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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컨센서스 15차 콜로키엄]

  • 주제: 이주연구(migration studies)의 사회문화적 관점들: 국제결혼을 통해 본 젠더정치학
  • 발제자: 김현미 교수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 일시: 2007년 3월 20일 오후 5시
  • 참석자: 김병국, 손동현, 윤순봉, 이정우
  • 자료정리: 송문희(EAI)

콜로키엄 정리자료_text 12p


[요약] 이주연구(migration studies)의 사회문화적 관점들: 국제결혼을 통해 본 젠더정치학

[발제] 이주연구(migration studies)의 사회문화적 관점들 (김현미 교수)

[토론]


[요약] 이주연구(migration studies)의 사회문화적 관점들: 국제결혼을 통해 본 젠더정치학

1. 이주자 범주와 이주형태의 다양성

과거 식민지 시대의 이주와 달리 오일쇼크 이후 이주의 양상은 이주자, 이민자, 난민, 망명자, displace person 유랑자 계급, economic migration, 유학생, 산업 연수생, guest worker, 다국적 고용인, 결혼 이주자 등으로 이주자 범주가 다양해 지고 있다. 이주형태도 노동 이주, 가족 재결합, 결혼이주(marriage migrations), tied migration, 주기적 이주, 계절적 이주, return migration, 인신매매, 성매매 등의 비자발적 이주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2. 정치적 이슈

미국에서 이주문제는 선거 때마다 뜨거운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고, 프랑스의 이주자 제 3세대들의 불만과 이로 인한 사회적 분쟁들을 보면 이주에 관한 연구는 결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 또한 황색 물결(yellow wave), 흐름(flow), 홍수(flood), streams 등 이주와 관련된 용어들도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3. 이주의 시대(the age of migration): Stephan Castles

오일 위기 이후의 이주는 과거 식민지 시대의 이주와 구별되는 특징 5가지가 있다. 그것은 아래와 같다.

(1) 이주의 세계화(globalization of migration): 이주의 목적지와 도착지가 전세계에 널리 퍼져있다.

(2) 이주의 가속화(acceleration of migration): 이주 목적국가에서 이주 조절이 불가능할 정도로 다수의 이주자가 생겨나면서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3) 이주의 다변화(differentiation of migration): 경제적 이주자뿐만 아니라 난민, 인신매매, 성 매매 등 이주의 상황과 의미가 다변화됨으로써 이주의 방식이 더 이상 전형적이 패턴을 가지지 않는다.

(4) 이주의 여성화(feminization of migration): 현재 아시아지역 이주자의 75~80 %는 여성이다. 80년대 이후 여성들이 단신 이주(single migration)를 통해 해외로 나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도 이주자의 60~7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5) 점증하는 이주의 정치화(growing politicization of migration): 이주자들이 과거의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점차 급진적, 능동적인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시민권을 요구하며 초국적 자유주의(transnational liberalism)와 노동권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이를 정치 운동화하고 있다.

4. 이주 이론

이주 이론으로는 신고전주의 경제학 이론에 기초해 합리적 행위자인 이주자 개인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자발적이고 자유롭게 이주를 결정한다고 보는 push-pull 이론과 월러스타인의 세계자본주의 이론에 근거해 이주는 자발적 선택이 아닌, 국가간의 불균형한 정치경제 권력(politic-economy/ structure) 때문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세계 체제론(world system)이 있다. 그리고 새로운 학제적 연구(new interdisciplinary approach)로서 국제 관계의 역학, 법, 정책 등을 다루는 micro-structure 연구와 recruitment organizations, agents, intermediaries 등에 초점을 모으는 meso micro-structure 연구, 그리고 이주자가 가지고 있는 사고나 문화자본, 사회자본, 신념과 행동양식 등을 다루는 macro-structure연구가 있다.

5. migration과 권력 문제

이주문제는 정치적 문제로서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한 지역 내에서 누가 이주하는가와 누가 이것을 중개하는가를 살펴보면 지역에서의 권력관계(geographies of power)를 알 수 있고 이주를 통한 권력의 변형도 볼 수 있다.

