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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컨센서스 26차 콜로기엄]

  • 주제: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과 한국에의 시사점
  • 발제자: 복득규 (SERI)
  • 일시: 2007년 6월 26일 오후 5시
  • 참석자: 김병국, 손동현, 윤순봉, 이정우
  • 자료정리: 송문희(EAI)

콜로키엄 정리자료_text 22p


[요약]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과 한국에의 시사점

[발제]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과 한국에의 시사점 (복득규)

[토론]


[요약]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과 한국에의 시사점

1. 실리콘밸리의 부활

실리콘밸리가 인터넷 등 IT혁명을 주도하면서 일본과 개도국의 추격으로 부진하던 미국경제를 견인하여 ‘신경제(new economy)’의 호황을 가져왔다. 그러나 2000년 대 초반 IT버블이 붕괴하게 되자 이후 실패를 통하여 배우는(learning by failing) 실리콘밸리의 정신에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재정비하면서 최근에는 web 2.0과 green technology로 부활하고 있다. 유튜브, 마이페이스닷컴, 위키피디아 등 세계 IT 상품과 서비스의 개념을 규정짓고 있으며 태양전지, 에탄올 등 에너지분야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06년 에너지분야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5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향후 기술개발의 향방을 알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된다. 이와 함께 2001년 이후 최초로 고용과 소득이 증가하는 등 지역경제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지식창출과 상업화를 촉진하는 지식생태계 구축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능력”은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경쟁원천이 되고 있다.

2. 실리콘밸리의 발전과정

“community of technical scholars”: 1912년 연방전신회사에서 진공관을 발명했는데 이 회사는 스탠포드대학 졸업생들이 대학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기업이었다. 이후 스탠포드대학은 계속해서 전자공학분야의 연구전통을 유지하면서 세계수준의 연구능력을 갖추어 나가 2005년 영국 타임즈의 대학경쟁력 평가부분에서 4위를 차지하였다. 이 과정에서 스탠포드대학의 Terman 교수는 “community of technical scholars”(“대학은 항상 산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파악, 그것보다 앞서 가는 연구를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라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졸업생들의 창업을 장려하여 리튼연구소나 HP의 설립을 지원하였다.

쇼클리와 페어차일드 반도체: 인텔, National Semiconductor, Advanced Micro Devices 등 85개의 미국 반도체 기업가운데 ½이 페어차일드 반도체에서 파생되었다. 이러한 파생기업의 출현에는 전자기기에 대한 軍需와 항공우주의 대량수요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소련의 우주선 스푸트니 1호 발사 이후 국방부와 나사가 혁신기술에 지불하는 높은 가격이 연구개발보조금의 역할을 한 것이다. 이것은 초기 실리콘밸리의 형성에 미국 군수산업이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네트워크와 벤처캐피털: 페어차일드의 파생기업들은 그 회사의 기술자들이 자주 다녔던 식당인 ‘워커스 왜건 휠 바앤드 그릴’에서 기획되고 결정되었다. 잦은 이직으로 각 혁신에 대해 소유권을 유지하는 것은 곤란했고 대부분의 기술자들은 실리콘밸리 내에서 이동하면서 대면접촉에 바탕을 둔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유지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기술혁신에 관한 의사소통의 통로이자 인력시장의 조직형태 및 기업가정신의 가치를 강조하는 문화형성의 토대로 작용하면서 사람과 자본, 그리고 기술 이 세 가지의 결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벤처캐피털(VC)은 군수시장이라는 좁은 기반을 넘어설 수 있는 자금을 제공하였고 막대한 자금과 기술에 대한 심사능력을 갖춘 1세대 기술자와 사업가들이 벤처에 투자하였다.

혁신생태계의 형성과 PC개발: 1970년대 중반경 실리콘밸리는 혁신생태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네트워크, 산업기반, 자금과 기업서비스 제공, 전문가조직 등을 토대로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혁신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컴퓨터취미생활자들의 비공식적 네트워크인 Home Brew 에 스티브 워즈니악, 빌 게이츠 등이 참여하였고 1976년에 애플컴퓨터를 설립하였다. 1981년 IBM PC 출시 이후 미국이 컴퓨터 산업을 주도하면서 80년대 정보통신 혁명의 주역이 된 데에는 실리콘밸리의 혁신생태계의 역할이 매우 컸다.

