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46분
Bk I:747-764 Phaethon’s parentage
Bk I:765-779 Phaethon sets out for the Palace of the Sun
Bk II:1-30 The Palace of the Sun
Bk II:31-48 Phaethon and his father
Bk II:49-62 The Sun’s admonitions
Bk II:63-89 His further warnings
Bk II:90-110 Phaethon insists on driving the chariot
Bk II:111-149 The Sun’s instructions
Bk II:150-177 The Horses run wild
Bk II:178-200 Phaethon lets go of the reins
Bk II:201-226 The mountains burn
Bk II:227-271 The rivers are dried up
Bk II:301-328 Jupiter intervenes and Phaethon dies
Bk II:329-343 Phaethon’s sisters grieve for him
Bk II:344-366 The sisters turned into poplar trees
Bk II:381-400 The Sun returns to his task
Bk II:401-416 Jupiter sees Callisto
한글 번역종합
에파포스가 파에톤을 놀리다
이제 [이집트의 왕비인] 이오는 어엿한 여신이 되어, 흰 옷을 입은 신관(神官)들에게서 숭배 받고 있다. 이오는 에파포스라는 아들을 낳았는데, 사람들은 이 에파포스가 제우스의 씨를 받아 이오가 낳은 아들이라고 믿는다. 이 이집트 땅의 신전에는 이오 신전과 에파포스 신전이 나란히 있다.
태양신 [아폴로의] 아들인 파에톤은 에파포스와 성품도 비슷하고 나이도 같았다. 어느 날 파에톤은, 집안 자랑을 하는 에파포스에게 지기 싫어서 자기도 아폴로의 아들이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에파포스가 말했다.
“이 멍텅구리야, 너는 네 어머니 말을 고스란히 믿는구나. 네 아버지도 아닌 분을 네 아버지라고 우기고 있으니 한심하구나.”
파에톤은 얼굴을 붉혔다. 너무 부끄러워 차마 화를 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파에톤은 어머니 클뤼메네에게 말했다.
“어머니께서 더욱더 괴로우시겠지만, 저는 그토록 자유분방하고 드세기는 하지만 이제껏 말 한마디 못 했어요.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듣고도 한마디 항변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어요. 정말 제가 하늘의 씨앗에서 태어났다면 어머니께서는 제 지체가 그렇게 높다는 증거를 보여주시고, 제가 하늘나라에 속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세요.”
파에톤은 두 팔로 어머니의 목을 끌어안고서, 자신의 머리와, [의붓아버지인 에티오피아의 왕인] 메롭스의 머리와, 누이들의 결혼식 횃불에 맹세하고 자신의 출생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아들 파에톤의 말에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들에 대한 모욕을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여기고 화가 나서 그랬는지, 어쨌든 클뤼메네는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작열하는 태양을 우러러보며 외쳤다.
“내 아들아, 지금 우리 말을 듣고, 우리를 보고 계시는 저 찬란한 태양의 광휘에 걸고 맹세하건대, 너는 네가 우러러보고 있는 저분에게서, 우주를 다스리시는 저 태양신에게서 태어났다. 만약 내가 지어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나는 다시는 그분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고, 내 눈으로 햇빛을 보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그러니 네 아버지를 찾아가거라. 너는 네 아버지의 거처를 알려고 오랫동안 애쓸 것도 없다. 그 길이 그리 먼 것도 아니다. 그분이 뜨시는 곳은 우리 땅과 이웃해 있다. 네가 정 그러겠다면 가서 그분에게 직접 여쭤 보거라!”
파에톤이 아버지를 찾아 나서다
어머니의 말을 들은 파에톤은 곧장 길을 떠났다. 그의 마음은 어느새 하늘나라에 가 있었다. 그는 고향 에티오피아 땅과 작열하는 태양 아래 자리잡은 인도 땅을 지나 자신의 아버지 태양이 솟아오르는 곳으로 쉬지 않고 걸어갔다.
태양신의 궁전은 높다란 원주(圓柱)들 위에 우뚝 솟아 있었는데, 번쩍이는 황금과 불꽃 빛깔의 금동(金銅)으로 빛나고 있었다. 지붕은 윤 나게 갈아낸 상아였다. 궁전 정면에 있는 두 짝으로 된 문은 찬란한 은빛을 발하고 있었다. 재료보다 솜씨가 더 훌륭했다. 이 문에는 [불과 대장장이의 신인] 불카누스가 조각한 부조(浮影)가 펼쳐져 있었다. 이 부조에는, 대지를 가슴 가득히 안은 바다, 대지 그 자체, 그리고 대지 위의 하늘이 새겨져 있었다. 바다에는 뿔고둥 나팔을 부는 트리톤, 변신에 능한 프로테오스, 두 마리의 거대한 고래를 타고 그 등을 채찍으로 갈기는 아이가이온 같은 해신들이 있었다.
도리스와 그녀의 딸들인 네레이데스도 있었다. 그녀들 가운데 일부는 헤엄치고, 일부는 바위 위에 앉아 초록빛 머리카락을 말리고, 더러는 물고기를 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매들이 그러하듯, 그들 모두는 얼굴이 똑 같지도 전혀 다르지도 않았다. 대지 위에는 사람과 도시와 숲과 들짐승과 강과 요정들과 다른 시골 신들이 있었다. 그들 위쪽에는 빛나는 하늘의 그림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황도12궁 중에서 오른쪽 문짝에 여섯, 왼쪽 문짝에 여섯이 있었다.
파에톤이 아폴로를 만나다
클뤼메네의 아들[파에톤]은 가파른 계단을 올라 아버지의 궁전으로 들어갔다. 저 에파포스가 그토록 의심하여 마지않던 아버지의 궁전으로, 파에톤은 당당하게 들어갔다. 파에톤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자마자 조금 떨어진 곳에 우뚝 섰다. 아버지 태양신[아폴로]가 던지는 눈부신 빛줄기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태양신은 보라색 용포를 입고 빛나는 에메랄드 왕좌에 앉아 있었다. 그 좌우에는 날, 달, 해, 세대, 그리고 시(時)가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사계절도 있었다. 젊은 봄이 화관을 쓰고 서 있었고, 벌거벗은 여름은 곡식 이삭 화환을 쓰고 서 있었다. 그곳에는 또 가을이 포도송이를 밟다가 물이 든 채 서 있었고, 얼음처럼 차가운 겨울은 백발이 곤두선 채 서 있었다.
파에톤은 이 기이한 광경에 놀라 떨면서 그 자리에 섰다. 이어서 이들 한가운데에 앉아 있던 태양신이 만물을 굽어보는 눈으로, 신기한 광경에 주눅이 든 젊은이를 보며 말했다.
“내 아들 파에톤아. 왜 여기에 왔느냐? 내 성채에서 무엇을 얻기 원하는가? 내가 너를 내 아들이라고 부른다. 너는 내 아들이다. 아비가 자식을 알아보지 못할 리 있겠느냐?”
파에톤이 대답했다.
“신이시여, 이 넓은 우주에 고루 빛을 나누어 주시는 신이시여. 아버지 아폴로시여, 저에게 아버지라고 부를 권리를 허락하신다면, 제 어머니 클뤼메네가 허물을 숨기려고 제게 꾸며서 이르신 것이 아니라면 그 징표를 보여 주소서,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 분명하다는 증거를 보이시어 제 마음에서 의혹의 안개가 걷어 주소서.”
파에톤이 이렇게 말하자 태양신은 사방팔방으로 쏘던 빛을 잠시 거두고 가까이 다가오라고 말했다. 아들이 다가가자 태양신은 아들을 안고 말했다.
“너는 나에게서 아들로 인정받을 만한 자격이 있으며, 클뤼메네는 네 출생에 관해 사실대로 말했다. 네가 다시는 의심하지 않도록, 무엇이든 네가 원하는 선물을 내게 말해보아라. 그것을 너는 내 손에서 받게 될 것이다. 신들이 그것에 걸고 맹세하는 스틱스 강이, 내가 눈으로 본 적 없는 그 늪이 내 약속의 증인이 되리라.”
태양신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파에톤은 아버지의 태양전차를 단 하루만 빌려주면 다리에 날개 달린 말을 몰아 전차를 끌어 보겠노라 말했다.
아폴로가 후회하다
그제서야 아버지 태양신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이루는] 스틱스 강에 맹세한 것을 후회했다. 세 번이나 그 빛나는 머리를 가로젓으며, 그가 말했다.
“네 말을 듣고 보니 내가 너무 경솔했구나. 내가 어쩌다 이런 약속을 했을까? 무슨 까닭일까? 잘 들어라. 이것만은 내가 들어줄 수 없는 소원이구나. 원컨대 네가 취소하여라. 네가 말하는 소원은 더할 나위 없이 위험한 일이다. 네가 이루어지기 원하는 것은 나만 누릴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권리다. 너의 힘, 너의 나이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너는 때가 되면 죽을 팔자를 타고난 인간이다. 네가 원하는 그것은 죽을 운명을 타고 태어난 인간에게는 이루어질 수가 없는 일이다. 네가 몰라서 그렇지, 너의 소원은 다른 신들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신들이 각자 자기의 권능을 뽐내지만 이 전차를 몰 수 있는 신은 오직 나밖에 없다. 저 무서운 벼락을 던지시는 전능 하신 올림푸스의 지배자도 이 전차만은 몰지 못한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에게 제우스보다 더 위대한 존재가 또 어디 있겠느냐?”
아폴로가 파에톤에게 경고하다
태양전차가 가는 길의 첫 부분은 너무 가팔라서 아침에 원기가 충천하는 듯한 내 말들도 오르는 데 애를 먹는다. 길은 여기서 천공으로 아득히 솟는데, 여기서 대지를 내려다보면 늘 지나다니는 나도 어떤 때는 겁이 나고 심히 두려워 가슴이 떨린다. 길의 마지막 부분은 내리막이라 여기서는 고삐를 힘껏 잡아야 한다. 아래 있는 물속에서 나를 받아주는 [바다의 여신] 테튀스조차도 내가 거꾸로 떨어질까 염려하곤 하지. 게다가 하늘은 엄청난 속도로, 잠시도 쉬지 않고 돌고 있다. 그냥 도는 게 아니라 거기에 박혀있는 별들을 아찔한 속도로 휩쓸어간다. 궤도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으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돌고 도는 하늘궁전 저쪽으로 전차를 몰고 나갈 수 있는 자는 오직 나뿐이다. 내가 너에게 태양전차를 빌려주었다고 치자. 네가 장차 어쩌려고 하느냐? 돌고 도는 천체 축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겠느냐? 회전하는 하늘궁전에 휩쓸리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올 것 같으냐?
너는, 하늘에는 신들의 숲, 신들의 도시, 신들의 신전이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복병과 무서운 괴수들 사이로 길을 찾아서 빠져나와야 한다. 요행히 궤도를 제대로 잡아 여기에서 이탈하지 않을 수 있다 하더라도, 너에게 덤벼드는 황소의 뿔들 사이로, 하이모니아의 궁수와, 사나운 사자의 아가리 옆을, 그리고 무자비한 집게발을 멀리 구부리고 있는 전갈과, 다른 쪽에서도 집게발을 구부리고 있는 게 옆을 지나가야 한다.
뿐만이 아니다. 천마(天馬)를 다루는 것도 너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천마는 자기들 가슴에 불길을 간직하고 있다가 이를 코로 내뿜고 입으로 내뿜는다. 천마가 이 불길에 스스로 흥분하면 다루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고삐를 채는데도 이를 모르는 체하고 애를 먹이는 게 바로 이 천마들이다. 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냐?
파에톤은 전차 몰기를 고집하다
이 아비가 어떻게 자식의 소원을 들어준답시고 자식이 죽도록 내버려 둘 수 있겠느냐? 그러니 지금, 그래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다른 소원, 이보다 더 나은 소원을 말해 보아라.
너를 내 아들로 증명하는 징표를 보이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보이마. 보아라, 자식의 안위가 위태워질까봐 이렇듯 속 태우는 이 아비를 보아라. 이 아비의 마음, 이것이 너를 아들로 인정하는 확실한 징표가 아니겠느냐? 자, 이리 와서 아비의 얼굴을 보아라. 너의 눈으로 내 속을 들여다보고 아비의 마음이 근심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제발 알아주려무나, 아, 그러면 좀 좋으랴!
살펴보아라. 이 세상에는 이보다 귀한 것이 얼마든지 있다. 하늘, 바다, 어디에 있는 것도 좋다. 네가 바라는 것이면 무엇이든 내 너에게 주겠다. 그러나, 이것만은 어쩔 수가 없구나. 이것은 영예가 아니라 파멸의 씨앗이다. 네가 원하는 것이 은혜가 아니라 파멸이라는 사실을 왜 모르느냐?
네가 바라는 것이 정말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아직도 이렇게 조르고 있는 것이냐? 할 수 없구나, 네 소원대로 해보려무나, 내가 이미 스틱스 강에 맹세를 했으니, 내가 무슨 수로 이 약속을 번복하겠느냐? 네가 조금만 더 지혜로웠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이로써 아폴로의 경고도 끝났다. 아버지의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은 끝내 제 고집을 꺾지 않았다. 파에톤은 기어이 태양전차를 몰아볼 작정이었다. 힘 닿는 데까지 아들을 타이르다 지친 아버지는, 되도록 시간을 끌면서 불카누스가 선물한 높다란 마차가 있는 곳으로 젊은이를 데리고 갔다. 그 마차는 굴대는 물론 채도, 바퀴 테도 모두 황금이었다. 하지만 바퀴살은 은이었다. 멍에 위에 질서정연하게 박힌 감람석과 보석들은 아폴로가 비출 때 그 찬란한 빛을 반사했다.
아폴로가 파에톤에게 지침을 주다
파에톤이 벅찬 가슴을 안고 태양전차를 만져보며 감탄하고 있을 즈음, 붉게 동터 오는 동녘에서는 새벽 잠을 깬 [새벽의 여신] 오로라가 장미꽃이 가득 핀 방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방문을 활짝 열었다. 별들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루시퍼[샛별]이 그 대열의 후미를 이루며 하늘에 있는 자신의 망루를 맨 마지막으로 떠났다. 태양신은 이 루시퍼[샛별]이 떠나는 것과, 하늘이 붉어지면서 이지러진 달빛이 여명에 무색해지는 것을 보고는 발빠른 [시간의 여신] 호라이에게 명하여 천마를 끌고 나오도록 했다. 호라이가 명을 시행했다. 호라이는 천장이 높은 마구간에서, [신들이 먹는다는 불로초인] 암브로시아를 배불리 먹은 천마를 끌어내어 마구(馬具)를 채웠다. 천마들은 숨쉴 때마다 불길을 토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얼굴에는, 불길에 그을리는 것을 막아주는 신성한 연고를 바르고 잘 문질러주고는, 아들의 머리에는 빛의 관을 씌워주었다. 이러면서도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던지 자주 한숨을 쉬었다. 오래지 않아 자식에게 닥칠 재앙과 이로 인한 자신의 슬픔을 예견하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아폴로는 말했다.
