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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직관이란 무엇인가

2. 직관적 리더는 어떤 특성을 보이는가


1. 직관이란 무엇인가

@ CEO는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직관을 발휘한다

조직이론가인 Warren Bennis는 직관을 ‘내부의 목소리’라고 정의하면서, “이를 듣고 이를 믿는 것이야말로 이제껏 자신이 연구해온 리더십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Emerson이 축복받은 충동(blessed impulse)이라고 했던 직관은 리더십과 조직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1]

Schultz(1994)는 CEO들에게 직관이 요구되는 상황을 몇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정보가 부족하거나 정보를 모을 시간이 없을 때. 둘째, 정보가 너무 많거나 정보가 서로 상충될 때. 셋째, 기존 정보로는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을 때. 넷째, 조직의 비전이 불확실해지고 조직의 임무가 부적절하거나 진부해질 때. 다섯째, 조직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새로 설정해야 할 때 등이다.

이처럼 CEO들은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직관적 능력을 통해 지혜와 선견력을 발휘한다. 직관적인 의사결정은 즉흥적이고 감성적인 의사결정과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자료가 모아지고 분류-종합되면 정보가 되고, 정보에 관점이나 개념이 부여되면 지식으로 발전되며, 그리고 이러한 지식에 많은 고민의 시간과 연륜이 더해져야 비로소 지혜가 우러난다. 마찬가지로 선견력도 수많은 과학적인 분석을 종합하는 역량과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 그리고 한계상황을 돌파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된다.[2]

여러 CEO들에게 “당신들은 예술가와 과학자 중 어디에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면 그들 대부분은 “예술가”라고 답한다. 사회적인 현상을 이분법적으로 극단화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긴 하지만, 여러 CEO들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양상을 살펴보면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예술이고 감각적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특히 경영조직의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논리적인 역량보다는 예술적인 역량이 요구되며, 분석하는 능력보다는 종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만일 CEO의 리더십이 논리적인 것이라면,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경영을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분석하는 대학교수나 미국 MBA에서 분석적인 방법론을 체득한 젊은이가 CEO가 될 때 가장 많은 이익을 올릴 것이다. 하지만 현실 경영세계는 그와는 전혀 다르다. 그리 논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아 보이는 많은 CEO들이 훌륭한 경영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최고경영 의사결정을 내리는 CEO 중 자신의 의사결정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CEO는 얼마나 될까? 물론 일정 부분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많은 부분은 직감에 의존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에서 최고봉에 오른 몇몇 갑부를 이야기할 때 흔히 “그들은 돈 냄새를 맡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라고 평한다. “돈 냄새를 맡는 능력”은 논리의 영역이 아니라 직관의 영역이다. 이제껏 책이나 교과서에서 배운 논리를 동원해서는 이를 설명할 수 없다.

예컨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 그림을 보면, 모나리자가 예쁘다는 사실은 누구나 직관적으로 느낀다. 하지만 모나리자가 왜 예쁜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머뭇거리게 된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직관적으로 그냥 예쁘다는 것이다.[3]

많은 사람들이 현대의 기업경영자는 정교한 첨단 분석기법을 활용하여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상상한다. 특히 정보 시대, 컴퓨터시대가 진전될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커진다. 오늘날 경영자는 수많은 정보시스템, 데이터베이스, 전문적인 분석가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며, 수많은 분석정보들이 경영자의 책상 위로 전달된다. 과거 포드(Ford)나 슬로언(Sloan) 같은 역사적 경영자들에 비해 오늘날의 경영자들이 취급하는 정보량과 그 정보원천의 다양성은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나폴레옹 시대만 해도 기업가들은 봉화를 통해서 이웃나라의 상황을 파악했다. 이에 비해 현대 세계에서 온갖 통신수단을 통해 전 세계 곳곳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또한 이런 정보들은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DB에 축적되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심지어 전자문서, 통계 패키지의 개발로 대규모의 회귀분석, 시계열분석을 몇 초 안에 수행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분석수단의 개발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경영자의 의사결정은 그다지 분석적이지 않다. 뛰어난 경영자일수록 감성과 직관, 그리고 상상력에 의존한다. Mintzberg(1975)는 경영자들의 하루 일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 경영자들이 실제로는 그다지 분석적으로 활동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음의 <표 4>처럼 경영자들은 얼핏 보기에 무질서하고 단속적, 비체계적으로 일하고 있었으며 치밀하고 정교한 분석보다는 마음속의 잡동사니 정보에 더욱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4]

