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봉, 장승권. 열린시대 열린경영. 삼성경제연구소. 1995.
시사저널. 1995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

원문보기_text 364p


[목차]

열린 시대를 맞으며

제1부 열림의 실체

제1장 세상이 열린다

1.생활 속에서의 열림

열린 음악회
개방대학
인터넷

2.문민정부의 출범

3.세계화 시대의 개막

4.범지구 차원의 자원 교류

사람의 교류
자본의 교류
정보의 교류
세계분업

5.세계 자본주의 역학구조의 변동

6.탈(脫)조직화된 자본주의

7.후기포드주의의 생산과 소비체제

8.정보화 시대

9.지식화 시대

10.환경보호문제의 대두

제2장 열림이란 무엇인가

1.열림의 정의

2.양적인 열림

열린 공간
양적인 열림의 정도

3.질적인 열림

열림의 양과 질
리적인 열림과 화학적인 열림
형식적인 열림과 실질적인 열림

4.열림의 관점

5.이념과 가치관으로서의 열림

제3장 여러 분야가 열리는 모습

1.열린 예술

포스트모더니즘 예술
열린 건축
열린 예술
열린 오락

2.열린 과학이론

혼돈이론
프랙탈 이론
혼돈과 질서
미학에서의 혼돈
경영에서의 혼돈

3.열린 사회

포퍼의 열린 사회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

4.열린 조직이론

시스템 관점
시스템이론의 발전 과정
열린 시스템이론
열린 시스템이론의 한계
보다 열린 시스템

제4장 열린 경영이 왜 좋은가

1.열림은 시대적 흐름이다

3C 시대
모든 것은 변한다
변화와 조직의 적합성

2.열면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창조성이 커진다

형식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
열림과 창조성

3.열면 상승효과가 나온다

세 가지의 관계 유형: 상충(相衝), 상생(相生), 상승(相乘)
관계 유형 1: 상충 관계(경쟁 관계)
관계 유형 2: 상생 관계(협동 관계)
관계 유형 3: 상승 관계(시너지 관계)
상승효과가 나려면

4.열면 이익이 올라간다

일본기업은 닫힌 경영의 전형적인 사례
닫힌 경영은 과다한 고정비 부담을 낳는다
열린 경영을 통한 이익 향상

제2부 열림의 실천

제5장 열린 경영의 ‘한 방향’은 무엇인가

1.열린 경영이 추구하는 방향

열린 조직화
민주화
창조화
세계화

2.열린 경영의 실천영역

제6장 열린 사람

1.열린 마음

성찰적인 열림
역지사지
인간미와 도덕성

2.열린 머리

흑백논리와 획일성에서 탈피
총체적인 사고
입체적 사고
창조적인 머리

3.열린 행동

예의범절
개방적이고 에티켓을 갖춘 세계문화인
세계문화의 이해

4.열린 인재양성

인사파괴
열린 인사부문
열린 평가
재택근무
여성 인력, 외국인 인력의 활용

제7장 열린 리더십

1.네 얼굴을 가진 야누스

권위형 리더십과 권위주의형 리더십
관성 타파
역할모델과 상징관리
거래형 리더십
구조개혁형 리더십
민주형 리더십

2.지혜로운 변화관리

변화는 재탄생의 프로세스
저항은 자연스러운 현상
저항의 극복

3.열린 비전

내부 파워게임을 불식
불안과 혼란을 극복
다양성을 걸러주는 필터
함축적인 비전
참여형 비전 만들기

제8장 열린 전략

1.환경을 향해 열린 전략

미국기업의 전략 변천
전략에 관한 컨설팅의 흐름

2.로드맵형 전략

마스터플랜과 로드맵
초과지식의 축적
다양한 경험, 복합기능ㆍ초전공 인력

3.네트워크화 전략

규모의 경제에서 범위의 경제로
수직계열화에서 네트워크화로
아웃소싱
전략적 제휴
핵심역량
분사화

4.세계화 전략

다국적기업과 세계화기업은 다르다
세계적 통합

5.열린 질 경영

질 개념의 발전 과정
닫힌 질과 열린 질
효율성과 효과성
볼드리지상에서의 열림

제9장 열린 조직구조

1.수직적 조직운영을 수평적으로

벽 없는 조직
수평적 조직운영
팀 조직

2.상하로 열린 조직

키 작은 조직
오케스트라형 조직

3.좌우로 열린 조직

기능횡단팀
네트워크형 조직
가상조직, 가상기업

4.유연한 조직

생체기능적 조직
아메바 조직

제10장 열린 정보와 의사소통

1.열린 정보

정보공유와 정보유출
비밀주의와 공개주의
다운사이징

2.원활한 의사소통

상의 각색(上意 脚色), 하의 변질(下意 變質)
왜곡자의 제거
원활한 의사소통
컨테이너
그룹웨어
고객의 소리

제11장 열린 기업문화

1.자율성과 창조성

자율성
다양한 가치관
조직의 창조성

2.부문이기주의 타파

부문이기주의의 폐해
프로세스 사고

3.배우는 문화

학습조직
남에게서 배운다

제12장 열린 상품과 열린 생산

1.열린 상품

가상상품
세계로 열린 상품: 글로벌 공생상품
창조산업

2.열린 연구개발

모두가 참여한다
기능횡단적 R&D
동기설계
R&D의 외주화

3.열린 생산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초(超)린생산방식
트랜스 플랜트와 팹리스 개발

제13장 사회를 향해 열린 경영

1.윤리적인 기업

윤리는 초일류의 조건
윤리기업의 다섯 단계

2.기업의 사회적 활동

볼드리지상에서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다양한 사회활동
세계화기업의 현지 봉사활동

제14장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열린 경영의 출발은 나부터
우선 마음을 비우자
나의 현실, 위기의식, 과거 반성
빈 공간을 자신감으로 채운다
지금부터, 쉬운 것부터
개화의 주인
손가락 세 개의 방향은

후기: 열림을 꿈꾸며


열린 시대를 맞으며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WTO체제를 맞은 지금은 세계가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열리고 있는 세상이다. 작년 말에 불기 시작한 세계화의 바람이 연초에 그 열기를 더하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세계화와 관련된 기사나 보도가 하루라도 빠지는 일이 없다. 그러나 그 내용들을 곰곰이 살펴보면 모두 세계화라는 총론에 대해서는 탁월한 식견을 내보이지만, 각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부족하다. 세계화의 실체도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전 세계가 열리고 있으니 우리도 열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만으로는 뭔가 빠진 느낌이다. 특히 경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민간연구소 입장에서 보면 세계화라는 흐름이 엄청난 환경변화인데도 그 방향에 대해 감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 이에 우리 연구소는 ‘경영 차원의 열림’을 연구주제로 잡았다. ‘열림’이라는 급격한 변화에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적응해 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창을 열면 시원한 바람도 들어오고 바깥세상도 잘 보이지만, 반면 파리나 모기 같은 해충도 들어온다. 열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선택에서 우리는 열어야 한다는 쪽을 택했다. 여러 측면이 있으나 가장 큰 이유는, 전형적인 환경적응조직인 기업에 있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르면 바로 멸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선 세상이 열리는 현상을 조사했고 열림에 대한 정의와 실체를 명확히 했다. 또 예술이나 과학, 사회, 경영이론에서 열림이 나타나는 여러 가지 양태도 살펴보았다. 여기서 우리는 열림이란 단점보다는 장점이 크다는 중간결론을 내리고 그 필요성도 정리했다. 한편 경영에서 열림이 나타나는 여러 가지 사례를 수집, 요약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계를 느꼈다.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읽어 가는 과정에서 느끼겠지만, 전반부 절반은 이론적이고 관념적으로 흐르는 반면, 후반부는 여러 가지 사례를 잡동사니 식으로 나열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렇게 부족한 채로 이 책을 출간하게 것은 우선 문제제기가 중요하다는 의도에서이다. 열림이라는 주제가 광범위하고 경영 전 부문에 걸쳐 적용되기 때문에 우리 연구소만의 힘으로 모든 것을 연구해 그 결과를 내놓으려면 요원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연구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먼저 열린 경영이라는 주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차원에서 이 책을 내게 되었다. 따라서 국내의 여러 독자와 연구자들이 이 책에 대해 많은 비판을 가해 주기를 바라며, 이 책을 바탕으로 더 깊은 연구가 연결된다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또 우리가 제안한 내용을 경영에 직접 적용하여 많은 성공사례들을 내어 준다면 ‘열린 경영’에 대한 한국기업의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질 것으로 확신하며 부디 많은 격려와 동참을 바란다.

1995.5.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최우석


제1부 열림의 실체

제1장 세상이 열린다

세상이 열리고 있다. 우리에게 현재 다가오고 있는 세상의 흐름은 한마디로 ‘열린 시대’이다. 이념의 장벽과 국경의 장벽이 무너지고, 바야흐로 개방화, 세계화, 지방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국내적으로는 문민정부가 등장했고 국내외적으로는 민주화된 개방경제체제가 큰 물줄기를 이루고 있다. 소련 붕괴에 이어 북한조차도 개방화라는 시대적 조류를 거스를 수 없게 되었다. WTO체제의 출범으로 개방화와 세계화는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되었다. 세계 자본주의체제도 탈(脫)조직화되고 있으며 또 세상은 정보화 시대, 지식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사회 차원은 물론 경영의 측면에서도 큰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환경보호문제도 세상이 열려 있다는 인식 위에서 극복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부터 세상이 열리고 있는 모습을 살펴보자.

1.생활 속에서의 열림

먼저 열림을 이론적이고 개념적으로 이해하기에 앞서 열림이 실생활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보자. 대표적인 예가 열린 음악회, 개방대학, 인터넷이다.

열린 음악회

요즘 KBS의 열린 음악회가 TV시청자들로부터 폭넓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프로의 기본발상과 특징이 바로 열림이다. 얼마 전 한국방송대상을 받은 이 프로에는 대중가요가 있고 클래식이 있으며 이따금 재즈와 라틴 음악까지 곁들여진다. 때로는 동요를 합창하면서 고향의 동심을 일깨워 준다. 남녀노소 모든 사람이 동서고금의 음악을 함께 즐긴다. 시청자들은 클래식 콘서트나 호텔 디너쇼 같은 음악회와 공연장에 굳이 가지 않고도 집에 앉아서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시청자들이 이 프로를 좋아하는 것은 단지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음악이 혼재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전의 고정관념이었던 대중문화(유행가)와 고급문화(고전음악)라는 구분을 뛰어넘어 벽을 허무는 시도가 주효한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한 무대에 어우러지고 저마다의 장점이 합해져 상승효과를 낸다. 이 점이 열린 음악회가 경쟁력을 가지는 원동력이다.

개방대학

고등교육이 열리고 있는 예로는 우리나라의 방송통신대학과 영국의 개방대학이 있다. 이런 교육기관의 설립목적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교육기회를 열어 주자는 것이다. 여러 이유로 교육기회를 누리지 못했던 사람들 또는 현재 이런저런 여건 때문에 공부와 일을 함께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시간과 형식을 여는 방식’으로 면학의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한다.

이 역시 민주적이고 참여적이며 평등하다는 열림의 원리가 적용된 예이다.

인터넷

요즘 많이 소개되고 있는 컴퓨터 네트워크인 인터넷도 열림을 기본원리로 한다.[1] 인터넷은 원래 1969년 미국 국방부 산하 4개 연구소를 연결하는 정보네트워크로 출발했는데, 현재는 130여 개국 3백만 대의 컴퓨터와 연결되어 3천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은 통상적인 네트워크와는 달리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로, 작은 네트워크들의 연합체라 할 수 있다. 또 중앙의 특정 장소에 관리기구가 있는 게 아니라 전체가 열려 있는 느슨한 상태이다. 그래서 현재 몇 명이 이용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용자가 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인터넷 속에서는 누구나 정보를 발신할 수 있고 수신할 수 있다. 컴퓨터통신 장비와 통신에 관한 기초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물론 일정한 규칙과 참여에 따른 최소한의 제한과 통제는 있으나, 정보의 공유와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인터넷의 기본원리이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은 벽이 없고 열린 네트워크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열림이라는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면 이러한 열림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문민정부의 출범

먼저, 국내적으로 보면 문민정부의 등장 이후 우리 사회는 민주화를 향하여 많은 힘을 쏟아왔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불과 사오 년 전에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여러 가지 일들이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듯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 앞길의 개방으로부터 공직자의 재산 공개, 금융실명제나 부동산실명제에서 보듯, 과거의 닫힌 세상에서 가능했던 억지들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문민정부의 기본적인 통치원리 중 하나가 ‘열림’이라 해도 큰 무리는 아니다.

3.세계화 시대의 개막

이러한 열림의 원리는 단지 국내적인 상황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UR 이후 WTO체제의 출범으로 세계는 시장개방형의 무한경쟁시대로 진입했다. WTO는 세계 모든 국가들이 모든 재화와 서비스에 장벽을 두지 않고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하자는 시도이다. 경제적인 차원에서 국경이 열리며 허물어지고 있다. 더욱이 소련을 비롯한 공산진영의 붕괴로 자본주의 시장이 양적으로 확대되어 개방경제체제의 범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화를 요구하는 환경변화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2]

(1) 세계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 UR이 타결되고 WTO체제가 열렸다.
  • 냉전체제가 종식되고 공산주의가 몰락한다.
  • 소득수준이 유사하고 기호가 동질적인 소비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2) 지역주의가 심화되고 있다(EU, NAFTA).

(3) 기술보호주의가 강화된다.

  • 선진국 기업 간의 전략적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다.
  • 선진국들이 기술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4) 범세계적인 경쟁체제가 도래했다.

(5) 국내 경영환경이 악화되었다.

  • 시장개방이 가속화다.
  • 고임금과 불안정한 노사관계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었던 양질의 저임금 이점이 상실되고 있다.
  •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해 물류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 다양한 완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기존의 규제가 잔존하고 있다.

이러한 열린 세계시장에서는 오로지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과 가격만이 생존의 요건이다. 과거에 국경이나 관세보호 아래서 저품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버텨왔던 기업들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구동독에 있던 대부분의 공장과 광산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의 제품을 글로벌 시장이 받아주지 않았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네 가지의 Any가 적용된다. Anyone, Anytime, Anywhere 그리고 Anyway이다.[3] 이러한 Any는 통신혁명을 통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최대의 통신회사이며 미국 최고 권위의 볼드리지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AT&T의 미션은 ‘언제나, 어디서나(Anytime, Anywhere)’이다. 이제 열린 세계와 이에 대응한 세계화라는 주제는 더 이상 미래를 위한 준비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과제가 되어버렸다.

4.범지구 차원의 자원 교류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WTO체제의 출범으로 국가나 기업이 만든 아웃풋(제품과 서비스) 차원에서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다면 또 다른 차원에서, 이를 만들어 내는 인풋 역시 범지구적으로 이동, 교류, 공유되고 있다. 핵심 생산자원인 사람의 이동은 물론 자본과 정보도 글로벌 차원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제품의 생산도 여러 국가가 함께 참여하는 세계분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갈수록 새로운 방법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전 세계 국가들의 상호의존 관계도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4] 이러한 흐름을 사람과 자본 그리고 정보의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사람의 교류

먼저, 사람의 이동과 교류가 범지구적으로 진전되고 있다. 못 사는 나라의 사람들이 잘 사는 나라로 옮아가는 것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얼마 전 네팔의 노동자들이 우리나라 일부 악덕 기업의 부당한 대우에 반발해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여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최근 정부도 외국인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한다. 서구 복지국가의 경우는 우리보다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 매스컴을 통해 복지국가 생활상이 후진국에도 잘 알려져 민족 대이동이 발생하고 있다. EU 국가들은 물밀듯 밀려드는 공산권과 제3세계의 난민들로 골머리를 앓는다. 프랑스는 전체 인구의 10%인 5백만 명이 불법입국자이며, 독일은 한 해에 무려 60만 명의 난민이 몰려들어 망명신청을 내자 이제는 법으로 망명을 제한하고 있다. 스페인에는 30만 명, 이탈리아에는 2백만 명의 밀입국자가 들끓어 비상사태이다. 알바니아인들이 보트를 타고 무더기로 입국하자 1991년 3월초부터 이탈리아는 군함까지 동원해 밀입국선을 감시하고 있을 정도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밀고 당기는 효과(push/pull effect)’로 설명한다.[5] 기아, 전쟁, 내란, 분쟁 등이 난민들을 서방으로 밀어내고(push effect), 한편으로 서방의 풍요, 산업화, 안정, 인구 감소, 노동력 수요 등이 당기는 효과(pull effect)로 작용한다는 논리이다.

비단 저급 노동자 문제만은 아니다. 뉴질랜드는 1차 산업 중심으로 되어 있는 자국의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 세계 시민 중 고급인력을 대상으로 거의 무제한적인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전 세계 연구소의 실험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생화학 부문에서 제1언어로 힌두어, 일본어, 독일어, 영어 또는 불어가 거의 비슷한 비율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병원들이 더블린과 마닐라에서 간호원 모집 광고를 내는 것은 이제 상식적인 일이다. 프로스포츠 경기에서 외국 선수들을 사오는 것도 흔한 일이며,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는 국방까지도 외국군대(용병)에게 맡기고 있다. 지금까지 사우디의 최대국방력은 파카스탄 용병이었으나 이제는 방글라데시로 ‘수입선’을 바꾸었다.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분쟁으로 파키스탄이 언제 자기 나라의 용병을 철수시킬지 몰라, 약 만 명의 방글라데시 정예군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는 시급한 외화문제의 해결에 큰 도움을 받았다.[6] 또한 조만간 선진경제에서는 자국민 또는 자국 언어를 사용하는 웨이터가 음식을 서빙하는 식당을 찾아보기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 만일 있다 해도 엄청난 봉사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한 경영자는, 2000년대 미국의 노동현장에는 전통적으로 절대 다수였던 백인 남자가 15% 수준으로 감소하고 그 대신 2/3는 여성 인력으로, 나머지는 소수인종으로 채워질 것이며 그중 상당수는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이민자로 구성될 것이라는 예견을 내놓고 있다.[7] 이처럼 노동력이 범세계적 차원으로 이동하고 교류되고 있다.

자본의 교류

다음으로, 범세계 차원의 자본이동에 대해 살펴보자. 종래 모든 국가들은 자본을 핵심적인 주권으로 인식하고 엄격한 통제를 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자본이 국가의 고삐를 풀고 나와 범세계적인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본은 더 이상 어느 국가 혼자 또는 특정 국가들의 공동 노력으로 통제될 수 없으며 중앙은행마저도 자본의 흐름을 더 이상 통제하지 못한다. 중앙은행은 이자율 조정을 통하여 자본의 흐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하지만 별 소득이 없다, 뉴욕 외환시장이나 런던 국제금융시장은 이미 개별국가의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게 되었으며, 거래되는 자본의 규모도 이미 개별국가나 국제거래에 필요한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그 넘치는 자본은 자신들을 통제하려는, 그리고 한계를 지으려는 어떠한 시도라도 이를 교묘히 피해간다.[8] 어느 나라의 정부건 무한정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국제금융의 비위를 건드렸다가는, 가령 개인소득세를 인상하거나 금융거래에 대한 요금을 인상하면, 자금은 그 즉시 국외로 빠져나가고 통화가 약세로 기울게 되는 사태를 맞게 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9]

특히 동서간의 냉전종식 이후 공산권의 30억 인구가 새로이 시장경제권에 편입되었고 1990년대에 들어서 증권시장 등 자본시장을 신설한 개발도상국만 50개국이 넘는다.[10] 모두가 자본을 빌려다 자국경제를 일으키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전 세계적으로 자본에 대한 수요가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금융자본은 그 어느 때보다 가공할 힘을 지니게 되었다. 자본은 정치권력의 통제로부터도 급속히 벗어나기 시작했으며 민간자본은 통신과 네트워크 망을 타고 전 세계를 마음대로 휘젓고 다닌다. 또한 다국적기업보다 한 단계 더 열린 세계화 기업들의 특징은 소위 ‘무국적’으로, 회사의 주식을 특정 국가의 국민이 보유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시민이 함께 보유한다. 이처럼 자본에 있어서도 국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정보의 교류

정보 역시 사람이나 자본과 마찬가지로 이미 범세계화 되었다. 어느 정부라도 마음만 먹으면 방송 프로그램을 통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서조차도 많은 사람들은 저녁 뉴스시간에 나치의 선전부 장관이던 괴벨스의 연설을 들으면서도 영국의 BBC방송을 비밀리에 청취했다. 공산주의의 몰락과 구소련의 붕괴를 통해 역사상 가장 절대적인 정권조차도 국민의 정보접근을 막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구소련은 정보를 통제하기 위해 극단적인 수단으로 팩스나 복사기의 사용마저도 금지해 보았으나, 이러한 조치는 오히려 사미즈다트 같은 지하신문을 만들어내게 했고 그 필사본은 수백, 수천 명의 학생들의 손으로 베껴져 구 소련의 방방곡곡에 무료로 배포되었다. 또한 체르노빌의 핵발전소 사고는 프랑스의 상업위성에 의해 촬영된 다음 즉각 소련을 포함한 전 세계에 방영되었으며, 천안문광장에서 중국정부가 자행한 학생 탄압과 그 사건에 대한 외부세계의 충격은 라디오, TV 그리고 팩스를 통해 중국사람을 포함한 전 세계사람들에게 즉각 전달되었다. 1989년말 동유럽에서 공산주의 정권들이 붕괴했을 때 이에 대한 보도와 영상들은 이웃나라에도 유사한 반응을 불러왔다.[11]

특히 현대의 첨단 통신기술은 가장 엄격한 전체주의식 정보통제마저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을 개인들에게 제공한다. 극히 소형화되어 집안에서 사용하는 것을 비밀경찰도 막을 수 없는 접시형 수신 안테나, 그리고 전 세계 어느 곳에도 방송을 보낼 수 있는 통신위성 같은 첨단기술로 말미암아 좋든 싫든 간에 정보는 범세계화되고 있으며 그리고 진실로 어느 국가도 정보를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정보의 범세계적인 개방은 진실, 정직성, 공정성 그리고 민주주의를 가져오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12]

세계분업

이처럼 종잡을 수 없이 이동하는 인풋(사람, 자본, 정보)을 이용해 최근에는 제품 생산에서도 역시 범세계적인 분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최대기업인 GM의 사례를 보자. 어떤 미국 사람이 GM 폰티악의 르망을 한 대 산다면, 그 사람은 국제적인 거래를 하는 셈이다. 자동차에 지불되는 돈 2만 달러 중, 6,000달러는 조립생산비용으로 한국(대우자동차)에, 3,500달러는 엔진이나 전자부품 같은 고급부속품 값으로 일본에, 1,500달러는 디자인 값으로 독일에, 800달러는 세세한 부품 값으로 대만과 싱가포르에, 500달러는 마케팅비용으로 영국에, 100달러는 관련자료 처리비용으로 바베이도스나 아일랜드로 간다. 나머지 8천 달러 미만의 돈이 디트로이트의 전략입안자와 뉴욕에 있는 변호사와 은행, 워싱턴에 있는 로비스트들을 비롯해 미국 전역의 산재/의료보험회사와 GM의 주식 소유자들에게 귀속된다. 주주들 대부분은 미국에 살고 있지만 외국 국적을 가진 주주의 숫자는 점점 늘고 있다.[13] 또 다른 예로 독일에서 판매되는 리바이스 청바지의 경우를 보자. 먼저 옷감은 미국의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생산되어, 프랑스로 넘어가 청바지로 만들어지고, 벨기에에서 세탁된 후, 영국에서 만든 TV광고의 지원 아래 독일 시장에서 판매된다.[14] 이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세계에서는,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여러 경영 자원들이 보다 좋은 세상을 찾아서 지금도 쉴새 없이 이동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나 기업이 상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사람과 자본 그리고 정보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으며 세계 차원의 분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면 관점을 조금 바꾸어 세계자본주의 체제가 열리고 있는 몇 가지 단면들을 살펴보자.

5.세계 자본주의 역학구조의 변동

이전에는 세계의 권력과 자본이 움직이는 모습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미국 정부의 힘과 미국 다국적기업의 자본들의 움직임은 조직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조직화된 힘들이 무너져 그러한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까지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부였던 미국의 힘은 그 누구도 당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대단했다. 그러나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월남전에서의 치욕적 인 철수는 세계 중심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치를 의심케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뒤이은 일본의 급부상과 서유럽국가들의 경제력 회복은 세계자본주의 질서를 단핵(單核)에서 다핵(多核)으로 바꾸었다. 또한 다국적기업의 날로 커가는 강력한 힘과 그들의 지역적 분산화 과정은 더 이상 자본주의의 중심부가 어느 한 곳이라고 말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세계자본주의의 역학구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편 최근에는 민족적 중상주의(ethnic mercantilism)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지역주의에 의해 인근국가들이 EU, NAFTA 같이 더욱 큰 모습으로 통합되는 데 비해 민족적 중상주의는 이와는 반대로 보다 작은 민족단위로 자국경제의 이해를 강하게 주장하는, 그러나 통합력 이 약한 내향적인 정책주체의 집합이다. 경제적으로는 축소균형을 지향하며 정치적으로는 불안정해 군사적인 분쟁에 말려들기 쉽다. 예컨대 구소련 이후 많은 민족집단들이 독립을 추구하고 있으며, 등소평 이후 중국이 몇 개의 민족국가 중심으로 재편할 것이라는 예측도 매스컴을 통해 간간이 소개되고 있다.

6.탈(脫)조직화된 자본주의

또 이와는 약간 다른 양상의 변화가 서유럽국가, 일명 복지국가라고 불리는 국가개입형 사회민주주의 시장경제국가(스웨덴,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서 나타난다. 이들 국가들은 더 이상 정부 혹은 공공부문의 비대화를 견딜 수 없어 경제를 시장중심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영국의 사회학자인 라쉬와 어리가 말하는 ‘조직화’된 자본주의(organized capitalism)에서 ‘탈조직화’된 자본주의(disorganized capitalism)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15]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자. 전통적으로 독일의 자본주의는 다음처럼 잘 조직화되어 있었다.

  • 중공업이 발달해 있었다.
  • 정부의 통제로 산업이 잘 정비되고 집중화되어 있었다.
  •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었다.
  • 금융과 산업자본이 서로 결합되어 있었다.
  • 국가가 산업정책과 복지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 고용자 단체가 발달했다.
  • 노조와 정당들이 관료화되어 있었다.

이런 자본주의체제 아래서 다음의 일들이 진행되었다.

  • 국가는 규제와 간섭을 통해 보호주의를 키워갔다.
  • 카르텔을 육성했다.
  • 특정부문의 수요 증대를 유도했다.
  • 공공지출을 확대했다.
  • 대기업과 관료집단의 상호이해가 일치했다.
  • 복지국가의 개념을 도입하여 실행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조직화된 자본주의는 더 이상 그 기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결과 독일도 다음과 같이 탈조직화되어 가고 있다.

  • 세계화된 시장에서 살아남은 다국적기업이 국가경제의 중심이 된다.
  • 산업과 인력이 지방 각지로 분산된다.
  •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 인력들이 증가한다.
  •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노동자들은 점차 탈정치화되어 간다.

[표 1] 조직화된 자본주의와 탈조직화된 자본주의의 비교[16]

조직화된 자본주의 탈조직화된 자본주의
 국내 시장과 기업이 중심  세계화된 기업이 중심
 국가의 통제 위주 산업정책  국가 산업정책의 개방
 보호주의 무역정책  개방형 무역정책
 공공지출 확대  공공지출 축소
 집권화  분권화
 중앙집중화  지방화
 인구와 산업의 집중  인구와 산업의 분산
 고용자 단체 발달과 노조의 관료화  노동자들의 탈정치화
 노동운동으로 조직화  탈노조화되어 비조직화
 산업 노동자 중심  서비스산업 종사자 중심

사실 이런 변화는 비단 구미 자본주의 국가만의 현상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제는 더 이상 관주도형의 정책으로는 경제를 이끌고 갈 수 없다는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최근 정부가 내걸고 있는 세계화를 향한 정책방향은 시대적인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지방자치제 실시를 앞두고 많은 기업들이 각 지방에 거점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는 산업과 인력의 분산을 통해서 분권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한 증거이다. 산업노동자가 노조를 통해 조직화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서비스 산업의 전문 인력들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경우도 비록 느리지만 그 방향은 조직화된 자본주의에서 탈조직화된 자본주의로 바뀌는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7.후기포드주의의 생산과 소비체제

한편, 생산체제와 소비체제에서도 새로운 흐름이 눈에 띈다. 산업사회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생산과 소비의 유형들이 나타나고 있다. 동질적인 소비자가 대량으로 구매하여 대량으로 소비하며 대량생산체제가 이를 뒷받침하는 포드주의(Fordism)가 힘을 잃고 있다.

그 이유는 고객의 요구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각각 개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한 사람의 고객도 아침저녁으로 취향이 바뀐다. 이에 맞추어 대규모시장도 차별화된 틈새시장(니치마켓)으로 분할된다. 각종 전문점, 슈퍼마켓, TV 홈쇼핑시스템, 컴퓨터를 이용한 구매, 통신 판매 같은 여러 시스템이 고객들에게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생산자들도 이에 맞추어 탈대량화(소량화)되고 있다. 컴퓨터로 작동되는 유연생산기술로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늘려주어, 이제 월마트의 한 점포는 고객들에게 형식, 크기, 모델, 색상이 다른 거의 11만 가지의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소량의 주문이라도 적정한 가격에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체제, 또 다양화된 고객의 주문이 소량이라도 만들어 팔아야 하는 것이 기업들이 맞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유행하는 유연생산체제의 도입도 다품종소량생산을 위한 새로운 생산시스템이 필요해서 나온 것이다. 이처럼 더 이상 과거의 산업사회 혹은 포드주의의 논리로는 대처할 수 없는 새로운 흐름을 후기포드주의(Post Fordism)로 표현한다.

8.정보화 시대

다음으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대적인 변화의 흐름을 정보와 지식이라는 차원에서 살펴보자. 우선, 우리는 정보화 시대의 도래로 열린 세상을 맞고 있다. 스스로 최고의 지성이라 평하던 단테가 살았던 1300년에 파리 소르본 대학 도서관의 장서는 1,338권이었다.[17] 그 뒤 370년이 지난 1670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장서는 2만5천 권이었던 것이, 1989년 말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워싱턴의 미국의회 도서관장서는 1억 권에 이른다. 한편 1950년에는 서독에서 하루에 250종의 일간간행물이 나왔는데, 1990년 초에는 6천5백 종이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는 현재 30만 종 이상의 신문, 잡지 같은 정기간행물이 나오고 있으며 3만 개의 라디오 방송, 3천 개 이상의 TV전파가 지구를 겹겹이 두르고 있다. 일본인 한 사람이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는 단어가 1년에 48경3천 조라는 통계도 있다. 6천 개 이상의 데이터뱅크에 천문학적인 숫자의 정보가 기록되어 있는가 하면, 5백 개의 통신위성이 정보, 소리, 그림을 중개하고 있다. 여기에 음반, 카세트, CD에 비디오, 영화까지를 감안하면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완전히 정보의 홍수 속에 익사 직전인 셈이다.

또한 정보처리에 있어서 엔진의 역할을 하는 반도체 집적회로와 컴퓨터는 지난 30년 동안 거의 2년 주기로 성능 향상의 기록을 갱신했다.[18] 기름저장탱크만큼 거대했던 1945년대의 컴퓨터는 이제 사람들이 차고 다니는 디지털 손목시계에 내장된 손톱 크기의 실리콘칩의 기능밖에 수행하지 못한다. IBM연구센터의 한 연구원은 정보처리기술의 발전에 대해, “현재 내가 사용하는 PC는 그 용량과 처리능력에 있어 1961년 당시 내가 일하던 요크타운의 실험실 전체가 사용하던 대형컴퓨터의 5배 정도에 달하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19] 또 토플러는, 컴퓨터가 없다면 선진경제는 단 30초 동안도 운영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AT&T는 압축데이터시스템이라는 기술을 통해 다섯 가닥의 광섬유에 500개의 영화 채널을 동시에 실어 방영하는 유선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늦어도 2천년까지는 TV, 전화, 팩스, PC가 통합된 휴대용기기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처럼 우리는 전자, 영상, 인공위성, 통신, 컴퓨터, 반도체의 기술혁신으로 인해 공간이 열리고 단축되는 정보화 시대, 즉 미디어피아(mediapia)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러한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전 세계는 이제 정보민주사회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의 미디어가 사람에게 일방적인 정보와 가치만을 전달하던 바보상자였다면[20] 앞으로 펼쳐질 멀티미디어 시대에는 시청자가 미디어의 주인이 된다. 멀티미디어의 양대 특징은 ‘주문형’과 ‘개방성’이다. 고속정보통신망과 멀티미디어 시스템만 구축되면 시청자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메뉴를 골라, 그 정보가 바다 건너 대륙에 있든 어디에 있든 간에 마음대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새 시대의 개막은 종전의 빈부, 지역, 인종, 신체장애의 장벽을 일거에 허물어버리는 새로운 정보민주사회의 도래를 의미한다.

또 대량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면서 모든 것이 공개되고 중간 브로커가 없어지는 투명한 시대가 도래한다. 이에 따라 기존 조직의 피라미드형 계층구조가 파괴되어 3S(slim, simple, speed) 시대가 열린다. 막스 베버의 관료주의 모델을 근거로 한 피라미드형 계층구조가 경영에 적용된 것은 미국의 철도회사이다.[21] 피라미드형 구조는 경영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요약하여 그 결과를 조직 상층부의 경영자들에게 전달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한다. 원거리 통신이 어렵고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는 이러한 피라미드형 구조가 그런 대로 잘 들어맞는 경영수단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컴퓨터라는 놀라운 기계가 나타나서 정보를 손으로 처리하던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수집하여 빠른 속도로 분석, 요약한 다음 순식간에 의사결정권자에게 전달해 준다. 이로 인해 중간관리자 계층의 역할이 줄어들고 조직은 보다 간편해지며 피라미드형 구조가 그 효력을 상실하고 허물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화 시대로 인해 다가올 변화는 다음과 같다.[22]

(1)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를 결정하는 기준은 정보처리능력이다. 미디어를 정보원으로 활용해 상황을 판단하는 사람은 상류층으로 부상하지만 미디어를 오락으로만 사용하는 계층은 프롤레타리아로 전락한다.

(2) 사회의 권력이 정치로부터 미디어로 넘어간다. 과거에 책이라는 미디어의 발명에 의해 인간은 이성에 눈뜨게 되었고 합리주의는 끝내 ‘신의 부정’으로까지 이어졌으며 성직자는 절대권력을 상실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디어의 등장은 정치를 절대 권력으로부터 ‘개인과 세계 권력의 중개자’로 전락시킨다. 오늘날 대중을 지배하는 것은 정치인의 권력이 아니라 미디어가 지닌 힘이다.

(3) 민족의 주권과 문화는 그 가치를 잃고 국가 간의 국경도 그 의미를 잃는다. 제3세계의 근로자들은 노조, 경찰, 국경의 통제를 벗어나 미디어를 장악한 정보선진국을 위해 노동을 제공한다.

(4) 직업관에 여러 가지 변화가 온다. 미디어와 기계가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므로 교육자의 역할은 교육이 아닌 ‘사회 매니저’로 바뀐다. 또 넘쳐흐르는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인간의 성패를 좌우하므로 중요한 정보와 쓰레기 정보를 구별하는 능력이 교육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다. 재판은 컴퓨터, 의료는 로봇이 담당하는 등 사회 전체의 직업세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다.

(5) 기업구조가 민주화된다. 경영자의 독단적인 기업경영은 불가능해지고 모든 종업원이 참여하는 민주적인 기업구조로 전환한다.

(6) 권력구조가 이동한다. 하이테크를 장악한 국가가 세계를 지배하게 되므로 기존의 경제대국은 2등급이나 3등급으로 전락하고 새로운 경제대국이 부상한다. 권력과 복지는 경제정보 테크닉 구조가 강한 곳으로 집중하므로 세계권력구조는 새로운 판도를 형성한다.

이처럼 첨단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전 세계가 정보를 공유하는 정보화 시대에서는 정보민주사회가 실현되며 기존의 전통적인 문화와 가치관들이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는 혁신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9.지식화 시대

앞에서 이야기된 것처럼 정보화 시대가 성숙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식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권력이 힘에서 돈으로, 돈에서 지식으로 옮아간다는 토플러의 이야기처럼 지식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23] 다시 말해 자본이 지식을 고용하고 활용하는 고전적 자본주의는 더 이상 미래를 설명하는 이론이 될 수 없다는 점이 지식화 시대의 특징이다. 지식이 자본의 역할을 대체해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으며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자본이 지식의 힘을 도와주는 보조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식은 헐값에 축적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24] 선진국들은 GNP의 20%를 지식의 생산과 보급을 위해 지출하고 있다. 학교에서의 교육비가 10%, 종업원들 사내 교육비가 5%, 연구개발비가 3~5% 수준에 이른다. 과거 어떤 나라도 전통적인 자본, 즉 화폐자본을 축적하기 위해 GNP의 20%를 떼어놓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자본축적률이 가장 높다는 일본과 독일마저도 제2차세계대전 이후 40년간에 걸친 경제재건과 확장기간 동안에도 그 비율이 GNP의 20%를 겨우 넘었고, 미국의 자본축적률은 20%에 미치지 못한다. 결국 지식의 축적은 이미 모든 선진국에 있어서 가장 큰 투자인 셈이다.

이처럼 많은 나라와 조직들이 지식의 축적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 세계에서는(현재도 상당히 적용되지만) 두뇌력(=知力)이 경쟁력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은 점점 더 지식(특허, 프로세스, 경영기법, 기술, 고객과 협력회사에 대한 정보, 과거 경험)에 의존하게 되고, 조직 내에 축적된 지식은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데 이용될 것이다.[25] 지식화 시대에서는 지식노동자가 육체노동자들을 대신하여 주력노동력으로 떠오른다. 노동자의 개념이 확대되고 변함에 따라 인력관리 요소들도 변한다. 육체노동자들은 임금을 통해 동기부여를 할 수 있지만, 정신노동자들은 자율적인 판단과 자아실현을 통해 동기가 부여된다. 따라서 창조성을 바탕에 깔고 지식과 정보를 창조할 수 있는 기업과 국가가 미래를 좌우하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26]

또 다른 차원으로, 경영에 있어 지식을 축적하면 다른 인풋이 줄어든다. 소위 자료, 정보, 이미지, 상징, 문화, 이념, 가치관 등으로 표현되는 지식을 장악하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다른 인풋을 줄일 수 있다.[27] 매우 정밀하게 조작되는, 컴퓨터가 달린 절단기는 종전의 지능이 없는 절단기에 비해 천이나 철판의 낭비를 줄여준다. 컴퓨터가 달린 자동화 프레스는 종전의 완력형 기계에 비해 책을 인쇄하거나 제본할 때 종이를 적게 쓴다. 지능제어장치는 사무용 건물의 열을 조절하여 에너지를 절감시켜 준다. 고객들과 생산회사를 연결시켜 주는 정보시스템은 재화의 재고를 절감시킨다. 이처럼 지식은 적절하게 사용만 하면 다른 인풋들의 궁극적인 대체물이 될 수 있으므로 결국은 기업 측의 이익 향상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요컨대 정보화 시대의 다음으로 다가오는 지식화 시대에서는 권력과 자본을 대신해 지식과 지력(知力)이 사회를 이끌고 나갈 것이며, 이에 선진 제국들과 조직들은 지식의 축적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또한 지식화 시대에서는 정신노동자들이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한편, 지력은 다른 경영요소들을 절감시켜 주기도 한다.

10.환경보호문제의 대두

그러면 마지막으로, 관점을 바꾸어 환경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환경문제도 열린 세상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 환경을 열린 시각에서 보면, 오염물질의 방출은 닫힌 공간 밖으로 오염물질을 내버리는 게 아니다. 우리 내부공간과 바깥 공간이 열려 있기 때문에 오염물질의 방출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환경보호문제는 1990년대의 가장 큰 경영 이슈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전 세계 차원의 거대한 대세적인 흐름으로 부각되었고, 이에 따라 기업은 생태계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28]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공업화의 진전과 인구 증가추세 때문이다. 열대 우림의 소각과 밑동 자르기에 의한 삼림의 파괴, 생물의 멸종률이 수천 배 증가하는 현상, 공기와 수질의 오염, 지구 온난화와 성층권의 오존 감소 현상 같은 환경문제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다. 환경의식은 더 이상 배부른 선진국만의 논리가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겪는 지구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 상식적으로도 알 수 있듯이 대기나 바다는 인위적 국경선과는 상관없이 열린 공간이기 때문에 환경문제는 어느 특정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 최대의 자연자원인 스칸디나비아의 삼림은 영국, 벨기에, 독일의 공장지대에서 뿜어 나온 공해로 인해 심각히 파괴되고 있다. 폴란드, 체코의 여러 지역은 온통 산업배기로 짙푸른 안개에 뒤덮여 있고, 하천과 호수에서 물고기들이 사라졌으며 다뉴브강은 죽음의 웅덩이로 변했다. 북미의 최대 천연자원인 캐나다의 삼림을 위협하고 있는 산성비는 미국 중서부의 공장지대에서 발생되는 공해 때문이다. 우리의 이웃인 중국의 대기오염도 중국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다. 황사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의 대기오염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황해를 건너 우리나라에까지 직접 날아오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1991년 7월 전 세계 저명인사들이 서명을 해 중남미지역의 대통령들에게 보낸 호소문은, 2000년까지는 미주지역 열대 숲의 3/4이 벌목되고 그 속에 서식하는 동식물종류의 50%가 영영 사라질 수 있으며, 자연이 몇 백만 년에 걸쳐 창조한 것을 불과 40년 만에 파괴하고 말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29] 한편으로 아마존강 유역의 열대 우림을 보호하는 것은, 브라질 국민들의 식량 자급능력을 심각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가 이것을 보상해야 하며, 그리고 어떻게 보상할 수 있는가. 이처럼 환경문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내부적으로 많은 모순을 안고 있다.

이렇게 위기로 다가오고 있는 환경문제는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내슈빌에 큰 공장을 갖고 있는 통신기기제조회사인 노던 텔레컴은, 성층권의 오존층을 위협하는 프레온 가스를 완전히 추방한 업계 최초의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 이를 실천에 옮겼다.[30] 그 과정에서 고품질의 무공해 회로판을 높은 생산성으로, 보다 값싸게 만드는 개선방법을 발견했다. 물론 이는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었다.

이상 제1장에서는 최근의 시대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20세기 말은 국내적으로나 세계적으로 모든 것이 열리고 있는 세상이며, 우리가 조만간 맞이할 21세기에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넓고 길게, 그리고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제2장 열림이란 무엇인가

앞 장에서는 세상이 열리고 있는 모습을 여러 가지 각도에서 살펴보았다.

그러면 이번 장에서는 과연 이러한 ‘열림’의 실체가 무엇인지, 열림에는 어떠한 유형이 있는지, 또한 진정한 열림이란 어떠한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살펴보자.

1.열림의 정의

사전에서는 ‘열림’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정의한다.

(1) ‘터져 있음’ 또는 ‘트임’

(2) ‘새로 시작함’

열림은 열린 상태를 말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는 그중 첫 번째 의미인 ‘열린 상태’에 초점을 둔다.

[그림 1] 닫힌 원과 열린 원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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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상태에서는 일반적으로 벽이 없고, 흐름이 자유로우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또 ‘열림’을 그 반대말인 ‘닫힘’과 비교해 보면 열림의 실체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내부와 외부가 완전히 구분되는 것은 닫힌 것이고, 불완전하게 구분되는 것은 열린 것이다. 원을 예로 들어 보자. 완전한 원은 원의 내부와 외부를 분명히 구별할 수 있으며, 닫힌 원이다. 그러나 불완전한 원은 원의 내부와 외부의 구분이 불분명하며, 열린 원이다.

그러면 열림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 다른 몇 가지 시각에서 열림을 살펴보자. 결론부터 요약하면 ‘진정한’ 열림이란 다음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 양적으로 열어야 한다.
  • 질적으로도 열어야 한다.
  • 내부자의 관점에서는 물론 외부자의 관점에서도 열려야 한다.
  • 열림은 실용적인 차원을 넘어 하나의 이념이나 가치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2.양적인 열림

우선, 열림에 대해 가장 단순히 생각할 수 있는 기준이 양적인 열림이다. 양적인 열림이란 물리적으로 열린 상태를 말한다. 열린 입구가 크면 양적으로 많이 열린 것이고 열린 입구가 작으면 양적으로 적게 열린 것이다.

열린 공간

우선 열림을 공간에 비유해 보자. 벽이 없거나 벽이 낮으면 소통과 흐름(사람, 자본, 정보)이 원활하다. 앞의 그림에서처럼 닫힌 원(완전한 원)에서는 안과 밖의 흐름이 차단되어 있지만 열린 원(불완전한 원)에서는 안팎의 구분이 없거나 보호하기 때문에 흐름이 원활하다.

또 ‘보임’과 ‘보이지 않음’으로도 구분된다. 벽이 낮거나 벽이 없으면 주위를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움직이기도 쉽다. 그러나 담이 사람의 눈보다 높으면 시야가 막혀 주위를 볼 수 없게 된다. 다양한 바깥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크다. 사면이 벽으로 둘러 싸여 저 회색의 벽만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상상력을 기울 수 있을까. 유리창을 통해서건 나지막한 벽을 넘어서건 바깥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은 가능성을 보고 열린 생각을 한다. 바깥을 보면서 우리는 다른 어떤 것을 상상하고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또 다른 예로 반쯤 열린 공간을 생각해 보자. 63빌딩을 포함해서 현대식 고층빌딩은 붙박이 창문을 열 수가 없다. 창 밖을 볼 수는 있으나 공기의 소통은 창을 통한 직접적 방식이 아니라 공기조절장치를 통한 간접방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런 방식이 사용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미적 차원에서 획일적이고 통일된 유리창의 모습으로 안정적인 외형을 유지할 수 있으며, 실용적인 차원에서는 일정한 실내온도와 정숙한 실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

양적인 열림의 정도

이런 양적인 열림의 정도를 시각적으로 정렬하면 다음과 같다.

[그림 2] 열림의 정도

1 2 3 4 5 6
완전 닫힘 거의 닫힘 다소 닫힘 다소 열림 거의 열림 완전 열림

(1) 완전히 닫힌 공간

완전 밀폐된 이론적인 공간으로 현실사회에는 그 예가 없다.

(2) 거의 닫힌 공간

감옥처럼 여는 도구가 있으나 출입이 상당히 제한된 공간이다.

(3) 다소 닫힌 공간

현대식 사무실 건물처럼 물리적인 벽이 있어 닫힌 공간이지만 창문을 통해 밖을 볼 수 있으며 문을 통해 출입도 가능하다.

(4) 다소 열린 공간

천막이나 포장마차처럼 고정된 벽이 없거나 낮아, 쉽게 밖을 볼 수 있으며 출입도 자유롭고 벽을 쉽게 넘나들 수 있다.

(5) 거의 열린 공간

벽이 거의 없고 경계표시 정도만 있어 닫는 것이 오히려 힘든 공간으로, 논을 구분 짓는 논두렁 등이 그 예이다.

(6) 완전히 열린 공간

벽이 전혀 없이 완전 열린 공간으로 가상적인 공간이다.

위와 같이 열린 정도에 대한 구분은 상대적이다. 현실적으로 각 조직은 자신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또 업종과 시대에 따라 열림의 정도를 조절한다. 현재 어느 기업의 세계화 수준을 다소 열린 것으로 보자(앞의 [그림 2]에서 3번과 4번 사이 정도에 위치). 그렇다면 더욱 열린 쪽으로(5번 쪽으로) 가야 하는가, 아니면 이 정도로 충분한가. 또 논두렁 정도의 열림(거의 열린 상태)이 현실적으로 기업에서 가능한가. 또 그것이 유용한가. 이를 판단해야 한다. 조직이 처해 있는 현 위치와 경영환경, 경쟁우위 전략에 따라 각각 다른 답들이 나올 것이다.

3.질적인 열림

이처럼 열림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열림의 양적인 차원도 중요하지만 열림의 질적인 차원도 간과할 수 없다. 앞서 말한 공간의 비유는 열림의 정도를 물리적이고 양적인 측면에서 본 것이다. 문이 1미터짜리냐 2미터짜리냐 하는 것이 논점이다.

한 단계 깊이 들어가 열림을 질적인 차원에서 보면 화학적인 열림과 물리적인 열림으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실제로 얼마나 많은 양이 들어와 질적으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가 하는 것이 초점이다.

열림의 양과 질

다음 그림을 통해 열림의 양과 질을 비교해 보자. 먼저 (1)의 두 그림은 문 크기에서 차이가 난다. 양적으로 문이 열린 정도에서 다르다. (2)의 두 그림은 같은 크기로 열린 문을 통해 출입하는 교류량에서 차이가 난다. 양적으로는 같이 열렸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교류량이 다르다. 교류량이 많을수록 화학적인 반응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3)의 두 그림은 양과 질 모두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이다. 이처럼 문도 커야 하지만 이를 통해 교류되는 사람과 자본 그리고 정보의 양도 많아야 보다 바람직한 열림이라 하겠다.

[그림 3] 열림의 양과 질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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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인 열림과 화학적인 열림

앞에서 살펴본 양적인 열림과 질적인 열림은 관점을 바꾸어, 물리적인 열림과 화학적인 열림으로도 비유할 수 있다. 먼저, 물리적 열림이란 단지 문을 여는 데 관심을 두는 1차적인 열림이다. 이에 비해 화학적 열림은 열린 문을 통해서 많은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2차적인 열림이며 보다 힘든 단계이다. 여기에 더해, 질적인 열림이란 두 개 이상의 공간이 서로 열려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화학적’이라 함은 반드시 과학에서 이야기하는 화학반응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 제품의 예를 보자. TV를 만드는 기술과 VCR을 만드는 기술이 결합된 TV/VCR 일체형 제품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는 외견상 하나로 합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두 가지를 물리적으로 단순 결합한 것이다. 반면 ‘자동번역 무선전화기’의 경우는 화학적인 결합이 이루어진 것이다. 반도체 기술, 무선통신 기술, 전화기제조 기술, 컴퓨터 기술이 화학적으로 녹아들어간 제품이다. 진정한 열림은 물리적으로뿐 아니라 화학적으로도 열려야 한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조직 문호를 개방하여 기존의 인력과는 성격이 다른 인력을 채용 한다는 것은 1차적이고 물리적인 열림이다. 그러나 이들을 진정 조직원으로 융화하여 흡수하려면 2차적이고 화학적인 열림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이 최근 외국인 인력이나 여성 인력을 뽑기 시작한 사실은 분명히 열림의 시발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열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력들이 기존의 인력들과 서로 화학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단지 홍보용이거나 외부의 압력으로 마지못해 뽑는 경우는 수동적 차원의 열림이다. 적극적으로 외부를 향해 열고 자신을 새롭게 화학반응 시킬 수 있는 노력과 자세가 요구된다 하겠다.

형식적인 열림과 실질적인 열림

또 열림을 형식적인 열림과 실질적인 열림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실질적인 열림이란, 외형상 닫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열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면 단세포 생물의 경우 표면이 세포막으로 되어 닫혀 있지만, 삼투압 현상을 통해 외부 물질이 세포 내부로 유입되므로 실질적으로는 열려 있다.

이와는 반대로 외형상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닫혀 있는 경우도 많다. 귀중한 보물을 보관하고 있는 박물관이 그 예이다. 밤에 전시실 입구에 도난방지용 레이저경보기를 설치해 놓으면 문 입구는 열려 있는 상태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레이저 광선이 작동하고 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닫힌 것과 진배없다. 또 일본의 시장 개방도 겉으로는 시장을 연 것처럼 눈가림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통체제나 정부정책을 통해 외국상품의 진입을 막고 있다.

또 다른 경우를 상상해 보자. 아프리카 수단의 수도 카르툼에 있는 서방 대사관들은 분노한 회교 과격파 군중에 의해 습격 받고 있다.[31] 폭도들이 여러 대사관들을 휩쓸지만 이상하게 미국 대사관만은 무사하다. ‘미국 타도’라는 구호에도 불구하고 인질로 잡히는 미국인도 없다. 수천 명의 폭도들이 미국 대사관 근처로 접근하다가 선두에 선 몇 사람들이 토사곽란으로 꼼짝 못한다. 군중들은 흩어져 도망가고 몇몇은 알라신이 벌을 내렸다고 울부짖는다. 카르툼 주재 미국 대사관의 대변인은 다른 나라 대사관에 대한 폭도들의 습격을 ‘국제사회에 대한 야만적인 범죄’라고 비난한다. 그리나 는 미국정부가 최근 자국 대사관을 보호하기 위해 신형 ‘비밀무기’를 설치했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회피한다. 최근 프랑스 등 여러 나라는 시위군중 진압용으로 첨단 초저주파발생기를 실험했다. 이 장치는 주파수가 매우 낮은 음파를 방출하여 사람들에게 방향감각 상실과 구토증, 설사를 일으키게 한다. 이처럼 카르툼의 미국 대사관 역시 외형적으로는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닫혀 있다.

4.열림의 관점

한편, 열림은 ‘관점’이라는 차원에서도 서로 다른 두 가지로 이해된다. 하나는 안에서 밖으로 쳐다보는 내부자 입장의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밖에서 안을 쳐다보는 외부자 입장의 관점이다. 이런 관점의 차이는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면이 강하다. 예컨대, WTO처럼 정치적이고 법률적 이유로 개방을 강요할 때, 외부와 내부의 관점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내부 관점으로는 열렸다고 주장해도 외부 관점에서 열린 것이 아닐 때는 다툼이 생긴다.

이런 현상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일본시장의 개방에 그대로 적용된다. 미국의 눈으로 보면 일본시장이 닫힌 시장이지만 일본은 자기들 시장이 충분하게 열렸다고 주장한다. 소니의 모리다 아키오(盛田昭夫) 회장이 쓴 ‘신자유경제를 위한 제언’이라는 글은 일본의 현주소를 읽는 데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32] 모리다 회장은 자민당의 이시하라 신타로와 함께 몇 년 전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반미 저서를 펴내기도 한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인사였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그가 자신의 종전 입장을 180도 바꾸었다. 냉전이 끝나 세계정세가 급변했음에도 과거처럼 거만하게 미국과 EU 등을 업신여기며 수출 드라이브와 시장 봉쇄를 계속해 나가다가는 일본 자본주의가 전 세계의 집중포화를 받고 침몰할 게 확실하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에 모리다 회장은 1992년과 1993년에 세 차례에 걸쳐 일본 내수시장의 전면개방과 공정무역을 주장하는 글을 발표해 일본 내에 소위 ‘모리다 논쟁’을 대대적으로 불러일으켰다. 그의 주장은 일본만의 시각으로 세계를 보아서는 안 되며, 그러다가는 대동아전쟁 때처럼 패망할 뿐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관점 차이를 도표로 나타내면 [표 2]와 같은 4상한의 매트릭스가 나온다.