“아비의 말을 잘 듣고 마음에 새기도록 하여라. 되도록이면 채찍은 쓰지 말고 고삐는 힘껏 틀어 잡도록 하여라. 천마는 알아서 요령껏 잘 달릴 터이지만, 이들의 조급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하늘나라 다섯 구역을 곧장 가로질러 가려고 하지 말아라. 자세히 보면 세 구역의 경계선 안으로 조금 휘어진 샛길이 있다. 이 길을 잡으면, 설한풍이 부는 극남 지역과 극북 지역을 피해갈 수가 있다. 이곳을 네 길이 되도록 하여라. 너는 내 마차의 바퀴 자국을 뚜렷이 몰 수 있을 것이다. 하늘과 땅에 골고루 따뜻한 빛을 나누어 주려고 하면, 너무 높게 몰아서도 안 되고 너무 낮게 몰아서도 안 된다. 너무 높게 몰면 하늘의 궁전을 태울 것이고 너무 낮게 몰면 대지를 태우고 만다. 중간으로 가면 가장 안전하다. 똬리를 튼 뱀자리을 향하여 너무 오른쪽으로 벗어나지 말고, 하늘 깊숙한 곳에 있는 제단자리을 향하여 너무 왼쪽으로 몰지 말아라. 그 둘 사이를 지나가도록 하여라. 내 이제 너를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의 손에 맡기니 너를 도와주기를, 네가 너를 돌보는 것 이상으로 자상하게 너를 돌보아 주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구나. 서둘러라. 벌써 밤이 저 멀리 서쪽 해변에 이르렀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이제 우리가 나타날 차례다. [새벽의 신] 오로라가 어둠을 몰아내고 있지 않느냐? 자, 고삐를 힘있게 쥐어라. 혹시 내 말을 듣고 네 마음이 변하지는 않았느냐? 변했거든 천마의 고삐를 놓고 내 말을 따르거라. 따를 수 있을 때 따르거라. 너의 발이 이 단단한 태양신궁의 바닥에 닿아 있을 때 내 말을 따르거라. 미숙한 네가 하늘로 오르는 일은 어울리지 않는다. 네가 이 위험한 일을 해보겠다고 우기지만, 대지에 빛을 나누어주는 일이랑 나에게 맡기고 너는 그 빛을 누리기나 하는 것이 어떠 하겠느냐?”
말들이 거칠게 달리다
파에톤은, 제 젊음과 제 힘만 믿고 태양전차 위에 의기양양하게 자리잡고 서서 아버지가 건네주는 고삐를 받았다. 그러고는 마부석에 앉아 어려운 청을 들어준 아버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태양전차를 끄는 네 마리의 날개 달린 천마, 즉 퓌로이스, 에오우스, 아이톤, 그리고 플레곤은 불을 뿜으며 주위의 대기를 뜨겁게 달구면서 발굽으로 가로장을 걷어찼다. [바다의 여신] 테튀스는 외손자 [파에톤의] 앞에 어떤 운명이 기다리는 줄도 알지 못하는 채 그 가로장을 치웠다. 그러자 네 마리 천마 앞으로 하늘이 펼쳐졌다. 네 마리 천마는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앞길을 막는 구름의 장막을 찢었다. 이들은 단숨에, 이 지역에서 이는 동풍을 저만치 앞질렀다.
하지만 네 마리의 천마는, 전차가 엄청나게 가벼워진 데 놀랐다. 멍에에 느껴지는 무게가 전에 비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가볍게 느껴졌다. 파에톤의 무게가 아폴로의 무게보다 훨씬 가벼웠으니 당연했다. 네 마리의 천마에게는 자기들이 전차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만큼 짐이 가벼웠다. 바닥짐 없는 배가 거친 파도에 휩쓸려 바다 위를 이리저리 떠다니듯이, 마부의 무게가 전 같지 않은 이 전차도 하늘을 누비며 흡사 빈 전차처럼 흔들렸다.
그렇게 느끼자마자 전차는 질주하며 익숙한 궤도를 이탈하더니 더는 예전과 같은 주로를 달리지 않았다. 마부석에 앉은 파에톤은 기겁 했지만 그에게는 고삐로 천마를 다스릴 재간이 없었다. 그에게는 어디가 어딘지 위치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설사 분간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천마를 다스릴 수 없었으니 결국은 분간이 되나 되지 않으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그 차갑던 북두칠성이 난생 처음으로 태양전차가 내뿜은 열기에 달아올라 금단의 바다로 뛰어들려 했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북극권에 바싹 붙은 채 혹한의 하늘에 똬리 틀고 있어서 별로 위험한 존재로는 알려지지 않던 뱀자리가 그 열기에 똬리를 풀고 일찍이 볼 수 없던 포악을 부리기 시작했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목동자리가 놀라, 그 느린 걸음으로 도망치다가 쟁기에 걸려 쓰러졌다고도 한다.
파에톤이 후회하다
불행한 파에톤은 하늘 꼭대기에서 저 멀리 아래쪽에 펼쳐진 대지를 내려다보고는,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의 무릎은 갑자기 엄습한 공포로 걷잡을 수 없게 떨리기 시작했다. 강렬한 태양의 빛줄기 때문에 눈을 뜨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제야 파에톤은 아버지의 천마에 손을 댄 것을 후회했다. 친아버지를 찾고, 그로부터 소원성취의 약속을 받아낸 것 자체를 후회했다. 그는 [에티오피아의 왕인] 메롭스의 의붓아들로 평범하게 살 것을 그랬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는 전차에 실린 채 지향 없이 끌려가고 있었다. 키도 쓸모 없고, 밧줄도 하릴없어서, 신들의 자비에 몸을 맡기고 기도에 희망을 건 채, 북풍에 운명을 맡긴 소나무 쪽배의 사공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손을 쓸 수도 없었고 손을 쓸 여지도 없었다. 왔던 거리가 적지 않았지만 가야 할 길은 훨씬 더 멀었다. 그는 도저히 이를 가망이 없을 듯한 서쪽 하늘과, 두고 온 동쪽 하늘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그 거리를 마음속으로 가늠해 보았다. 갈 수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렇다고 고삐를 놓을 수도 없고, 고삐를 잡고 있을 힘도 없었다. 천마의 이름조차 이미 잊어버렸다.
산들이 모두 불타다
게다가 그는 넓은 하늘 곳곳에 거대한 야수들의 놀라운 형상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안절부절못했다. 하늘에는 전갈이 집게발을 구부려 두 개의 호(孤)를 이루며 꼬리와 양쪽으로 뻗은 구부린 팔로 두 황도궁의 자리[전갈자리와 천칭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있다. 파에톤은, 무시무시한 독을 품은 전갈이 꼬부랑한 독침을 겨누고 있는 것을 보자 그만 기겁을 하고 고삐를 놓치고 말았다. 고삐는 그의 손에서 천마의 잔등으로 떨어졌다. 이를 채찍질로 안 천마는 궤도를 벗어나 질풍같이 내달았다. 이제 천마를 다스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네 마리 천마는 생면부지의 공간을 누비며 그때까지 달려온 것만 가늠해서 그저 달리기만 했다. 높디높은 하늘궁전의 별 쪽으로 달려가는가 하면, 길도 없는 곳으로 전차를 끌고 가기도 했고, 하늘궁전에 닿을 듯이 솟구치는가 하면 갑자기 대지의 사면에 닿을 만큼 고도를 뚝 떨어뜨리기도 했다. [달의 여신인] 루나는 오라비의 전차가 자기보다 낮게 날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깜짝 놀라 낯빛을 바꾸었다. 그슬린 구름에서는 연기가 피어 올랐다. 대지는 높은 곳부터 불길에 휩싸였다. 습기가 마르자 대지가 여기저기 터지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푸른 풀밭은 잿빛으로 변했고 나무와 풀은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다 익은 곡식은 대지의 파멸을 재촉하는 불쏘시개 같았다. 그러나 이런 피해는 다른 것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었다. 거대한 성벽이 무너져 내렸고 인간들이 함께 살아가던 수많은 마을과 온 나라가 잿더미로 변했다. 산의 수풀도 불길에 휩싸였다.
아토스 산도 불덩어리로 변했다. 물 좋기로 소문난 킬리키아 지방의 토로스 산, 트몰로스 산, 오에타 산, 예전에는 물이 많았으나 그때 말라버린 이디 산과, 음악의 여신 뮤즈의 산인 헬리콘 산에도 불이 붙었다. 나중에 오르페우스와 인연을 맺게 되는 하에모스 산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에트나 산에서는 두 개의 불기둥이 솟아 하늘을 찔렀고 파르나소스 산의 나란히 솟은 두 봉우리와, 에뤽스 산, 킨토스 산에도 불이 붙었다. 오트뤼스 산, 로도피 산에서는 만년설이 녹아 내렸고, 신전이 많은 미마스와 딘디마와, 뮈칼레 산, 키타이론 산에도 불이 붙었다. 그 추운 스퀴티아 지방도 무사하지 못했고, 캅카스 지방도 불길에 휩싸였는데 오사 산, 핀도스 산도 무사할 리 없었다. 이보다 훨씬 높은 올림포스 산, 하늘을 찌를 듯한 알프스 산맥, 구름 모자를 쓰고 있던 아펜니노 산도 불길에 휩싸였다.
강들이 모두 마르다
파에톤은 불바다가 된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대지에서 솟아 오르는 열기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뜨거웠다. 그의 숨결도 풀무에서 나온 공기처럼 뜨거웠다. 전차는 빨갛게 달아오른 것 같았다. 열기와 함께 올라온 재와 하늘을 날아다니는 불똥도 그를 괴롭혔다. 뜨거운 연기로 주위가 칠흑 어둠이라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발 빠른 천마가 끄는 대로 끌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 피부가 새까맣게 된 것도 이때부터 였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열기 때문에 피가 살갗의 표면으로 몰려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해오는 바에 따르면 리비아가 사막이 된 것도 이때 였고, 열기가 물을 말려버리자 물의 요정들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샘과 호수 없어진 것을 애통해 한 것도 이때 였다고 한다. 보이오티아 땅이 디르케 샘을, 아르고스 땅이 아미모네 샘을, 고린트 땅이 피레네 샘을 잃은 것도 바로 이때였다.
샘이 말랐는데 트인 물길을 흐르던 강이 온전할 리 없다. 강의 신인 돈 강은 물 속 깊은 곳에서 진땀을 흘렸다. 연로한 피니오스 강, 마이시아 지방의 카이코스 강, 흐름이 급하기로 소문난 이스메노스 강도 그런 고초를 겪었다. 아르카디아의 에뤼만토스 강, 후일 불길에 또 한번 마르는 크산토스 강도 이런 고통을 면하지 못했다. 황갈색의 뤼코르마스 강, 꾸불꾸불 흐르는 마이안드로스 강, 트라키아의 멜라스 강, 라코니아의 에우로타스 강, 바뷜로니아의 유프라테스 강, 오론테스 강, 물살이 빠른 테르모돈 강, 갠지스 강, 파시스 강, 도나우 강도 변을 당했다. 알페이오스 강은 끓겼고, 스페르키오스 강은 그 둑이 불바다로 변했다. 타구스 강 바닥의 금싸라기는 불길에 녹았고, 마이오니아의 강둑을 노래로 찬미하던 새들은 카위스트로스 강으로 뛰어들었으나 끝내 살아남지는 못했다. 나일 강은 기겁을 하고 땅끝까지 도망쳐 땅 속에다 그 머리를 박았다. 그래서 나일 강의 원류가 어디인지 모른다. 어쨌든, 당시의 나일 강 일곱 하구에서는 먼지가 일었고 물길에도 물은 없었다.
트라키아 지방의 강들, 헤브로스 강, 스트루마 강, 라인 강, 론 강, 포 강, 그리고 강들의 지배자 자리를 약속받은 테베레 강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지가 곳곳에서 입을 벌리자 햇빛이 그 틈으로 [무한지옥인] 타르타로스까지 비쳐들자 지하세계의 왕[하데스]와 그의 아내[프로세르피나]가 기겁을 했다. 바다가 마르자, 바다였던 곳에 넓은 사막이 나타났다. 그리고 깊은 바다에 덮였던 산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흩어져 있던 키클라데스 섬들의 수를 늘렸다. 물고기는 바다의 바닥으로 내려갔고 돌고래는 물 위로 솟구치지 못하고 수면에 등을 대고 가만히 떠다녔다. 바다표범의 시체가 뒤집힌 채 수시로 물결 위에 떠올랐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네레오스와 도리스 부부와 딸들은 바다 속의 동굴에 숨어서도 열기 때문에 진땀을 홀렸다고 한다.
바다의 지배자 포세이돈은 세 번이나 물 밖으로 팔을 내밀었다가 세 번 모두 너무 뜨거워 팔을 거두어들였다고 한다.
대지의 여신이 제우스에게 항의하다
바다에 둘러싸인 자애로운 대지의 여신은 바닷물과, 사방에서 오그라들며 그늘을 드리워주는 어머니의 뱃속으로 숨어버린 샘들 사이에서 비록 목 가까이까지 바싹 말랐지만 침울한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 한 손으로 이마를 가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어 만물을 뒤흔들더니, 머리를 조금 낮추고 위엄 있는 음성, 노기 띤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이것이 운명의 여신이 정한 길이고, 내가 이같은 파멸을 받아들여야 할 만큼 죄를 지었다면, 전능하신 제우스 신이여, 왜 벼락으로 나를 치지 않고 이토록 욕을 보이십니까? 불로써 나를 치려거든, 전능하신 제우스 신이여, 당신의 불로 치세요. 같은 파멸의 불이라도 당신이 내리는 파멸의 불이 차라리 견디기 쉽겠습니다. 아, 몸이 타는 듯하여 말하기조차 힘 듭니다.”
지상의 열기가 여신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여신은 힘겹게 말을 이었다.
“자, 그대는 그을린 이 머리털과, 내 두 눈과 내 얼굴 위의 이렇게 많은 재를 보세요! 이것이 나의 다산과 봉사에 대하여 그대가 지불하는 이자이며, 그대의 보답인가요? 괭이에 긁히고 보습에 찢기면서까지 참아온 보람이 이것입니까? 한 해 내내 마음 놓고 쉬어 보지도 못한 나를 이렇게 대접합니까? 가축에게 나뭇잎과 부드러운 풀을 먹여주고, 인간에게는 곡식을 베풀고, 그대들 신들에게는 향나무를 기른 나를 이렇게 대접하나요?
나는 이런 일을 당해 마땅하다고 쳐요. 하지만 바다는, 그대의 형[포세이돈]은 도대체 무슨 벌 받을 짓을 했나요? 제비뽑기를 해서 그의 몫으로 주어진 바다는 왜 오그라들고 하늘에서 더 멀리 물러서야 하는 것인가요? 만약 그대가 그대의 형이나 나를 배려할 생각이 없다면, 그대의 하늘이라도 불쌍히 여겨 주세요! 주위를 둘러보세요. 하늘의 양극(兩極)에서 연기가 나고 있어요. 그것들이 불에 상하면 그대들의 궁전도 무너질 거예요. 보세요, 아틀라스도 힘겨워 하면서 발갛게 단 하늘의 축을 간신히 두 어깨로 떠메고 있어요. 바다와 육지, 하늘의 성채가 없어진다면 우리는 옛날의 카오스로 내동댕이쳐질 것이에요. 아직도 남은 것이 있다면 화염에서 구하시고 우주의 안위를 생각하세요!”
제우스가 파에톤에게 벼락을 던지다
이 말을 마치자 대지의 여신은, 땅 위의 열기를 도저히 더는 견딜 수 없었던지 땅 속으로 들어가 저승 가까운 곳에 있는 동굴로 그 모습을 감추었다.
신들의 전능한 아버지 제우스는, 자기가 손을 쓰지 않으면 천지만물이 비참한 지경을 당할 것으로 판단하고 서둘러 신들의 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는, 파에톤에게 태양전차를 맡긴 태양신도 나왔다. 제우스는 하늘궁전 꼭대기로 올라갔다. 하늘궁전 꼭대기는, 그가 대지 위로 구름을 펼 때나, 천둥이나 벼락을 던질 때마다 올라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하늘궁전 꼭대기에는 대지 위에 펼칠 구름도, 대지에 쏟을 비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벼락을 하나 집어, 오른쪽 귀 위까지 들어올렸다가 태양전차의 마부석을 향해 힘껏 던졌다. 벼락 하나에 파에톤은 전차를 잃었고, 그리고 이승을 하직했다. 파에톤이 불덩어리가 됨으로써 우주의 불길을 잡은 것이다.
