Self-Managed)’는 뜻이다. 즉, 그들에게는 과업을 달성하기 위한 지식, 경험, 기능이 있고, 그들은 고객의 만족을 위해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가치사슬 통합과 고객만족을 방해하는 조직상의 장애를 제거해 간다. 자발적인 사람이나 팀은 오랫동안 쌓여온 기능이나 조직 간의 경계를 효과적으로 허물 수 있고, 이를 위한 유효한 방법을 보여줄 수도 있다. [182]

권한 위양은 고객만족의 기반

권한 위양은 고객만족을 추진하는 기반이 된다.

PG&E(Pacific Gas & Electric)사는 87년에 ‘종업원 권한부여 프로그램(Employee Empowerment Program)’을 시행해 엄청난 조직변화를 가져왔다. [183] 종업원들의 각종 제안을 환영하게 되었으며 평직원들에게도 업무상 재량권을 크게 부여한 결과, 계층이 축소되어 년 8백만 달러의 경비절감과 놀라운 직무만족, 고객만족 및 생산성의 증대를 가져왔다. 또 노조에서 제기한 불만사항이 63%나 감소한 사실로 미루어 보아 26천명의 종업원도 과거보다 만족한 상태가 되었다. 이 회사는 부서간의 업무교류와 협조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유도했다. 상사를 만족시키기보다는 고객을 만족시키는데 주력하라고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이 시행되기 전에는 고위층의 승인 없이는 계량기 설치경로조차 변경할 수 없을 정도로 종업원의 권한이 지나치게 적었었다. 대감을 늦게 내는 고객을 상대할 때도 전적으로 공식적인 업무지침에만 따랐으며, 평직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어 이것이 곧 고객서비스 불량이라는 결과로 나타났었다. 87년에 ‘새로운 서비스 방송망(New Service Hookups)’에 대한 고객불만 사항을 처리하고자 했을 때, 과거 같으면 회사와 노조 간의 의견 불일치로 몇 주간 지연되는 것이 상례였으나, 권한을 위양 받은 직원들이 즉시 고객을 만나 일정을 협의하고 잠재적 문제를 해결해주게 되어 서비스에 대한 불만 건수가 급격히 적어졌다.

NPR에서의 인사권 하부 위양

美행정부의 NPR에서는 형식적인 관료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인사권의 하부위양’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美연방정부는 2백만 명이 넘는 인력을 관리하기 위하여 관련시스템을 오래 전부터 계속적으로 수정, 보완해 왔다. 그 결과 연방정부차원의 인사 관련 법률이 850페이지에 달하고 그 법률의 실행을 위한 연방인력관리국(OPM)의 규정집은 1, 300페이지, 연방정부 인력관리 매뉴얼은 만 페이지나 된다. 이같이 복잡한 인력관리 시스템을 관리하기 위해서 고용된 인력만 해도 54천명으로 매년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쓰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재원을 투입하면서도 과도하게 복잡하고 경직화된 인사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된 것이다.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연방정부를 만들기 위해서 인력의 모집, 채용, 직무분류, 승진, 급여, 보상 등 모든 인사관리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NPR에서는 부문의 책임자가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가지고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고 업적이 탁월한 사람에게 보상을 주며 그렇지 못한 사람을 내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실천안은 다음과 같다.

  1. 연방인력관리국은 만 페이지에 달하는 인력관리 매뉴얼과 각 부처의 인사관리에 대한 다양한 규제조항들을 과감하게 정리함으로써 인사관리 업무를 하부에 위양한다.
  2. 중앙에서의 일괄적인 인력채용보다는 각 부처가 자체적으로 필요인력을 채용, 관리하도록 한다.
  3. 각 부처별 특성에 맞도록 업적관리와 보상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한다.
  4. 업적이 부진한 직원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하고 해고절차를 신속화 한다.

NPR에서는 감사기능 역시 시대에 맞도록 방향을 전환시켰다. 정부기관의 낭비와 부정을 줄이기 위한 감사법(The Inspector General Act)이 78년에 통과되어 미국전역에 정부감사를 위한 지점이 60개나 개설되었고 15천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매년 2번씩 조사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있다. 감사관(Inspector General)들은 각 부처의 잘못과 부정을 많이 밝혀낼수록 인정을 받을 수 있으므로, 감사의 대상이 되는 공직자들과 적대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관계가 연방정부의 혁신적인 변화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는 문제제기가 많은 상태이다. 이에, 감사관의 역할범위를 단지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색출하고 지침준수 여부를 감사하는 기능에서 각 부처의 관리시스템을 평가하고 더욱 향상시키는 기능으로 확대시켰다.

권한위양의 성공요인

톰 피터스는 성공적으로 권한위양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음사항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184]

  1. 진정으로 위양한다.
  2. 위양한 후 자기도 모르게 ‘간섭하지’ 않는다.
  3. 권한위양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ㆍ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ㆍ공유된 비전에 대한 결의를 진작시키며

ㆍ상호 신뢰와 존중을 장려해야 한다.

상사는 ‘진정으로’ 권한을 위양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영자와 관리자들은 자기의 권한을 아래로 위양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일상적으로 업무를 맡기고 작업할당을 하지만, ‘대리자’가 진정으로 일에 몰입하고 진정한 소유권과 진정한 책임을 가지고 자율성을 행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진정으로 맡기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유의할 점은 ‘진정으로 맡기는 것’이 ‘무정부상태, 무질서, 혼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다음 네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질 때 최상의 성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1. 대리자는 스스로 실행하고 보고하되 상사는 매우 높은 기준을 가진다.
  2. 상사는 배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방향(비전)을 가지고, 이를 대리자(부하)와 공유한다. 즉, 대리자는 비전의 생생한 화신이다.
  3. 상사는 진심으로 대리자를 신뢰한다. 그러나 대리자가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매우 낙담한다. 권한을 위양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큰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사는 권한을 위양한 후 ‘자기도 모르게’ 간섭하는 행동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대리자에게 위양된 권한이 상사의 미묘한 표현 한마디로 회수되는 경우가 허다하게 생긴다.

당신은 부하에게 그 일에 전념하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고 당신은 그 사실을 분명히 한다. 이틀 후 저녁 7시경 퇴근길에 당신은 비록 아주 잠깐이지만 그의 사무실에 고개를 들이밀고 지나는 혼잣말로 무심코 한마디 한다. “당신의 계획에 대해 김부장과 점검해 봤소?”

만일 당신이 그의 반응을 보기 위해 10초쯤 더 기다린다면, 마치 풍선에서 바람이 빠질 때처럼 몸이 위축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안색도 변할 것이다. 당신은 그에게서 그 일을 도로 빼앗아갔으며 그것도 5초 만에 발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쁜 것은 당신이 그것을 의도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아니, 그 문제라면 당신은 이미 그가 김부장과 점검했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것이다.

권한위양을 위한 분위기 조성

나폴레옹과 다이안(Moshe Dayan)은 공통적인 면이 있다. 나폴레옹은 부상한 병사들이 적에 의해 짓밟히도록 뒤에 남기고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과 행동으로 분명히 했다. 다이안의 전설 중 하나는 부상당한 이스라엘 병사들이 적에 의해 포로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똑같은 내용이 그린 베이 패커(Green Bay Packer)팀의 코치인 롬바르디(Vince Lombardi)에 의해 실천되고 있다. 그 자신이 축구선수들을 좋아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는 그들을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앨라배마대학의 전설적인 코치인 브라이언트(Bear Bryant)도 똑같은 선례를 남겼다. 이전에 오클랜드 레이더즈의 쿼터백이었던 스테이블러는 브라이언트가 정말 혹독한 사나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브라이언트와 苦樂을 같이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우리를 존중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나폴레옹, 다이안, 롬바르디 그리고 브라이언트는 자신의 병사들과 선수들에게 지속적으로 자신들이 할 수 있다고 꿈꿔본 적도 없는 불가능할 듯한 일들을 하도록 요구했다. 그리고 병사들과 선수들은 계속해서 그토록 많은 적들과 상대들을 물리침으로써 불가능할 듯한 일들을 수행했다. 상관들은 혹독했다. 그러나 그러한 거친 행동 속에는 따뜻한 사랑과 존중이 내재되어 있었다.

경영연구가인 웨이크(Karl Weick)는 연주자들을 연구한 적이 있다. 어느 한 실험에서, 그는 유능한 재즈합주단의 단원들에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악보를 넘겨주었다. 그런 다음 그것이 어느 유명한 작곡가에 의해 작곡된 잘 알려지지 않은 악보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두 번째의 새로운 악보를 주었는데 사실 이것도 같은 작곡가가 작곡한 악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것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람에 의해 작곡된 곡이라고 말했다. 연주자들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곡자의 새로운 곡을 처음 연주했을 때, 많은 실수를 했다. 그러나 ‘유명한 작곡가’의 새로운 악보를 처음 연주했을 때는 훨씬 적은 실수를 했다. 즉 유명한 이름만으로 유발된 신뢰감은 처음부터 연주자들에게 더 많은 능력을 부여했던 것이다.

대부분 권한위양과정에서는 위양이 계속 유지되도록 하는데 필요한 공식적인 통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권한을 일임하는 데만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와 믿음, 비전, 관심, 열정 그리고 효과적인 리더가 그의 추종자들과 함께 심리적 역동감을 창조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강조하지 않고 권한위양을 논한다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통제와 방임의 공존

‘통제와 방임 공존’이라 함은 조직의 엄격한 명령과 개인이 지니고 있는 최대한의 자율성이 공존한다는 뜻이다. 흔히 양립되기 어렵다는 뜻으로, ‘모순’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이 역시 동시에 취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통제와 방임의 원칙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은 한편으로는 엄격하게 관리되면서(단단함), 동시에 일반 사원으로부터 나오는 자율성, 기업가정신 그리고 혁신은 과감히 허용한다(유연함). 이러한 양립은 ‘가치관의 공유’를 통해서만이 실천될 수 있다.

IBM에서는 조직이 아주 자율적으로 유지되지만(유연함), 그 격조 높은 警句인 ‘IBM은 곧 서비스’란 가르침을 위반하면, 회사의 신분보장 계약이 어떻게 되어 있더라도 직장에서 쫓겨나 ‘직업을 잃는’ 손실을 본다. (단단함)

DEC는 열광적이면서, 무질서하다(유연함). DEC 사원들은 자기가 누구를 위하여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어느 직원은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품질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즉 그들이 만든 제품은 틀림없이 작동된다(단단함). ‘유연한 동시에 단단한 것’이다.

민주적 경영방식

이데올로기나 정치에서도 전제나 독재주의 방식이 민주주의에 패하고 소멸되었듯이, 기업경영에도 역시 민주방식의 경영이 도입되어야 급변하는 환경변화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

6인승 보트 게임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다. 미사리 조정경기장처럼 잔잔한 호수에서 하는 게임과, 그랜드캐년 같은 계곡에서 벌이는 게임의 두 가지이다.

잔잔한 호수에서 승리를 하려면 뛰어난 조타수가 있어야 한다. 조타수는 물론 체중이 가볍다. 무거우면 전체에 부담(Overhead)을 주게 된다.

조타수는 과거의 성적, 우리 선수의 기량, 경쟁배의 전력, 현재의 바람속도, 현재의 경쟁배의 위치 등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좌, 우”의 구호를 외친다. 이 배가 우승하기 위해서는 6명의 선수 전원이 일사불란하게 조타수의 구호에 따라야 한다. 구호를 놓치면 노가 뒤엉켜, 우승은커녕 배는 뒤집혀 버린다.

그랜드캐년에서는 조타수가 필요 없다. 구호에 따라 배를 젓다가는 얼마 못가 배는 침몰해 버린다. 모든 선수는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한다.

그러나 모든 판단과 행동은 사전에 감독, 코치, 선수들이 약속한 몇 가지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바위가 있으면 노로 밀고, 보트가 좌로 돌아가면 좌측선수가 노를 두 번 젓는 것이다. 게임 도중에는 모든 권한이 선수들에게 부여되어 있다. 잘잘못은 게임이 끝난 후에 이루어진다.

변화가 안정적인 상황이 ‘미사리 경기장’이고, 급변하는 상황은 ‘그랜드캐년’에 해당한다. 민주주의의 기본원칙 중 하나는 ‘삼권분립’이다. 민주적 경영 역시 삼권이 분립되어야 한다. 일하는 원칙이나 기준에 관한 사항은 조직 상층부에서 이루어져야 하고(입법권), 실행에 대한 모든 권한은 현장으로 위양되어야 한다(행정권). 권한이 위양될수록 엄중한 신상필벌이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사법권). 베니스(Bennis) 교수 역시 조직운영에는 민주주의 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185] 민주주의의 가치관에는 다음 것들이 포함된다.

  1. 지위나 권력과 상관없이 마음대로 자유롭게 충분히 의사소통할 수 있다.
  2.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윽박지르거나 협상을 통한 관례적인 방식보다 공감대를 통한 신뢰를 근거로 한다.
  3. 개인의 변덕스러운 순간적인 발상이나 특권층의 권력에 의한 리더십보다는 기술적인 능력이나 노하우에 근거를 둔 아이디어가 영향력을 미친다.
  4. 과제지향적인 행동은 물론 감성적인 표현까지 허용되고 권장까지 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5. 기본적으로 개인의 편차(개성)나, 조직 또는 개인간의 갈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이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조정, 중재한다.

방안16 관료적 관행 제거

나는 마음이 무겁다. 우리는 적을 향해 서류를 쏘지는 않는다.

-美해군사령관 메트카프(Joseph Metcalf), 해군의 최신 프리깃함에 실린 20톤의 서류와 파일캐비닛을 보고[186]

관료주의의 퇴치는 관료주의에 깊이 물들어 있는 톱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톱은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면 안된다. [187] 톱이 자신의 조직을 비관료적이고, 민첩하고, 변화를 사랑하고, 군살이 없고, 균형을 갖춘 조직으로 만들고 싶다면 우선 자기 자신부터 비관료적이고, 민첩하고, 변화를 사랑하고, 군살이 없고,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관료주의자’는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로 변신해야 한다. 관료주의자란, 현상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기업이 필연적으로 망한다는 확실한 증거 앞에서조차 현상유지를 고집하는 사람이다. 또 그들은 조직 내의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윤형을 유지하는 것을 그들의 직무로 생각하여, 조직 내부의 조화를 유지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내부정치가로 활동하려 한다. 즉, 시스템의 산물인 조직의 균형상태를 유지하고 과거전통과 과거의 사업방식을 고수하려는 것이다. 반면, 강력한 리더는 권력의 균형상태를 창조적으로 파괴함으로써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또 조직 내부적으로 현재의 균형상태를 붕괴시켜 조직 내에 필요한 변화를 가져오며, 개성 있게 위험을 감수하고, 자기주장을 통해 조직이 ‘가고 싶지는 않지만 가야 할 방향’으로 조직을 끌고 간다.

인튜어티브 매니저紙에서 저널리스트 로완(Rowan)은 로스 페로(Ross Perot)에 대해 이렇게 썼다. [188]

로스 페로는 그가 메모 없는 회사를 경영했다고 주장한다. 이미 중요한 것은 다 들었다고 하면서 그의 참모들이 올린 모든 보고서류를 아무렇게나 내던졌다고 하는 나폴레옹처럼 페로는 개인적인 접촉을 통해 모든 업무를 처리했다. 그는 문서화된 보고는 창의력을 말살한다고 말한다.

포천紙는 수익성이 아주 높은 자동차부품회사인 스탠더드 프로덕츠(Standard Products)사를 경영하는 리드(James Reid)에 관해 이렇게 보도했다.

그는 소형차 올즈모빌을 몰고 다닌다. 바야흐로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그의 회사는 여전히 클리블랜드 창고지역에 있는 우중충한 2층 벽돌건물에 있다. 리드의 가로 15피트, 세로 20피트의 사무실은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Architectural Digest)지의 지면을 장식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것보다 50배나 큰 사무실 안에서와 같은 수준의 생각을 여기서도 해낼 수 있다. ‘

어느 첨단기술회사의 사업부 책임자는 그의 기술자들에게 결재 없이 쓸 수 있는 지출재량권을 5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려주었다. 회계과에서는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새로운 기준의 적용으로 비용이 30% 정도 절감되었다. 책임자는 이렇게 말한다.

비용이 절감되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기술자를 어린아이로 취급하는 태도가 없어졌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5만원의 한도는 ‘허가를 받지 않고, 우리가 얼마나 많이 4만 9천 원짜리를 결합할 수 있는지 한번 해 보자’는 생각을 유도하게 된다. 그것은 정말 시간낭비다. ‘우리는 당신을 더 성가시게 할 수 있어요, 사장!’

이제 100만원으로 오른 지금, 기술자들은 실제로 이렇게 말한다.

‘야아, 내가 책임질 돈이 이렇게 많군. ‘

베니스(Bennies) 교수는 관료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톱의 자세로 다음을 제안한다.

  1. 모든 종업원을 새 시대를 창조하는 열정에 들끓게 하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북돋워 주어라.
  2. 생산성 향상에 대해 포상하고 의사결정 지연에 벌을 가하라.
  3. 스탭에게 규칙과 규제를 단기간에 단순화하도록 지시하라.
  4. 새로운 계획을 만들 때 마스터플랜을 작성하지 말고 알아서 하도록 지시만하라.
  5. 위원회나 회의체를 새로 만들지 말라. 거의 모든 문제는 분명히 예전에도 검토한 적이 있을 테니 스탭에게 이를 다시 요약만 하도록 해서 판단하라.
  6. 당신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여 경쟁사들을 놀라게 하고 조직원을 즐겁게 하라. 대리점 사장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지시하라.
  7. 스탭에게 자기관할하의 문제에 더해서는 확실한 책임감을 갖도록 타이트한 분위기를 조성하라. 그리고 모든 일은 톱이 아닌 고객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라.
  8. 모든 종업원에게 당신의 선택은 항상 명확한 결과가 뒤따른다는 것을 인식시켜라.
  9. 당신이나 당신의 스탭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는 점을 항상 명심하라. 모든 일의 4/5는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이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나 혼자 하기 어려운 일을 해주는 것이다. 또한 그들이 혼자서 더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링컨)
  10. 당신 사무실에서 모든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당신의 스탭을 믿어라.
  11. 당신은 작은 스탭은 관리할 수 있어도 큰 스탭은 운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12. 비판은 개인적으로, 칭찬은 공개적으로 하라.

또한 톰 피터스(Tom Peters) 역시 아래처럼 도가 지나칠 정도로 쇼맨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관료주의를 타파할 수 없다고 역설하고 있다.

고함치고 사납게 날뛰어라.

서류들을 찢어버려라. 서류읽기를 거부하고 회의에 참석하지 말아라.

격렬해져라. 당신의 모든 서류 캐비닛을 제거하여라. 서류통을 없애는 것을 사무직 근로자의 JIT 재고관리 시스템처럼 생각하라. 책상부근에 커다란 판지상자들을 갖다 놓고 당신이 받은 모든 쓰레기 서류들을 읽지 않은 채로 그 안에 던져 넣어라. 그 상자들 위에 다음과 같은 붉은 딱지를 크게 붙여라.

‘이번 주에 읽지 않은 서류들’

보고서를 받을 때마다 맨 처음의 2페이지만 읽어라. 그리고 보고서 작성자에게 전화하라. “나는 당신 보고서를 이해하지 못하겠군. ”

“제가 곧 당신의 사무실로 가서 설명하겠습니다. ”

잠시 후, 당신의 사무실.

“물론, 당연히 그걸 이해하지 못하시겠지요. 저의 39페이지짜리 보고서 중 처음 2페이지만 읽으셨으니까요. ”

“눈이 피로하네. 나는 2페이지 이상 읽을 수 없네. 분명히 나이 탓이군. ”

“알겠습니다. 짧게 줄이죠. ”

“아니, 자네는 내 말을 잘 모르는군. 다음엔 그냥 와서 지금처럼 설명만 하게. 이런 쓸데없는 보고서는 작성하지 말게!”

방안17 원활한 의사소통·정보공유

과감한 정보공유

日經비지니스紙는 최근 ‘세가’가 10년 동안 16배의 매출을 성장시킨 원동력을 5가지로 들고 있다. [189]

  1. 정보누설보다 무서운 것이 정보단절이다.
  2. 다수의견보다 소수의견에 주목한다.
  3.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생각에 앞서 행동을 취한다.
  4. 간부의 2/3를 중도채용하여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5. 미래를 단언하는 최고경영자의 강한 의지

이 중 첫 번째 두 가지가 의사소통에 관련된 사항이다. 많은 기업에서 정보공유에 관련된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정보공유가 회사 벽을 넘어 외부로 ‘유출’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정보교류 그 자체가 난관에 봉착한 예가 많다. 그러나 세가는 정보공유가 정보유출보다 앞선다는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조직의 성공은 조직원 모두가 많은 정보를 다 같이 공유할 때 가능하다. 넥스트 컴퓨터(Next Computer)社의 캐빈 그런디는 특히 정보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부기관과 대학을 주고객으로 하는 워크스테이션을 생산하는 넥스트는 미국에서 가장 자유로운 풍토를 가진 회사 중의 하나로 유명하다. 창업자이자 사장인 스티브 잡스는 회사의 이익, 매출, 전략 등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전 직원이 아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정보의 공유개념은 더욱 발전하여 넥스트사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서로의 급여와 사주보유액까지 알고 있다. 동료의 급여수준을 아는 것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그런디는 믿고 있다.

전직원의 급여를 공개함으로서 회사 내에 어떤 형태의 불평등도 존재할 수 없다는 신뢰감이 쌓여진다. 사람들은 주위에서 협상이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옆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단지 입사할 때 협상을 잘했다는 이유로 월급을 많이 받는다면 기분이 나쁘지 않겠는가.

-캐빈 그런디

원활한 정보공유를 위해서는 정보관리에 대한 원칙이 ‘비밀주의’에서 ‘공개주의’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첨단기술이나 정보를 다루는 회사일수록 비밀주의를 고수한다. 비밀주의는, 회사의 모든 정보는 비밀로 취급하고, 정보의 중요성에 따라 등급을 매겨 철저히 관리해 간다. 이렇게 할 경우 종업원들은 모든 것이 비밀이다 보니 비밀에 대한 주의가 소홀해져 결국은 많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공개주의는 정말 중요한 몇 가지만 제외하고 다른 모든 정보는 공개하는 방식이다. 결국 비밀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비밀이 철저히 준수된다.

비공식적, 개방적 의사소통

성공적인 아이디어의 제안자는 기본적으로 공식적인 조직보다는 오히려 비공식적인 조직에서 일하기를 좋아한다. 피터스와 워트먼의 초일류기업 분석에는 한 가지 잘못된 점이 있다. 아홉 번째 특징이 필요하다. 그것은 의사소통이다. 우리는 복잡한 서류나 형식적이고 까다로운 절차를 없애고 그 대신 평범하게 서로 어울려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3M의 한 임원

일류기업의 의사소통은 그 성격이나 방법에 있어서 일반 기업과 크게 다르다. [190] 초일류기업에는 비공식적이고 개방적인 방대한 의사소통 네트워크가 있다. 또 초일류기업에서는 의사소통이 긴밀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는 보통 非公式性을 강조하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예컨대, 문호개방 정책이 있다. IBM에서는 문호개방을 위해서 방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이것은 원래 윗슨 철학의 중요한 부분으로, 종업원이 35만 명이 된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회장이 직접 모든 종업원의 불평에 대해 계속 응답한다. 문호개방정책은 델타 항공사도 어느 곳에나 시행하고 있다. 리바이 스트라우스社에서는 문호개방을 ‘제5의 自由’[191]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혁신과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확히 확신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즉 원활한 의사소통 서로 아무런 장애 없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어떠한 조직구조에 적응하건, 어떠한 체계를 시도하건 간에 이것은 초석이 된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해치는 그 어떠한 것도 해서는 안된다.

-HP의 한 중견관리자

비공식적 의사소통을 촉진시키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물질적 배치이다. 코닝 글래스에서는 새로운 빌딩에 엘리베이터보다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여 얼굴과 얼굴을 바라볼 수 있는 접촉의 기회를 늘린다. 3M에서는 점심식사 시간이나 근무시간에, 여러 사람이 모여 문제해결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를 늘리기 위한 단 하나의 목적으로 10여명 정도의 사원이 모이는 모든 미팅을 위해 장소와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시티뱅크에서는,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던 業務係와 貸付係 사이의 알력이 두 係의 모든 사람들을 같은 층으로 옮기고 그들의 책상을 서로 섞어 배치하자 단번에 해결되었다고 한다.

횡적 의사소통의 활성화

영국의 경영연구자인 트레버(Trevor)는 일본과 유럽의 관리자들을 비교 연구하여 「일본의 관리개발 시스템」이라는 책을 썼다. [192] 영국 관리자들에 관한 아래와 같은 결론은 미국 관리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영국은 전반적으로 관리직무의 전문화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관리자들이 기능간의 경계에 매달리지 않는다.