1980년대 중반의 위기와 실리콘밸리의 극복: 그러나 19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추격과 컴퓨터산업의 하향세로 2만 명 이상이 해고되는 등 실리콘밸리에 위기가 닥쳐오면서 실리콘밸리의 성숙한 산업구조가 정점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는 이에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과 기술을 바꾸는 우수한 진화능력을 보여주었다. 즉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GPN(Global Production Network) 형성이 실리콘밸리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1980년대 후반기에도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크가 작동되어 전 세계의 지식과 자본을 끌어들여 새로운 창업을 창출하였다. 표준화된 대량생산을 지양하고 고품질의 주문생산에 집중하면서 제조공장을 자동화하거나 해외지역으로 이전하고 실리콘밸리 내에는 연구개발, 디자인, 첨단제조 기능을 유지하였다. 실리콘밸리는 수직적 통합방식이 아니라 이처럼 네트워크를 통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새로운 첨단기술을 개발해내고 이를 상업화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해냈다.

3.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

혁신 클러스터(cluster): 실리콘밸리의 주된 성공요인은 혁신 클러스터 구축에 성공한 점에 있다. ‘혁신 클러스터(cluster)’란 특정분야의 기업, 대학, 연구소, 정부, 지자체 등이 일정 지역에 모여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혁신과 시너지의 창출을 촉진하는 그룹 혹은 지역을 의미한다. 실리콘밸리의 놀라운 흡입력은 인재, 기술, 자금의 유입과 연계를 통한 혁신환경을 창출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전 세계의 기술과 인재를 유입하여 세계 최고수준의 개별 구성주체 경쟁력을 가지고 두텁고 긴밀한 공식 및 비공식 지식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성공에 대한 막대한 보상과 실패에 대한 관용의 문화 속에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기업가정신과 혁신 분위기가 제고되었다. 이에 Silicon Valley Network라는 Joint Venture에 의한 생활환경 개선 노력도 추가되었다. 이것은 실리콘밸리만의 독특한 문화(culture)일 것이다. 2005년을 기준으로 실리콘밸리의 지식경쟁력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종, 성별, 나이에 관계없이 실력으로 직원을 채용함으로써 전 세계의 인재가 유입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인도나 중국 등 아시아계 인재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런치2.0’이 유행하고 있다. 이것은 ‘런치’+ ‘웹2.0.’의 합성어로서 IT업계 관계자들을 초대해 점심을 함께 하면서 기업과 기술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네트워킹 행사를 뜻한다. 이처럼 위에서 아래로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자발적으로 확대된 새로운 형태의 포럼은 현재 L.A. 시애틀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실리콘밸리는 지식생태계의 위계질서(hierarchy) 내에서 최정점을 차지하면서 네트워크형태의 사업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대학과 기업 간 네트워크: 실리콘밸리내의 대학과 기업간의 관계는 산학협력 수준이 아닌, “산학 일체”의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스탠포드대학의 제 10대 총장인 John L. Hennessy 교수의 경력을 살펴보면 1977년 공학부 조교수였다가 1984년 MIPS Computer Systems를 설립하고 1986년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 1996년 공학부장이 되었다. 이처럼 대학과 기업간의 벽이 없이 자유자재로 “cross-over”가 가능한 점이 바로 실리콘밸리의 저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벤처조언자인 실리콘밸리의 변호사: 실리콘밸리의 변호사는 벤처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실리콘밸리의 변호사들은 경험이 부족한 벤처기업이 사업초기에 실수하지 않도록 주식 소유권의 분배 문제, 이사와 자문단 선임, 자금조달 조건과 사업전략 평가 등에 관해 조언하는 역할을 하고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거래처를 알선해 주기도 한다.