천마는 벼락 소리에 몹시 놀라서 길길이 날뛰다가 멍에에서 풀려나고 고삐에서 풀려나 뿔뿔이 흩어졌다. 마구와 전차의 바퀴, 굴대, 뼈대, 바퀴살 파편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아주 먼 곳까지 날아가는 파편도 있었다. 파에톤은 불길에 머리털이 발갛게 그을리며 거꾸로 내던져져 긴 꼬리를 남기며 대기 사이로 떨어졌다. 그 모습은 마치 맑은 하늘에서 가끔 별이, 실제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때와 같았다. 그의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지구의 다른 쪽 끝에 있는 [이탈리아의] 포 강이 그를 받아 연기가 나는 그의 얼굴을 씻어주었다. 서쪽 나라의 물의 요정들이 세 갈래 난 벼락의 화염에 싸여 아직도 연기가 나는 그의 시신을 묻어주며 비석에 이런 문구를 새겼다.
“아버지의 전차를 몰던 파에톤, 여기 잠들다. 힘이야 모자랐으나 그 뜻만은 가상하지 아니한가.”
이탈리아의 요정들이 파에톤을 후히 장사 지내준 것은 파에톤의 아버지인 태양신이 얼굴을 가린 채 숨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믿어야 할지 말지 모르겠지만, 이날 하루만은 태양이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타오르던 불길이 세상을 비추었다고 한다. 세상을 태우던 불길이 단 하루지만 세상을 비추었다는 이야기가 묘하다. 그러고 보면, 재앙이라고 해서 반드시 유익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파에톤의 누이들이 애도하다
한편 클뤼메네는 그런 큰 재앙을 만나자 해야 할 말을 모두 쏟아내고 나서 괴로운 나머지 실성한 듯 옷을 찢고 가슴을 치며 처음에는 죽은 아들의 사지를, 나중에는 뼈를 찾아 온 세상을 떠돌아다녔다. 그러던 클뤼메네는 아들의 시신이 먼 나라 강둑에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들의 무덤을 찾아간 클뤼메네는 무덤을 내려다보며 대리석에 새겨진 이름에 눈물을 떨구다가 가슴으로 그 비석을 끌어안았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 즉 아폴로의 딸들인] 헬리아데스들도 어머니 못지않게 슬퍼하며 아우의 죽음에 쓸모 없는 선물인 눈물을 바쳤다. 그들은 손바닥으로 가슴을 치며 자신들의 비탄을 듣지도 못할 파에톤을 밤낮없이 부르며 그의 무덤 위에 몸을 내던졌다. 파에톤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파에톤의 누이들이 포퓰러가 되다
이들은 달이 네 번 차고 기울 동안 무덤 앞에서 우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 그런데 헬리아데스 중에서 맏이인 파에투사가 일어서서 걸으려다 말고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비명을 질렀다. 아름다운 람페티에가 언니를 도우려 했다. 그러나 람페티에는 갑자기 발에 뿌리가 생기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셋째는 머리를 손질하려다 말고 비명을 질렀다. 머리에 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하나가, 다리가 나무 둥치로 변한다고 비명을 지르면, 다른 하나는 팔이 나뭇가지로 변한다고 고함을 지르는 식이었다. 헬리아데스 다섯 자매가 이 놀라운 변신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동안 나무 껍질은 이미 이들의 허벅지를 덮고 가슴, 어깨, 손을 덮으며 올라오고 있었다. 이들은 입이 껍질로 덮이기 직전에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가 달려온다고 무슨 수가 있겠는가. 어머니 클뤼메네는 달려가, 자신의 입술을 느낄 수 있을 동안이라도 입을 맞추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클뤼메네는 입맞춤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나무에서 껍질을 벗겨내려고 애쓰면서 아직은 부드러운 나뭇가지를 꺾어보았다. 그러자 꺾인 자리에서 수액 대신 상처에서 흐르는 피와 흡사한 액체가 흘렀다. 가지를 꺾인 딸이 외쳤다.
“어머니, 저를 다치지 마세요. 제발 꺾지 마세요. 나무로 둔갑했어도 제 몸의 일부랍니다. 아, 어머니, 안녕.”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무 껍질이 딸들의 입을 막았다. 이 나무 껍질에서 눈물이 흘러나와 태양빛에 굳으면서 호박 구슬이 되어 가지에서 강물로 떨어졌다. 강물은 이 호박 구슬을 물 밑에 간직했다. 뒷날 로마 부인네들의 장신구가 된 호박 구슬이 바로 이것이다.
퀴크노스는 백조가 되다
[미케네의 왕인] 스테넬로스의 아들 퀴크노스가 이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외가 쪽으로 파에톤과 친척이었다. 퀴크누스와 파에톤이 나눈 우정은 피보다 진했다. 그는, 파에톤이 불행하게 최후를 마쳤다는 소문을 듣고는 왕국을 떠나서, 포 강가로 달려와 이 강의 물결과 강둑의 풀밭을, 통곡하는 소리로 메아리 치게 했다. 파에톤의 누이들이 나무로 둔갑하는 바람에 수가 불어난 숲 속의 나무 사이로도 그가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렇게 울부짖는데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가늘어지면서 소리 끝이 갈라졌다. 이어 하얀 깃털이 돋아나 그의 머리카락을 가리기 시작했다. 퀴크노스의 목은 자꾸만 늘어나 어깨 위로 솟았고 손가락은 빨갛게 변하면서 사이사이에 물갈퀴가 돋아났다. 양 옆구리에서는 날개가 돋아났고 입이 있던 곳에서는 긴 부리가 생겨났다. 이렇게 퀴크노스는 새로운 새가 되었다. 그래서 이 새는 하늘과 제우스를 믿지 않는다. 제우스가 부당하게 벼락을 던지는 바람에 파에톤이 하늘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사실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퀴크노스는 늪지와 탁 트인 호숫가를 좋아한다. 불이 싫어 화염과 상극인 강을 거처로 삼는다.
아폴로는 일상으로 돌아오다
그사이 파에톤의 아버지는 상심하여 평소의 광채를 잃은 채 헝클어진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 마치 일식(日蝕)으로 어두워졌을 때와도 같았다. 그래서 그는 빛을 싫어했고, 자기 자신을 싫어했으며 화창한 날을 싫어했다. 아들 일로 몹시 상심한 그는, 이 세상에 대한 자신의 의무까지 심드렁하게 여기면서 더러는 불평도 했다.
“나도, 운명의 여신이 내게 맡긴 일을 이만하면 어지간히 한 셈이다. 이 일 때문에 나는 천지창조 이래로 한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 밑도 끝도 없는 이 일, 이제는 신물이 난다. 내 노력이 나를 명예롭게 한 적도 없다. 몰고 싶은 신이 있으면 태양전차를 몰아 보라지. 아무도 나서지 않고 모든 신이 몰 수 없다고 고백하면, 제우스 자신이 한번 몰아 보라지. 내 천마를 다스려보면, 그 동안만이라도 아비로부터 자식을 빼앗았던 저 저주스러운 벼락을 놓아야 할 테지. 저 거칠디 거친 천마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되면, 그 천마 잘못 다스린다고 벼락을 던질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겠지.”
태양신이 이렇게 말하자 모든 신이 그의 주위에 둘러서서 세상을 암흑 속에 빠뜨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하고 간청했다. 제우스까지도 벼락 던진 것을 사과하고 계속해서 태양전차를 몰아 달라고 했다. 왕들이 그러하듯 간청에 위협을 덧붙였다.
그러자 아폴로는, 정신이 얼떨떨하고 그때까지도 두려움에 떨고 있던 말들을 한데 모으더니 속이 상해 미친 듯이 채찍과 막대기로 치며 아들의 죽음을 말들 탓으로 돌렸다.
제우스가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리다
신들의 아버지이자 전능한 신인 제우스는, 파에톤이 일으킨 화재로 혹시 성벽에 상한 데가 없는지 알아보려고 하늘궁전을 두루 돌아다녔다. 하늘궁전은 이미 말짱하게 고쳐져 있었다. 하늘궁전이 여전히 난공불락의 철옹성임을 확인한 제우스는 이번에는 인간 세상을 살피러 하계로 내려갔다. 그가 가장 근심한 것은, 평소에 사랑하던 땅 아르카디아였다. 아르카디아로 내려간 그는 그때까지도 흐르지 못하는 강은 다시 흐르게 하고, 말라버린 샘은 다시 물로 가득 채웠다. 또 맨살이 드러난 대지는 풀과 나무로 옷을 입히고 황무지가 된 땅은 다시 푸른 숲이 되게 했다.
한글 번역_이윤기
이제 이오는 어엿한 여신이 되어, 흰 옷 입은 신관(神官)들을 거느린다. 후일 이오는 에파포스라는 아들을 낳는데, 사람들은 이 에파포스가 유피데르의 씨를 받아 이오가 지어낸 아들이라고 믿는다. 이 아이귑토스 땅의 신전에는 이오 신전과 에파포스 신전이 나란히 있다.
10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은 에파포스와는 나이나 기질이 비슷하다. 어느 날 파에톤은, 족보를 자랑하는 에파포스에게 지기 싫어 자기도 포에부스의 아들이라는 자랑을 내어놓았다. 그러자 에파포스가 말했다.
「이 멍텅구리, 너는 네 어머니 말을 고스란히 믿는구나. 네 아버지도 아닌 분을 네 아버지라고 우기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파에톤은 얼굴을 붉혔다. 너무 부끄러워 차마 화를 내지 못한 파에톤은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 클뤼메네에게 말했다. 「어머니, 정말 견딜 수 없습니다. 저는 태양신의 아들이라고 큰소리를 쳐놓고도 말대답을 못하고 왔습니다. 부끄럽습니다. 그런 모욕을 당했다는 게 부끄럽고, 말대답을 할 수 없었다는 게 창피합니다. 어머니, 제가 만일 신의 아들이라면 신의 아들이라는 증거를 보여주십시오. 그래야 태양신의 아들로서 천계(天界)에서도 제 권리를 누릴 수 있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말한 파에톤은 어머니의 목을 끌어안고, 자신의 머리, 메로프스의 머리, 혼인을 앞둔 누이의 행복에 걸고, 친부(親父)가 누구인지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아들 파에톤의 말에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들에 대한 모욕을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여기고 화가 나서 그랬는지, 어쨌든 클뤼메네는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작열하는 태양을 우러러보며 이렇게 외쳤다.
「나를 내려다보고 계시고, 내 말을 듣고 계시는, 찬연히 빛나는 태양에 걸고 맹세하거니와, 너는 네가 우러러보고 있는 태양, 온 세상을 밝히는 태양의 아들이다. 만일에 내 말이 거짓이면 그분이 내 눈을 앗아가실 것인즉, 내가 세상을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그러니 네 아버지를 찾아가거라. 네가 네 아버지 처소로 가는 일은 어렵지도 않고, 그 길이 그리 먼 것도 아니다. 우리 땅의 지경(地境), 그분이 솟아오르시는 곳, 그곳이 네 아버지이신 그분이 계시는 곳이다」
어머니의 말을 들은 파에톤은 곧 길을 떠났다. 그의 가슴은 천계에 대한 생각으로 잔뜩 부풀어 있었다. 그는 고향 아이티오피아 땅을 지나고, 작열하는 태양에서 가까운 힌두스 사람들의 땅을 지났다. 그러고는 아버지 태양이 솟아오르는 곳으로 다가갔다.
BOOK 2 신들의 전성시대
1 태양 수레를 모든 파에톤
태양신의 궁전은 원주(圓柱)에 떠받친 채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원주는 휘황찬란한 황금과 불꽃 빛깔의 적동(赤銅)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지붕은 윤나게 갈아낸 상아였다. 궁전 정면의, 은으로 만든 두 짝 문은 태양신의 빛을 찬연하게 되쏘고 있었다. 재료도 좋거니와 그 만든 솜씨는 재료보다 윗길이었다. 이 문에는 물키베르의 부조(浮影)가 펼쳐져 있었다. 이 부조에는, 대지를 가슴 가득히 안은 바다, 대지 자체, 그리고 대지 위의 하늘이 새겨져 있었다. 바다에는 뿔고둥 나팔을 부는 트리톤, 둔갑의 도사(道士) 인 프로테오스, 두 마리의 거대한 고래를 타고 그 등을 채찍으로 갈기는 아이가이온 같은 해신들이 있었다. 헤엄치는 네레이데스, 물고기를 타고 노는 네레이데스, 바위에 앉아 파란 머리카락을 말리는 네레이데스 등, 각양각색의 네레이데스가 보였다. 이들의 얼굴이 똑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매들이 그렇듯이 이들은 서로 비슷비슷했다. 대지에는 인간과 인간의 도성(都城)이 보였다. 숲과 짐승, 강과 전원의 요정과 정령들도 보였다. 이 위로는 빛나는 하늘이, 오른쪽 문에 6궁(宮), 왼쪽 문에 6궁, 이렇게 12궁을 상징하는 그림의 바탕을 이루고 있었다. 클뤼메네의 아들은 가파른 계단을 올라 아버지의 궁전으로 들어갔다. 저 에파포스가 그토록 의심하여 마지않던 아버지의 궁전으로, 파에톤은 당당하게 들어갔다. 파에톤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자마자 조금 떨어진 곳에 우뚝 섰다. 아버지 태양신이 던지는 눈부신 빛줄기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태양신은 보라색 용포를 입고 빛나는 에메랄드 보좌에 앉아 있었다. 보좌 좌우로는 <날>, <달>, <해>, <세대>, 그리고 <시(時)>가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사철도 있었다. 머리에 화관을 쓰고 있는 것은 <이른 봄>, 가벼운 차림에 곡식 이삭관을 쓴 것은 <여름>, 포도를 밟다가 나왔는지 발에 보라색 포도즙이 묻은 것은 <가을>, 백발을 홑날리고 있는 것은 <추운 겨울>이었다.
파에톤은 이 기이한 광경에 놀라 떨면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태양신은 시종들에게 둘러싸인 채 만물을 꿰뚫어 보는 눈으로 아들을 보면서 말했다.
「내 아들 파에톤아. 왜 여기에 왔느냐? 내 성채에서 무엇을 얻기를 바라느냐? 내가 너를 내 아들이라고 부른다. 너는 내 아들이다. 아비가 자식을 알아보지 못할 리 있겠느냐?」
파에톤이 대답했다.
「신이여, 이 넓은 우주에 고루 빛을 나누어주시는 신이시여. 아버지 포에부스시여, 저에게 아버지라고 부를 권리를 허락하신다면, 제 어머니 클뤼메네가 허물을 숨기려고 저에게 꾸며서 이르신 것이 아니라면 징표를 보여주소서,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 분명하다는 증거를 보이시어 제 마음에서 의혹의 안개가 걷히게 하소서」
파에톤이 이렇게 말하자 태양신은 사방팔방으로 쏘던 빛을 잠시 거두고 가까이 다가오라고 말했다. 아들이 다가가자 태양신은 아들을 안고 말했다.
「너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다. 네가 내 아들 아닐 리가 있겠느냐? 네 어머니 클뤼메네가 네 출생의 비밀을 제대로 일러주었다. 의혹의 안개를 걷고 싶거든 내게 네 소원을 하나 말하여라. 내가 이루어지게 하겠다. 신들이 기대어 맹세하는 강, 아직 내 눈으로는 보지 못한 강이 내 약속을 보증하리라」
태양신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파에톤은 아버지의 태양 수레를 단 하루만 빌려주면 다리에 날개 달린 말을 몰아 수레를 끌어보겠노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아버지 태양신은, 스튁스에 맹세한 것을 후회했다. 세 번이나 그 빛나는 머리를 가로젓고는, 그가 말했다.
