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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컨센서스 20차 콜로키엄]

  • 주제: 21세기 권력의 성격과 권력관계 변화
  • 발제자: 김상배 교수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상배 교수 homepage
  • 일시: 2007년 5월 8일 오후 5시
  • 참석자: 김병국, 손동현, 윤순봉, 이정우
  • 자료정리: 송문희(EAI)

콜로키엄 정리자료_text 12p


[요약] 21세기 권력의 성격과 권력관계 변화

[발제] 21세기 권력의 성격과 권력관계 변화 (김상배 교수)

[토론]


[요약] 21세기 권력의 성격과 권력관계 변화

1. 21세기 권력이동과 권력의 원천, 소재 변화

앨빈 토플러(A. Toffler)의 권력이동(power shift): 앨빈 토플러(A. Toffler)는 폭력이나 자본과 같은 물질적 차원의 권력자원을 넘어서 기술-정보-지식과 같은 비물질적 자원이 새로운 권력의 원천(source)으로 부상하게 됨에 따라 군사력에서 경제력으로, 경제력에서 지식력으로 점차 권력이동(power shift)이 행해지고 있음을 주목한다.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에 ‘메타지식’의 권력적 함의: 전통적인 의미에서 보면 ‘메타지식’이란 그 자체는 지식은 아니고 오히려 “지식에 대한 지식(knowledge about knowledge)” 또는 지식에 대한 정보의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메타지식이 보여주는 권력 메커니즘은 평면적인 권력이동론의 시각에서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2. 소프트 파워(soft power)와 권력의 작동방식 변화

조셉 나이(J. Nye)의 소프트파워: 소프트 파워(soft power)란 직접적으로 강제하고 밀어붙이는(push) 권력보다는 설득과 동의를 통해서 끌어당기는(attract) 권력으로서 하드파워(hard power)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 개념이다.

소프트파워 개념의 의의와 한계: 나이의 소프트파워 개념은 권력변환의 두 차원을 쉬운 도식을 사용하여 하나로 엮어냄으로써 21세기 권력현상을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문화와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논의를 바탕에 깔고 있는 소프트파워는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다분히 내포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hard power와 soft power를 합친 smart power 를 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소프트파워의 ‘생산’과 물적 토대에 대한 논의는 빈약한 측면이 있다.

3. 세계 지식질서와 권력분포의 변화

1980년대 이래 국가경쟁력(national competitiveness): 특히 기술경쟁력에 대한 관심 기업 차원의 경쟁력 아이디어가 이제는 국가(nation) 차원으로 옮겨지게 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지식의 생산을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구조조정과 제도개혁의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및 동아시아 지식패권(knowledge hegemony)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가속화되는 와중에 정치세력의 관계적 위상과 세계질서의 구조변동이 발생하여 지식권력의 분포가 변화(distributional change)되고 있다. 지식 분야 세계질서 지도 그리기의 ‘분석단위’로 ‘국가(nation)’을 상정하는 경우 무엇을 지표로 삼을 것인가? 첫째, 정보화 예산 투자, IT인프라 보급률(공급측면), 사회적 인프라 관련 지표(활용 측면), IT보안 관련 지표 등의 지식인프라, 둘째, IT분야 교육 예산 투자, IT분야 인적자원의 생산량, 대학과 연구소의 랭킹, 국제 지식 콘테스트 수상실적 등의 인적 자원, 셋째, R&D 투자, 핵심 기술제품의 생산량, 특허 및 저작권 발원 수, 주요저널의 논문게재율 등의 지식 자원, 넷째, 주요 기술표준 발원 수, 정보의 디지털화를 재는 지표(도서관 정보화, 디지털 아카이브, DB), 인터넷 (포털)사이트 관련 지표 등의 메타지식이다.

글로벌 및 동아시아 지식질서의 구조변동: 현재까지는 미국이 IT인프라, IT분야의 R&D, IT관련 생산 등을 주도하고 여타 군사, 경제, 문화 분야의 글로벌 패권의 물적-지적 기초를 제공하면서 명실상부하게 21세기 글로벌 지식패권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일본의 추격이나 2000년대 중국의 잠재력 등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도전은 존재한다. 동아시아 차원에서는 지역패권을 둘러싼 지식구조 변동의 움직임이 존재한다. 최근 동아시아담론의 문제의식과 함께 미국의 글로벌 패권에 대항하는 동아시아 세력연대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일본과 중국의 지역패권경쟁 와중에서 한국(또는 통일한국)은 과연 어떤 위상을 차지하게 될 것인가?

4. 글로벌 거버넌스와 권력 주도 세력의 변화

“from government to governance”: 세계화와 정보화의 진전은 근대적 ‘거버먼트(government)’를 대변하는 세력을 넘어서 탈근대적 ‘거버넌스(governance)’를 대변하는 세력의 부상을 부추기고 있다. 세계화와 정보화시대의 환경에 맞는 적자(適者)는 기존의 국가 행위자가 아니라 오히려 네트워크 형태로 작동하는 비국가 행위자일 수 있다.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를 대변하는 탈집중(decentralized) 네트워크의 세력, 또는 글로벌 시민사회가 부상하고 IT와 다국적 기업(MNCs), 비국가 행위자(NGOs)들의 역할이 증대하고 있다. 이렇게 새로이 부상하는 세력들은 디지털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담론과 가치관 및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부상이 가장 극명하게 발견되는 영역은 지식공간, 즉 소위 가상공간이다.