기업가정신과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실리콘밸리를 성공으로 이끈 핵심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가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는 왕성한 기업가 정신이다. 신기술의 사업화에 성공할 경우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이익을 목표로 창업에 도전하고 스스로 장시간 근로에 몰두한다. 이런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는 중요한 요인은 바로 실패를 용인하는 실리콘밸리의 문화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를 통해 배운다(learning by failing)’는 정신이 투철하고 정당한 실패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문화와 다양한 문화에 대한 포용력: 실리콘밸리의 벤처문화를 대변하는 일례로 “HP Way”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HP가 세계적인 대기업이지만 여전히 부서간 장벽이 없는 팀 조직을 근간으로 프로젝트팀의 연합체로 창업초기의 조직문화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실리콘밸리는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관용(tolerance)의 문화를 특징으로 한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와 해외연구진 간의 공동연구개발(R&D)과 상호벤처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The World is not flat! But networked: 지식과 관련한 세 가지 요인인 인재, 기술, 자본을 지표로 보면 전 세계의 지식 분포가 결코 평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GPN(Global Production Network)을 살펴보면 연구개발과 마케팅을 포함하여 상품의 전 생산과정이 분업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모듈화가 가능한 IT산업은 특히 더 분업화되어 있다. 지식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 세계가 유능한 인재를 자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4. 한국의 현황과 시사점

지역우위기반의 클러스터 형성: 투자촉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클러스터(cluster)인데 M. Porter가 제시한 발전단계에 따르면 한국은 아직 혁신이 주도하는 단계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산업집적의 공간구조는 주로 수도권과 영남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민간기업 연구개발자원의 공간분포도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 그것이 문화이든 기술이든 인재든지 간에 한국도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지역의 경쟁우위분야를 발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산업 및 기업 동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고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는 기존 클러스터와 경쟁하기 보다는 보완(complements)하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혁신 클러스터의 성공조건: 매출액과 기술력간 관계를 살펴보면 연간 매출액이 400억불 정도는 되어야 기술력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한국에서 성공적인 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이나 산업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외에도 주거, 교육, 문화, 교통, 어메너티 등의 인프라가 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문제와 발전전략을 논의하고 조정할 수 있는 열린 협치구조(governance)가 만들어져야 한다.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젓는’ 협력과 조정은 성공적인 협치(協治)의 요건이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성장지역의 공통요인으로 talent, technology, tolerance의 “3T”를 거론한다. 이것은 능력을 갖춘 인재와 기술, 개방성과 관용의 문화가 혁신 클러스터의 기반이 됨을 의미한다.

유의점: 혁신 클러스터의 최종 목표는 지역에 모인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해지는 데는 통상적으로 10년 이상의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coordination failure”가 발생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는 business 모델에 입각한 인센티브 제공 및 상호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기업의 지역활동 참여와 지역의 기업활동 지원 등 거래 관계 이외의 사회적 관계 형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 마디로 혁신클러스터의 형성을 위해서는 클러스터 이외에 (+) alpha가 필요한 것이다.

<키워드>

실리콘밸리의 진화능력, 혁신생태계(cluster), 네트워크와 벤처캐피털, 지식경쟁력, 산학연계, The World is not flat! But networked, 협치(governance)


[발제]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과 한국에의 시사점 (복득규)

1. 실리콘밸리의 부활

2000년 IT버블 이후 침체기를 맞았던 실리콘밸리는 최근 web 2.0과 GT(green tech.)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튜브, 마이페이스닷컴, 위키피디아 등 세계 IT 상품과 서비스의 개념을 규정짓고 있으며 태양전지, 에탄올 등 에너지분야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06년 에너지분야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5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향후 기술개발의 향방을 알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된다. 이와 함께 2001년 이후 최초로 고용과 소득이 증가하는 등 지역경제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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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그림과 같이 실리콘밸리는 새로운 기술들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이를 상업화 하는데 성공하는 놀라운 “진화능력”을 갖추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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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실리콘밸리의 발전과정

(1) “community of technical scholars”