「네 말을 듣고 보니 내가 경솔하게 말했다는 것을 알겠다. 내가 어쩌다 이런 약속을 했을꼬. 무슨 까닭이냐? 잘 들어라. 이것만은 내가 이루어줄 수 없는 소원이구나. 바라노니 네가 취소하여라. 네가 말하는 소원은 더할 나위 없이 위험하다. 네가 이루어지기를 소원하는 것은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권리다. 네 힘, 네 나이로는 되는 것이 아니다. 너는 때가 되면 죽을 팔자를 타고난 인간이다. 네가 소원하는 것은 필멸(必滅)의 팔자를 타고난 인간에게는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네가 몰라서 그렇지, 네 소원은 다른 신들에게도 이루어질 수가 없다. 신들이 각기 저희 권능을 뽐내지만 이 수레를 몰 수 있는 신은 오직 나뿐이다. 저 무서운 벼락을 던지시는 전능 하신 올륌포스의 지배자도 이 수레만은 몰지 못한다. 너도 알다시피 유피테르보다 권능이 나은 자가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느냐?
태양 수레의 길머리는 하도 가팔라 아침에는 원기가 충천하는 듯한 내 말들도 오르는 데 애를 먹는다. 길은 여기에서 천공으로 아득히 솟는데, 여기에서 대지를 내려다보면 늘 지나다니는 나도 겁을 집어먹는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공포가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것이다. 막판에 이르면 길이 아래로 급경사를 이루는데 여기에서는 힘들여 고삐를 잡아야 한다. 물 속으로 나를 받아주시는 테튀스 여신께서도 혹 내가 거꾸로 떨어질까봐 가슴을 졸이신다고 하신다. 뿐이냐? 천공은 엄청난 속도로, 잠시도 쉬지 않고 돈다. 그냥 도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박힌 별을 싸잡아안고 도는 것이다. 여기에서, 궤도에서 떨어져나가지 않으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돌고 도는 천궁 저쪽으로 수레를 몰고 나갈 수 있는 자는 오직 나뿐이다. 내가 너에게 태양 수레를 빌려주었다고 치자. 네가 장차 어쩌려느냐? 돌고 도는 천체 축에 휘말리는 걸 피할 수 있을 성싶으냐? 회전하는 천궁에 휩쓸리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올 성싶으냐?
너는, 하늘에도 신들의 숲, 신들의 도성, 신들의 사당이 있으리라고 생각할 게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복병과 무서운 괴수들 사이로 길을 찾아 빠져나가야 한다. 요행 궤도를 제대로 잡아 여기에서 이탈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무서운 황소, 하이모니아 켄타우로스, 사자 이빨, 전갈의 으시시한 집게를 피해 갈 수 있을 성싶으냐? 한쪽에서 전갈이 집게를 휘두르며 너를 위협할 게고 다른 한쪽에서는 게가 집게발을 휘두르며 너를 공격할 게다. 뿐만이 아니다. 천마(天馬)를 다루는 것도 너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천마는 저희 가슴에 불길을 간직하고 있다가 이를 코로 내뿜고 입으로 내뿜는다. 천마가 이 불길에 스스로 흥분하면 다루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고삐를 채는데도 이를 모르는 체하고 애를 먹이는 게 바로 이 천마들이다. 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냐? 이 아비가 어떻게 자식의 소원을 들어준답시고 자식 죽일 일을 시킬 수 있겠느냐? 그러니 지금, 그래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다른 소원, 이보다 나은 소원을 말해 보아라. 너를 내 아들로 용인하는 징표를 보이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보이마. 보아라, 자식의 안위가 위태워질까봐 이렇듯이 속을 태우는 이 아비를 보아라. 이 아비의 마음, 이것이 너를 아들로 용인하는 확실한 징표가 아니겠느냐? 자, 이리 와서 아비의 얼굴을 보아라. 네 눈으로 내 속을 들여다보고 아비의 마음이 근심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주려무나, 아, 그러면 좀 좋으랴!
살펴보아라. 이 세상에는 이보다 귀한 것이 얼마든지 있다. 하늘, 바다, 어디에 있어도 좋다. 네가 바라는 것이면 무엇이든 내 너에게 주겠다. 그러나, 이것만은 어쩔 수가 없구나. 이것은 명예가 아니고 파멸의 씨앗이다. 네가 소원하는 것이 은혜가 아니고 파멸이라는 것을 왜 모르느냐?
네가 바라는 것이 정말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아직도 이렇게 조르고 있는 것이냐? 할 수 없구나, 네 소원대로 해보려무나, 내 이미 스튁스에 맹세했으니, 내가 무슨 수로 이 약속을 번복하겠느냐? 네가 이보다 조금만 더 지혜로웠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포에부스의 경고도 이것으로 끝이었다. 아버지의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은 끝내 제 고집을 꺾지 않았다. 파에톤은 기어이 태양 수레를 몰아보겠다는 것이었다. 힘 닿는 데까지 아들을 타이르다 지친 아버지는, 불카누스가 만든 수레 있는 곳으로 아들을 데려갔다. 이 태양 수레는 바퀴 굴대도 황금, 뼈대도 황금, 바퀴도 황금이었다. 바퀴살만 은이었다. 마부석에는 포에부스가 쏘는 빛을 반사할 감람석과 보석이 나란히 박혀 있었다.
파에톤이 벅찬 가슴을 안고 태양 수레를 만져보며 찬탄하고 있을 즈음, 붉게 동터 오는 동녘에서는 새벽 잠을 깬 아우로라가 장미꽃이 가득 핀 방의, 눈부시게 빛나는 방문을 활짝 열었다. 별들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루키페르가 긴 별의 대열을 거느리고 천계의 제자리를 떠나고 있었다. 태양신은 이 루키페르가 떠나는 것과, 하늘이 붉어지면서 이지러진 달빛이 여명에 무색해지는 것을 보고는 발빠른 호오라이에게 분부하여 천마를 끌고 나오게 했다. 호오라이가 분부를 시행했다. 호오라이들은 천장이 높은 마구간에서, 암브로시아를 배불리 먹은 천마를 끌어내어 마구(馬具)를 채웠다. 천마들은 숨쉴 때마다 불길을 토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얼굴에다, 불길에 그을리는 것을 예방하는 신고(神背)를 바르고 잘 문질러주고는, 아들의 머리에다 빛의 관을 씌워주었다. 아버지는, 이러면서도 겨정스러운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던지 자주자주 한숨을 쉬었다. 오래지 않아 자식에게 닥칠 재앙과 이로 인한 자신의 슬픔을 예견하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포에부스는 이렇게 말했다.
「아비의 말을 잘 듣고 마음에 새기도록 하여라. 되도록이면 채찍은 쓰지 말고 고삐는 힘껏 틀어잡도록 해야 한다. 천마는 저희들이 요량해서 잘 달릴 게다만 이들의 조급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천계의 다섯 권역(圈域)을 곧장 가로질러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자세히 보면 세 권역의 경계선 안으로 조금 휘어진 샛길이 있다. 이 길을 잡으면, 설한풍이 부는 극남 권역(極南圈域)과 극복 권역을 피해갈 수가 있다. 이 길로 들어서면 수레의 바퀴자국이 보일 게다. 하늘과 땅에 고루 따뜻한 빛을 나누어주려면 너무 높게 몰아서도 안 되고 너무 낮게 몰아서도 안 된다. 너무 높게 몰면 창궁(蒼穹)에 불이 붙을 것이고 너무 낮게 몰면 대지를 그을리고 만다. 그 중간이 가장 안전하니 명심하여라. 오른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 거기에는 똬리 튼 뱀이 있다. 왼쪽으로 너무 치우쳐 바로 아래 있는 신들의 제단을 태워서도 안 된다. 이 사이를 조심해서 지나가도록 하여라. 내 이제 너를 포르투나의 손에 붙이고 포르투나가 너를 도와주기를, 네가 너를 돌보는 것 이상으로 자상하게 너를 돌보아주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구나. 서둘러라. 벌써 밤이 저 멀리 서쪽 해변에 이르렀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이제 태양 수레가 나타날 차례다. 아우로라가 어둠을 몰아내고 있지 않느냐? 자, 고삐를 힘있게 쥐어라. 혹 내 말을 듣고 네 마음이 변하지는 않았느냐? 변했거든 천마의 고삐를 놓고 내 말을 따르거라. 따를 수 있을 때 따르거라. 네 발이 이 단단한 태양신궁의 바닥에 닿아 있을 때 내 말을 따르거라. 미숙한 너에게 하늘로 오르는 일은 어울리지 않는다. 네가 이 위험한 일을 해보겠다고 우기기는 한다만, 대지에 빛을 나누어주는 일은 나에게 맡기고 너는 그 빛을 누리기나 하는 것이 어떠하겠느냐? 」
그러나 파에톤은, 제 젊음과 제 힘만 믿고 태양 수레 위로 올라가 아버지가 건네주는 고삐를 받았다. 그러고는 마부석에 앉아 어려운 청을 들어준 아버지에게 예를 표했다.
태양 수레를 끄는 네 마리의 날개 달린 천마, 즉 퓌로이스, 에오우스, 아에톤, 그리고 플레곤은 불을 뿜어 주위의 대기를 뜨겁게 달구면서 발굽으로 가로장을 걷어찼다. 테튀스는 외손 앞에 어떤 운명이 기다리는 줄도 알지 못하는 채 그 가로장을 치웠다. 그러자 네 마리 천마 앞으로 하늘이 펼쳐졌다. 네 마리 천마는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앞길을 막는 구름의 장막을 찢었다. 이들은 단숨에, 이 지역에서 이 는 동풍을 저만치 앞질렀다.
그러나 네 마리의 천마는, 수레가 엄청나게 가벼워진 데 놀랐다. 멍에에 느껴지는 무게가 전에 비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가볍게 느껴졌던 것이었다. 파에톤의 무게가 포에부스의 무게보다 훨씬 가벼웠으니 당연했다. 네 마리의 천마에게는 저희가 수레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만큼 짐이 가벼웠던 것이었다. 바닥짐 없는 배가 거친 파도에 휩쓸려 바다 위를 이리저리 떠다니듯이, 마부의 무게가 전 같지 못한 이 수레도 하늘을 누비며 흡사 빈 수레처럼 흔들렸다.
일이 이렇게 되자 천마는 익히 알던 궤도를 이탈하여 제멋대로 날뛰었다. 마부석에 앉은 파에톤은 기겁을 했지만 그에게는 고삐로 천마를 다스릴 재간이 없었다. 그에게는 어디가 어딘지 위치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설사 분간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천마를 다스릴 수 없었으니 결국은 분간이 되나 되지 않으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그 차갑던 북두칠성이 난생 처음으로 태양 수레가 내뿜은 열기에 달아올라 금단의 바다로 뛰어들고자 했다. 북극권에 바싹 붙은 채 혹한의 하늘에 똬리 틀고 있어서 별로 위험한 존재로는 알려지지 않던 뱀자리가 그 열기에 똬리를 풀고 일찍이 볼 수 없던 포악을 부리기 시작했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목동이 놀라, 그 느린 걸음으로나마 도망치다가 쟁기에 걸려 쓰러졌다고도 한다. 이윽고 이 불운한 파에톤은 아득히 높은 하늘에서 대지를, 아득히 먼 하계에 펼쳐진 대지를 보고 말았다.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의 무릎은 갑자기 엄습한 공포에 걷잡을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강렬한 태양의 빛줄기 때문에 눈을 뜨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제야 파에톤은 아버지의 천마에 손을 댄 것을 후회했다. 친부(親父)를 찾아내고, 그 친부로부터 소원성취의 약속을 받아낸 것 자체를 후회했다. 그는 메르프스의 의자(義子)로 평범하게 살 것을 그랬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는 수레에 실린 채 지향 없이 끌려가고 있었다. 키도 쓸모없고, 밧줄도 하릴없어서, 신들의 자비에 몸을 맡기고 기도에 희망을 건 채, 북풍에 운명을 맡긴 소나무 쪽배의 사공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손을 쓸 수도 없었고 손을 쓸 여지도 없었다. 온 거리가 적지 않았으나 가야 할 길은 이보다 훨씬 더 멀었다. 그는 도저히 이를 가망이 없을 듯한 서쪽 하늘과, 두고 온 동쪽 하늘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그 거리를 마음속으로 가늠해 보았다. 갈 수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그렇다고 고삐를 놓을 수도 없고, 고삐를 잡고 있을 힘도 없었다. 천마의 이름조차 잊어버린 판국이었다.
설사가상으로 천계의 도처에서 출몰하는 거대한 괴물에 대한 두려움까지도 그를 견딜 수 없게 했다. 실제로 천계에는, 전갈이 두 개의 집게발로 두 궁의 자리를 싸안듯이 하고 있는 곳이 있었다. 파에톤은, 무시무시한 독을 품은 전갈이 꼬부랑한 독침을 겨누고 있는 것을 보자 그만 기겁을 하고 고삐를 놓치고 말았다. 고삐는 그의 손에서 천마의 잔등으로 떨어졌다. 이것을 채찍질로 안 천마는 궤도를 벗어나 질풍같이 내달았다. 이제 천마를 다스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네 마리 천마는 생면부지의 공간을 누비며 그때까지 달려온 것만 가늠해서 그저 진동한동 달리기만 했다. 높디높은 창궁의 별 쪽으로 달려가는가 하면, 길도 없는 곳으로 수레를 끌고 가기도 했고, 창궁에 닿을 듯이 솟구치는가 하면 갑자기 대지의 사면에 닿을 만큼 고도를 뚝 떨어뜨리기도 했다. 달은 오라비의 수레가 자기보다 낮게 날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깜짝 놀라 낯빛을 바꾸었다. 구름에서는 연기가 올랐다. 대지는 높은 곳부터 불길에 휩싸였다. 습기가 마르자 대지가 여기저기 터지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푸른 풀밭은 잿빛 벌판으로 화했다. 나무, 풀 같은 것들은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다 익은 곡식은 대지의 파멸을 재촉하는 화변(火變)의 불쏘시개 같았다. 그러나 이런 피해는 다른 것에 비하면 그대로 하찮은 피해였다. 거대한 성읍의 벽이 무너져내렸고 인간이 모듬살이를 하던 수많은 마을과 함께 나라가 잿더미로 변했다. 산의 수목도 불길에 휩싸였다. 아토스 산도 불덩어리로 화했다. 물 좋기로 소문난 길리기아의 타우로스 산, 트몰로스 산, 오이타 산, 이다 산에서도 먼지가 올랐다. 무사이의 터전인 헬리콘 산에도 불이 붙었다. 후일 오르페우스와 인연을 맺게 되는 하이모스 산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아이트나 산에서는 두 개의 불기둥이 솟아 하늘을 찔렀고 파르나소스 산의 쌍봉(雙峰)과, 에토스 산, 킨토스 산에도 불이 붙었다. 오르튀스 산, 로도페 산에서는 만년설이 녹아내렸고, 신들의 사당이 많은 딘뒤마 산, 뮈칼레 산, 키타이론 산에도 불이 붙었다. 그 추운 스퀴티아 지방도 무사하지 못했고, 카우카소스도 불길에 휩싸였는데 오싸 산, 핀도스 산이 무사할 리 없었다. 이보다 훨씬 높은 올륌포스 산, 하늘을 찌를 듯하던 알페스 산, 구름 모자를 쓰고 있던 아펜니노스 산도 불길에 휩싸였다.
