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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우리나라의 상황을 제 나름 동영상으로 표현을 해 봤습니다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일어나리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코로나 확진자가 천 명을 돌파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정말 제 눈을 의심했죠. 우리나라의 질병관리청의 실력에 비춰보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죠.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저는 과거 2015년도 메르스 사태 때 현장 경험이 조금 있기 때문에 감염병 관련 돌아가는 이야기를 남들보다는 조금 더 아는 수준인데요. 제 짧은 식견으로 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죠. 그래서 제가 며칠 동안 여기저기 자료들을 좀 찾아보니까 지난 9개월 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졌더군요.
저는 이제까지 질본 발표나 언론 보도를 어깨너머에서 보고 우리나라 ‘코로나 대응은 그런대로 제대로 하고 있구나.’ 또 ‘K-방역, K-방역하는데 전 세계가 우리 K-방역을 부러워한다고 하니 별다른 큰 걱정 없이 지내다 보면 (물론 이동의 자유는 조금 제한이 됩니다만) 그래도 코로나를 무사히 넘길 수 있겠구나.’ ‘미국이나 유럽 여러 나라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우리는 정말 행복한 편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정말 여행을 좋아하는데, 내년쯤 되면 오래 못 갔던 여행도 내년엔 마음껏 즐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어떻게 보면 조금은 요새 시세어로 국뽕에 빠져서 어깨가 으쓱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3일간 자료를 가만히 들여다보니까 제가 놓치고 있었던 것이 상당히 많았다는 점을 알고 스스로에게 질책도 하고 좀 반성도 나름 하고 그래서 지난 3월에 마무리했던 코로나 극복으로 가는 길 시즌 1에 뒤이어서 다시 코로나 극복으로 가는 길 시즌 2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돌이켜보면 저는 연초에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이 중국의 국경 봉쇄라는 점을 줄기차게 주장을 했었고, 4월 1일 자로 중국이 국경을 봉쇄한다는 발표를 듣고 나서 드디어 우리나라 코로나는 완전히 잡혔구나.
그래서 당시 찻잔 속에 미풍 정도로 끝날 것이라고 제가 시나리오 플래닝을 만들었었죠. 왜냐하면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의 실력이 거의 세계 최고의 수준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코로나는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9개월 동안 다른 분야의 책도 보고 연구도 하고 관심을 옮겼습니다만 아까 그래프에서 보신 것처럼 우리나라의 상태가 현재 워낙 막중합니다. 한마디로 상전이 또는 위상전이 현상이 일어나고 있죠.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인데, phase transition 위상이 바뀐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물이 수증기가 되고 물이 얼음이 되고 드라이아이스가 수증기가 되고 하는 식으로 완전히 그 성격 자체가 다른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죠.
제 나름 마음속에는 세계 여러 나라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 상태를 세 단계로 구분했습니다. 첫 번째 phase 1, 첫 번째 위상은 수증기 상태입니다. 코로나가 돌고 있기는 하지만 공기 속의 수증기처럼 여기저기 분산되어서 널려 있다는 것이죠. 대략 대만이랑 뉴질랜드, 싱가포르, 태국, 우리나라 정도가 해당되는데요.
고기잡이에 비유한다고 하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투망. 그물망을 던져서 잡는 방법이 있고 또 낚싯대로 한 마리 한 마리 잡는 방식이 있죠. 우리는 후자에 해당됩니다. 한 마리 한 마리 낚시를 하듯이, 좀 비유가 이상합니다만 확진자 한 명이 발생되면 끝까지 추적을 해서 역학조사를 하죠. 그리고 접촉자를 분류하고 상황에 맞도록 별도 격리를 하든지 자가격리를 하죠. 정말 물샐틈없이 잡아내는 방식입니다.
이에 비해서 phase 2, 2단계 위상에 있는 국가들은 워낙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다 보니까 개별 역학조사 방식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대상 환자가 많아지는 것이죠. 그래서 낚시 방식을 포기하고 그물을 던집니다. 운 좋게 잡히면 좋고 또 운 나쁘게 잡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죠. ‘또 다음에 그물을 던지지’ 하는 방식이죠. 그런대로 코로나 방역에 괜찮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국가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phase 3, 세 번째 위상은 나라에서 완전히 손을 놓은 상태죠. ‘될 대로 돼라. 어떻든 간에 백신이 나오고 실제 백신 접종을 해서 집단면역 최저가 구축될 때까지 어떻게든 살아남자, 각자도생 하자.’ 이런 방식이겠죠. 아무래도 저개발국가나 후진국에서는 물리적 거리 두기, 더 나아가서는 봉쇄체제를 통해서 버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대개 이런 세 가지 위상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11월 초까지는 거의 완벽하게 phase 1, 첫 번째 위상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11월 초부터 현재까지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이미 첫 번째 phase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만일에 그렇다고 가정을 하면, 저를 포함한 우리나라 국민들, 방역당국, 정치권에서 취해야 할 입장과 전략이 완전히 틀리는 것이죠.