1,500 제곱 마일의 면적을 차지하는 실리콘밸리는 244만 명의 인구에 평균임금은 74,302달러에 달한다. 주요산업은 컴퓨터/통신, 반도체/장비, 소프트웨어, 바이오, 나노, 전문서비스, 에너지 등이다. 아래 그림은 실리콘밸리의 발전과정을 도표화한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발전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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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연방전신회사에서 진공관을 발명했는데 이 회사는 스탠포드대학 졸업생들이 대학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기업이었다. 이후 스탠포드대학은 계속해서 전자공학분야의 연구전통을 유지하면서 세계수준의 연구능력을 갖추어 나가 2005년 영국 타임즈의 대학경쟁력 평가부분에서 4위를 차지하였다. 이 과정에서 스탠포드대학의 Terman 교수는 “community of technical scholars”(“대학은 항상 산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파악, 그것보다 앞서 가는 연구를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라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졸업생들의 창업을 장려하여 리튼연구소나 HP의 설립을 지원하였다. 또한 당시 동부에는 대학과 산업간의 연계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다. 1951년 Stanford Research Park이 설립된 이래 Varian과 HP의 입주 등으로 1955년 7개이던 벤처기업수가 1980년에는 90개에 달했다.

(2) 쇼클리와 페어차일드반도체

1932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1936년 MIT 박사학위를 받은 쇼클리는 1951년 7월 5일 접합트랜지스터(BJT)를 발명하고 1955년 Shockley Semiconductor Laboratory를 운영하였다. 1957년, 쇼클리 연구소의 연구원 8명이 회사를 그만두고 페어차일드로 옮겨가서 반도체 사업부를 만든 것이 페어차일드 반도체였다. 이후 인텔, National Semiconductor, Advanced Micro Devices 등 85개의 미국 반도체 기업가운데 ½이 페어차일드에서 파생되었다. 이러한 파생기업의 출현에는 전자기기에 대한 軍需와 항공우주의 대량수요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소련의 우주선 스푸트니 1호 발사 이후 국방부와 나사가 혁신기술에 지불하는 높은 가격이 연구개발보조금의 역할을 한 것이다. 이것은 초기 실리콘밸리의 형성에 미국 군수산업이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3) 네트워크와 벤처캐피털

페어차일드의 파생기업들은 그 회사의 기술자들이 자주 다녔던 식당인 ‘워커스 왜건 휠 바앤드 그릴’에서 기획되고 결정되었다. 잦은 이직으로 각 혁신에 대해 소유권을 유지하는 것은 곤란했고 대부분의 기술자들은 실리콘밸리 내에서 이동하면서 대면접촉에 바탕을 둔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유지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기술혁신에 관한 의사소통의 통로이자 인력시장의 조직형태 및 기업가정신의 가치를 강조하는 문화형성의 토대로 작용하면서 사람과 자본, 그리고 기술 이 세 가지의 결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벤처캐피털은 군수시장이라는 좁은 기반을 넘어설 수 있는 자금을 제공하였고 막대한 자금과 기술에 대한 심사능력을 갖춘 1세대 기술자와 사업가들이 벤처에 투자하였다.

(4) 혁신생태계의 형성과 PC개발

1970년대 중반경 실리콘밸리는 혁신생태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네트워크, 산업기반, 자금과 기업서비스 제공, 전문가조직 등을 토대로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혁신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컴퓨터취미생활자들의 비공식적 네트워크인 Home Brew 에 스티브 워즈니악, 빌 게이츠 등이 참여하였고 1976년에 애플컴퓨터를 설립하였다. 1981년 IBM PC 출시 이후 미국이 컴퓨터 산업을 주도하면서 80년대 정보통신 혁명의 주역이 된 데에는 실리콘밸리의 혁신생태계의 역할이 매우 컸다.