파에톤은 불바다가 된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대지에서 솟아 오르는 열기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뜨거웠다. 그의 숨결도 풀무에서 나온 공기처럼 뜨거웠다. 수레는 빨갛게 달아오른 것 같았다. 열기와 함께 올라온 재와 하늘을 날아다니는 불똥도 그를 괴롭혔다. 뜨거운 연기로 주위가 칠흑 어둠이라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발빠른 천마가 끄는 대로 끌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티오피아 사람들 피부가 새까맣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열기 때문에 피가 살갗으로 몰려서 그렇다는 것이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리뷔아가 사막이 된 것도 이때였고, 열기가 물을 말려버리자 물의 요정들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샘과 호수 없어진 것을 애통해한 것도 이때였다고 한다. 보이오티아 땅이 디르케 샘을, 라르고 땅이 아뮈모네 샘을, 에퓌레 땅이 퓌레네 샘을 잃은 것도 바로 이때였다.
샘이 말랐는데 트인 물길을 흐르던 강이 온전했을 리 없다. 강의 신 타나이스는 물 속 깊은 곳에서 진땀을 흘렸다. 연로한 페네이오스, 뮈시아의 카이코스, 흐름이 급하기로 소문난 이스메노스도 그런 고초를 겪었다. 아르카디아의 에뤼만토스 강, 후일 불길에 또 한번 마르는 크산토스 강도 이런 고통을 면하지 못했다. 누런 뤼코르마스 강, 꾸불꾸불 흐르는 마이안드로스 강, 트라키아의 멜라스 강, 스파르타의 에우로타스 강, 바뷜로니아의 에우프라테스 강, 오론테스 강, 흐름이 빠른 테르모돈 강, 강게스 강, 파시스 강, 히스테르 강도 변을 당했다. 알페이오스 강은 끓었고, 스페르케오스 강은 그 둑이 불바다로 변했다. 타고스 강 바닥의 금싸라기는 불길에 녹았고 노랫소리로 마이오니아 강을 이름난 강으로 만들던 이 강의 새들은 퀴스트로스 호수로 뛰어들었으나 끝내 살아남지는 못했다. 네일로스 강은 기겁을 하고 땅끝까지 도망쳐 땅 속에다 그 머리를 처박았다. 네일로스 강 원류가 어디인지 모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어쨌든, 당시의 네일로스 강 일곱 하구에서는 먼지가 일었고 물길에도 물은 없었다. 이스마로스 강, 헤브로스 강, 스트뤼몬 강, 헤스페리아의 강, 레누스 강, 파도스 강, 강 들의 지배자 자리를 약속받은 튀브리스 강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못했다.
대지가 곳곳에서 입을 벌리자 햇빛이 그 틈으로 타르타로스까지 비쳐드는 바람에 명왕(冥王)과 왕비는 기겁을 했다. 바다가 마르자 바다였던 곳에 넓은 사막이 나타났다. 물 속 깊이 잠겨 있던 산들이 드러나자 퀴클라데스가 엄청나게 불어났다. 물고기는 바다의 바닥으로 내려갔고 돌고래는 물 위로 솟구치지 못하고 수면에 등을 대고 가만히 떠다녔다. 해표의 시체가 뒤집힌 채 무시로 물결 위로 떠올랐다. 전해지기로는, 네레오스와 도리스 부부와 딸들은 바다 속의 동굴에 숨어서 도 열기 때문에 진땀을 홀렸다고 한다.
바다의 지배자 넵투누스는 세 번이나 물 밖으로 팔을 내밀어 보려고 하다가 세 번 다 너무 뜨거워 팔을 거두어들였다고 한다. 대지의 여신은, 물이 자기 발 밑으로 흘러와 고이는 것을 자주 보았다. 바다의 물, 샘의 물이 열기를 피해 대지의 품 안으로 스며들어와 잔뜩 몸을 사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대지의 여신은 목이 타들어가는 듯한 갈증을 느끼고는 잿더미 위로 고개를 들었다. 대지의 여신이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부르르 떨자 만물이 모두 부르르 떨었다. 여신은 머리를 조금 낮추고 위엄있는 음성, 노기 띤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이것이 운명의 여신이 정한 길이고, 내가 이 같은 파멸을 받아들여야 할 만큼 죄를 지었다면, 전능하신 유피테르 신이여, 왜 벼락으로 나를 치지 않고 이토록 욕을 보이십니까? 불로써 나를 치시려거든, 전능하신 유피테르 신이여, 당신의 불로 치세요. 같은 파멸의 불이라도 당신이 내리는 파멸의 불이 차라리 견디기 쉽겠습니다. 아, 몸이 타는 듯하여 이 말씀 드리기도 힘이 듭니다」
지상의 열기가 여신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여신은 힘겹게 말을 이었다.
「그을린 이 머리카락을·보세요. 이 눈, 이 그을음을 보세요. 이 땅을 풍요롭게 하고 당신을 섬겨온 나에게 내리는 상, 나에게 베푸는 은혜가 겨우 이것입니까? 괭이에 긁히고 보습에 찢기면서까지 참아온 보람이 이것입니까? 한 해 내내 마음 놓고 쉬어보지도 못한 나를 이렇게 대접합니까? 육축(六畜)에게 나뭇잎과 부드러운 풀을 대어주고 인간에게는 곡물을 베풀고, 신들을 위해서는 향나무를 기른 나를 이렇듯이 대접합니까?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고 칩시다. 하면 저 물을 다스리는 신, 당신의 형제는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합니까? 당신의 형제가 다스리는 물이 왜 바다를 등지고 땅 밑으로 움츠러든답니까? 내가 말해도 소용없고 당신의 형제가 말해도 소용없다면 당신이 사는 천궁을 걱정하세요. 둘러보세요. 남극권과 북극권에서 뜨거운 연기가 오릅니다. 이 불길을 잡지 않으면 다음으로 무너질 것은 당신의 신궁입니다. 보세요. 어깨로 떠받치고 있는 하늘 축을 금방이라도 떨어뜨릴 듯이 아틀라스가 괴로워하고 있지 않습니까? 대지와 바다와 천궁이 무너져내린다면 우리는 옛날의 카오스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만이라도 이 겁화(劫火)에서 건지세요. 우주의 안위를 생각하세요」
이 말을 마치자 대지의 여신은, 땅 위의 열기를 도저히 더는 견딜 수 없었던지 땅 속으로 들어가 저승 가까운 곳에 있는 동굴로 그 모습을 감추었다.
신들의 전능한 아버지 유피테르는, 자기가 손을 쓰지 않으면 천지만물이 비참한 지경을 당할 것으로 생각하고는 서둘러 신들의 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는, 파에톤에게 태양 수레를 맡긴 태양신도 나왔다. 유피테르는 천궁 꼭대기로 올라갔다. 천궁 꼭대기는, 그가 대지 위로 구름을 펼 때나, 천둥이나 벼락을 던질 때마다 올라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천궁 꼭대기에는 대지 위에다 펼 구름도, 대지에다 쏟을 비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벼락을 하나 집어, 오른쪽 귀 위까지 들어올렸다가 태양 수레의 마부석을 향해 힘껏 던졌다. 벼락 하나에 파에톤은 수레를, 그리고 이승을 하직했다. 파에톤은 자신이 불덩어리가 됨으로써 우주의 불길을 잡은 것이다.
천마는 벼락 소리에 몹시 놀라 길길이 뛰다가 멍에에서 풀려나고 고삐에서 풀려나 뿔뿔이 흩어졌다. 마구와 수레의 바퀴, 굴대, 뼈대, 바퀴살 파편이 사방으로 날았다. 아주 먼 곳까지 날아가는 파편도 있었다. 파에톤은 금발을 태우는 불길에 휩싸인 채 연기로 된 긴 꼬리를 끌면서 거꾸로 떨어졌다. 별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누가 보았으면 마른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겼을 터였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에리다노스 강이 벼락의 불길에 그을린 그의 시신을 받아주었다. 헤스페리아의 요정들은 그을린 그의 시신을 수습하여 묻고 비석을 세웠는데, 비석의 명문(銘文)은 이러하다.
아버지의 수레를 몰던 파에톤, 여기에 잠들다. 힘이야 모자랐으나 그 뜻만은 가상하지 아니한가.
헤스페리아의 요정들이 파에톤을 후히 장사 지내준 것은 파에톤의 아버지인 태양신이 얼굴을 가린 채 숨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믿어야 할지 믿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날 하루만은 태양이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타오르던 불길이 세상을 비추었더란다. 세상을 태우던 불길이 하루만이나마 세상을 비추었다는 이야기가 묘하다. 그러고 보면, 재앙이라고 해서 반드시 유익한 바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모양이다.
2 헬리아데스의 변신
파에톤의 어머니 클뤼메네가 슬퍼하는 모습은 글자 그대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클뤼메네는 비통한 심사를 이기지 못해 눈물로 젖가슴을 적시면서 아들의 사지, 아들의 뼈를 찾으러 온 세상을 두루 돌아다녔다. 그러던 클뤼메네는 아들의 시신이 먼 나라 강둑에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들의 무덤을 찾아간 클뤼메네는 무덤을 내려다보며 대리석에 새겨진 이름에 눈물을 떨구다가 맨 가슴으로 그 비석을 끌어안았다.
헬리아데스의 슬픔도 어머니의 슬픔에 못지않았다. 이들도 그래서 죽은 아우의 무덤에 눈물과 애곡의 제물을 바쳤다. 이 둘은 밤이고 낮이고 파에톤의 무덤 위로 몸을 던지고, 손바닥으로 가슴을 치며 파에톤의 이름을 불렀다. 파에톤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이들은 달이 네 번 차고 기울 동안 무덤 앞에서 우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 그런데 헬리아데스 중 맏이인 파에투사가 일어서서 걸으려다 말고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비명을 질렀다. 아름다운 람페티에가 언니를 도우려 했다. 그러나 람페티에는 갑자기 발에 뿌리가 생기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셋째는 머리를 손질하려다 말고 비명을 질렀다. 머리에 잎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나가, 다리가 나무 둥치로 변한다고 비명을 지르면, 다른 하나는 팔이 나뭇가지로 변한다고 고함을 지르는 식이었다. 헬리아데스 다섯 자매가 이 놀라운 변신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동안 나무 껍질은 이미 이들의 허벅지를 덮고 사타구니, 젖가슴, 어깨, 손을 덮으며 올라오고 있었다. 이들은 입이 껍질로 덮이기 직전에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인들 무슨 수로 이들을 구할 수 있을까…… 어머니 클뤼메네는 달려가, 자신의 입술을 느낄 수 있을 동안이라도 입을 맞추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클뤼메네는, 입맞춤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나무에서 껍질을 벗겨내려고 애쓰면서 아직은 부드러운 나뭇가지를 꺾어보았다. 그러자 꺾인 자리에서 수액 대신 상처에서 흐르는 피와 너무나 흡사한 액체가 흘렀다. 이 가지를 꺾인 딸이 외쳤다.
「어머니, 저를 다치지 마세요. 제발 꺾지 마세요. 나무로 둔갑했어도 제 몸의 일부랍니다. 아, 어머니, 안녕히」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무 껍질이 딸들의 입을 막았다. 이 나무 껍질에서 눈물이 흘러나와 태양빛에 굳으면서 호박 구슬이 되어 가지에서 강물로 떨어졌다. 강물은 이 호박 구슬을 물 밑에 간직했다. 뒷날 로마 부인네들의 장신구가 된 호박 구슬이 바로 이것이다.
3 백조가 된 퀴크노스
스테넬로스의 아들 퀴크노스가 이 기이한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외가 쪽으로 파에톤과 일가붙이였다. 그러나 퀴크노스와 파에톤이 나눈 우정은 피보다 진했다. 그는, 파에톤이 불행하게 최후를 마쳤다는 소문을 듣고는 왕국을 버리고, 에리다노스 강가로 달려와 이 강의 물결과 강둑의 풀밭을 통곡하는 소리로 메아리치게 했다. 파에톤의 누이들이 나무로 둔갑하는 바람에 수가 불어난 숲속의 나무 사이로도 그가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렇게 울부짖는데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가늘어지면서 소리 끝이 갈라졌다. 이어 하얀 깃털이 돋아나 그의 머리카락을 가리기 시작했다. 퀴크노스의 목은 자꾸만 늘어나 어깨 위로 솟았고 손가락은 빨갛게 변하면서 사이사이에 물갈퀴가 돋아났다. 양 옆구리에서는 날개가 돋아났고 입이 있던 곳에서는 긴 부리가 생겨났다. 이로써 퀴크노스는 못 보던 새가 된 것이었다. 그래서 이 새는 하늘과 유피테르를 믿지 않는다. 유피테르가 부당하게 벼락을 던지는 바람에 파에톤이 하늘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사실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퀴크노스는 늪지와 호숫가를 좋아한다. 벼락이 일으킨 불을 어찌나 싫어했는지 퀴크노스는 불과는 상극인 물이 있는 곳, 즉, 강을 좋아하는 것이다.
파에톤의 아버지인 태양신은, 일식(일蝕) 때 그러듯이 늘 슬픔에 잠긴 채 기가 죽어 지냈다. 그래서 그는 빛을 싫어했고, 자기 자신을 싫어했으며 화창한 날을 싫어했다. 아들 일로 몹시 상심한 그는, 이 세상에 대한 자신의 의무까지 심드렁하게 여기면서 더러는 이런 불평도 했다.
「나도, 운명의 여신이 내게 맡긴 일을 이만하면 어지간히 한 셈이다. 이 일 때문에 나는 천지창조 이래로 한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 밑도 끝도 없는 이 일, 이제 신물이 난다. 내 노력이 나를 명예롭게 한 바도 없다. 몰고 싶은 신이 있으면 태양 수레를 몰아보라지. 지원자가 없고 신들이 하나같이 발을 뽑으려 하면 유피테르 자신에게 맡기면 되고…… 내 천마를 다스려보면, 그 동안만이라도 아비로부터 자식을 빼앗았던 저 저주스러운 벼락을 놓아야 할 테지. 저 거칠디거친 천마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되면, 그 천마 잘못 다스린다고 벼락으로 때릴 일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고……」
이게 태양신이 한 말이다. 그러나 신들은 이구동성으로 태양신에게, 세상을 어둠 속에 버려두지 말아달라고 탄원했다. 유피테르까지도 벼락 던진 것을 사과하고 계속해서 태양 수레를 몰아달라고 말했다. 지배자들이 대개 그러듯이 사정 반, 협박 반 섞어서 한 말이긴 하지만…….
포에부스는 그때까지도 공포에 떨고 있던 천마를 몰아다 태양 수레에 매었다. 슬픔에서 다 헤어나지 못한 포에부스는 이 천마를 채찍으로도 때리고 작대기로도 때렸다. 천마 때문에 아들이 죽었다고 천마를 욕하며 재앙의 책임을 천마에게 물을 만큼 그의 성미는 사나워져 있었다.
4 칼리스토를 범한 유피테르
신들의 아버지이자 전능한 신인 유피테르는, 파에톤으로 인한 화변(火變)으로 혹 성벽에 상한 데가 없는지 알아보려고 천궁을 두루 돌아다녔다. 천궁은 이미 말짱하게 고쳐져 있었다. 천궁이 여전히 난공불락의 철옹성임을 확인한 유피테르는 이번에는 인간 세상을 살피러 하계로 내려갔다. 그가 가장 근심한 것은, 평소에 사랑하던 땅 아르카디아였다. 아르카디아로 내려간 그는 그때까지도 흐르지 못하는 강은 다시 흐르게 하고, 말라버린 샘은 다시 물로 가득 채웠다. 또, 맨살이 드러난 대지는 풀과 나무로 옷을 입히고 황무지가 된 땅은 다시 푸른 숲이 되게 했다.