<표 4> 경영자에 대한 통념과 실상[5]

통념 실상
경영자는 심사숙고하며 체계적인 계획을 세운다 8시간 동안 583가지 활동을 했으며 50%의 일이 9분 이상 지속되지 못한다
경영자는 필요한 기업관련 정보를 공식화된 정보시스템을 통해 획득한다 경영자는 78%의 정보를 구두 커뮤니케이션에 의존한다
경영은 과학이며 경영자는 전문직이다 의사결정시 치밀한 분석보다는 마음속의 잡동사니 정보에 의존한다

실제로 ‘No.1 또는 No.2’ 전략을 제시한 잭 웰치, 스타벅스 커피를 개발한 하워드 슐츠, 컴퓨터 직판거래 방식을 창안해낸 마이클 델, ‘허브와 스포크(hub & spoke)’의 개념을 고안한 페덱스(Federal Express)의 프레드릭 스미스, 또는 유조선을 이용한 물막이 공법을 만들어낸 정주영[6] 등의 경영자들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분석적 기법을 통해 얻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정밀한 현재가치 계산이나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사업타당성 보고서보다는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직관이 힘 있는 아이디어를 창출한다. 논리적으로 설명 할 수는 없어도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직관으로 꿰뚫어 보게 되는 것이다. CEO의 의사결정은 이처럼 명확하지만 혼돈스런 영역이자 경영의 예술적인 영역이다. 이러한 혼돈스런 영역에 도전하는 시도가 혼돈이론(混沌理論, chaos theory)이며 바로 직관경영이다.

@ 직관과 분석은 상호보완적이다

직관은 흔히 분석과 대비되지만 실제로는 분석과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직관이란 분석에 대한 반성, 비판, 그리고 극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직관은 분석을 무시하거나 도외시하지 않는다. 직관은 분석과 상호배타적인 관계에 있지 않으며, 오히려 분석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직관적 능력은 고대부터 커다란 관심사였다. 플라톤은 이데아론을 통해 인간의 직관능력의 중요성을 갈파했다. 그는 억견(抑見)과 지식을 구분하면서 억견은 그림자를 보는 것이고 지식은 사물의 본상, 즉 이데아를 보는 것이라 했다. 이데아는 감각으로는 볼 수 없다. 즉,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오감(五感)으로는 사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플라톤은 인간의 감각을 뛰어넘는 정신의 눈(spiritual eye)이 개안되어야 한다고 했으며, 이것이 바로 직관이라고 할 수 있다.[7]

근대에 들어서도 직관은 인식론의 핵심적 주제였다. 칸트 역시 논리적 일관성만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오성이며 오성만으로는 인간 정신이 자가당착(이율배반)에 빠진다고 주장했다. 이성만이 오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참다운 인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8] 베르그송도 정신을 비슷하게 분류했다. 그는 분석적 사고를 지성이라고 부르고 이를 직관의 하위개념으로 간주했다. 지성은 어떤 사물을 보면 여러 기존 요소를 재구성하여 이를 설명하려고 하지만 그러한 방법으로는 새로운 것의 실상을 파악할 수 없다. 지성이 대상의 외면만을 보고 방황하면서 관점에 따라 상대성을 면하지 못하는 지식을 제공하는 데 그친다면, 직관은 대상의 내면에 깊이 파고들어 절대적인 지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 철학자들은 참다운 인식을 위해서는 단순한 논리적 분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이러한 흐름은 경영학의 의사결정론에까지 이어진다.