영국 관리자들은 수평적 의사소통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공식적인 명령계통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일본 관리자들은 기업내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반면 영국 관리자들은 정보를 혼자서만 독점한다.

영국 관리자들은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을 자신의 경력발전에 위험한 일로 생각하고 있다.

일본 관리자는 직무가 불분명하고 대략적으로 정의되어 있으며 직무내용은 항상 변한다. 거기에는 기능부서간의 장벽이 없다.

이 말은 일본인들의 기강이 부족하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관리업무가 어떠한 것인가를 다른 관점에서 설명해 주는 좋은 사례이다.


제19장 조직설계 차원의 치유방안

조직설계 방향

맥길大의 민츠버그(Mintzberg)교수는 조직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네 가지를 들고 있다.

(1) 연륜과 규모(Age and Size)

(2) 경영 제도(Technical System)

(3) 환경(Environment)

(4) 권력(Power)

또, 그는 이와 관련된 15가지의 가설을 내놓았다. [193]

연륜과 규모

〈가설 1〉 조직이 오래될수록, 조직의 행동은 공식화된다.

〈가설 2〉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조직의 행동은 공식화된다.

〈가설 3〉 조직 규모가 커질수록, 조직의 구조는 정교해진다.

〈가설 4〉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단위부서의 평균 규모는 커진다.

〈가설 5〉 조직의 구조는 그 조직이 속해 있는 산업의 연륜을 반영한다.

경영제도

〈가설 6〉 경영제도가 일상운영업무를 많이 통제할수록, 운영업무는 공식화되고, 핵심관리부문(본부조직 등)의 구조는 관료화된다.

〈가설 7〉 생산기술체계가 복잡할수록, 관리구조는 정교해진다.

〈가설 8〉 핵심관리부문의 자동화(전산화, 기계화)는 관료적인 조직구조를 유기적인 구조로 바꾼다.

환경

〈가설 9〉 환경이 급변할수록 또 동태적(Dynamic)일수록, 조직 구조는 유기적으로 된다.

〈가설 10〉 환경이 복잡할수록, 조직의 구조는 분권화된다.

〈가설 11〉 시장이 다각화될수록, 조직은 시장에 맞도록 단위부서들로 분할된다.

〈가설 12〉 극단적으로 적대적(Hostility)인 환경 아래서는 어떤 조직이라도 일시적으로는 집권화 구조를 보인다.

권력

〈가설 13〉 조직에 대한 외부의 통제가 심해질수록, 조직구조는 집권화되고 공식화된다.

〈가설 14〉 조직 구성원의 권력욕구는 과도한 집권적인 조직구조를 창출한다.

〈가설 15〉 조직이 처한 상황과는 관계없이 조직 구조도 때로는 유행을 따른다.

이상과 같은 민츠버그 교수의 조직속성에 대한 가설은, 대기업병이 발생하는 원인은 물론 치유방안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또, 조직설계 차원에서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1) 조직이 커질수록 조직행동이 공식화되고, 조직구조가 정교해지며, 단위조직이 커지는 경향이 있는 반면 다각화된 시장에서는 조직의 분할이 요구되므로, 이에 기업은 ‘조직을 작은 규모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2) 일상업무에 대한 통제가 많을수록 스탭이 관료화되고, 조직운영이 공식화-집권화되므로, 이에 ‘스탭조직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3) 환경이 급변하고 동태적이거나 스탭부문이 자동화될수록 조직은 유연해지므로, 이에 ‘기계적 조직을 유연한 조직으로 전환’시켜야 하며, 스탭부문의 자동화를 확대해야 한다.

또 이노우에 다케시(井上 猛)는 “기업조직은 ‘관리 스테이지’에서 ‘창조 스테이지’로 진화한다”고 주장하며 각 스테이지의 조직특징을 다음처럼 설명한다.

이런 관점에서 다음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4) 피라미드형의 키 큰 조직에서 문진형의 키 작은 조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관리계층을 축소’시켜야 한다.

(5) 수직적인 조직을 수평적으로 바꾸어 가야 한다.

이상의 내용에서 대기업병을 치유하기 위해 기업이 조직설계차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다음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작고 가벼운 조직

(2) 작고 강한 본사

(3) 수직적 조직운영을 수평적으로 전환

(4) 관리계층 축소

(5) 기계적 조직에서 유연한 조직으로 전환

방안18 작고 가벼운 조직

작은 것이 좋다

오늘날의 대기업들은 50년 전에 세운 대형화전략에 맞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성장의 엔진’은 효력을 다했다. 이제는 공룡구조를 벗어 던지고 21세기 기업형의 크기와 구조를 재구축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

-래리 폐럴[194]

‘큰 것이 좋다’는 신화가 점점 퇴색해 가고 있다. 규모가 크다는 것은 복잡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복잡함은 비효율, 관료주의, 의사소통의 단절을 가져온다. 과거 소련연방이 좋은 예이다. 거대하고 중앙집권적이며, 전형적인 톱다운 시스템을 가졌던 소련은 자신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스스로 붕괴했다. 소련의 몰락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대기업도 조직을 좀 더 작고 가볍게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

‘큰 것’이 문제가 되는 원인 중 하나는 환경변화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유연성과 신속성이 요구되며, 규모로 인한 장점(규모의 경제, 안정성)은 오히려 장애요소가 된다. 많은 산업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는 더 이상 강력한 경쟁우위가 되지 못한다. 대량생산시스템은 이제 유연생산시스템(FMS)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 예를 들어 소니는 44종에 달하는 다양한 모델의 워크맨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제 경쟁사보다 저렴한 원가로 표준제품을 대량생산하던 대기업들의 시대는 지나갔다. 오늘날은 유연성과 신속성을 가진 조직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거대하고 중앙집권적인 관료적 기업은 점차 도태할 것이다.

드러커(Drucker) 교수는 포천誌를 통해 ‘클수록 좋다’는 기존의 경영상식에 종말을 고하고 있다. [195] 아마 20년쯤 전부터 전 세계 주요기업의 벽마다 붙였어야 했을 내용이다.

소규모 조직의 利點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젊은 대항졸업생들은 큰 회사에 입사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校內에 리크루터를 두고, 교육프로그램을 갖고 있으며, 또 한 가지는 입사자의 다섯 명 중 세 명이 퇴사해버리기 때문이다. 적어도 예전에 그들은 큰 회사를 전전했다. 하지만 요즘은 큰 회사에서 나와 중간규모의 회사로 옮긴다.

누가 수출을 하는가 생각해보자. GE의 항공기엔진, 보잉의 항공기를 제외하면 모든 수출은 중간규모 기업에 의해 이루어진다. 물론, 앞으로도 대기업이 모두 사라지리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과거에 대형화가 목표였다면, 앞으로는 대기업이 될 것이냐 중간규모로 운영할 것이냐가 하나의 전략적인 결정이 될 것이다. 회사마다 알맞은 규모(Right Size)를 찾아내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작은’ 공장이 ‘큰’ 공장보다 뛰어난 업적을 올리고 있다. [196] 작은 조직에서는 큰 조직보다 오너십이 강하기 때문이다. 밀리켄사는 공장당 종업원의 적정 수를 약 100명으로 잡고 있다. 3M은 200∼300명으로 제한하고, HP와 DEC는 300∼400명 이하라고 한다. 에머슨 일렉트릭과 다나사는 공장규모를 약 5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GM은 만약 공장을 건설한다면 300명 남짓의 규모로 만들겠다고 한다. 볼보사의 매직넘버는 500명 이하이다. 이들 어느 숫자이든지 합리적인 연구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 각각의 오랜 경험에 기반을 둔 것이며, 대규모의 공장이 책상 위에서 예상한대로의 업적을 달성할 수 없었던 실패에 근거하고 있다.

또 조직을 가능한 한 작게 운영하는 것은 조직을 ‘상호 인간적인 것으로’ 운영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수천 명으로 구성된 조직의 인당 생산성은 수십 명으로 구성된 조직보다 통상 낮다. 일단 조직원이 자기 자신을 1/X라고 생각하면 X가 커질수록 작업의 성과에 대한 자신의 기여도와 연관성이 적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과에 미치는 개개인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가 조직을 작게 가져가는 것이다.

다운사이징[197]

역사상 가장 큰 기업인 GM과 역사상 가장 수익성이 높았던 IBM이 동시에 그들의 크나큰 왕국을 축소하기로 결정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은 단순히 재조직(Re-organization)을 한다는 개념을 넘어 실로 급진적이고 혁신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GM과 IBM의 이러한 움직임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21세기의 전투에 나서는 모든 기업들은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M의 CEO인 스탬펠(Stempel)의 발표는 한 시대의 마감을 선언하는 것처럼 들린다. 21개의 공장을 폐쇄하고 전임직원의 1/4에 가까운 7만6천명을 해고하기로 한 이 결정은 아마도 80년이 넘는 GM의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앞으로는 관료주의를 던져버리고 보다 고객지향적인 회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1차 2만4천명을 해고하는 인력 중에 9천명의 사무직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GM의 중앙집권적이고 절차를 중시하는 조직풍토를 익히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극약처방이 더 일찍 나왔어야 했다고 조언한다. 그 이전에 있었던 IBM의 발표도 부서 수를 줄이고 2만 명을 해고하는 감량경영을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다운사이징은 경영이 악화된 회사뿐만 아니라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다. 그 동안 고수익을 올리던 대기업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잇달아 새로운 인원삭감계획을 발표하고 나선 것이다. [198] 그 전형적인 회사가 제록스이다. 92년까지의 합리화로 체질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인원 삭감에 나섰다. 주식시장에서는 제록스의 합리화 발표로 주가가 하루에 7% 가까이 급등하는 등 기업체질 강화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다운사이징에 있어 가장 선도적인 모델을 제시한 사람은 GE의 웰치 회장이다. 81년 취임 이후 그는 9단계 경영조직을 수평화하고, 급여단계도 29단계에서 5단계로 줄였으며, 스탭 1만 명을 해고하여 대폭 감축하였다. 또 세계 1, 2위권에 들지 못하는 모든 생산라인을 없애고 GE를 개척정신에 충실한 새로운 회사로 만들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한 결과 80년대 중 매출, 이익 공히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으며, 주식의 시장가치(Market Value)도 120억불(미국 내 11위)에서 650억불(엑슨에 이어 2위)로 신장되었다.

빌딩을 쌓는다고 생각해 보자. 회사가 커질수록 계층이 많아지고, 복잡성은 벽을 낳는다. 우리는 그 동안 수많은 새로운 부서를 만들어 왔다. 이것이 복잡성이고 벽일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이 빌딩을 수평화 시키고 벽을 허무는 것이다.

-웰치 회장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몇몇 대기업은 이러한 빌딩을 아예 쌓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컨대 도요타는 경영층 구분을 없애고 2년에 한 번씩 기능별 장벽을 허물고 있으며, J&J는 ‘Growing Big by Staying Small’이라는 그들의 모토대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일본기업의 다운사이징 추세〉[199]

아웃소싱(Out-Sourcing)

오늘날 많은 기업들은 자기 회사의 여러 기능과 활동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구내식당, 건물보수, 데이터센터 운영, 정보시스템 개발, 보급수송, 출장관련 업무 등이 일반적인 아웃소싱 대상이다. 최근에는 보험서비스, 제품 설계, 비서 서비스 등을 비롯한 거의 모든 기능이 대상으로 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많은 것들이 ‘핵심이 아닌’ 활동으로 보일 수 있다. 기업이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원천을 아웃소싱하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에서 말한 기능들이 어느 것이나 중요치 않다는 뜻은 아니다. 아웃소싱을 하는 이유는, 특정 업무를 전문화된 다른 기업으로부터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좋게 서비스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웃소싱 전문회사는 이러한 기능을 전문화시켜 다른 기업의 니즈를 채워줌으로써 ‘범위의 이익’을 누리며, 새로운 경험과 기술, 나아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윤을 얻는 것이다.

기업의 본류에 해당하는 프로세스도 아웃소싱할 수 있다. 한때 크라이슬러가 GM에 비해 자동차 대당 5백 달러의 원가우위를 취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은 70%에 달하는 부품물량을 외부에서 구매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GM의 대외 의존도는 30%에 불과했다. 지금은 GM 역시 아웃소싱을 핵심전략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코노미스트지가 이러한 추세를 확인하고 있다.

훨씬 축소된 제조단위를 지향하는 생산이 활기 있게 진행되고 있다. 최신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소규모 독립경영을 하는 공업 부티크(이 또한 신어이다)가 출현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이, 기술을 보유한 소규모 업체에 하청을 주는 일이 많아졌으며, 결국 대기업 자체가 그들 소유의 제조단위를 정리하고 주문제품을 사들일 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사경영

이제는 대기업들이 소기업과 같은 민첩성을 갖추기 위해서 자기변신을 꾀해야 한다. 미래의 대기업은 아마도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의 작고 분권화된 사업단위의 집합체가 될 것이다. 각 사업단위는 지극히 세분화된 시장을 집중공략할 것이다.

-드러커(Peter Drucker) 교수

MIT 연구원이며 경영컨설턴트인 퍼거슨(Ferguson)은 “이제는 유연성을 갖추기 위해 대기업과 소기업이 혼합된 조직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대기업/소기업 혼합형 조직은

  1. 대기업이 갖춘 풍부한 자금력, 기초연구에 집중투자할 수 있는 여력, 유능한 관리자 등의 장점과
  2. 소기업이 갖고 있는 유연성, 신속성, 집중성 등의 장점을 두루 갖춘 형태가 될 것이다.

분사경영의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가 ABB(Asea Brown Boveri)社이다. 스웨덴 기업인 아세아社와 스위스 기업인 브라운 보브리社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시스템 설비회사를 만들기 위해 1987년에 합병했다. ABB는 모든 제품을 현지시장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철저히 지켜나가는 무국적 회사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 회사는 범세계적인 ‘규모의 경제’를 누리는 동시에 현지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분사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ABB는 거대한 기업이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의 종업원의 작업은 손익에 대해 책임성과 자율성을 지닌 작은 단위로 조직되어 있다. 우리의 업무는 평균 200명의 종업원이 있는 1, 200개의 회사로 나뉘어 있다. 이 회사들은 평균 50명의 종업원이 있는 4, 500개의 이익센터로 나누어진다.

우리는 분권화를 굳게 믿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현지생산을 구축할 때 우리는 항상 독립된 법인체를 만든다. 독립된 회사야말로 자금 흐름과 배당금을 위해 진정한 책임감으로 좋은 대차대조표를 만들 수 있다.

대차대조표를 기준으로 경영자들은 해마다 공정하게 교대하면서 회사를 물려받는다. 독립된 회사는 경영자들을 북돋우고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사원들은 서로 이해하고 책임지기에 충분히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경력을 쌓으며 자신을 키울 수 있다.

-ABB의 CEO인 퍼시 바네빅(Percy Barnewik)

다이요 코교의 설립자인 구니야스 사카이 역시 ‘분샤(分社)’ 즉 ‘기업분할’의 철학을 실행하고 있다. 사카이는 지난 50년 동안 계속적으로 회사를 작은 기업들로 분할해 왔다.

개인은 자신의 일과 더 가까울수록, 자신의 행동결과에 더 많은 책임을 지게 되고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일을 잘할 수 없다면 실패는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며 도망칠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이탈리아의 경우를 보자. 메니체티(Massimo Menichetti)는 가족이 경영하던 직물공장을 넘겨받았는데, 거대하고 통합된 공장이 지나치게 관료적이어서 급변하는 직물산업의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는 그 공장을 8개의 독립회사로 나누었고, 자본의 30∼50%를 사원에게 넘겨주었다. 각 회사는 일의 흐름에 따라 가치사슬로 연결하여 각각 요구와 기대를 맞추어 갔다. 또 메니체티는 3년 이내에 생산량의 50%를 외부회사에 팔도록 요구했다. 이것이 일단 성공을 거두게 되자, 이탈리아의 많은 공장들도 이를 따랐다.

이전에, 대규모 공장에서 경영자들은 시장조사에서부터 직물디자인까지 전 프로세스를 관리감독했다. 현재는 소집단(때로는 가족)이 전체 프로세스 중에서 일부 역할만 책임을 진다. 공장마다 특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어떤 공장은 드레스용 니트를 고품질로 생산할 수 있고, 또 어떤 공장은 색상혼합에 능숙하다. 공장은 시장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계약을 맺는다. 따라서 각 공장은 패션의 흐름과 환경의 변화에 민감해질 수 있으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 공장은 다른 생산자에게 사업을 잃게 되고 심지어는 파산하게 될지도 모른다.

-러셀 존스턴[200]

IBM은 91년 12월에 “단일의 통합된 회사에서 벗어나 자치적인 사업과 독립적인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발표했다. [201] IBM의 이러한 새로운 방향을 회장인 존 에이커즈는 정보기술산업의 동요 증대와 관련지어 설명했다.

우리는 근본적인 문제에 도달한 것 같다. 이 산업의 변화속도에 비추어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통합된 사업 모델로 우리 회사를 계속 운영해도 될까? “아니오”하고 대답하지 않을 수 없다.

-존 에이커즈

IBM은 두 가지 차원에서 분권화를 시도하고 있다. 첫째, 회사를 ‘제조-개발 라인’과 ‘마케팅-서비스 라인’의 두 그룹으로 크게 나누고 있다. 각 회사는 자율성을 갖게 되고, 자신의 실적에 대해 책임을 진다. 제조-개발회사는 외부의 다른 회사를 통해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다. 한편, 마케팅-서비스 회사는 개별고객의 니즈를 채워주는 해결책을 개발할 책임이 있다. 둘째, IBM은 서비스와 관련 있는 많은 보조기능을 외부로 분권화(Spin-Off)하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이윤을 내야만 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 전문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IBM과 그 밖의 고객에게 서비스하게 될 것이다.

-IBM 의 전 부사장인 데이비드 맥키니(David Mckinney)

IBM은 91년 말까지 100개가 넘는 자매회사를 만들어냈고, ABB의 경우처럼 그 대부분은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다. 그 중 ISSC(Integrated Systems Solutions Corp. )라는 회사는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아주 유연하게 데이터 센터를 관리하고, 정보시스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임플로이먼트 솔루션社는 미국내에서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인포메이션 시스템 매니지먼트社는 캐나다에서 설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급진적인 분사화 전략은 확실히 많은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불안한 요소도 많다. 회사 분할은 분리된 기업 사이에 경계를 만들고 관료제 조직에서 자연적으로 나오는 부문이기주의가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전의 독점/내부시장 관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정보공유와 개방적인 의사소통으로 슬기롭게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J&J은 다른 방향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J&J은 여러 가지 건강보조상품 시장의 니즈에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작고 자율적인 단위회사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J&J은 연간 매출 평균 3천만 달러 규모의 150개 회사로 나누어져 있다. J&J은 회사마다 전문적인 판매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종종 서로 같은 고객에게 상품을 팔기도 한다. 경쟁이 심해지고 시장동요가 증대하던 1970년대와 80년대에, J&J은 경쟁우위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들을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이미 고유의 기업문화로까지 굳어버린 분권적인 조직구조를 건드리지 않았고, 그보다는 정보기술 쪽으로 눈을 돌렸다. 각 판매원은 J&J의 모든 고객과 그들과의 거래 히스토리를 한데 모은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랩탑 컴퓨터를 받았다. 그들은 서로 다른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판매현장에서 부딪치지 않고 협력하면서 일할 수 있었다. 제조 과정에서도 J&J은, 생산근로자와 판매현장을 연결하고 JIT 생산과 TQM같은 전사적 전략을 지원하는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CIM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분권화를 진행할 때 나오는 또 하나의 위험은 외부에서 오는 기술적인 충격에 무방비상태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스위스 시계산업은 분할된 공동체로서 여러 가지 기계식 시계를 만드는데 높은 효율성과 유연성을 지니고 있었다. 1970년대에, 이 산업은 기업의 외부에서 먼저 발생한 쿼츠 시계로 옮겨가는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에 거의 모두 소멸되었다. 이렇게 된 것은 스위스 시계산업이 통합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산의 네트워크 구조는 효율적이고 유연성이 있기는 하지만, 잘게 쪼개져 있기도 하다. 기계학에 기반을 둔 기술에서 전자공학에 기반을 둔 기술로 옮겨가야 할 필요성에 직면해, 세분된 시스템 때문에 생긴 시간 지체가 정보의 빠른 흐름을 방해했고, 기업들은 한 목소리로 대응할 수 없었다.

새로운 기술을 개척하고자 하는 시계산업의 연구노력은 새로운 기술을 상업화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일어난 기업조직의 타성과 내분을 극복할 수 없었다.

-아미 글래스마이어[202]

분할된 회사 집단이 통합력을 유지하려면,

(1) 유연한 전문화와

(2) 공동체 의식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종고객에 초점을 맞추는 통합이 요구된다.

두 석공에 관한 옛날이야기가 있다. 두 사람은 커다란 직사각형의 돌을 다듬고 있었다. 한 사람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하고 있었고, 또 한 사람은 즐겁게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첫 번째 사람에게 무엇을 하느냐고 묻자 그는 “돌을 다듬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두 번째 사람은 “큰 성당을 짓는 일을 돕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이 모두 분할된 일을 하고 있지만, 두 번째 사람만이 최종고객에 초점을 맞춘 공동체의 일부로서 집단과 통합되어 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조직이 커지면 끊임없이 이를 작은 조직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자회사 중에 눈에 관한 Biotechnology만 담당하는 125명 규모의 작은 회사도 있다.

요컨대 중요한 것은 우선 조직을 가능한 한 작게 유지하고, 또한 개개의 부문을 전 그룹의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고 기업가정신이 살아 숨 쉬도록 조직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시론(Chiron Corp. )社의 CEO인 에드 페노트(Ed Penhoet)

분할과 동시에 새로운 통합이 이루어진 공동체는 다음과 같은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1) 개인의 성과가 향상된다.

하드 차원의 분할과 소프트 차원의 통합을 동시에 이룩하면, 고객에게 더욱 가까운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또 이는 모든 사람을 비즈니스에만 집중하도록 만든다. 개인은 본래 목적에 더 가까이 가고 행동에 책임을 지며, 변명을 하지 않는다. 더 이상 관료제에 몸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2) 각 기능과 전체 프로세스의 성과가 향상된다.

분할과 통합을 동시에 이룩하면, 내부적인 독점에서 벗어나 경쟁분위기가 조성된다. 각 기능 간에 ‘고객∼공급자’라는 진정한 협력관계가 생기게 되며, 전체 프로세스는 유연하게 전문화된 기업으로부터 더 좋은 서비스를 더 낮은 가격에 받을 수 있다. 경쟁이 심화되면 가치를 높이지 못하는 간접비는 자연스럽게 제거되는 것이다.

(3) 기업의 성과가 향상된다.

분할과 통합을 동시에 이룩하면, 원래 회사에서는 너무 작은 것으로 생각되었던 ‘틈새시장’이 분할된 회사들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이 된다. 다양한 고객의 니즈에 맞추어 계속적으로 기술개발을 하고 새로운 기능과 생산 능력을 향상시켜 간다.

(4) 공동체 전체의 성과가 향상된다.

분할과 통합을 동시에 이룩하면, 공동체는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규모의 경제를 얻게 된다. 또 기업규모를 줄임으로써, 공동체내에 있는 모든 기업의 여러 가지 전문능력을 활용함으로써 유연성과 대응력도 높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최종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가 크게 높아진다는 점이다.

방안19 작고 강한 본사

비대한 본사의 병리현상

홀로닉 매니지먼트로 유명한 키타야 유키오(北矢行男)는 대기업병 중에서도 대기업의 본사가 비대화됨에 따라 생기는 병리현상을 10가지로 지적한다. [203]

  1. 가치관의 변혁이 곤란하다. 기존의 가치관이나 경영제도를 만든 수많은 본사 사람들이 변화를 반대한다.
  2. 본사중심주의가 횡행한다.
  3. 죽을 수 없어 ‘추악한 죄’를 만든다. 즉, 자기정화능력이 저하된다.
  4. 집단적인 무책임주의가 발생한다. ‘빨간 신호라도, 모두가 건넌다면 무섭지 않다’는 현상이 발생한다.
  5. 파벌이나 권력다툼이 일상화된다. ‘비즈니스의 敵보다 사내의 敵이 더 힘들다’는 증상이 나타난다.
  6.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그 가치가 떨어진다. 수많은 스탭들이 출신부문의 ‘이익대표자’ 역할을 한다.
  7. 자신의 강점을 자신이 파괴하지 못한다.
  8. 양적인 제약으로 독자적인 대응을 할 수 없게 된다. 전년대비 얼마 성장이라고 하는 목표에 대한 압력을 받게 되면, 창조적인 전략대응은 제약받는다.
  9. 톱이 기능부전증에 빠지게 된다. 현실이 사람의 장벽으로 가려지기 때문이다.
  10. 인재와 인물의 양성이 어렵다. 수많은 사람이 분업을 하기 때문에 부품으로 전락한다.