한글 번역_천병희
에파푸스의 모욕
이제 이오는 아마 옷을 입은 군중에게 여신으로서 경배받고 있다. 그녀는 에파푸스란 아들을 낳았는데, 그는 위대한 윱피테르의 씨에서 태어난 것으로 믿어지며, 사방의 도시에서 어머니와 함께 신전을 공유하고 있다.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은 에파푸스와 성품도 비슷하고 나이도 같았다. 한번은 자기 아버지는 포이부스라고 파에톤이 큰소리치며 양보하려 하지 않자 이나쿠스의 외손자가 참다못해 말했다. “너는 바보같이 네 어머니가 하는 말을 곧이듣고 아버지에 대한 그릇된 생각으로 잔뜩 부풀어 있구나.” 그러자 파에톤은 얼굴을 붉혔고, 부끄러워 차마 화도 내지 못하고 에파푸스의 모욕적인 말을 어머니 클뤼메네에게 전했다. “어머니께서 더욱더 괴로우시겠지만” 하고 파에톤은 말했다. “저는 그토록 자유분방하고 드세건만 말 한마디 못 했어요.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듣고도 한마디 항변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 부끄러웠어요. 진정 제가 하늘의 씨앗에서 태어났다면 어머니께서는 제 지체가 그렇게 높다는 증거를 보여주시고, 제가 하늘에 속한다는 주장을 확인해주세요.”
아버지를 알고 싶은 파에톤
이렇게 말한 파에톤은 두 팔로 어머니의 목을 끌어안고는, 자신의 머리와 메롭스의 머리와 누이들의 결혼식 횃불에 걸고 자신의 출생에 관한 확실한 증거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클뤼메네는 이러한 파에톤의 간청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에 대한 모욕에 더 화가 났는지 마음이 움직여 하늘을 향하여 두 팔을 뻗고는 빛나는 태양을 우러러보며 소리쳤다. “내 아들아, 지금 우리 말을 듣고 계시고 우리를 보고 계시는 저 찬란한 태양의 광휘에 걸고 맹세하거니와, 너는 네가 우러러보고 있는 저분에게서, 우주를 다스리시는 저 태양신에게서 태어났다. 만약 내가 지어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나는 다시는 그분을 보지 못하게 되고, 내 눈으로 햇빛을 보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 되기를! 너는 네 아버지의 거처를 알려고 오랫동안 애쓸 것도 없다. 그분이 뜨시는 곳은 우리 땅과 이웃해 있다. 네가 정 그러겠다면 가서 그분에게 직접 물어보거라!”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자 파에톤은 당장 흔쾌히 뛰쳐나갔고, 그의 마음은 어느새 하늘에 가 있었다. 그는 고향 아이티오피아 땅과 작열하는 태양 아래 자리잡은 인디아인들의 땅을 지나 자신의 아버지가 뜨는 곳으로 쉬지 않고 걸어갔다.
아버지의 마차를 모는 파에톤
태양신의 궁전은 높다란 원주(圓柱)들 위에 우뚝 솟아 있었는데, 번쩍이는 황금과 불꽃 빛깔의 금동(金銅)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것의 박공지붕은 윤기 나는 상아로 덮여 있었고, 두 짝으로 된 문은 찬란한 은빛을 발하고 있었다. 재료보다 더 훌륭한 것이 솜씨였다. 문짝들 위에는 물키베르가 가운데 자리잡은 대지를 둘러싼 바다와, 둥근 대지와 그 위에 걸린 하늘을 조각해놓았기 때문이다. 바닷물 속에는 검푸른 신들인, 소라고둥 나팔을 부는 트리톤과 변신에 능한 프로테우스와 팔로 고래의 거대한 등을 누르고 있는 아이가이온과 도리스와 그녀의 딸들이 있었다. 그녀들 가운데 일부는 헤엄치고, 일부는 바위 위에 앉아 초록빛 머리카락을 말리고, 더러는 물고기를 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매들이 그러하듯, 그들 모두는 얼굴이 똑같지도 전혀 다르지도 않았다. 대지 위에는 사람과 도시와 숲과 들짐승과 강과 요정들과 다른 시골 신들이 있었다. 그들 위쪽에는 빛나는 하늘의 그림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황도12궁 중 오른쪽 문짝에 여섯, 왼쪽 문짝에 여섯이 있었다.
클뤼메네의 아들은 가파른 길을 올라 그곳에 이르자마자 에파푸스가 부자간이라고 믿어주지 않던 아버지의 지붕 밑으로 들어가 곧장 아버지의 면전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하지만 그는 멀찍이 떨어져 섰으니, 더 가까이서는 그분의 눈부신 광채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포이부스는 자포(紫抱)를 입고 빛나는 에메랄드 왕좌에 앉아 있었다. 그의 좌우에는 날과 달과 해와 세기(世紀)들과 호라이 여신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었다. 그곳에는 또 젊은 봄이 화관을 쓰고 서 있었고, 벌거벗은 여름이 곡식 이삭 화환을 쓰고 서 있었다. 그곳에는 또 가을이 포도송이를 밟다가 물이 든 채 서 있었고, 얼음처럼 차가운 겨울이 백발이 곤두선 채 서 있었다. 이어서 이들 한가운데에 앉아 있던 태양신이 만물을 굽어보는 눈으로, 신기한 광경에 주눅이 든 젊은이를 보며 말했다. “무슨 용건으로 이 곳에 왔느냐? 내 아들 파에톤아, 이 성채에서 네가 구하는 것이 무엇이냐? 네가 내 아들임을 이 아비가 어찌 부인하겠느냐?” 소년이 대답했다. “오오! 이 무한한 우주에 고루 비치는 빛이시여, 아버지 포이부스시여, 제게 아버지라고 부를 권리를 허락하신다면, 그리고 클뤼메네께서 거짓 변명으로 당신의 허물을 가리시는 것이 아니라면, 아버지, 제게 증거를 주시어, 제가 아버지의 진정한 아들임을 사람들이 믿게 해주시고,제 마음에서 이 의혹을 벗겨주소서.” 파에톤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의 아버지가 머리에 쓰고 있던 만물을 비추는 햇살 관을 벗어놓고 소년더러 더 가까이 다가오라고 명령하더니 포옹하며 말했다. “너는 나에게서 아들로 인정받을 만한 자격이 있으며, 클뤼메네는 네 출생에 관해 사실을 말해주었다. 네가 더는 의심하지 않도록, 무엇이든 네가 원하는 선물을 내게 말해보아라. 그것을 너는 내 손에서 받게 될 것이다. 신들이 그것에 걸고 맹세하는 늪이, 내가 눈으로 본 적 없는 그 늪이 내 약속의 증인이 되리라.” 그가 말을 마치자 소년은 아버지의 마차와, 발에 날개가 달린 말들을 하루 동안 몰 수 있는 권리를 요구했다.
아버지는 자신이 맹세한 것을 후회했다. 그는 빛나는 머리를 세 번네 번 가로저으며 말했다. “네 말에 의해 내 말이 경솔한 말이 되어버렸구나. 내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면 좋으련만! 고백하노니, 내 아들아, 이것만은 내가 거절하고 싶구나. 적어도 못하게 말릴 수는 있겠지. 네가 원하는 것은 안전하지 못하다. 파에톤아, 너는 큰 것을, 네 그 힘과 그토록 어린 나이에 맞지 않는 선물을 요구하는구나. 너는 죽을 운명을 타고났는데 , 네가 바라는 것은 죽을 운명을 타고난 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니, 너는 하늘의 신들에게 허용될 수 있는 것 이상을 멋모르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들 각자에게 자신의 권능이 마음에 든다 하더라도, 나 말고는 어느 누구도 이 불타는 굴대 위에 자리잡고 서지 못한다. 무시무시한 손으로 사나운 벼락을 던져대는, 광대한 올륌푸스의 통치자도 이 마차는 몰 수 없을 것이다. 한데 우리에게 윱피테르보다 더 위대한 존재가 또 어디 있겠느냐?
길의 첫 부분은 가파르다. 그래서 아침이라 원기가 왕성한 내 말들도 애를 쓰며 간신히 올라간다. 중천에 이르면 고도가 가장 높아져, 거기서 바다와 대지를 내려다보면 나도 어떤 때는 겁이 나고 심히 두려워 가슴이 떨린다. 길의 마지막 부분은 내리막이라 조심히 몰아야 한다. 아래에 있는 물속으로 나를 받아주는 테튀스조차도 내가 거꾸로 떨어질까봐 염려하곤 하지. 게다가 하늘은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며 빙글빙글 돌고, 높은 곳에 있는 별들을 아찔한 속도로 휩쓸어간다. 나는 그 힘에 맞서며, 모든 것을 제압하는 그 기세에도 제압되지 않고 우주의 빠른 순환에 맞서 앞으로 나아간다. 내가 너에게 마차를 주었다고 하자. 그다음은? 하늘의 빠른 축이 너를 휩쓸어가지 않도록 회전하는 천극(天極)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아마도 너는 그곳에는 원림과 신들의 도시와 선물이 가득한 신전들이 있으리라 마음속으로 그리고 있겠지? 천만에, 그렇지 않단다. 길은 복병과 야수의 형상들 사이로 나 있다. 설령 네가 주로(走路)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너는 너에게 덤벼드는 황소의 뿔들 사이로, 하이모니아의 궁수와 사나운 사자의 아가리 옆을, 그리고 무자비한 집게발을 멀리 구부리고 있는 전갈과 다른 쪽에서도 집게발을 구부리고 있는 게 옆을 지나게 될 것이다. 너는 말들을 다루는 것도 힘들 것이다. 말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다가 입과 콧구멍으로 내뿜는 불기에 고무되면 말이다. 말들은 일단 씩씩한 기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목이 고삐에 반항하게 되면, 내가 고삐로 제어하는 것조차도 가까스로 참는다. 그러니 내 아들아, 조심해야 한단다. 내가 너에게 치명적인 선물을 주는 일이 없도록 아직 늦지 않을 때 소원을 바꾸도록 해라. 내 아들임을 확신할 수 있도록 내게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나는 너를 위해 염려함으로써 확실한 증거를 보이겠다. 내가 아버지답게 염려한다는 사실이 네 아비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자, 내 얼굴을 보아라. 네가 내 가슴속을 들여다보고 거기서 아비의 염려를 알아챌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러고 나서 풍요로운 세상이 갖고 있는 것을 다 둘러보고, 하늘과 대지와 바다의 그토록 많은 재물 중에 무엇이든 달라 하여라. 나는 너를 위해 그 어떤 것도 거절하지 않겠다. 하지만 제발 이 부탁만은 거두어다오. 그것은 사실 명예가 아니라 벌이다. 파에톤아, 너는 선물 대신 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 어리석은 것아, 왜 이렇게 두 팔로 내 목을 끌어안고 응석을 부리는 게냐? 의심하지 마라. 네가 무엇을 원하든 너는 그것을 받을 것이다. 나는 스뤽스 강에 걸고 맹세했으니까. 하지만 너는 더 현명해져야 한다!”
아버지의 충고는 끝났다. 하지만 파에톤은 그 말을 듣지 않은 채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고, 마차를 몰아보고 싶은 욕망에 불타올랐다. 아버지는 되도록 시간을 끌며 불카누스의 선물인 높다란 마차가 있는 곳으로 젊은이를 데리고 갔다. 그 마차는 굴대는 물론 채도, 바퀴 테도 모두 황금이었다. 하지만 바퀴살만은 은이었다. 멍에 위에 질서정연하게 박힌 감람석과 보석들은 포이부스가 비출 때 그 찬란한 빛을 반사했다. 의기양양한 파에톤이 그것을 보며 그 솜씨에 감탄하는 동안, 보라, 밝아오는 동녘에서 망을 보던 아우로라가 장미가 가득한 방의 자줏빛 문을 활짝 열었다. 별들이 달아나기 시작했고, 루키페르가 그 대열의 후미를 이루며 하늘에 있는 자신의 망루를 맨 마지막으로 떠났다. 티탄은 루키페르가 대지로 향하며 세상이 붉어지기 시작하고 이우는 달의 뿔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을 때, 날랜 호라이 여신들에게 명하여 말들에 멍에를 씌우게 했다. 여신들은 재빨리 명령을 거행했으니, 암브로시아를 배불리 먹은, 불기를 내뿜는 네발짐승들을 높다란 마구간에서 끌고 나와 철커덕거리는 고삐를 채웠다. 아버지가 아들의 얼굴에 신성한 연고를 발라 무엇이든 집어삼키는 화염을 견딜 수 있게 해주고 나서, 머리에 빛살 관을 씌워주며 재앙을 예견하고는 근심에 찬 가슴에서 연방 한숨을 토하며 말했다.
“아비의 이 충고만이라도 잘 듣도록 해라. 그럴 수 있다면 말이다. 내 아들아, 채찍은 아끼고, 고삐는 힘껏 틀어쥐도록 해라. 말들은 자진하여 서둘 것이다. 힘든 일은 그들의 열성을 누그러뜨리는 것이다. 너는 하늘의 다섯 구역을 곧장 통과하려고 하지 마라. 길은 넓게 곡선을 그리며 비스듬하게 나있고 세 구역의 경계 안에 한정되어 있어, 남극(南極)과 큰곰자리와 그것의 북풍을 피할 수 있다. 이것이 네 길이 되게 하라. 너는 내 마차의 바퀴 자국을 뚜렷이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늘과 대지가 똑같이 데워지도록 마차를 너무 낮게 몰지도 말고 하늘의 꼭대기로 몰지도 마라. 너무 높게 몰면 하늘의 궁전을 태울 것이고, 너무 낮게 몰면 대지를 태울테니까. 중간으로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똬리를 튼 뱀을 향하여 너무 오른쪽으로 벗어나지도 말고, 하늘 깊숙한 곳에 있는 제단을 향해 너무 왼쪽으로 몰지도 마라. 그 둘 사이를 지나가도록 해라. 나머지는 포르투나에게 맡기니, 바라건대, 그녀가 너를 도와주고, 너를 너 자신보다 더 잘 보살펴주기를! 내가 말하는 사이에, 이슬에 젖은 밤이 서쪽 해안에 있는 목적지에 닿았다. 더 지체할 수가 없구나. 이제 우리가 나타날 차례이다. 아우로라가 불타고 있고, 어둠이 쫓겨나고 있지 않은가! 자, 고삐를 손에 쥐어라. 아니면 혹시 네 마음이 바뀔 수 있다면, 내 마차가 아니라 내 충고를 받도록 해라. 아직 늦지 않았을 때, 아직은 네가 단단한 땅바닥 위에 서 있을 때, 그리고 아직 네가 멋모르고 잘못 원했던 마차에 오르지 않았을 때, 대지에 빛을 가져다주는 일은 내게 맡기고 너는 그것을 안전한 곳에서 보거라!”
