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봉. 크루그만 신드롬의 신화: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한계. 삼성경제연구소. 2000.

[목차]

글을 시작하며

총론: Executive Summary

1. 크루그만 신드롬의 허구성

2. Krugman의 왜곡과 Young의 오류

3.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허구성

1) 허구성 #1: 축적론은 현실경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2) 허구성 #2: 동아시아의 비범한 요소투입은 역사상 초유의 업적이다
3) 허구성 #3: TFPG 계산과정은 수많은 논점을 야기한다.
4) 허구성 #4: 한국의 경제성장 잠재력은 아직도 건재하다

제1부. 문제 제기: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실체

제1장. Krugman의 동아시아 성장한계론

1. 동아시아의 기적

2. 『아시아 기적의 신화: 경고성 우화』

3. 축적론과 Solow 모형

4. Krugman 주장의 실증적 근거: Young의 『숫자의 전제』

5. Krugman의 집필 의도

6. Krugman: “나는 위기를 예견한 적이 없다”

제2장.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으로 야기된 논쟁

1. 동아시아 위기 이전의 논쟁

2. 1997년 외환위기 전후의 논쟁

제2부. 비판: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한계

제3장. 경제현실과 축적론 사이의 괴리

1. 축적론의 이론적-경험적 한계

2. 융화론: 내생적 성장이론

3. 융화론을 동아시아에 적용한 사례

제4장. 동아시아의 비범한 요소투입 역량

1. 국내저축과 외자유입을 통한 자본투자

2. 노동력 증대

3. 수요 측면: 동아시아의 수출 증가

제5장. TFPG 계산에서의 오류와 논쟁

1. TFPG 계산에 관련된 여러 논점

2. Young의 동아시아에 대한 TFPG 계산

3. TFPG 절대수준에 대한 논쟁

1) TFPG 계산결과종합
2) 논쟁 이전의 TFPG 계산결과
3) 축적론자의 TFPG 계산결과
4) 융화론자의 TFPG 계산결과
5) TFPG 계산의 대상기간
6) TFPG의 표시방식

4. 자본증가율의 측정과 관련된 문제

5. 노동증가율의 측정과 관련된 문제

6. 소득분배율의 측정과 관련된 문제

7. 자본과 노동의 대체탄력성

8. 그 외의 다양한 TFPG 계산 모형

제6장. 한국의 성장잠재력은 아직도 건재

1. 동아시아가 소련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2. 한국의 성장잠재력

글을 마치며

보록(補錄)

보록 #1: Solow 모형에서 TFPG를 계산하는 방법
보록 #2: Solow 모형을 통한 TFPG 계산 사례
보록 #3: 한국의 자본 한계수익률과 적정 TFPG
보록 #4: 맥킨지 보고서의 TFP 계산과 수정
보록 #5: Solow 모형에서 대체탄력성의 의미
보록 #6: Hsieh가 고안한 ‘쌍대적 TFPG’
보록 #7: 힉스, 해로드, 솔로우-TFPG

참고문헌


글을 시작하며

『크루그만 신드롬의 신화』라는 이 글의 난해한 제목은 세 단어로 구성되어 있다. ‘크루그만’과 ‘신드롬’ 그리고 ‘신화’라는 각 단어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닌다.

먼저 첫 번째로, ‘크루그만’이라는 단어다.

한국의 외환위기 전후에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국제적으로 한국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을 들라면 단연 미쉘 캉드쉬(Michel Camdessus)와 폴 크루그만(Paul Krugman)일 것이다. 캉드쉬는 IMF의 총재라는 자격으로 한국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면서 영미식 자본주의체제를 한국사회 깊숙이 이식시키는데 주역을 맡았다는 평가에는 별 이견이 없다. 물론 캉드쉬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평가가 마땅치 않겠지만 그와 상관없이 역사는 그렇게 기술할 것이다.

반면 크루그만은 동아시아의 외환위기를 미리 예견한 선견력 있는 경제학자로 자리매김했다. 1994년 11~12월 『포린어페어즈』지에 발표한 『아시아 기적의 신화: 우화적 경고』라는 화제의 글을 통해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가 누리고 있는 고도의 경제성장 추세가 조만간 한계에 달할 것이라는, 당시로는 파격적인 주장을 폈다.[1] 동아시아는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를 대량으로 투입하여 고도성장을 이루었으나 이제는 추가적으로 투입할 생산요소가 고갈되고 있으므로 고도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 같은 크루그만의 주장을 이 글에서는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으로 부를 것이다. 1997년말에 크루그만의 예견처럼 동아시아에서는 외환위기가 일어났다. 역시 세계적인 석학은 다르다는 평가가 뒤따랐고, 그의 발언이 화려하게 언론을 장식해 갔다.

크루그만이라는 인물은 약관 24세에 MIT에서 국제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예일대학과 스탠퍼드대학을 거쳐 지금은 모교인 MIT에서 경제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많은 논문과 저서를 통해 표출되는 그의 학문적인 비범함은 미국경제학회가 마흔 살 이하 경제학자에게 주는 최고명예의 존베이츠클라크 메달을 받았다는 사실로도 입증된다.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노벨 경제학상을 탈것으로 기대되기도 하다. 지금도 다양한 호기심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에 핫이슈로 부각되는 여러 주제에 대하여 예리한 의견을 활발히 개진하고 있다. 또한 보편화된 기존의 오류를 통렬하게 반박하는 독설가로서의 면모를 보임으로써 『뉴스위크』지는 1996년에 그에게 ‘위대한 폭로자’(great debunker)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일본의 언론은 ‘전투적 지성’이라고 불렀고, 『파이낸셜타임즈』지의 마틴 울프는 ‘우상 파괴적인 경제학자’로 칭했다.[2]

크루그만은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을 펼치면서 이론적 근거로서 소위 ‘솔로우 모형’(Solow Model)을 사용했다. 솔로우 모형에서는 한 나라의 경제성장이란 주로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량을 늘림으로써 이루어진다고 보는데 이를 총요소투입증가(總要所投入增加)라 한다. (원본 각주: total factor input growth, 이하 ‘TFIG’라 한다. 여기서 총요소(總要所; total factor)란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를 합해서 말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경제성장 중에서 TFIG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기술진보가 기여한 것이라고 간주하며, 이를 총요소생산성증가(總要所生産性增加)라 부른다. (원본 각주: total factor productivity growth, 이하 ‘TFPG’라 한다.) 시카고대학의 영(Alwyn Young) 교수가 1994년에 쓴 『숫자의 專制』라는 글에 따르면 동아시아의 경제성장 대부분이 자본과 노동을 대규모로 투입한 결과다. 즉 총요소투입증가는 높지만 총요소생산성증가는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3] 크루그만은 이를 차용하여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에서는 기술진보가 기여한 부분은 미미하고, 향후에는 과거처럼 대규모의 자본이나 노동을 추가적으로 투입할 여력이 없어질 것이며, 생산요소를 투입하더라도 한계생산성이 체감할 것이므로 결국은 소련처럼 경제성장률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크루그만이 내놓은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골자다.

또한 이 글의 제목에서 말하는 ‘크루그만’이라는 단어는 크루그만이라는 인물 개인이 아니라 크루그만이 펼친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을 뜻한다.

다음으로 두 번째 단어가 ‘신드롬’이다.

크루그만이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을 발표한 이후 많은 논란을 일으키다가 1997년에 한국이 위기상황에 봉착하게 되자, 한국 내에서도 크루그만의 예견이 현실화된 것으로 간주하는 신드롬이 일어난다. 한국의 몰락과 비례해서 크루그만의 명성은 국내외적으로 급상승한다. 국내 여러 언론에 크루그만의 이름이 오르내렸으며, 여러 학자와 이코노미스트도 그의 주장을 곧잘 언급했다. 중앙일간지에서 크루그만의 이름을 인용한 회수가 1996년에 20건에서 1997년에 44건으로 급증한다. 이 중 절반인 21건은 한국의 외환위기가 가시화되던 9월 이후에 실린 것이며, 1998년에는 95건으로 늘어난다.[4] 외국의 한 경제학자가 한국 언론에 이러한 신드롬을 일으킨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신드롬의 심각성은 이러한 사후 문제보다는 오히려 한국의 위기를 일으키는 단초를 제공했다는데 있다. 하버드대학의 제프리 삭스(Jeffrey D. Sachs) 교수는 크루그만의 주장이 동아시아 경제의 미래에 대해 그릇된 인상을 심어주었다고 지적했으며,[5] 뉴욕대학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도 동아시아의 외환위기가 크루그만의 가설을 확인해 주었다고 평했다.[6]

크루그만이 주장한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에 대한 논쟁이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태국을 필두로 동남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국제투자가는 크루그만의 예견이 현실화되는 것으로 믿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크루그만 자신도 동아시아의 몇 나라에서 외환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걱정했고, 시티은행에 아시아 지역의 신용을 줄여가도록 조언한 사실도 있다고 1998년 3월에 홍콩에서 열린 CSFB(Credit Suisse First Boston) 주관 세미나에서 밝히기도 했다.[7]

이런 분위기 속에서 몇몇 헤지펀드가 동남아로부터 자본탈출을 시도하자 이를 신호탄으로 국제투자가가 앞 다투어 동아시아로부터 자본을 유출시킴으로써[8] 소위 ‘소 떼 이론’이 현실화되었다.[9] 또한 동남아 위기가 ‘경제적으로 전염’되면서 한국에 악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경제적 전염 과정에 대해 크루그만은 『디플레이션 경제의 회귀』라는 책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했다.[10] 동아시아 지역으로 들어가는 해외자본의 유입은 신흥시장 펀드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들 펀드는 동아시아 지역을 한 묶음으로 보기 때문에 태국에서 나쁜 소식이 들려오자 많은 자금이 펀드에서 빠져나갔고 그 여파로 이 지역의 모든 나라에서 자본이 유출되었다는 것이다. 국제투자가의 선호도가 높았고 해외투자가 촉진된 이유는 이 지역의 여러 국가가 ‘동아시아의 기적’을 공유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태국 경제가 기적과는 무관하다는 점이 밝혀지자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대한 국제투자가의 믿음도 흔들렸다는 것이 크루그만이 주장하는 경제적 전염 효과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가 ‘신화’라는 단어다.

신화란, 크루그만이 주장한 동아시아 성장한계론과 그로 인해 야기된 크루그만 신드롬이 ‘허구에 찬’ 것이라는 의미다. 신화(myth)라는 말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의 미토스(mythos)다. 미토스는 역사(history)라는 말의 어원인 히스토리아(historia)와 반대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히스토리아는 ‘실제로 발생한’이라는 뜻이므로 결국 신화란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으로 해석된다.[11] 다시 말해, 신화란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단순히 꾸며낸 질서 없는 이야기’를 말한다.

이 글에서 굳이 신화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크루그만이 쓴 『아시아 기적의 신화』라는 글의 제목 때문이다. 1993년에 세계은행이 출간한 『동아시아 기적』이라는 책을 비판하기 위해 크루그만은 『아시아 기적의 신화』라는 제목을 붙였다. 크루그만이 주장하는 바는 여러 사람이 아시아의 경제성장을 기적이라고 칭송하지만 자기가 보기에는 기적이 아니라 허구에 불과한 신화라는 것이다. 이에 빗대어 이 글에서도 크루그만이 제기한 동아시아 성장한계론과 크루그만 신드롬 역시 허구에 찬 것이라는 뜻에서 『크루그만 신드롬의 ‘신화’』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글은 크게 총론과 본론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론은 요약본(Executive Summary)으로 책의 취지와 전체 내용을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본론은 2부로 나누어진다. 제1부는 문제 제기, 제2부는 비판이다. 제1부 문제 제기(제1장~제2장)에서는, 크루그만이 주장하는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실체와 그로 인해 야기된 논쟁에 대해 살펴본다. 제2부 비판(제3장~제6장)에서는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허상과 이론적인 모순을 밝힌다.

이 글은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와는 무관하게 쓰였다. 따라서 이 글에서 범하는 모든 오류는 삼성경제연구소와는 상관이 없으며 필자의 개인 책임으로 귀착된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많은 분의 도움 없었다면 이 글은 나오지 못했다. 우선 정책의 표리관계에 눈뜨게 해 주신 최우석 소장님, 힘들 때마다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신 김인수 교수님, 송호근 교수님, 하인호 원장님, 이순철 교수님. 또한 졸고의 논리적인 허점을 지적하고 방향을 제시해 주신 김병주 교수님, 안승철 학장님, 정구현 교수님, 손광식 사장님. 그리고 초고의 오류를 꼼꼼히 지적해 주신 정문건 전무님, 홍순영, 류한호, 김은환, 최인철, 김정호, 박번순 수석연구원. 자료정리에 많은 도움을 준 윤정모 군, 정재호 군, 정준섭 연구원, 김연선 씨, 최주연 씨께 감사 드린다.

2000. 12. 31.

윤순봉


총론: Executive Summary

1. 크루그만 신드롬의 허구성

크루그만 신드롬은 허구다. Krugman은 동아시아의 위기를 예견한 적이 없으며, 동아시아의 경제성장률이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을 따름이다. ‘위기’ 상황과 ‘점진적인 감소’는 차원이 다르다. 설사 Krugman이 위기를 주장했다손 치더라도 한국의 여러 논자들이 맞장구 치며 ‘크루그만 신드롬’까지 일으킬 일은 아니었다.

Krugman은 동아시아의 ‘위기’를 예견한 적이 없다

동아시아 위기 발발을 전후해서 국내외 여러 학자와 이코노미스트가 Krugman의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을 차용했다. 하지만 Krugman은 동아시아의 위기를 예견한 적이 없다. Krugman(1998j) 스스로도, 동아시아가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하기에는 추가로 투입할 자본[12]이나 노동이 한계에 달했고 기술진보가 미미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이 외환위기에 빠지고 IMF 측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직후인 1997년 12월에 Krugman(1997i)은 자신도 위기상황을 예상치 못했다고 언급을 한다. “당시 대부분의 학자가 동아시아 경제의 부정적인 면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었으므로, 동아시아가 다른 지역과 그리 다를 바 없다는 점을 주장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다음 달인 1998년 1월에는 일본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아시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주제발표를 하면서도 같은 말을 반복한다.[13] “어느 누구도 부동산 시장의 붕괴, 광범한 은행 도산 사태, 수많은 기업의 파산 등 훨씬 복잡하고 극렬한 실물경제의 침체는 예상치 못했다. 나를 포함한 일부 회의론자는 ‘아시아 경제기적’이라는 말이 과장된 것이므로 아시아에서는 궁극적으로 한계생산성이 체감함으로써 완만하게 경기가 침체되고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같은 오해가 생겼던 것도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 Krugman(1998d)의 표현을 빌리면 “나는 90% 이상 틀렸지만 다른 사람이 150% 이상 틀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의 예견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라는 설명이다.

설사 Krugman이 위기 상황을 예견했다 하더라도 한국의 여러 학자와 논자가 맞장구 칠 일은 아니었다. 위기상황에는 ‘자기실현적인(self-fulfilling) 되먹임’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14] “위기다 위기다” 하면 실제로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 동아시아 위기 이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논쟁 중 하나가 경제위기 또는 외환위기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다. 재정적자가 외환위기로 연결된다는 제1세대 위기 모형, 높은 실업률 같은 사회문제로 인해 외환위기가 일어난다는 제2세대 위기 모형, 그리고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위기로 진전된다는 가설, 또는 금융기관의 장기투자와 단기유동성 확보 간에 생기는 불균형으로 인해 지급불능 위기가 발생한다는 논지, 그리고 최근 Krugman의 주장처럼 과다한 외화표시 부채가 외환위기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제3세대 위기 모형에 대한 가설 등 다양한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모든 유형의 위기에서 공통적으로 작동하는 현상이 바로 자기실현적인 되먹임이다.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자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

주목해야 할 점은, Krugman이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을 주장한 근본적인 의도는, 동아시아를 겨냥했다기보다 오히려 미국 내부의 국가경쟁력주의자와 보호무역주의자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Krugman(1995a)은 『아시아 기적의 신화』를 쓴지 넉 달이 지난 1995년 3월, 『Foreign Affairs』지를 통해 벌어진 논쟁에서 화제의 글을 쓴 동기를 밝힌다. “동아시아 류의 정부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급속한 경제성장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으로 믿는 일종의 ‘지적 자만심에 빠진 폐쇄집단’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 썼다”는 설명이다.

1980년대에 들어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이 두드러진 반면 미국의 경제력이 실추되고 있다는 반성에서 동아시아에 대해 무역규제와 개방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자 Krugman은 시장주의자의 입장에 서서 보호무역주의의 폐해를 강조하는 동시에 동아시아의 약진을 그리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차원에서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을 펼친 것이다. 그리고 글이 나온 지 1년이 지난 1995년말에 『Economist』지는 Krugman의 글은 아시아의 기적에 대한 서구인의 두려움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으며, 이는 보호무역주의의 압력을 완화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15]

이처럼 Krugman이 미국내의 보호무역주의자를 견제하기 위해 펼쳤던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은 동아시아가 외환위기를 빠지자 마치 Krugman이 위기를 예견한 것처럼 와전되면서 크루그만 신드롬을 일으켰던 것이다.

2. Krugman의 왜곡과 Young의 오류

Krugman이 쓴 『아시아 기적의 신화』의 원조 격인 Young(1994)의 『숫자의 전제』라는 글에서는 기술진보가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에 기여한 부분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다.[16] 또한 Krugman이 Young의 글을 차용하여 시사점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몇 가지 왜곡이 일어났다. 따라서 Krugman이 주장하는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은 여러 측면에서 합리성을 결하고 있다.

『아시아 기적의 신화』의 핵심 주장

동아시아 또는 아시아의 기적이라는 용어는 1990년대 초에 몇몇 서구 언론에서 간헐적으로 등장한다.[17] 본격적으로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계기는 세계은행이 1993년 9월에 출간한 『동아시아 기적: 경제성장과 공공정책』이라는 보고서 때문이다.[18] 세계은행은 한국을 포함한 8개국(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을 ‘고도성장을 구현하고 있는 아시아 경제’로 칭하고[19] 이들 국가가 이룩한 경제성장을 ‘기적’이라고 격찬했다.

이에 반론을 제기한 글이 『아시아 기적의 신화』다. 그런데 Krugman은 동아시아의 성장요인에 대해 스스로 실증연구를 하지 않고 대신에 Young이 쓴 『숫자의 전제』라는 논문을 연구결과를 차용하여 알기 쉽도록 여러 가지 비유와 사례를 섞어 동아시아 기적에 비판한다.

Young이 신고전파 성장이론에서 널리 사용되는 Solow 모형을 이용하여 동아시아의 성장요인을 분석한 결과는, 경제성장의 대부분은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총요소투입증가(TFIG)에 의한 것이고 총요소생산성증가(TFPG)의 기여도는 미미한 것으로 나왔다.[20] 이에 대한 Krugman의 해석은, 동아시아에서는 기술진보가 미미했고, 또한 향후에는 과거처럼 대규모의 자본이나 노동을 추가적으로 투입할 여력도 없어질 것이며, Solow 모형의 특성상 자본이나 노동을 투입하더라도 한계생산성이 체감할 것이므로 동아시아도 과거 소련처럼 경제성장률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소위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을 편 것이다.

Young이 계산한 동아시아의 TFPG

Young이 Solow 모형을 이용하여 계산한 동아시아의 TFPG는 고도성장기인 1966~90년에 -0.3~2.3%이었다. 이는 OECD 국가가 고성장을 실현한 1950~70년의 1.4~4.1%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며 중남미 국가가 급신장한 1940~80년의 0.9~2.6%와 비슷하다. 즉, 동아시아가 7.3~10.4%라는 기적적인 경제성장률을 보였지만 그 중에서 기술진보가 기여한 부분은 미미하며 이는 과거 중남미 수준으로 OECD 국가의 기술진보 경험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이다.[21]

Young이 한국의 TFPG를 구한 과정을 보자. 1966~90년에 한국에서는 GDP가 연평균 10.4% 증가했고, 자본 투입량은 13.7%, 노동은 6.4% 증가했다. 그리고 같은 기간 동안 자본분배율은 0.320이고 노동분배율은 0.680이다.[22] 이를 근거로 TFPG를 구하면 1.6%가 나온다.[23]

다시 말해, 한국경제는 1966~90년에 GDP가 매년 10.4%씩 늘어나는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는데 이를 분해하면 총요소생산성증가(TFPG)가 1.6%이고, 총요소투입증가(TFIG)가 8.8%다. 그리고 TFIG 8.8%는, 자본 투입량이 연평균 13.7% 증가했고 노동 투입이 연평균 6.4% 증가했는데 이를 가중 평균한 것이다.[24] 즉 GDP 증가율 10.4%는 TFPG 1.6%, 자본증가 4.4%, 노동증가 4.4%로 분해된다.

이러한 TFPG 계산결과를 놓고 Young은, 총요소투입이 급증한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호랑이들의 생산성 향상[25]은 “올림퍼스 산(Mount Olympus) 꼭대기에서 데살리 평야(Plains of Thessaly)로 떨어진다”라고 시적(詩的)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Krugman은 이러한 Young의 연구결과를 차용하여 동아시아에서 기술진보는 미미하며 성장의 대부분은 자본 투입과 노동증가로 설명된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언뜻 보면 설득력이 있다.

Young의 오류

Young의 동아시아 성장에 대한 분석이 시사하는 바가 크고 비록 정교한 성장모형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나 그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몇 가지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 Young의 연구결과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한국이나 대만, 홍콩, 싱가포르의 TFPG가 방글라데시, 우간다, 아프가니스탄 같은 후진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다는 것이다. 이는 Young의 연구과정이 얼마나 정교했는지 여부를 차지하고서라도 상식적으로 힘든 어려운 부분이다.

둘째, Young은 노동증가율을 구하는 과정에서 교육훈련 등을 통해 인적자본이 향상되는 부분까지 노동증가율에 포함시켰다. 이는 상대적으로 교육수준 향상에 많은 자원을 투자한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노동 투입의 증가율이 높아져 TFPG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Young의 계산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에 양적인 노동증가율이 5.4%인데 여기에 인적자본 향상분 1.0%를 더하여 노동증가율을 6.4%로 계산한 결과 TFPG가 1.6%로 나왔다. 당초대로 노동증가율을 5.4%로 계산하면 TFPG는 0.7% 증가한 2.3%가 된다. 마찬가지로 한국 제조업의 TFPG를 정정하면 2.9%에서 3.4%로 올라간다. 이러한 2.3~3.4%의 TFPG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서 한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해오는 과정에서 기술진보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초기의 Solow 모형에서는 노동증가율을 구하면서 단순히 양적인 증가율만 감안했기 때문에 노동 투입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나면 추가로 투입할 노동이 고갈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최근에 소개되는 Solow 모형의 변형에서는 교육훈련 등으로 인한 인적자본의 향상분을 별도 변수로 구분하고 있어, 노동 투입의 양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양적인 노동 투입의 여력이 양적으로 고갈되더라도 노동력의 교육수준을 높임으로써 인적자본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론은 국가간의 경제성장률을 비교할 때는 자칫 착시현상을 유도할 수 있다. 교육수준이 높은 국가의 경우에는 인적자본증가율이 높게 나오므로 Solow 잔차로 계산되는 TFPG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되며, 이러한 계산결과를 두고 TFPG가 낮기 때문에 성장잠재력 역시 미미한 것으로 오인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설사 TFPG가 낮더라도 인적자본의 증가율이 높다라면 그 나라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강력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국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26]

셋째, Young은 한국과 대만의 TFPG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농업부문의 자본증가율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농업부문을 제외한 결과 상당히 높은 자본증가율을 구한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TFPG를 계산함으로써 한국의 TFPG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오류를 범했다.

뒤에서 상세히 살펴보겠지만 그 외에도 Young은 자본증가율이나 노동증가율, 그리고 소득분배율이나 대체탄력성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구하면서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TFPG가 낮게 나오는 기준을 선택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Krugman의 왜곡

그리고 Krugman은 Young의 연구결과를 빌려 쓰는 과정에서 몇 가지 왜곡을 더한다.

첫째, Young이 분석대상으로 삼은 동아시아 4개국 중에서 TFPG가 유일하게 마이너스로 나온 싱가포르를 소련에 비유하면서 마치 동아시아 네 나라 모두가 소련의 전철을 밟을 것처럼 과장해서 표현한다. 나머지 세 나라의 TFPG가 한국 1.6%, 대만 1.9%, 홍콩 2.3%로 모두 미국의 1.4%를 초과하는데도 유독 -0.3% 수준을 보인 싱가포르를 대표 사례로 삼은 것이다.

둘째, Young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TFPG는 시간이 지나면서 증가세를 보인다. 1966~90년의 30년 동안 평균 TFPG는 1.6%이지만 5년 단위로 잘라보면 0.6%, 1.0%, 1.8%, 0.1%, 2.4%, 2.6%로 변한다. 이 중에서 오일쇼크가 있었던 1976~80년의 0.1%를 제외하면 한국의 TFPG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마지막 1986~90년의 TFPG는 2.6%다. TFPG가 이렇게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한국의 경우 과거에는 기술진보가 느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진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소련의 경우는 이와는 반대로 기술진보가 점점 감속하면서 급기야는 TFPG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러한 상반된 두 가지 사례를 두고 소련의 경험이 동아시아에서 반복될 것이라는 Krugman의 주장에는 무리가 따른다.

셋째, Krugman은 동아시아가 과거 저개발 상태에서는 자본과 노동을 대량으로 투입할 수 있었지만 조만간 투입 요소가 고갈될 것이며, 또한 자본과 노동의 투입량을 늘리더라도 한계생산성이 체감할 것이므로 동아시아의 경제성장률이 감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Young의 연구결과를 차용한 부분도 아니며 자기 자신이 실증연구를 한 것도 아니라 단순히 그럴 것이라고 머리 속에서 상상한 부분일 뿐이다.

이에 대해 Radelet and Sachs(1997)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이 감속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Krugman이 그 감속 속도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한계를 지적한다.[27][28]

3.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허구성

Krugman과 Young이 Solow 모형에 근거를 두고 주장한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허구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Krugman과 Young의 연구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신고전파 성장이론에서는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량을 양적으로 늘리면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러한 양위주(量爲主)의 사고는 기술이나 지식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현재의 시대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둘째, 한국처럼 과거 30년에 걸쳐 매년 자본량을 13.7%씩 늘리고 노동량도 6.4%씩 늘려갈 수 있었던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여러 신고전파 경제학자는 동아시아가 자본량과 노동량을 대규모로 투입할 수 있는 역량을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쉬운 일로 폄하하지만 이러한 경이적인 요소투입 사례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셋째, 신고전파 경제학자가 Solow 모형을 통해 TFPG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통계자료나 변수를 구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TFPG의 값이 자의적으로 계산될 수 있다는 비판이 많다. 더욱이 경제성장률에서 TFIG를 차감한 나머지를 TFPG로 간주함으로써 계산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오류나 신고전파 경제학자가 풀지 못하는 ‘그 무엇’까지를 모두 기술진보의 몫으로 가정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최근에는 TFPG를 분해하여 순수한 기술진보 요인만을 추론하는 다양한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풀지 못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넷째,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감소할 것이라는 Krugman의 예견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 반면에 내생적(內生的) 성장이론을 지지하는 학자는 다양한 분석을 통해 아직도 한국의 성장잠재력은 튼튼하다는 점을 주장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네 가지의 관점에서 보면, 신고전파 성장이론에 근거를 둔 동아시아 성장한계론 역시 여러 가지 결함을 안고 있는 주장일 따름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본다.

1) 허구성 #1: 축적론은 현실경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Young이 TFPG 연구에서 채택한 Solow 모형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

첫째, 경제성장은 주로 자본이나 노동의 축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래서 Bosworth and Collins(1996), Nelson and Pack(1997)은 신고전파 성장이론을 ‘축적론(accumulation theory)’이라고 부르고 신고전파 경제학자를 ‘축적론자’로 칭한다. (원본 각주: 이와는 반대로 그들은 경제성장에서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물리적인 요소가 축적되면서 양적으로 성장하는 부분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질적인 차원에서 학습, 기업가정신, 혁신 등을 통해 기술진보가 기계, 설비, 장비 같은 물적자본 속에 녹아 들거나 노동력에 체화되고 경제내부에 내생화된다는 주장을 펴는 ‘내생적 성장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에 대해 ‘융화론(assimilation theory)’이라는 별칭을 붙이고 이를 연구하는 학자를 ‘융화론자’로 부른다. 이하 신고전파 성장이론을 ‘축적론’, 학자를 ‘축적론자’, 그리고 내생적 성장이론을 ‘융화론’, 학자를 ‘융화론자’라 한다.)

둘째, 경제성장에서 자본이나 노동의 투입증가로 설명되지 않는 나머지는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TFPG의 기여분이라고 간주한다.

셋째,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가 증가하더라도 경제성장률은 체감한다. 따라서 경제성장률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TFPG가 자본과 노동의 증가율만큼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넷째, 완전경쟁시장이 작동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네 가지 특성 모두 논리적으로 상당한 한계를 안고 있으므로 축적론을 현실경제에 적용할 때는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첫째, 축적론은 주로 자본이나 노동의 양적인 축적을 통해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중시하는 반면, 기술진보나 지식창조와 같은 질적인 측면을 경시함으로써 현실세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둘째, 신고전파 성장이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Abramovitz(1989)의 지적에 따르면, 축적론에서 TFPG로 간주하는 Solow 잔차는 축적론자가 해석하지 못했던 ‘블랙박스’이자 ‘무지의 잣대’다.

셋째, 자본과 노동이 축적될수록 경제성장률이 체감한다는 주장은 한 나라를 대상으로 할 때는 대개 무리가 없지만, 국가 간 비교를 할 경우에 오히려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넷째, 완전경쟁시장이 현실세계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러한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자.

축적론은 요소투입의 양적인 측면을 강조

축적론은 현실경제의 특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축적론에서 경제성장률은 기술진보, 인구증가율, 자본증가율, 저축률과 같은 외생적(外生的)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의 변수는 실제로 외생적으로 주어지기보다는 내생적으로 서로 연계되어 있다. 실제로 돌아가는 현실경제를 들여다보면, 기술의 진보는 새로운 자본축적을 유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신기술이 창조되면서 경제가 선순환을 이룬다. 예컨대 반도체 기술이 개발됨으로써 신장비가 투입되고 이를 기반으로 첨단의 전자제품, 통신기기에 관련된 기술이 발전하며 또 다른 노동이나 투자를 촉진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내생적 상호작용을 축적론이라는 방법론으로는 제대로 설명할 도리가 없다. 마찬가지로 축적론으로 한국의 산업 고도화 과정과 자원의 집중을 통한 발전과정 역시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동아시아 외환위기 전후에 같은 양의 자본을 태국처럼 부동산과 같은 저수익 또는 무수익 자산에 투자를 하든지 아니면 한국의 반도체산업 같은 첨단산업에 투자를 하든지 축적론에서는 동일한 자본투자의 증가로 간주하는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와 같이 축적론에서는 요소투입의 양적인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여러 가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예컨대 한국처럼 농업에서 출발하여 섬유산업 같은 경공업을 거쳐 가전산업, 자동차산업, 중화학공업 그리고 이제는 첨단산업으로 발전해온 수십 년에 걸친 산업구조 고도화의 노력은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축적론의 관점에서 보면 산업구조를 고도화시켜 가는 것보다는 오히려 농업이나 섬유산업 같은 한 가지 산업에만 집착하여 TFPG를 높여 가는 쪽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학습기간 동안에는 TFPG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축적론으로 TFPG를 계산하면 그처럼 왜곡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예컨대 하와이대학의 La Croix and Lee(1995)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프리카 가봉의 TFPG가 동아시아 국가보다 높게 나온다. Krugman은 이러한 양위주의 축적론에 바탕을 두고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은 기적이 아니라 신화에 불과하며 조만간 소련 같은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러한 축적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이 내생적 성장이론, 즉 ‘융화론’이다. 융화론의 초기연구는 축적론에서의 아킬레스건인 Solow 잔차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많은 노력이 집중되었다. 스탠퍼드대학의 Romer가 지식, R&D 또는 아이디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든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대학의 Lucas가 인적자본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시도가 그 예다.[29]

동아시아 사례를 놓고 보면, Krugman과 Young을 포함한 축적론자는 동아시아 기적은 단순히 대규모의 자본 투자와 노동력 동원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자본과 노동의 투입량을 양적으로 늘리기만 하도 경제성장률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반면에 융화론자는 자본과 노동의 투입량을 아무리 늘려도 그들 나라에 맞는 혁신과 학습이 따르지 않는다면 고도성장은 한계에 봉착한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예컨대 소련이나 동유럽에서는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혁신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낮아졌으며, 반면에 동아시아는 혁신과 학습을 통해서 높은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가 1970~80년대에 혁신적으로 습득했던 기술은 1960년대에 경험했던 기술과 그 차원이 다르다.[30] 신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학습하기 위해 일련의 새로운 기능과, 그리고 경제행위를 조직화하는 새로운 방식, 새로운 시장에 익숙해지고 시장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학습했으며, 근본적으로 일상적인 방식에서 탈피하여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정신(起業家精神; entrepreneurship)과 훌륭한 경영방식이 체화되었다는 것이 동아시아의 기적에 대한 융화론자의 관점이다.

Abramovitz: TFPG라는 Solow 잔차는 ‘블랙박스’

축적론의 Solow 모형에서는 기술진보란 뭔지 잘 모르겠지만 경제외부 어디선가로부터 경제내부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축적론에서는 기술진보라는 요소를 경제내부의 메커니즘에 의해 결정되는 내생적인 독립변수가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지는 외생변수로 처리한다. 이러한 방법론에 대해 AFL-CIO의 이코노미스트인 Palley(1996)는 “TFPG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라고 비유한다. Wolf(1996) 역시 “신고전파 경제학자 스스로 기술진보를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늘이 내린 선물”(manna from heaven)로 인식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경제성장률에서 총요소투입증가(TFIG)를 차감하고 난 나머지인 잔차에는 축적론자가 설명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경제성장 요인이 포함되어 있으며 더욱이 TFPG 계산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각종 오류까지 모두 여기에 묻혀 들어가 있는 것이다.

Young의 논문에서 한국이나 대만, 싱가포르의 TFPG가 방글라데시, 우간다, 아프가니스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게 나온 비상식적인 결과도 이러한 통계적 오류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융화론자는 분석한다.[31] 특히 축적론에서 큰 획을 그은 Abramovitz는 1956년에 자기가 미국의 성장원천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잔차에 대해 ‘생산성(productivity)’이라는 명칭을 붙임으로써 후학에게 개념상 혼란을 야기하는데 결정적인 오류를 범했다고 회고한다.[32] 이제 와서 보니 잔차란 바로 ‘우리의 무지를 측정하는 잣대(measure of our ignorance)’였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여기에는 축적론의 한계를 보여주는 측정 오차, 변수 누락, 집계 오류, 모형 설정의 착오 같은 것이 혼재되어 있으므로 축적론자가 기술진보라고 주장하는 TFPG 실체는 경제성장의 원인에 대해 축적론자가 해석하지 못하는 부분의 집합체라는 것이다. 즉 축적론자는 자신들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블랙박스)을 기술진보로 간주한 것이다. 또한 Hulten(2000)은 이에 포함되는 요인으로 기술혁신, 조직이나 제도 변화, 사회적 행태 변화, 수요 변동, 소득분배율 변화 등을 든다.[33]

요소축적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체감한다는 주장의 허상

축적론에서는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을 늘려도, 즉 TFIG가 늘어도 경제성장률은 이에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는다. 투입되는 생산요소의 한계생산성이 체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축적론자의 주장은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현상이 현실세계에서도 흔히 목격되므로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에 1인당 국민소득이 낮았던 과거에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지만 서구와 1인당 국민소득 격차가 줄어들자 1980년대부터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을 때 경제성장률은 9%를 넘었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70% 수준에 도달했을 때는 4%로 낮아졌고 최근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90%에 이르자 2%로 낮아졌다.[34]

한계생산성이 체감한다는 의미는, 시작시점에 1인당 국민소득이 낮은 국가일수록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뜻이므로 언젠가는 모든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동일수준으로 수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무조건 수렴’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이미 많은 자본이 축적되어 있는 선진국에서는 한계생산성이 체감하므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반면에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은 자본축적이 시작단계에 있으므로 경제성장률이 높아야 하며, 결국 언젠가는 후진국 모두가 높은 경제성장을 하여 선진국 수준까지 수렴해가야 축적론에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현실세계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극히 예외적으로 후진국에서 급속히 선진국으로 도약한 일본의 경우와 논쟁의 초점이 되고 있는 동아시아를 제외하고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또한 앞으로도 그 격차가 줄어들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1960~85년에 세계 118개국의 사례를 비교해 보면 후진국의 경제성장률이 선진국보다 낮으며, 1870년 이후 선진 18개국의 경제성장률에서도 1970년대부터 둔화되다가 최근에 다시 높아지고 있다.[35] 여러 학자는 이처럼 ‘무조건 수렴’ 이론으로 현실세계를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축적론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한다.[36]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된다.

첫 번째 시도는 Lee, Radelet and Sachs(1997)나 Barro and Sala-i-Martin(1995)이 제시한 ‘조건부 수렴’ 이론이다. Barro는 만일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경제성장률이 수렴하겠지만 노동자당 소득이나 노동자당 자본량은 저축률, 인구증가율, 경제발전 정도, 정부 정책, 초기 인적자본과 같은 여러 가지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수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융화론자의 주장이다. Romer(1983, 1986a)는 선진국에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지 않고 높은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현상을 ‘지식의 적극적인 외부효과’[37]로 설명한다. 어떤 기업이 지식을 창조하는 단계에는 한계생산성이 체감하지만 창조된 지식이 국가 전체로 확산되면 다른 기업은 추가적인 투자 없이도 지식을 획득하고 사용할 수 있으므로 경제전체로 보아서는 한계생산성이 체감하지 않고 일정하거나 오히려 체증한다는 논지다.

이처럼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이 증가하면 경제성장률이 체감한다는 축적론자의 주장은 많은 결함을 안고 있으며 현실경제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완전경쟁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현실경제

축적론에서는 현실경제가 완전경쟁시장 아래서 작동한다고 가정한다. 만일 완전경쟁시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동아시아에서 만이라도 작동하지 않는다면 Krugman이나 Young의 주장 역시 근거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실경제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완전경쟁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흔히 목격된다.

첫째, 완전경쟁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고 기업은 시장에서 정해진 가격을 받아들여야 하는 가격수용자(price-taker)의 입장에 선다. 만약에 기업이 가격인하를 통해 시장지배를 시도하면 적자를 보게 되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기업은 존속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모든 기업이 시장에서 정해진 가격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며 오히려 저가전략을 구사하여 시장지배를 시도하는 기업도 있다. 생산량을 대폭 늘려서 규모경제를 이용한 원가절감으로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은 고전적인 경영전략이다. 즉, 완전경쟁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는 것이다.

둘째, 더욱 근본적으로 융화론자는 성장이론에서 완전경쟁시장 상태를 가정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주장한다.[38] 경제성장에서 핵심요인인 기술진보는 의도된 R&D 행위의 결과이며 R&D에 대한 투자를 통해 신기술이 개발되면 사후에 ‘독점적’인 보상을 받게 되므로 이러한 인센티브를 통해 새로운 지식의 창출이 이어짐으로써 경제성장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독점 상태가 만들어지면 경쟁시장은 무너지는 것이다.

셋째, 선진국에서는 완전경쟁시장이 작동할 가능성이 높지만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 시장은 대개 불완전하다.

예컨대 강력한 노조가 있거나 최저임금 수준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면 노동의 한계생산성보다 높은 수준에서 실질임금이 결정될 수 있으며, 반대로 인력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이 있다면 오히려 임금은 낮아질 수 있다.[39]

또한 자본이나 노동이 독점적으로 제공된다면 자본과 노동의 한계생산성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될 수도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외국인직접투자에 의해 자본재가 독점적으로 공급되면서 자본의 한계생산성보다 거의 1% 더 높은 이윤이 외국인에게 돌아간 사례도 있다.[40]

그리고 정부가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세제상 혜택을 주거나 자본집약산업에 감세 또는 보조금을 지원하게 되면 완전경쟁시장이 작동하지 않게 된다. 예컨대 지난 40년 동안 대만정부가 채택했던 다양한 조세제도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수출을 자극했으며 저축을 장려했다.[41] 한국 역시 조세제도가 경제성장에 기여한 바 크다.[42] 자본집약산업에 대한 육성책을 통해 기술이 기업 내부에 체화되고 기술적인 한계생산성을 초과하는 투자수익을 가능케 함으로써 소득분배율이 왜곡되었던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Solow 모형은 네 가지 측면에서 근본적인 한계점을 안고 있으며 따라서 이에 바탕을 두고 있는 Krugman의 동아시아 성장한계론 역시 신뢰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2) 허구성 #2: 동아시아의 비범한 요소투입은 역사상 초유의 업적이다

한 발 양보해서 축적론자가 사용한 Solow 모형을 수용한다 해도, 한국경제가 과거 25년에 걸쳐 매년 자본 투입량을 13.7%씩 늘려가고 노동 투입량도 6.4%씩 늘려갈 수 있었던[43]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축적론자는 자본이나 노동의 투입량을 지속적으로 늘려 가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손쉬운 일로 폄하하지만 이러한 비범한 요소축적 사례는 인류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싱가포르의 리콴유(Lee 1995a) 전 수상은 “동아시아의 기적이 그렇게 간단하다면 왜 세계 다른 곳에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가?”라고 반문한다.[44] 하버드대학의 Rodrik(1995a)도 많은 후진국이 요소축적을 시도하고도 비극적인 결과를 맛보았지만 유독 동아시아만이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었던 사실은 높이 평가 받아야 하며 이러한 성공은 그리 쉽게 무시될 일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초유의 사례를 만들 수 있었던 요인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자본과 노동을 대규모로 동원하여 생산으로 연결하는 공급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생산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상품을 소화시키는 수요 측면이다. 아무리 많은 상품을 만들더라도 구매 측이 없으면 생산량은 조만간 떨어질 것이고 이는 경제성장 하락으로 연결되므로 두 가지 모두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생산에 소요되는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를 대규모로 투입했다. 그리고 수요 측면은 내수시장과 수출시장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지만 동아시아 국가의 경우는 내수시장이 협소했으므로 대량으로 만든 상품을 소화하기 위해 수출 확충이라는 돌파구를 열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첫째로 높은 저축률과 외자유치를 통한 자본 확보, 둘째로 경제활동인구증가를 통한 노동력 증가, 셋째로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의 추구라는 세 가지 역량에 대해 살펴본다.[45]

높은 저축률

한국은 1961~65년에 자본 투입 규모가 GDP 대비 13.1%이었으나 1976~80년에 31.7%로 급상승했고, 1991~95년에는 37.2%까지 이른다. 1961~95년 기간전체로는 32.2%로 남미나 선진국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한국은 투자재원을 주로 국내저축과 해외자본 유입을 통해 조달했다. 저축률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며 이를 통해 자본축적이 이루어지고 이는 고도성장으로 연결된 후 다시 저축률이 올라가는 선순환 고리를 이루었다.[46] 저축률이 높았던 이유는 한국정부가 건전한 개발정책을 펼침으로써 거시경제가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운용되면서 민간저축이 늘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고 그 위에 은행제도를 보완하고 정책적으로 저축을 장려했기 때문이다.[47]

Lee, Radelet and Sachs(1997)에 따르면, 저축률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인구, 경제성장, 정부정책, 금융부문 발전 등 네 가지다.

첫째, 인구 측면에서는 가령 평균수명이 40세에서 41세로 늘어나면 저축률은 0.8% 증가하고 60세에서 61세로 높아지면 저축률은 0.25% 증가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질병이 감소하면서 평균수명이 1965년에 55세에서 1992년에 65세로 급격히 늘어났으며 이는 저축률 증가로 연결되었다.

둘째, 1인당 GDP가 1% 성장하면 국민저축률이 0.3% 증가하는데, 동아시아에서는 성장과 저축이 선순환을 이루었다.

셋째, 정부가 경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저축률이 증가하고 물가는 안정세를 보였다. 정부저축이 1% 늘면 국민저축이 0.59% 늘고 경제성장률은 0.12% 상승하는데, 1965~90년에 동아시아의 정부저축은 GDP의 5.6%로 세계최고 수준이었다. 역으로 공공부문의 부채가 GDP 대비 1% 증가하면 국민저축은 0.8% 감소하는데, 동아시아의 GDP 대비 공공부문의 부채는 1.5%로 남아시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14%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을 보였다. 또한 물가가 상승하면 금융자산의 실질수익률이 낮아지므로 저축 유인효과가 줄어들게 되며 물가가 극단적으로 올라가면 자본의 해외도피가 일어나 저축률이 더욱 낮아진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는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저축 증대가 촉진되었으며, 신중한 외환정책과 유능한 통화관리 등 거시경제를 건전하게 운영함으로써 경제안정을 이루는 한편 투자 위험도를 낮춤으로써 저축률은 더욱 상승하고 장기투자자본의 조달비용도 줄어들었다.[48]

넷째, 금융제도가 발전했다.[49] 총통화 대비 GDP 비율이 10% 증가하면 국민저축률이 0.5% 증가하는데 동아시아에서는 57%로 남아시아의 33%, 중남미의 31%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요컨대, 동아시아에서는 평균수명의 연장, 경제성장 추세, 바람직한 정부정책, 상대적으로 발전한 금융제도 등의 요인으로 인해 높은 저축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Sachs의 연구결과다.

외자유치를 통한 투자재원 확보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두 번째 방안은 해외자본 유치다. 한국은 경제개발 초창기에는 외자에 크게 의존했지만 경제가 일정수준 이상으로 발전하면서 외자의 비중은 점차 낮아졌다. 1961~95년의 35년간 자본투자 재원의 4%를 외자로 조달했다. 5년 단위로 보면 1966~75년에 26%를 외자로 조달했으며, 연도별로는 1971년에 36.6%를 외자로 조달하여 최고 수준을 보였다.

신흥경제국으로 외자가 유입되려면 우선 해당국가에서 얻을 수 있는 투자수익률이 높아야 하고 여기에 위험부담 프리미엄만큼 투자수익이 추가되어야 하므로 동아시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이 국제자본을 대규모로 유치했던 사례는 비범한 일이었다. 기술력이 높은 선진국이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동아시아가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뒤진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외자를 대규모로 유치하는 일은 그리 간단한 일만은 아니었다. OECD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자본수익률은 1980년대 중반에 22%, 1994년에 14%를 유지했으며 싱가포르에서는 미국계 외국인투자의 수익률이 1980년대 말에 27%, 1990년대 중반에는 19%를 유지했다. 홍콩과 대만의 수익률도 21%에서 15%로 다소 감소세를 보였지만, 이들 모두 미국계 외국인투자의 세계평균 수익률인 11%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경제활동인구증가를 통한 노동력 증가

노동력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경로는 두 가지다.[50] 하나는, 전체 인구 중에서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인구(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출산율 하락 등을 통해 총인구의 증가율보다 경제활동인구의 증가율이 높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국민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경제활동인구의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국민건강수준을 나타내는 잣대인 평균수명이 늘면 경제활동인구의 공급량이 늘고, 노동생산성도 향상되며, 인적자본 축적률이 올라가는 동시에 은퇴를 대비한 저축을 촉진시키는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1966~95년의 30년 동안 경제활동인구가 연평균 2.9%씩 증가했다. 총인구증가는 전후의 출산율 하락으로 연평균 1.5% 증가에 그쳤으나 국민의 평균수명이 늘어남으로써 생산활동가능인구[51]는 연평균 2.6%씩 증가했다. 더욱이 경제활동참가율도 57.0%에서 61.9%까지 높아짐으로써 경제활동인구는 연평균 2.9%씩 증가했다. 반면 실업률은 1965년 7.3%에서 1995년에는 거의 완전고용수준인 2.0%까지 낮아짐으로써 노동력의 효율향상에 크게 기여했다.[52] 요컨대, 한국에서는 출산율의 하락, 평균수명의 연장, 경제활동참가율의 증가, 실업률 감소 등으로 인해 경제활동인구가 연평균 2.9%씩 증가한 것이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요인은 의도적인 국가전략의 결과물이다. 한국은 출산율 하락을 위해 대대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으며, 의료수준 향상을 통해 평균수명을 늘렸다. 여러 차례에 걸친 경제개발계획을 통해 불완전 고용상태에 있던 많은 농업인구를 제조부문으로 이동시켰으며 안정적인 거시경제정책과 산업부흥책을 펼침으로써 실업률은 거의 완전고용상태까지 내려갔던 것이다.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

세계은행에 따르면 동아시아 네 마리 호랑이의 수출은 1965년에 세계전체 점유율이 1.5% 수준이었으나 25년이 지난 1990년에는 6.7%로 급증했다.[53] 특히 제조부분의 수출은 점유율이 1.5%에서 7.9%까지 올라갔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총 교역량은 1970년에 GDP 대비 0.32배에서 1988년에는 0.66배로 두 배 넘게 성장함으로써 같은 기간에 일본이 0.19배에서 0.11배로 감소한 것이나 중남미가 0.20배에서 0.23배로 답보한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이처럼 한국이 수출 증가에 주력했던 이유는, 국내 저축만으로는 투자재원을 충당할 수 없었으므로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여 와야 했기 때문이다.[54] 한국에서는 노동력의 높은 교육 수준에 비해 자본의 축적량이 상대적으로 작았으므로 잠재적인 자본수익률이 상당히 높았으며 정부는 투자행위에 대해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투자결정을 조절함으로써 높은 자본수익률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 그로 인해 투자 붐이 조성되고 많은 자본재가 필요했으며 1960년대 당시 한국은 자본재를 외국에서 수입해 와야 할 형편이었지만 재원이 부족했다. 당시 해외차입도 여의치 않았으므로 자본재 수입에 필요한 외화를 얻기 위해서는 부득이 수출을 늘려야만 했고 그 결과 수출 붐이 형성되었다. 요컨대 한국에서는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이 상품의 수요를 늘리는데도 역할이 컸지만, 투자재원을 확보하는데도 많은 기여를 한 것이다.

수출이 급증할 수 있었던 동인은 한국정부가 펼친 수출주도형 정책이다. 1950년대에 한국정부가 전개한 수입대체형 정책은 1950년대 후반에 들어서 기본적인 수입대체가 이루어지면서 한계에 봉착했다. 게다가 외화의 주요 공급원이었던 미국의 원조까지 줄어들게 되자 한국은 수출주도형 정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고정환율 제도와 원화의 평가절하, 수출품에 대한 면세조치, 부분적인 수입자유화 같은 정책을 펼쳤다. 여기에 거시경제적 안정, 사회기반 시설과 인적자본에 대한 공공투자 확대와 같은 정책이 더해지면서 1960년대 중반부터 수출이 뚜렷이 증가세를 보였다. 이를 통해 한국은 비교우위부분에 특화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소득과 투자, 저축, 생산성이 모두 증가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55]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경제가 과거 수십 년에 걸쳐 높은 저축률을 유지하고 외자유치를 통해 자본을 대규모로 확보하여 생산활동에 투입한다든지, 경제활동인구를 늘림으로써 많은 노동력을 생산현장에 동원한다든지,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을 펼침으로써 생산품을 해외시장에서 소화시킬 수 있었던 역량 등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높이 평가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3) 허구성 #3: TFPG 계산과정은 수많은 논점을 야기한다.

축적론자는 TFPG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합리성과 논리성을 결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볼 논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TFPG의 절대수준에 대한 논쟁이다. 축적론자가 즐겨 사용하는 Solow 모형이라는 동일한 방법론으로도 여러 가지 TFPG가 계산된다.

둘째, TFPG를 표시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몇몇 축적론자는 TFPG를 소득증가율에 대한 기여도로 표시함으로써 독자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셋째, 자본증가율 계산에 관련된 문제다. 자본증가율을 계산하는 방법에서 정답이 없다.

넷째, 노동증가율 계산에 관련된 문제다. 축적론자는 여러 가지 통계 중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노동증가율이 나오는 통계를 즐겨 사용한다.

다섯째, 자본과 노동의 소득분배율 계산에 관련된 문제다. Solow 모형으로는 소득분배율을 구할 수 없다.

여섯째, 자본과 노동의 대체탄력성에 대해 논쟁이 일고 있다. Solow 모형으로 기술진보 기여분을 식별할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일곱째, Solow 모형의 대안으로 여러 새로운 모형이 제시된다.

이와 같은 일곱 가지의 논점을 검토한 후에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Solow 모형을 사용해서 TFPG를 계산할 수는 있지만 각 변수를 구하는 방법론에서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므로 연구자의 주관에 따라 TFPG가 천차만별로 나올 여지가 있어 그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동일한 방법론으로 다양한 TFPG가 산출된다

TFPG 계산에 관한 많은 연구의 결과는 대개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Young이나 Krugman이 글을 쓴 1994년 이전에 나온 연구로서 주로 개발경제학자의 연구결과이고, 다음은 화제의 글이 나온 이후 Young과 Krugman을 지지하는 축적론자, 마지막으로 축적론에 반대하는 융화론자의 연구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1994년 이전에 나온 개발경제학자의 연구결과에서는 한국의 TFPG를 상당히 높게 나오며 기술진보가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는 결론을 얻는다.[56] Christensen and Cumings(1981)는 한국의 TFPG를 4.1%로 계산했으며, Kim and Park(1985)은 1.47~4.03%, Dollar and Sokoloff(1990)는 무려 6.1%로 계산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TFPG에 관한 논쟁에 단초를 제공한 세계은행(World Bank 1993)은 한국의 TFPG를 3.1%로 계산함으로써 개발경제학자를 지지했다.

여기에 반발하고 나선 Young(1994)은 한국의 TFPG를 1.6%로 계산했다. 그를 지지하는 축적론자 역시 대개 1% 대의 계산결과를 냈는데, Bosworth 등(1995), Bosworth and Collins(1996)는 1.5~1.9%, McKinsey(1998)는 1.6%, Timmer and van Ark(2000)는 0.51~0.83% 수준이다. TFPG가 이처럼 낮다는 것은 한국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기술진보가 기여한 바가 낮다는 의미다.

반면에 융화론자는 한국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진보가 있는 것으로 TFPG를 계산한다. Sarel(1995)이 3.1%, Hsieh(1996, 1997)가 1.65~2.32%, Dowling and Summers(1997)는 1.9~3.5%, Hulten(and Srinivasan 1999)은 3.8%로 계산한다.

이처럼 연구결과가 천차만별의 양태를 보이는 것은 아래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겠지만 TFPG를 구하는 방법론이 연구자 별로 상이하기 때문이다.

축적론자의 TFPG 표시방법은 착시현상의 여지를 남긴다

TFPG는 상대적인 숫자보다는 절대적인 숫자가 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57] 그런데도 일부 축적론자는 TFPG를 절대수치로 표시하는 대신에 전체 경제성장률 대비 기여도로 표시함으로써 독자가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그 예가 Krugman(1994), Young(1994), McKinsey(1998) 등이다.

예컨대 McKinsey(1998)에서는 1970~95년에 한국의 1인당 GDP 증가율 7.1% 중에서 노동자당 자본 투입의 기여도가 58%(100% 기준), 노동자당 노동 투입의 기여도가 19%, 합해서 TFIG의 기여도가 77%이며 나머지 TFPG의 기여도는 23%에 불과한 것으로 표현한다. 반면 미국의 TFPG 기여도는 27%이고 일본은 35%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인다는 계산결과를 내놓았다. 이렇게 보면 마치 한국의 TFPG가 상당히 낮은 것 같이 보이지만 실은 정반대다. 한국의 TFPG는 1.6%로 미국의 0.4%나, 일본의 0.9%를 크게 상회한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매우 높으므로 TFPG를 상대적인 비율로 표시하면 당연히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본의든 아니든 상관없이 일부 축적론자의 TFPG를 상대적인 숫자로 표시함으로써 독자가 마치 동아시아의 TFPG가 매우 낮은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기고 있다.

자본증가율을 계산하는 방법에서 정답이 없다

자본증가율에 대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논쟁이 벌어진다. 자본증가율이 논점으로 부각하는 이유는, TFPG 계산에서 자본증가율이 높아지면 TFPG는 상대적으로 과소 계산되며, 특히 동아시아처럼 자본축적량이 급속히 증가한 경우에는 자본증가율이 TFPG 계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본증가율을 구하기 위해서 우선 연간 자본 스톡(stock)을 추정 계산한다. 자본 스톡을 추계하는 방법론으로 직접조사방법인 국부조사에 의한 추계법과 간접추계방법인 물량가격법, 영구재고법, 기준년접속법 등이 있다. 그런데 직접조사방법인 국부조사방법은 비용이나 시간상의 문제로 한국에서는 1967년 이후 10년마다 조사했고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조사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경우 국부조사자료와 국민계정의 자본 플로우(투자) 자료를 이용하여 각 년도의 자본 스톡을 추계하는데 이 역시 기준년도, 폐기율, 감가상각률 등에서 차이가 있어 연구자마다 상이한 계산결과를 내놓는다.

특히, 국가간의 비교에 있어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각 나라가 사용하는 감가상각률이다. 국가 간 비교를 위해 만들어진 세계은행통계나 PWT[58] 통계 역시 이차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구한 통계이므로 신뢰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소위 ‘측정 문제(measurement problem)’를 안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경제개발 당시에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고속상각(高速償却)을 허용함으로써 자본 스톡의 증가율이 왜곡되기도 한다.

많은 연구에서 자본증가율이 큰 차이가 나고 수치가 들쭉날쭉한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이는 Solow 모형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Sarel(1995) 역시 이런 점에서 축적론자가 구한 TFPG의 신뢰성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Young(1994)이 플로우 방식으로 구한 자본증가율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경우는 1960년 이전에 제대로 된 회계자료가 없기 때문에 당시의 자본축적량을 정확히 구할 수 없고 이를 추정하기 위해 Young 등의 축적론자가 여러 가지 애매모호한 가정을 했으므로 그들이 구한 TFPG 계산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출발시점의 자본축적량이 달라지면 그 증가율이 당연히 바뀌게 되므로 이는 한국의 TFPG를 계산하는데 있어 중요한 문제다.[59]

예를 들면, 한국의 경우에 Timmer and van Ark(2000)가 국민계정의 자본 플로우(투자)를 이용하여 영구재고법으로 구한 자본증가율은 서울대학의 표학길(Pyo 1998)이 국부자료를 이용한 양기간접속법으로 구한 자본증가율과 큰 차이를 보인다. 1963~73년에 한국의 비주거용 자산에 대해 Timmer and van Ark는 12.5% 증가한 것으로 계산했지만 표학길에 따르면 10.4% 증가로 나온다. 1973~85년에도 각각 13.2%와 14.0%로 차이를 보이며, 이는 TFPG 계산결과에 0.33~0.84%라는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Young(1994)의 연구에서는 118개국의 자본증가율을 구하면서 유독 한국과 대만이 농업부문의 자본증가율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TFPG 계산과정에서 농업부문을 제외함으로써 TFPG를 낮게 계산하는 오류를 범한다.[60]

축적론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노동증가율을 사용한다

노동증가율의 대상이 되는 노동력의 분류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넓은 범위부터 보면 총인구, 생산활동가능인구, 경제활동인구, 취업자, 노동시간의 순서다.[61] 한국의 경우를 보면 총인구는 사망률이 점차 낮아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1961~65년에 2.8%의 증가세를 보이다가 1986~90년에는 1.0%까지 둔화되었다. 1961~90년의 30년 동안 총인구가 연평균 1.8%씩 증가한 데 비해 생산활동가능인구는 3.2%씩 증가했으며 경제활동인구는 더 높은 3.6%씩 증가했다. 실업률도 점진적으로 하락하면서 취업자 증가율은 3.7%에 달했다. 그러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0.4%씩 감소하면서 전체 노동시간은 3.2%의 증가에 그쳤다.