6. 국민국가의 transnational practices

과거 이주자들을 공개적으로 반역자라고 명명했던 중국은 1990년대 이후 이들을 기여자로 바꿔 부르는가 하면 화교 협회를 만들어 중국 국적 화교들의 이주민 네트워크를 강화시키는 등 초국적 정책(transnational practices)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독립 이후 영토 밖에 있는 인도인의 법적 안정이나 정치적 영향력 등을 인정하지 않았던 인도도 최근 외국자본 유치경쟁에 뛰어들면서 해외에 있는 인도인들의 자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20년 이상 인도에 장기체류하고 재산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IMF나 세계개발기구 등도 최근에 와서는 아프리카 등 제 3세계에 대한 무상원조 정책에서 탈피하여 스스로 중개자(intermediary)역할을 자처하며 해외이주자와 본국과의 투자를 연결시키는 발전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7. 이주의 ‘여성화’ (feminization of migration)

여성의 빈곤화가 가속되면서, 전세계 이주여성의 수가 70%에 육박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아시아 여성의 이주가 급증하고 있다. 전형적으로 ‘여성의 일’로 취급되던 돌봄 노동, 즉 가사, 육아, 환자 봉양과 성적 친밀성 등과 관련된 노동을 하기 위해 많은 여성들이 이주하는 이런 현상을 이주의 여성화(feminization of migration)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주의 여성화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시카고 대학의 사스키아 사센은 serving class(전형적 돌봄 노동 종사자)와 served class(금융 자본가 등의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간의 계급 이분화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이와 함께 서구와 아시아 중산층에서 가족해체문제가 등장하고 신자본주의 경제질서가 심화되면서 전통적인 복지 국가모델이 해체되었다. 그 결과 교육, 노인 간병, 육아 부문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많이 삭감되어 돌봄 공동화 현상(care deficit)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처럼 서구지역 내에서 노동력 공급이 부족해지자 아시아 등의 값싼 여성 노동력이 서구의 돌봄 산업부문으로 대규모로 유입된 것이다. 아시아 후진국과 제 3세계에서 만성적인 실업과 빈곤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자원이 빈약한 여성들에게는 거래비용을 최소화한 이주 방식으로서 돌봄 산업(care industry)과 욕망산업을 위한 이주가 새로운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 이들의 본국에서는 막상 자기 가족의 돌봄 공동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즉 가족들을 위한 경제적인 동기에서 해외이주를 택했지만 이들의 자녀나 부모들은 돌봄을 받지 못하고 거리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8. 국제 결혼을 통해 본 한국 이주정책의 문제

현재 한국-베트남 간의 국제결혼이 표면상으로만 국제결혼일 뿐 실제로는 돌봄 산업이나 욕망산업 노동자를 고용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심하게는 인신매매적 성격도 있는데 이것은 문제이다. 미국 등과 달리 태생적으로 이민국가가 아닌 한국에는 출입국 통제정책만 있을 뿐 이주 정책은 부재(不在)하다. 국내에 이주연구 전문가도 별로 없고 이주학 자체를 가르치는 대학 프로그램도 없다. 현재 한국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는 국적취득의 문호를 개방하지만, 소위 ‘유색 인종’으로 공장이나 서비스 영역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착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고 있다. ‘단신 이주(single migration) 노동자’의 지위만을 허용하고 가족을 구성할 권리와 정주할 권리를 차단하는 것은 자민족 중심주의의 배타적인 국가가 취하는 매우 비윤리적인 선택이다.