(5) 1980년대 중반의 위기와 실리콘밸리의 극복

그러나 19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추격과 컴퓨터산업의 하향세로 2만 명 이상이 해고되는 등 실리콘밸리에 위기가 닥쳐오면서 실리콘밸리의 성숙한 산업구조가 정점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는 이에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과 기술을 바꾸는 우수한 진화능력을 보여주었다. 즉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GPN(global production network) 형성이 실리콘밸리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1980년대 후반기에도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크가 작동되어 전 세계의 지식과 자본을 끌어들여 새로운 창업을 창출하였다. 표준화된 대량생산을 지양하고 고품질의 주문생산에 집중하면서 제조공장을 자동화하거나 해외지역으로 이전하고 실리콘밸리 내에는 연구개발, 디자인, 첨단제조 기능을 유지하였다. 실리콘밸리는 수직적 통합방식이 아니라 이처럼 네트워크를 통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새로운 첨단기술을 개발해내고 이를 상업화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해 낸 것이다.

(6) IT혁명 주도와 버블

실리콘밸리가 인터넷 등 IT혁명을 주도하면서 일본과 개도국의 추격으로 부진하던 미국경제를 견인하여 ‘신경제(new economy)’의 호황을 가져왔다. 그러나 2000년 대 초반 IT버블이 붕괴하게 되자 이후 실패를 통하여 배우는(Learning by failing) 실리콘밸리의 정신에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재정비하면서 최근에는 web 2.0과 green technology로 부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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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

(1) 혁신 클러스터(cluster)

실리콘밸리의 주된 성공요인은 혁신 클러스터 구축에 성공한 점에 있다. ‘혁신 클러스터(cluster)’란 특정분야의 기업, 대학, 연구소, 정부, 지자체 등이 일정 지역에 모여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혁신과 시너지의 창출을 촉진하는 그룹 혹은 지역을 의미한다. 실리콘밸리의 놀라운 흡인력은 인재, 기술, 자금의 유입과 연계를 통한 혁신환경을 창출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전 세계의 기술과 인재를 유입하여 세계 최고수준의 개별 구성주체 경쟁력을 가지고 두텁고 긴밀한 공식 및 비공식 지식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성공에 대한 막대한 보상과 실패에 대한 관용의 문화 속에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기업가정신과 혁신 분위기가 제고되었다. 이에 Silicon Valley Network라는 Joint Venture에 의한 생활환경 개선 노력도 추가되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새로운 기술과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실리콘밸리만의 독특한 문화(culture)일 것이다.

2005년을 기준으로 실리콘밸리의 지식경쟁력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종, 성별, 나이에 관계없이 실력으로 직원을 채용함으로써 전 세계의 인재가 유입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인도나 중국 등 아시아계 인재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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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런치2.0’이 유행하고 있다. 이것은 ‘런치’+ ‘웹2.0.’의 합성어로서 IT업계 관계자들을 초대해 점심을 함께 하면서 기업과 기술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네트워킹 행사를 뜻한다. 초청자 입장에서는 홍보의 장이 되고 참가자 입장에서는 정보교류와 인맥 확보의 기회가 되는 ‘런치2.0’은 기존의 대규모 회의와 달리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어 정보와 지식 교류에 더욱 활력이 넘친다. 이처럼 위에서 아래로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자발적으로 확대된 새로운 형태의 포럼은 현재 L.A. 시애틀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실리콘밸리는 지식생태계의 위계질서(hierarchy) 내에서 최정점을 차지하면서 네트워크형태의 사업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2) 대학과 기업 간 네트워크

“실리콘 그래픽스의 창업은 스탠포드대학에서 수행한 연구를 기반으로 이루어 졌다. 교수진을 비롯한 많은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함으로써 이익을 얻고 있다. 회사의 적절한 위치를 결정하기 위하여 스탠포드 구내의 후버타워를 기준으로 10분 이내에 출퇴근할 수 있는 원을 그렸다.”실리콘 그래픽스의 CEO의 말이다. 이처럼 실리콘밸리내의 대학과 기업간의 관계는 산학협력 수준이 아닌, “산학 일체”의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스탠포드대학의 제 10대 총장인 John L. Hennessy 교수의 경력을 살펴보면 1977년 공학부 조교수였다가 1984년 MIPS Computer Systems를 설립하고 1986년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 1996년 공학부장이 되었다. 이처럼 대학과 기업간의 벽이 없이 자유자재로 “cross-over”가 가능한 점이 바로 실리콘밸리의 저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3) 벤처조언자인 실리콘밸리의 변호사