[표 2] 열림과 닫힘의 관점 차이

내부관점
열림 닫힘
외부관점 열림 [A 상한]

완전한 열림 (내부, 외부 관점 모두 열림)

[C 상한]

외부 관점에서만 열림 (예: 감옥 등)

닫힘 [B 상한]

내부 관점에서만 열림 (예: 일본의 시장개방 등)

[D 상한]

완전한 닫힘 (내부, 외부 관점 모두 닫힘)

내부자 관점을 시설물에 비유해 보자. 내 방의 열쇠를 갖고 방안에 들어가 문을 잠그면 내 입장에서는 언제라도 문을 열고 나갈 수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열린 상태이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닫혀 있다. 위 표의 B상한에 해당한다. 반면에 외부자 관점에서만 열린 것은, 위 표의 C상한에 해당하는 감옥처럼 외부의 간수는 열쇠를 갖고 문을 열 수 있으나 내부의 죄수는 문을 열 수 없는 경우이다.

진정으로 열린 것은 위의 표의 A상한처럼 내부자와 외부자 모두에게 열린 상태이다. 열림의 정도가 높아지면 내부와 외부 모두에게 열린다. B상한과 C상한에서 A상한으로 이동한다.

5.이념과 가치관으로서의 열림

지금까지는 열림을 실리적인 차원에서 보았지만, 간과해서 안 될 점은 열림을 이념과 가치관의 차원으로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나 사회조직이란 항상 실용적인 목적이나 이익 때문에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인간사회의 불합리한 여러 요인들조차 인간의 다른 중요한 요소인 신념과 가치체계에서 그 정당성을 찾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왜 열림이 닫힘보다 좋은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또 다른 각도에서 얻을 수 있다.

먼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정치적, 사회적 가치체계 중 하나인 민주주의를 열림과 연결해 보자. 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이다. 즉 민주정치는 개인의 자유와 참여를 바탕으로, 국민의 복지를 추구하는 열린 정치방식을 말한다. 민주주의의 밑바닥에 깔린 가치관은 바로 ‘열림’이다.

민주주의의 반대편에는 권위주의적 독재체제가 있다. 이는 ‘닫힘’을 기본원리로 삼고 있다. 단순히 효율 측면만 생각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권위주의형 독재체제가 보다 좋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우리가 익히 경험한 제3공화국 시대가 그 전형적인 예이다. 즉 효율성이라는 면에서는 닫힘이 열림보다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시대의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며 신념으로 받아들이는 가치체계는 항상 변해간다. 이에 부합되지 않는 사회적, 정치적인 시스템은 현실적으로 많은 저항을 받게 되고 결국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사람들이 좋다고 받아들이는 가치관과 정치질서에서 보다 좋은 결과가 나온다. 현재 우리는 민주주의 가치관 아래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의 가치관인 참여와 평등 그리고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 경영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을 것이라는 점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 논리에 따른다면 권한 위양이나 참여형 의사결정을 위주로 하는 경영방식도 열린 시대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며, 동시에 조직원의 만족과 참여도가 높아져 실질적으로 경영에 도움이 된다.

또한 열림이라는 가치관은 공존공영의 정신과 일치한다. 모두 함께 잘 살자는 공존공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 차원에서 해석할 수도 있으며, 열림이라는 시대적인 흐름과 가치체계의 발로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기업이 사회봉사단을 발족하고, 의료원 개원, 장애인공장 준공, 탁아사업 확대 등을 통해 함께 사는 사회를 구현코자 노력하는 것도 열린 시대를 맞이해 기업이 사회와 공존 공영해 가겠다는 가치관의 발로이다.

이야기를 바꾸어 도덕성 문제를 살펴보자.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권위주의 시대에는 기업의 도덕성은 상대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당대의 거의 모든 조직이 도덕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거나 민주화되고 국민이 선거로 뽑은 정부 아래서는 도덕적 정당성이 문제가 된다. 범위를 좁혀, 기업에서도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이제는 열린 정보를 원하고 깨끗한 기업행위를 원한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의 도덕성은 기업이 종교적 자선단체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그보다는 함께 잘 살고 정당한 규칙을 지킬 줄 아는 경제행위자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의미이다. 또 이런 ‘투명한 경영’이 결과적으로 기업 활동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번 제2장을 요약하면, 진정한 열림이란 양적으로 열리고, 질적으로도 열리며, 내부자 관점에서는 물론 외부자의 관점에서도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열림은 실용적인 차원을 넘어 이념이나 가치관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이다.


제3장 여러 분야가 열리는 모습

앞 장에서는 일반적이고 상식적으로 열림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이번 장에서는 열림과 관련하여 최근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몇 가지 흐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예술과 건축 분야, 과학 분야, 사회 분야, 조직이론 분야 등에서도 ‘열림’이라는 흐름이 눈에 띈다. 먼저 예술과 건축 분야에서 열리고 있는 추세를 살펴보자.

1.열린 예술

예술적인 관점에서 열리는 모습은 많은 이론과 사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으며 동시에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예술도 그중 하나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예술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은 기존의 사고방식과 표현방식을 허물고 또 벽을 허문다는 차원에서 열린 예술이라 할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사조를 기존의 모더니즘(modernism) 사조와 비교해 보면 예술 분야에서의 열림과 닫힘의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하비 교수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대비해 설명한다.[33]

[표 3]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비교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표현의 닫힘 표현의 열림
형식 반(反)형식
목적 놀이
계획 우연
거리감 참여

열린 건축

이와 같은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간의 차이가 현실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건축의 경우를 보자. 모더니즘 건축물은 닫힌 표현양식을 보인다. 설계에 대한 기본적인 의도와 중심적인 표현기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마치 완전히 닫힌 원처럼 건물의 목적이나 표현에 있어 명확한 일관성을 보인다. 또 형식미를 중시하고 기능성을 추구한다는 목적에도 충실하다.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단지 건물을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만 생각한다. 사무실은 사무를 보는 장소로만, 체육관은 운동을 하고 구경하는 장소로만 사용하듯 본래적인 목적이 분명하다.

반면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은 열린 표현양식으로 설계된다. 따라서 여러 가지 표현기법이나 주제가 한 건물에 혼재해 있다. 표현에 있어 중심 되는 논리를 찾기 힘들다. 언뜻 보아 괴상하게 보이는 것도 이런 열린 표현방식 때문이다. 반(反)형식적이고 간혹 반(反)실용주의적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즉흥적인 놀이를 즐기는 것처럼 연상된다. 모더니즘 건축의 실용주의와는 달리, 계획보다는 상황의 우연적인 측면도 보인다. 또 사용자와 건물간의 접근을 중시하므로 참여가 강조되고 설계자와 사용자, 건물과 사용자 간의 분리가 모호하다.

다음의 두 가지 건물의 모습에서 서로 상반된 표현양식을 살펴보자. 첫 번째 건물은 모더니즘 건물이고 다음 건물은 포스트모더니즘 건물이다. 첫 번째 건물은 록펠러 센터로서, 63빌딩이나 서울의 거의 대부분 사무실 건물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 이런 건물들은 무엇보다도 건물의 기능적 효율성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건물의 표현과 공간의 활용이 최적 효용을 위해 획일화된다. 바로 이런 점에서 표현양식이 닫힌 것이다.

[그림 4] 모더니즘 양식의 건물: 미국 록펠러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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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포스트모더니즘 양식의 건물: 영국 로이드보험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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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건물은 영국 런던의 로이드보험 빌딩으로 앞의 건물과는 달리 기능성이 두드러지지 않고 오히려 반(反)기능적인 장식이나 구조물을 드러내고 있다. 어떤 중심적인 표현양식이나 공간의 통일적 활용이라는 목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사무실 건물 같기도 하고, 또 화학공장 같기도 하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야 할 여러 가지 파이프들이 건물 밖에 나와 있다. 건물이 완성된 것 같기도 하고 짓다만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상식의 벽을 허무는 열린 표현양식이라 할 수 있다.

열린 예술

또 이러한 열린 표현양식은 예술에서도 나타난다.

1994년 10월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영고’라는 총체극(total crossover)도 열림의 원리를 이용한 종합예술이다. 전통음악과 현대음악, 국악과 양악, 무용과 연기, 사물놀이와 그림자극, 공연예술과 설치예술이 한 데 어우러진 열린 한 마당이다.

이 역시 기존의 음악, 연극, 무용 사이에 가로놓여 있었던 구분의 벽을 허물고 서로를 열고 함께 동화되어 새로운 양식을 창조해 가는 열림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열린 오락

열린 표현양식의 포스트모더니즘 조류는 최근 TV와 영화에까지 파급되었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진전으로 예전에는 생각하기 힘든 상호작용형의 TV나 영화가 등장해, 이제는 이를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게임을 하듯 본다. 시청자가 줄거리를 바꾸고 이야기의 전개를 선택해간다. 이를 ‘참여형 TV, 참여형 영화’라 부르기도 한다.

1995년 6월이면 미국 플로리다의 올랜도 지역에는 ‘쌍방향 TV’가 등장한다. 방송국 측에서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정해 일방향으로만 흘리는 게 아니라 시청자가 원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VCR처럼 내용을 전진, 후진시킬 수도 있고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주문형 홈쇼핑, 멀티미디어 온라인 게임, 도서관 자료 검색, 홈뱅킹, 병원진료 예약까지 가능해진다.

1995년 2월에 ‘미스터 페이백’이라는 20분짜리 참여형 영화가 최초로 등장했다.[34] “해피엔딩과 비극적 종말은 당신 손에 달려 있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관객이 원하는 대로 이야기 전개를 선택해간다. 인터 필름 테크놀러지사가 제작해 뉴욕 등 미국 전역의 43개 극장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관객이 극장 좌석의 오른쪽 팔걸이에 달려있는 리모컨을 감독이 메가폰을 쥐듯 한 손으로 쥐고 화면 속 주인공들의 연기를 연출한다. 주인공은 초인적인 힘을 지닌 정의의 사나이로, 약 90초마다 관람객들을 위한 선택항목이 스크린에 자막으로 나온다.

(1) 손끝에서 발사되는 전기 충격파로 괴한을 혼내준다.

(2) 옷에 불이 붙게 한다.

(3) 쇠절단기를 수갑처럼 구부려 괴한의 손목에 채운다.

관객들이 원하는 항목을 선택하면 컴퓨터로 계산된 결과가 화면 각 항목 위에 숫자로 나타나고 영화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대로 전개되는데, 중간에 전혀 끊김이 없이 원래 영화 내용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처럼 이어진다. 20분짜리 영화지만 선택회수가 열댓 번이므로 각각의 경우로 영화 전체를 보려면 무려 10시간이 걸린다. 관객들은 한 번 입장료를 내고 극장에 들어가면 몇 번이고 영화를 다시 볼 수 있어 여러 상황을 고루 감상할 수 있다.

5월과 8월에 각각 개봉 예정인 ‘Ride For Your Life’와 ‘The Bombmeister’는 내용과 구성을 더욱 다양하게 하여 선택의 폭을 훨씬 늘릴 예정이다. ‘The Bombmeister’는 공무원의 잘못으로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한 시민이 주인공이다. 그는 복수를 위해 자신의 집 현관문에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공무원의 방문을 기다린다. 여기서 관람객은 80회에 걸쳐 선택을 하게 되는데, 잘못했다가는 무고한 엑스트라 수십 명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 영화의 플롯이 이렇게 다양하다 보니 제작비나 제작시간도 보통 영화보다 몇 배가 든다. ‘미스터 페이백’은 간단한 내용이어서 170만 달러 정도가 들었지 만 앞으로 제작될 작품들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고전적 영화제작 방식으로는 더 이상 컴퓨터 세대를 끌어들일 수 없다고 판단한 영화제작자들은 앞다투어 ‘대화형 영화’ 제작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열린 형식의 조류는 포스트모더니즘 예술과 건축으로, 종합무대공연으로, 또한 쌍방형 오락과 TV로, 대화형 영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기존의 모더니즘이 한계 에 봉착한 많은 분야에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2.열린 과학이론

과학이론에서도 열림에 관해 다양한 관점을 찾아볼 수 있다. 매스컴을 통해 많이 소개되고 있는 혼돈이론(混沌理論, chaos theory)과 프랙탈(fractal) 이론이 한 가지 예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혼돈이론

혼돈이론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자연과학의 한 흐름이기는 하나 아직 자연과학의 주류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혼돈이론은 현대의 과학계에서 어떤 새로운 관점이 떠오르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기존의 자연과학에서는 자연현상의 열린 상태를, 알 수 없는 어떤 혼란스러운 것으로 보았다. 반면 닫힌 상태로서의 자연현상은 잘 정리된 수식으로 예측할 수 있으며 마치 기계처럼 조작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이런 생각은 뉴턴의 역학으로부터 시작된 근대서양의 자연과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닫힌 구조를 기본으로 하여 자연현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자연을 1차원적이고 선형적인 질서로 이해한다. 그러나 혼돈이론에서는 자연현상을 열린 상태로 이해하고, 비(非)선형적인 구조나 무질서한 현상에 관심을 기울인다. 예컨대 구름의 움직임이나 모양, 파도의 움직임 등 우리가 여태껏 가지고 있던 기계적인 모델로는 설명하기 힘든 분야가 주요 연구영역이다.

혼돈이론의 예로 널리 알려진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는 자연의 변화에서 나타난 비선형적인 변화를 잘 보여준다. 북경 하늘의 나비 한 마리가 날개 짓을 몇 번 하면 그 다음날 이로 인해 미국 뉴욕에서 폭풍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35] 마이클 크라이튼은 혼돈이론을 그의 대표적인 소설 「쥬라기 공원」의 기저논리로 사용해 일반인들이 혼돈 이론에 친숙해지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공룡 동물원의 일종인 쥬라기 공원을 만든 사람은 발생가능한 모든 변수를 합리적인 사고로 판단해서 철저하게 동물원을 만들었기 때문에 어떠한 사고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직원 한 사람의 사소한 실수로 쥬라기 공원은 맥없이 허물어진다. 즉 혼돈이론은 자연현상을 열린 상태에서 연구하고 설명하는 좋은 예로, 자연현상을 단선적이고 선형적인 관점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프랙탈 이론

혼돈이론에서는 혼돈 속에서도 질서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혼돈이론의 하나인 프랙탈 이론은 ‘혼돈 속의 질서’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프랙탈은 ‘자기 유사성의 무한한 반복’을 말한다.[36] 앞의 그림에서 보듯 원 속에 내접한 세모꼴에 1/3 크기의 세모꼴을 계속 반복해서 붙여 나가면 눈송이가 된다. 이처럼 대칭적인 축적과 자기 반복성, 패턴 속의 패턴이 바로 프랙탈이다. 또 코흐의 눈송이에서는. 무한히 긴 선이 유한한 면적을 둘러싸고 있다는 궤변이 현실로 나타난다. 즉 세모꼴을 계속 붙여 나가면 눈송이를 둘러싸고 있는 선의 길이는 무한히 늘어나지만 눈송이의 면적은 원보다는 커지지 않고 유한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기존의 1차원 또는 2차원적인 닫힌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열린 관점에서 1차원도 아니고 2차원도 아닌 그 중간에 있는 1.2618차원 같은 것으로는 설명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림 6] 프랙탈 이론 ; 코흐의 눈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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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흐가 만든 눈송이 그림을 만델브로트(Benoit Mandelbrot)는 ‘거칠고 험한 해안선 모델’로 부른다. 눈송이의 일부분만 보면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해안선의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코흐의 곡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 변의 길이가 1인 삼각형으로부터 출발한다. 각 변의 중앙에 한 변의 길이가 1/3인 새로운 삼각형을 붙여나간다. 이 작업을 반복하면 점점 눈송이 모양과 비슷하게 되어 간다. 변의 길이의 합계는 ‘3×4/3×4/3…’으로 되어 무한대로 늘어난다. 그러나 면적은 원래 삼각형의 외접원의 면적보다 작다. 따라서 ‘무한히 긴 선이 유한한 면적을 둘러싸게 된다’는 궤변이 더 이상 궤변이 아닌 것으로 실증된다.

Gleick, J. (1987). Chaos: Making a New Science. Viking Adult. (제임스 글릭 (1993). 「카오스: 현대과학의 대혁명」. 박배식, 성하운 譯. 동문사)에서 인용.

또 혼돈이론은 혼돈을 무의미하거나 부정적인 요소로만 보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또 효과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혼돈의 개념을 열림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보면, 혼돈은 단순히 무질서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초적이고 보다 근원적인 자연의 상태로, 즉 열리고 있는 또는 열리기 시작하는 자연의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혼돈과 질서

중국 고전 「장자(莊子)」의 응제왕편(應帝王篇)에 나오는 ‘숙홀의 오류’에서 혼돈에 관한 동양 사상의 단면을 볼 수 있다. [37]

옛날에 세 명의 대왕이 세상을 통치하고 있었다. 남해의 대왕 ‘숙’과 북해의 대왕 ‘홀’이 중앙에 사는 대왕 ‘혼돈’과 친하게 지내왔다. 그런데 혼돈의 얼굴에는 다른 두 대왕이 모두 가지고 있는 일곱 개의 구멍이 없었다. 두 대왕은 혼돈의 이런 처지를 불쌍히 여기고 하루에 하나씩 일곱 개의 구멍을 내주었다. 그러나 마침내 칠 일째 마지막 구멍을 내자 혼돈은 죽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초기의 질서인 혼돈의 상태 그대로, 열려져 있는 상태로 남겨 두어야지 이를 질서 있게 하려는 시도, 즉 닫으려는 시도는 결국 파멸을 낳는다는 노장사상의 무위자연적 철학을 잘 보여 준다. 혼돈에게 구멍을 뚫어 질서를 만드는 행위는 틀을 만들어 주는 행위이며, 구조화하는 혹은 닫힌 원리를 적용시키는 과정이다. 무질서에서 질서로, 열림에서 닫힘으로 바꿔놓기 위해서 틀(구멍)을 사용했지만 그 결과는 파국으로 되돌아 왔다.

미학에서의 혼돈

관점을 바꾸어 미학의 차원에서 ‘혼돈’을 살펴보자. 데카르트 같은 합리주의자들에게는 기하학처럼 ‘명확하고 뚜렷한’ 지식체계를 세우는 것이 이상이었다.[38] 여기서 ‘명확’하다는 것은 어떤 개념이 다른 개념과 구분된다는 뜻이며, ‘뚜렷’하다는 것은 그 개념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명확’을 위해서는 개념을 ‘분류’하고 ‘뚜렷’을 위해서는 개념을 ‘정의’한다.

그러면 ‘혼돈’은 무엇인가. 개념상으로는 다른 것과 확실히 구분되지만 (‘명확’하지만) 그 개념을 합리적인 논리로 설명하기 힘든 것을 말한다(‘뚜렷’하지 않다).

[표 4] 혼돈의 개념[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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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지하철 속에서 ‘예쁜’ 여자를 보았다고 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쁜’ 여자와 ‘못생긴’ 여자를 한 눈에 구분한다. ‘예쁘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런데 그 사람들한테 왜 예쁜지를 설명하라고 하면 대부분이 머뭇거린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냥 예쁘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경우가 ‘명확하지만 혼돈스러운’ 영역이다. 앞서 살펴본 자연현상 중 많은 부분이 바로 이 ‘혼돈’의 영역에 속하며 이에 도전하는 과학이론 중 하나가 ‘혼돈이론’이다.

경영에서의 혼돈

이러한 혼돈 개념을 경영의 관점에서 보자. 우리가 처해 있는 경영환경의 변화나 미래의 전망 중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도 많이 있다. 특히 최근처럼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예측 불가한 사안이 다반사로 전개된다. 이를 논리적,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해서, 즉 명확하고 뚜렷하지 않다고 해서 잘못되고 틀린 것으로 몰아버리는 것은 너무 짧은 생각이다. 명확하지만 뚜렷하지 않은 것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영에도 혼돈의 관점이 도입되고 있다. AT&T 같은 회사에서는 이를 ‘경영의 예술적 영역’ 또는 ‘직관에 의한 경영’으로 부르고 있다.

3.열린 사회

앞에서는 건축과 예술 그리고 과학 분야에서 열리고 있는 모습을 살펴보았지만, 이러한 열림은 사회 분야에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로 대별된다.

열린 사회에 대해서도 많은 이론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로 칼 포퍼가 주장하는 ‘열린 사회’에 대한 주장을 살펴보자. 그의 논리는 1945년 출판한 「열린사회와 그 적들」[40]이라는 책에 잘 나타나 있다.[41]

포퍼의 열린 사회

포퍼가 말하는 열린 사회란 ‘한 이념체계가 사회구조 안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않고, 다양한 이념과 정치행위를 비판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를 말한다.[42] 포퍼는 열린 사회의 두 가지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43]

첫째, 열린 사회 안에서는 자유로이 토론할 수 있고 토론이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 사회제도나 기관들의 존재 이유는 자유 수호와 약자의 보호에 있다.

유사 이래 모든 사회에는 부정의, 억압, 가난, 빈곤이 있었고 서구 민주주의 국가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한 어떤 사회체제보다도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억압, 빈곤, 부정의가 덜하며 그러한 악들에 대한 투쟁이 잘 전개되고 있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매우 불완전하고 개혁을 필요로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체제들 중에서는 최선의 사회이다.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의 상반된 성격을 두 그리스 철학자의 말로 대비해 보자.

열린 사회의 지지론자인 페리클레스는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정책을 발의할 수 있다고 해도 우리는 모두 그것을 비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닫힌 사회의 지지론자인 플라톤은 “아무도 지도자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전쟁 때나 평화 때나 그를 따르고 사소한 일까지 그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자연히 페리클레스와 플라톤은 ‘누가 국가를 지배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서도 의견을 달리한다. 페리클레스는 “정부는 소수보다 다수를 좋아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이다. 토론은 정치적인 장애가 될 수도 있지만 현명한 판단을 위한 불가피한 전제다.”라는 입장을 보인다. 그러나 플라톤은 “정의란 ‘최상의 국가 이익’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자만이 국가를 지배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닫힌 사회의 국가는 크든 작든 시민을 규제하고 국가만이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열린 사회’는 개인이 스스로 판단하고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회이다. 한마디로 민주화 사회를 말한다.

4.열린 조직이론

그러면 이제는 초점을 경영 차원으로 좁혀 기업조직에서는 열림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자.

여기서는 조직이론에서 열림이 적용되는 예를 살펴본다. 내용 전개의 순서는 먼저 조직이론에서 이야기되는 시스템이론에서 출발하여, 다음으로는 이러한 시스템이론이 발전한 과정을 살펴보고, 그 뒤에는 열린 시스템이론과 보다 열린 시스템이론 쪽으로 이야기를 옮겨간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조직 시스템이론은 1960년대를 기점으로 닫힌 시스템이론에서 열린 시스템이론으로 발전했다. 또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다 열린 시스템이론’도 강조된다. 보다 열렸다는 의미는 조직을 여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직의 안과 밖 그 자체가 구분되지 않는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시스템 관점

그러면 먼저, 시스템 관점에 대해서 살펴보자. 조직이론에서 말하는 시스템 관점이란 무엇인가. 시스템이론은 원래 생물학 같은 자연과학에서 시작되어 그 뒤 경영학의 생산관리, 산업공학 분야로 확산되었으며 사회과학에도 도입됐다.[44] 시스템 관점은 여러 분과 학문을 관통하는 종합학문을 추구한다. 즉 총체적 접근법으로서, 시스템 내의 개개 요소가 아닌 시스템 전체의 행동에 초점을 둔다. 비유적으로 설명하면, 자동차의 각각의 부품이 최고의 질을 자랑한다고 해서 자동차의 전체적인 성능이 반드시 최고인 것은 아니다. 부품들이 서로 잘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최고의 자동차가 나오는 것이며 이러한 점에서 시스템 관점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시스템이론의 발전 과정

다음으로는, 조직 시스템이론이 열리고 있는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그 발전과정을 살펴보자. 조직 시스템이론에서도 열림과 닫힘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어 왔으며 스탠포드 대학의 스코트 교수는 조직 이론의 발전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45]

[표 5] 시스템이론의 발전 유형

닫힌 시스템 열린 시스템
합리적 행동 [A상한: 1900~1930] [C상한: 1960~1970]
베버, 테일러 챈들러, 로렌스, 로시
사회적 행동 [B상한: 1930~1960] [D상한: 1970~ ]
메이요, 맥그리거, 버나드, 셀즈닉 와이크, 마치

A상한은 1900년경부터 1930년경까지의 ‘닫힌 시스템/합리적 행동’의 시대이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막스 베버는 독일의 사회학자로, 관료제도야말로 인간의 조직 중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46] 베버가 제시한 관료제도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 상하관계가 명확한 계층 구조를 가진다.
  • 조직 상층부에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다.
  • 명령체계를 통해 조직업무가 조화된다.
  • 현장직이나 관리직을 막론하고 명문화된 규칙과 절차에 의해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통제된다.
  • 업무 담당자는 할당된 작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사람들의 기술적인 역량이 작업 할당과 승진의 기준이 된다.

한편 미국의 프레더릭 테일러는 시간과 동작연구 등 과학적 관리를 주창했다. 과학적 관리의 기본원리는 다음과 같다.[47]

  • 작업을 가능한 작게 나누어 전문화시킨다.
  • 세분화된 작업을 세밀하게 할당한다.
  • 규정된 작업과 행동이 거의 변화 없이 반복한다.
  • 작업자의 자율권이나 ‘머리를 쓰는 활동’을 없앤다.

베버와 테일러 등의 주장은 만약 사람이 어느 정도 한정된 규칙과 기술을 배우고 익숙해진다면 거대한 인간의 집단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을 오직 경제적인 차원으로만 판단하며 기계로 취급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계적 관료주의 모델(machine bureaucracy model)의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이후 1930년경부터 1960년경까지의 ‘닫힌 시스템/사회적 행동’ 시대에는 조직 내의 ‘인간적인 요소’가 초점이다(B상한). 이 시대의 대표주자로,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였던 엘튼 메이요는 그 유명한 호손 실험을 주도했다. 호손 실험은 뉴저지주의 호손에 있는 웨스턴 일렉트로닉 공장의 전화기 조립라인에서 실시되었다. 예컨대 먼저 라인의 조명을 밝게 하니 생산성이 올라갔으며 다시 조명을 어둡게 하면 생산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생산성이 더 올라갔다는 것이다. 실험의 결과는 종업원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 생산성이 크게 올라가는 것으로 나왔다. 나중에 메이요와 그 제자들은 산업심리학이라는 분야를 확립한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는 집단 훈련, 리더십에 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전후에는 더글러스 맥그리거가 XY이론을 내놓았고, 이들 이론은 ‘인간관계 학파’로 발전되었다. 이들이 강조하는 내용의 핵심은 다음 두 가지이다.

(1)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려하기 때문에 이들의 참여를 진작시키면 조직에도 도움이 되며 이들이 모인 조직은 큰 잠재력을 갖는다.

(2) 따라서 종업원 참여, 팀 방식의 조직, 직무영역의 확대와 복합기능의 보유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의 시도 역시 테일러 학파가 극단적으로 합리주의에만 치달은 것처럼, 극단적으로 인간적인 측면만 강조하여 시들해졌다.

1960년경부터 1970년경까지 지속된 C 상한은 ‘열린 시스템/합리적 행동’의 시대로 일보 후퇴인 동시에 일보 전진의 시기였다. 일보 후퇴했다는 의미는 인간을 다시 기계적인 것으로 보았다는 것이며 일보 전진은 기업을 경쟁시장의 일부로서, 경영환경의 힘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조직을 열린 시스템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의 초기에 큰 공헌을 한 하버드 대학의 알프레드 챈들러는 듀폰, 시어즈, 스탠더드오일, GM 같은 대기업의 조직구조가 시장의 압력에 의해 변하며 듀폰과 GM 두 회사의 제품계열이 시장을 바탕으로 하여 확장되고 있음을 알아냈다. 즉 1960년대 이후부터 경영이론가들은 경영환경이 급변하자 열린 조직과 환경적응성이라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상황적응이론(contingency theory)을 포함한 ‘열린 시스템 관점(open system perspectives)’이다.

마지막 D 상한은 1970년경 이후 현재까지 계속되는 시기로 ‘열린 시스템/사회적 행동’의 시대이다. 여기에서는 인간을 합리적인 행위자로 보는 게 아니라 잠재력, 약점, 한계, 모순, 불합리성을 가지고 있는 복잡한 사회적 행위자로 본다. 외부 세계와 격리된 기업은 빠른 속도로 계속 변하는 일련의 외부의 힘에 의해 영향을 받는 기업으로 대체된다. 목적, 수단, 외적인 변화 등 모든 것이 유동적이며 형식을 내세우지 않는 것, 기업가정신, 진화를 강조한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조직 시스템이론은 1960년대에 경영환경이 급변하자 환경적응성이라는 문제를 심각히 고려하게 되었고, 이를 기점으로 닫힌 시스템이론에서 열린 시스템이론으로 발전한 것이다.

열린 시스템이론

그러면 이제부터는 C 상한과 D 상한에 해당하는 열린 시스템이론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열린 시스템이란 환경으로부터 자원을 유입하여 자기 유지를 해가는 시스템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살아있는 세포를 들 수 있다. 세포의 단위조직과 그의 환경은 나누어져 있되, 이 둘 사이가 열려 있다. 열린 조직도 외부환경과의 경계는 있지만, 외부 환경과 긴밀한 관련성을 갖고 교류가 일어난다.

HBR(Harvard Business Review)의 편집장인 캔터 교수도 열린 시스템이론을 주장하는 사람으로, 조직이 닫힌 모델에서 열린 모델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48] 과거에는 환경변화가 안정적이라는 전제아래 편협한 사고와 닫힌 시스템 위주로 경영이 이루어졌으나 1960년 이후 경영환경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자 조직은 통합적인 시각에서 열린 시스템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한다.

[표 6] 닫힌 조직 모델과 열린 조직 모델의 비교[49]

과거의 조직 모델 새로운 조직 모델
모델 닫힌 시스템
합리적 시각
경제적 모델
열린 시스템
환경적 시각
정치적/경제적 모델
조직과 조직원의 제약조건 선택, 계약이 자유로움
자신의 능력만이 문제
환경적 제약, 자원 부족,
권력 갈등 문제에 직면
조직의 목적 제한된 아웃풋 생산
일정영역 내 안주 가능
다양한 활동
외부와의 조정 필요
경영상 핵심 문제 통제
독립된 부문 간 조정프로세스 간 마찰 경감
전략적 의사결정
현안문제 해결
외부적 정치관계 해결
시각 내부적, 미시적 시각 외부적, 거시적 시각
연구 과제 정적, 불변적인 사항 의견조정, 경쟁, 상호조정
조직의 효율성 객관적인 기준과 동질적인 조직의 요구를 바탕으로 한 기술적인 문제 조직 외부 관련자들의 의견 조정을 거친 기준을 바탕으로 한 정치적 문제

캔터가 주장하는 열린 모델의 가정은 다음 네 가지이다.

(1) 조직과 각 부문은 ‘열린 시스템’이므로 필연적으로 서로 의지해야 하며 모든 조직주체의 행동은 다른 조직 혹은 다른 부문과의 관련성이라는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2) 사회주체들의 의사결정은 외부의 결정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각각의 목적과 수단에 대한 동질성도 없으므로 명확하고 획일적인 목표란 있을 수 없다. 목표는 조정과정에서 얻어지는 산물이다.

(3) 개인이 최종적인 행동의 주체임은 틀림없지만, 개인의 행동은 내적인 동기보다는 외부 관련자들의 기대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톱의 리더십에서도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개인의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이나 구조를 설계하는 기능에 점차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4) 전문분야별로 특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조화시키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 따라서 너무 기능을 너무 세분화시키는 것은 피해야 하며 조직원들의 의사소통을 촉진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 각자는 자신의 담당분야뿐 아니라 그 외의 다른 부문에서 벌어진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진다. 각자가 더 큰 목적을 위한 사회적인 책임을 공감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관리자는 광범위한 식견과 한 부문 이상의 경험이 필요하다. 한편 이와는 좀 다른 차원에서 조직관련 컨설턴트의 주장도 검토해 보자. 델타 컨설팅의 대표인 데이비드 내들러 등은 고성과업무시스템(HPWS: High Performance Work Systems)을 제안한다.[50] HPWS는 업무, 사람, 기술, 정보가 총체적으로 조화되어 최적상태가 되도록 조직을 설계함으로써 고객의 요구와 환경의 요구 또는 기회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높은 성과를 올리도록 하는 접근방식이다. HPWS의 핵심원리는 다음과 같다.

[표 7] 전통적인 조직과 HPWS의 비교[51]

전통적인 조직 HPWS
내부지향적인 설계 고객과 환경에 초점을 둔 설계
통제가 심한 세분화된 단위조직 권한이 위양된 자율적인 단위조직
여러 가지 잡다한 요구 명확한 방향과 목표
철저한 착오 방지 자원에 대한 예외사항
기술적 시스템이 지배 사회적/기술적 시스템의 통합
정보 독점/제한 정보 공유
세분화되고 편협한 직무 확장되고 공유되는 직무
사람의 행동을 통제/제한 사람에게 권한위양
경영구조, 프로세스, 문화를 통제 경영구조, 프로세스, 문화에 자율성
경영층이 조직을 재설계 조직 재설계권의 위양

(1) 구성원이 힘을 모아 고객과 환경의 요구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조직을 설계한다.

(2) 정보의 창출, 입수, 전파가 쉽게 이루어지도록 조직을 설계한다.

(3) 명확한 방향과 목표를 세운다.

(4) 조직 자체에 조직의 재설계권을 주어 환경변화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

(5) 사람과 기술이 조화되도록 한다.

(6) 각 부문, 각 개인에게 최대한 권한을 위양하여 자율성을 높인다.

(7) 개인의 업무를 확대시켜 자기 해결능력, 학습능력을 높이고 동기부여가 되도록 한다.

(8) 팀 운영을 활성화한다(독자 채용, 기술에 근거한 급여, 동료 평가제, 팀 단위의 상여 등).

(9) 전사가 부문을 지원할 수 있도록 경영구조, 프로세스, 기업문화를 만든다.

이 같은 특징을 기준으로 보면 HPWS는 앞서 소개한 매트릭스의 D상한(열린 시스템/사회적 행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열린 시스템이론의 한계

이상에서 열린 시스템에 대해 살펴보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열린 시스템이론으로도 잘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열린 시스템이론도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즉 시스템이론은 환경과 조직 간이 경계를 지나치게 구분한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한다. 또 시스템이론의 특징인 ‘총체적 이해’라는 것도 산업사회와 모던사회의 ‘합리성 추구’라는 특성의 산물이다. 근대학문의 특징인 보편적 논리를 추구하려는 노력이 시스템이론에도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열린 시스템이론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시대인 산업사회에서 탄생하여 그 시대적인 특징을 잘 반영한 이론이다. 산업사회와 모던사회에서는 이런 분리와 구분이 확실하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분리되고 소비지와 생산지가 분리되며 회사 간 구분도 확실하다. 또 자본과 노동도 분명히 분리되어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러한 접근을 비판한다. 왜냐하면 탈(脫)산업 사회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이런 구분이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한 예로, 자본과 노동의 분리가 불분명해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연금기금 중 큰 곳은 800억 달러에 이르는 재산을 가지고 있으며 작은 연금기금조차 10억 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노동자의 연금기금이, 주식으로 투자되어 기업의 직접자본이 되기도 하고 융자 형태로 간접자본화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인구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주식회사 지분의 50% 이상을 개인적으로 보유했다.[52] 그러나 최근 들어서 자본의 재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종업원의 동기부여를 위해 우리사주 제도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CSEA(California State Employees Association) 같은 연금플랜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1992년 말 기준으로 이런 연금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이 미국 대기업의 주식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드러커는 이런 모습을 ‘연금기금 사회주의’라고까지 부른다.[53] 왜냐하면 연금기금을 통해 피고용자가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오히려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의 모습에 가깝기 때문이다.

회사와 고객의 구분도 모호해진다. 회사의 임직원은, 임직원 가족까지 포함해서 조직의 구성원으로 내부에 있으나 동시에 그들은 회사의 고객이 되어 외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역으로 협력회사는 조직의 박에 있으나 구매의 예술화와 공존공영의 캐치프레이즈 아래 실질적으로는 조직의 내부에 있는 것처럼 간주되는 추세이다. 경쟁관계에 있던 경쟁사가 어느 날 갑자기 제휴관계를 가지는 협력자로 바뀌고 극단적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내부화되기도 한다. 적과 나, 그들과 우리는 모두 서로가 맞물려 있는 존재들이다. 산업과 제품의 전통적 구분도 열려 간다. 현재 자동차산업은 기계조립이 중심이지만 조만간 전자부품과 기계조립 산업이 통합되는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전통적인 업종의 개념까지도 열려져 가는 현상의 하나이다.

그러면 왜 아직도 기존의 사고방식은 ‘열린 아니면 닫힌’ 시스템이론처럼 이분법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우선 역사적 사회적 배경으로는 산업사회의 생산방식인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사회가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를 부추겼다. 또 인간의 사고유형은 어쩔 수 없이 이분법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조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이런 구분들이, 즉 폐쇄적인 구분의 논리(흑백논리)가 기본으로 작용해 왔다는 것이다.

보다 열린 시스템

이처럼 모더니즘의 이분법적인 한계로 인해, 열린 시스템이론에서 말하는 열림과 닫힘이란 개념들이 정말 유용한가 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래의 조직운영에서는 환경과 조직의 구분과 분리를 극복한, 보다 넓은 관점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보다 열린 시스템’으로 부른다. 시스템을 열린 정도의 관점에서 구별하면 다음과 같다.

  • 닫힌 시스템: 환경과 조직이 서로 닫혀 있다.
  • 열린 시스템: 환경과 조직이 서로 열려 있다.
  • 보다 열린 시스템: 환경과 조직 간의 열림과 닫힘을 구별할 수 없다.

[그림 7] 뫼비우스의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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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her, M. C. (1992). M. C. Escher: The Graphic Work. Benedikt Taschen Verlag GmbH.’에서 인용.

최근 우리 주변에서 구분과 분리가 모호해지는 현상들은 단순히 열린 시스템의 관점보다는 ‘보다 열린 시스템’의 관점으로 보아야 이해가 가능하다. 이제 환경과 조직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져 간다. 또 전통적인 산 업간의 구분도 없어져 가고, 전통적인 업종의 개념에서도 구분이 무너지고 있다. 사실 전통적 구분들은 오히려 복잡화되고 있는 현실을 단순화하여 왜곡할 우려도 있다.

환경과 조직의 분리와 관련하여 수학자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곧잘 인용하는 예를 보자. 앞의 그림은 안과 밖을 구분하기 어려운 ‘뫼비우스의 띠’를 네덜란드의 화가인 에셔가 응용한 것이다. 이것은 열린 것인가, 닫힌 것인가. 이것은 열려 있으면서 동시에 닫혀 있는 것이다.


제4장 열린 경영이 왜 좋은가

앞의 제3장에서는 예술, 과학, 사회, 경영 등 여러 분야가 열리고 있는 모습들을 살펴보았다. 이번 장에서부터는 그 범위를 경영 차원으로 좁힌다. 먼저 경영 차원에서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 과연 이러한 열림이 경영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것인가, 또 도움이 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자.

중국 개방화의 실질적인 지도자인 등소평의 말처럼, 창문을 열면(개방을 하면)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고, 바깥 경치를 볼 수도 있으며, 출입이 자유로워 같이 일하기 편하고, 새로운 가치관도 창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외부의 바람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더러움에 쉽게 오염되며, 출입을 통제하기 어렵고, 그래서 기존의 가치관과 질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기업 차원에서는 우선 열림에 대해 실리적인 계산을 해보아야 한다. 열면 어떤 비용이 줄어드는지, 어떤 이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는지 또는 여는 데 비용은 얼마나 들어가는지, 열림으로 인해 불이익은 없는지 등을 고려해 수지타산을 맞추어 본다. 이런 계산은 여는 범위와 정도 그리고 깊이에 따라서 각각 다르게 나올 것이다. 열림의 효과성과 효율성은 각 기업이 처해 있는 상황이나 업종의 본질에 따라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책에서는 기본적으로 ‘열린 경영이 닫힌 경영보다 좋다’는 점을 주장한다. 그렇다면, 열림은 누구에게, 왜, 어떻게 좋은가. 열림이 좋은 이유는 다음 네 가지이다.

(1) 열림은 시대적 흐름이다.

전형적인 환경적응조직인 기업이 이런 시대적인 흐름을 따르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무리가 따른다. 기업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은 적자생존의 원리에서는 단적으로 멸종을 의미한다.

(2) 열림을 통해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창조성이 키워진다.

열린 조직에서는 닫힌 조직보다 의사소통이 활발해지고 외부자원(정보, 자본, 사람)의 유입량이 많아지며 외부와의 접촉도 활발해진다. 또 조직 내 다양한 관점과 지식이 늘어나게 되어 개인과 조직의 창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3) 열림은 상승효과를 낳는다.

열림을 통해 각기 다른 조직에 속해 있는 경영자원이 서로 합해지면 복합되고 융합하여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상승효과를 낳는다. 거꾸로 상승효과가 발휘되어야 보다 효과적으로 열릴 수 있다. 열림과 상승효과는 서로 선순환(善循環)의 관계에 있다.

(4) 열림을 통해 기업의 이익이 올라간다.

닫힌 경영에서는 모든 경영자원을 자력으로 조달해 내부에 축적하므로 고정비 부담이 커진다. 그러나 조직을 열면 경영자원을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으므로 고정비가 변동비로 전환되어 비용 구조가 변동비 중심으로 되고 회사의 이익은 증대한다. 저성장시대에는 변동비 중심의 비용구조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제부터 이러한 네 가지의 장점 또는 열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열림은 시대적 흐름이다

우선, 열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경영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세상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제1장에서 소개한 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조류는 한마디로 ‘열린 시대’이다. 제1장에서 언급한 시대적 조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우리 문민정부의 주요 정책방향이 열림을 기초로 하고 있다.

(2) WTO체제의 출범으로 세계화 시대가 열렸다.

(3) 사람과 자본 그리고 정보가 범세계 차원으로 이동, 교류되고 있다.

(4) 과거 집중되어 있던 세계 자본주의체제의 단핵 역학구조가 이제는 다핵의 구조로 분산되었다.

(5) 자본주의체제가 탈조직화된다.

(6)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대표되던 포드주의가 쇠퇴하고 다품종소량생산과 개성소비로 특징 지워지는 후기포드주의가 등장했다.

(7) 통신기술 등의 발달로 정보화 시대가 열렸다.

(8) 선진 제국을 중심으로 또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지식이 중요해지는 지식화 사회로 옮아가고 있다.

(9) 열린 환경의식과 환경 보호가 강조된다.

이러한 도도한 시대의 변화를 맞아, 전형적인 환경적응조직인 기업이 이런 흐름에 적응하지 않는다면 여러 가지 무리가 따른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라 환경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3C 시대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현재는, 고객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무한경쟁시대이다. 공정하면서도 치열한 경쟁이 일고 있으며, 변화가 일상적인 것으로 되어 버렸다. 최근 리엔지니어링으로 주목받고 있는 마이클 해머는 지금의 경영환경을 3C로 표현한다.[54]

과거의 경영환경이었던 대량생산, 안정,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이제는 3C, 즉 고객(customer), 경쟁(competition), 변화(change)라는 말로 대체되었다. 특히 과거에는 예외적인 것으로 취급하던 ‘변화’가 이제는 일상적, 영속적인 것으로 되었다.

[표 8] 경영환경의 변화: 3C 시대의 도래

과거 현재 (3C)
안정(stability) 변화(change)의 일상화
대량생산(mass production) 고객(customer) 위주
성장(growth) 경쟁(competition) 격화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면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를 우리는 어떤 관점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변화에 대해서는 여러 관점이 있다. 서양문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살펴보자. 그리스 철학에서는 변화에 대한 시각이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1) 플라톤

이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변하지 않는 것은 영원한 것이고 변하는 것은 그림자처럼 일시적인 것으로 본다.

(2) 헤라클리투스

변화는 항상 일어나는 것으로 안정된 상태가 인위적, 가공적인 것이라는 관점이다. 그는 “세상에 바뀌지 않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중 첫 번째 플라톤의 견해가 서양의 중심사조를 이루게 되었고 그 결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변화를 순간적이고 부차적인 현상으로 인식해 왔다. 이런 인식이나 사상 아래서는 변화란 근원적인 것이 아니므로 모든 것은 안정되고 변화하지 않는 상태로 되어야 한다. 조직의 변화도 환경의 변화에 마지못해 따라가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 그러나 과연 변화를 그렇게만 볼 것인가. 만약 변화를 헤라클리투스의 견해처럼 항상 일어나고 있는 보다 근원적인 현상으로 보기 시작하면 상당히 다른 시점들이 나타난다. 즉 변화는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것이고 항상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변화를 회피하기보다는, 이끌어 가거나 타고 가야 한다는 시각을 가지게 된다. 다시 말해 헤라클리투스의 견해가 부활하는 것이다.

변화와 조직의 적합성

이처럼 변화를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조직은 이러한 변화를 맞아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 조직이 환경변화에 적절히 적응한다는 것은 ‘조직의 적합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환경변화와 조직변화의 관계는 ‘적합성’에서 출발한다. 적합성에는 ‘외적 적합성’과 ‘내적 적합성’의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외적 적합성부터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조직은 외부환경으로부터 인풋을 받아 조직 내 변환과정을 거쳐 아웃풋을 만들어 내며, 이 아웃풋이 환경 요구에 얼마나 맞느냐에 따라 그 조직의 성과가 결정된다. 조직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변하면 조직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적자생존하기 위해 변화에 자기를 맞추어 가는데 이를 외적 적합성이라 한다.

그러면 내적 적합성이란 무엇인가. 조직은 시스템적인 시각으로 보면 크게 4가지로 구성된다.[55]

  • 업무(일)
  • 사람(조직 구성원)
  • 공식구조(일과 사람을 맺어 주는 공식적인 관계)
  • 비공식 구조(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조직 내에 비공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시행되는 문화, 가치관 등)

조직은, 모든 시스템이 그렇듯 항상 균형을 유지하려는 속성이 있다. 즉 효과적인 조직에서는 업무, 사람, 공식구조, 비공식 구조들이 서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내적 적합성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환경변화가 안정적인 상황이면 업무는 정형적인 업무가 주류를 이루며 사람은 전문가가 필요하고, 조직은 피라미드형 조직이 유리하며 조직문화는 관료적 조직문화가 바람직하다.

[표 9] 내적 적합성의 사례

환경 변화 안정적 변화격심
업무 정형적인 업무 창조적인 업무
사람 전문가 자율적인 프로
공식구조 피라미드형 조직 수평 조직
비공식 구조 관료적 조직문화 유연한 조직문화

그런데 가령 내적 적합성이 부족해 조직 내부의 균형(내적 적합성)이 깨어진다면 조직은 혼란에 빠진다. 예컨대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자율적인 프로가 창조적인 업무를 하는데 조직구조가 피라미드형이고 조직문화가 관료적이라면 조직은 혼란에 빠지고 성과가 나오지 않게 된다.

요컨대, 세상이 열리면 조직도 열려야 한다. 열리지 않고 외적 적합성이 부족해지면 조직은 혼란에 빠지고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은 쇠퇴하게 된다.

2.열면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창조성이 커진다

열림이 필요한 두 번째 이유는 조직 내외부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조직의 창조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닫힌 조직에서는 외부의 정보를 전문가들이 자기의 시각으로 번역을 해 조직 내에 전달하지만, 조직이 열리면 전 조직원이 직접 외부의 정보를 접할 수 있어 외부정보가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대량유입된다. 이를 통해 조직내부에 지식이 축적되고, 환경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으며, 보다 정확한 의사결정도 할 수 있다. 다양하고 살아 있는 지식이 축적되면 개인과 조직의 창조성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조직 내부적으로도 의사소통이 원활해져 공감자산이 축적되고 ‘의사소통 비용’이 대폭 절감된다.

조직이 열리면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창조성이 키워진다는 논리를 히도쯔바시(一橋) 대학의 노나카(野中郁次郞) 교수의 이론을 바탕으로 살펴보자.[56]

형식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

노나카 교수는 인간의 지식을 형식적 지식(형식지)과 암묵적 지식(암묵지)의 두 가지로 나눈다.[57] 형식지란 객관적, 명시적, 공식적인 지식을 말하며 암묵지란 주관적, 비정형적, 비공식적인 지식이다. 형식지의 예로는 제품설명서에 적혀 있는 사용설명법을 들 수 있다. 반면 암묵지란 사용설명서에는 없지만, 실제로 기계를 사용할 때는 꼭 필요한 지식처럼 글이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을 말한다. 한 번 해보면 쉽게 알 수 있으나 글로 쓰인 것을 보아서는 잘 알 수 없다. 자동차운전기능도 암묵지에 해당한다.

노나카 교수가 지식의 개념을 이렇게 세분하는 배경에는 지식의 범위를 보다 열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조직의 창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식을 단지 공식화되고 객관적이고 명시화할 수 있는 것만으로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암묵적이고 주관적이고 비정형적인 것까지 포괄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개인적인 지식, 경험을 통해 축적된 지식, 남에게 전달하기 어려운 지식, 주관적 통찰과 직관 등(암묵지)도 공식적이고 객관적 지식(형식지)과 함께 조직에 도움이 되는 지식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열린 개념의 폭넓은 지식을 조직에서 활용한다면 개인과 조직의 창조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또 형식지만이 아니라 암묵지까지도 유용한 것으로 인정하게 되면 지식의 창조는 특정 연구개발부서만의 일이 아니라 모든 부문의 일상적인 업무로 된다. 과거처럼 우수한 기술만 확보하면 성공할 수 있었던 ‘시즈(seeds)[58] 추구형 경영’에서는 창조적인 업무가 R&D부서만의 고유역할이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해지고 까다로워지는 고객 니즈에 적응하는 ‘니즈(needs) 추구형 경영’, 또는 니즈와 시즈를 결합하는 경영에서는 어느 특정부서만이 고객의 니즈를 포착해 새로운 제품 콘셉트를 창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제 R&D는 전 조직원이 참여해 함께 도전해야 할 과제로 열리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암묵지가 더욱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열림과 창조성

조직을 열면, 조직원들이 암묵지를 직접 외부로부터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창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환경변화에 더욱 유연하고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으며, 살아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의 질도 높일 수 있어 환경적응에 유리한 점이 많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조직의 노력은 정보입수로부터 시작한다. 외부환경의 정보를 조직 내로 유입하는 데는 두 가지 패턴이 있다. 하나는 전문가와 전략가들이 중심이 되어 정보를 유입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조직 내에 전파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수의 전문가 중심으로 되다 보니 전 조직원에게 전파되고 흡수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왜곡도 생긴다. 소수 전문가들이 외부의 지식을 찾아내어 조직 내에 유입하고 전파시키는 데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표 10]의 1, 2, 3). 먼저 외부의 암묵지를 전문가들이 형식지로 정리한 후(1), 조직원들에게 이를 다시 형식지로 전달하면(2), 조직원들은 이를 암묵지로 체화시키는(3), 세 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모든 의사소통이 그러하듯 단계를 많이 밟을수록 정보의 왜곡과 변질은 심해진다.

[표 10] 지식전파 유형

1.  암묵지 → 형식지
2.  형식지 → 형식지
3.  형식지 → 암묵지
4.  암묵지 → 암묵지

그러나 열린 조직에서는 모든 조직원이 외부의 암묵지를 암묵지 그대로의 상태로 직접 받아들이게 되므로 지식이 전파되고 흡수되는 속도와 심도에 있어 닫힌 조직과 비교할 바 아니다([표 10]의 4). 그러나 이 방법은 정보의 선택과 해석상의 다양성으로 인해 조직원 사이에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그림 8] 외부 정보의 내면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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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방법 간의 장단점은 상충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선택 여부는 상황판단의 문제로 귀결한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암묵지 상태로 대량의 다양한 정보를 유입했을 때 생기는 혼란이라는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는 다양한 고객의 요구와 급격하고 지속적인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정보의 전파속도와 유입량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다양성으로 인한 내부혼란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두 번째 방법(열린 경영)이 첫 번째 방법(닫힌 경영)보다 유효할 것이다.[59]

21세기를 앞두고 세계 시민들은 갈수록 ‘보다 고품질’의 제품과 ‘보다 높은 서비스 수준’을 ‘보다 싸고 빠르게’ 구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한낱 손수건 한 장에서부터 모든 상품과 서비스, 교육, 환경, 교통, 주거, 식수, 식품, 의료, 공공시설, 건축물, 도시계획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파급될 것이다. 이런 시대적인 욕구상승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전천후, 24시간’의 아이디어 개발, 창조력의 향상, 신기술과 신제품의 개발, 지력과 두뇌력 그리고 정보능력의 극대화를 향해 끊임없이 발 빠르게 변신해야 한다. 이의 관건은 바로 개인과 조직의 창조성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창조성은 다양성에서 출발한다. 조직 외부로부터 다양한 관점과 다량의 정보와 지식이 유입될수록 조직의 창조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열린 조직이 닫힌 조직보다 창조성이 높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3.열면 상승효과가 나온다

열림이 경영에 도움이 되는 세 번째 이유는, 열면 상승효과(시너지 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열림을 통해 각기 다른 조직에 속해 있는 경영자원이 서로 복합되고 융합함으로써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켜 상승효과가 나온다. 거꾸로 상승효과가 발휘되어야 보다 효과적으로 열릴 수 있다. 즉 열림과 상승효과는 서로 선순환의 관계에 있다.

상승효과란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개체가 힘을 합쳐 둘이 지닌 힘 이상의 효과를 내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상승효과는 조직이나 회사 간의 상승뿐만 아니라 회사와 사회, 회사와 국가 간의 상승도 생각할 수 있다. 기업 내부 활동 차원에 한정시켜 보아도 제한된 경영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여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승의 추구가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러면 이러한 상승효과를 어떻게 창출해낼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세 가지의 관계 유형: 상충(相衝), 상생(相生), 상승(相乘)

국가, 사회, 경제, 인종, 기업, 사람 등 모든 개체들이 상호간에 관계를 설정하는 형태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서로가 충돌하는 경우(相衝), 서로가 갈이 가는 경우(相生), 서로가 힘을 합하는 경우(相乘)이다.

문화인류학자인 신시아 조바는 이를 ‘경쟁, 협동, 공동창조’로 표현한다.[60] 이 세 단어의 공통점은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세 단어의 어원은 모두 라틴어로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 경쟁(competition): 함께 싸운다(striving together)
  • 협동(cooperation): 함께 일한다(working together)
  • 공동창조(co-creation): 함께 창조한다(creating together)

이처럼 단순히 정의만 봐도 무엇이 바람직하고, 우리가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 답은 간단하게 나온다.

또 다른 차원으로, 조직이론가인 예이츠는 이를 역장(力場, force field)의 시각에서 비교, 설명한다.