따라서 노동증가율을 구하는데 있어서, 증가율이 낮은 총인구 대신에 증가율이 높은 취업자나 경제활동인구를 기준으로 삼으면 TFPG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다.[62] 축적론자는 우연히도 그 방식을 택하고 있다. Young(1994)은 취업자를 사용했고 Bosworth and Collins(1996)는 경제활동인구를 사용한 결과 1% 대의 낮은 TFPG를 계산해 냈다. 이에 대해 와튼스쿨의 Pack and Page(1994b)는 자영업이나 비공식적인 산업이 일상화되어 동아시아에서 정확한 노동참가율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러한 연유로 다른 선행연구에서는 총인구증가율로 만족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Solow 모형으로는 소득분배율을 구할 수 없다

Solow 모형에서 사용하는 소득분배율이란 TFIG를 구하면서 자본증가율과 노동증가율을 가중평균할 때 사용하는 가중치를 말한다. 자본이나 노동의 증가율이 큰 차이가 없을 때는 가중치(소득분배율)의 민감도가 낮지만[63] 한국처럼 자본증가율과 노동증가율의 차이가 클 경우에는 가중치에 따라 전체 가중평균치(TFIG)는 큰 차이를 보이며, TFPG 계산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64]

축적론자는 소득분배율을 구하는데 있어 약식 방법, 국민계정을 이용하는 방법, 회귀분석을 이용하는 방법 등 세 가지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들 방법론 모두 상당한 한계점을 안고 있어 그를 통해 계산된 TFPG 역시 신뢰성을 잃고 있다.

첫째, 대개 과거 경험에 비추어 약식으로 자본분배율을 1/3로 간주하는 방식은 계산상 간편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합리성을 찾을 수 없으므로 학교에서 TFPG 계산을 연습할 때를 제외하고 본격적인 연구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1998년초 한국사회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맥킨지 보고서(McKinsey 1998)에서는 자본분배율을 1/3로, 노동분배율을 2/3로 사용했다.

둘째, 국민계정 등 여러 가지 통계자료를 실제로 활용하여 소득분배율을 구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 결함을 안고 있다.[65] 선진국처럼 국민계정에 관련된 통계가 제대로 정비된 나라에서는 통용될 수 있으나 동아시아처럼 그렇지 못한 나라에 대해서 국민계정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대개 국민계정 통계에는 근로자(피고용자)의 임금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고용자나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데 개발도상국의 경우는 이러한 형태의 근로비중이 상당히 높다. 태국의 경우를 보면 1988년 전체 취업자 3천만 명중에서 임금근로자는 겨우 8백만 명에 불과하며 고용자와 자영업자가 9백만 명, 무급가족종사자가 1천3백만 명에 달한다.[66] 만일 유형별로 근로자의 분포내용을 알 수 있다면 그들의 임금을 유추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계정에는 관련 자료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다. 더욱이 근로자의 유형별 분포는 산업별로 천자만별이다. 예컨대 무급가족종사자는 대개 농업부문에 집중되어 있으며 다른 부문에 비해 낮은 보상을 받는다. 필리핀이나 싱가포르의 경우에 특히 이러한 분배의 불균형이 심하므로 국가 간 비교에서 국민계정 방식을 사용하면 큰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정부의 조세정책이나 사회보장정책이 국민계정 통계를 왜곡하기도 한다.[67] 가령 정부가 사회보장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근로자에게 과도한 사회보장급여를 부담시킨다면 농업부문은 대부분 비급여 가족근로자로 채워질 것이다. 또한 정부가 개인소득자에게 높은 소득세를 매긴다면 새롭게 중소기업이 많이 등장할 것이고 기업주의 가족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여 많은 임금을 지급하게 된다. 이러한 왜곡현상은 노동력에 관련된 통계치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셋째, 회귀분석 방식에서는 소득증가율을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증가율과 상수(TFPG)에 회귀시킴으로써 생산요소의 소득분배율을 추정한다. 그러나 이 방식에서는 요소투입의 증가율이 외생적으로 결정되는 반면에 소득증가율은 내생적으로 결정된다고 가정하지만 여러 성장이론이나 실증연구결과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68] 가령 어떤 나라의 TFPG가 높아져 소득이 급증하면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 질 것이고 자본증가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회귀분석 방식에 따르게 되면 자본의 소득분배율이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노동의 경우에도 기술진보가 빨라서 TFPG가 높아진다면 노동자당 소득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많은 부부가 아이를 적게 갖기를 원함으로써 출산율이 낮아지는 반면에 아이를 제대로 부양하고 교육시키는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려 할 것이며 그 결과 노동참가율이 증가할 수 있다. 이처럼 노동력 역시 높은 TFPG의 영향을 받아 노동의 소득분배율이 왜곡될 수 있는 것이다.

Solow 모형으로 기술진보 기여분을 식별할 수 없다

자본과 노동의 대체탄력성에 대한 논쟁은 그 내용이 다소 난해하지만 동아시아 TFPG 계산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Young(1994)이 사용한 Solow 모형에서는 자본과 노동 간에 완전한 대체가 이루어진다고 가정한다. 즉, 자본과 노동의 대체탄력성이 1이다. 그 의미는 자본가격 대비 노동가격의 비율이 만일 10% 증가한다면 자본 투입량 대비 노동 투입량의 비율이 10% 감소한다는 뜻이다. Solow 모형에서 대체탄력성이 중요한 이유는, 대체탄력성이 1이면 자본분배율이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만일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을 경우에는 자본분배율이 감소하면서 TFPG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69]

대체탄력성이 1이라는 축적론자의 가정에 대해 융화론자는 강하게 반론을 제기한다.[70] 동아시아처럼 노동자당 자본축적량이 급속히 증가하고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만일 노동생산성이 향상된다면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아질 수 있고 그 결과 Young(1994)이 계산한 동아시아의 TFPG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자본분배율이 일정수준으로 유지된 이유에 대해서도 축적론자는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체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융화론자는 자본의 한계생산성은 체감했지만 그만큼 경제내부에서 기술진보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계생산성의 체감을 막을 수 있었다고 본다. 여기서 논쟁의 핵심은 Solow 모형을 가지고는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 판단할 수 없다는 소위 ‘식별 문제(identification problem)’가 생긴다는 점이다.

Rodrik(1997)은 구체적인 예를 든다. 만일 초기의 TFPG가 1.03%이고 자본배분율이 0.35일 경우에 만일 대체탄력성이 1이라면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TFPG는 1.03%로 유지되지만, 만일 대체탄력성이 0.5이라면 초기의 자본분배율 0.35는 시간이 지나면서 10년 후에는 0.21로, 30년 후에는 0.06으로 감소한다. 그 결과 TFPG는 상대적으로 높아져 초기 1.03%가 10년 후에는 1.93%로, 30년 후에는 2.89%로 높아진다. 대체탄력성이 0.3이라면 각각 2.68%, 3.17%, 3.27%로 급증한다. 이처럼 동아시아의 TFPG 계산결과가 과소 계산되었다는 것이 Rodrik의 주장이다.

Nelson and Pack(1997)도 Rodrik(1997)과 맥을 같이 한다. Solow 모형은 투입요소나 GDP의 변화 폭이 작을 경우에만 제대로 작동하는 분석모형인데도 불구하고 Young(1994)이나 Krugman(1994)은 동아시아처럼 투입요소나 GDP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경우를 대상으로 Solow 모형을 적용했기 때문에 분석결과가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Hsieh(1996)는 이러한 내용을 경로 의존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TFPG를 구하는 경로에 따라 TFPG가 바뀌면 ‘경로 의존적’이고, 계산경로에 상관없이 TFPG가 일정하다면 ‘경로 비의존적’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TFPG는 계산순서에 따라 계산결과가 변하므로 경로 의존적이라는 것이다. 즉 축적론자의 주장처럼 자본축적량이 늘어도 한계생산성이 체감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구한 TFPG와, 한계생산성은 체감하지만 기술진보로 인해 한계생산성이 향상됨으로써 새로운 생산함수가 만들어진다는 가정 아래서 구한 TFPG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Hsieh는 후자를 지지한다. Young이 계산한 한국의 TFPG가 1.6%인데 비해, Hsieh가 추정한 TFPG는 3.25%까지 급증한다.[71]

이상의 논쟁에서 보듯 축적론자와 융화론자의 주장이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Solow 모형으로서는 그 진위를 밝힐 수 없다는 소위 식별 문제가 생기므로 이를 바탕으로 구축된 동아시아 성장한계론 역시 설 땅을 잃게 된다.

Solow 모형으로 TFPG를 구할 경우 연구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이상에서 TFPG의 계산과 관련된 여러 가지 논쟁을 살펴보았다. 요컨대 각 변수를 구하는 방법론이 다양하며 그 기초가 되는 통계자료 역시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 연구자마다 계산한 TFPG도 제 각각이다.

Young(1994)과 Sarel(1997)의 TFPG 계산과정을 비교해 보면 각 변수마다 오차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양자의 연구 중 대상기간이나 대상국가가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없지만 비교적 유사한 경우가 싱가포르에 대해 Young이 계산한 1980~90년과 Sarel이 계산한 1978~96년이다. 노동자당 GDP 증가율은 Young이 3.2%, Sarel이 5.1%로 양자간에 1.9%의 차이가 나며, 노동자당 자본증가율도 각각 4.8%, 6.5%로 1.7% 차이가 난다. 자본분배율도 각각 0.532, 0.340으로 0.183이 차이 난다. 이 모든 차이가 합해진 결과는, TFPG가 0.7%와 2.9%로 무려 2.2%나 차이가 난다. TFPG가 0.7%면 기술진보가 GDP 성장에 거의 기여하지 못한 것이므로 싱가포르는 요소투입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했다는 것이고, TFPG가 2.9%라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싱가포르 경제발전은 거의 대부분 기술진보에 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Solow 모형을 통해 얻은 TFPG의 계산결과에는 연구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따라서 Krugman이 Solow 모형을 근거로 전개한 동아시아 성장한계론 역시 신뢰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Solow 모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모형

이와 같은 Solow 모형의 오류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프린스톤대학의 Hsieh(1997)는 ‘쌍대적 TFPG’(dual TFPG)라는 새로운 모형을 제시한다. 그의 발상은, 국민소득이란 Solow 모형에서처럼 생산 측면에서 분석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국민소득이 자본비용이나 노동비용으로 지급된다는 소위 소득의 쌍대성을 이용하여 비용 측면에서 소득을 분석한 것이다. 방식은 의외로 간단한데, 소득은 이자나 배당 같은 자본비용이나 임금 같은 노동비용으로 지출되므로 자본비용의 증가율과 노동비용의 증가율을 가중평균하면 간단하게 TFPG를 계산할 수 있다. 그 결과로 나온 TFPG를 보면 한국의 경우는 Young(1994)의 계산결과(1.6%)와 Hsieh의 추정결과(1.65~2.32%)가 비슷하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경우에 Young은 마이너스(-0.30~-0.69%)로 계산한데 비해 Hsieh의 추정결과는 1.36~2.70%로 나오는 등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한편 Solow 모형의 기본개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Hulten and Srinivasan(1999)은, 소위 ‘해로드-중립 TFPG’라는 새로운 방식을 내놓는다. 그들의 주장은 “영감(inspiration)이 더 많은 땀(perspiration)을 유도한다”는 것이다.[72] 축적론자는 영감과 땀의 원천을 이분법으로 명확히 구분하지만, Hulten and Srinivasan(1999)은 양자가 두부 자르듯이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며 영감으로 인해 더 많은 땀이 유도된다고 주장한다. 기술진보를 통해 자본 생산성이 올라가면 그로 인해 더 많은 자본 투입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Krugman이나 Young은 아시아의 기적이 주로 요소투입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한계생산성이 체감하면 과거와 같이 높은 경제성장세가 유지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Hulten의 관점에서 그러한 주장은 표면적인 관찰결과일 뿐이며 속을 들여다보면 자본축적이 단순하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진보와 자본 생산성 향상에 의해 유도되는 것이며 그 결과 Krugman이나 Young이 주장하는 ‘성장의 지속성 문제’도 저절로 해결되므로, 동아시아에서 경제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라고 설명한다.[73] 이러한 Hulten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966~90년의 25년간 한국 경제전체의 TFPG가 3.8%로서 Young(1994)이 계산한 1.6%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Solow 모형은 많은 부분에서 여러 가지 논쟁이 진행 중이며, 연구자가 선택하는 방법론에 따라서 TFPG의 계산결과가 큰 영향을 받을 여지를 남긴다. 따라서 그 결과로 나오는 TFPG도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4) 허구성 #4: 한국의 경제성장 잠재력은 아직도 건재하다

Young이나 Krugman과 같은 축적론자는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고갈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에는 예전만 못하지만 아직도 성장잠재력이 충분히 남아 있으며 재도약의 기회가 열려 있다. 이는 ‘조건부 미래’다.

미국의 경험이 한국에도 재현될 것인가

19세기에 미국은 높은 투자율 증가와 자본축적을 바탕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대규모 자본투자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미국의 경제성장도 조만간 둔화될 것으로 예견되었다. 힉스(Hicks) 같은 석학은 이를 ‘거대한 트래버스(grand traverse)’라고 불렀다.[74] 그러나 그 예견은 잘못된 것으로 판명 났고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국경제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투자증가와 자본축적 속도는 둔화되었지만 거대한 트래버스는 소위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과 강도 높은 연구개발’로 메워질 수 있었다.[75]

이러한 상황이 현재 한국에서 재현되고 있다. 20세기 후반에 한국은 소위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했다. 이에 대해 Krugman을 필두로 여러 축적론자가, 한국의 고도성장은 생산요소의 대규모 축적에 의한 것이며 이제는 더 이상 대규모 투자가 지속될 수 없으므로 한국의 경제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예견을 했다. 그리고 한국이 1997년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그와 같은 예견이 들어맞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외환위기 과정에서 급격한 경제성장률 하락을 맛보았고 더 이상 미국의 경험이 한국에서는 재현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경제성장세가 여기서 꺾일 것인가, 아니면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미국처럼 새로운 요인에 의해 다시 높은 경제성장세가 회복될 것인가 하는 점은 우리에게 중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동아시아는 소련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

Krugman(1994)은 동아시아의 TFPG가 낮으며, 특히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TFPG가 제로 이하이므로 동아시아는 과거 소련의 사례처럼 쇠잔(衰殘)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Krugman의 주장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이 가해진다.

첫째, 싱가포르는 동아시아의 대표국가가 아니다.[76] 나머지 세 나라의 TFPG가 한국 1.6%, 대만 1.9%, 홍콩 2.3%로 모두 미국의 1.4%를 초과하는데도 Krugman은 유독 -0.3% 수준을 보인 싱가포르를 대표 사례로 삼았다.

둘째,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를 배분하면서 소련은 정부 주도의 중앙계획경제 방식을 사용했지만, 동아시아는 시장경제방식으로 자원을 분배함으로써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렸다.

셋째, 소련은 수입대체형으로 성장한 반면 동아시아는 수출주도형으로 성장했다.[77] 수출위주형 제품은 다른 개발도상국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므로 경쟁국이나 선진국으로부터 지식과 기술을 학습함으로써 총요소생산성을 급속히 향상시킨다. 동아시아는 초기에 낮은 임금에 의존했지만 곧바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소련은 전형적인 수입대체형이라는 단견적인 정책을 펼쳤으며,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코메콘 내에서 경쟁함으로써 경쟁력을 배양하지 못함으로써 전후에 여러 제3세계 국가의 추격을 받아 경쟁력을 상실했다.

넷째, 소련은 대외적으로 폐쇄적인 경제정책을 폈지만 동아시아 경제는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정책을 구사했다.

다섯째, 소련은 외연적 성장을 한 반면, 동아시아는 내연적 성장을 했다.[78] 다시 말해, 소련 경제는 수십 년간의 외연적인 성장을 했으므로 필연적으로 한계생산성이 체감할 수밖에 없었지만,[79] 동아시아는 혁신과 학습을 통한 내연적인 성장의 기여도가 높다.[80] 동아시아는 최신기술의 적용, 창업가적인 돌파력, 정부가 지원하는 국제적인 마케팅 등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여섯째, 싱가포르에 한정된 반론이지만,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이며 이를 바탕으로 상당히 높은 총요소생산성 향상을 이루었다. 하지만 소련에는 매우 부패한 관료계층이 있었다.[81]

이처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가 과거 소련 경제에 비유될 수 없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선진국 대비 자본축적량이나 소득 수준에서 큰 격차

Krugman은 동아시아에서 이미 자본이나 노동의 축적이 한계에 달했으므로 Solow 모형의 핵심적인 가정인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하면서 조만간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여기서 논점은 과연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할 지의 여부다. 최소한 한국의 경우에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며 아직 성장잠재력이 충분하다.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남아 있다는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아직도 자본축적량이나 소득 수준에서 선진국과 격차가 크므로 한계생산성이 체감되기에는 시기상조다. 둘째, 설사 한계생산성이 체감되는 조짐이 보이더라도 한국의 TFPG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지식축적과 기술진보에 의해 새롭게 경제성장이 견인될 수 있다.

먼저 선진국 대비 자본축적량과 소득 수준을 보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는 노동자당 자본축적량이나 1인당 국민소득의 절대수준에서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이다.

Radelet and Sachs(1997)도 Krugman(1994)의 주장처럼 기술진보에 의하지 않고 자본량의 축적을 통해 이루어진 경제는 자본축적도가 심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이 체감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맥을 같이 하지만 동아시아의 소득 수준이 아직은 절대적으로 낮으므로 경제성장률이 체감할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

아인트호펜 기술대학의 Timmer and van Ark(2000) 역시 동아시아는 아직도 TFPG에서 선진국과 격차가 크므로 향후 그만큼 발전가능성도 높다고 주장한다. 1996년 기준으로 자본축적심화도(노동시간당 자본량)는 한국은 20.06 달러로 미국의 69.94 달러에 크게 미달하고 있으며,[82] 노동생산성(노동시간당 부가가치)은 한국이 10.34 달러, 미국이 30.64 달러 수준으로 아직 한국의 잠재여력이 충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맥킨지 보고서(McKinsey 1998)에 의하면 1995년 기준으로 한국의 총요소생산성(TFP)의 절대수준은 미국에 비해 5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맥킨지는 한국의 총요소생산성의 절대수준이 아직 상당히 낮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는 한국에서 총요소생산성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으며 한계생산성도 아직은 체감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 외에 Bosworth and Collins(1996), 사토 미츠오(1997a), Roubini(1998) 등도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편다.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에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IMF조차도 1998년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절반 수준이고 1인당 노동시간은 더 많으므로 추격의 기회가 여전히 풍부하게 남아 있으므로 높은 TFPG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TFPG는 증가추세

한국에 대한 여러 가지 TFPG 연구에서는 연구자 별로 연구대상기간이 천차만별이므로 그 결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대개 두 가지 모습을 보인다. TFPG가 증가세를 보이거나 U자 형태이지만 공통적으로 최근 들어 가장 높은 TFPG 수준을 보인다.

Young(1994)의 연구에서는 1966~90년의 TFPG가 1.6%인데 최근인 1986~90년의 TFPG는 2.6%다. Bosworth and Collins(1996)의 연구에서도 1960~94년의 TFPG가 1.5%인데 비해 최근인 1985~94년의 TFPG는 2.1% 수준이다. 그리고 양자 모두 U자 모습이다.[83]

IMF조차 “1980년대 이후 동아시아의 TFPG가 높아지고 있다”고 동의한다. 1998년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Bosworth의 연구를 인용하여 “한국의 경우 1973~84년에 다소 주춤하면서 U자형을 보이고는 있으나 증가세를 보인다”고 쓰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Krugman이 주장한 것처럼 한국이 소련의 전철을 밟지 않고 재도약할 수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한국의 성장은 조건부 미래

하지만 한국에서 성장잠재력이 실제로 경제성장으로 연결될 것이야 하는 문제는 무조건적인 미래가 아니라, 전제조건이 따르는 ‘조건부’ 미래다.

런던경제대학의 Crafts(1998b)는 동아시아의 선진 추격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Lee, Radelet and Sachs(1997)도 네 마리 호랑이의 성장잠재력이 아직 남아있지만, 여러 가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한다. 노령화, 도시화의 진전과 정치적 참여 증대, 세계경제의 통합에 따르는 압력 등에서 나오는 공공부문 예산에 대한 압박, 법률제도를 지속적으로 개혁해야 할 필요성, 정치체제의 유연성과 적절성 확보 등의 문제가 생길 것이며,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야만 동아시아의 미래는 보장된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대학의 Sharma(1998)도 마찬가지다. 세계화된 시장의 출현은 보다 깊은 의미에서의 시장통합, 엄격한 경제의 투명성, 그리고 효율적 관리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제는 법의 지배에 기초한 민주적이고 책임 있는 정부가 요구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제1부. 문제 제기: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실체

제1부에서는 이 글의 주인공인 Krugman이 주장한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실체를 파악하고 Krugman 주장으로 인해 다각도로 벌어진 논쟁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제1장. Krugman의 동아시아 성장한계론

본 장에서 살펴볼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은 Krugman이 1994년말 『Foreign Affairs』지에 실은 『동아시아 기적의 신화』라는 글에서 비롯된다. Krugman은 동아시아의 성장이 기적이 아니라, 노동이나 자본 같은 요소투입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며 기술진보를 통한 총요소생산성증가(TFPG)가 미미하므로 조만간 노동이나 자본 투입이 한계에 달하면 높은 경제성장세도 멈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의 논지는 축적론자인 Young(1994)이 Solow 모형을 사용하여 구한 TFPG 계산결과에 근거를 두고 있다. Krugman의 주장은 그 후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하다가 1997년에 동아시아가 외환위기에 빠지자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Krugman 자신은 동아시아의 외환위기를 예견한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성장이 둔화될 것을 예견을 했을 뿐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힌 사실은 아이러니컬하다.

1. 동아시아의 기적

동아시아 성장한계론과 관련된 논쟁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소위 ‘아시아 기적(Asia’s miracle)’이라는 용어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의 기적에 대한 기존의 통념

기존의 통념부터 보자. Vogel(1991)은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처럼 열심히 일한 나라는 없으며 그렇게 빨리 수공업에서 중공업으로, 가난에서 번영으로 변한 나라가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성장에 대한 연구는 이전에도 여러 개발경제학자로부터 나왔다.[84] 이들이 주장하는 동아시아 성장의 원천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높은 저축률과 물적-인적자본을 급속히 축적했다.

둘째, 수출주도형 경제를 통해 선진기술을 추격했다.

셋째, 물가 안정, 환율 안정, 안전한 투자환경 제공 등 건전한 거시경제정책을 폈고 자원을 적절히 배분했다.

그리고 그 바탕이 되는 사회적 역량은 다음과 같다.

첫째, 훌륭한 교육제도를 마련하고 노동력에 대해 제대로 교육훈련을 시켰다.

둘째,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균형 잡히게 부를 배분했다.

셋째, 초기소득 수준이 낮아 선진국을 추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넷째, 정부가 개입하여 자원을 동원하고 배분하는 개발지상주의형 정책을 폈다.

이와 맥을 같이 하는 세계은행의 보고서(World Bank 1993)도 동아시아가 고도성장을 한 것은 근본적으로 경제기초가 튼튼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건전한 개발정책과 적절한 정부개입 그리고 물적-인적 자본의 축적과 총요소생산성 향상 등이 결합된 것으로 분석했다.[85]

‘동아시아’라는 지역에 관련된 용어

동아시아 경제의 기적과 몰락에 대한 논쟁에서 대상국가 또는 지역을 표시하는데 여러 가지 용어가 혼용되고 있으며 각각 어감상 묘한 뉘앙스 차이가 있으므로 여러 학자가 사용하는 용어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먼저 Krugman은 1994년에 쓴 글의 제목이 『아시아 기적의 신화』이듯이 ‘아시아’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가 거론하는 국가는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중국, 일본 등 여섯 나라다. 그는 중국과 일본은 성장한계론이 적용되는 대상국가에서 제외했으므로 논쟁의 대상이 되는 국가는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이고 이들 국가를 ‘아시아’로 총칭한 것이다.

세계은행 보고서(World Bank 1993)에서는 ‘동아시아(East Asia)’라는 용어와 ‘HPAEs(고도성장을 구현하고 있는 아시아 경제; high-performing Asian economies)’라는 용어를 혼용한다. 보고서의 제목이 『동아시아 기적: 경제성장과 공공정책』이며, 특히 한국을 포함한 8개국(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을 HPAEs라 칭하고 경제기적의 주역으로 부각시킨다.

Lee, Radelet and Sachs(1997)는 세 가지로 나눈다. NIEs (newly industrializing economies) 4개국(홍콩, 한국, 싱가포르, 대만)을 ‘네 마리 호랑이’로 부르고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그리고 남아시아(방글라데시, 인도, 네팔, 파키스탄, 스리랑카)로 구분한다.

또한 Krugman(1998a)은 외환위기를 겪은 동남아시아 3개국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을 ‘MIT’라고 칭한다. 물론 나라 이름의 앞 글자를 딴 것이지만 당시 그가 MIT 교수로 있던 것을 감안하면 재미있는 비유다.

이 글에서는 홍콩,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 4개국을 ‘동아시아’로 부르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을 ‘동남아시아’ 또는 ‘동남아’로 부른다. 그리고 1997년에 위기를 겪은 나라를 총칭해서 ‘동아시아’라 한다.

한국과 아세안 국가의 차이

위에서 언급된 여러 나라에 대해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데 있어 논란이 일부 있다. 대개 일본과 중국을 예외로 보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일본은 20세기에 후진국에서 출발해서 개발도상국을 거쳐 선진국으로 진입한 세계 유일 국가다. 중국은 이제 막 성장궤도에 오르기 시작했으므로 경제기적을 이룬 국가의 반열에는 들지 못하지만 나라의 크기와 인구가 가진 잠재력 때문에 향후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는 차원에서 대개 예외로 다룬다.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도 크게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NIEs와 아세안 국가이다. NIEs에는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포함되며 아세안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해당한다. NIEs 입장에서는 자국이 아세안과 동일한 취급 받는데 대해 불쾌감을 가질 수 있다. 안행형(雁行型) 발전단계라는 관점에서 보아도 경제발전의 출발은 일본이며 NIEs가 이를 뒤따랐고 최근 들어서야 아세안이 추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86] 특히 NIEs는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독자개발 제품을 여럿 보유하고 있지만 아세안은 대개 일본이나 NIEs의 하청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NIEs로서는 아세안과는 다르게 취급 받기를 원한다.

Krugman(1998a)도 한국과 동남아를 달리 취급한다. 동남아 국가는 상호 연관성이 크며 수출상품도 상호 경쟁적이라는 차원에서 유사한 점이 많지만, 한국은 그들과 직접적인 경제적 연관성도 적고 동남아처럼 노동집약적인 제품을 만드는 차원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되었기 때문에 동남아와 한국은 위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Krugman은 『아시아 기적의 신화』에서는 NIEs 4개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을 예외로 취급하고 있으므로, 보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NIEs 기적의 신화’ 라는 제목이 오히려 합당할지 모른다.

세계은행 보고서에서도 NIEs와 아세안을 합해서 HPAEs라는 새로운 명칭을 만들어 내고 한꺼번에 묶어서 연구를 했는데, 만일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면 또 다른 가치를 지닌 연구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2. 『아시아 기적의 신화: 경고성 우화』

Krugman은 1994년 11월『Foreign Affairs』지를 통해 『아시아 기적의 신화: 경고성 우화』라는 화제의 글을 발표함으로써 동아시아 성장의 원천에 대한 논쟁에 불을 댕긴다.

Krugman의 주장: 영감이 아닌 땀에 의한 성장

당시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개발도상국과 한 걸음 앞선 일본, 그리고 뒤따라오는 중국을 포함한 여러 동아시아 국가가 일구어낸 소위 ‘기적’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전세계 여러 경제학자가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때 Krugman은 자신의 표현대로 “아시아 붐에 대한 일반인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주장을 편다. 한마디로 동아시아의 기적은 허구로 가득 찬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동아시아의 과거성장은 요소투입에 의한 것이다.

Krugman이 이론적 기반을 둔 Solow 모형에서는 한 국가의 성장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하나는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가 ‘투입’됨으로써 경제내부에 자본이나 노동이 축적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진보에 의해 투입된 총요소의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이다. 전자를 ‘총요소투입증가(TFIG; total factor input growth)’라 하고 후자를 ‘총요소생산성증가(TFPG; total factor productivity growth)’라 부른다. TFIG는 노동력의 증가, 물적자본의 증가(기계, 건물, 도로 등)로 구성되며, TFPG는 지식창조나 기술진보 등으로 이루어진다.

Solow 모형을 동아시아에 적용한 기존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아시아 경제성장의 원천은 주로 TFIG에 의한 것이며 TFPG는 미미하다. 이에 대해 Krugman은, 삽으로 도랑을 파던 노동자에게 불도저를 제공한다면 일견 TFPG가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노동자에게 자본을 투입한 결과이므로 TFPG나 기술진보가 없었다고 본다.[87] 마찬가지로 동아시아의 경우는 인구증가로 인해 노동자의 절대수가 증가하거나 또는 과거에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던 노동자가 생산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노동력이 증가했으며 그리고 높은 저축률에 의해 축적된 자본이 생산활동에 투입됨으로써 경제성장이 이루어진 것이지 근본적으로 TFPG나 기술진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Krugman이 동아시아에 대해 직접 실증연구를 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다른 축적론자의 연구결과를 빌려와 일반대중이 알기 쉽게 재해석한 것이다. Krugman이 근거를 두고 있는 기존의 연구결과는 Young(1992, 1993b, 1994)의 『두 도시 이야기: 홍콩과 싱가포르의 요소축적과 기술 변화』, 『동아시아 NICs의 교훈: 반대자의 견해』, 『숫자의 전제(專制): 동아시아 성장경험에 관한 통계적 현실에 직면해서』그리고 Kim and Lau(1994, 1995)의 『동아시아 신흥공업국의 성장원인』과 『경제성장에서 동아시아 신흥산업국의 인적자본 역할』 등이다.

둘째, 동아시아를 1950년대의 소련에 비유한다.

1950년대에 소련이 인상적으로 성장했을 때도 동아시아와 마찬가지로 신비로운 현상으로 비추어졌다. 그러나 예일대학의 Powell(1968)의 연구결과처럼, 소련 역시 TFPG는 미미했고 요소투입에 의해 성장이 견인되었다는 점에서 전혀 신비롭지 않다는 것이다.[88] 특히 리콴유가 이끄는 싱가포르의 기적적인 성장을 스탈린이 이끈 소련에 견주어 ‘경제적인 쌍둥이’로 폄하함으로써 리콴유를 자극한다. 싱가포르의 성장이 경제기적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영감(inspiration)’에 의한 것이 아니라 ‘땀(perspiration)’에 의한 것이라고 비유한다.

셋째, 미래에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은 둔화된다.

동아시아의 성장은 주로 TFIG에 의한 것이며 미래에는 TFIG의 원천이 한계에 달할 것이므로 경제성장도 둔화된다는 의미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인구증가율이 낮아지고 농촌을 떠나 산업계로 투입되는 노동력도 감소하여 노동 투입량이 줄어들게 되는 동시에, 세계최고 수준의 저축률도 더 이상 높아질 수 없으므로 자본 투입도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넷째, 일본과 중국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판단을 내린다.

일본은 높은 TFIG와 함께 높은 TFPG를 통해 성장해왔고 기술적 측면도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미국의 TFPG가 점차 가속되고 있는 조짐을 감안하면 일본의 효율성 향상이 미국을 따라잡는 속도는 아주 느린 달팽이 걸음이 될 것이며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이 결코 미국을 앞서지 못할 것이라고 Krugman은 예견한다.

한편 중국의 경우는 현재 경제규모 면에서는 미국의 40% 수준이지만 미국경제가 매년 2.5%의 성장을 지속하고 중국이 연간 10%씩 성장한다면 2010년에 가서 중국의 경제규모는 미국보다 1/3 이상 초과할 것이며 만일 중국이 7% 수준에 그친다 해도 GDP가 미국의 82%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섯째, 동아시아와 관련하여 그 동안 학계에서 형성되어 세 가지 명제에 대해 비판한다.

첫 번째 명제는, 세계적으로 기술확산이 급속히 진전되고 있으므로 서방 선진국이 전통적으로 누렸던 이점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rugman은, 일부 특정산업에서 제한적으로 기술이 확산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Kim and Lau의 연구에 따르면 신흥공업국과 기존 강대국 간에는 기술통합이 없었으며 Young의 연구에서도 동아시아의 효율증가는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 명제는, 정치적인 격변만 없다면 동아시아의 성장이 앞으로 계속 서구를 앞서갈 것이며 세계경제의 무게중심이 동아시아로 이동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 Krugman은 동아시아의 성장에서 이미 한계생산성 체감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으므로 동아시아의 성장이 지속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세 번째 명제는, 국민의 자유를 축소하고 정부주도의 계획경제를 통해 달성된 동아시아의 성공사례는 서구 선진국의 전통적인 자유방임 방식의 경제정책이 잘못되었으며 동아시아 경제권의 정교한 산업정책과 선별적인 보호주의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일부 소수의견이다. 이에 대해서도 Krugman은 동아시아에서 이례적이고 감동적인 TFPG의 조짐이 보이지 않으므로 그러한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상과 같은 네 가지가 Krugman이 주장하는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반복되는 Krugman의 주장

Krugman이 문제를 제기한 후에 여러 학자가 다각도로 비판하지만 그는 초지일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1995년 8월 Krugman은 KIET가 주관한 『광복 5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KIET 이규억 원장과 가진 대담(Krugman 1995b)에서 그는, 동아시아를 소련의 경제적 운명과 비교한 것이 과하기는 했지만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는 소련의 예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동아시아가 이룬 경제성장은 노동력, 자본 등 기본적인 생산요소를 대량으로 투입한 반대급부일 뿐이며 기술적인 효율성이나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어 성취된 것은 아니므로 한국이 기술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좀더 분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성장둔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를 한다.

연이어 롯데호텔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Krugman(1995c)은 세 가지의 의미 있는 발언을 한다. 자신의 주장에 대해 제기된 여러 비판에 대해 반박을 가하고, TFPG의 핵심인 기술진보에 대해 언급한 후에 한국정부의 경제개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다.

첫째, 자신의 글에 대해 제기된 여러 가지 비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자유무역이 아시아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는 견해가 있지만, 홍콩을 제외하고는 자유무역을 통해 성장을 이뤘다고 보기 힘들다. 정부개입이 아시아의 특유한 고속성장과 발전을 가능케 했다는 주장도 특별한 근거가 없다. 또한 보호무역과 수출지향으로 성장이 가능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생산효율성이 증대됐다는 증거가 없다. 유교적 전통이 아시아 성장의 바탕이라는 견해 역시 한국, 태국, 일본, 중국이 문화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아시아 경제가 이처럼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성장해왔으나 그 바탕에는 TFIG라는 공통점이 있었으며, TFIG가 둔화되면 경제성장도 낮아질 것이다. 따라서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경제정책이 서방 선진국보다 우월하다는 견해나 다른 개발도상국이 동아시아의 사례로부터 성장발전전략에 대한 교훈을 얻으려는 시도는 위험한 일이다.”

이러한 Krugman의 주장은 소위 아시아적 가치(Asian value)란 존재하지 않으며 만약에 미국이 아시아적 가치라는 허상을 경외시하여 보호무역정책을 추진한다면 세계경제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그의 평소 주장과 일치한다.

둘째, TFPG의 핵심인 기술진보에서 한국의 앞날이 어둡다고 지적한다. “세계경제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지금, 한국의 진정한 문제는 더욱 고도화되는 첨단기술을 헤쳐 나갈 힘이 있느냐는 것과 더욱 창조적이고 진보적인 사업영역을 개척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과거처럼 한국이 ‘기술의 지평선’에서 멀리 떨어져있다면 추격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회가 있겠지만 지평선에 가까이 갈수록 예전의 특혜는 없어지고 홀로 남게 되는데 지금이 바로 그 위기순간이다. 이제 한국 스스로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앞날이 어둡다.”

셋째, 정부의 관료주의에 대해서도 비판하면서 민간주도형 경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국경제가 잘 해온 부분도 많지만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효율성을 높이는데 실패한 원인은 정부가 너무 많은 것을 결정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민간기업을 괴롭혔으며 산업분야에서 진입장벽을 침으로써 경제를 고도화하고 첨단화하는데 장해요소가 되었다. 한국은 좀더 진보적인 사업영역을 개척하고 스스로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관료주의가 이를 가로막고 있으므로 앞날이 밝지 못하다. 이러한 결정은 민간기업에게 맡기고 정부는 경쟁제한을 없애는데 주력해야 한다.”

두 번째 항목에서 강조하는 기술의 중요성과 세 번째 항목에서 주장하는 관료주의 타파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지만 첫 번째 항목에서처럼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많은 반론이 제기된 것이다.

그 이후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에 대한 논쟁이 한동안 잠잠하다가 1997년 8월에 태국의 바트화가 폭락하는 등 동남아에서 외환위기가 터지자 Krugman(1997d)은 『Fortune』지를 통해 『아시아 기적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라는 글을 발표한다. 이 글에서 그는 동아시아의 성장요인을 ‘열심히(harder) 일하는 땀 이론(perspiration theory)’으로 표현하는 한편 서구식 생산성 향상을 ‘멋있게(smarter) 일하는 영감이론(inspiration theory)’으로 비유하면서 그의 주장을 반복한다.

3. 축적론과 Solow 모형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Krugman 등의 축적론자가 근거를 두고 있는 신고전파 성장이론(축적론)과 Solow 모형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신고전파 성장이론: 축적론

신고전파 성장이론의 출발점은 Solow(1956)와 Swan(1956)이다. 그들은 미국의 경제성장 요인을 해명하기 위해 두 가지 측면에서 실증연구를 한다.[89] 하나는 경제성장과정에서 투입과 산출에 관련된 방대한 역사적 자료를 정비한 것이고[90] 다른 하나는 자본축적과 기술진보가 경제성장에 기여한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Solow가 1956년에 쓴 『기술변화와 총체적 생산함수』라는 논문은 축적론의 출발점이다. 여기서 그는 생산함수를 성장이론에 접목시키고 이를 통해 TFPG를 측정할 수 있는 모형을 제시한다.[91] Solow 모형은, 기존에 널리 사용되고 있던 Harrod-Domer 모형에서는 지속적인 저축률 증가가 안정적인 고도성장의 핵심요인으로 강조되는데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Harrod-Domer 모형에서는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가 서로 대체되지 않지만 Solow 모형에서는 자본이나 노동이 서로 대체될 수 있으며, 생산요소 투입이 증가하여 축적량이 늘어날수록 한계생산성은 체감한다.[92]

이러한 Solow 모형은 그 후 많은 이론연구와 실증연구를 촉발시켰다. 실증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TFPG가 TFIG보다 경제성장에 더 큰 기여를 했지만, 후진국 또는 개발도상국에서는 경제성장에 대한 TFPG의 기여도가 낮은 것으로 설명되었다.[93] 또한 Solow 모형은 R&D 활동의 순투자수익률을 측정하는데도 널리 사용되기도 했다.[94]

Solow 모형의 특성

Solow 모형에서는 TFPG를 두 가지 방법을 통해 구한다.[95]

첫 번째, 소득증가율에서 TFIG를 차감하여 TFPG를 구한다. TFIG는 자본증가율과 노동증가율을 가중평균하여 구하는데 이때 가중치는 자본분배율과 노동분배율을 쓴다.[96]

두 번째, 노동자당 자본증가율에 자본분배율을 곱한 수치를 노동자당 소득증가율에서 차감하여 TFPG를 구한다.[97]

이처럼 TFPG를 여러 가지 경제통계를 이용하여 직접적으로 추정하지 않고 소득증가율에서 TFIG를 뺀 나머지를 TFPG로 간주한다. 그래서 TFPG를 ‘Solow 잔차(Solow residual)’라 부른다.

이러한 Solow 모형이 가지고 있는 특성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자본이나 노동의 축적을 통해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Bosworth and Collins(1996)나 Nelson and Pack(1997)이 신고전파 성장이론을 소위 ‘축적론’으로 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 경제성장에서 자본이나 노동의 축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나머지는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TFPG로 간주한다. 따라서 같은 생산요소를 투입하더라도 해당국가의 TFPG가 다르면 경제성장률에서 차이가 난다.

셋째,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이 증가할수록 한계생산성은 체감한다. 즉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한다. 따라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기술진보(TFPG)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처럼 생산요소의 투입을 늘릴수록 한계생산성이 체감하며 그렇다고 생산요소의 투입량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는 일이므로 만일 기술진보가 없다면 소득증가율은 언젠가 멈추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많은 선진국이 백여 년 이상 지속적으로 경제성장 추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경제성장률이 체감하는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는 모순에 봉착하게 된다. 이미 1950~60년대에 신고전파 경제학자는 이러한 축적론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방법이 ‘외생적으로 기술진보가 일어난다’고 가정한다. 이것이 바로 ‘Solow 잔차’라고 부르는 총요소생산성증가(TFPG)다. 총요소투입의 한계생산성이 체감한다면 당연히 경제성장률이 낮아야 할 선진국이 후진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인다 하더라도 이는 선진국의 TFPG가 후진국보다 크다고 설명하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는 것이다.

넷째, 축적론은 현실경제에서 완전경쟁시장이 작동한다고 가정한다. Solow 모형은 Cobb-Douglas 생산함수를 성장이론에 접목시킨 것인데 Cobb-Douglas 생산함수 자체가 완전경쟁시장 아래 성립되는 모형이므로 Solow 모형 역시 완전경쟁시장이 작동한다는 가정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Solow 모형은 주장하는 바가 단순명쾌하여 설명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여러 후학으로부터 지지를 받았으며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도 그 논리가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뒤에서 상세히 설명되지만 네 가지 특성 모두 상당한 한계점을 안고 있으며 특히 융화론(내생적 성장이론)을 지지하는 학자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다.

4. Krugman 주장의 실증적 근거: Young의 『숫자의 전제』

Krugman(1994)이 주장하는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은 Young(1992, 1993b, 1994)의 실증연구를 차용한 것이다. Young은 동아시아의 기적적인 경제성장에서 TFIG의 기여분을 제외하면 TFPG는 매우 낮게 나온다는 주장을 편다. 그 중에서 대표적 글인 『숫자의 전제』(Young 1994)의 에 대해 살펴본다.

『숫자의 전제』

이 글은 Krugman이 1994년에 쓴 화제의 글에서 서문을 그대로 인용할 정도로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Krugman이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을 펼치면서 Young의 연구를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Young의 주장이 논리적 근거를 잃게 되면 Krugman의 주장 역시 그 기반을 상실한다.

학술적인 논문에 ‘숫자의 전제’라는 이상한 제목이 붙게 된 데에는 에피소드가 있다. Young과 비슷한 견해를 가진 일련의 여러 연구자가 연구결과를 발표했으나 하나같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데 대한 반발로 그런 제목을 썼다는 것이다. 1982년에 Yuan Tsao가 하버드대학 학위논문에서 싱가포르에서는 총요소생산성이 향상된 증거가 거의 없다고 발표했을 때는 신빙성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무시되고 거부당했다. 또한 1992년 타이페이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발표된 Kim and Lau의 논문은 그보다는 조금 나은 대접을 받았으나 다른 연구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거의 주지 못했다. Young도 1993년 유럽경제협회 석상에서, 요소투입에 의존한 아시아 성장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발표했을 때 강한 불신의 장벽에 부딪혔다. 이러한 연유로 Young이 새로 논문을 쓰면서, 사실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숫자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통속적인 지식에 매달리는 다른 학자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불만의 발로로 『숫자의 전제』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다.[98]

Young(1994)는 어리둥절한 서문으로 시작된다. “이것은 매우 지루하고 재미없는 논문이다. 일부러 그렇게 썼다. 이 논문은 역사가의 흥미를 돋우기 위하여 동아시아의 경험에 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놓은 것이 아니며, 이론가를 자극하기 위해 동아시아의 성장 뒤에 숨어 있는 힘에 관하여 이론상 새로운 의미를 도출한 것도 아니고, 또 정책행동주의자를 자극하기 위하여 동아시아의 정부개입의 비법에서 새로운 정책적인 의미를 끌어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 글은 동아시아의 신흥공업국에서 볼 수 있는 생산증가의 역사적 유형, 총요소의 축적과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를 신중하게 분석하는데 힘을 집중했다.”

즉 이와 같은 서문에는 ‘당신들이 믿고 싶지 않더라도 숫자가 진실을 말해준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Young이 계산한 동아시아의 TFPG

Young(1994)은 118개국의 GDP 성장률을 Solow 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일반적인 상식과 상반된 결과가 나온다. <표 1-1>처럼 1966~90년의 25년 동안 동아시아 4개국(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은 대부분 TFIG를 통해 성장을 했으며 TFPG의 기여분은 OECD 국가에 비해 뒤지거나 오히려 중남미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Krugman(1994)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동아시아에서 ‘기적’이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으며 또한 TFPG가 마이너스로 나온 싱가포르를 희생양으로 삼아 소련의 몰락에 비유한 것이다.[99]

<표 1-1> 동아시아 4개국의 TFPG(Young 1994), (단위: %)

국가 기간 경제
전체
제조업 기타
산업
서비스
민간
부문
한국 1966~90 1.6 2.9 1.8 1.8
홍콩 1966~91 2.3
싱가포르 1966~90 -0.3 -1.0
대만 1966~90 1.9 1.5 1.2 2.5 2.1

* Young(1994)은 한국과 대만의 경제전체 및 민간부문에서 농업부문을 제외했다.
* OECD 국가의 TFPG(1950~73년): 미국 1.4%, 캐나다 1.8%, 영국 1.9%, 네덜란드 2.5%, 프랑스 3.0%, 이탈리아 3.4%, 독일 3.7%, 일본 4.1%
* 중남미 국가의 TFPG(1940~80년): 콜롬비아 0.9%, 아르헨티나 1.0%, 칠레 1.2%, 멕시코 1.7%, 브라질 2.0%

<표 1-1>처럼 경제전체의 TFPG는 싱가포르가 -0.3%로 최저치를 보이며, 홍콩이 2.3%로 최고수준이다. 제조부문의 TFPG는 싱가포르가 -1.0%로 가장 낮고 한국이 2.9%로 가장 높다. 이 글에서 충격적인 부분은 한국이나 대만, 싱가포르의 TFPG가 방글라데시, 우간다, 아프가니스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게 나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실증연구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Krugman이 Young의 주장에 손을 들어줌으로써 동아시아의 TFPG 논쟁이 시작된다.

한국의 TFPG를 보자. <표 1-2>처럼 한국은 25년간 GDP가 연평균 10.4% 성장했는데 그 내용은 자본증가로 인한 것이 4.4%, 노동증가가 기여한 부분 역시 4.4%이므로 TFIG가 8.8%이며 나머지 1.6%가 TFPG다.[100] 다시 말해 한국이 고도성장을 한 것은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를 대규모를 늘린 탓이며 기술진보는 미미했다는 의미다. 노동참가율의 증가, 노동력의 산업간 이동, 투자의 증가, 교육수준의 향상 등은 한번밖에 일어날 수 없는 일회적인 투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기술진보에 의한 총요소생산성 향상은 여타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수준이라는 것이 Young의 논지다.

<표 1-2> 동아시아 4개국의 경제성장 요인(Young 1994), (단위: %)

GDP
성장률
요소
증가율
노동
분배율
기여도
자본 노동 자본 노동 TFPG
한국

 

경제전체 10.4 13.7 6.4 0.680 4.4 4.4 1.6
제조업 14.1 15.4 7.4 0.521 7.4 3.9 2.9
홍콩 경제전체 7.3 8.0 3.2 0.628 3.0 2.0 2.3
싱가포르 경제전체 8.5 11.5 5.7 0.470 6.1 2.7 -0.3
제조업 8.5 11.2 7.0 0.404 6.7 2.8 -1.0
대만

 

경제전체 9.1 12.3 5.1 0.710 3.6 3.6 1.9
제조업 10.8 13.0 6.7 0.579 5.5 3.9 1.5

* Young(1994)를 근거로 재작성했다.
* 기간: 1966~90년

Young은 동아시아의 낮은 TFPG 수준에 대해 시적인 표현을 써서, 생산요소 투입의 급증을 인정하고 나면 ‘호랑이들’의 총요소생산성 실적은 “올림포스 산(Mount Olympus) 꼭대기에서 데살리 평야(Plains of Thessaly)로 떨어진다”는 식으로 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이 글에서 Young이 두 가지의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하나는 교육훈련으로 인적자본이 향상된 부분을 TFIG에 포함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증가율을 구하면서 농업부문을 제외함으로써 그만큼 TFPG가 과소 계산되었다는 것이다.

Young의 오류 #1: 인적자본의 향상을 TFIG에 포함

Young은 노동력에 대해 교육훈련을 시킴으로써 인적자본이 향상된 부분을 노동증가율에 포함시킨 결과 TFPG를 과소 계산한다. Solow 모형에서는 노동증가율을 구할 때 단순히 양적으로 노동력의 절대수치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계산해야 한다. 노동력과 관련해서 질적인 부분에서 향상이 있었다면 이는 당연히 TFPG에 포함된다.

<표 1-3>처럼 한국(경제전체)의 경우에 단순 노동증가율은 5.4%이지만 Young은 여기에 인적자본 향상분 1.0%를 더하여 노동증가율을 6.4%로 계산함으로써 TFPG가 1.6%로 나왔다. 당초대로 노동증가율을 5.4%로 되돌리면 TFPG는 그보다 0.7%가 높은 2.3%가 된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제조업의 TFPG는 2.9%에서 3.4%로 올라간다. 2.3~3.4%라는 TFPG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교육훈련 증가로 인한 인적자본의 향상은 단순한 노동 투입증가에 포함될 수 없으며 TFPG의 핵심이라는 점은 여러 학자 간에도 이견이 없는 부분이다.

더욱이 경제성장에서 인적자본의 증가가 상당 부분 기여한다면, 설사의 인적자본의 증가분을 노동증가에 포함시킴으로써 TFPG가 낮게 나온다 하더라도 성장잠재력이 고갈된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심지어 TFPG가 마이너스 수준을 보이더라도 인적자본의 증가나 규모의 경제와 같은 효과가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면 그 경제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가설도 최근에 제시되고 있다. 다시 말해, 투입요소의 질적 개선을 통해서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비추어 보아도 Young의 계산방법과 해석 모두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표 1-3> 인적자본 조정전의 TFPG(Young 1994)와 조정후의 TFPG (단위: %)

GDP
성장률
자본
증가율
노동증가율 노동
분배율
기여도
조정 Young 자본

증가

노동증가 TFPG
조정 Young 조정 Young
한국

 

경제전체 10.4 13.7 5.4 6.4 0.680 4.4 3.7 4.4 2.3 1.6
제조업 14.1 15.4 6.3 7.4 0.521 7.4 3.3 3.9 3.4 2.9
홍콩 경제전체 7.3 8.0 2.6 3.2 0.628 3.0 1.6 2.0 2.7 2.3
싱가포르 경제전체 8.5 11.5 4.5 5.7 0.470 6.1 2.1 2.7 0.3 -0.3
제조업 8.5 11.2 5.4 7.0 0.404 6.7 2.2 2.8 -0.4 -1.0
대만

 

경제전체 9.1 12.3 4.6 5.1 0.710 3.6 3.3 3.6 2.3 1.9
제조업 10.8 13.0 5.9 6.7 0.579 5.5 3.4 3.9 1.9 1.4

* Young(1994)의 노동증가율을 근거로 필자가 노동증가율의 기여도와 TFPG를 재계산했다.
* 더욱 엄밀하게 말하면 Young(1994)의 노동증가율 조정에는 교육수준 외에도 산업별, 성별, 나이별 가중치 조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으로 Young이 계산한 한국의 TFPG를 기간별로 보면 <표 1-4>와 같다. 1966~90년의 TFPG는 1.6%이며 전반적인 추세는 1975~80년의 0.1%를 제외하고는 계속 증가세를 보이다가 최근인 1985~90년에는 2.6%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 TFPG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노동증가율을 원래대로 정정하면 최근(1985~90년)의 TFPG는 무려 3.5%까지 올라감으로써 괄목할만한 수준이다.

<표 1-4> 한국의 기간별 TFPG 추이(Young 1994), (단위: %)

GDP
성장률
자본

증가율

노동증가율 노동
분배율
기여도
조정 Young 자본

증가

노동증가 TFPG
조정 Young 조정 Young
1960~66 7.7 6.9 6.2 7.2 0.673 2.3 4.2 4.8 1.3 0.6
1966~70 14.4 19.7 9.5 10.3 0.673 6.4 6.4 6.9 1.6 1.0
1970~75 9.6 11.8 5.2 5.5 0.644 4.2 3.3 3.5 2.1 1.8
1975~80 9.4 17.6 4.0 5.2 0.670 5.8 2.7 3.5 0.9 0.1
1980~85 8.7 10.0 3.1 4.7 0.701 3.0 2.2 3.3 3.5 2.4
1985~90 10.9 10.7 6.1 7.2 0.713 3.1 4.3 5.1 3.5 2.6
1966~90 10.4 13.7 5.4 6.4 0.680 4.4 3.7 4.4 2.3 1.6

* Young(1994)의 노동증가율에서 교육훈련 부분을 수정한 결과치다.

이러한 수정결과는 한국은 Krugman이 주장하는 성장한계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Krugman은 Young의 연구를 차용하면서 TFPG가 가장 낮은 싱가포르를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논지를 폈으며, 싱가포르에 한해서는 그의 주장이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25년간의 TFPG가 1.6%로 미국의 1.4%보다 높다. 또한 Young의 오류를 정정하면 TFPG가 2.3%까지 올라간다. 특히 최근의 수치는 3.5%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기술진보가 미미하여 TFPG가 낮다는 주장은 근거를 잃을 수밖에 없다. Krugman이 주장하는 성장한계론이야말로 ‘숫자의 전제’인 것이다.

Young의 오류 #2: 자본증가율에서 농업부문을 제외

Young은 자본증가율을 구하면서 농업부문의 자본증가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만으로 한국과 대만의 TFPG를 구하면서 농업부문을 제외시킨다. 만일 Young의 이러한 판단이 TFPG 계산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상관없는 일이지만 한국과 대만의 경우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대만과 한국의 농업부문을 제외한다면 다른 116개국도 마찬가지로 농업부문을 제외한 후에 국가 간 비교를 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한국과 대만도 당연히 농업부문을 포함시켜야 동일 조건 아래서 국가간의 비교가 이루어진다.

Young의 이러한 작위적인 조정은 TFPG 계산에 미치는 영향을 보자. Young의 글에서는 농업부문의 증가율이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표 1-5>처럼 Christensen and Cumings(1981)의 연구에서 미루어 짐작해 볼 때, 농업부문을 제외하면 자본증가율이 7.5%에서 3.4%로 4.1%나 낮아진다. 여기에 Young이 사용한 자본분배율 0.320을 곱해 주면, 대략 TFPG가 1.3% 정도 과소 계산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를 한국의 TFPG 2.3%에 더하면 3.6%라는 매우 높은 TFPG가 나온다.

<표 1-5> 한국의 자본증가율(Christensen and Cumings 1981), (단위: 10억 원, %, 1970년 기준)

비거주자
건물
생산자
내구재
거주자
건물
비농업
재고
소비자
재고
비농업
소계
농업
재고
토지 농업
소계
합계
1959년 169 252 933 298 119 1,770 113 3, 627 3, 740 5, 511
1973년 1,495 1,305 1,289 485 269 4, 843 341 3, 633 3, 974 8, 816
증가율 16.9 12.5 2.3 3.5 6.0 7.5 8.2 0.4 3.4

* Young(1994)에서 재인용했다.

그런데도 Young은 오히려 『숫자의 전제』의 마지막 부분에서 기존의 선행연구가 농업부문을 포함시킨 사실에 대해 비판한다. 예컨대, Christensen and Cumings(1981)의 연구에서는 1960~73년에 한국전체의 TFPG가 4.1%로 상당히 높게 나왔는데, Young은 농업부문을 제외하면 자신이 계산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TFPG가 나온다고 주장한다. 또한 Young은 Kim and Park(1985)의 연구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비판한다. 1963~72년에 한국의 TFPG가 4.03%이고 1973~82년에 1.47%이다. 그리고 한국은 1961년 기준으로 총자본의 절반을 토지에 배분했고 재고에 1/4, 건물장비에 나머지 1/4을 배분했으며 토지 중 비농업용 토지는 아주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농업부문을 제외하고 나면 TFPG가 현격히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Young의 주장은 논리성을 결하고 있다. 다른 나라는 모두 농업부문을 포함해서 국가전체의 TFPG가 계산하는데 유독 한국과 대만의 경우만 농업부문을 제외해야 하는지 논리적인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Young은 한국의 TFPG를 1.6%로 낮게 계산했지만 연구과정에서 범한 두 가지 오류를 바로잡으면 한국의 TFPG는 2.3~3.6%라는 매우 높은 수치가 나온다.[101] 따라서 한국의 경제성장에서 자본이나 노동의 증가율이 기여한 것에 못지않게 TFPG 역시 상당히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결국 한국에 대해서는 ‘성장한계론’이 오히려 ‘성장보장론’으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튼 Krugman은 이처럼 몇 가지 결정적인 오류를 안고 있는 Young의 연구결과를 차용하여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을 펼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5. Krugman의 집필 의도

일단 여기서 Krugman이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을 펼친 의도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Krugman은 동아시아의 경제성장 추세가 둔화된다고 예견했지 외환위기나 경제위기 상황을 예견한 것이 아니다. 그가 동아시아의 성장한계론을 주장한 근본적인 의도는 동아시아의 고도성장을 폄하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미국내의 국가경쟁력주의자 또는 보호무역주의자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 내부의 국가경쟁력주의자 견제가 목적

Krugman이 화제의 글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난 1995년말 『Economist』지는 Krugman의 글이 서구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한다.[102] “Krugman의 글은 아시아 기적에 대한 서구인의 두려움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는 보호무역주의의 압력을 완화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1980년대에 들어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이 두드러진 반면 미국의 경제력이 실추되고 있다는 반성이 제기되면서 동아시아에 무역규제와 개방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내 일각에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에 Krugman은 시장주의자 입장에 서서 제국주의의 폐해를 강조할 목적으로 화제의 글을 통해 동아시아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이러한 Krugman의 의도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Foreign Affairs』지 1995년 3~4월호에 실린 『아시아의 성장: 기적이냐 신화냐』라는 글에서 Krugman(1995a)은 화제의 글을 쓰게 된 동기를 밝힌다. “동아시아 류의 정부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급속한 성장세가 미래에도 지속될 것으로 믿는 일종의 ‘지적 자만심에 빠진 폐쇄집단’에게 경고하기 위해서” 글을 썼다는 설명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1995년 여름에는 미국 행정부까지 강하게 비판한다.[103] “클린턴 행정부의 대외무역정책은 철학적으로 일관성이 없다. 무엇보다도 미국 스스로가 엄정한 자유무역을 실시하지 못하면서 다른 나라에 전략적 무역정책에서 탈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미국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저임금 국가로부터 수입품이 늘어나기 때문에 미국 근로자의 임금수준이 낮아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Krugman(1996b)은, 미국에서 제3세계로부터의 수입품이 고작 2% 밖에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의 이러한 입장은 1996년에 발간한 『대중 국제주의자』라는 책에도 잘 나타나 있다.[104] 이 책에 자신이 2년 전에 쓴 『아시아 기적의 신화』를 다시 수록한 것만 보아도 그의 입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경쟁력이란 기업 단위를 분석하는데 유용한 개념이지 국가를 경제단위로 분석할 때는 의미가 없으며 국가경쟁력의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을 ‘대중 국제주의자’라 칭하고 이들에게 통렬한 비판한다.[105] 대중 국제주의자는 “개발도상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되는 저가수입품 때문에 미국의 산업계가 위축되고 실업이 급증함으로써 미국인의 전반적인 생활수준 유지도 힘들어 졌으므로 미국정부가 개발도상국에게 시장을 개방하라는 압력을 넣어야 하며, 개발도상국으로부터 가급적 수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Krugman은 Richardo의 비교우위론을 인용하면서 국제무역에서는 국가와 기업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주장한다. 기업 차원에서 보면 경쟁력이 없는 회사는 좋은 상품을 제공하지 못하고, 또한 원가를 낮출 수 없는 기업은 시장점유율을 잃게 되지만 국가 차원에서 보면 경쟁력이 낮은 국가가 무역을 함으로써 파산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역을 통해 모두가 이익을 본다는 것이다.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자문역이었던 Krugman이 이처럼 국가경쟁력 강화론자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그들의 주장을 따르다가는 자칫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어 전세계의 자원 흐름이 왜곡되고 개별 국가경제에 해악을 미치게 된다는 생각의 발로다. “한 나라의 경쟁력은 세계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보다도 국내경제 운영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며,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기술개발을 통해 개별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유무역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그는 역설한다.