실리콘밸리의 변호사들은 뉴욕이나 클리블랜드에서 일하는 변호사와 하는 일이 매우 다르다. 이들의 주 업무는 증권거래위원회 규정과 양식집에 따라 문서를 작성하거나 증빙을 해주는 것인데 비해 실리콘밸리의 변호사는 벤처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실리콘밸리의 변호사들은 경험이 부족한 벤처기업이 사업초기에 실수하지 않도록 주식 소유권의 분배 문제, 이사와 자문단 선임, 자금조달 조건과 사업전략 평가 등에 관해 조언하는 역할을 하고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거래처를 알선해 주기도 한다.

(4) 기업가정신과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실리콘밸리를 성공으로 이끈 핵심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가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는 왕성한 기업가 정신이다. 신기술의 사업화에 성공할 경우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이익을 목표로 창업에 도전하고 스스로 장시간 근로에 몰두한다. 이런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는 중요한 요인은 바로 실패를 용인하는 실리콘밸리의 문화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를 통해 배운다(learning by failing)’는 정신이 투철하고 정당한 실패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5) 실리콘밸리의 벤처문화와 다양한 문화에 대한 포용력

실리콘밸리의 벤처문화를 대변하는 일례로 “HP Way”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HP가 세계적인 대기업이지만 여전히 부서간 장벽이 없는 팀 조직을 근간으로 프로젝트팀의 연합체로 창업초기의 조직문화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실리콘밸리는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관용(tolerance)의 문화를 특징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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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산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와 해외연구진 간의 공동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공동으로 출연한 특허의 수를 보면 점차 연구개발(R&D)이 세계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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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벤처투자도 증가하고 있는데 아래의 그림을 보면 투자에 있어서도 전 세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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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사점

(1) The World is not flat! But networked

지식과 관련한 세 가지 요인인 인재, 기술, 자본을 지표로 보면 전 세계의 지식 분포가 결코 평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GPN(global production network)을 살펴보면 연구개발과 마케팅을 포함하여 상품의 생산과정이 분업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모듈화가 가능한 IT산업은 특히 더 분업화되어 있다.

지식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 세계가 유능한 인재를 자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앙연구소가 없는 인텔은 2001년부터 공동연구실인 ‘Lablet’을 버클리大, 카네기멜론大, 워싱턴大, 캠브리지大, 칭화大 등에 설립하였다. ‘Lablet’은 인텔 20명, 대학 20명 총 40명 정도의 규모로 운영되며 협력교수는 2~3년 동안 대학을 휴직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이것은 대학과 산업계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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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의 현황과 시사점

① 지역우위기반의 클러스터 형성

한국의 산업집적의 공간구조는 주로 수도권과 영남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민간기업 연구개발자원의 공간분포도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 그것이 문화이든 기술이든 인재든지 간에 한국도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지역의 경쟁우위분야를 발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산업 및 기업동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고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는 기존 클러스터와 경쟁하기 보다는 보완(complements)하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8백 년 간의 영국식민지 경험 이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던 아일랜드의 경우 글로벌 분업구조상 강점분야를 발굴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현재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의 경제력을 가지게 되었다. 조그만 섬나라의 특성상 중후장대한 산업이 아닌, 무게가 없는 Software 산업이 살 길이라 판단한 아일랜드는 산업전략에 있어 software분야에서 “manufacturing”을 주로 담당하고 International Financial Services Centre는 “Back Office Work”를 담당하는 등으로 경쟁우위분야를 발굴해 내었다. 그 결과 현재 전 세계 10대 software 기업들이 아일랜드에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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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는 유럽이나 일본과는 달리 대규모의 위험한(risky) 투자를 신속하게 하는 능력이 장점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이것에는 막대한 위험 또한 동반된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투자촉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클러스터(cluster)인데 M. Porter가 제시한 발전단계에 따르면 한국은 아직 혁신이 주도하는 단계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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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혁신 클러스터의 성공조건