  • 상충: 서로가 대치하고 있는 힘
  • 상생: 서로가 나란히 가고 있는 힘
  • 상승: 서로가 융합하고 화합하는 힘

변화관리 전문가인 대릴 코너도 이와 유사하게 구분하면서, 성공적인 조직 변화를 위해서는 조직성원들이 시너지를 발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61]

  • 자기파괴형: 1+1 < 2 – 보존형: 1+1 = 2 – 상승형: 1+1 > 2

이상의 세 가지 관계 유형 중 경영자들이 가장 익숙한 것은 상충관계(경쟁관계)이다.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도 대개 경쟁관계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전제 아래 경쟁관계 내에서 어떤 유형의 경쟁을 택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다. 경제학자나 정책입안자들도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독과점은 아닌지 하는 것에만 주로 신경을 쓸 뿐 경쟁 외의 다른 대안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국민학교에 입학해서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인간성이 형성되는 전 기간 동안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 왔으며, 다른 사람들과 협동하고 함께 팀으로 일하면서 그 혜택을 누리는 경우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경쟁 그 자체에 대해 별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19세기말 이후 인간과학 분야에 이루어진 많은 연구결과는, 자연이나 조직에 있어 경쟁관계보다는 협동관계가 심리학적으로, 생리학적으로, 경제학적으로 우수한 결과를 낳는다는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세 가지 유형 중 어느 것 하나가 가장 좋다는 답은 없다.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서 각각이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각 유형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관계 유형 1: 상충 관계(경쟁 관계)

경쟁은 그 자체로서 많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운동선수, 기술자, 정치가, 사업가들이 경쟁을 이야기할 때는 항상 머릿속에 서로가 대치하거나 충돌한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깔고 있다. 서로가 대치하고 충돌한다는 의미도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며 장점의 여지도 있다. 마찰은 에너지를 만들며 스파크와 불을 일으킨다. 마찬가지로 경쟁이 촉매제로 작용해 사람의 도전의식과 성취 욕구를 자극한다.

어떤 경우에 경쟁이 효과적인가. 보다 큰 새로운 비전이 있거나, 시장 규모가 확대되거나, 경쟁자가 확정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경쟁의 장점이 크며 모두가 승리자로 될 확률이 높다.[62]

경쟁의 긍정적인 사례를 보자. 케네디 대통령이 내건 ’10년 안에 미국인을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비전은 과학자, 기술자, 사업가들의 경쟁을 부추겼다. 치열한 경쟁과정에서 지엽적으로 일부 회사는 계약을 상실했지만, 인류가 달에 착륙한다는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전체파이(pie)는 커졌고 관련자들 대부분은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대승적인 관점에서 모두가 승리한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미국과 구 소련간의 우주시합도 경쟁을 통해 많은 부문에서 좋은 결과를 냈다. 컴퓨터 산업에서도 경쟁을 통해 엄청난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특정 산업 내에서는 여러 기업이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심하게 경쟁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체 시장의 크기에 큰 변동이 없고 시장에 참가한 기업이 정해져 있을 때는 경쟁보다는 협동관계가 서로에게 이익이다.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경쟁에서 패자가 나왔다고 해서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업연구가의 보고서에서는, 계약 상실을 최고의 성과라고 했다. 왜냐하면 이로 인해 관심이 높아지고 더 좋은 방법을 찾도록 고민하며 조직내부의 협동관계를 이끌어 내어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을 창조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 경쟁의 나쁜 측면은 무엇인가를 살펴보자. 위의 경우와는 반대로 대상물이 확정되어 있거나, 사람들 간의 비전이 서로 다르거나, 현상 유지되고 있는 산업에서의 경쟁관계는 승자와 패자를 구분 짓는 제로섬(zero-sum)게임이 되어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 또한 작가인 알피 콘은 경쟁과 협동에 관련된 400건 이상의 보고서를 연구한 후, 경쟁의 부정적인 영향으로 다음을 들고 있다.[63]

  • 경쟁은 불안을 야기한다.
  • 비능률적이다.
  • 인간의 본질적인 동기(명예, 용기 등)를 약화시킨다.
  • 자기 자신에 대한 존경심을 파괴시킨다.
  • 상호관계를 오염시킨다.

콘의 견해는, 경쟁이란 생산적인 경우가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이 파괴적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서로가 잘못된 방법으로 경쟁을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경쟁이라는 그 자체가 파괴의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경쟁관계는 양날을 가진 칼의 성격이 강하며, 세 가지 유형 중 가장 역동적이다. 또 경쟁관계는 목표지향적이며 그 속성상 상충적이다. 이에 비해 협동관계는 과정 지향적이며 균형유지를 존중한다는 특성이 있다.

관계 유형 2: 상생 관계(협동 관계)

상생 관계(협동 관계)는, 참여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서로가 함께 일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회사 간의 치열한 경쟁은 회사 내부에 강한 협동 체제를 만든다. 최근 미국기업들 간에 유행하는 TQM(total quality management)은, 일본기업과의 치열한 경쟁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며, 이에 더해 미국 내에서의 경쟁 격화로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TQM은 회사 내부에서 많은 협동을 요구한다. 종업원 참여가 중요한 이슈이며 자율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서로 협력하는 팀워크는 높은 생산성과 높은 질을 낳는다. 페리 부핑턴은 협동의 긍정적인 사례를 이렇게 설명한다.

협동이야말로 최선의 성과를 낳는다. 모든 기술, 업무, 행동에 적용된다. 가령 경쟁적인 과학자들의 그룹이 있다고 할 때 그룹 멤버들이 서로 협력해서 경쟁 그룹보다 더 많고 질 좋은 연구결과를 다투어 발표한다. 또 협동적인 산업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반대의 경우보다 강대적으로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 학교에서도 협동적인 학생들이 더 높은 학점을 딴다. 협동적으로 일하는 인사담당 임원은 채워야 할 직무 공백을 거의 가지지 않는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도 아니지만 협동은 창조성을 높인다.

경쟁 대신에 협동을 추구하여 성공한 예가 ‘캘리포니아의 포도주 산업’이다. 캘리포니아의 포도주 사업자들은 아주 특별한 협동 체제를 구축했다. 같이 재배를 시작하고, 같이 실패를 공유하며, 혁신적인 재배기술을 같이 연구하고 나눈다. 이런 협동 체제를 통해 그들의 강력한 라이벌인 프랑스 포도주 산업을 어떤 측면에서는 앞서고 있다. 프랑스 포도주 산업은 내부에 업자들 간의 강한 경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협동의 부정적인 측면도 많다. 한정된 범위 내에서의 협동은 서로가 서로를 하향 평준화시키는 상호의존적인 풍토를 만들기도 하고 또 협동하는 것처럼 흉내만 내는 기만적인 분위기가 조성된다. 격렬한 대립이나 스파크가 일어나지 않으며 현실에 대한 감이 떨어지고 집단사고를 유발한다. 어느 한 특정 개인이 토의를 주도하고 지배하므로 모든 사람으로부터의 진정한 참여가 일어나지 않고 사람들은 사탕발림 식으로 이야기하며 직접적인 비판은 가능한 자제한다. 앞서 본 것처럼 경쟁이 목표 달성에만 너무 집착하듯이 협동관계에서 사람들은 과정에만 너무 집착하고, 아무 것도 되는 것 없이 인간관계 관리에만 신경을 쓴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관계 유형 3: 상승 관계(시너지 관계)

세 번째 유형으로 상승관계를 살펴보자. 우선, 상생(협동)과 상승(시너지)의 차이는 무엇인가. 협동에서도 어느 정도의 창조성은 나온다. 그러나 협동에서 나오는 창조성은 그 범위가 한정되어 있지만 상승(시너지)에서는 범위가 무한정으로 열려 있다. 예이츠가 지적하듯 상생의 힘은 병렬적으로 가고 있지만 상승에서는 힘이 융합된다. 상승은 목표지향과 과정지향 사이에서 상충(경쟁)과 상생(협동)을 최선의 조합으로 균형 있게 융합시키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세 가지 중 어떤 유형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시대의 환경변화와 관련성이 크다. 세상의 흐름은 닫힌시대에서 열린 시대로 바뀌고 있다. 문을 안으로 닫아걸고 서로 다투어 함께 망하는 ‘공멸(共滅)의 시대’는 가고 서로가 힘을 합해 같이 승리하는(win-win) ‘공승(共勝)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 같은 열린 시대에는 대개의 경우 상승이 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다.

[표 11] 공멸의 시대에서 공승의 시대로

공멸의 시대 공승의 시대
국가 대 국가의 무력 다툼 기업 대 기업의 기술 전쟁
국내 1위 추구 세계 1위 추구
침략과 약탈의 시대 (남의 것을 빼앗아 잘사는 시대) 공존공영의 시대 (서로 힘을 합해 모두 잘사는 시대)
겨울의 시대 (모든 것이 얼어붙는 시대) 봄의 시대 (모든 것이 되살아나는 시대)
부존자원(지하자원 등)이 힘의 원천 두뇌자원, 도덕자원(인간미, 도덕성)이 힘의 원천
1만 명이 1명을 먹여 살림 1명의 천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림
파이의 분배 파이의 확대
죄는 문화 (다 안 되는데 되는 것이 무엇인가?) 푸는 문화, 자율문화 (다 되는데 안되는 게 무엇인가?)

물론 상승의 전략도 기본적으로 기업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제조건 아래서 성립한다. 상승만을 추구하다가 기업 존속 그 자체가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이러한 상승력과 경쟁력을 기준으로 기업의 유형을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은 매트릭스가 나온다.[64]

[표 12] 상승력과 경쟁력의 매트릭스

경쟁력 (성장성)

상승력

(영속성)

영속적인 성장 기업 문화재적인 기업(에노키언 기업)
일시적인 성장 기업(패권적 기업) 쇠퇴 기업

위의 표에서처럼 상승력만 강하다고 해서 기업의 발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상승력은 있으나 경쟁력이 없을 경우는 문화재적인 기업(일명 에노키언 기업[65])에 그칠 수밖에 없다. 상승력에 경쟁력까지 더해져야 비로소 영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상승효과가 나려면

상승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열림이 필수적이다. 열지 않고서는 상승이 나올 수 없다. 상승효과를 얻기 위해 눈에 보이는 벽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벽도 허문다. 개인적으로는 발상의 벽, 다음은 벽, 이기주의의 벽을 허물고 조직의 벽, 제도와 관행의 벽, 부서 간 집단이기주의의 벽, 계층 간 권위주의의 벽을 허물어 각각의 분산된 힘을 하나로 뭉친다.

코너는 상승효과를 올리기 위해서 다음 두 가지의 조건들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66] 이 두 가지 모두가 열림을 기반으로 하는 요소이다.

(1)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상호 업무연계를 통해 달성한다. 이는 사람들에게 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어넣는다.

(2) 사람들의 ‘능력’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서 권한위양과 참여적 경영을 강화한다. 권한을 가진 사람이 실질적인 가치관을 소유하게 되므로 결정이나 행동의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또 기업 내부에서의 시너지뿐 아니라 외부와의 시너지를 고려한다면 더욱 열림이 필요하다. 경영 프로세스를 조직외부로 열어서 상승효과를 보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부품을 외부에서 구매하는 형태는 어느 기업에서나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다. 이는 기업이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발전소를 건설할 수 없다는 논리와 맥을 같이 한다. 기업의 자원조달 측면에서는 전통적으로 외부보다 내부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현재는 급격하게 환경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전통적 방식인 내부 자원조달은 조직의 비대화와 경직화를 낳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외부에서 특수한 기능이나 기술을 도입하는 것, 심지어 연구개발도 외부의 힘을 빌리고 외부의 두뇌를 활용하는 방안도 최근에 자주 거론된다. 협력회사는 물론 경쟁자까지도 경우에 따라서는 동지로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림 9] 상승 프로세스[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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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승의 시대에는 서로가 마음의 벽을 열고 이기주의를 버려야 다 함께 잘 살 수 있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가치관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부도덕한 개인은, 열린 경영이 정착된 조직과 열린 시대의 사회와 국가가 요구하는 인간상과는 거리가 멀다. 불건전하고 비윤리적이며 부도덕한 개인이나 조직은 더 이상 생존이 어렵다. 어두운 세상이 밝아지고 있다. 이제는 부정도 몇 대 후에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당대에 드러나는 세상이다. 노사 문제에 이어 소비자 권익보호 문제가 경영의 전면으로 부상한다. 환경보호운동도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인류사회, 지역사회에 공헌한다는 기업 이미지도 핵심경쟁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기업은 열린 마음, 투명한 경영, 깨끗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공정한 경쟁과 협력을 통해 상승의 전략을 펼쳐나가야 한다.

4.열면 이익이 올라간다

앞에서는 열림의 필요성과 장점에 대해 여러 가지 각도에서 살펴보았지만, 결국 기업 차원에서는 열림이 회사의 이익 향상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점이 최대 관건이다. 경영자의 입장에서야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68] 이런 취지에서 여기서는 열림과 이익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결론부터 요약하면, 저성장시대 혹은 안정성장기에는 조직을 열면 비용구조가 개선되고 이익이 올라간다. 다시 말해 현재와 같은 저성장기에는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가능한 경영자원을 회사외부에서 조달함으로써 ‘낮은 고정비와 높은 변동비’라는 비용구조를 가져가는 게 이익 향상에 도움이 된다. 경영자원을 자력으로 조달해 내부에 축적하는 방식은 닫힌 경영이고, 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방식은 열린 경영이다. 따라서 요즘 같은 저성장기에는 조직을 과감히 열어가야 한다.

[표 13] 경영환경과 경영방식

고도성장기 저성장기
경영 방식 닫힌 경영 열린 경영
경영자원의 조달 자력 조달, 내부 축적 외부에서 조달
경영자원의 고정자산화 경영자원의 변동자산화
적합한 비용구조 높은 고정비 낮은 고정비
낮은 변동비 높은 변동비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기존의 닫힌 경영방식이 이익확보에 유리했다. 폭발하는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설비투자를 하고 사람을 확보하는 것이 대량생산의 지름길이었다. 모든 경영자원을 자력으로 조달해 내부에 축적하면 회사의 비용구조상 고정비의 비율은 높아지고 변동비의 비율은 낮아진다. 그러나 저성장기에는 이러한 고정비 중심의 비용구조가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고정자산을 완전히 가동할 만한 수요도 없고 사람도 넘쳐흐른다. 이러한 저성장기에는 조직을 과감히 열어 경영자원을 가능한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 다시 말해 회사의 비용구조를, 고정비의 비율이 낮고 변동비의 비율이 높은 변동비 중심의 비용구조로 가져가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일본은 과거 고도성장기에 닫힌 경영을 위주로 경영자원을 고정자산화하여 이익을 획기적으로 신장시켰으나 최근에는 저성장기를 맞아 오히려 고정비 부담으로 호통을 받고 있다.

일본기업은 닫힌 경영의 전형적인 사례

일본 매킨지의 컨설턴트인 한다 준이치(半田純一)는 지금까지 일본의 성장 비결은 닫힌 시스템(닫힌 경영)에 있었다고 분석한다.[69] 또한 향후 일본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닫힌 시스템을 과감히 버리고 열린 시스템(열린 경영)으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일본의 닫힌 시스템은 항상 내부지향적인 시각에서 ‘자기 완결’을 도모하는 집합체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필요한 모든 자원을 내부 조달하며, 동질화를 강조한다. 또 무슨 일을 하든지 내부합의와 내부조화를 중시하며, 조직원 서로가 ‘아’ 하면 ‘어’하는 식의 암묵적인 의사소통이 일본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일본의 닫힌 시스템은 ‘우찌(內)’와 ‘소토(外)’를 명확히 구분한다. 이 때문에 일본기업이 구미기업과 제휴를 하는 경우에 구미의 파트너 기업들은 일본이 자기네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빼가기만 한다고 강하게 불신한다.

(2) 일본은 ‘우찌’들끼리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자력주의(自力主義)가 강하다. 신규사업을 하는 경우에도 대하기 편하고 의사소통이 잘되며 서로 융통성을 인정하는 내부자원(인력, 자본 등)을 우선적으로 활용한다.

(3) 일본의 대기업은 자력주의라는 바탕 위에서 계열기업 간에 상호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장기투자라는 명분의 애매한 투자가 많이 일어난다. 경영자가 사업비전을 갖고 있지 않거나 희망 없는 투자를 해도 질책당하지 않으며 또 수익률이나 투자효율이 떨어져도 성장이 계속되는 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서로 비판하지 않는 풍토가 만연되어 있다.

닫힌 경영은 과다한 고정비 부담을 낳는다

일본의 이러한 닫힌 경영과 자력주의는 최근 저성장기를 맞아 한계에 봉착하고 있으며 또한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과도한 고정비 부담’이라는 문제이다. 일본기업에서 ‘확대’의 의미는 각각의 개별기업이 자력으로 새로운 사업 분야나 기능을 보유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래의 성장분야라 생각되는 전사, 바이오, 신소재 산업에 너도 나도 뛰어들어 과당경쟁이 발생하고 시장이 혼잡해진다. 회사 기능에 있어서도 전략 붐이나 고부가가치화에 영향을 받아 많은 기업들이 ‘전략기획, 영업기획, 시스템기획, 영업개발’ 등의 전략스태프를 일제히 보강한다. 또한 다각화, 세계화가 각 방면으로 확대되고 경쟁은 더욱 격화되자 모든 부분에서 승리하기 위해 경영자원은 점점 더 투입된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닫힌 시스템의 함정이 있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자력주의에 집착하여 경영자원을 여러 분야에 분산시키면 그 투입이 점점 늘어나 적정규모를 유지할 수 없게 되고 결국은 어떤 분야도 일류가 되지 못한 채 자원의 낭비에 그칠 우려가 있다.

일본기업은 여기에 덧붙여서 미래를 대비한다는 애매한 구실 아래 대규모의 투자를 계속 늘려왔다. 예를 들면 상장기업의 경우 1988년부터 1990년까지의 이른바 버블기 3년간의 순설비투자액(설비투자액에서 감가상각비를 뺀 금액)은 그 이전 10년간의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도처에 과잉투자와 과잉생산능력이 발생해 많은 고정비 부담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일본기업이 행한 미국기업의 매수는 단적인 예이다. 어떤 일본기업은 미국기업을 매수하는 데 75%의 프리미엄을 지불했다. 1988년에 소니는 CBS 레코드를 인수하는 데 20억 달러를 쏟아부었고 1989년에는 콜롬비아 영화사를 34억 달러에 인수했다. 1990년도 말에는 마쯔시타(松下)가 MCA 유니버설 영화사를 인수하는 데 거의 7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같은 엄청난 투자는 자력주의라는 발상에서 나왔으며 고정비 상승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바람직한 징조도 있었다. 1980년대 전반에 일본기업들은 현장을 중심으로 생산성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변동비를 큰 폭으로 낮추었다.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뺀 한계이익 차원에서 보면 일본기업의 수익력이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얼마 못 가 생산성 향상폭도 주춤해지고 한계이익의 향상 추세도 둔화되었다. 결국에는 버블기의 과잉투자로 인한 고정비의 상승이 변동비의 개선을 초과해, 손익분기점은 올라가고, 기업 전체의 수익체질이 약화되었다. 높은 고정비와 낮은 변동비라는 비용구조는 성장기에는 큰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성장이 둔화되면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다. 이것이 자력주의(닫힌 경영)의 한계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열린 경영이란 저성장기를 맞아, 자력주의에 의한 과잉투자를 줄여 고정비를 변동비화시키는 과정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력주의는 조직의 문을 걸어 닫고 자체투자를 통해 하드웨어를 조직 내부에 끌어안는 닫힌 경영방식이라면, 열린 경영은 하드 대신 외주화와 네트워크라는 소프트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열린 경영은 모든 것이 하드에서 소프트로 변해 가는 시대적 흐름과도 일치한다.

일본기업의 이 같은 상황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버블붕괴 정도로 고통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고도성장은 끝나고 저성장기도 접어들었으며 많은 그룹기업들이 일본의 자력주의와 유사한 닫힌 경영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닫힌 경영에서 열린 경영으로 과감히 전환해 가야 한다.

열린 경영을 통한 이익 향상

열린 경영을 통해 이익을 향상시키는 전략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안이 있을 수 있다.[70]

(1) 사업이나 기능을 통합한다.

구조개편기에 있는 산업이나 규제완화가 진행되고 있는 업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M&A나 전략적 제휴가 그 예이다. 얼마 전 일본광업(日本鑛業)의 석유부문과 공동석유 (共同石油)가 합병했고, 도시(都市)은행간 합병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서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공유하며 단점을 서로 보완하는 관계가 구축된다. 단기적인 시각에서도 간접부문 통합에 따른 합리화, 설비의 효율적 이용, 유통과 판매 조직의 인원 공유 등을 통해 비용이 절감된다는 부수효과도 얻을 수 있다.

(2) 내부의 비효율적인 서비스를 외주화한다.

닫힌 경영에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를 내부화시키므로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다. 단적인 사례가 정보시스템 투자이다. 많은 기업들은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성장기에 접어들면 자체 필요성이나 대외 과시용으로 정보시스템 하드웨어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다. 또 투자 시에 예상했던 아웃풋이나 가동률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 엔지니어를 대량으로 채용, 양성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과도한 투자와 과다한 인력이라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주화(아웃소싱)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아웃소싱을 통해 고정비 부담을 변동비로 분산시키면 회사의 자금흐름도 안정적으로 되며 투자액(설비, 사람)에 대한 가동률 문제도 해결된다. 정보시스템뿐 아니라 재무관리, 주식관리, 기획기능, 법무, 특허관리를 아웃소싱하는 사례는 최근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3) 내부투자를 외부투자화한다.

반도체의 경우 라인 하나를 신설하는 데 거의 1조원을 육박하는 투자액이 필요하다. 이러한 엄청난 투자와 그에 따른 위험 전부를 자력으로 해결하기에는 경영상 위험이 너무 크다. 멀티미디어 분야에서는 초기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가 소요되므로 조인트벤처가 성행한다. 최근 캐논과 코닥은 포토CD의 공동개발에 제휴관계를 확대하여 서로 핵심기술개발을 교류키로 했다. 투자 위험의 분산을 위해 연구개발조직을 외부화할 수도 있으며 자회사나 관련회사를 상장시켜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도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스 방식에 의해 투자 위험을 분산하기도 한다.

이상의 제4장을 요약하면, 열린 경영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필요성 또는 장점을 갖고 있다.

  • 열림은 시대적 흐름이다.
  • 열림을 통해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창조성이 키워진다.
  • 열림은 상승효과를 낳는다.
  • 열림을 통해 기업의 이익이 올라간다.

제2부 열림의 실천

제5장 열린 경영의 ‘한 방향’은 무엇인가

앞으로 제2부에서는 열림을 경영에 접목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살펴본다. 우선 제5장은 실천방안의 총론으로서, 열린 경영이 추구하는 기본방향을 제시한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기본방향에 입각해 경영의 각 부문에 걸쳐 열림이 적용되는 사례를 소개한다. 열린 사람, 열린 리더십, 열린 전략, 열린 조직구조, 열린 정보와 의사소통, 열린 기업문화, 열린 상품과 열린 생산 등이 그 대상이다. 그리고 제13장에서는 조직이 사회를 향해 열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마지막으로 제14장에서는 이러한 열린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다름 아닌 ‘나부터’ 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1.열린 경영이 추구하는 방향

열린 경영에서의 ‘한 방향’은 다음의 네 가지이다: 열린 조직화, 민주화, 창조화, 세계화.

이 중 앞에 있는 두 가지(열린 조직화와 민주화)는 수비적인 의미가 강하며 뒤에 있는 두 가지(창조화와 세계화)는 공격적인 의미가 있다. 열린 조직화와 민주화는 당연히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므로 이제는 바르게 해보자는 것이며, 창조화와 세계화는 이를 바탕으로 좀 더 바람직한 미래로 나아가자는 적극적인 차원이다.

열린 조직화

열린 조직화란 보다 구체적으로 탈조직화(disorganization), 탈집중화(decentralization), 탈통합화(disintegration)를 말한다.

먼저 탈조직화는, 기존 조직운영의 근간이 되고 있는 관료주의적인 조직 모델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조직에 만연해 있는 권위주의와 관료화를 타파하고 조직 간에 가로놓여 있는 경계를 허물며 피라미드형 조직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인 경영을 수평적인 경영방식으로 전환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탈조직화는 조직을 혼란 상태로 몰고 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탈조직화는 조직화의 반대말이라기보다 오히려 보완적인 성격이 강하다. 대기업병으로 인한 조직의 병폐를 극복하자는 의도이다.

탈집중화란, 조직 상층부와 본사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과 정보를 조직의 상하좌우로 적절히 분산시키는 것이다(물론 자본까지도 분산시킬 수 있다). 소수 전략가 중심의 일사 불란한 지휘체계는 환경이 안정적일수록 바람직한 성과를 낸다. 그러나 요즘 같이 급변하는 환경에 직면해서는 환경과의 접촉이 가장 빈번한 현장과 고객접점에서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책임과 권한은 물론 정보와 지식이 분산되어야 한다.

탈통합화란, 조직을 안으로 닫아걸고 모든 것을 물리적으로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방식에서의 탈피를 말하는 것이다. 대신 물리적인 하드 차원에서는 분산을 도모하되 실질적으로는 모든 조직이 서로를 열고, 소프트한 네트워크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범위의 경제’를 추구한다. 과거에 고도의 수직적 통합 형태를 유지하던 대기업들은 한층 더 작은 규모로 분할하여 활력을 유지할 것이며 이를 위해 기업 인수만이 아닌 여러 형태의 파트너십과 협력체제가 등장할 것이다.[71]

이 같은 탈조직화, 탈집중화, 탈통합화는 별개의 차원이 아니라 열린 경영을 각기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것일 뿐이며, 상호 선순환 관계를 갖고 있으므로 이를 동시에 추구할 때 보다 큰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민주화

민주주의에서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헌법이 보장한 자유는 철저히 지켜진다. 또 삼권이 분립되어 있으며 경쟁체제가 확립되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열린 경영에서는 종업원의 참여와 종업원 만족이 강조되며 의사소통이 활발하고 모든 정보가 공유된다. 또 권한위양을 통해 현장과 고객접점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며 건전한 의미의 경쟁을 바탕으로 경영성과가 향상된다.

범위를 좁혀 권력이라는 차원에서 민주적인 경영방식을 살펴보자. 먼저, 열린 경영에서는 권력이 다원화되고 분권화된다. 조직 내에서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이 위양되어 있으며, 민주적인 리더십을 권장하고, 의사소통이 원활하다. 상위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라 자율성과 지적능력 그리고 미래 비전에 따라 움직이고 발전하는 조직이 민주화된 조직이다.

마찬가지로 정보도 공유된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범미국 차원의 정보공유 전략인 정보슈퍼하이웨이 구상에서도 민주정신이 잘 나타나 있다. 다음과 같은 네 단계의 슈퍼하이웨이 논리를 보면 열린 정보는 민주화와 맥을 같이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 정보를 가질 수 있는 사람과 가질 수 없는 사람의 격차를 없애자.

(2) 그것이 민주주의이다.

(3) 그렇게 하려면 산재해 있는 각종 네트워크가 서로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

(4) 그곳에서 필요한 시스템은 공개와 경쟁이 보장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민주적인 경영이란 모두가 참여하는, 권한이 위양된, 책임을 지는, 수평적인, 고객과 현장 중심의, 남을 생각하는, 기업윤리가 가득 찬 경영을 말한다.

창조화

창조화는 우리 기업들이 21세기에 생존하기 위해서 요청되는 절대 절명의 과제이다. 이제껏 선진을 배우고 모방하는 ‘적응적 학습’에서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사례를 갖고 있다. 반도체가 그렇고 자동차와 조선이 그렇다. 선두주자가 있는 세상에서는 따라만 하면 중간은 간다. 그러나 중간으로 만족할 수 없는 우리에게는 ‘창조적 학습’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일본이 경박단소(輕薄短小)라는 개념을 창조했듯이 우리도 이제는 뭔가를 창조해야 한다.

창조의 출발은 열림이다. 열고, 교류하고, 축적하고, 결합해서, ‘아하’를 경험해야 한다. 자연과학에서 최고의 이론 중 하나로 손꼽는 진화론은, 다윈이 각기 다른 두 가지의 관점을 결합한 것이다. 과잉인구에 대한 맬서스의 아이디어와, 다윈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얻은 정보가 다윈의 머릿속에서 복합적, 화학적으로 결합된 결정체가 바로 진화론인 것이다. 「종의 기원」은 즉시 ‘창조적’인 이론의 으뜸가는 사례가 되었다.

정보화 시대의 이후에 도래하는 창조화 시대는, 상상력과 지식의 결합을 바탕으로 한 조직과 사회의 창조성이 시대를 이끌어 나간다. 창조화 시대에는 ‘수동적 지식이나 정보’가 아닌 ‘능동적 지혜’가 요구된다. 능동적 지혜란 ‘인간의 자유로운 정보처리능력’이다.[72] 이러한 능동성이 요구되는 창조화를 위해서, 개인 차원으로는 상상력을 키워주고 조직 차원에서는 조직을 열어, 많은 정보원천과 접촉케 하고 교류를 활성화시킨다. 창조적인 경영은 배움과 즐거움 그리고 아름다움을 향한 경영이다.

세계화

또한 열린 경영은 세계화를 목표로 넓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경영이다. 세계화 시대에서 애국심은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기적이 있을 수 없다. 세계를 상대로 경쟁을 하려면 세계 차원의 경쟁력을 키우는 길밖에 없으며, 세계 시민이라는 고객을 대상으로 감동할 수 있는 명품을 만들어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조하는 길이야말로 세계화의 최우선 과제이다. 또 EU와 NAFTA로 대교되는 지역화에 대응해 적절한 전략을 개발, 실천한다. 내부적으로는 정보와 사람의 흐름을 방해하는 제도 등 제반 요소를 세계화의 원리에 맞게 고치고, 조직문화와 같은 무형의 요소도 정비해 간다. 경영의 핵심 자원인 사람, 정보, 자원도 범세계 차원에서 조달한다. 해외 자본시장에 과감히 진출하며 세계 시민을 채용하고 세계 차원의 글로벌 정보네트워크를 구축해 간다.

동시에 세계화란 우리를 열어 우리의 안마당에 세계 시민을 맞이하는 것이다. WTO체제의 출범에 지혜롭게 대처해 우리의 좋은 것은 지켜나가되 선진의 바람직한 관행은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우리의 체질도 근본적으로 고쳐간다.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약점, 모순, 부조리를 철저히 개혁한다. 정부는 조직개편으로 군살을 빼고 국정의 틀과 운영방향도 세계화를 겨냥해 재조정했다. 기업도 열린 경영을 통해 세계화될 기업으로서 국가경쟁력의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 또한 국민들도 냉소주의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세계화의 대열에 나서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서 여러 나라 사람들과 함께 사는 공존공영의 자세를 키워간다. 여러 나라의 역사, 사회,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규범과 가치관도 존중함은 물론 국제사회의 규범을 중시한다.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자신은 아무 책임 없다는 방관주의에서 벗어나, 세계와 경쟁하는 주인공이 바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즉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 것이 세계화된 국민의 모습이다.

2.열린 경영의 실천영역

그러면 이와 같은 열린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책에서는 열린 경영의 실천영역을 다음과 같은 여덟 가지로 보았다.

열린 사람(제6장)

[표 14] 열린 경영의 여덟 가지 실천영역

영역 해당 장 열린 경영에서의 역할
열린 사람 제 6장 열린 경영의 주체와 객체
열린 리더십 제 7장 열린 경영을 끌고 가는 동력
열린 전략 제 8장 열린 경영의 지도와 이정표
열린 조직구조 제 9장 열린 경영을 담는 틀
열린 정보와 의사소통 제10장 열린 경영을 지탱하는 피(혈액)와 신경
열린 기업문화 제11장 열린 경영을 싸고 있는 공기
열린 상품과 생산 제12장 열린 경영의 성과물과 과정
사회를 향해 열린 경영 제13장 열린 경영의 또 다른 목표

열린 사람은 열린 경영의 ‘주체’이자 ‘객체’이다.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만든 것이 조직이고, 사람들이 조직을 이끌어가며, 그 성과를 사람들이 골고루 나누어 향유한다. 더욱이 조직의 변화는 사람의 변화에서부터 출발한다.

열린 사람이란 열린 마음을 갖고 열린 머리로 생각하며 열린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열린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는 채용, 육성, 평가, 급여, 승진, 정보 등 인사 전 부문에 걸쳐 폐쇄적이고 닫혀 있는 제반 제도를 과감히 열어가야 한다. 또한 열린 경영에서는 여성 인력, 외국인 인력, 외부 인력에 대해서도 조직의 문호를 개방해 다양성을 추구해간다.

열린 리더십(제7장)

열린 리더십은 열린 경영의 ‘동력’이며, 동력의 핵심 주체는 조직을 이끌고 갈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톱이다. ‘열린’ 조직에서의 톱은 민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며, ‘열어 가는’ 과정에서는 구조개혁형 리더십이 보다 큰 효과를 보인다. 구조개혁형 리더는 변화관리에 능통하다.

한편 열린 조직에서는 ‘비전’도 중요한 리더십의 역할을 한다. 비전은 조직이 나아가야 할 ‘한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조직 내의 불필요한 파워게임을 불식시킨다. 또 비전은 열린 조직에 다양하게 유입되는 정보를 걸러주는 ‘필터’의 작용을 한다.

열린 전략(제8장)

열린 전략은 열린 조직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지도’이자 ‘이정표’이다. 경영전략이 열린다는 것은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외부환경을 중요한 요소로 감안한다는 뜻이다.

또 열린 경영에서는 마스터플랜형의 전략보다는 로드맵형 전략이 유효하며, 어떠한 환경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도록 조직 내에 초과지식을 미리 축적해간다. 특히 요즘처럼 열린 시대와 저성장시대에는 탈집중화와 분산경영이 적합하다. 수직계열화와 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범위의 경제를 추구할 수 있는 네트워크형 전략전개가 보다 바람직한 성과를 가져온다. 소프트한 차원에서는 핵심역량을 내부적으로 적극 키워나가는 한편 핵심역량 이외의 기능은 아웃소싱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외부에서 조달한다. 또 열린 경영으로 가는 길목에 놓여 있는 다국적기업과 세계화기업이라는 징검다리도 지혜롭게 건너야 한다.

한편, 질 위주 경영에서도 질의 개념이 열리고 있다. 과거의 닫힌 경영에서는 질을 ‘상품의 품질’이라는 내부지향적이고 닫힌 개념으로 국한시켜 왔으나 이제는 그 개념이 확대되어 ‘상품과 서비스의 질, 경영의 질, 사람의 질’까지를 포함하게 되었고 또 과거처럼 회사가 판단하는 ‘닫힌 개념의 질’이 아니라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열린 개념의 질’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열린 조직구조(제9장)

열린 조직구조는 열린 경영을 담는 ‘틀’이다. 열린 조직에서는 조직의 상하좌우간에 벽이 없으며 조직구조가 유연하다. 이를 위해서는 ‘키가 큰 조직’을 ‘키 작은 조직’으로 납작하게 만들고 또한 조직의 형태는 있되 실제운영에 있어 조직이 아닌 것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탈조직화도 시도한다.

조직의 상하 간을 연 예가 문진형 조직, 오케스트라형 조직 등이며 조직의 좌우가 열린 모습으로는 네트워크형 조직, 가상조직 등이 있다. 가오(花王)의 생체기능적 조직과 교(京)세라의 아메바 조직은 유연한 조직의 예이다.

열린 정보와 의사소통(제10장)

열린 정보와 열린 의사소통은 열린 조직을 지탱하는 ‘신경’과 ‘피’에 해당한다. 신경은 인체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전달하며 피는 온 몸에 산소를 공급한다. 만일 몸 한쪽에 신경이 통하지 않거나 피가 흐르지 않으면 마비증상이 온다. 그렇다고 마비가 된 쪽을 잘라내면 몸 전체를 제대로 쓸 수 없다. 반면 열린 조직에서는 정보가 유연하게 흐르고 의사소통이 원활하다.

열린 기업문화(제11장)

열린 기업문화는 열린 조직을 감싸고 있는 ‘공기’이다. 대기의 청정도가 우리 건강에 영향을 끼치듯 조직문화 역시 열린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열린 조직에서 강조되는 열린 기업문화란 자율성과 창조성이 넘치고, 부문이기주의가 없이 조직 전체가 시너지를 내며, 항상 배우는 자세가 정착된 풍토를 말한다.

열린 상품과 생산(제12장)

열린 상품은 열린 경영의 ‘성과물(아웃풋)’이며 열린 생산은 이를 직접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열린 경영에서 모든 관련요소들이 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업은 그들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따라서 상품과 서비스 역시 열린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열린 상품의 개념을 창조하고, 상품개발 방식도 열며, 또 이를 만들어 가는 생산체제도 열려야 한다.

사회를 향해 열린 경영(제13장)

기업의 사회에 대한 책임은,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1차적인 목표에 더해, 열린 조직의 ‘또 다른 목표’이다. 많은 기업들이 추구하는 초일류란, 인류사회에 공헌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업이며, 단지 규모가 큰 회사가 아니라 존경받는 회사를 말한다. 또한 초일류기업은 사회에 대한 책임, 종업원에 대한 책임, 고객에 대한 책임, 자연환경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러면 다음 제6장부터는 이러한 여덟 가지의 실천영역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제6장 열린 사람

열린 경영의 첫 번째 실천영역으로 ‘열린 사람’을 택한 것은, 조직에서는 결국 사람이 주체인 동시에 객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만든 것이 조직이고, 사람들이 조직을 이끌어가며, 그 성과를 사람들이 골고루 나누어 향유한다. 더욱이 조직의 변화는 사람의 변화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장에서는 열린 경영을 실천할 수 있고 또 열린 경영에 어울리는 사람이란 과연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살펴본다.

열린 사람이란 열린 조직화, 민주화, 창조화, 세계화라는 가치관을 기반으로

  • 열린 마음을 갖고
  • 열린 머리로 생각하며
  • 열린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열린 사람을 키우고 ‘인사파괴’라는 대세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인사제도에 있어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람의 채용, 육성, 평가, 급여, 승진 등 전 부문에 걸쳐 폐쇄적이고 닫혀 있는 제반 제도를 열어 간다. 또한 열린 경영에서는 남성 중심, 자국민 중심, 자체 양성인력 중심이라는 구시대의 관습을 버리고 여성인력, 외국인 인력, 외부 인력에 대해서도 조직의 문호를 개방해 다양성을 포용한다.

1.열린 마음

열린 마음이란 자신의 위치를 알고 스스로 반성하는 성찰적인 자세를 갖고 있는 마음이다. 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사상을 체득하고 인간미와 도덕성을 겸비한 마음이다.

성찰적인 열림

닫힌 사람은 ‘너’와 ‘나’를 구분하지만 열린 사람들은 너와 내가 합쳐 ‘우리’가 된다. 조직원 서로가 마음을 열고, 고객에게도 마음을 열고, 사회와 국가 그리고 인류를 향해서도 마음을 연다. 또 열린 사람은 언제나 남의 의견을 경청하며, 자기 방어적이지도 않고, 더 좋은 다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의 의견을 주저하지 않고 버린다.

마음을 여는 데 있어서도 ‘참여적 열림’과 ‘성찰적 열림’의 두 가지 유형이 있다.[73] 참여적 열림이란 남들과 개방적으로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세를 말하며, 성찰적 열림이란 지속적으로 자기의 사고를 도전해 이를 고쳐나가는 자세이다. 조직원들이 자기의 마음을 열고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참여적 열림은 최근 많은 기업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TQM에서도 의사결정과 실천에 종업원을 참여시키는 ‘참여형 경영’을 강조한다. 언뜻 보아서는 이러한 참여형 경영을 통해 모두가 협조를 하고 시너지가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허상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참여형 경영을 하는 어느 회사의 간부는 “우리 회사에서는 사람들이 견해를 서로 공유하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간주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사람들은 그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느끼지만 결코 진정한 성찰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성찰적 열림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1)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각자의 견해를 들은 것 그 자체로 일단 안심을 한다.

(2) 보통의 사람들은 마음 깊은 곳까지 영향을 받거나 견해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토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의견을 말한 후, 전체가 동의를 하지 않으면 그때는 단지 ‘사람들은 서로 다르다’라고 결론을 내린 후 각자 제 갈 길을 간다. 설령 합의에 도달했다손 치더라도 결코 의사결정의 질은 높아지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속 깊이 있는 기본적인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영향이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여적 열림은 서로가 대화하는 수단이나 절차에만 초점을 맞출 뿐, 그 상호대화의 질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처럼 참여적 열림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의사를 밖으로 표출토록 한다면 성찰적 열림은 자신의 내부를 되돌아보도록 한다. 성찰적 열림은 자신이 갖고 있는 그 어떤 확실한 신념도 ‘기껏해야 세계에 대한 하나의 가정’에 불과하다는 겸허한 자세로 스스로의 사고에 도전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아무리 자신이 옳다고 생각되더라도 이를 항상 시험하고 개선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또 자기가 잘못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자세를 바탕에 깔고 자기의 생각을 검증해 간다. 다시 말해 성찰적으로 열린 마음이란 자신의 가치관, 경력, 경험, 지식이 단순히 남의 것과 다르다는 것 외에 남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또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74]

역지사지

한 걸음 더 나아가 열린 사람은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실천한다. 역지사지라는 좋은 우리말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뜻이다. 나를 둘러싼, 나와 관련이 있는 모든 사람과 조직들을 ‘고객’으로 생각한다. 조직 내부의 관련자들은 ‘내부고객’이요 외부의 관련자들은 ‘외부고객’이다. 역지사지를 하면 행동 하나하나는 물론 사용하는 언어와 의사결정에서 이르기까지 상대방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고객만족의 정신이 실천된다.

명함을 줄 때도 내 입장에서 글자가 거꾸로 보이게, 상대방 입장에서는 글자가 바로 보이게 건네준다. 세미나에서도 내 이름이 쓰인 명패를 내 쪽이 아닌 상대방 쪽에서 볼 수 있도록 놓는다. 보고서를 쓸 때도 내 기준이 아니라 보고 받는 상사가 알고 싶어 하는 사항을 중심으로 작성한다. 부하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할 때도 내 기준이 아니라 부하가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과 용어로 설명한다. 음식점에서 종업원이 주문을 받을 때는 ‘눈높이 대화’를 한다. TGI프라이데이라는 음식점에서는 종업원이 주문을 받을 때 무릎을 꿇는다. 손님에게 저자세를 보인다는 차원이 아니라, 손님이 목 아프게 고개를 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내 다리가 아픈 것이 낫다는 자세이다. 올랜도의 디즈니월드에서는 종업원을 ’employee’라는 말 대신 ‘cast’라 부른다. 영화나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cast)처럼,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까지도 고객 만족을 위해 디즈니월드라는 무대에 출연해 최선의 연기를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또 디즈니월드에서는 매표소의 역할을 특이하게 정의한다. 보통처럼 매표소가 ‘돈을 받고 표를 파는 곳’이 아니라, 매표소는 디즈니월드를 방문하는 고객이 처음으로 접하는 고객접점이므로 ‘첫 인상을 파는 곳’으로 정의하고 고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이처럼 모든 발상을 고객의 입장에 서서 하는 것이 바로 역지사지의 정신이다.

인간미와 도덕성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열린 마음이란 ‘인간미와 도덕성으로 가득 찬’ 마음이다. 마음을 열고, 자기를 성찰하고, 역지사지를 하는 바탕에는 인간미와 도덕성이 깔려 있다. 먼저 인간미부터 살펴보자. 길을 가다가 어린 아이가 넘어지면 아무리 급해도 달려가 일으켜 주는 마음, 또 남의 불행을 자기 일처럼 아파하고 다른 사람의 기쁨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는 마음이 바로 인간미이다. 또 같이 있으면 왠지 훈훈하고 미더운 사람이 인간미 있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서도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내가 귀한 만큼 남도 귀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회사 생활에서도 ‘계급보다는 인권’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 후배는 선배를 존중하며 선배는 후배를 친동생처럼 아끼고 지도하는 풍토를 만들어 간다. 그러나 무조건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것을 인간미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상사가 부하의 잘못을 지적하고 지도하기 위해 꾸짖는 것은 인간미의 발로이다. 이를 두고 상사가 인간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상사 쪽에서도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부하가 잘하든 잘못하든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그릇됨을 방조하는 것이며 오히려 부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인간미 없는 행동이다. 결국 인간미의 본질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상대방을 진심으로 아끼고 보살피는 마음이다.

그러면 도덕성이란 무엇인가. 도덕을 지키는 기본은 양심과 사회규범에 따라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며 이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펴져 있는 도덕성 마비 증세를 앞장서 치유하면서 인간의 기본 양심을 지켜가기 위해서는 도덕재무장이 필요하다. 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원칙과 양심이 통하는 사회로 만들려면 스스로 도덕을 지키고 또한 자기 자식들을 도덕을 아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 도덕성이 없고 그러한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는 도덕불감증은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파멸에 이르도록 하는 지름길이다.

이처럼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먼저 개인 각자의 노력이 요구된다. 또 조직문화 차원에서 인간미와 도덕성을 갖춘 사람을 중시하는 조직풍토를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 일부 기업에서는 이윤추구의 논리가 우선했기 때문에 인간미 있는 사람보다는 약삭빠른 여우형 인간이 출세한다는 일종의 처세술이 지배했다. 이런 가치관에 바탕을 둔 문화를 과감히 타파해야 한다. 돈을 버는 것과 인간미를 지니는 것이 서로 상충관계라고 생각하는 논리, 또 이익을 위해서는 인간적이고 도덕적인 가치관을 무시해도 좋다는 부도덕성을 추방해야 한다. 인간미와 도덕성을 갖춘 사람들이 열린 시대와 열린 경영의 선두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2.열린 머리

열린 머리란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관련된 모든 상황을 다각적으로, 총체적으로, 입체적으로 판단하고 창조적인 발상을 하는 머리이다.

흑백논리와 획일성에서 탈피

열린 머리는 흑백논리와 획일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희지 않는 것은 무조건 검은 것’이며 ‘회색은 사꾸라’라고 생각하는 흑백논리는 문화적인 유산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특히 우리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해방 이후 지난 50년간의 우리의 역사는 양극단으로 서로 나뉘어 펼쳤던 처절한 대결극이었다.[75] 해방 직후에는 친일과 반일, 6ㆍ25전후에는 좌익과 우익, 4ㆍ19와 5ㆍ16 이후에는 독재와 민주 또는 체제와 반(反)체제 그리고 최근에는 군사와 문민, 개혁과 수구로 양분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살아왔다. 그런 양극화 상황 속에서는 선명성이 중시되고 배타성과 획일성 그리고 투쟁성이 강조되었다. 이런 양극화의 논리에서는 상대를 부정하는 것이 곧 자기의 존립 이유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모든 언어와 행동이 자연적으로 단순성과 절대성을 띠게 되고 극한적인 흑백논리로 치닫게 되었다.

또 군사문화의 폐해도 크다. 군대는 국토방위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직으로 일사불란함과 통일성을 생명으로 한다. 따라서 엄격한 규율과 통제, 사고와 행동의 규격화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문화를 다른 곳에 그대로 옮기면 많은 부작용이 나타난다.[76] 우리나라 남자의 대부분은 청년기를 군대에서 보냈다.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 에서조차 알게 모르게 군대식의 획일적 사고가 만연해 있고 타율과 권위주의 그리고 계급의식이 팽배해 있다. 이로 인해 ‘개성과 자율’이 말살되고 창조성은 간 곳이 없다. 그저 막연히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는 타율적 사고와 남이 하는 대로 하는 게 안전하다 는 획일적인 생각으로는 창조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21세기를 헤쳐 나가기 어렵다. 21세기를 앞둔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하루바삐 흑백논리와 획일성의 함정에서 빠져 나와야 할 때이다.

총체적인 사고

열린 머리는 ‘총체적인 사고(systems thinking)’를 한다. 앞서 열린 조직에서 언급한 시스템이론처럼 총체적인 사고는 시스템의 개별 부품보다는 시스템 전체에 초점을 둔다. 좋은 자동차란 개별 부품도 우수하지만 이것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져 전체적인 성능이 제대로 발휘하는 차이다. 다시 말해 총체적 사고란 나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숲 전체를 조감하는 사고이다.

이러한 총체적 사고의 반대편에 있는 개념이 부문이기주의와 ‘상식인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다. ‘상식인의 비극’이란 ‘개개의 보통사람들이 상식적으로 판단한 결과가 전체로 모이면 비극으로 되는 경우’를 말한다.[77] 예컨대 시골에서 여러 농부들이 양을 키운다고 가정하자. 개개의 목장주인들은 양을 많이 키울수록 이익이 된다는 상식적인 판단으로 자꾸만 양의 숫자를 늘려간다. 그러나 초지에 자라는 풀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풀이 고갈되고 결국 목장주인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개별적으로 옳은 판단이라도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면 옳지 않을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총체적으로 생각해야 이런 비극을 극복할 수 있다.

이러한 총체적 사고는 당연히 조직에도 적용된다. 기업 차원에서 총체적인 사고로 ‘상식인들의 비극’을 극복한 사례를 보자. 포드자동차에서 링컨 컨티넨탈을 개발할 때의 이야기이다.[78] 자동차 설계 단계에서 대개의 경우는 사전에 150여 가지의 문제가 노출 되지만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프레드 사이먼은 500여 가지의 문제를 찾아냈다. 이러한 사전예방을 통해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비용을 6,500만 달러 절감시켰다. 전체 설계비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개선 사례 중 하나가 자동차 배터리와 관련된 ‘상식인의 비극’을 해결한 것이다. 배터리를 사용하는 에어컨, 헤드라이트, CD플레이어, 파워시트 등은 따로따로 설계한 후 나중에 전체적으로 모으게 되는 데 대부분 배터리 용량이 모자라는 결과가 나온다. 이런 경우에 과거의 관행은 각 부문이 힘겨루기를 벌여 결국 힘이 약한 부문이 설계를 희생하게 되고 패배의식을 경험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사이먼은 이를 총체적 사고로 해결했다. 사전에 관련자들을 모아 ‘상식인의 비극’을 인지시켜 가능한 배터리를 적게 소모하는 설계를 유도했고 이로도 모자라는 부문은 연료효율을 일부 희생시킴으로써 최소한도로 배터리 용량을 늘렸던 것이다. 이처럼 총체적 사고는 서로가 다투어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게임을 모두가 승리하는 공승(共勝, win-win) 게임으로 바꾸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페더럴익스프레스사는 총체적 사고를 통해 고객만족도를 대폭적으로 높였다.[79] 페더럴익스프레스의 한 판매사원은 고객인 베링거맨하임 화학회사(BMB: Boehringer Mannheim Biochemicals)의 화물을 배달함에 있어서, 종종 지연으로 인해 생화학물질이 파손되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거의 2년간에 걸쳐 해결방안을 모색했으나 별 성과가 없자 그는 페더럴익스프레스와 BMB 양측 회사에서 관련자 25명을 차출해 인디아나폴리스와 멤피스에서 각 2일간에 걸친 워크숍을 열었다. 처음에는 서로가 서로를 비난만 하고 별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나중에는 모두가 힘을 모아 배달 과정을 그림으로 그렸고 그 과정에서 배달 지연이 일어나는 네 군데를 찾아냈다. 그리고 만일 네 군데 지점에서 배달이 지연될 경우에는 페더럴익스프레스가 BMB에 급히 연락을 하면 BMB 직원이 나와 다시 드라이아이스를 채워 화물을 재포장한다는 개선안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BMB는 생화학물질의 파손으로 인한 비용을 연간 130만 달러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총체적 사고의 예가 일본이 ‘발명’한 TQC(total quality control)이다. 그 이전의 QC(quality control)가 부분적인 품질개선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TQC는 회사 전체의 질 향상, 즉 고객만족에 초점을 두었다. 출발점에 고객의 요구라는 전제와, 도착점에 고객만족이라는 목표를 미리 설정해 놓고 어떻게 하면 회사가 이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철저히 고민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해 나간다. 다시 말해 TQC는 회사 전체의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관찰하여 고객을 만족시키려는 것으로서, 총체적 사고에 바탕에 두고 있는 개선방법이다.

입체적 사고

그러면 총체적인 사고와는 개념이 조금 다른 입체적 사고를 살펴보자. 입체적 사고란 사물이나 현상을 나타난 그대로 파악하는 평면적 사고와 대비되는 개념이다.[80]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본질까지 깊이 생각하고 다각적으로 비교 분석해 이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투시하는 종합적인 사고방식이다. 이러한 입체적 사고를 위해서는 먼저 매사를 종합적,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끈질긴 사고와 노력이 뒤따라야 하며, 그 밑바탕에는 사물에 대한 풍부한 상식은 물론 깊은 애정과 장인정신이 깔려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입체적 사고는 우리를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시켜, 보다 유연한 사고, 상대방 입장에 서는 사고(역지사지),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사고로 이끌어 주는 좋은 무기가 된다.

또 입체적인 사고는 방정식의 답을 외우는 것이 아닌 방정식의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는 논리와 맥을 같이 한다.[81] 기초를 확실히 해두고 입체적인 사고를 하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원리보다는 답을 외우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하자니 수첩에 깨알 같이 메모를 하고 많은 것을 암기하고 있어야 한다. 한 가지는 알더라도 다른 데에 응용할 수가 없으며 그만큼 변화에 적응할 수가 없다. 매크로와 마이크로 차원으로 판단하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사물의 근본원리를 아는 데서 출발한다. 사물의 원리를 알고 기초를 튼튼히 하면 응용력이 절로 나온다.

창조적인 머리

열린 머리는 또한 창조성으로 충만한 머리이다. 마음을 열고 생각을 열면 과거에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정보들이 형식지가 아닌 암묵지 상태에서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정보란 들어오는 양에 비해 그 조합은 제곱으로 증가한다. 이를 결합해서 지식화하고 지혜로 만들어 축적해 가면 창조성은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사람의 창조성을 키워주는 방안은 조직 차원에서 여러 가지가 있다. 유의해야 할 점은 개인 차원의 창조성 개발을 조직이 강요하고 지도하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창조성을 개발하기 위해 반(反)창조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남을 돕기 위해 촛대를 훔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개인의 창조성 개발은 스스로가 어떤 방법으로 시도할지를 각자의 성향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조직 차원에서 개인의 창조성 개발 기법을 강제로 주입시킨다면, 역설적으로 개인의 창조성을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다만 조직이 창조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며 여러 기법이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은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

이처럼 흑백논리와 획일성에 빠지지 않고 총체적이고 입체적인 사고를 하며 창조력이 충만한 머리를 가진 열린 사람들이 21세기를 맞아 미래를 열어 갈 것이다.

3.열린 행동

열린 사람은 열린 행동을 한다. 우선 변화를 수용한다. 변화를 거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변화를 수용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변화 그 자체를 즐기기까지 한다. 또 열린 사람은 한국적인 예의범절과 세계적인 에티켓을 갖추고 있으며, 항상 명확한 목표의식과 방향성아래 자기의 위치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안목을 넓혀 전 세계를 보는 시각을 지니고 있다.