이처럼 Krugman과 같은 자유무역주의자는 “보호무역주의자가 미국 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대중인기영합 위주로 부질없는 장난을 치고 있으며 설사 효력이 있다 하더라도 단기적인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결국 미국에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비판한다. 다시 말해 미국의 국익 입장에서 보면 보호무역주의는 단견이며 자유무역주의가 보다 더 현명한 정책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자유무역주의의 대표주자가 Krugman이다.

그리고 Krugman(1997e)은 『Foreign Affairs』지에 실은 『자본주의는 너무 생산적이지 않은가?』라는 글에서도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편다. 많은 사람이 전세계 차원의 공급과잉 현상을 지적하면서 그 원인 중 하나가 개발도상국이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전세계 공급물량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대해서 그는 반론을 제기한다. 철강, 섬유 같은 개별산업에서는 신흥경제국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실업에 큰 원인을 제공했지만 개발도상국이 얻은 수출소득으로 선진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을 생산하는 산업에서는 오히려 선진국의 고용이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Krugman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

이러한 Krugman의 입장은 다른 사람의 입으로도 확인된다. 리포핑(Lee 1995)에 따르면,[106] “케네디가 소련이라는 적에 대항해서 미국 국민의 마음을 결집시키기 위해 미국이 미사일에서 소련에 뒤지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Krugman은 화제의 글을 통해 아시아의 경제적 위협이라는 망령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냉전을 부활시키거나 또는 새로 냉전을 시작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는 것이다. Krugman은 서구의 높은 실업률이 아시아 경제성장 때문이 아니라 기술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며, 서구자본이 아시아 개발도상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비중도 실제로는 서구국가의 GDP 중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점을 인식시켜줌으로써 서구인이 아시아 경제에 대한 경계심을 완화시키는데 많은 공을 세웠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의장인 Sopiee도 Krugman의 글이 서구인의 아시아 기적에 대한 두려움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으며, 이는 보호무역주의의 압력을 완화시키는데도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요컨대 Krugman은 미국내의 국가경쟁력주의자를 견제할 목적으로 동아시아의 약진을 그리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을 펼친 것이다.

6. Krugman: “나는 위기를 예견한 적이 없다”

그리고 Krugman은 세간의 상식과는 다르게 자신이 동아시아의 몰락을 예견한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률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점을 전망했을 뿐이라는 해명을 한다.

Krugman은 위기를 예견하지 않았다

1997년 여름, 태국을 필두로 동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일어나자 여러 학자나 이코노미스트는 Krugman의 예견이 현실화된 것으로 받아들였고 특히 IMF에서는 그의 아시아 성장한계론을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해 포괄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로 채용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Krugman은 자신이 동아시아의 위기상황을 예견한 것이 아니라 과거 같은 기적적인 성장세가 앞으로는 둔화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했을 뿐이라고 해명함으로써 그의 논지를 인용하던 여러 논자를 무색하게 만든다.

태국에서 위기가 시작된 1997년 8월에 Krugman(1997d)은 동아시아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지만 재도약도 가능하다는 다소 희망 있는 전망을 한다. “땀의 이론이 내포하는 부정적인 측면은 아시아의 경제성장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땀의 이론은 갑작스런 폭락이 아닌 점진적인 추진력 상실을 예고하는 것이다.”

몇 달 뒤 한국까지 외환위기에 휩싸인 1997년 12월 29일에 Krugman(1997i)은 일본경제신문과의 대담에서도 자신은 위기상황을 예상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밝힌다. “동아시아의 성장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위기국면에서는 비교적 쉽게 탈출할 것이다. 나는 현재 같은 위기상황을 예상한 것이 아니다. 당시 대부분의 학자가 동아시아 경제의 부정적인 면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어 동아시아가 기타 지역과 다른 특별한 세계가 아니라는 점을 주장했을 뿐이다.”

1998년 1월에는 『아시아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라는 글에서도 같은 해명을 한다.[107] 어느 누구도 부동산 시장의 붕괴, 광범한 은행 도산 사태, 수많은 기업의 파산 등 훨씬 복잡하고 극렬한 실물경제의 침체는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다. 그를 포함한 일부 회의론자는 아시아의 경제기적이라는 말이 과장된 것으로 보고 아시아는 궁극적으로 한계생산성이 체감함으로써 경기가 완만하게 침체되고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견했다는 것이다.

“나는 90% 틀렸지만, 다른 사람은 150% 틀렸다”

그런데도 마치 Krugman이 위기를 예견한 것처럼 과대 포장되고 신드롬을 일으킨 연유는 어디에 있는가. 1998년 3월 Krugman(1998d)은 CSFB(Credit Suisse First Boston) 은행 주최로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투자회의’에서 『아시아 경제는 회복될 것인가?』라는 주제연설을 하면서 재미있는 비교를 한다. 그는 1994년에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이 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지 외환위기를 예견한 것이 아니므로 “나도 90% 이상 틀렸으나 다른 사람은 150% 틀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의 예측이 가장 정확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는 동아시아에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지 동아시아를 ‘종이호랑이’로 부른 적은 없다고 해명한다. 또 1994년 당시 『Foreign Affairs』지의 편집자가 글의 제목을 『아시아의 붐은 끝났다』라고 고치기를 원했지만 자기가 거부했다는 에피소드도 소개한다.

그리고 1998년 5월에는 『New York Times』지에 흥미로운 글을 싣는다.[108] Krugman 자신은 아시아 위기를 예견한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률 감소를 전망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데 비해서 상대적으로 아무런 예견을 하지 못한 여러 경제학자가 복잡한 논리를 펴면서 자기들이 위기를 예견했다고 나서는데 대해 강하게 비판한다. “1994년에 나는 『아시아 기적의 신화』라는 악명 높은 글을 쓴 적이 있다. 자세히 읽어보면 내가 예측한 것은 점진적인 경기감속이었지만, 실제로 아시아를 덮친 것은 갑작스런 대참사였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전통적인 견해와 싸우는데 지쳤다. 나도 다른 모든 학자처럼 내가 전적으로 옳았다고 주장하기로 했다.” Krugman은 전통적인 견해를 네 가지로 나누고 각각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Krugman이 주장하는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본주의지상론자(資本主義至上論者; champions of capitalism)는 세계시장의 자유화로 인해 지구촌이 전례 없는 성장을 구가하고 있으며 특히 동아시아가 원동력이라고 주장하면서 동아시아를 자본주의 정신의 힘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하자 동아시아 시장은 자유가 충분치 못했으며 정실자본주의의 온상이라고 비난하면서 동아시아의 위기는 순수자본주의의 우월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자신들의 주장을 바꾸었다.

둘째, 세계공급과잉론자(世界供給過剩論者; global glitter)는 다국적기업이 전세계 수요보다 더 많은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항상 지적했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위기는 부동산 투기와 과잉투자의 주범이 다국적기업이 아니라 국내기업이라는 점이 명확한데도 그들은 아직도 공급과잉론을 주창한다.

셋째, 아시아경외론자(아시아敬畏論者; Asia-phobes)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가 서구의 자유시장 경제를 능가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는 수정주의자(revisionists)다. 그 중에서 혹자는 과거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으며 혹자는 과거에 일본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제치고 선두주자로 나서게 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나 동아시아 위기 후에는 일본식 모델이 추격형으로서는 환상적이지만 만능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아시아의 정실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개혁이 필요하다고 혹독하게 훈계하고 있다.

넷째, 아시아칭송론자(아시아稱訟論者; Asia-philes)는 아시아의 성공이 어떤 새로운 자본주의의 형태에 기초한 것이라거나 서구를 앞섰다는 신념도 없는 상태에서 아시아의 경제성장이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하버드대학의 Sachs(1997f)는 이러한 위기 와중에도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서 아시아 국가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제1장 요약

본 장에서는 Krugman이 주장하는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실체에 대해 살펴보았다. 여기서 두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Krugman이 자신을 주장을 펼치기 위해 차용한 Young의 TFPG는 계산과정에서 중대한 오류를 범함으로써 그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그리고 Young의 오류를 수정하면 한국의 경제성장에서 TFPG가 큰 기여를 했으며 Krugman이나 Young이 주장하는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은 오히려 동아시아 성장보장론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둘째, Krugman은 동아시아의 외환위기 또는 경제위기를 예견한 적이 없다. 또한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을 펼친 이유도 동아시아를 폄하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국 내부의 보호무역주의자나 국가경쟁력주의자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 위기가 발발하자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위 ‘크루그만 신드롬’을 야기했다.


제2장.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으로 야기된 논쟁

Krugman이 화제의 글을 발표한 1994년말 이후에 벌어진 논쟁은 대개 세 단계의 기간으로 나누어진다.

첫째, 글을 발표한 직후부터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인 1997년초까지 Krugman은 고군분투한다. 일부 Krugman을 지지하는 발언도 있었지만 반대 입장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우세를 점한다.

둘째, 태국으로부터 동아시아 위기의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던 1997년 전후에는 Krugman의 목소리가 다시 커진다. 자신이 예견한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인지 여러 매체를 통해 예전에 자신이 언급한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을 반복한다.

셋째,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일어난 1997년말 이후에는 자신이 동아시아의 외환위기를 예견한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률이 과거보다는 상당수준으로 둔화될 것을 예견했다는 점에 대해 해명한다.

세 번째 단계는 이미 제1장에서 검토했으므로 여기서는 앞의 두 단계에서 진행된 논쟁을 살펴본다.

1. 동아시아 위기 이전의 논쟁

Krugman이 글을 낸 1994년 12월 이후부터, 동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일어난 1997년 이전까지의 논쟁에 대해 살펴본다.

『Foreign Affairs』지에서의 논쟁

Krugman이 『Foreign Affairs』지의 1994년 11~12월호에 『아시아 기적의 신화』를 실은 지 넉 달이 지난 1995년 3~4월호 『Foreign Affairs』지에서 『아시아의 성장: 기적이냐 신화냐』라는 제하의 논쟁이 벌어진다. 다섯 명의 학자가 Krugman의 주장에 대해 비판하고 Krugman이 반론을 제기하는 형식이다.

Krugman을 비판하는 첫 번째 주자는 세계은행의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Husain(1995)으로, 세 가지를 주장한다.

첫째, 동아시아의 성장은 ‘기적’이라는 표현조차 그리 강하지 않다. 급속한 성장과 균등한 소득분배 그리고 빈곤 퇴치가 한꺼번에 결합된 사례는 과거에 유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외부로부터 경제적인 충격이나 내부적인 정치적 문제로 동아시아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아시아 기적이 버블로 막을 내릴 것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

둘째, Krugman의 주장처럼 자본과 노동의 투입이 성장을 견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과 대만의 경우에는 TFPG가 일본에 미치지 못해도 홍콩만큼 높은 수준을 보인다.

셋째, 미래에도 총요소생산성 향상 추세는 지속될 것이며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성장 축이 네 마리의 호랑이에게 넘어갈 것이다.

이처럼 후세인은 1993년 세계은행이 낸 『동아시아 기적』에서 주장하는 바와 동일한 맥락에서 동아시아의 미래를 낙관했다.

두 번째 비판자는 콜롬비아대학의 Rodrik(1995a)이다. 그는 동아시아의 성장이 생산요소의 축적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Krugman의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이러한 요소축적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109] 여러 후진국이 요소축적을 시도했지만 모두 비극적인 결과로 끝난 반면에 유독 동아시아의 정부만 안정적인 경제환경을 만들어주고 민간투자 의사결정에 지원하고 협력관계를 만들어 줌으로써 대규모의 자원을 투자할 수 있었던 점은 높이 평가 받아야 한다고 Rodrik은 주장한다.

세 번째 비판자인 하와이대학 동서센터의 La Croix and Lee(1995)는 1960년대 이후에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구조개혁을 Krugman이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동아시아는 1960년대에 의류, 섬유, 운동화 같은 비숙련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출발해서 자동차, 기계, 전자 같은 숙련된 노동집약적이고 자본집약적인 산업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다른 개발도상국과는 비교 잣대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비유도 한다. 예컨대 아프리카의 가봉은 구조개혁을 하지 않고 의류산업과 섬유산업에서 생산성을 계속적으로 높임으로써 동아시아보다 더 높은 노동생산성을 보이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동아시아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구조개편해 가는 과도기에 노동생산성이 다소 낮아졌다고 해서 가봉의 성장잠재력을 동아시아보다 높다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네 번째 비판자인 메릴린치 일본지사의 Bevacqua(1995)는 Krugman이 동아시아를 소련에 비유한 점에 대해 비판한다. 소련은 시장기능 대신에 연방의 기획가의 주도 아래 요소투입을 급속히 늘렸지만, 동아시아의 경우는 산업정책입안자 주도로 민간 에너지가 국가의 개발목표에 집결되도록 시장기능을 활용해 왔다는 것이다. 또한 소련에서는 시장유인책이 없었기 때문에 기획가나 생산자 모두 생산성 향상에 무관심했지만, 동아시아의 정책입안자는 시장으로부터 나오는 신호를 증폭시키고 깊이를 더하는 노력을 해왔다고 높이 평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비판자인 PBI 소장인 Gibney(1995) 역시 Krugman이 동아시아를 소련에 비유한 점에 대해 네 가지로 반박한다.

첫째, 동아시아는 수출주도형으로 성장했지만 소련은 수입대체형으로 성장했다. 동아시아는 ‘수출 제일’을 강조하면서 선진국으로부터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여 수출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생산성이 급속도로 향상되었다.

둘째, 동아시아는 산업정책을 유연하게 펼쳤지만 소련은 지시일변도였다. 동아시아는 교육기회의 확대, 양질의 사회체제, 근로관행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갔으며, 특히 일본식 모델을 모방하여 기술관료의 선도 아래 기업과 정부 그리고 은행이 내부협력체제를 구성했다.

셋째, Krugman은 한국이나 대만의 성공사례를 무시한 채 싱가포르를 허수아비로 내세웠다.

넷째, 동아시아는 최신기술의 적용, 창업가적인 돌파력, 세계차원의 마케팅에 대한 정부지원 등을 통해 기적이 만들었다. 이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대신 윤리적인 집단관계의 관점에서 적대적인 거래관계를 배격하는 문화적인 풍토에 바탕을 두고 있다.

Krugman의 반론

이러한 다섯 학자의 비판에 대해 Krugman(1995a)은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기한다.

첫째, Solow 모형이 너무 단순해서 현실경제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단순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논지를 편다. 가능한 최소의 분석으로 현상을 설명함으로써 어떤 주제에 접근해 가는 방법론은 매우 훌륭한 것이며, 단조로운 계산에 정책이나 문화 문제까지 더하게 되면 분석이 광범위해지고 재미는 나겠지만 실용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둘째, 여러 학자가 인용하는 세계은행 보고서(World Bank 1993)의 한계를 지적한다. 세계은행은 동아시아가 선진국을 추격했다고 주장하지만 TFPG에서는 일부 그러한 조짐이 보인다 하더라도 TFP의 절대수준에서 동아시아가 턱없이 낙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Krugman의 반론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총요소생산성(TFP)의 절대수준이 얼마나 높으냐 하는 것과 총요소생산성의 향상(TFPG)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TFP 절대수준에서 개발도상국인 동아시아가 선진국보다 뒤진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서 논쟁의 대상은 동아시아가 비록 TFP 절대 수준에서는 뒤지지만 TFP의 증가세, 즉 TFPG가 얼마나 높으며 그래서 선진을 얼마나 빨리 추격해 가는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Krugman의 이러한 반론은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 또한 “TFPG에서 일부 조짐이 보인다”고 언급한 부분도 주목할만한 변화다. 동아시아에서는 TFPG가 미미하다고 했던 과거의 주장에서 Krugman이 일부 후퇴한 듯 보이기 때문이다.

셋째, Gibney의 비판에 대해서 반박한다. Gibney는 아시아에서 기업과 정부 그리고 은행이 내부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기술관료가 이를 선도해 갔다면서 서구 지도자도 이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동아시아 시스템의 장점에 대해 실증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을 Krugman은 문제 삼는다. 특히 Gibney가 싱가포르를 폄하한 데 대해 리콴유의 반응이 궁금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넷째, 그리고 과거에 펼친 자신의 주장을 반복한다. “많은 서구인이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이 우리 사회에 명확한 교훈을 주고 있다고 믿고 있다. 동아시아의 성공은 자유시장주의자에게는 자유시장의 힘을 보여주고 있으며 산업정책입안자에게는 산업정책의 유효성을 보여주며, 관료에게는 권위주의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어떠한 교훈도 얻을 수 없다. 오직 하나 있다면 대량의 투입물을 사용해서 대량의 산출물을 얻었다는 것뿐이다.”

이처럼 Krugman은 자신에게 가해진 여러 비판에 대해 일부 후퇴 조짐은 보이지만 핵심주장은 조금도 굽히지 않는다.

Krugman에 대해 계속되는 비판

그 이후에 여러 다른 학자가 Krugman 비판에 가세하면서 동아시아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한다.

콜롬비아대학의 Bhagwati(1996)도 그 중 하나다. “동아시아 경제성장의 요인은 소위 ‘워싱턴 합의’(Washington Consensus)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시장중시 방식에 대한 확고한 신념 때문이었다. 적절히 개방된 자본시장, 국제무역과 외국인 투자의 개방, 경쟁력 있는 고정환율, 경쟁우위론의 신봉, 경제적 통합과 수출주도의 성장 등을 바탕으로 하는 동아시아 경제성장의 토대는 굳건하다. 다시 말해 동아시아 경제는 생산요소의 축적(TFIG), 특히 대규모 자본투자와 기술이나 생산성의 향상(TFPG)이라는 두 가지 측면 모두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Bhagwati의 주장은 동아시아에서는 기술진보가 미미하다는 Krugman의 관점과 상충한다.

1996년 5월에 한국을 방문한 콜롬비아대학의 Patrick(1996) 역시 Krugman의 주장에 대해 반박한다.[110] 그는 사공일 박사와의 대담에서, 동아시아 경제에 대한 Krugman의 진단을 도발적이라고 평하고 동아시아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Krugman은 동아시아가 첨단기술이나 경영기술의 창조를 거의 이루지 못했다고 비판하지만, 그는 동아시아 경제의 추진력인 높은 저축률과 교육의 질과 같은 핵심적인 성장잠재력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생산성이란 기술적 변화와 인적자본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동아시아 경제는 이를 통해 대단한 발전을 이룩했으므로 다른 경제권은 동아시아를 배워야 할 것이라고 패트릭은 강조한다.

동남아의 반응: Krugman을 강하게 비판

Krugman의 주표적이 되었던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에서의 반발은 직접적이다.

1995년 10월에 말라야대학의 리포핑(Lee 1995)은 Krugman이 싱가포르를 소련에 비유한 데 대해, 싱가포르 항공사와 소련의 에어로플로트를 대비하면서 강하게 반박한다.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부정부패가 없으며 이를 바탕으로 상당한 수준의 생산성 향상을 이루었는데 반하여, 소련에는 심하게 부패한 관료계층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구 3백만 명밖에 되지 않는 싱가포르는 세계 굴지의 효율적인 항구와 공항을 갖고 있으며 세계최고로 평가받는 싱가포르 항공사가 있지만, 인구 2억 5천만 명의 소련은 모든 부문이 비효율적이고 에어로플로트는 세계최악이라는 공감대가 전세계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싱가포르가 소련과 대비될 수 없는 이유를 세 가지로 든다.

첫째, 요소투입 위주의 성장을 인정한다 해도 요소를 동원하는 방법이 서로 달랐다. 소련은 시장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정치적인 힘을 통해 자원을 동원함으로써 자원배분이 유연하지 못하고 비효율성만 노출되었다. 반면, 동아시아는 정부 주도 대신에 시장 주도로 자원을 동원했다. 그리고 스탈린은 부농(kulak)의 토지를 몰수했지만 대만은 토지개혁 과정에서 금전적인 보상을 함으로써 재원이 다시 산업부문으로 돌아오도록 유도했다. 한국은 정부와 시장이 힘을 합쳐 자동차, 조선, 전자 같은 고도의 경제개발단계로 진입해갔다. 일부에서 비효율이 발생했지만 동아시아에는 스스로 이를 고쳐나갈 유연성이 확보되어 있었다.

둘째, 동아시아의 성장은 수출 주도로 이루어졌다. 아시아 국가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미국시장에서 경쟁해왔다. 반면에 소련은 주로 비효율적인 코메콘[111] 내에서만 경쟁했다. 그리고 동아시아는 초기에 저임금 산업에 의존했지만 그 장점이 사라지자 바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했다.

셋째, 동아시아는 대외개방성이 높았다. 이들 경제는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매우 개방적이며 이들 두 나라도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 특별한 법률적 규제가 없었다. 아시아 국가는 향후 더욱 매력적인 외국인 투자대상이 됨으로써 세계차원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다. 그러나 소련경제는 대외적으로 매우 폐쇄적이었다.

이처럼 동아시아 논쟁에서 계속 싱가포르가 논쟁의 초점으로 부각되자 1995년 11월 리콴유(Lee 1995a)는 불쾌감을 내보인다. “동아시아의 기적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라면 왜 세계 다른 곳에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가? 민간 자본가의 의사결정에서 나오는 노동과 자본의 투자와, 소련이 행한 중앙통제에 의해 일어난 높은 투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우리는 주택이나 교육 같은 사회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이는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고 오랜 시간을 통해 GDP를 높여 줄 것이다.”

다음달인 12월 리콴유(Lee 1995b)는 한 걸음 더 나아가 Krugman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한다. “Krugman이 싱가포르를 소련에 비유한 것은 싱가포르 항공사를 에어로플로트에 비유한 것과 마찬가지다. 만일 싱가포르 항공사의 경영에서 생산성 향상이 없었다면 내수시장 규모가 작다는 제약조건과 항공권 협상력의 취약성을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싱가포르 항공사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 수준의 생산성 향상을 이룩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통신(Singapore Telecom)은 역내에서 경쟁력이 가장 강하다. Krugman의 분석은 1960~70년대 근로자가 교육을 받지 않았던 산업화 초기 단계에나 맞는 이야기다. 우리는 1960년에 12%를 넘는 실업자가 있었으나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육성했다. 우리는 1990년대에 제대로 교육받고 훈련된 근로자를 매년 한 군단 규모씩 양성했으며 이들 중 60%는 고등교육을 받았으므로 이제는 자본집약적인 수준 높은 요구까지 충족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인력난이 예상되는 노동시장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본장비에 많은 투자를 했으며 시대에 뒤진 장비와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다른 나라로 이전시켰다. 경제재구축의 과정은 지속적으로 냉혹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싱가포르의 기업을 더욱 가볍고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다. 항구, 공항, 통신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의 결과가 늦기는 하지만 언젠가 GDP 성장으로 현실화될 것이라는 점을 Krugman은 간과했다.”

말레이시아 전략국제연구소 의장인 Sopiee는 Krugman이 과거의 추세를 미래에 적용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말레이시아가 뛰어난 점은 ‘스스로 개혁하는 것’이며 과거의 투입증가, 특히 교육은 미래에 TFPG로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한다.[112]

하지만 일각에서는 Krugman을 지지하는 의견도 나온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Lingle(1995)은 동남아의 지속적인 성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책을 낸다. 동아시아의 성장잠재력이 낮아진다는 지적은 Krugman과 맥을 같이 하지만 그 이유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그는 근본적으로 동남아의 많은 국가가 일본과 한국 등 동북아시아 국가의 성공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전세계에는 신흥시장이 줄 서 있는 상태이며 경제구조가 수렴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생산능력이 과잉에 이르게 되면 동남아 경제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는 문제 지적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동남아 국가는 수출시장 확대에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고 더부살이하는 국가의 성장잠재력은 조만간 소멸할 것이 그 요지다.

『Fortune』지의 홍콩지역 편집장인 Rohwer(1995) 역시 세계은행이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을 기적으로 칭한 사실을 비판함으로써 Krugman과 맥을 같이 한다. 세계은행이 1960년에 필리핀과 미얀마를 아시아 지역의 가장 훌륭한 성공사례로 지적했던 경험을 돌이켜보건대, 동아시아의 성장이 기적도 아니며 문화적으로 배울 것도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싱가포르가 Krugman의 주장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하는 한편으로, 나름대로의 내부정비에 나섰다는 점이다. 싱가포르의 지도자들은 Krugman의 글이 나온 지 3개월 뒤에 타스크포스팀을 만들어 TFPG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한다. 그 결과로 나온 보고서에서 리콴유는 TFP가 반드시 싱가포르의 경쟁력의 핵심원천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전국민을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 캠페인으로 몰아가면서 동시에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첨단단지인 소위 ‘생산성 지대(productivity zones)’를 곳곳에 구축해 나간다. 이러한 사례를 두고 뉴욕대학의 Roubini(1998)는 학술적인 논문이 경제정책의 변화를 유도한 희귀한 사례라고 평한다.

일본의 입장: 동아시아를 지지

일본은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웃인 동아시아 편을 든다. 1995년 7월 일본경제기획청(EPA 1995)은 『아시아경제 95』라는 보고서에서 낙관론을 편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는 적어도 향후 10년간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동아시아가 선진국을 추격하면서 성장속도는 둔화되겠지만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경제연구센터(JCER)의 이사장인 가나모리 히사오(1995)는 Krugman의 주장이 잘못되었다고 한마디로 자른다. 동아시아가 노동과 자본의 증대만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기술혁신도 적극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특히 대만은 1980년대에 신죽과학공업단지를 건설하여 전자분야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등 현저한 기술혁신을 이룩했으며 한국도 1967년에 이미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세웠다는 사례를 든다. 이러한 과학기술 중시 정책이 대만과 한국 발전의 기초가 되었으며 다른 나라로부터의 기술도입도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아시아의 성장에 기술혁신이 기여하지 않았다는 관점은 잘못된 것이며, 앞으로도 동아시아는 기술혁신에 따른 성장을 계속해나갈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한다.

아시아지역 경제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총재인 사토 미츠오(1997a)도 Krugman과 반대 입장에 선다. Krugman과 다른 방식을 통해 계산해 보면 동아시아는 자본이나 노동력의 투입증가와 함께 생산성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면서 Krugman의 방법론이 잘 정돈된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2. 1997년 외환위기 전후의 논쟁

1997년 상반기에 동아시아에서 성장과 수출이 둔화되고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등 위기의 조짐이 나타나자 다시 Krugman의 성장한계론이 재론되면서 비관론자와 낙관론자 사이에서 논쟁이 재연된다. 비관론자는 경기둔화를 구조적인 문제로 해석하는 반면에 낙관론자는 경기둔화가 주기적인 것이므로 조만간 경기는 회복될 것이며 동아시아는 재출발해서 세계를 다시 놀라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113]

Sachs의 주장: 아시아 기적은 아직 유효하다

매사 Krugman의 반대편에 서는 하버드대학의 Sachs(1997a)는, 태국을 필두로 동남아에서 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하던 1997년 7월에 『Time』지에 실린 『아시아 기적은 유효하다』라는 글에서, 동아시아에 어느 정도 위기의 조짐은 보이지만 동아시아 경제는 근본적으로 건강하므로 조만간 위기를 넘기고 다시 고도성장을 재개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그리고 동아시아의 성장이 ‘땀’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Krugman의 주장에 대해, 전세계에서 여러 나라가 많은 땀을 흘리고 있지만 유일하게 동아시아만 높은 성장을 한 것은 다른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또한 동아시아가 국내저축을 장려하고 해외로부터 자본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민간주도로 움직이는 경제, 높은 수출 경쟁력, 건전한 거시경제정책 등과 같이 기본적으로 경제상황이 견고한 기반 위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동아시아에 위기가 시작된 것은 일본과 중국의 급격한 평가절하로 동아시아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었고, 1990년대 이후 금융시장 개방과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감독부실로 해외 단기자금이 대량으로 유입되어 투기를 부추긴 점 등이 잘못되었다고 Sachs는 지적한다. 그리고 경제운용에서 치밀함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동아시아 정부가 실용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있으며, 지도자가 시장의 흐름을 읽을 줄 알고 또한 폭풍우 속에서도 항해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므로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한다.

Sachs는 보다 구체적인 계수를 나열하면서, 한국은 향후 10년간은 연평균 4~5% 성장을 지속할 것이고 이는 경제발전단계에서 ‘중년기’에 든 국가로서는 높은 수준이며 동아시아 전체도 세계 GDP에서 비중이 현재 40%에서 21세기 전반에는 50%를 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같은 해 7월에 Sachs는 앞에서 주장하는 바를 상세히 설명하는 100쪽이 넘는 장문의 글을 낸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주도로 진행된 『신흥 아시아 변화와 도전』이라는 연구프로젝트의 기술적 배경논문으로 쓴 『아시아에서의 경제성장』이라는 글에서도 Krugman의 논지와 정반대 주장을 편다.[114] 동아시아가 일시적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지만 이는 환경변화에 따른 과도기적인 현상이지 성장잠재력이 고갈된 것은 아니며 동아시아가 환경에 맞도록 제도적인 기반을 바꾼다면 미래의 성장도 보장된다는 논지다.

그리고 두 달 지난 9월에 Sachs는 케네디 스쿨에서 열린 『오늘날의 개발경제학이란?』 주제의 강연에서도 동아시아의 경제기초가 여전히 강하므로 동아시아는 빨리 회복될 것이며 수출을 통해 힘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한다.[115]

1997년 11월에 Sachs는 『Foreign Affairs』지에 『아시아의 재출현』이라는 글을 싣고 자신의 주장을 반복한다.[116] 동아시아는 경제성장기반이 건실하며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은 둔화되겠지만 그 속도는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게 전망한다. 또한 Krugman의 주장이 동아시아에 대해 그릇된 인상을 심어주었다는 점을 두 가지 차원에서 지적한다.

첫째, 경제성장의 요인으로서 TFPG에 대한 Krugman의 실증연구결과는 너무 경직적이다. 대부분의 연구자는 동아시아의 급속한 성장이 TFPG와 TFIG라는 두 가지 모두에 기인한다.

둘째, 설사 급속한 자본축적으로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다 해도 투자 자체가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켜줌으로써 자본비용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만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며, 이런 점에서 동아시아가 소련과 격이 다르다. 소련에서는 관료의 절대적인 명령에 따라 투자가 이루어진 결과 투자수익률이 매우 낮았고 1950년대 초반에는 투자수익률이 더욱 급속하게 낮아졌다. 반면에 동아시아는 투자수익률이 상당히 높았으며 그 이후에도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예컨대 한국에서는 30년간의 고도성장을 한 뒤에도 자본의 한계생산성은 거의 20% 수준으로 미국의 11%보다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Sachs는 초지일관 Krugman이 주장하는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동아시아의 미래를 밝게 전망한다.

Dornbusch의 입장: 입장 번복

한국 통으로 불리는 MIT의 Dornbusch는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꾼다.[117] 태국을 시발로 동남아에서 위기가 시작되던 1997년 7월에는 Krugman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동아시아는 과도기를 거치고 있을 뿐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하다가, 그 해 12월 한국에까지 외환위기가 전염되자 입장을 바꾸어 동아시아의 미래는 없다고 입장을 번복한다.

먼저 Dornbusch(1997)는 1997년 7월 14일자 『Business Week』지에 실린 기고문에서 Krugman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동아시아가 겪고 있는 시련은 안정과 성장의 발목을 잡는 중대한 결함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중앙집중식 관리경제에서 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겪고 있는 ‘과도기적인 고통’이라는 것이다. 과거에 미국이나 일본, 일부 유럽국가도 규제완화와 자유시장 경제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양상의 혼란을 경험했지만 자유시장 경제가 안착되면서 생산성 향상을 가속화시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동아시아도 일단 시련을 극복하면 다시 고도성장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낙관론을 편다. Krugman의 주장처럼 동아시아의 성장원천이었던 투입요소가 점진적으로 고갈되면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기는 하겠지만, TFPG가 증가세를 보이는 등 동아시아의 성장모델이 낙관적으로 변하고 있으므로 지속적인 성장잠재력은 건재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는 한국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후부터 말을 바꾼다. 1997년 12월 5일 방한하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금융위기』라는 주제의 강연회에서 “아시아 경제는 이미 죽었다(dead)”고 단언한다. 한국경제의 장래는 극히 비관적이며, 한국의 경제문제는 1~2년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므로 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Krugman이 내놓은 동아시아경제 진단에 전적으로 공감을 표한다. 동아시아 경제는 생산요소의 투입증가로 급속히 발전해왔지만, 경제성장은 TFIG보다는 TFPG에 따라 좌우되므로 고도성장은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그 동안 기술적으로 우월하다고 간주되어온 반도체, 철강 등도 더 이상 기술집약 제품이 아니며 세계경제의 무게중심이 제조부문에서 서비스부문으로 이동하면서 정보와 금융산업의 부가가치가 높아지는데도 동아시아는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덧붙인다.

Stiglitz: Krugman을 강하게 비판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으로서 미국정부의 경제정책에 깊이 관여했던 세계은행의 수석부총재인 Stiglitz는 Krugman의 반대편에 선다. 그는 1997년 8월 19일 이영세 박사와 가진 대담에서, Krugman이 한국 실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전제하고 한국이 고도성장을 한 것은 양질의 인적자본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특히 낮은 문맹률과 좋은 대학제도, 많은 엔지니어와 숙련된 기능공이 오늘의 한국경제를 일구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모방하거나 이전하는 단계를 넘어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충고한다.[118]

Stiglitz(1997a)는 1997년 9월 미네아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에서 가진 인터뷰의 내용도 같은 맥락이다. 개발도상국은 지식의 이전을 통해 지식격차를 해소하여야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국민이 초등교육을 통해 문자해독 기량을 갖추어야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술적인 역량으로 무장한 기술자를 양성해야 하는데, 한국의 성공이 그 표본이라는 것이다. Stiglitz의 이러한 시각은 융화론에서처럼 기술과 지식이 인적자본에 체화됨으로써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주장과 일치한다. 그리고 한국은 선진기술을 이전 받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학생을 해외에 유학시키고 수출촉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시장에 참여함으로써 상품을 국제기준에 맞추는데 필요한 지식을 들여올 수 있었으며 전세계 다른 기업과 경쟁하는 환경 속으로 스스로 들어감으로써 자연히 세계적인 경쟁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고 Stiglitz는 진단한다.

12월 1일 Stiglitz(1997b)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6 재무장관회의』 석상에서 동아시아 위기의 원인으로 축적론자가 주장하는 성장한계론과는 다른 세 가지를 열거한다.

첫째, 가장 중요한 원인은 신인도 상실이다. 낮은 물가상승률, 높은 저축률 그리고 훌륭한 기술기반 등 동아시아의 경제기초는 여전히 튼튼했지만 금융제도의 건전성과 투명성, 소유지배구조의 실태와 인식에 대한 우려가 신인도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둘째, 민간부문의 해외 단기차입이 급증했다.

셋째, 부분적으로 투자의 배분이 잘못되었다. 동아시아의 저축률은 세계 최고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 잘못된 투자, 특히 부동산과 건설에 대한 투자가 너무 많았다.[119]

동아시아 내부결함론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IMF의 자매기관인 세계은행의 수석부총재가 이와 같은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했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제2장 요약

Krugman이 1994년에 주장한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은 1997년초까지 사방에서 공격받는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론이 주류를 이루며 당사자인 동아시아나 주변국인 일본으로부터도 심한 비난을 받는다. 그 와중에서도 Krugman은 줄기차게 자신의 주장을 반복하다가 드디어 1997년 동남아가 외환위기에 휩쓸리자 Dornbusch나 Klein 등 지지자가 한둘 나타난다. 그래도 Sachs나 Stiglitz 등은 Krugman과 입장을 달리한다.

이상 제1부에서는 Krugman이 주장하는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실체와 그로 인해 야기된 논쟁에 대해 검토했다. 다음 제2부에서는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한계와 크루그만 신드롬의 허상에 대해 살펴본다.


제2부. 비판: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한계

제2부에서는 Krugman과 Young이 Solow 모형에 근거하여 주장을 편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허구를 밝힌다. 논지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축적론은 복잡다기해진 현실경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시대에 뒤진 이론이다. 축적론에서는 경제성장이란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총요소의 축적량을 늘려 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는 양(量) 위주의 관점 아래 기술진보와 같은 질적인 요소를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양위주의 사고는 경제성장에서 기술이나 지식의 중요도가 더해지는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 또한 축적론은 한 나라의 성장요인을 설명할 때는 어느 정도 효용을 갖고 있으나 여러 나라를 비교할 때는 설명력을 갖지 못하는 제한적 이론이며 특히 개발도상국과 같이 높은 경제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성장원천을 설명하지 못한다. 제3장에서는 이처럼 축적론이 봉착한 한계점을 살펴보고 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융화론에 대해 검토한다.

둘째, 설사 축적론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한국처럼 지난 30년에 걸쳐 자본량을 연평균 13.7%씩 늘리고 노동량도 6.4%씩 늘릴 수 있었던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축적론자는 자본량과 노동량을 늘려 가는 역량을 손쉬운 일로 폄하하지만 이러한 비범한 요소투입의 사례는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수많은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동아시아를 모방하여 요소투입을 늘리고자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난 사실만 보아도 동아시아의 대규모 자원동원 능력은 당연히 높이 평가받을 자격이 있다. 제4장에서는 동아시아의 괄목할만한 요소투입 역량에 대해 살펴본다.

셋째, 이상의 두 가지 관점을 간과한다 하더라도 축적론자가 Solow 모형을 사용하여 TFPG를 구하는 방법론이 여러 측면에서 합리성과 논리성을 결여하고 있다. TFPG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통계자료를 믿을 수 없으며 여러 변수를 구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그 결과 여러 연구자가 계산한 TFPG가 천차만별의 양태를 보이며 Young(1994)은 의도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TFPG가 가장 낮게 나올 수 있는 방법론을 선택했다. 제5장에서는 다소 많은 분량이지만 TFPG 구하는 방법론에 대한 여러 학자의 주장과 논쟁에 대해 검토한다.

넷째,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감소한다는 예견은 Krugman이 막연히 자기 머릿속에서 상상한 부분으로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 반면에 여러 연구자는 다양한 분석을 통해 한국의 성장잠재력은 튼튼하며 과거 소련의 전철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한국의 TFPG는 최근 들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TFP나 소득의 절대수준이 선진국보다 크게 낮아 아직도 추격 여지가 많다는 점에 대해 제6장에서 살펴본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은 이처럼 한 까풀만 벗겨보면 많은 결함을 안고 있는 주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제2부의 결론이다.


제3장. 경제현실과 축적론 사이의 괴리

본 장에서는 Krugman이나 Young이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을 펼치면서 이론적 바탕이 되었던 Solow 모형과 이에 기초한 축적론이 현실세상에서 전개되는 경제발전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정형화된 사실(stylized fact)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검토한다. 이를 위해 우선 축적론이 안고 있는 본질적인 한계를 지적하고, 다음으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대안으로 새롭게 부상한 융화론에 대해 살펴본다.

1. 축적론의 이론적-경험적 한계

Young은 신고전파 경제이론의 대표적 성장이론인 Solow 모형을 사용하여 동아시아의 TFPG를 계산한다. Solow 모형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대해 제1장 제3절에서 상세히 살펴보았듯이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경제성장은 주로 자본이나 노동의 축적을 통해 이루어진다.

둘째, 경제성장에서 자본이나 노동의 축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나머지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기술진보의 기여분(TFPG)으로 간주한다. 이를 ‘Solow 잔차’라고 한다.

셋째,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가 증가하더라도 한계생산성이 체감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은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기술진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축적론에서는 매우 엄격한 완전경쟁시장을 가정한다.

이러한 네 가지 특성의 논리성과 합리성에 대해 차례대로 검토해보자.

축적론은 요소투입의 질적인 측면을 경시

첫 번째로, 축적론에서 경제성장은 주로 자본이나 노동의 양적인 축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래서 Bosworth and Collins(1996), Nelson and Pack(1997) 등 내생적 성장이론주의자는 신고전파 성장이론을 ‘축적론’이라고 부르고 신고전파 경제학자를 ‘축적론자’로 칭한다.[120]

물론 축적론자는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Solow 모형을 통해서 생산요소의 양적인 투입증가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부분(TFIG)은 물론 생산에서의 질적인 요소인 기술진보가 경제성장에서 기여한 부분도 TFPG라는 변수로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Solow 모형을 통해 TFPG를 구할 수는 있지만 TFPG를 별도의 내생변수(內生變數)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률에서 TFIG를 차감하고 남은 나머지 잔차를 TFPG로 ‘간주’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외생변수(外生變數)로 보기 때문에 기술진보가 상대적으로 경시된다는 사실이다. 만일 축적론자가 기술진보를 보다 중시한다면 그들이 만든 모형은 당연히 TFPG가 중심으로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성장률에서 TFIG를 차감한 나머지를 TFPG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그와는 반대로 먼저 TFPG를 별도의 내생변수로 계산해내어야 축적론에서 기술진보를 경시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만일 Solow 모형이 단순히 과거에 일어난 역사적인 사실을 사후적으로 해석하는 용도에만 그친다면 그 나름대로 활용가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Solow 모형을 통해 나온 결과에서 기술진보와 관련된 미래의 시사점을 얻고자 할 때 Solow 모형은 그 효용성을 잃는다.

예컨대 한국 사례를 보자. Young(1994)이 Solow 모형으로 1966~90년의 경제성장 요인을 실증연구한 결과, GDP가 매년 10.4%씩 늘어났는데 이를 분해하면 TFIG는 8.8%(자본증가의 기여분과 노동증가의 기여분이 각 4.4%)이고 나머지 1.6%가 TFPG에 의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계산결과에 대해 동의할 수 없지만 일단 Young의 주장을 수용하자. 이를 근거로 한국이 미래 성장전략을 세운다면 대개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자본과 노동의 투입량을 무한정 늘리고 급속한 기술진보를 이루면 된다. 그러나 이는 국가 역량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현실사정을 감안할 때 훌륭한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자원이 부족하므로 먼저 자본집약적으로 성장할 것인지 아니면 노동집약적으로 성장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만일 자본과 노동 투입량을 한 단위(1%) 늘리는데 들어가는 노력이 동일하다면 당연히 노동 투입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 노동의 가중치가 0.68로 자본 가중치 0.32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단위 늘리는데 요구되는 노력에서 차이가 난다면 그만큼 차이를 감안해주면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큰 방향이 정해지면 다음에서는 개별적으로 자본이나 노동의 투입량을 늘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한다. TFIG를 통한 성장전략은 이런 식으로 더욱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TFPG에 대해서는 전략을 수립할 도리가 없다. Solow 모형을 통해서 TFPG의 수준을 알 수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런 시사점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기술진보가 중요하므로 무조건 기술진보를 늘려야 하고 이는 경제내부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이므로 무작정 하늘을 쳐다보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와는 반대로 TFPG를 외생변수로 처리하지 않고 별도의 내생변수로 구했다면 여러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융화론에서는 기술진보란 뭔지 모르지만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식이나 기술 또는 인적자본이라는 구체화된 변수의 모습으로서 학습, 기업가정신, 혁신 등을 통해 기계, 설비, 장비와 같은 물적자본 속에 녹아 들거나 노동력에 체화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지식이나 기술 그리고 인적자본을 늘려가야 한다는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축적론이 안고 있는 양위주 관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요소투입의 질적인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자본과 노동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먼저 자본 투입에서 질적인 효용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본이 고부가가치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되어야 하고, 동시에 자본투입에 따라오는 기술진보가 경제내적으로 내생화되고 융화되어야 한다. 동아시아 외환위기 전후의 예를 보자. 축적론에 따르면 같은 양의 자본이나 노동을 태국처럼 저수익 또는 무수익 자산인 부동산에 무분별하게 과잉투자하든지 아니면 한국처럼 메모리반도체 산업과 같이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에 투자를 하든지 간에 경제성장률은 동일하게 나온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을 통해 창출되는 부가가치 중에서 축적론자가 주장하는 자본이나 노동의 축적을 통해 이루어지는 부분은 극히 일부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가가치의 대부분은 융화론자가 강조하는 기술이나 지식 같은 질적인 부분의 향상을 통해 나오는 것이므로 축적론으로서는 이러한 부분을 해석할 길이 없다. 그리고 반도체 기술이 개발된다면 신장비가 투입되고 이를 기반으로 첨단의 전자 또는 통신기기 기술이 발전하며 인적자본과 지식이 축적되어 양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경제성장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축적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노동력 측면에서도 축적론에서는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자의 수량을 중시하지만, 현실경제에서는 노동자에게 체화되어 있는 지식과 기술의 질적 수준이 부가가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축적론은 이러한 질적인 측면을 간과하기 때문에 양적인 요소투입이 경제성장을 견인하던 과거 산업화 시대와 달리 지식이나 기술 같은 질적인 요소의 비중이 높아지는 시대의 경제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길이 없다.

그리고 축적론은 경제성장에서 공급(생산) 측면에만 주목하는 한편 수요(소비) 측면은 고려하지 않는다. 만약에 자본과 노동을 양적으로 투입하기만 해도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면 후진국 대부분이 손쉽게 선진국 반열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생산요소를 투입해서 상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 상품을 소화해 주는 수요(소비)가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만들어진 상품이 가격이나 품질에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가령 10명이 붙으면 충분한 생산설비에 100명이 달라붙는다고 생산량이 열 배 올라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생산성이 낮아지고 생산단가가 올라감으로써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고 결국은 기업이 도산함으로써 100명 전체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현실세계는 축적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량을 늘린다고 해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이 올라가야 하고 만들어진 상품을 소비해 줄 수요가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국내수요가 제한적인 경우에는 해외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상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과 지식 그리고 수출주도 공업화 정책과 같은 질적인 향상이 요구된다. 그러나 축적론은 이러한 질적인 요인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TFPG라는 Solow 잔차는 ‘블랙박스’

두 번째, 축적론은 경제성장에서 자본이나 노동의 축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나머지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TFPG로 간주한다.

당초 축적론이 봉착했던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가, 비슷한 규모의 자본과 노동을 투입한 국가들 사이에도 경제성장률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축적론자는 그들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뭔지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막연히 ‘기술진보’와 같은 질적인 요인이 작용할 것이라는 차원에서 TFPG라는 개념을 도입했던 것이다. 결국 경제성장이란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총요소의 투입을 늘림으로써 이루어지는 부분(TFIG)과 무엇인지 모르지만 기술진보와 같은 총요소생산성의 증가(TFPG)라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는 가정이다.

일단 여기까지 수용한다 해도 축적론에서 TFPG를 Solow 모형으로 계산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총요소생산성증가나 기술진보라는 요소가 경제내부의 메커니즘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즉 내생변수로 설명되지 않고 외부에서 주어지는 변수, 즉 외생변수로 처리되는 것이다. 물론 R&D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기술이 사회 전체에 공유됨으로써 생기는 소위 ‘지식과 기술의 외부효과’라든지, 또는 단순히 영감이나 천재성(inspiration and ingenuity)에 의해 기술진보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겠지만 이러한 경우는 예외적이다. 그래서 AFL-CIO[121]의 이코노미스트인 Palley(1996)는 축적론자가 만들어낸 TFPG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라고 비유한다. Wolf(1996) 역시 “축적론자 스스로 기술진보를 하늘이 내린 선물”(manna from heaven)로 인식한다는 비판을 가한다.

이처럼 Solow 모형에서는 TFPG를 직접 계산하지 않고 경제성장률에서 총요소투입증가율(TFIG)을 차감한 나머지를 기술진보의 몫(TFPG)으로 ‘그냥’ 간주하고 이를 ‘Solow 잔차’라고 부른다. 결국 경제성장률은 주어진 숫자이므로 TFIG의 변화에 따라 TFPG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TFIG가 커지면 상대적으로 TFPG는 작아지고 반대로 TFIG가 작아지면 TFPG는 커지게 되므로 TFIG 계산에서 오류가 일어날 경우에는 TFPG도 당연히 그 영향을 받는다.

엄밀하게 말하면 Solow 모형에서 잔차란 기술진보의 몫이 아니라 모형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블랙박스)이며 축적론자는 그 무엇의 내용을 별개의 독립변수로 규명하지 않고서 이를 기술진보의 몫이라고 간주해버린 것이다. 잔차에는 물론 기술진보의 몫도 일부는 들어있겠지만 축적론자가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경제성장 요인이 숨어 있으며 더욱이 TFIG를 구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각종 오류까지도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여러 연구자가 TFIG를 구하는데 사용하는 기초통계에서 많은 오류가 발견되고 있으며 이를 계산하는 방법론도 일관성을 결하고 있어 Solow 모형으로 계산된 TFPG의 신뢰성은 더욱 낮아진다.

Pack and Page(1994b)는, Young(1994)의 연구에서 한국이나 대만, 싱가포르의 TFPG가 방글라데시, 우간다, 아프가니스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다는 비상식적인 결과가 나온 것도 이러한 통계적 오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축적론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Abramovitz(1989)[122]는 그 자신이 1956년에 미국의 성장원천을 분석하는 과정에서[123] 이러한 잔차에 대해 ‘생산성(productivity)’이라는 명칭을 붙임으로써 그 후 많은 후학에게 개념상 혼란을 야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후회한다. 이제 와서 보니 잔차란 바로 ‘우리의 무지를 측정하는 잣대(measure of our ignorance)’였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여기에는 축적론의 한계를 보여주는 측정 오차, 변수 누락, 집계 오류, 모형설정에서의 착오 같은 것이 혼재되어 있으므로 축적론자가 TFPG라고 주장하는 잔차의 실체는 사실은 경제성장의 원인에 대해 축적론자가 해석하지 못하는 부분을 모아놓은 집합체이다. 축적론자는 자신들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블랙박스)에 대해 기술진보 또는 생산성향상으로 그냥 간주한 것이다. Hulten(2000)도 이에 포함되는 요인으로서 기술혁신, 조직이나 제도 변화, 사회적 행태의 변화, 수요의 변동, 소득분배율의 변화, 변수 누락, 측정 오차 등을 열거하기도 한다.

축적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선 융화론자의 초기연구는 어떤 의미에서 축적론자가 규명하지 못한 이와 같은 블랙박스의 실체를 규명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융화론을 창시한 스탠퍼드대학의 Romer(1986a)가 지식, R&D 또는 아이디어라는 개념을 도입하거나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시카고대학의 Lucas(1988)가 인적자본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시도는 설명할 수 없는 잔차 부분을 가능한 한 줄여보려는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축적론자가 자본의 개념을 물적자본에만 국한한 반면에 융화론자는 자본의 개념을 지식이나 인적자본에까지 확산시킨 것이다.[124]

그리고 Abramovitz(1986)는 여러 국가간에 TFPG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사회적 역량(social capability)’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각 나라의 교육수준일 수도 있고 잘 정비된 제도나 유인체계일 수도 있으며 이러한 요인이 TFP 수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는 지대 추구(rent-seeking)나 경제성장 과정에서 불거지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치적 절차이나 역량도 포함된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혁신을 통해 비용을 줄이려는 투자와 노력에 대해서 독점적인 이익이 보장되어야 하는 동시에 이러한 정치적-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작지만 강하고 예측 가능한 정부가 요구되기도 한다. 그리고 투자나 자금조달 환경도 중요하다. 즉 거래비용이 낮아야 하며 기회주의와 무임승차 문제에 따른 고정비용을 기업인에게 부담시키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금융제도를 제대로 정비함으로써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있고, 채무자 행위를 효과적으로 모니터 해야 하며 투자재원을 조달하는데 있어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장해요소를 제거해야 한다.”이처럼 축적론의 초기이론 발전에 큰 기여를 한 Abramovitz가 나중에는 오히려 융화론을 지지하는 입장에 선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무조건 수렴과 조건부 수렴

세 번째, 축적론에서는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가 증가하더라도 한계생산성이 체감한다.

이러한 주장은 한 나라를 놓고 보면 일견 그럴듯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현상이 현실세계에서 목격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1960년대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50% 미만이었을 때 연간 성장률은 9%를 넘었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70% 수준에 달했을 때는 4%로 낮아졌고 최근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90%에 이르러서는 2%로 낮아졌다.[125] 그러나 일본의 사례는 예외적이다. 실제 통계를 보면 선진국의 경우에 최근 수십 년 동안 생산요소의 투입에 따른 투자수익률이 과거 19세기나 20세기 초반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인다.[126]

더욱이 한 나라 차원을 넘어 여러 나라의 GDP 성장률을 비교해 보면 축적론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한계생산성이 체감한다는 의미는, 1인당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높아지므로 언젠가는 모든 나라의 노동자당 소득이 동일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것이다. 이를 ‘무조건 수렴’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자본축적이 심화된 선진국에서는 한계생산성이 체감하므로 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반면에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은 자본축적이 시작 단계이므로 성장률이 높아야 하며, 그래서 결국 언젠가는 후진국 모두가 선진국으로 수렴해가야 축적론이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현실세계는 이와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예외적으로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일본과, 논쟁의 초점이 되고 있는 동아시아를 제외하고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격차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계 118개국의 1960~85년에 후진국의 성장률이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으며, 1870년 이후 선진 18개국의 성장률을 분석해 보면 1970년대 이후 성장이 둔화되다가 최근에는 다시 높아지고 있다.[127] 이처럼 ‘무조건 수렴’ 현상으로 현실세계를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를 여러 학자가 지적한다.[128]

예컨대 카네기멜론대학의 McCallum(1996)은 “축적론에 따르면 노동자당 자본량이 일정수준의 균제상태(steady state)에 도달하면 모든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균형점으로 수렴한다. 그러나 많은 나라가 오랫동안 다른 모습의 경제성장률을 보였을 뿐 아니라 나라간 경제성장률의 차이도 각 나라의 고유한 특성과 시스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은 신고전파 성장이론의 예측과 상반되는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무조건 수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두 방향으로 전개된다.

첫째, Lee, Radelet and Sachs(1997)와 Barro and Sala-i-Martin(1995)이 제시한 ‘조건부 수렴’ 이론이다. 만일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경제성장률은 수렴하겠지만 저축률, 인구성장률, 경제발전 단계, 정부 정책, 초기의 인적자본 등 다른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수렴하지 않는다고 Barro는 설명한다.

둘째, 여러 융화론자의 주장이다. 예컨대 Romer(1983, 1986)는 선진국에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지 않고 높은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현상을 ‘지식의 적극적인 외부효과’로 설명한다. 어느 기업이 지식을 새롭게 창조할 때는 한계생산성이 체감하지만 창조된 지식이 국가전체로 확산되면 다른 기업은 추가적인 투자 없이도 지식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경제전체로 보아서는 한계생산성이 체감하지 않고 일정하거나 오히려 체증한다는 논지다.

그리고 축적론자는 동아시아의 급속한 성장을 단순히 자본이나 노동이 대규모로 축적된 결과로 본다. 그들은 신기술이나 새로운 현대적인 관행을 적용하고 숙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이것 역시 신고전파 생산함수를 통해서 설명되어야 하고 만일 잔차가 남으면 기술진보로 간주한다. 따라서 축적론에서는 융화론에서 중시하는 기업가정신, 혁신, 학습과 같은 요인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축적론자의 주장에 대하여 여러 학자가 강하게 반발한다.[129] 그들은 동아시아가 1970~80년대에 적극적으로 습득했던 기술은 1960년대에 경험한 기술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신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학습하기 위한 일련의 신기능, 그리고 경제행위를 조직화하는 새로운 방식, 새로운 시장에 익숙해지고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 등이 동아시아에 필요했다. 이를 위하여 근본적으로 일상적인 방식을 넘어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정신과 훌륭한 경영방식이 요구되었다. 동아시아의 성장이 기적으로 칭송되는 것은 다른 나라도 유사한 시도를 했지만 유독 동아시아만 성공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신기술을 적용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물적자본과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요구되었으며 동아시아는 이 역시 무리 없이 해냈다고 여러 학자는 설명한다.

축적론자는 다른 나라도 동아시아만큼 투자를 하고 자원을 집중하면 그들만큼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융화론자는 아무리 자원을 많이 투입한다 해도 그 나라에 맞는 혁신과 학습이 따르지 않으면 고도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요소투입은 성장을 부분적으로 설명할 뿐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만약에 혁신과 학습이 없다면 발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소련이나 동유럽에서도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혁신과 학습이 미진하여 경제성장이 부진했던 반면에 동아시아는 혁신과 학습을 통해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융화론자의 주장이다.

완전경쟁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현실경제

네 번째, 축적론에서는 현실경제가 완전경쟁시장 아래서 작동한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만일 완전경쟁시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축적론은 바탕에서부터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축적론에서 완전경쟁시장을 전제조건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Solow 모형이 완전경쟁시장을 가정하는 Cobb-Douglas 생산함수를 원형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경제에서는 다음과 같이 완전경쟁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첫째, 여러 융화론자의 주장에 따르면,[130] 경제성장의 핵심요인인 기술진보는 의도적인 R&D 활동의 결과이며 R&D에 대한 투자를 통해 신기술이 개발되면 사후적으로 ‘독점력’에 의해 보상을 받게 되고 이러한 인센티브로 인하여 새로운 지식의 창출이 촉진되므로 경제성장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131] 독점은 경쟁과 상충하는 개념이다.

둘째, 완전경쟁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고 기업은 시장에서 정해진 가격을 받아들여야 하는 가격수용자(price-taker)의 입장에 선다. 만일 기업이 가격인하를 통해 시장지배를 시도하려면 이익이 줄어들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기업은 존속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모든 기업이 시장에서 정해진 가격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어떤 기업은 가격전략을 구사하여 시장지배를 시도한다. 가령 생산량을 대폭 늘려 규모경제를 통한 원가절감을 실현함으로써 판매가격을 낮추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시도는 고전적인 전략 중 하나다. 즉 완전경쟁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셋째, 선진국에서는 완전경쟁시장이 작동할 가능성이 높지만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 시장은 대개 불완전하다. Sarel(1997)은 불완전한 시장의 유형으로 여러 가지 사례를 열거한다.

