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 한국삶의질학회,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 작성결과 발표.” 2017.3.17.
통계청이 ‘한국 삶의 질 학회’와 공동으로 훌륭한 작품을 내놓았다. 국가가 장기적으로 꿈꾸는 방향이 단순히 국민소득을 증가시키는 차원을 넘어(beyond) 궁극적으로 “국민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징검다리의 하나로 ‘삶의 질’의 수준을 측정하고 개선방향을 모색한다는 이번의 야심 찬 시도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해프닝…]
다소 의아스러운 점은 3월 15일에 보도자료를 내고 다음날인 16일에 다시 설명자료를 내는 통계청의 다소 이례적인 행동이다. 설명자료는 통계청 홈페이지의 “해명자료” 란에 게재되어 있다. 무엇을 해명한다는 것인가? 해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3월 15일 발표된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 작성결과”는 기 배포된 (3.15) 보도자료에 설명한 바와 같이 통계청이 공식 발표하는 승인 통계가 아님
◦ 통계청은 한국 삶의 질 지표를 구축해 2014년 6월부터 공개·서비스해오고 있음
◦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는 통계청이 제공한 공개된 지표를 이용하여 한국 삶의 질 학회가 작성한 것임
요컨대 이번에 발표된 자료가 “통계청이 공식 발표하는 승인 통계가 아니며…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는 통계청이 제공한 공개된 지표를 이용하여 한국 삶의 질 학회가 작성”했다는 것이다.
당초 보도자료의 [일러두기]에는 다음과 같이 통계청과 학회가 “공동으로 작성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 본 보도자료는「한국 삶의 질 학회」와 통계청이 공동으로 작성한 것임
◦ ‘한국 삶의 질 학회’는 통계청에서 2014년부터 구축해 서비스하고 있는 『국민 삶의 질 지표』를 활용하여 종합지수(composite index)를 시산
◦ 통계청은 지수산출에 필요한 삶의 질 지표(80개)를 제공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내놓고도 이러한 시도는 무엇 때문일까? 추측하건대 아마도 언론의 반응이 당초 예상치 못한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컨퍼런스와 연구결과는 구체적인 세부내용보다는 오히려 통계청이 국민행복을 위한 미래 그림에 단단한 벽돌을 한 장 더 보탰다는 데 의미를 두어야 할 터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GDP 성장률보다 ‘삶의 질’ 향상이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다.
[관련 발표자료] “Analysis of Quality of Life Indicators in Korea”_김석호_ppt 23p
급기야 몇몇 언론은 심각한 어조로 정치성향이 농후한 비난성 기사까지 내놓았다. [관련보도 모음]
주지의 사실이지만 40년도 지난 전에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이라는 석학은, 돈(money)만으로는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소위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을 펼쳤다. [1] 국가발전 초기에는 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국민행복도 비례해서 올라가지만 일정 수준(대개 2만불 전후)을 넘어서면 국민행복이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여러 선진국에서 실증되었다.[2] 이번 한국의 연구결과 역시 이와 내용이 동일하며 전혀 새로울 것도 없고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언론의 논조는 “삶의 질 향상률이 GDP 증가율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한국에서도 실증되었으며, 근본적으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 그러나 이스털린의 역설을 미리 숙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 두 언론이 방향을 이상하게 잡자 소위 정보폭포(information cascade)[3] 현상이 일어나면서 마치 통계청이 뭔가 잘못된 일을 한 것처럼 되어버리자 급기야 슬그머니 한 발을 빼는듯한 해명자료까지 낸 것이 아닌가 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눈을 주변으로 돌려보면, 몇몇 선진 OECD 국가들이 이미 판을 크게 벌이고 있듯이, “국민행복”은 개념 차원을 넘어 실행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프랑스의 사르코지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당하고 나서 이제는 GDP 대신에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행복지수)라는 개념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영국 역시 프랑스와 유사한 패러다임 아래 “Happiness Menifesto” 운동이 널리 확산되고 있으며 국민 센서스 조사에 국민행복과 관련된 항목을 포함한 지 이미 오래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국민행복을 앞장서서 챙겨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아도 크게 무리는 없을 듯 하다. 부탄은 ‘행복’을 국정 최우선과제로 내걸었다.[4]
이런 글로벌 추세에 맞추어 우리 통계청이 한국 삶의 질 학회와 함께 꾸준히 일을 벌여왔다는 사실은 다소 뒤진 감은 들지만 그래도 그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어쨌든 국민행복을 국가 차원의 어젠다로 격상시키기 위한 첫걸음은 ‘현위치’를 파악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측정지표가 필요하며, 이번에 통계청이 훌륭한 일을 해냈다. 물론 이번에 발표된 통계치의 근본취지에 대한 설명 부족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왜곡인지 모르겠지만 여러 언론들이 “달 대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집중하여 여러 가지 부정적인 메시지를 냄으로써 아마 통계청과 삶의 질 학회는 다소 곤욕스러웠던 면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통계청은 더욱 떳떳하고 용감해질 필요가 있다. 사소한 뒷다리잡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당초 꾸었던 담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1] Easterlin (1974). “Does Economic Growth Improve the Human Lot? Some Empirical Evidence”(PDF). In Paul A. David; Melvin W. Reder. Nations and Households in Economic Growth: Essays in Honor of Moses Abramovitz. New York: Academic Press, Inc.
[2] wikipedia/Easterlin_paradox
[3] wikipedia/Information_cascade
[4] 국민 행복이 국정의 최우선인 나라 ‘부탄’: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 ‘부탄 행복의 비밀’ 출간. 2017-02-23. 국민일보.
[관련자료]
- “GDP plus Beyond: 한국인의 ‘삶의 질’ 평가.” 통계청 &한국삶의질학회. 2017 [컨퍼런스 자료] 2017-03-16
- [media] “10년간 GDP 29% 늘었지만, 삶의 질 향상은 12%”. 언론보도 모음 2017-03-16
- [memo] “통계청 &한국삶의질학회,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 작성결과” 발표 2017-03-17
- “한국의 사회동향” 2008~2016. 통계청 통계개발원 2017-03-17
- “‘삶의 질 지수’ 유감” 박학용 [칼럼] 2017-03-20
-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해 지는가” 유경준. 2017 [칼럼] 2017-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