매출액과 기술력간 관계를 살펴보면 연간 매출액이 400억불 정도는 되어야 기술력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이를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한국에서 성공적인 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이나 산업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외에도 주거, 교육, 문화, 교통, 어메너티 등의 인프라가 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문제와 발전전략을 논의하고 조정할 수 있는 열린 협치구조(governance)가 만들어져야 한다.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젓는’ 협력과 조정은 성공적인 협치(協治)의 요건이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성장지역의 공통요인으로 talent, technology, tolerance의 “3T”를 거론한다. 이것은 능력을 갖춘 인재와 기술, 개방성과 관용의 문화가 혁신 클러스터의 기반이 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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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의점

혁신 클러스터의 최종 목표는 지역에 모인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해지는 데는 통상적으로 10년 이상의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coordination failure”가 발생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는 business 모델에 입각한 인센티브 제공 및 상호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기업의 지역활동 참여와 지역의 기업활동 지원 등 거래 관계 이외의 사회적 관계 형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 마디로 혁신클러스터의 형성을 위해서는 클러스터 이외에 (+) alpha가 필요한 것이다.


[토론]

토론주제

  • 협치(協治) 네트워크 내의 신뢰(trust)와 무임승차(free rider)의 문제
  •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은 무엇인가?
  • 한국은 과연 혁신 클러스터(cluster)를 만들 수 있을까?

1. 협치(協治) 네트워크 내의 신뢰(trust)와 무임승차(free rider)의 문제

김병국: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젓는’ 협력과 조정이 성공적인 협치(協治)의 요건이라는데 공감한다. 그런데 네트워크의 구성원들이 막상 자기의 정보나 기술은 공유하지 않으면서 남의 정보나 기술에 무임승차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면 네트워크 전체에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특히나 한국과 같은 저신뢰 사회(low trust society)의 경우는 상호간의 믿음을 전제로 하는 개방된 클러스터가 형성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그렇다면 혁신네트워크 속에 들어와 있으면서도 협력과 조정보다는 자신의 이익만 추구함으로써 혁신네트워크의 환경을 해치는 사람이나 조직들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가?

복득규: 1930년대 중반 이후부터 혁신생태계를 건설하기 시작했던 실리콘밸리의 경우도 이것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까지는 4, 5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무임승차(free rider)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과제이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반복적 게임’ 상황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free rider를 배제할 수 있다. 그러나 반복적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화(淨化)가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만약 게임이 보복구조로 진행된다면 오히려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네트워크는 집성촌구조와 비슷한 모습이 있다. 즉, 네트워크 내의 구성원들은 네트워크를 이탈해서 얻을 수 있는 엄청난 기회와 그 네트워크조직 내에서 한번 “불량인자”로 낙인 찍혀 버림으로써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되는 위험성을 서로 비교 형량해 봄으로써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

손동현: 넓은 의미에서 “협동적” 정신과 전통은 한국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한국의 경우 기술 가로채기 등의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가 심각한 것은 rule과 membership이 지속적으로 동일하게 구성된 field가 허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복적 게임상황이 더 오래 지속된다면 결국은 선순환구조로 정착되지 않을까? 같은 규칙(rule) 아래에서 게임을 반복하다 보면 “치고 빠지는” 수법을 통해 이득을 보려는 이기적인 구성원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게임의 규칙(rule)이 너무 자주 바뀌어 버리는 경우라면 무임승차를 막는데 있어서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다.

2.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은 무엇인가?

복득규: 실리콘밸리라는 거대한 혁신 클러스터 성공의 이유는 여기에서 만드는 제품이나 산업의 “속성”이 다른 지역과는 큰 차이가 난다는 점에 있다. 즉, 지금까지 생산된 적이 없던 신제품과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리스크도 매우 크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개방된 상태의 네트워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매우 컸다. 이러한 ‘이윤적 동기’에 의해 개방적인 혁신네트워크가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처럼 산업기술의 개발성향이 정해져 있고 기술의 노하우가 어느 정도 공유되어 있는 “catch-up” 단계에서는 네트워크보다 수직적으로 통합된 구조가 기술개발에 오히려 더 유리한 측면도 있다.