가령 강력한 노조가 있거나 최저임금 수준을 법으로 정한다면 실질임금은 노동의 한계생산성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다. 반대로 인력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이 있다면 오히려 임금은 낮아질 수 있다. 또한 자본이나 노동을 독점적으로 제공한다면 한계생산성보다 높은 수준에서 자본이나 노동의 가격이 결정될 수 있다. 예컨대 싱가포르의 경우에 외국인직접투자에 의해 자본재가 독점적으로 공급되면서 자본의 한계생산성보다 거의 1% 더 높은 이윤이 외국인들에게 돌아간 사례가 있다.[132]

그리고 정부가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세제상 혜택을 주거나 자본집약산업에 대해 감세 또는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 예컨대 과거 40년 동안 대만 정부가 채택했던 다양한 조세제도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수출을 자극하며 저축을 장려했다.[133] 한국 역시 조세제도가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134] 자본집약산업에 대한 육성책을 통해 기술이 기업 내부에 체화되고 한계생산성을 초과하는 투자수익을 올림으로써 소득분배율이 왜곡되었던 것이다.[135]

이처럼 완전경쟁이라는 축적론의 핵심적인 가정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Solow 모형을 통해 구한 TFPG에는 이론적인 타당성이나 합리성을 부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최근에 후발국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성장 연구에서는 가능한 한 완전경쟁시장의 가정을 완화시키는 모형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다양하게 시도된다.

이상에서 Solow 모형의 네 가지 특성이 갖고 있는 한계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으로는 Solow 모형 그 자체가 안고 있는 논리적인 모순을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검토한다. 하나는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급감하는데도 자본 투입이 엄청난 속도로 증가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질이자율이 급감하는 사례이며, 마지막은 대규모의 자본이동이 생기는 사례다.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급락해도 자본의 투입이 급증하는 모순

Young(1994)이 논문을 낸 후인 1994년말 Pack and Page(1994b)는 『Young에 대한 답변』이라는 글에서 ‘자본의 한계생산성 증가율’을 구하는 간단한 공식을 통하여 동아시아 성장한계론 그 자체가 안고 있는 모순점을 밝힌다.

먼저 Solow 모형을 조금 변형시키면 쉽게‘자본의 한계생산성 증가율’을 구할 수 있다. 정리과정을 생략하기로 하고, 자본증가율과 노동증가율의 차이에 노동분배율을 곱하여 TFPG에서 차감하면 자본의 한계생산성 증가율이 얻어진다.[136] 이를 한국에 대한 Young(1994)의 TFPG 계산결과에 적용해 보면, 자본투입이 급증했던 1976~80년에 한국의 TFPG가 0.9%, 노동분배율이 0.67%, 자본증가율이 17.6%, 노동증가율이 4.0%이므로 자본의 한계수익률은 마이너스 8.2%로 나온다.[137]

즉 자본의 한계생산성, 자본의 한계수익율이 매년 8.2%씩 감소하는데 자본의 투입량이 매년 17.6%씩 증가했다는 것이다. 자본의 한계수익률이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대규모의 투자를 지속해 왔다는 사실은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Solow 모형으로 이와 같은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TFPG가 Young이 계산한 0.9%보다 훨씬 높거나 자본이 축적되는 속도가 Young의 계산보다 훨씬 낮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Young의 연구에서는 자본증가율을 너무 높이 잡았거나 아니면 TFPG를 과소평가한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138]

실질이자율이 급감해야 한다는 모순

카네기멜론대학의 McCallum(1996)은, 1996년 11월 『신고전파 대 내생적 성장 분석』이라는 글에서 Solow 모형이 안고 있는 논리적 모순을 두 가지 사례를 통하여 지적한다. 하나는 실질이자율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이동에 대한 것이다.

먼저 실질이자율에 대한 사례부터 보자.

가령 지난 30년 동안 <국가 A>에서 노동자당 소득이 <국가 B>보다 3배만큼 증가했다고 가정하자. 이는 무리한 가정이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경우다. 두 국가 모두 기술진보율이 같고 자본분배율은 1/3이라고 하면 <국가 A>의 노동자의 1인당 소득이 3배가 되려면 노동자당 자본이 그 세제곱인 27배가 되어야 한다. 이 경우에 <국가 A>의 자본의 한계생산성은 <국가 B>의 자본의 한계생산성에 비해 1/9로 줄어들게 된다. 완전경쟁시장에서 실질이자율이 자본의 한계생산성에 비례한다면 <국가 A>의 실질이자율이 <국가 B>의 1/9 수준으로 감소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질이자율이 이처럼 급격히 감소하는 사례는 아직까지 현실세계에서 관찰되지 않고 있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소득이 3배 증가한 <국가 A>의 실질이자율이 30년 전에 <국가 B>보다 9배 높았다고 가정하는 것인데, 이 역시 역사적으로 관찰된 바 없는 현상이다.

이처럼 Solow 모형은 국가간의 성장패턴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새로운 모순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떨어진다.

대규모의 자본이동이 일어나야 하는 문제점

그리고 McCallum(1996)은 또 자본이동을 통해 Solow 모형의 모순을 밝힌다. 선진국의 노동자당 소득이 개발도상국의 10배를 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이 경우에 자본분배율이 1/3이라면 선진국의 노동자당 자본이 개발도상국의 1천 배( DRW000012b0b106 )가 되어야 하고 선진국에서의 자본의 한계수익률은 개발도상국의 1/100 수준이 되어야 한다. 즉, 자본투자를 통해 개발도상국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선진국 보다 100배나 높아야 한다. 따라서 자본의 수익률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수익률이 낮은 선진국에서 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개발도상국으로 대규모의 자본이 유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 역시 아직까지 현실세계에서 관찰된 바 없다. 이 역시 축적론이 안고 있는 논리적 모순 중 하나다.

이상에서 검토한 것처럼 일견 단순 명료한 것처럼 보이는 Solow 모형은 약간만 변형시키면 현실에서 벌어지는 경제현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모순점을 드러낸다. 다음은 이와 같은 축적론과 Solow 모형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융화론에 대해 살펴본다.

2. 융화론: 내생적 성장이론

융화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이론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학자의 손에 의해 진화되어 왔으며 현재도 진화 중이다. 기존에 있던 고전학파 성장이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1950년대에 Solow-Swan이 신고전파 성장이론(축적론)을 제시했던 것처럼 1980년대에 들어 스탠퍼드대학의 Paul M. Romer[139]와 시카고대학의 Robert E. Lucas Jr.[140]는 축적론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내생적 성장이론(융화론)을 제시했다. 특히 융화론은 최근 들어 미국경제가 소위 ‘신경제’라는 호황을 맞으면서 그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활용되고 있어 그 중요성을 더한다. 그 출발점이 되는 Romer와 Lucas의 연구결과를 살펴보자.

Romer: 지식의 외부효과와 장기 성장 가능성

융화론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Romer는 기념비적인 두 편의 글을 쓴다. 하나는 시카고대학 박사학위 논문으로 쓴 『외부효과, 수확체증, 그리고 무한한 성장이 가능한 동적 경쟁 균형』이고, 다른 하나는 『수확체증과 장기성장』이라는 글이다.[141] 두 글에서 주장하는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Romer는 전통적인 생산요소인 자본과 노동에 ‘지식’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추가한다. 지식은 구체적으로 생산함수 속에서는 ‘인적자본(human capital)’이나 ‘아이디어’라는 변수로 표현된다. 대개 노동과 인적자본을 유사한 개념으로 혼동하지만 Romer는 양자를 명확히 구분한다. 노동이란 ‘지식이 체화되지 않은 비숙련 노동력’(노동자의 숫자나 노동시간)을 의미한다면, 인적자본이란 ‘단순노동력에 지식이나 기능을 체화시키기 위해 투자되는 자본’을 말한다.[142] 그리고 Romer는 이들 생산요소에 대해 각각 ‘자본, 비숙련노동, 인적자본, 아이디어’라는 명칭을 붙인다.

Romer의 시도가 기존의 축적론과 차별되는 점은, 축적론에서는 지식(기술진보나 TFPG)을 하늘에서 떨어지는 외생변수로 처리하는 반면에 Romer는 지식을 인적자본과 아이디어라는 구체적인 생산요소로 설정하고 대용지표를 사용하여 이를 직접적으로 계산함으로써 다른 변수의 계산 오류 등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식을 측정하는 대용지표로는 인적자본(비숙련 노동에 체화된 지식이나 기능)의 경우에는 교육년수 등을 사용하고 아이디어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특허에 관련된 변수 등을 사용한다. 이처럼 지식이 새로운 생산요소가 된다는 것은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는 대가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경제주체가 자본을 투입하여 기계설비를 갖추거나 노동을 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식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지식은 ‘적극적인 외부효과(positive externality effect)’를 가져옴으로써 한계생산성이 체증한다. 즉,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동하는 것이다. 가령 어느 기업에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할 때 축적론에서는 한계생산성이 체감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융화론에 따르면 만일 기업이 창조하고 획득한 지식을 경제전체에 확산시키면 다른 기업은 추가적인 투자 없이도 지식을 획득할 수 있으므로 경제전체로 보면 한계생산성이 체증한다. 이런 현상이 바로 ‘지식의 외부효과로 인한 한계생산성 체증’이라는 것이다. 결국 지식의 외부효과는 축적론의 핵심적인 가정인 ‘수확체감의 법칙’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앞서도 언급되었듯이 축적론에 따르면 자본축적이 심화된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은 자본이 제대로 축적되지 않은 후진국보다 당연히 낮아야 하며 결국에는 모든 후진국이 선진국으로 수렴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반대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축적론에서는 이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Romer의 논지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자본축적량이 증가하더라도 경제내부에서 지식창조가 활발히 일어나고 경제내부에 확산됨으로써(즉, 지식의 외부효과가 일어남으로써) 축적론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기술진보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더라도 경제성장률의 둔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융화론은 선진국에서 높은 경제성장률이 지속될 수 있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축적론보다는 더욱 현실적인 이론으로 평가받는다.

셋째, 축적론에서는 시장을 완전경쟁 상태로 가정하지만, 융화론에서는 지식의 외부효과로 인하여 자본투자의 한계생산성이 체증한다면 불완전경쟁 상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자본이나 노동의 투입량을 늘려도 한계생산성이 체감하지 않고 오히려 체증하게 되므로 기업은 가격 인하를 통해 이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시장지배를 시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은 가격수용자의 입장에서 가격설정자(price-setter)로 바뀌게 되고 완전경쟁시장이 불완전경쟁시장으로 전환될 수 있다.

넷째, 지식에 대한 투자는 다른 생산요소(자본, 노동)에 대한 투자나 경제성장과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본이나 노동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그 부산물로 지식이 습득되고 창조되며 축적된다. 이는 다시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경제가 성장한다면 다시 자본이나 노동 그리고 지식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다. 이러한 선순환 고리가 제대로 작동하면서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Romer의 논지를 ‘내생적’ 성장이론이라고 부르는데 ‘내생적’이라는 형용사가 붙는 이유는, 축적론에서 지식(기술진보)을 하늘(경제체제 외부)로부터 떨어지는 ‘외생적’인 변수로 처리하지만, Romer의 이론에서는 지식이란 경제주체가 투자를 하는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며 경제체제 내부에 확산됨으로써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소위 ‘내생적(內生的)’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생적 성장이론에 ‘융화론’이라는 애칭이 붙은 연유도 지식의 창조, 확산, 축적을 통해 지식이 기존의 요소인 자본이나 노동과 ‘융화’됨으로써 더욱 높은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Lucas: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인적자본의 재조명

Romer와 함께 융화론의 양대 축을 지탱하는 Lucas(1988)는 경제성장의 원천이 되는 자본을 물적자본과 인적자본의 두 가지로 나눈다. 물적자본이란 이미 축적론에서 익숙한 기계나 설비와 같은 물리적인 자본을 말하고, 인적자본이란 ‘노동과 물적자본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기존의 축적량과 상관 없이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축적 가능한 자본’이다.

Lucas는 이러한 인적자본을 경제성장의 핵심적인 원동력으로 간주하고 인적자본 모형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교육 모형(schooling model)에서는 노동자가 생산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 중에서 상당부분을 교육 투자에 할애함으로써 인적자본이 축적된다. 둘째, 체험학습 모형(learning-by-doing model)에서는 노동자가 자신의 시간 중 일부를 신상품을 개발하는데 투자함으로써 인적자본이 축적된다.

이러한 두 가지 모형에서는 Romer가 만든 모형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한계생산성이 체감하지 않고 체증하게 되는 ‘내부효과(internal effect)’가 생기는 동시에 다른 노동자의 한계생산성까지 높여주는 ‘외부효과(external effect)’가 생김으로써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게 된다.

그리고 인적자본이 새로운 생산요소가 된다는 의미는 인적자본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투자가 따라야 하며 이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효용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인적자본을 원활히 축적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R&D에 대해 충분한 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Lucas는 강조한다.

Scott: 축적론 자체를 부정

또 다른 융화론자인 옥스퍼드대학의 Maurice Scott이 내놓은 주장은 다소 난해하다. 그 역시 축적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지만 Romer나 Lucas처럼 축적론을 부분적으로 수정하는 차원을 넘어 축적론 그 자체를 부정한다. 그는 『경제성장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축적론과 Solow 모형을 비판한다.[143]

첫째, 모든 성장은 투자를 통해 이루어지며 축적론에서 주장하는 기술진보라는 Solow 잔차는 없다. 경제성장에서 기술진보가 핵심부분이기는 하지만 현실경제에서는 자본축적이라는 땀과 기술진보라는 영감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자본투자와 기술진보는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며 축적론에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둘째, 축적론에서는 자본투자의 기여분을 과소평가함으로써 Solow 잔차를 남긴다. 투자량을 계산할 때 총투자에서 감가상각분을 차감한 순투자액을 자본축적량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에 대한 투자의 기여도가 과소평가된다.[144] 축적론에서 총투자에서 감가상각분을 차감하는 이유는, 예컨대 생산기계를 사용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생산기계의 생산성이 감가상각분만큼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계란 제대로만 관리하면 감가상각과 상관없이 오랫동안 당초 의도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수익성이 떨어지면 감가상각과 상관없이 일시에 폐기하기도 한다. 기계가 재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더라도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계를 폐기해도 실질적으로는 손해가 아니다. 따라서 자본축적량의 변화를 측정할 때 감가상각분을 감안하지 않은 총투자액 기준으로 해야 한다.

셋째, 투자에 대한 높은 수익률은 무한히 지속될 수 있다. 축적론자는 자본이 축적될수록 한계생산성이 체감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높은 투자수익률이 지속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투자과정에서 예견하지 못한 기회가 계속해서 생긴다면 초기의 높은 경제성장률이 그 뒤에도 계속 유지될 수 있다. 예컨대 한국의 경우는 1963~73년까지 투자수익률이 31.1%에 달했으며, 영국은 20.4%, 미국은 16.9%이었다.

넷째, 동아시아 고도성장의 바탕에는 유능한 정책 당국이 펼친 안정적인 거시경제정책, 제대로 교육받은 노동력, 수출에 대한 인센티브, 기술수입에 대한 적극성, 수출지향적인 무역 등이 깔려 있다. 이러한 노력이 없었다면 내부지향적인 개발관행에서 나타나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해서 대규모의 투자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이와 같은 Scott의 주장은 다소 거칠기는 하지만 축적론자의 주장보다는 현실경제를 더욱 실감나게 설명하고 있다.

Romer 이론의 진화: 내생적 기술변화로 성장률 격차 설명

한 걸음 더 나아가 Romer(1990a)는 『내생적 기술변화』라는 글에서 자신의 초기 모형에 뒤에 나온 Lucas의 이론을 가미하여 자신의 논지를 한 단계 더 진화시킨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기술이 진보되는 과정에서 인적자본의 역할을 더욱 중요하게 다룬다. Romer가 제시한 새로운 경제성장 모형에서 기본적인 생산요소는 자본, 원노동(raw labor), 인적자본, 기술 등 네 가지다. Solow 모형과 비교하면 자본과 원노동은 동일하며 TFPG로 간주했던 Solow 잔차가 인적자본과 기술이라는 두 가지 생산요소로 구체화된다. 그리고 기술이란 ‘무한히 증가할 수 있는 실체가 없는 비경쟁적인 지식’을 말하며 인적자본이란 ‘축적될 수 있고 실체가 있는 공식적인 교육 상품, OJT 교육, 체험학습’이다.

둘째, 국가경제를 구성하는 주체로서 연구 부문, 중간제품 부문, 최종제품 부문의 세 부문(sector)으로 나눈다. 연구 부문에서는 최종제품을 만들 수 있는 설계(design) 형태로 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기 위해 인적자본과 축적된 지식을 사용한다. 중간제품 부문에서는 연구부문에서 만든 설계를 기존의 산출물과 함께 사용한다. 최종제품 부문에서는 원노동, 인적자본, 중간제품을 사용한다.

셋째, 새로운 성장모형에서는 중간제품이 다양할수록 TFPG가 높아진다. 새로운 중간제품을 개발하는데 드는 R&D 투자의 생산성이 체감하지만 R&D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고서도 중간제품의 다양성을 늘릴 수 있다. 다시 말해 R&D 투자량 자체가 경제성장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중간제품이 다양해짐으로써 TFPG가 올라가고 경제성장을 견인하게 된다.

그리고 Romer(1993, 1996)는 『경제개발에서 사고 격차와 사물 격차』와[145] 『왜 정말 미국인가? 현대 경제성장론의 이론, 역사와 원천』이라는 글을 통해 자신의 연구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다. 여기서 그는 성장의 주요 원천으로서 ‘사고’의 역할을 강조한다. 축적론에서는 총요소투입과 총요소생산성이라는 두 가지 요인으로 나누어 경제성장을 설명하는데 비해, Romer는 생산요소를 사고(思考, idea)와 사물(事物, thing)이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사고는 비경쟁재인 반면 사물은 경쟁재이며, 사고도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생산되고 배분될 수 있다. 사고의 영역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데 사고란 비경쟁재로서 개발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일단 개발하고 나서 경제내부에 널리 확산되는 데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사고의 가치는 시장의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내수시장이 큰 나라는 작은 나라보다 사고를 새롭게 개발하는데 상대적으로 더 큰 유인효과를 가지며, 그 결과 시장 규모가 큰 나라가 작은 나라보다 더욱 빨리 성장할 수 있다. 특히 작은 나라에서 큰 나라의 특성인 통제와 규제가 심할 경우에는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 수십 년간의 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는 성과가 없는 반면 한국이나 대만에서 성과가 큰 연유는 인도의 경우 무역 장벽이나 외국인투자 장벽으로 인해 신기술이나 생산에 대한 지식이 유입되지 못했지만 한국과 대만에서는 사고가 풍부하게 공급되고 사고가 투자와 원활한 융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Romer의 관점은 축적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국가간의 경제성장률 차이를 부분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축적론은 여러 가지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Romer, Lucas, Scott 등은 융화론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결실을 맺는다. 또한 그들의 연구는 경제성장이론과 개발경제이론에 새로운 이론적-실증적 연구에 불을 댕긴다. 이론적인 측면에서는 모형의 확산이 일어났으며 실증적인 측면에서는 여러 국가간의 소득차이(즉 조건부 수렴 현상)를 규명하려는 시도와 한국이나 대만 등 동아시아의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설명하려는 여러 가지 시도가 뒤따랐다. 이러한 확산과정에서 다룬 핵심이슈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적자본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과 지식에 관련된 것이다.

인적자본에 대한 연구 확산

인적자본이라는 요소는 융화론에서 핵심 주제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미 축적론에서도 인적자본의 실체를 규명하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축적론의 기반을 구축했던 Fabricant, Abramovitz, Kendrick, Solow 등은 축적론의 핵심인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총요소투입만으로는 경제성장을 전부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매우 곤혹스러워 했으며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잔차로 남겨두고 그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또한 미국의 인적자본증가량을 계산한 Schultz(1960)에 따르면, 미국 경제성장의 20% 정도가 인적자본축적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 후에도 인적자본을 계산하려는 많은 시도가 따랐는데, 미국의 경우 노동력에 대한 교육 개선으로 이루어진 생산성 향상은 대개 TFPG의 1/3로 나왔다.[146]

하지만 인적자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융화론자에 의해 시작되었다. 인적자본에 대한 융화론자의 연구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Lucas처럼 인적자본을 물적자본이나 노동과 같이 생산과정에서의 투입물(input)로 간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Nelson and Phelps(1966)처럼 인적자본이란 투입물 같은 투자 객체(客體)라는 차원을 넘어 혁신을 이끌어 가는 주체(主體)로 보는 관점이다.

먼저 루카시언(Lucasian)은 교육이나 연구개발 또는 체험학습 과정에서 축적된 인적자본은 다른 물적자본이나 노동력과 같이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생산요소의 하나이므로 인적자본의 투자량을 늘리면 그만큼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고 본다. 그들의 모형에서는 인적자본을 내생변수로 설정함으로써, 물적자본의 축적량을 늘려도 한계생산성이 체감하지 않고 오히려 체증하게 되며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가능해진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융화론에서는 인적자본을 내생변수로 다루는데 인적자본의 축적을 측정하는 수단은 경제전체의 교육 달성도나 평균 학력수준 등이며 주로 사용하는 대용지표는 국민전체의 문맹률, 취학률, 평균교육년수 등이다.

하지만 Barro and Lee(1997)는 이러한 지표가 인적자본의 양적인 측면은 반영하지만 질적인 측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교육의 질적 수준을 알기 위해서 노동자가 노동시장에서 받는 성과(교육받은 노동자가 교육받지 못한 경우에 비해 추가로 받는 임금 수준)를 살펴볼 수도 있지만 이 역시 학력뿐 아니라 다른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58개국을 대상으로 사람의 지식이나 기술을 실제로 평가하여 인적자본의 질적 수준을 측정한 결과, 중요한 설명변수는 가정환경(부모의 학력수준이나 직업, 소득 등)과 학교에 투입된 자원의 양(교사 1인당 학생 수, 학생 1인당 교육예산, 교사의 연봉과 학력수준, 강의 재료의 풍부함) 등이라는 답을 구한다.

둘째, 융화론의 성장모형에서는 자본축적량이 증가해도 한계생산성이 체감하지 않고 일정하거나 체증할 수 있다. 성장모형에서 인적자본의 축적에 투자된 물적자본이나 노동력은 그 자체로서 물적자본의 증가나 노동력 증가에 기여하는 동시에 일정 부분은 인적자본의 증가에도 기여하게 되므로 생산함수 상 이중으로 계상된다. 인적자본의 축적을 통해 자본투자의 한계생산성이 체감하지 않는다면 물적자본과 인적자본을 지속적으로 축적할 유인은 계속 유효하며 자본축적이 심화되더라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다.[147] 자본축적이 심화된 선진국에서 성장률이 낮아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높은 경제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경제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축적론자의 한계를 융화론자가 극복한 것이다.

셋째, 경제전체의 선순환 또는 악순환 고리의 작동 여부가 인적자본의 초기 축적량에 따라 결정된다. Lucas에 따르면 노동력은 상품을 생산하는데 투입되거나 교육을 받는데 사용되며 양자는 서로 배타적이다. 즉 인적자본을 축적하기 위해서 교육시간을 늘릴수록 생산에 투하되는 노동력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므로 산출물도 적어진다. 교육도 투자의 일종이므로 만일 어떤 경제주체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할 수 없다면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투자를 줄이는 대신 현재의 생산과 소비를 택할 것이다. 초기에 인적자본이 적게 축적되어 있다면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역량도 적을 것이고 장기적으로 또는 영원히 인적자본에 투자할 여력이 생기지 않을 것이므로 악순환 고리에 빠진다. 이와는 반대로 초기에 경제전체의 인적자본축적량이 많다면 쉽게 산출물을 늘릴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더 많은 자원을 인적자본축적에 할애할 수 있으므로 높은 경제성장률이 지속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넷째, 인적자본의 축적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민전체의 문맹률, 취학률, 평균교육년수, 평균학력수준과 같은 인적자본을 축적하기 위하여 국가차원에서 기초교육에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되므로 개인의 노력보다는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이상에서 루카시언의 주장을 살펴보았다. 다음으로는 Nelson and Phelps(1966)가 주장하는 인적자본의 개념을 보자. 그들은 인적자본을 물적자본이나 노동력과 같은 객체라는 차원을 넘어, 혁신을 주도해 가는 주체로 인식한다. 경제성장은 혁신의 증가율에 좌우되기 때문에 인적자본의 양적인 증가보다는 주체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루카시언의 주장과는 달리 정부의 역할보다는 개인의 의사결정이 더욱 중요해진다. 개인이 스스로의 판단과 희생을 바탕으로 대학을 진학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개인적인 역량을 높여 가는 과정에서 인적자본의 질적 수준이 올라간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상에서 살펴본 인적자본에 관한 두 가지 관점에 대해 Aghion and Howitt(1998)은 양자 모두 중요하다는 통합론을 편다. 국민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기초교육 수준의 양과 질을 높임으로써 인적자본의 절대량을 늘리는 동시에 일부에 대해서는 한 단계 더 높은 교육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인적자본의 질적 수준 역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술, 지식과 R&D에 대한 연구 확산

다음으로는 융화론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기술, 지식, R&D 등의 특성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융화론에서는 인적자본과 마찬가지로 지식과 R&D를 내생변수로 처리한다. 축적론에서는 TFPG를 외생변수로 처리하여 Solow 잔차를 통해 계산하지만 융화론에서는 지식과 R&D를 내생화하여 독립변수로 직접 계산한다.

둘째, 지식의 창조나 R&D를 위해서는 별도의 투자가 요구된다. 축적론의 TFPG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므로 이를 위해 별도의 투자가 요구되지 않지만 융화론에서 지식과 R&D는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처럼 별도의 투자가 수반되어야 한다. 지식과 R&D를 축적하기 위해서 현재의 소비를 희생해야 한다. 이러한 지식의 창조나 획득에 대해서는 경쟁자가 모방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독점권을 가지게 되므로 새로운 지식창조를 위한 투자유인 효과가 생긴다.[148] 따라서 다양한 경제 단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R&D 등에 대한 투자는 경제적으로 지각 있는 행위이며 명확한 의사결정으로 간주된다.[149]

셋째, 지식이 경제전체로 확산되는 소위 적극적인 외부효과 때문에 투자의 한계생산성이 체증하며 이를 통해 지식창조자에게 인센티브가 돌아간다. Romer(1986a)에 따르면, 개별기업의 산출량을 결정하는 것은 기업의 노동과 자본 투입뿐만 아니라 경제전체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량도 영향을 미친다. 개별기업 차원에서도 투자가 축적되는 과정에서 효율적인 생산방법이 습득되지만 이러한 지식이 다른 기업에게 무상으로 확산(spillover)되기 때문에 개별기업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데는 경제전체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량의 크기 또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하버드대학의 그릴리치즈(Griliches 1979)는 산업 전체의 지식수준을, 그리고 Lucas(1988)는 산업전체의 인적자본 수준을 개별기업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본다.

그리고 축적론에서 물적 생산요소(자본과 노동)는 경합적 또는 경쟁적인 요소였지만 융화론에서 지식은 초기 독점상태가 경과하면 비경합적 또는 비경쟁적인 공공재의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지식의 외부효과로 인하여 경제전체로는 요소투입의 한계생산성이 체감하는지 않고 오히려 체증하는 현상을 보인다. 이는 성장모형 상에서 보면 지식에 대한 투자가 자기기업의 투자액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경제전체의 공공재 성격을 가지므로 다른 기업에 대한 투자액으로도 들어감으로써 지식에 대한 투자가 이중으로 계상되기 때문이다.[150]

축적론에서 기술진보를 내생화시키지 못하고 외생변수로 처리하는 이유도, 기술진보를 축적론의 체계 내부로 끌어들이면 한계생산성이 체증하게 되는데, 이는 축적론의 기본가정이 한계생산성 체감법칙이 무너지기 때문이다.[151] 그렇다고 해서 한계생산성이 체증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R&D를 통한 지식창출에 대해 보상해줄 수 없게 되므로 어느 누구도 R&D에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고 기술진보도 불가능하게 된다는 자기모순 상태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다. Cohen and Levinthal(1989)은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다른 기업의 기술을 무상으로 가져다 쓸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사회적으로 축적된 지식을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은 꾸준한 R&D 투자를 통해서 자신의 기술역량을 축적한 기업에 국한되므로, R&D 투자비율이 낮은 기업은 다른 기업의 기술진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쟁과 관련하여, 실증연구의 결과는 대체로 지식의 외부효과를 지지하는 측이 우세하다. 몇몇 연구에서는 특허건수를 통해서 R&D 활동을 측정했는데, 개별기업이나 산업전체에서 R&D가 증가하면 이는 개별기업의 기술발달로 연결된다.[152]영국 리즈대학의 Sena(1998)가 이탈리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기술변화가 하위기술을 가진 기업의 생산성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옴으로써 융화론의 가설을 지지한다.

넷째, 이러한 지식의 외부효과는 경제규모가 큰 나라일수록 상대적으로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주장은 아직 논쟁 중이다. Aghion and Howitt(1992), Grossman and Helpman(1991), Romer(1990b)는 지식을 창출하는 부분에서 이루어지는 투자의 규모가 클수록 경제성장률이 비례해서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지식이 갖고 있는 비경합성(non-rival)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가령 사과와 같은 일반재화는 누군가 먹으면 다른 사람이 먹지 못하므로 경합적(rival)이지만 지식은 누군가가 사용하더라도 다른 사람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비경합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생긴다는 논지다.

이처럼 그럴듯한 가설에도 불구하고 현실경제에서는 실증자료가 뒷받침되지 않는다. 예컨대 Young(1995)의 연구에 따르면, OECD 국가에서 R&D에 투입한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수는 급증했지만 이들 나라의 TFPG는 거의 변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감소했으며 다른 실증연구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규모의 경제가 생기지 않는 모형, 다시 말해 R&D에 투입되는 자원의 양은 증가하지만 경제성장률이 일정수준을 유지하는 새로운 모형이 등장한다.

우선 Lucas(1988)의 모형에서는 인적자본이나 물적자본을 경합적인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러한 경합적인 자원의 축적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좌우되므로 경제규모의 크기는 성장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Jones(1995b)는 또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설명한다. 기존 모형에서는 혁신자(innovator) 한 사람이 일정한 비율로 혁신을 이룬다고 가정한데 비해서, Jones는 혁신자 한 사람이 일정한 양의 혁신을 이룬다고 가정한다. 만일 혁신자 한 사람이 새로 만드는 지식이나 기술의 비율이 일정하다면 사회 전체의 지식이나 기술의 절대량이 증가함에 따라 한 사람이 만드는 절대량 역시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혁신자 한 사람이 만드는 혁신의 비율이 일정한 것이 아니라 절대량이 일정하다면 일정 수준의 경제성장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사회전체의 지식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혁신이 요구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자원이 연구개발에 투자되어야 한다. 이 모형은 현실을 어느 정도까지는 설명하고 있으며 실증자료와도 부합하지만 성장이 지속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보인다. 혁신자의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1인당 생산성 역시 증가할 수 없고 따라서 1인당 소득도 늘어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설명은 Young(1995)에 의한 것으로, 연구개발 활동은 새로운 혁신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혁신을 다른 제품에 응용함으로써 제품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가정한다. 다양성이 증가한다는 의미는 제품의 질적 향상과 상관이 없다. 다시 말해 생산성은 높아지지 않으므로 연구개발 투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성장이 일어나지 않아 결국은 규모의 경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현실경제에서 일어나는 경제규모와 경제성장률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이 진행 중이다.

다섯째, 한 국가 내부적으로는 지식의 외부효과가 원활히 발생하지만 여러 국가간에도 별 무리 없이 지식의 외부효과가 일어날 것이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세다.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따르기 때문이다.

미네소타대학의 Prescott(1997)에 의하면 모든 기술에 접근 가능하다고 해서 모든 기술을 채택하는 것은 아니다. 각 나라마다 노동이나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의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각 나라는 자기들의 위상에 적합한 기술을 선택한 후 이를 조합해서 사용한다. 예컨대 자본 가격이 노동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나라에서는 노동이 많이 소요되는 기술을 택할 것이고 반대로 노동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나라에서는 자본이 많이 소요되는 기술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Basu and Weil(1996)도 유사한 주장을 한다. 가령 미국에서 트랙터에 대한 기술진보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인도에 있는 농부의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각 나라마다 국경이라는 장벽이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지식이 전파되는 것만큼 기술이나 지식이 해외로 원활하게 확산되지는 않는다는 논지다. 또한 그들은 ‘적합 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라는 개념을 내놓는다. 어떤 기술의 발전은 특정 유형의 기술에만 영향을 줄뿐이지 모든 유형의 기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특정한 기술은 특정 수준의 자본축적이 요구되므로 그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해당국가에서 그에 맞는 자본축적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면 그 기술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며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다른 수준의 자본축적이 요구되는 기술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예컨대 농업과 관련해서 곡괭이를 만드는 기술과 트랙터를 만드는 기술이 있다고 하자. 만일 미국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트랙터 제조기술이 개발된다고 해서 인도에서 트랙터를 사용할 만큼 자본축적이 되어 있지 않다면 트랙터 제조기술이 인도에서는 활용되지 않을 것이고, 트랙터 제조기술의 발전이 곡괭이 제조기술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에서 창출된 기술이 인도에 그대로 확산되지 않고 인도가 트랙터를 채택할 만큼 자본축적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기술확산에는 그만큼 시차가 발생하게 되며, 극단적으로는 기술이 확산되지 않을 수도 있는 설명이다.

Acemoglu and Zilibotti(1999)는 ‘기술과 노동의 불일치’라는 개념으로 문제해결을 시도한다. 선진국에서 개발되는 기술은 자기 나라의 숙련된 노동자 수준에 맞도록 개발되므로 이러한 기술진보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확산된다 해도 그 나라의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숙련도에서 뒤져 있기 때문에 그 기술을 활용한다고 해서 선진국만큼 생산성을 올리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선진기술과 미숙련 노동력 간에 일어나는 불일치로 인해 기술확산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Prescott(1997)은 ‘사용 가능한 지식(usable knowledge)’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기도 한다.[153]

여기까지 융화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적자본과 지식, R&D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은 사회적 역량 또는 사회적 인프라와 같은 질적인 요인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검토한다.

사회적 역량

동일한 양의 자본과 노동을 투입하더라도 국가간에 경제성장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 중 하나로 여러 연구자는 ‘사회적 역량(social capability)’을 지목한다.

Barro(1996)는 100여 개국의 패널자료를 통해서 조건부 수렴 가설을 검정한 결과, 세 가지의 사회적 역량이 경제성장률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답을 구한다.

첫째, 초기의 교육수준과 평균수명이 높을수록, 출생률이 낮을수록, 정부지출이 낮고 법률체제가 정비될수록, 교역량이 늘어날수록, 초기 1인당 GDP가 낮을수록 경제성장률은 높아진다.

둘째, 경제발전과 정치적 자유 혹은 민주주의와의 관계이다. 정치적 자유도가 낮은 상태에서 자유나 민주주의가 확대되면 경제성장은 촉진되지만 민주주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자유의 확대는 오히려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치적 자유가 매우 낮은 상태에서 민주주의가 진전하면 정부의 독단이 견제되어 경제성장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일단 민주화가 진전되고 나면 민주주의 확대는 사회보장과 재분배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때문에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셋째, 물가상승률이 15~20%가 넘을 때는 경제성장률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물가가 적당히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에 별 영향이 없다.

그리고 스탠퍼드대학의 Hall and Jones(1996)는 사회적 역량 대신에 ‘사회적 인프라(social infrastructure)’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자본과 노동의 축적이 촉진되고 노동자당 GDP가 높아지려면 다음과 같은 바람직한 사회적 인프라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유용(流用, diversion)을 극복하고 생산을 장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법 집행과 같은 정부 관행은 물론 비정부 관행에 의해서 도덕-윤리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둘째, 국제무역이 개방되어야 한다.

셋째, 최소한이라도 사적 소유가 인정되어야 한다.

넷째, 국민이 국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적도로부터 떨어진 온화한 기후대에 위치하는 것이 성장에 유리하다.

그들은 사회적 인프라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한다.[154] 사회적 인프라란 “경제주체가 자본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는, 다시 말해 노동자는 기술을 축적하고 기업은 물적자본을 축적할 수 있게 하는 경제환경을 만들어주는 제도나 정부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특히 ‘유용(diversion)’에 주목한다. 사회적 인프라는 어떤 개인이나 기업이 생산한 부가가치를 다른 사람들이 유용하지 못하도록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둑질이나 불법 점유, 마피아, 정부 관료의 부패 등이 유용의 예이다. 개인이나 기업은 자신이 생산한 부가가치를 다른 이들에게 유용 당하지 않고 자신이 온전히 소유할 수 있을 때 자본축적을 늘리고자 하는 유인이 생기며, 또한 유용방지는 개인 차원보다는 정부에 의해서 이루어질 때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사회적 인프라로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Lee, Radelet and Sachs(1997)도 이와 유사하게 공공제도의 질적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로서 정부 관료의 능력, 정부부패 수준, 법치주의의 효력, 재산몰수의 위험 여부, 정부에 의한 계약거부 위험 등을 제시한다. 이를 기준으로 그들이 계산한 결과를 보면, 네 마리 호랑이의 점수는 10점 만점에 7.8로 기타 개발도상국의 4.3~4.9보다 매우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또한 브루킹스 연구소의 Bosworth 등(1995)에 따르면, 정부정책은 경제성장 경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안정적인 재정정책과 환율정책이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가 커지면 자본축적이 지연되거나, 실질환율이 불안정해지면 TFPG에도 악영향을 미쳐 경제성장률 저하로 연결된다.

하버드대학의 Rodrik(1997)은 ‘제도품질지수(index of institutional quality)’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초기 소득, 초기 교육, 제도 특성 등으로 구성되는 제도품질지수를 통해 동아시아 국가간의 경제성장률 차이를 거의 대부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도란 독특한 문화유산과 역사발전에 좌우되므로 생산기술처럼 외부에서 차용하기가 힘들다는 설명이다.

그 외에도 여러 연구자가 사회적 역량에 대해 언급한다. King and Rebelo(1990)는 여러 나라의 국민소득과 성장률의 차이를 각국의 정부정책과 과세제도의 차이로 설명한다. 영국 사우스햄프턴대학의 Srinivasan(1991)은 각국이 구사하는 외환정책, 무역정책, 인구정책 같은 정부정책이 경제성장률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축적론자인 Abramovitz(1986)는 사회적 역량의 예로 각국의 교육수준이나 잘 정비된 제도 또는 유인체제를 든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현재 한국경제에 긴요한 사회적 역량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 기술-지식 차원에서 높은 교육수준이 필요하다.

둘째, 정부 차원에서 낮은 정부지출과 재정적자 감소, 정부 관료의 능력 향상, 부패 척결이 필요하다.

셋째, 경제정책에서는 안정적인 환율정책과 물가정책, 국제무역 개방과 교역량 증대 등이 요구된다.

넷째, 사회적 인프라로서 잘 정비된 법체계와 법치주의의 효력, 유용 가능성 축소, 사회 전체의 유인체제 정비, 국민의 국제 언어 구사능력 제고 등이 갖추어져야 한다.

3. 융화론을 동아시아에 적용한 사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관찰되었던 급속하고 지속적인 장기간의 고도성장이 융화론을 지지하는 전형적인 사례이며 특히 성장과 수출의 핵심이었던 한국의 제조업에서 높은 TFPG를 보였다는 사실을 지지하는 여러 연구결과에 의해 지지 받는다.[155] 그 중에서 Nelson and Pack 그리고 황인상의 연구를 살펴본다.

Nelson and Pack: 동아시아는 내생적 성장의 대표적인 사례

Nelson and Pack(1997)은 동아시아의 성장은 총요소축적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내생적인 성장에 의한 것으로 파악하면서,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에서 간과한 사실을 네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창업가적 의사결정이다. 축적론은 기업 차원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며, 기업이란 근본적으로 그들이 직면한 경영환경(유인조건과 제약조건)에 적응하므로 환경이 기업의 행위를 결정한다고 간주한다. 이와는 반대로 융화론자는 동아시아의 성장원인 중 하나로 기업인의 창업가적인 의사결정과 환경변화를 학습하는 능력에 주목한다.[156]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는 수익성이 불확실하므로 기업경영자에 따라 과감히 뛰어들기도 하고 이미 익숙한 기존사업으로 확장해 가기도 한다. 물론 기업은 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경영자의 대담한 의사결정 역시 큰 영향을 미친다.

둘째, 기술의 암묵성(暗黙性)이다. 축적론자는 기술이란 청사진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고 일단 구하기만 하면 비용을 별로 들이지 않고서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융화론자는 기술이란 실제로 사용하는데 있어 반드시 알아야 될 것 중에서 일부만 청사진 형태로 되어있으며 나머지 많은 부분은 암묵적이기 때문에 많은 학습과 실행을 통해서 기술이 체득된다고 본다.[157] 그리고 일부 경제학자가 기술을 공학과 물리학의 관점에서 정의하지만 실제로 그 경계는 모호하며, 기술의 영역에는 경영기법이나 노동관리 기술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또한 동아시아의 사례에 대해서도 축적론자는 이미 다른 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첨단기술을 도입하여 기존의 기술을 손쉽게 대체함으로써 한계생산성이 체감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융화론자는 동아시아에서 기업가정신을 가진 경영자가 신기술을 광범위하게 조사, 관찰하고 적절한 기술을 선택하는 역량을 갖추는 동시에 혁신과 학습을 통해 기술을 체화함으로써 고도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셋째, 교육수준 향상에 따라 인적자원의 역량이 확대된다. 축적론자는 교육수준 향상이 단순히 인적자본을 증가시킴으로써(즉 요소투입이 증가함으로써) 경제성장에 기여한다고 간주한다. 반면, 융화론자는 교육을 통해서 기술자와 응용과학자 등 핵심집단이 양성되고 이들이 기술을 창조해 간다고 본다.[158] 동아시아의 경우도 제대로 교육받은 경영자, 기술자, 노동자가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새로운 것을 효과적으로 학습하는데 상대적인 강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고도성장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넷째, 동아시아에서는 공산품의 수출이 급증했다. 축적론자는 물적자본과 인적자본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제품의 경쟁력은 당연히 올라가고 수출도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동아시아의 경우에 공산품의 수출이 급증한 현상에 대해 달리 주목할게 없으며 동아시아 정부가 펼친 경제정책으로 인해 경쟁력이 강화되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융화론자는 정부가 나서서 기업가정신, 혁신, 학습에 주력하도록 촉진함으로써 여러 제조부문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으며 기업이 수출에 주력하고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서 장려했다는 점에 초점을 둔다. 특히 동아시아 기업은 수출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면서 경영자나 기술자가 국제기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는 것이다.[159]

이상과 같이 네 가지 논점을 기준으로 Nelson and Pack은 융화론을 지지한다. 동아시아의 성장은 내생적 성장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동아시아가 물적자본과 인적자본을 투자한 것은 경제성장에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융화과정에서 구성요소일 뿐이다. 높은 투자는 오랫동안 지속된 혁신과 학습 덕분이다. 성공적인 기업가정신은 제대로 교육받은 기술인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더욱 촉진되었다. 기술자가 새로 훈련받는다 하더라도 일자리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모험적인 일자리나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야 한다. 동아시아에서는 공격적인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교육에 많은 투자를 했으며 이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생산적인 행위로 대접받았다. 그러나 다른 후진국에서는 대학교육 시장을 정부 관료가 독점했고 그들은 경제발전에 별 기여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동아시아의 높은 저축률이 높은 수익으로 연결된 것도 기업이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여 강력하고도 혁신적인 성과를 거둔 결과라고 그들은 설명한다.

요컨대 Nelson and Pack은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에서 자본의 투입과 축적이 바탕은 되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내생적인 성장이며, 두 가지 요인이 서로 선순환 고리를 만들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서로 균형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성장의 속도가 붙게 되었다고 결론을 내린다.[160]

황인상: 한국 제조부문의 성장은 체험학습효과의 산물

일본 기독교대학의 황인상(Hwang 1998)도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실증연구에서, 한국의 고도성장은 융화론으로 해석된다는 연구결과를 얻는다. 물적자본(기계, 장비 등)과 인적자본이 서로에게 적극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즉 외부효과가 존재함으로써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동하면 장기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융화론의 논지를 한국 제조부문에 적용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161]

첫째, 한국의 제조부문은 생산기술 차원에서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동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TFPG가 미미하다는 Young(1994)의 주장과 상반되는 결과다.

둘째, 물적자본과 인적자본 사이에서 체험학습의 효과가 생겼다. 한국의 제조부문이 급속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Young의 주장처럼 요소투입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학습효과로 인해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셋째, 물적자본(기계-장비)과 인적자본 사이에서 생기는 체험학습 효과는 통상의 물적자본과 인적자본 사이에서 생기는 효과보다 훨씬 더 컸다. 다시 말해 인적자본이 물적자본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체험학습이 일어났으며 또 이러한 학습을 통해 얻어진 지식을 바탕으로 기계-장비의 성능을 개선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 이는 단순히 물적자본과 인적자본의 축적뿐만 아니라 두 가지 자본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 또한 경제성장의 핵심적인 요인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황인상은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여 한국의 제조부문에서 일어난 급속한 발전은 축적론자가 주장하는 요소투입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융화론자가 지지하는 체험학습 효과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동아시아의 사회적 역량

다음으로는 한국과 동아시아의 경제성장 요인 중에서 여러 학자가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사회적 역량’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세계은행(World Bank 1993)은 동아시아의 사회적 역량으로 네 가지를 지목한다.

첫째, 근본적으로 경제기본이 튼튼했다. 국내 민간투자와 급속한 인적자본증가가 성장의 원동력이었으며 높은 국내저축률이 높은 수준의 투자를 유지시켜주었다. 농업도 상대적인 중요성은 줄어들었지만 급속한 생산성 향상을 이루었다. 인구증가율도 급속히 둔화되었고 노동력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으며 공공운영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둘째, 건전한 개발정책을 폈다. 거시경제를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운용했으며 이는 민간투자의 기본 바탕이 되었다. 은행제도를 보완하고 저축을 장려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저축률을 유지했다. 초등-중등학교에 초점을 맞춘 교육정책은 노동력의 급속한 기술진보에 기여했다. 농업정책에서는 생산성을 강조하고 농촌의 담세율을 낮추었다.

셋째, 정부가 적절히 개입했다. 저축과 주식투자를 장려하고 금융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예금이자율을 낮게 유지했으며 대출이자율 한도를 설정하고 국책은행 설립을 통해 민간에게 금융지원을 하는 한편 공공과 민간 사이에 원활한 정보교류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산업촉진을 위해서 육성대상으로 선정된 산업에 과감한 금융지원을 해주고 수입무역장벽을 통해 국내산업을 보호했으며 특히 수출지향적인 기업과 산업을 중점 육성했다.[162]

넷째, 물적-인적 자본이 급속히 축적되면서 생산성이 향상했다. 1960~90년에 물적자본의 투자가 GDP의 20%를 넘었으며 이 중에서 상당부분이 민간투자로 이루어졌고 이러한 투자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질 좋은 인적자원의 기본자질과 결합되면서 획기적인 성과를 냈다. 탁월한 생산성 향상은 투자자본을 수익성 높은 부문으로 적절히 배분하고 기술 측면에서도 선진국을 추격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Lee, Radelet and Sachs(1997)의 실증연구에 따르면, 정부정책 변수도 동아시아의 지속적인 성장에서 중요한 요인이다. Sachs 등은 핵심적인 사항으로 네 가지를 든다.

첫째, 공산품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자유무역과 시장기능을 강화했으며 자본재와 원료수입을 개방했고 수출업체를 적극적으로 장려, 지원했다.

둘째, 정부저축을 늘리고 물가상승을 억제함으로써 민간저축률 증가를 도모했다.

셋째, 정치적 안정 아래 일관성 있는 장기경제정책을 펼쳤으며 잘 훈련된 경제관료를 육성했다.

넷째, 시장논리에 따라 자원을 적절히 배분했다.

이러한 경제정책을 통해 자본수익률이 올라갔고 자본재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서 결국은 경제성장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그리고 융화론자인 옥스퍼드대학의 Scott(1989)은 『경제성장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동아시아의 사회적 역량을 제시한다.

첫째, 유능한 정책 당국이 건전한 거시경제정책을 펼쳤다.

둘째, 노동자가 제대로 교육훈련을 받았다.

셋째, 수출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었고, 적극적으로 기술수입을 했으며, 수출지향적인 무역을 장려했다.

한편, 콜롬비아대학의 Bhagwati(1996)는 동아시아의 경제성장 요인으로 적절히 개방된 자본시장, 국제무역과 외국인 투자의 개방, 경쟁력 있는 고정환율, 경쟁우위론의 신봉, 경제적 통합과 수출주도의 성장 등을 든다.

샌프란시스코대학의 Sharma(1998)는 동아시아의 성공비결을 기업가정신, 근면성, 규율, 높은 저축률, 훌륭한 교육투자, 상대적으로 평등한 소득분배, 낮은 담세율, 시장경제에 확고히 기초한 수출증진 등으로 열거한다.

아시아개발은행(ADB 1997)이 77개국의 1965~90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동아시아의 성장에서 무역개방도(낮은 평균 관세율, 쿼터제도 철폐, 적절한 수출관세, 외환 암거래의 낮은 프리미엄)와 정부저축률, 정부정책, 인구상의 특성이 중요한 변수였으며 상대적으로 초기 GDP 수준이나 자원 조건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Economist』지는 1997년초 『아시아 기적: 끝이 났는가』라는 글에서 동아시아가 대규모의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높은 저축률, 낮은 조세와 정부지출, 유연한 노동시장, 강한 교육열 그리고 무역개방(외국기술에 대한 개방) 등을 열거한다.[163]

이상의 여러 의견을 종합하면 한국과 동아시아에 국한해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사회적 역량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나 기업 모두 기업가정신이 투철했고 창업가적 의사결정을 내렸다.

둘째, 기술-지식 차원에서 강한 교육열을 바탕으로 훌륭한 교육제도를 갖추었고 노동력을 제대로 교육훈련시켰으며 이들이 생산성 향상 노력을 선도했다.

셋째, 정부 차원에서 정치적 안정 아래 유능한 관료가 건전한 개발지상주의적인 정책을 펼침으로써 고도성장을 주도했다.

넷째, 경제정책에서는 튼튼한 경제기반을 구축하고 안정적인 재정정책과 환율정책 그리고 저물가 정책, 국제무역 개방과 교역량 증대(수출에 대한 인센티브, 기술수입에 대한 적극성, 수출지향적인 무역), 균형 잡힌 소득분배를 이루었다.

다섯째, 문화적인 측면에서 국민의 근면성, 규율 등이 뒷받침되었다.

신경제와 더불어 각광받는 융화론

앞서 언급된 것처럼 융화론은 인적자본이 축적과 지식의 외부효과 그리고 사회적 역량의 구축을 중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생적 성장은 최근 급속한 진전을 보이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국경이라는 장벽 내에서 작용하던 지식의 외부효과가 국경 너머로 손쉽게 확산되고 전세계 차원에서 지식의 외부효과가 일어난다.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물가를 동시에 달성하는 새로운 현상이 일어나자 이에 대해 소위 ‘신경제’라는 명칭을 붙이고 정보통신기술로 인한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동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164]

축적론의 창시자인 Solow(1987)조차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자 “우리는 어디에서나 ‘컴퓨터 시대’를 목도할 수 있다, 생산성 통계에서만 제외하고”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에 대해 Hulten(2000)은 “우리는 어디에서나 ‘신기술’을 목도할 수 있다, 생산성 통계에서만 제외하고”라고 비유하면서 Solow의 고민에 대해 소위 ‘Solow 패러독스(Solow paradox)’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했다. 예일대학의 Nordhaus(1997) 역시 미국은 공식적인 물가통계에서는 경제역사상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기술혁명을 놓치고 있다고 평한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연구자문위원회도 물가에서 품질개선분이 누락됨으로써 소비자물가지수가 연 0.6% 과대평가되어 있으며 그만큼 품질이 과소평가되었다고 자인한다.[165]

요컨대 디지털 기술이 선도하고 있는 신경제 시대를 맞이하면서 축적론은 더욱 논리적인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기술이나 지식 그리고 인적자본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단순히 생산요소의 투입만으로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경제현상을 축적론으로서는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축적론에 기반을 두고 있는 Young과 Krugman의 동아시아 성장한계론도 그 신뢰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제4장. 동아시아의 비범한 요소투입 역량

한 걸음 양보해서 Krugman을 포함한 여러 축적론자의 주장처럼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이 TFPG보다는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를 대량으로 투입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라고 치자. 그래도 이처럼 대규모의 자원을 동원하여 고도성장을 이룬 사례를 어떤 국가라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이룰 수 있는 평범한 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하버드대학의 Rodrik(1995a)은, 동아시아의 이러한 요소축적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많은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요소축적을 시도했지만 모두 비극적인 결과를 맛보았으며 유독 동아시아 정부만이 안정적인 경제환경을 만들고 민간투자 의사결정을 지원하면서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투자를 집중시킨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Sachs(1997a)도, Krugman이 동아시아의 성장이 영감(inspiration)보다는 주로 땀(perspiration)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며 높은 저축률과 투자가 성장의 원천일 뿐이라고 한 주장을 반박하면서, 전세계의 여러 나라가 많은 땀을 흘리고 있지만 유일하게 동아시아만 높은 성장을 한 것은 다른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Economist』지도 맥을 같이 한다.[166] “Krugman은 아시아 국가가 ‘단지’ 투자를 많이 한데 불과하다고 주장함으로써 기적이라는 평가를 깎아 내리려 했지만 그 ‘단지’가 잘못되었다. 다른 개발도상국보다 투자효과를 높이고 다른 세계로부터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하나의 성과였다.”

요컨대 축적론자의 주장을 수용한다 해도, 동아시아가 이룬 대규모의 생산요소 축적 사례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본 장에서는 두 가지 사항을 검토한다. 하나는 자본과 노동을 대규모로 동원하여 생산으로 연결하는 공급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생산과정에서 만들어진 재화를 소화하는 수요 측면이다. 아무리 많은 재화를 만들어내더라도 수요가 없으면 생산량은 떨어질 것이고 이는 경제성장 하락으로 연결되므로 두 가지 측면 모두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생산에 투입되는 자본과 노동에 대해 살펴본다. 수요 측면은 내수시장과 수출시장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지만 동아시아는 내수시장이 협소하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수출 확충이라는 돌파구를 열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높은 저축률과 외자유치를 통한 자본 확보, 경제활동인구증가를 통한 노동력 증대, 그리고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의 추구라는 세 가지 측면에 대해 검토한다.

1. 국내저축과 외자유입을 통한 자본투자

동아시아의 유래 없는 경제성장은 대규모의 자본확충이라는 기반 위에 이루어진 것이며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Krugman(1994)과 Young(1994)의 계산에 따르면 한국은 1966~90년 동안 자본 투입량이 연평균 13.7%나 증가했는데, 이는 GDP를 매년 4.4% 성장시키는 기여를 했다. 이러한 대규모의 자본 투입은 주로 높은 국내 저축률 향상과 외자유입을 통해 가능했다. 그 비범한 역량에 대해 살펴보자.

대규모의 자본 투자

Krugman이나 Young과 같은 축적론자의 주장에 대해 줄곧 비판을 가해왔던 Wolf(1996)는 Young(1994)이 쓴 화제의 글과 같은 제목인 『숫자의 전제(the Tyranny of Number)』라는 글을 『Financial Times』지에 싣는다. Young은 축적론에 따라 실제 숫자(numbers)를 가지고 실증분석을 해 보면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이 기적이 아니며 동아시아의 성장은 조만간 한계에 달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실제적인 숫자가 모든 사실을 밝혀준다는 것이다. Wolf는 이에 빗대어 숫자(numbers)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아시아 기적의 뒤에는 생산성이 높은 투자라는 비밀이 숨어 있다”라고 부제를 붙였듯이 Wolf는 높은 투자율을 동아시아 성장의 원천이라고 강조하면서 만일 중국이 이러한 성장경로를 모방한다면 20년 내에 구매력이 미국의 두 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이 강력한 국가가 된 이유는 선진국 중에서 가장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인구는 현재 선진국 전체보다 거의 네 배에 달한다. 결국 규모가 말해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숫자의 전제’다.”

Wolf(1996)가 강조한 것처럼 동아시아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자본투자가 이루어졌다. 그 규모는 GDP 대비 35%에 달하는 것으로 중남미의 거의 두 배에 이르며[167] 선진국에 비해서도 거의 두 배 수준을 보였다.

한국의 경우도 <표 4-1>처럼 1961~65년에는 자본 투입이 GDP 대비 13.1% 수준이었으나 1976~80년에 31.7%로 급상승했고 1991~95%에는 37.2%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1991년에는 39.9%로 최고 수준을 보였다.[168]

<표 4-1> 한국의 자본 투입 (단위: 조원, %)

명목기준 디플레이터 수정 후 GDP대비
자본투입
비율
증가율
GDP 자본
투입
GDP 자본
투입
GDP 자본
투입
1961~65 3 0.35 148 19 13.1
1966~70 9 2 230 56 24.3 9.2 23.5
1971~75 31 9 357 96 27.0 9.2 11.5
1976~80 125 40 534 169 31.7 8.4 11.9
1981~85 320 95 724 214 29.6 6.3 4.9
1986~90 665 220 1,125 369 32.8 9.2 11.5
1991~95 1,440 535 1,635 608 37.2 7.8 10.5
1961~95 2,593 901 4,755 1,533 32.2 7.1 10.3

* 출처: 한국은행 국민계정
* GDP 디플레이터는 1995년을 100으로 한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자본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대개 두 가지 방법을 쓰는데, 하나는 국내저축을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자본의 유치다. Bosworth and Collins(1996)에 따르면, 동아시아의 경우 성장초기에는 주로 국내저축에 의존했고 나중에는 해외자본이 대량으로 유입되었다. 연구대상 전 기간에 걸쳐 동아시아의 저축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졌으며 이를 통해 자본이 축적되고 이는 다시 저축률 증가로 연결되는 선순환 모습을 보였다. 또한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는 금융정책을 보수적으로 운용했으며 위험회피에 역점을 두었고 실질이자율을 높게 유지했다. 하지만 투자재원 조달에서 증권시장의 역할은 금융기관의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특징을 보인다.[169]

한국의 경우를 보자. <표 4-2>처럼 경제개발 초기에는 외자에 크게 의존하다가 경제가 일정수준 이상으로 성장하면서 외자의 비중은 점차 낮아진다. 1966~75년에는 자본투자액의 26~27%를 외자로 조달했다. 연도별로는 1971년에 자본 투입액의 36.6%를 외자로 조달하면서 최고 수준을 보였다.

<표 4-2> 한국의 자본 투입에서 국내자본과 해외자본 비중 (단위: 조원, %)

자본 투입 비중 증가율
국내
자본
해외
자본
국내
자본
해외
자본
국내
자본
해외
자본
1961~65 19 19.8 -0.3 101 -1
1966~70 56 41 15 74 26 23.5 15.9 -318.9
1971~75 96 70 26 73 27 11.5 11.2 12.4
1976~80 169 147 23 87 13 11.9 15.8 -2.7
1981~85 214 196 19 91 9 4.9 5.9 -3.6
1986~90 369 414 -45 112 -12 11.5 16.2 -219.1
1991~95 608 587 21 96 4 10.5 7.2 -186.1
1961~95 1,533 1,475 58 96 4 13.3 13.1 -216.4

* 출처: 한국은행 국민계정
* 자본 투입은 디플레이터(1995년 기준)를 수정한 후의 수치다.