하지만 파에톤은 젊은 몸으로 가볍게 마차에 올라 그 위에 의기양양하게 자리잡고 서서 사뿐히 고삐를 손에 쥐었으며, 마음 내키지 않는 아버지에게 거기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사이 태양신의 날개 달린 말들인 퓌로이스와 에오우스와 아이톤과 네 번째로 플레곤은 불을 내뿜는 말 울음소리로 대기를 가득 채우며 가로장을 발로 걷어차고 있었다. 테튀스가 외손자의 운명을 알지 못하고 가로장을 열어젖히자 말들 앞에 무한히 넓은 하늘이 열렸다. 말들은 앞으로 내달으며 대기 사이로 발을 움직여 앞을 막는 구름을 찢었고, 날개에 높이 실려 올라가서는 자신들과 같은 구역에서 이는 동풍을 앞질렀다. 하지만 짐이 가벼워 태양신의 말들이 못 느낄 정도였으니, 멍에를 누르는 무게가 여느 때와 달랐던 것이다. 마치 구부러진 배들이 적당한 바닥짐이 없으면 이리저리 흔들리고 너무 가벼운 나머지 안정감 없이 바다 위를 떠밀려 다니듯이, 그 마차도 여느 때의 짐을 싣지 못해 대기 속으로 껑충껑충 뛰어오르며 마치 빈 수레처럼 높이 솟구쳤다. 그렇게 느끼자마자 사두마차는 질주하며 익숙한 궤도를 이탈하더니 더는 전과 같은 주로를 달리지 않았다. 파에톤은 겁에 질려 자신에게 맡겨진 고삐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그리고 길이 어디로 나 있는지 알지 못했고, 설령 안다 해도 말들을 제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차가운 트리오네스들이 처음으로 햇빛에 데워져 금단(禁斷)의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려 했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북극에 가장 가까이 자리잡고 있는 뱀도 전에는 추위 때문에 굼떠 어느 누구에게도 무섭지 않았으나, 지금은 데워져 열기에 의해 새로운 광기를 품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보오테스여, 그대도 비록 굼뜨고 또 짐수레가 뒤에서 그대를 붙드는데도 허둥지둥 도망쳤다고 하오. 불행한 파에톤은 이때 하늘꼭대기에서 저 멀리 아래쪽에 펼쳐진 대지를 내려다보고는, 파랗게 질리며 갑작스러운 공포에 무릎이 떨렸고, 너무나 많은 빛에 눈앞이 캄캄했다. 그제서야 그는 아버지의 말들을 손대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혈통을 찾아내고 소원을 이룬 것을 후회했으며, 이제는 아예 메롭스의 아들이라고 불리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가 끌려가는 모습은 마치 소나무 배가 갑작스러운 북풍을 만나자 사공이 무용지물이 된 키를 버리고 신들과 기도에 배를 맡길 때와도 같았다. 어떻게 한담? 그가 뒤로한 하늘도 많지만, 눈앞의 하늘은 더 많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양쪽을 다 재보며, 때로는 그로서는 닿지 못하도록 정해져 있는 서쪽을 내다보는가 하면 때로는 동쪽을 돌아보았다. 그는 아찔해지며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고삐를 놓을 수도 없었지만 쥐고 있을 힘도 없었으며, 말들의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넓은 하늘 곳곳에 거대한 야수들의 놀라운 형상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안절부절못했다. 하늘에는 전갈이 집게발들을 구부려 두 개의 호(孤)를 이루며 꼬리와 양쪽으로 뻗은 구부린 팔로 두 황도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있다. 소년은 전갈이 검은 독액(毒液)을 땀처럼 홀리며 구부정한 침으로 자신을 찌르려고 위협하는 것을 보자 싸늘한 공포를 느끼며 정신을 잃고 그만 고삐를 놓아버렸다. 말들은 고삐가 자신들의 등 위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는 주로를 이탈하여, 이제는 제어하는 자도 없는 상태에서 대기의 낯선 영역을 마구 질주했다. 자신들의 충동이 이끄는 대로 말들은 무턱대고 내달았다. 하늘 높이 박힌 별을 향해 돌진하는가 하면 길 아닌 길로 마차를 낚아챘다. 때로는 하늘 꼭대기로 오르는가 하면, 때로는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대지에 가까이 다가갔다. 루나는 오라비의 말들이 자신의 말들보다 더 낮게 달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고, 그슬린 구름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대지는 가장 높은 곳부터 화염에 휩싸이며 습기를 모두 빼앗겨 쩍쩍 갈라져 터지기 시작했다. 풀밭은 잿빛으로 변했고, 나무는 잎과 더불어 불탔고, 마른 곡식은 제 파멸을 위해 땔감을 대주었다.
하지만 내가 탄식하는 이런 피해는 약과였다. 대도시들이 성벽과 더불어 파괴되고, 화재는 온 민족을 그들의 부족과 함께 잿더미로 바꿔놓았다. 숲은 산과 더불어 불탔다. 아토스와, 킬리키아 지방의 타우루스와, 트몰루스와, 오이테와, 전에는 물이 많았으나 그때 말라버 린 이다와, 처녀신인 무사 여신들의 산인 헬리콘과, 아직은 오이아그루스와 인연이 없던 하이무스가 모두 불탔다. 아이트나가 이중의 화염으로 불타며 거대하게 솟아올랐고, 파르나수스의 나란히 솟은 두 봉우리와 에뤽스와 퀸투스와 오트뤼스, 그때 마침내 눈이 녹아내리게 되어 있던 로도페와, 미마스와 딘뒤마와 뮈칼레와 신성한 의식을 위해 생겨난 키타이론도 불탔다. 그 차가운 날씨도 스퀴티아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했고, 카우카수스와 옷사와 핀두스, 이 둘보다 더 큰 올륌푸스도 불탔고, 하늘을 찌르는 알페스와 구름을 이고 있는 압펜니누스도 마찬가지였다.
파에톤은 지구가 온통 불바다가 된 것을 보았다. 그는 그토록 강렬한 열기를 견딜 수 없었다. 들이쉬는 공기는 용광로 깊숙한 곳에서 나온 것처럼 뜨거웠고, 발밑에서 마차가 발갛게 달아오른 것을 느꼈다. 그는 날리는 재와 소용돌이치는 불똥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고, 뜨거운 연기에 완전히 휩싸였다. 칠흑 같은 어둠에 덮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했고, 날개 달린 말들이 가자는 대로 끌려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이티오피아 백성이 까맣게 된 것도 그때라고 믿는다. 열기 때문에 피가 살갗의 표면으로 몰려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 열기로 인해 습기를 모두 빼앗긴 탓에 리뷔에는 사막이 되었으며, 그때 요정들도 머리를 풀고 자신들의 샘과 호수들이 없어진 것을 애통해했다. 보이오티아는 디르케를, 아르고스는 아뮈모네를, 에퓌레는 피레네의 샘물을 아쉬워했다. 비록 서로 멀리 떨어진 강둑 사이를 흐르긴 했지만 강들도 무사하지 못했다. 타나이스는 강물 한가운데에서 김을 내뿜었고, 오래된 페네오스와 테우트라스의 카이쿠스와, 물살이 빠른 이스메노스와, 페기아의 에뤼만투스와, 또다시 불타게 된 크산투스와, 황갈색의 뤼코르마스와, 장난치듯 꾸불꾸불 흘러가는 마이안드루스와, 뮉도네스족의 멜라스와, 타이나루스의 에우로타스도 마찬가지였다. 바뷜론의 에우프라테스도 불탔고, 오론테스와 물살이 빠른 테르모돈과 강게스와 파시스와 히스테르도 불탔다. 알페오스는 끓어올랐고, 스페르키오스의 강둑은 불탔으며, 타구스의 강물에 실려 가던 황금은 불속에서 녹았고, 마이오니아의 강둑을 노래로 찬미하던 새들은 카위스트로스 강 한복판에서도 더위로 기진맥진했다. 닐루스는 질겁한 채 세상 끝까지 도망하여 머리를 박았다. 그리고 그것은 여태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일곱 하구는 먼지투성이가 되어 비었고, 일곱 물길에는 강물이라곤 없었다. 똑같은 운명이 이스마루스의 헤브루스와 스트뤼몬을, 그리고 서쪽의 강들인 레누스와 로다누스와 파두스와, 세계를 지배하도록 약속 받은 튀브리스를 말렸다.
땅바닥이 모두 갈라지자 그 틈으로 햇빛이 타르타라로 비쳐 들어가 하계(下界)의 왕과 그의 아내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바다도 오그라들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다였던 곳이 마른 모래 들판이 되었다. 그리고 깊은 바다에 덮였던 산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흩어져 있던 퀴클라데스 군도의 수를 늘렸다. 물고기는 바닥을 찾고, 돌고래는 익숙한 대기를 향해 예전처럼 몸을 구부려 바닷물 위로 감히 뛰어오르지 못했다. 배를 뒤집은 채 죽은 물개들이 바닷물의 수면 위로 떠다녔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네레우스와 도리스, 그녀의 딸들도 뜨거워진 동굴에 숨었다고 한다. 넵투누스는 세 차례나 두 팔과 성난 얼굴을 물 밖으로 드러내려 했으나, 매번 대기의 불기운을 견디지 못했다. 바다에 둘러싸인 자애로운 대지의 여신은 바닷물과, 사방에서 오그라들며 그늘을 드리워주는 어머니의 뱃속으로 숨어버린 샘들 사이에서 비록 목 가까이까지 바싹 말랐지만 침울한 얼굴을 들었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이마를 가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어 만물을 뒤흔들더니 여느 때보다 조금 더 낮게 주저앉으며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이 그대의 뜻이고, 내가 이런 일을 당해 마땅하다면, 최고신이여, 왜 그대의 벼락은 놀고 있지요? 내가 불의 힘에 죽을 운명이라면 그대의 불에 죽게 하시오. 그대가 가해자가 되는 편이 내게는 더 견디기 쉽겠어요. 나는 입을 열어 이런 말을 하기도 힘들어요.” (뜨거운 열기가 그녀의 목을 졸랐던 것이다.) “자, 그대는 그을린 이 머리털과, 내 두 눈과 내 얼굴 위의 이토록 많은 재를 보세요! 이것이 나의 다산과 봉사에 대해 그대가 지불하는 이자이며, 그대의 보답인가요? 내가 구부정한 보습과 곡괭이에 일 년 내내 부상 당하고 고문당한 보답이, 내가 자애롭게도 가축 떼에게는 잎을, 인간 종족에게는 곡식을, 그대들 신들에게는 향(香)을 대준 보답이 고작 이것인가요? 나는 이런 일을 당해 마땅하다고 쳐요. 하지만 바다는, 그대의 형은대체 무슨 벌받을 짓을 했지요? 제비뽑기에 의해 그의 몫으로 주어진 바다는 왜 오그라들고 하늘에서 더 멀리 물러서야 하는 거죠? 만약 그대가 그대의 형이나 나를 배려할 생각이 없다면, 그대의 하늘이라도 불쌍히 여기세요! 주위를 둘러보세요. 하늘의 양극(兩極)에서 연기가 나고 있어요. 그것들이 불에 상하면 그대들의 궁전도 무너질 거예요. 보세요, 아틀라스도 힘겨워하며 발갛게 단 하늘의 축을 간신히 두 어깨로 떠메고 있어요. 바다와 육지, 하늘의 성채가 없어진다면 우리는 옛날의 카오스로 내동댕이쳐질 거예요. 아직도 남은 것이 있다면 화염에서 구하시고 우주의 안위를 생각하세요!”
대지의 여신은 여기까지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 뜨거운 열기를 견딜 수 없었고,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 속에 얼굴을 묻으며 망령들의 나라 가까이 있는 동굴로 물러갔다.
한편 전능한 아버지는 하늘의 신들과, 마차를 준 신을 불러놓고 만약 자기가 돕지 않으면 모든 것이 비참한 운명을 맞을 것이라고 일러준 다음 급하게 하늘 꼭대기로 올라갔으니, 그곳에서 그는 광대한대지 위로 구름을 펼치고, 천둥을 굴렸으며 벼락을 힘껏 내던지곤 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에게 대지 위에 펼칠 구름도 없었고, 하늘에서 내려보낼 비도 없었다. 그는 천둥을 한 번 친 다음 벼락을 오른쪽 귀 위로 번쩍 들어올리더니 마부를 향해 내던졌다. 그리하여 그는 마부를 마차와 생명으로부터 동시에 내던지며 사나운 불로 다른 불을 껐다. 말들은 겁을 먹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며 멍에에서 목을 빼더니 갈기갈기 찢긴 고삐를 뒤에 두고 떠났다. 고삐와 채에서 떨어져 나간 굴대와 부서진 바퀴의 바퀴살이 여기저기 흩어졌다. 부서진 마차의 잔해도 사방에 널려 있었다.
파에톤은 불길에 머리털이 발갛게 그을리며 거꾸로 내던져져 긴 꼬리를 남기며 대기 사이로 떨어졌다. 그 모습은 마치 맑은 하늘에서 가끔 별이, 실제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때와도 같았다. 그의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지구의 다른 쪽 끝에서 위대한 에리다누스가 그를 받아 연기가 나는 그의 얼굴을 씻어주었다. 서쪽 나라의 물의 요정들이 세 갈래 난 벼락의 화염에 싸여 아직도 연기가 나는 그의 시신을 묻어주며 비석에 이런 문구를 새겼다.
여기 파에톤 잠들다. 아버지의 마차를 몰던 그는 비록
그것을 제어하지는 못했지만 큰일을 감행하다가 떨어졌도다.
그의 가련한 아버지는 슬프고 괴로운 나머지 얼굴을 감춰버렸고, 그래서, 우리가 믿어도 좋다면, 만 하루가 태양 없이 지나갔다고 한다.하지만 불길이 빛을 보내주었으니 그 재앙도 조금은 유용한 일에 쓰인 셈이다.
한편 클뤼메네는 그런 큰 재앙을 만났을 때 해야 할 말을 모두 쏟아내고 나서 괴로운 나머지 실성한 듯 옷을 찢고 가슴을 치며 처음에는 죽은 아들의 사지를, 나중에는 뼈를 찾아 온 세상을 떠돌아다녔다. 그녀는 마침내 그것들이 먼 나라 강둑에 묻힌 것을 발견하고는 그곳에 엎드려 대리석에 새겨진 그의 이름에 눈물을 쏟으며 맨가슴으로 그것을 껴안았다.
미루나무로 변한 헬리아데스들
헬리아데스들도 어머니 못지않게 슬퍼하며 아우의 죽음에 쓸모없는 선물인 눈물을 바쳤다. 그들은 손바닥으로 가슴을 치며 자신들의 비탄을 듣지도 못할 파에톤을 밤낮없이 부르며 그의 무덤 위에 몸을 내던졌다. 달이 자라나는 뿔들을 가득 채워 네 번이나 둥근 달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습관에 따라(관행이 습관을 낳는 법이니까) 여전히 애도했다. 한데 자매 중 맏이인 파에투사는 땅에 엎드리려다가 두 발이 마비되었다고 투덜거렸다. 그러자 환한 람페티에가 그녀를 도우러 가려다가 갑작스레 생겨난 뿌리에 붙들리고 말았다. 셋째는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려다가 나뭇잎을 뜯어냈다. 한 명은 두다리가 나무줄기에 둘러싸인다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의 두 팔이 긴 나뭇가지로 변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들이 깜짝 놀라고 공포심에 사로잡히는 사이 나무껍질이 그들의 샅을 감더니 조금씩 그들의 아랫배와 가슴과 어깨와 손을 에워쌌다. 오직 어머니를 불러대는 입만 자유로웠다. 어머니가 달려온다고 무슨 수가 있겠는가. 충동에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할 수 있을 때 딸들에게 입맞추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성에 차지 않아 나무 밑동에서 딸들의 몸을 빼내려 했고, 나긋나긋한 가지를 두 손으로 꺾었다. 그러자 그곳에서 마치 상처에서 그러하듯 핏방울이 똑똑 홀러내렸다. 그들은 저마다 부상 당하자마자 소리쳤다. “어머니, 제발 내 몸을 해치지 마세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어머니가 찢는 것이 내 몸이에요. 그럼 안녕!” 그들의 마지막 말은 나무껍질이 덮어버렸다. 거기서 여전히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은 새로 생겨난 나무들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며 햇빛에 호박(坡泊)으로 굳었다. 그러자 그것을 맑은 강물이 받아 라티움의 여인들이 차고 다닐 수 있도록 날라다주었다.