Barnard(1938)는 경영학의 고전이 된 『경영자의 기능』에서 의사결정 과정을 ‘논리적 과정’과 ‘비논리적 과정’으로 분류했다. 그는 이러한 분류를 기반으로 시간과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논리적 과정’이라기보다는 ‘비논리적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비논리적(non-logical)’이라는 말은 불합리하거나 부조리하다는 뜻이 아니라 ‘논리적 과정에만 의존하지 않는’, 즉 ‘직관적인’이라는 뜻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 직관적 CEO는 복잡한 세상을 통찰한다

직관의 핵심은 ‘直觀’의 의미 그대로 ‘직접적으로 (한눈에) 본다’는 데 있다. ‘한눈에 본다’는 것은 중간의 매개를 거치지 않고 한꺼번에 전체 모습을 본다는 것이다. 분석이 장님 코끼리 만지듯 코와 몸통과 다리를 따로따로 본다고 하면, 직관은 3차원의 코끼리 전체를 한눈에 본다. 결국 직관은 혼란스런 현상 속에서 일정하고 규칙적인 패턴을 읽어내는 힘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인간의 직관능력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9] 체스의 명인과 아마추어들에게 25개 말이 놓인 체스 판을 보여준 다음 원래대로 복원케 했다. 명인들은 거의 23~24개의 말의 위치를 정확하게 기억했으나 아마추어들은 평균 6개를 기억하는 데 그쳤다. 이번에는 실제 체스 게임의 모습이 아니라 임의로 말들을 배열하여 복원케 했더니 명인들도 6개 정도밖에는 말의 위치를 기억하지 못했다. 이 실험을 통해 앞서 말의 위치를 거의 정확하게 기억해낸 명인의 비결을 알 수 있다. 즉, 아마추어들이 말 하나하나의 위치를 기본단위로 하여 기억을 해 나가는 반면, 명인은 몇 개의 말이 모여서 이룬 형태들을 일정한 패턴 별로 기억하는 것이다.[10] 아마추어의 눈에는 말들이 마구잡이로 놓여 있는 듯 보이지만 명인은 그 속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발견한다. 따라서 이를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11]

실제 이러한 패턴 인식은 오랜 학습의 결과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연습과 노력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리는 그린스펀 FRB 의장은 수천 개의 경제통계를 통달하고 있다고 한다. 체스 명인이 체스 판을 보고 모든 전후사정을 파악하듯이 그는 경제통계 수치들을 보고 경제의 맥박을 진단한다. 이러한 능력은 그의 생애에 걸친 꾸준한 노력과 경륜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경영자 역시 마찬가지다. 경영자는 수많은 현상을 관측하고 있어야 한다. 경제환경, 시장환경, 사회․문화환경, 기술환경, 제도환경, 또 조직 내부의 동향, 조직구성원의 사기 등 조직 내외부의 동향 여건과 변화를 살펴 문제점을 미리 감지하고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여기서 직관이 발휘되려면 이 수많은 요소들이 서로 맺고 있는 관계, 그것들이 복합될 때 나타나는 변화와 의미를 판독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 오랜 경험과 학습에 의해서 수많은 요소들을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는 입체적 사고가 없다면 이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 학습이 축적되어야 직관이 형성된다

직관과 통찰의 순간은 말하자면 불교에서는 법열을 느끼는 순간, 유교에서는 황연대각(晃然大覺)의 순간, 기독교에서는 성령이 내리는 순간으로 비유될 수 있다. 바로 이 순간은 평범하게 흘러가는 시간과 질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그리스 사람들은 시간을 두 가지 종류로 나누었다. 1초, 1분, 1시간 단위로 다람쥐 쳇바퀴처럼 균일하게 흘러가는 시간은 크로노스(chronos) 시간이고 깨달음과 통찰의 시간은 카이로스(kairos) 시간이다. 그런데 이 두 개의 시간은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다. 임산부의 9개월의 임신기간이 흘러가는 시간으로서의 ‘크로노스’라면 해산의 고통을 넘어 아이를 출산하는 그 순간은 바로 ‘카이로스’이다. 이처럼 우리가 번뜩이는 직관의 순간을 맞이하려면 무의미한 듯이 보이는 크로노스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