이처럼 동아시아는 투자재원을 국내저축과 외자유치로 충당했는데 이러한 두 가지 요인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국내저축의 증가

저축은 경제성장 이론에서 심장 부분에 해당한다.[170] Harrod(1939, 1948)와 Domar(1946)에 의해 개발된 초기 성장이론에서는 성장을 저축률에 직접 연결시켰다. 그리고 Solow 모형에서는 자본과 노동 간의 대체가 허용되지만 저축은 여전히 핵심적인 성장요인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저축률이 30년 전에는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면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저축률을 자랑하고 있다. 1965~69년간 평균적인 저축률은 네 마리 호랑이, 동남아시아, 남아시아가 각각 19.7%, 17%, 9.5%이었고 이에 비해 중남미는 16.2%이었다. 국가별로는 중국,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의 국민저축률이 20%를 초과했다. 한국은 1965년에 9%이었고 1965~69년에는 14%이었다. 1970~79년에 이들 지역의 모든 국가의 국민저축률은 20%를 넘었고 홍콩, 중국, 말레이시아, 대만, 싱가포르는 27%를 넘어섰다.

이처럼 동아시아의 저축률이 높았던 요인으로, 세계은행(World Bank 1993)은 정부가 구사한 건전한 개발정책을 지목한다. 거시경제를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운용함으로써 민간저축이 늘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고 은행제도를 보완하는 한편 정책적으로 저축을 장려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저축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Lee, Radelet and Sachs(1997)도 동아시아의 저축률 증가에 대해 심층 분석을 한다. 1970년에는 NIEs나 다른 나라가 큰 차이가 없었고 투자는 NIEs가 조금 높았으나 1990년에는 저축률과 투자 모두 NIEs가 다른 나라의 평균을 상회했다. Sachs 등은 이러한 저축률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인구, 경제성장, 정부정책, 금융제도 발전 등 네 가지를 든다.

첫째, 인구 요인이다. 저축률에 대한 인구 요인의 영향도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저축이론과 평균수명가설의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저축이론에 따르면 어린이와 노인의 부양비율이 낮을수록 저축률은 높아진다. 한 개인은 일생 동안 세 번에 걸쳐서 저축과 소비간의 변화를 경험한다. 먼저 경제활동 연령에 아직 이르지 못한 유아기에는 소득보다 소비가 많기 때문에 저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경제활동기(15~64세)에는 소비보다 소득이 더 많으므로 저축이 늘어난다. 은퇴 후에는 그 동안 모은 저축을 소비한다. 따라서 경제전체에서 어린이와 노인의 부양비율(경제활동인구에서 15세 미만과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올라갈수록 저축률은 낮아진다. 평균수명도 저축률에 영향을 준다. 질병이 감소하여 국민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개인들은 노년기를 사용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소득 중에서 저축을 늘려가기 때문이다.

Sachs 등은 이러한 두 가지 가설을 바탕으로 72개 표본 국가에 대해 실증연구한 결과, 어린이 부양비율은 저축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노인 부양비율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1970~92년에 동아시아의 어린이 부양비율은 평균 64%로 남아시아나 중남미의 평균치보다 낮고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86%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았다.

평균수명은 저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왔다. 가령 평균수명이 40세에서 41세로 늘어나면 저축률은 0.8% 증가하고 평균수명이 60세에서 61세로 늘어나면 저축률은 0.25% 증가한다. 다시 말해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저축률은 증가하되 그 증가폭은 체감한다. 동아시아의 평균수명은 1965년에 55세에서 1992년에 65세로 높아졌으므로 저축증가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둘째 요인은 경제성장률이다. 경제성장과 소득증가는 상호 긍정적인 관계가 있으며,[171] 세계은행(World Bank 1993)은 이러한 쌍방향의 인과관계를 ‘성장과 저축 간의 선순환’이라 부른다. Sachs 등의 실증연구에 따르면, 1인당 GDP와 국민저축은 강한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1인당 GDP가 1% 성장하면 국민저축이 약 0.3% 상승한다. 동아시아 국가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했으므로 저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셋째 요인은 정부정책이다. 정부는 정부저축과 물가정책을 포함한 거시경제정책, 연금을 포함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지출규모 등을 통해 민간저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Sachs 등의 연구에서도 정부저축과 국민저축의 상관관계도 강하게 나왔다. 정부저축이 1% 늘면 국민저축도 0.59% 늘고 경제성장률은 0.12% 상승한다. 1965~90년에 NIEs의 정부저축은 GDP의 5.6%로 세계최고 수준이었고 동남아시아 4개국은 3.5%, 남아시아는 1%에 지나지 않았다. 그와는 반대로 정부의 부채가 늘어나면 국민저축은 줄어든다. 공공부문의 은행부채 잔액이 GDP 대비 1% 증가하면 국민저축은 0.8% 감소한다. 동아시아의 GDP 대비 공공부문의 부채 잔액은 1.5%로 남아시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14%에 비해 대단히 낮았다.

한편 물가상승률과 저축률은 역의 관계가 성립한다. 물가가 올라가면 금융자산의 실질수익률이 낮아지므로 저축 유인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가상승률이 높다는 의미는 거시경제가 불안하다는 뜻이므로 국내자본의 해외도피를 자극함으로써 저축률을 떨어뜨리게 된다. 동아시아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상승률이 저축 증대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물가상승률이 20%를 넘는 나라는 물가상승률이 완만한 나라보다 대개 국민저축률이 2% 정도 낮다. 또한 신중한 외환정책, 유능한 통화관리 등 거시경제를 건전하게 운영함으로써 경제안정을 이루면 투자 위험도가 낮아지면서 저축률을 높이고 장기투자자본의 조달비용도 줄이는 효과가 나온다.

정부의 연금제도 등 사회보장제도의 지출규모도 저축률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Feldstein(1980)은, 사람이 은퇴 후에는 개인저축보다 주로 정부연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연금제도가 저축감소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Sachs 등의 연구에서는, 중앙정부의 사회보장지출액이 1% 증가하면 국민저축은 0.42% 감소하는 것으로 나왔다. 1970~92년에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사회보장지출액은 GDP의 겨우 1% 수준으로 남아시아의 2.1%, 중남미의 3.8%와 크게 대비된다.

넷째 요인은 금융제도의 발전 수준이다. Sachs는 금융시장의 발달 수준을 측정하는 잣대로 총통화 대비 GDP 비율을 사용했다. 실증연구결과에 따르면, 총통화 대비 GDP 비율이 10% 증가하면 국민저축률은 0.5% 증가한다. 동아시아의 경우 이 지표는 57%로 남아시아의 33%, 중남미의 31%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이상과 같은 Sachs 등의 실증연구에서 동아시아에서 저축률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요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구 측면에서 어린이 부양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평균수명이 점차 늘어났다. 둘째, 1인당 GDP가 증가추세에 있었다. 셋째, 정부저축이 많거나 정부부채가 적었고, 물가 수준이 낮게 유지되었으며, 사회보장 지출규모도 적었다. 넷째, 금융제도가 다른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비해 발전해 있었다.

해외자본 유치를 통한 투자재원 확보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두 번째 수단은 해외자본을 국내로 유치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대규모의 외자가 유입되기 위해서는 투자 대상국가에서 얻을 수 있는 투자수익률이 높아야 한다. 게다가 국제투자가가 신흥국가에 투자를 하려면 위험부담 프리미엄이 추가된다.[172] 따라서 동아시아가 외자를 대규모로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위험부담 프리미엄까지 보장할 수 있는 높은 투자수익률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며, 이는 Young이나 Krugman이 주장하는 것처럼 모든 국가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기술력이 높은 선진국이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용이하겠지만 기술력에서 뒤지는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 높은 수익률을 내는 일은 그리 단순치 않다.

Radelet and Sachs(1997)는, 경제성장이 급속한 자본축적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더라도 투자지출 그 자체가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켜 자본비용보다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이루어 낸다면 투자지출은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Krugman이 동아시아 경제를 소련에 비유하면서 조만간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Sachs 등은 바로 이점에서 동아시아와 소련이 차이가 난다는 점을 지적한다. 소련에서는 관료의 절대적인 명령에 따라 투자가 이루어짐으로써 투자수익률이 매우 낮았고 1950년대 초반에는 투자수익률이 급락하면서 결국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동아시아는 투자수익률이 매우 높았으며 최근의 추세도 소련과 달리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양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연세대학의 유석춘(1998)도 Krugman이 동아시아 경제를 소련과 같은 사회주의권의 경제와 비유한 사실에 대해 강력히 비판한다. “나는 크루그만 교수에게 한 가지 충고를 하고 싶다. 당장 서울에 와서 남대문시장을 한번 둘러보라는 권유이다. 그곳에서는 한 푼이라도 더 벌려는 장사꾼이 손님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눈물겨운 경쟁을 하는 모습을 언제나 발견할 수 있다. 사회주의권의 상점과 같이 손님이 와도 쳐다보지도 않는 종업원은 남대문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한다. 그리고 경쟁이 치열한 만큼 혁신을 통한 생산성의 향상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크루그만 교수는 그것은 제한적인 현상이고 보다 중요한 산업부문에서는 국가가 개입하여 기업의 이윤추구 동기를 꺾고 있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우리나라 산업활동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재벌기업간의 경쟁이 결코 남대문시장에 존재하는 경쟁의 수준에 비해 정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재벌은 서로 경쟁하여 왔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의 혁신이 없고 따라서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주장은 한국의 현실을 너무도 모르는 이야기일 뿐이다.”

한국은 수출을 통해 투자재원을 확보

하버드대학의 Rodrik(1994b, 1995b)과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의 Aw, Chung & Roberts(1998)은 한국이 국내저축이나 외자유치만으로는 대규모의 투자에 소요되는 재원을 확보할 수 없었으므로 궁여지책으로 수출을 통해 자본을 확충해 나갔다는 점을 지적한다.

먼저 Rodrik(1994b, 1995b)은 한국과 대만의 수출에 대해 기존의 인식과 상당히 다른 연구결과를 내놓는다. 통상적인 경우에는 어떤 나라의 기업이 국제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만들어 수출을 하면 자본수익력이 올라가고 이것이 투자 붐으로 연결되어 결국은 수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순서로 일이 진행된다. 칠레나 터키가 이런 경로를 밟았다. 그런데 한국이나 대만의 경우에는 이와는 다르게, 국내 투자에서 높은 수익률이 유지되자 투자 붐이 일어났고 이에 충당할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자. 먼저 한국과 대만에서는 투자수익률이 상당히 높았다. 이들 나라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노동력에 비해서 자본의 축적량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잠재적인 자본수익률이 높았으며 정부는 투자행위에 인센티브를 주고 투자결정을 조절함으로써 높은 자본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국내에서 투자 붐이 조성되고 많은 자본재가 필요해졌다. 그런데 1960년대 당시 이들 나라의 자본재(생산에 소요되는 기계류나 설비 등) 수준은 국제적으로 열위 상태였으므로 이를 외국에서 수입해 와야 될 형편이었지만 자본이 부족했다. 당시 해외차입도 여의치 않았으므로 자본재 수입에 필요한 외화를 얻기 위해서는 부득이 수출을 늘려야만 했고 이로 인해 수출 붐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요컨대 한국과 대만의 경우는 투자 붐과 수출 붐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Rodrik은 설명한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분석 결과를 제시한다.

첫째, 한국의 경우에 수출부분의 투자수익률이 높아서 수출이 증가했다는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대개 수출부분의 투자수익률이 높아짐으로써 수출 비중이 증가한다. 하지만 한국과 대만의 경우는 1960년대 중반에 수출부문의 투자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았으므로 급격한 수출 증가나 그 이후 지속된 수출비중 증가를 투자수익률로서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수출을 유인하는 대부분의 요인이 이미 수출 붐이 시작되기 전부터 존재했으며 그리고 수출을 유인하는 요인이 악화된 경우에도 오히려 수출은 빠르게 증가했다.

둘째, 수출지향적인 정책이 투자 붐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 수출지향적인 정책은 특정부분의 수익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비교역재나 수입품과 경쟁하는 부문의 수익성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러므로 수출의 증가가 국가 전체의 투자증가로 이어지는지의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예를 들어 1980년대 터키는 수출의 투자수익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수출비중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자본투자 총액규모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칠레에서는 1970년대에 투자가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수익성 악화로 수출이 감소했으며, 1982년 이후에는 수출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1989년까지 투자증가는 상당히 더디게 나타났다.

셋째, 수출 확대가 경제성장을 이끌어냈다고 보기에는 당시의 수출비중이 너무 작았다. 1960년대에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5%, 대만은 10% 정도였으므로 아무리 수출이 확대된다 해도 전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에 1966~70년의 수출증가는 한국 경제성장의 10% 정도만 설명하는 것으로 나온 연구결과도 있다.

넷째,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이 경제전체의 생산성을 향상시켰다는 증거도 없다. 이러한 전략의 장점으로 곧잘 거론되는 논지가, 수출을 통해서 내수가 증가하거나 투자가 확대되는 효과는 미미하지만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생산성 향상 효과가 경제전체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메커니즘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으며 생산성의 확산효과도 다분히 가상적이다.

요컨대 Rodrik이 주장하는 바는, 한국의 경우에 당초부터 수출부분의 투자수익률이 높아서 수출이 급증한 것은 아니며, 정부의 수출주도형 정책으로 인해 투자 붐이 조성된 것도 아니고 경제전체의 생산성이 올라간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전체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영향력을 미칠 정도로 그리 크지 않았다. 오히려 그보다는 우수한 인적자본에 비해 투자축적량 규모 자체가 작아서 높은 투자수익률이 나오는 상태에서 투자 붐이 조성되었고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수출 붐이 동시에 일어났다는 것이 그의 논지다.

Aw, Chung & Roberts(1998)도 Rodrik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그는 한국과 대만을 대상으로 수출기업이 내수기업보다 일반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원인에 대해 기존의 두 가지 가설을 검증한다. 가설 하나는, 기업이 수출을 통해 선진으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게 되며 수출시장에서 다양한 계약과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생산방법을 학습함으로써 생산성이 높아지고 또한 이러한 기술진보는 경제전체에 확산되는 효과가 있다 것이다. 다른 가설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수출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에 수출기업이 내수기업보다 생산성이 높은 것은 학습의 효과라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자기선택(self-selection)’의 결과라는 것이다.

만일 수출을 통해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첫 번째 가설이 옳다면 수출시장에 진입한 기업은 내수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자기선택이 수출의 결정요인이라는 두 번째 가설이 옳다면 기업의 초기 생산성 수준이 수출시장 진입 여부의 결정요인이 될 것이다. Aw 등의 연구결과는, 한국과 대만 모두 수출기업이 내수기업보다 생산성이 높았지만 그 요인은 서로 다르게 나왔다. 대만의 경우는 두 가지 가설 모두가 들어맞았다. 기업의 초기 생산성 수준이 수출시장 진입에 중요한 결정요인이었을 뿐 아니라 수출시장에 진입 이후에도 생산성이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보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수출시장에 진입했다는 증거도 없으며, 수출시장에 진입한 이후에도 생산성이 높아지지도 않았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생산성 이외에 다른 요소가 작용하여 수출이 확대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으며 이는 Rodrik이 주장하는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러한 Rodrik과 Aw 등의 연구결과는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단순히 수출 증대가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차원을 넘어, 고도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많은 투자재원이 필요했는데 한국으로서는 높은 저축률과 외자유치만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 없었으므로, 수출을 통해서 이를 보충했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은 한국이 만들어 내는 상품의 수요를 확충시키는 역할도 했지만, 공급 측면에서 투자재원을 확보하는데도 기여도가 높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173]

2. 노동력 증대

동아시아의 고도성장에는 급격한 노동력 증가도 큰 기여를 했으며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Krugman(1994)과 Young(1994)의 계산에 따르면 한국은 1966~90년 동안 노동력 증가가 매년 6.4%에 달했으며, 이는 GDP를 연평균 4.4% 신장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경제활동인구의 증가와 평균수명 상승

노동력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경로는 대개 두 가지다. 첫째는 양적인 측면으로, 한 나라 전체 인구 중에서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인구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총인구의 증가율보다 경제활동인구의 증가율이 높아야 한다. 둘째는 질적인 측면으로 경제활동인구의 생산성이 올라가야 한다. Lee, Radelet and Sachs(1997)에 따르면, 국민의 평균수명의 연장은 경제활동인구의 생산성을 높인다. 평균수명 연장이 국민의 건강 수준을 나타내는 잣대이므로 평균수명이 올라가면 경제활동인구의 공급이 늘어나고 노동생산성도 향상되며 인적자본의 축적률도 높아지는 동시에 은퇴를 대비한 저축이 촉진되는 등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동아시아의 경우를 보자.

첫째, 노동의 양적인 측면에서 동아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출산율이 급속히 하락함으로써 인구증가율이 둔화되었으며, 여성이 노동에 참가하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했고, 특히 불완전 고용상태에 있던 농업종사자가 제조부문으로 이동하면서 제조부문 종사자의 수가 인구증가율 이상으로 증가하는 등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되었다.[174]

둘째, 동아시아의 평균수명이 늘어났다. 1965년을 기준으로 NIEs는 공공건강정책 등을 통해 이미 1965년에 동아시아의 평균수명은 55세로 남아시아의 47세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42세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그리고 1970~92년에 동아시아의 평균수명은 65세로 높아졌으므로 동아시아의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건강했고 경제성장에도 바람직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175]

한국의 경우에는 <표 4-3>처럼 1965~95년의 30년 동안 전후의 출산율 하락으로 총인구는 연평균 1.5% 증가에 그쳤으나 국민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생산활동가능인구가 연평균 2.6%씩 증가했다. 더욱이 경제활동참가율도 57.0%에서 61.9%까지 높아짐으로써 경제활동인구는 연평균 2.9%씩 증가했다. 반면에 실업률은 1965년 7.3%에서 1995년에는 거의 완전고용수준인 2.0%까지 낮아짐으로써 노동력의 효율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표 4-3> 한국의 노동력 증가 (단위: 천명, %)

총인구 생산활동
가능인구
경제활동
인구
경제활동
참가율
실업자
증가율 증가율 증가율 실업률
1965 28,705 15,367 8,754 57.0 642 7.3
1970 32,241 2.4 17,468 2.6 10,062 2.8 57.6 445 4.4
1975 35,281 1.8 20,918 3.7 12,193 3.9 58.3 501 4.1
1980 38,124 1.6 24,463 3.2 14,431 3.4 59.0 748 5.2
1985 40,806 1.4 27,553 2.4 15,592 1.6 56.6 622 4.0
1990 42,869 1.0 30,887 2.3 18,539 3.5 60.0 454 2.4
1995 45,093 1.0 33,664 1.7 20,853 2.4 61.9 420 2.0
1965~95 1.5 2.6 2.9

* 출처: 한국은행 국민계정

요컨대 한국에서는 출산율의 하락, 평균수명의 연장, 경제활동참가율의 증가, 실업률 감소 등으로 인해 연평균 2.9%씩 노동력이 증가함으로써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요인이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출산율 하락을 위해 대대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으며, 의료수준 향상에 힘써 평균수명을 늘렸다. 또한 경제개발계획을 통해 불완전 고용상태에 있는 대량의 농업인구를 제조부문으로 이동시켰으며 거시경제 안정과 산업부흥책을 펼쳐 실업률을 거의 완전고용상태까지 낮추었다. 이러한 한국경제의 노력과 성과를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출산율 하락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여기서 주목할 점은 축적론에 기반을 둔 이와 같은 분석은 다분히 노동력의 양적인 측면만 고려한다는 사실이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경제활동참가율이 올라가야 하므로 총인구증가율보다 경제활동인구의 증가율이 높아야 한다. 따라서 출산율이 하락하는 것은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축적론의 입장이다.

하지만 융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낮은 출산율이 반드시 경제성장에 바람직한 일만은 아니다. 지식은 추가비용 없이도 경제 내에 확산된다는 소위 지식의 외부효과가 작동하게 되면 인구가 많을수록 경제성장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인 Gilfillan(1935)은 인구가 많을수록 혁신에 필요한 자원이 더 많아지고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데 드는 노력은 일정한데 비해서 인구가 많을수록 혁신으로 인해 얻는 이익은 커지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이 혁신활동에 매달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Romer(1986b)나 Aghion and Howitt(1992)의 모형에서는 인구가 많거나 경제규모가 클수록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

이처럼 출산율과 관련해서 축적론과 융화론의 주장은 상충되는 면이 있다. 축적론에 따르면 출산율이 낮아질수록 경제활동비율이 올라가면서 경제성장에 기여하지만, 융화론에 의하면 출산율이 낮아지면 인구 절대수가 적어지므로 지식이나 지식의 외부효과가 적게 일어나고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 모두 타당한 면이 있다. 만일 어떤 경제가 주로 요소투입에 의해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면 축적론의 주장처럼 출산율 하락이 경제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주로 TFPG 위주로 성장한다면 출산율이 높은 측이 장기적으로 유리해질 것이다.

3. 수요 측면: 동아시아의 수출 증가

이상에서 공급 측면을 살펴보았다면, 다음으로는 수요 측면 중에서 특히 수출증가에 대해 살펴보자.

획기적인 수출 증가

동아시아 네 마리 호랑이의 수출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90년에 이르기까지 획기적인 증가세를 보인다.[176] <표 4-4>처럼 동아시아는 1965년에 세계전체 수출에서 점유율이 1.5%에 불과했으나 25년이 지난 1990년에는 6.7%로 급증하고 특히 제조부문의 수출은 1.5%에서 7.9%까지 증가한다.

<표 4-4> 동아시아의 수출 증가(World Bank 1993), (단위: %)

세계 총수출 대비 개발도상국 수출 대비
1965 1980 1990 1965 1980 1990
전체 수출 네 마리
호랑이
1.5 3.8 6.7 6.0 13.3 33.9
일본 5.0 7.0 9.0
개발도상국 24.2 28.7 19.8
제조 수출 네 마리
호랑이
1.5 5.3 7.9 13.2 44.9 61.5
일본 7.8 11.6 11.8
개발도상국 11.1 11.8 12.9

한국의 경우는 <표 4-5>처럼 GDP 대비 총교역량이 1970년에 0.32배에서 1988년에는 0.66배로 두 배 넘게 성장한다.

<표 4-5> 세계 각국의 GDP 대비 총교역량(World Bank 1993), (단위: 배수)

1970 1980 1985 1988
한국 0.32 0.63 0.66 0.66
홍콩 1.50 1.52 1.78 2.82
일본 0.19 0.25 0.23 0.11
대만 0.53 0.95 0.82 0.90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0.24 0.30 0.27 0.45
중남미 0.20 0.25 0.22 0.23

수출이 급증할 수 있었던 요인

동아시아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연구가 있었다.[177] 세계은행(World Bank 1993)은 동아시아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수출지향적인 기업을 적절히 지원해왔으며 이는 성장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Rodrik(1994b)은 한국과 대만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피력한다. “1950년대에는 한국이나 대만 모두 수입대체형 정책을 취했는데 1950년대 후반에 들어서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수입대체가 이루어지자 이 정책은 한계를 맞는다. 여기에다 외화유입의 주공급원이었던 미국의 원조가 줄어들면서 이들 국가는 수출주도형 정책으로 전략을 바꾼다. 고정환율제도와 평가절하, 수출품에 대한 면세조치, 부분적인 수입자유화 같은 정책을 펼친다. 거시경제의 안정, 사회기반 시설과 인적자본에 대한 공공투자 등의 요인이 더해지면서 1960년대 중반부터 수출이 뚜렷이 증가세를 보인다. 수출지향적인 정책으로 인해서 이들 국가는 비교우위 부문에 특화하게 되었고 그 결과 소득과 투자, 저축, 생산성이 모두 증가했다.”

한국, 대만, 중국의 경우에는 수출품을 구매한 OECD 국가로부터 상당히 많은 지식이 전수되었다. 저가격과 고품질을 원하는 수입업자가 한국과 대만의 기업에게 지식을 확산시킨 것이다.[178] 동아시아 국가는 OECD 국가의 요구사항에 맞추기 위해 기술적 역량을 배양했으며 처음에는 초보적인 제품에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설계와 제품 디자인의 혁신으로까지 연결되었다.

이러한 요인 위에 정부정책의 우수성과 능동적인 역할이 뒷받침 되었다. 동아시아 정부는 뚜렷한 산업정책방향을 가지고 있었고 보조금이나 수입제한, 행정지도, 공기업 설립, 신용할당 등의 수단을 통해서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비교우위를 스스로 만들어 갔다.[179]

여기까지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펼쳤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에 대한 것이다. 주제에서 조금 벗어나지만 수출주도형 정책이 한국의 경제성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 검토해 보자.

수출주도형 정책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수출이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지하는 학자들로 Weinhold and Rauch와 Sachs가 있다.

런던경제대학의 Weinhold and Rauch(1997)는 수출과 수입을 포함하는 개방 수준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세 가지로 설명한다.[180]

첫째, 개방적인 국제무역거래를 통해 기술이전이 촉진된다.

둘째, 개방은 독점이윤 같은 지대를 없애기 때문에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에 사용되었던 사회적 자원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재분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올라간다.

셋째, 시장개방은 전문화를 촉진하고 체험학습(learning by doing) 효과를 통해서 각 나라가 규모경제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생산성이 올라간다.

그리고 Sachs 등(1997a)은 수출(특히 공산품의 수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요인을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수입대체 정책을 펼 때보다 공산품 수출이 성장을 주도할 경우에 생산특화가 더욱 심화된다. 개발도상국은 세계차원의 생산과 유통 시스템에 참여하면서 노동집약적인 공정에서 상대적인 비교우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둘째, 공산품 수출전략은 기술진보를 촉진시킨다. 공산품의 수출을 급속히 늘리기 위해서는 중간재, 기술, 자본재, 수출시장 등을 제공해 주는 다국적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다국적 기업과의 관계는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동아시아는 성장초기 단계부터 기계류나 설비 같은 대부분의 자본재를 해외에서 구매했다. 예컨대 1970년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자본재 수입은 총투자의 50%를 차지했는데, 남아시아는 17%, 중남미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35% 수준이었다. 이러한 자본재 수입은 신기술이 도입되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했다.

셋째, 공산품의 수출은 생산 원료와 자본재를 수입하는데 필요한 외화를 조달한다. 이에 비해 수입대체 전략을 채택한 국가는 대부분 국제수지 문제에 봉착하면서 원료와 자본재 수입에 필요한 외화를 획득할 수 없었다.

그리고 융화론자인 Scott(1989)은 동아시아에서 Krugman이 주장하는 것처럼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수출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적한다. “아시아의 기적은 신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높은 투자수익률이 고도성장으로 연결되었으며 높은 저축률로 더욱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 이를 위해 유능한 정책 당국은 건전한 거시경제정책을 펼쳤으며 제대로 교육받은 노동력과 수출에 대한 인센티브, 기술수입에 대한 적극성 등을 촉진했다. 아시아에서 무역이 없다면 투자노력에도 불구하고 수확체감의 법칙이 바로 작동했을 것이다.”

제4장 요약

본 장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가 이룬 대규모의 생산요소 축적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 중에서 특히 높은 저축률과 외자유치를 통한 자본 확보, 경제활동인구증가를 통한 노동력 증가,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의 추구라는 세 가지의 요인이 고도성장에 기여한 바 크다 하겠다.


제5장. TFPG 계산에서의 오류와 논쟁

제3장에서 살펴보았듯이 Krugman이 기반을 두고 있는 축적론이 현실세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리고 제4장에서 검토한 것처럼 설사 동아시아의 성장이 자본과 노동을 대규모로 동원한 결과라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이는 인류역사상 전례 없는 탁월한 성과로 보아야 한다. 일단 여기서는 이러한 축적론자의 주장이 안고 있는 두 가지 한계를 접어두더라도, 축적론자는 실제로 TFPG를 계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에서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사실을 왜곡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장에서는 먼저 TFPG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여러 논점을 미리 정리한다. 그리고 Young이 TFPG를 계산하는데 적용했던 방법론을 살펴본 후에 TFPG 계산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논쟁을 하나씩 검토한다.

1. TFPG 계산에 관련된 여러 논점

한국의 TFPG와 관련해서 여러 학자나 기관이 제각각 주장하는 바를 살펴보기 위해서 TFPG의 계산과 관련해서 부각되고 있는 논점을 미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TFPG의 절대수준에 대한 논쟁이다.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나온 동아시아의 TFPG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것이다. 대개 축적론자는 동아시아의 TFPG를 낮게 계산하는 반면에 융화론자는 상대적으로 높게 계산한다. 따라서 축적론자는 동아시아에서 기술진보가 미미했다는 입장을 취하는데 반해 융화론자는 상당 수준의 기술진보가 있었다고 본다. 물론 양자 모두 나름대로 논리무장을 하고 있지만 축적론자의 논지에 상당한 허점이 보인다.

둘째, 연구자 별로 TFPG를 계산하는 대상기간과 기간구분이 천차만별이므로 연구결과를 서로 비교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리고 기간별로 구분해서 보면 한국의 TFPG 추이는 두 가지 유형을 보이는데 점차 TFPG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거나 U자 모습을 보이며 양자 공히 최근의 TFPG가 가장 높게 나온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에는 아직도 성장잠재력이 충분히 남아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다.

셋째, TFPG를 표시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대개 축적론자는 경제성장률에 대한 TFPG의 기여도로 표시하는 반면 융화론자는 TFPG를 절대수준으로 표시한다. 예컨대 맥킨지 보고서(McKinsey 1998)에서는 1970~95년 한국의 소득 증가율 7.1% 중에서 자본 투입의 기여도가 58%(100% 기준), 노동 투입의 기여도가 19%, 합해서 TFIG의 기여도가 77%이며 나머지 TFPG의 기여도는 23%에 불과한 것으로 표시한다.[181] 미국의 TFPG 기여도인 27%나 일본의 35%와 비교해 보면 마치 한국의 TFPG가 매우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TFPG를 절대수준으로 표시하면 한국은 1.6%로 미국의 0.4%나, 일본의 0.9%를 크게 상회한다. 이처럼 축적론자는 TFPG를 기여도로 표시함으로써 독자가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넷째, 자본증가율을 구하는 방식에 대한 논쟁이다. Solow 모형에서 자본증가율을 구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자본증가율을 구하기 위해서는 연간 자본 스톡을 추정해야 하는데, 자본 스톡을 추계하는 방법에는 직접조사 방법인 국부조사에 의한 추계법과 간접추계방식인 물량가격법, 영구재고법, 기준년접속법 등이 있다. 그런데 여러 가지 방법론 중에서 모든 학자가 지지하는 방법론은 아직 없는 상태이므로 연구자의 자의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 그리고 논쟁의 핵심인 Young(1994)의 연구에서는 자본증가율을 구하면서 유독 한국만 농업부문을 제외함으로써 TFPG를 과소평가한다.

다섯째, 노동증가율에 관련된 논쟁이다. 노동증가율을 구하는 여러 가지 기준 중에서 축적론자는 대개 TFPG가 가장 낮게 나오는 취업자 또는 경제활동참가인구를 사용한다. 그리고 Young과 Bosworth는 당연히 TFPG에 포함되어야 할 교육훈련 등 인적자본의 질적 향상분을 노동증가율에 포함시킴으로써 TFPG를 과소 계산하는 오류를 범한다. 이를 정정하면 한국의 TFPG는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인다.

여섯째, 자본과 노동의 소득분배율에 대한 논쟁이다. 소득분배율이 조금만 변해도 TFPG가 크게 바뀌는데도 Solow 모형에서 소득분배율을 구하데 사용하는 여러 가지 방법론은 논리성과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다. 또한 여러 연구자마다 소득분배율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으므로 그 결과로 나온 TFPG 역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된다.

일곱째, 자본과 노동의 대체탄력성에 대한 논쟁이다. Young(1994)이 사용한 Solow 모형에서는 자본과 노동 간에 완전한 대체가 이루어진다고 가정한다. 즉 대체탄력성이 1이다. 하지만 동아시아처럼 노동자당 자본축적량이 급속히 증가하고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노동생산성이 올라간다면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아질 수 있으므로 Young이 동아시아의 TFPG를 과소 계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러 융화론자는 주장한다.

여덟째, Solow 모형 외에 TFPG를 계산하는 다양한 모형을 살펴본다. 소득의 비용 측면에서 TFPG를 계산하는 연구결과 TFPG는 Solow 모형보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해로드-TFPG에서는 기술진보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면 더 많은 자본 투입이 유도되므로 자본증가 기여분도 기술진보로 인식한다. 한국의 해로드-TFPG는 매우 높게 나온다.

이처럼 Young이나 Krugman이 근거로 삼은 Solow 모형을 통해 TFPG를 구하는 방식은 거의 전 과정에 걸쳐 다양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으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결론 난 부분이 없을 정도로 Solow 모형은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그 결과 연구자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TFPG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므로 그 결과 역시 크게 기대할 바 없는 것이다.

2. Young의 동아시아에 대한 TFPG 계산

먼저 논쟁의 단초를 제공한 Young이 동아시아의 TFPG를 계산한 내용을 상세히 살펴보자. 그는 동아시아 TFPG와 관련해서 세 편의 논문을 낸다. 1992년에 쓴 『두 도시 이야기: 홍콩과 싱가포르에서의 요소축적과 기술적 변화』, 1993년에 쓴 『동아시아 NICs의 교훈: 진보적 관점』, 그리고 1994년에 쓴 『숫자의 전제(專制): 동아시아 성장의 통계적 현실에 직면해서』라는 글이다. 그 중에서 핵심적인 논문은 『숫자의 전제』로서, Krugman이 1994년에 쓴 화제의 글에서 서문을 그대로 인용할 정도로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두 도시 이야기』

Young은 첫 번째 글에서 Solow 모형을 사용하여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홍콩의 1960~80년대의 TFPG를 계산한다.[182] <표 5-1>처럼 홍콩의 경우는 경제성장률 중 TFPG의 기여도가 18~54%(100% 기준)인데 비해 싱가포르는 1966~71년을 제외하고는 TFPG가 제로에 가깝거나 오히려 마이너스 수치를 보인다.[183] TFPG가 기간별로 기복이 심한 이유를 Young은 경기변동의 영향으로 해석한다. 즉 싱가포르는 1975년과 1985년에 경기저점을 통과했으며 1970, 1980, 1990년에 경기고점을 통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표 5-1> 홍콩과 싱가포르 TFPG의 성장 기여도(Young 1992), (단위: 증가율은 %, 100% 기준)

기간 증가율 자본
분배율
성장 기여도
GDP 노동 자본 노동 자본 TFPG
홍콩 1961~66 57.7 13.0 69.4 0.393 14 47 39
1966~71 32.2 12.6 37.7 0.355 25 42 33
1971~76 40.6 9.8 36.1 0.330 16 29 54
1976~81 51.2 35.0 52.7 0.386 42 40 18
1981~86 29.4 10.8 37.4 0.421 21 54 25
싱가포르 1966~71 50.7 15.7 57.6 0.562 14 64 23
1971~76 45.4 31.7 86.0 0.553 31 105 -36
1976~81 40.8 28.9 46.6 0.548 32 63 5
1981~86 30.0 24.9 47.4 0.491 42 78 -20

<표 5-1>을 성장률 절대치로 변환시키면 <표 5-2>처럼 된다. 홍콩은 TFPG가 1.5~4.5%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이는데 비해 싱가포르의 경우는 TFPG가 1966~71년을 제외하고는 -3.3~0.4%라는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인다.[184] 이를 근거로 Young은 싱가포르의 경제성장이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축적에 의한 것이며, 조만간 한계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표 5-2> 홍콩과 싱가포르 TFPG의 성장 기여도: 성장률 절대수치 기준(Young 1992), (단위: %)

기간 GDP
성장률
노동 자본 TFPG
증가율 소득
분배율
기여도 증가율 소득
분배율
기여도
홍콩 1961~66 11.5 13.0 0.607 1.6 13.9 0.393 5.5 4.5
1967~71 6.4 12.6 0.645 1.6 7.5 0.355 2.7 2.1
1972~76 8.1 9.8 0.670 1.3 7.2 0.330 2.4 4.4
1977~81 10.2 35.0 0.614 4.3 10.5 0.386 4.1 1.9
1982~86 5.9 10.8 0.579 1.3 7.5 0.421 3.1 1.5
싱가포르 1966~71 10.1 15.7 0.438 1.4 11.5 0.562 6.5 2.3
1972~76 9.1 31.7 0.447 2.8 17.2 0.553 9.5 -3.3
1977~81 8.2 28.9 0.452 2.6 9.3 0.548 5.1 0.4
1982~86 6.0 24.9 0.509 2.5 9.5 0.491 4.7 -1.2

* Young(1992)를 근거로 재작성했다.

『동아시아 NICs의 교훈: 진보적 관점』

Young의 두 번째 글에서는 Summers and Heston(1991)의 구매력평가 자료를 이용하여 NICs와 다른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비교하는데,[185] NICs가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인다.[186]

또한 NICs의 고도성장과 대외지향적인 정책의 관련성을 검증한다. NICs가 강력한 대외지향적인 정책을 펼친 것은 사실이지만, 급속한 경제성장은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보다는 총요소의 축적과 제조부문에 대한 생산요소의 재배분으로 이루어진 결과이므로 대외지향적인 정책이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NICs의 TFPG를 계산한다.[187] NICs의 TFPG가 1% 내외로 나왔는데 홍콩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대만과 한국은 다소 높게 나타났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싱가포르의 경우 오히려 다른 국가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TFPG가 낮은 이유를 노동력의 대폭적인 증가 때문이라고 Young은 해석한다. 전후 베이비붐이 일고 여성노동력이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경제활동참가율이 급속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숫자의 전제』

Young의 세 번째 글인 『숫자의 전제』는 제1장 제4절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했으므로 여기서는 중복되지 않는 부분만 살펴보자.[188]

Young은 Solow 모형을 사용하여 118개국의 TFPG를 계산했다. 1966~90년의 25년 동안 동아시아의 TFPG는 홍콩이 유일하게 2%대(2.3%)를 보이고 대만이 1.9%, 한국이 1.6%로 1%대를 보이며 싱가포르는 -0.3%로 마이너스가 나온다. 이에 대해 Young은 OECD 국가가 급성장을 한 1950~70년의 1.4~4.1%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며 중남미 국가가 급신장한 1940~80년의 0.9~2.6%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석한다.

그리고 Young이 정리한 변수 별 변화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동 투입에서는 전후에 출산율이 하락하고 여성인력이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가하면서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한 결과 1인당 국민소득 증가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189] 그리고 많은 농업종사자가 제조부문으로 이동함으로써 제조부문의 종사자 수가 인구증가율 이상으로 증가했다.[190]

자본 투입에서는 자본재 투입도 상당히 높은 증가 추세를 보였는데, GDP 대비 투자액은 홍콩을 제외한 나머지 세 나라에서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의 증가율은 1950년대 초반의 5% 수준에서 1960년대 중반에는 20%, 1980년대 초반에는 30%, 1991년에는 40% 수준까지 육박했다.

인적자본에서는 교육수준이 급속히 향상했다. 전체 노동인구 중에서 중등교육을 받은 비율이 홍콩과 태국에서는 두 배, 한국에서는 세 배(1966년 26.5%에서 1990년 75.0%로 증가), 싱가포르에서는 네 배나 증가했다.

한국의 구분기간별 TFPG를 보면 기간전체(1966~90년)의 TFPG는 1.6%이다. 전반적인 추세는 1975~80년의 0.1%를 제외하고는 계속 증가세를 보였으며 1985~90년의 TFPG는 2.6%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상 여기까지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의 원인제공자인 Young이 낸 세편의 논문을 살펴보았다. 다음에는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논쟁에 대해 살펴본다.

3. TFPG 절대수준에 대한 논쟁

TFPG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여러 논쟁이 일고 있지만 모든 것은 TFPG의 절대수준으로 귀결된다. 대개 TFPG가 1%대 이하면 기술진보가 미미했다고 보며, 2%대이면 보통 수준으로, 3%대 이상이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한다.

1) TFPG 계산결과종합

여러 학자와 기관이 나름대로의 논리로 무장하고 TFPG를 계산하는데 그 결과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동아시아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는 축적론자는 TFPG를 대개 1% 내외로 계산한다. 물론 Young이 그 대표적 인물이고 Bosworth, 맥킨지, Timmer and van Ark 등이 이를 지지한다.[191] 한국에 대한 이들의 TFPG 계산결과는 0.51~1.9% 수준이다. 이와는 반대로 동아시아에서는 상당한 기술진보가 있었고 그 미래도 밝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여러 융화론자는 동아시아의 TFPG를 상대적으로 높게 계산한다. 여기에는 세계은행(World Bank 1993), Sarel(1995), Hsieh(1997), Dowling and Summers(1997), Hulten and Srinivasan(1999) 등이 포함된다. 이들이 계산한 한국의 TFPG는 1.03~3.8%로 매우 다양한 수준을 보인다.

<표 5-3> 연구자 별 동아시아의 TFPG 계산결과, (단위: %)

Young
(1992)
World
Bank
(1993)
Young

(1994)

Bosworth

(1995)
Bosworth
& Collins
(1996)
Sarel
(1995)
Sarel
(1997)
Hsieh
(1997)
Hulten
(1999)
대상기간 1961
~86
1966
~90
1966
~90
1986
~92
1960
~94
1975
~90
1978
~96
1966
~90
1966
~90
한국 3.1 1.6 1.9 1.5 3.1 1.7~2.3 3.8
대만 3.8 1.9 2.5 2.0 3.5 3.4
홍콩 1.5~4.5 3.6 2.3 3.8 4.5
싱가포르 -3.3~2.3 1.2 -0.3 4.0 1.5 1.9 2.2 1.4~2.7 1.4
태국 2.5 4.0 1.8 2.0
인도네시아 1.2 0.8 0.8 1.2
말레이시아 1.1 2.8 0.9 2.0
필리핀 -0.4 -0.8
중국 2.6

* Young(1992)은 논문을 근거로 재계산했다.

한국에 대한 TFPG는 <표 5-4>처럼 세 가지로 분류된다. Young의 문제 제기 이전에 나온 논문에서는 대개 한국의 TFPG을 상당히 높게 계산한다. 상당수준의 기술진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Young의 논문 이후에는 축적론자와 융화론자가 양편으로 갈려서 축적론자는 1% 내외의 TFPG를 내놓는 반면 융화론자는 TFPG를 무려 3.8%까지 계산한다.

<표 5-4> 연구자 별 한국의 TFPG 계산결과 (단위: %)

연구자 대상부문 대상기간 TFPG
논쟁
이전의 연구
Christensen and Cumings(1981) 경제전체 1960~73 4.1
Kim and Park(1985) 경제전체 1963~72 4.03
1973~82 1.47
Dollar and Sokoloff(1990) 제조업 1963~79 6.1
축적론자의
연구
Young(1994) 경제전체
(농업제외)
1966~90 1.6(2.3)
제조업 2.9(3.4)
Bosworth 등(1995) 경제전체 1960~92 1.9
Bosworth and Collins(1996) 경제전체 1960~94 1.5(2.3)
McKinsey(1998) 경제전체 1970~95 1.6
Timmer and van Ark(2000) 경제전체 1963~96 0.51~0.83
개발경제학자,
융화론자의
연구
World Bank(1993) 경제전체 1960~90 3.1
Sarel(1995) 경제전체 1975~90 3.1
Hsieh(1997) 경제전체 1966~90 1.65~2.32
Dowling and Summers(1997) 경제전체 1961~95 1.9~3.5
Hulten and Srinivasan(1999) 경제전체 1966~90 3.8
제조업 6.6

* Young(1994)과 Bosworth and Collins(1996)에서의 괄호 안은 노동의 질적 향상부분을 노동증가율에서 제외하고 재계산한 TFPG다.
* Hsieh(1996)와 Dowling and Summers(1997)는 대체탄력성의 수준에 따라 TFPG가 큰 폭으로 변한다.
* Hsieh(1996)는 Solow 모형으로 구한 TFPG이고, Hsieh(1997)는 dual TFPG다.

2) 논쟁 이전의 TFPG 계산결과

Young과 Krugman이 동아시아의 TFPG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기 이전에 몇 편의 연구가 있었다. Christensen and Cumings(1981), Kim and Park(1985), Dollar and Sokoloff(1990) 등이다. Christensen and Cumings는 한국의 TFPG를 4.1%로, Kim and Park은 1.47~4.03%로, Dollar and Sokoloff는 6.1%로 매우 높게 계산했다.

Young(1994)은 Dollar and Sokoloff(1990)에 대해 비판한다. 그들이 국민소득을 구하는 통계자료로 유엔의 산업통계연감을 사용했는데 이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제조업 생산증가율보다 연평균 3.5%나 높게 나왔으므로 이러한 과대 계상분을 차감하면 TFPG가 2.6%로 낮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Young 자신이 계산한 1.6%와 대체로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이야말로 ‘숫자의 전제’다. Young의 연구에서 Dollar and Sokoloff(1990)의 연구대상기간(1963~79년)과 일치하는 부분은 없지만 1960~66년에 0.6%, 1966~70년에 1.0%, 1970~75년에 1.8%, 1975~80년에 0.1%의 TFPG를 보인다. 이를 단순 평균하면 0.9%가 나오는데 이는 Young이 달러의 TFPG를 수정한 2.6%에 비해서 1/3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근거로 Young은 자신이 계산한 TFPG와 유사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3) 축적론자의 TFPG 계산결과

Young이나 Krugman을 지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축적론자에는 브루킹스연구소의 Bosworth와 런던경제대학의 Crafts, 맥킨지, 그로닝엔대학의 Timmer 등이 있다.

Bosworth

부르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Bosworth는 동아시아의 TFPG 계산과 관련해서 두 편의 글을 쓰는데 하나는 1995년에 Collins, Chen 등과 함께 쓴 『경제성장의 차이 규명』이고 다른 하나는 1996년에 Collins와 공저한 『동아시아에서의 경제성장: 축적과 융화』이다. 이 중에서 후자는 동아시아의 TFPG 논쟁에서 곧잘 인용된다. 두 편의 글에서 다루는 연구대상기간은 조금 다른데 전자는 1960~92년이고 후자는 1960~94년이다.

첫 번째 글에서는 88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대상으로 1960~92년의 TFPG를 계산하는데, 개발도상국의 TFPG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다. 한국이 1.9%로 Young(1994)의 1.6%와 비슷하고, 대만 2.5%, 싱가포르 4.0%, 태국 4.0%, 인도네시아 0.8%, 말레이시아 2.8%다. 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32년 동안 동아시아에서는 노동자당 소득이 4.1% 증가하는데 그 중에서 80%가 요소축적으로 설명된다는 것으로 Young이나 Krugman 같은 축적론자와 견해를 같이 한다. 그래도 선진국의 TFPG가 1.0% 수준이고, 중남미가 0.1% 수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가 -0.7%인데 비하면 TFPG의 절대수준은 상당히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Bosworth의 두 번째 글에서는 연구대상기간이 조금 길어지고 TFPG를 기간별로 나누어 계산했다. 실증연구결과는 1960~94년에 동아시아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대부분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축적으로 설명되는 반면 TFPG는 미미한 것으로 나왔다. 동아시아의 TFPG(1960~92년)는 <표 5-5>처럼 1.1%로 다른 개발도상국과 유사한 수치가 나온다.

<표 5-5> 세계 각국의 TFPG(Bosworth and Collins 1996), (단위: %)

1960~73 1973~84 1984~94 1960~94 1973~94
한국 1.4 1.1 2.1 1.5 1.6
인도네시아 1.1 0.5 0.9 0.8 0.7
말레이시아 1.0 0.4 1.4 0.9 0.9
필리핀 0.7 -1.3 -0.9 -0.4 -1.1
싱가포르 0.9 1.0 3.1 1.5 2.0
태국 1.4 1.1 3.3 1.8 2.1
대만 2.2 0.9 2.8 2.0 1.8
중국 1.4 2.2 4.6 2.6 3.3
동아시아 1.3 0.5 1.6 1.1 1.0
남아시아 0.1 1.2 1.5 0.8 1.3
아프리카 0.3 -2.0 -0.4 -0.6 -1.3
중동 2.3 -2.2 -1.5 -0.3 -1.9
중남미 1.8 -1.1 -0.4 0.2 -0.8
미국 0.8 -0.5 0.7 0.3 0.1
기타 선진국 2.2 0.2 0.7 1.1 0.4

이러한 계산결과에 대해 Bosworth는 선진국은 TFPG가 높고 동아시아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석한다. 선진국의 경우는 고도성장을 한 1960~73년에 미국을 제외한 기타 선진국의 TFPG가 2.2%인 반면, 동아시아 전체로는 전 기간에 걸쳐 TFPG가 0.5~1.6% 수준이므로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계산결과를 놓고 하버드대학의 Rodrik(1997)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는다. 동아시아의 TFPG는 다른 지역보다 대체 높으며 매우 존경할만한 것이라는 평이다. 동아시아는 시간이 지나면서 TFPG가 대체로 상승하는 추세에 있고 마이너스로 떨어진 적이 없으며 이러한 상승세는 수익성 높은 투자기회가 고갈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Rodrik은 설명한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일단 Bosworth가 상대 비교한 기타 선진국의 2.2%는 TFPG가 낮은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를 대상을 하고 있으며 대상기간도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1960~73년이다. 반면 동아시아의 0.5~1.6%는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더딘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포함하고 있으며 대상기간도 1960~94년이다. 동아시아에도 기타 선진국과 동일조건을 적용하면 선두주자인 한국, 싱가포르, 대만에서 가장 높은 성장을 보인 1984~94년에는 TFPG가 2.1~2.8% 수준으로 선진국의 평균을 상회한다.

한국의 경우만을 보아도 <표 5-6>처럼 최근인 1984~94년 TFPG가 2.1%로, Bosworth가 ‘높은’ TFPG라고 해석한 기타 선진국의 최상기인 2.2%에 육박한다. 한국의 TFPG가 선진국이 최고로 성장한 시기의 TFPG에 거의 접근한 것이다.

<표 5-6> 한국의 기간별 TFPG(Bosworth and Collins 1996), (단위: %)

노동자당
소득 증가
노동자당
자본증가
노동자당
교육 증가
TFPG
(Bosworth)
TFPG
(정정)
1960~73 5.6 3.2 0.9 1.4 2.3
1973~84 5.3 3.4 0.8 1.1 1.9
1984~94 6.2 3.3 0.6 2.1 2.7
1960~94 5.7 3.3 0.8 1.5 2.3
1974~94 5.8 3.4 0.7 1.6 2.3

* 정정: 뒤에서 자세히 언급되지만 노동자당 교육증가분은 TFPG에 포함되는 요소이므로 이를 정정한 TFPG 계산결과다.

요컨대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단순히 요소축적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선진국 수준의 기술진보가 있었다고 해석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런던경제대학의 Crafts(1998a)는 Bosworth의 연구결과를 그대로 인용했으며,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을 지지하는 IMF는 Crafts의 글을 1998년 10월에 나온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수록함으로써 축적론을 뒷받침한다. 다만 IMF는 Young이나 Krugman의 해석과는 다르게, 동아시아의 생산성(노동자당 소득) 절대수준이 미국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동아시아가 선진국의 기술을 추격할 수 있는 기회는 풍부하게 남아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단서를 붙인다.

맥킨지 보고서

컨설팅펌인 맥킨지는 1998년 3월에 『한국을 위한 생산성 주도의 성장』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연이어 4월에 한글 번역판인 『맥킨지 보고서』라는 책을 출판함으로써 한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다. 일간지를 검색해 보면 관련기사가 1998년 3월 24일부터 4월 16일에 걸쳐 53건이나 실린다. 기사 제목은 대개 다음과 같다.

– 한국 노동-자본 생산성 미국의 절반(조선일보 3/24)

– 생산성 주도경제로 거듭나야(매일경제신문 3/24)

– 한국 노동생산성 미국의 절반 수준(동아일보 3/24)

– 한국 생산성 미국의 절반(중앙일보 3/24).

대개 이런 식으로 한국의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보도한다. 당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절반 수준이었으므로 생산성 역시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논지는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내용인데도 언론이 대서특필한 이유는 두 가지로 짐작된다. 하나는, 1998년 3월이라는 시기가 한국이 IMF 구제금융체제로 들어간 직후이며 당시만 해도 한국이 IMF 체제에 들어가게 된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던 차에 맥킨지 보고서가 해답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다른 하나는,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를 Solow 모형으로 포장함으로써 이론적인 연구가 충실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맥킨지 보고서는 많은 대중과 언론으로부터 지지를 얻었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맥킨지 보고서에는 앞서 언급한 여러 축적론자와 맥을 같이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192]

맥킨지 보고서는 한국의 TFPG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편다.

첫째, 1970~95년에 한국의 1인당 GDP가 7.1%라는 높은 성장을 한 요인은 주로 TFIG 때문이다. 1인당 GDP 성장률 7.1% 중에서 1인당 자본 투입의 기여도가 58%(100% 기준), 1인당 노동 투입의 기여도가 19%, 합해서 TFIG의 기여도가 77%이며 나머지 TFPG의 기여도는 23%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국의 경제성장은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요소투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둘째, 기간별로 나누어 보면 1970~82년의 1인당 GDP 성장률은 6.7%인데 그 중 TFPG의 기여도는 -6%(100% 기준)로 오히려 기술 수준이 퇴보했으며 1982~95년에는 1인당 GDP가 7.7% 성장했는데 그 중 TFPG 기여도는 44%이다.

셋째, 1인당 GDP 수준이 비슷한 시점의 TFPG 기여도를 비교해 보면, 한국이 44%로 일본의 45%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미국의 경우는 76%로 월등히 높다.

이러한 맥킨지 보고서의 지적은 한마디로 한국에서는 TFPG가 낮으며 성장은 주로 TFIG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주장은 표현상 기교라는 점을 금방 알 수 있다. 세 가지 주장 모두가 한국의 TFPG가 미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은 모든 면에서 한국의 TFPG가 미국을 추월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1인당 GDP 성장률에서 TFPG의 기여도가 23%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일견 한국의 기여도가 매우 낮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Dowling and Summers(1997)의 지적처럼, TFPG는 상대적인 숫자보다는 절대적인 숫자가 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TFPG를 1인당 GDP 성장률에 대한 비율로 나타내면 한국은 23%로, 미국의 27%나 일본의 35% 수준을 밑도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표 5-7>처럼 TFPG 절대치로 보면 한국의 TFPG는 1.6%로 미국(0.4%)의 네 배이며 일본(0.9%)보다 거의 두 배가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맥킨지 보고서는 이를 상대적인 비율로 표시함으로써 한국의 TFPG 절대수준이 매우 낮은 것처럼 표현한 것이다.

<표 5-7> 주요 국가의 TFPG(McKinsey 1998), (단위: %)

인당
GDP
성장률
기여도 TFPG
기여도
자본
증가
노동
증가
TFIG TFPG
한국 7.1 4.1 1.3 5.5 1.6 23
미국 1.5 0.8 0.4 1.2 0.4 27
일본 2.6 1.9 -0.3 1.6 0.9 35

* McKinsey(1998)를 근거로 재작성했다.
* 기간: 1970~95년
* TFPG 기여도는 1인당 GDP 성장률을 100%로 기준한 것이다.

두 번째 지적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TFPG가 높아졌다는 점은 수긍이 가지만 전반기인 1970~82년에 한국의 기술 수준이 퇴보했다는 내용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TFPG를 계산한 어떤 연구에서도 한국의 TFPG가 마이너스로 나온 사례는 없다.

그리고 세 번째 주장도 첫 번째 주장과 마찬가지로 착시현상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 1인당 GDP가 비슷한 시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TFPG 기여도는 1인당 GDP 성장률 대비 40% 대인데 비해 미국이 70% 대로 매우 높은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표 5-8>처럼 TFPG의 절대치를 보면 한국이 3.3%, 일본이 3.4%인데 비해 미국은 1.3%로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사실을 두고 미국은 TFPG 위주로 성장했고 한국은 TFIG 위주로 성장했다는 논지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표 5-8> GDP가 비슷한 시점에서 한국, 일본, 미국의 TFPG 비교(McKinsey 1998), (단위: 달러, %)

비교시점 1인당 GDP 연평균 증가율 기여도
1차년도 최종년도 GDP TFIG TFPG TFIG TFPG
한국 1982~95 4,600 12,200 7.7 4.3 3.3 56 44
일본 1960~73 4,800 12,400 7.6 4.2 3.4 55 45
미국 1890~1950 3,700 10,400 1.7 0.4 1.3 24 76

* McKinsey(1998)을 근거로 재작성했다.
* 기여도는 1인당 GDP를 100%로 기준한 것이다.

다음에는 TFP 절대 수준에 대한 주장을 살펴보자.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요소투입량의 규모는 미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데 요소투입당 산출량은 미국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숫자로는, 미국 대비 한국의 1인당 자본 투입은 47%, 1인당 노동 투입은 140%, 이를 가중평균한 1인당 총요소투입은 98%이다. 그리고 자본 생산성은 105%, 노동생산성은 36%, 이를 종합한 TFP는 51%다. 따라서 98%와 51%를 곱하면 한국의 1인당 GDP는 미국의 50% 수준이다.

이러한 맥킨지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여러 한계를 보여준다.

첫째, 보고서의 내용은 극히 상식적이다. 한국의 TFP가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한국의 1인당 GDP가 미국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므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굳이 복잡한 Solow 모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상식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사항이다. 다만 이러한 암묵적인 상식을 정교한 이론으로 증명했다면 이 보고서는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맥킨지 보고서는 Young이나 Krugman이 범하고 있은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둘째, 맥킨지는 TFP의 증가속도(TFPG)보다는 TFP의 절대수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진국의 TFP가 개발도상국보다 높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므로 다른 축적론자조차 대개 연구주제로 삼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개발도상국의 TFP가 증가하는 속도(즉 TFPG)를 선진국과 비교함으로써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을 추격하는 속도에 대해 연구한다. 하지만 맥킨지 보고서는 한국의 TFPG에 대해서는 간략히 언급하고 한국의 TFP가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하게 부각시킨다. 그러나 보고서의 행간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의 TFPG가 미국을 훨씬 추월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먼저 1인당 GDP가 4천 달러 내외에서 1만 달러 내외로 성장하는데 걸린 시간을 보면 한국이 13년(1982~95년), 일본도 13년(1969~73년) 걸린 데 비해 미국은 무려 60년(1890~1950년)이나 걸렸다.[193] 당연히 TFPG에서도 한국이나 일본이 미국을 크게 추월한다. 대개 TFP가 낮으면 TFPG도 낮은 것이 통례이지만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이와 다르다. 한국의 TFP가 낮은 것은 TFPG가 낮기 때문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경제성장이 이루어진 시작시점이 늦었기 때문이다. 1인당 GDP가 4천 달러 내외인 시점이 미국은 1890년이고 한국은 그보다 90여년이 지난 1982년이다. 한국이 13년간 고도성장을 했지만 미국이 105년간 성장한 것을 아직 따라잡지 못했을 따름이다. 요컨대 같은 사실을 두고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느낌이 매우 다를 수 있다. “한국의 총요소생산성 절대수준(TFP)은 아직 낮지만 그 향상속도(TFPG)는 매우 높다”라는 식의 표현과 “한국은 같은 양의 생산요소를 투입하고서도 총요소생산성(TFP)은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식의 표현이 주는 느낌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과거 25년간의 TFP와 TFPG는 <표 5-9>와 같다. 1995년 미국의 총요소생산성을 1.00으로 볼 때 한국은 0.51로 절반수준이지만 1970년에는 0.37 수준이었다. 25년간 한국의 총요소생산성증가는 미국의 0.3%보다 5배 이상 빠른 1.6%로 성장한 결과 이제는 절반수준까지 접근한 것이다.

<표 5-9> 한국과 미국의 TFP와 TFPG(McKinsey 1998), (단위: %)

총요소생산성
절대수준(TFP)
총요소생산성
증가율(TFPG)
1970 1995
한 국 0.34 0.51 1.6
미 국 0.93 1.00 0.3

* McKinsey(1998)을 근거로 재작성했다.
* 생산성 절대수준(TFP)은 미국 1995년을 1.00으로 기준 삼았고, 생산성 증가속도(TFPG)는 %다.