조직의 단순화와 스피드 경영을 가로막는 원흉은 대개 본부의 수많은 스탭들이다. 그들은 ‘인텔리’이기 때문에 더욱 사정이 나쁘다. 생산현장에 ‘챔피언’이 있듯이, 관료사회에도 ‘세계는 보고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는 영웅이 있는 것이다.

본사 줄이기

ABB의 퍼시 바네빅은 회장이 되자마자 2천명에 달하는 자기의 본부스탭을 2백 명으로 줄여버렸다. 기업전체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기로에서 한가롭게 결정을 미룰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바네빅은 모든 스탭에게 3개월 이내에 새로운 직장을 찾아보라고 냉정하게 발표하였다.

나는 어떤 전통적인 중앙집권적 기업도 본사 스탭의 90%를 1년 이내에 감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스탭의 30%를 실제적인 일(경리직이나 법률 서비스)을 하는 독립 서비스센터로 보낸다. 또 스탭의 30%를 라인조직으로 밀어냄으로써 분산시킨다. 그 다음, 여론조사 감원을 통해 30%가 사라진다.

이것은 가설적인 계산이 아니다. 우리는 1989년 후반기에 콤버스천 엔지니어링을 사들였다. 나는 미국인들에게 코네티컷 본부인 스탬포드에서 600명을 100명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핀란드에 가서 보라고 했다.

우리가 스트롬베르크를 사들였을 때, 본사에는 880명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25명뿐이다. 나는 그들에게 만하임으로 가서 독일식 운영을 보라고 했다.

ABB가 형성된 직후인 1988년에는 본부에 1, 500명의 인원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100명뿐이다. 점진적 개혁은 좋지 않다. 그것은 고통을 길게 연장시킬 뿐이다.

-퍼시 바네빅

현재 ABB의 총본부에는 100명의 전문가와 50명의 사무요원이 있다. ABB라는 거대한 회사의 본부에 인력관리자는 단 한 명, 아르네올슨 뿐이며 그는 한 명의 비서와 세 명의 스탭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 스탭은 간소화되었고 각 이익센터들은 막강한 권한을 위양받았다.

프리메리카(Primerica)社의 우드사이드(William Woodside) 회장도 다음과 같이 스탭의 축소를 강조한다. [204]

우리는 서방의 선진국들 가운데서 가장 형편없는 생산성 향상을 보이고 있다. 관리의 부조리가 우리를 이러한 곤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보다 높은 생산성을 달성하는 방법은 관리자들을 보다 잘 교육시키고 보다 적게 두는 것이다. 4년 전에 우리는 회사본부에 1, 200명이 넘는 관리자가 있었다. 지금 우리는 250명으로 줄이고 있는 중이다.

-윌리엄 우드사이드

한편, 톰 피터스는 「초일류를 찾아서」를 통해 ‘100명의 법칙’을 제안했다. 즉, 본사부문에는 100명 이상의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그는 다음 사례를 들고 있다.

– 에머슨 일렉트릭社에는 54천명의 사원이 있지만 본사에는 100명 미만의 사원이 일한다.

– 다니社는 35천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1970년에 500명이던 본사의 스탭진을 오늘날에는 100명으로 줄였다.

– 슐럼버거社는 60억 달러 규모의 다각화된 석유관련 용역을 제공하는 회사인데, 전 세계에 걸친 사업을 90명의 본사 스탭으로 운영하고 있다.

– 맥도날드의 본사 인원수도 비슷한데, 이는 레이크록의 ‘나는 본사관리는 적은 것이 더 낫다고 믿는다’라는 오랜 명언에 따른 것이다.

– 인텔社에서는 실제로 스탭이 거의 없다. 모든 스탭이 해야 할 일은 라인의 책임자에게 겸임시킨다는 형식으로 위양되어 있다.

– 월마트社의 창립자인 샘 월턴은 ‘비어 있는 본사’라는 법칙을 믿고 있다.

‘관건은 상점에 나가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하인츠社 산하의 10억 달러 규모인 오레아이다는 가장 사려 깊은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것은 이 회사의 사장이 세운 것이다. 그 일을 도운 것은 그의 비서와 부서관리자들이 자기 일을 보면서 잠깐씩 참여했을 뿐이다.

기획 스탭은 고사하고 다른 어떠한 스탭도 없다.

– 교환기를 제조하는 ROLM社는 2억 달러의 사업을 본사에 있는 15명의 사원이 수행해내고 있다.

최근 톰 피터스는 그의 최근 저서 「해방경영(리베레이션 매니지먼트)」에서 이른바 ‘5인의 룰’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이는, 연간매출액 10억 달러당 5명의 임원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스탭 축소 사례〉[205]

작고 강한 본사 만들기

‘작고 강한 본사’의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특히, 냉엄한 환경변화로 많은 기업이 본사를 축소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그 결과는 만족할만하지 못하다.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조직을 운영하는 핵심적인 가치관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고 강한 본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고방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206]

  1. 본사의 기능은 ‘라인 관리’에서 ‘톱의 보좌’로 전사 차원의 중장기적인 전략을 구상하여 톱을 지원한다.
  2. 탁상공론적 발상에서 현지 발상으로 고학력일수록 관념과 논리에 의존하며 ‘과학적’인 관리에 집착한다. 그러나 경영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며 진실은 현장에 있다.
  3. 감독자형에서 변화 리더형으로
  4. 미시적 발상에서 거시적 발상으로
  5. 직위-직책 중심에서 역할-기능 우선으로
  6. 계층형 확대편향에서 유연성 지향으로

캔토니(Cantoni)는 스탭을 줄이고 조직을 라인지향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대기업병을 퇴치할 수 있는 15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207]

(1) 라인관리자와 스탭관리자를 순환 근무시킴으로써 수뇌부에 현장의 현실적인 감각을 전달한다. 마스(Mars)社[208]에서는 라인과 스탭을 번갈아 가며 다양하게 근무하지 않은 과장은 부장으로 승진할 수 없다.

(2) 이러한 순환근무를 촉진시킬 수 있는 급여정책과 직무평가제도를 실시한다. 대개 급여시스템은 라인보다 스탭을 높이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스탭들이 급여시스템을 만들기 때문이다. 스탭이 라인으로 이동함으로써 손해를 보게 된다는 이러한 이동을 수용할 사람은 없다.

(3) 경영자는 최소 월 2회 이상 조직의 최하층부에서 일을 해보아야 한다. 현실의 모습을 여과 없이 인식하고, 경영에 도움이 되는 사례를 접하기 위해서 경영자들은 생산, 고객서비스, 판매 등 고객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분야에서 주기적으로 근무를 한다.

(4) 경영자는 회사의 모든 분야, 모든 계층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종업원들 또는 종업원 그룹과 비공식적인 회의를 한다. 회의의 목적은, 질 높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있어 생기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 종업원들의 이야기를 여과 없이 수용하는데 있다.

(5) 관료주의와 계층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업무평가제도를 실시한다. 대부분 평가제도는 부하직원의 수, 보고받는 사람의 급여수준, 집행예산의 규모 등의 기준으로 결정되므로 임직원들은 이런 항목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더 좋은 제도는, 회사에 기여하는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업무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과거 기준에 맞지는 않지만 기업가적 역할을 하는 직원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6) 전통적인 상사 평가제도에서 탈피하여 상사는 물론, 동료, 부하직원, 다운스트림에 있는 내부고객들이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한다. 평가항목에는 팀워크, 리더십, 도덕성, 참여도, 질에 대한 결의 등을 포함한다.

(7) 초과성과 배분제도는 팀 단위로 또는 노하우를 기준으로 보상한다. 팀 단위 보상은 팀 단위로 조직이 운영되는 경우 필수적이다. 노하우 기준 보상은 승진이나 승격을 시키지 않고도 종업원들이 노하우와 기술을 습득하는데 전력하도록 유도하는 좋은 방법이다.

(8) 라인이 스탭부서의 예산을 협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도록 책임, 권한을 배분한다.

(9) 조직의 리더는 권력, 지위, 관리 등에 대해 사사로운 욕심이 없는 사람으로 선정한다.

(10) 제반조정에 관련된 책임을 본부의 전문스탭이 아닌 라인에 부여한다. 안전관리기능은 본사의 스탭보다 부문단위의 생산이나 엔지니어링 부서에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11) 스탭의 지원기능은 독립된 계약자에게 외주화를 시킨다. 단, 사전에 비용예산규모를 항목별로 명확히 하고 성과기대수준을 확실히 정한다.

(12) 관리감독기능은 현장관리자들이 돌아가며 수행한다. 예컨대, 공장관리자들이 서로 돌아가며 다른 공장의 안전에 대한 방침과 절차를 감사한다.

(13) 라인관리자로 구성된 팀들이 현존하는 정책과 관리감독의 필요성을 평가한다.

(14) 전자우편과 음성우편에 의존하지 않고 얼굴을 맞대고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사무실을 재배치한다.

(15) 과다(Excess), 이중(Double), 차별(We-they mentality)을 상징하는 모든 것을 철폐한다. 임원 개인침실과 목욕실, 임원식당, 예약된 주차공간, 개인비서, 임원 개인수행비서를 조속히 없앤다.

한편, 스탭으로 근무하는 사람의 자격문제도 중요하다. IBM은 ‘스탭 3년 근무제도’를 인사원칙으로 고수하고 있다. 스탭이 하는 일에 전문스탭이 배치되는 일은 거의 없고, 실무책임자가 그 일을 맡게 된다. 더욱이 본사의 스탭으로 교체되어 들어가는 사람은 3년 이내에 실무를 다시 맡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것이 복잡한 관리시스템이 생기게 되는 것을 교묘히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36개월 후에는 다시 자기가 그 복잡한 체계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을 알게 되면, 누구나 그 귀찮은 관료적 기구를 만들 까닭이 없다. DEC와 3M도 거의 같은 원칙을 따르고 있다. DEC와 3M의 스탭은 소수의 법률 및 재무전문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행부서에서 차출된다. 그리고 다시 실무부서로 복귀시킨다.

톰 피터스는 회사가 라인지향적인지 스탭지향적인지를 체크할 수 있는 8가지 잣대를 제안하고 있다.

  1. 누가 봉급을 더 많이 받는가.
  2. 누가 더 승진이 빠른가.
  3. 행동이 이루어지는 곳은 어디인가.
  4. 누가 회사를 지배하는가.
  5. 경영층들은 누구와 더 많이 시간을 보내는가.
  6. 인정을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7.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 라인의 사람들을 ‘촌놈’ 취급하지 않는가.
  8. ‘사소한 일’에서 드러난다.

‘작은 조직’에 대한 저항 극복

이상과 같이 다운사이징, 분사경영, 작고 강한 본사를 통해 ‘작은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이 도출되지만 이러한 장애요소를 극복하지 못하고서는 결코 대기업병을 치유할 수 없다. 그러면 다음과 같은 장애요소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1) 최근 많은 경영전략은 중앙집권화를 지지하고 있다. 예컨대, 수송망 최적화, 원격통신 연계, 공동 데이터베이스 관리 같은 그러한 많은 일들은 계속 발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은 J&J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통합의 경제성을 검토해왔다. 가령 소비재산업 전체를 취하여 그 유통망을 일원화하는 것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서류상으로는 몇 달러 효용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대폭적인 효율이 있기 전에는 손을 대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한 기업체의 경영자가 그 사업의 모든 측면을 관리할 수 있어야만, 원만하게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규모의 경제로부터 얻는 많은 효용은 전혀 실현성이 없다고 본다. 규모의 경제는 믿을 것이 못된다. 일단 큰 괴물이 움직이면, 미처 몰랐던 비효율이 발생된다. 그리고 경영자가 그것을 알게 되더라도 그것을 뿌리째 뽑아 버리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비효율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J&J의 제임스 버크 회장

(2) 경영층은 거대한 본사 스탭들이 제공하는, 모든 일에 대한 즉각적인 대답에 의존해 왔다. 또, 스탭 계층들이 거의 사라졌을 때 통제기능이 사라진다. 이에 대한 대답은 새로운 통제방식이 과거의 방식을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고객과의 접촉’이다. 예컨대, 끊임없이 방문하는 화가 난 고객들과 같은 ‘시장접촉’은 2천 페이지에 달하는 분석결과를 들고 방문하는 스탭 관리자들보다 훨씬 더 힘이 강하다. 결국은 ‘자율경영’에 의한 ‘자율관리’가 요구된다.

(3) 엄청나게 남아도는 중간관리자는 어떻게 할까? 대답은 광범위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교육 후는 직무전환을 시킨다는 것이다.

(4) 독립적 사업부가 만들어져 이들이 밀접하게 관련된 시장에서 함께 활동할 경우 발생하게 될 필연적인 중복의 혼란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예를 들면, 사전 협의 없이 여러 판매원이 똑같은 고객을 방문하게 할 것이고, 각각 다른 사업부에서 생산된 제품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서로 경합하게 될 것이다. 만약 그것이 두려운 일이라 해도 여전히 움직여야 한다. 중복방문 판매에 의한 혼란상태로 당황하는 것이, 자기회사보다 5∼10배 빠르게 움직이는 중간 규모의 경쟁상대에게 시장을 빼앗기고 당황하는 것보다는 훨씬 덜할 것이다.

방안20 수직적 조직운영을 수평적으로 전환

최근, 많은 기업에서 다운사이징이나 관리직 삭감에 의한 계층구조 파괴가 진행되고 있지만 경직화된 관료적 체질은 여전히 남아있다. 설계담당자는 제조현장과 무익한 충돌을 반복하고 있고 시장조사-기획 부문과 판매 제일선은 서로 자신의 주장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또 비용삭감을 소리 높여 부르짖는 재무담당자에게는 모든 부문으로부터 비난의 소리가 높다. 이는 기업이 아직 전형적인 수직적 조직으로부터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얀 칼슨의 SAS의 사례를 보자. [209]

스톡홀름에서 뉴욕으로 가는 SAS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가기 위해 당신이 채식주의자용 특별음식을 사전에 주문했다고 하자. 당신은 불안한 마음으로 주문한 음식이 기내로 공급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체크인 카운터로 가서 물어본다.

“모르겠네요. ” 직원은 한숨을 짓는다. “죄송해요 하지만 전 바빠요, 그리고 기내식 서비스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지요?”라고 당신이 묻는다.

“탑승구로 가서 문의해야 할 거에요. 거기에서는 아마 당신을 도와드릴 수 있을 거예요. ”

그런 후 직원은 줄지어 서있는 다음 손님을 도와주기 위해 재빨리 움직인다. 어쩔 수 없이 당신은 탑승구로 가서 다시 묻는다.

탑승구 담당직원은 친절하지만 그 역시 당신의 음식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도와드리고 싶지만 기내식 서비스와는 아무 관련이 없으니 일단 비행기에 타셔서 스튜어디스에게 문의하세요. 그러면 아마 일은 잘 해결될 거예요. ”

마지못해 당신은 비행기에 오른다. 당신이 채식주의자용 음식에 대해 스튜어디스에게 물었을 때, 그녀는 어리둥절해 한다. 그녀는 특별음식 주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 그러나 비행기는 이미 막 이륙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게 되었다. “저희들에게 좀 더 일찍 알려주셨어야지요. ” 그녀는 질책하듯 말한다. “만일 저희가 제때에 알기만 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거예요. ”

이 상황에서 보듯이 계층적 조직구조는 SAS가 3번의 MOT를 망쳐버리는 권한이 없었고, 그리고 아무도 감히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상적인 자신의 역할에서 한 단계 더 나갈 엄두를 내지 않았다.

그러면 조직이 구조를 평평하게 변화시키고 피라미드처럼 납작하게 하여 스톡홀름∼뉴욕 운항에 처음부터 끝 가지 한 팀으로 책임지게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팀은 15명으로 되어 있고, 그 중 2명은 「코치」로서 한 명은 기내의 일을, 한 명은 비행기 외부의 일을 처리한다. 기내 코치는 승무원들의 브리핑을 듣고 탑승을 시작할 적당한 시간, 승객자 명단에 어린아이가 있는가, 그리고 특별식을 주문한 사람이 있는지 등과 같은 그러한 비행 전 체크사항에 관해 상의한다.

기내팀은 아침에 체크인 카운터에 모여 승객들의 매표문제를 다루고 좌석을 배정하고 깨지기 쉬운 짐을 취급하는 등의 일을 다룬다. 어떤 어머니가 아기를 데리고 도착했을 때, 그녀는 유아용 침대가 이미 기내에 준비되어 있고, 그녀 옆 좌석은 가능한 한 비워놓겠다는 말을 듣는다.

당신이 체크 인 카운터에 도착해서 사전에 주문한 채식주의자용 특별식에 대해 물었을 때 카운터 뒤의 직원이 서두르는 나머지 당신을 소홀히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팀 조직 덕분에 당신의 음식요청은 그 여직원이 책임지게 될 것이다. 그녀는 그 음식이 기내에 준비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거나 혹은 당신이 탑승할 때쯤이면 음식도 비행기내에 준비되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승객들이 체크인을 하게 되면 SAS팀은 서서히 탑승구로 나아가 안면이 있는 승객들에게 인사를 한다. 그들은 뉴욕까지의 비행에 익숙해서 모든 일상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즉 JFK에서 라과디어로 어떻게 갈아타는지, 도중에 오슬로에서는 왜 잠시 기착하는지, 실제 비행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그리고 그들이 그린랜드 상공을 날고 있을 때 기장이 안내방송을 할 것인지 등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다.

모든 문제들은 발생하자마자 즉석에서 해결된다. 일선 승무원들은 상관의 승인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승객들은 걱정과 불만에 쌓인 가운데 탑승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수직적 기업에서는 고객이 아닌 상사에게 품의 올리는 것을 제일로 생각하고 있다. 기업전체나 그 목표를 고려하기보다는 자신이 소속된 부문에 충성을 다하려고 애쓴다. 이러한 사내업무 수행방법을 근본적으로 변혁시키기 위해서는 종래와는 다른 조직 즉, ‘수평적 조직’의 구축이 필요하다.

도요타, 本田, AT&T, 듀폰, GE, 모토롤라 같은 일류기업은 이미 이러한 조직을 도입했다. 효율이나 생산성의 대폭적인 향상을 위해 산업혁명 이후 기업경영의 원형이 되어 온 수직적 조직에 대한 파괴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다트머쓰大의 퀸 교수 역시 「지적 기업(Intelligent Enterprise)」에서 앞으로의 기업구조는 극단적인 ‘수평 조직’이 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극단적인 수평조직이란 수백 개의 판매장과 사무실에서 본부에 정보를 보내면 본부에서는 이 정보를 처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며 그 결과를 각 판매장이나 사무실에 다시 보내는 조직이다. 그러므로 각 판매장이나 사무실은 다른 판매장이나 사무실과 접촉할 필요가 전혀 없어지게 된다. 그는 이를 ‘거미줄조직’이라 이름 붙였는데 대형 슈퍼체인인 월마트나 광범한 지역에 13천명의 계좌관리자들을 배치하고 있는 메릴린치에서 그 원형을 찾아 볼 수 있다. [210]

日經비지니스紙는 수평적 기업의 핵심개념으로 다음 7가지의 키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 [211]

1. 고객만족도를 경영목표로 한다.

주가상승이나 이익향상이 아닌 고객만족도를 업적의 주요한 척도로 한다. 고객이 만족하고 있다면 이익은 향상되고, 주가도 상승한다.

2. 피라미드형 조직을 평준화시킨다.

지휘계통을 단순화한다. 그 결과로 단편적인 업무를 통하고, 부가가치가 없는 일은 제거하며, 각 업무의 프로세스를 최소한으로 감축시킨다. 업무수행에 있어서는 가능한 제한된 적은 수의 팀으로 대응한다.

3. 기능보다 프로세스를 중시한다.

기능별로 부, 과를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5개 정도의 ‘중핵 프로세스’에 맞는 조직을 만들고, 각각의 달성목표를 갖게 한다. 각 프로세스 조직에는 ‘OWNER’를 지명한다.

4. 모든 면에서 팀을 활용한다.

팀을 조직의 주요한 구성단위로 한다. 팀에는 공통목표를 가지게 한다. 목표달성의 정도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팀의 업적을 항상 파악해 둔다.

5. 업적을 팀으로 평가한다.

개인업적이 아닌 팀 전체의 업적에 기초한 평가-보수체계를 도입한다. 스탭에는 특정분야의 전문지식보다도 오히려 광범위한 기능의 연마를 장려한다. 이것을 실행한 자에 대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한다.

6. 협력업체나 고객과 빈번히 접촉한다.

사원을 협력업체나 고객과 정기적으로 직접 접촉하게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협력업체나 고객의 대표를 사내 공식적인 업무수행 팀에 참가시킨다.

7. 전사원에 대한 정보전달과 사원교육을 한다.

필요한 때에만 정보를 일방적으로 흘리는 낡은 관습을 개혁한다. 스탭을 신용하고 살아있는 정보를 접하게 한다. 한편으로 정보 활용방법을 교육시키고, 독자적 분석이나 판단을 하게 한다.

또 자율관리팀은 이익이나 주주의 의향보다도 오히려 고객만족(CS)을 지향한다. 종업원의 평가도 개인의 업적이 아닌 팀 전체의 능력향상이나 업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자동차부품의 첨병인 어라이드 시그날社의 로렌스 보시디 회장은 “우리는 고객제일의 수평적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수년 내에 대폭적인 생산성 향상이 달성 가능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나름대로 합리성을 갖고 있는 현재의 수직적 조직을 수평적 조직으로 바꾸는 것은 여러 가지 고통을 수반한다. 예를 들면 AT&T의 네트워크 서비스부문(사원수 1만 6천 명)은 업무프로세스를 13개로 집약하였는데, 이는 종래의 130개 프로세스를 전면 재구축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더욱이 종래의 마케팅-재무-제조에 있어서 부문의 벽을 제거하고, 좀 더 넓은 시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종업원을 설득해야 했다.

사원의 동요는 극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그때까지 장기간에 걸쳐서 업무실적에 따라 대우받아온 職長이나 매니저들도 있다. 조직이 변화된다면 발아래 지반이 무너지는 것처럼 불안에 사로잡히게 된다.

-듀폰의 조직개혁 담당책임자인 테리 에니스

이렇게 힘든 수평적 조직을 일찍부터 도입한 기업은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웰치 회장 스스로가 ‘일의 경계선 폐지’를 주창한 GE에서는 비용 삭감이나 개발기간 단축 이외에 고객에 대한 신속한 대응 면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GE의 조명사업부문(연간 매출 30억 달러)에서는 상급간부 그룹이 예산이나 인원배치 외에 업무프로세스나 경영계획 조정 등에 종사하고 있다. 그룹 멤버는 좁은 전문영역밖에 알지 못하는 전문가가 아니고, 다방면에서 우수한 능력을 갖고 인정받는 사람들이다.

세세한 일상업무는 각각의 담당팀에서 맡고, 간부사원은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업무전체를 보고 있다.

-GE 인재개발부 매니저 해롤드 쟈일즈

이러한 방법은 사원교육이나 능력평가, 급여체계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상사에 대한 대응보다도 업무프로세스를 중시하기 위해 동료, 부하, 상사를 불문하고 상호간의 일을 평가하는 ‘전방위평가(GE에서는 360˚ 평가라고 부른다. )’를 확립하였다.

트럭 리스 회사인 라이더 시스템社는 각 사업부문이 제 각각으로 조직되어 횡적연결이 결여되어 있었다. 종래 종적으로 나누어진 조직을 그대로 두고 비용삭감에 노력을 했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르게 되었다. 사내조정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과거조직 그대로는 고객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업무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재구축하였다”라고 마케팅담당 상급 부사장인 J 리들은 강조한다. 이전에는 리스용 차를 한대 구입하려고 해도 신청서류를 14∼17개의 관계부서에 돌렸다. 리들 선임부사장은 “그 사이에 계획이 취소되는 것도 많았다”라고 회고한다. 이 회사는 서류절차를 고객에게 차를 리스하는 하나의 프로세스로 간주하고 불필요한 승인절차를 폐지하였으며, 현장으로 권한위양을 추진한 결과 리스차 구입까지의 기간은 종전의 1/3인 4개월로 단축되었다.

요즈음 사원은 소속된 조직이 아닌, 팀에 대해서 충성을 맹세하게 되었다. 보다 넓은 시야에서 사물을 판단할 수 있게 되고, 의사결정은 지금까지 보다 1단계 낮은 직급에서 행해진다.

-이스트만 케미컬社의 어네스트 디벤포트 사장

조직의 변화가 직함이나 출세코스, 혹은 개인의 목표까지도 변화시켜 버리는 것이 확실하다. AT&T의 네트워크 시스템에는 13개의 핵심업무 프로세스 각각에 ‘오너(Owner)’나 ‘챔피언(Champion)’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 오너는 일상업무에 전념하고, 챔피언은 업무 프로세스를 회사전체의 경영전략에 맞추도록 노력한다. 중요한 것은 협력관계이다.