직관은 우연한 계기를 맞아 폭발적으로 나타난다. 과학기술사의 역사에서 이러한 사례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페니실린의 발견이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배양기에 우연히 들어간 곰팡이 주위에 세균이 자라지 않는 것을 보고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또 합성고무도 우연한 계기로 발견된 예다. 미국의 화학자 찰스 굿이어는 열을 가해도 금방 녹아 내리지 않고 차가워져도 쉬 부서지지 않는 고무를 만들겠다고 덤벼들었지만 10년의 세월을 실패로 보냈다. 그러던 1839년 어느 날 그는 냄비에 황(黃)을 녹이다가 실수로 생고무 위에 엎질렀다. 망친 실험재료들을 치우려던 찰나 그는 가열된 황이 천연고무와 섞이면서 새로운 물질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합성고무를 만드는 가황법(加黃法)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그가 만든 회사가 바로 타이어로 유명한 굿이어다.[12]

이런 우연한 발견을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부른다. 하지만 정말 이것이 우연한 발견일까. 창조적인 실수는 수천 번의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거쳐 일어난다. 단 한 번의 시도로 이런 행운을 잡을 수는 없다. 플레밍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배양기를 연구했을 터이고, 굿이어는 10년의 세월을 한결같이 보냈다. 한 가지 주제에 평생을 매달리는 집념을 가진 이에게만 행운은 찾아온다.

아놀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와 함께 ‘빅3’로 불리는 전설적인 골퍼 게리 플레이어도 “연습을 하면 할수록 행운도 더 많아졌다. “라고 했다. 연습을 많이 한 사람에게 그만큼 기회도 늘어난다는 뜻이다. 결국 세렌디피티는 마지막 결과만을 놓고 보면 요행수처럼 보이나 실은 자신의 껍데기를 깨고 아집과 관성을 허무는 끝없는 노력의 결과로 획득한 필연이었던 셈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시하지 않는 것,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한번 익숙해진 것에 만족하지 않는 것이 역사적 대발견을 성취하게 한 저력이며 이것은 직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직관적 사고는 기존의 상식적인 사고로부터의 이탈이며, 도시에 단순히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사물의 본질을 통찰하는 비약적 사고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고가 일상적 궤도를 끊임없이 이탈해야 한다. 사물을 다면적으로 보아야 하며, 익숙해진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와의 싸움이 선행되어야 한다.

직관경영에 대한 기존의 비판은 이러한 직관의 심층적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 많다. 흔히 거론되는 비판이 직관경영은 세밀한 분석이 결여된 즉흥적 충동에 의한 부정확한 것이라는 주장이다.[13] 또한 직관이란 모호성에 대한 인내심 부족으로 섣부른 선입견을 적용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역사적인 사례로는 히틀러의 소련 침공이 꼽힌다. 히틀러는 영국 공습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자 갑자기 동맹국의 수도인 모스크바를 향해 진군명령을 내렸다. 그때까지 비합리적인 듯이 보이던 히틀러의 전략이 모두 들어맞았기 때문에 참모들은 이에 순응했다. 하지만 결과는 잘 알려진 대로 대실패였다.

이러한 비판은 직관에 대한 이해부족에 기인한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직관은 일시적 충동이나 모호한 상황에서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도박 같은 선택과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직관은 원인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피상적 인식을 극복하고 현실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노력 뒤에 찾아오는 것이다. 직관은 즉흥적 충동이 아니라 장시간의 탐구와 숙고의 누적결과이다.[14] 또한 직관은 부정확한 분석적 모델을 섣부르게 응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호성에 대한 인내심을 발휘한 결과 얻어지는 지혜를 적용하는 것이다. 직관은 분석적 데이터를 무시하지 않고 이 데이터의 배경에 깔린 정보까지 읽어내는 치밀한 사유를 전제로 한다.