비(非)국가 행위자의 대항적 지식담론의 측면에서 본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의 지식권력: IT를 활용하여 생산된 디지털정보를 기반으로 한 지식생산의 양적-질적 변화는 지식생산의 문턱을 낮추고 정보공유운동(copyleft), 특히 윈텔(Wintel)에 대한 대안적 운영체계로서 리눅스(Linux)의 성장 등 기성세력과는 상이한 지식담론 또는 새로운 ‘대항담론’이 출현하고 있다. IT를 매개로 하여 일방적인 생산의 개념을 넘어서 지식의 활용과 공유의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인터넷은 메타지식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분산화된 네티즌들의 탈집중의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다. 이러한 지식 분야 대항담론의 원형은 21세기 세계정치에서 군사, 경제, 문화 분야에서 미국의 글로벌 패권에 도전하는 대항세력의 부상에서도 발견된다. 군사 분야에서 인터넷의 확산은 테러리스트 집단에 의해 도발될 소위 ‘비대칭 전쟁(asymmetric wars)’의 가능성을 크게 부추겨 놓고 있다. 정보화시대에 이러한 비대칭 전쟁의 효과성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분야가 바로 사이버테러인데 해커(hackers)에 의한 데이터베이스의 파괴, 컴퓨터 바이러스의 유포, 기타 정보인프라에 대한 사이버공격 등이 새로운 위협요인으로서 등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인터넷의 등장은 안보의 개념 자체도 그 기저에서부터 뒤흔들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미국 주도의 경제지구화에 반대하는 반(反) 세계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시민사회 운동도 인터넷을 통해서 인권 문제와 환경 문제, 여성에 대한 폭력, 대인지뢰 종식문제 등에 관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개인과 단체들을 조직하고 있다. 문화 분야 역시 미국 주도의 문화 생산과 배포에 대한 대항문화담론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 차원에서도 최근의 변화는 산업화 및 민주화 시대를 주도하던 세력으로부터 디지털 시대를 열어가는 세력으로 지식구조가 변동하면서 특히 인터넷을 매개로 한 디지털 정치세력의 부상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아날로그 정치세력과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5. 네트워크 지식국가와 국가권력의 성격 변화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부상: 세계화와 정보화시대를 맞이하여 새롭게 짜이는 세계질서는 근대 이래 국제정치의 지배적 행위자로서 국가가 누려온 특권적 지위가 재조정되는 과정과 맞물려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국가가 약화된다고 해서 탈집중 네트워크의 세력이 이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국가(nation-state)가 종전과 같은 특권적 지위를 누리지는 못하겠지만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간 연결망을 바탕으로 하는 네트워크 지식국가(network knowledge state)로 새롭게 변모될 것이다. 네트워크국가는 정부 간 네트워크(inter-governmental network)의 활성화, 국민국가 단위를 넘어서는 지역통합과 지역주의의 강화, 그리고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간 연결망을 특징으로 하는 다층적인 네트워크의 등장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유럽연합처럼 현재 북미, 유럽, 동아시아 지역 차원에서도 각기 상이한 형태의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리적, 문화적, 정치적 공간의 확장-복합을 추구하는 자기조직국가(self-organizing state) 또는 자기생성국가(autopoietic state)인 네트워크 지식국가가 발휘하는 권력은 무엇인가?

국가변환(state transformation): 네트워크와 국가를 결합시킨 “네트워크 지식국가”라는 단어의 조합이 어색하다는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환의 와중에서도 굳이 ‘국가(state)’라는 개념을 남겨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변하지 않는 국가의 측면과 변하는 국가의 측면을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정의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능 측면에서 국가는 사적 행위자들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공공성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둘째, 형태 측면에서 국가는 일정한 공간(영토)의 경계 내에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특정한 기구(agency)나 조직, 또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public-power-agency-territoriality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상호작용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생성적(autopoietic)인 과정이다.

21세기에 들어와 근대 국민국가는 변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공공성에 대한 정의도 안보에서 경제로, 경제에서 지식으로 시대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사적 행위자들이 만들어내는 자발적인 공공성 논의 등과 같이 공공성의 주체에 대한 정의도 변화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정치의 기능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것은 변하지 않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반면 hierarchy(관료제)에서 virtual한 네트워크 조직으로, territory라는 영토적 경계 기반에서 이러한 경계를 넘어서고(across territorial levels) 있는 현상은 변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부국강병의 목표를 위해서 국민(nation)을 단위로 했던 기존의 국민국가가 효율적인 지식의 추구를 위해 네트워크의 형태로 안과 밖으로 변환하는 네트워크 지식국가로 변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권력 메커니즘: 21세기 국가변환이 국가의 소멸이나 탈정치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면 지식을 매개로 하여 국가가 발휘하는 권력의 성격은 무엇인가? 다양한 행위자들이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엮어내는 ‘지식’을 제공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중지(衆智)’를 모으는 과정에서 국가는 중심성(centrality) 또는 메타 거버넌스(meta-governance)를 제공하게 된다. 이처럼 soft power 또는 ‘네트워크 권력’의 메커니즘에 국가가 적극 관여함으로써 구성원들의 가치관과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지식을 생산 유통시키고, 지식의 표준을 설정하며 지식의 담론까지도 구성하는 ‘구성적 지식국가’로 기능하게 된다. 시장 등의 비국가 행위자들(특히)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도 국가의 ‘리더십’도 강조되는 이러한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리더십 또는 권력은 소프트웨어의 ‘보이지 않는 권력’을 연상케 한다. 국가 구성원이라는 하드웨어를 구동시키고, 업무 코드를 프로그래밍하며, 조직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는, gatekeeper, programmer, switcher 로서의 권력을 가진 국가를 ‘소프트웨어국가’ 또는‘ 네트웨어국가(netware state)’ 로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국가가 어떻게 이런 기능들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연구의 과제로 남아 있다.