앞으로 이민자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사회의 주변인으로 맴돌며 지위가 낮은 계층을 형성하게 됨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불만과 갈등을 해결하는 데는 생각보다 막대한 비용이 소모될 수 있다. 또한 뒤늦은 처방이 반드시 효율적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원하든 원치 않든 이주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 속에서 미래의 갈등 완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주 2세대들을 초국가적(transnational) 시민으로 양성할 수 있도록 국제 결혼 이주자들과 그들의 자녀에 대한 현실적이고 적절한 정책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키워드>

이주의 시대(the age of migration), 이주의 세계화(globalization of migration), 이주의 가속화(acceleration of migration, 이주의 다변화(differentiation of migration, 이주의 여성화(feminization of migration), 점증하는 이주의 정치화(growing politicization of migration), push-pull, politic-economy/ structure (world system), migration과 권력 문제, 한국 이주정책의 문제, 다문화 해독 능력(multicultural literacy)


[발제] 이주연구(migration studies)의 사회문화적 관점들 (김현미 교수)

1. 이주 연구

(1) 이주자 범주와 이주형태의 다양성

원래 이주는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의 식민지 시대의 식민지 지배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과거 식민지 시대의 이주와 달리 오일쇼크 이후 이주의 양상은 이주자, 이민자, 난민, 망명자, displace person (실제 정치적 이유나 정치적인 이유로 특정 지역에서 분쟁이 일어났을 때의 난민), 유랑자 계급, economic migration(경제적 이주노동자) 유학생, 산업 연수생, guest worker, 다국적 고용인, 결혼 이주자 등으로 이주자 범주가 다양해 지고 있다. 이주형태도 노동 이주, 가족 재결합, 결혼이주(marriage migrations), tied migration, 주기적 이주, 계절적 이주, return migration, 인신매매, 성매매 등의 비자발적 이주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2) 정치적 이슈

미국에서 이주문제는 선거 때마다 뜨거운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고 프랑스의 제 3세대 이주자들의 불만과 이로 인한 사회적 분쟁들을 보면 이주에 관한 연구는 결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 이주와 관련된 용어들도 흔히 황색 물결(yellow wave), 흐름(flow), 홍수(flood), streams 등의 개념으로 설명되어 왔는데, 이런 개념들은 자국이 모르는 가운데 흘러 들어오는 위험스러운 불법 이민의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즉 이주와 관련된 용어들도 가치중립적이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이주연구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론화 시키는 데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2. 이주의 시대(the age of migration): Stephan Castles

2005년 UNDP에 따르면 1년 이상 다른 나라에서 사는 사람으로 미등록 외국인을 제외한 인구가 약 191 million(l억 9천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Stephan Castles의 저서인 ‘Age Of Migration’은 전통적인 이주의 의미에서 벗어나 오일 위기 이후의 이주 형태와 이주규모의 확대를 다루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오일 위기 이후의 이주는 과거 식민지 시대의 이주와 구별되는 특징 5가지가 있다.

(1) 이주의 세계화(globalization of migration): 이주의 목적지와 도착지가 전세계에 널리 퍼져있다.

(2) 이주의 가속화(acceleration of migration): 이주 목적국가에서 이주 조절이 불가능할 정도로 다수의 이주자가 생겨나면서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3) 이주의 다변화(differentiation of migration): 경제적 이주자뿐만 아니라 난민, 인신매매, 성 매매 등 이주의 상황과 의미가 다변화됨으로써 이주의 방식이 더 이상 전형적이 패턴을 가지지 않는다.

(4) 이주의 여성화(feminization of migration): 현재 아시아지역 이주자의 75~80 %는 여성이다. 80년대 이후 여성들이 단신 이주(single migration)를 통해 해외로 나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도 이주자의 60~7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5) 점증하는 이주의 정치화(growing politicization of migration): 이주자들이 과거의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점차 급진적, 능동적인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시민권을 요구하며 초국적 자유주의(transnational liberalism)와 노동권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이를 정치 운동화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시민권은 갖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격리 수용되고 사회의 주변계층으로 전락하는 부당한 사회적 처우를 받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이주 3세대 문제를 둘러싸고 사회불만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의 이주정책은 노동인력의 수급 조절이라는 경제적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은고용 허가제등을 통해 이주자들의 정착을 반대하는 회전문 방식의 이주정책을 폄으로써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생존권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

3. 이주 이론

(1) push-pull

신고전주의 경제학 이론에 기초한 것으로 합리적 행위자인 이주자 개인이 자신의 합리적 선택에 따라 자발적이고 자유롭게 이주를 결정한다. 이 이론은 70년대까지 이주이론을 주도하였으나 역사성 없이 개인적이고 (individualistic) 자발적인 행위자성에 근거한 단순한 도식구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 politic-economy/ structure (world system)