예의범절

우선, 열린 사람은 예의범절이 바른 사람이다. 열린 행동은 소극적인 차원에서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데서 출발하며 적극적으로는 내가 남을 돕는다는 데까지 발전한다. 음식점에서 어린애들이 뛰어다니면서 떠들고 있는 모습을 부모들이 흡족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는 비난이 이미 여러 지상에 실렸다. 한마디로 남을 생각하지 않고 예의범절과 에티켓을 무시한 작태라는 것이다.

이러한 예의범절은 우리 민족의 최대 강점이다.[82] 우리는 예로부터 예의범절을 중시해온 민족이다. 예의범절은 유교를 바탕으로 하는 동양적인 규범이며 개인적, 가족적인 것이다. 할아버지 앞에서는 꿇어앉고, 윗사람 앞에서는 담배를 안 피우고, 조상을 잘 모시고, 명절 때마다 성묘하는 것이 전래의 예의범절이다. 이것이 국제사회에서는 통하지 않을는지 모의지만 우리는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의 예의범절을 지켜야 하며 이러한 미풍양속을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한다. 서양 사람들은 도덕보다 법을 앞세우지만 동양은 인간미, 도덕, 예의범절이 먼저이고 다음이 법이다. 잘 지키면 상을 주고 안 지키면 벌을 주는 차원이 아니라, 그 자체가 생활의 기본이며 이것만 제대로 지키면 굳이 법과 규정은 필요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개방적이고 에티켓을 갖춘 세계문화인

이와 같은 예의범절을 세계 차원으로 확대하면 에티켓이 된다. 세계화의 출발은 사람의 세계화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세계화의 선두에 설 열린 사람은, 우리가 존중하는 가치가 소중하면 남이 존중하는 가치도 소중하다는 아량을 가지고, 현지 문화를 존중하면서 이를 받아들이는 문화의 포용성을 보여야 한다.[83] 또 열린 사람은 선진의 지식과 남의 장점을 배우고 이를 수용하여 내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개방적인 의식도 함께 갖고 있다. 자기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히 하여 자기가 국내에서는 최고라는 ‘우물 안의 개구리’에서 탈피한다. 이처럼 열린 사람은 에티켓을 지킨다. 에티켓은 예의범절과 비슷한 점이 많지만 실은 차이가 난다. 예의범절이 우리나라에서 통하는 것이라면 에티켓은 세계에서 통하는 것이다.[84] 예의범절이 동양적인 것으로 주로 개인과 집안에 관한 것이라면 에티켓은 서양적인 것으로 다른 사람과 만났을 때, 특히 비즈니스맨끼리 모였을 때의 질서에 관한 것이다. 이 두 가지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느낄 때라야 비로소 국제감각이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에티켓이란 프랑스말로 ‘입간판(立看板)’이라는 뜻이다. 베르사유 궁전의 화원에 세워진 입간판에 ‘화원을 다치지 않도록….’이라고 쓰여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 에티켓은 이처럼 상대방을 존중하고 입장을 이해하면서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자세이다.

여기에 더해, 세계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특히 우리의 경우는 ‘성의’와 ‘공정성’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해외(특히 구미기업)로 진출을 하는 과정에서 곧잘 겪는 문제 중 하나가 성의와 공정성간의 개념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성의를 보였는데 상대방 측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 있어 상당히 ‘성의’를 중시하지만 구미기업들은 ‘공정성’을 중시한다. 양자의 차이점을 보자.

[표 15] 성의와 공정성의 차이[85]

성의 공정성
명분 중시 실질 중시
주관적인 의도 중시 객관적 사실 중시
분위기 중시 논리성 중시
폐쇄성 중시 개방성 중시
유연성 중시 일관성 중시

다양한 민족의 집합체인 구미에서는 명분보다는 실질적인 내용을 중시한다. 우리는 뭔가가 잘못되었을 때 성의를 다해 사죄를 하면 용서를 받지만 구미에서는 과실이든 고의든 폐를 끼친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하다. 잘못이 있다고 판정을 받으면, 잘못에 상응하는 배상을 해야 한다. 여기서 배상이란 사죄가 아니라 처벌이다. 또 우리의 경우는 과실인지 고의인지 하는 주관적인 의도가 중시되지만 다민족국가에서는 주관적인 의도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객관적인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아무리 항변을 해도 인정받지 못한다. 또 객관적인 사실을 중시하기 때문에 사실설명에 논리성이 요구되며, 이 설명도 제삼자가 적정한 평가를 하게 되므로 개방성이 요구된다. 그리고 일단 논리적이고 개방적으로 설명을 한 후에는 행동에 있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처럼 성의와 공정성 간의 차이를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서는 세계화 시대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이다.

세계문화의 이해

세계 시민이 되기 위한 첫걸음은 외국어 구사능력이다.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말을 모르고서야 단순한 의사소통은 물론 비즈니스를 해낼 수 없다. 열린 시대에 서로가 공존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해야 하며 그 출발점은 언어구사능력이다.

한편 열린 시대의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고 배우기 위해서도 외국어 구사력이 요구된다. 우리의 경우 제1외국어를 영어로, 제2외국어를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으로 하지만 최근에는 영어와 일어가 강세를 보인다.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전 세계에 유통되는 지식의 많은 부분이 영어로 통용되고 있다. 국내 진출한 어느 외국 컨설팅회사의 지사장은, 그중 최소 80% 이상이 영어로 사용되므로 영어를 제1외국어로 할 게 아니라 제0.5외국어 정도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영어를 특정 민족이 사용하는 언어로 보는 게 아니라 ‘에스페란토어’처럼 만국공통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그러면 외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고 해서 세계 시민의 요건을 갖춘 것인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문화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세계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문화 인터페이스 엑스퍼트(interface expert)’를 대거 양성해야 한다.[86] 이들은 진출국의 언어는 물론 문화까지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가령 미국에 주재원으로 나간다고 하면 영어에 통달함은 물론 건국이념, 민족, 이데올로기, 조직원리 등에 대해 전 방위적인 이해와 감각을 지녀야 한다. 우리나라의 몇몇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지역전문가제도가 그 예에 해당한다. 대리나 과장시절에 진출예상국으로 약 1년간 독신 파견을 하여 미리 언어와 문화를 익히게 한 후 일단 귀국을 시키고, 국내에서 해당국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간부가 되면 그 나라에 다시 주재를 시키는 제도이다. 이러한 세계화인력의 양성방법은 이미 일본종합상사의 경우 수십 년 전부터 실시해 오고 있는 극히 보편적인 방법이다.

세계적인 식품회사인 네슬레의 경우를 보자. 네슬레가 내걸고 있는 ‘네슬레인(人)’ 이라는 기준 역시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세계화된 감각을 강조하고 있다.

네슬레인은

  • 진출국에 완전히 뿌리를 내려 그 나라의 실정, 필요에 맞는 토착경영을 한다.
  • 그 나라에 동화되어 좋은 시민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나라 사람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 국적, 나라 등에서 한 걸음 벗어나 ‘다국적기업인’으로서의 시민감각을 지닌다.

반대로 일본의 경우는 어떠한가. 일본 매킨지의 컨설턴트인 한다 준이치는 지금까지 일본사람들은 외국에 가서도 자기들끼리만 어울리는 폐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반성한다.[87] 일본이 주장하는 세계화라는 것도 알고 보면 세계와 어울리는 세계화가 아니라 외국에 또 다른 ‘우찌(內)’를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이런 자세를 가지고서야 여러 가지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단편적인 예지만 세계화의 개념을 사람들의 행동으로 체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무실에 외국인 인력을 채용하여 피부를 맞대면서 외국인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실감토록 한다. 임직원 휴양지로 국내의 명소뿐 아니라 하와이나 지중해와 같은 외국의 휴양지를 사용한다. 외국에 가서 잠시 쉰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현지의 정보를 접하고 세계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지출이 아니라 학습효과를 거둘 수 있는 투자라는 의미가 강하다. 비슷한 맥락으로 CNN이나 홍콩의 위성방송인 스타TV같은 방송은 물론 외국 신문과 잡지도 항상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인터넷과 같은 세계적인 네트워크는 세계의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좋은 정보원이 된다. 결국 이러한 조치들은 세계화를 마음이나 머릿속에서 상상으로만 느끼는 게 아니라 몸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한다.

4.열린 인재양성

이같이 열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직 차원에서의 배려도 필요하다. 따라서 사람에 관련된 여러 제도 역시 열어야 한다. 닫힌 제도 속에서는 열린 사람이 양성될 수 없으며 열린 행동도 용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사에 관련된 여러 가지 제도를 혁신적으로 열어야 한다.

최근 열린 세상을 맞아 기존의 패러다임들이 바뀌고 있으며 인사부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인사권이라는 절대권한이 허물어지고, 회사를 위해 충성을 다하던 ‘정사원’이나 ‘회사인간’의 존재가치가 떨어진다. 인본주의가 중요해지고, 연공서열과는 상관없이 스타급 직원들이 전면에 부상한다. 이러한 패러다임 역전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인사원칙을 과감히 개혁해 가야 한다.

열린 시대에는 연공서열보다는 실력주의를 채택해 스타급 사원이 사장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으며, 상사위주의 평가제도가 360도 평가제도로 바뀐다. 인사부서의 역할도 사람을 통제, 관리, 감독하는 부서가 아니라 현업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제대로 발굴하고 양성하는 서비스 부문으로 전환된다.

인사파괴

먼저 요즘 매스컴과 일반인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인사파괴’에 대해 살펴보자.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인사파괴라는 말도 연공서열과 같은 기존의 인사관행이라는 벽이 허물어지는 현상이며, 그 흐름은 열린 경영이 지향하는 바와 일치한다. 구사카 기민도(日下公人)는 「인사파괴」라는 책을 통해 최근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다음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88]

(1) 인사권으로 조직을 관리, 통제하는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

시대와 인간의 가치관이 변하면서 오너나 경영관리자가 천하의 보도로 휘둘러 왔던 인사권은 그 칼날이 무디어지고 있다. 빈곤했던 시대, 취업이 어려웠던 시대에는 조직이 개인을 선택하거나 버렸다면, 이제는 개인이 조직을 선택하거나 버리는 시대이다. 획일적인 가치관을 가진 기성세대들의 판단기준에 벗어난다고 인사권을 마음대로 휘둘러댄다면 가치관이 다양한 신세대들의 개성은 말살되고 미래의 가장 중요한 경영자산인 인재를 잃는 우를 범하게 된다. 자기신고제도나 사내공모제 등의 지원제, 부하가 상사를 선택하는 ‘상사기피제도’, 상사의 일방적인 부하평가가 아닌 종횡적인 다면평가제도 등도 인사권이 붕괴하는 징조이다.

(2) 정사원도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회사를 바꾸어 무엇이 나쁜가.

과거에 종신고용과 평생직장을 보장받은 정사원들은, 조직에 대한 투철한 충성심을 바탕으로 자발적인 잔업과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제너럴리스트로서의 능력을 발휘해 회사발전의 견인차가 되었다. 이런 이유로 회사도 정사원을 계속 늘려옴으로써, 원래 소수정예라는 정사원의 의미가 퇴색하고 최근에는 대부분의 종업원들이 정사원으로 되어버렸다. 그러나 저성장시대로 접어들면서 과다한 정사원은 성장의 걸림돌로 되고 있으며 업무 세분화가 심화되면서 정사원들은 점점 전문가화, 부품화되어 간다. 따라서 이제 다시 정사원의 개념을 재정의하여 ‘중핵사원 또는 사장후보사원’으로 축소하고 이들에게는 조직발전에 헌신적인 자세를 다시 요구하는 한편 이에 상응하는 ‘명예스러운 예우’를 해주어야 한다. 정사원 외의 사원들에게는 업적과 능력에 상응하는 처우(금전적인 보상)를 해준다. 이들은 전문지식을 무기로 언제든지 다른 직장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또 당연히 옮길 것이다.

(3) 회사인간을 추방하라.

회사인간이란 오직 회사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으로, 과거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최대의 걸림돌로 전락해 버렸다. 따라서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 하루 빨리 밖으로 방출하거나 자기 변혁을 통해 변신토록 해야 한다. 회사인간주의가 물든 조직에서는 모든 직원이 위만 보고 살아가며 자정능력과 고객대응력이 없어져 상품의 질이 떨어지고 회사의 진보는 멈춘다. 이러한 회사인간은 변혁기에 더욱 쓸모가 없다. 세상 돌아가는 실정도 모르고 외부에 친구도 없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없다. 또한 요즘의 우수한 젊은 신세대들은 스스로 회사인간이 되기를 거부한다. 회사인간이 권고사직 당하는 사례를 자신의 부모나 언론을 통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인간화는 개인의 창조성과 개성을 말살시켜 기업 성장의 원천을 봉쇄하므로 앞으로 회사가 망하는 속도는 회사인간형 조직원의 수와 비례하게 된다. 말로는 개성파를 구한다고 하고서도 장발에 해진 청바지, 슬리퍼를 신은 학생이 채용면접에 나온다면 과연 그를 채용하겠는가.

(4) 디플레이션 경제시대에는 모든 것이 역전된다.

과거 오랫동안 인플레이션 경제에서 경영을 해왔던 기업들은 이제 디플레이션 경제를 맞아 경영 전 부문에 걸쳐 역발상이 요구되고 있으며 인사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제조업에서 일을 잘한다는 사람은 첨단산업과 서비스산업에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며, 종래의 인사제도와 관행은 회사를 망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임금도 점점 낮아지고 토지신화도 무너져 생산자(공급)보다 소비자(수요)가 강해진다. 또 현금을 은행에 넣어 두고 안전하게 재산을 증식시키는 대신 과감한 투자를 해서 첨단의 고부가가치산업을 일으키는 자본가들이 고용을 창출한다는 차원에서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저렴한 지가, 임금, 원자재비를 바탕으로 창업가가 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또한 이들은 인사에 대한 전권을 갖고 연공서열 같은 기존의 인사관행을 붕괴시킴으로써 능력본위의 인사시대를 앞당길 것이며 종업원에게 ‘하고자 하는 의욕’을 유발시키는 일이 핵심과제로 대두한다.

(5) 첨단 분야가 진정한 자본주의의 꽃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선진을 모방하고 답습함으로써 성장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로열티 부담도 가중되고 지적소유권 보호, 선진국의 기술이전회피 등으로 모방에도 한계가 왔다. 미래에는 프런티어 정신 아래 첨단 분야, 소프트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 첨단산업과 소프트산업은 ‘인간적인 매력, 인간의 센스, 아이디어, 창조성’ 즉 ‘인본주의’가 사업의 원천이다. 예를 들면 일본의 만화 산업, 방송 프로그램, 사시미와 스시, 가라오케, 전자오락게임 등은 이미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 붐을 일으키고 있으며 관련 산업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뉴비즈니스 산업에서는 인재를 ‘양성,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발굴, 등용’해야 하며 이들은 조직 일원으로서가 아닌 스타로서 사장보다 더 좋은 처우와 예우를 받는다. 또 타율을 낮추는 경영, 다시 말해 시도해서 성공하는 확률을 높이는 방식보다는 타율이 낮더라도 타석을 많이 만들어 안타의 수를 늘리는 방식이 보다 좋은 경영성과를 낸다. 인재의 순서도 ‘사업가, 학자, 검사역(감시원)’의 순이 되며 인사부문의 역할도 ‘검사역’이 아닌 ‘인재, 스타, 사업가’를 발굴하는 것이 핵심과제이다.

열린 인사부문

이 같은 인사파괴의 시대에는 인사부문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열린 시대에 열린 조직에서 활약하는 열린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사부문의 역할이 열려야 하고, 인사 관련 조직과 제도를 포용력 있게 그러나 혁신적으로 고쳐가야 한다.

닫힌 조직에서의 인사부문은 사람을 통제하고 규율화시키며 예외변수가 나오지 않도록 적절히 억누르고 통제하는 것이 핵심 업무이다. 또 사람을 ‘비용의 원천’으로 보아 제반 인력효율지표 향상을 통해 가능한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많은 신경을 쓴다. 따라서 ‘죄는 문화, 금지의 문화’를 바탕으로 모든 발상이 나오며 ‘나머지는 모두 안 되며 예외적으로 이것 이것만 허용된다’는 포지티브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사람에 관련된 절대권한을 장악하고 무소불위의 보검을 휘둘러대는 것이다.

반면 열린 경영에서는 사람을 유일한 창조적 주체로 보기 때문에 동기부여와 성취감 제고를 통해 자발적인 자율통제를 유도한다. 따라서 인사부문은 내부고객(다른 부서)의 요구에 맞추어 적절한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여 이를 공급해주는 서비스 부문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또 열린 경영에서는 사람을 ‘투자의 대상’으로 간주하므로 인력효율지표를 근거로 쥐어짜기 식의 인력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 급변하는 환경여건 변화에 유연히 적응하기 위해 항상 여유 있는 초과인력과 초과지식을 축적해 간다. 미래에는 환경변화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사전에 마련해두는 것이다(초과지식에 대해서는 뒤에 나오는 ‘열린 전략’에서 보다 상세히 설명한다). 또한 열린 경영에서는 ‘죄는 문화’ 대신에 ‘푸는 문화’가 근간을 이룬다. 즉 열린 경영을 위해서는 ‘모든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예외적으로 이것 이것만 안 된다’라고 하는 네거티브 방식이 전면적으로 도입되는 것이다.

또한 열린 인사에서는 모든 정보도 함께 열린다. 인사 관련자들이 밀실에 모며 한정된 인사자료를 근거로 승진승급을 판단하고 인력전배를 결정하는 방식은 닫힌 경영의 전유물이다. 반면 최근 여러 기업에서 자주 사용되는,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인력사내공모제도는 열린 경영의 한 예이다. 인사에 대한 정보 역시 비밀주의가 아니라 공개주의를 원칙에 따라 조직원 모두가 공유하게 된다(정보공개주의에 대해서는 뒤에 나오는 ‘열린 정보’에서 상세히 설명한다).

열린 평가

열린 경영에서는 사람이나 조직에 대한 평가도 열린 방식으로 진행된다.

닫힌 경영에서는 상사가 평가를 주관하며, 상사의 평가권은 조직의 위계질서를 유지시키는 강력한 수단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열린 경영에서는 상하좌우에서 평가를 하는 다면평가제도가 나타난다. 상사는 물론 부하도 평가를 하고 옆에 있는 동료와 조직 외부의 고객까지 평가에 참여한다. 평가제도를 조직 장악의 수단으로 휘두르는 게 아니라 조직의 합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원들에게 방향성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열린 경영에서는 기존의 연공서열이라는 관습의 벽도 파괴된다. 자질이 뛰어난 사람, 업적이 탁월한 사람,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그리고 조직의 미래를 이끌고 갈 사람이 관습의 벽을 뚫고 과감히 발탁되는 능력주의 인사가 자리 잡는다.

톰 피터스는 「해방경영」에서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한 평가제도로 다음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89] 다면평가와 팀플레이를 강조하고 있으며 평가항목 다섯 가지 중 세 가지(1, 2, 5)가 열린 경영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 또 나머지 두 가지는 뒤에서 소개할 학습조직(3, 4)과 연결되는 항목이다.

새로운 평가방법이 요구된다. 동료들에 의한 평가는 상사에 의한 평가만큼 중요하거나 더 중요해질 것이다. 직무를 수행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훌륭한 팀플레이어가 되는 능력과 자신만의 독특한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 등에 초점을 맞춘 주관적인 평가가 관례로 될 것이다. 실제로 보통의 팀구성원은 다음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될 것이다.

(1) 팀플레이

(2) 외부와의 관계 관리

(3) 독특한 전문지식을 적용시키는 능력

(4) 그러한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향상시키는 데 전념하는 정도

(5)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 자신이 배운 내용을 팀동료들과 더 넓은 네트워크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수시켜 주는 정도

또 다면평가의 예는 GE에서 찾아볼 수 있다.[90] GE의 ‘360도 평가’는 상사, 동료,  부하, 다른 사람의 네 방향에서 10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임직원을 평가한다.[91]

AT&T의 경우도 사람이나 조직을 평가할 때 [표 16]의 네 가지 측면을 중심으로 다면 평가한다.

상사평가제도는 조직을 내부지향적, 상사지향적으로 닫아버리게 한다. ‘사람은 평가받는 대로 행하며 평가하는 사람을 향해 행동한다’는 말처럼 자기를 평가하는 사람이 자기의 보스이거나 보스의 보스가 되면 조직원들이 해바라기 속성을 보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자기를 평가하는 사람이 부하직원이나, 동료, 고객이 되면 조직원들은 위로만 향해 있던 시각을 360도로 돌린다. 상사에게 아무리 잘 보여도 25점만 얻게 되므로 나머지 75점을 얻기 위해 동료와 협력하고 부하직원의 사기관리에 신경을 쓰게 되며 고객을 찾아가 고객이 원하고 기대하는 것을 들어 고객만족에 주력한다. 평가제도는 조직을 여는 데 있어 핵심적인 수단이다.

[표 16] AT&T의 평가 기준

방향성 목 표
CVA (customer value added) 고객의 기대를 초과하는 서비스 고객만족도 향상
PVA (people value added) 종업원 참여 확대 종업원만족도 향상
EVA (economic value added) 주식자산가치 제고 주주만족도 향상
CQA (chairman’s quality added) 질 위주 경영 업계 최고의 질 보증

또 열린 조직에서는 급여에 대한 고정관념의 벽도 허물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원이 사장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을 수도 있다. 예컨대 게임기로 급성장한 세가는 급여의 벽을 허물었다. 소위 ‘탤런트급(給)’이라는 것으로 연봉이 1년에 2배, 3배씩 증가하는 사례도 있다. 전 부문에서 혁신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종업원을 탤런트로 인정하고 일정한 배율로 연봉을 인상하는 제도이다. 밀리언셀러를 만드는 직원과 보통의 직원은 급여에서도 차이가 나야 한다는 나카야마(中山) 사장의 주장은 지극히 당연하게 들린다. 보수의 많고 적음을 인사부서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정한다. 따라서 탤런트성을 잃게 되면 급여도 원래상태로 돌아간다.[92]

재택근무

재택근무는 근무 장소가 열린 것이다. 재택근무의 초기 형태지만, 가오는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무출근 근무제도’를 1987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사무실에는 매주 1회 ‘스킨십 미팅’이 열리는 날에만 출근하면 다른 날은 거래점으로 직행하고 거래점 방문 후 바로 퇴근한다. 이러한 제도가 가능한 것은 회사와 영업사원을 연결시켜주는 컴퓨터 네트워크 덕분이다. 각 영업사원의 집에는 매일 아침 팩시밀리로 그날 방문해야 할 거래점에 대한 판매자료와 재고정보가 보내져 온다. 회사의 경영정보와 경쟁사 동향을 전해주는 ‘가오신문(花王新聞)’도 매주 2회 배달된다. 거래점을 순회하는 영업용 차량에는 무선단말기가 장치되어 있어 필요한 자료를 즉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현재 근로자 세 명 중 한 명은 재택근무를 한다고 한다. 최근 ‘오토프리(auto-free)’라는 단어가 유행하듯, 자동차로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의 거의 전 가정에 퍼스컴이 보급되어 있고 또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원활히 흐르기 때문에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우리의 경우 간부가 1주일만 출장가도 결재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이지만, 반면 퍼스컴을 들고 다니는 미국에서는 호텔이든 공항에서든 즉각적인 원거리 결재가 얼마든지 자유롭다.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예이다. 미국에서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는 맞벌이 부부와 이혼 부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93] 이들은 자녀 부양을 위해 근무 장소에 있어서는 재택근무를, 근무시간에 있어서는 플렉시블 타임(flexible time)을 선호한다.

여성 인력, 외국인 인력의 활용

조직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이며 경영의 주체인 사람에 있어서도 열린 시대에는 다양성이 요구된다. 남성 중심, 자국민 중심, 자체양성인력 중심이라는 구시대의 관습을 버리지 않고서는 변화의 시대와 세계화의 시대에 적응하기 힘들다. 동질적이고 획일적인 인력만으로 조직을 구성해서 일체감과 단체정신 그리고 집단사고로 똘똘 뭉치면 일사불란하게 일을 진행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난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자율적으로 조직이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에 다양성이 존재해야 한다. 또 조직이 장기적으로 유지, 발전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 반(反)조직(anti-organization)을 만들고 이를 전향적으로 유지, 보호해가는 것도 다양성을 확보하는 한 방편이 될 수 있다.[94]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면 여성 인력, 외국인 인력, 외부 인력들은 당장 생각이나 관습이 다르고 관리하기가 귀찮기만 하다.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기 위해서는 출산 휴가, 자녀들의 병간호를 위한 휴가, 시간제 근무, 재택근무, 직장탁아소 운영 등 여성 인력의 유입을 위한 각종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95] 그러나 이러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조직이 스스로의 성공함정[96]에 빠지지 않고 이카루스 파라독스[97]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성이 필수요건이다. 한편, 실리적인 차원에서도 다양한 인력이 필요하다. 여성 인력의 섬세함은 주부를 고객으로 하는 상품을 디자인하는 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외국인 인력은 세계화를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현재 미국 등 선진에서 일어나는 양태를 볼 때 다양성에 대한 선택권이 기업 측에 주어져 있는 게 아니라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의 흐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노동현장에서는 소수인종, 여성, 노령자, 장애자, 무경험자들이 한 작업장에서 뒤섞여 작업을 하고 있으며 게다가 종업원들이 가정불화, 전과기록, 알콜중독 혹은 마약중독 같은 심각한 개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야기를 바꾸어 외국인 인력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열린 조직은 외국인도 조직 내에 과감히 유입한다. 우리의 경우 현재로서는 저임금의 단순노동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고임금 고급기술인력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외국인 인력 활용은 단지 우수 인력 활용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세계화를 포함한 조직문화의 변화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 외국의 현지공장이나 자회사의 관리자와 경영지도 과거처럼 본국에서 파견된 인력이 아니라 현지인을 영입하여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혼다가 일본자동차 회사 중 미국에서 가장 빨리 정착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미국인을 현지사장으로 영입한 것이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역으로 우리만 해도 GE, IBM, 필립스, AT&T, 듀퐁, 후지쯔 퐁 외국기업의 한국지사에는 한국인 사장이 80여명에 이르고 있다.

인적자원이 세계화된 대표적인 기업이 ABB이다. ABB는 세계 최대의 중전기/엔지니어링 회사로 스위스의 취리히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세계 140개국에 1,200여 계열사, 20만 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는 다국적(무국적, 초국적) 회사이다. 이 회사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어 모든 회의는 영어로만 진행하며 매년 사업보고서는 영어, 독일어, 스웨덴어의 3개국으로 동시 출간된다.

이처럼 세계화가 진전되면 한 사무실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함께 어울려 근무하게 되고 직장 내부도 국경이 없는 장소로 된다. 해외 현지법인의 설립, 외국기업과의 합작투자나 제휴, 외국근로자의 고용, 현지법인 임직원의 본사 근무, 외국인 임직원의 국내채용 같은 기회가 늘어나면서 직장 내에는 국적에 관계없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동일한 경영이념 아래 함께 일하는 장소로 변모되어 간다. 즉 세계적으로 열린 근무처가 되는 것이다.

이상의 제6장에서는 열린 시대에 열린 조직을 이끌고 나갈 열린 사람에 대해 살펴 보았다. 열린 마음을 갖고, 열린 머리로 생각하며, 열린 행동을 하는 사람이 바로 ‘열린 사람’이다.


제7장 열린 리더십

앞 장의 열린 사람에 이어 이번 장에서는 열린 경영의 두 번째 실천영역으로 ‘열린 리더십’에 대해 살펴본다. 열린 리더십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관점이 하나 있다.

앞서 제5장에서 제시한 ‘열린 경영에서의 여덟 가지 실천영역’ 중에서 열린 리더십은 다른 항목들과는 약간 성격이 다르다.

다른 일곱 가지 영역들은, 일단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을 이해하면 거기로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는 상식적인 판단으로 실천이 가능하지만, 이와는 달리 리더십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다. 조직이 완전히 열렸을 때 필요한 리더십의 유형과, 닫혀 있는 조직을 열어 가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리더십의 유형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장에서는 ‘열린’ 상태에서의 리더십과 ‘열어 가는’ 과정에서의 리더십 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러한 이중성이 생기는 이유는 리더십이 열린 경영에서 ‘동력(動力)’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동력의 핵심 주체는 조직을 이끌고 갈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톱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열린’ 조직에서의 톱은 민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만, 반면에 ‘열어 가는’ 과정에서는 구조개혁형 리더십이 보다 큰 효과를 낸다. 구조개혁형 리더는 변화관리에 능통하다.

한편 열린 조직에서는 ‘비전’도 중요한 리더십의 역할을 한다. 비전은 조직이 나아가야 할 ‘한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조직 내의 불필요한 파워게임을 불식시킨다. 또 비전은 열린 조직에 다양하게 유입되는 정보를 걸러주는 ‘필터’의 작용을 한다.

1.네 얼굴을 가진 야누스

먼저, 톱의 리더십부터 살펴보자. 열린 경영을 추진하는 톱은 두 얼굴이 아닌 네 얼굴을 가진 야누스이다. 상황에 따라, 진행되는 과정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피부색을 수시로 바꿀 수 있는 변신의 귀재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열린 경영을 추진하는 톱은, 권위형 리더십, 거래형 리더십, 구조개혁형 리더십, 민주형 리더십의 네 가지 유형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여기서 유의할 사항은 이 네 가지의 리더십 유형 각각이 적합한 단계가 있으며 이를 잘못 적용할 때는 조직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개의 경우 변화 착수 단계(조직이 거의 닫혀 있는 단계)에서는 권위형 리더십과 거래형 리더십이 요구되며, 변화의 중간 단계(열리고 있는 단계)에서는 구조개혁형 리더십이 필요하고, 변화가 완료된 단계(거의 열린 단계)에서는 민주형 리더십이 보다 큰 효력을 발휘한다.

그러면 먼저 각각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조건)을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조직 내에 정보가 집중 또는 분산된 정도, 조직원들의 사기, 변화에 허용되는 시간 등이 ‘상황’에 해당하는 변수이다.

[표 17] 상황별 리더십 유형

조직의 정보 조직원의 사기 변화 기간
권위형 리더십 톱이 장악 매우 높다 촉박(단기)
거래형 리더십 중간계층에 분산 매우 낮다 보통(중기)
구조개혁형 리더십 조직전체에 분산 보통 보통(중기)
민주형 리더십 조직전체에 분산 보통 충분(장기)

각 단계에서 요구되는 리더십의 유형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변화 착수 단계

조직이 거의 닫혀져 있는 상태이므로 웬만한 힘을 가하지 않고는 변화에 착수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따라서 힘에 바탕을 둔 권위형 리더십과 보상을 조건으로 내거는 거래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한 톱은 역할모델로서 행동하고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이며 열린 경영의 필요성에 대해 강한 의지와 결의를 나타낸다. 때로는 위기상황에서 톱만이 가지고 있는 절대권한도 과감히 행사한다.

(2) 변화 중간 단계

일단 조직이 열리고 있으므로 이에 따르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조직원들의 불안, 조직의 혼란, 은연중에 일어나는 파워게임을 큰 탈 없이 극복해 가는 구조개혁형 리더십이 적합하다. 특히 이 단계에서는 톱의 정치적인 감각과 역량이 요구된다.

(3) 변화 완료 단계

조직이 거의 열린 상태이므로 이를 정착시키는 데 주력해야 하며 이 단계에서는 민주적 리더십이 효력을 발휘한다. 톱은 열린 조직에서의 비전을 제시하여 정보의 다양성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고 자율조직이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을 제시한다.

물론 조직을 열어 가는 과정은 위의 경우처럼 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무한히 반복해 가는 과정이지만 편의상 위와 같이 구분했다. 또 각각의 리더십이 각각의 단계에 절대적으로 적합하다는 원칙은 없으며 톱은 나름대로의 잣대를 가지고 변화의 과정을 유심히 분석하여 그때그때 상황에 맞도록 리더십을 적절히 구사해야 기나긴 변화의 여정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권위형 리더십과 권위주의형 리더십

그러면 첫 번째로 권위형 리더십에 대해 살펴보자. 변화의 초기에 필요한 리더십 중 하나가 권위형 리더십이다.

이야기를 조금 돌려 우리가 혼동해서 사용하기 쉬운 ‘권위형’ 리더십과 ‘권위주의형’ 리더십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요컨대 권위형 리더십은 상황에 따라 유효한 경우가 있지만 반면에 권위주의형 리더십은 어떠한 경우에도 배척되어야 한다.

‘권위’와 ‘권위주의’는 그 의미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권위란 사전적 의미로는 ‘권세와 위력’을 말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관점은 권세와 위력을 얻는 과정이다. 정당한 노력과 실력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권위는 누구나가 이를 존경하고 또 존중해 준다. 그러나 권위주의란 권세와 위력을 바탕으로 남이 자기에게 굴종의 자세를 보여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진정한 실력에서 나오는 권위는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존경이 우러나는 것이지만, 권위주의는 물리적인 힘을 남용하여 남으로부터의 존경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처럼 권위는 좋은 것인 반면, 권위주의란 구시대의 잔재일 뿐이다. 권위주의형 리더십 역시 말할 필요도 없이 하루 빨리 버려야 한다. 이는 리더가 일방적인 명령으로 조직을 통솔하는 스타일로, 이유 없이 조직원들의 오해를 사기 쉬우며 조직원들이 저항할 소지가 많으므로 톱으로서는 금기시해야 할 유형이다.[98]

반면 권위형 리더십은 글자 그대로 권위를 가지고 있는 리더가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이끌고’ 나가는 유형이다. 비록 리더가 모든 지식과 정보를 장악하고 있더라도 대개의 경우 이런 유형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직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동기부여를 해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는 예외적으로 권위형 리더십이 효력을 발휘한다.

  • 시간이 아주 촉박한 상황에서 리더의 결단이 필요하다.
  • 리더가 필요한 모든 정보와 지식을 장악하고 있다.
  • 조직원들의 사기가 매우 높다.

이처럼 주어진 과제를 해결할 시간이 촉박한데도 종업원들이 관련정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또는 조직 내에 반발세력의 힘이 클 때는 불가피하게 권위형 리더십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는 조직원의 사기가 높아야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므로 종업원의 사기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또 이러한 권위형 리더십은 장기간에 걸쳐 사용할 경우 효험이 없다. 처음에는 모든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듯하다가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조직원은 소외감을 느끼고 비판, 불평, 불만, 공격 같은 반작용을 보이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관성 타파

그러면 이렇게 부정적인 요소가 많은 권위형 리더십이 조직을 열어 가는 초기과정에서 과연 필요한 것인가. 단기적으로 필요하다. 변화의 경험이 없고 꼭꼭 닫혀 있는 조직을 열기 위한 시도는 엄청난 힘을 요구한다. 또 기존의 대부분 닫힌 조직에서 톱은 전통적으로 힘에 바탕을 둔 권위주의형 또는 관료주의형 리더십을 구사한다. 이를 처음부터 일시에 다른 유형으로 바꾸면 조직은 오히려 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초기에는 톱이 힘에 바탕을 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되 조직원을 향해 ‘과감히 열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다.

닫힌 조직을 열어나가는 과정도 일종의 ‘변화’에 해당한다. 모든 변화가 그렇듯 가장 힘든 부분이 변화 착수 단계이다. 자동차가 출발할 때 일단 기어를 넣는 것처럼 속도는 낮더라도 힘을 집중시켜 일단 차를 출발시켜야 한다.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는, 변화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는 소위 ‘관성(inertia)’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관성이란 기존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것으로, 가만히 있는 것은 그대로 가만히 있고 싶어 하고 일단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계속 움직이려는 속성을 말한다. 모든 변화에는 역장(力場, force field)이 존재한다. 변하려는 힘과 변하지 않으려는 힘이 서로 맞붙어 힘겨루기를 하다가 결국은 힘이 센 쪽으로 귀결된다. 조직을 열기 위한 출발점에서는 변하지 않으려는 관성을 일거에 부수어 버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유일한 존재가 다름 아닌 톱이다. 이 역할은 조직 내의 어느 누구도 권한을 위양 받아 대행할 수 없으며 톱이 이 역할을 남에게 위양해서도 안 된다. 톱이 직접 나서 몸으로 실천을 하고 몸으로 부딪혀 가야 할 과제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조직은 일단 변화를 시작하면 그 관성 때문에 조직을 멈추게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힘이 든다. 이처럼 조직을 열어 가는 변화의 첫 단계에서는 권위형 리더십에 바탕을 둔 힘의 과시가 경우에 따라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역할모델과 상징관리

조직을 처음 여는 단계에서 톱이 열린 경영에 관련된 사례를 직접 몸으로 실천하면 조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이를 흉내 낸다. 어미 게가 옆 걸음 짓을 하는 아기 게를 나무랄 수 없듯이 톱이 자신의 행동과는 다른 행동을 조직원들에게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는 아기들이 부모 앞에서 부모를 배우기보다는 부모 뒤에서 부모를 떠라 한다는 상식과 맥을 같이한다.

또한 톱은 ‘역할모델(role model)’로서 조직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 톱이 월례사에서 강조하는 이야기,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의 질문, 사소한 의사결정에서 이루어지는 행동 양태, 일일 스케줄상에서의 시간 배분 등 톱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호사가들의 입을 통해 급속히 조직 전체에 퍼져간다. 이 같은 톱의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가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는 상징이 되기 때문에 톱은 상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 쇼맨십을 보일 수도 있으며 열린 경영에 배치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화를 낸다든지 바람직한 사례가 나오면 과다할 정도로 보상을 하는 등의 행동들은 조직 전체에 매우 큰 자극을 준다.

거래형 리더십

두 번째 리더십 유형으로 거래형 리더십에 대해 살펴보자. 변화의 초기에 상황에 따라서는 톱이 거래형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여기서 상황이라 함은 조직원들의 사기가 극도로 저하되어 있거나, 조속히 성공사례를 만들 필요가 있거나, 또는 조직 내에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세력의 힘이 강한 경우이다.

그러나 거래형 리더십은 리더와 조직원이 성과와 보상을 서로 거래하는 유형이므로[99] 조직원은 리더가 내거는 보상에 따라 참여도를 정하게 된다. 때문에 획기적인 개선조치가 이루어지기 힘들며, 문제가 발생해도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임기응변식의 조치만을 취한다. 또 조직원은 개인적인 보상이 기대되는 부문에만 이해타산적으로 관심을 표명하며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거래형 리더십을 구사하더라도 이처럼 단점이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

변화를 하는 데 있어 모든 조직원이 스스로 동참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이해집단이 힘을 모아 저항을 해올 수도 있다. 이런 경우 필요에 따라서는 변화의 대가로 인센티브나 보상을 지급하고 이들의 지원을 얻는 것이다. 내들러 등은 이러한 동참이나 거래가 통하지 않을 때는 저항세력을 격리시키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제거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충고까지 하고 있다.[100]

구조개혁형 리더십

그러면 세 번째 유형인 구조개혁형 리더십에 대해 살펴보자. 이 유형은 변화의 전 과정에 걸쳐 가장 널리, 그리고 가장 유효하게 사용된다. 권위형이나 거래형의 리더십으로는 조직을 근본적으로 구조개혁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변화를 추구하는 리더는 조직의 장기 비전을 개발한 후 이를 조직원들에게 제시하고, 모든 사람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비전의 전파와 홍보에 열의를 보이며, 구체적인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조직원들을 지속적으로 독려한다. 또 조직원도 이에 고무되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 자세를 보인다. 이에 보상까지 덧붙이면 금상첨화이다.

구조개혁형 리더십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101]

  •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핵심 중간관리자에게 전파한다.
  • 중간관리자가 행동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지적 자극을 한다.
  •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조직과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도 불사한다.
  • 사고와 발상이 창조적이고 혁신적이다.
  • 변화가 체질화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 성공에 대해 합리적으로 보상한다.
  • 변화 과정에 파격적인 관심을 보인다.
  • 조직의 요구와 조직원의 요구를 적절히 융합시킨다.

특히 구조개혁형 리더는 변화관리에 많은 신경을 쓴다. 대개의 경우변화가 실패하는 원인은 변화과정에서 생기는 권력 다툼이나 혼란, 불안 요소 등을 극복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 따라서 변화의 과정에서는 톱이 직접 선두에 서서 권력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고, 혼란과 불안을 억제할 수 있도록 바람직한 비전을 만들어 조직원들에게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형 리더십

마지막으로 네 번째 리더십 유형이 민주형이다. 조직이 바람직한 상태까지 열리게 되면 그때는 민주형 리더십이 요구된다. 변화 과도기에는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리더가 힘을 발휘하지만 조직이 일단 바람직한 상태에 도달하면 이를 안정화시키고 정착시키는 리더십이 바람직하다. 열린 조직을 이끌어 가는 경영자는 당연히 민주적이고 창조적이 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독재형 리더십이 민주형 리더십보다 효력을 발휘한 경우도 간혹 있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권위주의는 통하지 않는다. 이는 단지 시대적 흐름에 따른 당위적 요구만은 아니다. 열린 조직을 운영하고 이끌어 나아가기 위해서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으로 사고하고 실천하며 조직원들의 요구를 조정하고 그들의 성공을 보상하는 능동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 민주적인 톱은 현장과 고객접점으로 나가 살아 있는 정보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현장경영, 배회경영을 몸으로 실천한다.

사회심리학자로 미국 대통령 네 명의 자문역을 했으며 현재 남가주대학의 석좌교수인 워렌 베니스는 이미 1964년에 조직운영에도 민주주의 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다음과 같은 특징을 제시한다.[102]

(1) 지위나 권력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충분히 의사소통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든다.

(2)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서 윽박지르거나 협상을 통한 관례적인 방식보다 공감대를 통한 신뢰를 쌓아간다.

(3) 개인의 변덕스러운 순간적인 발상이나 특권층의 권력에 의한 리더십보다는 기술적인 능력이나 노하우에 근거한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한다.

(4) 과제지향적인 행동은 물론 감성적인 표현까지 허용하고 나아가 권장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5) 기본적으로 개인의 편차(개성)나, 조직 또는 개인 간의 갈등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고 이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조정, 중재한다.

이상에서 변화의 과정에 요구되는 네 가지 유형의 리더십에 대해 살펴보았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이들 중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정답은 없다. 톱은 이 네 가지 모두를 구사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리더십을 자유자재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2.지혜로운 변화관리

그러면 이야기를 좁혀, 변화관리에 있어 리더의 역할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어떠한 변화에 있어서도 리더가 그 변화의 과정을 치밀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그 변화는 반드시 실패로 끝난다. 낡은 관습에 젖어 있는 일부 톱들은, 단순히 명령을 내려서 이제 새로운 시대가 되었다고 선언만 하면 그것으로 변화는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톱들은, 유기체인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을 무기체인 기계로 취급하고 또 조직원을 기계의 부품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감정과 정서를 가진 사람을 기계로 간주하게 되면 ‘변화관리’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러나 반대로 조직을 유기체적인 성격으로 파악하게 되면 변화의 성패 여부는 변화관리에 달렸다는 시각을 갖게 된다.

다시 말해 모든 변화에 있어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변화의 과정을 치밀하게 관리해 가는 것 역시 톱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변화는 재탄생의 프로세스

변화는 그것이 사회적, 조직적 차원의 것이든 또는 개인적 차원의 것이든 항상 혼란과 불안을 초래한다. 토인비는 변화에 직면한 사회는 일정한 ‘분열기’를 거치지 않고서는 재통합을 달성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러한 분열기에는 변화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가끔 일부 톱은 어떤 특정한 기법을 사용해서 회사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덤빈다. 근본적인 문제는 간과한 채 손쉬운 해답을 구하는 문화풍토 속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이란 없다. 따라서 톱은 회사가 당면한 복잡하고도 역동적인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손쉬운 해답이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한편으로는 조직원들의 진정한 열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변화는 하나의 ‘죽음과 재탄생의 프로세스’이다. 변화를 숙명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기업은 불사조와 같은 변화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을 불태움으로써 그 불탄 재 속에서 활력을 새롭게 하여 부활할 수 있는 것이다.

저항은 자연스러운 현상

르윈의 역장분석(force field analysis)에 따르면, 모든 변화에는 변화를 도와주는 힘과 방해하는 힘이 있다.[103] 이러한 관점에서 변화 전략에는 다음 세 가지 방안이 있다.

  • 변화 지원력을 강화시킨다.
  • 저항자의 저항력을 약화시킨다.
  • 저항자를 변화주도자로 전환시킨다.

이 중 당연히 세 번째 전략은 가장 유용하다. 그러면 첫 번째 전략과 두 번째 전략 중 어느 것이 효과적인가. 흔히 선정되는 첫 번째 전략은 변화를 지원하는 그룹을 찾아내어 그들을 통해 저항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이 이 전략을 선호하지만 이는 단기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나 궁극적으로 저항을 더욱 증대시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한 전략이다. 강한 힘으로 저항을 누르고 변화가 표면적으로 진행되더라도 이러한 저항은 사라진 게 아니라 수면 아래 숨어 있다가 언젠가는 다시 등장하여 보복을 시도한다. 사람들은 보복을 위해서는 무한히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저항자의 저항력을 약화시키는 두 번째 방안이 상대적으로 효과적이다.

이와 같은 저항은 변화과정에서 극히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저항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데서 나오는 필연적인 반작용이며, 또 저항은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징후가 아니라 그들이 불편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하나의 표현방식일 뿐이다.[104] 만일 변화 과정에서 저항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이는 진정한 변화가 아니라 변화의 환상일 뿐이다. 저항이 없는 경우는 다음 네 가지 중 하나로 간주할 수 있다.[105]

(1) 변화의 내용 속에 새로운 것이 없다. 조직원들이 이미 어떠한 형태로든지 실행하고 있는 것을 단지 새로운 용어나 이름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2) 조직원 모두가 이미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이다. 조직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전혀 관심이 없는 좀비족들로 채워져 있다.

(3) 모든 사람들이 집단사고를 한다. 따라서 변화가 집단사고의 방향에 맞추어 착착 진행되고 저항도 일어나지 않지만, 새롭게 변하는 것 역시 아무 것도 없다.

(4) 저항은 존재하지만 누구도 큰 소리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는 저항이 땅속에 숨어 있는 것이며 적절한 시기를 틈타 게릴라처럼 수시로 변화관리자를 공격한다. 톱은 결코 게릴라를 이길 수는 없다. 결국 저항이 없는 변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개방된 저항은 변화를 장기간 동안 효과적으로 실천해 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저항의 원인을 밝히고 관리해야 한다. 이는 변화대상자의 과제가 아니라 변화주도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은 오히려 저항의 존재를 기뻐해야 하며 이해하고 인정하며 활용해야 한다.

저항의 극복

그러면 저항을 극복하는 방안에 대해 살펴보자. 저항의 원인에는 크게 다섯 가지 차원이 있다. 권한과 권력 차원, 인식적 차원, 감정적 차원, 문화적 차원, 환경적 차원 등이다. 이러한 저항의 원인과 그 극복방안을 요약하면 [표 18]과 같다.[106]

[표 18] 저항의 원인과 극복 방안

저항의 원인 극복 방안
권한ㆍ권력 차원 권력의 변화와 이동 조직 내 권력의 역학관계를 적절히 조정
통제 부재로 인한 혼란 변화 과도기를 체계적으로 관리
오너십 부족으로 방관 참여 유도
대가의 부족 변화의 성과를 공유
부담의 증가 변화과정에서의 부담 감소 (시간, 돈, 에너지)
무관심 참여 유도
인식적 차원 미지상태에 대한 불안 미래방향에 일치하는 건설적 행동을 적극 장려
변화성과에 대한 이견 정확한 정보공유와 분석을 통한 성과 점검, 변화목표를 사실대로 공포
부정적인 고정관념 변화 필요성 강조, 위기의식 고취
정보 부족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 제공
감정적 차원 선악에 대한 흑백논리 과거 상황을 인정하고 새로운 환경변화를 강조
변화주도자들의 우월감 눈높이 대화
실패에 대한 두려움 인정
실패에 대한 질책 능력향상과 독려
변화적응력, 자원동원력 부족 개인의 탄력성 향상과 변화 자원을 지원
문화적 차원 터부 터부를 과감히 제거
전통과 타성 바뀔 것과 존중할 것을 명확히 구분
엄격한 방식으로 인한 권태 즐거운 변화 방법 강구
반대를 위한 반대 동참
환경적 차원 톱의 지원 부족 충분한 지원
규정에 부적합 규정에 부합, 사전에 규정을 개정
극단적인 조직구조 중간형태의 중앙집중화 구조(中庸의 道)

이 중에서 특히 톱이 직접 나서야 하는 과제는 첫 번째의 ‘권력의 변화와 이동’에 따르는 저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조직이란 권한과 권력을 갖고자 하는 여러 개인과 집단들로 구성된 정치적 시스템으로, 조직원들의 정치적 행동은 인간의 본성적인 것이며 당연히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107] 따라서 변화의 과정에는 항상 권력에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며, 특히 대규모의 변화 과정에는 다양한 공식적, 비공식적인 집단의 이해관계자들 간에 기존에 형성되어 있는 힘의 균형상태가 뒤집히거나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서 야기되는 불확실성은 조직을 혼란시키고, 개인과 집단은 변화가 그들의 조직 내에서의 상대적 권력의 위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전망을 근거로 정치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조직 내 파워게임은 대개 보이지 않는 싸움이 되며, 이를 시작하는 사람은 변화가 자신에게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손해가 자신과 조직이 맺은 내면적, 심리적 계약을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보는 사람들이다.[108]

이러한 파워게임 문제는 조직 내 권력의 역학관계를 조정함으로써 이를 극복할 수 있다.[109] 이에는 다음 네 가지의 방안이 있다.

(1) 핵심 권력집단의 지원을 얻는다.

(2) 변화를 지원하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3) 변화와 관련된 상징을 사용한다.

(4) 안정성을 유지한다.

이와 같이 톱은 변화의 과정에서 저항은 당연히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인식 아래 파워게임과 혼란 그리고 불안을 적절히 극복하는 등 지혜롭게 변화관리를 해가야 한다.

3.열린 비전

그러면 또 다른 차원의 리더십으로 비전에 대해 살펴보자. 리더십이란 ‘조직을 이끌고 나가는 힘’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비전도 당연히 리더십에 해당한다. 비전은 변화의 각 단계에 있어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변화 착수 단계에서는 ‘조직을 열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하게 표현하며, 변화 착수에 장애가 되는 내부 파워게임을 불식시키고,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위기의식을 불어넣어 주며 동기부여를 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변화 과정에서 비전은 조직이 나아가야 할 ‘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한편 조직이 열린 상태에서 비전은 다양한 외부정보의 유입으로 인한 혼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잣대를 제공해 준다. 특히 이러한 비전은 조직원들이 자유롭게 해석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함축적이어야 하여, 또 몇몇 전략가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 전조직원이 참가해서 함께 만드는 공유형 비전이 바람직하다.

내부 파워게임을 불식

먼저 변화 착수 단계에서 비전의 역할을 보자. 이 단계에서 비전은 변화착수에 장애요인이 되는 내부 파워게임을 불식시켜 준다. 조직을 여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요인은 기존의 기득권자들이다. 여기서 기득권이라 함은, 토플러가 「권력이동」에서 이야기하는 ‘힘, 돈, 정보’라는 세 가지 권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110] 닫힌 조직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엄청난 권한을 독점하고 있거나 돈줄을 쥐고 있거나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열린 경영은 이처럼 집중되어 있는 권력을 조직 전체에 골고루 분산시키기 때문에 기득권자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득권자들의 저항을 극복하지 못하면 열린 경영은 실현될 수 없다. 이러한 개인이기주의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조직원 모두가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다.[111] 조직원들이 비전과 가치관을 진정으로 공유하면 자기의 개인적인 이익을 초월하도록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 간의 전쟁 중 많은 경우가 외부와의 다툼 때문이 아니라 내부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일어난다는 점과 유사하다. 임진왜란도 일본과 우리의 문제보다는 막부정권이 일본 내부의 정치게임을 불식시키는 방편으로 선택한 것이다. 또 현재 남북 간의 문제에 있어서도 북한 내부의 권력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책으로 북한이 남침을 할 수 있다는 일부의 예견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외부에 적을 두면 내부의 힘은 자연히 모아진다. 조직을 여는 과정에서 ‘외부 적’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비전’이다.

변화 착수 단계에서 비전의 또 다른 역할은 조직에 건전한 위기의식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일단 비전을 설정하고 여기에 우리의 현실을 투영시켜 보면 격차가 나온다. 이 격차에서 바람직한 위기의식이 나오며 이는 조직 내에 투지와 의욕에 불을 붙인다.

불안과 혼란을 극복

또한 비전은 변화 과도기에 나타나는 조직 내부의 혼란과 조직원들의 불안심리를 극복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모든 변화의 과정에서는 당연히 통제부재 상태, 즉 레임덕(lame duck) 현상이 발생한다.[112] 변화로 인해 통제의 상실과 혼란이 예상되면 사람들은 저항을 하기 때문이다. 또 변화의 방향이 분명치 않거나 연관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단위활동들이 동시에 진행될 때 혼란은 더욱 가속화된다. 한편 조직원들은 미지의 상태에 대해 불안해한다. 변화란 기존의 익숙한 상태에서 모르는 상태로 들어가는 것이므로 조직원들은 ‘나에게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생각에 스트레스와 불안을 갖게 되며, 이로 인해 여러 가지 변칙적인 행동이나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스트레스는, 변화에 관한 정보수집이나 판단을 잘못하게 하고 사람들을 변화에 저항하도록 하여 비이성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까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113] ‘가정 내 폭력’의 예를 살펴보자. 구타당하는 부인은 바로 가출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는 가출한 후의 상태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집 안에 악마가 있는 것은 알지만 집 밖에 존재할 그 무엇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부인이 다른 선택을 하게 하려면 선택에 따르는 이익과 미래의 모습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이러한 관점에서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해야 하며 변화의 대가를 적절히 제시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이러한 불안과 혼란을 극복하는 주요 수단이 비전이다. 비전은 현재의 모습과 미래의 모습, 그리고 그 변화과정을 상세히 보여 주며 변화에 관련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비전도 조직의 비전뿐만 아니라 종업원 차원, 고객 차원의 비전까지도 설정함으로써 조직원에게 자긍심과 오너십을 함께 갖게 하고, 이를 통해 조직의 혼란과 조직원의 불안심리를 치유할 수 있다.

다양성을 걸러주는 필터

조직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열렸을 때, 비전은 다양한 정보를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한다. 조직을 열면 외부와의 교류가 빈번해지고, 있는 그대로의 수많은 정보가 여과 없이 홍수처럼 밀려들어 온다. 통제되고 정제된 정보에만 익숙해 있던 조직원들이 과거에 접해 보지 못하던 다양한 시각들을 경험함에 따라 조직 전체가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 특히 최근처럼 경영 전 부문에 걸쳐 새로운 정보가 엄청나게 양산되는 시점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를 판단할 수 없다면 조직은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비전은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잣대’나 ‘필터’의 역할을 한다. 비전은 조직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조직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된다.