해외기업들이 세계각지에 R&D 센터를 건립하는 기준이 있다. 이것은 보조금을 주거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우수한 인재와 새로운 원천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느냐에 달려있다. 실리콘밸리는 바로 이 점에 있어 월등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재 한국정부와 기업들은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이 크다고 해서 기업매출액이나 순이익이 반드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경우를 보면 GDP대비 R&D 투자비율이 3%에 육박하지만 막상 특허(patent)를 비롯한 기술면의 성과수준은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이를 “스웨덴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한국의 경우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기술분야를 특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3. 한국은 과연 혁신 클러스터(cluster)를 만들 수 있을까?

김병국: 혁신 클러스터(cluster), 대학과 기업 간 네트워크, 벤처조언자인 실리콘밸리의 변호사, 기업가정신과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실리콘밸리의 벤처문화와 다양한 문화에 대한 포용력, 글로벌 네트워크의 형성 등등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으로 들고 있는 각각의 요소들을 한국의 현실상황에 대입해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대학의 경쟁력이 낮은 한국의 경우 대학과 산업간의 교류가 과연 어느 정도의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 이공대 기피 풍조 속에 우수한 인력들의 두뇌유출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실리콘밸리에서처럼 연구개발의 원천으로 작용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현재 한국 산업계의 네트워크는 회사간(間)이 아닌 회사내(內)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네트워크를 장악하는 세력들이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젓는” 실리콘밸리식의 협치네트워크가 아닌 각기 다른 목적을 위해 네트워크를 운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권력”의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기득권층과 “조직의 이익” 때문에 기존의 수직적 위계조직이 네트워크형 조직으로 전환되는 데는 어려움이 클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놀라운 “진화(進化)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왜 이러한 혁신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힘든 것일까?

손동현: 한국은 아직 혁신이 주도하는(innovation driven) 단계가 아니다. 앞서 예를 든 아일랜드의 경우 산업전략으로 특화 시켰다는 “manufacturing”이나 “back office work” 등을 “innovation”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도 반드시 “innovation”의 방향으로 나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한국의 경우 새로운 원천기술의 발원지역할을 할 수 있는 “대학”의 경쟁력이 낮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복득규: M. Porter는 factor driven에서 investment driven으로, 그리고 investment driven 에서 innovation driven의 발전단계를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필연적인 물리적 법칙인 것은 아니다. 중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런 과정이 혼합적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산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장차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에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한국의 경우 평택지역에 이미 LCD 단지가 조성되어 있지만 반도체나 LCD이후 향후 어떤 산업분야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산업전체가 아닌, 하나의 산업 중에서 특정한 어느 한 분야가 되어야 한다. 차세대 성장동력은 산업단위가 아닌, 산업 내 특정분야나 특정 기능을 중심으로 분출될 것이다. 한국이 LCD기술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하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LCD산업 중에서도 LCD패널에 우위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산업별이 아니라 기능별로 잘 할 수 있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 현재 금융과 연구개발(R&D)이라는 핵심분야에서는 미국이 산업패권을 쥐고 있다. “copy 천국”인 중국의 경우 디자인 등 실용신안특허의 비중이 높을 뿐 실질적인 연구개발(R&D)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반면 앞으로 assembly부분은 중국이 거의 독식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김병국: 기업가정신을 유발하는 한편 성공에 대한 막대한 보상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본(資本)이 풍부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새로운 아이디어에 선뜻 돈을 지불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지 않다. 경영 노하우를 사기 위해 스톡 옵션을 주는 등 막대한 보상을 해 주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스톡 옵션의 메리트도 없다. 실리콘밸리에서 신기술개발에 대해 막대한 보상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돈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이디어(idea)가 돈(money)을 쫓아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자본(資本)의 힘이 지식(知識)의 힘보다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

지적재산권 보호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법률체계가 한국보다 더 엄격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은 ‘지적재산권’에 관한 의식수준이 낮을 뿐만 아니라 이 법을 강화함으로써 외국과 비교해 불리해 질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해 지적재산권 보호 법률의 규제강도가 약하다.


[참고자료]


[관련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