월러스타인의 세계자본주의 이론에 근거한 것으로 이주는 개인 이주자의 자발적 선택이 아닌, 국가간의 불균형한 정치경제 권력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주는 선진국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안에서 국가간의 경제적 불균형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동원 방출되고 노동력 수요 조절의 필요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행해지는 것이다. 이 이론은 세계 자본주의 정치경제의 구조하에서 이주자는 수동적인 존재에 불과하다고 봄으로써 이주자들이 자기 삶의 개선을 위해 구사하는 많은 전략들 행위들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3) new interdisciplinary approach

이주의 구조에 관한 학제적(interdisciplinary) 연구이다. 이것은 세계시장의 논리, 국제 관계의 역학, 법, 정책 등을 다루는 micro-structure 연구와 recruitment organizations, agents, smugglers, other intermediaries등에 초점을 모으는 meso micro-structure 연구, 그리고 가족내의 위계 관계나 비공식적인 사회적 네트워크 기제(예를 들면 인도사람들이 뉴욕에서 택시운전사를 하면 이들이 본국의 친척, 가족, 친구들에게 택시운전사 직업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이주자가 가지고 있는 사고나 문화자본, 사회자본, 신념과 행동양식 등을 다루는 macro-structure연구로 나누어진다.

(4) migration과 권력 문제

이주문제는 정치적 문제로서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이주자들은 서구의 경제력을 열망하되 본국이 갖고 있는 정신적 힘(spiritual power)을 높이 평가함으로써 이주 목적국에서 획득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본국으로 금의환향하여 문화 자본을 쌓으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한 지역 내에서 누가 이주하는가와 누가 이것을 중개하는가를 살펴보면 지역에서의 권력관계(geographies of power)를 알 수 있고 이주를 통한 권력의 변형도 볼 수 있다.

4. 국민국가의 transnational practices

(1) 중국

과거 이주자들을 공개적으로 반역자라고 명명했던 중국은 1990년대 이후 이들을 기여자로 바꿔 부르는가 하면 화교 협회를 만들어 중국 국적 화교들의 이주민 네트워크를 강화시키는 등 초국적 정책(transnational practices)을 구사하고 있다. 그 결과 과거엔 자신들의 고향에서 하층민이던 사람이 해외에서 획득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와 절과 향교를 만들고 해외자본을 본국에 재투자함으로써 지역 내에서 계급적 위치를 상승시키고 있다.

(2) 인도

인도는 독립 이후 영토에 기반을 둔 국민만 인정함으로써 영토 밖에 있는 인도인의 법적 안정이나 정치적 영향력 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외국자본 유치경쟁에 뛰어들게 됨으로써 인도 영토 밖에 존재하는 인도 인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인도는 여전히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해외에 있는 인도인들의 자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20년 이상 인도에 장기체류하고 재산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 세계 개발기구들의 발전전략

IMF나 세계개발기구 등도 최근에 와서는 아프리카 등 제 3세계에 대한 무상원조 정책에서 탈피하여 스스로 중개자(intermediary)역할을 자처하며 해외이주자와 본국과의 투자를 연결시키는 발전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5. 이주의 ‘여성화’ (feminization of migration)