최우선 과제는 지금까지 반목하고 있는 마케팅과 재무담당자를 어떻게 협조시킬 것인가 이다. 앞으로 출세할 수 있는가 아닌가라는 문제는 업무의 영역을 초월한 사람들과 협력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달려 있다.

-체인지러블 인터내셔널 컨설팅社의 공동설립자 제랄드 로스

그렇다고 하여 수직적 조직이 사라져 버린다는 속단은 금물이다. 완전히 수직적 조직을 폐지한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조직의 신봉자조차 제조, 재무 등에 전문화된 매니저의 역할이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앞으로 대부분의 기업조직은 수직적과 수평적을 혼합한 형태가 될 것이다

-경영컨설턴트 더글러스 스미스

그렇지만 수평적 기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다. 향후는 좀 더 폭 넓은 입장에서 생각하면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발전해 가는 것이 요구될 것이다. 사람이 아닌 업무프로세스를 관리하고, 팀워크를 중시하는 것도 지금까지 이상으로 요구될 것이다.

방안21 관리계층 축소

기업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관리계층의 수를 줄이는 일이다.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열렬히 지지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4단계의 관리계층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한 사람의 職長이 있고, 그 직장이 곧바로 부장에게 보고하며, 그 부장은 사장에게 보고하고 사장은 직접 이 사무실로 올라온다.

-뉴코어(Nucor Corp. )社의 아이버슨 회장

계층적 조직구조는 적정관리인력 즉, ‘관리의 범위(Span of Control)’가 한정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수십 년 전부터 미국인들은 5∼7명 이상의 사람을 관리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일본인은 이를 무시했다. 한 은행에서 수백 명의 지점장이 본사의 영업부장 한 사람의 지시에 따르는 일이 허다하다. 미국기업과 일본기업의 커다란 차이 중 하나는 중간관리층 수이다. 도요타에서는 사장∼현장작업자까지 5개의 계층이 있지만, 포드에는 15단계가 있다.

GE에서도 조직의 계층에 대해 대단한 관심을 쏟고 있다. GE는 관료주의와 계층철폐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수많은 섹터와 그룹, 그 밖의 상층조직을 폐지했다.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1) 계층은 정보의 흐름을 단절하는 요인이 된다.

(2) 계층은 업무의 흐름을 방해한다.

(3) 계층은 사실을 왜곡한다.

(4)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할 수 없게 되므로 현실에 입각한 장래를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조직개혁을 실시하는데 있어서 우리들이 최초로 시도한 것은 관리자 계층을 없애는 것이었다. 이러한 계층은 조직이 갖는 약점을 은닉하여 평범하게 만든다. 따라서 사내에 존재하는 불필요한 부문이나 부서를 폐지함에 따라 사내의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필터를 제거할 수가 있다. 비즈니스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복잡한 것이 아니다. 복잡해지는 것은 필요한 정보가 입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웰치 회장, HBR誌와의 인터뷰에서

관리계층을 축소하면 의사결정의 스피드는 놀랄 만큼 빨라진다. 예컨대, GE가 프랑스 톰슨社와 교섭하면서 의사결정에 소비한 시간은 30분뿐이었다고 한다. GE는 자기의 가전제품사업(AV기기)과 톰슨의 의료화상 진단사업을 교환함으로써 의료시스템사업을 대폭 강화했다. 다음은 GE의 1991년도 연차보고서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이러한 스피드는 사내의 경계를 없앰으로써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스피드에 의해 현금흐름의 증가나 수익성의 개선, 고객니즈의 대응력 강화에 따른 시장점유율의 확대, 리드타임 단축에 의한 생산능력 강화 등 분명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스피드로 인해 사원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활기가 생긴다. 직종간의 벽을 뚫고 관료주의와 그 경계를 극복하고 아이디어를 추진하여 여러 가지 프로세스를 거쳐 곧바로 시장에 반영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등의 이점도 기대할 수 있다.

UA社의 前 사장인 에드워드 칼슨은 ‘모래시계 이론’을 곧잘 강조했다. 그에 의하면 대체로 “조직의 중간관리자는 위에서 내려오는 의사결정의 흐름을 막고, 밑에서 올라가는 아이디어를 차단하는 불필요한 활동 외에 하는 역할이라고는 없다”는 것이다. 칼슨은 중간관리층을 스펀지라고 비꼰다. 현장경영은 중간층이 적을수록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드러커(Drucker)는 그의 고전적 저서인 「경영의 실제」에서 어떤 조직이건 최대한 7개 계층을 넘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212] 1954년의 일이다.

톰 피터스(Tom Peters)는 훨씬 더 과격하다. 최대한으로 5개 계층을 주장한다. [213]

사실 5개 계층도 많은 사업부를 가진 아주 복잡한 조직에만 적응되어야 한다. ‘감독자(25명에서 75명 정도의 근로자를 감독)∼부장∼사업부장’이라는 3개 계층이 공장이나 제작소 또는 유통센터와 같은 단일시설에서는 최대가 되어야 한다.

-톰 피터스

우연히도 5계층은 가톨릭교회에서 8억의 신자들을 감독하기 위해 둔 것과 똑같은 수의 계층이다. 긴즈버그와 보이타는 「인간의 규모를 넘어서: 위험에 처한 대기업」에서 이렇게 서술했다.

조직에 대해 글을 쓴 많은 사람들은 가톨릭을 서방에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큰 기관으로 언급해 왔다. 가톨릭은 1, 5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도력과 힘을 지닌 굳건한 위치를 확보하고 유지해 왔다. 가톨릭의 주요한 조직적 특성들은 그 규모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조직계층을 피해 왔다는 것이다.

경영 컨설턴트인 커니(Kearney)가 41개의 대규모 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1985년도의 상세한 조사는, 장기적인 재무적 성과를 기초로 성공한 회사와 실패한 회사를 대조적으로 보여주었다. 성공한 회사들은 실패한 회사들보다 3. 9단계나 적은 관리계층을 가지고 있었고(7. 2:11. 1), 판매액 1억 달러당 500명이 적은 스탭 전문가들을 가지고 있었다. [214]

숀버거(Sohonberger)는 「세계수준의 제조」에서 공장의 조직구조를 혁신한 수백 가지의 사례를 광범위하게 분석한 후, ‘보다 적은 사람들로 보다 훌륭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했다. [215]

1. 설비보전부서: 보다 적은 사람들이 보다 좋은 유지를 한다. 작업자들은 사전에 실패를 예방할 때, 그들 스스로 보수-유지를 더욱 빠르고 더욱 싸게 한다.

2. 품질관리부서: 보다 적은 인원이 보다 나은 품질을 만든다. 적절한 교육과 함께 자체검사는 통례적인 것이 되고 있다.

3. 경리부서: 보다 적은 경리사원이 보다 훌륭하게 경리를 처리한다. 예를 들면 적시 재고관리와 작업자 보수유지가 이루어지는 경우 직접적인 원가계산으로 복잡한 간접비 배분을 대체할 수 있다.

4. 생산부서: 보다 적은 생산관리자들이 보다 나은 생산통제를 한다. 자체 내에서 필요한 일 처리를 자급자족식으로 소화하는 집합적 공정이 크게 도움이 된다.

5. 자재관리부서: 보다 적은 자재관리자가 보다 나은 자재관리를 한다. 적시관리에 의해서 공장에서의 공정이 보다 덜 복잡해진다.

6. 전산부서: 보다 적은 데이터 처리과정이 보다 좋은 정보를 만든다. 단순화가 그 원인이다.

-리처드 숀버거

브런스윅(Brunswick)社는 조직계층을 40% 줄이자 적자 상황에서 정상을 회복했다. 처음에는 줄어든 본사 스탭의 일을 처리하기 위하여 사업부마다 전문스탭들을 늘려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각 사업부 스탭들 또한 즉각적으로 줄어들었던 것이다. 이 사실은 사업부 스탭들이 했던 일들의 대부분이 생산적인 일이 아니라, 단지 본사 스탭과 그룹총괄 스탭으로부터 내려오는 요청에 대한 대응만을 양산해 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방안22 기계적 조직에서 유연한 조직으로 전환

기업이 급변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관료주의에 바탕을 둔 기계적 조직구조에서 탈피하여 자율성과 창조성이 넘치는 유연한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조직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이미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와 있다. 대학캠퍼스와 같은 환경 유연한 조직구조(신규사업조직의 분리, 악습타파를 위한 임시조직, 정기적인 조직의 재편성 등), 자발적인 사원, 열렬한 챔피언, 개인에게 최대한의 자율성 보장, 팀제도와 사업부제, 수시로 행해지는 광범위한 실험, 적극성을 강조하는 피드백, 강한 사회적 유대 등에 대하여 이야기해 왔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적극적인 것과, 다소 무질서한(느슨한) 형태로 도전정신이 스며있는 것이다. 이를 조직 차원에서만 한정해서 보면, ‘유연한 조직’으로 다음의 것들이 있다.

(1) 유기적 조직(Organic Organization)

(2) 태스크포스팀(Task Force Team)

(3) 자율관리팀(Self-Managed Team)

(4) 애드호크러시(Adhocracy)

(5) 기능횡단팀(Cross Functional Team)[216]

유기적 조직(Organic Organization)

번즈(Burns)와 스토커(Stalker)는 전자-섬유업계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조직시스템을 ‘기계적(Mechanic) 조직’과 ‘유기적(Organic)조직’으로 분류하고 혁신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후자가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관료적인 성향을 버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즉, 변화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관료적 조직은 점차 소규모, 임시적, 프로젝트 조직으로 옮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217](도표참조)

〈기계적 조직과 유기적 조직〉[219]

유기적 조직의 성공의 열쇠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하는 것이다. 다차원적인 의사소통 네트워크를 통해 각기 다른 모든 기능조직들이 각기 다른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통제를 줄이고 하위계층이 변화를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218] 또, 스탭들이 현장에 밀착되어 있어야 아이디어를 더욱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 유기적 조직이 주는 교훈은 간명하다. 분권화, 참여, 장인정신, 통제최소화, 다차원 의사소통 같은 유기적 조직의 특성들은 혁신을 수행하는데 기본적인 요소이며, 유기적 조직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조직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태스크포스팀(Task Force Team)

유연한 조직의 유형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이 바로 태스크포스이다. 태스크포스는 NASA와 폴라리스 프로그램에 의해서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NASA는 필요에 따라 수시로 팀을 조직하는 체제를 도입하여 초기 계획에서 멋진 성과를 거두었다. 폴라리스 잠수함 건조계획에서는 한층 효과가 컸다. 태스크포스의 개념은 그 후 사업으로 확산되고 모든 일에 적용되었다. 1970년경에 이것은 많은 대기업에 널리 보급되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태스크포스가 잘못 운영되면 관료주의의 전형으로 변질된다는 점이다. 가장 심각한 증상은 팀 그 자체를 만드는 것이 목적화되어 버리는 경우이다. 그렇게 되면 관료적인 체제 내에서처럼 목표지향적인 활동 대신에 서류와 조정작업이 늘어난다. 답답하고 형식적이며 서류에 얽매이고 규칙에 쫓기는 제도 아래서는 태스크포스가 ‘조직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고 행동을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하지 못한다. 태스크포스가 또 다른 이름을 가진 조정위원회로 전락하는 것이다. DEC, 3M, HP, TI, 맥도날드, 다나, 에머슨 일렉트릭, 엑슨과 같이 회사의 태스크포스 모델은 다른 회사들에 모범이 되고 있다. 태스크포스가 그야말로 본래의 목적대로 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태스크포스는 대개 10명 이하의 소수인원으로 구성된다.

(2) 태스크포스의 보고수준과 그 구성원의 선임권은 그 문제의 중요성에 비례한다.

우리의 구성원으로 삼고 싶은 사람들은 중견간부들뿐이다. 그 대리인은 필요없다. 우리가 구성원에 포함시키고 싶은 사람은 모두 팀의 까다롭고 특별한 일 같은 것은 바로 끝내고 자신의 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바쁜 사람들뿐이다.

-DEC 임원

(3) 전형적인 태스크포스의 존속기간은 제한되어 있다. TI에서는 4개월 이상 팀이 존속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일류기업에서는 어떠한 태스크포스도 6개월 이상 존속하면 안된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4) 구성원은 보통 지원제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가 나에게 어떤 태스크포스에 참가해달라고 요청한다면 나는 참가한다. 우리 회사이서는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인 문제를 취급하고 또 어떤 결과가 나오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마이크를 도와주기 위해 다시 나의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나의 태스크포스라면 나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그 참된 가치를 얻도록 노력할 것이다.

-3M의 어느 간부

(5) 태스크포스는 필요에 따라 신속하게 결성되며 일반적으로 공식적인 설립절차를 밟지 않는다.

(6) 후속조처가 빠르다. 이점에서는 TI가 모범적이다. 태스크포스가 만들어진 지 3개월 후에 중견 경영자는 어떤 결과가 일어났는지 알기를 원한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직 보고서를 계속 작성 중입니다. “라는 대답은 만족할 만한 것이 못된다.

(7) 어떤 스탭도 배정되지 않는다. 서류 만지기를 좋아하는 자는 서류 만지는 그룹과 교제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TI, HP, 3M, DEC에서는 태스크포스에 담당이사, 그 보좌관 또는 보고서 작성 담당자 등의 스탭이 배정되는 일이 없다.

(8) 서류화는 기껏해야 비공식적이고, 그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태스크포스가 하는 일은 서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율관리팀(Self-Managed Team)

자율관리팀의 전형적인 사례로, 존슨(Kelly Johnson)이 고안해낸 록히드(Lockheed)社의 스컹크 웍스(Skunk Works)를 들 수 있다. 존슨의 지도 아래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의 집단이 44년간 땀 흘려 일했다. 그런 과정에서 그 팀은 41종의 신형 항공기와 기타의 보다 복잡한 시스템들의 실용모델을 탄생시켰다. 그 가운데에는 F-104 스타파이터기, 내기구성이 강한 C-130기, 그 유명한 U-2기, 환상적인 SR-71 블랙버드 정찰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 존슨은 수 차례에 걸쳐 예상원가의 1/10을 들여 예상시간의 1/10만에 신제품을 내놓곤 했는데 그것도 보다 향상되고 신뢰도가 높은 제품이었다. 이런 유형으로 기업관료제도를 타파하는 자율관리팀이야말로 대기업들이 본받아야 할 모델이다.

기능횡단팀이 여러 기능의 전문가가 모이는데 비해, 자율관리팀은 유사기능부서에서 조직된다. 그러나 기존의 관리자 개념은 없다. 오히려 스스로 작업일정, 질적 목표수준 등을 정하며 어떤 경우는 채용, 해고, 성과평가 등이 일정 가이드라인이나 기준 내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S.C. 존슨왁스社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의 인사부장인 얼 밴더윌렌(Earl Vander Wielen)은 인사관리자의 업무를 새롭게 정의했다. 전통적인 인사관리자들은 회사전체의 급여체계나 종업원들이 정부의 규제를 지키도록 하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회사의 일상업무에 관심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10여년의 생산부서 근무경력을 가진 밴더윌렌은 새로운 방식을 인사관리업무에 도입했다. 회사의 경영진들이 자율관리팀을 도입하기로 했을 때, 밴더윌렌과 그의 직원들은 생산현장에 내려가서 라인관리자들과 근로자들에게 자율관리팀의 성공에 필요한 모든 사항들을 오랜 시간에 걸쳐 교육을 하였다.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지난 8년간 중간관리자의 수는 140명에서 37명으로 줄었으나 생산성은 305%나 향상되었다. 인사부문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애드호크러시(Adhocracy)

베니스 교수는 「임시적인 사회」에서, 토플러는 「미래의 충격」에서 다 같이 애드호크러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상이 급변할 때는 ‘관료주의’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관료적 조직은 주어진 범위 내에서 효율성을 올리는데 역점을 둘 뿐, 문제해결(Problem Solving)에 관해서는 별다른 처방전을 제시하지 못한다. 여기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이 요구된다. 이런 대표적인 조직이 애드호크러시 조직이다. 각각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을 특별한(Ad-hoc) 프로젝트팀으로 통합시킨다. 이는 문제해결을 위해서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이질적 전문가집단으로 구성된 조직으로서, 혁신적이고 적응적, 탄력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도록 조직이 구성되고, 문제해결이 끝나면 해체되는 일시성을 가진다. 이러한 애드호크러시가 갖는 기본적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간다.

(1) 계층의 수직적 분화가 적은 대신 수평적 분화는 크다. 고도의 훈련된 전문가들에 의해서 프로젝트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조직은 수직적 분화보다는 수평적 분화가 잘 되어 있고, 이로 인해 계층은 관료적 조직에 비해 매우 적다. 이로 인해 탄력성 있는 조직운용이 가능하게 되고, 또 전문가 위주로 된 조직이기 때문에 감독도 불필요하다.

(2) 의사결정이 분권화되고 모든 전문가가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관료적 조직에서와는 달리 전문화된 업무의 수행에 중복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권한과 책임이 애매해질 수도 있다.

(3) 높은 전문성(Professinalization) 때문에 규정-규칙이 필요 없으며, 그에 따라 공식성도 없다. 전문적 관료조직의 경우에는 문제해결을 위하여 문제를 분류하고 표준화된 프로그램에 의하여 모든 전문가들이 균일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애드호크러시의 경우는 공식화된 업무처리의 양식이 필요없다.

(4)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정보의 흐름을 책임지는 연락담당(Liaison Devices)을 지정해 운용한다. 이런 조직의 업무는 조직 간에 서로 상호조정으로 이루어지며, 프로젝트 매니저의 기능이 연락담당의 한 예이다.


제20장 조직풍토 차원의 치유방안

활력에 넘치는 살아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풍토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의 사항들이 필요하다.

(1) 진정한 프로를 육성한다. 현재의 환경은, 자기 일에 대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경영을 하며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오너십(주인의식)에 충만해 있는 프로를 요구하고 있다.

(2) 기업가정신을 함양한다. 1%의 발명을 100%의 성공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불굴의 투지와 강인한 끈기를 가진 기업가가 이를 99% 뒷받침해야 한다.

(3) 기업문화를 도전적, 공격적으로 바꾼다. 수비형 스타일로는 세계무대에서 더 이상 현상유지도 불가능한 세상이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공격이야말로 가장 좋은 수비인 것이다.

(4) 변화를 수용하는 자세를 드높인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조직에서는 어떠한 변화도 일과성에 그칠 수밖에 없다. 작은 변화를 통한 ‘성공 체험’을 바탕으로 조직전원이 자신감을 갖고 변화에 과감히 도전하는, 보다 근본적으로는 변화 그 자체를 사랑하는 체질로 바꾸어가야 한다.

방안23 프로의 육성

프로는 자기 업적에 대해 자기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이다. 주인의식 즉, 철저한 오너십이 필요한 것이다.

帝人은 창립기념일인 93년 6월 17일 사장회견 중에서 ‘신행동지침’을 발표했다. “상사의 말을 절대시하지 않는다. 의문, 반론이 있으면 부딪힌다. “와 같이 기존관념을 깨는 참신한 내용이 많아 매스컴에 화제가 되었다. 종업원들을 프로로 키우기 위해서는 기존의 일본전통적인 예의범절도 과감히 허물어야 한다는 발상이다.

[帝人의 新행동지침]

♦ 자신에게

1.자신의 업무에 대해서는 제일인자가 된다.

– 기본을 중시한다.

– 평론가가 되지 않고, 제언가, 실천가가 된다.

– 팀 속에서 완수해야 할 역할을 생각하고, 실행한다.

– 나보다 한 단계 위의 입장에 서서 생각한다.

2. 현상유지에 만족하지 않는다.

– 목표를 높이 세운다.

– 전례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것에 도전한다.

– 믿는 것을 용기에 갖고 완수한다.

3. Good 커뮤니케이션에 힘쓴다.

– 여러 사람과 마음을 열고 서로 대화한다.

–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 동료에게

4. ‘분담의 벽’을 뛰어넘는다.

– 조직의 벽을 뛰어넘고 ‘회사를 좋게 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 타인의 업무에 항상 관심을 갖고 의견을 교환한다.

♦ 상사에게

5. 자신의 의견을 갖고 나아가 제언한다.

– 상사의 말을 절대시 하지 않는다. 의문, 반론이 있으면 부딪힌다.

– 옳다고 생각한 것은 자신을 갖고 설명한다.

– 결정되면 최선을 다한다.

6. 맡은 업무에 대한 판단은 자신이 한다.

– 상사에게 ‘상담’함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불명확하게 해서는 안된다.

♦ 부하에게

7. 신뢰하고 업무를 맡긴다.

– 목표를 명확히 설정한다.

– 권한과 책임을 부하의 능력이 닿을 정도로 부여하고 최종책임은 스스로 진다.

– 부하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사항을 문의해 오면 되돌려 보낸다.

8. 부하를 키운다.

– 스스로 행동하여 어떤 모습을 제시한다.

– 항상 공정한 평가를 내리도록 힘쓴다.

– 각각의 개성을 존중하고 장점을 키워준다.

– 칭찬할 때는 칭찬하고 꾸짖을 때는 꾸짖는다.

9. 솔직히 토론한다.

– 부하의 의견, 제언을 소중히 한다.

– 토론 단계에서는 異論, 반론을 환영한다.

♦ 기타

10. 넓은 시야를 갖는다.

– 이 세상의 변화에 민감해진다.

– 사내를 위한 업무보다 사외뉴스에 대응할 수 있는 업무를 우선한다.

11. 밖으로 나간다.

– 가기 꺼리는 곳에 스스로 출장간다.

– 시장에서 듣고 고객지향에 힘쓴다.

– 폭넓은 인맥을 만들어 업무에 이를 살린다.

♦ 미래에

12.변화를 성취한다.

– 과거의 성공과 실패에서 배워 내일을 생각한다.

프로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믿고, 맡겨야 한다 . 그리고 오너십을 해치는 모든 아마추어적인 요소를 없애야 한다. 또, 종업원들을 미래지향적이면서 폭넓은 시야를 갖도록 양성시켜야 한다. 특히, 중견간부에게 바람직한 리더십 스타일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믿고 맡긴다

‘상사에게 말대꾸하라!'(Talk Back to the Boss!)’라는 다나(Dana)사의 전임회장 맥퍼슨(Ren McPherson)의 광고가 몇 달 동안이나 포천, 포브스, 비즈니스위크誌에 실렸다. 맥퍼슨의 부하육성 원칙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의 손에 회사를 맡겨라”라는 것이다.

우리 회사에는 사내규정이 없다. 1960년대 말에 규정집을 파기했기 때문에 보고서나 품의서 따위도 없어졌다. 그것을 신뢰로 대신했다.

-다나사의 어느 임원

프로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믿어야 한다. 즉, 신뢰하고, 부하를 한 사람의 성인으로 대접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사업가로 만드는 것이다. 각자를 업무 흐름 속에서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이다.

어느 산업심리학자가 실시한 실험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피실험자 전원에게 몇 가지 어려운 수수께끼를 풀게 하고, 도중에 뒤에서 귀에 거슬리는 잡음이 나는 녹음테이프를 틀었다. 피실험자의 한쪽 그룹에게는 언제라도 녹음기를 끌 수 있는 보턴을 주고, 나머지 그룹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그 결과 보턴을 받은 그룹은 보턴을 받지 않은 그룹에 비해 5배나 많은 수수께끼를 풀고, 정확도에서도 25%나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실험 중 실제로 보턴을 눌러 녹음을 끈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는 점이다. 피실험자는 주어진 조건을 자신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조그마한 수단(보턴을 누른다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의 처리방식에 커다란 성과를 보인 것이다.