또 다른 측면을 보자. 조직이 기대하는 수준까지 열렸다는 의미는, 탈조직화, 탈통합화, 탈집중화가 상당히 진행되었고 조직이 문진형이나 네트워크형으로 유연하게 되었으며 단위조직 스스로가 자율관리, 자율조직, 자율목표, 자율노력, 자율평가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가령 이러한 조직을 대상으로 톱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게 되면 그 자체가 열린 경영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열린 경영을 추진하기 위해 닫힌 경영방식을 쓴다는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단위조직에 대해 최대한으로 자율성을 보장하되 비전으로 큰 방향을 제시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모든 조직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목표를 세워, 스스로 실천을 해나가더라도, 모든 것을 방치해 놓는 것이 아니라 큰 방향은 제시해야 하며 모든 단위 조직들은 이러한 큰 방향 아래 자율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되 다른 조직과 상호 시너지를 창출해 간다. 예컨대 NEC의 고바야시(小林) 회장이 내건 ‘C&C(Computer & Communication)’ 같은 비전이 이에 해당한다. 개별적인 방향보다는 회사가 나아가야 할 미래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이 방향 아래 모든 조직이 자율적으로 기능을 하면서 서로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바람직한 비전의 예이다.

함축적인 비전

그러면 이상에서 설명한 것처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비전이란 어떠한 비전을 말하는가. 열린 조직에서는 명시적이고 분명하게 규정된 비전보다는 열린 형식으로 표현된 비전이 보다 적절하다. 열린 비전이란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조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해석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포괄적이고 함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비전이다. 개념이 지나치게 뚜렷하면 비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명령에 가깝다. 반면 열린 비전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므로 조직구성인들이 비전에 대해 상하좌우로 토론과 대화를 하고 이러한 시너지 과정을 통해 비전은 깊이를 더해 가며 조직구성원들은 비전의 참된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지식이란, 어떤 특정인이 지니고 있다가 마치 물건처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직 내의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고 공유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즉 지식의 개념을 보다 넓게 확장하여 암묵적이며 분산되고 공유하는 것으로 본다면 비전은 더욱 열려야 한다.

노나카 교수는 이와 같은 방식을 ‘미들업앤다운(middle-up & down)’으로 표현한다.[114] 이는 전통적으로 일본기업들이 선호하는 유형으로 기존에 우리들에게 익숙한 톱다운(top-down)이나 보텀업(bottom-up)과는 차이가 있다. 미들업앤다운 방식에서는 일단 톱이 비전을 제시하되 이를 상당히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면 미들에서는 이를 받아 자유롭게 해석을 덧붙이고 발전시켜 그 내용을 다시 톱에게 확인한 후 이를 보텀에 전파하고 실천에 옮긴다. 마지막으로 톱은 현장에서 비전이 실천되는 모습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 다시 앞의 과정을 반복해 가는 것이다. 최근처럼 급변하는 환경여건에서 톱이 모든 전략을 세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미들업앤다운은 시대조류에 매우 적합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참여형 비전 만들기

또한 열린 경영에서는 비전을 만드는 과정 자체도 열려야 한다. 비전을 만드는 목적은 ‘비전 그 자체의 완성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 여부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몇몇의 뛰어난 전략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완벽한 비전보다는, 그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가능한 많은 조직원들이 참여해 함께 만들어 가는 비전이 실천에 있어서는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비전이란 남 보기 좋게 벽에 걸어 놓는 장식용 액자가 아니라, 전 조직원이 힘을 모아 추구해야 할 공동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참여야말로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책이다.

참여형 비전을 만드는 수단으로 일본이나 미국에서 방침전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들 대부분은 ‘캐치볼(catch ball)’이라는 기법을 활용한다. 마치 야구공을 주고받듯, 모든 계층이 서로 비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다. 1993년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가 개혁프로그램으로 NPR(National Performance Review)을 내놓았을 때 많은 변화전문가들은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 점쳤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과거의 정부개혁 프로그램은 전문가들 몇몇이 밀실에 모여 비밀작업을 했다면 NPR에서는 수많은 공무원들이 직접 참여해 스스로의 개혁방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비전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도 열린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이번 제7장에서는 열린 리더십과 관련해 톱의 리더십과 비전에 대해 살펴보았다. 변화의 과정에 있어 톱은 권위형, 거래형, 구조개혁형, 민주형의 네 가지 리더십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발휘해야 하며, 한편 비전은 함축적이고 참여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제8장 열린 전략

열린 전략은 열린 조직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지도’이자 ‘이정표’이다. 지나가야 할 길목을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그 결과에 있어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장에서는 경영전략이 열리고 있는 모습과 또 열린 경영에서 구사해야 할 전략선택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경영전략이 열린다는 것은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외부환경을 중요한 요소로 감안한다는 뜻이다.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환경요소를 고려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이므로 그 당위성 여부에 대해 언급하기보다는, 전략의 발전 단계에 있어 어떤 과정을 거쳐 언제부터 환경이라는 요소가 중요해지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경과를 살펴본다.

다음으로는 열린 경영을 추진하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지에 대해 검토한다. 열린 경영에서는 마스터플랜형의 전략보다는 로드맵형 전략이 유효하며, 어떠한 환경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도록 조직 내에 초과지식을 축적해간다. 또 요즘처럼 열린 시대와 저성장시대에 적합한 전략은 탈집중화와 분산경영이다. 수직계열화와 대규모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범위의 경제를 추구할 수 있는 네트워크형 전략전개가 보다 바람직한 성과를 가져온다. 이를 위해 소프트한 차원에서는 핵심역량을 내부적으로 적극 키워나가는 한편 핵심역량 이외의 기능은 아웃소싱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외부에서 조달한다. 하드 차원에서는 기업을 잘게 나누는 분사화를 통해 각각의 독립된 조직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되, 조직 간의 통합력은 유지하여 서로간의 시너지를 도모한다. 또한 열린 경영으로 가는 길목에 놓여 있는 다국적기업과 세계화기업이라는 징검다리도 지혜롭게 건너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최근 핫이슈로 등장한 질 위주 경영에서 열림이라는 요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펴본다. 과거 닫힌 경영에서는 질을 ‘상품의 품질’이라는 내부지향적 이고 닫힌 개념으로 국한시켜 왔으나 이제는 TQM이나 질 위주 경영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그 개념이 확대되어 ‘상품과 서비스의 질, 경영의 질, 사람의 질’까지를 포함하게 되었고, 또 과거처럼 회사가 판단하는 ‘닫힌 개념의 질’이 아니라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열린 개념의 질’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1.환경을 향해 열린 전략

지금의 상황에서야 조직이 경영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은 진부할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전략이라는 개념이 초기에 나왔을 때만 해도 거기에는 환경이라는 요소가 없었고, 주로 전략의 대상은 기업 그 자체에 국한되었다. 즉 닫힌 전략을 연구했다.

이러한 닫힌 전략은 1970년대를 기점으로 열린 전략으로 전환되었다. 1970년대에 들어 전후회복기부터 이어져 오던 호황국면에서 벗어나 성장이 둔해지고 경쟁이 격화되는 한편 오일쇼크 같은 외부의 충격이 가해지자 기업들은 눈을 외부환경으로 돌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흐름을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 미국기업의 전략 변천
  • 전략에 관한 컨설팅의 흐름

먼저, 1960년대 이후 지난 31년 동안 전략에 대한 사고가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과거에 전 세계를 주도해 왔고, 경영에 관한 한 모델이 되었던 미국기업들의 경영전략이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이를 통해 경영전략의 변화의 흐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기업의 전략 변천

1960년대까지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복구와 관련해 미국이 계속적으로 번영하던 시기이다.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은 사업을 다각화했으며 기업은 대형화되었다. 따라서 전략에 대한 연구 대상도 주로 기업의 성장에 관련된 주제와 다각화에 관련된 주제(확장, 합병, 사업다각화) 그리고 대형 기업에 대한 통제 등이었다.

1970년대 들어서 미국은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을 맞는다. 이에 대응코자 기업들은 사업다각화 전략에서 사업특화 전략으로 선회했으며 적절한 포지셔닝이 핵심전략으로 등장했다. 이 시기에 이루어진 전략연구는 산업분석, 경쟁적 행위 이론, SBU(strategic business unit), 기업의 성과분석 등에 초점을 두었다. 다시 말해 1960년에 기업 내부로 향해져 있던 전략 관점이 1970년대를 기점으로 기업 외부의 환경으로 돌려진 것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외국(특히 일본)과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불균형으로 인하여 미국기업들은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리스트럭처링을 통한 이른바 군살빼기도 주된 관심사였으며 정부 역시 AT&T의 민영화 등을 통해 리스트럭처링을 장려했다. 기업들은 사업영역을 조정하고 인력활용방법도 바꾸었으며 자본구조의 변화를 일으킨 경우도 있었다. 학문적인 연구도 리스트럭처링 및 이와 관련된 이슈들, 예를 들면 LBO(leveraged buy-out)금융, 다운사이징 등에 집중되었다.

마지막으로 1990년대 들어서는 국제환경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냉전이 종식되고 동구권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으며, 일본이 주춤거리고 EU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시나리오분석이 필요하게 되었으며 네트워크화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급격히 대두되었다. 학문적인 연구도 다국적인 제휴, 벤처, 기술 변화 등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리스트럭처링에 관한 관심도 계속되고 있다.

35년에 걸친 이러한 변화로 인하여 경영전략의 이슈는 시기마다 변화했으며, 이러한 경영전략 이슈의 변화는 기업의 전략, 연구 방향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략에 관한 컨설팅의 흐름

그러면 기업경영에 있어 음양으로 영향을 미치는 컨설팅 분야에서 전략의 흐름을 보자. 매킨지의 대표인 글럭 등은 HBR에 기고한 글에서 경영전략의 역사에 대한 흥미 있는 관점을 보여 준다.[115]

(1) 1950년대: 재무 기획(financial planning)

1~2년간의 재무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주로 과거의 데이터를 기초로 미래를 조명했다.

(2) 1960년대: 장기 기획(long range planning)

주로 기업의 내부적인 기능에 초점을 두고 미래의 성장을 위해 마케팅, 생산, 재무, 인력관리 등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스태프를 훈련시켜 회사 차원과 개인, 부문 차원의 장기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3) 1970년대: 전략적 기획(strategic planning)

경영의 관심이 조직 내부에서 조직 외부로 돌려졌다. 고객과 경쟁기업에 초점을 두고 조직을 SBU로 재조정했다. 그 이전에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았다고 한다면, 이 단계에서는 창문을 통해 외부를 보게 되었다.

(4) 1980년대: 전략적 경영(strategic management)

전략이 제대로 실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모든 실행방안을 핵심과제로 다루었다. 경영진은 현장에 참여하며, 적절한 보상제도와 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

요약하면 1970년대를 축으로 닫힌 전략이 열린 전략으로 전환되었다. 전략이 열리면서 관심의 초점은 기업 내부에서 외부 환경으로 옮아갔으며 그 내용도 점점 복잡해져 왔다. 하버드 대학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로마 대학의 도시 교수는 “기업의 대부분의 행위는 불확실성과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략적인 행동은 잔물결에 해당하는 변화만을 일으킬 뿐이다.”라고 주장을 폈다.[116] 전략의 한계를 적절히 표현한 말이라 하겠다.

2.로드맵형 전략

앞에서는 전략이 환경에 대해 열리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제부터는 관점을 바꾸어 열린 경영에서는 어떠한 전략이 유효한지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열린 경영에서는 마스터플랜형 전략보다는 로드맵형 전략이 성능을 제대로 발휘한다. 또 로드맵형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초과지식을 축적하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복합기능ㆍ초전공 인력을 양성해 두어야 한다.

마스터플랜과 로드맵

먼저 마스터플랜형 전략수립의 한계부터 살펴보자. 최근 같은 여건에서는 미래를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마스터플랜을 짜는 데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해봐야 그 계획의 적중률은 극히 낮다. 물론 경영자원이 무한정으로 있다면 계획을 짜는 데도 무제한으로 자원을 투입하고 또 이를 실천하는 데도 마음대로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겠지만 경영자원이란 한정되어 있으며, 선택의 차원에서 보면 계획보다는 실천에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는 게 바람직하다. 계획과 실천의 두 요소만 놓고 볼 때 실천은 목적에 해당하고 계획은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는데 있어서도 ‘중점주의’ 원칙을 적용하여 실천에 힘을 집중시켜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구정 연휴를 맞아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를 몰고 귀향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막힐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물론 몇 년간의 자료와 경험, 최근의 정보를 근거로 며칠간에 걸쳐 치밀하고 구체적인 귀향계획(마스터플랜)을 세울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일단 집을 나서 도로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그 신뢰도는 거의 영의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로드맵형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 최종의 목적지(부산)와 중간 경유 지점(대전 부근과 대구 부근)은 출발 당시부터 명확히 해놓는다. 물론 광주를 거쳐 부산으로 갈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낭비가 너무 심한 방법이다. 또 출발하기 전에 경유 지역 부근의 상세한 지도를 준비한다. 그리고 일단 출발한다. 고속도로 진입로 근처에 가 보고 막히기 시작하면 일단 국도를 탄다. 여기서 놓칠 수 없는 요소가 정보이다. 항상 라디오를 켜놓고 자기가 통과하는 지점 근처의 교통상황을 수시로 체크한다. 반드시 대전과 대구를 고속도로로 통과할 필요는 없다. 막힌다는 정보가 있으면 국도나 지방도로, 심지어는 비포장도로를 통해 그 지역을 통과하면 된다. 이러한 몇 번의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결국은 부산에 도착할 수 있다.

위의 예에서처럼 로드맵형 전략에서는 최종 목적지와 중간 경유 지점 또 경유 예상지역 부근의 상세한 지도를 갖고 일단 실천에 착수한다. 그 과정에서 수시로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여 상황을 판단하고 그때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해 간다. 따라서 로드맵형 전략에서는 ‘기간’ 개념이 불명확하다. 일 년간의 단기계획, 삼 년간의 중기계획, 오 년간의 장기계획이라는 ‘기간’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또 연말에 가야 연간 계획을 짜는 관습도 없다. 필요하면 그 자리에서 로드맵을 그리고 바로 실천에 옮긴다.

혼다의 예를 보자. 혼다의 스쿠터(소형 오토바이)가 미국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치밀한 사전계획 아래 이루어진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와는 반대로 실행과 시행착오의 산물이다. 야마하나 스즈키 같은 경쟁사들이 치밀한 해외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동안 혼다는 일단 미국시장에 지점부터 개설을 하고 배기량이 큰 대형 오토바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판매는 신통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혼다가 자체업무용으로 미국에 가져간 스쿠터에 대해 인근지역의 주부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점을 포착하고, 이에 착안하여 주력판매제품을 대형에서 스쿠터로 바꾸었다. 그 결과 판매고가 폭발적으로 올라갔다. 이 사례가 로드맵형 전략에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지만 탁상공론의 치밀함보다는 실천과 시행착오가 보다 유용하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캔터 교수는 제록스, 모토롤라, 코닝 등 변화를 성공적이고 획기적으로 이룩한 기업들을 연구한 후, 이들 기업이 성공을 하게 된 것은 마스터플랜이나 총체적인 프로그램의 결과가 아니라 번거롭고 오랜 시간이 걸린 시행착오의 과정이었다고 설명한다.[117] 코닝은 이미 50년 전부터 파트너십을 시작했고, 모토롤라는 1970년대에 참여형 경영에 착수했으며 제록스는 197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TQM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북일리노이 대학의 레딩 교수 등이 200여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난다.[118] 이들은 연구에 착수하기 전에 성공적인 변화를 이룩한 기업들의 공통점으로 두 가지의 가설을 미리 세웠다.

(1) 변화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입하면 할수록 그 계획은 보다 성공적으로 될 것이다.

(2) 그 계획을 실행하는 데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그 계획은 보다 성공적으로 실천될 것이다.

그러나 연구결과는 이러한 가설과는 전혀 상관없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들이 얻은 핵심 성공요인은 다음 세 가지이다.

(1) 기업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명하고 공유된 아이디어가 있다.

(2) 끊임없이 실험하고 탐구한다.

(3) 실제로 진행될 때에도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조정해간다.

대부분의 경영자가 마스터플랜형 전략을 고집하는 것은 모더니즘의 합리주의와 분석주의의 영향이 크다. 앞서 혼돈이론에서도 언급되었지만 그 내용을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논리는 최근 같은 불확실한 환경 아래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지하철에서 본 여자가 ‘예쁘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사실이지 이를 구구이 설명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려는 노력보다는 오히려 직관에 의한 경영, 총체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실천이 더욱 큰 성과를 가져다 준다. ‘노아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홍수를 예측했기 때문이 아니라 방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라고 하는 ‘노아의 윈칙’[119] 역시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전체 흐름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번 장 또는 이 책에서 열린 전략이나 열린 경영을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실천 단계나 추진 방법은 세부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핑계 같은 이야기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는 그 자체가 닫힌 방식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추진 단계나 수순이라도 모든 조직에 적합한 ‘통일장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 조직의 업종의 특성이나 처해 있는 상황, 안고 있는 문제점과 실정에 따라 그 방안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따라서 열린 경영을 추진하는 방식 역시 로드맵형이 바람직하다. 열린 경영의 차원에서 그 조직이 가야 할 최종적인 모습(비전)과 중간에 거쳐 가야 할 징검다리만 정한 채 일단 실행에 착수하는 게 좋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학습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그 조직은 비전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초과지식의 축적

이러한 로드맵형 전략의 바탕에 깔린 또 다른 하나의 가정은, 미래란 불확실한 것이므로 우리의 실력으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며 따라서 조직을 항상 열어 놓는 한편, 어떠한 환경변화가 닥쳐오더라도 이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을 사전에 축적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로드맵형 전략에서는 ‘초과지식’이 필수요건이다. 열린 시대에 경영환경이라는 변덕스러운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재 상황에서 꼭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만을 갖겠다고 고집한다면 그 기업의 장래는 불투명하다. 결코 그들이 예상한 대로 미래가 전개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는(현재도 상당 부분 적용되지만) 이러한 ‘초과지식’이 비효율의 표본으로 취급받았다. 대량생산체제 아래서의 ‘양 위주 사고’는 조직원을 단순히 기계의 부품으로 취급하고 ‘사고와 행동의 분리’를 강요했기 때문이다.[120] 테일러 식의 과학적 관리이론에 바탕을 둔 이러한 ‘사고와 행동의 분리’ 원칙에서 ‘초과지식’은 비효율의 대표적인 공격 대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같이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라는 특징을 가진 경영환경에서 유연성과 적응력이 필요할 때는 풍부한 초과지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121] 고객의 요구가 계속 변하고 기술적인 변화가 가속될수록 사전에 다져놓은 폭넓은 초과지식은 그 잠재력을 발휘한다.

다양한 경험, 복합기능ㆍ초전공 인력

로드맵형 전략에서 초과지식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인력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즉 열린 경영에서는 다양한 경험과 지혜를 가진 인재가 요구되고 수적인 면에서도 다소 여유 있게 인력을 운영한다. 외부적으로 환경과 빈번히 접촉하고 내부적으로는 체계적인 경력관리를 통해 다양한 경험과 지혜를 축적하며, 또 폭넓은 시야와 미래지향적인 사세를 겸비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한다.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는 방법 중 하나가 인력교류 프로그램이다. 3M에서는 연구개발인력을 부문 간에 빈번히 이동시키며 다른 분야와의 기술교류도 활발하다. 또 본인의 희망에 따라 연구직과 관리직간에 교류를 시행한다. 가오는 인력교류를 위해 과감한 인사발령도 불사한다. 마케팅 전담자를 경리과로 발령 내는 사례까지 있다. 또 가오는 ‘연구원 40세 정년제’를 채택하여 연구 인력을 젊게 유지하는 한편, 40세가 넘은 연구원은 마케팅이나 생산부서로 전배하여 복합기능 인력으로 양성하고 부문 간의 벽을 허무는 데도 기여토록 한다. 이러한 인력교류는 범세계적으로도 적용된다. 그 예가 유니레버사의 ‘국외 추방’이라는 제도이다.[122] 이는 전 세계 유니레버의 현지법인에 있는 간부 중 항상 5% 이상은 다른 나라 현지법인의 인력으로 채우는 제도이다. 세계 차원의 인적교류를 통해 파견자들은 국제감각과 능력을 키우고 각 법인들도 다양한 문화와 사고방식을 접하게 되어 세계화 추진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그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간의 휴먼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범세계 차원의 정보공유에도 보탬이 된다.

또 열린 조직에서는 복합기능ㆍ초전공 인력을 양성해 간다. 기술과 기능 차원에서 단순히 한 가지에만 능한 전문가가 아니라 여러 기술과 기능을 함께 갖춘 ‘복합기능’ 프로를 양성한다. 조직운영 차원에서도 다원적인 조직운영 방식이 필요하며 효율성을 추구하는 부문과 창조성을 추구하는 부문을 공존시켜 조직과 개인의 다양성을 촉진시킨다.

요컨대, 최근처럼 한 치 앞의 미래도 예측하기 힘든 경영여건 하에서는 마스터플랜형 전략보다는 로드맵형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보다 실천적이며, 또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초과지식, 여유인력, 복합기능ㆍ초전공 인력을 양성해간다.

3.네트워크화 전략

또 다른 차원으로,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가도 중요한 논점이다. 닫힌 경영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면 열린 경영에서는 ‘범위의 결제’를 추구한다. 또 닫힌 경영이 ‘수직계열화’를 중시한다면 열린 경영에서는 ‘네트워크화’를 중시한다.

규모의 경제에서 범위의 경제로

그러면 ‘범위의 경제’에 대해 살펴보자. 범위의 경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어느 기업이 만드는 상품의 범위가 ‘다양’하다는 측면(다품종)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어느 기업이 상품을 만들기 위해 자원을 동원하는 범위가 넓다(발이 넓다)는 측면이다.

먼저 다양성은 차원을 보자. 범위의 경제라는 개념은 원래 일리노이공과대학의 조엘 골더 교수가 20년 전에 제시한 것이다. 기존에는, 다양성이 증가하면 원가가 올라간다는 논리가 상식으로 통했으나 실제로 연구를 해 본 결과, 다양성이 올라가면 가치가 올라감은 물론 단위당 원가도 내려간다는 것이다. 원가 절대액은 올라갈 수 있으나 대개의 경우 다양성으로 인해 판매가 증가하며 그 증가폭이 원가상승 폭보다 크므로 단위당 원가는 오히려 낮아진다.

이와 같이 과거에는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던 범위의 경제가 최근에 전면으로 부상한 이유는, 고객의 요구가 변했기 때문이다. 빈곤하고 궁핍하던 시절에야 오로지 많은 물건을 싼 값에만 만들어 내면 최고였지만, 이제 고객들은 형편이 풀리고 배가 불러지자 가격보다는 품질을, 또 더 나아가 남들과 다른 ‘개성’을 찾기 시작하고, 기업들 간에 고객 뺏기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핵심 경쟁요인이 ‘다양성’으로 바뀐 것이다. 또 다른 시각으로, 시대의 흐름에 살펴보자. 과거 초기 농업화 시대에서는 ‘협동의 이점(co-work merit)’을 살려 공동화(共同化)를 행하고 소품종 소량생산을 했다. 이후 공업화 시대에서는 ‘규모의 이점(scale merit)’을 살려 표준화를 추진하여 소품종대량생산을 하는 것이 유리했다. 그러나 이제 정보화 시대에서는 ‘범위의 이점(scope merit)’을 살려서 시스템화를 추진하고, 다양한 개인의 가치관에 맞는 다품종소량생산을 실천하게 된 것이다.[123]

[표 19] 정보화 시대와 범위의 경제[124]

구분 농업화 시대 공업화 시대 정보화 시대
시대 ~18세기 18세기~ 20세기 후반~
혁명 농업 혁명 공업 혁명 정보 혁명
메리트 co-work (협동의 이점) scale (규모의 이점) scope (범위의 이점)
가치 공동화 표준화 시스템화
생산 형태 소품종 소량생산 소품종 대량생산 다품종 소량생산
기술 철, 도구 증기기관, 에너지

두 번째로 발이 넓다는 차원에서 ‘범위’에 대해 살펴보자. 이는 기업이 고객의 요구에 맞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데 있어 사용하는 여러 경영자원을 내부에서만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범위’를 조직 외부로 확대해 나간다는 의미이다.

최근의 기업경영을 곧잘 전쟁상태로 비유하듯, 범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전쟁에서 사용하는 무기의 도달범위에 관해 생각해보자.[125] 역사적으로 전쟁수행자들은 줄곧 무기의 도달거리를 늘리고 도달범위를 넓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리스의 장군 이피크라테스는 이집트 군대와 싸울 때 ‘창의 길이를 반쯤 늘이고 칼의 길이를 거의 배로 늘려’ 무기의 도달거리를 연장시켰다. 고대의 투석기 같은 장치들은 무게 4.5킬로그램짜리 돌이나 쇳덩이를 320미터 거리까지 던질 수 있었다. 14~15세기에는 화살의 사정거리가 최대 약 350미터였다. 여러 세기에 걸친 궁술 실험에서 화살이 가장 멀리 도달한 거리는 19세기에 투르크인들이 기록을 세운 600미터가 최대였다. 오늘날 우주무기, 대륙간 탄도탄, 항공모함, 잠수함, 연료재보급 장거리 폭격기 등의 결합체계는 가공할 만한 무기를 지구 어느 곳에라도 보낼 수 있다. 이 같은 무기의 도달 범위는 전쟁의 성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범위의 경제에서 나타나는 효과를 일반적으로는 ‘결합효과’ 또는 ‘시너지 효과(상승효과)’라고 부르며 이것이 한 단계 더 발전한 형태가 ‘네트워크 경제’이다. 열린 조직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범위의 경제를 추구한다. 범위도 처음에는 지역에서 출발해, 국내와 세계로 넓혀 나간다. 이러한 범위확장을 바탕으로 수직계열화에서 탈피하여 네트워크화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수직계열화에서 네트워크화로

다음으로는 네트워크화에 대해 살펴보자. 닫힌 조직에서의 ‘수직계열화’는 열린 조직에서 ‘네트워크화’로 대체된다. 수직계열화가 외형적으로 또는 물리적으로 ‘큰’ 조직이라면, ‘네트워크화’는 진정한 의미에서 실질적으로 ‘큰’ 조직이다.

과거에는 철이나 석유 같은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했고 통신능력에 한계가 있었으며 운송수단이 미흡했으므로 가능하면 모든 것을 한 울타리 안에서 직접 통제해야 한다는 ‘수직계열화’의 논리가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126]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자원의 이용이 한결 수월해지고, 어떤 의미에서 거대한 자원이 최고의 부가가치를 낳는 원천이라는 자리를 정보와 지식에게 내주었다. 인간의 지식이란 유전이나 광산과는 달리 유동적이며 산재해 있다. 또 통신기술의 발달로 기업들은 왜곡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며 신뢰성 있는 정보를 얻게 되었고 또한 특정기능을 다른 회사로부터 보다 효율적으로 아웃소싱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수직계열화’의 장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으로 모든 것을 자기 품에 끌어안는 수직계열화는 기업의 고정비 부담만을 가중시켜 최근 같은 저성장기에는 적자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하며 경영력의 분산으로 중점경영이 어려워지게 된다. 듀폰의 실패사례를 보자. 오일쇼크로 엄청난 시련을 당한 듀폰은 1973년에 코노코라는 거대한 원자재(석유) 관련 기업을 인수해 수직계열화시켰다. 이로 인해 순수화학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이었던 듀폰은 외도를 하게 되었고 결국 전문화된 다른 경쟁사로부터 시장에서 무수한 도전을 받아 여러 제품에서 일등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이러한 수직계열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네트워크화이다. 네트워크화의 예로 생물공학 분야를 보자.[127] 생물공학 분야는 극도의 전문화를 특징으로 한다. 어떤 회사들은 기초과학의 특정분야에서 뛰어나고, 또 어떤 회사들은 시험공장(pilot-plant) 개발에 뛰어나다. 상업적인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곳도 있는가 하면 임상실험을 주로 다루는 곳도 있다. 또한 복합적으로 마케팅, 판매, 유통에 뛰어난 거대한 약품제조공장도 있다.

한편, 세계 최대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회사인 인텔의 그로브 회장은 실리콘밸리를 배우, 감독, 극작가, 기사 같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경험 많은 재정지원자들도 끊임없이 옮겨 다니는 뉴욕의 연극계에 비유한다. 이런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네트워크만 개발하면 연극 몇 편 정도는 쉽게 제작할 수 있다.[128] 이렇게 해서 제작된 연극은 ’42번가의 기적’처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할 수도 있고 비평가들의 혹평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히트하는 연극의 수를 예상할 수는 없으나 창조성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은 끊임없이 샘솟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화는 앞으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맥을 같이 하여 더욱 번성할 것이며 기업의 경계는 물론 지역과 국가 차원을 초월한 초(超)국가 차원의 네트워크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될 것이다.

아웃소싱

이러한 네트워크화를 가능케 하는 수단 중 하나가 아웃소싱이다. 다시 말해 닫힌 조직에서는 회사 경영에 소요되는 모든 자원을 회사 내부에서 조달하지만 열린 조직에서는 조직의 경계를 넘어 외부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전략적 제휴도 일상화되어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데 있어 외부조직을 활용하는 아웃소싱은 이미 상식적인 개념이다. 특히 일본기업은 ‘구매의 예술화(士入の 藝術化)’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이 점에서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 과거 ‘수직계열화’를 통한 규모 경제를 불문율로 지켜오던 미국의 많은 기업들도 일본기업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 자극되어 아웃소싱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한때 클라이슬러가 GM에 비해 자동차 대당 5백 달러의 원가우위를 취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은 70%에 달하는 부품물량을 외부에서 구매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GM의 대외 의존도는 30%에 불과했다. 지금은 GM 역시 아웃소싱을 핵심전략으로 삼고 있다.

아웃소싱은 생산부품에서뿐만 아니라 회사의 모든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 구내식당, 건물 보수, 보급 수송, 출장관련 업무 등 부수적인 업무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보험서비스, 제품 설계, 비서업무 대행, 정보센터의 운영, 정보시스템 개발 등을 비롯한 거의 모든 기능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웃소싱을 하는 이유는, 특정 업무나 기능을 전문화된 외부기업으로부터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좋은 서비스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웃소싱을 도입하는 회사는 ‘범위의 이점’을 누리며, 아웃소싱 전문회사는 이러한 기능을 전문화시켜 다른 기업의 요구를 채워줌으로써 ‘규모의 이익’을 누리는 한편 새로운 경험과 기술, 나아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윤을 얻는다.

병원의 예를 보자. 병원에서 핵심 가치를 만들고 주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의사와 간호사이다. 그들은 환자를 돌보는 일에 관심을 집중한다. 따라서 의사나 간호사는 지원 작업과 사무 처리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간접업무에 병원 전체 비용의 절반이 들어가며, 이런 종류의 지원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병원에서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도 없다. 여기서 아웃소싱의 필요성이 나온다. 미국에서 가장 큰 전문용역회사의 병원부를 이끌고 있는 어떤 여자 부사장은 14년 전 물통과 빗자루를 들고 일하던, 멕시코에서 이민 온 문맹자였다. 그러나 병원들은 청소업무를 그녀가 일하는 전문용역회사에 하청을 주었고 일정기간이 지나 용역의 규모가 커지자 그녀는 승진기회까지 얻었다. 또한 병원 측도 역시 전문용역회사에 그 일을 맡긴 결과 생산성이 3배나 올라갔다. 예컨대 병실의 침대보를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과거의 1/3정도에 불과했다.

전략적 제휴

최근 언론에 많이 부각되고 있는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도 열린 전략의 한 모습이다. 기업 간의 굳건한 울타리는 점점 사라지고, 각 기업은 자신이 제일 뛰어난 부문에 집중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은 다른 회사와 제휴방식을 통하여 보완함으로써 더욱 가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129] 기업들 간에 전략적 제휴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기술과 제품의 보완적 관계, 공동의 연구개발, 설비의 상호이용, 새로운 시장의 공동개척 등에 있어 자본, 인력, 기술 등 경영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올리고자 하는 의도이다. 생존만 보장된다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예컨대 1984년 토요타와 GM이 50%씩 합작투자를 하여 누미(NUMMI)라는 회사를 설립한 것도 미국시장에서 교두보를 만들려는 토요타의 의도와, 토요타의 JIT(Just-in-time)시스템을 배우고자 하는 GM의 목적이 서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요즘 전략적 제휴의 바람이 불고 있는 멀티미디어 산업을 보자. 세계 멀티미디어 업계는 차세대의 주력 영상매체로 떠오르고 있는 DVD(digital video disc) 시장을 놓고 소니/필립스 진영과 마쯔시타/도시바 진영으로 양분되어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130] 마쯔시타의 VHS방식과 소니의 베타방식이 사활을 걸고 맞붙었던 1980년대 초 VCR 전쟁의 재판이다. 현재로서는 선수를 쳤던 소니/필립스 진영이, 미국의 타임워너 등 영화사들을 대거 끌어들여 새로운 표준을 선언한 마쯔시타/도시바 진영의 반격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소니는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는 등 전력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멀티미디어 시장에서는 PC, 게임, 통신, 영화, 가전 등 각 분야별로 국경을 초월한 전략적 제휴가 무수히 일어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의 적이 하루아침에 동맹관계로 돌아서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 동안 미국기업들끼리 전략적 제휴가 가장 활발했던 컴퓨터 분야는 IBM과 애플이 ‘밀월 관계’에 들어가자 이에 대응해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연합전선을 폄으로써, ‘파워PC’ 진영과 ‘펜티엄’ 진영으로 재편되었다. 양 진영은 PC칩 자체만이 아니라 운영체제 등 관련 소프트웨어에서도 대결을 벌이고 있다. 모토롤라는 파워PC 진영에 선 반면, PC의 강자로 부상한 컴팩은 펜티엄 진영에 합류했다.

핵심역량

이처럼 닫힌 조직을 외부로 향해 과감히 열어 네트워크화를 추진할 때는 항상 자기 회사의 핵심역량(core competence)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 자기가 갖고 있는 경영자원 중 핵심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인식한 후 핵심역량은 철저히 지키고 집착하는 한편 핵심이 아닌 것은 가능한 외부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야를 밖으로 돌려서 누가 최적의 그리고 최고의 자원을 가지고 있는가를 파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조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경영자는 항상 눈을 세계의 기업으로 돌리는 한편 고객에게 최대의 가치를 제공하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설계하여 이를 실행, 운영해가야 할 책임이 있다.[131] 단적으로 말하면 열린 조직이란 핵심역량 이외의 것은 모두 밖으로부터 조달하거나 밖에서 조합함으로써 회사의 수익을 최대로 올리는 조직이다.

1991년 HBR에 「컴퓨터 없는 컴퓨터 회사」라는 논문이 실려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132] 이 논문에서는 딱딱한 하드웨어보다는 변덕스럽게 변화하고 수명주기가 극히 짧은 소프트웨어를 미래 컴퓨터 회사의 핵심역량으로 보았다.

2000년에 가장 성공적인 컴퓨터 회사들이란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라기보다는 컴퓨터를 구입하는 회사가 될 것이다. 선도적인 회사들은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이 뛰어난 하드웨어를 멋지게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응용방법을 개발해 공급하고, 컴퓨터 활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할 것이며, 고객과 상호관계를 지속시키는 유통과 통합에 관한 전문지식을 집결할 것이다. 미국기업들의 전략적 목표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컴퓨터를 활용하여 끊임없는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되어야만 한다.

-앤드류 래파포트-

이와 같이 열린 경영에서 외부자원을 활용하거나 제휴를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1) 좁고 깊게 파고들어가서 핵심역량을 자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사업과 핵심이 되는 고도의 기술, 기능에는 경영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한다.

(2) 핵심 외에 자사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사업, 기술, 기법 등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타사와의 제휴, 공동개발을 도모한다.

(3) 경쟁력에서 우위가 없는 부문은 외주화한다. 정보시스템, 법무, 기획, 연구개발, 물류 등의 스태프 부문도 예외가 아니며 특히 고정비 부담을 안게 되는 기능은 외주화한다.

(4) 핵심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합이 어려운 사업이나 기능은 매각 또는 합병하거나 외부 임대를 고려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 핵심역량을 살펴보자. 일부 사람들은 핵심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업종 전문화’의 기저 논리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은 기업이 핵심역량을 가진 사업을 중심으로 업종을 전문화해야 세계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억지 논리를 편다. 여기에서 확실히 해야 할 점은, 핵심역량이란 상품이나 업종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갖고 있는 ‘기능’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가령 어느 특정회사가 판매기능에 핵심역량을 갖고 있다면 판매가 핵심인 업종으로 다각화해 가며, 물류기능이 핵심역량이라면 물류가 중요한 업종으로 다각화해 간다. 미국의 경제정보연구소(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는 「글로벌 기업의 핵심역량」에서 핵심역량의 가장 큰 역할로 ‘다각화의 지침’이 된다는 점을 든다.[133] 핵심역량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예로 세계 최대의 곡물 메이저인 카길사를 보자. 카길은 비료, 밀가루, 옥수수 시럽과 소금을 생산하는 동시에 철강선을 만들어 낸다. 또 대규모 조직의 구매자들에게 조리된 고기를 판매하고, 새우를 수입하는 동시에 재무서비스를 비롯하여 무역과 중개서비스를 한다. 이 모든 사업은 서로 연관관계가 없는 무분별한 사업다각화로 보이지만 실은 ‘부피가 큰 제품을 취급하고 운반하는 기술, 식품처리기술, 재무관리 기술’이라는 세 가지의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사업들이 연결되어 있다. 이처럼 핵심역량은 업종전문화의 배경이론이 아니라 이와는 반대로 사업다각화의 지침이 되는 것이다.

분사화

그러면 관점을 바꾸어 열린 경영에 적합한 조직운영 전략에 대해 살펴보자. 열린 경영에서는, 과거에 톱을 정점으로 일사불란하게 구축되어 있던 대규모의 조직운영 체계를 외부의 환경이나 고객에게 신속히 적응할 수 있는 가벼운 조직으로 재편해간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본사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과 책임을 현장과 고객접점으로 위양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규모의 조직을 잘게 나누어 분사화해 간다. 아마 미래의 대기업은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의 작고 분사화된 사업단위의 집합체로 될 것이며, 분사화된 각 사업단위는 지극히 세분화된 시장을 집중공략할 것이다. 이러한 ‘대기업/소기업 혼합형 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만 있다면 대기업의 장점과 소기업의 장점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대기업이 갖춘 풍부한 자금력, 기초연구에 집중투자할 수 있는 여력, 유능한 관리자 등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동시에 소기업이 갖는 유연성, 신속성, 집중성의 장점도 동시에 얻는다.

이러한 분사화의 몇 가지 사례를 보자. 1982년에 AT&T는 회사를 AT&T와 7개의 베이비 벨(Baby Bell)로 구성된 8개의 회사로 분할했다. 그 후 10년 동안에 벨 계열사들을 전부 합친 주식시장가치는 480억 달러에서 1,800억 달러로 3.8배가 되었다. 다이요 코교의 설립자인 고니야스 사카이 역시 ‘분샤(分社)’의 철학을 실행하고 있다.[134] 사카이는 분사화를 통해 조직원들은 자신의 일에 더욱 집중을 하게 되며 자신의 행동결과에 책임을 지고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한다. 1991년 11월 26일 침체에 빠져있던 IBM은 자기반성과 더불어 ABB 같은 기업을 벤치마킹한 끝에 조직을 해체시키는 대대적인 조치를 단행했다.[135] 1970년대 내내 미국 법무부와 투쟁해 왔던 사안을 스스로 자청하여 시행해 회사를 13개 부문으로 사실상 분할한 것이다. 다음날 뉴욕타임즈지는 이를 “전함 IBM호(battleship IBM)가 날렵한 구축함들(destroyers)로 구성된 함대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러한 자발적인 자기 파괴행위에 수반되는 조직재편 비용이 3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IBM의 주가는 2달러 75센트가 상승했다. 1982년 1월 340억 달러였던 IBM의 주식시장가치는 1992년 6월에 65%가 증가한 560억 달러가 되었다.[136]

이러한 분사화 전략은 확실히 많은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불안한 요소도 많다. 분리된 기업 사이에 경계가 생기고, 그에 따라 자연히 부문이기주의도 나타난다. 분사화의 장점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팽이에 비유해 보자. 팽이가 넘어지지 않고 빠른 속도로 돌아가려면 구심력과 원심력 간에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구심력이 없으면 팽이는 넘어지고 원심력이 없으면 팽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분사화 조직에서의 구심력은 물리적인 통제나 규제 또는 관리, 감독이 아니라 방향성과 시너지이다. ‘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공통된 비전과 가치관이 필요하며 시너지를 위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과 협력체제에 의한 통합력이 요구된다. 사람과 돈과 정보는 공유할수록 힘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편 원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사화된 단위조직 별로 업종의 본질에 맞는 창의력과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자율적인 사업전개를 해가야 한다. 이 두 가지의 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룰 때 팽이는 넘어지지 않고 더 빨리 돌아갈 수 있다.

이처럼 구심력과 원심력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다는 것은 하드 차원의 분할과 동시에 소프트 차원에서 새로운 통합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새로운 통합이 이루어지면 다음과 같은 이점을 누릴 수 있다.[137]

(1) 개인의 성과가 향상된다.

고객의 시각에 입각한 고객위주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며 모든 조직원들을 사업의 본질인 고객만족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조직원들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책임질 수밖에 없으며 변명이 통하지 않게 된다. 더 이상 대규모 조직의 관료체제 뒤에 몸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2) 각 기능과 전체 프로세스의 성과가 향상된다.

분사화를 통해 내부적인 독점이 사라지고 경쟁분위기가 조성된다. 각 기능들 간에 ‘고객 대 공급자’라는 새로운 협력관계가 생기게 되며, 전체 프로세스는 유연하게 전문화된 기업으로부터 더 좋은 서비스를 더 낮은 가격으로 받을 수 있다. 경쟁이 심화되면 부가가치를 올리지 못하는 간접비는 자연스럽게 제거된다.

(3) 기업의 경영 성과가 향상된다.

분할 전에는 너무 작은 것으로 생각되던 ‘틈새시장’이 분할된 회사들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이 된다. 또한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계속적으로 기술개발을 하고 새로운 기능과 생산 능력을 향상시켜간다.

(4) 공동체 전체의 성과가 향상된다.

하드 차원의 분할과 소프트 차원의 통합을 동시에 이룩하면, 공동체는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규모의 경제를 얻게 된다. 또 단위기업의 규모를 줄이고 공동체 내에 있는 모든 기업의 여러 전문능력을 활용함으로써 유연성과 적응력도 높아진다.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최종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가 크게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열린 경영에서는 수직계열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보다는 네트워크화를 통한 범위의 경제를 추구하는 전략이 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며, 또한 효과적인 네트워크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아웃소싱, 전략적 제휴, 핵심역량, 분사화와 같은 개념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4.세계화 전략

그러면 관점을 바꾸어 세계화에 관련된 전략에 대해 살펴보자. WTO체제를 맞은 우리는 이제 세계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위기상황 속에서 위험을 극복하고 기회를 찾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다국적기업과 세계화기업은 다르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다국적기업이나 세계화기업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호칭은 아직 통일되지 않은 채 여러 가지로 사용되고 있어 약간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 예를 들면 포터 교수는 마케팅의 관점에서 ‘멀티 도메스틱(multi-domestic)’이라고 표현하며, 니케이 비즈니스는 시장의 문화적인 차이와 통합의 필요성에 착안하여 ‘글로컬(glocal) 기업’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글로컬(glocal: glocalization)’이란, 전 세계적으로는 통합하되 지역적으로는 차별화하거나(global integration and local differentiation), 또는 세계적으로 생각하되 지역적으로 행동한다(think globally but act locally)는 의미가 들어 있다. 또 바틀레트와 고샬 교수는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기업’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138]

마키빅은 세계화기업에 대한 기준을 더욱 까다롭게 설정한다.[139] 일단 세계화라는 말이 붙으려면 핵심요소를 포함한 경영의 전 부문이 세계화되어야 한다. 경영층의 인력 구성, 이사회의 구성원, 주주의 구성원, 가치관의 내용, 주요 의사결정방식 등 모든 것이 세계화되어야 한다. 이런 기준에 비추어 본다면 세계화기업은 ABB 정도가 있을 뿐이다.

[표 20] 다국적기업과 세계화기업의 차이[140]

다국적 기업(multinational company) 세계화 기업(global company)
▷아직 국내시장이 주무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매출
▷본사가 주요 의사결정, 해외지점은  부속물 성격 ▷의사결정의 현지화
▷R&D와 디자인은 본사가 중심 ▷R&D는 고객이 있는 곳에서 (현지 포함)
▷주식이 국내주식시장에만 상장 ▷주식이 세계주식시장에 상장
▷주주는 주로 내국인 ▷주주는 전 세계인
▷해외지점 경영층 대부분이 자국인 ▷톱 경영층에 외국인 다수
▷이사회 구성멤버는 거의 자국인 ▷이사회에 많은 외국인이 포함
▷국경과 무역장벽이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침 ▷무역장벽이 경영상 문제가 안 됨
▷명확한 명령체계 ▷다양성을 적절히 관리
▷자국 냄새가 나는 좁은 이미지 ▷세계적인 이미지

세계화기업의 대표적인 예인 ABB는 세계에서 가장 큰 중전기/엔지니어링 회사를 만들기 위해 1987년에 스웨덴의 아세아사와 스위스의 브라운 보베리사가 합병한 무국적 회사이다. ABB는 모든 제품을 현지시장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철저히 지켜나가며 분사화를 통해 범세계 차원의 ‘범위의 경제’를 누리고 있다. ABB는 손익에 대해 책임성과 자율성을 가지는 작은 단위로 조직되어 있으며 평균 200명의 종업원이 있는 1,200개의 회사가 140개국에 분산되어 있고 이 회사들은 평균 50명의 종업원이 있는 4,500개의 이익센터로 나누어진다.

[표 21] 준 세계화 기업 사례

국적 해외매출(%) 해외자산(%) 외국인 지분소유(%) 최고경영자 국적
네슬레 스위스 98.0 95.0 소수 CEO는 독일인, 경영층10명 중 5명이 외국인
ICI 영국 78.0 50.0 16.0 임원 중 60%가 외국인
유니레버 영국/네덜란드 75.0 70.0 27.0 2개 국적의 임원

한편 아직 완벽한 세계화기업은 아니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간 기업들도 다수 있다. 이들의 특징은 매출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으며 자산의 대부분도 해외에 산재되어 있고 최고경영층의 상당부분을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화기업과 다국적기업은 조직구조나 조직운영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141] 다국적기업은 중앙의 본사를 중심으로 경직된 조직의 계층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며 명령 계통과 노사 간의 수직관계가 비교적 뚜렷하고 또 정보는 최고경영층의 힘으로 상징될 만큼 독점적으로 관리된다. 그러나 세계화기업은 중앙의 본사 대신 세계적으로 흩어진 많은 하부조직들이 네트워크 형태의 다양한 채널로 연결되고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기적인 정보교환과 업무협조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정보는 경영자의 힘의 상징이 아니라 노사 모두가 공유하는 자원이라는 개념으로 바뀐다.

세계적 통합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분사화에 있어서도 소프트한 차원의 통합이 중요하듯, 세계화기업에서도 분산된 경영자원의 소프트한 통합이 핵심과제로 대두된다. 이러한 세계적인 통합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 포터 교수는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은 여러 가치활동(R&D, 생산 등)의 세계적 배치와 조정에서 나오며, 배치와 조정을 기준으로 통합화의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눈다.[142]

[표 22] 배치와 조정에 따른 세계적 통합화의 유형

가치활동의 세계적 배치
자국에 집중 세계에 분산
가치활동의 조정 본사에서 통제 단순 통합형 글로벌 통합형
현지 자율 자국 중심형 개별 국가형

(1) 단순 통합형

기업의 가치활동 중 R&D, 생산, 지원 등 가능한 많은 부분을 자국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되 마케팅 활동처럼 부득이한 경우는 개별국가에 분산하지만 그 역시 자국의 강한 통제력 아래에 있다. 일본기업들이 많이 활용하며 토요타가 그 예이다.

(2) 자국 중심형

단순 통합형처럼 대부분의 가치 활동을 자국에 집중시키되 마케팅, 판매, 애프터서비스 등은 현지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긴다. 캐논이 그 예이다.

(3) 글로벌 통합형

다양한 가치활동을 전 세계에 분산 배치하되 이를 집권적으로 통제, 조정한다. 주로 미국의 대부분 다국적기업들이 추구하는 유형이다.

(4) 개별국가형

가치활동을 전 세계에 분산하고 주요 의사결정도 모두 현지에 맡긴다. 과거 유럽의 다국적기업들이 사용한 방식이다.

한편 바틀레트와 고샬 교수는 기업이 추구하는 전략목표에 따라 세계적인 통합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하고, 그중 글로벌 네트워크형을 가장 바람직한 유형으로 추천한다.[143]

(1) 범세계적 효율추구형

세계 전체를 단일 시장으로 간주하고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 측면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대부분의 자원이 본사에 집중되어 있어 규모의 경제효과는 발휘되지만, 현지 시장의 요구에 신속히 적응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2) 현지적응형

자원과 권한을 분산하여 각 지역에 자기 완결형 조직을 구축하고 각 지역의 특성에 민감하고 유연하게 적응토록 한다. 해외거점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므로 거점들 간에 시너지를 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3) 지식이전형

모회사의 노하우를 해외거점에 이전시켜 해외사업을 확장하는 유형이다. 본사의 통제조정 기능은 현지적응형과 범세계적 효율추구형의 중간 단계이다.

(4) 글로벌 네트워크형

통합된 네트워크 조직구조를 바탕으로 앞서 언급된 세 가지의 전략목표(범세계적인 효율성, 현지적응 능력, 지식 이전)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의도이다. 즉 자원과 기능을 상호의존적인 형태로 각 거점에 분산시키고 거점들이 차별화되고 전문화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다. 또 모든 거점에서 정보와 노하우를 창조하며 이를 모든 거점이 공유한다.

이러한 세계적 통합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144]

(1) 연계와 조정에 의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높인다.

(2) ‘범위의 경제’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3) 세계적인 규모로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이전, 공유함으로써 학습효과를 높인다.

(4) 비교우위를 활용할 수 있다. 인프라가 발달되고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에 생산공장을 짓고, 자금이 풍부한 지역의 금융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며, 연구개발 능력이 뛰어난 지역에 R&D센터를 세운다.

요컨대, 세계화 시대를 맞아 기업 역시 세계화 기업을 목표로 선두에 나서야 하며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 또한 지식의 이전과 경쟁력 확보를 추구하여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로 세계 시민들에게 봉사해가야 한다.

5.열린 질 경영

열린 전략의 마지막 주제로, 최근 자주 언급되고 있는 질 위주 경영에 대해 살펴보자. 질 위주 경영에서의 질(quality)의 개념도 열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질은 ‘상품의 품질’이라는 내부지향적이고 닫힌 개념으로 사용해 왔으나 이제는 그 개념이 확대되어 ‘상품과 서비스의 질, 경영의 질, 사람의 질’까지를 포함하게 되었다. 또 과거처럼 회사가 판단하는 ‘닫힌 개념의 질’이 아니라 고객이 만족하는, 다시 말해 조직 외부의 시각에서 ‘열린 개념의 질’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질 개념의 발전 과정

이와 관련해 먼저 질의 개념이 변화된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질이라는 용어는 1924년에 AT&T 벨연구소의 쉬와트가 통계적 품질관리를 강조하면서 경영에 처음으로 소개되었으며 1930년 같은 연구소의 도즈와 로밍의 통계적 표본조사표에서도 언급되었다. 그 당시 질의 목적은 제품의 결함률(불량률)을 낮추는 데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적 품질관리 기법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널리 사용되지 않았고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품질관리협회가 창설되고 나서부터 출판, 학술대회, 교육 등을 통해 전파되기 시작했다. 또 1961년에 페이겐바움은 「TQC(total quality control)」라는 책을 통해 품질관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TQC에서는 이전에 제품의 결함률을 낮추는 데 집중되었던 노력이 전사 차원으로 확대되어 제품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판매와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에 걸쳐 질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품질개선 활동은 미국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후 데밍과 쥬란에 의해 일본으로 넘어가 결실을 거둔다.

데밍과 쥬란의 영향을 받은 이시카와 카오루는 품질향상을 위한 원인/결과 도표의 개념과 QC분임조를 창안해 일본기업들의 품질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일본기업들은 1970년대에 이를 통해 품질혁명을 이룩했으며, 이런 성과가 1980년대에 다시 구미로 역수입되어 품질관리(QC), 총체적 품질관리(TQC), 품질보증(QA)과 관련된 활동이 활발히 일어났다. 그 와중에 크로스비는 무결함(zero defect)과 사전예방, 프로세스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질의 개념은 주로 제품의 품질에 국한되었고 전사적인 품질개선 활동이 전개되더라도 결국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결함률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즉 조직 내부적인 시각에서 ‘닫힌’ 개념의 질이 강조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1980년대에 일본의 가전제품과 자동차가 미국 시장을 석권하면서 바뀌었다. 미국의 여러 조직학자나 기업들이 일본의 약진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기적 뒤에 품질향상이라는 요인 외에 고객만족이라는 개념을 찾아내게 되었다. 토요타자동차의 렉서스가 GM, 벤츠, BMW 등을 누르고 고객만족도에 1위를 하게 된 것이 토요타가 고객만족 향상에 주력한 결과라는 것도 단적인 예이다.[145] 일본은 국민성에 있어 아주 독특한 유형을 갖고 있으며, 일본 제품이 미국 시장을 석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즉 고객을 불만족시키는 기업에 대해서는 일본 전 국민이 힘을 모아 그 기업을 도산상태로까지 몰아가는 상황 아래서 피나는 품질 향상과 고객만족 경영을 전개해 왔던 일본기업들에게 미국 시장은 그야말로 황금 시장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고객만족의 개념은 미국 일류기업들에게 확산되었고 급기야는 레이건 대통령 당시 상무장관을 지내던 말콤 볼드리지(Malcolm Baldrige)가 주도하여 1987년에 국가 차원의 질경영상(MBNQA: Malcolm Baldrige National Quality Award, 볼드리지상)을 만드는 데까지 이어졌다.[146] 볼드리지 장관은, 창조력에서 확연히 앞서는 미국기업이 일본기업에 뒤지게 된 것은 한마디로 질 위주 경영과 고객만족경영에 있다고 판단하고, 미국기업 중에서 이를 가장 잘 실천하는 기업을 골라 1년에 한 번씩 미국 대통령이 직접 시상토록 한 것이다. 데밍이 일본에서 1951년에 데밍상을 만든 것에 비하면 35년 뒤의 일이다. 그러나 미국기업은 일본에 비해서는 늦었지만 최근에는 볼드리지상을 중심으로 질 위주 경영과 고객만족 경영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기업들은 이러한 활동을 총칭해 ‘총체적 질 위주 경영(TQM)’이라 부른다.