<키워드>

권력이동(power shift), 메타지식, 소프트 파워(soft power), 세계 지식질서와 권력분포의 변화, 국가변환(state transformation), 네트워크 지식국가와 국가권력의 성격 변화, 대항적 지식담론, 지식권력


[발제] 21세기 권력의 성격과 권력관계 변화 (김상배 교수)

세계화와 정보화라고 하는 메가 트렌드의 맥락에서 본 “21세기 권력의 성격과 권력관계의 변화”라고 할 때 떠오르는 다섯 가지 테마가 있다. 첫째 권력의 원천과 소재의 변화를 다루는 권력이동(power shift), 둘째 권력의 작동방식 변화를 의미하는 소프트파워(soft power), 셋째, 국가(nation)간 권력분포의 변화를 배경으로 하는 세계 지식질서(world knowledge order), 넷째, 권력 주도 세력의 변화와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 다섯째, 국가권력(state power)의 성격 변화에 따른 네트워크 지식국가(network knowledge state)의 대두 등이 그것이다. 이들 테마는 서로 중첩되어 있지만 각기 다른 각도에서 21세기 권력의 입체적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1. 권력이동과 권력의 원천/소재 변화

(1) 앨빈 토플러(A. Toffler)의 권력이동(power shift)

앨빈 토플러(A. Toffler)는 폭력이나 자본과 같은 물질적 차원의 권력자원을 넘어서 기술-정보-지식과 같은 비물질적 자원이 새로운 권력의 원천(source)으로 부상하게 됨에 따라 군사력에서 경제력으로, 경제력에서 지식력으로 점차 권력이동(power shift)이 행해지고 있음을 주목한다.

① 기술(technology)이 곧 권력이다: 첨단전쟁과 산업경쟁, 그리고 글로벌 미디어와 문화산업 등의 분야에서 차지하는 IT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반도체, 컴퓨터, 소프트웨어, 휴대폰, 인터넷 등의 IT산물을 개발하는 기술력을 주도하는 부문(leading sector)과 세계패권이 서로 밀접한 관련성하에 연동되고 있다.

② 정보(information)가 곧 권력이다: 디지털시대의 정보는 그 존재 형태가 코드(code)나 소프트웨어(SW)와 같은 기술적 형태로 준(準)물질적 산물이다. 디지털화된 정보의 상업적이고 전략적인 가치는 지적재산권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정보는 ‘소유’뿐만 아니라 ‘공유’의 과정에서도 권력을 발산하는 특성을 지닌다.

③ 지식(knowledge)이 곧 권력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메가지식(mega-knowledge)’을 많이 보유한다는 것은 곧 권력의 증대를 의미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과연 반드시 권력으로 연결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아는 것이 힘”이라지만 메가지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정보의 홍수 속에 빠져 허우적거린다면 오히려 “아는 게 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에 던지는 “Knowledge is Power”의 의미는 무엇인가?

근대 초기 프랜시스 베이컨(F. Bacon)이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던 말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상정하면서 자연에 숨겨져 있는 보편적인 지식을 탐구하려는 episteme(science)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만약 A. Toffler에게 동일한 질문을 한다면 기술(technology), 특히 “IT 기술이 지식이요 힘”이라는 대답을 할 것이다. 한편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피터 드러커(P. Drucker)가 말하는 지식이란 “추상적 관리(management) 차원의 지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우리가 논하는 지식권력은 ‘메가지식’뿐만 아니라 ‘메타지식(meta-knowledge)’의 부상과 좀 더 밀접히 관련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변화를 지식혁명(knowledge revolution)이 아니라 정보혁명(information revolution)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이제는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분류하고 처리하는 메타지식이 중요해지면서 지식을 얻게 되는 정보의 처리과정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3) ‘메타지식’이란 무엇이고 어떠한 권력적 함의를 갖는가?