‘작은 오너십(주인의식)’ 또는 ‘오너십이 있다는 의식’만으로도 실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뉴저지 주 에디슨의 포드자동차 조립공장에서는 라인 스톱제도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이 공장의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일단 누르면 즉시 라인을 정지시킬 수 있는 보턴을 주었던 것이다. 공장장의 입장에서 보면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이 실험의 효과는 열 달 만에 확실하게 드러났다. 사실 이 에디슨 공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실제로 보턴을 눌렀다. 그것도 하루 동안에 20∼30번이나 조립라인을 정지시켰던 것이다. 한 번의 정지시간은 평균 10초간이었다. 그렇지만 너트나 볼트를 한번 비틀고 다시 반대방향으로 돌려 차의 품질조절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한번에 10초씩, 20∼30번이면, 하루에 줄잡아 200초∼300초의 시간을 손실한 셈이지만, 이 정도는 본질적으로 무시하여도 괜찮은 시간이다. 사실 이 시간의 손실이 있더라도 공장의 생산성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더욱이 이에 따라 명확해진 다른 세 가지 지표는 주목할 만하다. 우선 생산된 차 한대마다의 결함수치가 실험개시 열 달 만에 17건에서 8건으로 줄었다. 또한 조립라인을 나온 완성차에서 수리를 요하는 차의 수는 97%나 감소했다. 나아가 생산시설의 각 부분에 대한 노조 측의 고충건수는 평상시 평균 200건 이상이나 되었지만, 12건 이하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런 수치상의 개선과 아울러 종업원들의 말과 태도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어느 베테랑급 조립공은 “마치 누군가가 숨 막히는 방안의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기분이다. 모두들 제대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 감독자에 대해서도 “그들은 더 이상 경찰관이 아니라, 우리들의 조언자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개방적인 직장분위기와 함께 바로 바라던 바가 일어났던 것이다. 오너십이 가져온 부수적인 효과는 수량적인 각종 지표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생산성 향상의 구체적인 결과도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차의 시트커버의 장착작업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여러 가지 곤란이 따라다녔지만, 어느 조립공이 연구를 거듭한 끝에 적당한 장소에 랩을 씌워 잘 미끄러지도록 함으로써 시트 장착을 용이하게 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그는 이 실험을 시종 자발적으로 집에서 되풀이했다. 그리고 실험결과를 공장의 작업장에 들여와 동료에게도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SAS의 칼슨 사장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가 꾀했던 바는 유럽에서 가장 발착시각이 정확한 항공회사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처음에는 막막했어요. 마침내 바로 이 그룹이야말로 핵심을 이루고 있는 듯 하다고 여겨지는 부서를 찾아냈어요.

그래서 그곳의 책임자를 불러 이렇게 말했지요.

“우리 회사를 유럽에서 발착시각을 가장 잘 엄수하는 항공회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한 가지 생각해 주지 않겠나? 우리 회사가 할 수 있을지 어떨지를 2주일 후에 들려주게. ”

2주일이 지나자 면회신청이 들어왔더군요.

막 들어서는 그에게 “어떤가? 해 보았는가?”라고 묻자, “예, 해보았습니다.

6개월 정도가 필요하고 경비가 150만 달러 정도 들어가겠던데요. “라고 대답하더군요. 나는 그 자리에서 그의 말을 막고 결정했습니다. 그 다섯 배의 가치가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 정도로 해주게. “라고 하자 당황한 표정으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동료들과 함께 의논한 안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 하려고 하는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이라고 했지만, “설명할 필요는 없네. 즉시 실행에 옮겨 주게나. “라고 말했지요.

그로부터 넉 달 반 정도가 지나자 그는 발착 개선실적을 나타내는 데이터를 가지고 왔습니다. 틀림없이 유럽 제일의 성적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용건은 그뿐만이 아니었어요. 훨씬 엄청난 보고를 가지고 온 거지요. “경비 150만 달러 중 50만 달러를 절약했습니다. 모두 100만 달러로 마무리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까? 그야말로 내가 의도했던 바대로이지요.

만약 처음에 내가 그의 어깨를 싸안고서 “발착시각을 유럽에서 가장 정확하게 만들고 싶다네. 200만 달러를 준비하라구. 이러저러한 일을 해주면 좋겠군. “이라고 말했다고 합시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충분히 알고 있겠지요! 아마 그는 6개월 뒤에 와서 이렇게 말했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지시하신 대로 하여 어느 정도 성적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아직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90일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경비도 100만 달러가 더 필요합니다. 그리고 또…. “라고, 이런 식으로 되는 게 뻔합니다. 상대방이 그 수로 나온다면, 이쪽은 이 수로 나가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얼만가의 예산을 원하기에 바라는 대로 돈을 내주었지요. 그랬더니 기대 이상으로 일을 멋지게 해치웠던 것입니다.

더프가(Davgar) 레스토랑 체인(버거킹 산하)은 케첩에 2급품을 사용하지 않고 하인즈의 고급품을 사용한다. 고객들은 레스토랑에서 그런 고급품을 쓰는지 모른다. 그러나 경영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가게의 종업원은 자신들이 최고의 서비스를 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 긍지를 갖가지 형태로 고객에게 전한다.

지금까지의 일련의 이야기에 공통된 요소는 바로 오너십이다. 자부심, 열정 그것이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업무가 새롭게 정의되고, 단순작업자가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갖가지 사소한 수단을 통하여 특히 좀처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경의를 받는 것이다. 구체적인 목표와 충분한 계산, 시간계획을 가지고, 위로부터의 지시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일을 달성하는 자발적인 그룹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승리로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잡는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또한 성실함과 근성에 관계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예로 들었던 경영리더들은 인간의 능력을 믿고 있다. 또한 인간을 인정하고 기회를 주지만, 결코 책략이나 시시한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또한 신념이 있으면, 이들 리더들은 관리를 그만둔다. 목표달성의 방책을 하나하나 지시하지 않고 위로부터의 개입도 하지 않으며, 불만스럽다고 하여 주었던 오너십의 기회를 빼앗아가지도 않는다.

아마추어적인 요소 제거

주인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종업원들에 대한 굴욕적인 관료적 규제조치를 없애야 한다.

매출을 2, 500억 원 정도 올리는 어느 대기업에 많은 품질문제가 발생했다. 그 원인은 굴욕적인 내부 규정에 있었다. 일선의 감독자는 25∼35명의 부하를 데리고 적어도 200억 원 상당의, 때로는 500억 원에 상당하는 자본설비의 운용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큰 책임을 지는 관리자가, 직장을 말끔하게 다시 칠하기 위한 15만 원짜리 페인트 용기 하나 살 권한을 갖지 못했다. 이런 데서는 오너십이 나올 수 없다. 제품의 품질, 회사의 무엇보다도 중요한 재산인 종업원, 그리고 몇 백만 달러의 자본설비에 대해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공장장의 사인 없이는 단 15만원의 신뢰도 받을만한 가치가 없는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만큼 커다란 책임을 지우고도, 우리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대접받고 있다. 그리고서는 우리가 어린애 같은 행동을 하면 실망하고 질책을 한다.

-대기업의 관리자

혁신적인 경영으로 알려져 있는 비자카드의 전임 회장 호크(Dee Hock)는 이렇게 말했다.

판단력 대신에 규칙으로 때워 버리는 것은 자멸행위의 시작이다. 판단력이라는 것은, 사용해야만 풍부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용하지 않으면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계로서 사는 것이다.

-디 호크 회장

즉, 종업원들 스스로 판단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문서접수계에서 사내 전화교환실, 하적장의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최대한의 ‘창조성’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창조성’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하적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포장상자에 자신도 모르게 생긴 신발흔적이 남아 있지 않는지 살펴보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전화교환수는 오너십을 갖고 외부로부터의 전화에 언제나 창조성을 발휘한 대응을, 나아가 상대방의 무리한 언사나 무분별하고 성미 급한 물음에도 조금만 더 노력하여 정중하게 대응하여 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창조성이다.

또한 프로는 폭넓은 시야와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가신 사람이다. 일본 베인(Bain)社의 부사장인 호리 신타로는 기업의 인력정책과 교육세계에 대한 철저한 再考를 주장하고, 다음과 같은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220]

  1. 개인의 시야와 문제해결능력을 넓힐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순환근무를 시킨다.
  2. 경험을 축적하고 혁신적 사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류프로그램’을 만들어 하위직을 일정기간 동안 타회사로 파견근무시킨다.
  3. 사내 훈련을 대폭 확장한다.
  4. 회사내 그리고 회사간에 아이디어 교류를 촉진시킬 수 있도록 아이디어 공유기구를 개발한다.
  5. 교육 훈련주기에 맞추어 7∼10년마다 공식적인 근무평가를 한 후 ‘공개적인 고용’을 함으로써 인적자원의 유동성을 높인다.
  6.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운다.

관리자의 리더십 양성

중간관리자층은 조직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직무는 단지 교사, 치어리더, 사람들을 억압에서 해방시키는 해방자의 역할이지 감독자는 아니다.

-GE의 웰치 회장

아래 내용은 GE의 연차보고서에 수록된 ‘GE에서 리더가 되려면’이라는 지침이다. [221]

[모든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

  1. 명확하고 단순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고객 중시’의 비전을 구축하고 그것을 조직구성원 모두에게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
  2. 책임과 약속의 의미를 이해하고 결단력이 있으며, 적극적인 목표를 정하여 실현하고 항상 단호한 고결함을 존중하는 자세
  3. 초일류를 지향하는 정열을 가지고 관료주의와 그에 따른 모든 無用之物을 혐오하는 정신
  4. 다른 사람에게 권한을 위양하고 경계가 없는 상황에서 행동하는 自信을 갖고 (권한위양의 수단으로서의 Work Out을 신뢰하고, 이것을 지지하며) 어디에서든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222]
  5. 글로벌한 지성과 글로벌한 대응력, 또는 그 개발능력을 갖추어 다양한 글로벌팀을 구성하는 능력
  6. 변화를 유발하여 즐길 수 있으며 그것을 두려워할 줄 모르고, 변화를 위협이 아닌 좋은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
  7. 매우 정력적이며 주위를 활성화시켜 자극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스피드가 경쟁을 유리하게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스피드를 중시하는 것이 조직전체의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태도

한편 소니는 리더십 발휘 형태에 따라 관리자를 ‘삼류관리자’와 ‘일류관리자’로 구분하고 삼류관리자가 일류관리자로 전환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소니의 삼류관리자]

  1. 발상의 차원이 낮다. 사고의 스케일이 작다.
  2. 사람을 감싸 안고 싶어 한다. (부하의 숫자가 자신의 가치 척도라고 착각?)
  3. 남에게 일을 맡기지 않는다.
  4. 무엇이든지 자기가 한몫 끼지 않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듣지 못했다면 심술을 부린다)
  5. 정보를 제한한다. (백성에게는 일절 알리지 말 것이며, 다만 복종시킬 뿐이다)
  6. 관리자의 권위를 자랑삼아 내보인다.
  7. 부하에게, 자기 자신에게 충성할 것을 요구한다.
  8. 공사를 혼동한다.
  9. 모든 것을 관리하려고 든다.
  10. 분별력이 없다. (인재, 조직, 사업, 상품, 기술에 걸쳐서)
  11. 일이 보이지 않는다. (흐름을 읽을 줄 모른다)
  12. 타인이나 다른 조직에 대하여 금방 벌점을 준다.
  13. 변명이 많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실패할 경우의 핑계거리를 생각한다)
  14. 책임을 지지 않는다. (실패하면 희생양을 내세운다)
  15. 안배가 나쁘면 달아난다.
  16. 판단하지 않는다.
  17. 비판을 하면서 행동은 하지 않는다. (평론가적이다. )
  18. 부하나 타인의 공적을 가로챈다.
  19. 사내정치에 제정신을 못 차린다. (먼저 자기 몸을 지키려고 생각한다)
  20. 위를 향해서 일한다.
  21. 일의 본질보다 자신의 평가에 신경 쓴다. (비판받을 것 같은 일은 하지 않는다)
  22. 모험을 하지 않는다. (무사안일주의)
  23. 고달픈 일을 피한다.
  24. 예스맨을 주위에 모은다.
  25. 인재나, 자기보다 능력 있는 사람을 驅逐한다.
  26.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소니의 일류관리자]

  1. 발상의 차원
  2. 하늘과 대화 하고 있다.
  3. 발상의 차원이 높다.
  4. 철학, 사상, 비전, 꿈이 있다.
  5. 미래지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
  6. 머리가 유연하다.
  7. 센스의 차원
  8. 인재, 조직, 사업, 상품 등에 대한 센스가 좋다.
  9. 창조력, 구성력이 있다.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10. 직감력이 예리하다. 미래를 읽을 줄 안다. 흐름을 읽을 수 있다.
  11. 표현력, 설득력이 있다.
  12. 자세의 차원
  13. 행동력이 있다.
  14. 정열과 활력이 있다.
  15. 용기가 있다. 반골정신이 있다.
  16. 모험에 도전한다.
  17. 밀 때는 밀고, 당길 때는 당길 줄 안다.
  18. 여유를 부릴 줄 안다.
  19. 집중할 수 있다.
  20. 책임감이 강하다. 정의감에 넘친다.
  21. 결단력이 있다.
  22. 정정당당한 판단이 가능하다.
  23. 전체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24. 인격의 차원
  25. 솔직, 개방적, 대략적이고 밝으며 꾸밈없는 인격
  26. 감격할 줄 안다. (허무적이지 않고, 냉소적이지도 않다)
  27. 장난기, 애교가 있다. 개성이 강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넘친다.
  28. 포용력, 인덕이 있다.

관리자가 아닌 관리자

중간 관리자는 본인 스스로 프로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중요하며, 부하직원을 프로로 키우는 일도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포천紙는 이러한 미래의 관리자像으로 ‘관리자가 아닌 관리자’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있다. [223]

기존 관리자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부하직원을 감독-통솔하는 것과, 정보를 수집, 처리,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점차 많은 기업에서는 ‘자율관리’를 위해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수집, 처리, 전달은 더 이상 힘든 일이 아니다. 이러한 변화로 과거 관리자의 고유업무라고 여겨졌던 것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관리자(이하 ‘新관리자’)는 최고경영자를 더 이상 영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때때로 그들은 최고경영자들이 오히려 그들의 일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 스스로를 리더(Leader), 조정자(Coordinator), 혹은 지원자(Sponsor)라고 부르기를 즐기며, 관리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들 관리자는 지시에 따라 하는 따분한 일은 질색을 한다. 그들은 도전적인 일, 의미 있는 일을 원한다. 프로스켄(ProScan)이라는 성공적인 신형 텔레비전의 개발에 참여한 RCA社의 로렌츠 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제게는 프로로서의 자부심, 즉 뭔가를 해냈을 때의 만족감이 중요합니다. ”

[당신은 아래의 어디에 해당하십니까]
舊관리자 新관리자
자신을 관리자 또는 보스로 생각

명령계통에 따름

기존의 조직구조 안에서 일함

대부분 결정을 독자적으로 함

정보를 모으고 축적함

재무나 마케팅 같은 전공분야를 특화하려 함

긴 업무시간을 요구함

자신을 스폰서, 팀리더, 내부 컨설턴트로 생각

업무완수를 위해 필요한 어느 사람과도 접촉

시장변화에 따라 조직구조로 바꿈

다른 사람들을 의사결정에 참여시킴

정보를 공유함

경영전반의 분야를 알려고 노력함

결과를 요구함

클로락스社에 근무하는 37세의 중간관리자인 신디 랜섬은 3년 전 캘리포니아 페어필드에 위치한 100명 규모의 공장에 근무할 당시, 공장의 운영방식에 대변혁을 꾀했다. 그녀의 주도하에 시간급의 노동자들을 팀으로 구성하고, 팀 스스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종래의 공장을 바꾸어 고객중심의 5개 사업부로 재편했으며, 그녀 자신의 역할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도로 제한했다. 그녀는 관리업무의 상당폭을 근로자들에게 위양하고 자신은 구매자와 공급자 관리에 주력했다. 지난해 클로락스社는 랜섬의 공장을 가정용품 사업부내에서 최우수공장으로 지명했다.

저는 제가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이 성취하는 것을 보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미국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글을 읽었을 때 저는 정말 화가 났어요. 그래서 저는 저의 공장에서부터라도 뭔가, 변화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저의 공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우리 공장 근무자들이 퇴직할 때까지 안정된 직장을 보장하는 방법도 되구요.

-신디 랜섬

新관리자로 변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실제 그 누구도 新관리자로서 훈련받은 일은 없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新관리자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히 미래의 번영에 열쇠를 쥔 사람들이다.

방안24 기업가정신의 함양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적응시킨다. 그러나 비이성적인 사람은 세상을 그 자신에게 적응시키도록 한다. 그러므로 모든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쇼(George Bernard Shaw)의 「인간과 초인간」에서

온 세계의 시장이 활짝 열리고 있다. 또 새로운 시장이 계속 열리고, 수많은 경쟁자들이 앞 다투어 이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 연일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여기서 규모만을 앞세운 과거의 공룡기업은 하나같이 승자의 반열에 끼지 못하고 있다. 반면, 변화에 능하고 고객지향적인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기업들은 성장과 혁신, 이에 따른 이익 등 모든 면에서 부러울 정도의 업적을 올리고 있다. 아마 이들 기업이 놀라운 업적을 올리는 가장 큰 요인은, 대기업의 규모를 가지고도 동시에 ‘소기업’처럼 활발하게 움직이는 능력일 것이다. 이들 기업은 말단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업원에게 놀라울 정도의 자율성을 주입시켜 ‘기업가정신’을 고무시키는데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의도적으로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을 높이기 위한 극단적인 분권화와 자율성, 참여자의 중복, 자유로운 분위기, 느슨한 조정, 내부경쟁 또는 어느 정도 혼돈스러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통상적인 업적을 내는데 필요한 ‘질서정연함’을 내버린 것이다.

디즈니의 기업가정신

내가 평생 노력한 것은 새롭고도 놀라운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을 하거나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나 자신 스스로 즐거웠고 만족했다.

-월트 디즈니

디즈니의 이 말은 단순하고 상식적으로 들리지만 그가 어떻게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들 수 있었는지에 대한 훌륭한 해답을 제공하고 있다. 이 말 속에는 성공적인 기업가가 되기 위한 네 가지의 ‘경영 지혜’가 숨어 있다.

(1) ‘내가 평생 동안 노력한 것’

이는 철학적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이기도 하다. 또, 이것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가치관에 해당한다. 기업가는 ‘사명감’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다.

(2) ‘새롭고도 놀라운 방법으로’

고객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새롭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을 창조했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기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과감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3)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을 하거나 만드는 것’

고객을 즐겁게 해주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바로 디즈니가 지향한 바를 보여주는 간명한 비전이다. 즉, 이는 ‘고객과 제품에 대한 비전’에 해당된다.

(4) ‘나 자신 스스로 즐거웠고, 만족했다’

기업가는 자신이 이룩한 결과에 의해서 스스로 고무된다. 기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가 발전’이 필요한 것이다.

기업가정신의 화신: 챔피언

회사 전체를 기업가정신으로 넘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챔피언’을 발굴하고 양성시켜야 한다. 챔피언이라는 사람들은 기업가정신으로 똘똘 뭉쳐진 사람이다. 챔피언은 몽상가나 천재가 아니다. 오히려 아이디어 도둑으로 표현하는 게 차라리 더 가깝다. 챔피언은 필요한 경우에 다른 사람의 이론을 가로채서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저돌적으로 추진하는 실용주의적인 사람인 것이다.

10여명의 경험이 없는 사람을 한 방에 모아 놓고 브레인스토밍을 해보면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속출한다는 사실이 바로 아이디어 자체는 비교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이디어맨은 항상 모든 사람에게 주의를 끌만큼 간결하고, 흥미 있는 제안과 메모를 많이 한다. 그러나 실천을 전제로 한 책임 있는 제안이 되기에는 너무 짧은 것이다. 부족한 것은 실천을 위한 노하우와 정력과 용기, 그리고 실행력을 가진 사람이다.

기업가이란 ‘일을 성취시키기 위한’ 조직이므로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창의는 무력한 것일 뿐만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무책임한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시어도어 레빗

챔피언들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자신만만하며 또 자세히 보면 의외로 실용적인 사람이다. 조직은 이들 챔피언이 야기시키는, 전통적 규범과는 거리가 먼 파괴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어느 선까지 수용해야 한다. 톰 피터스는 이러한 챔피언의 특성을 다음처럼 이야기한다.

  1.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
  2. 광적인 정열
  3. 최고를 추구하는 이상주의
  4.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실용주의
  5. 교활함
  6. 참을성 없는 급한 성질
  7. 어떤 장벽이라도 무너뜨리려는 저돌성
  8. 부하직원들이 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 감정

TI는 성공한 것과 실패한 것 등 50여개의 개발계획을 연구조사한 결과, 실패한 것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는 매우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패한 계획에는 예외 없이 자발적인 챔피언이 없었고 그 일을 하도록 설득당한 사람들만 있었다. 어느 제품을 보고 그것을 시장에 낼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할 때 우리는 새로운 기준을 적응한다. 첫째는 열성적이고 자발적인 챔피언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 다음 둘째와 셋째는 시장의 가능성과 계획사업의 경제성이지만 첫째 것에 비해 중요성을 훨씬 낮게 본다.

이와 비슷하게 톰 피터스는 미국, 일본의 10여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20년간의 성과에 관한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24건의 대규모 사업개발에 대해 자세히 연구했다. 예를 들면 GE가 컴퓨터분야에서는 실패하고, 공업용 플라스틱과 항공기용 엔진분야에서는 성공을 거둔 것에 대한 분석도 있었다. 여기서도 다시 한번 챔피언의 역할이 결정적인 것으로 증명되었다.

성공한 15건 중에서 14건의 경우에 챔피언이 있었고, 9건의 실패 중에서 챔피언이 있는 경우는 3건뿐이었다. 나머지 6건은 챔피언이 없거나 혹은 챔피언이 초기에 이탈했기 때문에 계획사업 전체가 실패로 끝난 경우였다. 이런 사실은 미국과 일본의 양자 모두 완전히 일치된다. 더욱이 집단적 성격이 강한 일본의 환경에서도 성공한 경우 100%가 챔피언이 있었고 실패한 4건 중 3건이 챔피언이 없었다.

기업의 내부에서건 외부에서건 챔피언은 특별한 존재이다. 챔피언들은 일에 대한 열정적인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성공확률이 낮은 일도 그들에게는 성공확률이 높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합법적인 분석에만 집착한다면, 최근같이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어떤 프로젝트든지 그 성공확률은 점차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 장애물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기술상-제조상의 문제, 경쟁이 극심한 시장 때문에 성공확률이 낮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에서 챔피언들을 제거하려 하고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중견 챔피언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챔피언의 어려운 입장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조직 내에 새로운 질서를 도입하는 일보다 어렵고 위험하고 성공확률이 낮은 일은 없다. 왜냐하면 혁신자는 현재의 조건에서 잘해 온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갖게 되고, 또 새로운 조건에서 잘해 낼 수 있는 사람들조차도 미온적으로만 방어해 주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

게다가 챔피언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표면상 충분히 타당한 이유를 갖고 흔히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성공할 것 같지도 않은 아이디어를 시험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엉망으로 만들어야 합니까?

저따위 별 볼일 없는 프로젝트에 연구개발 실험실의 비싼 장비를 전환해야 합니까?

엉터리 같은 생각을 가진 미친놈을 위해 하던 일이야 어찌되든 말든 새로운 자재를 구입하러 뛰어다녀야 합니까?

왜 일손이 부족해 힘들어 하는 판매직원에게 저 이상한 아이디어를 조사해보기 위해 2주일간이나 쓸데없는 일을 시키십니까?

이것이 바로 확률이 낮은 모험을 추구하는 챔피언에 대한 객관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챔피언은 이러한 조롱과 논리적 반박에 부딪쳐서도 결연히 맞설 각오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챔피언은 대개 자기중심적이고 참을성이 없으며 파괴적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기존 관리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살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이들 챔피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원자’가 필요하다. 바로 ‘중견 챔피언’과 ‘大父’가 필요한 것이다. 성공적인 ‘중견 챔피언’은 예외 없이 과거에 ‘제품개발 챔피언’의 경험이 있던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는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험한 과정에서 형식적이고 부정적인 관료주의로부터 유망하고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잘 알고 있다. 대부는 전형적으로 챔피언이 무엇인지 모범을 보여주는 원로급리더를 말한다. 本田 혼다 쇼이치로, 3M의 레어와 허조그, GE의 에디슨과 웰치, HD의 휴렛, DEC의 올슨, IBM의 리어슨과 같은 사람들의 신화는, ‘챔피언을 낳는 시스템’을 활성화시키고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불가결한 것이다.

현대의 관리자들은 열성적인 챔피언들이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그들을 교육하고 활성화시키며 변호하는 소위 중견 챔피언이 되어야 한다. 더욱이 경영층은 다른 관리자에게 중견 챔피언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중견 챔피언이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1) 챔피언을 기용한다.

(2) 일이 어려울 때 그들을 꾸짖기보다는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준다.

(3) 오랜 기간을 두고 다른 직원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고, 또 그들로부터 다른 직원을 보호한다.

또한, 중견 챔피언들은 기존의 챔피언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챔피언들을 길러내야 한다. 얼핏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누구나 챔피언의 재능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

(1) 작은 예비 프로젝트(Pilot Project)를 많이 만들어 아이디어를 신속히 테스트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2) 중견 챔피언 스스로 혁신에 모범을 보인다.

(3) 핵심가치관이 침해받지 않는 한, 규정에 대한 불복종이나 실수를 옹호한다.

(4) 의미 없는 관료제도와 과도한 경영계층을 제거한다.

(5) 관리자의 역할이 감시자가 아니라 조력자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6) 솔선하여 행한 일이 잘되어 가는 경우 그들의 역할을 인정해 준다.

한편 소니에서는 중견관리자들에게 ‘벤처 정신’과 ‘벤처형 관리체제’를 강조한다.