셋째, 맥킨지가 사용한 자본분배율에 대해 살펴보자. 자본분배율이란 자본의 투입으로 인해 생긴 소득이 전체소득에서 차지하는 소득분배율을 말한다. 여러 연구자는 실제통계를 바탕으로 정확한 자본분배율을 구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것도 여러 가지 이유로 정확성 여부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맥킨지 보고서에서는 자본분배율을 단순히 1/3이라는 수치를 사용한다. 학술적인 연구에서 맥킨지 보고서를 제외하고는 1/3을 사용한 경우는 어디에도 없다.

자본분배율은 TFPG 계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표 5-10>에서 상단 첫 줄은 맥킨지 보고서에서 자본분배율을 1/3로 가정한 경우며, 그 아래는 자본분배율에 변화를 준 것이다. 만일 자본분배율이 0.10이라면 한국의 TFP가 미국의 0.36 수준이지만 자본분배율이 2/3이라면 0.74가 되며 자본분배율이 1.00인 경우는 한국의 TFP가 1.06으로 미국 수준을 초과한다. 이러한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한국의 생산성이 자본분배율의 변화에 따라 미국 대비 최소 0.36부터 최대 1.06까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고서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 있는 자본분배율의 민감도[194]에 대해서 맥킨지 보고서의 본문에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이 표 하단에 각주로 “노동점유율은 66%라고 가정한 Cobb-Douglas 함수에 근거함”이라는 식으로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로 표시하고 있다.[195]

<표 5-10> 자본분배율의 변화에 따른 한국의 TFP 민감도 (단위: 미국을 1.00로 기준)

자본
분배율
인당
소득
총요소투입(TFI) 총요소생산성(TFP)
인당
자본
투입
인당
노동
투입
총요소
투입
자본
생산성
노동
생산성
총요소
생산성
0.33 0.50 0.47 1.40 0.98 1.06 0.36 0.51
0.00 0.50 0.47 1.40 1.40 1.06 0.36 0.36
0.10 0.50 0.47 1.40 1.26 1.06 0.36 0.40
0.50 0.50 0.47 1.40 0.81 1.06 0.36 0.62
0.67 0.50 0.47 1.40 0.68 1.06 0.36 0.74
0.90 0.50 0.47 1.40 0.52 1.06 0.36 0.95
1.00 0.50 0.47 1.40 0.47 1.06 0.36 1.06

* McKinsey(1998) 자료를 활용하여 작성했다.

넷째, 맥킨지 보고서는 Solow 모형을 변형해서 TFP를 계산한다.

맥킨지 보고서에서는 TFP와 TFPG를 계산한 과정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생략하고 있지만, 여러 계수의 관계를 추론해보면 Solow 모형을 근거로 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맥킨지는 Solow 모형을 일부 변형시킨 수식을 사용한다. Solow 모형의 기본형에서 노동(사람의 숫자) 대신에 노동시간을 사용한다.[196] 이를 원형대로 되돌리면 TFP의 비교치가 달라진다. “한국은 미국과 비슷하게 생산요소를 투입하고도 1인당 GDP가 절반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맥킨지의 주장이, “한국은 미국 대비 1인당 생산요소를 0.78배 투입했는데 1인당 GDP는 0.50배가 나온다”로 바뀐다. 그 결과 한국의 TFP는 미국 대비 0.50배에서 0.64배로 올라가는 것이다. 게다가 자본분배율까지 바뀐다면 TFP는 더욱 올라갈 여지가 있다. 게다가 이러한 결과는 아직도 1인당 자본을 추가로 투입할 여지가 많으므로 경제성장의 여력은 충분히 남아 있으며 TFP도 더욱 향상시킬 여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요컨대 맥킨지 보고서는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독자로 하여금 착시현상을 일으키도록 하는 여지를 상당부분 남기고 있다. 한국의 생산성 절대수준이 미국보다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지만, 이는 자칫 생산성이 향상속도가 느리다는 주장으로 오인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나온 연구결과가 모든 점에서 한국의 생산성 향상 속도가 미국을 앞지르고 있는데도 “경제성장에서 생산성 향상의 기여도가 낮으므로 한국은 요소투입 위주로 성장을 해왔다”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마치 생산성 향상에서도 한국이 미국을 크게 뒤지는 것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Timmer and van Ark

네덜란드 그로닝엔대학의 Timmer and van Ark(2000)는 한국과 대만의 자본형성과 생산성 향상에 관해 연구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TFPG는 <표 5-11>처럼 매우 낮다. 1963~85년까지는 거의 제로 수준이며 최근인 1985~96년에야 2.21~2.27%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인다.

<표 5-11> 한국의 기간별 TFPG(Timmer and van Ark 2000), (단위: %)

GDP
성장률
노동
증가율
자본증가 자본
분배율
TFPG
국부통계 국민계정 국부통계 국민계정
1963~73 8.62 5.63 12.48 13.31 0.44 0.05 -0.32
1973~85 7.53 3.65 13.17 14.44 0.39 0.17 -0.35
1985~96 8.25 3.28 10.80 10.96 0.36 2.27 2.21
1963~96 8.10 4.13 12.17 12.94 0.39 0.83 0.51

* 자본증가율을 구하는 통계적 방법론에 대해서는 본 장 제4절에서 설명한다.

이상에서 축적론자가 계산한 한국과 동아시아의 TFPG를 살펴보았다. 요컨대 Bosworth, 맥킨지 보고서, Timmer 등 축적론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1% 대(1.5~1.9%)의 실증연구결과를 낸다.

4) 융화론자의 TFPG 계산결과

다음으로는 융화론자의 TFPG 계산결과를 살펴보자. 세계은행(World Bank 1993), Sarel(1995), Hsieh(1997), Dowling and Summers(1997), Hulten(and Srinivasan 1999) 등의 연구결과를 보면 동아시아에서는 상당한 기술진보가 있었고 그 미래도 밝다. 이들이 계산한 한국의 TFPG는 1.03~6.6%로 다양한 수준이다.

세계은행

먼저 동아시아 TFPG 논쟁의 단초를 제공한 세계은행 보고서(World Bank 1993)인 『동아시아 기적: 경제성장과 공공정책』에 대해 살펴본다.[197] 제1장 보론에서 87개국의 1960년에서 1990년까지의 경제성장을 분석하고 있는데, 방대한 통계자료를 상당히 치밀하게 분석한 후 회귀분석을 통해 TFPG를 계산한다. 실증연구결과는 동아시아[198]가 이룩한 고도성장의 원인 중에서 TFPG가 기여한 부분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대만이 3.8%, 홍콩이 3.6%, 한국이 3.1%로 3%대의 높은 TFPG를 보인다. 3.1%라는 한국의 TFPG는 Young의 계산결과인 1.6%보다 거의 두 배 수준이다. 태국은 2% 대(2.5%), 그리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가 1% 대로 나온다. 전체적으로 동아시아에서는 TFPG가 경제성장률의 거의 1/3을 설명하며, 그 바탕에는 기술진보, 조직운영, 전문화, 현장에서의 혁신 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동아시아의 TFPG는 중남미(0.1%)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1.0%)와 대조적이다.

Sarel

IMF의 아태지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Sarel(1995, 1997)은 두 편의 글을 쓴다.[199] 『동아시아의 성장: 우리가 계산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200]에서는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4개국의 TFPG를 계산하고, 『아세안 국가의 성장과 생산성』에서는 아세안 5개국의 TFPG에 대한 실증연구를 한다.

첫 번째 글에서 Sarel이 계산한 결과는 축적론자의 주장과 다르게 한국과 동아시아의 TFPG가 기존의 연구 중에서 가장 높다.[201] 1975~90년 한국의 TFPG는 3.1%로 세계은행과 맥을 같이 하며, 이는 한국경제의 견인차가 기술진보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그리고 대만이 3.5%, 홍콩이 3.8%, 싱가포르가 1.9%다. 이러한 TFPG는 같은 기간의 미국 TFPG보다 상당히 높은 것이며 싱가포르를 제외한 세 나라 모두 일본보다도 높다. 노동자당 소득 증가 중에서 기술진보로 설명되는 기여도 역시 동아시아 네 나라는 미국이나 일본 수준이다. 동아시아 네 나라의 요소투입증가율이 높기는 하지만 TFPG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Sarel은 Young(1994)과 같은 축적론자가 수행한 TFPG 연구에서 Solow 모형에서 핵심적인 설명변수인 자본축적량의 증가분을 동아시아에서는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동아시아의 경우는 제대로 된 1960년 이전의 회계자료가 없기 때문에 그 당시의 자본축적량을 정확히 구할 수 없고 이를 추정하기 위해 축적론자가 여러 가지 애매모호한 가정을 한다는 것이다. 출발시점의 자본축적량이 달라지면 그 성장률은 당연히 바뀌게 되므로 이는 반드시 집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자본과 노동의 분배율도 정확한 추정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덧붙인다.[202]

다음은 Sarel의 두 번째 글이다.[203] 여기서 그는 아세안 5개국의 TFPG를 <표 5-12>처럼 계산한다. 1978~96년에 필리핀을 제외한 4개국의 TFPG는 높은 수준을 보임으로써 TFPG가 경제성장의 많은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싱가포르가 2.2%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순서다. 특히 싱가포르의 경우는 외국인 근로자로 인한 통계 왜곡치를 조정할 경우는 TFPG가 1978~96년에는 2.2%에서 2.5%로 올라가며, 1991~96년에는 2.5%에서 3.6%로 크게 상승한다.

이에 비해 미국의 TFPG는 0.3%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인다. 이러한 Sarel의 계산결과는 Young(1994)과 큰 차이가 난다. 예컨대 싱가포르의 경우 Young은 -0.3%라는 마이너스 숫자를 보인 반면에 Sarel은 2.2%로 높게 계산한다.

<표 5-12> 아세안 5개국의 TFPG(Sarel 1997), (단위: %)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미국
1978~96 1.2 2.0 -0.8 2.2 2.0 0.3
1991~96 2.2 2.0 0.7 2.5 2.3 0.6

Dowling and Summers

호주 멜버른대학의 Dowling and Summers(1997)는 『아시아의 총요소생산성과 경제성장』이라는 글에서, 자본분배율의 민감도가 매우 높으므로 자본분배율을 설정하는 명확한 잣대가 없을 경우 특정 자본분배율을 근거로 계산한 TFPG도 신뢰성을 얻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두 가지 방법으로 TFPG를 구하고 양자를 비교한다. 한국의 경우를 보자. 첫째는 <표 5-13>의 왼쪽에서처럼 자본증가량은 Nehru-Dhareshwar 자료를 사용하고 국민소득은 세계은행의 자료를 사용한다. 1961~95년의 한국의 TFPG는 자본분배율이 0.4일 경우에 1.9%에서부터 자본분배율이 0.3으로 낮아지면 TFPG는 2.9%까지 높아진다. 오른쪽은 자본축적량은 King-Levin 자료를 사용하고 국민소득은 Summers-Heston의 자료를 사용한 경우이다.[204] 이 때는 자본분배율의 변화에 따라 한국의 TFPG가 2.6%에서 3.5%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최근 10년간(1986~95년)에는 자본분배율이 0.3일 경우에는 TFPG가 무려 4.8%라는 경이적인 숫자까지 올라간다.

<표 5-13> 한국의 TFPG(Dowling and Summers 1997), (단위: %)

자본
분배율
Nehru-Dhareshwar와
World Bank
자료 사용 시
King-Levin과
Summers-Heston
자료 사용 시
1961~95 1961~75 1976~85 1986~95 1961~95 1961~75 1976~85 1986~95
0.4 1.9 2.3 1.1 2.0 2.6 2.2 1.9 4.0
0.35 2.4 2.8 1.7 2.6 3.1 2.7 2.3 4.4
0.3 2.9 3.2 2.2 3.2 3.5 3.2 2.7 4.8

* 기간: 1961~95년

Hsieh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Hsieh(1997)의 연구결과를 보자.[205] 그는 1997년 11월에 『요소시장의 자료를 사용한 동아시아 산업혁명에 대한 설명』이라는 글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각도에서 TFPG를 추정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소위 ‘쌍대적 TFPG(dual TFPG)’라는 것이다.[206] Hsieh가 이를 통해 구한 TFPG를 Young(1994)의 계산결과와 비교하면, 한국의 경우는 Young의 1.6%보다 대체로 높은 1.65~2.32%로 나온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Young은 -0.69~-0.30%로 계산했지만 Hsieh가 계산한 TFPG는 그보다 훨씬 높은 1.36~2.79%로 나온다.[207]

Hulten

좀 색다른 주장을 펴는 Hulten and Srinivasan(1999)은 『인도의 제조업: 코끼리인가 호랑이인가? 아시아 기적의 새로운 증거』라는 글을 통해 소위 ‘해로드-중립(Harrod-neutral)’이라는 관점에서 동아시아의 TFPG를 계산한다. 제목이 시사하듯 이 글은 동아시아 4개국의 TFPG를 계산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인도의 TFPG를 계산하는 글이다. 그 과정에서 Young(1994)의 연구가 지니는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TFPG 계산방식을 제안하면서 이를 동아시아 4개국에 적용한 후 마지막으로 인도의 TFPG를 계산한다.[208]

Hulten은 Young(1994)의 계산결과에서 두 가지 사항을 정정한다. 첫째, 앞서 여러 차례 언급된 것처럼 노동증가율을 구하는 과정에서 노동의 질적 향상을 TFPG에서 제거한 부분을 원상회복시킨다. 그 결과 한국의 1966~90년 TFPG는 1.6%에서 2.6%로, 제조업의 TFPG는 2.9%에서 3.4%로 올라간다. 둘째, Hulten은 TFPG 계산과정에서 ‘해로드의 기술변화’와 ‘유도축적효과’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상세한 내용은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고, 아무튼 Hulten이 구한 TFPG는 한국의 경우에 3.8%로 상승하며 제조업의 경우는 무려 6.6%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보인다.[209]

이상에서 개발경제론자와 융화론자의 TFPG 계산결과에 대해 살펴보았다. 세계은행과 Sarel은 한국의 TFPG를 3.1%, Dowling and Summers는 1.9~3.5%, Hsieh는 3.25~3.5%, Hulten은 3.8%로 계산한다. 다시 말해 한국의 경이적인 경제성장은 단순히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요소투입의 증가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기술진보가 상당한 수준으로 기여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5) TFPG 계산의 대상기간

TFPG를 계산하는 대상기간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 하는 점도 TFPG에 영향을 미친다. 대상기간의 마지막 시점은 대개 연구가 진행된 시점을 기준으로 최신 통계자료를 구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시점으로 정하지만 시작시점은 천자만별이다.

그리고 기간전체의 TFPG 평균치를 계산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기간전체를 일정기간 단위로 나누어 TFPG의 변화추세를 살펴보면 의미 있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동아시아 경우에는 5년 단위로 잘라보면 대개 최근 10년간의 TFPG가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인다. Sarel(1997)의 연구에서는 동아시아의 TFPG가 시간경과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이며, Bosworth and Collins(1996)의 연구에서는 시간경과에 따라 U자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양자 모두 최근의 TFPG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온다. 한국의 경우에는 Young(1994)의 연구에서도 U자 모습을 보인다.

6) TFPG의 표시방식

TFPG를 표시하는 방식에 따라 착시현상이 유도되는 경우가 있다. 별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이러한 문제가 유독 동아시아의 경우에 부각되는 이유는 동아시아의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TFPG의 절대수준이 다른 선진국보다 높다 하더라도 이를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로 표시하면 그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므로 자칫 기술진보의 기여가 낮은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 가령 미국의 TFPG가 1%이고 한국이 2%일 경우에 절대수준으로 표시를 하면 한국의 기술진보의 속도가 미국의 두 배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의 GDP 성장률이 2%이고 한국이 10%라고 할 때, 축적론자처럼 이를 GDP에 대한 기여도로 표시하면 미국은 기여도가 50%, 한국은 기여도가 20%로 된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융화론자는 “한국의 기술진보 속도가 미국의 두 배”라고 표현하지만 축적론자는 “미국의 경우 기술진보가 경제성장에 50% 기여했지만 한국은 20%밖에 기여하지 못했다”라고 표현함으로써 착시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Dowling and Summers(1997)에 따르면, 주로 축적론자가 동아시아의 TFPG가 낮다는 점을 강조할 경우에 GDP에 대한 기여도로 표시한다. 실제로 축적론에 기반을 두고 있는 Krugman(1994), Young(1994, 1995), 맥킨지 보고서(McKinsey 1998)에서는 GDP에 대한 기여도로 표시한다.

이상 본 절을 요약하면, TFPG 절대수준에서 보면 대개 축적론자는 동아시아의 TFPG를 낮게 계산하는 반면에 융화론자는 상대적으로 높게 계산한다. 즉 축적론자는 동아시아에서 기술진보가 미미했다는 입장을 취하는데 반해 융화론자는 상당 수준의 기술진보가 있었다고 본다. 물론 양자 모두 나름대로 논리 무장을 하고 있지만, 대개 축적론자가 논리 전개에서 여러 가지 모순과 허점을 드러낸다. 연구 대상기간별로도 다양한 결과를 보이지만 대개 기간이 지나면서 TFPG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거나 U자 모습을 보이며 최근의 TFPG가 가장 높게 나온다. TFPG를 표시하는 방식에서도 융화론자는 소득증가율에 대한 기여도로 TFPG를 표시함으로써 특히 동아시아처럼 소득증가율이 높은 경우에 마치 TFPG가 낮은 것으로 오인할 여지를 남긴다.

4. 자본증가율의 측정과 관련된 문제

다음으로는 자본증가율을 구하는 방법에 대한 논쟁을 살펴보자. 특히 동아시아처럼 급속히 자본축적량이 증가한 경우에는 증가율을 구하는 방법에 따라 증가율이 크게 달라져 TFPG 계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자본 스톡을 추계하는 방법

자본증가율이 TFPG 계산에서 논점으로 부각하는 이유는, 자본증가율이 높아지면 TFPG는 상대적으로 과소 계상되며, 특히 동아시아처럼 자본축적량이 급속히 증가한 경우에는 자본증가율이 TFPG 계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본증가율을 구하기 위해서는 연간 자본 스톡을 추정 계산해야 한다. 자본 스톡을 추계하는 대표적 방법에는 직접조사 방법인 국부조사에 의한 추계법과 간접추계방식인 물량가격법, 영구재고법, 기준년접속법 등이 있다. 그런데 직접조사 방법인 국부조사방법은 비용이나 시간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국은 1967년 이후 10년마다 조사했고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조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경우에 국부조사자료와 국민계정의 자본 플로우(투자) 자료를 이용하여 각 년도의 자본 스톡을 추계하고 있는데 이 또한 기준년도, 폐기율, 감가상각률 등의 차이로 연구자마다 상이하게 계산되고 있다.

특히, 국가간의 비교에 있어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각 나라가 사용하는 감가상각률이다. 각 나라 별로 자산의 감가상각년수를 다양하게 적용하므로 국가 간 비교를 할 때 그 잣대가 틀리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비주거용 구조물의 감가상각년수는 미국이 39년, 독일이 57년, 영국이 66년이다.[210] 따라서 국가 간 비교 시에는 감가상각년수와 방법을 표준화해야 하는데, 이러한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만든 통계로는 두 가지가 있다. Nehru and Dhareshwar(1993)가 만든 『세계은행의 물적자본 통계』와 Summers and Heston(1991)이 만든 『PWT』이다.[211]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이차적이고 간접적으로 구한 통계라는 소위 ‘측정문제(measurement problem)’를 안고 있다. 세계은행 통계는 벤치마크를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정을 하고 있으며 PWT는 투자-GDP 비율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경제개발 당시 고속상각을 허용함으로써 자본 스톡의 증가율이 높게 평가되어 상대적으로 TFPG가 낮게 유도된다. 많은 연구에서 자본증가율이 큰 차이가 나고 수치가 들쭉날쭉한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Solow 모형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또 다른 한계는 각 국가의 초기 자본량과 감가상각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212] 예컨대 세계은행통계에서는 세계 각국의 1950년대 이후의 투자 자료를 구함으로써 초기 자본량에 대한 영향도를 감소시킨다.

많은 연구에서 자본증가율이 큰 차이가 나고 수치가 들쭉날쭉한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이는 Solow 모형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과거 수십 년 동안 경제와 관련된 여러 가지 통계자료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만 동아시아 같은 개발도상국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연구자 마다 사용하는 통계자료가 천차만별이며 직접적인 통계자료를 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대용지표를 사용하는데 그 역시 통일된 기준이 없기 때문에 통계자료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자본증가율

이러한 맥락에서 Sarel(1995)은 여러 축적론자가 구한 TFPG 계산결과의 신뢰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예컨대 Young(1994)의 연구에서 사용한 자본축적량의 증가분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경우에는 1960년 이전에 제대로 된 회계자료가 없으므로 그 당시의 자본축적량을 정확히 구할 수 없고 이를 추정하기 위해 Young은 여러 가지 애매모호한 가정을 함으로써 TFPG 계산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Sarel의 주장이다. 출발시점의 자본축적량이 달라지면 그 증가율이 당연히 바뀌게 되므로 이는 TFPG를 계산하는데 있어 중요한 문제다.

Timmer and van Ark(2000)의 연구를 보자. 그는 한국의 TFPG를 계산하면서 국부자료를 이용한 기준년도 접속법과 국민계정자료의 자본 플로우(투자)만을 이용한 두 가지 모두를 사용했다. <표 5-14>처럼 1963~85년의 20여 년 동안 한국은 매년 12~14%라는 고도의 자본축적을 이루었는데 국민계정을 이용한 추계 방식으로 구한 증가율이 국부자료를 이용한 방식보다 0.16~1.27%나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의 TFPG를 0.06~0.52% 정도 낮추는 효과를 내며, 이는 TFPG에 대한 해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수치이다.

<표 5-14> 계산방식에 따른 한국의 자본증가율과 TFPG(Timmer and van Ark 2000), (단위: %)

GDP
성장률
노동
증가율
자본증가율 자본

분배율

TFPG
국부
통계
국민
계정
차이 국부
통계
국민
계정
차이
1963~73 8.62 5.63 12.48 13.31 0.83 0.44 0.05 -0.32 -0.37
1973~85 7.53 3.65 13.17 14.44 1.27 0.39 0.17 -0.35 -0.52
1985~96 8.25 3.28 10.80 10.96 0.16 0.36 2.27 2.21 -0.06
1963~96 8.10 4.13 12.17 12.94 0.77 0.39 0.83 0.51 -0.32

* Timmer and van Ark(2000)를 근거로 재작성했다.

요컨대, Solow 모형에서 자본증가율을 구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며 모든 연구자가 지지할 수 있는 방법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방법론의 선택에 따라 TFPG의 값이 달라진다면 Solow 모형을 통해 계산되는 TFPG 역시 신뢰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으며 그 해석에 더욱 주의를 요할 필요가 있다.

5. 노동증가율의 측정과 관련된 문제

다음으로는 노동증가율에 관련된 여러 가지 논쟁을 살펴보자. 여기서는 노동증가율의 대상이 되는 노동력의 범위에 대한 것과 교육훈련과 같은 질적인 요소를 노동증가율에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여러 가지 노동증가율 지표

노동증가율의 대상이 되는 노동력은 여러 가지다. 가장 광범위한 분류부터 보면 <표 5-15>의 왼쪽에서부터 총인구, 생산활동가능인구, 경제활동인구, 취업자, 노동시간 순이다. 생산활동가능인구는 총인구 중에서 생산활동이 가능하다고 보는 15세 이상부터 65세 미만까지 인구다. 그 중에서 실제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인구가 경제활동인구이며, 그 비중이 경제활동참가율이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우선 총인구에서는 산아제한 정책 등으로 출산율이 하락하면서 1961~65년의 2.8% 증가세가 1986~90년에는 1.0%까지 둔화되었다. 30년 전체를 보면 총인구는 연평균 1.8%씩 증가한 데 비해 생산활동가능인구는 점차 사망률이 낮아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3.2%씩 증가했으며 경제활동인구는 그보다 더 높은 3.6%씩 증가했다. 실업률도 점진적으로 하락하면서 취업자 증가는 3.7%에 달했다. 그러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0.4%씩 감소하면서 전체 노동시간은 3.2%의 증가에 그쳤다.

<표 5-15> 한국의 노동력 추이 (단위: 천명, %)

구분 총인구 생산활동
가능인구
경제활동인구 노동시간
취업자 실업자 실업률 주당
평균
전체
노동시간
1960 25,012 11,790 6,343 5,875 468 7.4 54 316,469
1965 28,705 15,367 8,754 8,109 642 7.3 53 430,313
1970 32,241 17,468 10,062 9,618 445 4.4 52 496,289
1975 35,281 20,918 12,193 11,691 501 4.1 50 584,550
1980 38,124 24,463 14,431 13,683 748 5.2 52 706,043
1985 40,806 27,553 15,592 14,970 622 4.0 52 776,943
1990 42,869 30,887 18,539 18,085 454 2.4 48 871,697
증가율 5년 1961~65 2.8 5.3 6.4 6.4 6.3 -0.3 6.1
1966~70 2.3 2.6 2.8 3.4 -7.3 -0.6 2.9
1971~75 1.8 3.6 3.8 3.9 2.4 -0.6 3.3
1976~80 1.6 3.1 3.4 3.1 8.0 0.6 3.8
1981~85 1.4 2.4 1.5 1.8 -3.7 0.1 1.9
1986~90 1.0 2.3 3.5 3.8 -6.3 -1.5 2.3
10년 1961~70 2.5 3.9 4.6 4.9 -0.5 -0.4 4.5
1971~80 1.7 3.4 3.6 3.5 5.2 0.0 3.5
1981~90 1.2 2.3 2.5 2.8 -5.0 -0.7 2.1
30년 1961~90 1.8 3.2 3.6 3.7 -0.1 -0.4 3.4

* 출처: 한국은행 국민계정에서 인용했다.(1970년부터 통계기준이 바뀌었다)
* 1960~62년의 생산활동가능인구, 경제활동인구, 취업자, 실업자 그리고 1960~69년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국민계정을 근거로 회귀분석으로 추정했다.
* 전체노동시간은 엄밀하게는 취업자에서 자영업자를 제외한 인구에서 주당평균시간을 곱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약식으로 취업자에 주당 평균시간을 곱했다.

<표 5-15>에서 알 수 있듯이 노동력 증가의 지표로서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TFPG가 크게 좌우된다. 증가율이 가장 높은 취업자 증가율(3.7%)과 가장 낮은 총인구증가율(1.8%)의 차이가 1.9%이므로 여기에 노동분배율(0.65로 가정)을 곱해주면 TFPG에서는 무려 1.2%나 차이가 난다.

Young(1994)은 취업자 증가율을 사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낮은 TFPG가 나왔다. 이에 대해 Pack and Page(1994b)는, 자영업이나 비공식적인 산업이 번성한 동아시아에서 정확한 노동참가율을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런 연유로 다른 선행연구가 총인구증가율로 만족했다고 설명한다.

동아시아의 TFPG를 상당히 낮게 계산한 Bosworth and Collins(1996)도 ILO[213]의 자료를 활용하면서 경제활동인구를 기준으로 노동증가율을 구한다. 그리고 이런 방식이 총인구증가율보다 경제활동참가인구증가율이 높은 동아시아 같은 고도성장국가의 경우에는 TFPG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노동력의 질적 수준 향상

다음은 교육훈련 등을 통해 노동력의 질적 수준이 올라가는 부분을 노동의 증가로 보고 TFPG에서 제외시킨 점에 대한 논쟁이다. 예컨대 런던경제대학의 Crafts(1998a)는 Young(1994)이나 Bosworth and Collins(1996)가 TFPG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교육훈련 부분을 노동력 증가로 파악함으로써 그만큼 TFPG가 과소 계산되었다고 비판한다. 융화론에서 가장 전형적인 기술진보로 간주되는 인적자본의 축적을 단순히 요소투입(노동)으로 간주할 경우 그만큼 기술진보의 기여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인적자본의 질적 수준 개선은 양적 노동력의 증가가 아니라 기술진보에 해당하므로 당연히 TFPG에 포함되어야 한다. 축적론에서 주장하는 요소투입이란 질적인 측면이 감안되지 않은 단순한 양적인 측면만을 포함한다. 자본이 투입되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되느냐 하는 점은 문제시하지 않고 투자의 절대량이 얼마나 늘었느냐 하는 점만 감안하는 것이다. 노동의 경우도 노동의 절대량이 얼마나 투입되었느냐 하는 점만을 중시하며 노동력의 질은 계산의 과정에서 개입될 여지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교육훈련이란 노동력의 절대량과 상관없으며 투입되는 노동력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과정이므로 요소투입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당연히 TFPG에 포함시켜야 하는 핵심요소다.

Miller and Upadhyay(1997)도 인적자본을 생산함수에서 별도의 설명변수로 설정할 경우 TFPG는 항상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는데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Chen(1997)도 축적론자가 경제성장에 대한 생산요소투입의 기여도를 과대 계산함으로써 동아시아의 TFPG를 낮게 평가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처럼 교육훈련이 당연히 TFPG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한두 축적론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연구자가 지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처럼 교육훈련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급속한 개선을 보인 경우에는 교육훈련을 단순한 요소투입으로 보면 그만큼 TFPG는 낮아지게 된다.

Young은 1994년 논문에서 싱가포르의 TFPG를 -0.3%로 계산했는데 그는 인적자본증가를 노동증가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Sarel(1997)이나 Bosworth and Collins(1996)처럼 인적자본을 노동증가에서 제외하고 TFPG의 구성요소에 포함시키면 싱가포르의 TFPG는 -0.3%에서 0.7%로 올라간다. 한국의 경우에도 경제전체로는 TFPG가 1.6%에서 2.3%로 올라가고 제조업의 TFPG도 2.9%에서 3.4%로 높아진다.

축적론을 주장하는 Bosworth 등(1995), Bosworth and Collins(1996)도 Young과 같은 오류를 범한다. 노동증가율을 구하면서 취학년수라는 노동의 질적 요소를 반영한 것이다. 이를 재조정하면 <표 5-16>와 같이 최근인 1984~94년에는 TFPG가 2.7%까지 올라간다.

<표 5-16> Bosworth가 계산한 한국 TFPG의 수정 (단위: %)

노동자당
소득 증가
노동자당
자본증가
노동자당
교육
TFPG
Bosworth 수정
1960~73 5.6 3.2 0.9 1.4 2.3
1973~84 5.3 3.4 0.8 1.1 1.9
1984~94 6.2 3.3 0.6 2.1 2.7
1960~94 5.7 3.3 0.8 1.5 2.3
1973~94 5.8 3.4 0.7 1.6 2.3

* Bosworth and Collins(1996)를 근거로 재작성했다.

요컨대, 노동증가율의 대상이 되는 노동력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유독 축적론자는 우연하게도 그 중에서도 TFPG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는 취업자나 경제활동인구를 사용한다. 그리고 Young과 Bosworth는 당연히 TFPG에 포함되어야 할 노동력의 질적 개선 부분을 노동증가율에 포함시킴으로써 TFPG를 과소 계산하는 오류를 범한다. 이를 정정하면 한국의 TFPG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온다.

설령 교육훈련과 같은 노동력의 질적 수준을 TFPG에 포함시키지 않아 TFPG가 낮게 추정되었다 해도 동아시아처럼 교육훈련에 대한 공공-민간 투자가 높은 국가는 성장잠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 실제로 인적자본과 생산성을 연계시키고 있는 내생적 성장이론에서는 단순히 TFPG의 절대수준만이 아니라 노동력의 질적 수준이 경제성장에 어느 정도 기여해 왔고 또 앞으로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성장잠재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다.

6. 소득분배율의 측정과 관련된 문제

Solow 모형에서 자본과 노동의 소득분배율은 TFPG를 계산할 때 중요한 변수다. 특히 동아시아의 경우는 자본과 노동의 소득분배율이 조금만 변해도 TFPG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합리적인 수준의 자본과 노동의 소득분배율을 구하는 문제는 TFPG 논쟁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여기서는 소득분배율을 구하는 여러 가지 방법론을 검토하고 소득분배율의 변화가 TFPG 계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소득분배율이 논점으로 부각하는 이유

Solow 모형에서는 소득증가율에서 TFIG를 차감하여 TFPG를 구한다. TFIG는 자본증가율과 노동증가율을 가중평균하여 구하는데, 가중치는 자본분배율(자본의 소득분배율)과 노동분배율(노동의 소득분배율)을 사용한다.[214]

이처럼 TFPG를 구하려면 소득, 자본, 노동에 대한 자료뿐만 아니라 자본과 노동의 소득분배율도 알아야 한다. 소득분배율이 논쟁의 초점이 되는 이유는 소득분배율의 작은 변화에도 TFPG가 민감한 변화를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자본증가율이나 노동증가율이 비슷하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한국처럼 양자의 차이가 큰 경우에는 소득분배율에 따라 TFPG가 크게 달라진다.[215]

구체적인 예를 보자. 만일 어떤 나라가 과거 10년 동안 GDP가 10% 성장했고, 그 기간 동안 자본량이 연평균 9%, 노동력이 연평균 3% 증가했다고 가정하자. 만일 자본분배율이 1/3이고 나머지 2/3가 노동분배율라면 TFPG는 5%로 나온다. 그런데 자본과 노동의 소득분배율이 달라지면 TFPG는 <표 5-17>처럼 매우 큰 변화를 보인다.

<표 5-17> 소득분배율의 변화에 따른 TFPG 변화 (단위: %)

GDP
성장률
자본 노동 TFIG TFPG
자본
증가율
자본소득
분배율
자본
기여도
노동
증가율
노동소득
분배율
노동
기여도
10.0 9.0 0.1 0.9 3.0 0.9 2.7 3.6 6.4
10.0 9.0 1/3 3.0 3.0 2/3 2.0 5.0 5.0
10.0 9.0 0.5 4.5 3.0 0.5 1.5 6.0 4.0
10.0 9.0 2/3 6.0 3.0 1/3 1.0 7.0 3.0
10.0 9.0 0.9 8.1 3.0 0.1 0.3 8.4 1.6

<표 5-17>에서 자본분배율을 1/3로 가정하면 TFPG가 5%로 나오지만 자본분배율이 0.1일 경우에는 TFPG가 6.4%로 훨씬 높게 나오며, 반대로 자본분배율이 2/3일 경우에는 TFPG가 3.0%로 낮아진다. 이처럼 자본분배율의 민감도가 높은 경우에는 자본분배율을 얼마로 할 것인지 또는 어떤 방법으로 구할 것인지에 따라 TFPG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Sarel(1997)이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을 대상으로 민감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나라에서는 소득분배율의 변화가 TFPG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동아시아의 경우에는 자본분배율이 높을수록 TFPG가 낮아진다. 동아시아에서는 자본증가율이 노동증가율보다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자본분배율이 클수록 자본증가율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부분이 많아지게 잔차로 계산되는 그만큼 TFPG가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Rodrik(1997)이나 Nelson and Pack(1997) 그리고 Dowling and Summers(1997)도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다. 자본분배율의 민감도가 높을 경우에, 자본분배율을 설정하는 명확한 잣대가 없다면 특정한 자본분배율을 근거로 계산한 TFPG 역시 신뢰성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소득분배율을 구하는 방법과 한계

소득분배율을 구하기 위해 축적론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대개 세 가지다.

첫 번째, 과거 경험에 비추어 약식으로 자본분배율을 1/3로 간주한다.

두 번째, 대상기간에 대해 국민계정 등 통계자료를 활용하여 자본과 노동이 소득증가에 기여하는 소득분배율을 구한다.

세 번째, 회귀분석(regression)을 통해 소득분배율을 구한다. 문제는 세 가지 방식 모두 상당한 결함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자본분배율을 1/3로 보는 방식은 계산이 간편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신뢰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 TFPG를 계산하는 연습을 할 때나 사용하지 본격적인 학술논문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1998년초 한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맥킨지 보고서(McKinsey 1998)에서는 자본분배율을 1/3로, 노동분배율을 2/3로 사용했다.

다음으로 국민계정 방식도 많은 결함을 안고 있다. Sarel(1997)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다.

첫째, 선진국처럼 상대적으로 완전경쟁시장에 가깝고 국민계정에 관련된 통계가 제대로 정비된 나라에서는 국민계정 방식이 통용될 수 있으나 동아시아처럼 그렇지 못한 나라에 대해서 이러한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다.

둘째, 대개 국민계정 통계에서는 근로자(피고용자)의 임금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고용자나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 그런데 개발도상국의 경우는 이러한 형태의 근로가 상당한 비중을 점하고 있다. ILO(1992)에 따르면 1988년에 태국의 전체 취업자 3천만 명중에서 임금근로자는 겨우 8백만 명에 불과하지만, 고용자와 자영업자가 9백만 명, 무급가족종사자가 1천3백만 명이다. 만일 근로자 유형별로 근로자의 분포내용을 알 수 있다면 그들의 임금을 유추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계정에는 이 자료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으며 조사도 대개 10년 주기로 이루어진다. 더욱이 근로자의 유형별 분포는 산업별로 천자만별이다. 예컨대 무급가족종사자는 대개 농업부문에 집중되어 있으며 다른 부문에 비해 낮은 보상을 받는다. 필리핀이나 싱가포르의 경우에 특히 이러한 분배의 불균형이 심각하므로 국가 간 비교에 있어서 국민계정 방식을 사용할 경우에는 큰 오차를 낳을 수 있다.

셋째, 정부의 조세정책이나 사회보장정책이 국민계정 통계를 왜곡한다. 가령 정부가 사회보장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근로자에게 과도한 사회보장급여를 부담시킨다면 농업부문은 대부분 무급가족종사자로 채워질 것이다. 또한 정부가 개인소득에 높은 소득세를 매긴다면 중소기업이 새롭게 많이 등장할 것이고 기업주의 가족은 공식적인 종업원으로 채용되어 많은 임금을 지급 받을 것이다. 이러한 왜곡현상 때문에 임금에 대한 통계치는 실제보다 과대평가 또는 과소평가됨으로써 TFPG 계산을 왜곡시키게 된다.

이러한 여러 가지 한계로 인해 국민계정 방식을 동아시아에 적용할 경우 그 신뢰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회귀분석 방식이다. 여기서는 소득증가율을 자본과 노동 등 투입요소의 증가율과 상수(TFPG)에 회귀시킴으로써 투입요소의 소득분배율을 추정한다. Sarel(1997)에 따르면, 이 방식에는 다음과 같은 약점이 있다.

첫째, 이 방식에서는 투입요소의 증가율이 외생적으로 결정되는 반면에 소득증가율은 내생적으로 결정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여러 성장이론이나 실증연구결과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가령 어떤 나라의 TFPG가 높아 소득이 급증하면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고 자본증가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그 결과 회귀분석 방식을 사용하게 되면 자본분배율이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노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술진보가 빨라서 TFPG가 높아진다면 노동자당 소득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많은 부부가 아이를 더 적게 갖기를 원하게 된다면 출산율이 하락하는 반면에 아이를 제대로 부양하고 교육시키는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려 할 것이고 따라서 노동참가율도 증가할 수 있다. 이처럼 노동력도 TFPG의 영향을 받게 되므로 노동분배율이 왜곡될 수 있다.

둘째, 회귀분석 결과로 나오는 추정계수를 소득분배율로 간주하지만, 대개 회귀분석을 사용하는 연구에서는 국가간에 비교하거나 기간대별로 비교해도 소득분배율은 비슷하게 나온다. 그러나 소득분배율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셋째, 소득분배율은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증가율에 따라 좌우되는데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보면 자본이나 노동 증가율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며 그 과정에서 종종 중대한 착오를 일으키므로 회귀분석의 결과도 신뢰성이 떨어진다.

이처럼 소득분배율을 구하는 방법론에 대해 여러 학자 간에 아직 합의된 바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IMF의 Sarel(1997)은, 국민계정 방식과 회귀분석 방식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나름대로 새로운 방식을 고안함으로써 Solow 모형을 사용하는 여러 방법론 중에서 상대적으로 치밀함을 보인다.

우선 Sarel은 각 나라별로 생산요소의 소득분배율에서 차이가 나는 원인은 그 나라가 처해 있는 생산구조나 발전수준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생산구조의 차이란, 예컨대 인도네시아에서 농업이 경제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캐나다보다 높으며 농업에서의 자본이나 노동의 소득분배율은 제조업에서의 자본이나 노동의 소득분배율과 다르다는 의미다. 그리고 발전수준의 차이란 경제 각 분야에서 생산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뜻이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자본과 노동의 소득분배율이 달라진다는 전제 아래 Sarel은 다음과 같은 세 단계를 거쳐 소득분배율을 추정한다.

* 1단계: 먼저 산업활동을 아홉 가지로 구분하고(농업, 광업, 제조, 공익설비, 건설, 상업, 운송-통신, 금융-사업 서비스, 정부-기타 서비스) 각 산업별로 표준적인 자본분배율을 구한다. 추정결과 자본분배율이 높은 산업은 금융-사업 서비스(0.604), 광업(0.601) 등이고 자본분배율이 낮은 산업은 정부-기타 서비스(0.081), 건설(0.189) 등이다.

* 2단계: 국가별, 산업별, 연도별 자본집약도를 추정하기 위해 각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소득분배율을 구한다(요소가격 기준).

* 3단계: 1단계에서 나온 산업별 자본분배율에 2단계에서 나온 자본집약도를 가중평균하여 국가별, 연도별 자본분배율을 구한다.

이러한 단계를 거친 결과 Sarel은 기존의 연구와 완전히 다른 자본분배율을 추정해낸다. 예컨대 <표 5-18>에서 보면 Sarel은 1978~96년의 싱가포르의 자본분배율을 0.340으로 구한다. 이는 Young(1994)의 연구에서 비슷한 기간(1980~90년)의 자본분배율인 0.523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Young의 계산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TFPG는 0.7%인데 여기에 Sarel이 구한 분배율을 대입하면 싱가포르의 TFPG는 무려 0.9%나 상승한 1.6%가 된다.

<표 5-18> 소득분배율 변화에 따른 TFPG 민감도: 싱가포르와 한국 (단위: %)

국가 연구자 대상기간 증가율 분배율 기여도
GDP 자본 노동 자본 노동 자본 노동 TFPG
싱가포르 Young(1994) 1980~90 6.8 8.4 3.6 0.523 0.477 4.4 1.7 0.7
Sarel(1997) 1978~96 6.8 8.4 3.6 0.340 0.660 2.9 2.4 1.6
한국 Young(1994) 1980~85 8.7 10.0 3.1 0.299 0.701 3.0 2.2 3.5
1985~90 10.9 10.7 6.1 0.287 0.713 3.1 4.3 3.5
평균 9.8 10.4 4.6 0.293 0.707 3.0 3.3 3.5
Craft(1998a) 1981~96 9.8 10.4 4.6 0.235 0.765 2.4 3.5 3.8

* 이 표는 다른 변수는 모두 동일하다는 가정 아래 자본분배율만 바꾼 것이다.
* Young(1994)는 교육훈련 증가분을 TFPG에 포함시킨 것이다.
* Sarel의 분배율은 Sarel(1997)을 근거로 역산한 것이다.

런던경제대학의 Crafts(1998a)도 <표 5-18>처럼 Young과 다소 차이가 나는 소득분배율을 사용한다. 그는 한국의 1981~96년의 자본분배율을 0.235로 사용하는데 Young의 연구에서는 비슷한 시기(1980~90년)의 자본분배율이 0.293이다. Crafts의 소득분배율을 Young의 계산결과에 대입하면 한국의 TFPG는 3.5%에서 3.8%로 상승한다.

요컨대, TFPG에 대한 소득분배율의 민감도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소득분배율을 구하는 여러 가지 방법론은 논리성과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다. 또한 연구자 별로 각기 다른 소득분배율을 추정하고 있다.

방법론에 좌우되는 TFPG의 크기

이상에서 TFPG의 계산과 관련하여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논쟁을 살펴보았다. 여러 계수를 구하는 방식이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이며 그 기초가 되는 통계자료도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 학자마다 천차만별의 TFPG를 내놓는다.

예컨대 Young(1994)의 연구와 Sarel(1997)의 TFPG 계산결과를 서로 비교해 보면 여러 계수마다의 차이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양자의 연구 중 대상기간이나 대상국가가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없지만 비교적 유사한 싱가포르의 경우를 보자. Young은 1980~90년을 대상으로 했고 Sarel은 1978~96년이 대상이다. 그리고 Young은 GDP 성장률을 기준으로 TFPG를 계산하는 반면 Sarel은 노동자당 GDP 성장률을 기준으로 했지만 양자 모두 Solow 모형을 사용했으므로 <표 5-19>처럼 상호비교가 가능하다.

<표 5-19> 싱가포르에 대한 TFPG 계산결과비교: Young(1994), Sarel(1997), (단위: %)

증가율 분배율 기여도
노동자당
GDP
노동자당
자본
자본 노동 노동자당
자본
TFPG
Young 3.2 4.8 0.523 0.477 2.5 0.7
Sarel 5.1 6.5 0.340 0.660 2.2 2.9
차이 1.9 1.7 -0.183 0.183 -0.3 2.2

* Young(1994), Sarel(1997)을 근거로 작성했다.
* 대상기간은 Young이 1980~90년, Sarel이 1978~96년이다.

<표 5-19>처럼 노동자당 GDP 성장률에서는 양자가 1.9% 차이가 나며 노동자당 자본증가율에서도 1.7% 차이가 난다. 그리고 소득분배율에서도 0.183이 차이 난다. 이 모든 차이가 합해진 결과는 놀랍다. TFPG가 0.7%와 2.9%로 무려 2.2%나 차이 나는 것이다. TFPG가 0.7%면 기술진보가 GDP 성장에 거의 기여하지 못한 것이므로 싱가포르는 요소투입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한 것이고, 2.9%의 TFPG는 높은 수준으로 싱가포르 경제발전의 핵심동인이 기술진보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보듯 TFPG는 연구자가 사용하는 방법론에 따라서 완전히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7. 자본과 노동의 대체탄력성

또한 동아시아 TFPG 계산에서 핵심적인 논점 중 하나가 생산함수의 성질에 대한 것이다. Young이 사용한 Solow 모형에서는 자본과 노동 간에 완전한 대체가 이루어진다고 가정한다. 즉 대체탄력성이 1이고 기술진보가 일어나더라도 노동자당 자본 투입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216] 그러나 Nelson and Pack(1997), Rodrik(1997), Hsieh(1997) 등의 연구에서는 동아시아의 경우에 자본과 노동의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동아시아처럼 노동자당 자본축적량이 급속히 증가하고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만일 노동생산성이 올라간다면 Young이 계산한 동아시아의 TFPG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이러한 자본과 노동의 대체탄력성에 대해 살펴보자.

대체탄력성의 의미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대체탄력성의 개념은 다소 난해한 부분이지만 TFPG 논쟁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

간단한 예로 재화에서의 대체탄력성을 보자. 여러 가지 재화 간에는 대체 가능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가령 만년필과 펜은 서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만년필과 연탄은 대체가 불가능하다. 여기서 대체탄력성이란, 두 가지 재화가 서로 대체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를 말한다.

Solow 모형에서는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는 서로 대체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생산요소의 대체탄력성이 1이라는 의미는 자본가격과 노동가격의 비율이 만일 10% 증가한다면 자본 투입량과 노동 투입량의 비율이 10% 감소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복잡한 대체탄력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대체탄력성이 1이면 자본분배율이 일정하지만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을 경우에는 자본분배율이 감소하고 그 결과 TFPG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아서 자본분배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면, 특히 동아시아의 경우에 자본증가율이 노동증가율보다 높으므로 TFPG는 큰 폭으로 상승한다.[217]

동아시아의 대체탄력성에 대한 논쟁

Young(1998b)이 대표적인 융화론자로 지목한 네 사람의 주장을 보자. Young(1994)은 자신의 연구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반론을 제기한 Nelson and Pack(1997), Rodrik(1997), Hsieh(1997) 등 네 사람을 묶어 이름 앞 글자를 따서 ‘NPRH’로 칭한다.

이들은 Young이 사용한 자본분배율에 대해 많은 비판을 가한다. Solow 모형이 원형으로 삼고 있는 Cobb-Douglas 생산함수에서는 대체탄력성을 1로 가정하는데 NPRH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점은 동아시아의 경우에는 대체탄력성이 1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아질 수 있다는 의미는, 시간이 경과하면 자본분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그 결과 동아시아의 TFPG가 상대적으로 상승한다는 뜻이다.

먼저 Rodrik(1997)은 Diamond 등(1978)의 연구를 인용하면서, Solow 모형을 통해서는 자본과 노동의 대체탄력성을 정확히 구할 수 없기 때문에 Solow 모형으로 TFPG를 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주장을 편다. 축적론자가 즐겨 사용하는 Solow 모형에서는 Cobb-Douglas 생산함수에서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과 노동의 대체탄력성을 대개 1로 가정하지만 여기에는 아무런 이론적 근거가 없으며 만일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다면 축적론자의 주장과 완전히 상반된 결론이 나온다는 것이다. 만일 자본을 투입하여 선진설비를 갖추고 그 과정에서 선진의 우수한 기술이 이전된다면 자본증가율 이상으로 노동력이 감소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아진다. 그런데도 Young과 같은 축적론자는 이러한 내생적 기술진보의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대체탄력성을 1로 간주함으로써 동아시아의 TFPG가 매우 낮게 나왔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처럼 동아시아의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다면 동아시아의 TFPG는 상당히 높게 나오며, 따라서 동아시아 경제는 기술진보를 통해 성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Rodrik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동아시아를 대상으로 <표 5-20>를 제시한다.

<표 5-20> 대체탄력성 변화에 따른 동아시아 TFPG(Rodrik 1997)

대체
탄력성
자본분배율 TFPG(%)
10년후 20년후 30년후 10년후 20년후 30년후
1.0 0.35 0.35 0.35 1.03 1.03 1.03
0.8 0.31 0.28 0.24 1.28 1.51 1.73
0.5 0.21 0.12 0.06 1.93 2.53 2.89
0.3 0.10 0.02 0.00 2.68 3.17 3.27

* 초기 TFPG 1.03%는 Young(1994)을 인용했고, 자본분배율 0.35와 각 요소의 증가율은 Bosworth and Collins(1996)를 인용했다.

<표 5-20>처럼 만일 대체탄력성이 1이라면 30년 후에도 자본분배율은 초기의 자본분배율인 0.35가 당연히 그대로 유지되고 따라서 30년 후의 TFPG도 초기의 TFPG인 1.03%가 유지된다. 그런데 만일 대체탄력성이 0.5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초기의 자본분배율 0.35는 시간이 지나면서 10년 후에는 0.21, 20년 후에는 0.12, 30년 후에는 0.06으로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TFPG는 상대적으로 높아져서 초기 1.03%가 10년 후에는 1.93%, 20년 후에는 2.53%, 30년 후에는 2.89%로 높아진다.

대체탄력성이 1이라는 의미는 초기의 자본분배율이나 노동분배율이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Rodrik은, 동아시아의 경우에 대규모의 자본 투입이 있었고 따라서 당연히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해서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체감했을 것이고 그래서 자본분배율은 점차 줄어든 것으로 보아야 상식적인 이치에 맞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체탄력성이 1이 아니라 1보다는 크게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Rodrik의 비판에 대해 축적론자도 반론을 제기한다. 동아시아의 경우에 많은 자본 투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실제로 자본분배율이 크게 낮아지지 않았으며 이러한 사실은 대체탄력성이 1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반론이다.

이에 대해 Rodrik은 다시 응답을 한다. 자본분배율이 낮아지지 않은 것은 대체탄력성이 1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대체탄력성은 1보다 낮은데도 불구하고 자본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내생적인 기술진보가 이루어져서 한계생산성이 체감하지 않고 적정수준의 한계생산성이 유지될 경우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축적론자가 맞는다고 주장하는 것만큼 그들의 주장이 틀릴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Rodrik이 지적한 것이다.

그리고 Nelson and Pack(1997) 역시 축적론자가 사용하는 Solow 모형의 한계를 지적한다. Solow 모형은 투입물이나 산출물의 변화 폭이 작을 경우에만 제대로 작동하는 분석모형인데도 불구하고 Young이나 Krugman은 동아시아처럼 투입물이나 산출물이 급격히 변한 경우를 대상으로 Solow 모형을 사용했기 때문에 분석결과가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218] 대략적인 내용은 앞서 살펴본 Rodrik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 다르다. Rodrik은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을 경우에 시간이 지나면서 자본분배율과 TFPG가 크게 변한다는 점을 예시로 보여주었다면, Nelson and Pack은 대규모의 자본이 투자됨으로써 노동자당 자본 투입량이 급격히 증가할 경우에는 자본분배율이 더욱 크게 변한다는 사실을 예시로 보여준다.

<표 5-21>에서 보면 노동자당 자본증가율이 10% 늘어날 때는 대체탄력성이 크게 변해도 자본분배율이 변동이 상대적으로 미미하지만 노동자당 자본증가율이 300%일 경우에는 대체탄력성이 조금만 바뀌어도 자본분배율이 크게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노동자당 자본량이 300% 증가할 경우 대체탄력성이 0.2라면 자본분배율은 0.3에서 0.0017로 크게 감소한다.

<표 5-21> 대체탄력성과 자본증가율 변화에 따른 자본분배율(Nelson and Pack 1997)

대체
탄력성
노동자당 자본증가율
10% 증가 100% 증가 200% 증가 300% 증가
0.2 0.2264 0.0261 0.0053 0.0017
0.9 0.2978 0.2841 0.2750 0.2687
1.0 0.3000 0.3000 0.3000 0.3000
2.0 0.3101 0.3774 0.4260 0.4615

* 초기의 자본분배율은 0.3이다.

이처럼 동아시아에서 자본분배율이 일정하게 유지된 것은 대체탄력성이 1에 가깝기 때문인지 아니면 대체탄력성이 1 이하로 낮아졌지만 동아시아 국가가 부단한 혁신과 학습을 통해 투자수익률이 하락하는 추세를 막았는지 판단할 수 없는 일종의 ‘식별 문제’가 생긴다.[219] Nelson and Pack은 동아시아의 기술진보가 괄목할만하다는 후자를 지지한다. 동아시아에서는 혁신과 학습이 성장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는 혁신과 학습을 통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자본이나 노동 등 생산요소의 투입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외생적인 현상이 아니라 총요소생산성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요소투입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220]

대체탄력성과 한국의 TFPG

그러면 위와 같은 융화론자의 주장을 한국에 적용해 보자. Young(1994)은 1966~90년 한국의 TFPG를 2.3%로 계산했으며,[221] 물론 Young은 생산요소의 대체탄력성을 1로 간주했다. 그러나 한국이 고도성장하는 과정에서 내생적인 기술진보가 일어나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아졌다면 TFPG는 큰 폭으로 변한다. <표 5-22>은 다른 수치는 모두 Young(1994)이 사용한 값을 대입하되 대체탄력성만 바꾼 것이다. 대체탄력성이 1일 경우에 자본배분율은 초기의 0.320이 30년 후에도 그대로 유지되면서 TFPG 역시 2.3% 수준에 머문다. 그러나 대체탄력성이 0.5일 경우에는 30년 후에 자본분배율은 0.320에서 0.038로 떨어지고 TFPG는 2.3%에서 4.7%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보인다.

<표 5-22> 대체탄력성 변화에 따른 한국의 TFPG 계산결과

대체
탄력성
자본분배율 TFPG(%)
10년후 20년후 30년후 10년후 20년후 30년후
1.00 0.320 0.320 0.320 2.3 2.3 2.3
0.75 0.263 0.213 0.170 2.8 3.2 3.6
0.50 0.170 0.082 0.038 3.6 4.3 4.7
0.25 0.038 0.003 0.000 4.7 5.0 5.0

* Young(1994)의 자료를 이용하여 작성했다.
* 초기의 자본분배율( DRW000012b0b11a )은 0.320, 노동분배율 DRW000012b0b11c 는 0.680, 자본증가율은 13.7%, 노동증가율(교육훈련 제외)은 5.4%, 노동자당 자본증가율은 8.3%로 적용했다.

이처럼 대체탄력성에 따라 TFPG가 좌우된다. 따라서 Young이 대체탄력성을 1로 가정하고 계산한 TFPG도 신뢰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동과 전위: 식별 문제

이러한 내용을 그림으로 살펴보자. <그림 5-1>에서 가로축은 노동자당 자본이고 세로축은 노동자당 소득이다. 그리고 생산함수는 노동자당 자본이 늘어날수록 노동자당 소득이 증가하되, 체감하는 모습을 보인다.[222]

<그림 5-1> 이동과 전위

C:\Users\윤순봉\Downloads\5-1.png

* Hsieh(1996)를 근거로 재작성했다.

<그림 5-1>에서 생산함수 곡선이 두 개 있는데 곡선의 기울기는 TFPG에 의해 결정된다. TFPG가 크다는 의미는 동일한 노동자당 자본을 투입하고서도 더 많은 노동자당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TFPG가 크면 기울기가 가팔라지므로 위에 있는 <생산함수 Ⅱ>가 되고 TFPG가 작으면 아래 있는 <생산함수 Ⅰ>이 된다. 그리고 <생산함수 Ⅰ>에서 TFPG가 커지면 <생산함수 Ⅱ>로 바뀌게 되는데 이러한 ‘생산함수 자체의 이동’을 ‘전위(轉位, shift)’[223]라고 부르기로 하자.

한편 동일한 생산함수 상에서 위치만 바뀌면 이를 ‘이동(movement)’이라고 한다. 그림에서 보듯 <생산함수 Ⅰ> 위에서 노동자당 자본이 증가하여 위치가 <점 A>에서 <점 B>로 이동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와 같은 <그림 5-1>을 동아시아에 적용해 보자. 여기서 논점은, 동아시아에서 노동자당 자본이 급속히 증가했으면 노동자당 소득이 당연히 체감해야 하는데 오히려 지속적으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것이다. 그림에서 출발점은 <점 A>이다. Solow 모형에 따르면 노동자당 자본이 증가해도 노동자당 소득은 체감하므로 <점 A>에서 <점 B>로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점 A>에서 <점 B>로 이동하지 않고 바로 <점 C>로 가버렸다. 그에 대한 해석에서 축적론자와 융화론자가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먼저 축적론자의 해석은 대체탄력성이 1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동아시아에서는 자본축적량이 늘어도 한계생산성이 체감하지 않았기 때문에 곡선의 기울기가 낮아지지 않고 직선을 그리면서 <점 C>로 ‘이동’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융화론자의 관점은 다르다. 자본축적량이 늘수록 한계생산성은 체감하고 생산함수의 기울기가 점진적으로 낮아져 곡선 모습을 그리는 것은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는 내생적인 기술진보가 급격히 이루어져 TFPG가 높아졌고 생산함수의 기울기가 가팔라지면서 새로운 <생산함수 Ⅱ>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즉 <점 A>에서 <점 B>로 이동했는데 곡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지면서 <점 B>가 <점 C>로 전위했다는 해석이다.

