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가 안행형으로 날면 71%를 더 멀리 간다

안행형(雁行型)이란 기러기 떼가 V자 형태로 날아가는 모습을 말한다.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철 따라 이동하는 기러기는 가장 힘이 센 기러기가 선두에서 무리를 이끌며, 기러기가 혼자 날 때보다 안행형으로 집단비행을 하면 같은 시간에 71%의 거리를 더 난다고 한다.[1]

“기러기로부터의 교훈”은 1972년에 Robert McNeish가 처음으로 주장했다. 그는 수년간 과학교사로 재직하면서 오랜 동안의 관찰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기러기는 잡식성 철새로 계절이 바뀌면 먹이를 찾아 몇 십만 킬로미터를 날아간다. 모진 바람과 날카로운 추위,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는 맹금(猛禽)들이 이들을 위협한다. 혼자서 날아가서는 생존의 확률이 희박한 먼 여정을 기러기들은 한 마리씩 따로 나는 게 아니라 독특한 무리를 이루는데 이를 ‘기러기 떼 날아가는 모습’이라고 한다. 한자로는 기러기 안(雁)자에 갈 행(行)자를 써 안행형(雁行型)이라 한다. 영어로는 flying geese style, 소위 날아가는 기러기 떼 모양이다.

안행형은 누군가가 임의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몇 백만 년 동안에 걸쳐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거나 또는 극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진화의 결과다. 조류학자들이 기러기 떼가 나는 모습에서 찾아낸 몇 가지 재미나는 특성이 있다.

첫째, 기러기 떼가 V자 모습으로 날아갈 때 각각의 기러기가 날갯짓을 하면서 뒤따르는 기러기에게 돌개바람을 만들어주므로 혼자 날 때보다 71%를 더 멀리 간다. 또 다른 과학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기러기 떼를 포함한 철새들은 V자, U자 또는 일직선의 모습으로 난다. 앞서 가는 기러기의 날개 끝에서 일어나는 돌개바람(vortex) 때문에 뒤 따르는 기러기는 바람의 저항을 작게 받으므로 에너지를 50% 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둘째, 기러기가 무리에서 이탈되면 갑자기 공기저항을 받게 되어 즉시 무리에 다시 합류한다. 뒤 따르는 기러기는 앞 기러기의 날개 뒤에 바람의 저항이 작은 곳에 위치하되 앞 기러기와 부딪히지 않을 만큼 적당한 거리를 둔다. 이러한 모습이 반복되면 결국 안행형(雁行型; flying-geese style)이라는 독특한 모습이 만들어진다. 이는 당초 기러기 떼가 의도하지 않은 것이다. 복잡계이론에서는 이런 상황을 “자기조직화(self-organizing)를 통해 안행형이 창발(創發, emergence)되었다”라고 표현한다. 일본종합연구소의 다사카히로시(田坂廣志, 1997) 이사는 창발을 “개(個)가 일정 규칙에 근거해서 ‘자발적’으로 활동하여 전체(全體)가 저절로 질서나 구조를 형성하는 특성”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개(個)의 행동이 전체의 성질을 보텀업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인 동시에 일단 태어난 전체의 성질이 개(個)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톱다운적 과정”이다.

셋째, 선두 기러기가 지치면 뒤따르는 무리 속으로 들어가고 다른 힘센 기러기가 선두에 선다.

넷째, 뒤따르는 기러기들은 꽉꽉 울어댄다. 선두 기러기에게 응원하여 힘을 불어넣어 준다. ‘겅호’라는 책에서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3] 또한 자기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한다.

다섯째, 도중에 병들거나 다치거나 힘 빠진 기러기가 생기면 두어 마리의 기러기가 무리에서 이탈하여 뒤에 남아 그 기러기를 돌봐주고 보호해 주며, 그 기러기가 죽거나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머문다. 치유가 되면 다른 기러기 떼나 원리 무리에 다시 합류한다.

이러한 안행형의 장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기러기가 혼자서 날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집단 시너지(group synergy)를 낸다는 것이다.


[1] Dennis, Larry W. Sr. (1996), In Formation: How to Gain the 71% Advantage, Rising Tide Publishing, September 1. [google books]

[3] Blanchard, K. (1997). Gung ho!. Harper Collins. [ama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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