기체 상태의 수증기를 대하던 입장과(이미 우리는 수증기에서 이제는 물 단계로 옮아왔습니다.) 물을 다루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져야 되는 것이죠. 그런데 기체를 다루는 방식의 연장선상에서 지금의 상황을 통제하고 코로나를 극복하기를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죠.
특히 다른 여러 나라 중에서 지난 1년 동안 고생을 많이 한 국가들이 다행스럽게도 백신을 선점함으로써 이미 영국이나 미국, 이스라엘 등 여러 나라들이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빠르면 내년 1/4분기, 늦어도 내년 여름 정도에는 집단면역 체제가 구축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제가 깊숙한 정보를 모르는 입장에서 이렇게 말씀드리기는 조금 조심스럽습니다만, 현재 기준으로 봐서는 내년 상반기에 집단면역을 구축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 같습니다. 결국 내년 하반기로 넘어가는데, 하반기 끝이 겨울과 맞닿죠. 코로나가 겨울에는 더욱 창궐하기 때문에 결국 내년, 내명년 봄 정도 돼야 집단면역이 구축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아무리 짧게 봐도 1년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나온 1년보다는 남은 1년이 더 길 수도 있죠. 정말 상투적인 클리셰입니다만 지금부터라도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야 됩니다. 우리 마음속에 저를 포함해서 조금이라도 자만심이 있었다면, ‘우리가 그래도 전 세계에서 가장 낫지.’ 또는 ‘상위권이지.’라는 일말의 자만심이라도 있다고 하면 완전히 버려야 됩니다.
우리들이 이카루스 패러독스 또는 이카루스 추락이라는 예를 많이 드는데요. 제가 마침 인터넷에서 이카루스의 추락을 아주 잘 표현한 동영상을 하나 구했습니다.
전체에서 단어가 딱 여섯 개 나오죠. wax wings, high hopes, long fall이죠.
wax, 접착제라고도 할 수 없는 밀랍으로 날개를 엉성하게 고쳐서 하늘을 날기 시작합니다. 이카루스는 ‘내가 하늘을 날 수 있다.’ 또 사람들이 박수를 치니까 자만심이 더 올라갑니다. 그러자 겁도 없이 태양을 향해서 날아오르기 시작하죠.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말립니다.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고. 무시하죠. 결국 태양열에 가까이 가자 엉성한 왁스는 태양열에 녹아내리고 날개는 떨어지고 그리스 앞에 있는 에게 해에 추락해서 빠져 죽죠. 이카루스의 이름을 따서 지금도 그 바다를 Icarian sea, 이카루스의 바다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상황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된 날개를 가지지 못했죠. 왁스로 만든 날개를 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늘을 날기 시작하면서 자만심이 생긴 것이죠. 그나마 이카루스는 좌우 두 개 날개를 가지고 하늘을 날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좌우 두 개의 날개가 서로 싸움박질을 했죠. 좌우 누구라 할 것 없이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코로나 사태의 극복보다는 오히려 다른 곳에 더 집중을 했습니다. 어떻게 왁스로 된 날개를 가지고 그것도 날개 한 짝만 가지고 high hope, 태양을 향해서 날아가려는 시도를 했는지 지나서 보면 정말 허황된 일이죠. 결국 long fall이 시작됩니다. 어느 작가의 소설 제목처럼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죠. long fall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손 놓고 에게해에 빠져 죽을 수는 없는 일이죠. long fall을 short flall로 전환을 해야 됩니다. 정말 국민의 목숨을 중하게 여긴다고 하면 코로나 극복할 때까지만이라도 코로나 사태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되죠. 힘을 모아야 됩니다.
제가 몇 달 전 공공의대 사태 때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만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은 거의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마찬가지로 감염병 관리 시스템은 제가 연초부터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2015년 메르스를 당하고 나서 정말 촘촘하게 제대로 구축돼 있죠. 이 역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애티튜드죠. 제가 다음 에피소드에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만 현재 세계에서 코로나 대응에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나라들 중 절반 이상이 유교문화권, 한자문화권, 불교문화권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예컨대 중국,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이런 나라들이죠. 그 나라 외에 탑 텐에 올라있는 국가들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이 정도죠.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설사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남한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전체가 합의 본 사항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따르려고 노력을 하고 정말 코로나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는 절묘하게 딱 떨어지는 그런 문화전통을 갖고 있죠. 그렇게 보면 전문가 행정 집단, 의료 부분에 종사하시는 분들, 대한민국 국민들 이 삼박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우수합니다. 다만 정치권이 문제죠. 여당 야당, 진보 보수, 좌우를 막론하고 정말 정치권만 힘을 합한다면, 코로나를 정쟁의 도구·수단으로 악용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는 우리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코로나 극복으로 가는 길 시즌 2를 새로 시작하면서 취지에 대해서 간략히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시즌 2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