[소니의 벤처정신]

  1. 모험적인 전략
  2. 유연한 사고, 창조적 발상
  3. 빠른 판단
  4. 민첩한 행동, 기동력
  5. 쾌속한 상품개발과 시기적절한 시장도입
  6. 불타오르는 집단
  7. 진흙투성이가 되도록 분전

방안25 도전적, 공격적인 기업문화

내가 입사했을 때에는 창업자인 고다이라 나미헤이(小平浪平)가 제창한 ‘개척자 정신’이 때때로 선배들의 말 가운데 등장했으며, 실제로 국산기술을 창출하려고 하는 정열이 사내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그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日立製作所의 요시야마 히로키치(吉山博吉) 회장

기능체조직의 공동체화

아시아클럽 이사장인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는 일본의 대기업병 증상 중 하나로’ 기능체조직(Gesellschaft)의 공동체(Gemeinschaft)화’를 들고 있다. [224] 특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결성된 기능체조직인 기업이 가족, 지역사회, 사교클럽처럼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는 공통체조직화로 될 때 기업에는 위기가 도래한다.

〈기능체 조직과 공동체 조직〉

기능체조직인 기업이 공동체화 되면

(1) 연공서열식 인사

(2) 정보의 내부 은닉

(3) 총체적 수혜주의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기능체조직인 기업의 ‘도전적, 적극적 기업문화’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1) 연공서열식 인사

기능체조직이 공동체화 되면 구성원 전체가 안락하게 조직에 안주하고, 수익과 권한과 지위를 골고루 나눠 가짐으로써 모두가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내부경쟁이 배제되며 능력주의를 부정하는 연공인사가 자리 잡게 된다. 이러한 연공인사는 개인의 능력에 따른 발탁인사를 인정하지 않고 업적평가나 근무평점을 거부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직위나 직책을 결정할 때는 보통 입사년도나 연령을 기준으로 삼게 되는 것이다.

일본 관청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로, 과장 때까지는 동기생간에 차별을 하지 않으며 계속 근무하면 지방국장까지는 무난히 승진한다. 만약 승진에 부적합한 사람이 있으면 승진을 시키지 않고 낮은 직위에 머물도록 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해직을 시킨다. 중앙관청공무원 가운데 자살자가 많은 것은 ‘뒤떨어지는 것을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의 자책감 때문이다.

러일전쟁 시대의 일본 군대에서도 연공서열이 철저히 지켜졌다. 자리가 모자라는 장성급 승진자를 결정할 때는, 임관 당시의 성적을 기준으로 삼았다. 육군은 육군대학의 졸업성적이 중시되었고 해군은 해군병학교 졸업 때의 성적순서(Hammock Number)를 승진기준으로 하는 것이 관례화되어 인사내규가 되다시피 했다. 졸업성적이 좋으면 중장까지는 진급했고 큰 과오가 없으면 대장까지 올라갔다. 성적이 나쁘면 보통 소장으로 퇴역을 했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중장까지 진급하는 체계가 철저히 지켜졌다.

연공인사는 조직이 성장할 때는 심각한 폐해가 없으나 성장이 둔화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먼저 인사가 정체된다. 동기생들 중 한 사람은 톱의 자리에 올라야 하므로 톱의 교체기간이 1년 단위로 짧아져 중장기적인 개혁이나 대형프로젝트의 추진이 어려워진다. 교체시기가 지연되면 인사정체가 생기고 특정직책의 취임연령이 올라가는 고령화 현상이 생기게 된다. 또, 조직은 항상 인사정체의 압력을 받게 되어 조직규모의 불필요한 확대와 Post 증설에 열중하게 되면 조직은 필요 이상으로 비대해지는 것이다.

(2) 정보의 내부은닉

기업이 공동체화가 되면, 각 조직은 내부의 상황을 밖으로 보여주지 않고 몰래 은닉하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특히, 불상사나 내분이 외부로 노출되면 구성원 전체가 비판과 경멸을 받을 염려가 있으므로 외부에는 절대 비밀로 붙이고 내부에서 처리하려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구 일본군대의 대본영이 패전을 숨기고 승리만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이 대표적인 정보 내부은닉의 예이다.

(3) 총체적 수혜주의

또한 기업이 공동체화가 되면 총체적 수혜주의 즉 경영자원의 배분이 분산되어 집중이 힘들어진다. 기업이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금, 시설, 인력, 정보를 핵심부문에 집중시키는 ‘중점화 전략’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전략부문에서는 ‘지금 여기에 힘을 집중시켜 단기간에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쇠퇴분야에서는 ‘지금 물러서면 무너진다. 조금만 더 투자하면 반드시 회복된다’고 주장하게 된다. 경영자원의 집중은 부서 간에 경쟁과 알력을 부르므로 연공인사처럼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객관적인 기준에 따른 평등주의나 자원배분의 비율을 과거대로 준수하는 것이 ‘총체적 수혜주의’이다.

위험에 과감히 도전

런던비지니스스쿨의 핸디(Handy) 교수의 표현대로 오늘날의 경영자는 이른바 ‘不理致의 시대(Age of Unreason)’에 살고 있다. [225] 즉, 이는 온갖 위험으로 둘러싸여 매우 혼돈스럽고 어떤 의사결정에도 확신을 가지기 어려운 시대이므로 지금의 현상을 유지하는 것은 앞으로 결코 좋은 방법이 되지 못하는 시대인 것이다. 따라서 광범위하고 과감한 상상력을 통해 얼핏 비논리적이고 이치에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생각에 도전해야 하는 것이다.

과거의 환경에서 경영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요령껏 기피함으로써 좋은 경영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환경이 어려울 때는 각종 회의에서 “지금은 어떤 모험도 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변하고, 환경이 호전될 때에도 “이제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는데, 꼭 필요하지 않은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하면서 ‘위험기피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바야흐로 과거의 경영원칙을 가지고 21세기의 새로운 경쟁현실에 대처하기는 매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적절히 위험을 감수하며 경영을 해가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 미국의 상무성 장관 레셔(Richard Lesher)가 92년에 말했듯이 오늘날의 혁신가라 불리는 사람, 기업들은 예외 없이 위험을 감수한 사람이나 기업들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위험을 택하여 성공을 거둔 사례는 수없이 많다.

크라이슬러는 창업 이후 가장 어려웠던 시절에 미니밴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위험이 없는 제품전략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새로운 상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여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실제로 크라이슬러는 이 제품의 성공을 통해 극심한 재무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SAS도 상식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위험을 감수한 과감한 전략을 채택했다. 칼슨(Carlzon)은 유럽의 다른 항공사들이 모두 비용절감에 매달려 있을 때 오히려 수백만 불을 투입하여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획을 추진함으로써 결국 경쟁사와 서비스 면에서 확연한 차별화에 성공하여 시장점유율의 급격한 상승을 이루게 되었다. [226]

이같이 급변하는 환경은, 위험에 맞서 과감히 도전하는 경영자보다, 위험을 기피하려는 경영자에게 원하든 원치 않든 더욱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만약 여기에 의심이 간다면 칼버트(Cavert)가 제시한 다음의 질문에 대답해 볼 필요가 있다. [227]

1. 당신의 업무, 경력. 경영성과에 있어 어떤 종류의 위험이 가장 우려되는가?

2. 만약 그 위험이 닥친다면, 두렵더라도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겠는가?

3. 만약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4. 만약 위험을 무릅쓰고 무언가 조치를 취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설사, 경영자가 위험에 도전하겠다는 결심을 하더라도 이에는 두 가지 자세가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동기가 내적(자발적, 적극적)인 경우와 외적(피동적, 수동적)인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내적인 동기가 강할 때 위험관리에 더욱 적극적이다. 아래 표는 이를 판단해 보는 것으로 왼쪽을 오른쪽보다 더 많이 선택했으면 내적인 동기가 더욱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도표참조)

〈위험선택 동기〉[228]

실패에 대한 관용

당신은 사람들이 실수할 수도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우리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우리가 나아갈 곳은 없다.

-채퍼럴스틸社의 고든 포워드(Gordon Forward) 사장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꿈꾼다. 내게 있어서 성공은 오직 되풀이되는 실수와 그것들에 대한 반성으로써 성취될 수 있다. 실제로 당신 일의 99%는 실패라고 불리어지고 성공은 이 99%에 기초를 둠으로써 가능한 나머지 1%밖에 되지 않는다.

-혼다 쇼이치로

J&J의 CEO인 제임스 버키는 社是의 하나로 “당신은 기꺼이 실패할 수 있어야 한다. “라는 것을 들고 있다. 그리고 J&J의 창립자인 제너럴 존슨으로부터 “만일 내가 실수를 하지 않았었다면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에머슨社의 찰스 나이트는 “실패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실수를 기꺼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혁신은 이룰 수 없다. “고 주장했다. 실패에 대한 관용은 초일류기업의 문화에 있어서 공통된 부분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혁신주기를 단축하고, 행동실천을 신속하게 하려면, 보다 많은 실수를 보다 빠르게 저질러야 한다. [229] 특히 충분히 고민했고, 열의 있게 실천했고, 신속히 적응했고, 많은 교훈을 얻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이에 보상함으로써 실패를 옹호해야 한다.

리미티드(Limited)社의 창업주인 웩스너(Les Wexner)는 실수를 좋아한다. 이 회사는 실수 따위에 연연해하는 기업이 아니다. 실제로 웩스너의 사업부는 매년 많은 양의 실패한 의류들을 할인매장과 덤핑시장에 내놓고 있다. 웩스너는 “당신이 코끼리처럼 먹어댄다면, 당신은 코끼리처럼 똥을 누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230]

또한 톰 피터스는 “미래의 경영자들에게 있어서 실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의 없다. 우리에겐 훨씬 더 많은 실패와 또 보다 빠른 실패가 필요하다. 아마 우리가 ‘국민 총실패율(Gross National Failure Rate)’을 높일 수 없다면 우리는 매우 어려운 상태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실제로 경제의 가장 밝은 지표는 실패의 증가이다. 신규 창업기업이 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기록적인 수준의 고용을 창출했고 기록적인 실패를 동반했다. “라고 강조하며, 실패가 필요한 이유를 다음처럼 설명한다.

1.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빠른 혁신을 이룩해야 한다.

2. 혁신이라는 것은 한 번도 시험되지 않은 새로운 것을 다룬다.

3. 불확실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4. 복잡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5. 실천을 통해서만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복잡성을 다룰 수 있다.

6. 복잡성의 증가에 직면하여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는 실패를 낳는다.

7. 빠르게 행동하는 것은 빠른 실패를 낳는다.

8. 빠른 혁신을 위한 처방: ‘보다 많은 실패를 보다 빠르게’

9. 극적으로 혁신을 가속화시키기 위한 처방: ‘극적으로 실패의 속도와 양을 증가시킨다. ‘

-톰 피터스

치밀한 사전분석과 엄청난 계획이 우리에게 주는 도움에는 한계가 있다. 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이는 그리 크지는 않다. 말 그대로 수천 가지의 변수들(인적 자원, 기술, 경쟁자, 타이밍, 거시경제적인 힘, 예측할 수 없는 외부의 사건 등)은 분석과 계획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다. 1년이란 기간을 들여서 미래의 10%를 예측할 수 없는 75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계획을 수립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1년 동안에 우리는 현실세계에서 시험하고 실패하고 적응할 기회를 영원히 잃고 마는 것이다. 그보다는 8%밖에 예측하지 못하더라도 불과 1/10시간이면 준비될 수 있는 25페이지의 계획이 낫다. 요점은 간단하다. 새로운 것을 착수할 때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바람직한 실패란 ‘前向的인 실패’를 말한다. 빠른 실패를 옹호하라는 이야기는 부주의한 것까지 옹호하거나 관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 실패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우고

(2) 새로운 개선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소한 실패라도 이를 두려워하는 조직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1) 작은 실패들이 숨겨진 채 누적되어 악화되고 시간이 지나면 이는 보다 큰 실패를 야기한다.

(2) 사소한 실패도 용인되지 않기 때문에 실패가 신속하게 고쳐지지 않고 오히려 둥근 구멍에 사각형 쐐기를 박으려고 하는 엄청난 무리가 뒤따른다.

(3) 실패를 성공으로 보이도록 자료를 왜곡한다. 또는 확대 해석하거나 부분적으로 해석한다.

(4) 부서 책임자가 동료나 부하한테 체면을 잃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자료가 다른 부서 사람들과 공유되지 않는다.

(5) 톱은 부분적으로 허위보고를 받거나(적어도 부분적인 생략에 의해서) 아니면 보고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를 두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렇게 되면 다음에 실패가 노출되었을 때 더욱 다루기 힘들어진다.

(6) 어떤 실패도 표면상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특히 정치색이 짙은 중역들 사이에서는 조직학습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정상적인 인간의 情理, 건설적인 비판, 즐거움은 사라지고 조직은 경직화된다.

(7) 첫 번 실험에서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불안해하면서 쓸데없는 모의실험만 하여 시간을 낭비하게 되고 실질적인 실험은 점점 늦추어지기만 한다. 이 지경에 이르면 결국

(8) 진실이나 즐거움, 스피드는 사라져 찾아볼 길이 없게 된다.

공격이 가장 좋은 수비

이렇게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경영이 필요한데도, 통상 사람들은 공격보다는 수비를 선호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공격은 수비보다 힘이 든다. 수비는 현재 알고 있는 지식이나 노하우만으로도 가능하지만, 공격을 하려면 새로운 지식이나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 공격에는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군대의 병법에서 보면, 고지를 점령하려는 공격 측은 최소한 수비 측보다 전력이 5배는 되어야 한다는 이치와 마찬가지이다.

(3) 공격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수비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지만, 공격을 해서 실패를 하면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리스크가 따른다.

(4) 수비자가 공격자보다 우월적인 지위에 있다. 같은 직급의 부장이라 하더라도 수비를 전담하는 인사-관리 같은 부문의 관리자가 공격을 전담하는 연구개발-판매 같은 부문의 관리자보다 상대적으로 우월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5) 모처럼 마음먹고 공격을 하려 해도 여러 가지 제도나 규정이 뒷다리를 잡는다. 특히 관료적인 조직에서는, 공격을 위해 필요한 추가 예산이나 추가 인력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조직의 분위기를 수비적으로 만드는 원인 중 하나로 ‘감점주의’ 평가 방식을 들 수 있다. 통상 평가 방식은 ‘감점주의’와 ‘가점주의’로 구분된다. 감점주의는 업적이 좋거나 보통인 경우는 별 상관없으나, 업적이 나빠지거나 예외적인 문제가 일어나면 엄중 문책하는 스타일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이 이런 평가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비해, 가점주의 방식은 남들보다 못한 것이나 평균은 무시하고 특히 남들보다 잘한 것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3M의 경우 년초 목표가 10개라 하더라도 그 중 실패한 것이나 평균적인 업적은 상관하지 않는다. 가장 잘한 것만을 골라 얼마나 잘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조직문화를 도전적, 공격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평가 방식을 ‘감점주의’에서 ‘가점주의’로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스포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수비형 선수가 랭커에 든 적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탁구나 테니스를 보아도 수비형으로는 세계 랭커는 물론 국내 랭커에도 들어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즉, 진부한 이야기지만 공격이야말로 가장 좋은 수비를 겸하기 때문이다.

방안26 변화수용자세의 고취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그 사실이다.

-헤라클리투스

변화를 즐기는 문화

일류기업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성 중 하나가 ‘변화를 즐기는 문화’이다. IBM의 경우를 보자. IBM은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의 약어지만, IBM 직원들은 스스로를 ‘I’ve Been Moved!’의 약자로 부르고 있다. ‘나는 벌써 변했다’는 의미이다. 사무실에 나와 어제와 같은 일, 지난달과 같은 일, 작년과 같은 일, 상사가 시키는 일, 선례가 있는 일만 한다면 이는 개인의 존재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모두 기계가 대신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존재가치는 어제 하지 않은 일, 지난달에 하지 않은 일, 상사가 시키지 않는 일, 선례가 없는 일을 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IBM의 기업 문화는 변화를 수용함은 물론 변화를 즐기기까지 하는 자세를 갖고 있다.

NEC는 30년 전만 해도 電電公社(현, NTT)에 전화기를 납품하던 작은 회사였으나 현재는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NEC를 이렇게 초일류로 만든 장본인인 小林 회장(현, 명예 회장)은 수시로 “가장 안정된 기업은 불안전하고, 가장 불안정한 기업이 안전하다”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일견 보아 조직의 변화가 심하고 개혁, 혁신에 묻혀 조직이 혼란스러우면 방금이라도 망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때가 가장 발전의 가망성이 높은 시기이며, 반면에 조직구성원들이 “고생 많았다. 이제는 한시름 놓자”라고 할 때 조직은 안정되어 있으나 바로 이때가 망하는 조짐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NEC는 역동적으로 변화를 시도했고, 이에 성공을 한 것이다.

변화의 4단계

변화 과도기의 처음에는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다. 동시에 변화에 편승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여 새롭게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하는 가치기준을 찾는다. 일단 변화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고 난 다음에는 나름대로의 판단기준에 의해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게 되고, 그 다음에는 조직의 상하좌우를 살펴보며 주위동료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판단이 되어야 개인행동으로 옮기며 자신의 태도를 외부에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도 계속 주위상황을 살펴보며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할지 소극적으로 행동해야 할지 동정을 살피게 된다. 이렇게 변화의 수용이 전조직원의 적극적인 행동변화로 나타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소요된다.

〈변화에 필요한 시간과 난이도의 관계〉

변화에 대한 저항요인

대부분의 인간은 새로운 변화가 닥치면 이를 위협으로 느끼고, 자기에게 불리한 면을 먼저 생각한다. 새것을 배우고 적응하는데 따르는 두려움, 권력, 지위, 특권의 상실에 대한 우려, 더욱 고되게 일해야 한다는 압박감 같은 개인에게 불리한 면에 대한 감정이 변화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저항을 요인 별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아래의 표와 같다.

〈변화에 대한 저항요인〉

기업의 조직을 이끌어 가는 톱은 먼저 자기 자신부터 변화에 대한 저항을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함은 물론 편안한 마음상태에 머물기 원하는 조직구성원들을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고 들어가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변화에 대한 저항의 극복

변화는 그것이 사회적, 조직적 차원의 것이든 또는 개인적 차원의 것이든 항상 혼란과 불안을 초래한다. 토인비는 변화에 직면한 사회는 일정한 ‘분열기’를 거치지 않고서는 재통합을 달성할 수 없다고 했다. 분열기에는 변화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며, 이러한 과정은 조직에 있어서나 개인에 있어서나 마찬가지이다. 조직의 낡은 관습에 젖어 있는 사람들의 저항을 극복한다는 것은 단순히 명령을 내려서 ‘이제 새로운 시대가 되었다’고 선언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매우 복잡한 일이다. 가끔 일부 경영자는 어떤 특정한 기법을 사용해서 회사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덤빈다. 이는 근본적인 문제는 간과한 채 손쉬운 해답을 구하는 문화풍토 속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만병통치약이란 없다. 경영층은 회사가 당면하고 있는 복잡하고도 역동적인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안이한 해답이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변화를 추구하는 경영층은 부하들의 진정한 열정을 이끌어 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하나의 ‘죽음과 재탄생의 프로세스’이다. 변화를 숙명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기업은 불사조와 같은 변화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즉, 자신을 불태움으로써 그 불탄 재속에서 활력을 새롭게 하여 부활할 수 있는 것이다.

레윈(Kurt Lewin)은 변화의 과정을 ‘해빙(Unfreezing)→변화(Moving)→재빙(Refreezing)’이라는 삼 단계로 구분한다. [231] 그런데 많은 변화의 시도가 실패하는 원인,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그 원인은 ‘해빙’ 즉, 녹이는 단계를 소홀히 하거나 생략하기 때문이다. 이는 ‘빨리 빨리’라는 습성에 젖어 바로 ‘Moving’단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서는 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사 변한 것처럼 보이다가도 일정기간이 흐르고 나면 다시 과거의 상태로 원상회복되는 것이다. 녹이는 단계에서 경영층이 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과도기에 나타나는 저항을 극복하는 일이며,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권력, 불안, 혼란

내들러(Nadler)와 터시먼(Tushman)은 「전략적 조직설계」라는 책을 통해 변화의 과정에서는 ‘권력, 불안, 혼란’이라는 세 가지의 문제가 발생하며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서는 변화가 강조한다. [232]

(1) 권력 문제

조직은 권한과 권력을 갖고자 하는 여러 개인과 집단들로 구성된 정치적 시스템으로 조직구성원들의 정치적 행동은 인간 본질적인 것이며 당연히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변화의 과정에서는 항상 권력에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며, 특히 대규모의 변화 과정에서 공식적, 비공식적인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자들 간에 기존에 형성되어 있는 힘의 균형상태가 뒤집히거나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로 야기되는 불확실성은 조직을 혼란시키고, 정치적 행동의 가능성을 더욱 크게 한다. 따라서 개인과 집단은 변화가 그들의 조직 내에서의 상대적 권력의 위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전망을 근거로 정치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2) 불안 문제

변화란 기존에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미지의 상태로 들어가는 것이므로 변화의 과정에 조직구성원들은 “나에게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스트레스와 불안을 갖게 되며 이로 인해 여러 가지 변칙적인 행동이나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스트레스는 변화에 관한 정보수집이나 판단을 잘못하게 하고 사람들을 변화에 저항토록 하여 비이성적, 자기파괴적인 행동까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상관없이 어느 조직에서나 존재한다.

(3) 혼란 문제

변화의 과정에서는 조직관리부재 상태, 즉 ‘레임덕(Lame Ducks)현상’이 발생한다.

이상과 같은 문제점들을 극복하는 방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권력 문제는, 변화에 관련된 권력의 역학관계를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

– 불안 문제는, 변화의 방향에 맞는 건설적인 행동을 장려한다.

– 혼란 문제는, 변화과도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감으로써 극복이 가능하다.

이를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권력의 역학관계를 조정

우선 권력구조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변화는 권력구조에 영향을 미치므로 권력 문제가 핫이슈로 등장하며, 변화의 전체 과정에 걸쳐 최우선적으로 이런 권력의 역학관계를 적절히 조정해가야 한다. 권력을 조정하는 방안으로는 다음 4가지의 실천행동이 있다.

첫째, 핵심 권력집단의 지원을 얻는다. 권력조정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 내의 권력 상관관계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 조직 내에서 누가 Key Player인지

– 이해관계가 있는 개인이나 그룹은 누구인지, 즉 변화의 과정에 대해 누가 긍정적이고 누가 부정적인 입장인지 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권력상관관계를 명확히 한 뒤, 지원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을 찾아야 한다. 이에는 참여유도, 협상, 격리, 제거 등의 방법이 있다.

‘참여유도’는 변화에 대한 저항을 줄이고 지원을 얻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강제적인 변화를 강요하는 것보다 개인이나 집단이 변화에 동참하면서 스스로 자신들이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협상’도 한 가지 방법이다. 참여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모든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 어떤 경우는 변화가 이를 가로막는 반대집단의 힘을 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이해집단과 협상하거나 거래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는, 변화의 대가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지원을 얻을 수 있다.

이도저도 안되면 ‘격리’시킨다. 참여나 협상을 거부하고 변화를 가로막고자 기도-저항하는 경우는 이들을 격리시켜 메인스트림 외의 자리에 배치하여 그들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최악의 경우는 ‘제거’한다. 지지세력으로 만들 수 없거나 격리가 불가능할 때는 마지막 극단적인 방법으로 다른 조직이나 외부로 보내야 한다. 참여와 협상이 확실히 바람직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 방법이 모든 경우에 통한다는 가정은 정치게임에서는 매우 순진한 생각이다.

둘째, 변화를 지원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리더는 권한의 배분과 조직에 대한 영향도 측면에서 변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사람이다. 리더는 조직에 사인을 보내고, 지원을 하고, 성과에 대해 보상함으로써 조직원들의 인식을 변화시켜가며 변화에 원동력을 불어넣는다. 즉, 리더의 행동 하나하나가 조직이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하는 기본 모델이 되는 것이다. 또, 리더는 미래의 비전을 명확히 하는데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취급된다. 리더는 변화의 핵심인물이나 특정행동에 대해서 보상을 지급함으로써 변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리더는 변화에 필요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필요한 경영자원을 제공한다. 동시에 걸림돌, 뒷다리를 제거하고 여러 가지 공식적인 메시지를 통해 조직변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한편, 리더는 비공식 조직을 통해 변화에 대한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변해가는 시기에 조직의 개개인은, 리더로부터 조직이 바뀌어야 할 방향이나 바람직한 행동양태에 대한 실마리를 얻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회의를 참가하는 패턴이나 공식적인 발언에서 사용하는 문구, 말 등을 통해 중요한 신호를 보내며, 리더의 이런 사소한 행동은 조직구성원들의 인식체계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셋째, 변화와 관련된 상징을 사용한다. 언어나 그림 같은 상징은 조직 내 지원세력을 규합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초점의 기능을 하며, 이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 이벤트나 행동을 일체화시키는데 관련되는 이름이나 그래픽

– 언어도 상징의 하나로 독특한 경영의 방식으로 활용된다.