(1) 이주의 ‘여성화’ 현상의 이유

여성의 빈곤화가 가속되면서, 전세계 이주여성의 수가 70%에 육박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아시아 여성의 이주가 급증하고 있다. 전형적으로 ‘여성의 일’로 취급되던 돌봄 노동, 즉 가사, 육아, 환자 봉양과 성적 친밀성 등과 관련된 노동을 하기 위해 많은 여성들이 이주하는 이런 현상을 이주의 여성화(feminization of migration)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주의 여성화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시카고 대학의 사스키아 사센은 serving class(전형적 돌봄 노동 종사자)와 served class(금융 자본가 등의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간의 계급 이분화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이와 함께 서구와 아시아 중산층에서 가족해체문제가 등장하고 신자본주의 경제질서가 심화되면서 전통적인 복지 국가모델이 해체되었다. 그 결과 교육, 노인 간병, 육아 부문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많이 삭감되어 돌봄 공동화 현상(care deficit)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처럼 서구지역 내에서 노동력 공급이 부족해지자 아시아 등의 값싼 여성 노동력이 서구의 돌봄 산업부문으로 대규모로 유입된 것이다. 아시아 후진국과 제 3세계에서 만성적인 실업과 빈곤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자원이 빈약한 여성들에게는 거래비용을 최소화한 이주 방식으로서 돌봄 산업(care industry)과 욕망산업을 위한 이주가 새로운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 이들의 본국에서는 막상 자기 가족의 돌봄 공동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즉 가족들을 위한 경제적인 동기에서 해외이주를 택했지만 이들의 자녀나 부모들은 돌봄을 받지 못하고 거리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미디어에 많이 나오는 국제 결혼도 이주 여성화의 전형적인 하나의 모습이다. 즉 결혼이라는 형식을 통하지만 그 실질은 한국 남성들의 가족 구성(출산)과 가족 돌봄 노동을 위해 아시아 여성들이 이주하는 것이다.

(2) 국제 결혼을 통해 본 한국 이주정책의 문제

현재 한국 – 베트남 등의 국제결혼이 표면상으로만 국제결혼일 뿐 실제로는 돌봄 산업이나 욕망 산업 노동자를 고용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심하게는 인신매매적 성격도 있는데 이것은 문제이다. 결혼 의례 준칙이 바뀌면서 국제결혼 사업을 하는 중개업체가 2천여 개 이상 난립하는 등 욕망산업과 이주산업이 흥행 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국내에 들어온 외국 신부들에게 구태의연한 한국 풍습 교육이나 시키고 특히 사회주의권에서 온 외국인 신부들의 경우 남녀 평등의식이 강한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혼율이 높고 가족 해체가 빈번해지고 있다. 현재 20만 명에 달하는 결혼 이주자들 중 대다수는 경제력만 갖춰지면 사교육비가 많이 들고 차별 받는 한국을 떠나 본국으로 2세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갈 작정을 하는 등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 등과 달리 태생적으로 이민국가가 아닌 한국에는 출입국 통제정책만 있을 뿐 이주 정책은 부재(不在)하다. 국내에 이주연구 전문가도 별로 없고 이주학 자체를 가르치는 대학 프로그램도 없다. 현재 한국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는 국적취득의 문호를 개방하지만, 소위 ‘유색 인종’으로 공장이나 서비스 영역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착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고 있다. ‘단신 이주(single migration) 노동자’의 지위만을 허용하고 가족을 구성할 권리와 정주할 권리를 차단하는 것은 자민족 중심주의의 배타적인 국가가 취하는 매우 비윤리적인 선택이다.

앞으로 이민자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사회의 주변인으로 맴돌며 지위가 낮은 계층을 형성하게 됨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불만과 갈등을 해결하는 데는 생각보다 막대한 비용이 소모될 수 있다. 또한 뒤늦은 처방이 반드시 효율적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미래의 갈등 완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주 2세대들을 초국가적(transnational) 시민으로 양성할 수 있도록 국제 결혼 이주자들과 그들의 자녀에 대한 현실적이고 적절한 정책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주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 속에서 외국으로 방출하는 이민자 비중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이 더 이상 회전문식의 배타적인 이주정책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확장하기 위해 글로벌 시대의 이동성을 수용해야 한다면, 인권과 문화 다양성을 옹호하는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우리 안의 다양성들’이란 인식은 미국식 영어를 익히고 해외에 진출하는 것으로 상상되는 척박한 글로벌리즘을 극복하고 로컬(local) 안에서 다문화 해독 능력(multicultural literacy)을 길러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모든 삶은 연결되어 있다는 상호개입의 상상력으로 ‘타자’와 만나는 것이고, 이를 통해 확장적인 자아를 구성하려고 애쓰는 일이다. 글로벌 시대의 문화번역은 외국인, 유색 인종, 이주 노동자 같은 주변적인 주체의 경험을 소통 가능한 언설로 만들어 우리 사회의 문화능력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하는 일이다.