전통적인 의미에서 보면 ‘메타지식’이란 그 자체는 지식은 아니고 오히려 “지식에 대한 지식(knowledge about knowledge)” 또는 지식에 대한 정보의 의미를 지닌다. ‘메타지식’이란 분류체계와 기술표준(일종의 meta-technology) 등으로 지식의 표준을 설정하고 지식의 담론과 질서(order)를 구성하는 지식으로서 미셀 푸코의 “order of things” 개념을 빌려온다면 “order of knowledge(s)”라는 개념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런데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이러한 메타지식은 정보기술(IT)이나 코드 또는 소프트웨어(SW)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정보의 디지털화를 바탕으로 작용하는 디지털 메타지식의 sorting power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인터넷을 들 수 있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을 때 꼭 거쳐야 하는 관문(gateway)으로는 컴퓨터 OS(MS 윈도), 웹브라우저(인터넷 익스플로러), 포털사이트(구글, 네이버) 등이 있다. 이러한 포털 사이트가 갖는 메타지식 권력이 점차 광대해짐에 따라 이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대두되기도 한다. 이러한 디지털 메타지식의 발달은 인식론이나 방법론 차원이나 정체성과 가치관 차원에 영향을 미치는 구성적 메타지식의 변화와도 관련성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메타지식이 보여주는 권력 메커니즘은 평면적인 권력이동론의 시각에서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우리가 지식권력이라고 할 때 상정하는 ‘지식’이라는 것의 개념을 문화나 이념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2. 소프트 파워(soft power)와 권력의 작동방식 변화

(1) 조셉 나이(J. Nye)의 소프트파워

조셉 나이(J. Nye)는 “소프트파워”라는 개념으로 새로운 차원의 권력변환을 논의하고 있다. 소프트 파워(soft power)란 직접적으로 강제하고 밀어붙이는(push) 권력보다는 설득과 동의를 통해서 끌어당기는(attract) 권력으로서 하드파워(hard power)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 개념이다. 1990년대 초 미국의 헤게모니가 쇠퇴하는 국면에서 <Bound to Lead>라는 저서를 통해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고자 했던 나이(J. Nye)는 2000년대 초반 <Soft Power>라는 책에서는 미국이 하드파워뿐만 아니라 소프트 파워에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크다는 점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도 나이는 기고문을 통해 중국의 소프트 파워 확대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내면서 문화(culture), 이념(political value), 외교(diplomacy)의 차원에서 소프트파워의 ‘존재론’과 ‘전략론’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미국의 새로운 외교전략을 모색하려고 애쓰고 있다. 조셉 나이의 이러한 노력은 변화하는 환경하에서의 미국의 패권변동의 맥락이라는 관점에서 그 의도가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2) 소프트파워 개념의 의의와 한계

나이의 소프트파워 개념은 권력변환의 두 차원을 쉬운 도식을 사용하여 하나로 엮어냄으로써 21세기 권력현상을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문화와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논의를 바탕에 깔고 있는 소프트파워는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다분히 내포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hard power와 soft power를 합친 smart power 를 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소프트파워의 ‘생산’과 물적 토대에 대한 논의는 빈약한 측면이 있다. 소프트파워 개념은 행태주의자(behaviorist) 시각에서 파악된 권력 개념으로서 작용과 반작용의 기계론적 상호작용인 뉴튼 물리학(Newtonian Physics)적 전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소프트파워를 ‘홀려서 끌어들인다’는 의미가 강한 ‘매력(魅力)’으로 번역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시 말해 구조 차원에서 작용하는 권력이나 밀고 당기는 관계 자체를 아예 초월해서 작용하는 post-structuralist의 권력 등을 어떻게 볼 것인가와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한 복잡계 이론(complexity theory)의 권력관이나 중국식 천하질서(天下秩序) 하의 권력관과 소프트파워의 관계는 어떠한가에 대한 설명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의 소프트파워 개념은 행위자의 속성이나 보유자원에서 우러나오는 권력을 넘어서 행위자들이 구성하는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권력에 대한 국제정치학계의 주위를 환기시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새로운 권력의 차원을 통칭하여 ‘네트워크권력(network power)’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네트워크 권력’은 무엇이고 세계정치에서 어떠한 메커니즘을 통해서 작동하는가? M. Weber나 R. Dahl류의 material power 또는 instrumental power를 넘어서 행위자 차원을 넘어서는 마키아벨리, 그람시 전통의 hegemony, 마르크스주의의 토대-상부구조론, 푸코나 부르디외 등과 같은 탈근대론자 진영의 ‘권력/지식’과 상징권력, 네그리와 하트의 Biopower 등에 이르기까지 구조 차원, 또는 행위자-구조의 상호관계 속에서 권력을 사고하는 전통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이러한 소위 ‘네트워크권력’에 대한 논의는 i) 구조적 권력(structural power), ii) 제도적 권력(institutional power), iii) 구성적 권력(constitutive power) 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들 네트워크권력과 관련된 사례는 무수히 많겠지만 앞서 언급한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의 지식권력이라는 차원에서만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술표준과 사실상 표준경쟁이다. 기술경쟁의 ‘게임의 규칙(rules of the game)’에 해당하는 기술표준을 장악하는 데에서 우러나오는 권력으로서 system에서 차지하는 agent의 위상에서 비롯되는 비의도적 권력이다. 윈텔리즘(Wintelism)이나 구글아키(Googlearchy)는 네트워크 시대의 구조적 권력의 상징이다. 둘째, ‘지식레짐(knowledge regime)’의 구조변동과 권력정치이다. 제도형성과 변동의 과정에 interests를 반영하고 국제레짐을 조작함으로써 많은 쟁점들이 협상단계에 이르기도 전에 결정되게 하는 제약 또는 유발요인을 의미한다. ITU, ICANN, WIPO같은 지적재산권과 인터넷 거버넌스 분야의 제도화를 둘러싼 신-구 레짐의 갈등이 그 예이다. 셋째, 글로벌 미디어를 통해서 전파되는 디지털 문화콘텐츠의 구성적 권력이다. 설득과 동의의 의도적 과정을 통해서 특정한 규범을 수용하거나 특정 행위자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고안되지 않은 관례(rituals)나 담론(discourses)을 수용함으로써 정체성을 재구성하게 된다. 실리콘밸리의 첨단기술과 헐리우드의 합작품인 소위 실리우드(Siliwood) 현상이란 것은 아날로그 시대 헐리우드의 패권이 글로벌 IT시대에 맞게 재생산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21세기의 권력은 좀 더 교묘한 방식으로 자기재생산의 메커니즘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3. 세계 지식질서와 권력분포의 변화