이처럼 1980년대를 분기점으로 해서 질의 의미가, 닫힌 개념인 ‘제품의 결함률 감소’에서 열린 개념인 ‘고객만족’으로 전환한 것이다.

닫힌 질과 열린 질

그러면 이러한 질이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가. 그 개념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질은 과거에는 닫힌 개념이었다. 질이란 용어는 원래 철학에서 나왔다. 경희대의 주관중 교수는 질을 ‘원목적(原目的)에 대한 응합도(應合度)’로 정의한다. 즉 원래 목적(원목적)을 충족시키면 질이 높은 것이고(高質), 충족시키지 못하면 질이 낮은 것이다(低質). 또 변질(變質)은 원래 목적이 시간이 경과하거나 상황에 따라 다른 목적으로 바뀐 것을 말하며, 악질(惡質)은 원래 목적 자체가 악한 것으로 도둑질이나 강도질이 여기에 해당 한다.[147] 예컨대 도둑질을 잘하는 도둑은 고질이지만 남에게 피해를 끼치므로 악질이다.

한편 기업과 경영학에서는 과거에 질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 제품 사양에 대한 합격
  • 무결함
  • 끊임없는 개선(데밍)
  • 용도에 맞는 것(쥬란)
  • 요구에 대한 부응(크로스비)
  • 6시그마 불량 배제(제록스)[148]

이러한 질의 정의는 ‘회사 내부에서 정한 기준을 맞춘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질의 정의에 ‘고객’이라는 개념이 추가되어 질을 ‘고객의 요구나 기대를 충족시켜 주거나 초과하는 수준’으로 정의한다. 조직 내부의 시각이 조직 외부의 시각으로 열린 것이다. 이로 인해 과거 품질향상에서는 제품의 불량률과 결함률이 주요 관심사였으나 이제는 고객이 인지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 결함률, 스피드, 원가, 서비스 등으로 초점이 옮아가고 있다. 이러한 고객만족의 개념은 초일류기업들의 경영 가치관에도 [표 23]과 같이 깊이 심어져 있다.

[표 23] 고객에 관련된 선진기업의 경영이념

회사 내 용
GM 고객에게 최고 quality의 제품ㆍ서비스를 제공한다.(3개 mission statement 중 첫 번째)
제록스 quality란 내부 및 외부 고객의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혼다 우리 회사는 세계적 시야에 서서 고객의 요청에 부응하여 성능이 우수하고 값싼 제품을 생산한다.(사시(社是)의 서문)
닛산 우리는 고객의 만족을 제일로 하여 고객을 창조하고 고객을 확대시킴으로써 사회발전에 기여한다.(기업이념)
토요타 고객을 제일로 생각하고 제품생산의 원점에 서서 품질, 가격, 기술이 뛰어난 상품을 창조한다.(경영기본방침 중 첫 번째)
캐논 세계제일의 상품을 만들어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세계문화 향상에 공헌한다.(3개 기업목적 중 2번째)
가오 고객에 대한 봉사(3개 경영이념 중 1번째)
IBM 최선의 고객 서비스 (3개의 경영이념 중 2번째 항목)

IBM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목표는 완벽한 고객만족이다.

quality란 ‘고객의 기쁨’

효율성과 효과성

닫힌 질의 개념과 열린 질의 개념을 달리 표현하면, 효율성과 효과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효율성은 닫힌 지표이며 반면 효과성은 열린 지표이다. 먼저 효율성부터 살펴보자. 과거 시장 수요가 폭발하던 시기에는 조직 외부의 환경요인이나 경쟁사 동향, 고객의 요구는 경영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무조건 많이 만들어서 시장에 뿌리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이런 대량생산의 시대에는 ‘효율성(efficiency)’ 추구가 핵심 과제이다. 효율성은 우리에게 익숙한 ‘인풋 대비 아웃풋’의 비율로 표시된다. 얼마나 적은 인풋으로 얼마나 많은 아웃풋을 내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시장이 성숙되고 신장이 둔해지면서부터 시장상황이 변했다. 평화 상태를 유지하던 동업자들 간에도 거의 ‘전투’에 가까운 경쟁이 일어나고, 고객도 점점 까다로워지면서 개성을 찾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기에는 과거의 효율성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인풋을 적게 하고 아웃풋을 늘려봐야 고객이 원하거나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판매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효율성을 대신하는 것이 바로 ‘효과성(effectiveness)’이다. 효과성의 공식은 ‘고객의 기대 대비 회사의 충족도’이다. 즉 고객이 기대하는 것을 얼마나 기업이 충족시켜 주는가 하는 것이 초점이다.

이렇게 보면 효율성은 내부지향적인 지표이며 효과성은 고객지향적인 지표이다. 다시 말해 효율성은 닫힌 지표이며 효과성은 열린 지표이다. 열린 세상에서는 효율성보다는 효과성이 더욱 중시되어야 한다. 의사결정의 순서도 먼저 고객의 요구와 기대를 확인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회사의 기준을 설정한 후, 가장 적은 인풋으로 이를 만들어 내는 방안을 강구하는 순서로 진행되어야 한다.

볼드리지상에서의 열림

그러면 관점을 돌려 미국에서 TQM의 지침이 되고 있는 볼드리지상에서 질이 열리고 있는 현상을 보자. 볼드리지상에서 강조하는 열 가지 핵심 가치관을 보면 질의 개념이 열리고 있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열 가지 모두가 열린 경영과 관련이 있으며 특히 그중 여섯 가지 항목(1, 2, 4, 5, 9, 10)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

(1) 고객지향적인 질

질은 고객이 정의하며, 질이란 고객에게 만족과 가치를 주어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하게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의 모든 특성을 말한다. 이것은 단순히 규격에 맞추고 결함을 감소시키고 불만원인을 제거하는 이상의 것이다.

(2) 리더십

경영자는 고객지향적이며 질에 대한 명확하고 가시적인 가치관과 높은 목표를 제시하고 이의 실천에 솔선한다.

(3) 지속적인 개선

(4) 종업원 참여와 계발

질은 종업원의 수준과 참여에 좌우되며, 고객만족은 종업원만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5) 신속한 대응제품과 서비스의 개선 사이클을 짧게 하여 고객에게 더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여 경쟁 시장에서 앞서간다.

(6) 설계의 질과 예방

설계의 질을 높이고 예방을 통해 문제 발생을 사전에 방지한다.

(7) 장기적 관점

미래지향적인 경영을 하고 고객, 종업원, 협력회사, 주주, 지역사회에 대해 장기적으로 공헌한다.

(8) 사실에 의한 경영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데이터에 의거해서 경영을 한다. 벤치마킹도 적극 활용한다.

(9) 파트너십 개발

내부의 노동조합과 외부의 고객, 협력회사, 교육기관 등과 협력을 증진시킨다.

(10)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봉사정신

기업윤리, 공공, 보건, 안전, 환경은 물론 교육, 자원 보존, 지역사회 봉사, 업계관행 개선, 질 관련 정보공유에 기여한다.

이상 제8장에서는 열린 전략에 대해 살펴보았다. 조직 내부의 문제만을 내상으로 했던 기존의 닫힌 전략은 1960년대를 축으로 하여, 시각을 외부환경으로 돌려 열린 전략이 시작되었으며, 이러한 열린 전략에서는 로드맵형 전략, 범위의 경제 추구, 네트워크화의 추진, 세계화기업으로의 도약, 그리고 고객만족 중심의 질 위주 경영 등이 경영상 핵심과제로 부상한다. 그러면 다음으로는 이러한 열린 전략을 담을 수 있는 ‘틀’에 해당하는 열린 조직구조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제9장 열린 조직구조

열린 조직구조는 열린 경영을 담는 ‘틀’이다. 같은 내용물이라도 담는 틀에 따라 실질이 바뀐다. 미국기업의 사무실처럼 칸칸이 벽이 쳐져 있고 칸막이마다 한 사람씩 고립시키는 틀인지, 아니면 일본의 사무실처럼 방 전체가 하나로 트여져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틀인지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양식은 물론 사고까지 바뀐다. 또 틀의 표면이 콘크리트처럼 견고한지 또는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는 세포막처럼 외부와의 교류가 원활한지에 따라 열린 경영의 실질적인 정착이 크게 좌우된다.

그러면 열린 경영에서 요구되는 틀은 어떤 모습인가. 우선 조직의 상하좌우간에 가로놓여 있는 벽이 허물어지고 단단한 조직구조가 유연해져야 한다. 기존의 층층이 쌓여진 피라미드형 계층구조와 부문 간에 가로놓여 있는 벽을 그대로 둔 채 열린 세상에 적응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환경의 변화를 감지해 봐야 그 내용이 조직 상층부로 전달되면서 변질되고 조직 상층부에서 의사결정을 내려봐야 아래로 전달되면서 왜곡된다. 의사소통의 속도 또한 느려 그로 인해 기회를 상실하는 일도 다반사로 생기며, 특히 요즘 나타나고 있는 초대형 조직에서는 피라미드형 구조로 인한 하중 그 자체만으로도 하부계층은 질식해 버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열린 시대에는 조직 운영방식을 수직적인 방식에서 수평적인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키가 큰 조직’을 ‘키 작은 조직’으로 납작하게 만들고 또 조직의 형태는 있되 실제운영에 있어는 조직이 아닌 것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탈조직화도 시도한다.

조직의 상하 간을 연 예가 문진형 조직[149]과 오케스트라형 조직이며, 조직의 좌우가 열린 모습으로는 기능횡단팀과 네트워크형 조직 그리고 가상조직이 있다. 또한 가오의 생체기능적 조직과 교세라의 아메바조직은 유연한 조직의 사례이다. 이처럼 우리가 지금 맞고 있는 정보화 시대와 창조화 시대에는 조직의 구조가 과거 공업화 시대와는 달라진다.[150] 공업화 시대에는 피라미드형 조직이 효력을 발휘했다면 정보화 시대에는 키가 작고 중간관리층이 거의 없는 문진형 조직이 바람직하며 창조화 시대에는 창조적인 네트워크 조직이 보다 효과적이다. 그러면 먼저 열린 조직의 기본운영원칙이 되는 수평적 조직운영방식에 대해 살펴보자.

1.수직적 조직운영을 수평적으로

기존의 대량생산체제 아래서 고착화된 피라미드형 조직구조는 부문 간에 높은 벽이 가로놓여 있으며, 각각의 부서들이 개별기능 중심으로 움직여 조직 전체의 협력체제가 극히 취약하다. 열린 조직에서는 이러한 수직적인 운영방식을 타파하기 위해 조직 간의 경계를 허물고 부문 간 협력이 원활한 팀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수평적인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해간다.

벽 없는 조직

벽 없는 조직에서는 의사소통이 원활하며 정보가 공유되고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또 각 부문이 부문이기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고객만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모은다. 특히 벽 없는 조직에서 종업원들은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며[151] 그들이 져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알고 있으며 책임감을 갖고 오너십을 발휘한다.

예컨대 GE는 1990년대 비전을 ‘벽 없는 회사(boundaryless company)’로 내걸었다. 웰치 회장은 벽 없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회사 안팎에서 조직원들을 분리시키는 여러 가지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152]

  • 기능 사이의 벽을 없앤다.
  • 계층 사이의 벽을 없앤다.
  • 지역 사이의 벽을 없앤다.
  • 중요한 일꾼을 찾아내어 그들을 ‘우리는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손과 머리를 합한다’는 목표를 추구하는 일원으로 만든다.

수평적 조직운영

기존의 수직적인 조직에서 조직원들은 고객들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며 그들의 상사에게 품의를 올리고 보고를 하는 데만 신경을 쓴다. 또한 고객만족이라는 조직 전체의 목표를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이 소속된 부문에만 충성을 다한다. 이러한 관행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종래의 수직적인 조직운영방식을 ‘수평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토요타, 혼다, AT&T, 듀폰, GE, 모토롤라 같은 일류기업에서는 효율이나 생산성의 대폭적인 향상을 위해 산업혁명 이후 경영의 원형이 되어 온 수직적 조직에 대한 파괴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니케이비즈니스지는 수평적 운영방식의 핵심개념으로 다음 일곱 가지를 제시한다.[153]

(1) 고객만족도를 경영목표로 한다.

(2) 피라미드형 조직을 평면화시킨다.

(3) 기능보다 프로세스를 중시한다.

(4) 모든 면에서 팀을 활용한다.

(5) 업적을 팀 단위로 평가한다.

(6) 협력회사와 고객과 빈번히 접촉한다.

(7) 전 사원에 대한 정보전달과 사원교육을 한다.

다트머스 대학의 퀸 교수 역시 앞으로의 기업구조는 극단적인 ‘수평조직’이 될 것으로 예견한다.[154] 수평조직의 단적인 모습은, 수백 개의 매장과 사무실에서 본부로 정보를 보내면 본부에서는 이 정보를 처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며 그 결과를 각 매장이나 사무실에 다시 보낸다. 그러므로 각 매장이나 사무실은 다른 매장이나 사무실과 접촉할 필요가 없다. 퀸 교수는 이를 ‘거미줄 조직’이라 이름 붙였는데, 대형 슈퍼체인인 월마트나 광범한 지역에 1만3천명의 계좌관리자들을 배치하고 있는 메릴린치 증권회사에서 그 원형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수직적 조직이 사라질 것이라는 속단은 금물이다. 경영 컨설턴트인 더글러스 스미스는 앞으로 대부분의 기업조직은 수직적인 조직과 수평적인 조직이 혼재된 복합적인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팀 조직

그러면 최근 벽 없는 조직의 한 유형으로 특히 미국에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팀 조직에 대해 살펴보자. 로버트 라이히 교수는 HBR에 실은 논문에서 팀워크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오늘날의 치열한 경쟁에서 우리의 미국 경제가 살아남으려면 이제부터 개개인의 능력을 합친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팀워크의 개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우리가 찬사를 보내왔던 몇몇 특출한 경제 영웅이나 기업경영의 귀재보다도, 평범하지만 다양한 기술을 가진 조직원들이 공동의 목적을 위해 헌신과 협조를 바탕으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팀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최근에 미국기업들이 팀제도의 연구와 도입에 너도 나도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된다.

(1) SAS의 얀 칼슨의 서비스 혁신 사례[155]를 칼 알브레히트 등이 미국으로 전파하면서, SAS식 수평적 팀조직의 유용성이 널리 알려졌다.[156]

(2) 일본의 발전에 대한 원인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과(課) 또는 부(部)’라는 팀 조직, QC분임조라는 개선팀, 럭비형 조직 또는 사시미 조직[157]이라는 기능횡단팀[158]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 일본의 약진에 자극을 받아 시작된 TQM과 볼드리지상에서 팀제도를 강조한다.

포드자동차의 경우는 TQM의 영향으로 팀제도를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세부 내용은 [표 24]와 같다.[159]

[표 24] 포드자동차의 팀제도[160]

팀 유형 팀 개요
문제해결 팀(problem solving team) ▷종업원 참여제도의 기반

▷생산, 설비보전, 품질, 안전 등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문제나 프로세스를 개선

가능성 팀 (opportunity team) ▷임시 성격

▷신기술, 신제품, 신설비 등의 변화에 대응

특별프로젝트 팀 (special project team) ▷특별행사 등에 대응 (오픈하우스, 자동차쇼 등)
연결 팀 (linking team) ▷문제해결 팀의 대표자들로 구성

▷정보공유, 부서/라인간의 시스템적인 문제를 해결

착수 팀 (launch team) ▷제품이나 프로세스 개발의 최종단계에 구성

▷의사소통을 통해 개발내용을 실행

사원지원 집단 (employee assistance) ▷출근 문제, 약물 및 알코올중독 문제 등이 있는 사원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
협력회사 질관리 팀 (vendor quality team) ▷협력회사의 질 관련 문제해결
라인/스태프 팀 (line/staff team) ▷수직조직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횡적 조직 간의 오해나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
기능횡단 팀 (cross functional team) ▷한두 부서가 대응할 수 없는 폭넓은 지식과 경험이  요구되는 복잡한 과제를 해결

▷R&D, 전략, 재무문제 등

혼합 팀 (hybrid team) ▷이상의 여러 팀을 조합한 형태

이러한 팀이 갖추어야 할 요건은 팀의 유형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공통적인 사항은 다음 네 가지이다.[161]

(1) 팀원들은 팀의 공동목표에 대해 명확한 개념을 가져야 한다.

(2)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개인이 수행해야 할 업무에 대한 개인별계획이 있어야 한다.

(3) 개인의 업무 수행을 위해 요구되어지는 기술과 자원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4) 개개인이 자기 권한과 책임의 범주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열린 조직에서는 수평적인 조직운영 방식이 적용되며 조직 내의 벽이 허물어지고 다양한 유형의 팀제도가 활용된다. 그러면 다음으로는 초점을 좁혀 조직 상하 간에 가로놓여 있는 계층의 벽이 허물어지는 키 작은 조직에 대해 살펴보자.

2.상하로 열린 조직

조직이 상하로 열린다는 의미는 조직 상하 간에 가로놓여 있는 계층 간의 벽이 허물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간관리층이 대폭적으로 축소되며 키 큰 조직이 키 작은 평면형 조직으로 전환된다.

키 작은 조직

키 작은 조직의 대표적인 사례가 토요타의 문진형 조직이다. 당초 문진형 조직은 혼다의 R&D조직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를 전사적으로 적용한 회사가 토요타다. 토요타는 1988년에 현장~부장까지 여덟 단계의 상하계층을 세 단계로 대폭 축소했는데 그 결과 조직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창조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자, 많은 일본기업이 이를 뒤따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스트만 코닥은 13계층을 4계층으로 줄였고 인텔은 열 계층을 다섯 계층으로 줄였다.[162] 8억 명의 신자를 관리하는 가톨릭교회도 계층이 다섯 단계에 불과하다. 긴즈버그 등은 가톨릭교회가 천오백 년 동안 지도력과 힘 그리고 굳건한 위치를 유지해 온 비결로 과도한 조직계층을 회피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GE도 웰치 회장의 주도 아래 조직계층의 축소를 추진했다.[163]

우리의 연구 결과, 불필요한 여러 부문을 제거함으로써 4천만 달러가 절약되었음을 알았다. 하지만 진정한 가치에 포함되는 것은 그 정도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질적으로 향상된 리더십이라든가 혹은 현재 우리가 얼마나 신속하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가 하는 것 등이 제외된 수치였다. 계층축소는 의사소통의 속도를 가중시켰다. 그것은 통제기능과 책임을 사업부로 넘겨주었고 각 사업부에서 스스로 책임을 지는 분위기로 나갔다. 각 부문의 조직 계층축소를 통해 우리는 또 다른 두 가지의 큰 이익을 얻었다.

첫째, 최고경영진이 속하는 가장 두꺼운 조직계층을 없앰으로써 우리는 회사 전체를 간소경영 체제로 만들어 민첩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로 창조했다.

둘째, 우리는 우리의 주요 관심사인 솔직함, 현실 직시, 군살 빼기와 민첩함이라는 가치관을 공유하지 않는 리더들을 가려냈고 소극적인 사람들도 노출시켰다. 즉 그들은 이전의 상황에서는 옳았을지 모르나 지금 세계적인 도전의 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다른 사람에게 힘을 주기에는 역부족인 사람들이었다.

-GE의 웰치 회장-

보그워너사의 인사담당 부사장인 존 오브라이언처럼, 1990년대가 지나기 전에 ‘스태프 직능’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데이비드 플랜스바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간관리자들은 사라져 가는 집단으로 사실상 조직재편의 큰 방해 요인일 뿐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오케스트라형 조직

키 작은 조직의 유형 중 하나로 오케스트라형 조직이 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단원들을 단순히 지휘하고 통제하는 보스가 아니라 함께 연주를 이끌어가는 리더이자 동료이다.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서로의 지위가 동등하다. 바이올린 주자가 수적으로 많다고 해서 타악기를 다루는 소수의 연주자보다 우월하거나 더 중요한 것은 아니며 이들 단원 모두가 함께 조화를 이루는 연주를 해야만 최고의 연주가 가능하다. 모두 함께 협동하고 함께 책임진다. 말러의 교향곡에서는 코러스에 덧붙여 무대에 385명의 연주자가 필요하다. 만일 이 오케스트라를 오늘날 대기업의 피라미드형 조직으로 구성한다면 지휘자인 사장과 현악기 담당임원, 타악기 과장, 바이올린 대리 등 중간관리자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오케스트라에서는 지휘자가 한 명뿐이다.

이러한 오케스트라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1) 조직이 추구하는 공통의 목표를 조직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경영수단이 있어야 한다. 오케스트라에서는 전원이 공통의 정보공유수단인 ‘악보’를 갖고 있다. 기업에서는 비전이나 가치관이 이 역할을 한다.

(2) 조직이 추구하는 핵심적인 목표(훌륭한 음악 연주)를 중심으로 조직구조를 간소하게 만든다. 목표 달성에 직접적으로 필요하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제거한다.

(3) 수많은 정보 중에서 그 조직이 꼭 필요로 하는 정보를 선별 입수, 이용하는 관리체계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지금처럼 정보와 지식이 경영자이나 중간관리자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계층 또는 실무계층에 집중될 것이므로 스태프와 라인의 기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또 정보와 지식을 가진 전문가 집단을 효과적이고 감각 있게 움직이도록 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3.좌우로 열린 조직

위에서 살펴본 문진형 조직이나 오케스트라형 조직이 상하로 열린 조직이라면 기능 횡단팀이나 네트워크형 조직은 좌우로 열린 조직으로, 부문 간에 가로놓여 있는 경계를 넘어 여러 기능부서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일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상조직이나 가상기업에서는 외부조직 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협력체제가 구축된다.

기능횡단팀

그러면 먼저 기능횡단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조직의 좌우가 열린 팀의 대표적인 예가, 앞서 팀제도에서 소개된 기능횡단팀이다. 전통적인 기능중심의 수직적인 조직에 서는, R&D 담당자가 제조현장과 무익한 충돌을 반복하고 있으며 영업기획부문과 판매 현장은 서로 자신의 주장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또 비용 삭감을 소리 높여 부르짖는 재무담당자에게 모든 부문으로부터 비난의 소리가 높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조직원들의 도덕성이나 부문이기주의 또는 NIH(Not Invented Here) 증후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많은 기업들이 아직 전형적인 기능 중심의 수직적 조직으로부터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능중심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가 기능횡단팀이다.

기능횡단팀은 특정 과제에 관련된 모든 부서의 관계자가 함께 참가해 공통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업무를 진행한다. 팀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측면에서만 보면 중복기능이 많아 인건비가 증가하지만, 프로젝트의 진행속도가 빠르고 시행착오가 줄어들므로 성과 차원에서 많은 득을 얻을 수 있다. 인풋을 줄이고 아웃풋을 늘리는 전형적인 효율성 추구 전략이 아니라 인풋을 하나 더 넣되 아웃풋을 둘 이상으로 늘린다는 효과성 추구 전략이다. 특히 첨단 신제품을 만드는 R&D 부문에서는 제품개발 속도가 바로 핵심경쟁력이요 이익의 원천이므로 많은 선진기업들이 기능횡단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기능횡단팀에는 외부의 관련자를 포함하는 경우도 많다. 조직 외부로까지 여는 것이다. 고객대표를 팀에 참가시켜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고객의 요구와 기대를 제품개발에 반영시킨다. 또 협력회사의 기술자를 제품개발 초기부터 팀에 합류시켜 협력회사의 실력이나 현실을 제품설계에 반영하기도 한다.

네트워크형 조직

조직의 좌우가 열린 또 다른 예로 네트워크형 조직이 있다. 네트워크형 조직은 계층이 거의 없고 조직 간의 벽도 없으며 부문 간 교류도 활발하다. DEC의 찰스 세비지는 다음 표에서처럼 전통적인 관료조직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네트워크형 조직의 출현을 예견한다.[164]

[표 25] 관료적 조직과 네트워크형 조직의 비교

관료형 조직 네트워크형 조직
과제 성격 육체적 정신적
관계 관료적 대등관계
단계 많음 적음
구조 기능적 기능횡단적
경계선 고정 투과가 가능
경쟁력 요인 수직적 통합 외부자원 활용, 제휴
경영 스타일 독재적 참여적
문화 복종과 전통 헌신과 결과
구성원 동일 다양
전략적 초점 효율 혁신

이런 네트워크형 조직을 범세계 차원에 적용하면 글로벌 네트워크형 조직이 된다. ABB, GE, BP, 혼다 등이 이런 모습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되 세계를 향해 열린 경영을 한다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다음 같은 전략을 구사한다.[165]

  • 자율성을 부여해 실천력과 행동력을 발휘토록 한다.
  • 정보의 원활한 소통과 공유를 강조한다.
  • 강요된 통제가 아니라 신뢰와 목표를 공유함으로써 공동체의식을 확보한다.
  • 조직의 최하부로 권한을 위양한다.
  • 분권화되고 독립된 조직으로 힘을 분산시켜 관료제의 폐해를 방지한다.
  • 변화가 가능한 유연성을 갖고 있다.
  • 권위는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 구성원은 자신의 일에 대해 인정을 받으며 그에 걸맞은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 조직구조는 효율적이며 중간관리자가 적은 수평적인 구조이다.

가상조직, 가상기업

또 다른 네트워크형 조직으로 가상기업(virtual corporation) 또는 가상조직(virtual organization)이 있다.[166] 이 조직은 둘 이상의 기업(조직)이 전략적으로 제휴해 일정한 기간 동안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구성된 후 일단 그 목적이 달성되면 해체하는 그야말로 가상적인 조직이다. 앞서 소개한 전략적 제휴와의 차이점은, 전략적 제휴는 참여하는 기업들이 구체적으로 조직이나 기업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운영해 가는 보다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개념이라면, 가상조직은 프로젝트를 근간으로 하는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조직이다.

이러한 가상조직은 전 세계 모든 곳이 사무실이 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동료가 될 수 있다. 겉에서 보면 회사, 협력회사, 고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그들 간의 경계가 분명치 않다. 회사 내부의 시각으로 보아도 전통적인 의미의 사무실과 부서의 구분이 수시로 바뀐다. 각 부서의 업무책임과 이를 지휘 감독하는 관리자들 역시 수시로 교체된다. 때로는 회사 자체 직원들보다도 고객이나 협력회사들이 회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므로 고용자, 피고용자의 전통적인 개념까지도 바뀐다. 가상기업의 가장 순수한 형태는, 자기 회사가 가진 최고의 핵심역량에 관련되는 기능만을 보유하고 다른 기능은 전문적인 역량을 가진 기업들과 연계하는 유형이다. 즉 가상기업은 각각의 기업들이 가진 최고의 역량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비즈니스위크지는 가상기업을, 1920년대 듀폰과 슬로언이 거대복합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분권화 조직 이후 가장 중요한 조직혁신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167]

가상조직의 사례를 보자. 얼마 전 파워북을 생산하기 위해 애플 컴퓨터와 소니가 제휴한 것도 가상조직의 예이다. 애플은 랩탑의 일종인 파워북을 생산하기 위해 자체 공정을 만들기에는 시간, 원가, 품질 등 모든 면에서 경쟁사에 비해 불리하다는 판단에 소니와 협력키로 하고 가상조직을 구성했다. 애플의 우수한 제조 기술과 소니의 장점인 소형화 기술을 합쳐 소니에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약 1년간의 생산 및 판매 활동을 전개한 뒤 가상조직을 해체했다. 이를 통해 두 회사 모두 경쟁사보다 높은 품질의 파워북을 낮은 원가에 더 빨리 생산하여 시장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좌우가 열린 조직의 유형으로는 기능횡단팀, 네트워크조직, 가상조직 등이 있다.

4.유연한 조직

한편, 이와 같은 수평적 조직운영, 상하로 열린 조직, 좌우로 열린 조직 등의 여러 특징들이 한데 어우러지면 조직은 극도로 유연한 상태가 된다. 가오의 생체기능적 조직과 교세라의 아메바 조직이 그 예이다.

생체기능적 조직

가오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는 생체기능적 조직은, 상처를 입은 동물의 생체가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것처럼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일이 위로부터의 명령이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재빨리 해결해 가는 조직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보의 공유가 필요하다. 모든 경영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전조직원이 자유롭게 이에 접근, 활용한다. 임원회의 석상에 자신의 일과 관련이 있으면 평사원도 자유롭게 참가한다. 사원급에서도 잠재적인 리더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원칙 아래 자유제안 제도를 활성화하고 신입사원이 프로젝트팀장을 맡는 경우도 있다. 또 큰 방(大部屋) 제도를 도입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근무토록 하여 정보의 교류를 원활히 한다.

[표 26] 생체기능적 조직의 특징

개념 수단
조직 상하 상하 구분 없이 자율관리 ▷조직 수평화

▷간접부서 간소화

조직 좌우 연구개발, 생산, 판매부문을 유기적으로 결합 ▷횡단 사업부제

▷사업부와 개발부문 연계

조직 풍토 사내정보를 전원이 공유,

창의적인 풍토를 조성

▷정보 공유

▷유연한 조직 운영

다시 말해 생체기능적 조직은 조직의 상하, 조직의 좌우, 조직풍토의 세 가지 차원에서 조직 수평화, 조직 융합화, 정보공유를 통해 창조적이면서도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조직이다.

이들 특징의 ‘한 방향’은 ‘인적 상호작용과 지식의 창조’이며 또 지식 창조는 근본적으로 현상을 부정하는 원점사고방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특히 스피드를 중시하며, 소집단주의를 택하되 집단의 목표가 회사 전체의 목표에 항상 일치되도록 한다. 이 모든 사항들이 융합된 모습이 바로 가오의 생체기능적 조직이다.

아메바 조직

마찬가지로 교세라의 아메바 조직도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매우 유연한 조직이다. 아메바 조직은 ‘큰 기업을 작은 조직의 집합체처럼 운영한다’는 기본 발상 아래 전 조직원이 각자의 능력, 개성,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하고 개발토록 한다. 이를 위해 조직을 고정화시키지 않으며, 자율성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조직편성의 변경, 분할, 증식이 수시로 일어난다. 어떤 조직이든 하나 이상의 기능이나 목적을 가질 수 없다는 원칙을 유지하며 어떤 아메바가 활동 중에 새로운 기능이나 목적이 추가되면 또 다른 아메바로 분열을 시킨다. 단위조직의 구성원은 두 명부터 수백 명 단위까지 있으나 보통 열 명 정도로 구성되며 독립채산단위로 운영되고 조직 운영에 대한 모든 권한이 조직 자체에 위양되어 있다.

교세라는 업무의 특성상 관리부문과 R&D 부문은 아메바 조직으로 운영하지 않으며, 회사의 성장과 함께 아메바의 수가 증가해 각 아메바들 간에 의사소통이 어려워짐에 따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로테이션 연수를 강화하고, 경영이념을 조직하부까지 침투시키기 위해 가치관 교육을 수시로 실시하며 간담회와 방침설명회도 자주 갖는다. 또 아메바들 간에 여러 가지 문제로 의견이 대립되면 상부에서 조정을 하지 않고 자유로이 대결을 시켜 강한 쪽의 의견을 따르게 하는 자유경쟁시스템을 운영한다. 다시 말해 아메바 조직은 하드 차원에서는 분할을 하되 소프트 차원에서는 통합을 도모하는 지혜로운 발상이다.

이상 제9장에서는 열린 경영을 담을 수 있는 열린 조직구조에 대해 살펴보았다. 기본적으로 수평적인 조직운영원칙 아래 조직 상하좌우간에 벽이 없어야 하며, 조직의 키가 작아야 하고, 조직 내외부 간에 네트워크구조를 구축하는 한편 유연한 조직구조를 가져야 한다.


제10장 열린 정보와 의사소통

정보의 공유와 원활한 의사소통은 열린 경영의 인프라이다. 열린 정보와 의사소통 없이는 열린 경영 그 자체가 지탱되지 않는다. 열린 경영에서 정보와 의사소통은 인체의 ‘신경’과 ‘피’에 해당한다. 신경은 인체에 관련된 정보들을 전달하며 피는 온몸에 산소를 공급한다. 만일 몸 한 쪽에 신경이 통하지 않거나 피가 흐르지 않으면 마비증상이 온다. 그렇다고 마비가 된 쪽을 잘라내면 몸 전체를 제대로 쓸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열린 조직에서는 정보가 유연하게 흐르고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1.열린 정보

먼저 정보에 대해 살펴보자. 열린 시대에는 정보가 조직 전체에 분산되고 공유된다. 정보는 일반재화처럼 희소성이 가치와 비례하지도 않으며 교환을 통해 없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알고, 많이 쓸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정보유출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정보를 공유해야 하고, 또한 정보비밀주의보다는 정보공개주의를 채택해야 한다. 다운사이징도 정보의 민주화에 기여하는 바 크다.

정보공유와 정보유출

열린 시대를 맞아 정보가 전 조직에 유통되고 공유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아직도 기존의 관료주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부 사람들은 이를 수긍하지 않고 있다. 특히 과거에 정보독점의 이득을 누리던 ‘정보기득권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옛날의 영광을 되찾으려고 한다. 이들은 자신의 기능이나 실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정보의 독점을 통해 조직을 장악했던 사람들이다. 자기 자신의 고유 역할에 신경 쓰기보다는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사내 정치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를 입수해 선택적으로 흘리고 다닌다. 특히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톱의 개인 신상에 관련된 정보를 귓속말로 전하면서 마치 톱이나 핵심권력자들과 아주 가까운 관계인 것처럼 허세를 부린다. 이들에게 절호의 반전기회는 정보유출 사례이다. 정보공유라는 대세의 흐름에 대해서 공개적으로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가, 사소한 정보라도 외부에 누출되거나 언론에 실리면 정보누설 때문에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는 억지 논리를 펴며 과거의 기득권을 회복하려고 시도한다. 이런 속 깊은 사정을 잘 모르는 일부 경영자는 이에 부화뇌동하여 정보공유 원칙을 철회하는 경우까지 있다. 극단적으로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가기 위해 일부러 언론에 정보를 흘리는 경우까지도 가상해 볼 수 있다. 그 후의 결과는 뻔하다. 정보는 기득권자들에게 다시 독점되어 조직에 산소는 공급되지 않고 여기저기에 마비증상이 온다. 돌이 날아와도 신경이 둔해 피하지를 못한다. 정보유출이 두려워 정보공유를 하지 않는 것은, 마치 피부에 상처가 나면 피가 흐를 위험이 있으므로 피부에 혈액을 공급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피를 온 몸에 공급하는 것과 몸에 상처가 나는 것은 별개의 것인데도 이기주의에 젖은 기득권자들은 정보공유와 정보유출이 마치 상층관계인 것처럼 호도하고 경영자의 눈에 잘못된 필터를 씌우는 것이다.

이처럼 조직 내에 지식과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다.[168]

(1) 부문 간의 벽이 높다. 특히 대외 경영환경이 안정적인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외부의 위협보다는 내부적인 경쟁에 초점을 두는 속성이 있다. 이러한 속성은 ‘정보가 곧 힘’이라는 왜곡된 인식 아래 정보독점을 통해 자리를 지키려는 데서 나온다.

(2) 독자성을 맹신하여, 자신이 속한 부문은 다른 부문과 다르므로 다른 부문이 내놓은 해결안은 맞지 않는다고 억지를 부린다.

(3) 단기적인 계수 중심의 정보만 중시하는 경우 정말 필요로 하는 소프트한 정보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4) 또 흑백논리에 입각한 이분법적 사고도 정보에 대한 시각을 편협하게 한다. 예컨대 도전을 하다가 실패를 하면 학습 차원에서 이런 실패의 경험을 축적해 가는 일이 매우 중요한 데도 이를 단지 실패로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넥스트 컴퓨터사의 정보공유 사례를 보자. 사장인 캐빈 그런디는 정보공유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다. 주로 정부기관과 대학을 고객으로 워크스테이션을 생산, 판매하는 넥스트는 미국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조직풍토를 가진 회사 중 하나이다. 창업자이자 회장인 스티브 잡스는 회사의 이익, 매출, 전략 등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전 임직원이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정보의 공유개념은 더욱 발전하여 넥스트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서로의 급여까지 알고 있다. 동료의 급여수준을 아는 것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전 직원의 급여를 공개함으로써 회사 내에 어떤 형태의 불평등도 존재할 수 없다는 신뢰감이 쌓여지며, 사람들은 주위에서 협상이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옆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단지 입사할 때 협상을 잘했다는 이유로 월급을 많이 받는다면 기분이 나쁘지 않겠는가”라고 그런디는 반문한다.

이러한 정보공유에 있어 컴퓨터 네트워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오는 ‘CCN (computer communication network)’이라는 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정보를 공유한다. 이를 통해 평사원도 사장과 동등한 자격으로 모든 자료를 검색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내용까지도 공개한다. 보통의 기업에서는 R&D 내용이 최고의 기밀로 분류되지만 가오에서는 연구원이 매월 1회 제출하는 연구보고서를 전부 이 시스템에 입력시켜, 모든 사원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비밀주의와 공개주의

이와 같이 정보공유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보관리에 대한 원칙을 ‘비밀주의’에서 ‘공개주의’로 바꾸어야 한다. 특히 첨단기술이나 정보를 다루는 회사일수록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이는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비밀주의는, 원칙적으로 회사의 모든 정보는 비밀이며, 공개할 수 있는 것을 예외적으로 규정하는 포지티브 방식이다. 또 정보의 중요성에 따라 등급을 매겨 철저히 보안관리를 해간다. 이와는 반대로 공개주의란 모든 정보를 공개하되 비밀 사항을 예외적으로 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이다.

정보비밀주의는 과거 IBM에서 볼 수 있었다. 비밀주의 아래에서 IBM은 모든 정보를 철저히 관리했다(관리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오히려 적합한 말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진짜 비밀이 노출되고 심지어 유출되는 사례가 벌어졌다. 모든 것을 비밀로 하다 보니 정말 중요한 비밀이 구분되지 않아 비밀에 대한 임직원들의 감각이 떨어진 것이다. 소위 ‘모든 것을 중요하다고 하면 중요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망라주의(usual many)’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IBM은 얼마 전 정보공개주의로 전환했다. 그러자 정말 중요한 비밀만 비밀로 취급하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비밀이 철저히 지켜졌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한두 가지로 제한하되 집중 관리해 가는 ‘중점주의(vital few)’가 성과를 거둔 것이다.[169] 최근 우리 정부가 행정정보공개제도를 시행한 것도 행정기관이 보유, 관리하고 있는 정보를 일반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행정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일거양득을 노린 정책이다.

이러한 공개주의 원칙에 따라 최근에는 자신들의 핵심정보까지도 외부와 공유하려는 기업도 있다. 대외적인 정보공개를 통해 외부와의 시너지를 노리는 것이다. 최근에 정보공개주의로 전환한 도시바의 예를 보자. 도시바는 가전제품의 탈(脫)프레온가스와 분해력을 높일 수 있는 설계방법 등 환경기술에 관련된 자기 회사의 데이터베이스를 1996년에 인터넷에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도시바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공장과 환경기술연구소를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기술자들이 정보를 교류하여 이를 R&D에 반영해 왔다. 열린 정보교류의 원리에 입각하여 정보소통의 활성화를 통해 기술개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목적이다. 이런 조치는 과거 VCR 경쟁에서 소니의 베타방식이 마쯔시타의 VHS방식과의 경쟁에서 참패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기술력이 뛰어났던 소니는 기술비밀주의를 고수한 반면 기술력에서 뒤진 마쯔시타는 자사의 기술을 관련업계에 공개함으로써 ‘소니 대 마쯔시타’의 경쟁이 아니라 ‘소니 대 소니 외 모든 기업’의 경쟁으로 유도하였고, 그 결과 이러한 기술공개주의 전략이 주효했던 것이다.

다운사이징

최근 정보시스템 분야에서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그 열기를 더하고 있다. 다운사이징이란, 정보네트워크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과거에 중앙의 대형 본체(호스트 컴퓨터)에서 집중처리되던 정보를, 단말에서 분산처리하는 방법이다. 즉 본체의 사이즈(size)를 줄이는(down)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다운사이징보다는 라이트사이징(right- sizing)이라는 용어가 오히려 적합하다. 본체의 사이즈를 무한정으로 줄이는 게 아니라 적당한 수준까지 줄이는 것이며, 반대로 본체의 사이즈가 작으면 이를 늘려야 하므로 업사이징(up-sizing)이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

이러한 다운사이징의 유용성에 대해 아직 논란이 많다. 정보네트워크 기술이 완벽하지 못해 다운사이징의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든지, 초기의 하드 투자비용은 적게 들지만 장기적으로 운영비용이 많이 들어 득실이 정확하게 계산되지 않는다든지 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다운사이징이 열린 경영의 기본 가치관인 탈집중화와 탈통합화의 원리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탈집중화란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경영자원을 조직의 상하좌우로 분산한다는 의미이다. 권력과 자본은 물론이지만 정보도 열린 경영에서는 상하좌우로 분산되어 조직 전체가 이를 공유한다. 요즘 같이 급변하는 환경에 직면해서는 환경과의 접촉이 가장 빈번한 현장과 고객접점에서 정보를 보유함으로써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며 질 높은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탈통합화의 차원도 마찬가지이다. 정보처리 전담부서가 정보관리에 관련된 업무에 대해 안으로 문을 닫아건 채 모든 것을 물리적으로 통합하여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방식(대형 본체)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대신 물리적인 하드 차원에서는 분산을 도모하되 실질적으로는 모든 시스템이 서로를 열고, 소프트한 네트워크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범위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다운사이징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현장이나 고객접점에서는 정보전문가의 도움을 청하지 않고서도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정보를 처리해 살아 있는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다운사이징은 정보가 열리고 있는 또 다른 모습이다.

이와 같이 열린 경영에서는 정보 역시 조직 전체에 분산되고, 공유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공개주의 원칙이 채택되어야 하고, 정보유출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공유해가야 하며, 다운사이징도 도움이 되는 바 크다.

2.원활한 의사소통

다음 주제로 의사소통에 관해 살펴보자. 조직을 열어 가는 과정에서 탈조직화가 진행되면 기존의 물리적인 힘에 의한 강제적인 통제기능은 일시에 허물어진다. 이러한 물리적인 힘에 의한 통제를 대체하는 것이 바로 열린 정보와 의사소통에 의한 자율통제이다. 조직원들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자신의 현 위치를 파악하고 조직 전체 속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균형감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참여형 경영이 강조되는 열린 시대에는 상하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조직에 잠재해 있는 불만들이 노출되고 해결되며, 또한 의사소통 그 자체만으로도 조직원의 사기진작에 도움이 된다.

상의 각색(上意 脚色), 하의 변질(下意 變質)

기존의 닫힌 경영에서 의사소통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상의 각색, 하의 변질’이다. 톱의 의사나 지시사항들은 층층이 쌓여 있는 피라미드형 계층구조를 통과하면서 중간에 있는 전달자들에 의해 자기 입맛에 맞도록 시나리오가 각색되어 간다. 또 현장의 목소리가 피라미드 계층을 타고 올라오는 과정에서도 중간에 있는 전달자들이 자기한테 유리한 것은 부풀리고 불리한 것은 조금씩 줄여간다. 다시 말해 ‘전달자’가 전달의 기능을 무시한 채 ‘왜곡자’로 변질된다. 톱과 현장 사이에 엄청난 벽이 가로놓여 있는 것이다.

앞서 열린 조직구조에서 소개했듯이, 토요타가 문진형 조직을 도입한 데는 피치 못할 사유가 있었다. 바로 조직 내부의 의사소통 문제였다. 1987년에 토요타가 출시한 코로나 등의 자동차에서 엔진에 주요결함이 생겨 십 개월 동안에 삼천 건 이상의 클레임이 제기되었는데도 토요타는 운수성에 리콜[170] 신고를 하지 않은 채 회사 내부에서 설계변경 등으로 처리하여 무마한 사건이 일어났다. 운수성 장관은 1989년 9월 12일에 토요타에 엄중한 경고장을 보냈는데, 이러한 문서경고를 받은 것은 일본제조회사로서는 11년만의 불상사였다. 토요타가 그 원인을 찾아본 결과, 안타까운 사실은 이렇게 큰일에 대해 경영층 어느 누구도 사전에 몰랐다는 것이다. 일선담당에서부터 부장까지 여덟 단계의 계층이 있어 의사소통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 당시 토요타의 大島 부사장은 “나쁜 이야기가 위로 전해지지 않는다. 한 가지를 결정하는데 반년이나 걸린다. 이렇게 통풍이 나쁜 것이야말로 대기업병의 징후가 아닌가.”라고 개탄했다.

이처럼 정보 왜곡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톱과 현장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중간간부의 계층 수이다. 정보의 왜곡도는 전달자의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예를 들어 보자. 가령 중간에 있는 전달자 모두가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려고 최선을 다한다고 하자(그 수치를 90%로 가정한다. 보통의 경우 이 정도도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중간에 전달자가 5명이면 정확도는 59%로 떨어진다(90%의 5제곱). 만일 전달자가 10명이라면 그 수치는 35%로까지 떨어진다(90%의 10제곱). 중간에 있는 전달자들이 최선의 노력을 해도 이처럼 65%의 정보가 왜곡되는데 만일 중간에 전달자의 사심이 들어가거나 고의로 각색하고 변질시킨다면 정보의 왜곡도는 더욱 심해진다. 기업에서 중간간부계층을 축소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같은 정보의 단절이나 왜곡을 방지하는 데 있다.

열린 경영에서는 조직 상하 간에 가로놓여 있어 의사소통을 단절시키는 계층의 벽이 허물어진다. 닫힌 경영에서는 정보는 권력 중 하나이며, 회사의 핵심정보나 톱 관련 정보를 독점한 사람이 권력자로 행사한다. 또 종업원을 회사의 부품으로 보는 기계적인 시각으로 인해 종업원에게는 작업에 직접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한다. 반면 열린 경영에서는 종업원을,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창조의 주체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정보를 조직 상하간이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최근처럼 역(逆)피라미드형 조직개념이 나타나고 고객만족이 핵심 경쟁력으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조직 최하부의 고객접점이나 현장에 가능한 많은 정보가 신속하고 왜곡 없이 전달되어야 한다.

왜곡자의 제거

결국 조직 상하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려면 중간계층들이 ‘전달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전달자 중에서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왜곡자’로 변질된 계층은 조직의 대의를 위해 과감히 제거해 가야 한다. 조직 상하간의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중간계층을 제거해 정보공유에 성과를 거둔 회사로 MCI가 있다. MCI는 지난 1992~93년에 데이터 커뮤니케이션지가 실시한 고객만족조사에서 AT&T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 회사이다. 장거리 통신의 경우 기술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으므로 고객서비스의 차별화가 더욱 중요시된다. MCI의 고객은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에 대해서는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비자카드나 마스터카드로 요금을 지불할 수도 있고 이용할 때마다 아메리칸 항공에서 단골고객에게 주는 혜택도 받으며 GM 차를 살 때도 할인해 준다. 그러나 전화요금은 경쟁사인 AT&T나 스프린트보다 싸다. MCI는 고객만족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MCI의 빌 맥고원 회장은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MCI는 중간관리자의 수가 매우 적다. 조직구조상 중간계층은 일의 진척을 더디게 할 뿐만 아니라 유용한 정보가 걸러져 나가게 하고 의사결정에 장애가 된다. 대부분의 중간관리자들은 실제로 ‘메시지 변환기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 정보를 수집, 취합해서 정리한 다음 약간 변형시켜서 정보의 많은 부분을 혼자 갖고 있다가 나중에 가서야 그것을 전파한다. 그 이유는 정보가 권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든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고 비용 또한 늘어난다. 심지어 의사소통이 중간에서 단절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MCI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한편,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에드워드 칼슨 회장은 ‘모래시계 이론’을 곧잘 강조한다. 그에 의하면 대체로 조직의 중간관리자는 위에서 내려오는 의사결정의 흐름을 막고, 밑에서 올라가는 아이디어를 차단하는 불필요한 활동 외에 하는 역할이라고는 없다는 것이다. 칼슨은 중간관리층을 스펀지라고 비꼰다. 현장경영은 이러한 왜곡자와 모래시계 같은 중간계층이 적을수록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원활한 의사소통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면 경영의 스피드는 올라간다. 특히 첨단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는 스피드와 경영성과는 거의 비례한다고 해도 틀림이 없다. 신제품을 먼저 출시한 만큼 기회선점의 이득을 누릴 수 있으며, 반대로 스피드가 떨어지는 회사는 그만큼의 기회를 상실한다. 최근 전 세계 반도체 회사들이 서로 먼저 차세대 디램 개발에 주력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경영의 스피드를 올리는 방법 중 하나가 조직들 간에 가로놓여 있는 벽을 제거하는 것이다. 경영의 스피드가 올라가면 현금흐름도 원활해져 수익이 개선되며, 고객 요구에 대한 대응력이 강화되어 시장점유율이 올라가고, 사이클타임 단축으로 생산능력도 강화되는 등 많은 부수효과를 올릴 수 있다.[171]

의사소통을 촉진시키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물리적인 배치이다. 일본에서 소니와 함께 창조성이 뛰어난 기업으로 손꼽히는 혼다는 ‘큰 방 제도’를 실시한 적이 있다. 최고경영층이 각기 다른 방을 쓰는 게 아니라 큰 방을 모든 최고경영층이 함께 모여 사용함으로써 의사소통의 질과 스피드를 높이고자 하는 시도이다. 같은 층에 있는 임원이라도 서로가 만나려면 사전에 면담시간을 예약해야 하는 GM의 사례와 대조적이다. 코닝에서는 새로운 건물에 엘리베이터보다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여 직원들 간에 얼굴을 서로 대할 수 있는 접촉기회를 늘린다. 3M에서는 점심식사 시간이나 근무시간에 여러 사람이 모여 문제해결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라는 단 한 가지 목적으로, 열 명 내외의 사원이 모이는 모든 회의에 장소와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시티은행에서는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던 업무계와 대부계 사이의 알력이 두 부서의 사람들을 같은 층으로 옮기고 그들의 책상을 서로 섞어 배치하자 단번에 해결되었다고 한다. GE는 ‘공동 배치(co -location)’라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부서와 기능간의 벽을 허물고 어느 같은 공간에 모든 기능을 모아 하나의 울타리를 만들고 공동의 사명을 부여한다.

컨테이너

열린 의사소통을 하는 수단으로 컨테이너(the container)가 있다.[172] 컨테이너는 팀빌딩의 수단으로 학습조직에서 시스템적 사고(총체적 사고)를 통해 개인과 조직의 변화를 일으키게 한다. 이와 같은 컨테이너는 ‘용광로’에 비유할 수 있다. 모든 이질적인 것을 용광로에 집어넣고 불을 지펴 한데 녹인다. 다시 말해 조직원들을 한 군데 모이게 하고 그들의 분노, 적개심, 불만, 두려움, 불안 등을 모두 털어놓도록 하는 집회를 통해 상호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 간에 놓여 있는 긴장상태를 해소시킨다.[173]

GST사의 사례를 보자. GST는 1990년에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485건의 불만사항이 노출되는 등 악화일로에 있었으며 종업원도 1980년에 5천명에서 1990년에 천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커쉬먼 회장은 MIT 학습조직센터의 아이잭이라는 연구원을 초빙하여 문제해결을 의뢰했고 1991년에 아이잭은 GST에 컨테이너 기법을 적용했다. 35명의 경영자와 노조간부들은 노사 상호간에 상존하고 있는 분노의 실체가 무엇인지 논의해 본 결과 양측이 서로 남의 의견을 들으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 근본원인으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상호간에 문제를 확인하고 진지한 토의를 거친 결과 중요한 몇 가지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도산 일보 직전의 GST는 위기에서 벗어나 매출과 이익 모두에서 급속한 신장을 이루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1990년대 초부터 GE가 주력하고 있는 워크아웃 프로그램 중 타운미팅(town-meeting)도 일종의 컨테이너로 볼 수도 있다. 타운미팅은 경영상 어떤 문제가 생기면 이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호텔 등 회사 외부의 특정 장소에 모여 완전한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집단적으로 토의하는 대화방식이다. 이는 중세 영국의 시골 마을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마을 지도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모여 함께 대화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타운미팅 방식에서 그 원형을 볼 수 있으며, 마치 새로운 교황을 선출할 때 모든 선출자가 만장일치로 의견이 통일될 때까지 문을 걸어 닫고 한 자리에서 집단 토의를 하여 교황이 선출되면 흰 연기를 굴뚝으로 내는 방식과도 유사하다. 특히 GE의 타운미팅에서는 토의과정에 의사결정권자가 참가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는 대개의 경우 개인의 의사결정보다는 집단의사결정의 질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타운미팅의 초두에 참가하여 회의가 잘 진행되도록 독려를 한 후 회의장 밖으로 나온다. 보통 2~3일간에 걸쳐 회의 결과가 나오면 의사결정권자는 최종결과를 발표하는 장소에 나와 해결책에 대해 ‘YES’ 또는 ‘NO’의 결정을 내리며 예외적으로 토의가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1개월 내에 회의를 다시 소집토록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결정은 ‘YES’로 내려진다고 한다. 최근에는 2~3일이 걸리는 대규모의 타운미팅 대신 회사 내에서 관련자들끼리 모여 간단히 진행하는 약식 타운미팅도 활발히 진행된다. 이는 마치 기능횡단팀의 회의 방식과도 유사하다.

그룹웨어

또 다른 측면으로, 의사소통의 질을 높이는 지원수단인 그룹웨어(groupware)에 대해 살펴보자. 열린 조직에서는 정보공유를 위해 그룹웨어를 활용한다. 이는 집단적인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새로운 형태의 소프트웨어로 정보공유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개인 차원에서의 한 가지 예를 보자. 컴퓨터 컨설턴트인 가타가이는 ‘슈퍼비서 아사코’ 라는 그룹웨어를 만들었다.[174]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가타가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명함을 공개했으며 이 회사의 영업사원들은 이를 참고하여 방문할 회사에 가타가이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이용했다. 물론 영업활동에 효과가 있었고 이후 다른 사원들도 자신들의 명함도 공개했다. 이는 정보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정보공유의 이점을 누린 사례로, 오늘날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공유는 개인과 조직의 정보력 확대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최근 각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전자우편도 의사소통뿐 아니라 정보공유를 위한 도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표 27] 종래의 의사소통과 그룹웨어의 비교[175]

구분 종래의 의사소통 그룹웨어
회 의 ▷대면방식의 회의 ▷따로 회의(한곳에 모이지 않음)

▷시차를 둔 회의(시차를 흡수)

▷계속적인 회의(논의의 성숙)

▷민주적 회의(직위영향 배제)

정보 보존 ▷기록, 작성에 의한 정보 보존

▷요약, 결론 형태의 보존

▷논의 내용의 자동 축적

▷논의 경과의 보존

정보 전달, 교환 ▷1대 1, 1대 다수

▷정보전달망

▷다수 대 다수의 양방향

▷정보응답망

한편 세계 차원의 그룹웨어인 ‘글로벌 그룹웨어(global groupware: GGW)’도 많이 이용된다. DEC나 벨코어사에서 GGW는 전자우편이나 전자회의의 기능을 넘어 문제 해결이나 R&D에도 활용된다.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문제에 봉착하거나 지원을 요청할 일이 있으면 GGW를 통해 이를 널리 알리고 전 세계로부터 그에 대한 응답을 듣는 등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시간과 공간이 열리는 의사소통 방식이다.