여기서 논쟁의 핵심은 축적론자의 주장처럼 생산함수가 직선을 유지했는지 아니면 융화론자 주장처럼 생산함수가 곡선을 유지하되 그 기울기가 높아졌는지 여부는 Solow 모형을 가지고는 가려낼 수 없다는 식별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Nelson and Pack(1997)도 현실세계에서는 이를 실제로 구분할 길이 없다고 설명한다. 혁신(innovation)이 일어나면 이것이 생산함수 위에서 이동을 할지 아니면 생산함수 자체가 전위할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에는 여러 가지 기술이 혼재되어 있다. 현재 이용 가능한 기술, 현재 이용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배우기가 비교적 쉬워 단기에 이용할 수 있는 기술, 배우고 적용하기가 힘들어 장기간 후에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혼재되어 있다. 하지만 Solow 모형에서는 이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현재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 내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함수가 현실세계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으려면, 동일한 생산함수 위에서의 이동과 기술진보로 인한 생산함수 자체의 전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연속성을 고려할 수 있는 모형이 필요하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Hsieh: ‘경로 의존성’

Hsieh(1996)는 Rodrik, Nelson and Pack의 주장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이라는 개념을 통해 Solow 모형의 한계를 지적한다.[224] 경로 의존성이란, 계산하는 경로에 따라 TFPG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은 ‘경로 비의존성(path independence)’으로, 어떤 계산경로를 밟든 같은 TFPG가 나온다는 것이다. 여기서 Hsieh가 주장하는 바는, 동아시아의 성장에서 TFPG의 기여도를 계산하는 과정은 경로 의존적이기 때문에 동아시아에 대한 Young(1994)의 TFPG 계산결과가 과소평가되었다는 것이다.

축적론에서는 경제성장(소득증가)은 두 가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본다. 하나는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을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TFPG다. 자본이나 노동의 투입은 양적으로 측정되지만 기술진보는 쉽게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축적론자는 Solow 잔차라는 수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계산하게 된다. 그런데 바로 이 Solow 잔차를 어떠한 과정을 거쳐 계산했는지에 따라 TFPG 결과치가 다르게 나온다. 즉 경로 의존적(path dependent)이라는 것이다. <그림 5-2>를 보자.

<그림 5-2> TFPG의 경로 의존성(Hsieh 1996)

<그림 5-2>에서 TFPG를 계산하는 경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경로 Ⅰ>처럼 <점 A>에서 바로 <점 C>로 이동한다고 간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로 Ⅱ>처럼 <점 A>에서 <점 B>로 이동한 후 다시 <점 C>로 이동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Young(1994)은 <경로 Ⅰ>에 따라 TFPG를 계산했다. 그는 각 년도마다 소득분배율을 구한 후 이를 Solow 모형에 대입하여 TFPG를 계산했으므로 <경로 Ⅰ>을 따라간 것이다. 반면에 <경로 Ⅱ>는, 일단 기술진보가 없다는 가정 아래 순수하게 요소투입으로 인한 성장 기여분(A → B)을 계산하고 그 다음에 실제성장률과의 차이를 기술진보로 본다(B → C). 여기서 바로 경로 의존성 문제가 나온다. 만일 <경로 Ⅰ>을 따라 계산한 TFPG가 <경로 Ⅱ>에 의한 수치와 동일하다면, 경로와 상관없이 TFPG가 일정하므로 ‘경로 비의존적’이다. 하지만 양자간에 차이가 난다면 이는 경로에 따라 다른 TFPG가 나오므로 ‘경로 의존적’이다. 그런데 양자간에는 차이가 나므로, Hsieh는 TFPG를 구하는 방식이 경로 의존적이라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그는 <경로 Ⅰ>을 따라서 Solow 잔차를 구할 때의 한계를 지적한다. Solow 모형을 사용해서는 자본축적의 기여분과 기술진보의 기여분을 제대로 구분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기술진보가 요소투입에 중립적[225]이 아닌 경우, 다시 말해 기술진보에 따라 특정한 생산요소를 많이 사용하게 됨에 따라 자본-노동 투입비율에 변화가 생길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점을 Hsieh는 지적한다. 예컨대 동아시아의 경우에는 고도성장 기간 동안 엄청난 양의 자본이 투자되었으므로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체감했을 것이며 이로 인해 자본분배율은 당연히 낮아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본분배율이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식별 문제에 봉착하므로 Young의 주장은 확인될 수 없으므로 새로운 <경로 Ⅱ>를 통해 TFPG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 Hsieh의 주장이다. 이는 위에서 살펴본 Nelson and Pack(1997)이나 Rodrik(1997)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동아시아의 경우에 만일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다면 TFPG는 Young이 계산한 것보다 훨씬 높아진다. <표 5-23>에서 보듯 Young(1994)은 대체탄력성을 1로 간주하고 1966~90년 한국의 TFPG를 1.6% 수준으로 계산했지만, 가령 대체탄력성을 0.3이라고 간주하면 한국의 TFPG가 3.25%로 급증한다. 이는 한국의 경제성장에서 기술진보의 기여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 5-23> 대체탄력성의 변화에 따른 동아시아 TFPG 단위: %)

대체
탄력성
홍콩 싱가포르 한국 대만 미국
TFIG 0.3 3.9 6.9 7.1 5.4 3.4
0.7 4.7 8.2 8.1 6.4 3.6
1.0 5.0 8.5 8.6 6.2 3.6
1.3 5.1 8.8 9.0 7.1 3.6
1.7 5.2 9.0 9.3 7.4 3.7
TFPG 0.3 3.4 1.8 3.3 3.5 0.6
0.7 2.6 0.5 2.2 2.5 0.4
1.O 2.3 0.2 1.6 2.6 0.4
1.3 2.2 -0.1 1.3 1.8 0.3
1.7 2.1 -0.3 1.0 1.5 0.3

* 출처: Hsieh(1996)의 <표 1>~<표 3>을 통합, 조정했다. 대체탄력성 1.0 부분은 Young(1994)에서 인용했다.
* 미국자료는 Hsieh(1966)가 David(1977)에서 인용한 것이다.
* 홍콩, 싱가포르, 한국, 대만: 1966~90년, 미국: 1855~1890년* 본 자료 중 Young(1994)을 인용한 부분에 대해 Young(1998a)은 자료인용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Young(1994)과 본 자료는 많은 부분에 차이가 있으며 이는 Hsieh(1996)의 착오인 듯하다.

Hsieh의 주장에 대한 Young의 반론

이상과 같은 Hsieh(1996)의 주장에 대해 Young(1998b)은 반론을 제기한다. 1998년 7월에 『Paasche 대 Laspeyres: TFPG 계산에서 대체탄력성과 편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는 Nelson and Pack(1997), Rodrik(1997), Hsieh(1997) 등 NPRH의 공통된 비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NPRH의 공통적인 반론이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을 경우 TFPG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우선 Young(1998b)의 논문 제목부터 보자. 『Paasche 對 Laspeyres』라는 제목은 다소 생소하다. 여기서 Paasche나 Laspeyres란 가중평균지수를 구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의 방식이다. 예컨대 물가지수를 계산할 때 Laspeyres 방식에서는 기준시점의 상품거래량을 가중평균지수로 사용하지만, 이와 반대로 Paasche 방식에서는 비교시점의 상품거래량을 가중평균지수로 사용한다.[226]

여기서 Young(1998b)은 NPRH가 주장하는 바를 Paasche 방식에 비유한다. 그 의도는 NPRH의 주장처럼 Paasche 방식으로 TFPG를 계산할 수도 있지만 그와 대칭되게 Laspeyres 방식으로도 TFPG를 계산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결론부터 보면 Laspeyres 방식으로 TFPG를 구하면 Young의 방식(그는 ‘표준방식’으로 칭한다)으로 계산한 것보다 더 낮은 수치가 나온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인 TFPG 계산결과는 <표 5-24>와 같다.

<표 5-24> 동아시아의 TFPG 계산결과: Paasche 방식과 Laspeyres 방식 (단위: %)

홍콩 싱가포르 한국 대만
Paasche 방식 3.4 1.8 3.3 3.5
표준 방식 2.4 0.1 1.6 2.1
Laspeyres 방식 0.9 -1.6 -1.4 -1.1

* 출처: Young(1998a)

<표 5-24>에서 Young(1998a)이 주장하는 바는 NPRH가 제안한 Paasche 방식에 따르면 4개국의 TFPG가 표준방식보다 모두 높게 나오지만, Laspeyres 방식으로 계산하면 4개국 모두 표준 방식보다는 낮게 나온다는 것이다. Young의 이러한 논지에 담겨진 의미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으나 자신의 주장이 중립적이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면 다시 Hsieh(1996)의 TFPG 계산과정을 살펴보자. 싱가포르의 1966~90년 TFPG를 계산한 결과를 보면, 대체탄력성이 0.3일 경우에 TFPG가 1.8%로 나왔는데 이는 Young(1994)의 계산결과인 0.2%를 훨씬 상회한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일단 기술진보가 없었다고 보고 노동자당 자본량의 증가가 노동자당 소득증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계산한다. 싱가포르의 평균 자본분배율이 0.497이었는데 시작시점(1966년)도 같다고 가정한다. 대체탄력성이 0.3일 경우에 기술진보가 없었다면 마지막 시점(1990년)의 자본분배율은 0.037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자본과 노동의 투입이 노동자당 소득증가에 기여한 정도를 계산하면 6.9%가 되고 이를 실제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인 8.7%에서 차감하면 TFPG가 1.8%로 나온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에서 핵심적인 사항은 그 계산 경로다. 기술진보가 없었다고 가정하고 먼저 자본축적의 기여도를 계산한 후에 남는 잔차를 TFPG로 간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Hsieh는 마지막 시점에서 기술진보가 이루어졌다고 가정했으므로 Young은 이를 Paasche 방식으로 비유한 것이다.

Young은 이러한 Hsieh의 주장에 대해 Paasche 방식에 대칭되는 개념인 Laspeyres 방식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반론을 제기한다. Hsieh의 계산과정과 반대로 먼저 기술진보의 기여분을 계산한 후 자본축적의 기여분을 뒤에 계산하는 것이다. 마지막 시점(1990년)의 자본분배율이 0.497이니까 기술발달이 없었고 대체탄력성이 0.3이라고 가정하면 시작시점(1966년)의 자본분배율은 0.962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소득증가율을 계산하면 10.30%가 된다. 그런데 실제 소득증가율은 8.7%이므로 TFPG는 -1.6%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Young은 Hsieh가 제안한 <그림 5-1>을 일부 수정하여 <그림 5-3>을 제시한다. 여기서 Hsieh가 주장하는 Paasche 방식은 <점 A>에서 <점 B>를 경유하여 <점 C>로 가는 것이며 Young이 새로 내놓은 Laspeyres 방식은 <점 A>에서 <점 D>로 간 후 다시 <점 C>로 가는 것이다.

<그림 5-3> Paasche 방식과 Laspeyres 방식

* 출처: Young(1998a)

Hsieh의 재반론

이러한 Young의 반론에 대해 Hsieh는 다시 재반론을 제기한다. <그림 5-3>에서 <점 A>에서 <점 D>로 간다는 의미는 노동자당 자본 투입량이 변하지 않았는데도 노동자당 소득은 하락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가상세계에서나 존재하지 현실세계에서는 이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Hsieh의 주장이다.

굳이 Young의 주장에 들어맞는 가상적인 상황을 설정해 본다면, 자본축적이 없는 상태에서 노동절약적인 기술진보가 일어나 경제전체의 효율이 떨어짐으로써 1인당 국민소득이 낮아지는 경우를 설정해볼 수 있겠다. 가령 전근대적인 농촌에서 축적된 자본은 없고 노동력만 풍부한 상황에서 노동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농업용 트랙터가 도입되면 농부 한 사람의 노동생산성은 올라가지만 다른 수많은 농부는 할 일이 없어지게 되므로 놀게 되고 그 결과 전체의 노동생산성은 낮아지게 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현실경제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전체의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면 이러한 기술은 채택되지 않을 것이며 더욱이 이러한 무모한 과정을 거쳐 동아시아 경제가 급신장했다는 해석은 상식적으로도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뜻 보면 Young이 가정한 상황이 Hsieh가 가정한 상황과 대칭되는 듯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Hsieh의 주장은 만일 기술진보가 없었다고 가정하면 기말의 자본분배율이 0.037이 될 것이지만 실제로는 자본분배율이 그렇게 낮아지지 않았으므로 기술진보가 있었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자본분배율 0.037은 가상의 계수인 것이다. 그런데 Young의 경우는 실제로 초기에 기술진보가 이루어졌다고 가정하면 자본분배율이 0.962로 되는데 현실에서는 자본분배율이 이처럼 높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이는 초기에 기술진보가 실제로 없었으며 자본분배율이 이처럼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컨대 0.037은 계산의 편의상 상정된 것이지만 0.962는 실제로 관찰되어야 하는 현상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도 Young의 반론은 그리 설득력 있는 주장은 아니라 하겠다.[227]

이상에서 대체탄력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Young과 Krugman을 위시한 축적론자는 Solow 모형에서 자본과 노동의 대체탄력성을 1로 가정한다. 그러나 융화론자는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되고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노동생산성이 올라가면 대체탄력성이 1 이하로 떨어지게 되고 그 결과 동아시아의 TFPG는 축적론자가 구한 수치보다 훨씬 높은 TFPG가 나올 수 있다고 비판한다. 동아시아에서 자본분배율이 일정수준으로 유지된 이유에 대해서도 축적론자는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체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융화론자는 자본의 한계생산성은 체감했지만 그만큼 내생적인 기술진보가 있었기 때문에 하락 폭을 메울 수 있었다는 주장을 폄으로써 양 진영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선다. 여기서 논쟁의 핵심은 양 진영 중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 Solow 모형을 통해서는 판단할 수 없다는 소위 ‘식별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따라서 Solow 모형을 통해 대체탄력성을 1이라고 가정하고 구한 동아시아의 TFPG는 맞을 수도 있지만 그만한 확률로 틀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8. 그 외의 다양한 TFPG 계산 모형

이상에서는 Solow 모형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전개되는 논쟁과 Solow 모형이 지니고 있는 한계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으로는 이러한 Solow 모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새로운 TFPG 계산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Hsieh가 생산의 비용 측면에서 제안한 ‘쌍대적 TFPG’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Hulten에 의해 제시된 ‘해로드-중립’에 의한 방식이다.

Hsieh: 쌍대적 TFPG

Solow 모형에서는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가 투입되고 기술진보가 이루어지면서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소위 생산 측면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 달리 생각해 보면, 생산을 통해 얻어진 소득은 이자나 배당 같은 자본비용으로 지출되든지 아니면 임금 같은 노동비용으로 지출된다. 즉 국민소득에는 투입 측면도 있지만 비용 측면도 있다. Hsieh(1997)는 비용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TFPG를 계산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 낸다.

그는 1997년 11월 『무엇이 동아시아 산업혁명을 설명하는가? 요소시장에서의 증거』라는 글을 내면서 Young과 2단계 논쟁에 돌입한다. 논쟁의 결과부터 먼저 보면, Hsieh가 제안한 새로운 방식에 대해 Young은 그 방법론은 인정하지만 이를 통해 계산된 동아시아(특히 싱가포르)의 TFPG에 대해서는 기초 자료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Hsieh가 제안한 새로운 방법론에서는 국민소득에서 비용 측면에 주목한다. 한 국가에서 만들어진 국민소득은 자본비용(이자, 배당)이나 노동비용(임금)으로 지급된다. 따라서 만일 기술진보를 통해 TFPG가 올라가면 그만큼 소득도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자본비용이나 임금으로 지급되므로 자본비용 증가율과 노동비용증가율을 가중평균하면 TFPG를 구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총요소생산성 증가분(TFPG)은 자본 생산성의 증가분과 노동생산성의 증가분을 가중평균한 것이며, 자본비용이나 임금수준이 자본 생산성이나 노동생산성과 비례한다고 볼 때 이러한 논지는 지극히 타당하다.

Hsieh는 여기에 ‘쌍대적 TFPG(dual TFPG)’라는 명칭을 붙인다. 국민소득에 있는 생산과 소비의 두 가지 측면, 즉 쌍대성(duality)을 이용해서 새로운 TFPG 계산방식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가 새로운 방식을 고안하게 된 동기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Solow 모형을 통해서는 TFPG를 정확히 계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그는 축적론을 지지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고안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와 반대로 Young 등의 TFPG 계산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다.

Hsieh가 고안한 방정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본비용증가율과 노동비용증가율을 가중평균하여 TFPG를 구하는데, 가중치는 역시 자본분배율과 노동분배율을 사용한다.[228]

쌍대적 TFPG는 총소득이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으로 분배된다는 점만을 가정했으므로 생산함수의 형태나 기술진보의 유형, 외부효과 등에 상관없이 항상 식이 성립한다. 다시 말해 기초통계만 정확하다면, 수많은 가정이 필요한 Solow 모형보다 훨씬 더 정확한 TFPG를 구할 수 있다.

Hsieh는 <표 5-25>처럼 한국과 싱가포르의 쌍대적 TFPG를 추정한 후 Young(1994)의 계산결과와 비교한다. 한국의 TFPG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양자가 큰 차이를 보인다.

<표 5-25> 싱가포르와 한국의 쌍대적 TFPG(Hsieh 1997), (단위: %)

자본변수 기간 분배율 연평균증가율 TFPG
자본
분배율
노동
분배율
자본
비용
노동
비용
dual Young
(1994)
싱가포르 ROE 1971~90 0.49 0.51 -0.49 3.13 1.36 -0.69
대출금리 1968~90 0.49 0.51 1.64 2.69 2.18 -0.30
E/P 비율 1972~90 0.49 0.51 1.90 3.46 2.70 -0.68
한국 장외시장
이자율
1966~90 0.30 0.70 -4.81 4.38 1.65 1.60
정기적금
이자율
1966~90 0.30 0.70 -2.56 4.38 2.32 1.60
할인율 1966~90 0.30 0.70 -3.26 4.38 2.16 1.60

* ROE: return on equity, E/P: earning-price ratio.

<표 5-25>에서 Hsieh는 자본비용을 계산하기 위한 대용지표로서 싱가포르의 경우는 기업의 주당수익률(ROE: return on equity), 대출금리, E/P 비율(earning-price ratio)을 사용하고 한국의 경우는 장외시장(curb market)의 이자율, 정기적금이자율, 할인율을 사용했다. 그 결과는 싱가포르와 한국은 여러 부분에서 상이한 점을 보인다.

첫째, TFPG에서는 한국의 경우 Young의 계산결과(1.6%)와 Hsieh의 추정결과(1.65~2.32%) 간에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Young은 모두 마이너스(-0.30~-0.69%)를 계산했지만 Hsieh의 추정결과는 1.36~2.70%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이러한 차이가 나는 원인에 대해 Hsieh는 Young이 사용한 싱가포르의 정부통계(국민계정)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둘째, 자본 생산성이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시작시점(1968~72년)에 이미 많은 자본투자가 이루어진 상태이므로 자본분배율이 기간 중 평균 0.49로 상당히 높은 상태이며 20여년이 지나는 동안 자본 생산성(자본비용)에서 변화도 크게 없었다(-0.49~1.90%). 반면에 한국의 경우는 출발시점(1966년)에 자본축적량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며(기간 중 평균 자본분배율 0.30) 또한 25년간 대규모의 자본의 축적되는 과정에서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함으로써 자본 생산성이 상당수준(-2.56~-4.81%) 낮아졌음을 보여준다.

셋째, 임금(노동비용) 증가율은 싱가포르가 3%대, 한국이 4%대를 보인다.

이러한 Hsieh의 주장에 대해 Young(1998a)은 강하게 반론을 제기한다. Hsieh와 Young간에 벌어진 2차 논쟁이다. Young이 주장하는 바는, Hsieh가 사용한 싱가포르 관련 통계자료가 잘못되었거나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임금 증가율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으나 자본수익 증가율에 대해서 여러 가지 통계자료를 대입하면서 Hsieh가 통계자료를 잘못 사용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만일 자본수익률의 대용지표로서 ‘고정자산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을 사용하면 1980년대에 싱가포르의 수익률이 뚜렷이 하락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Hsieh는 새로운 방법론을 창안하여 여러 학자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으며 Krugman과 논쟁에서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한 재미있는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그리고 축적론자의 TFPG 계산과정에서는 통계자료의 신뢰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Hulten: 해로드-중립 TFPG

다음에는 색다른 주장을 살펴보자. 매릴랜드대학의 Hulten and Srinivasan(1999)은 Young(1994)의 연구가 지니는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TFPG 계산방식으로 ‘해로드-중립(Harrod-neutral)’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229] 그의 주장은 좀 난해하지만 동아시아의 TFPG 계산에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먼저 결론부터 보면, Young이 주장한 것과 다르게 동아시아의 TFPG는 매우 높다는 것이다. <표 5-26>처럼 Young은 1966~90년에 한국 경제전체에서 TFPG를 1.6%, 제조업은 2.9%로 계산한데 비해서 Hulten은 경제전체의 TFPG를 3.8%, 제조업 TFPG는 6.6%라는 경이적인 계산결과를 내놓았다.

<표 5-26> 동아시아의 해로드-TFPG (단위: %)

GDP
성장률
TFPG
Young
(1994)
Hulten
1차 조정
Hulten
2차 조정
한국

 

경제전체 10.4 1.6 2.6 3.8
제조업 14.1 2.9 3.4 6.6
홍콩 경제전체 7.3 2.3 2.8 4.5
싱가포르 경제전체 8.5 -0.3 0.7 1.4
제조업 8.5 -1.0 -0.1 -0.1
대만

 

경제전체 9.1 1.9 2.4 3.4
제조업 10.8 1.4 2.0 3.4

* Hulten and Srinivasan(1999)의 <표 1>~<표 4>와 Young(1994)의 <표 4-1>~<표 6-3>을 근거로 재작성했다.
* 기간: 1966~90년
* 단수조정 과정에서 Hulten(1999)과 기여도에서 1~2% 차이가 난다.

<표 5-26>에서처럼 Hulten은 Young의 계산결과에 대해 두 차례의 조정을 더한다. 하나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Young이 TFPG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요소투입분에 포함된 질적인 부분을 TFPG에서 차감한 오류를 정정하는 것이고, 다음 하나는 해로드-중립이라는 관점에서 TFPG를 재조정한다.

먼저 질적인 부분의 조정에 대해 살펴보자. 질적 요소라 함은 Young이 자본이나 노동의 증가율을 구하는 과정에서 각 요소를 구성하는 하위요소를 단순 합계하지 않고 질적인 부분을 반영한 것이다. 예들 들면 한국(경제전체)의 경우 <표 5-27>처럼 노동의 단순 증가율은 5.4%인데 여기에 교육훈련으로 인한 인적자본증가분 1.0%를 가산한 6.4%를 노동증가율로 보았기 때문에 잔차에 의해 계산되는 TFPG가 그만큼 과소평가되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러한 질적인 부분을 요소증가율에서 제거하고 TFPG에 귀속시키면 한국 경제전체의 TFPG는 1.6%에서 2.6%로, 제조업 TFPG는 2.9%에서 3.4%로 상당수준 높아지게 된다.

<표 5-27> Young이 계산한 한국 TFPG에 대한 Hulten의 1차 조정 (단위: %)

소득
증가율
요소증가율 자본소득
분배율
인당소득
증가율
TFPG TFPG 기여도
자본 노동 소득증가
대비
인당소득
증가대비
경제전체 Young 10.4 13.7 6.4 0.320 4.0 1.6 16 42
1차 조정 10.4 12.9 5.4 0.320 5.0 2.6 25 52
차이 -0.8 -1.0 1.0 0.9 9 10
제조업

 

Young 14.1 15.4 7.4 0.479 6.7 2.9 20 43
1차 조정 14.1 15.4 6.3 0.479 7.8 3.4 24 44
차이 -1.1 1.1 0.6 4 1

* Young(1994)과 Hulten(1999)을 근거로 재작성했다.
* 인당: 노동자당 지표

다음은 Hulten의 2차 조정이다. 그의 주장은 한마디로 “영감이 더 많은 땀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230] 축적론자는 영감(inspiration)과 땀(perspiration)의 원천을 이분법으로 명확히 구분한다. 그러나 Hulten은 두 가지가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영감으로 인해 더 많은 땀이 유도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영감과 땀은 Krugman(1994)의 비유를 인용한 것으로 영감이란 기술진보와 같은 TFPG를, 땀이란 자본이나 노동의 투입과 같은 TFIG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기술진보를 통해 TFPG가 높아지면 그로 인해 더 많은 요소투입(특히 자본 투입)이 유발된다는 것이 Hulten이 주장하는 핵심이다. 그의 관점은, 많은 융화론자가 축적론자의 TFPG 계산방법론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지만 정작 간과되고 있는 점은 계산결과로 나온 TFPG를 해석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축적론자는 대개 Solow 모형을 통해 TFPG를 계산하고 이를 단순히 산출량 증가의 원천으로 해석하는데 이는 TFPG의 진정한 중요성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TFPG가 높아지면 그로 인해 추가적인 자본투자가 유도되므로, TFPG의 진정한 역할은 ‘산출물 증가의 동력’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Hulten의 주장이다.

Krugman이나 Young은 아시아의 기적이 주로 자본축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하면 예전처럼 높은 증가추세가 유지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Hulten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표면적인 현상일 뿐이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자본축적이 단순하게 요소투입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기술진보 또는 TFPG에 의해 유도된 것이기 때문에 Krugman이나 Young이 주장하는 ‘성장의 지속성 문제’도 저절로 해결되므로, 동아시아에서 경제성장 추세가 꺾일 것이라는 걱정이 기우라는 것이다. 이러한 내생적인 반응에 대해 Hulten(1975)은 ‘유도축적 효과(induced accumulation effect)’라는 명칭을 붙인다.

따라서 이러한 TFPG의 유도축적효과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대체수단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Hulten은 ‘해로드의 기술변화 개념(Harrodian concept of technical change)’을 TFPG 계산과정에 도입한다. 그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존의 TFPG를 노동분배율로 나누어주는 것이다.

Hulten(1975)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통적인 방식으로 미국의 TFPG를 계산한 결과 Solow 잔차가 1.42%로 나왔는데 이는 연평균 경제성장률 4.15%에 대한 기여도가 34% 수준이다. 그런데 해로드의 기술변화 개념을 적용한 TFPG(원본 각주: 이하 ‘해로드-TFPG’라 한다)의 기여도는 64%로 거의 두 배 수준까지 올라간다. 또한 Hulten의 1980년 연구(Hulten and Nishimizu 1980)에서는 9개 나라의 1960~73년 경제성장에서 이와 유사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일본, 한국, 네덜란드, 영국, 미국 등 9개 나라에서 전통적인 TFPG는 경제성장률을 45% 정도 설명했는데 해로드-TFPG는 84%까지 올라간다. 일본의 경우는 41%에서 77%로, 한국은 41%에서 58%로 상승한다.

Hulten은 이러한 내용을 Young의 연구에 적용했으며 그 결과가 <표 5-28>에서 2차 조정으로 표시되어 있는 부분이다. 1966~90년의 25년간 한국 경제전체의 TFPG가 2.6%에서 3.8%로 올라간다.[231]

그리고 전통적인 TFPG에서는 한국, 대만, 홍콩의 3개국의 경우에 TFPG가 경제성장에 평균 30% 정도 기여한다는 낮은 수치가 나옴으로써 투입증가가 성장을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Hulten은 해석을 달리 한다. 1인당 소득증가에 대해서는 55% 수준으로 기여함으로써 TFPG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2차 조정을 거친 해로드-TFPG에서는 산출물 증가에 45%, 1인당 산출물 증가에 무려 82%나 기여함으로써 TFPG가 경제성장의 핵심동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표 5-28> Young이 계산한 동아시아 TFPG에 대한 Hulten의 2차 조정 (단위: %)

GDP
성장률
1차 조정 노동
분배율
2차 조정
(Harrod-TFPG)
TFPG 기여도 TFPG 기여도
GDP比 인당比 GDP比 인당比
한국 10.4 2.6 25 52 0.680 3.8 37 76
홍콩 7.3 2.8 38 60 0.628 4.5 61 95
대만 9.1 2.4 27 54 0.710 3.4 37 75
평균 8.9 2.6 30 55 0.673 3.9 45 82

* Young(1994)과 Hulten(1999)을 근거로 재작성했다.
* GDP比: GDP 성장률에 대한 TFPG의 기여도
* 인당比: 노동자당 소득증가에 대한 TFPG의 기여도

TFPG를 인식하는 방식은, 기술진보가 생산요소의 투입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해서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이 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Solow 모형을 통해 계산되는 전통적인 TFPG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힉스-중립(Hicksian-neutral)을 가정하고 있다. 이를 힉스-TFPG(Hicksian-TFPG)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다른 유형의 TFPG로는 해로드-TFPG(Harrodian-TFPG)와 솔로우-TFPG(Solowian-TFPG)가 있다.[232]

이 세 가지 TFPG는 이를 주창한 학자의 이름을 딴 것으로 각 유형의 차이는, 외생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술진보의 영향을 성장모형에 내생화시키는 과정이 다른 데서 나온다.[233] 예를 들면 생산자가 어떤 발명이나 발견을 했을 때, 더 적은 자본이나 노동을 투입하고도 예전과 똑같은 산출물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상대적으로 노동이 더 적게 투입된다면 이를 ‘노동절약적(labor-saving)’ 기술진보라 한다. 이것이 바로 Hulten이 주장하는 해로드-TFPG에 해당한다. 이와 반대로 기술진보로 인해 자본이 더 적게 투입된다면 이를 ‘자본절약적(capital-saving)’ 기술진보라 하며 이는 솔로우-TFPG에 해당한다. 그리고 자본이나 노동 모두 동일하게 적어진다면 이를 ‘중립적(neutral)’ 기술진보라 하고 이는 힉스-TFPG로 구해진다.

그러면 Young(1994)의 연구에서 나오는 통계치를 인용하여 세 가지 방식의 TFPG를 구해 보자. <표 5-29>에서 보듯 출발점은 Young이 구한 힉스-TFPG이며, 해로드-TFPG는 힉스-TFPG를 노동분배율로 나눈 것이고 솔로우-TFPG는 힉스-TFPG를 자본분배율로 나눈 것이다.[234]

예컨대 한국 경제전체의 TFPG는 Young의 연구결과(1차 조정치)에서는 힉스-TFPG가 2.6%로 나왔지만 해로드-TFPG는 3.8%로 올라가며 솔로우-TFPG는 무려 8.1%까지 올라간다.

<표 5-29> 동아시아의 힉스, 해로드, 솔로우-TFPG (단위: %)

소득
증가율
요소증가율 분배율 TFPG 기여도
자본 노동 자본 노동 힉스 해로드 솔로우 힉스 해로드 솔로우
한국 전체 10.4 12.9 5.4 0.320 0.680 2.6 3.8 8.1 25 37 78
제조업 14.1 15.4 7.4 0.479 0.521 2.9 5.5 6.0 20 39 42
홍콩 7.3 7.7 2.6 0.372 0.628 2.8 4.5 7.5 38 61 103
대만 9.1 11.8 4.6 0.290 0.710 2.4 3.4 8.3 27 37 91
싱가포르 8.5 10.8 4.5 0.530 0.470 0.7 1.4 1.2 8 17 15

* Young(1994)과 Hulten(1999)을 근거로 재작성했다.

이상에서 TFPG를 구하는 방법론에서 Solow 모형과 다른 두 가지 방식을 검토해 보았다. Hsieh가 제안한 쌍대적 TFPG는 방법론상으로는 Solow 모형보다 논쟁의 여지가 적지만, Hsieh가 사용한 기초통계의 신뢰성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다. Hulten이 제안한 해로드-TFPG는 TFPG에 대한 인식에서 축적론자와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자본이 축적되는 것도 기술진보를 통해 총요소생산성이 향상되면 그로 인해 더 많은 자본 투입이 유도되므로 이 역시 기술진보의 기여분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역시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충분히 일리 있다.

제5장 요약

본 장에서는 축적론자가 TFPG를 계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Solow 모형과 관련해서 일고 있는 여러 가지 논쟁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들은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으므로 이에 기반을 두고 있는 동아시아 성장한계론 또한 그 이론적인 바탕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제6장. 한국의 성장잠재력은 아직도 건재

지금까지 Krugman이 기반을 두고 있는 축적론이 현실세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또한 아무리 동아시아의 성장이 자본과 노동의 대규모 동원 덕분이라고 해도 그 또한 높이 평가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축적론자가 TFPG를 계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Solow 모형이 방법론상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가지 축적론의 한계를 접어두고 축적론자의 주장을 모두 수용한다 해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과연 한국의 성장잠재력은 고갈된 것인가.

이러한 차원에서 본 장에서는 먼저 Krugman의 예견처럼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고갈되어 소련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에 대해 살펴본 후에 한국에서 성장잠재력 잔존 여부에 대해 검토한다.

결론은 조건부 미래다. 한국이 하기 나름이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하면 충분히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고 한국경제는 재도약할 수 있다.

1. 동아시아가 소련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Krugman은 1994년 『아시아 기적의 신화』에서 동아시아가 노동이나 자본 투입과 같은 TFIG에 의해 성장했고 TFPG가 낮으므로 머지않아 과거 소련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후 Krugman(1997d)은 1997년 중반 태국을 시발로 동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할 즈음 『Fortune』지에 실은 글에서, 아시아는 과거에 그랬듯이 교육과 저축, 풍부한 노동력을 원동력으로 재기할 수도 있지만 일부 아시아 국가는 저축과 교육, 노동력 투입량을 이미 최대수준까지 끌어 올렸기 때문에 그 속도가 과거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논지를 고수한다.

그 뒤 한국까지 IMF 체제에 들어간 후인 12월말 일본경제신문과 대담에서(Krugman 1997i) 동아시아 국가가 시장을 개방하는 과정에서 생긴 해외차입의 급격한 증가가 위기의 원인이므로, 성장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위기국면에서는 비교적 쉽게 탈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면서 Krugman은 자신은 위기를 예견한 적이 없으며 동아시아가 조만간 위기국면에서 탈출은 하겠지만 경제성장률 감소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이러한 Krugman의 주장에 대해서는 많은 반론이 제기된다. 그 요지는 Krugman이 투자의 양적인 측면만 강조했지 투자의 질적인 측면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반론의 내용을 살펴보자.

동아시아는 소련과 다르다

동아시아가 소련과 닮은꼴이라는 Krugman의 주장에 대한 반론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동아시아 전체에 관련된 반론을 살펴보고 마지막에 싱가포르에만 국한된 반론을 검토한다.

첫째, Krugman은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Krugman은 Young의 계산에서 TFPG가 가장 낮게 나온 싱가포르를 대상으로 자신의 논지를 폄으로써 마치 싱가포르의 사례가 동아시아 전체인 것처럼 곡해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중에서 유독 싱가포르의 TFPG만 -0.3%로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나머지 한국, 홍콩, 대만은 1.6~1.9%로 증가추세를 보인다. 이러한 수준은 OECD 국가를 필적하는 것이며 중남미 국가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Gibney(1995)도 동아시아에서 소련에 비유될 수 있는 국가는 싱가포르 하나 정도인데 굳이 싱가포르를 ‘허수아비’로 내세움으로써 동아시아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과장했다고 지적한다. 인구 3백만의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일종의 국제적인 서비스 쇼핑몰에 불과하며, 다른 나라와 달리 확장할 배후단지도 없고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 중요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싱가포르 산업화의 대부분은 정부가 유치한 다국적기업에 의해 이루어졌고 자기 스스로 구축한 것은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리콴유 수상의 가부장적 독재가 국민의 기업가정신을 말살시키고 있다는 등 문제점을 지적한다. 결국 소련에 비유할 수 있는 동아시아 국가를 하나만 지적한다면 싱가포르 정도라는 것이다.

둘째,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자원을 배분하면서 소련은 정부 주도의 중앙계획경제 방식으로 자원을 배분했지만, 동아시아는 시장경제방식으로 자원을 배분함으로써 높은 투자수익률을 높였다.

셋째, 소련은 수입대체형으로 성장한 반면 동아시아는 수출주도형으로 성장했다.[235] 동아시아는 ‘수출 제일’을 강조하면서 외국으로부터 지식과 기술을 수입해 수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산성이 급속히 향상했다. 수출위주형 제품은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에 경쟁자나 다른 나라로부터 많은 학습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동아시아는 초기에는 경제개발 저임금에 의존했지만 저임금의 장점이 사라지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했다. 특히 아시아 국가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미국시장에서 경쟁해왔다. 반면에 소련은 전형적인 수입대체형 경제성장이라는 단견적인 정책을 펼쳤으며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코메콘[236] 내에서만 경쟁함으로써 경쟁력을 배양하지 못했으며 전후에 여러 제3세계 국가로부터 추격을 받으면서 경쟁력을 상실해 갔다.

넷째, 소련은 대외적으로 폐쇄적이었지만 동아시아는 대외 개방적이었다.[237] 동아시아 경제는 일본과 한국을 제외하고는 매우 개방적이었으며 이들 두 나라도 외국인투자에 대해 특별한 법률적 규제가 없었다. 더욱이 일본은 Krugman이 주장하는 투입주도형 아시아 경제에서 비켜있다. 동아시아는 국제투자가에게 매력적인 투자대상이지만 소련경제는 대외 폐쇄적이었다.

다섯째, 소련의 경우는 외연적 성장을 했지만 동아시아는 내연적 성장을 했다. Sarel(1997)은 성장방식을 내연적 성장과 외연적 성장으로 나눈다. 외연적으로 성장하는 경제에서는 더욱 많은 자원(공장, 건물, 기계 등)을 사용하여 노동참가율을 더욱 높임으로써 경제성장률을 높여간다. 반면 내연적으로 성장하는 경제에서는 신기술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투입 단위당 더욱 많은 산출이 나옴으로써 경제성장률을 높여간다. 소련이 외연적 성장에 의존했다는 사실은 Easterly and Fischer(1994)가 이미 밝힌 바 있다. 소련 경제는 기술적인 발전이 수반되지 않은 자본의 대규모 축적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몇 십 년간 외연적으로 성장한 후에 필연적으로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할 수밖에 없었다. Krugman은 동아시아를 소련에 비유하면서 주로 외연적 성장에 의지해 경제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동아시아가 Krugman의 주장처럼 외연적 성장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혁신과 학습을 통한 내연적 성장의 기여도가 높다고 융화론자는 주장한다. 동아시아의 경제기적은 최신기술의 적용, 창업가적인 돌파력, 정부가 지원하는 국제적인 마케팅 등을 통해 이룩되었으며, 그리고 이러한 성과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대신 윤리적인 집단관계의 관점에서 적대적인 거래관계를 배격하는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238]

여기까지는 동아시아 네 나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반론이고 다음은 싱가포르에 국한된 내용이다.

싱가포르도 소련과 다르다

여섯째, 소련은 부패했지만 싱가포르는 부패하지 않았으며 더욱이 사회인프라까지 잘 갖춰져 있다. 리포핑(Lee 1995)은 싱가포르 항공사와 소련의 에어로플로트를 비교하면서 Krugman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한다.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며 그로 인해 생산성 향상이 상당히 높았던데 비해 소련에는 매우 부패한 관료계층이 있었다. 비록 싱가포르의 인구는 3백만 수준이지만 세계 굴지의 효율적인 항구와 공항을 갖추고 있으며 세계최고로 평가받는 싱가포르 항공사가 있다. 하지만 소련의 경우는 2억 5천만 명의 인구가 있지만 거의 모든 부문이 비효율적이고 에어로플로트는 세계최악이라는 공감대가 전세계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리포핑은 예시한다.

리콴유(Lee 1995b)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편다. “Krugman이 싱가포르를 소련에 비유한 것은 싱가포르 항공사를 에어로플로트에 비유한 것과 마찬가지다. 만일 싱가포르 항공사의 경영효율이 낮았다면 내수시장 규모가 작다는 불리한 조건과 항공권 협상력의 취약성을 결코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싱가포르 항공사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규모로 TFPG를 높여왔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싱가포르 통신사도 역내에서 가장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Krugman의 분석은 결국 1960~70년대 근로자가 교육을 받지 않았던 산업화 초기 단계에나 들어맞는 이야기다. 싱가포르는 1960년에 12%에까지 이른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육성해 왔다. 현재는 제대로 교육훈련을 받은 근로자를 매년 한 군단씩 양성되고 있으며 이들 중 60%는 고등교육을 받았으므로 이제는 높은 수준의 자본집약적인 산업에 도전할 수 있는 인력도 양성되었다. 그리고 타이트한 노동시장에 대한 경제적 대응책으로 자본장비에 많은 투자를 했으며 시대에 뒤진 장비와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다른 나라로 이전했다. 사회인프라도 중요하다. 경제재구축의 과정은 지속적으로 냉혹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싱가포르의 기업을 더욱 가볍고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다. 항구, 공항, 통신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의 결과가 늦기는 하지만 언젠가 GDP 성장으로 현실화될 것이라는 점을 Krugman이 간과했다.”

이상과 같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면 Krugman이 동아시아를 소련에 비유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2. 한국의 성장잠재력

다음에는 동아시아의 성장잠재력이 남아 있는지를 살펴보자. Krugman의 주장은 동아시아에서는 기술진보가 미미한 반면,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투입요소의 재원이 고갈되었으므로 추가적인 성장잠재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연구자는 Krugman의 주장을 두 가지 차원에서 반박한다. 첫째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자본축적량이나 소득 절대수준이 크게 미달하므로 추격의 여지가 남아 있으며 둘째로 TFPG가 증가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선진에 비해 추가적인 요소투입의 여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는 노동자당 자본축적량이나 1인당 국민소득의 절대수준에서 아직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므로 성장과 추격의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남아 있다.

하버드대학의 Sachs는 1997년 9월에 케네디 스쿨에서 열린 『오늘날의 개발경제학이란?』이라는 강연에서 동아시아의 경제기초는 여전히 튼튼하므로 동아시아 경제는 조만간 회복될 것이며 수출을 통해 힘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한다.[239]

그리고 Radelet and Sachs(1997)는 11월에는 『Foreign Affairs』지에 실린 『아시아의 재출현』이라는 글에서 같은 취지의 주장을 반복한다. Krugman의 주장처럼 TFPG를 통하지 않고 자본량의 축적을 통해 이루어진 경제는 자본축적도가 심화되면서, 즉 노동자당 자본량이 서구 선진수준까지 높아지면서 경제성장률이 낮아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Krugman은 그 감소속도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개발도상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1/4 수준일 경우에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2.8% 정도 높으며 그 격차가 절반이면 1.4% 정도 높다는 것이다. 가령 태국이 미국의 1/4 수준이므로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연간 2.0% 증가한다면 태국의 소득은 4.8% 증가하고 전체 GDP는 6.5~7.0% 수준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경제성장은 정책 선택, 지리적 배경이나 인구에 따라 좌우되는데 동아시아의 경우는 과거에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전체인구에서 노동인구의 비중이 올라감에 따라 저축률과 경제성장률은 올라갔지만 미래에는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연금과 공공건강보험에 대한 압력이 가중될 것이므로 결국은 동아시아 국가가 미국과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몇 십 년에 걸쳐 경제성장률이 점진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Sachs 등은 전망한다.

네덜란드 아인트호펜 기술대학의 Timmer and Szirmai(1997)도 동아시아는 아직도 TFP 절대수준에서 선진국과 격차가 크므로 발전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한국과 대만은 1985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을 추격하기 시작해서 1993년에는 제조업의 노동생산성(노동자당 실질소득 증가율)이 미국의 49%(한국)와 28%(대만)까지 높아졌으며 이러한 추격은 주로 자본축적에 의한 것으로 그들은 분석한다. 자본축적은 미국과 비교하여 한국이 65%(1986년), 대만이 50%(1991년) 수준으로 미국에 비해 효율성에서 아직 큰 격차가 나고 있으므로 향후 성장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240]

또한 Timmer(1999, 2000)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노동시간당 자본축적량에서 미국 수준을 훨씬 밑돌고 있으므로 아직도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고, 이는 Krugman의 ‘도발적인(provocative) 제안’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자당 또는 노동시간당 자본축적량을 통해서 자본축적 심화도(capital intensity)를 측정하고 향후 자본의 추가투입 여력을 판단한다. <표 6-1>처럼, 한국 제조업의 자본축적도(노동자당, 노동시간당)는 1963년에 미국 대비 15.3~15.8%에서 1993년에는 61.7~84.7%로 상당수준의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중국, 인도네시아, 대만의 추격률을 앞지른다. 그러나 미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그만큼 추격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 Timmer의 주장이다.

<표 6-1> 아시아 제조업의 자본축적도(Timmer 1999), (단위: 미국을 100으로 기준)

중국 인도네시아 한국 대만
노동자당
자본축적도
1963 19.3 15.8 8.5
1975 17.0 30.1 21.0 22.4
1987 20.1 21.8 44.0 29.9
1993 22.9 22.7 84.7 47.4
추격률 -0.002 -0.020 0.053 0.048
노동시간당
자본축적도
1975 14.2 22.7 15.3 15.8
1987 16.1 16.9 30.6 22.9
1993 18.4 17.8 61.7 37.7

그리고 한국 제조업의 경우에, 총요소생산성(TFP)도 <표 6-2>처럼 미국을 상당히 빠르게 추격하고 있으나 1988~90년의 3년 평균 38.8%로 아직도 상당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추격의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으므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둔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Timmer는 주장한다.

<표 6-2> 한국 제조업의 TFP 수준(Timmer 1999), (단위: 미국을 100으로 기준)

식품 섬유 화학 금속 기계 전자 기타
1963~66 16.3 22.8 24.1 32.3 11.4 34.3 11.8 21.6
1977~79 24.1 42.9 54.8 42.0 37.1 39.8 23.2 36.4
1988~90 21.7 34.3 39.9 60.0 51.3 59.0 40.3 38.8

그리고 Timmer and van Ark(2000)는 좀더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낸다. 한국과 대만의 지속적인 성장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해 자본축적 심화도와 노동생산성의 변화를 심층 분석한다. 이를 위해 <표 6-3>처럼 자본축적 심화도는 노동시간당 자본량으로 측정하고 노동생산성은 노동시간당 부가가치로 측정한다. 한국과 대만 공히 양 지표에서 괄목할 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증가세를 추월하고 있으나 아직도 절대수준에서는 미국에 크게 미달한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이나 대만에서 추가적인 자본 투입이 이루어져도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으며 성장 기회와 잠재력이 많이 남아있다 의미다.

<표 6-3> 주요 국가의 자본축적심화도와 노동생산성 비교(Timmer and van Ark 2000), (단위: 자본량과 부가가치는 달러, 증가율은 %)

자본축적심화도
(노동시간당 자본량)
노동생산성
(노동시간당 부가가치)
한국 대만 미국 한국 대만 미국
자본량 또는
부가가치
1963 1.19 1.37 41.31 2.24 1.90 18.52
1973 2.63 3.43 49.92 3.56 3.89 23.60
1985 8.90 10.68 63.54 6.07 7.45 27.33
1996 20.06 23.00 69.94 10.34 14.12 30.64
증가율 1963~73 7.9 9.2 1.9 4.7 7.2 2.4
1973~85 10.2 9.5 2.0 4.4 5.4 1.2
1985~96 7.4 7.0 1.0 4.8 5.8 1.0

* 자본량과 부가가치는 경제전체에 대한 것이고, 1990년 미국 달러 기준이다.

맥킨지 보고서(McKinsey 1998)에도 같은 취지의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과거 25년간 한국과 미국의 TFP를 보면 <표 6-4>와 같다. 1995년 미국의 생산성을 100으로 볼 때 한국은 51로 절반수준이지만 1970년에는 37수준이었다. 25년간 한국의 생산성 증가는 미국의 0.3%보다 5배 이상 빠른 1.6%로 성장했다. 그러나 아직도 절대수준에서는 미국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으므로 생산성 향상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241]

<표 6-4> 한국과 미국의 TFP와 TFPG

생산성 절대수준
(TFP)
생산성
증가속도
(TFPG)
1970 1995
한 국 0.34 0.51 1.6
미 국 0.93 1.00 0.3

* McKinsey(1998)을 근거로 재작성했다.
* 생산성 절대수준(TFP)은 미국 1995년을 1.00으로 기준했고, 생산성 증가속도(TFPG)는 %다.

한편 브루킹스 연구소의 Bosworth and Collins(1996)의 연구에 따르면, 싱가포르와 대만에서는 투자 감소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 외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외자유입을 통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으므로 Krugman이 예견한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국제가격 자료를 이용해 구한 동아시아의 노동자당 소득과 자본량은 <표 6-5>와 같다. 여러 지표에서 동아시아가 괄목할만한 향상을 보이지만, 노동생산성(노동자당 GDP)이 미국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으며 노동자당 물적자본축적량도 미국이나 일본의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표 6-5> 주요 국가의 노동자당 GDP와 자본(Bosworth and Collins 1996), (단위: 미국 1970년을 100 기준)

노동자당
소득
노동자당
물적자본
노동자당
교육
GDP 대비
자본 비율
1970 1994 1970 1994 1970 1994 1970 1994
한국 13.2 52.9 5.0 49.4 74.3 95.3 1.2 2.9
중국 3.2 10.4 1.5 6.6 56.4 65.3 1.5 1.7
인도네시아 6.8 15.1 2.5 16.2 58.0 69.0 1.2 2.8
한국 13.2 52.9 5.0 49.4 74.3 95.3 1.2 2.9
말레이시아 18.9 46.8 8.1 37.8 63.1 77.2 1.3 2.5
필리핀 10.9 13.4 4.1 8.5 73.3 88.3 1.2 2.0
싱가포르 30.0 77.3 13.0 72.5 65.2 74.9 1.4 2.9
태국 8.4 26.4 3.0 15.2 61.4 76.4 1.1 1.8
대만 18.5 67.7 7.2 47.6 68.9 87.9 1.2 2.2
일본 44.0 85.5 30.9 124.9 79.8 92.7 2.2 4.6
미국 100.0 118.5 100.0 122.5 100.0 110.2 3.1 3.2

여기서 Bosworth는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교육 수준이다. 동아시아의 현재 교육수준은 미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교육받지 못한 노인층을 제대로 교육받은 청년층이 대체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 싱가포르, 태국, 대만의 경우 <표 6-6>처럼 TFPG의 추세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산출물 대비 자본 비율(capital-to-output ratio)이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어 향후 자본수익률이 체감할 것이므로 이들 나라의 추격 잠재력이 소진된다는 전망도 가능하다. 특히 한국과 싱가포르는 거의 미국 수준을 따라갔으며 이는 그들이 미래에 심각한 자본축적의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들 두 나라는 아직까지 일본과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다른 국가는 아직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으므로 자본축적의 가능성이 상당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Bosworth는 동아시아가 선진국 수준의 성과에 근접하기까지는 상당히 높은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만 기회가 남아 있는 것과 동아시아가 이를 실현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다.

<표 6-6> 주요 국가의 기간별 TFPG(Bosworth and Collins 1996), (단위: %)

1960~73 1973~84 1984~94 1960~94 1973~94
한국 1.4 1.1 2.1 1.5 1.6
싱가포르 0.9 1.0 3.1 1.5 2.0
태국 1.4 1.1 3.3 1.8 2.1
대만 2.2 0.9 2.8 2.0 1.8
미국 0.8 -0.5 0.7 0.3 0.1

그리고 1997년 4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인 사토 미츠오(1997b)는 『아사히신문』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아시아는 아직도 20~30년간은 높은 경제성장을 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조연설을 한다. “Krugman과 그의 동료가 아시아의 성장은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아시아는 자본 과잉이나 노동력 부족과 거리가 멀다. 그 반대로 노동력은 넘쳐나며 자본은 부족하다. 아시아의 성장은 앞으로 20~30년은 지속될 것이다.”

『Economist』지도 1997년 3월 1일 『아시아의 기적: 끝났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동아시아의 성장잠재력은 아직 건재하다는 취지의 글을 싣는다. “Krugman을 비판하는 사람은 아시아의 미래전망을 그가 너무 성급히 무시했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따라잡을 가능성은 아직도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사실 모든 호랑이 국가의 노동자당 자본 규모를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예를 들면, 한국 노동자당 평균 자본은 미국 노동자의 2/5에 불과하다. 그들이 더 멋진 장비를 갖추게 되면 생산성은 증가할 것이다. 아시아 노동자의 교육도 개선될 수 있고 따라서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다. 1994년 아시아 노동자의 평균 교육기간은 7년에 불과했다(인도네시아와 태국은 4년, 한국은 9년). 이에 비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노동자가 적어도 10년 이상 교육받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Krugman의 견해가 옳다고 하더라도(따라서 대부분의 아시아 성장이 자본과 노동의 추가투입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그로 인한 아시아 성장의 한계는 아직도 먼 장래의 일이다. 이론상으로는, 동아시아의 성장이 앞으로도 몇 십 년 동안은 부유한 국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으며 모방이 아닌 혁신의 필요 때문에 성장이 제한되는 것은 그 후의 일이다.”[242]

뉴욕대학의 Roubini(1998)는 기본적으로 Krugman의 주장처럼 동아시아에서는 TFPG가 적었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미래의 성장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인다. “여러 동아시아 국가가 Krugman의 가설을 확인시켜주었지만, 물적자본(민간 투자와 공공 인프라)과 인적자본(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인력)에 대한 엄청난 투자가 미래에 TFP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아직은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은 양호한 상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요소투입의 증가율을 높게 유지할 수 없다면, 그 대신에 생산성을 향상시켜야만 높은 수준의 성장을 성공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TFPG에 대해서는 논쟁이 일고 있지만 TFP 절대수준이 아직 미국이나 일본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으므로 그만큼 성장잠재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TFPG의 증가추세

동아시아는 TFPG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향후 성장잠재력이 충분히 남아 있다. 이 점에서는 Young(1994)을 포함한 대부분의 연구결과가 동의하고 있지만, Krugman은 Young을 차용하는 과정에서 이를 무시한다.

Young(1994)의 연구에서는 1966~90년의 TFPG가 1.6%인데 최근인 1986~90년의 TFPG는 2.6%다. Bosworth and Collins(1996)의 연구에서도 1960~94년의 TFPG가 1.5%인데 비해 최근인 1985~94년의 TFPG는 2.1% 수준을 보인다. 그리고 양자 모두 U자 모습이다.[243]

IMF조차 “1980년대 이후 동아시아의 TFPG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1998년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Bosworth의 연구를 인용하여, 한국의 경우 1973~84년에 다소 주춤하면서 U자형을 보이고는 있으나 증가세를 보인다고 쓰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에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절반 수준이고 1인당 노동시간은 더 많으므로 노동시간당 소득의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개발에서 한국이 미국을 추격할 기회는 여전히 풍부하게 남아있으므로 상당히 높은 TFPG가 가능할 것이라고 IMF는 전망한다.

Rodrik(1997)에 따르면, 동아시아의 생산성 향상(TFPG)은 매우 존경할만한 것으로 다른 지역보다 높으며, Krugman이 비유한 것과 달리 동아시아와 소련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동아시아의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TFPG가 대체로 상승하는 추세에 있으며 마이너스로 떨어진 적이 없지만 소련의 경우는 TFPG가 계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결국 1980년대에는 TFPG가 마이너스로 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동아시아에서 수익성 높은 투자기회가 고갈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고 Rodrik은 설명한다.

이처럼 동아시아가 대략 U자 모습의 TFPG 패턴을 보인데 대해 Dowling and Summers(1997)는 흥미로운 해석을 내린다. “동아시아는 개발초기에 대규모의 자본투자를 통해 생산효율이 높은 새로운 자본-장비를 갖출 수 있었기 때문에 내생적인 기술진보가 높았다. 이로 인해 TFPG가 다소 낮더라도 노동생산성이 급속히 향상되면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1970년대에는 고도성장이 지속되고 자본축적량이 늘어나면서 내생적 기술진보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1인당 국민소득도 증가하면서 노동생산성이 낮아지는 한계에 봉착한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는 플라자 합의로 인해 동아시아에 대규모 외국인직접투자가 유입되고 세계무역량의 증대와 아시아 지역의 무역자유화 확산을 통해 선진의 기술이 쉽게 이전되면서 다시 성장세가 회복되었다”는 것이 Dowling and Summers의 해석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Krugman이 주장한 것처럼 한국이 소련의 전철을 밟지 않고 재도약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성장가능성은 조건부 미래

경제성장의 정성적(定性的)인 측면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가 미래에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저력을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결론은 동아시아가 아직도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외환위기 이후에 사회적 역량이나 인프라가 다소 손상되기는 했지만 이를 적절히 복원한다면 추가적인 고도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무조건’적인 미래가 아니라, 대응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조건부’ 미래다.

여러 연구자가 동아시아의 미래에 대해 내놓은 충고를 살펴보자.

런던경제대학의 Crafts(1998b)는, 동아시아에 대한 Krugman의 비판이 과도하게 비관적이라는 생각을 밝힌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동아시아의 실질 TFPG가 아직도 높은 수준이며, 사회적 역량도 호의적으로 바뀌었고 이는 자원배분과 기술진보에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가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생산성 격차가 크기 때문에 추격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 Crafts의 전망이다. 그리고 그는 동아시아의 미래와 관련해 세 가지를 언급한다.

첫째, 동아시아의 미래는 황금시대의 서유럽보다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예컨대, 재정운영상 연구의 고령화에 따른 압력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값비싼 사회보장제도의 전통이 아직 구축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서유럽처럼 세율인상이 성장을 가로막을 위험은 적다.

둘째, 미국을 완전히 추격하려면 생산부문 외에 비교역 등 다른 부문에도 주목해야 한다.

셋째, 추격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적절한 정책을 펼치거나 자본을 비효과적으로 배분하지 않아야 한다. 자칫 산업정책을 잘못 펴면 새롭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서비스분야에서의 기회를 놓치는 동시에 사양산업을 지원하는 경우도 생긴다. 자본자유화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시장원칙이 강화되어 생산성 향상을 촉진할 것이다.

즉 Crafts는 동아시아가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개발모형을 버리고 금융자유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조건부 미래인 것이다.

Lee, Radelet and Sachs(1997) 또한 네 마리 호랑이의 미래 성장잠재력이 아직 남아있다는 의견을 비친다. 최근 환경변화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성장잠재력은 아직 남아 있으며 향후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면 동아시아는 지속적인 경제성장 추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동아시아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으로는 고령화, 도시화의 진전과 정치적 참여 증대, 세계경제의 통합에 따르는 압력 등에서 나오는 공공부분 예산에 대한 압박, 법률제도를 지속적으로 개혁해야 하는 필요성, 정치체제의 유연성과 적절성 확보(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권력분배 포함) 등이 있는데 이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동아시아의 미래는 보장된다는 것이다. 역시 조건부 미래다.

유엔의 이코노미스트인 Sharma(1998)는 일시적으로 병든 아시아의 호랑이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필요조건을 제시한다. “현재 동아시아에는 더 많은 것이 요구되고 있다. 세계화된 시장의 출현은 보다 깊은 의미에서의 시장통합, 엄격한 경제의 투명성, 그리고 효율적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위기는 또한 ‘개발독재’의 신화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렸으며, 법의 지배에 기초한 민주적이고 책임 있는 정부가 아시아의 회복을 위한 필요조건이 되고 있다.”

그리고 Timmer and van Ark(2000)는 이러한 미래성장의 기회는 아무런 조건 없이 저절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충고하면서, 전제조건으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산업구조의 변화나 신기술의 도입 그리고 신용 배분 시스템에서의 개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본을 축적해야만 추격 잠재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특히 한국의 경우는 외환위기 이후 그러한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외국인 직접투자를 장려함으로써 국내투자가 고무되고 관련기술이 이전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그들은 조언한다.

ADB 총재인 사토 미츠오(1997a) 역시 조건부 미래에 동의한다. “아시아의 진정한 정신은 아시아가 그들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하며 비판을 건설적인 경고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앞으로 아시아 국가는 다양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며 금융-자본 시장을 구축하고 환경보호에 나서야 한다. 아직도 많은 국가에서는 축적된 자본을 집에 두거나 부동산 또는 금으로 투자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아시아 국가는 효과적인 금융-자본 시장을 구축해야 하며 단기신용을 장기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처럼 많은 학자와 전문가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 대해 조건부 미래를 제시한다.