(1) 1980년대 이래 국가경쟁력(national competitiveness): 특히 기술경쟁력에 대한 관심

지식의 권력적 함의 증대와 함께 국가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지식자원의 축적량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그 지식을 생산하는 소위 ‘국가혁신체제(national innovation system)’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 차원의 경쟁력 아이디어가 이제는 국가(nation) 차원으로 옮겨지게 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지식의 생산을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구조조정과 제도개혁의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및 동아시아 지식패권(knowledge hegemony)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가속화되는 와중에 정치세력의 관계적 위상과 세계질서의 구조변동이 발생하여 지식권력의 분포가 변화(distributional change)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식분야의 질서변동은 지식 분야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군사, 경제, 문화 등 국내외 질서 전반의 변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정학(地政學, geo-politics)이나 지경학(地經學, geo-economics)의 관점에서 세계 군사질서나 세계 경제질서를 그리듯이 지지학(地知學, geo-knowledge)의 관점에서 지식자원이나 소프트파워 또는 기타 지식권력의 요소 등을 지표(indicator)로 하여 세계 지식질서(global knowledge order)의 지도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지식 분야 세계질서 지도 그리기의 ‘분석단위’로 ‘국가(nation)’을 상정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겠지만 일단 ‘국가(nation)’를 단위로 하여 지도를 그려보기로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지표로 삼을 것인가? ‘지식’의 질서라면 그 ‘지식’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인가? 일단 계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다음의 네 가지 범주의 지표를 들 수 있다. 첫째, 정보화 예산 투자, IT인프라 보급률(공급측면), 사회적 인프라 관련 지표(활용 측면), IT보안 관련 지표 등의 지식인프라, 둘째, IT분야 교육 예산 투자, IT분야 인적자원의 생산량, 대학과 연구소의 랭킹, 국제 지식 콘테스트 수상실적 등의 인적 자원, 셋째, R&D 투자, 핵심 기술제품의 생산량, 특허 및 저작권 발원 수, 주요저널의 논문게재율 등의 지식 자원, 넷째, 주요 기술표준 발원 수, 정보의 디지털화를 재는 지표(도서관 정보화, 디지털 아카이브, DB), 인터넷 (포털)사이트 관련 지표 등의 메타지식이다.

(2) 글로벌 및 동아시아 지식질서의 구조변동

현재까지는 미국이 IT인프라, IT분야의 R&D, IT관련 생산 등을 주도하고 여타 군사, 경제, 문화 분야의 글로벌 패권의 물적-지적 기초를 제공하면서 명실상부하게 21세기 글로벌 지식패권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련 동구권의 몰락과 1990년대까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던 일본이나 유럽의 부진과 함께 이러한 현상은 9.11 테러 이후 더욱 강화되어 소위 21세기 ‘제국(empire)’에 대한 논의를 야기시키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일본의 추격이나 2000년대 중국의 잠재력 등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도전은 존재한다. 동아시아 차원에서는 지역패권을 둘러싼 지식구조 변동의 움직임이 존재한다. 최근 동아시아담론의 문제의식과 함께 미국의 글로벌 패권에 대항하는 동아시아 세력연대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일본과 중국의 지역패권경쟁 와중에서 한국(또는 통일한국)은 과연 어떤 위상을 차지하게 될 것인가?

4. 글로벌 거버넌스와 권력 주도 세력의 변화

(1) “from government to governance”: 권력을 주도하는 세력 또는 행위자의 변화

세계화와 정보화의 진전은 근대적 ‘거버먼트(government)’를 대변하는 세력을 넘어서 탈근대적 ‘거버넌스(governance)’를 대변하는 세력의 부상을 부추기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여 발생하는 ‘권력이동’은 기존의 국제체제 내에서 권력의 성격이나 국가 행위자들 간의 권력분포 변화라는 차원을 넘어서는 질적인 변화를 수반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와 정보화시대의 환경에 맞는 적자(適者)는 기존의 국가 행위자가 아니라 오히려 네트워크 형태로 작동하는 비국가 행위자일 수 있다.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를 대변하는 탈집중(decentralized) 네트워크의 세력, 또는 글로벌 시민사회가 부상하고 IT와 다국적 기업(MNCs), 비국가 행위자(NGOs)들의 역할이 증대하고 있다. 이렇게 새로이 부상하는 세력들은 디지털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담론과 가치관 및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부상이 가장 극명하게 발견되는 영역은 지식공간, 즉 소위 사이버공간(cyberspace)이다.