또한 직관은 무모한 도박이 아니라 통찰에 의한 내면의 확신과 증거에 입각하여 결정을 하는 것이다. 직관은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양자택일적 흑백론에 종속되지 않는다. 오히려 직관은 양자택일을 초월하는 제3의 대안을 창출함으로써 딜레마를 극복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2. 직관적 리더는 어떤 특성을 보이는가

@ 직관은 기업가정신을 함양하고 혁신을 촉발한다

직관력은 21세기의 파고를 헤쳐 나갈 리더의 필수요건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중요시되면서 미래형 리더에게는 기업가정신에 기반을 둔 새로운 리더십이 더욱 요구된다. 과거 전문경영자들이 대기업의 관료제적 조직 내에서 주어진 업무에 충실했다면, 향후 기업조직은 CEO는 물론 일선 간부들까지 한 사람의 모험기업가로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것을 주문한다. 이제 기업가정신은 벤처창업가들에게만 요구되는 덕목이 아니다. GE의 잭 웰치는 이미 십 수 년 전에 “중소기업처럼 움직이는 대기업”이 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능력이 직관과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기업가정신이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찾아내는 통찰력과 이를 선점하는 추진력을 의미한다. 분석적 능력을 보유한 경영자가 안정적인 경영환경에 적합하다면, 역동적 환경 속에서 기회를 창출하는 데에는 직관적 능력을 보유한 경영자가 더 유리하다.

리더십에 있어서도 과거와는 다른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 최근 리더십 연구의 동향을 살펴보면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변혁적 리더십은 비전의 제시를 통한 동기부여를 강조하고 있는데, 비전을 창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능력이 바로 직관이다. 미래상을 한눈에 가시화할 수 있는 능력이란 바로 직관과 통찰인 것이다. 직관을 보유한 리더는 구성원들이 감정을 몰입할 수 있는 창조적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조직을 기동시킨다.

21세기 경영환경은 경쟁이 글로벌화 되고 디지털 컨버전스를 통해 산업과 시장의 경계가 융합되는 고도로 복잡하고 혼란스런(turbulent)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경영자는 기업가정신과 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며 그 근본적 자질로서 요구되는 역량이 직관이다. 직관은 기업가정신의 발휘와 혁신의 중요한 동력이다.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고 혁신에 성공한 경영자일수록 인지 스타일에 있어서 직관적 성향을 보인다.[15]

왜 직관적 스타일의 경영자가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게 되는가? 기업가정신을 보유한 경영자는 현상유지의 태도를 버리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경영을 추구한다. 하지만 새로운 기회는 상당한 정보가 이미 공개되고 분석적으로 정리된 분야에서는 찾기 힘들다. 이미 상당수 기업이 진출해 있고 경쟁구도도 어느 정도 구획 지어진 단계이기 때문이다. 혼돈, 상충, 혼란이 뒤섞여 있는 고도의 불확실한 환경이 오히려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데 적합하다. 경계가 모호하고 상황이 역동적으로 변하는 환경이야말로 비약적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분석적 인지 스타일은 이러한 혼돈, 모순의 환경을 단순히 불가지(不可知)의 것, 즉 기피요인으로만 인식한다. 반면 직관적 인지 스타일은 혼돈과 상호모순의 상황에 정면으로 맞서 그 속에서 새로운 패턴을 발견해낸다.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조직의 잠재역량을 동원하여 혁신적인 도약을 이루는 데는 직관적, 전체론적(holistic), 맥락적 사고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16]

혁신 유형별로 보면, 점진적, 개량적(incremental) 혁신의 경우에는 분석적 사고가 적합하나 급진적(radical) 혁신에는 직관적 사고가 유리하다. 급진적 혁신이란 제로베이스에서 기존의 가정이나 전제조건에 의문을 제기하고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변혁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큰 기회의 선점, 고성장의 달성이 가능하다. 급진적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관련 정보가 부재한 모험적인 분야에서 남보다 한 발 빠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보가 부족하고 시간이 제약된 의사결정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직관적 인지 스타일이다.

이러한 가설은 실증적으로도 확인된다. Carlson and Kaiser(1999)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이익이 두 배 이상 성장한 기업의 CEO를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평균 이상의 직관적 지성 점수를 기록했다. 또한 실제로 경영자들 스스로 직관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경영자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0%가 자신의 성공원천으로 직관을 제시하고 있다.[17]

@ 직관적 리더는 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한다

변혁적 리더십은 직관적 인지 스타일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 직관적 인지 스타일의 경영자는 비전을 제시하는 데 능하며[18] 변혁적 리더십 역시 비전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한다. 이는 가시적 보상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는 거래적 리더십(transactional leadership)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이다.