[토론]

토론주제

  • 신자본주의적 경제질서의 심화와 이주의 ‘여성화’ 문제
  • 세계화 시대에 바람직한 이주정책의 모습은 무엇인가?
  • 국제결혼을 통해 본 한국 이주정책의 현황과 문제점

1. 신자본주의적 경제질서의 심화와 이주의 ‘여성화’ 문제

김현미: 80년대 산업구조 조정 때 신발산업 등 국내 1차 제조업이 해외로 이전하는 한편, 3인 내지 5~10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국내 3D 영세업종 분야에는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노동력 시장의 공급 부족을 조금씩 메워나가고 있다. 앞으로 세계화와 함께 점점 가속화될 산업구조 조정과정에서 국제적인 노동시장의 수급조절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윤순봉: 우리나라 고교 졸업자의 82.3%가 대학에 진학한다. 저출산 풍조 하에서 부모의 과도한 보살핌 속에 성장한 현재의 대학 졸업자들은 대체적으로 3D 업종에 취업하는 것을 꺼린다. 그렇다면 3D 업종의 노동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밖에 없다. 그 결과 앞으로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김병국: 지역경제 블록화 및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가 심화됨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노동의 자유이동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완전한 노동의 자유이동은 쉽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막대한 노동력이 자유롭게 이동한다면 국제적인 노동력 수지 불균형은 극심해질 것이고 이것은 정치-경제적인 갈등을 몰고 올 것이다.

김현미: 영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 중 시민권 취득현황을 보면 남성이 470명, 여성이 900명으로 여성의 수가 많다. 외국유학생 비율도 남자가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남녀비율이 거의 비슷해지고 있는 추세인데 앞으로 여성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이주의 여성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최근 십여 년 간 빈번해진 국제결혼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다문화 가족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극복하지 못해 이혼 등 가족해체를 겪게 되는 것을 최소화시키면서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발현시킬 수 있도록 한국도 기존의 단일민족 중심 교육에서 탈피해 다문화주의 교육으로 이주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국제결혼 이주여성들과 2세 자녀들에 대한 현실적인 이주정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심각한 사회적인 갈등이 생기게 될 것이며 이를 해결하는 데 많은 조정비용이 소모됨으로써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2. 국제결혼을 통해 본 한국 이주정책의 현황과 문제점

김병국: 한국의 외국인이주자 현황과 이주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김현미: 한국은 세계화를 외치면서도 단일민족 중심 사상이 강하고 자국 안에 들어와 있는 이질적인 인종들을 대하는데 있어서는 편협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노동권과 시민적 권리를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대다수 국민이 배타적인 입장을 나타낸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국내에 들어온 이후 아직까지도 출국하지 않은 외국이주자들은 15년 이상 가족 재회도 못하고 지낸다. 이것은 국제적 인권보호이념에 반하는 것이다. 이주자정책에 있어 회전문식의 내보내기 정책에 주안점을 둠으로써 가족재결합(family reunion)을 막고 있는 한국은 일본-대만과 더불어 국제사회에서 반이주국가(反移住國家)로 낙인 찍히고 있다. 현재 한국의 이주정책은 통제비용과 조종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점이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이주자를 이민자로 받아들이는 경우에는 복지비용의 증가라는 재정상의 문제가 커지게 된다. 이것이 이주정책을 구사할 때 정부가 직면하게 되는 딜레마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주노동자정책과 관련해 좌∙우파간에 큰 차이를 드러내는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는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인권문제에 관해서는 좌∙우파가 따로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에 들어온 결혼이주 외국인(여자)들의 수는 1988년부터 전체적으로 20만 명 정도 된다. 이것은 결혼난을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지방선거에서 남발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국제결혼 보조비(500만원)를 지원하는 등으로 한국정부가 농촌지역 결혼이주자를 의도적으로 방치해 온 영향이 크다. 즉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국제결혼을 하도록 유도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난립한 결혼중개업자들을 통해 국제결혼이 거의 인신매매와 유사하게 행해지는 것은 문제이다.