(2) 비국가 행위자의 대항적 지식담론의 측면에서 본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의 지식권력: ‘관념(ideas)’의 차원에서 본 지식질서의 구조변동

IT를 활용하여 생산된 디지털정보를 기반으로 한 지식생산의 양적-질적 변화는 지식생산의 문턱을 낮추고 정보공유운동(copyleft), 특히 윈텔(Wintel)에 대한 대안적 운영체계로서 리눅스(Linux)의 성장 등 기성세력과는 상이한 지식담론 또는 새로운 ‘대항담론’이 출현하고 있다. IT를 매개로 하여 일방적인 생산의 개념을 넘어서 지식의 활용과 공유의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인터넷은 메타지식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분산화된 네티즌들의 탈집중의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다. 최근 신세대들을 중심으로 사이버공간에서 출현하고 있는 지식과 문화 생산담론에도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싸이월드, 온라인게임 커뮤니티, UCC, Web 2.0 등 수평적 네트워크를 매개로 한 쌍방향적인 ‘생산적 소비자(prosumer)’가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지식 분야 대항담론의 원형은 21세기 세계정치에서 군사, 경제, 문화 분야에서 미국의 글로벌 패권에 도전하는 대항세력의 부상에서도 발견된다. 군사 분야에서 인터넷의 확산은 테러리스트 집단에 의해 도발될 소위 ‘비대칭 전쟁(asymmetric wars)’의 가능성을 크게 부추겨 놓고 있다. 정보화시대에 이러한 비대칭 전쟁의 효과성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분야가 바로 사이버테러인데 해커(hackers)에 의한 데이터베이스의 파괴, 컴퓨터 바이러스의 유포, 기타 정보인프라에 대한 사이버공격 등이 새로운 위협요인으로서 등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인터넷의 등장은 안보의 개념 자체도 그 기저에서부터 뒤흔들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미국 주도의 경제지구화에 반대하는 반(反) 세계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소위 ‘시애틀 전투’에서 반세계화 행동주의자들은 WTO와 지구화 세력에 대한 대항세력을 규합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시민사회 운동도 인터넷을 통해서 인권 문제와 환경 문제, 여성에 대한 폭력, 대인지뢰 종식문제 등에 관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개인과 단체들을 조직하고 있다. 문화 분야 역시 미국 주도의 문화 생산과 배포에 대한 대항문화담론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 차원에서도 최근의 변화는 산업화 및 민주화 시대를 주도하던 세력으로부터 디지털 시대를 열어가는 세력으로 지식구조가 변동하면서 특히 인터넷을 매개로 한 디지털 정치세력의 부상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아날로그 정치세력과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5. 네트워크 지식국가와 국가권력의 성격 변화

(1)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부상

세계화와 정보화시대를 맞이하여 새롭게 짜이는 세계질서는 근대 이래 국제정치의 지배적 행위자로서 국가가 누려온 특권적 지위가 재조정되는 과정과 맞물려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국가가 약화된다고 해서 탈집중 네트워크의 세력이 이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국가(nation-state)가 종전과 같은 특권적 지위를 누리지는 못하겠지만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간 연결망을 바탕으로 하는 네트워크 지식국가(network knowledge state)로 새롭게 변모될 것이다. 네트워크국가는 정부 간 네트워크(inter-governmental network)의 활성화, 국민국가 단위를 넘어서는 지역통합과 지역주의의 강화, 그리고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간 연결망을 특징으로 하는 다층적인 네트워크의 등장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 중에서도 네트워크국가의 등장을 가장 쉽게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지역주의의 추세와 맞물려서 나타나고 있는데, 유럽연합처럼 현재 북미, 유럽, 동아시아 지역 차원에서도 각기 상이한 형태의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리적, 문화적, 정치적 공간의 확장-복합을 추구하는 자기조직국가(self-organizing state) 또는 자기생성국가(autopoietic state)인 네트워크 지식국가가 발휘하는 권력은 무엇인가?

(2) 국가변환(state transformation)

네트워크와 국가를 결합시킨 “네트워크 지식국가”라는 단어의 조합이 어색하다는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환의 와중에서도 굳이 ‘국가(state)’라는 개념을 남겨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시국가, 고대국가, 봉건국가, 국민국가 등 국가의 형태는 역사적으로 여러 가지로 존재해왔다.

여기에서 변하지 않는 국가의 측면과 변하는 국가의 측면을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정의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능 측면에서 국가는 사적 행위자들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공공성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국가는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정당성(또는 political authority)을 부여받고 공권력(또는 주권)을 행사할 근거를 얻는다. 둘째, 형태 측면에서 국가는 일정한 공간(영토)의 경계 내에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특정한 기구(agency)나 조직, 또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public-power-agency-territoriality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상호작용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생성적(autopoietic)인 과정이다.