– 상징의 사용은 평범하지만 비공식적인 조직을 일체화하는데 매우 유용한 수단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다.

– 특진, 해고, 사무실 이동, Open Door 등은 매우 중요한 시그널을 전달한다.

넷째, 안정성을 유지한다. 조직의 혼란이 오래 지속되면 과도한 불안상태와 방어적인 반작용이 나오며, 이러한 정치적인 갈등은 反생산적인 수준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조직이 변화 과도기에 안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확실한 닻(Anchor)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변화에 관한 반대를 한정 짓고 반생산적인 정치활동의 기를 꺾는데 도움이 된다. 이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 조직구성원들에게 미리 정보를 제공하여 변화에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도록 한다.

– 변화 과정 전체에 걸쳐 조직구성원들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의 내용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안정성이 확보된다. 경영자의 비일관성과, 서로 상충되는 메시지는 안정성을 해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 변해서는 안되는 사항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변화로 인해 모든 것이 전부다. 바뀐다거나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이 변한다는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2) 건설적인 행동 장려

조직 내에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변화가 일어날 때 사람들이 묻는 첫 번째 질문은 “나한테 무슨 도움이 되느냐?”,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변화에 관련된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보이는 불안상태를 나타낸다. 불안은 반작용을 낳고 심한 경우는 포기, 공포의 상태에 이르게 되어 결국은 강한 저항이 나오므로 톱은 이러한 불안을 진정시키고 다양한 대책을 통해 ‘건설적인 행동을 장려’해야 한다. 이는 변화의 성격, 내용, 영향들을 조직구성원들에게 전하는데 도움이 되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또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서는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유익하다. 건설적인 행동을 장려하는 데는 다음 4가지 실천행동이 있다.

첫째, 현재상태의 ‘불만족한 상황’을 표면에 노출시킨다. 사람은 변화로 인한 불안보다는, 편하고 잘 아는 현재상태에 안주하려는 심리적인 상태가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과거도 좋았고, 현재도 좋으며, 미래도 항상 좋게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과거의 타성을 녹이도록(Unfreezing)하여 변화의 가능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일부 불안은 현재가 훌륭하다는 환상처럼 미래에는 뭔가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에서도 기인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 미래에 무엇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교육시키는 등 변화에 관련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 더불어 변화하지 않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경제적, 사업적 결과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유용하다.

– 현재의 상태와 미래의 바람직한 상태간의 불일치되는 점과 차이점을 명확히 하고 이를 강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어떤 경우는 비극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현재의 상태가 바뀌지 않고 계속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 변화에 실패할 경우 이것이 개개의 종업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그래픽이미지로 보여줄 수도 있다.

– 경영자는 다른 대안으로, 변화에 관련된 자료를 모으는데 조직원들을 참여시키는 방안도 있다. 사람들은 프로세스를 만들고, 자료를 모으는데 참여함으로써 변화를 좀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 변화를 관리하는 노력 중에는 다소 과다한 정보의 소통도 요구된다. 심한 불안상태는 조직의 일상적인 업무조차 혼란에 빠지게 하며 조직원들은 처음부터 변화에 대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기는 힘들다. 이에, 경영자는 변화에 대한 핵심 메시지를 조직원들에게 지속적, 반복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둘째, 변화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데 조직원을 참여시킨다. 변화의 과정에 조직원의 참여가 바람직하다는 것은 증명된 사실이다. 참여를 통해 조직원들은 흥미를 가지며, 더 좋은 의사결정이 나오고, 개개인의 참여를 통해 직접적인 의사소통의 기회도 만들어진다. 반면에 조직원의 참여에는 코스트가 따른다. 시간이 소요되며, 관리기능에 일부 손상이 갈 수도 있고, 갈등이 생기며, 애매성이 증가할 수도 있다. 그러면 어디서, 언제,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가. 초기의 문제 분석, 해결방안 모색, 실행계획의 수립, 계획의 실제적용 단계 등에서 개인이나 그룹이 갖고 있는 기술이나 전문지식, 보유 정보, 변화의 수용성, 주인의식 등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으로 참여시킬 수 있다. 참여는 조직원이 직접적으로 폭넓게 참여하는 방법이 있는 반면 대표를 통한 간접 참여방식도 있다. 대표는 직책, 직위, 전문기술 등에 의해 선택할 수 있다. 참여의 형식을 사용하는 것은 참여하지 않는 것이나 참여로 인한 코스트에 비해 훨씬 나은 가치를 창출한다.

셋째, 미래 비전에 적합한 행동에 대해서는 보상을 한다. 변화과도기에 건설적인 행동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보상제도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실천하면 보상받는다고 생각되는 일을 우선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일을 해서 보상을 받거나 가치 있는 성과를 내는 정도까지 이르면 기대한대로 행동하게 된다. 만일, 변화과도기에 과거의 보상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면 조직은 변화잠재력을 잃게 된다. 각 개인들이 어떤 새로운 방향으로 일하도록 요구되면서 실제로는 다른 방향으로 행동해야 보상을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심한 경우는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 요구되는 행동을 했는데도 현존제도 때문에 벌을 받는 경우까지 발생하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경영자는 성과의 측정지표, 급여나 다른 구체적인 보상의 지급, 승진 등 공식적인 보상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비공식적인 보상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인정, 칭찬, 피드백, 보직변경 등이 포함된다.

넷째, 현재 상태를 정리할 시간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람들은 변화의 시기에 상실감을 느낀다. 과거를 정리하고 애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에, 과거를 정리할 시간을 적절히 주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며, 현재와의 결별을 통해 다시 새롭게 일할 준비를 하도록 한다. 안식휴일 같은 이벤트를 통해 감정을 토로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집단토의 등을 통해 변화에 관련된 그들의 감정을 이야기하도록 격려한다. 처음에는 저항을 부추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는 반대의 효과가 나온다. 사람들은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변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톱이 이런 필요성을 인식하고 감정을 드러내도록 분위기를 만든다면 사람들은 과거를 떠나 보내고 건설적일 행동으로 옮아가게 된다. 고별식 같은 행사, 의식, 상징을 보여주는 것도 과거상태와 정신적인 결별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3) 변화 과도기의 체계적인 관리

변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변화될 미래의 사이에 있는 변화과도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변화과도기에는 미래상태가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현재상태를 단절시키게 되므로 불확실성과 관리부재 문제가 빈번히 발생한다. 톱은 이러한 혼란을 관리하기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에는 4가지의 실천영역이 있다.

첫째, 미래상태에 대한 명확한 이미지를 개발하여 전파한다. 만일 변화의 방향에 초점이 없고 애매모호하다면 이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조직원들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모르는 채 이들을 이끌고 나가기는 불가능하다. 명확한 방향이 없으면 조직은 무기력상태에 빠지게 되고 변화와 관련된 행동은 서서히 멈추게 된다. 무엇이 적정한지, 도움이 되는지, 바람직한 행동인지에 대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 미래상태를 가능한 완벽하게 설계한다. 최소한 미래의 비전은 만들어야 한다.

– 변화가 조직의 다른 부분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정리한다.

– 비전에 대해 일관성, 안정성을 유지하고 불필요한 변화, 지나친 변경과 비전에 대해 서로 상충되는 관점 등을 피해가는 게 중요하다.

–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반복적으로, 여러 매체(비디오, 소집단토의, 대규모집회, 전단 등)를 사용한다.

– 미래의 상태가 실현성 있고, 가시적이며, 확고해야 한다. 의사소통하는 내용에는 미래에 의사결성하고 업무하는 방식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은 미래의 비전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어떤 회사는 회사가 원하는 미래의 바람직한 고객서비스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TV 광고를 조직내부, 외부에 보여준다. 이러한 광고는 사람들에게 명확하고, 가시적이고, 기억할만한 미래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네 가지 요소를 동시에 사용한다. 조직은 업무, 사람, 공식적 조식질서, 비공식적 조직질서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변화 과도기 동안 조직의 한 시스템이 바뀌면 다른 것과 손발이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조직은 네 가지 구성요소 간 서로 손발이 맞아야 제대로 돌아가게 되며 톱은 변화를 위해 모든 지렛대를 사용해야 한다.

– 네 가지 조직구성요소에서 일어날 필요가 있는 모든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한 요소를 바꿀 때 일어날 수 있는 요소간의 조화를 모니터, 예측한다.

– 서로 다른 요소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부조화를 최소화시키는 변화계획이 필요하다.

셋째, 변화관리기법을 사용한다. 변화 과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조직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수단으로는

– 변화 관리자

– 변화에 관련해 경영자원을 별도 지원(예산, 시간, 스탭 등)

– 특수한 전환기 체제(Dual Management System, Back Support 등)

– 변화 계획 등이 있으며

– 근본적으로 톱의 관심이 필요하다.

넷째, 변화 과정을 피드백하고 평가한다. 변화 시기에는 톱은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톱이 조직의 변화상황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사용하는 일반적인 피드백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는 조직전체가 불안해하고, 나쁜 정보를 전달하기를 서로 꺼려할수록 중요해진다. 이에 피드백을 위한 여러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과제이다. 피드백의 방법으로는 다음의 것들이 있다.

– 개인 인터뷰

– 여러 유형의 포커스그룹을 통한 자료수집

– 전면, 또는 샘플을 통한 조사

– 일반 업무회의 시 모이는 자료를 통한 피드백

피드백은 핵심그룹의 대표자가 변화계획, 모니터, 실천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무력감에서 탈피

교육심리학에서 종종 인용되는 다음과 같은 실험결과가 있다. [233] 장애물로 격리되어 있는 두 개의 방중에서 한쪽 방의 바닥에 전류를 흘려 보내고 그 방에 개를 집어넣으면 개는 즉시 장애물을 뛰어넘어 다른 쪽에 있는 정상적인 방으로 도망쳐 버린다. 그러나 전류가 흐르고 있는 방에 개를 잠시 끈으로 묶어 두었다가 끈을 풀어주면, 이번에는 개는 장애물을 뛰어넘으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을 ‘학습성 무력감’이라고 한다. 즉, 개는 끈으로 묶여있는 동안에 학습을 하게 되고, 어 정도 참을 수 있을 만한 환경이라면 그 환경에 익숙해져 일부러 장애물을 뛰어넘으면서까지 더 좋은 환경을 바라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학습성 무력감이 조직 내에 만연되면 이 또한 대기업병 증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학습성 무력감이 조직에 만연하게 되는 과정은 3단계로 구분한다.

– 제1단계: 노력해도 보수와 성장으로 결부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한다.

– 제2단계: 그로 인하여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 제3단계: 무력감이 장래 학습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기업규모가 커지면 경영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온갖 시스템과 규칙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것들이 점점 견고해지면서 조직 내의 개인은 자율성을 상실하게 되고, 그 결과 ‘보이지 않는 끈’이 생겨나 개인을 구속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개인은 활력이 저하되고 불만을 느껴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어떤 개혁안을 제안하더라도 그러한 보이지 않는 끈 때문에 그것이 조직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며, 성과로 이어지지 않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제1단계)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게 되면 개인은 “나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되고 노력 자체를 포기하게 되고, 무력감에 빠진다. (제2단계)

무력감에 빠진 개인은 시장점유율의 하락이나 업적부진 등 다소 나쁜 환경에도 익숙해지고 그런 상태에 안주하게 된다. 그 결과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거나 또는 톱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더라도 관심을 갖지 않게 되고 학습을 거부한다. (제3단계)

이런 점에서 기업의 혁신과정은 ‘학습성 무력감’에 빠진 조직을 그로부터 해방시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조직을 학습성 무력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첫째, 학습을 저해하는 끈을 풀어 버린다. 즉, 개인과 각 부문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또 노력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끈을 풀어주는 방법은 다양하다. 예컨대, 日産자동차에서는 그런 시도가운데 하나로 主管制度를 도입했다. 차종 별로 기획설계에서 판매까지의 전권을 主管에게 부여하고, 사장이 갖고 있던 모델 결정권을 主管에게 넘겨줬던 것이다.

둘째, ‘자극적인 정보’를 주어 동기를 부여한다. 즉, ‘전류’를 제공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개인이 이미 갖고 있는 정보와는 조금 다른 정보를 주거나 그러한 정보를 스스로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정보의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스스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지며, 이를 통해 학습의욕이 생겨나게 된다.

이점에 있어서도 日産자동차는 재미있는 시도를 했다. 대표적인 자동차인 ‘세드릭’과 ‘글로리아’의 主管이 설계 담당자 20명에게 소비자의 의견을 직접 들어오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그들은 자신들의 머릿속에 갖고 있었던 ‘인식’과 현장에서 확인한 ‘현실’간의 괴리를 발견했고, 이에 기존의 가치관을 버리고 새로운 가치관을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나중에 이들 자동차가 성공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위기적인 정보’를 만드는 것이다. 다소 나쁜 환경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은 위기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정보를 제공해 주어도 쉽게 자극받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톱 스스로가 결단을 내려, 조직을 단기적으로 ‘위기’라 할 수 있는 상황에 빠뜨림으로써 충격을 줄 필요가 있다. 의도적으로 ‘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조심할 점은 위기가 너무 지나치면 조직 내에 혼란이 생겨 효과를 잃게 되며, 반대로 위기의 정도가 작고 애매모호하면 변신을 위한 시도가 수포로 돌아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위기정보를 창출한 사례는 資生堂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체인스토어제도를 통해 고도경제성장기에 경쟁우위를 확립해 왔는데, 소비자의식과 가치관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고 그 결과 유통재고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다. 87년 10월, 福原 사장은 이러한 ‘타성을 근절하고 사원의 의식을 개혁하기 위해’ 근본적인 재고감축이라는 외과수술을 실시했고, 그 결과 경상이익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위기를 만들었다. 여기서부터 이 회사의 변신시나리오는 시작되었다.

또 다른 예는 야마또 運輸이다. 이 회사가 洞急便을 처음 시작했을 때 사원들 사이에는 대형화물에 비해 소형화물은 수익이 적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洞配事業이 제대로 전개되지 못했다. 당시 小倉 사장은 조직을 바꾸거나 소형화물 사업의 이점을 사원들에게 설명하는 등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그래도 조직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취한 방법이 대형화물 고객과의 거래중단이라는 파격적인 결단이었던 것이다.

나부터, 지금부터, 쉬운 것부터

변화는 작은 데서부터 시작된다.

– 조직 전체의 변화보다는 나부터의 변화

– 기간이 오래 걸리는 변화보다는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변화

– 어렵고 큰 변화보다는 쉽고 작은 변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풍토가 만연된 조직’을 ‘변화를 즐기는 조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을 바꿀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조직이 변화를 수용하고 더 나아가 스스로 변화를 시도하도록 자율성을 길러줄 것인가’하는 점이 보다 중요하다. 근본적으로 변화를 거부하는 조직에 강제적인 힘으로 일시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하더라도 이는 조직학습 효과가 생기지 않아 일과성 시도에 그쳐버리게 된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조직이 변화하는 방법을 체득함으로써,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방향을 설정하며, 스스로 고쳐나가는 자율학습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자율학습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변화의 초기에 필요한 전략이 바로 ‘성공경험을 조기에 가짐으로써 변화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 주는 것이다. 조기에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크고, 오래 걸리고, 조직이 강요하는 변화’보다는 ‘작고,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고,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변화’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변화를 통하여 조직원들은 변화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 좀 더 큰 것, 좀 더 오래 걸리는 것으로 발전하다 보면 자연히 개개인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체질에서 변화를 즐기는 체질로 바뀌게 된다. 독설적으로 표현하면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개개인이 모이면 전체 조직도 변화지향적인 문화로 변신해 간다.

니맨(Sam Neaman)은, 도산 일보 직전의 매크로리(McCrory)체인에 와서 단기간에 경이적인 실적을 거두었던 장본인이다. 그는 그저 평범한 인간에게 잠재되어 있는 스타의 기질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니맨은 단 하나의 가게,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극히 평범한 가게인 인디애나폴리스 점에서 개혁을 시작했다. 실험장소라고 요란한 표시나 전사적으로 특별한 취급을 하지도 않았다. 니맨은 소매체인업에서는 완전히 문외한이었다. 예비지식도 전혀 없이 이 업계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최초 몇 주일 간은 매크로리의 시스템을 배우는 것으로 끝났다. 대충 소매체인의 실태를 파악하게 되었을 때, 인디애나폴리스 점을 맡았다. 그는 이 가게를 개혁하기 위하여 건축사를 불러오지도 않았으며 자금지원요구서를 올리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그가 거만하고 배짱을 내미는 태도를 보인 것도 아니다. 점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가게에서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라는 신념을 갖게 만들었다. 과거의 업적부진은 그들 탓이 아니라, 그들을 움직이는 리더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니맨은 점원들에게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고 그들에게 그 능력을 발휘해 주도록 요구했다. 보고서를 통한 연구가 아닌 눈을 통한 연구를 시켰다. 이웃의 경쟁가게로 부하를 보내 자신이 판매하고 있는 상품이 어떤 식으로 판매되고 있는지 스스로의 눈으로 확인하게 한 것이다. 또 한 가지, 매일 저녁 폐점 후에 전원이 모여 낮에 보았던 것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것이다. 각자가 모은 데이터를 신선한 분위기 속에서 음미했다. 거창한 시장조사가 아니라 현장사원이 잘 알고 있는 일에 관하여 ‘생생한’ 모습을 ‘생생한’ 목소리로 전하는 발표였다. 지금까지 몇 년간이나 표면에 나서는 것을 허락받지 못했던 사람들, 밖으로 나가도록 동기를 부여받은 적이 없었던 사람들, 의견을 내라고 요구받은 적이 없었던 사람들이야말로 실은 참된 전문가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니맨은 인간의 오감을 중시했다. 매일 밤 빠짐없이 개최된 회합에서 구체적인 안이 정해졌다. 우선 니맨은 25년간이나 억눌려 침묵하는 것, 자기주장을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워온 사람들의 말문을 열기 위해 그들에게 가장 자신 있는 부문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했다. 소매업의 동향이나 전략, 경영철학이 아닌 디스플레이나 포장서비스에 대해 그들의 용어 그대의 이야기하게 한 것이다. 니맨은 쉽게 손댈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할 것, 실제 행동을 중시할 것, 생생한 체험이 신선미를 잃기 전에 조치를 취할 것 등을 마음에 새겼다. 스탭이나 ‘전문가’라 일컬어지는 외부 인사를 배제하고 현장사람의 ‘자기분석’을 중심으로 가게를 일으켜 세웠던 것이다.

니맨의 머릿속에는 선명한 이미지가 있었다. ‘아름다운 가게’란 어떤 가게를 가리키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는 그 이미지가 실현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을 부하에게도 깨우쳐주고자 필사적이었다. 니맨은 점원들이 직접 개선방안을 생각해 내도록 했다. 주말에 맥주파티를 연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개선하여 다시 일으키는 것은 어느 누구의 가게도 아니고, 바로 자신의 가게라는 자각을 갖게 했다. 자신을 위해 싸우는 전쟁이라는 의식을 싹트게 했다. 당시 매크로리는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던 터라 한 푼도 남는 자금이 없었다. 큰돈을 들여 가게를 개장한다는 건 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경쟁회사인 페니(Penny)가 갖고 있는 전국유통시스템을 부러워해 보았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니맨의 어프로치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비전, 자주성, 생생한 데이터의 즉시 처리라는 세 가지의 기둥이었다.

변화를 이루는 데는 많은 제약이 있다고 느끼기 쉽다. 그러나 니맨은 부하들에게 인디애나폴리스 점이 자신들의 실력을 발휘하는 ‘기회’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이 가게를 이용하여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해보지 않겠소?”라고 부하를 격려했다.

‘작은 승리’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상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인내심’이다. 니맨이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남들이 그것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인디애나폴리스지점을 방문하여 개선현상을 보고, 느끼고, 만져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이루어지게 한 힘은 만져볼 수가 없다. 이 점이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인디애나폴리스 점이 성공을 거두었던 비결은 특정한 테크닉의 활동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인내심을 바탕으로 양성된 ‘전원참여’의식과 ‘동기부여’에 있었기 때문이다. 니맨은 ‘명령에 의한 강제적인 참가’를 하지 않겠다는 신조를 갖고 있었다. 이것이 남다른 점이었다.

이러한 ‘작은 성공’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실험을 할 수 있는 장소와 실험을 맡을 수 있는 리더를 찾아낸다.

(2) 현재 실시 중이거나 계획 중인 실험이 있을 경우에는 그것을 정식프로젝트로서 인정한다.

(3) 실험을 하는 의의를 높이 평가한다.

(4) 실험(전체적이든, 부분적이든)은 성공적이었다고 칭찬하고 성과를 모두에게 발표하는 장을 마련하여 가시적인 형태로 표창한다. 실험의 성공을 앞장서서 대대적으로 알린다.

(5) 새로운 시도나 챔피언이 잔소리가 심한 관리스탭의 간섭을 받지 않도록 보호한다. 그 나름대로 정당한 이유가 있어서 실험을 저지하려는 스탭은 물론이지만, 쓸데없는 걱정에서 비롯된 지나친 참견(본인은 상대방을 위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으로부터도 지켜주지 않으면 안된다.

(6) 경쟁이나 방문 홍보 등을 이용하여 확산을 유도한다.

(7) NIH 신드롬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한다. 예를 들면 니맨처럼 다른 현장에서 시행되는 실험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아이디어가 완전히 무르익을 때를 기다려, 사원이 스스로 생각해낸 계획이라는 성취감을 맛보고 나서 실행에 옮기게 한다.

(8) 선구적인 챔피언들이 ‘특별시’되지 않도록(즉 다른 사원이 자신들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일이라고 미리 포기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또한 최초의 성공이 특수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 두드러져 보이지 않도록 한다. “그 정도의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 “라고 다른 사원이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를 즐기는 기업문화의 구축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 중에 ‘Trigger’라는 용어가 있다. 방아쇠를 당긴다는 의미이다. 이는, 조직이 변하기 위해서 누군가가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 대기업병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 중에 “대기업병이란 회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임직원들이 이렇게 가면 회사가 큰일이다, 큰일이다 하면서 결국은 집단적으로 亡해버리는 병”이라는 소니에서의 정의는, 임직원 모두가 회사의 문제점과 발전방향에 대해 진정으로 걱정을 하면서도 이것이 실행되지 않는 것은 누군가가 방아쇠를 당기지 않기 때문이라는 변화기피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능률협회(JMAC)는 기업의 變化試圖經驗과 경영성과(이익, 매출)가 비례한다는 주장을 한다. JMAC 21세기 프로젝트 세미나 물론 변화를 해서 성공한 기업은 변화를 시도하지 않은 기업보다 경영의 성과가 좋은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나 변화를 시도하다 실패하더라도 시도하지 않은 것보다는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자료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 크다.

결국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변화는 어느 누구 것도 아닌 임직원 개개인의 것이며 변화는 종업원 개개인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나부터, 지금부터, 쉬운 것부터 바꾸어가야 한다.


결론

귀하의 조직을 대상을 다음 설문을 체크해 보십시오.

이 체크리스트는 서론에서 언급된 체크리스트와 동일한 내용입니다. 서론에서 체크했던 내용과 지금 체크한 내용이 같습니까? 아니면 차이가 납니까? 차이가 난다면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기업병에 한해서는 여러분의 잣대를 더욱 까다롭게 가져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부록: 대기업병 체크리스트

1. 에스카 아키라의 대기업병 체크리스트[234]

에스카 아키라는 체크리스트를 대상에 따라 9가지로 나누어 제안하고 있다. 직위에 따라 톱, 미들. 일반 사원의 3가지로 구분하고 한편, 기능에 따라 회사전체, 사무부문, 관리부문, 연구개발-생산부문, 영업-판매부문, 기타부문 6가지로 나누어 놓았다.

[톱]

  1. 목표, 미래 비전을 간부나 일반 사원에게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가?
  2. 임원, 부장 차원의 안건까지 ‘사장결재’로 되어 있지 않는가?
  3. 사장에게 상의해야 할 문제는 항상 명확한가?
  4. 결재나 의사결정이 늦는다는 불평을 듣지 않는가?
  5. “불가능합니다”, “무리입니다”라는 말이 자주 들려오지 않는가?
  6. 지시사항이 말단까지 철저히 내려가지 못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가?
  7. 사고나 실수에 대한 보고가 늦는다고 느낀 적은 없는가?
  8. 임원, 부장과 부담 없이 토론하거나 상담을 할 수 있는가?
  9. 톱으로서 현장 사정에 정통하다고 자신하는가?
  10. 고객의 얼굴이 보이는가? 마음을 읽을 수 있는가?
  11. 요즘 젊은이는 우리 세대보다 행동력이 약하다고 한탄한 적은 없는가?
  12. 줄곧 회의로 끝나 버린 날은 없는가?
  13. 애초부터 결론이 정해져 있는, 주최자 만족형 회의는 없는가?
  14. 사내에 파벌이 있다고 느낀 적은 없는가?
  15. 간부급 인사에 정실이나 불공평은 없는가?
  16. 신상품개발, 신분야에 대한 진출 등 중대한 의사결정을 회의에서 결정하는 적은 없는가?