거래적 리더십은 동기부여 수준이 비교적 낮은 항목들, 즉 금전적 보상, 신분상승 등을 통해서 구성원의 노력을 이끌어낸다. 공정한 보상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21세기의 치열한 경쟁과 역동적인 경영환경에서 초일류기업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구성원으로부터 급진적인 혁신과 창조를 향한 열정을 끌어낼 수 있는 기업이야말로 초일류기업이 될 수 있으며, 여기서 변혁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변혁적 리더십은 거래적 리더십과 달리 상위 수준의 욕구에 호소함으로써 구성원들에게 높은 동기부여를 견인한다. 조직목표에 대한 중요성을 분명하게 각인시키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개인의 사적 이해관계를 초월하도록 하며, 부하의 자아실현 같은 상위수준의 욕구를 충족시켜 기대이상의 성과를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19]

변혁적 리더십의 핵심은 매력적이고 실행 가능한 비전을 창출하는 데 있다. 비전은 단순히 조직의 재무적 성과목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계수적 목표는 구성원 개개인의 열정과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변혁적 리더십은 조직과 개인이 서로의 소중한 부분을 공유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낸다. 소니의 이데이 회장은 ‘Digital Dream Kids’라는 파격적인 비전을 제시하면서 조직은 조직구성원의 꿈을 실현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놀이가 중심을 이루는 미래사회의 모습과 여기서 활약할 소니맨들의 꿈을 동시에 포착하는 이러한 성공적 비전을 통해 소니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열정과 감성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게 되는 것이다.[20]

디지털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곧잘 거론되는 찰스 슈왑도 사업목표를 ‘금융수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서민에 대한 자본이익 기회의 공유’로 설정하면서 많은 젊은 직원들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고취하는 데 성공했다.[21]

이러한 ‘매력적인 비전’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직관적 능력이 필수요건이다. 직관은 미래 환경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통찰한다. 조직의 요구와 개인의 요구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조직과 개인이 상생할 수 있는 창조적 비전을 창출하는 것은 향후 모든 조직의 리더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가 될 것이다.

또한 변혁적 리더십은 CEO 한 사람에게 국한되지 않고 비전의 공유를 통해 조직구성원 전체로 확산된다.[22] 결국 직관적 인지 스타일을 보유한 리더는 부하들에게도 직관적 인지 스타일로 이끄는 경향을 갖는다.

물론 조직의 위계에 따라 상위계층일수록 직관적 리더십이 요구되고 하위계층에는 분석적 인지가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Allinson and Hayes(2000)의 연구에서도 상위계층 경영자의 인지 스타일이 중간관리자에 비해 보다 직관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는 상대적인 경향을 나타내는 것이고 직관능력이 조직 전체로 확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CEO가 해당 산업 전체와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직관적으로 기업 전체의 전략방향을 설정한다면, 하위조직에서는 각자 자신이 맡은 영역 내에서 직관력을 발휘하여 실천전략을 추진해가야 하는 것이다.


[1] Frantz and Pattakos(1996)가 쓴 『현장에서의 직관 』이라는 책 서문. Frantz, Roger, and Alex N. Pattakos, eds. Intuition at Work: Pathways to Unlimited Possibilities. Sterling & Stone, 1996.

[2] Robinson(1997)은 “직관이란 논리가 다음에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Robinson, Anne D.(1997), “Intuition: a Critical Leadership Skill”, Innovative Leader 6(7).

[3] Agor(1988)도 직관을 “뭔지 확실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Agor, Weston H.(1988), Intuitive Management: Integrating Left and Right Brain Management Skills, Prentice-Hall.