제6장 요약

본 장에서는 한국의 성장잠재력에 대해 살펴보았다. Krugman의 주장과는 달이 여러 연구자는 한국경제가 아직도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미래의 성장가능성도 풍부하다는 평한다. 하지만 이는 한국이 앞으로 잘 할 것이라는 낙관 섞인 ‘조건부 미래’다.

이상 제2부에서는 Krugman과 Young이 Solow 모형에 근거하여 주장한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이 얼마나 허구에 찬 이론인가를 살펴보았다. 비판의 논지는 네 가지다.

첫째, Krugman과 Young이 이론적인 기반을 두고 있는 신고전파 성장이론(축적론)은 생산요소의 투입량만 늘리면 경제성장은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양위주의 사고를 바탕에 깔고 있으며 특히 현대처럼 기술이나 지식의 중요성이 더해지는 경제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시대에 뒤진 이론이다.

둘째, 축적론자는 자본량과 노동량을 대규모로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일로 폄하하지만 한국이 과거 30년에 걸쳐 매년 자본량을 13.7%씩 늘려가고 노동량도 6.4%씩 늘려갈 수 있었던 저력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셋째, 축적론자가 TFPG를 계산하면서 사용하는 여러 통계자료는 신뢰성이 낮으며 여러 변수를 구하는 과정도 합리성과 논리성이 결여되어 있다.

넷째,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감소한다는 예견은 Krugman이 막연히 자기 머릿속에서 상상한 부분이며, 다른 여러 연구자는 다양한 분석을 통해 아직도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튼튼하다는 점을 주장한다.

이러한 네 가지의 관점에서, Krugman이 주장하는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이란 한 까풀만 벗겨보면 이처럼 많은 내부결함을 안고 있는 주장이라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는 것이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은 전형적인 용두사미(龍頭蛇尾)다. 당초 글을 쓰리라 마음먹었을 때는 그림이 상당히 컸다.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왜 일어났는지, 크루그만 신드롬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와중에 어떤 논쟁들이 전개되었는지, 외환위기 과정에서 크루그만 신드롬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등 쓰고픈 이야기는 많았지만, 결국은 편린만 겨우 건드리고 말았다.

이 글은 1997년 11월 21일 한국이 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신청했을 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당시 명함에 CKO(chief knowledge officer)라고 적어 다니던 필자의 책상 위에는 외환위기에 관련된 논문과 책들이 쌓여갔다. 하나씩 읽어 내려가다 보니 2년 만에 거의 1천8백여 건이 넘었다. 경제학에 문외한이 골치 아픈 논문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성장이론에 관련된 기초서적부터 읽어야 했다. 그 후 관련 논문과 책자를 하나씩 읽고 정리해 갔다.

한편으로 외환위기가 한국사회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자 1970년대 말에 일어났던 오일쇼크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크게 도움 되는 것이 없었다. 한국의 지나간 경제역사가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처음 일어난 외환위기라는 단절적인 역사에 대해서는 무엇인가 정리해두어야겠다 싶었다.

처음에는 책제목을 『복잡계의 관점에서 본 외환위기의 원인과 교훈』으로 잡았다. 여러 학자들이 동아시아와 한국의 위기 원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었지만 속 시원하게 답을 제시하는 글은 몇 없었다. 계속 읽어갈수록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외국의 학자들이 자기들끼리 엉뚱한 이야기만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

여러 학자들은 위기의 원인을 대략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누고 있었다. 첫 번째는 발생처를 기준으로, 한국 내부적인 요인과 외부적인 요인으로 나누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원인(遠因: 오랫동안 누적된 요인)과 근인(近因: 최근에 일어난 원인),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의 대응 등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었다. 이를 매트릭스로 엮으면 <표 1>처럼 위기의 원인이 여섯 가지로 나누어진다.

먼저 1997년 이전부터 한국 내부에는 구조적인 결함이 누적되고 있었고(내부결함론), 이와 동시에 해외에서는 국제투기자본의 준동이나 미국의 패권주의 전략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외부조건 개입론). 그리고 OECD 가입에 따른 자본시장 자유화로 단기외채가 급증하고 있었지만 정책당국이 적절한 관리감독을 하지 못했다(환경변화 대처미숙론). 그러다가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그 영향이 한국에까지 전염되면서 1997년말 외환의 유동성 부족 사태가 일어났다(금융 공황론). 또한 1997년 12월 이후 IMF는 한국현실과 괴리가 있는 거시경제정책과 구조개혁을 요구했고 (IMF 과잉대응론) 이러한 정책들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외환위기가 금융․실물경제의 위기로까지 확산되면서 (실물위기 파급론) 총체적인 경제위기로 진전되었다.

한국 위기의 원인 분류

구분 시기별 구분
遠因
(1996년 이전)
近因
(1997년 11월까지)
외환위기 이후
(1997년 12월 이후)
발생처별 구분 내부적 요인 내부결함론 환경변화
대처미숙론
실물위기 파급론
외부적 요인 외부조건
개입론
금융공황론 IMF 과잉대응론

하지만 여섯 가지 원인을 총체적으로 다룬 글은 없었다. 모두를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틀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평소 관심이 많았던 ‘복잡계 이론’이 떠올랐다. 다양한 원인들의 개별적인 영향력이 컸다기보다는 서로가 ‘적극적인 되먹임 고리’(positive feedback loop)를 만들면서 영향력이 서로 증폭되고, 그 기반이 되는 장(場: field)이 대통령 임기 말과 레임덕 그리고 대선과 관련된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하여 심하게 흔들리면서 연쇄적인 붕괴가 일어난 것으로 머리 속에 정리되었다.

내부결함론에 관련된 글부터 읽어 내려가다가 문득 크루그만이라는 사람을 만났다. 출중한 학문적인 능력과 대중적인 탤런트를 겸비한 석학이었다. 그가 1994년에 쓴 『아시아 기적의 신화』라는 글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했다. 크루그만이 주장한 소위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은 여러 학자 사이에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동아시아의 경제적인 기적이 사상누각과 같은 허상이라는 그릇된 인상을 해외투자가들의 뇌리에 심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매사에 호기심과 상상력을 발동하길 즐기는 필자로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당초에 복잡계 이론의 관점에서 한국 위기의 원인을 총체적으로 규명하고자 했던 욕심은 후일로 미루고 목표 범위를 줄여 일단은 크루그만과 그로 인해 야기된 신드롬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야 이 글이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필자의 욕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쓰다만 부분은 언젠가, 그것도 가까운 시일 안에 쓰리라 다짐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펜을 놓는다. 무엇보다 여러 가지로 인내해 준 우리 가족들에게 감사한다.


보록(補錄)

보록 #1: Solow 모형에서 TFPG를 계산하는 방법

Solow 모형은 경제학에서 이미 익숙한 Cobb-Douglas 생산함수를 성장이론에 접목한 것이다.[244] Cobb-Douglas 생산함수의 원형은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122 ……….<식 1>

* DRW000012b0b124 는 소득, DRW000012b0b126DRW000012b0b128 는 생산요소, DRW000012b0b12a 와( DRW000012b0b12c )는 각 요소의 소득분배율.

Solow는 생산요소 DRW000012b0b12e 대신에 자본( DRW000012b0b130 )을, DRW000012b0b132 대신에 노동( DRW000012b0b134 )을 넣고 추가로 기술진보 상수( DRW000012b0b136 )를 덧붙여 다음과 같은 Solow 모형을 만든다.

DRW000012b0b138 ……….<식 2>

* DRW000012b0b13a 는 소득, DRW000012b0b13c 는 자본, DRW000012b0b13e 은 노동, DRW000012b0b140 는 자본분배율, DRW000012b0b142 는 노동분배율, DRW000012b0b144 는 기술진보 상수(total factor productivity: TFP).

이를 증가율로 전환시키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146 ……….<식 3>

* 점(dot)은 증가율, DRW000012b0b148 는 총요소생산성(TFP)의 증가율이므로 TFPG(TFP-growth).

* DRW000012b0b14a

즉 소득 증가율은 자본증가율과 노동증가율이 기여하는 부분(TFIG)과 기술진보와 같은 총요소생산성의 증가율(TFPG)에 따라 결정된다.

DRW000012b0b14c ……….<식 4>

* DRW000012b0b14e

그리고 Solow 모형에서 소득 증가율, 자본증가율, 노동증가율, 자본분배율, 노동분배율 모두는 기초통계를 가지고 구하지만 TFPG는 간접적으로 계산한다. 즉 <식 4>를 변형하여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TFPG를 구하는데, 이를 ‘성장회계방식’이라고 부른다.

DRW000012b0b150

DRW000012b0b152 ……….<식 5>

* DRW000012b0b154

다음은, 노동자 일인당 소득(이하 ‘노동자당 소득’)이다. <식 2>에서 양편을 노동자 수( DRW000012b0b156 )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158

DRW000012b0b15a ……….<식 6>

여기서 노동자당 소득( DRW000012b0b15c )을 DRW000012b0b15e 라고 하고 노동자당 자본( DRW000012b0b160 )을 DRW000012b0b162 라고 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DRW000012b0b164 ……….<식 7>

이를 증가율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166 ……….<식 8>

* DRW000012b0b168

이를 TFPG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16a ……….<식 9>

* DRW000012b0b16c

보록 #2: Solow 모형을 통한 TFPG 계산 사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Solow 모형으로 TFPG를 구하는 방식에 대해 살펴본다. <표 보록-1>은 1970~85년의 미국과 일본의 경제성장 통계를 사용해서 TFPG를 구한 것이다. 먼저 <표 보록-1>에서 <방식 1>은 <식 5>를 사용해서 TFPG를 구한다. 예를 들면 일본은 15년 동안 연평균 GDP가 4.8%, 자본이 7.8%, 노동이 1.6% 증가했다. 편의상 자본분배율을 1/3로 한다.

DRW000012b0b16e

DRW000012b0b170

DRW000012b0b172

DRW000012b0b174

DRW000012b0b176

GDP가 4.8% 증가한 요인은 TFIG가 3.7%(자본증가 기여도 2.6%, 노동증가 기여도 1.1%), TFPG가 1.1% 기여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연평균 GDP가 2.7% 증가했는데 이는 자본증가로 인한 것이 1.0% 노동증가에 의한 것이 1.2%로, 합계 2.2%가 TFIG이고 나머지 0.5%가 TFPG다.

다음으로 <표 보록-1>에서 <방식 2>는 노동자당 소득 증가율을 나타내는 <식 9>를 이용하여 TFPG를 구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노동자당 GDP가 0.8% 증가했는데 이 중에서 노동자당 자본증가의 기여분이 0.3%이고 나머지 0.5%가 TFPG다.

DRW000012b0b178

DRW000012b0b17a

DRW000012b0b17c

일본의 경우는 노동자당 GDP가 3.1% 증가했는데 노동자당 자본증가의 기여도는 2.0%이고 나머지 1.1%가 TFPG다.

<표 보록-1> 미국과 일본의 TFPG 계산 (단위: 10억 달러, 백만 명, %)

미국 일본
1970 1985 증가율 1970 1980 증가율
통계

 

1. GDP DRW000012b0b17e 2,083 3,103 2.7 620 1,253 4.8
2. 자본 DRW000012b0b180 8,535 13,039 2.9 1,287 3,967 7.8
3. 노동 DRW000012b0b182 79 104 1.9 35 45 1.6
4. 자본분배율 DRW000012b0b184 1/3 1/3
5. 노동분배율 DRW000012b0b186 2/3 2/3
방식1 6. 자본기여도 DRW000012b0b188 1.0 2.6
7. 노동기여도 DRW000012b0b18a 1.2 1.1
8. TFIG DRW000012b0b18c 2.2 3.7
9. TFPG DRW000012b0b18e 0.5 1.1
방식2 10. 노동자당 GDP DRW000012b0b190 27 30 0.8 18 28 3.1
11. 노동자당 자본 DRW000012b0b192 109 125 1.0 36 88 6.1
12. 자본분배율 DRW000012b0b194 1/3 1/3
13. 노동자당자본 기여도 DRW000012b0b196 0.3 2.0
14. TFPG DRW000012b0b198 0.5 1.1

* PWT 자료를 근거로 작성했다.

보록 #3: 한국의 자본 한계수익률과 적정 TFPG[245]

생산활동을 하기 위하여 자본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려면 자본의 한계수익률이 일정수준을 유지하거나 체증해야 한다.[246] 일단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려면 그 증가율( DRW000012b0b19a )이 최소한 0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러면 다음과 같이 자본증가율은 최소한 소득 증가율(GDP 증가율) 이상은 되어야 한다.

DRW000012b0b19c ……….<식 10>

* DRW000012b0b19e

DRW000012b0b1a0 ……….<식 11>

DRW000012b0b1a2

DRW000012b0b1a4 .

양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1a6 ……….<식 12>

* DRW000012b0b1a8

이상의 결과를 Young이 계산한 1976~80년 한국 통계에 적용하면 자본증가율은 실제 통계치인 17.6%에서 절반수준인 9.4%로 낮아져야 하고 TFPG는 0.9%에서 거의 네 배 수준인 3.6%로 높아져야만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DRW000012b0b1aa

DRW000012b0b1ac

DRW000012b0b1ae

이러한 내용을 Young의 계산한 한국의 1966~90년 TFPG에 적용해 보자. Young의 계산에 따르면 소득 증가율은 10.4%, 자본증가율은 13.7%, 노동증가율은 5.4%, 노동분배율은 0.680으로 TFPG는 2.3%로 나온다.[247] 이 경우에 자본의 한계생산성은 매년 3.3%씩 감소해야 하지만, 이를 수용할 경우 한국경제의 성장과정에서 나타난 높은 자본증가율을 설명할 수 없다.

DRW000012b0b1b0

DRW000012b0b1b2

따라서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감소하지 않고 최소한 일정수준으로 유지되려면 자본증가율은 13.7%에서 소득 증가율인 10.4% 수준으로 낮아져야 하고 이때 TFPG는 3.4%로 된다.

DRW000012b0b1b4

DRW000012b0b1b6

DRW000012b0b1b8

이상 같은 내용을 한국 경제전체와 제조업에 대해 기간별로 적용한 것이 <표 보록-2>이다.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일정하다는 보다 현실적인 가정을 도입할 경우1966~90년 동안 한국 경제전체의 TFPG는 Young의 계산결과인 2.3%가 아니라 최소한 3.4% 이상이 되어야 하며 제조업 기준으로 보아도 TFPG가 최소한 4.1% 이상이 나온다.

<표 보록-2> 한국의 자본증가율과 TFPG의 적정수준 (단위: %)

GDP

증가율

Young(1994) 적정수준
자본

증가율

노동

증가율

노동

분배율

자본

기여도

노동

기여도

TFPG 자본

증가율

TFPG
경제

전체

1960~66 7.7 6.9 6.2 0.673 2.3 4.2 1.3 7.7 1.0
1966~70 14.4 19.7 9.5 0.673 6.4 6.4 1.6 14.4 3.3
1970~75 9.6 11.8 5.2 0.644 4.2 3.3 2.1 9.6 2.8
1975~80 9.4 17.6 4.0 0.670 5.8 2.7 0.9 9.4 3.6
1980~85 8.7 10.0 3.1 0.701 3.0 2.2 3.5 8.7 3.9
1985~90 10.9 10.7 6.1 0.713 3.1 4.3 3.5 10.9 3.4
1966~90 10.4 13.7 5.4 0.680 4.4 3.7 2.3 10.4 3.4
제조

부문

1960~66 12.3 10.8 11.5 0.504 5.4 5.8 1.1 12.3 0.4
1966~70 20.4 21.3 10.4 0.504 10.6 5.2 4.6 20.4 5.0
1970~75 16.5 13.6 8.4 0.477 7.1 4.0 5.4 16.5 3.9
1975~80 12.7 21.0 4.7 0.503 10.4 2.4 -0.1 12.7 4.0
1980~85 10.6 7.6 1.9 0.547 3.4 1.0 6.1 10.6 4.8
1985~90 11.8 14.7 6.9 0.572 6.3 3.9 1.6 11.8 2.8
1966~90 14.1 15.4 6.3 0.521 7.4 3.3 3.4 14.1 4.1

* Young(1994)의 노동증가율은 질적 수준 향상을 제외한 단순 노동증가율이다.

* 수정치는 Young(1994)를 근거로 재계산했다.

보록 #4: 맥킨지 보고서의 TFP 계산과 수정[248]

맥킨지 보고서에서는 TFP와 TFPG를 계산한 과정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생략하고 있지만, 여러 계수의 관계를 추론해보면 Solow 모형을 근거로 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맥킨지는 Solow 모형을 일부 변형시킨 수식을 사용한다. Solow 모형의 기본형은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1ba ……….<식 2>

* DRW000012b0b1bc 는 소득, DRW000012b0b1be 는 TFP, DRW000012b0b1c0 는 자본, DRW000012b0b1c2 은 노동.

여기서 맥킨지는 노동( DRW000012b0b1c4 )에 노동시간( DRW000012b0b1c6 )을 대입하고 자본분배율을 1/3로 설정한다. 그러면 식은 다음과 같이 변형된다.

DRW000012b0b1c8 ……….<식 13>

* DRW000012b0b1ca 는 노동시간

양변을 노동( DRW000012b0b1cc )으로 나누면 다음과 같이 된다.

DRW000012b0b1ce

DRW000012b0b1d0 ……….<식 14>

* DRW000012b0b1d2

* 소문자( DRW000012b0b1d4 )는 인당지표.

* 일반적인 Solow 모형에서는 노동시간( DRW000012b0b1d6 )에 노동( DRW000012b0b1d8 )을 사용하므로 DRW000012b0b1da 이다.

이를 근거로 맥킨지 보고서의 주장을 분석해보자. 미국을 1.00이라고 할 때, 한국의 1인당 자본 투입( DRW000012b0b1dc )은 0.47, 1인당 노동시간투입( DRW000012b0b1de )은 1.40, 이를 종합한 1인당 총요소투입( DRW000012b0b1e0 )은 0.98이다. 그리고 자본 생산성은 1.05( DRW000012b0b1e2 ), 노동생산성( DRW000012b0b1e4 )은 0.36이며 이를 종합한 총요소생산성(TFP: DRW000012b0b1e6 )은 0.51이다. 그리고 양자를 곱한 1인당 GDP( DRW000012b0b1e8 )은 0.50이다.

DRW000012b0b1ea

DRW000012b0b1ec

* DRW000012b0b1ee 는 1인당 총요소투입, DRW000012b0b1f0 는 노동자당 자본, DRW000012b0b1f2 는 인당노동시간.

DRW000012b0b1f4

DRW000012b0b1f6

DRW000012b0b1f8

DRW000012b0b1fa

이러한 내용을 Solow 모형의 원형대로 되돌리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DRW000012b0b1fc

DRW000012b0b1fe

DRW000012b0b200

총요소생산성(TFP)의 수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 대비 1인당 생산요소를 0.78배 투입했는데 1인당 GDP는 0.50배가 나온 것이다. 그 결과 TFP는 0.50배에서 0.64배로 올라간다.

보록 #5: Solow 모형에서 대체탄력성의 의미[249]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대체탄력성은 TFPG 논쟁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Solow 모형에서는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는 서로 대체될 수 있다고 보며, 대체탄력성을 1로 간주한다.

대체탄력성이 1이라는 의미는 자본가격과 노동가격의 비율이 만일 10% 증가한다면 자본 투입량과 노동 투입량의 비율이 10% 감소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자본 가격과 노동 가격의 비율을 요소 가격 비율(factor price ratio)이라 하고 자본 투입량과 노동 투입량의 비율을 요소투입 비율(factor input ratio)이라 한다. 이를 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202 ……….<식 15>

* DRW000012b0b204 는 대체탄력성, DRW000012b0b206 는 요소투입비율( DRW000012b0b208 )의 증가율, DRW000012b0b20a 는 자본(투입량), DRW000012b0b20c 은 노동(투입량), DRW000012b0b20e 는 요소가격비율( DRW000012b0b210 )의 증가율, DRW000012b0b212 은 자본가격(이자율), DRW000012b0b214 는 노동가격(임금).[250]

여기서 대체탄력성( DRW000012b0b216 )이 1이면 다음과 같이 된다.

DRW000012b0b218 ……….<식 16>

즉 요소가격비율이 10% 증가하면 요소투입비율은 똑같이 10% 감소하는 것이다. 그러한데 대체탄력성( DRW000012b0b21a )이 1보다 작다면, 요소가격비율이 10% 증가할 경우에 요소투입비율은 10% 미만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Solow 모형에서 대체탄력성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대체탄력성이 1이면 자본분배율이 일정하지만 만약에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다면 자본분배율이 감소하고 그 결과 TFPG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아서 자본분배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면, 특히 동아시아의 경우에는 자본증가율이 노동증가율보다 높으므로 TFPG는 큰 폭으로 상승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자본과 노동의 소득분배율의 상대적 분배율(relative factor share: DRW000012b0b21c )의 증가율( DRW000012b0b21e )은 <식 17>로 표현된다. 여기서 DRW000012b0b220 가 증가하면 DRW000012b0b222 도 증가하고 반대로 DRW000012b0b224 가 감소하면 DRW000012b0b226 도 감소한다.

DRW000012b0b228 ……….<식 17>

* DRW000012b0b22a 는 상대적 분배율의 증가율, DRW000012b0b22c 는 대체탄력성, DRW000012b0b22eDRW000012b0b230 의 증가율.

만일 대체탄력성( DRW000012b0b232 )이 1이라면 DRW000012b0b234 가 0이 되므로 자본분배율( DRW000012b0b236 )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즉 자본분배율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DRW000012b0b238 가 1보다 작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가령 어떤 나라에서 항상 자본의 증가율이 노동의 증가율보다 높다라면 DRW000012b0b23a 는 항상 양수(+)이며, DRW000012b0b23c 가 1보다 작으면 DRW000012b0b23e 이 음수(-)이므로 DRW000012b0b240 도 음수(-)가 된다. 즉 자본분배율( DRW000012b0b242 )이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는 것이다. 이는 동아시아의 TFPG 계산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동아시아의 경우는 자본증가율이 노동증가율보다 높은데 증가율이 높은 자본분배율이 작아지면 총요소투입증가율(TFIG)이 작아지므로 Solow 잔차로 계산되는 TFPG가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보록 #6: Hsieh가 고안한 ‘쌍대적 TFPG’[251]

Hsieh가 고안한 쌍대적 TFPG는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244 ……….<식 18>

* DRW000012b0b246 은 쌍대적 TFPG, DRW000012b0b248 는 자본, DRW000012b0b24a 은 노동, DRW000012b0b24c 는 자본분배율, DRW000012b0b24e 은 노동분배율, DRW000012b0b250 은 자본비용, DRW000012b0b252 는 노동비용, 점(dot)은 증가율.

* DRW000012b0b254

이 식을 구하는 과정은 단순하다. 먼저 비용 측면에서 보면 국민소득은 다음과 같이 자본이나 노동의 대가로 지불된다.

DRW000012b0b256 ……….<식 19>

* DRW000012b0b258

이를 증가율로 전환시키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25a ……….<식 19>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25c ……….<식 20>

* DRW000012b0b25e

DRW000012b0b260

위의 식에서 좌변은 전형적인 Solow 잔차(Solow Residual: DRW000012b0b262 )이며, 우변은 Hsieh가 새로이 제안한 쌍대적 TFPG(Dual Residual: DRW000012b0b264 )다.

DRW000012b0b266 ……….<식 21>

DRW000012b0b268 ……….<식 22>

보록 #7: 힉스, 해로드, 솔로우-TFPG[252]

TFPG를 인식하는 방식은, 기술진보가 생산요소의 투입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해서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이 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Solow 모형을 통해 계산되는 전통적인 TFPG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힉스-중립(Hicksian-neutral)을 가정하고 있다. 이를 힉스-TFPG(Hicksian-TFPG)라 한다.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다른 유형의 TFPG로는 해로드-TFPG(Harrodian-TFPG)와 솔로우-TFPG(Solowian-TFPG)가 있다.

예를 들면 생산자가 어떤 발명이나 발견을 했을 때, 더 적은 자본이나 노동을 투입하고도 예전과 똑같은 산출물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상대적으로 노동이 더 적게 투입된다면 이를 ‘노동절약적(labor-saving)’ 기술진보라고 하는 해로드-TFPG에 해당한다. 역으로 기술진보로 인해 자본이 더 적게 투입된다면 이를 ‘자본절약적(capital-saving)’ 기술진보라 하며 이는 솔로우-TFPG에 해당한다. 그리고 자본이나 노동 모두 동일하게 적어진다면 이를 ‘중립적(neutral)’ 기술진보라 하고 이는 힉스-TFPG로 구해진다.

세 가지 TFPG를 차례대로 살펴보자.

첫째, 힉스-TFPG다. Hicks(1932)의 정의에 따르면, 자본과 노동의 상대적 비율, 즉 자본-노동 비율(capital/labor ratio)이 일정할 경우에 생산요소 투입총액의 상대적 비중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기술진보를 ‘힉스-중립적(Hicks-neutral)’이라고 칭한다. 이를 함수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26a ……….<식 23>

* DRW000012b0b26c 는 기술상태를 나타내는 index.

이를 생산함수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DRW000012b0b26e ……….<식 2>

* DRW000012b0b270 는 TFP

이를 증가율로 변형하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272

이를 TFPG( DRW000012b0b274 )를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276 ……….<식 5>

* DRW000012b0b278 는 힉스-TFPG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것으로, Young(1994)이 Solow 모형을 사용하여 계산한 힉스-TFPG다.

둘째, 해로드-TFPG에 대해 보자. Harrod(1948)에 따르면, 자본과 소득의 비율, 즉 자본-소득 비율(capital/output ratio)이 일정할 경우에 생산요소 투입총액의 상대적인 비중이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을 ‘해로드-중립적(Harrod-neutral)’이라 한다. 함수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27a ……….<식 24>

* DRW000012b0b27c 는 기술 index.

이를 생산함수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27e ……….<식 25>

* DRW000012b0b280 는 TFP.

이를 증가율로 변형하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282

이를 TFPG( DRW000012b0b284 )를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286 ……….<식 26>

* DRW000012b0b288 는 해로드-TFPG.

여기서 기술진보는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노동량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므로 이를 ‘노동절약적 기술진보’이라 한다. 그리고 해로드-TFPG( DRW000012b0b28a )는 힉스-TFPG( DRW000012b0b28c )를 노동분배율( DRW000012b0b28e )로 나누어주면 구해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셋째, Solow(1969)의 정의에 따르면, 노동과 소득의 비중, 즉 노동-소득 비율(labor/output ratio)이 일정할 경우에 생산요소 투입총액의 상대적인 비중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기술의 발전을 ‘솔로우-중립적(Solow-neutral)’이라고 칭한다.[253] 함수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290 ……….<식 27>

* DRW000012b0b292 는 기술 index.

이를 생산함수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294 ……….<식 28>

* DRW000012b0b296 는 TFP.

이를 증가율로 변형하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298

이를 TFPG( DRW000012b0b29a )를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DRW000012b0b29c ……….<식 29>

* DRW000012b0b29e 는 솔로우-TFPG.

여기서 기술진보는 자본 생산성을 높이고 자본량을 절감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므로 이를 ‘자본절약적 기술진보’라 한다. 그리고 솔로우-TFPG( DRW000012b0b2a0 )는 힉스-TFPG( DRW000012b0b2a2 )를 자본분배율( DRW000012b0b2a4 )로 나누면 구해진다.

그리고 Hulten이 Young의 연구를 두 차례 수정하면서 Young이 구한 TFPG를 노동분배율로 나눈 것도 Young은 힉스-TFPG를 구했기 때문에 이를 해로드-TFPG로 전환하기 위해서 노동분배율로 나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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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신문검색 포탈인 KINDS(www.kinds.or.kr)로 검색한 결과다.
  5. Radelet and Sachs(1997)
  6. Roubini(1998)
  7. Krugman(1998d)
  8. IMF의 이코노미스트인 Eichengreen and Mathieson(1998)에 따르면, 1997년 여름에 몇몇 헤지펀드가 태국의 바트화를 공격함으로써 동아시아의 외환위기가 시작되었다. 헤지펀드가 환투기에 동원한 자금 규모는 작았지만 다른 시장참여자를 선동함으로써 태국의 자산가격을 폭락시키는 촉발제 역할을 했다. 헤지펀드가 태국을 공격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태국의 거시경제기초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취약성을 안고 있었던 점이고, 다른 하나는 태국의 통화관리가 부실하여 환투기에 따르는 거래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고 헤지펀드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9. 소 떼 이론(herd theory)이란, 아프리카에서 들소 떼가 사자의 공격을 받을 경우에 그 중 한 마리가 사자를 발견하고 도망치게 되면 나머지 들소들도 덩달아 도망치는 모습을 말한다. 이렇게 해서 큰 무리를 지어 대이동이 시작되는데 제일 앞에 달려가던 들소가 절벽을 발견하고 멈추려 해도 뒤 따르는 들소들 때문에 멈출 수가 없게 되고 절벽 밑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이를 ‘스탬피드(stampede) 현상’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stampede란 사전적으로 ‘놀라서 우르르 달아나다’라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이인승 전투기에서 앞좌석이 앉은 조정사가 적의 미사일을 발견하고 탈출을 하면 뒷좌석의 비행사는 앞사람의 행동을 보고 무조건 탈출하게 된다.
  10. Krugman(1999a)
  11. 김재용 & 이종주(1999)
  12.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유형의 자본이 나온다. 하나는 기계, 설비 같은 물적자본(物的資本)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훈련처럼 노동력에 체화되는 인적자본(人的資本)이다. 물적자본을 문맥에 따라 ‘물적자본’ 또는 그냥 ‘자본’이라 쓰고, 인적자본은 ‘인적자본’으로 쓴다.
  13. Krugman(1998a)
  14. 극장에서 “불이야” 라고 소리치면 화재의 위험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우르르 출구로 몰려간다.(Sachs 1997e) 1992년에 영국에서 일어난 외환위기를 보자. 당시 영국의 실업률이 급속히 높아지는데도 정부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여러 국제투자가는 영국의 경제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서 혹시 영국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 통화팽창정책을 쓸지 모른다는 의심을 품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영국통화가 평가절하 된다면 자신들이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는 판단 아래 국제투자가는 투자액을 환수하기 시작한다. 그로 인해 실제로 평가절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소로스와 같은 여러 투기꾼이 대규모로 환투기를 하자 실제로 영국통화는 엄청난 속도로 평가절하하고 결국 외환위기로까지 이어진다. 이처럼 미래에 대한 예견이나 의심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실제로 실현되는 모습을 ‘자기실현적인 되먹임(self-fulfilling feedback)’ 현상이라 한다.
  15. Economist(1995)
  16. Alwyn Young은 시카고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다. 1989년에 법-외교로 터프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0년에 콜롬비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0~95년에 MIT에서, 1995~97년에 보스턴대학에 재직했다. 연구분야는 동아시아 성장, 생산성 증가의 국가간 비교, 국제무역 등이다.
  17. U.S. News & World Report(1990.3.26), Economist(1992.5.16)
  18. World Bank(1993)
  19. HPAEs: high-performing Asian economies
  20. Solow 모형은 신고전파 성장이론에서 경제성장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모형으로서 1956년에 시카고대학의 Solow가 만들어냈다. 이는 이미 여러 경제학자에게 익숙한 Cobb-Douglas 생산함수를 경제성장이론에 접목한 것이다. Robert M. Solow는 현재 MIT의 경제학과 명예교수로서 경제성장 배후에 놓인 생산요소의 역할을 논의할 수 있는 이론 틀을 만들었으며, 경제성장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7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21. 동아시아 국가(1966~90년): 싱가포르 -0.3%, 한국 1.6%, 대만 1.9%, 홍콩 2.3%; OECD 국가(1950~73년): 미국 1.4%, 캐나다 1.8%, 영국 1.9%, 네덜란드 2.5%, 프랑스 3.0%, 이탈리아 3.4%, 독일 3.7%, 일본 4.1%; 중남미 국가(1940~80년): 콜롬비아 0.9%, 아르헨티나 1.0%, 칠레 1.2%, 멕시코 1.7%, 브라질 2.0%.
  22. 자본과 노동의 분배율이란, 자본 투입이나 노동 투입에 대한 GDP의 분배율을 말한다. GDP 중에서 자본 투입으로 인해 나온 소득이 전체소득의 32%이고(자본의 소득분배율, 이하 ‘자본분배율’이라 한다) 노동력 투입에 의한 것이 나머지 68%이다.(노동의 소득분배율, 이하 ‘노동분배율’이라 한다)
  23. Young이 TFPG를 구하기 위해 Solow 모형을 사용한 계산과정은 다음과 같다.DRW000012b0b0f2DRW000012b0b0f4DRW000012b0b0f6DRW000012b0b0f8DRW000012b0b0fa이처럼 Solow 모형에서는 여러 가지 경제통계를 이용하여 직접적으로 TFPG를 추정하는 대신에 소득증가율에서 TFIG를 뺀 나머지를 TFPG로 간주한다. 그래서 TFPG를 ‘Solow 잔차(殘差, residual)’라 부른다.
  24. 자본 투입에 의한 경제성장률은 자본증가율 13.7%에 가중치(자본분배율) 32%를 곱한 4.4%이고 노동력 양적증가에 의한 경제성장률은 노동증가율 6.4%에 가중치(노동분배율) 68%를 곱한 4.4%이다. 양자를 합한 8.8%가 총요소투입증가(TFIG)이다.
  25. TFPG(총요소생산성증가)를 말한다.
  26. 여기에는 물론 전제조건이 붙는다. 인적자본의 향상분을 측정하는 대용지표 역시 교육년수 등 양적 투입을 잣대로 삼기 때문에 교육년수를 늘린다고 해서 반드시 인적자본의 증가나 축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교육정책이 제대로 수립되고 교육에 대한 양적 투입이 인적자본증가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27. Radelet and Sachs(1997)의 실증연구에 따르면, 다른 조건이 동일할 경우에 개발도상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1/4 수준이라면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2.8% 정도 높으며, 그 격차가 절반이면 1.4% 정도 높다. 따라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과 거의 세 배 정도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직은 요소투입의 한계생산성이 체감할 단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28. Jeffrey D. Sachs는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이자 하버드국제개발센터(HIID: Harvard Institute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의 소장이다. IMF와 세계은행, OECD, UNDP 등 국제기구에서 자문위원을 지냈고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폴란드, 러시아 등에서 경제고문을 역임했다. 『New York Times』지는 Sachs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로 평했다.
  29. 융화론자는 지식, R&D, 아이디어 같은 요소를 축적론자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외생변수로 처리하지 않고 내생변수로 간주하여 여러 가지 기초통계자료를 통해 독립적으로 추정한다.
  30. Pack and Westphal(1986), Dahlman(1994), Amsden(1989)
  31. Pack and Page(1994b)
  32. Abramovitz (1989)
  33. Charles Hulten은 1985년부터 메릴랜드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73년에 버클리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생산성 분석, 경제성장과 자본형성, 조세정책 등을 연구하고 있다.
  34. Lee, Radelet and Sachs(1997)
  35. Economist(1996.5.25)
  36. Kuznets(1955, 1966), Romer(1983), Pritchett(1997), Prescott(1997), Hwang(1998)
  37. positive externality effect of knowledge
  38. Romer(1987a, 1990a), Aghion and Howitt(1992), Grossman and Helpman(1991)
  39. Sarel(1997)
  40. van Elkan(1995)
  41. Pai(1991)
  42. Bahl 등(1986)
  43. Young(1994)
  44. 리콴유(Lee Juan Yew)는 싱가포르의 선임대신(Senior Minister)이다. 1923년 싱가포르에서 태어났으며 1946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으로 유학을 간 후 1950년에 귀국하여 1954년 인민행동당을 창당했으며. 1959년 총선에서 승리하여 총리가 된 이후 1990년까지 싱가포르의 총리로 재직했다. 1990년에 사퇴한 뒤에 후임 고촉통 총리가 선임장관으로 임명했다.
  45. 여기서는 주로 한국의 사례를 다룬다.
  46. Bosworth and Collins(1996)
  47. World Bank(1993)
  48. 정부의 연금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못했던 점도 저축률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Lee, Radelet and Sachs(1997)에 따르면, 중앙정부가 사회보장지출액을 1% 늘리면 국민저축은 0.42% 감소하는데 1970~92년 동아시아의 사회보장지출액은 GDP의 1% 수준으로 남아시아의 2.1%, 중남미의 3.8%를 훨씬 밑돌았다.
  49. Sachs는 금융시장의 발달 수준을 나타내는 대용지표로서 총통화 대비 GDP 비율을 사용했다.
  50. Lee, Radelet and Sachs(1997)
  51. 생산활동가능인구란, 총인구 중에서 생산활동이 가능하다고 보는 15세 이상부터 65세 미만까지 인구를 말한다.
  52. TFPG 계산에서 대개 노동력의 기준 잣대로 삼는 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와 실업자로 구성된다. 실업자가 준다는 것은 그만큼 취업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므로 노동생산성은 당연히 향상된다.
  53. World Bank(1993)
  54. Rodrik(1994b, 1995b), Aw, Chung & Roberts(1998)
  55. Rodrik(1994b)
  56. 대개 TFPG가 1% 미만이면 기술진보의 기여도가 미미한 것으로 보며, 1~2% 사이면 보통 수준이고, 2% 이상이면 기술진보가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
  57. Dowling and Summers(1997)
  58. Penn World Tables
  59. 통계자료의 신뢰성 문제는 비단 Solow 모형에서뿐만 아니라 융화론자가 사용하는 여러 모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Hulten(2000)은 Solow 모형을 통해 TFPG를 구하는 과정에서 자료의 신뢰성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나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메신저를 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60. Young은 한국의 자본증가율을 계산하면서 농업부문을 제외함으로써, TFPG가 대략 1.3% 정도 과소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Christensen and Cumings(1981)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의 경우 경제전체의 자본증가율이 3.4%인데 그 중 농업부문은 0.4% 증가에 그쳤으며 농업부문을 제외한 자본증가율은 7.5%다. 그 차이 4.1%에 Young이 한국에 적용한 자본분배율 0.320을 곱해주면 TFPG 과소계산분이 1.3%로 나온다. 물론 이는 약식계산이다.
  61. 생산활동가능인구는 총인구 중에서 생산활동이 가능하다고 보는 15세 이상부터 65세 미만까지 인구다. 그 중에서 실제로 경제활동에 영위하는 인구가 경제활동인구이며, 그 비중이 경제활동참가율이다.
  62. 한국의 경우 증가율이 가장 높은 취업자 증가율(3.7%)과 가장 낮은 총인구증가율(1.8%)의 차이가 1.9%이므로 여기에 노동분배율(0.65로 가정)을 곱해주면 TFPG에서는 무려 1.2%나 차이가 난다.
  63. TFPG에 대한 가중치(소득분배율)의 ‘민감도’가 낮다는 의미는 가중치가 크게 변해도 TFPG 계산결과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민감도’가 높으면 가중치가 조금만 변해도 TFPG 계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64. 예를 들어, Young(1994)에 따르면 한국의 자본증가율은 13.7%, 노동증가율(교육훈련 착오분 정정 후)은 5.4%로 그 격차가 8.2%에 달한다. Young이 사용한 자본분배율은 0.320인데 만약에 자본분배율이 0.200으로 낮아진다면 TFPG는 1.0%만큼 높아져 3.3%가 된다.
  65. Sarel(1997)
  66. ILO(1992)
  67. Sarel(1997)
  68. Sarel(1997)
  69. 대체탄력성이 1보다 작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본분배율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게 되는데, 동아시아의 경우는 자본증가율이 노동증가율보다 높으므로 TFPG는 큰 폭으로 상승한다.
  70. Rodrik(1997), Nelson and Pack(1997), Hsieh(1996) 등
  71. 대체탄력성을 0.3으로 할 경우
  72. Krugman(1994)의 경우에는 자본이나 노동의 투입을 땀으로 보고 기술진보를 영감으로 해석한다.
  73. 이러한 내생적인 반응에 대해 Hulten(1975)은 ‘유도축적효과(induced accumulation effect)’라는 명칭을 붙인다.
  74. David(1977)
  75. Jones(1995a)
  76. Gibney(1995)
  77. 리포핑(Lee 1995)
  78. Sarel(1997)은 성장방식을 외연적 성장(extensive growth)과 내연적 성장(intensive growth)으로 나눈다. 외연적으로 성장하는 경제에서는 더욱 많은 자원(공장, 건물, 기계 등)을 사용하고 노동참가율을 더욱 높임으로써 경제성장률을 높여간다. 이와는 반대로, 내연적으로 성장하는 경제에서는 신기술을 사용하고 총요소생산성을 높임으로써 투입물 단위당 더욱 많은 소득을 올리면서 경제성장률을 높여간다.
  79. Easterly and Fischer(1994)
  80. Gibney(1995)
  81. 리포핑(Lee 1995), 리콴유(Lee 1995b)
  82. 1990년 미국 달러 기준
  83. 교육훈련 분을 정정하면 Young(1994)의 경우 1966~90년의 TFPG가 2.3%인데 최근인 1986~90년의 TFPG는 3.5%다. Bosworth and Collins(1996)의 경우에도 1960~94년의 TFPG가 2.3%인데 비해 최근인 1985~94년의 TFPG는 2.7%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양자 모두 U자 모습이다.
  84. Westphal(1978), Johnson(1982), Cumings(1984), Deyo(eds. 1987), Amsden(1989), Wade(1990)
  85. 세계은행의 주장 중에서 Krugman이 집중적으로 비판한 부분은 ‘총요소생산성증가’ 측면이다. 세계은행은 성장 요인 중 1/3이라는 큰 몫을, 적절한 자원배분과 기술진보를 통한 총요소생산성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반면, Krugman은 총요소생산성증가가 거의 미미했다는 반론을 편다. 이 부분이 동아시아 성장한계론에 대한 논쟁의 핵이다. 이러한 세계은행의 주장은 이후 Hughes(1995), Asian Development Bank(1997) 등으로 맥이 이어진다.
  86. 안행형(雁行型; flying geese style)이란 기러기 떼가 하늘을 날아가는 독특한 모습을 말한다. 안행형은 대개 세 가지 유형으로 사용된다. 첫 번째, 국가 차원에서는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일본이 선두에 서고 NIEs가 그 뒤를 따르며 아세안이 그 뒤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두 번째, 한 국가 내부에서도 먼저 경공업이 선두에 나서도 다음으로 중공업, 가전산업, 첨단산업이 뒤를 따르는 모습도 안행형이다. 세 번째, 한 기업그룹 내에서도 먼저 섬유나 제당이 선두를 지키고 그 뒤를 무역, 레저, 가전, 통신, 반도체 등이 따르는 모습 또한 안행형으로 부르기도 한다.
  87. 그러나 융화론자는 불도저를 운전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체득하는 것 역시 기술이나 지식의 증가로 본다.
  88. 소련의 TFPG가 낮았다는 사실은 Easterly and Fischer(1994)의 연구에서도 검증된 바 있다. 그들의 연구결론은 소련 경제가 수십 년간의 총요소투입에 의해 성장했으며 이는 기술적인 발전이 수반되지 않은 채 대규모의 자본축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한계생산성이 체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89. Hulten(2000)
  90. 이 같은 그들의 연구결과는 그 뒤에 미국 노동통계청(Bureau of Labor Statistics)이 정부공식통계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91. 그리고 Solow는 힉스-중립적 전이매개변수(Hick’s neutral shift parameter)와 규모에 대한 수익 불변(constant return to scale)의 개념을 생산함수에 포함시키는 업적을 남긴다. Solow가 제안한 모형과 비슷한 방법론을 이미 15년 전에 독일에서 Tinbergen(1942)이 사용했다. 그러나 Tinbergen의 주장은 1959년에 미국에 소개되었고 1956년에 Solow가 논문을 발표할 당시 Solow는 Tinbergen의 논문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Tinbergen은 생산함수를 성장이론에 단순히 접목하는데 그쳤다.
  92. Harrod-Domer 모형에서는 자본 대비 산출물의 관계(비율)가 고정계수(fixed coefficient ratio)로 확정되어 있지만 Solow 모형에서는 변동률(variable rate)로 대체되며, 자본과 노동의 투입은 서로 대체관계에 있다. 그리고 Harrod-Domer 모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던 자본장비율이 Solow 모형에서는 TFPG로 대체된다.(Barro and Sala-i-Martin 1995)
  93. Schumacker(1973), Eckaus(1977, 1987), Stewart(1987a, 1987b)
  94. 기업이나 사업 차원에 적용한 연구로는 Mansfield(1965), Clark and Griliches(1984), Link(1981), Griliches(1986)가 있으며 산업전체에 적용한 연구로는 Terleckyj(1974), Griliches(1979, 1994), Griliches and Lichtenberg(1984), Scherer(1982)가 있다.
  95. 상세한 내용은 <보록 #1. Solow 모형에서 TFPG를 계산하는 방법>과 <보록 #2. Solow 모형을 통한 TFPG 계산 사례>에서 설명한다.
  96. DRW000012b0b0fcDRW000012b0b0fe
  97. DRW000012b0b100
  98. Krugman(1994)
  99. Tsao(1982)가 싱가포르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도 Young(1994)과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 차오가 계산한 1966~80년에 싱가포르의 경제전체 TFPG는 -0.3%이며, 1970~79년 28개 제조업의 TFPG는 -1.2%이다.
  100. 노동증가와 자본증가의 기여율이 모두 4.4%로 나온 것은 단순히 우연의 결과다.
  101. 3.6%는 추정치다. 농업부문의 자본증가율을 다른 유사한 연구에서 차용해왔기 때문이다.
  102. Economist(1995)
  103. Krugman(1995b)
  104. Pop Internationalism(Krugman 1996a)
  105. Krugman이 지목한 대중국제주의자는 MIT 슬로언스쿨의 Lester Thurow 교수, 『The American Prospect』지의 공동편집장인 Robert Kuttner, 버클리대학 하스스쿨의 Laura D’Andrea Tyson 교수, 버클리대학의 Stephen S. Cohen 교수, 버클리대학의 John Zysman 교수, ESI(Economic Strategy Institute)의 Cliyde V. Prestowitz, Jr. 소장, 『Atlantic Monthly』지의 James Fallows 등이다.
  106. 리포핑(Lee Poh Ping)은 말레이시아의 케방산 말레이시아대학(Universiti Kebangsaan Malaysia)의 말레이시아 국제문제연구소(Institute of Malaysian and International Studies) 연구원이다. 코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말라야대학(Universiti Malaya) 정치학과 교수를 지냈다. 일본과 동남아의 관계, 동남아의 화교, 말레이시아 정치 등에 관한 글을 발표했다.
  107. Krugman(1998a)
  108. Krugman(1998j)
  109. 그러나 Rodrik(1997)은 나중에 말을 바꾼다. Krugman의 주장처럼 동아시아 기적이 생산요소의 축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TFPG 역시 매우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는다.
  110. Hugh Patrick은 1984년부터 콜롬비아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일본경제경영연구소 소장이다. 일본과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111. COMECON: Council for Mutual Economic Aid
  112. Economist(1995.12.9)
  113. Economist(1997.3.1)
  114. Lee, Radelet and Sachs(1997)
  115. Business Times(1997.9.29)
  116. Radelet and Sachs(1997)
  117. Rudiger Dornbusch는 국제경제에 밝은 MIT 석좌교수다. 독일에서 태어나 제네바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1974년 시카고대학을 거쳐 1975년부터 MIT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75년에 환율결정에 관한 모형을 개발하여 환율이론의 일인자로 부상했으며, Fisher와 함께 저술한 『거시경제학』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교재 중 하나다.
  118. 조선일보(1997.8.19)
  119. 부동산과 건설에 대한 투자가 너무 많았다는 Stiglitz의 지적은 한국과는 큰 관련이 없으며 주로 동남아 국가들에 해당되는 원인이다.
  120. 이에 비해 내생적 성장이론을 ‘융화론’이라 하고 관련 학자를 ‘융화론자’라 한다.
  121. American Federation of Labor-Congress of Industrial Organizations
  122. Moses Abramovitz(1912~2000)는 신고전파 성장이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학자로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비밀을 밝히는데 많은 업적을 남겼다. 스탠퍼드대학 경제학과를 창설하고 1948~74년까지 재직했으며 퇴임 후에도 경제관련 연구 활동에 전념했다.
  123. Abramovitz(1956)
  124. Hulten(2000)
  125. Lee, Radelet and Sachs(1997)
  126. Economist(1992.1.4)
  127. Economist(1996.5.25)
  128. Barro and Sala-i-Martin(1995), Hwang(1998), Kuznets(1955, 1966), Lee, Radelet & Sachs(1997), McCallum(1996), Pritchett(1997), Romer(1983, 1986), Prescott(1997)
  129. Pack and Westphal(1986), Dahlman(1994), Amsden(1989)
  130. Romer(1987a, 1990a), Aghion and Howitt(1992), Grossman and Helpman(1991)
  131. 융화론의 모형에서는 장기성장률이 조세정책이나 법률제도, 사회 기반구조의 구축, 지식에 대한 지적소유권 보장, 국제무역에 대한 규제, 금융시장 같은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132. van Elkan(1995)
  133. Pai(1991)
  134. Bahl 등(1986)
  135. 이런 경우에는 대개 자본분배율이 높게 나오므로 그만큼 TFPG는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136. DRW000012b0b102
  137. DRW000012b0b104
  138. 만일 자본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려면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일정수준을 유지하거나 체증해야 한다. 일단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려면 그 증가율이 0보다 커야 하는데, 그 상세한 내용은 <보록 #3. 한국의 자본 한계수익률과 적정 TFPG>에서 다룬다.
  139. Paul M. Romer는 스탠퍼드대학의 경제학과 교수이며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시카고대학에서 1983년에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시카고대학과 버클리대학에서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다. ‘내생적성장이론(융화론)’을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발전시켰으며, 최근에는 정부정책이 혁신에 미치는 영향, 빠른 기술변화가 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하고 있다. 1997년에 『Time』지에서 ‘미국의 영향력 있는 25명’ 중에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140. Robert E. Lucas Jr.는 1964년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카네기멜론대학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1975년부터 시카고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있다. 합리적 기대가설을 발전시켜 거시경제 분석에 응용하고 경제정책을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공로로 1995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화폐이론과 성장, 발전에 관한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141. Romer(1983, 1986a)
  142. 여기서는 Romer의 정의가 다소 거칠지만 이는 나중에 보완된다.
  143. Scott(1989)
  144. 자본증가율을 구하는 다양한 방법론에 대해서는 제5장 제4절에서 상세히 검토한다.
  145. 여기서 사고(思考)는 idea이고 사물(事物)은 thing이다. 이 글에서는 idea를 ‘아이디어’라고 표현했지만 이 논문과 관련해서는 ‘사고’라고 쓴다.
  146. Griliches(1996)
  147. Ruttan(1998)
  148. Bardhan(1995)
  149. Griliches(1992)
  150. Sena(1998)
  151. Barro and Sala-i-Martin(1995)
  152. Jaffe(1986), Bernstein and Nadiri(1989)
  153. ‘사용 가능한 지식‘은 Kuznets(1966)가 처음으로 제안한 개념이다.
  154. Hall and Jones(1998)
  155. Nishimizu and Robinson(1984), Dollar and Sokoloff(1990), Pilat(1995), Nelson and Pack(1997), Hwang(1998)
  156. Hobday(1995)
  157. Nelson and Winter(1982), Rosenberg(1994)
  158. Nelson and Phelps(1966)
  159. Westphal, Kim and Dahlman(1985), Pack and Westphal(1986)
  160. Aghion and Howitt(1988)도 맥을 같이 한다. 경제성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자본축적과 혁신 두 가지 모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혁신이 많이 일어날수록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자본축적을 촉진하고 자본이 축적되면 성공적인 혁신자에게 더욱 많은 이익이 돌아감으로써 혁신이 더욱 고무되는 선순환 고리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161. 황인상은 1973년 1/4분기부터 1993년 4/4분기까지 한국 제조업 자료를 대상으로 Johansen’s cointegration analysis를 사용하여 Solow-Swan의 신고전파 성장이론(축적론), Mankiw의 Solow 확장모형(확장된 축적론), Lucas의 인적자본 모형(융화론)의 세 가지 방식에 적용한다.
  162. 다만 세계은행의 일부 경제학자는 이러한 정부의 개입이 동북아시아 국가에서는 좋은 결과를 보였지만 다른 국가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충고를 붙인다.
  163. Economist(1997a)
  164. 물론 최근에는 미국 경제가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신경제에 대한 열기도 많이 수그러들었다.
  165. Advisory Commission to Study the Consumer Price Index(1996)
  166. Economist(1997a)
  167. Economist(1997.3.1)
  168. 1991년의 GDP는 217조원, 자본투자는 86조원이다(명목기준, 디플레이터 75.2).
  169. 이는 동아시아 국가가 증권시장에서 투자재원을 조달하는 영미식 자본주의체제보다는 은행의 대출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독일식 자본주의체제를 채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70. Lee, Radelet and Sachs(1997)
  171. World Bank(1993), Edwards(1995), Masson 등(1995), Carroll and Weil(1993)
  172. 또한 세계자본시장의 수급상황에 따라 기대 수익률이 변하기도 하며 여러 펀드의 집단의식이나 헤지펀드의 움직임이 외자유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173. 이러한 주장은 Sachs 등(1997a)에 의해서도 지지된다.
  174. World Bank(1993), Young(1994), Radelet and Sachs(1997)
  175. Lee, Radelet and Sachs(1997)
  176. World Bank(1993)
  177. Westphal(1978), Johnson(1982), Cumings(1984), Deyo(Eds. 1987), Amsden(1989), Wade(1990)
  178. Westphal 등(1985)
  179. Amsden(1989), Wade(1990)
  180. Weinhold and Rauch(1997)는 여러 나라의 28개 산업을 대상으로 실증연구를 한 결과, 전문화가 높을수록 생산성이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 전문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각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한 후 Herfindahl 지수를 구했고 생산성 측정지표로는 노동생산성을 사용했다.
  181. McKinsey(1998)
  182. Young(1992)
  183. 구체적인 계산방법을 보면, 자본증가율은 자본 스톡의 플로우인 국민계정의 투자 자료를 이용하여 영구재고법 방식으로 구했다. 자본은 재고, 주택, 비주거용 건물, 운송설비, 기계 등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자본축적량은 분석시점보다 훨씬 이전의 시점에서 초기자본이 제로라는 가정 아래 그 이후 투자된 자본을 누적적으로 더하고 감가상각분을 차감하여 자본축적량을 구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각각 1961년과 1960년 이전의 투자 관련 자료가 없으므로 홍콩의 경우는 홍콩정부가 낸 국민계정을 이용하여 1947~60년까지의 투자를 추정하고, 싱가포르는 여러 가지 이용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과거자료를 추정했다. 한편 노동은 성별, 나이, 교육의 세 가지로 분류하고 노동량에 관한 자료는 인구조사와 통계자료를 이용했다.
  184. 그리고 투자자본의 실질수익률에서 홍콩은 지속적으로 20%대를 유지한 반면, 싱가포르는 1970년대 이전에는 거의 40%이었던 실질수익률이 1980년대 들어 10%대로 떨어진다.
  185. 대상기간은 1960~85년이고 대상국가는 118개국이다.
  186. Young(1993b)
  187. 계산방법은 Solow 모형에 근거한 회귀분석기법을 사용했다.
  188. Young(1994)
  189. 기여도: 홍콩 1.0%, 한국 1.2%, 홍콩 1.3%, 대만 2.6%
  190. 기여도: 대만 0.6%, 한국 0.7%
  191. Young(1994), Bosworth 등(1995), Bosworth and Collins(1996), McKinsey(1998), Timmer and van Ark(2000)
  192. 이찬근(1998)은, “1997년말 한국 지식사회를 강타한 ‘Booz, Allen & Hamilton 보고서’와 1998년초에 발표된 맥킨지 보고서가 모두 Krugman의 아류이며 이들 컨설팅 회사의 본질은 강한 미국을 상품화해서 사업기회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라고 비판한다.
  193. <표 5-8> 참조
  194. A에 대한 B의 ‘민감도’가 높다는 의미는 B가 조금 바뀌어도 A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여기서는 자본분배율이 조금만 바뀌어도 TFPG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195. 맥킨지 보고서 82쪽의 도표<11>의 하단에 각주로 표시되어 있다.
  196. Solow 모형의 기본형은 ‘ DRW000012b0b108 ’이다. 맥킨지는 이를 변형하여 ‘ DRW000012b0b10a ’라는 공식을 사용한다 ( DRW000012b0b10c 는 소득, DRW000012b0b10e 는 TFP, DRW000012b0b110 는 자본, DRW000012b0b112 은 노동, DRW000012b0b114 는 노동시간). 한국은 인당 노동시간이 많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작으므로 노동 대신에 노동시간을 사용하면 TFPG가 당연히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상세한 내용은 <보록 #4. 맥킨지 보고서의 TFP 계산과 수정>에서 설명한다.
  197. 엄밀히 이야기하면 세계은행은 융화론자라기보다는 개발경제론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융화론자와 개발경제론자의 입장이 비슷하므로 편의상 여기서 다룬다.
  198. 엄밀히 말하면 HPAEs
  199. Michael Sarel은 유태인으로 예루살렘의 히브류대학을 나왔고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 Sarel이 1995년 7월에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은행 주관으로 시드니에서 『성장과 생산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회의에서 발표한 논문으로, 1996년 9월에 IMF 경제이슈 보고서(#1)로 출간되었다.
  201. 이러한 계산결과는 당시 IMF가 동아시아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었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202. 이에 Sarel은 Solow 모형을 사용하되 그 과정을 기존의 연구와 달리하는데 그 치밀성과 신뢰성은 다른 어떤 연구보다 높이 평가할만하다. Sarel은 Young이 적용한 동일 방정식을 사용하되 다만 위에서 언급된 두 가지 가정에 약간의 수정을 가해서 TFPG를 추정한다. 동아시아의 자본축적량에 있어서는 1900년에 ‘0’ 이라고 가정하고 투자율과 감가상각률을 감안한 비율로 증가해온 것으로 계산한다. 국민소득 중 자본분배율을 Young(1994)은 0.45로 가정했지만 Sarel은 이보다 낮은 0.33을 사용한다.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TFPG를 계산한 결과 1975~90년의 동아시아 4개국 모두 높은 TFPG를 보인다. 요컨대 Sarel은 축적론자가 애용하는 Solow 모형을 사용하여 융화론자의 주장을 지지하는 결론을 얻는다.
  203. Sarel(1997)
  204. Nehru-Dhareshwar 자료와 Summers-Heston 자료에 대해서는 본 장 제4절에서 상세히 설명한다.
  205. Chang-Tai Hsieh는 Krugman과 Young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인물로서, 프린스톤대학 경제학과와 우드로우윌슨스쿨의 교수다. 1998년 버클리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연구분야는 거시경제학, 발전경제학, 국제경제학, 경제사 등이다.
  206. 상세한 내용은 <제5장 제8절>과 <보록 #6. Hsieh가 고안한 ‘쌍대적 TFPG’>에서 상세히 설명한다.
  207. 상세한 내용은 <표 5-25>에서 설명한다.
  208. 상세한 내용은 <제5장 제7절>과 <보록 #7. 힉스, 해로드, 솔로우-TFPG>에서 설명한다.
  209. 상세한 내용은 <표 5-26>에서 설명한다.
  210. Maddison(1995)
  211. Penn World Tables(Mark5)는 1991년에 Robert Summers와 Alan Heston이 정리한 것으로 전세계적으로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하다.(Summers and Heston 1991)
  212. Bosworth and Collins(1996)
  213. 국제노동기구
  214. DRW000012b0b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