베버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느 사회 내에서 조직된 폭력의 정당한 사용을 독점하는 조직”으로서 영토적 경계를 바탕으로 국민/민족(nation)이라는 정치-문화공동체를 활동배경으로 하면서 부강의 목표를 추구하던 근대 국민국가가 21세기에 들어와 변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공공성에 대한 정의도 안보에서 경제로, 경제에서 지식으로 시대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사적 행위자들이 만들어내는 자발적인 공공성 논의 등과 같이 공공성의 주체에 대한 정의도 변화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정치의 기능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것은 변하지 않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반면 hierarchy(관료제)에서 virtual한 네트워크 조직으로, territory라는 영토적 경계 기반에서 이러한 경계를 넘어서고(across territorial levels) 있는 현상은 변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부국강병의 목표를 위해서 국민(nation)을 단위로 했던 기존의 국민국가가 효율적인 지식의 추구를 위해 네트워크의 형태로 안과 밖으로 변환하는 네트워크 지식국가로 변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권력 메커니즘

21세기 국가변환이 국가의 소멸이나 탈정치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면 지식을 매개로 하여 국가가 발휘하는 권력의 성격은 무엇인가? 먼저 지식의 생산과정 자체에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지식생산의 표준을 설정하고 지식담론을 통제하는 ‘네트워크권력’의 메커니즘은 메타지식을 매개로 한 지식국가의 권력에서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행위자들이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엮어내는 ‘지식’을 제공(지식을 통한 설득과 조정)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중지(衆智)’를 모으는 과정에서 국가는 중심성(centrality) 또는 메타 거버넌스(meta-governance)를 제공하게 된다. 행위자의 속성과 보유자원에서 우러나오는 권력을 넘어서는 soft power 또는 ‘네트워크 권력’의 메커니즘에 국가가 적극 관여함으로써 구성원들의 가치관과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지식을 생산 유통시키고, 지식의 표준을 설정하며 지식의 담론까지도 구성하는 ‘구성적 지식국가’로 기능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지식국가의 일차적 의미는 국가의 역할과 기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 기업, 시민사회 등의 비국가 행위자들과 맺는 네트워킹의 활성화에서 발견된다. 시장 등의 비국가 행위자들(특히)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도 국가의 ‘리더십’도 강조되는 이러한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리더십 또는 권력은 소프트웨어의 ‘보이지 않는 권력’을 연상케 한다. 국가 구성원이라는 하드웨어를 구동시키고, 업무 코드를 프로그래밍하며, 조직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는, gatekeeper, programmer, switcher 로서의 권력을 가진 국가를 ‘소프트웨어국가’ 또는‘ 네트웨어국가(netware state)’ 로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국가가 어떻게 이런 기능들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연구의 과제로 남아 있다.


[토론]

토론주제

  • 디지털 폭포와 상징조작에 기반한 포퓰리즘(populism)의 문제점
  • 지식이 어떻게 힘(power)으로 연결되는가?
  •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1. 디지털 폭포와 상징조작에 기반한 포퓰리즘(populism)의 문제점

김병국: 메가 트렌드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나 조직이 “승자(勝者)”가 된다고 할 때 승자의 개념은 무엇인가? 변화하는 상황에 재빨리 적응해 컨텐츠보다는 이미지로 승부해 표를 많이 얻는 데 성공하는 것을 뜻하는 것인가? 좀더 높은 차원에서 생각해본다면 이처럼 내용이 빈약한 무분별한 상징조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자가 오히려 진정한 승자일수도 있다. 베네주엘라의 차베스정권은 포퓰리즘 기반 하에 “反정치의 정치”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선거에는 승리했지만 시대변화의 와중에서 경쟁력 있는 국가로 살아남는 데에는 실패하고 있지 않은가? 상이한 각 나라에서 부시, 노무현, 고이즈미, 천슈이벤 등의 비슷한 리더들이 선출되는 이유는 포퓰리즘이 현재 정치의 추세이기 때문인가? 한 개인이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는 이처럼 저급한 수준의 대중주의로부터의 보호장치가 만들어져 있는 국가가 미래에 경쟁력을 가진 승자가 될 것이다.

윤순봉: “진화(進化)”와 “진보(進步)”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구텐베르크 활자발명 후 4~5백 년의 기간만이 활자(text)시대였다. 그런데 이는 3백 만년에 걸치는 인류전체 역사에서 보면 지극히 짧은 시간에 불과한 것이다. 텍스트(text)란 눈을 통해 논리(logic)만 습득하는 것인데 비해 눈과 입, 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비디오(video)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것이다. 이제 다시 과거 인류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비디오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인류에게 더 행복한 삶이 온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소위 디지털 폭포(digital cascade)라는 것도 과도기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불과할 것이다. 정치적으로 볼 때 포퓰리즘(populism)이란 것도 일시적인 과도기적 현상에 불과할 것이다. 좋든 싫든 디지털 시대로의 진전은 인류역사의 “진화”인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덧붙여 인류의 행복까지 증진시킬 수 있다면 이는 “진보”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2. 지식이 어떻게 힘(power)으로 연결되는가?

김상배: 소프트파워나 네트워크 지식국가 등의 메가 트렌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국가가 살아남게 될 것이다. 선택 메커니즘(selection mechanism)을 선점하는 국가와 이를 따라잡는 국가, 그리고 대항(bypass)국가가 있다. 그런데 대항국가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물질적(material) 토대가 갖추어져야 한다.

윤순봉: mass knowledge, mega knowledge, meta knowledge에 대한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mass knowledge는 축적된 정보지식을, mega knowledge는 거대화되는 지식을, meta knowledge는 원리를 만드는 지식, 혹은 지식과 지식의 창발과 복합을 의미하는 범학문적인 超지식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지식이 어떻게 힘(power)으로 연결되는가? 세계 1등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저력을 살펴보면 아프리카 정글처럼 무성한 워싱턴의 지식생태계가 뒤를 받치고 있다. 공생과 경쟁의 먹이사슬을 만들면서 막대한 지식을 생산해내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지식생태계도 주목 할 필요가 있다.

