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경영자 윤순봉 삼성유화 사장
윤순봉(53) 삼성석유화학 사장은 알아주는 달변가다. 윤 사장은 79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86년 회장 비서실을 거쳐 91년부터 삼성경제연구소에 몸담았다. 연구소 재직 시절 『열린시대 열린경영』 등의 책을 펴내고, CEO 대상 인터넷 정보사이트 ‘SERICEO’를 개설한 주역이다. 삼성이 외풍으로 한창 어려움을 겪던 2007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의 기획·홍보팀을 맡아 그룹 수뇌부의 인정을 받았다.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많이 해 ‘경영혁신 전도사’로 통하는 그는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 시절 ‘노마드 경영’을 설파하기도 했다. 유목민처럼 조직을 가볍게 만들어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열린 자세로 기회를 빠르게 포착하자는 내용이었다. “세상이 보이던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잡히는 것에서 잡히지 않는 것으로, 산업화 시대에서 지식화 사회로 가면서 결국 정착민적인 특성보다 유목민적 특성이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기동성과 개방성, 그리고 종족 간 소통을 중시하던 유목민의 특징이 인터넷 시대와 글로벌 경제 시대를 맞아 기업 생존을 위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런 노마드 경영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선 현재 실행 중인 사업과 조직에 대한 집착부터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바로 이번 삼성 인사의 키워드와 맥이 닿아 있는 지점이다. “빠르고 가볍게 되려면 소유를 하면 안 된다. 있는 것을 버려야 한다. 버리고 가벼워지면 더 빨라질 수 있다.”그는 사무실 한쪽 벽이 책장일 정도로 책을 많이 읽는다. 다독으로 쌓은 내공 덕분에 삼성의 ‘대표 아이디어맨’으로도 통한다. ‘경영혁신 전도사’가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에서 ‘부흥회’를 성공리에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