고객의 소리

열린 의사소통이나 정보공유는 단지 조직 내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2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내부 시각과 외부 시각에서 모두 열려야 진정으로 열린 것이다. 따라서 외부로도 열린 조직은 고객의 소리(VOC: voice of customer)를 열심히 경청한다. 고객만족이 경영상 핵심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요즈음 고객의 반응을 무시한 기업 활동이란 생각할 수 없게 된 것이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강조하는 고객만족 경영이란 바로 고객을 향해 안팎으로 열린 경영을 말한다.

고객의 소리를 효율적으로 듣는 방법으로 다음 일곱 가지가 있다.[176]

(1) 면담에 의한 청취

책상에 앉아 고객을 일 대 일로 직접 면담한다.

(2) 공식적인 조사

포커스그룹 조사, 표본조사, 서비스 감사, 인구동태 조사, 심리테스트, 시장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체계적인 감시 등 전통적인 조사방법을 활용한다.

(3) 현장에서의 접촉

(4) 고객용 핫라인

(5) 고객의 의견과 불만 분석

(6) 고객자문위원회

(7) 고객 연수회를 통한 청취

간혹 고객은 자신의 요구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거나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서 가졌던 가장 최근의 문제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기업 측은 고객의 행동을 세밀하게 관찰해야 한다.[177] 제록스에서는 사무실에서 새로운 사무기기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관찰하기 위해 산하에 있는 팰로앨토 연구센터에서 많은 인류학 전문가들이 연구를 하고 있다. 또 밀리켄에서는 모든 제품의 최초 납품과정을 수행하는 ‘최초납품팀’을 운영한다. 이 팀의 구성원들은 제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관찰한 후 추가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개발하기 위해 고객의 생산공정에까지 직접 밟아본다.

이상 제10장에서는 열린 조직의 신경과 피에 해당하는 정보와 의사소통에 대해 살펴보았다. 신경이 제대로 통하고 피가 제대로 흘러야 건강이 유지되는 것처럼, 정보의 공유와 원활한 의사소통은 열린 경영 그 자체를 지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제11장 열린 기업문화

열린 기업문화는 열린 조직을 감싸고 있는 ‘공기’이다. 누구나 평소에는 공기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바닷가에 가면 맑은 공기를 느낄 수 있고, 도심에 들어가면 공기의 혼탁함을 느낀다. 공기의 청정도가 우리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이처럼 열린 기업문화 역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열린 조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열린 문화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틀(세계관)이 되며 정보를 선택하고 의사전달을 하는 기준이 된다. 열린 조직에서 강조되는 기업문화는 다음 세 가지이다.

  • 자율성과 창조성이 넘치는 조직
  • 부문이기주의가 없이 조직 전체가 시너지를 내는 조직
  • 항상 배우는 문화가 정착된 조직

1.자율성과 창조성

열린 조직은 자율적인 문화가 바탕에 깔린 창조적인 조직이다. 자율성은 열린 경영의 ‘한 방향’인 민주화와도 깊은 관련성이 있다. 또 창조성이란 열린 세상을 향해 보다 가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자율성

열린 기업의 문화는 자율적이다. 자율성은 어디서 나오는가. 반(反)자율적인 방법이나 강제적인 방법으로 자율성을 갖추라고 아무리 주입해봐야 자율성은 나오지 않는다.

자율성을 조직에 심기 위해서는 강화해야 할 것과 제거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강화해야 할 것은 ‘건전한 위기의식’의 고취이다. 개인이든 단위조직이든 자기의 현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기의 바람직한 모습(비전)을 설정하여 현 위치와 비전의 격차를 인식하면 건전한 위기의식이 절로 생긴다. 이를 바탕으로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더해지면 자율성이 나온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가 끌고 가지 않아도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스스로 로드맵을 그리고, 스스로 도전해 간다.

다음으로 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해 제거해야 할 것은, 사람을 기계나 도구로 생각하는 인간경시의 자세와 또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간섭이다. 사람을 사람 그 자체의 인격체로 보지 않고 회사의 부품이나 소모품 또는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풍토에서는 자율성이 나올 수 없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사람을 ‘비용의 원천’으로 보는 게 아니라 ‘투자의 대상’으로 보아야 하며 사람이야말로 창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점을 조직 전체가 공유해야 한다. 사람을 믿고 맡겨야 한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은 남을 믿지도 못한다. 스스로를 믿는 사람은 남에게도 신뢰를 베푼다. 존중받는 사람은 남을 존중하고 존중할 만한 성과를 낸다.

또 열린 경영의 한 방향인 창조성도 자율로부터 나온다. 자유롭게 무엇인가 할 수 있다고 느끼고 생각할 때 참신한 발상이 떠오른다. 그러므로 창조성이 강조되는 조직에서는 주어진 지식보다는 능동적이고 자유로운 판단이 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지식만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새로운 발상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죽은 지식’이 아니라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산 지혜’가 요구된다.

다양한 가치관

또한 열린 조직에서는 다양한 가치관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장려한다. 다양성을 통해 우리에게 시급히 필요한 창조성이 길러진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컴퓨터 관련 기업들은 다양하거나 심지어 이상하기까지 한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도 다양성과 창의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이를 권장한다. 유교사상과 전통적인 예의범절이 머리 깊숙이 박혀 있는 우리에게 다소 거부감이 일기는 하지만 이러한 다양성은 조직원들에게 가시적인 변화를 느끼게 하고 이를 통하여 자유로움과 열림을 실감토록 하여 스스로 새로운 도전을 하도록 자극함으로써 창조성 개발의 촉매제가 된다. 이를 위해 조직 내에 아웃사이더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나 이질적인 가치관을 살려주고 지원한다.

다양한 문화를 심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요인은 획일주의와 흑백논리이다. 특히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정보통신기술이 펼쳐질 21세기 포스트모던의 환경 속에서는 일방향보다는 쌍방향이, 양극화보다는 호환성이, 전체와 개체의 대립형보다는 네트워크에 의한 연결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는 이미 우리가 경험한 흑백논리나 저돌성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 살아갈 미래는 관용과 다양성 그리고 논리적인 왼쪽 뇌와 감성적인 오른쪽 뇌가 서로 균형을 이루는 홀로닉 시스템을 갖춘 사람들이 이끌어가게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예언한다. 인간의 움직임이 로봇과 다른 것은 그 관절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한때 유행했던 ‘통뼈’로는 행세할 수 없는 다관절의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다이아몬드가 다면체로 깎여 있어 더욱 빛이 나듯, 우리의 기업 경영도 이제는 획일성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신해가야 한다.

조직의 창조성

그러면 이러한 창조성을 조직 차원으로 확대해보자. 조직 차원의 창조성에는 세 가지의 영역이 있다. 독창(獨創), 군창(群創), 업창(業創)이다.[178] 독창이란 개인 차원의 창조성이며, 군창이란 조직 차원에서 여러 독창을 관리하고 통합해 가는 수준을 말한다. 업창이란 기업활동 전체 또는 기업조직 구석구석에 창조성이 침투된 단계이다.

[표 28] 창조의 유형: 독창, 군창, 업창[179]

개념 상품화, 사업화
조직 차원

업 창

군 창

개인 차원 독 창

창조적인 조직의 출발은 당연히 독창에서 시작하는 것이지만 독창이 많다고 해서 바로 군창과 업창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독창이란 개인적인 차원의 것이지 이를 조직이 관리, 통합할 수 없다는 인식이 군창으로 발전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1%의 발명과 99%의 노력’이라는 말처럼 조직 차원에서 역시 1%의 창조성과 99%의 상품화를 통해 창조적인 상품이나 사업이 나온다.

미국의 컨설팅회사인 ADL의 러셀 등이 쓴 「제3세대 R&D」라는 책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볼 수 있다.[180] 제1세대 R&D는 블랙박스 속에 사람과 돈을 투자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것이 나온다고 맹신하는 형태이다. 제2세대 R&D는 블랙박스에서 벗어나 프로젝트 베이스로 R&D를 추진하지만 보통 그 결과물로는 사업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기술추구형 신제품이 나온다. 반면 제3세대 R&D는 조직의 방향과 목표 아래 이와 일치하는 R&D를 조직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패턴이다. 제1세대를 독창으로, 제2세대를 군창으로, 제3세대를 업창으로 비유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창조성이 배양되기 위해서는 ‘통제와 방임이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통제와 방임의 공존’이라는 말은 일견 모순처럼 보이지만 우리말의 ‘승강기, 출입구, 남여, 밤낮, 빼닫이’처럼 서로가 적절히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조직의 미션과 비전 그리고 가치관은 명확하지만(통제), 반면 이러한 기본원칙 안에서는 무엇이든 자유롭게,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방임). 한편으로는 엄격하게 관리하면서(통제), 동시에 조직원에게서 나오는 자율성과 기업가정신 그리고 혁신은 과감히 허용한다(방임). 예컨대 DEC는 열광적이면서, 무질서하다. DEC의 직원들은 자기가 누구를 위하여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들 말한다(방임). 그러나 그들은 질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며 그들이 만든 제품은 틀림없이 작동된다(통제). 이처럼 통제와 방임이 공존하는 것이다.

2.부문이기주의 타파

조직을 열기 위해서는 조직간에 가로놓여 있는 부문이기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NIH 증후군을 극복하고, 수직적인 사고를 수평적인 사고(프로세스 사고)로 전환시켜 내부고객과 외부고객을 만족시킨다.

부문이기주의의 폐해

과거의 대량생산 시대에는 조직 간의 벽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 조직원이 자기 부문에서 보다 좋은 기술로 보다 좋은 상품을 열심히 만들어 내고 원가절감에 전력투구를 하면 고객이 만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경영상 별 문제시되지 않던 ‘부문이기주의’가 최근에 대기업병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부각되고 열린 경영의 가장 큰 장애물로 등장하게 된 이유는, 한마디로 시장과 고객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생산자주도형 시장이 고객주도형 시장으로 바뀌면서 시장의 주도권이 기업으로부터 고객에게 넘어가게 되고, 고객은 기업에게 까다롭게 주문하기 시작한다. 최근의 고객은 원가절감이나 좋은 기술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가격이나 품질과는 별도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요구한다. 특히 단순기능을 가진 제품보다는 복합적인 상품을 요구한다. 여기서 조직 간의 벽이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고객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회사의 모든 기능이 힘을 모아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조직 간의 벽이 두껍고 높아 고객의 요구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부문이기주의’가 경영의 전면으로 부각한다.

부문이기주의의 전형적인 예가 NIH증후군이다. NIH란 ‘Not Invented Here(여기서 만들지 않았다)’의 약자로, 다른 부문에서 만든 것을 거부하는 자세를 말한다. 하버드 대학의 캔터 교수는 NIH증후군의 원인을 ‘관료주의적 함정’과 ‘기업가적 함정’이라는 두 가지로 설명한다.[181]

  • ‘관료주의적 함정’이란 자신의 무능력에 대해 자기 방어를 하기 위해 남의 좋은 아이디어를 거부하는 것이다.
  • ‘기업가적 함정’이란 무엇이든 자신이 선구자이며 발명자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자신의 아이디어에 스스로 최면이 걸려 남의 아이디어를 거부하는 것이다.

NIH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직 차원에서, 남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이를 적극 사용하도록 보상 등을 통해 권장해야 한다.[182]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영웅 대접을 받지만 펩시, 시티콥, 코닝 같은 회사들은 이를 실천에 옮기는 사람을 보다 높이 평가한다. 실천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는 다음 세 가지가 있다.

(1) 명확한 목적과 방향을 정한다. 또 코닝이 TQM과 이익률에 최우선 가치를 두듯 중점주의에 의거해 경영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조직 전체에 핵심과제를 인식시킨다.

(2) 성공적인 성과와 실패를 통한 학습에 대해 보상한다.

(3) 의사결정과 자원 사용에 대한 자율권을 높이고 관료주의적인 통제를 철폐한다.

또한 NIH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 중간관리자는, 기존의 전통적인 ‘기능전문가’나 ‘영역보호자’의 역할에서 탈피하여 ‘촉진자’ 또는 ‘기능 간 장벽 파괴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프로세스 사고

부문이기주의가 발생하는 또 다른 원인은, 과거 피라미드형 조직구조 아래서 모든 사람들이 분업화, 세분화, 전문화된 업무를 처리하는데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회사 전체의 업무를 기능별로 세분화시키고, 공식적인 기준이나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던 ‘수직적’ 관리방식은 부문 간의 벽을 높게 쌓았다. 이러한 조직 간의 벽을 허물고 ‘수평적’ 관리방식으로 전환하는 데는 ‘프로세스’의 개념이 매우 큰 효력을 발휘한다. 시장의 주도권이 고객에게 넘어간 현 상황에서, 각 부문이 기능별로 대응해서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즉 고객에서부터 시작해서 고객에서 끝나는 프로세스를 얼마나 고객의 요구에 맞도록 운영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요체가 된다. 고객이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의 기능, 성능, 디자인이나, 가격, 품질, 납기, 서비스 같은 경쟁요인을 찾아내서 이에 맞도록 회사의 프로세스를 고쳐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세스 사고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183]

(1) 우선 전 조직에 ‘프로세스’적인 시각을 불어넣는다.

(2) 작고 쉬운 프로세스를 개선해 봄으로써 성공경험을 조기에 축적한다.

(3) 본격적인 프로세스 개선과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을 추진해본다.

(4) 기능횡단팀을 활성화시킨다.

(5) 조직구조를 수직적 피라미드형 구조에서 수평적 문진형 구조로 바꾼다.

또 프로세스 사상이 조직 내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NOAC(next operation as customer)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조직 내의 업무 흐름에 있어 ‘다음 공정이 나의 고객’이라는 의미이다. 외부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내부고객부터 만족시켜야 한다. 키이스 덴튼 교수는 NOAC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다음 열 단계를 제시한다.[184]

(1) 최종고객과 그의 요구를 정의한다.

(2) 프로세스의 흐름을 도표화한다.

(3) 각 프로세스 단계의 내부고객을 결정한다.

(4) 각 프로세스 단계의 주요기능과 서비스를 결정한다.

(5) 개선의 여지가 가장 큰 프로세스 단계를 결정한다.

(6) 주요 고객의 요구를 정리한다.

(7) 성과측정의 기준을 정한다.

(8) 요구와 차이가 생기는 원인을 규명한다.

(9) 프로세스를 개선한다.

(10) 다음으로 5~9의 단계를 반복한다.

이와 같은 열 단계의 개선방법은 마치 BPR에서 정보기술을 뺀 모습과 거의 유사하다. 단적으로 말하면 프로세스 사상에서는 이러한 열 단계 없이도, 평소 모든 활동을 하면서 프로세스 개념만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으면 많은 개선과제가 나오며 이를 고쳐나갈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BPR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명성에 걸맞은 성공사례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를 찾아보자.

(1) 우선 BPR을 개선기법으로만 이해를 하고 기본적인 프로세스 사상을 등한시한 결과이다. BPR을 기법으로 이해하면 경영층이 아닌 현장직원들의 과제로 전락해버린다. BPR 추진에서 핵심성공요소의 하나는 조직이 상층부 사람들이 수평적인 프로세스 사고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일이다.

(2) 정보시스템의 재구축을 중심으로 BPR이 진행되면 대개 결과는 실패로 끝난다. 물론 BPR에 있어 정보시스템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지만 너무 강조되면 전산부문의 전문가들이 하는 특수한 업무로만 이해되어 본질적인 프로세스의 혁신은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추진부서도 정보시스템 전담부서보다는 경영혁신부서나 톱의 기획스태프가 담당해야 보다 바람직한 성과가 나온다.

(3) 처음부터 추진범위를 너무 크게 잡을 경우 대개 중도하차하는 수가 많다. BPR은 대상 조직의 실정에 따라 그에 적합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므로 처음에는 범위를 작게 잡고 시작해 성공경험을 축적한 후 이를 전 조직에 확산시키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일부 사람들은 회사의 모든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조직 전체를 대상으로 BPR을 추진하지만, 이런 경우 너무 오랜 시간과 엄청난 투자자원의 부담 등으로 인해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4) 파워게임을 장악하지 못하면 개선계획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다. BPR을 통해 나오는 개선안은 조직 내의 권력의 이동과 관련이 많으므로 조직 내의 권력배분에 대해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의 지원을 얻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개선안이라도 기득권자들의 교묘한 방해로 실천이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BPR 프로젝트는 톱이 직접 관장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5) 고객의 소리를 무시하면 개선안이 정착되지 않는다. BPR의 고객은 일차적으로는 조직 내의 종업원들(내부 고객)이며 이차적으로는 외부고객들이다. 따라서 이들 고객의 요구사항이나 편의성을 무시한 채 개선을 실행하면 초기에는 단기적으로 개선이 된 것처럼 보이다가도 얼마 못 가 원위치로 되돌아온다.

따라서 BPR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톱과 경영층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야 하고, 작은 범위의 프로젝트를 실험적으로 거친 후 그 성공사례를 조직 전체에 확산시키며, 근본적으로 기법 측면보다는 프로세스 사상의 유용성을 조직 내에 심어야 한다.

3.배우는 문화

열린 조직은 자기 스스로의 반성과 과거 기록으로부터 배우고 다른 조직, 다른 회사, 다른 나라, 넓게는 역사로부터 배우는 자세를 갖고 있으며 나아가 이를 가르치는 조직이다. 최근처럼 경영환경과 고객의 요구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노화를 방지하고 끝없는 생명력을 유지하는 길은 변화의 흐름을 민첩하게 감지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해 가는 방법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우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학습조직

최근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learning organization’을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學習組織’이라는 용어로 표현했지만 최근에 ‘학습’이라는 용어가 주는 이미지 때문에 개념상 많은 혼란이 일고 있다. 학습조직이 마치 공부하고, 교육하고, 연수하는 조직만인 것처럼 오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조직이란 경영환경으로부터 경영에 도움이 되는 정보나 지식 또는 지혜를 얻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조직을 말한다. 따라서 ‘학습조직’이라는 용어보다는 오히려 ‘배우는 조직’이나 ‘지행(知行)조직(배우고 행하는 조직)’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그러면 학습조직의 정의를 살펴보자. 학습조직에서 최고 권위인 MIT의 피터 셍게는 학습조직을 다음과 같이 어렵고 애매모호하게 정의한다.[185]

학습조직이란

  • 조직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욕구를 끊임없이 창출시켜주는 조직
  • 종업원들의 창의적 사고방식을 새롭게 길러주는 조직
  • 공통적인 열망으로 가득 찬 조직
  • 조직원들이 함께 학습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조직이다.

또 하버드 대학의 데이비드 가빈 교수는 학습조직을 ‘지식을 창출하고 획득하며 이전하는 데, 그리고 새로운 지식과 통찰력을 반영하도록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능숙한 조직’으로 정의한다.[186] 이 같은 정의에서처럼 학습조직이 구축되려면 조직을 열어 조직원들이 내외부의 정보와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포춘지는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1990년대에 가장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기업은 ‘학습조직’이라고 불리는 기업, 즉 완전한 적응력을 갖춘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187]

학습조직에 대해서는 수많은 캠프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은 공통적인 ‘통일장 이론’이 나오지 않고 있어 그 개념에서부터 혼란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중 가장 행동지향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하버드 대학의 가빈 교수는 학습조직의 실천적인 방안으로 다음 다섯 가지를 든다.[188]

(1) 문제해결을 통해 배운다.

(2)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다.

(3) 과거의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에서 배운다.

(4) 남으로부터 배운다.

(5) 개인이 배운 지식을 조직이 공유한다.

이와 같은 활동은 많은 기업들이 어느 정도 실행하고는 있으나, 주로 우연이거나 각각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는 기업은 적다. 따라서 이러한 활동을 지원하고 일상적인 운영활동 구조로 통합시키는 시스템과 과정을 창출함으로써 기업은 학습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하여튼 이러한 학문적인 연구와는 별개로 열린 조직에서는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배우고, 남에게서 배우고,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과거로부터 무언가를 배워 이를 실천해가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남에게서 배운다

우선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남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남에게서 배우는 방법을 체계화시킨 것이 벤치마킹이다. 최근 선풍적으로 유행하는 벤치마킹은 경영기법의 측면도 강하지만, 이를 조직원들의 행동양식으로 삼는 것도 바람직하다. 또한 조직적으로 배울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배울 수 있다. ‘당신의 경쟁 상대는 어느 나라의 누구입니까’라는 카피로 시작되는 공익광고도 개인 차원의 벤치마킹을 강조하는 것이다.

벤치마킹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벌써 2~3년이 지났고, 아주 훌륭한 개념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 기업들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벤치마킹이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정보’ 네트워크 개념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데 있다. 많은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컴퓨터를 통해 이를 검색, 활용하는 등 ‘정보’ 네트워크를 활용한 방법은 일부 신세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우선 거부감부터 든다. 오히려 ‘정보’ 네트워크보다는 ‘휴먼’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우리의 정서에 더 맞다. 가령 학습조직에 대해 벤치마킹을 한다면, 벤치마킹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학습조직의 권위자를 찾아가 몇 시간 이야기를 듣는 게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벤치마킹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기업들 간의 상충 관계(경쟁 관계)가, 앞서도 상세히 언급했지만 상승 관계(시너지 관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연 2회씩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벤치마킹 위원회’를 열어 모토롤라, IBM, DEC, 제록스, AT&T 같은 초일류기업들이 참가함으로써 경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업종에 걸쳐 벤치마킹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업종간의 특수성을 고집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업종의 일류기업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더욱 강한 국제경쟁력을 키운다는 취지에서 ‘이업종 교류회’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예컨대 ‘NPS(new product system) 연구회’는 한 업종에서 한 회사씩 참가하여 최고의 경영효율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의지를 가꾸는 집단이다. 서로 관련이 없는 다른 업종이지만 품질 향상, 원가 절감, 사이클타임 단축 같은 경영효율을 향상시킨다는 공통된 자세로 ’21세기 최고, 최대’를 목표로 설정하고 상호 노하우의 교류를 통해 개선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처럼 우리를 훨씬 앞서가고 있는 선진 제국에서도 벤치마킹에 많은 힘을 쏟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도 기업이나 그룹 차원의 이해관계에서 과감히 벗어나 국가 차원에서 정보와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시급히 요구된다 하겠다.

이번 제12장에서는 열린 조직의 기업문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자율성과 창조성이 넘쳐흐르고 부문이기주의가 없이 전 조직이 힘을 모아 시너지를 내며 항상 배우고자 노력하는 문화가 바로 열린 문화이다.


제12장 열린 상품과 열린 생산

열린 상품은 열린 경영의 ‘성과물(아웃풋)’이며 열린 생산은 이를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앞서 여러 가지 형태로 조직이 열리고 있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열린 경영에서 이처럼 모든 관련요소들이 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업은 그들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따라서 상품과 서비스 역시 열린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열린 상품의 개념을 창조하고, 상품개발 방식도 열며, 또 이를 만들어가는 생산체제도 열려야 한다.

1.열린 상품

상품이 열렸다는 의미는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가상상품이 등장한다. 가상상품이란 실제적인 상품은 아니지만, 고객의 요구와 기대를 근거로 고객이 구매할 만한 상품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고객이 원하는 즉시 이를 제공하는 형태의 상품이다.

또한 세계화 시대에는 상품 역시 세계를 향해 열어간다. 세계화된 상품이란 단순히 많이 팔리기만 해서는 안 되며, 상품이 팔리는 국가와 지역에도 보탬이 되어야 한다. 일본이 ‘경제동물’로 지탄받는 것은 이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뒤에서 상세히 소개할 ‘글로벌 공생상품’이 세계화된 상품에 해당한다.

한편, 열린 시대의 주요 특성인 정보화와 창조화에 관련된 사업들이 조만간 획기적으로 신장할 것이며, 그 예가 멀티미디어로 대표되는 정보 및 통신 관련 산업과 기업의 창조화 활동을 대행하고 지원해 주는 창조산업이다.

가상상품

그러면 먼저 가상상품부터 살펴보자. 최근 ‘가상(virtual)’이라는 단어로 시작되는 개념들이 새로 등장하고 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상기업(virtual company), 가상조직(virtual organization), 가상상품(virtual product) 등이다. 여기서 ‘가상’이라는 의미는 ‘실제가 아닌 상태이지만 실제와 거의 유사한 것’을 말한다. 가상현실을 통해 실제가 아니지만 컴퓨터로 거의 현실과 유사한 체험을 할 수 있으며, 가상기업이나 가상조직도 실제로는 기업이나 조직이 아니지만 거의 기업이나 조직과 유사하게 운영된다. 가상상품도 이와 마찬가지로 실제적인 상품은 아니지만, 고객의 요구와 기대를 근거로 고객이 구매할 만한 상품에 대한 기본적인 모듈(module)을 미리 만들어 놓고 있다가 고객이 요구를 하면 준비된 모듈을 즉시 결합하여 고객에게 제공하는 형태의 상품이다.

1980년에 토플러가 ‘프로슈머(prosumer)’와 ‘탈대중화’된 생산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실현가능한 미래상이라기보다는 그저 희망사항 정도로 여겼다. 선결 되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1980년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대량생산의 장점과 신속한 시장반응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토요타의 JIT생산방식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프로슈머란, 자신들이 소비하는 상품을 자신들 스스로 만드는 소비자를 말한다. 모든 것을 소비자가 직접 만들어 쓰는 중세 이전의 자가생산체제로 회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객이 요구하고 기대하는 바대로 상품을 만든다는 뜻이다. 가상상품은 이러한 프로슈머의 개념이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가상상품이란 자신들이 원하는 상품을 즉시(사람이나 상품의 성격에 따라 판단되겠지만) 인도받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독일의 고급 자동차는 고객이 원하는 여러 가지 옵션대로 차를 만들어 고객에게 인도하는 데 몇 달이 걸린다. 그러나 토요타의 렉서스는 72시간 안에 만들어져 고객에게 전달된다. 다시 말해 독일의 자동차보다는 토요타의 렉서스가 가상상품의 개념에 좀 더 접근한 것이다.

보다 완벽한 가상상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경영 전 부분에 걸쳐 상당한 수준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1) 상품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과정에 핵심고객군을 참여시킨다. 이러한 방식은 회사의 기본적인 프로세스로 자리 잡아야 하고 정보시스템과 소프트웨어가 지원되면 보다 더 원활히 진행된다.

(2) 기업과 고객이 긴밀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든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기업과 고객 사이에 가로놓여 있던 여러 가지 벽을 허물어야 한다. 특히 고객이 원하거나 기대하는 사항을 항상 파악해야 하므로 기업과 고객 사이에 아주 원활한 의사소통 채널이 구축되어야 한다. 또 시장의 흐름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정교한 정보네트워크가 필요하다.

(3) 모듈결합 중심의 새로운 유연생산체제를 가져간다.

가상상품은 이미 고객이 주문을 하기 전에 고객이 원하거나 기대할 만한 옵션 별로 거의 완성된 모듈들을 미리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고객이 실제로 주문을 하면 이 모듈들을 조합하여 고객들에게 전달한다. 이를 위해서는 뒤에서 소개되는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정도의 새로운 유연생산체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고도의 기술을 갖춘 회사직원뿐만 아니라 협력회사와 판매대리점 그리고 고객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련자들이 종합적인 제휴관계를 구축해야 가능하다.

(4) 가상상품을 지원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이상과 같은 체제는 사람의 손이나 머리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완벽한 정보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최근 정보처리기술의 혁명은 이에 관련된 비용을 크게 절감시켰다.[189] 과거 1밉스(MIPS: 초당 백만 개의 명령을 수행하는 단위)당 백만 달러에 달하던 컴퓨터의 가격이 급격히 떨어져 1992년 초 HP가 발표한 35밉스 성능을 가진 워크스테이션은 5천 달러 정도로 매우 저렴해졌다. 1밉스당 143달러 정도가 든 셈이다. 이제 1밉스당 백 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이와 같은 가상상품이 좀 더 진전되면 협력회사와 고객들도 자연히 회사의 장비, 디자인, 사업비밀 등을 공유하게 되는 정도에까지 이를 것이다.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현대기업과는 달리 무수한 상호관계로 구성된, 경계가 없는 조직(가상조직)으로 될 것이다.

세계로 열린 상품: 글로벌 공생상품

세계화 시대를 맞아 우리 기업들이 이에 적응하는 길은 오로지 상품의 경쟁력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세계 시민이 수용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를 창조해 ‘싸고, 좋고,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노무라총합연구소는 ‘글로벌 공생상품’이라고 부른다.[190] 글로벌 공생상품이란 ‘전 세계의 소비자와 산업계의 이익을 배려한 상품’이다. 다시 말해 무조건 많이만 팔리는 상품이 아니라 그 상품이 현지 국가나 사회와 공생하고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상품이 흔치는 않겠지만, 유사한 예가 미국의 디즈니랜드, 일본의 가라오케, 희망사항이지만 우리나라의 태권도 등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글로벌 공생상품이 아닌 경우부터 살펴보자.

[표 29] 글로벌 공생상품의 요건과 사례[191]

구분 콘셉트 요건 사례
소비자와 공생 혁신적인 새로운 콘셉트 ▷이전에는 없던 신상품
  • 패미콘(가정용 게임기)
  • 카메라렌즈용 필름
기본적인 콘셉트 ▷1차 욕구를 충족시키는 상품

▷기초기능의 추구

  • 벤츠, 볼보(안전)
  • 레고(지능개발)
  • 캠코더(소프트는 고객이 선택)
사회적으로 의의 있는 콘셉트 ▷세계 경향에 기초한  대의명분
  • 복지관련 상품
  • 환경관련 상품
산업계와 공생 새로운 시장 창출성 ▷진출국이 모방, 개량하여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 상품
  • 맥도날드(패스트푸드 영역 창조)
  • 디즈니랜드(테마파크 창조)
관련시장 유발성 진출국에서

▷보완상품시장 유발효과가  큰 상품

▷수출력이 강한 관련시장을 일으킬 수 있는 상품

▷유발효과가 큰 상품

  • 패미콘, 가라오케에 대한  소프트
  • 가라오케(노래방 창조)

(1) 일본이 만드는 자동차, 가전제품, 반도체가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상품의 개발은 구미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구미기업들은 일본의 이러한 약진에 대해 내심 불쾌한 생각을 갖고 있다. 구미기업이 힘들여 상품을 개발하면 일본기업이 경박단소의 개념과 생산성 혁신을 통해 남의 공을 가로챈다는 차원에서, ‘공생’이라는 조건에 위배된다.

(2) 과거에 영국이나 미국이 만든 TV, 라디오, 자동차, 스카치위스키 등은 그들이 정치 및 경제적으로 세계를 주도하던 시대에 상품자체의 독창성, 혁신성과 공생성을 특별히 배려하지 않아도 이른바 국가패권에 의해 자국의 상품을 세계적으로 만들 수 있었으므로 이 역시 글로벌 공생상품이라 할 수 없다.

(3) 또 사전에 상품의 콘셉트 설정 단계에서 세계 시민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상품을 만든 후 각 나라의 특성에 맞도록 상품을 변형시키는 경우도 ‘글로벌’한 상품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글로컬’한 상품의 범주에 속한다.

[표 29]는 글로벌 공생상품의 요건과 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공생상품은 상품과 서비스 그 자체로서 가치, 품질, 가격, 스피드를 충족시켜야 하며 이에 더해 어떠한 차원이라도 진출국 또는 진출국의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창조산업

앞에서 열린 시대에서는 창조성이 중요하며 조직이 창조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또한 창조적인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여러 번 언급했다. 여기서는 관점을 조금 달리하여, 시대가 열리고 창조성이 강조되면 창조 그 자체가 당연히 훌륭한 상품 가치를 지니게 된다는 차원에서 ‘창조산업’에 대해 살펴본다.

우선 우리의 현실은, 지식 활동의 아웃풋에 대해서는 그리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풍토이다. 우리나라에서 컨설팅업이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컨설팅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정형화된 테크닉은 마치 가치가 있는 것처럼 인정하고 대신에 엄청난 지적활동이 필요한 전략에 대한 조언에 대해서는 그 실체가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제대로 대접을 하지 않는다. 최고 수준의 컨설턴트가 전화로 해주는 몇 마디 조언이 ‘아하’가 될 수 있는 데도 가격을 매겨주지 않는다. 지적소유권만 해도 그렇다. 물건을 훔치면 죄가 된다는 도덕심은 그 대상이 지적자산일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역시 창조의 가치를 무시한 관습이다. 그러나 세계가 좀 더 열리게 되면 이러한 창조의 결과물은 엄청난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며 이러한 창조활동을 중심으로 많은 새로운 상품과 산업이 나타나고 번성하게 될 것이다.

창조산업의 유형으로는 다음의 것들이 있다.[192] 창조산업은 조만간 다가올 창조화 시대에는 보다 큰 위력을 발휘하여 국가경쟁력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열린 상품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상상품과 글로벌 공생상품 그리고 창조산업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하겠다.

[표 30] 창조산업[193]

구분 유형 기능
창조 대행업 발명회사 계획생산형으로 창조활동을 대행
상품개발 컨설팅회사 수주형으로 창조활동을 대행
창조 서비스업 인재 은행 창조관련 인재 지원
창업 지원업 기기, 환경을 지원
벤처 캐피털 자금을 지원
아이디어 뱅크 정보와 아이디어를 지원
창조 유통업 지적소유권 컨설팅회사 창조 결과물의 권리화
테크노마트 창조 결과물의 시장

2.열린 연구개발

이 같은 열린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프로세스 역시 열려야 한다. 고객이 만족하는 상품을 만들려면 과거처럼 한두 부서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조직 전체가 벽을 허물고 부문이기주의를 타파하여 프로세스 개념 아래 서로의 힘을 합하고 기능횡단팀과 동기설계 방식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더 나아가 조직 외부의 협력회사와 고객과도 힘을 모으고 궁극적으로는 고객과 회사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가상조직과 가상상품으로까지 발전한다. 특히 최근의 추세는 기업의 핵심역량이라고 생각되는 R&D 기능까지도 외주화시키는 경향도 보인다.

모두가 참여한다

열린 상품을 만들려면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부터 여러 관련 분야의 전문가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까지 동시에 참여한다. 조직 내부는 물론 조직 간에도 기술을 공유하며 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 조직원 모두가 서로 배울 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서로가 서로를 배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열린 조직에서는 조직 외부의 자원까지 R&D에 참여한다. 고객들로 구성된 포커스그룹을 통해 고객들의 목소리와 상품에 대한 제언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또 신제품 출하 전에 필드테스트를 거쳐 고객 시각에서 본 완벽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간다. 또 협력회사 역시 제품개념을 설정할 때부터 R&D에 참여해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불필요한 시행착오와 제품개발 지연 사례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간다. 산학협동도 열린 R&D의 예이다. 이를 통해 기초이론에 대한 상아탑의 연구결과를 경영에 접목시킬 수 있음은 물론 기업과 학계가 함께 발전해 가는 공존공영의 이념도 실천한다.

기능횡단적 R&D

신제품개발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부서간의 부문이기주의이다. 고객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고 각양각색의 다품종생산으로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오늘날, 기술 중심과 원가 절감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조직이 닫혀 있으면 부문 간의 이기주의로 자신들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일이 벌어진다. 영업부서와 기술부서, 생산부서와 기술개발부서간의 벽은 단지 두 부서간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문제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기능횡단팀을 활용해 전사적인 협력 체제를 만들어 간다.

3M은 항상 그렇게 해 왔고 HP도 마찬가지이다. 프리토레이는 1970년대 중반부터 이미 제품개발에 기능횡단팀을 활용하여 제품개발기간을 단축시켰다. 최근 듀폰이나 P&G처럼 지극히 기능중심적이고 수직체계를 지향하던 회사들도 서둘러 과거의 낡은 기능적 장벽을 무너뜨리고 기능횡단팀을 도입함으로써 관료적인 병폐를 제거하는 대대적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동기설계

기능횡단팀이 신제품을 개발할 때 많이 활용하는 수단이 동기설계(同期設計, concurrent engineering) 방식이다. 일본기업의 ‘병렬식 R&D’에서 출발한 동기설계는 구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바이퍼, GM의 임팩트, 포드의 미니밴, 폭스바겐의 골프와 제타 같은 자동차도 동기설계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품원가의 75%는 개념설정 단계에서 이미 결정되며 개발과정에서 비용을 50% 초과하면 전체적으로는 수익이 3.5% 감소하고 또 출시가 6개월 지연되면 수익이 33% 감소한다고 한다. 또 다른 논문은 개발과정을 개선하면 이익이 40~60% 더 올라간다고 주장한다.[194] 동기설계에서는 기술, 생산, 서비스, 마케팅, 판매, 지원 등의 부서는 물론 고객, 협력회사 등 여러 기능적인 작업과 여러 부문의 인력을 동시에 투입하여 설계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프로젝트에 대한 공감대가 쉽게 형성되어 제품개발 사이클타임이 대폭 단축되고 설계원가 역시 큰 폭으로 떨어진다. 특히 고객 참여를 통해 고객이 원하거나 기대하는 사항을 사전에 제품 디자인에 반영할 수 있어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며 특히 제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협의를 거쳐 미리 제거할 수도 있다. 또 대개의 경우 공통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며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와 CAD/CA M(computer aided design/computer aided manufacturing)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동기설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모든 부서가 동시에 참여하고,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하며, 자원을 함께 쓰고, 외부의 관련 당사자(고객, 협력회사)와 협력을 한다.

이러한 동기설계가 국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예가 B777의 개발이다. B777은 350석의 쌍발여객기로 보잉이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일본기업이 참가해 전체 개발비의 약 20%인 천억 엔을 부담하고 있으며 고객인 유나이티드 항공과 전일공(全日空)도 참여해 조언을 하고 있다. 일본 측의 개발회사인 CAESCO(Civil Aircraft Engineering Service Company)는 삼차원 CAD를 통해 보잉과 공동설계를 진행한다. 이 시스템으로 일본측 담당부분인 상세설계 자료가 디지털 통신회선을 타고 보잉의 호스트 컴퓨터에 전달되면 보잉의 자료와 합쳐져 전체의 설계 자료로 관리된다.

R&D의 외주화

최근에는 기업의 핵심역량이라고 생각되던 R&D부문까지도 외주화 추세를 보인다. 일본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싱크탱크의 설립 붐이 일어났다. 일본에서는 오사카가스(大阪ガス)가 설립한 수탁연구개발 대행회사인 KRI, 연구업무를 전문으로 대행하는 사이언스 서비스사, 도레이의 리서치센터, 실험동물의 관리를 대행해 주는 애니멀 캐어사까지 출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R&D의 외주화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사외지출 연구비의 추이가 1980년대는 연 17%씩 증가했으며 1980년에 1,700억 엔이던 것이 1990년에는 6천억 엔, 2000년에는 약 4조 엔의 규모가 될 것으로 노무라총합연구소는 전망한다.[195]

R&D의 외주화를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또 다른 사례를 MCI에서 찾아볼 수 있다. MCI는 미국 전화통신 시장에서 AT&T라는 거대한 골리앗을 때려눕힘으로써 다윗처럼 일약 영웅이 된 회사이다. 먼저 AT&T를 보자. AT&T에서의 R&D는 벨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벨연구소는 1925년에 설립된 이래 70여 년 동안 일곱 명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평균 하루 한 건씩의 특허와 연간 1만 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정보통신, 화학, 물리, 수학, 소재학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196] 현재까지 확보해 둔 특허권은 2만3천 건에 달하며 연구원 숫자는 2만5천명으로 AT&T 전체 직원의 10%에 달한다. 이 중 4천여 명이 박사학위 보유자이다. 또 벨 연구소가 한 해 동안 사용하는 R&D 비용은 2조4천억 원 수준이며, 이 중 10%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순수기초학문연구에 투입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세계 최초, 세계 최고’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20세기 전자 혁명을 몰고 온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비롯해 레이저, 태양건전지, 디지털스위치, 팩시밀리, 통신위성, 디지털 컴퓨터, 장거리 TV전화시설 등을 발명했다.[197]

이렇게 엄청난 AT&T와의 경쟁에서 앞서고 있는 MCI는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가. 그에 대한 해답의 하나는 MCI의 독특한 R&D 방식이다. MCI는 자사 직원이 아닌 9천여 명에 이르는 외부 R&D 기술자와의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있는 수십 개의 회사와 R&D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여 MCI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후발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신기술이라 해도 1년이 채 못 가 낡은 기술로 되어버리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MCI가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혁신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협력회사를 발굴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이 방식이 MCI의 하나의 전략으로 정착되었다. MC에서 R&D를 담당하고 있는 스태프는 12명에 불과하며, 이들은 최첨단 기술을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닌다. 예를 들면 MCI는 AT&T에 앞서서 코닝이 개발한 광섬유를 실용화했다.

우리 회사는 9천 명의 다른 협력회사 기술자가 갖고 있는 지적자산을 이용할 수 있다. 만일 우리 스스로의 개발에 의존한다면 어느 정도의 지적 자산을 얻을 수 있을까? 약 5백 명분 정도일까.

우리는 우리의 사업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 알고 있다. 우리는 어떤 것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여러 기술을 한데 모아들일 수 있는 것, 그것이 우리의 강점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MCI의 운영담당책임자 리브헤이브-

MCI가 단기간 내에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통신회사가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또 MCI는 경쟁사의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따라가기 위해 밤잠을 설치면서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와 같이 열린 상품을 개발하는 열린 연구개발에서는 초기부터 모든 관련자가 함께 참가하며, 기능횡단팀과 동기설계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또한 최근에는 R&D 기능까지 아웃소싱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3.열린 생산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열린 상품을 만들려면 생산방식 또한 열려야 한다. 기존의 대량생산 방식(닫힌 방식)으로는 다양해진 고객의 요구를 맞출 수 없다. 고객지향적인 생산방식(열린 방식)의 효시는 다품종소량생산이 가능한 유연생산방식이나 토요타의 JIT방식[198]을 들 수 있다. 좀 더 발전된 형태가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방식과 초(超)린생산방식이다. 또한 생산기능에 있어서도 범세계 차원의 분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트랜스 플랜트(trans-plant) 방식과 팹리스(fabless) 개발이 그 예이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우선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에 대해 살펴보자. 이는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차원에서 과거 토요타에서 시작된 린생산방식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생산방식으로 최근 미국에서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말하면,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생산방식이라기보다는 생산을 포함하는 경영 전 부분에 적용되는 패러다임으로 보는 게 오히려 적합하며, 특히 생산부문에 있어 가히 혁신적이라 할 수 있는 변화를 몰고 왔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미국이 일본에 비해 뒤졌던 반도체, 자동차 부문에서 1990년대 초에는 경쟁력을 회복하고 심지어 역전의 조짐까지 나타나자 그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밝혀낸 새로운 개념이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미국의 경영컨설팅 회사인 스트래티직 호라이즌사의 대표인 조셉 파인에 의해 제창되었고, 일부 미국기업은 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경쟁력을 대폭적으로 향상시켰다.[199]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이란, 지금까지는 양립될 수 없다고 생각해왔던 ‘대량생산(mass production)’의 개념과 ‘고객화(customization)[200]‘의 개념이 합해진 것이다. 다양한 고객의 소량주문이라도 만들어 팔아야 하는 기업 현 위치는 이런 종류의 새로운 생산양식을 요구한다. 이는, 생산을 중심으로 내부적으로만 열린 조직이 아니라 고객을 중심으로 외부적으로도 열린 생산시스템이다. 질 높고 다양한 상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생산시스템을 갖고 있으므로 이전에는 생각하기 힘든 것도 실행한다. 맥그로우 힐 출판사는 100부 미만 단위의 주문도 받고 있다. 즉 개개의 고객에게 고객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대량생산방식처럼 낮은 원가로 제공하는 것이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의 특징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된다.

(1) 업무 프로세스를 ‘모듈’로 구성되도록 재편한다. 모듈이란, 기능적으로 자율적이며 교체가능하고 다양하게 재배열, 결합시킬 수 있는 ‘업무단위’ 또는 ‘활동단위’를 말한다.

(2) 제품과 서비스를 각각의 개별 고객마다 고객화하기 위해서 최선의 조합과 최선의 순서로 모듈을 통합시킬 수 있는 조직구조를 마련한다. 모듈이 언제, 어떻게 조합되어 어떻게 통합되는지는 각각의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항상 변해간다. 여기에서 관리자는 다이내믹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각 모듈을 순조롭게 연결시켜 나가는 ‘조정자’ 역할을 한다.

이처럼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고객의 요구가 아주 다양하고 그것이 단기적으로 변해 예측 불가능한 것까지를 그 기회로 삼는다. 따라서 성공의 열쇠는 어떤 모듈이 필요하든 그것을 신속하고 싸게 또한 순조롭게 통합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가상상품을 만들 수 있는 주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초(超)린생산방식

최근 토요타가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초린생산방식(post-lean production system)은 기존의 린생산방식에 인간적인 차원을 가미한 한 단계 더 발전된 개념이다. 1990년 이후 거품경제의 붕괴로 기존이 생산성 지상주의인 린생산방식이 점차 힘을 잃게 되자, 토요타는 초린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201]

  • 높은 생산성과 수주 생산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춘다.
  • 임직원의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를 준다.
  • 수익률 저하를 극복한다.
  •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 국제사회에 공헌한다.

이를 위해서 토요타는 생산 라인을 새롭게 설계했다. 일자형 라인을 몇 개로 나누고 각 팀이 자주적으로 관리한다. 이를 통해, 일자형 라인에서 쉽게 생기는 라인스톱의 여파를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어 가동시간이 유연해졌다. 여성노동자와 연장자들에게도 고용 기회를 주어 젊은 남성노동력 부족 현상을 극복한다. 자동화 설비투자에 따른 막대한 자본부담과 감가상각, 작업강도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지나친 기계화와 자동화를 삼가고 작업자의 기능을 활용한다. 또한 팀별로 자주운영을 권장하여 종업원의 만족도도 높여 준다. 이런 점에서 토요타의 초린생산방식은 포드주의 생산방식을 극복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후기포드주의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트랜스 플랜트와 팹리스 개발

트랜스 플랜트(trans-plant) 방식과 팹리스(fabless) 개발은 생산기능을 세계적으로 분업하는, 열린 R&D 또는 생산 유형이다.

트랜스 플랜트는 우리 기업들도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먼저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다가 인건비나 원자재 상승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생산 시스템과 노하우를 해외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반면 팹리스 개발은 처음부터 우리는 제품 개발만 담당을 하고 생산은 해외에서 하는 방식이다. 팹리스는 패블리케이션리스(fabrication-less)의 약자로 ‘생산이 없다’ 라는 뜻이므로 ‘팹리스 개발’은 글자 그대로 ‘생산이 없는 개발’을 의미한다.

예컨대 미국의 반도체기업인 시러스 로직사의 경우를 보자. 이 회사의 개발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설계부문이 반도체를 디자인한다.

(2) 제조부문은 생산회사로부터 생산설비와 생산비용 등 생산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다.

(3) 생산회사를 선정한다.

(4) 생산기술부문은 설계 디자인대로 제품이 생산될 수 있도록 생산회사의 생산설비에 맞게 생산공정을 설계한다. 이 공정을 테스트한다.

(5) 생산회사는 생산에 착수한다.

또한 미국의 리복이나 나이키가 신발을 만들 때 자국에서는 디자인과 판매를 담당하고 제품생산은 동남아를 포함한 후진국 기업들에게 맡기는 방식도 팹리스 개발에 해당한다.

이처럼 트랜스 플랜트 또는 팹리스 개발 방식은, 부가가치가 높은 것은 자국에서 실행하되 부가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인 기능은 외국기업에게 아웃소싱을 함으로써 철저히 가격경쟁력을 높여가는 방식이다.

이상의 제12장에서는 열린 경영의 결과물인 열린 상품에 대해 살펴보았다. 열린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정과 생산과정 역시 열려야 한다.


제13장 사회를 향해 열린 경영

열린 경영의 실천영역 중 마지막 여덟 번째에 해당하는 ‘사회를 향해 열린 경영에 대해 살펴보자. 기업의 사회에 대한 책임은 열린 조직의 ‘또 다른 목표’이다. 많은 기업들이 추구하는 초일류란, 인류사회에 공헌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업이며, 단지 규모가 ‘큰’ 회사가 아니라 ‘존경받는’ 회사를 말한다. 또 초일류기업은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실천한다. 윤리적인 기업이란 다름 아닌 책임을 지는 기업을 말한다. 초일류기업은 사회에 대한 책임, 종업원에 대한 책임, 고객에 대한 책임, 자연환경에 대한 책임을 진다.

1.윤리적인 기업

여기서 윤리적인 기업이라 함은 윤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아니라 윤리적인 측면과 이익 측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기업이다.

윤리는 초일류의 조건

우선 기업에서 윤리적인 측면이 왜 강조되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자본주의체제에서 기업의 첫 번째 목적은 이윤추구에 있다. 도덕성과 사회공익 질서 아래서 최대의 이윤을 내어, 일부는 고객과 조직원에게 돌려주고 또 일부는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미래투자를 해가야 하며, 한편 여기서 남는 부분은 사회로 환원시킨다. 경제학자이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리드먼 교수는, 기업이란 단 하나의 책임, 즉 경제적 성과만 올리면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드러커 교수는 이를 강하게 비판한다.[202]

기업의 제1차적 책임은 경제적 성과이다. 최소한 자본비용을 보상할 수 있는 수준의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사회적으로 무책임한 기업이며 사회의 자원을 낭비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경제적 성과가 기업의 유일한 책임은 아니다. 조직은 지역사회와 일반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을 진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서구자본주의가 탄생하고 발전한 이유를 ‘청교도 윤리’에서 찾았다.[203] 자본주의의 기반을 형성한 청교도 윤리는 부를 창출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뿐만 아니라 종교적, 윤리적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설교한다. 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단순하게 개인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을 지는 행위라는 것이다.

특히 국가경제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기업은, 사회 속의 기업으로서 사회와 더불어 사는 기업상을 구현해야 한다. 사회에 도움을 주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은 선도기업으로서의 책임이다. 소비자를 솔선해서 보호하고, 환경을 보전하고, 상대적인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등 사회에 희망과 꿈을 주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이상문 교수 역시 다음과 같이 인간존중의 경영과 기업의 윤리성을 강조한다.[204]

인간존중의 기업문화와 기업윤리는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해 경영자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이다. 그리고 이런 기업윤리는 종업원에 대한 평등주의(egalitarianism) 원칙과 공정성(fairness), 종업원과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의식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국제적 무역협정이나 환경기준을 준수함으로써 경쟁국과 공정한 무역거래를 통하여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윤리관이 확립되고 이것을 기초로 하여 기업 활동이 이루어질 때만 가능하다.

초일류기업이 종업원과 사회에 대해 져야 할 책임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종업원의 안전과 법적 전리를 지켜줄 책임
  • 소비자 보호와 그들에 대한 책임의식
  • 공정한 경쟁과 시장 활동에 대한 책임
  • 생태 환경보호에 대한 책임

과연 우리 기업들에게 이런 기업윤리가 있는가를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자본주의가 고도화되고 성숙해지면서 쌓여 가고 있는 부를 어떤 가치관 아래서 어떤 사회적 윤리적인 의미로 인식하여야 할지, 또 깊어만 가는 천민자본주의 증후군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열린 마음으로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윤리기업의 다섯 단계

기업은 윤리도를 기준으로 하여 다섯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205] 물론 이 중 다섯 번째가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다.

(1) 비윤리적인 기업

비윤리적인 기업은 회사의 경비절감을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하며 종업원을 단순히 경제적인 생산도구로 생각한다. 이 단계의 기업은 대개 사회적인 윤리나 법을 어겨 물의를 일으킨다. 예컨대 FRS(Film Recovery Systems)사는 독극물을 사용해 낡은 엑스레이 필름에서 은을 추출하는 회사인데, 약물중독으로 근로자 한 명이 사망한 후 1983년에 폐쇄되었다. 도시바는 1987년 구소련에 잠수함 프로펠러용 공작기계를 불법으로 수출하여, 공산국가에 군사기술을 수출하지 않기로 한 국제협약을 위반했다는 지탄을 받았다.

(2) 준법기업

준법기업은 법률조항을 자구대로 해석하고 지키는 회사이다. 단 그 법률안에 흐르는 입법정신은 고려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일반 기업이 이 단계에 해당한다.

(3) 대응기업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윤리적인 경영을 시작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그 근저에 깔려 있는 것은 기업윤리가 옳은 것이라는 생각이라기보다는 윤리적으로 경영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임시방편적인 생각이다.

1980년에 약물중독에 대한 미국정부의 보고서가 발표되자 P&G는 자기 회사의 탐폰에 해당 약품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별도의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P&G는 탐폰 판매를 중지하고 미사용 제품을 전부 시장에서 회수했으며 약물관련 홍보 캠페인의 자금을 부담했다. 이러한 대응기업들은 윤리적인 의사결정이 단기적으로는 비용손실이 따르지만 장기적으로 회사이익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4) 준윤리기업

준윤리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명확히 알고 있으며 이를 경영 전 부문에 있어 철저히 스며들도록 한다. 존슨 앤 존슨(J&J)이 대표적인 회사로 ‘기업 신조’에 회사의 윤리적인 관점을 명확히 해놓았으며, 이른바 ‘타이레놀 사건’ 때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 어떤 범죄자가 J&J가 만든 해열제인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주입하고 협박을 한 사건이 있었는데, J&J는 이 사건이 해결된 후에 모든 타이레놀을 회수해 폐기처분한 사례도 있다.

(5) 윤리기업

윤리기업은 회사의 이익 측면과 윤리 측면의 균형을 맞추고 기업윤리를 실천에 옮긴다. 현재 이 수준까지 와 있는 기업은 아직 없지만 열린 시대를 맞아 조만간 사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대부분의 기업들이 1단계(비윤리적인 기업)와 2단계(준법기업)에 머물러 있으며 3단계(대응기업)와 4단계(준기업기업)가 예외로 취급될 정도로 기업의 윤리의식이 문제로 되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 기업의 윤리의식이 호전되지 않는 것은 왜일까.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206]

(1) 기업 경영이 비민주적으로 이루어진다.

중앙집권적, 수직적, 톱다운 식의 경영에서는 종업원들은 경영핵심에서 소외되고 무시되기 쉬우며, 윤리적인 문제나 사회적 책임에 둔감해진다.

(2)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다.

경영자가 소유주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자신의 목표에 의한 경영을 함으로써 잠재적으로 비윤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3) 기업 내부에 윤리적인 활동을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이 결여되어 있거나, 있어도 비효과적이다.

(4) 비효율적인 보상제도

실적 위주의 경쟁을 유발하여 종업원들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부추긴다.

최근 기업의 윤리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유럽에서는1987년에 기업과 학계 인사 75명이 주축이 되어 ‘유럽 사업윤리 네트워크(EBEN: European Business Ethics Network)’를 만들어 기업의 윤리에 대해 연구와 정보교환을 하고 있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업에서의 윤리문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중요시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단기 방편으로서 또는 대외적인 홍보 차원에서 윤리문제에 대응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에서 윤리문제가 호전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어 원천적인 치유를 해가야 한다.