[미들]

  1. ‘이 회사를 바꾸어 보자’는 의욕을 갖고 있는가?
  2. 책임에 비해 권한이 너무 작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가?
  3. ‘결재 속도가 좀 더 빨라질 수 없을까’하고 생각한 적은 없는가?
  4. 품의서 쓰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가?
  5. 스스로 결정을 내릴 일이 줄어들고 있지 않은가?
  6. 문제해결을 회의에 내맡겨 버린 적은 없는가?
  7. 자기가 쓰고 있는 교제비가 어느 정도인지 생각한 적이 있는가?
  8. 상사나 부하에게 직설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경향은 없는가?
  9. ‘바쁘다’가 입버릇이어서 부하가 접근해 오기 어렵지 않은가?
  10. ‘전례가 없다. 우리 회사답지 못하다’는 단정구를 많이 쓰지 않는가?
  11. 부하의 제안을 귀찮게 여긴 적은 없는가?
  12. 거래할 때 자기 회사이름이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가?
  13. 간단한 워드프로세서나 복사까지 여사원에게 시키고 있지 않는가?
  14. 문제 발생을 회피하는 나머지 무사주의가 되어 있지는 않은가?
  15. 부하가 실수를 해도 책임은 내가 진다는 마음이 있는가?
  16. 동료들이 모두 중고년층이어서 직장 분위기에 적극적인 자세가 결여되어 있지는 않은가?
  17. 유급휴가도 쓰지 않고 아침부터 밤까지 책상에 들러붙어 있는 경향은 없는가?

[일반 사원]

  1. ‘업무의 주역은 나다’라는 의식이 있는가?
  2. 회의에서는 가장 높은 사람의 생각대로 결론이 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3. 신참의 아이디어나 의견이 존중되는 분위기인가?
  4. 업무는 ‘자신해서 한다’기보다 ‘시키니까 한다’는 것은 아닌가?
  5. 자기가 담당하는 일 외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가?
  6. 상사에게 상담하고 싶어도 상사가 ‘항상 회의 중’이지는 않은가?
  7. 상사가 없다고 해서 문제해결을 뒤로 미루는 일은 없는가?
  8. 회사 이름을 위세삼아 내세우거나 그 위력을 실감한 적은 없는가?
  9. ‘가능한 방법’을 궁리하기보다 ‘불가능한 이유’가 먼저 떠올리지는 않는가?
  10. 한 번 실패하면 좀처럼 회복할 수 없는 풍조는 없는가?
  11. 나의 실적을 상사가 가로챈 적은 없는가?
  12. 왠지 ‘상사 눈에 띄면 손해’라는 직장 분위기는 없는가?
  13. 특별한 일도 없이 ‘직장의 꽃’처럼 존재하는 여사원은 없는가?
  14. 문방구나 전화를 개인용으로 사용하는 일이 자주 없는가?
  15.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외래 방문객을 무시해 버릴 때는 없는가?

[회사 전체]

  1. 각 부문에 두루 도전정신이 왕성한가?
  2. ‘우리 회사는 영원 불멸’이라고 생각하는 사원은 없는가?
  3. 分社, 사업부제, 기업 내 벤처 등의 기초가 탄탄한가?
  4. 조직을 뛰어넘는 인사 교류나 횡단적인 업무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5. 부문 간의 반목 분위기나 책임 전가는 없는가?
  6. 조직이 클럽처럼 되어서 마찰이나 심한 질책을 보기 힘들지 않은가?
  7. 업무 에너지의 태반이 사내로 향해 있지는 않은가?
  8. 피라미드형 조직구조에 불합리한 점이 발견되지는 않는가?
  9. ‘우리는 대조직이라구’하는 말이 자주 들리지 않는가?
  10. 관련부서가 많고 책임의 주체가 분명치 않은 부분은 없는가?
  11. 제안을 한 사람한테 과제가 떨어지는 경우는 없는가?
  12. 부하도 없는 이름뿐인 중역이 늘고 있지는 않은가?
  13. 임금인상이나 보너스는 실적보다는 ‘무난함’의 논리로 생각하는 경향은 없는가?
  14. 임원-부장은 월요일 오전 내내 회의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상례인가?
  15. 접대 골프가 사실은 사내 커뮤니케이션이었던 적은 없는가?
  16.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강한 열려진 조직인가?
  17. 회사가 전체적으로 인력부족보다는 인력과다로 느껴지지는 않는가?

[사무부문]

  1. 매출에 비해 사무량이 지나치게 늘어나지 않는가?
  2. 간접비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 않는가?
  3. 회람-보고 등 사내문서 용지나 양식이 간소화될 여지는 없는가?
  4. 사내 문서의 흐름에 불합리한 점이나 낭비요소는 없는가?
  5. 서류에 도장이 줄줄이 찍혀 있어도 의문을 느끼지 않는가?
  6. 말로 끝날 일까지 문서로 작성하지 않는가?
  7. 편지나 팩스가 귀찮아 장거리 전화를 걸지는 않는가?
  8. 복사량이 한없이 증가하고 있지 않는가?
  9. 문방구나 전화를 쓸데없이 낭비하는 모습이 눈에 뜨이는가?
  10. 경비절감을 철저히 시행하고 있는가?
  11. 제도나 규정을 적극적으로 재검토하는 분위기가 있는가?
  12. 손님이 와도 ‘누가 나가겠지’, 하며 서로 미루는 일은 없는가?
  13.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상하좌우로 원활하게 이루어지는가?
  14. 무슨 일이 있으면 관례나 전년도와 대비하는 발상에 사로잡혀 있는 경향은 없는가?
  15. 본사의 존재나 권위가 지나치게 크지는 않은가?
  16. ‘서류 불충분’을 이유로 업무에 브레이크를 자주 걸지 않는가?
  17. 품의서에 정식승인이 떨어질 때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지 않는가?

[관리부문]

  1. 관리부문과 현업부문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가?
  2. 인사고과의 원칙이 감점주의로 되어 있지 않는가?
  3. 리스크에 도전하기 보다는 안전 운행을 지향하는 경향은 없는가?
  4. 각 부문에서 원가의식이 높은가?
  5. 원가절감 노력은 구매할 때 값을 깎아대는 일변도로 흐르지는 않는가?
  6. TQC운동에 지나치게 열심이어서 값을 올리고 있는 경향은 없는가?
  7. 규제, 규정의 운용이 너무 획일적이라는 소리는 없는가?
  8. 임금체계에 모순, 악평등은 없는가? 재고할 필요는 없는가?
  9. 인사관리는 실력주의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10. 본사 방침을 고수하거나 강요하는 경향은 없는가?
  11. 불필요한 자료가 많아 복사기나 문서분쇄기가 풀가동되지 않는가?
  12. 계산은 맞지만 돈은 모자라는 현상은 없는가?
  13. 사업 전체를 잘 아는 제너럴리스트가 줄어들고 있지는 않은가?
  14. 인사 교류가 활발한가?
  15. 회사 규모나 조건에 비해 사원 채용이 순조롭지 못한 경우는 없는가?
  16. 3∼5년씩이나 간부후보로 있다가 전직해 가는 경향은 없는가?
  17. 중고년층의 모습이 사라지고 파트타이머가 늘어 가고 있지 않는가?

[연구개발-생산부문]

  1. 고객의 요구를 재빨리 파악할 수 있는 체제인가?
  2. 탁상공론 같은 계획을 억제하고 외부의 자극을 받으려고 노력하는가?
  3. 개발 리드타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지 않는가?
  4. 연구개발-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까워하는 경향은 없는가?
  5. 기존의 주력상품을 대체할 성장 상품이 있는가?
  6. ‘좋은 제품’보다 ‘요구에 맞는 상품’을 지향하고 있는가?
  7. 매출 증가에 비해 제조원가가 점증하는 경향이 있는가?
  8. 매출 증가에 비해 재고량이 급증하고 있지는 않는가?
  9. 호기심, 잔소리 정신이 강한 사람이 많은가?
  10. 발상이나 의욕이 사내의 절충 과정에서 시들어가는 일은 없는가?
  11. 리스크를 피하려는 의식보다 기회에 도전하려는 사고방식이 강한가?
  12. 타사에 앞서서 ‘한 번 해 보자’는 기질이 강한가?
  13. 제안제도가 매너리즘에 빠져 제안 수가 줄어들고 있지 않는가?
  14. 본사의 시설에 비해 연구설비나 영업시설이 뒤떨어지지는 않는가?

[영업-판매부문]

  1. 시장점유율은 높지만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지는 경향은 아닌가?
  2. 거래처가 안정되어 있고 신규단골도 개척되고 있는가?
  3. ‘전 사원 세일즈’ 캠페인을 해도 별반 효과가 없지 않는가?
  4. 거래성적은 늘어났지만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는가?
  5. 계획 미달성이 아무 저항 없이 용인되는 풍조인가?
  6. 제일선의 담당자의 권한이 너무 작다고 불평하는 일은 없는가?
  7. 출장지에서 임기응변의 판단이나 조치를 내리기가 용이한가?
  8. ‘손님의 비판적인 충고를 회사가 듣지 않는다’는 느낌은 없는가?
  9. 고객 트러블을 해결할 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성의를 다하는가?
  10. 계약이 성립되는 자리에 책임자가 흔쾌하게 동행해 주는가?
  11. 관심을 밖으로 돌리지 않고 회사 내부로만 쏟아 붓는 경향은 없는가?
  12. 모두가 수익 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는가?
  13. 5년 전에 없었던 신상품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가?
  14. 시장점유율 1위라고 해서 부자 몸조심한다는 식의 안전지향은 없는가?
  15. 수완 좋은 영업맨이 잇달아 독립해 나가는 일은 없는가?
  16. 정시 퇴근, 토요일, 일요일 휴식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강하지 않은가?

[기타 부문]

  1. 발상이 사외보다 사내로 향하는 경향은 없는가?
  2. 과거의 경험이나 상식이 힘을 발휘하는 경영 풍토는 아닌가?
  3. 무슨 일을 하려다가 사내의 절차나 절충에 막혀 좌절한 적이 없는가?
  4. 고객의 전화를 이리저리 돌려 폐를 끼치는 일은 없는가?
  5. ‘담당자가 없어서’라며 안이하게 전화를 처리하는 일은 없는가?
  6. 하루 종일, 혹은 반나절이나 걸리는 회의가 자주 있는가?
  7. 회의에 불참하고서 ‘나는 못 들었는데’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는가?
  8. 승진 속도가 전에 비해 느려지고 있지 않는가?
  9. 생각을 부담 없이 이야기하거나 솔직하게 말하는 기풍인가?
  10. 회의에서 질의응답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가?
  11. 개성을 발휘하거나 존중하는 사고방식이 일반적으로 되어 있는가?
  12.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지나치게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가?
  13. 말씨나 태도에서 대기업의식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은가?
  14. ‘누가 하겠지’가 아니라 일인칭으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도전하는가?
  15. 유급휴가도 쓰지 않고 오로지 일에만 매달리는 일벌레 타입이 지나치게 많지 않은가?
  16. 애사정신과 멸사봉공을 내세우는 과민 적응증은 없는가?

2. 松下의 대기업병 체크리스트

松下의 사보인 松風 편집부는 ‘치료는 자각에서 시작됩니다’라는 제목으로 대기업병에 대해 아래와 같은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간부용과 사원용의 두 가지로 각각 30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부용]

  1. 신문은 회사에서 읽는다.
  2. 청소 같은 일은 시키기는 하지만 결코 손수 하지 않는다.
  3. 자기도 모르게 다른 부서의 방식을 흉내 내고 만다.
  4. 시간이 있어도 ‘그럴 시간 없어’라고 말해 버린다.
  5. 회의에서 사람을 모아놓고 난 후에 주제를 생각할 때가 있다.
  6. 한번 거부당한 일은 상황이 변해도 두 번 다시 꺼내지 않는다.
  7. 직설적으로 주의를 주지 못하고 둘러서 말할 때가 많다.
  8. 복사용지가 막혀 있어도 내 손으로 고치지는 않는다.
  9. 다른 부서에서 일을 의뢰하면 핑계를 대고 거절할 때가 많다.
  10. 회의참가 요청이 오면 자기가 별로 관계가 없어도 출석하고 본다.
  11. 별 쓸데없는 자료라도 타자 쳐 달라고 부탁한다.
  12. 자기가 교제비를 얼마나 쓰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13. 호텔이나 비행기를 예약할 때 회사이름을 말하면 특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14. 자기가 먼저 인사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15. 하루에 한 번쯤 회의를 하지 않으면 일을 한 것 같지가 않다.
  16. 회의석상에서 자기가 모르는 화제가 나오면 화를 내고 만다.
  17.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保身부터 생각한다.
  18. 하루는 정신 없이 지내지만 지난 한 주를 생각하면 허망해질 때가 있다.
  19. 문제점을 당사자에게 직접 말하지 않고 제삼자에게 불평을 늘어놓는 것만으로도 해결된 듯한 기분이 든다.
  20. ‘松下는 영원불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21. 부하의 얼굴도 보지 않고 서류를 넘길 때가 있다.
  22. 부하의 문제점을 알고 있어도 보고하러 올 때까지 방치해 둔다.
  23. 개인적인 일까지 부하한테 부탁할 때가 있다.
  24. 부하가 제안을 하면 먼저 ‘네마와시(사전교섭)’부터 생각한다.
  25. 부하가 훌륭한 아이디어를 내어도 순순히 인정하지 못한다.
  26. 부하 앞으로 온 전화는 내용을 잘 알지 못한 채 ‘전화요망’이라는 메모를 남겨 둔다.
  27. 부하에게 내린 지시가 상사의견 때문에 바뀌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28. 상사와 있을 때는 오로지 듣는 입장만을 고수한다.
  29. 높은 사람이 온다는 말을 들으면 급히 청소를 시킨다.
  30. 상사한테 주의를 받으면 부하 탓이라고 생각한다.

[사원용]

  1. 일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전년도, 전전년도의 파일을 본다.
  2. 회의에서 ‘말해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고 발언하지 않을 때가 많다.
  3. 통로 한가운데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4. 상사의 지시는 무엇이든 순순히 듣고 자기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5. 무엇이든지 ‘과장님한테 물어 보세요’하고 말해 버린다.
  6. 주변 사람이 바쁘게 일하고 있어도 정시만 되면 거리낌 없이 퇴근한다.
  7. 복사는 항상 넉넉하게 한다.
  8. 사무실에 손님이 온 것을 알면서도 계속 아래만 쳐다보고 일한다.
  9. 다른 부문에서 발생한 트러블은 남의 일로 흘려버린다.
  10. ‘못합니다’ ‘모릅니다’라는 말을 꽤 자주 하고 있다.
  11. 캠페인 배지를 의미도 모르고 달고 다닌다.
  12. 상사가 잔업을 하고 있어도 ‘먼저 실례하겠습니다’라는 한 마디를 하고 퇴근한다.
  13. 전화가 오면 이리저리 돌리거나 장시간 기다리게 하는 일이 빈번하다.
  14. 자기 부서 손님이 아니면 대개 냉랭하게 대한다.
  15. 전화를 피하려고 다른 사무실에 틀어박혀 일을 할 때가 있다.
  16. 점심시간에 전화가 걸려오면 화가 난다.
  17. 용돈을 위해 잔업할 때가 있다.
  18. 과내에 일주일 이상 대화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19. 이렇게 사람이 많으므로 내가 안해도 누군가 하겠지 생각한다.
  20. 하루를 그냥저냥 보낸다.
  21. 옆사람이 왜 자리를 비웠는지 몰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
  22. 마감날짜가 지나도 ‘어떻게 되겠지’하고 생각한다.
  23. 트러블이 생겨도 책임이 다른 부서에 있다는 것을 알면 안심해버린다.
  24. 회사 비품이 망가져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25. 상담 상대를 다소 기다리게 하는 것이 상담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26. 회사나 부서의 운영방침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27. 자기 사업부에서 신제품이 나와도 별로 관심이 없다.
  28. 회람이 돌아오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는다.
  29. 거래처에 직접 나가기보다는 그들이 오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30. ‘우리 회사는 절대로 대기업병에 걸리지 않았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3. 캔토니의 경영자 관료주의 성향 체크포인트

캔토니는 경영자의 관료주의 성향을 점검하는 인터뷰 질문내용을 다음처럼 제안한다. [235]

  1. 당신 직무를 처음 맡았을 때 당신 부서의 크기와 예산은? 당신 부서는 어떻게 조작되었습니까? 기구조직도를 그려 주십시오.
  2. 그러면 현재를 기준으로 위 항목에 대한 답변을 해 주십시오.
  3. 당신이 특별히 소신을 갖고 적용하고 있는 절차, 정책, 형식, 매뉴얼은 무엇입니까? 그 이유는?
  4. 당신 또는 당신 회사내의 의사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집니까? (메모, 전자우편, 회의 등 / 비공식적, 공식적) 당신은 어느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5. 당신은 당신 부서의 업의 개념과 역할을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어떠한 업적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십니까?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6. 당신 회사에서는 라인과 스탭이, 그리고 본부와 현장이 어떠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7. 가장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를 하나 골라주십시오. 그 프로젝트를 어떻게 수주했고, 기획했고, 운영했고, 실행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주십시오. 또 당신이 극복해야만 했던 장애요인, 저항요소에 대해 말해 주십시오. 추진에 필요한 경영자원을 모두 갖고 있었습니까? 아니면 상사로부터 도움을 받았습니까?
  8. 회사 내에서 당신의 고객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들은 당신 부서가 제공한 서비스의 질에 대해 무어라 말합니까? 당신은 서비스 기준(Service Standard)을 갖고 있습니까? 있다면 무엇입니까?
  9. 만약 내부고객이 당신의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이 있다면 그가 당신의 서비스를 택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보충질문을 위해 그들을 여기에 부른다면, 그들은 무슨 말을 할 것 같습니까?
  10. 당신이 부하를 승진시키는 경우를 상세히 설명하십시오. 그 이유는?

4. 밀러의 이카루스 파라독스 체크리스트

앞장에서 언급한 대기업병의 원인 중 하나인 ‘자만심으로 인한 극단경영’을 평가하기 위해 밀러(Miller)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종류의 설문을 제안한다. [236]

[‘근시안적인 집착(Focusing)’을 평가]

  1. 우리의 경영스타일은 대단히 권위주의적이다.
  2. 비용관리가 핵심적인 경쟁전략이다.
  3. 품질관리가 핵심적인 경쟁전략이다.
  4. 마케팅에 대한 노력은 우리의 주요전략이 아니다.
  5. 비용관리와 관련예산편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6. 우리의 품질관리는 대단히 정예화되어 있다.
  7. 광고와 유통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8. 설계-생산부문이 마케팅-R&D 부문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9. 설계-생산부문 관리자들이 타부문보다 급여도 많고 승진도 빠르다.
  10. 비용관리나 품질관리의 목표가 대단히 강력하다.
  11. 권력이 최고경영자에 집중되어 있다.
  12. 규정이나 절차가 많은 관료주의적인 조직이다.
  13. 공식적인 정보시스템과 계획에 중점을 두고 있다.
  14. Bottom-up 보다는 Top-down式의 의사소통구조를 갖고 있다.
  15. 각 기능부문간에 활발한 의사소통이 부족하다.
  16. 신제품 개발이 매우 드물다.
  17.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공식적인 계층단계를 거쳐야 한다.
  18. 중요한 결정을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19. 고객의 취향이나 반응을 조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20. 하위관리자들은 경영정책 방향수립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21. 우리의 생산라인은 경쟁사에 비해 고객의 세심한 요구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누어져 있다.
  22. 엔지니어들은 회사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한다.
  23. 경영자들은 위험기피적이다.
  24. 우리의 생산라인은 점점 노후화되고 있다.
  25. 우리가 가격을 올리면 고객들이 사지 않는다.
  26. 매출증가율은 안정적이다.
  27. 마케팅과 R&D부문의 유능한 관리자를 경쟁사에 빼앗기고 있다.
  28. Red Tape와 관료주의에 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29. 톱이 고객과 경쟁자의 행동에 대비 못하고 놀라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지나친 모험과 야망(Venturing)’을 평가]

  1. CEO는 모험적인 기업가이다.
  2. 매출성장이 우리의 주된 목표이다.
  3. 회사가 세밀하게 分化되어 있다.
  4. CEO가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5. 경쟁업체에 비해 훨씬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6. 경영진은 위험선호적이다.
  7. 재무-회계부문이 생산-마케팅부문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8. 본사의 기획스탭은 큰 조직이며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
  9. 폭넓은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10. 확장의 방법으로는 주로 합병이 사용된다.
  11. 확장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자본의 20% 이상의 위험을 걸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12. 프로젝트가 범위나 규모에 있어 계속 커지고 있다.
  13. 새로운 사업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
  14. 회사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분화되고 있다.
  15. 특화된 스탭조직이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16. 시장형태나 지리적인 지역적 차이에 따라 부문이 나뉘어져 있다.
  17. 각 부문의 우두머리가 이익과 성장의 책임을 진다.
  18. 전략을 실행하는데 있어 법률자문-재무 스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 ROA(Return Of Asset)가 감소하고 있다.
  20. 상호간의 큰 관련성이 없는 분야에 중점적으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21. 최고경영진들이 본질적인 전략(제품설계, 마케팅전략, 생산-서비스 정책)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22. 단기성장목표가 장기적인 이익률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23. 장기성 부채가 부담스러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24. 부문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5. 경영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26. 위험선호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획기적인 발명에 대한 광신(Inventing)’을 평가]

  1. 경쟁사에 비해 R&D 투자가 너무 많다.
  2. 지난 2년 동안 만들어진 생산라인의 비율이 높다.
  3.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4. 우리 회사는 R&D형의 과학자들이 운영한다고 할 수 있다.
  5. R&D-신제품개발부문이 마케팅-재무-생산부문보다 권한이 크다.
  6. 성장이나 이익목표보다 혁신이나 기술적인 업적이 보다 중요하다.
  7. 대부분의 작업이 T/F, 팀, 비공식적인 작은 조직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8. 정책이나 전략을 설계-R&D-제품개발부문의 관리자가 결정한다.
  9. 조직구조가 대단히 非공식적이다.
  10. 조직구조가 너무 느슨하고 유연하다.
  11. 급여, 인센티브, 지위에 있어 R&D, 신제품개발부문이 다른 부문보다 높다.
  12. 고위층이 신제품개발에 비장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
  13. 우리제품이 경쟁사에 비해 기술적으로 훨씬 앞서 있다.
  14.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에 매우 심각한 위험이 결부되어 있다.
  15. 주고객은 최신기술이 부가된 제품을 선호하는 층이다.
  16. 손해의 주요원인은 주로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에서 발생한다.
  17. 기존의 우리제품을 너무 빨리 낡은 것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18. 생산효율이 낮다.
  19. 가격경쟁력의 취약성, 광고미숙 등 마케팅 부문에 약점이 있다.
  20. 빈번히 비용이 초과하고 혁신프로젝트의 실행이 지연된다.
  21. 마케팅과 생산부문 스탭들 사이에 불만이 많다.
  22. 권한체계와 부문별로 업의 개념에 혼란이 있다.

[‘획일적인 관리(Decoupling)’를 평가]

  1. 우리 회사의 Brand Power는 엄청난 자산이다.
  2. 마케팅 부문이 생산-설계부문보다 전략에 훨씬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3. 마케팅을 통해서 경쟁사 대비 우리 제품을 차별화시킨다.
  4. 탁월한 광고가 우리 회사 최고의 강점 중에 하나이다.
  5. 유통시스템에 큰 경쟁우위가 있다.
  6. 하자보증과 애프터서비스를 잘 하는 것이 우리 제품의 시장경쟁력 향상에 큰 역할을 한다.
  7. 생산라인이 잘 짜여 있어 많은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8. 회사가 개개의 이익센터들로 구성되어 있다.
  9. 계층별로 많은 단계가 있다.
  10. 정보시스템, 예산시스템이 매우 복잡하다.
  11. 업무, 보고체계, 권한 등이 명확하고 공식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12. 마케팅 리서치가 매우 심도 있게 수행된다.
  13. CEO가 마케팅부문에 경력이 있다.
  14. 우리 회사는 주로 이미지, 서비스 등에 흥미가 있는 고객에게 인기가 있다.
  15. 조직이 크고 잘 구성되어 있다.
  16. 필요 이상으로 제품이 양산되어 왔고 라인이 크다.
  17. 시장점유율 향상이 효율성보다 중요한 목표이다.
  18. 경영진은 실제 일선작업라인의 생리를 잘 모른다.
  19. 생산라인이 경쟁사에 비해 낙후되고 있다.
  20. 고객들은 점차 특징 없는 제품들에 대해 불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