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학. [칼럼]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는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 재계 인사이트. 2016.8.10.
1956년, 인공지능(AI)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였다. 일단의 과학자들이 인공지능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사람 대신에 기계가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추진하였다. 이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여름 한 철을 함께 연구하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호언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의욕을 따르지 못했다.
그 이후 AI는 과학계에서 기피하는 용어가 되었다. 그 대신에 신경망(Neural network)이란 이름으로 연구는 계속되었다. AI 연구는 시작부터 주춤거렸지만 AI가 지배하 는 미래에 대해 사람들은 걱정 반, 기대 반의 궁금증이 더해만 갔다. 영화계에서 1984년에 처음 개봉했던 터미네이터 시리즈, 스필버그 감독의 AI(2001), 윌 스미스 주연의 아이 로봇(2004) 등이 흥행에 성공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2012년 이후 과학계에서 AI 용어가 재등장했다. 연구 및 기술개발에서 그럴만한 성과가 있었던 게다. 때마침 AI와 관련하여 22013년에 옥스퍼드 대학의 교수들이 <일자리의 미래>라는 책을 냈다. 저자들은 컴퓨터 자본 또는 AI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할 확률은 회계·감사 업무 94%, 소매업 92%, 부동산 중개업 86%, …, 민간 조종사 55%, 경제학자 43%에 이른다고 예측했다. 그리고 미국의 현존하는 일자리의 47%가 기계에 의해 대체될 위험이 높다고도 했다.
금년 1월, 다보스 포럼(WEF 연차총회)은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올렸다. 1차(증기기관과 기계화), 2차(전 기와 대량생산), 3차(컴퓨터와 자동화)에 이어서 세계는 이미 AI, 로봇, 사물인터넷(IoT)이 융·복합하는 네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일자리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보다 비관론이 앞섰다. 기계가 뺏어가는 일자리의 수는 많고 기계때문에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적기 때문에 잉여 인간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4차 혁명이 먼 미래 아니면 딴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러다 “그게 아니구나”하고 정신이 바짝드는 사건이 바로 한국에서 일어났다. 2016 년 3월, 딥러닝에 기반한 구글의 AI 알파고와 한국의 프로기사 이세돌이 벌인 바둑대국에서 알파고가 4대 1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바둑게임은 우주의 별보다 경우의 수가 많고 직관이 중요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아직은 사람을 따라오지 못할 거로 믿었거나 또는 믿고 싶었던 이들은 충격에 빠졌다. 4차 산업혁명은 영화 속 미래의 일이 아니라 가까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 되었다.
충격은 일파만파, 세계로 확산되었다. AI가 멋대로 진화· 발전하면서 그를 창조한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섣부른 위기론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제일 큰 걱정거리는 삶의 터전인 일자리다. 200년 전 1차 산업혁명 때는 증기기관 때문에 수백만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러다이트 운동 (Luddite Movement)’까지 벌였다. 그런데 맥킨지 글로벌연구소에 의하면, AI 혁명은 그 때에 비해 속도는 10배 빠르고 규모는 300 배, 그리고 사회적 충격은 3,000배 더 크다고 하지 않던가.
2016년 6월 말,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 듯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AI 기계혁명에 대한 특집 기획기사를 실었다. 요지를 정리하면, 첫째 AI와 로봇기계가 사람의 일자리 총량을 줄일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杞憂)라는 것이다. 과거 1차∼3차 산업혁명 당시에도 기계가 대신하는 일자리는 눈에 보이는 반면,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자리가 새로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감. 비관론이 우세했지만 최종 결과는 거꾸로 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담당하는 일자리 총량이 줄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자리 총량을 줄이지는 않아도 4차 산업혁명은 대량의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을 불가피하게 유발할 것이다. 또 동시다발적 실업은 사회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고, 19세기 말 영국의 적기 조례법(Red flag act)의 경우처럼 혁신에 대한 반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미리부터 중장기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게 좋을 것이다.
끝으로 1∼3차가 그랬듯이 4차 산업혁명은 어두운 측면이 있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직까지 세계경제는 선진국의 자본·기술과 개도국의 낮은 임금이 결합해서 생산과 무역을 하는 구조이다. 그러나 미래에는 각국의 비교우위에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AI, 로봇 기계가 상용화되면 선진국의 기술과 자본이 굳이 개도국의 숙련된 저임 노동력을 찾아서 물건을 만들고 역수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달리 말하면 제조공정의 효율성에 기대어 선진국에 상품을 수출해서 먹고 사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어느 새 코앞에 다가온 AI 시대를 우리는 잘 준비하고 있는가? 기술개발을 위한 R&D 수준과 정책, 규제 시스템,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그리고 사회 안전망의 재검토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준비해야 할 사안이 산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