DIKW모델(data → information → knowledge → wisdom)에서 지식(knowledge)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는 방법론은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지식(knowledge)에서 지혜(wisdom)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비법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노하우를 찾아내는 국가가 미래 세상을 주도하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정보기술의 발전은 급속히 진전될 것인데 “암묵화된 지식”을 어떻게 “형식화된 지식”으로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점도 향후 지식력을 제고하는데 있어 중요한 관건이다.

손동현: 아마도 기존의 환원적 방식으로는 지식(knowledge) → 지혜(wisdom)로 가는 방법을 포착할 수 없을 것이다. 지혜나 직관을 얻는데 있어 객관적인 방법론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지혜가 나올 수 있는 좋은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이질성(異質性), 관용성(寬容性), 개방성, 풍부성 등 창조적 지식생태계를 가능하게 만드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김상배: 지식의 축적과정이 data → information → knowledge → wisdom으로 단계적으로 진전될 것이라는 설명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과거 중세의 길드는 “비법”의 형태로 기술을 전수했다. Encyclopedia나 Wikipedia가 갖는 의미는 암묵적 지식을 코드화(codify)시켜 글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즉 이전까지는 장인에게 체화된 지식 그 자체가 곧 힘(power)이었지만 이를 장인에게서 떼어냄으로써 대중들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따라서 암묵지를 형식지로 전환시키는 방법에 대한 논의보다는 오히려 형식화된 지식들을 다시 암묵화된 지식으로 재접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모색이 지금의 질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IT분야는 구상과 실행이 재복합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기존에 기술자로 불리던 소프트 엔지니어가 이제는 wizard 혹은 artist로 불려지고 있다. 지혜(wisdom)를 찾더라도 예지력을 갖춘 어느 한 개인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중지(中指)를 모으고 지식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3.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김병국: 시대변화 추세의 위험을 감지하고 그 위험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제도”나 장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메가 트렌드와 제도가 어떻게 만나는가를 생각해 볼 때 반드시 현재의 메가 트렌드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는 없어 보인다. 국가권력의 성격과 행사방식의 변화 중 global architecture의 작동방식으로 어떤 모델이 가장 바람직한가? 국내 차원에서 네트워크 지식국가와 입법, 행정, 사법부간의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 대의민주주의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네트워크지식국가로 변화되어도 입법, 행정, 사법부 간에 견제와 균형은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예측하건대 입법부가 점점 제 기능을 못하게 되고 결국 행정부에 무게가 실리게 됨에 따라 이들간의 견제와 균형은 깨지고 말 것이다.

윤순봉: 고대 아테네 도시국가의 직접민주주의가 오늘날은 사이버 공간을 통해 가능해졌다. 만약 가상공간을 통한 직접민주주의가 부활되는 경우에도 입법, 행정, 사법부간의 견제와 균형은 여전히 의미를 갖게 될 것인가?

미국은 bottom-up 방식으로 지식을 창조하는 반면 한국은 top-down 방식에 익숙하다. 그러나 top-down 방식의 박정희식 모델로는 더 이상 창조적인 지식이 나올 수 없다. 그렇다고 bottom-up 방식을 한국적 토양에서 배양하는 것 역시 쉽지는 않다. 따라서 장차 한국이 지식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모델의 적절한 균형점이라 할 수 있는 middle-up & down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top에서 대강의 큰 줄기는 정하지만 middle 차원에서 수많은 창발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top-down 방식의 장점인 “효율성”과 bottom-up 방식의 장점인 “창조성”을 결합시킬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이 가진 경로의존성과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기존 산업구조는 한국이 지식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에 데 있어 다양한 변수들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손동현: 한국 정치상황의 경우 선거에 있어 이전과는 다른 기준에 따라 권력이 재창출될 가능성이 있는가?

김상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현재 각 대선캠프에서는 UCC를 이용한 상징조작을 통한 선거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가상공간 부문에서 앞서나가고 있는데 이는 정보화라는 새로운 시대 추세를 따라잡거나 선도하는 데 있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국민국가(nation-state)에서 네트워크국가(network-state)로의 전환에 있어서는 국가라는 단위수준이 아니라 네트워크국가가 만들어내는 “과정”과 “모습”이 중요하다. James Rosenauer에 따르면 통합(integration)과 분화(fragmentation) 그리고 국가중심(state-centric)과 세계중심(world-centric) 가치관이 교묘하게 얽히고 중첩된 형태의 입체적인 네트워크를 “fragration”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네트워크지식국가의 모습으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상상할 수 있다. 첫째, sub or supra national한 형태의 EU, 둘째, 대외적으로는 mono-hub, 국내적으로는 multi-central을 특징으로 하는 북미형, 셋째, state-centric 을 특징으로 비슷한 노드들이 경쟁하는 동아시아형이 그것이다. 이를 전체적으로 조망해보면 mono-centric한 단중심 위에 EU와 동아시아가 겹쳐지고 hub bypass형의 각종 네트워크간의 통합과 분화가 얽힌 중층적이고 입체적인 네트워크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