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백과사전

시대정신 [ Zeitgeist , 時代精神 ]

[요약]
한 시대의 문화적 소산에 공통되는 인간의 정신적 태도나 양식(樣式) 또는 이념.

[본문]
가령 르네상스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볼 때 어느 것을 그 시대의 대표작으로 보고 또한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는 역사가의 사관(史觀)이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단정적으로 이것이 그 시대의 시대정신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어서, 역사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다시 써야 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대정신이라는 말은 독일의 J.G.헤르더가 1769년에 맨 처음 사용했다고 하며, J.W.괴테도 《파우스트》 속에서 이 말을 썼으며, 시대정신을 역사의 과정과 결부시켜 그것을 개개의 인간정신을 넘어선 보편적 정신세계가 역사 속에서 자기를 전개시켜나가는 각 과정에서 취하는 형태로 본 것이 G.W.F.헤겔이었다. 헤겔은 그것을 또한 민족정신과 결부시켜 동양 ·그리스 ·로마 ·게르만의 4단계로 구분하였다. 또한 A.콩트는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기까지의 개인의 정신적 성장과정과 비교하여 고대에서 근세까지의 정신의 발전단계를 신학적 ·형이상학적 ·실증적 3단계로 나누었는데, 이것도 시대정신을 구분하는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유물사관의 입장에서 본다면 시대정신은 이데올로기로서 각 시대의 경제적 구조에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견해는 역사가 진보하고 발전한다는 견지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시대정신도 또한 발전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역사의 진보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취한다면 시대정신은 각각 그 시대에서 완결된 일회성의 것이 되고, 따라서 인간정신에 관한 일종의 상대주의가 생기게 된다. 19세기 말부터 이런 견해를 가지는 사람이 많다. 또한 실존주의의 선구자인 F.W.니체나 S.A.키르케고르는 모두가 당시의 지배적 시대정신에 반항하였으나, 한편 W.딜타이처럼 보편적인 생(生)의 입장에서 시대정신과 개인정신과의 연관을 밝히려고 한 사람도 있다.


문학비평용어사전

시대정신 [ 時代情神 , Zeitgeist ]

시대정신이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신자세나 태도를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대정신을 역사적 맥락에서 고찰한 대표적인 철학자로는 헤겔을 꼽을 수 있다. 헤겔은 『역사철학강의』에서 역사의 구극(究極)의 주체를 ‘세계정신’이라 부르고 세계정신이 역사의 실체적인 주체임을 말하고 있다. 또한 그에 의하면 국가에 있어서의 세계정신은 세가지 역사적 형태로 전개되는데 그것은 동방적인 것, 그리스·로마적인 것, 게르만적·그리스도교적인 것으로 구분된다. 이는 그가 국가형태를 아리스토텔레스의 유형론(類型論)에 근거하여 전제 정치, 민주정치, 군주정치로 도식화한 것과 상응된다.

사실 이러한 『역사철학 강의』의 세계사 인식은 비평가이면서 교육자로 널리 알려진 독일 철학자 J.G.헤르더(1744-1803)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헤겔의 세계사 시기 구분 방법은 많은 부분 헤르더에 빚진 것으로 보인다. 헤르더는 역사의 목표를 ‘인간성’의 획득으로 보았는데 그의 『인류의 역사철학에 대한 이념』에 등장하는 ‘인간성’ 강조는 괴테의 문학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헤르더는 역사를 ‘인류의 환경을 형성하는 외부적 힘과 인간 정신으로서만, 혹은 더 정확하게는 동질적인 인류가 해체되는 다양한 민족정신으로서만 묘사될 수 있는 내적 힘의 상호작용'(J.G.헤르더, 강성호 역, 인류의 역사철학에 대한 이념, 책세상, 2002, p.83)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는 헤겔의 ‘민족 정신’ 개념으로 연결된다.

헤겔은 ‘민족정신’을 역사발전의 일정한 단계에 나타났던 ‘세계 정신의 현현’으로 보고 민족의 역사는 세계사의 관점에서 이해되지 않으면 안되며 한 민족의 역사는 전인류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는 특정한 시대를 대표하는 시대정신을 제대로 고찰하기 위해선 개별 국가와 민족이 보여주는 특수한 성격 뿐 아니라 세계사를 정시(正視)할 수 있는 보편적 시각이 함께 필요함을 알 수 있게 한다.(김효석)

참고문헌

  • G.헤르더, 『인류의 역사철학에 대한 이념』, 강성호 역, 책세상, 2002년
  • 헤겔, 『역사철학강의』, 김종호 역, 삼성출판사, 1990년

(문학비평용어사전. 2006.1.30. 국학자료원)


세계미술용어사전

시대정신 [ 時代精神 , Zeitgeist ]

문자 그대로 어떤 특정 시대를 풍미한 감정 상태와 사고 경향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번역하지 않고 원어인 독일어 ‘자이트가이스트’로 통용된다. 미술 용어에서 시대정신은 어떤 시대나 특정 시기에 전반적으로 보이는 고유한 속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서 1890년대 세기 말 미술의 멜랑콜리한 경향이나 1960년대의 낙관주의 정신,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전통과 역사를 수용하는 태도 등을 말할 수 있다.

한편 독일에서 열리는 현대미술의 주요 국제전시회로 <자이트가이스트>가 있다. 1982년의 초대전에서는 현재 바우하우스의 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그로피우스Martin Gropius가 설계한 건물에서 45명의 작가들이 큐레이팅되었다. 여기에는 보이스Joseph Beuys(1921~1986)와 톰블리Cy Twombly(1929~ ), 워홀Andy Warhol(1928~1987), 쿠넬리스Jannis Kounellis 등이 포함되었다. 세계 각국의 미술가들이 참여하는 <자이트가이스트> 전시회에서는 다른 시각매체보다도 특히 회화 양식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진다. 또한 대부분 베를린에서 작업하는 신세대 독일 작가에 관심을 둠으로써 국제 무대에서 독일미술을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는데 공헌하였다.

(세계미술용어사전. 1999. 월간미술)


철학사전

시대정신 [ Spirit of the age , 時代精神 , Zeitgeist ] L’Ésprit Du Temps(프랑스어)

일반적으로는 각각의 시대에 널리 퍼져 있는 정신적 경향, 요컨대 그 시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정신 상태를 말한다. 이 말은 종래, 역사철학에서 역사의 각 현상을 설명하는 경우에 써 왔다. 계몽사상가인 볼테르는 역사적 사건의 동인에 대한 설명에 여러 방식을 도입했는데, 그 중의 하나로 시대정신이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라고도 하였다. 헤겔은 세계를 발현(發現)시키고 있는 신적인 정신이 각 시대에 그 정신의 발전 단계로서 나타내는 민족정신을 시대정신이라 보았다.

헤겔과 볼테르에게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것은 각각의 시대에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그 정신 상태가 무엇에 의해 야기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왠지 구명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사람들의 각 시대의 물질적 생산, 요컨대 경제적 생활 안에서 그 기초를 찾는 것이 결여되어 있고, 따라서 관념론적 역사관에 의한 역사 해석은 별개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철학사전. 2009. 중원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