[4] 또한 Mintzberg(1991)는 미국의 경영자들이 직관력을 상실해가고 있으며 이는 분석적 능력을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풍토와도 관련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일례로 아동들이 취학 이전에 주로 그림을 그리는 데 반해 취학 이후에는 언어 위주의 교육에 치중하는 교육 풍토를 들고 있다. Mintzberg, H.(1991), “The Insightful Manager,“ Management Review 80(12): 20.

[5] Mintzberg, H.(1975), “The Manager’s Job: Folklore and Fact,“ Harvard Business Review 53: 49-61.

[6] 서산 간척공사 당시 물살이 거세어 기존 공법으로 둑을 막을 수 없게 되자 정주영 회장은 울산 앞바다에 묶여 있던 폐(廢)유조선을 가라앉혀 공사를 성공시켰다. 이는 소위 ‘정주영 공법’ 또는 ‘유조선 공법’으로 세계에 알려졌으며, 이후 영국 런던 템스 강 상류 방조제공사를 맡은 세계적인 철구조물 회사에서 이 공법에 대해 문의해오기도 했다(엄광용, 2001). 엄광용(2001), “에피소드로 본 고 정주영 회장 라이프스토리,“ 신동아, 2001.5.

[7] Lamprecht, Sterling P.(1955), Our Philosophical Traditions: a Brief History of Philosophy in Western Civilization, New York: Appleton-Cent-Crof.

[8] Lamprecht, Sterling P.(1955), Our Philosophical Traditions: a Brief History of Philosophy in Western Civilization, New York: Appleton-Cent-Crof.

[9] Simon, Herbert A.(1987), “Making Management Decisions: The Role of Institution and Emotion”, Academy of Management Executive 1(1): 57-64.

[10] 예컨대 ‘0011212’라는 숫자 열을 외울 때 그냥 숫자로 기억하려면 7개 숫자를 순서대로 전부 다 기억해야 하지만, 001 ― 국제전화, 1 ― 미국의 국가번호, 212 ― 뉴욕의 지역번호 식으로 세 단위로 끊어 외우면 훨씬 쉽다.

[11] Simon(1974)은 이러한 의미 있는 패턴들의 덩어리에 ‘청크(chunk)’라는 용어를 붙였다. Simon, Herbert A.(1974), “How Big is a Chunk?” Science 482-8.

[12] 권영설(2003), “권영설의 경영업그레이드,“ 한국경제신문, 2003.9.30.

[13] Bonabeau(2003)는, 복잡하고 동적인 환경일수록 분석적 결과에 의존해야 하며 직관적 의사결정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Bonabeau, E.(2003), “Don’t Trust Your Gut,“ Harvard Business Review May: 116-22.

[14] 이건희 회장은 경영진에게 다섯 번의 “왜?“를 물으라고 주문한다. 원인을 끝까지 추구했을 때 비로소 사물의 본질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15] Allinson and Hayes(2000)는 영국의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기업가정신이 강하고 고성장을 달성한 기업의 소유경영자 그룹이 전체 경영자군에 비해 확연하게 직관적 인지 스타일을 보인다는 사실을 실증했다. Allinson, Christopher W. and John Hayes(2000), “Intuition and Entrepreneurial Behavior,” European Journal of Work and Organizational Psychology 9: 31-43.

[16] Bird, Barbara(1988), “Implementing Entrepreneurial Ideas: The Case for Intention”,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13: 442-53.

[17] Parikh, J., F. Neubaeur, and A. Lank(1993), Intuition: New Frontier Management, Blackwell Publishers.

[18] Bird, Barbara(1988), “Implementing Entrepreneurial Ideas: The Case for Intention”,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13: 442-53.

[19] Bass(1990)는 이러한 기대이상의 효과를 증폭효과(augmentation effect)라고 부른다.

[20] 마쓰오카 다케오(2000), 『소니의 선택, 소니의 성공』, 배순훈(역), 서울: 연합신문.

[21] Pottruck, David S. and Terry Pearce(2000), Clicks and Mortar: Passion Driven Growth in an Internet Driven World, Penton Overseas, Inc.

[22] “나폴레옹 부대에 입대하면 누구나 나폴레옹이 된다”는 프랑스 속담이 있다. 이는 리더십의 전이효과를 설명하는 좋은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