2.기업의 사회적 활동

그러면 기업이 사회시민의 일원으로서 사회적인 봉사활동을 하는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기업들의 TQM 추진에 잣대가 되고 있는 볼드리지상의 평가기준에서도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이를 직접 실천에 옮긴다.

볼드리지상에서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앞서 소개한 미국의 볼드리지상에서도 리더십 점수 95점 중 25점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할애할 정도로 이 요소를 중시한다. 여기서 평가하는 핵심사항은 ‘회사의 사회적 책임과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이며 평가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사회적인 책임을 진다.

  • 위험, 규제, 기타 법적 요건을 충족시킨다. 또 법이나 규제의 해당여부와 상관없이 위험이나 사회적 역기능에 관련된 기업윤리, 환경, 안전에 관련되는 사항은 물론 종업원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서도 책임을 진다.
  • 사회적 책임을 회사의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실천한다.
  •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간다.

(2) 사회적인 관심사항을 미리 예측하고 자기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 또는 경영활동으로 인한 사회적 영향을 평가한다. 또 그 평가결과를 회사의 계획수립에 반영한다. 관련 프로세스도 개선한다.

(3) 회사가 속한 지역사회에서 기업시민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한다.

  • 사회활동에 다양하고 폭넓게 참여한다.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 교육, 보건, 환경 또는 관련단체의 제도를 강화한다.
  • 질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관련정보를 지역사회와 공유한다.
  • 기업시민으로서의 리더십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 모든 경영활동에 있어 법적, 윤리적인 행동을 촉진시킨다.

(4) 법률, 규제, 계약 등으로 인한 제재조치에 사전 대응한다.

다양한 사회활동

그러면 볼드리지상을 받은 기업들의 활동을 살펴보자. 먼저 AT&T의 트랜스미션 시스템사업부는 질 위주 경영의 일환으로 폐기물 감소를 방침으로 정하고 다음과 같은 과제를 실천에 옮겼다.

  • 1994년까지 오존을 파괴하는 프레온가스의 사용을 중지한다.
  • 1995년까지 전체 유독 배기물의 95%를 감소시킨다.
  • 1994년까지 생산 폐기물의 25%를 감소시킨다.
  • 1994년까지 사용하는 모든 종이의 35%를 재생한다.
  • 1994년까지 종이 사용을 15% 감소시킨다.

이 같은 노력을 높이 평가해 부시 대통령은 1991년 AT&T에 ‘대통령 환경보존상’을 수여했다.

또 AT&T의 유니버설 카드부문은 회사가 위치한 플로리다주의 잭슨빌의 문화행사를 지원을 하기 위해 ‘유니버설 예술제’를 만들었고, ‘사회봉사에 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1991년 한 해 동안 229명의 종업원이 11개 기관에서 사회봉사활동을 전개했으며, ‘미래의 교육자’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의 교육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다.

제록스는 1987년부터 매월 하루를 ‘질 경영의 날’로 정하고 고객, 협력회사, 학자와 정부기관의 관계자들을 초빙해서 제록스의 질 위주 경영 활동이 진행되는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으며, 1년에 한 번씩 ‘팀워크의 날’을 정해 전 세계의 개선팀들이 모여 질 위주 경영에 대한 경험을 교환하는데 여기에도 외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한다. 또 IBM, 밀리켄, 모토롤라는 사내의 ‘질 경영 대학’의 교육과정을 대학 교수들과 공유한다.

이러한 선진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다음과 같은 착안사항을 얻을 수 있다.

(1) 말뿐이 아닌 실제 도움을 준다.

종업원들이 업무시간 중에도 외부의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회의 장소나 필요한 경비를 지원한다. 제록스는 지역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종업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준다.

(2)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회사의 경영방침에 포함시킨다.

또 관련된 자원을 배분하고 목표 달성과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상세한 실천 목표를 세운다.

(3)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부로 기업윤리를 강조한다.

지역사회와의 의사전달의 정직성, 고객과 협력회사와의 관계, 광고, 개개인의 이해와 갈등, 환경보존에 대한 기여, 종업원에 대한 대우 등에 대한 문제에 적절히 대응한다.

(4) 사회봉사활동을 홍보한다.

사회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종업원의 수, 소요 시간, 소요 경비 등을 사회에 홍보한다.

세계화기업의 현지 봉사활동

이러한 사회봉사활동은 국내 차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일본이 수출에 관한 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세계 도처에서 빈번한 무역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진출국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자기 이익과 실리만을 챙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앞서 가는 일본기업들을 현지봉사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후지은행의 사례를 보자. 후지은행은 특히 뉴욕지역에서 활발한 봉사활동을 전개한다.

(1) 홈스테딩

맨해튼 변두리의 낡은 빌딩을 임대하여 집 없는 사람들에게 시가의 1/3로 제공한다.

(2) 위 캔(We Can)

사무실 자판기 옆에 빈 깡통을 담는 상자를 설치하여, 집 없는 사람들이 이를 수거, 재활용토록 한다.

(3) 주니어 어치브먼트(Junior Achievement)

종업원들이 주 1회 2시간씩 4주에 걸쳐 지역 중학교에서 교육을 하고, 학생들을 은행에 초청하여 견학시킨다.

또 후지은행은 이와 같은 봉사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소요재원도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며, 근무시간 중의 봉사활동도 장려한다.

이러한 자원봉사활동에는 추종형과 제안형이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추종형보다는 제안형이 바람직하다.

[표 31] 추종형 봉사활동과 제안형 봉사활동[207]

추종형 자원봉사활동 제안형 자원봉사활동
여러 방향(분산) 한 방향(집중)
일방적 쌍방적
개념적 행동적

또한 봉사활동의 내용에 있어서도 모든 것을 금전적으로 해결하는 자세보다는 종업원들이 직접 몸으로 부닥쳐 땀을 흘리는 방식이 진출국의 국민들로부터 더 큰 호응을 받는다. 얼마 전 일본 고베 대지진이 일어난 후 국내 유수그룹의 독신자파견사원 수십 명이 피해복구에 자원봉사에 나선 것은 하나의 예이다.

이상의 제1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제 기업의 사회봉사활동도 이론이나 구호의 차원을 넘어 기업이 당연히 실천해 가야 할 정규업무의 일부로 정착되고 있으며, 이에 동참하지 않고서는 일류기업이라는 명함을 내밀 수 없는 수준까지 진전되었다.


제14장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마지막 단원이다. 제1장 세상이 열리는 모습으로부터 시작해, 열림의 정의와 실체, 진정으로 열린 모습, 다양한 분야에서 열리고 있는 현상, 열림이 필요한 이유, 경영 차원에서 열림을 실천하는 방안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론과 사례 그리고 대안들이 제시되었다. 그러면 다 된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인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상이 모두 열리고 경영도 모두 열리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내가 아닌 남의 일이라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존재가치는 무엇인가.

열린 경영의 출발은 나부터

경영을 열어 가는 과정도 ‘변화’의 일종이다. 경영혁신을 하고, 리스트럭처링을 하고, BPR을 하고, 학습조직을 구축하고, 벤치마킹을 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또 경영기법이나 노하우 차원이 아닌 경영의 패러다임부터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하는 대장정(大長征)이다. 그러면 이러한 열린 경영의 출발점은 어디인가. 나부터 열어야 한다.

많은 기업의 경우를 보면 변화에 착수할 때 먼저 회사 차원의 변화를 시도한다. 변화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 전담 조직을 만들고,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발진대회를 하고, 홍보 책자를 만들고 하는 패턴이 거의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이렇게 해 봐야 조직은 쉽게 바뀌지 않고 대개의 경우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개개인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예외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으로부터 출발하는 변화가 가장 성공의 확률이 높다. 이와 마찬가지로 열린 경영도 나부터 시작한다.

우선 마음을 비우자

열린 경영에 도전하려면 우선 마음을 비워야 한다. 무엇을 취할 것인가에 앞서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머리에 든 게 많은 사람일수록 변하기가 힘들다는 말은 논리에 맞지 않다. 진정 머릿속에 든 게 많은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것만 머릿속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우리말에 ‘지행용훈평(知行用訓評)’이라는 좋은 말이 있다. 안다는 차원도 다섯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머리로 알고, 행할 줄 알고, 사람을 쓸 줄 알고, 가르칠 줄 알고, 평가할 줄 알아야 제대로 아는 것이다. 그러나 겉똑똑이들은 머릿속에 넣는 것만으로 벌써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한다.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내가 담배를 끊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인데도 이런 단순한 것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머리만 똑똑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봐야 소귀에 경 읽기다. 이렇게 변하기가 힘든 이유는 스스로 자만심에 빠져 마음을 비우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을 연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마음을 비운다는 것과 통한다. 마음을 연다는 것은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남에게 주거나 또는 남으로부터 무언가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며, 따라서 이를 담을 수 있는 빈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르윈은 성공적인 변화 과정으로 ‘녹이는 단계(解氷: unfreezing), 바꾸는 단계(變化: moving), 다시 얼리는 단계(再結氷: refreezing)’라는 세 단계 모델을 제시한다.[208] 변화와 관련된 사례연구를 해보면 이 중 첫 번째의 해빙을 제대로 하지 않아 변화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의 경우는 ‘빨리 빨리’라는 조급성으로 인해, 제대로 녹이지도 않고 바꾸려고만 하다 보니 단기적으로는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경과하면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온다. 마치 풍선을 누르면 들어가지만 손가락을 떼면 다시 원상회복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를 사람에게 적용하면 해빙 단계가 바로 마음을 비우는 단계이다. 마음을 비울수록 얻는 것이 많다.

로버트 피어시는 남부 인도에서 원숭이를 산 채로 잡는 방법을 재미있게 설명한다.[209] 먼저 원숭이를 잡기 위해서는 껍질이 딱딱한 코코넛의 속을 파서 공간을 만들고 겉에 원숭이 손이 겨우 들어 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을 낸 후 그 속에 쌀을 집어넣고 끈으로 말뚝에 메어놓는다. 이 코코넛을 발견한 원숭이는 코코넛을 살펴보다가 구멍 속으로 손을 넣어 쌀을 한 움큼 집는다. 그때 사람이 다가 오면 원숭이는 손을 빼고 달아나려고 하지만 쌀을 잔뜩 쥔 손을 구멍 밖으로 빼지를 못한다. 원숭이는 쌀을 버리고 빈손을 빼면 충분히 도망갈 수 있는데도 손에 있는 쌀을 포기하지 못해 생포된다. 이렇게 버릴 줄 알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는 데도 눈앞의 실리에 어두워 실패를 경험하는 사례는 인간사에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비슷한 농담으로 타잔의 밧줄 타기 이야기도 있다. 타잔이 밧줄을 타는 방법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뛰어난 타잔은 한 밧줄에서 다른 밧줄로 이동을 할 때 먼저 밧줄을 놓고 허공을 날아간 뒤 다른 밧줄을 잡는다. 보통 타잔은 다음 밧줄을 잡은 후에야 처음 밧줄을 놓는다. 그러나 초보적인 타잔은 떨어질까 봐 처음 밧줄을 놓지 못해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지 못한다고 한다. 과감히 버릴 줄 아는 타잔이 보나 큰 성과를 얻는다.

일본의 澤庵도사 이야기도 있다.[210] 한때 최고의 선승(禪僧)인 澤庵도사의 이름이 일본에 널리 퍼지자 동경제국대학 철학과 교수가 도사를 시험해보기 위해 암자를 찾아가 면담 요청을 했다. 몇 번의 실패를 거친 후 교수는 도사를 만나게 되었는데 도사는 아무 소리 없이 찻잔에 차만 계속 부었다. 차가 넘쳐흘러 교수가 만류하자, 도사는 “당신은 마치 차가 넘쳐흐르는 찻잔과 같아서 내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보았자 당신 머릿속에는 내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라고 하며 하산을 권유했다는 우스갯소리다. 콜라가 담긴 컵에 우유를 담으려면 콜라를 버리고 우유를 담아야 한다. 그러나 콜라 위에 우유를 부어 콜라와 우유의 혼합물을 만드는 사례를 우리는 주위에서도 흔히 본다.

마음을 열어 제대로 이점을 취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먼저 버릴 줄을 알아야 한다. 해빙을 해야 하고, 쌀을 버려야 하고, 밧줄을 놓아야 하고, 찻잔을 비워야 한다.

나의 현실, 위기의식, 과거 반성

마음을 비웠다면 다음으로는 겸허한 반성이 필요하다. 나의 현실을 알고 바람직한 모습을 그린 후에 그 격차를 구하면 여기서 자동적으로 의욕이 샘솟는다.

내부로만 향해 있는 나의 시각을 외부로 돌려 세계가, 선진국이, 사회가, 고객이, 경쟁사가 변하고 앞서가는 모습을 먼저 자각해야 한다. 여기에 나의 현 위치를 투영시켜 봄으로써 우리의 현실과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 간에 놓여있는 격차를 구할 수 있다.

또 이러한 격차가 나오게 된 원인을 찾기 위해 과거를 겸허하게 반성한다. 꾸중이나 벌이 두려워 닫힌 마음으로 과거를 돌아본다면 제대로 된 반성이 이루어질 수 없다. 반성의 목적은 누구를 꾸짖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미래의 방향을 찾고 더 잘해 보자는 것이므로 열긴 마음으로 솔직히 반성한다. 그러면 여기서 건전한 위기의식이 나온다. 건전한 위기의식 역시 마음의 문을 열어야 가능하다. 마음의 문을 닫게 되면 건전한 위기의식 대신에 두려움 같은 공포의식이 나올 뿐이다.

빈 공간을 자신감으로 채운다

나의 현실을 알고, 과거를 반성한 후 건전한 위기의식을 갖추었다면 다음으로는 그릇을 키워야 한다. 일본을 여러 차례 다녀온 우리의 어느 일류기업 경영자는 5년에 걸쳐 NEC라는 회사를 4번 방문한 경험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처음에 방문했을 때는 우리나 NEC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방문해서는 뭔가 다른 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가보니 우리와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마 전 네 번째 방문하고 나니 우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NEC를 따라가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5년 동안 NEC의 질이 그렇게 높아졌다는 것인가. 물론 5년간 착실히 성장을 했지만 그렇게 놀랄 정도는 아니다. 해답은 NEC가 성장한 게 아니라 그 경영자의 그릇이 커진 것이다. 처음에는 자만에 빠져 상대방의 실체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자만심을 버리고 겸허한 자세로 다시 보니 실체가 제대로 보이더라는 이야기이다. 그릇의 크기는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아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자만심을 버린 공간에 대신 채워야 할 것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매사에 통이 크다. 자신감은 무엇보다도 성공체험에서 나온다. 성공을 체험한 사람은 일이 진행되어 갈 프로세스가 머리에 선하게 들어오기 때문에 소심하게 주저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성공을 체험토록 하기 위해서는 믿고 맡겨야 한다. 사람들은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을 받으면 여기서 주인의식이 생겨나고 성공의 확률도 높아진다.

지금부터, 쉬운 것부터

그러면 나는 무엇부터 어떻게 열어야 하나. 조직에 속해 있는 개인이 변하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다음 두 가지이다.

  • 변화를 시도하다가 실패를 했을 경우를 두려워한다.
  • 성공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다.

이러한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길러주는 가장 좋은 방안이 ‘성공체험’이다. 변화를 시도해서 성공을 해 본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개개인이 이러한 성공체험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쉽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변화의 대상으로 물색한다. ‘내일 점심부터는 의사소통 활성화와 휴먼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미리 순서를 정해서 내 업무와 관련된 사람들과 돌아가면서 식사를 하겠다’라는 정도의 일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욕심이 넘쳐 처음부터 거창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계획을 세우면 용두사미로 끝나기 쉽다. 그러면 성공의 경험 대신 실패의 경험을 축적하게 되고 다음에 더 작은 시도를 할 때도 괜히 두려움이 맞서게 된다. 그러나 아주 작은 것이라도 일단 실천을 해서 성공 체험을 축적하면 다음에는 좀 더, 좀 더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대형과제를 앞에 두고도 자신감을 불태울 수 있다. 좀 잘못된 비유지만 바늘 도둑이 소 도둑으로 되는 것이지 소도둑이 바늘 도둑으로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열림은 나부터, 지금부터, 쉬운 것부터 시작한다.

개화의 주인

세상이 열리고, 사회가 열리고, 조직이 열리고 있다. 공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열리고 있다. 동시에 무한경쟁의 시대가 왔다. 모든 기회가 열려 있으며 모두가 경쟁자로서 승리를 다투는 세상이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인으로서 나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조선 말 개국 당시 개화사상가 유길준은 「서유견문(西遊見聞)」에서 개화에 대응하는 사람의 유형을 여섯 가지로 나누었다.

(1) 개화의 주인

개화를 힘써 연구하고 앞장서 실천하는 사람

(2) 개화의 손님

개화를 관념적으로 이야기하되 행동은 별개로 하는 사람

(3) 개화의 노예

개화의 물결에 끌려가되 내심으로는 개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

(4) 개화의 죄인

개화가 지나친 자로서 외국의 것은 다 좋고 자기 것은 다 나쁜 것으로 보는 사람

(5) 개화의 원수

개화의 죄인과는 반대로 개화를 비난하는 보수적인 사람

(6) 개화의 병신

개화의 허풍에 취하여 외국말이나 하고 외국 물품이나 들고 다니며 뽐내는 사람

‘위기(危機)’라는 한자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가 합쳐진 말이다. 열린 시대는 나에게 넘기 힘든 도전인 동시에,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나에게 위험이 될지 또는 기회가 될지 여부는 다름 아닌 나의 손에 달려 있다.

손가락 세 개의 방향은

마지막으로 열린 경영에 있어 또는 조직을 열어 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내 탓’ 사고이다. 원인과 핑계를 ‘남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서 먼저 찾는다. 많은 사람들은 무슨 문제가 생기면 우선 그 원인을 외부 여건이나 환경 탓으로 둘러댄다. 또 그 원인이 제거되면 손가락을 내부의 다른 부분으로 돌려버린다. 끝까지 자신에게는 손가락을 돌리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남을 비난할 때 손가락질을 한다. 그때 검지 하나는 비난하는 대상을 향해 있다. 그러나 나머지 네 개의 손가락은 어디를 향하는가. 엄지 하나는 중립을 지키지만 남은 손가락 세 개는 자기 자신을 향한다. 우리는 남에게 문제를 전가하기 전에 스스로 세 번을 자문해보아야 한다. ‘내 탓은 아닌가? 내 탓은 아닌가? 내 탓은 아닌가?’


후기: 열림을 꿈꾸며

당초 이 책은 작년 말 몇 장의 보고서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우리 두 사람은 ‘변화관리’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최근 환경변화의 대세를 읽을 수 있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고민하던 차에 어느 선각자로부터 ‘열림’이라는 화두를 받았다. ‘아하’ 학습이 일어났다. 주위의 몇몇 사람들은 별 시답지 않은 평을 했으나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혼돈이 스쳐 지나갔다. 며칠간의 토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아주 건방진 허세까지 더해졌다. 우리가 이제껏 다루어왔던 여러 가지 주체들 모두가 남이 만든 것을 각색한 것이라면, ‘열림’이라는 주제는 아직 다른 사람이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주제라는 생각에 ‘창조의 가능성’이라는 덧없는 욕심이 생긴 것이다. 문헌조사를 해 보니 한두 편의 논문이 있었고 그 외에 다른 주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공기처럼 누구나 그 속에 젖어 있지만 평소에는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미개척지였다.

일단 한 달 여에 걸쳐 몇 장의 보고서를 만들어 주위에 돌렸다. 많은 사람들의 독려가 있었다. 주제의 참신성과 범용성에 있어 한 번 책까지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제안도 있었다. 외부의 몇몇 지인들의 칭찬도 뒤따랐지만,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허용되지 않았다. 시간을 맞춰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우리 앞에 놓여 있어 허용된 시간은 채 두 달이 못되었다.

고민을 했고, 그 결과 책을 내피로 결정했다. 우리 두 사람의 힘만으로 새로운 분야에 대해 모든 것은 연구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므로 일단 문제제기만이라도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만일 가치가 있다면 다른 누군가가 이를 받아 연구의 심도를 더해 줄 것이고, 우리는 다시 피드백을 받아 연구의욕을 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신의 발로였다. 결국 밤을 지새웠고 두 달 만에 초고가 나왔다.

다시 읽어 보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전반부에서 우리의 창작이 일부 엿보일 뿐 나머지는 모두 앞서긴 사람들의 책을 짜깁기해 놓은 것이라는 인상이 지워지지 않는다. 또 실체에 대한 논리도 엉성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우리는 열린 경영이라는 주제를 연구하는 당사자로서 마음을 과감히 열어 우리의 무식함을 폭로하기로 했다. 따라서 많은 부분에 있어 잘못된 견해와 시각, 부족한 논리는 전적으로 우리의 책임임을 여기에 밝혀둔다.

혹시 열린 경영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 연구자를 위해 우리가 못다 다룬 분야를 간단히 정리해 본다. 이 역시 우리에게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면 추가로 심취하고픈 줄거리들이다.

[향후 연구 과제]

(1) 열린 경영 추진방안

ㅇ 열린 경영의 구체적 실천 방향과 과제

  • 열린 경영 추진과제의 구체화
  • 열린 경영의 체계적 실천 방안

ㅇ 열린 경영 실천과 변화 관리

  • 열린 경영으로 인한 조직의 혼란 통제
  • 열린 경영으로 인한 조직원들의 변화에 대한 갈등과 저항 관리

(2) 열린 경영 사례와 분석

ㅇ 열린 경영의 성공 사례와 분석

  • 열린 경영을 실행한 선진기업의 성공 사례
  • 열린 경영의 핵심 성공요인 분석

ㅇ 열린 경영의 계량적 접근과 분석

  • 열린 경영 지표의 개발과 측정
  • 열린 경영의 비용/효과 분석

(3) 열린 경영의 이론적 연구

ㅇ 열림에 관한 논리와 개념 연구

ㅇ 열린 경영의 경영학적 자리 매김

끝으로, 미소와 무언의 독려로 연구자의 자세를 일깨워 주신 임동승 사장님, 오랜 기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김형동 이사님, 열림에 대한 화두를 주신 고인수 이사님, 저술에만 전념토록 도와주신 전상국 이사님과 정영화 대리, 출판의 가능성을 확신시켜 주신 김진철 실장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하나의 매듭을 짓는 것은 기쁜 일이다. 이제 그 하나를 끝내고 마지막 말을 하고 싶다. 이런 저런 일 때문에 항상 늦게 들어오고 항상 일찍 나가는, 그래서 하숙생 같은 남편을 ‘말없이’ 참아준 은정과 요즘 말을 배우느라 ‘말이 많은’ 현후와 기쁨을 나누고 싶다. (장승권)

저녁마다 휴일마다 노트북 PC와 한 보따리의 책을 싸들고 와 편안한 눈길 한 번 주지 않아도 몇 달이라는 기간을 참아준 처와 서영이 그리고 영기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 저녁은 함께 모여 라이온킹이나 보아야겠다. (윤순봉)

  1. 3. 31.

윤순봉, 장승권


[1]. Gibbs, M., & Smith, R. J. (1994). Navigating the Internet. Sams. (RICHARD J. SMITH (1994). 「인터넷의 모든 것」. 조원희 譯. 인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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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앞의 책.

[7]. Haas, Robert D. (1990). The Corporation without boundaries. From an address to the Commonwealth Club. (로버트 하스는 리바이스 청바지를 만드는 세계적인 의류회사인 리바이 스트라우스사의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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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Lash, S., & Urry, J. (1987). The End of Organized Capitalism. University of Wisconsin Press.

[16]. 앞의 책.

[17]. 이원복 (1993). 「현대문명진단」. 조선일보사.

[18]. Toffler, A. (1990). Power shift. Bantam Books. (앨빈 토플러 (1990). 「권력이동」. 이규행 監譯. 한국경제신문사).

[19]. Davidow, W. H., & Malone, M. S. (1992). The virtual corporation. . Harper Collins. (윌리엄 데비도우 (1994). 「가상기업」. 강자모 譯. 세종서적).

[20]. 박태견 (1994). 「세계를 움직이는 127개 파워」. 길벗.

[21]. Davidow, W. H., & Malone, M. S. (1992). The virtual corporation. Harper Collins. (윌리엄 데비도우 (1994). 「가상기업」. 강자모 譯. 세종서적).

[22]. 이원복 (1993). 「현대문명진단」. 조선일보사.

[23]. Toffler, A. (1990). Power shift. Bantam Books. (앨빈 토플러 (1990). 「권력이동」. 이규행 監譯. 한국경제신문사).

[24]. Drucker, Peter F. (1993). Post-Capitalist Society. Harper Collins. (피터 드러커 (1993).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이재규 譯. 한국경제신문사).

[25]. Stewart, Thomas A. (1991. 6. 3). Brainpower. Fortune.

[26]. 野村總合硏究所 總合硏究本部. (1990). 「創造の戰略」. (노무라총합연구소 총합연구본부 편 (1990). 「창조의 전략: 창조화 시대의 매니지먼트의 노하우」. 유열경 譯. 범문사).

[27]. Toffler, A., & Toffler, H. (1993). War and Anti-War. Little Brown & Co. (엘빈 토플러 (1994). 「전쟁과 반전쟁」. 한국경제신문사).

[28]. Fortune (1992. 2. 12).

[29]. New York Times (1991. 7. 22).

[30]. Gore, S. Al (1992). Earth in the Balance. Houghton Mifflin Co. (앨 고어 (1993). 「위기의 지구」. 이창주 譯. 삶과 꿈.)

[31]. Toffler, A., & Toffler, H. (1993). War and Anti-War. Little Brown & Co. (앨빈 토플러 (1994). 「전쟁과 반전쟁」. 이규행 監譯. 한국경제신문사).

[32] 박태견 (1993). 「초국가 시대로의 초대」. 풀빛.

[33]. Harvey, D. (1989). The Condition of Postmodernity. Basil Blackwell. (데이비드 하비 (1994).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 구동희, 박영민 譯. 한울).

[34]. 조선일보 (1995. 2. 14).

[35]. Gleick, J. (1987). Chaos: Making a New Science. Viking Adult. (제임스 글릭 (1993). 「카오스: 현대과학의 대혁명」. 박배식, 성하운 譯. 동문사).

[36]. 앞의 책.

[37]. 노자·장자 (1990). 「老子·莊子」.장기근, 이석호 譯. 삼성출판사.

[38]. 진중권 (1994). 「미학 오디세이」. 새길.

[39]. 앞의 책.

[40]. Popper Karl, R. (1945). 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 Routledge & Sons.

[41]. 원래 과학철학자인 포퍼는 1938년 3월, 뉴질랜드에서 나치 독일군이 조국인 오스트리아를 침공, 합병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치가 게르만 민족의 대단합이라는 명분 아래 유럽을 지배하려 한다는 사실에 분격하여 침공 당일에 집필을 시작해 1945년 영국에서 이 책을 출간했다. 핏줄, 민족, 국가를 들먹임으로써 독재와 군국주의를 합리화하려는 나치 논리의 허구성과 부당함을 이론적으로 파헤쳐 인류와 사회의 적임을 만천하에 증명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42]. 윤평중 (1990). 「푸코와 하버마스를 넘어서」. 교보문고.

[43]. Marcuse, H. (1976). Revolution Or Reform?: A Confrontation (Vol. 2). K. R. Popper, & A. T. Ferguson (Eds.). Transaction Publishers.

[44]. Richard, S. W. (1992). Organizations: Rational, Natural, and Open Systems, 3rd ed. Prentice-Hall.

[45]. 앞의 책.

[46]. Weber, M. (1947). The Theory of Social and Economic Organization, ed. AH Henderson and T. Parsons. Free Press (first published in 1924).

[47]. Taylor, F. W. (1911). The 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 Harper Collins.

[48]. Kanter, R. M. (1983). The Change Masters: 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 in the American Corporation. Simon Schuster.

[49]. Kanter, R. M. (1980). Power and Change: Toward New Intellectual Directions for Organizational Analysis. In Plenary Address, American Sociological Association Annual Meeting.

[50]. Nadler, D. A., & Gerstein, M. S. (1992). Designing high-performance work systems: Organizing people, work, technology, and information. Nadler, D.A., Gerstein, M.S., Shaw, R.B. Organizational Architecture: Designs for Changing Organizations, 110-132. Jossey-Bass.

[51]. 앞의 글.

[52]. Maynard, H. B., & Mehrtens, S. E. (1993). The fourth wave: Business in the twenty-first century. Berrett-Koehler Publishers.

[53]. Drucker, Peter F. (1993). Post-Capitalist Society. Harper Collins. (피터 드러커 (1993).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 이재규 譯. 한국경제신문사).

[54]. Hammer, M., & Champy, J. (1992). Reengineering the Corporation. Harper. (마이클 해머 (1993). 안충호, 박찬구 譯. 「리엔지니어링 기업혁명」. 김영사.)

[55]. KAIST 김영배 교수 강연에서.

[56]. 노나카 교수가 1990년에 주장한 ‘지식창조의 경영’은 HBR에 게재되고 책으로도 출판되었으며, 최근에 MIT 셍게(Senge) 교수의 학습조직이론이 각광을 받게 되자 노나카 교수의 주장이 일본식 학습조직이론의 전형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일본이 미국을 앞서게 된 원인 중 하나가, 일본이 미국에 비해 조직학습능력에서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57]. 野中郁次郞 (1990). 「知識創造の經營」. 日本經濟新聞社.

[58]. 기술이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 씨앗 역할을 하므로 이를 ‘시즈(seeds)’로 표현한다.

[59]. 조직을 여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인 ‘다양성으로 인한 내부혼란’을 극복하는 방안 중 하나는-뒤에서 보다 상세히 설명되지만-조직의 비전과 가치관을 명확히 제시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면 조직원들은 다양한 외부정보 중에서 비전이나 가치관에 일치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흡수하게 되고 또 다양한 정보를 비전과 가치관을 중심으로 재정리할 수 있다.

[60]. Cynthia, J., Maynard, H. B. Jr. & Ray, M. (1993). Competition, Cooperation and Co-Creation: Insights from the World Business Academy. Ray, M. L., & Rinzler, A. (Eds.). (1993). The new paradigm in business: Emerging strategies for leadership and organizational change. Jeremy P. Tarcher.

[61]. ConnorD. R. (1992). Managing at the Speed of ChangeHow Resilient Managers Succeed and Prosper Where Others fail. Villard Books.

[62]. Cynthia, J., Maynard, H. B. Jr. & Ray, M. (1993). Competition, Cooperation and Co-Creation: Insights from the World Business Academy. Ray, M. L., & Rinzler, A. (Eds.). (1993). The new paradigm in business: Emerging strategies for leadership and organizational change. Jeremy P. Tarcher.

[63]. 앞의 글.

[64]. 野村總合硏究所 總合硏究本部 (1991). 「共感の戰略」. (노무라종합연구소 (1994). 「공감의 전략」. 21세기북스).

[65]. 에노키언 기업이란 사회에 깊이 뿌리내려 전통은 인정받고 있지만 경쟁력이 없어 세계시장을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인 기업을 말한다. 파리에 근거를 둔 에노키언 협회에서 나온 용어이다. 에노키언이라는 말은 구약성서의 ‘에녹’에서 유래한다. 에녹은 365년을 살다가 죽지 않고 그대로 천국에 갔다는 예언자로 ‘영원한 생명’의 예로 자주 인용된다. 에노키언 협회의 회원자격은 다음 세 가지로 현재 40여 개사가 회원사로 있다. ① 창업 이래 200년 이상의 역사, ② 창업자가 명확하여 그 가계에 속하고 현재도 그 가계가 실질적으로 경영을 하는 기업, ③ 재무적으로 건전한 개인기업 또는 법인

[66]. Connor, D. R. (1992). Managing at the Speed of Change: How Resilient Managers Succeed and Prosper Where Others fail. Villard Books.

[67]. 앞의 책.

[68]. 등소평이 중국 시장을 개방하면서 기존 공산체제의 보수 세력들이 반발하자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될 것 아니냐”라는 뜻으로 ‘흑묘백묘론’을 내놓았다.

[69]. 半田純一 (1993). 圍いこみ經營を脫却し‘オ-プンㆍシステム’經營へ. Diamond Harvard Business Review. Feb./Mar.

[70]. 앞의 글.

[71]. Peters, T. (1992). Liberation Management: Necessary Disorganization for the Nanosecond Nineties. Knopf. (톰 피터스 (1994). 「해방경영」. 노부호 외 譯. 한국경제신문사).

[72]. 坪田知己 (1994). 「マルテメディア組織革命」. 東急エージェンシー出版部. (쓰보다 도모미 (1994). 「멀티미디어 조직혁명」.  양영유, 조상희 譯. 가람기획).

[73]. Senge, P. M. (1990). The Fifth Discipline: The Art and Practice of the Learning Organization. Doubleday.

[74]. McGill, M. E., & Slocum, J. W. (1994). The Smarter Organization: How to Build a Business That Learns and Adapts to Marketplace Needs. John Wiley & Sons.

[75]. 이어령 (1995. 1. 1). 국내외 지성 신념 칼럼: 양극화 논리 더 이상 안 통해. 「조선일보」.

[76]. 삼성 (1993). 「삼성인의 용어: 한 방향으로 가자」. 삼성신경영실천위원회.

[77]. Dumaine, Brian. (1994. 10. 17). Mr. Learning Organization. Fortune.

[78]. 앞의 글.

[79]. 앞의 글.

[80]. 삼성 (1991). 「제2창업정신 해설: 삼성인의 행동지침」. 제2창업정신추진위원회.

[81]. 삼성 (1993). 「삼성인의 용어: 한 방향으로 가자」. 삼성신경영실천위원회.

[82]. 앞의 책.

[83]. 전용욱 (1994). 「국제화를 위한 조직과 개인의 과제」. 삼성정신문화연구소.

[84]. 삼성 (1993). 「삼성인의 용어: 한 방향으로 가자」. 삼성신경영실천위원회.

[85]. 野村總合硏究所 總合硏究本部 (1992). 「共生の戰略」. 野村総合研究所情報開発部. (노무라종합연구소 (1993). 「공생의 전략」. 21세기북스).

[86]. 앞의 책.

[87]. 半田純一 (1993). 圍いこみ經營を脫却し‘オ-プンㆍシステム’經營へ. Diamond Harvard Business Review. Feb./Mar.

[88]. 日下公人 (1994). 「人事破壞」. PHP硏究所. (구사카 기민도 (1994). 「인사파괴」. 이재청, 이선희 譯. 홍익출판사).

[89]. Peters, T. (1992). Liberation Management: Necessary Disorganization for the Nanosecond Nineties. Knopf. (톰 피터스 (1994). 「해방경영」. 노부호 외 譯. 한국경제신문사).

[90]. Slater, R. (1994). Get better or get beaten: 31 leadership secrets from GE’s Jack Welch. Irwin Professional Publishing. (로버트 슬레이터 (1994). 「잭 웰치의 31가지 리더십 비밀」. 이진주, 박기호 譯. 명진출판).

[91]. 평가 항목은 ① 비전 ② 고객과 질 중시 ③ 성실 ④ 책임과 결의 표명 ⑤ 의사소통과 영향력 ⑥ 주인의식과 장벽 제거 ⑦ 팀 운영과 권한 부여 ⑧ 지식, 전문성, 정보 ⑨ 독창성과 신속성 ⑩ 세계화의 추구 등이다.

[92]. 日下公人 (1994). 「人事破壞」. PHP硏究所. (구사카 기민도 (1994). 「인사파괴」. 이재청, 이선희 譯. 홍익출판사).

[93]. Hass, Robert D. (1990). The Corporation without Boundaries. From an Address To The commonwealth Club.

[94]. 박광량 (1995. 2). 학습조직 세미나. 삼성경제연구소.

[95]. Davidow, W. H., & Malone, M. S. (1992). The virtual corporation. . Harper Collins. (윌리엄 데비도우 (1994). 「가상기업」. 강자모 譯. 세종서적.)

[96]. 성공 함정(success trap)이란, 장기간에 걸쳐 성공만을 경험한 사람은 성공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가치관과 프로세스를 머리 속에 담고 있어, 상황이나 전제조건이 달라졌는데도 과거의 성공 프로세스를 반복함으로써 스스로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97]. 이카루스 파라독스(Icarus Paradox)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로 자만심에 빠져 파멸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카루스는 공예의 신인 다이달로스의 아들로 그레타 섬의 감옥을 탈출하기 위해 밀랍(왁스)으로 붙여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 이카루스는 너무 높이 날지 말라는 다이달로스의 주의를 무시하고 하늘을 난다는 자만심에 젖어 태양을 향해 날아가다가 태양의 열기에 밀랍이 녹아 떨어져 결국 에게 해에 빠져죽은 장본인이다.

[98]. Tichy, N. M., & Devanna, M. A. (1986). The transformational leader. Wiley.

[99]. 앞의 책.

[100]. Nadler, D., & Tushman, M. (1988). Strategic organization design: Concepts, tools & processes. Scott Foresman & Co.

[101]. Tichy, N. M., & Devanna, M. A. (1986). The transformational leader. Wiley.

[102]. Bennis, W. G. (1965). Theory and method in applying behavioral science to planned organizational change. The Journal of Applied Behavioral Science, 1(4), 337-360.

[103]. Harvey, T. R. (1990). Checklist for Change: A Pragmatic Approach for Creating and Controlling Change. Allyn and Bacon.

[104]. Conner, Daryl R. (1993). Managing at the Speed of Change. Villard Books.

[105]. Harvey, T. R. (1990). Checklist for Change: A Pragmatic Approach for Creating and Controlling Change. Allyn and Bacon.

[106]. 윤순봉, 김창동, 박찬구, 장승권, 이영진 (1994. 10). ‘변화란 무엇인가’. 삼성경제연구소 (미출판 연구보고서).

[107]. Nadler, D., & Tushman, M. (1988). Strategic organization design: Concepts, tools & processes. Scott Foresman & Co.

[108]. Kotter, J. P., & Schlesinger, L. A. (1979). Choosing Strategies for Change. Harvard Business Review, 57(2).

[109]. Nadler, D., & Tushman, M. (1988). Strategic organization design: Concepts, tools & processes. Scott Foresman & Co.

[110]. Toffler, A. (1990). Power shift. Bantam Books. (앨빈 토플러 (1990). 「권력이동」. 이규행 監譯. 한국경제신문사).

[111]. Senge, P. M. (1990). The Fifth Discipline: The Art and Practice of the Learning Organization. Doubleday.

[112]. Nadler, D., & Tushman, M. (1988). Strategic organization design: Concepts, tools & processes. Scott Foresman & Co.

[113]. 앞의 책.

[114]. 野中郁次郞 (1990). 「知識創造の經營」. 日本經濟新聞社.

[115]. Gluck, F. W., Kaufman, S. P., & Walleck, A. S. (1980). Strategic Management for Competitive Advantage. Harvard business review, 58(4), 154-161.

[116]. Dosi, G., & Marengo, L. (1992). Toward A Theory of Organizational Competences. Working Paper. University Of Rome.

[117]. Kanter, R. M. (1991). Change: Where to Begin. Harvard Business Review.

[118]. Catalanello, R. F., & Redding, J. C. (1994). Strategic Readiness; The Making of the Learning Organization. Jossey-Bass Publishers.

[119]. 앞의 책.

[120]. Pine, B. J. Jr. (1993). Mass Customization: The New Frontier in Business Competition. Harvard Business Press. (조셉 파인 (1994).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 혁명」. 윤순봉 譯. 21세기북스).

[121]. Nonaka, I. (1991). The Knowledge-Creating Company. Harvard Business Review, November-December.

[122]. 野村總合硏究所 總合硏究本部 (1992). 「共生の戰略」. 野村総合研究所情報開発部. (노무라종합연구소 (1993). 「공생의 전략」. 21세기북스).

[123]. 野村總合硏究所 總合硏究本部. (1990). 「創造の戰略」. (노무라총합연구소 총합연구본부 편 (1990). 「창조의 전략: 창조화 시대의 매니지먼트의 노하우」. 유열경 譯. 범문사).

[124]. 앞의 책.

[125]. Toffler, A., & Toffler, H. (1993). War and Anti-War. Little Brown & Co. (엘빈 토플러 (1994). 「전쟁과 반전쟁」. 이규행 監譯. 한국경제신문사).

[126]. Peters, T. (1992). Liberation Management: Necessary Disorganization for the Nanosecond Nineties. Knopf. (톰 피터스 (1994). 「해방경영」. 노부호 외 譯. 한국경제신문사).

[127]. Quinn, J. B. (1992). Intelligent Enterprise: Knowledge and Service Based Paradigm for Industry. Free Press.

[128]. Owen, G., & Kehoe, L. (1992. 6. 28). A Hotbed of High-Tech, Financial Times.

[129]. Berry, L., & Parasuraman, A. (1991). Marketing Services: Competing through Quality. Free Press.

[130]. 중앙일보 (1995. 2. 7).

[131]. 半田純一 (1993). 圍いこみ經營を脫却し‘オ-プンㆍシステム’經營へ. Diamond Harvard Business Review. Feb./Mar.

[132]. Rappaport, A. S., & Halevi, S. (1991). The Computerless Computer Company. Harvard Business Review, 69(4), 69-80.

[133]. 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 (1992). Building Core Competences in a Global Company. (경제정보연구소 (1994). 「글로벌 기업의 핵심역량」. 이철 譯. 사계절출판사).

[134]. Sakai, K. (1990). The Feudal World of Japanese Manufacturing. Harvard Business Review, Nov./Dec.

[135]. Schreiber, D. (1992). Redefining IBM: A Spectrum of Business. Think, No.1.

[136]. Fortune (1992. 6. 27).

[137]. Pine, B. J. Jr. (1993). Mass Customization: The New Frontier in Business Competition. Harvard Business Press. (조셉 파인 (1994).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 혁명」. 윤순봉 譯. 21세기북스).

[138]. Bartlett, C. A., & Ghoshal, S. (1989). Managing Across Borders: The transnational solution .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139]. Mackiewicz, A. (1993). Economist Intelligence Unit Guide to Building a Global Image. McGraw-Hill.

[140]. 앞의 책.

[141]. 이상문 (1994). 「글로벌 시대의 초일류기업」. 명진출판.

[142]. Porter, M. (1985). Competitive Advantage in Global Industry.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143]. Bartlett, C. A., & Ghoshal, S. (1989). Managing Across Borders: The transnational solution .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144]. 전용욱 (1994). 「국제화를 위한 조직과 개인의 과제」. 삼성정신문화연구소.

[145]. 토요타자동차는 1990년 미국의 J. D. Power사의 ‘Power Report’에서 고객만족도 분야 1위를 차지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J. D. Power사는 자동차에 대한 고객만족도를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최고 권위의 회사로, ‘Power Report’에서 우수 점수를 받은 회사는 매출이 급증하고 반대로 점수가 낮은 회사는 매출이 급락할 정도로 미국 자동차 고객에 대해 영향력이 크다.

[146]. 볼드리지 장관은 로데오(rodeo) 광으로, 상을 만든 1987년에 로데오 경기를 하다가 말에서 떨어져 사망했으며 그의 치적을 기리기 위해 상 이름을 ‘볼드리지상’으로 정했다고 한다.

[147]. 주관중. 질로 흥하고 양으로 망한다.

[148]. 6시그마는 100만 개 중에서 불량이 3.4개 이내로 발생하는 통계수치를 말한다. 품질 수준이 정규분포에서 6시그마의 범위 내에 드는 것을 목표로, 최선의 품질을 추구하는 것이다.

[149]. 문진형(文鎭型) 조직은 붓글씨를 쓸 때 종이 위에 올려놓는 문진(文鎭)처럼 옆에서 보면 평평하면서 손잡이 부분만 돌출된 모습을 보이는 조직을 말한다.

[150]. 野村總合硏究所 總合硏究本部. (1990). 「創造の戰略」. (노무라총합연구소 총합연구본부 편 (1990). 「창조의 전략: 창조화 시대의 매니지먼트의 노하우」. 유열경 譯. 범문사).

[151]. Hass, Robert D. (1990). The Corporation without Boundaries. from an Address To The Commonwealth Club

[152]. Slater, R. (1994). Get better or get beaten: 31 leadership secrets from GE’s Jack Welch. Irwin Professional Publishing. (로버트 슬레이터 (1994). 「잭 웰치의 31가지 리더십 비밀」. 이진주, 박기호 譯. 명진출판).

[153]. 「日經Business」 (1994. 1. 3).

[154]. Quinn, J. B. (1992). Intelligent Enterprise: Knowledge and Service Based Paradigm for Industry. Free Press.

[155]. SAS는 1979~1980년에 수백만 달러의 적자를 보았으나 얀 칼슨이 1982년에 사장으로 취임한 후 24개월 동안, 다른 유럽 항공회사들이 수억 달러의 손해를 볼 때 높은 수익을 올렸으며 이로 인해 ‘올해의 항공사상’을 받기도 했다. 또 Transportation Of The World가 선정하는 고객만족도에서 1983년 1위를 한 이후 계속 수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로 인해 SAS와 얀 칼슨은 고객만족 경영에 있어 거의 신화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156]. Albrecht, K. (1985). Service America!: Doing Business in the New Economy. Dow Jones-rwin.

[157]. R&D가 직렬식, 단계별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병렬식으로 중복해서 또는 겹쳐서 진행되므로, 마치 럭비선수들이 옆으로 줄지어 함께 공격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럭비형’이라고 하거나 또한 사시미를 접시에 담은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과 같으므로 이를 ‘사시미 조직’으로 부른다.

[158]. ‘cross functional team’이란 용어는 최근 여러 가지로 번역되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기능횡단(機能橫斷)팀’으로 번역한다. ‘복합기능팀’이나 ‘다기능팀’이라는 용어는 multi-functional team과 혼동되며, 엄밀한 의미에서 한 팀이 여러 가지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팀을 말한다. ‘다직능팀’이나 ‘복합직능팀’으로도 번역되는데 function의 의미가 여기서는 ‘직능’보다는 ‘기능’에 오히려 가깝다. 특히 ‘cross functional team’은 조직의 수직적 경영방식을 타파한다는 의미가 강하므로 ‘기능횡단팀’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159]. Denton, D. K. (1991). Horizontal Management: Beyond Total Customer Satisfaction. Lexington Books. (키이스 덴튼 (1995). 「수평경영: 조직을 수평화하여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길」. 김용구, 김범성 譯. 21세기북스).

[160]. 「UAW/포드 사원참여 핸드북: 지속적인 진보를 위한 개념과 아이디어」.

[161]. 이상문 (1994). 「글로벌 시대의 초일류기업」. 명진출판.

[162]. Davidow, W. H., & Malone, M. S. (1992). The virtual corporation. . Harper Collins. (윌리엄 데비도우 (1994). 「가상기업」. 강자모 譯. 세종서적).

[163]. Slater, R. (1994). Get better or get beaten: 31 leadership secrets from GE’s Jack Welch. Irwin Professional Publishing. (로버트 슬레이터 (1994). 「잭 웰치의 31가지 리더십 비밀」. 이진주, 박기호 譯. 명진출판).

[164]. Savage, C. (1990). 5Th Generation Management. Digital Press.

[165]. Marquardt, M., & Reynolds, A. (1994). The Global Learning Organization. Richard D. Irwin, Inc.

[166]. Davidow, W. H., & Malone, M. S. (1992). The virtual corporation. . Harper Collins. (윌리엄 데비도우 (1994). 「가상기업」. 강자모 譯. 세종서적).

[167]. Business Week (1993. 2. 8).

[168]. Shaw, Robert B., & Perkins., Dennis N. T. (1991). Teaching Organizations to Learn. Organization Development Journal. Winter.

[169]. 중점주의와 망라주의를 고구마 캐는 방법에 비유하여 설명해보자. 시골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힘이 좋아도 시골 할머니를 당해낼 수 없다. 경험이 부족한 도시 출신의 젊은이는 열심히 고구마 뿌리를 하나씩 캐어나가지만 시골 할머니들은 호미로 땅을 한두 군데 찔러보고 고구마 줄기를 찾아 이를 당기면 줄기에 수십 개의 고구마 뿌리가 따라나온다. 중점주의가 바로 고구마 줄기를 찾는 것이라면, 망라주의는 고구마 뿌리를 하나씩 찾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170]. 리콜(recall)은 자동차에 주요 결함이 있으면 자동차가 고장 나지 않더라도 모든 차를 회수하여 무상으로 수리해주는 제도이다.

[171]. GE의 1991년도 연차보고서.

[172]. Senge, P. M., Kleiner, A., Roberts, C., Ross, R. B, & Smith, B. J. (1994). The Fifth Discipline Fieldbook: Strategies and Tools for Building a Learning Organization. Doubleday.

[173]. Dumaine, Brian (1994. 10. 17). Mr. Learning Organization. Fortune.

[174]. 쓰보다 도모미(坪田知己). (1994).「マルチメヂィア組織革命」東急エージェンシー出版部. (양영유, 조상희 譯. 1994. 멀티미디어 조직혁명. 가람기획)

[175]. 野村總合硏究所 總合硏究本部 (1992). 「共生の戰略」. 野村総合研究所情報開発部. (노무라종합연구소 (1993). 「공생의 전략」. 21세기북스).

[176]. Zemke, R., & Schaaf, D. (1989). The Service Edge: 101 Companies that Profit from Customer Care. New American Library. (론 젬케 외 (1994). 「초우량 기업의 서비스 경쟁력」. 윤순봉 譯. 21세기북스).

[177]. 윤순봉 (1994). 「대기업병」. 삼성경제연구소.

[178]. 野村總合硏究所 總合硏究本部. (1990). 「創造の戰略」. (노무라총합연구소 총합연구본부 편 (1990). 「창조의 전략: 창조화 시대의 매니지먼트의 노하우」. 유열경 譯. 범문사).

[179]. 앞의 책.

[180]. Roussel, P. A., Saad, K. N., &. Erickson, T. J. (1991). The Third Generation R&D: Managing the Link to Corporate Strategy.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181]. Kanter, R. M. (1983). The Change Masters: 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 In The American Corporation. Simon Schuster.

[182]. Shaw, Robert B., & Perkins., Dennis N. T. (1991). Teaching Organizations to Learn. Organization Development Journal. Winter.

[183]. 윤순봉 (1994). 「대기업병」. 삼성경제연구소.

[184]. Denton, D. K. (1991). Horizontal Management: Beyond Total Customer Satisfaction. Lexington Books. (키이스 덴튼 (1995). 「수평경영: 조직을 수평화하여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길」. 김용구, 김범성 譯. 21세기북스).

[185]. Senge, P. M. (1990). The Fifth Discipline: The Art and Practice of the Learning Organization. Doubleday.

[186]. Garvin, D. A. (1993). Building a Learning Organization. Harvard Business Review, 71(4), 78-91. (데이비드 가빈 (1993. 11 12). 학습조직 만들기. 유영목 譯. 「서강 하버드 비즈니스」).

[187]. Fortune (1989. 7. 3).

[188]. Garvin, D. A. (1993). Building a Learning Organization. Harvard Business Review, 71(4), 78-91. (데이비드 가빈 (1993. 11 12). 학습조직 만들기. 유영목 譯. 「서강 하버드 비즈니스」).

[189]. Davidow, W. H., & Malone, M. S. (1992). The virtual corporation. . Harper Collins. (윌리엄 데비도우 (1994). 「가상기업」. 강자모 譯. 세종서적).

[190]. 野村總合硏究所 總合硏究本部 (1992). 「共生の戰略」. 野村総合研究所情報開発部. (노무라종합연구소 (1993). 「공생의 전략」. 21세기북스).

[191]. 앞의 책.

[192]. 野村總合硏究所 總合硏究本部. (1990). 「創造の戰略」. (노무라총합연구소 총합연구본부 편 (1990). 「창조의 전략: 창조화 시대의 매니지먼트의 노하우」. 유열경 譯. 범문사).

[193]. 앞의 책.

[194]. Davidow, W. H., & Malone, M. S. (1992). The virtual corporation. . Harper Collins. (윌리엄 데비도우 (1994). 「가상기업」. 강자모 譯. 세종서적).

[195]. 野村總合硏究所 總合硏究本部. (1990). 「創造の戰略」. (노무라총합연구소 총합연구본부 편 (1990). 「창조의 전략: 창조화 시대의 매니지먼트의 노하우」. 유열경 譯. 범문사).

[196]. 박태견 (1994). 「세계를 움직이는 127대 파워」. 길벗.

[197].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노벨상 대신 팔리는 상품을 창출하라는 경영진의 독촉에 따라 종전의 자유롭던 개발연구자 위주의 방침을 바꾸어 200여 개의 팀을 만들고 신기술의 상품화에 주력하고 있다. 눈앞의 결실을 중시하는 일본풍이 벨연구소에까지 밀어닥친 것이다. 미국의 한편에서는 이런 실리주의적 연구방침으로의 전환을 “과학 세계의 ‘신 암흑시대’를 불러올지 모른다”라고 크게 우려하기도 한다.

[198]. JIT(Just-In-Time) 생산방식을 다른 말로는 린(lean) 생산방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생산부문의 상하계층도 얇고 제품 재고도 거의 없는 등 ‘lean’한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199]. Pine, B. J. Jr. (1993). Mass Customization: The New Frontier in Business Competition. Harvard Business Press. (조셉 파인 (1994).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 혁명」. 윤순봉 譯. 21세기북스).

[200]. 고객화란 개별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개별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중세 장인시대의 생산방식과 유사한 개념이다.

[201]. 小嶋健史 (1994). 「超リ-ン革命」. 日経. (고지마 다케시 (1994). 「超’린’혁명」. 조현재 譯. 매일경제신문사).

[202]. Drucker, Peter F. (1993). Post-Capitalist Society. Harper Collins. (피터 드러커 (1993).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 이재규 譯. 한국경제신문사).

[203]. Weber, M. (1904). Die Protestantische Ehtik und der Geist des Kapitalismus. (막스 베버 (1982).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 양회수 譯. 을유문화사).

[204]. 이상문 (1994). 「글로벌 시대의 초일류기업」. 명진출판.

[205]. Starke, L. (1989). The Five Stages of Corporate Moral Development. Business Ethics. Nov./Dec.

[206]. Luthans, F., Hodgetts, R. M. & Thompson, K. R. (1990). Social Issues in Business: Strategic and Public Policy Perspectives. Macmillan Publishing Co.

[207]. 野村總合硏究所 總合硏究本部 (1992). 「共生の戰略」. 野村総合研究所情報開発部. (노무라종합연구소 (1993). 「공생의 전략」. 21세기북스).

[208]. Lewin, K. (1951). Field Theory in Social Science. Collected Papers Of Lewin, K Ed. D. Cartwright. Harper and Row.

[209]. Pirsig, R. M. (1975). Zen and the Art of Motorcycle Maintenance. Bantam Books. .

[210]. 澤庵은 일본말로 ‘다꽝'(단무지의 일종)이라고 읽는다. 澤庵도사는 찾아온 손님에게 다꽝 몇 조각만 내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손님이 다꽝을 다 먹으면 하산토록 했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