손동현: 과거에 비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수용태도는 많이 개선되고 있다. 이것은 한국이 산업화의 성공을 토대로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위치를 점하게 된 데서 오는 자신감과 여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3. 세계화 시대에 바람직한 이주정책의 모습은 무엇인가?

김병국: 한국의 결혼이주자 현황은 어떠한가? 국제결혼을 통한 여성이주자 급증현상과 관련해 우리가 벤치마킹(bench-marking) 할 수 있는 이주정책을 실시하는 국가가 있는가? 이민자들이 건립한 나라인 미국은 이민자와 이주노동자들의 장점을 이끌어내서 이를 국가경쟁력 강화로 연결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미국 힘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의 저력이 대학교와 기업간의 산학협력 시스템과 질 높은 경쟁력을 갖춘 이민자들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감안해 볼 때 이주자정책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그렇다면 이주자와 이민자들을 민족의 자원으로 만들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주정책은 무엇이 될 것인가?

김현미: 캐나다는 이주정책에서 모범적 케이스를 보여준다. 아직까지도 미개척지가 많은 캐나다는 기본적으로 이주문제에 대해 긍정적이고, 이주자 자녀들의 언어나 비주류화 문제를 우려하여 이들에게 다문화 정책을 실시하여 언어와 문화 교육 등을 강조하는 등으로 이주자를 정착자로 전환시키려는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캐나다는 결혼예정인 이주여성들에게 현실파악에 필요한 기간을 주기 위해 결혼에 앞서 먼저 약혼비자를 발급함으로써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여성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결혼이주로 피해를 보는 여성들을 구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생각된다.

현재 국제결혼 이주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국가는 세계 1위 이민자 송출국인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여성들이 경제적 이주자로 나가는 것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여성들이 결혼이주자로 나가는 것에 인신매매적 성격이 있음을 이미 인지하고 국제결혼을 하는 자국 여성들과 상대국 남성들에게도 장기간의 교육을 통해 필리핀의 언어와 풍속 그리고 결혼의 신성함 등을 주지시키려 애쓰고 있다. 10년 전부터 베트남 여성들과의 국제결혼이 성행했던 대만의 경우도 대만과 베트남 간 문화교류단체를 설립해 인신매매적 성격의 국제이주를 규제하고 있다.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규모 대비 해외 이민자 송출 2위 국가이며 외국인여성 결혼이주자의 수가 3.7쌍 중에 1쌍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은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단순히 비자 컨트롤(Visa control)만 하고 있을 뿐 현실성 있고 적절한 이주정책은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이주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흐름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통제하는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국가의 능력에 달려 있다.

바람직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은 초국적인 이민정책(transnational politics)을 펴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 출신의 노동자들을 불법화시키거나 주변인화시키는 전략을 펴기보다는 이들과의 소통(communication)을 통해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려 애쓰면서, 이들을 한국과 본국을 잇는 경제활동의 촉진자(promoter)로 삼아 세계화의 매개자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한국사회는 단일민족에서 다문화민족으로 변하는 중이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더 이상 편협한 내셔널리즘(nationalism)만으로는 한국사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멕시코인이 많은 지역은 스페인어도 같이 가르치며, 멕시코 역사를 미국의 역사와 함께 교육시키는 등 이주자 수용정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도 다문화가족 출신의 아이들을 초국적 에이전트(transnational agent)로 배출해 낼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윤순봉: 세상이 유동화되고 있다는 의미에서 nomad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이미 지구 인구 중 2/3가 유목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인종학적으로 볼 때 한민족은 북방계가 80%, 남방계가 20% 섞인 인종으로서 결코 단일 민족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한민족’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만약 ‘한민족’의 범위가 한글을 쓰는 민족을 뜻하는 것이라면 북한은 여전히 ‘한민족’인가? 미래에 FTA가 체결-비준되면 한국-일본-중국은 정치적으로는 3개 국이지만 경제적으로는 1국이 되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인종적 융합이 진행될 것이다. 이 경우 이주정책의 미래모습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