퀴그누스
스테넬루스의 아들 퀴그누스가 그곳에 있다가 이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외가쪽으로, 파에톤이여, 그대와 인척이었고, 마음으로는 그대와 더 가까웠소. 그는 왕국을 버리고 (그는 리구레스족의 백성과 대도시들을 다스렸다.) 에리다누스강의 초록빛 강둑과, 파에톤의 누이들에 의해 그만큼 나무 수가 늘어난 숲을 비탄으로 메웠다. 그때 그의 목소리가 가늘어지며 흰 깃털이 머리털을 덮었고, 목은 가슴에서 길게 뻗어 나왔다. 그의 손가락은 발개지며 물갈퀴로 이어졌고, 옆구리는 날개로 덮였으며, 입에는 뭉툭한 부리가 달렸다. 그리하여 퀴그누스는 새로운 새가 되었으나 하늘의 그분과 유노에게 자신을 맡기지는 않았으니, 그분이 부당하게 던진 벼락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늪과 탁 트인 호수를 찾았고, 불이 싫어 화염과 상극인 강을 거처로 삼았다.
그사이 파에톤의 아버지는 상심하여 평소의 광채를 잃은 채 헝클어진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 마치 일식(日蝕)으로 어두워졌을 때와도 같았다. 그는 빛도 자기 자신도 날도 싫어져 슬픔에 마음을 맡긴 채 슬픔에다 노여움을 더하며 세상을 위해 봉사하기를 거절했다. “충분해.”하고 그는 말했다. “태초 이래로 나는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었지. 그게 내게 주어진 몫이었어. 이젠 나도 끝없는 노고에, 아무 명예도 없는 노고에 싫증이 났어. 누구든 다른 이가 광명의 마차를 몰아보라지! 아무도 나서지 않고 모든 신이 자신은 몰 수 없다고 고백하면, 그 자신이 한번 몰아보라지. 그러면 그는 내 고삐를 잡으려 하는 동안에는 아비에게서 자식을 빼앗는 벼락을 놀리겠지. 그가 불 같은 발을 가진 말들의 힘을 몸소 겪어보면, 그때는 누가 말을 잘 몰지 못했다고 해서 죽어 마땅한 것은 아님을 알게 되겠지.” 태양신이 이렇게 말하자 모든 신이 그의 주위에 둘러서서 세상을 암흑 속에 빠뜨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하고 간청했다. 윱피테르도 벼락을 던진 것을 사과하며, 왕들이 그러하듯 간청에 위협을 덧붙였다. 그러자 포이부스는 정신이 얼떨떨하고 그때까지도 두려움에 떨고 있던 말들을 한데 모으더니 속이 상해 미친 듯이 채찍과 막대기로 치며(그는 정말로 미친 것 같았다.) 아들의 죽음을 말들 탓으로 돌렸다.
암곰이 된 칼리스토
한편 전능한 아버지는 하늘의 강력한 성채를 둘러보며 불의 힘에 느슨해져 무너져 내리려는 데는 없나 살폈다. 그는 모든 것이 예전 그대로 튼튼하고 견고한 것을 보고 나서 대지와 인간의 일들을 살펴보았다. 그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아르카디아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그곳에서 샘과, 아직도 흐를 엄두를 내지 못하던 강을 복원시켰고, 대지에는 풀을, 나무에는 잎을 돌려주었으며, 손상된 숲에게는 푸르름을 되찾을 것을 명령했다.
영어 번역_ A. S. KLINE
Bk I:747-764 Phaethon’s parentage
Now she is worshipped as a greatly honoured goddess by crowds of linen clad acolytes. In due time she bore a son, Epaphus [p. 509], who shared the cities’ temples with his mother, and was believed to have been conceived from mighty Jupiter’s seed. He had a friend, Phaethon [p. 616], child of the Sun [p. 651], equal to him in spirit and years, who once boasted proudly that Phoebus [p. 622] was his father, and refused to concede the claim, which Inachus’s [p. 542] grandson could not accept. ‘You are mad to believe all your mother says, and you have an inflated image of your father.’ Phaethon reddened but, from shame, repressed his anger, and went to his mother Clymene [p. 483] with Inachus’s reproof. ‘To sadden you more, mother, I the free, proud, spirit was silent! I am ashamed that such a reproach can be spoken and not answered. But if I am born at all of divine stock, give me some proof of my high birth, and let me claim my divinity!’ So saying he flung his arms round his mother’s neck, entreating her, by his own and her husband Merops’s [p. 575] life, and by his sisters’ marriages, to reveal to him some true sign of his parentage.
Bk I:765-779 Phaethon sets out for the Palace of the Sun
Clymene [p. 483], moved perhaps by Phaethon’s [p. 616] entreaties or more by anger at the words spoken, stretched both arms out to the sky and looking up at the sun’s glow said ‘By that brightness marked out by glittering rays, that sees us and hears us, I swear to you, my son, that you are the child of the Sun; of that being you see; you are the child of he who governs the world; if I lie, may he himself decline to look on me again, and may this be the last light to reach our eyes! It is no great effort for you yourself to find your father’s house. The place he rises from is near our land. If you have it in mind to do so, go and ask the sun himself!’ Immediately Phaethon, delighted at his mother’s words, imagining the heavens in his mind, darts off and crosses Ethiopia [p. 513] his people’s land, then India, land of those bathed in radiant fire, and with energy reaches the East.
BOOK II
Bk II:1-30 The Palace of the Sun
The palace of the Sun [p. 651] towered up with raised columns, bright with glittering gold, and gleaming bronze like fire. Shining ivory crowned the roofs, and the twin doors radiated light from polished silver. The work of art was finer than the material: on the doors Mulciber [p. 581] had engraved the waters that surround the earth’s centre, the earthly globe, and the overarching sky. The dark blue sea contains the gods, melodious Triton [p. 671], shifting Proteus [p. 634], Aegaeon [p. 425] crushing two huge whales together, his arms across their backs, and Doris [p. 503] with her daughters, some seen swimming, some sitting on rocks drying their sea-green hair, some riding the backs of fish. They are neither all alike, nor all different, just as sisters should be. The land shows men and towns, woods and creatures, rivers and nymphs and other rural gods. Above them was an image of the glowing sky, with six signs of the zodiac on the right hand door and the same number on the left.
As soon as Clymene’s [p. 483] son had climbed the steep path there, and entered the house of this parent of whose relationship to himself he was uncertain, he immediately made his way into his father’s presence, but stopped some way off, unable to bear his light too close. Wearing a purple robe, Phoebus [p. 622] sat on a throne shining with bright emeralds. To right and left stood the Day, Month, and Year, the Century and the equally spaced Hours [p. 534]. Young Spring stood there circled with a crown of flowers, naked Summer wore a garland of ears of corn, Autumn was stained by the trodden grapes, and icy Winter had white, bristling hair.
Bk II:31-48 Phaethon and his father
The Sun [p. 651], seated in the middle of them, looked at the boy, who was fearful of the strangeness of it all, with eyes that see everything, and said ‘What reason brings you here? What do you look for on these heights, Phaethon [p. 616], son that no father need deny?’ Phaethon replied ‘Universal light of the great world, Phoebus [p. 622], father, if you let me use that name, if Clymene [p. 483] is not hiding some fault behind false pretence, give me proof father, so they will believe I am your true offspring, and take away this uncertainty from my mind!’ He spoke, and his father removed the crown of glittering rays from his head and ordered him to come nearer. Embracing him, he said ‘It is not to be denied you are worthy to be mine, and Clymene has told you the truth of your birth. So that you can banish doubt, ask for any favour, so that I can grant it to you. May the Stygian [p. 653] lake, that my eyes have never seen, by which the gods swear, witness my promise.’ Hardly had he settled back properly in his seat when the boy asked for his father’s chariot and the right to control his wing-footed horses for a day.
Bk II:49-62 The Sun’s admonitions
His father regretted his oath. Three times, and then a fourth, shaking his bright head, he said ‘Your words show mine were rash; if only it were right to retract my promise! I confess my boy I would only refuse you this one thing. It is right to dissuade you. What you want is unsafe. Phaethon [p. 616] you ask too great a favour, and one that is unfitting for your strength and boyish years. Your fate is mortal: it is not mortal what you ask. Unknowingly you aspire to more than the gods can share. Though each deity can please themselves, within what is allowed, no one except myself has the power to occupy the chariot of fire. Even the lord of mighty Olympus [p. 596], who hurls terrifying lightning-bolts from his right hand, cannot drive this team, and who is greater than Jupiter [p. 549]?’
Bk II:63-89 His further warnings
‘The first part of the track is steep, and one that my fresh horses at dawn can hardly climb. In mid-heaven it is highest, where to look down on earth and sea often alarms even me, and makes my heart tremble with awesome fear. The last part of the track is downwards and needs sure control. Then even Tethys [p. 661] herself, who receives me in her submissive waves, is accustomed to fear that I might dive headlong. Moreover the rushing sky is constantly turning, and drags along the remote stars, and whirls them in rapid orbits. I move the opposite way, and its momentum does not overcome me as it does all other things, and I ride contrary to its swift rotation. Suppose you are given the chariot. What will you do? Will you be able to counter the turning poles so that the swiftness of the skies does not carry you away? Perhaps you conceive in imagination that there are groves there and cities of the gods and temples with rich gifts. The way runs through ambush, and apparitions of wild beasts! Even if you keep your course, and do not steer awry, you must still avoid the horns of Taurus [p. 657] the Bull, Sagittarius [p. 641] the Haemonian [p. 523] Archer, raging Leo [p. 558] and the Lion’s jaw, Scorpio’s [p. 644] cruel pincers sweeping out to encircle you from one side, and Cancer’s [p. 469] crab-claws reaching out from the other. You will not easily rule those proud horses, breathing out through mouth and nostrils the fires burning in their chests. They scarcely tolerate my control when their fierce spirits are hot, and their necks resist the reins. Beware my boy, that I am not the source of a gift fatal to you, while something can still be done to set right your request!’
Bk II:90-110 Phaethon insists on driving the chariot
‘No doubt, since you ask for a certain sign to give you confidence in being born of my blood, I give you that sure sign by fearing for you, and show myself a father by fatherly anxiety. Look at me. If only you could look into my heart, and see a father’s concern from within! Finally, look around you, at the riches the world holds, and ask for anything from all of the good things in earth, sea, and sky. I can refuse you nothing. Only this one thing I take exception to, which would truly be a punishment and not an honour. Phaethon [p. 616], you ask for punishment as your reward! Why do you unknowingly throw your coaxing arms around my neck? Have no doubt! Whatever you ask will be given, I have sworn it by the Stygian [p. 653] streams, but make a wiser choice!’
The warning ended, but Phaethon still rejected his words, and pressed his purpose, blazing with desire to drive the chariot. So, as he had the right, his father led the youth to the high chariot, Vulcan’s [p. 679] work. It had an axle of gold, and a gold chariot pole, wheels with golden rims, and circles of silver spokes. Along the yoke chrysolites and gemstones, set in order, glowed with brilliance reflecting Phoebus’s [p. 622] own light.
Bk II:111-149 The Sun’s instructions
Now while brave Phaethon [p. 616] is gazing in wonder at the workmanship, see, Aurora [p. 457], awake in the glowing east, opens wide her bright doors, and her rose-filled courts. The stars, whose ranks are shepherded by Lucifer [p. 562] the morning star, vanish, and he, last of all, leaves his station in the sky.
When Titan [p. 668] saw his setting, as the earth and skies were reddening, and just as the crescent of the vanishing moon faded, he ordered the swift Hours [p. 534] to yoke his horses. The goddesses quickly obeyed his command, and led the team, sated with ambrosial food and breathing fire, out of the tall stables, and put on their ringing harness. Then the father rubbed his son’s face with a sacred ointment, and made it proof against consuming flames, and placed his rays amongst his hair, and foreseeing tragedy, and fetching up sighs from his troubled heart, said ‘If you can at least obey your father’s promptings, spare the whip, boy, and rein them in more strongly! They run swiftly of their own accord. It is a hard task to check their eagerness. And do not please yourself, taking a path straight through the five zones of heaven! The track runs obliquely in a wide curve, and bounded by the three central regions, avoids the southern pole and the Arctic north [p. 448]. This is your road, you will clearly see my wheel-marks, and so that heaven and earth receive equal warmth, do not sink down too far or heave the chariot into the upper air! Too high and you will scorch the roof of heaven: too low, the earth. The middle way is safest.
Nor must you swerve too far right towards writhing Serpens [p. 646], nor lead your wheels too far left towards sunken Ara [p. 447]. Hold your way between them! I leave the rest to Fortune [p. 519], I pray she helps you, and takes better care of you than you do yourself. While I have been speaking, dewy night has touched her limit on Hesperus’s [p. 531] far western shore. We have no time for freedom! We are needed: Aurora, the dawn, shines, and the shadows are gone. Seize the reins in your hand, or if your mind can be changed, take my counsel, do not take my horses! While you can, while you still stand on solid ground, before unknowingly you take to the chariot you have unluckily chosen, let me light the world, while you watch in safety!
Bk II:150-177 The Horses run wild
The boy has already taken possession of the fleet chariot, and stands proudly, and joyfully, takes the light reins in his hands, and thanks his unwilling father.
Meanwhile the sun’s swift horses, Pyroïs [p. 636], Eoüs [p. 509], Aethon [p. 430], and the fourth, Phlegon [p. 620], fill the air with fiery whinnying, and strike the bars with their hooves. When Tethys [p. 661], ignorant of her grandson’s fate, pushed back the gate, and gave them access to the wide heavens, rushing out, they tore through the mists in the way with their hooves and, lifted by their wings, overtook the East winds rising from the same region. But the weight was lighter than the horses of the Sun could feel, and the yoke was free of its accustomed load. Just as curved-sided boats rock in the waves without their proper ballast, and being too light are unstable at sea, so the chariot, free of its usual burden, leaps in the air and rushes into the heights as though it were empty.
As soon as they feel this the team of four run wild and leave the beaten track, no longer running in their pre-ordained course. He was terrified, unable to handle the reins entrusted to him, not knowing where the track was, nor, if he had known, how to control the team. Then for the first time the chill stars of the Great and Little Bears [p. 670], grew hot, and tried in vain to douse themselves in forbidden waters. And the Dragon, Draco [p. 504], that is nearest to the frozen pole, never formidable before and sluggish with the cold, now glowed with heat, and took to seething with new fury. They say that you Bootës [p. 462] also fled in confusion, slow as you are and hampered by the Plough [p. 628].
Bk II:178-200 Phaethon lets go of the reins
When the unlucky Phaethon [p. 616] looked down from the heights of the sky at the earth far, far below he grew pale and his knees quaked with sudden fear, and his eyes were robbed of shadow by the excess light. Now he would rather he had never touched his father’s horses, and regrets knowing his true parentage and possessing what he asked for. Now he wants only to be called Merops’s [p. 575] son, as he is driven along like a ship in a northern gale, whose master lets go the ropes, and leaves her to prayer and the gods. What can he do? Much of the sky is now behind his back, but more is before his eyes. Measuring both in his mind, he looks ahead to the west he is not fated to reach and at times back to the east. Dazed he is ignorant how to act, and can neither grasp the reins nor has the power to loose them, nor can he change course by calling the horses by name. Also, alarmed, he sees the marvellous forms of huge creatures everywhere in the glowing sky. There is a place where Scorpio [p. 644] bends his pincers in twin arcs, and, with his tail and his curving arms stretched out to both sides, spreads his body and limbs over two star signs. When the boy saw this monster drenched with black and poisonous venom threatening to wound him with its arched sting, robbed of his wits by chilling horror, he dropped the reins.
Bk II:201-226 The mountains burn
When the horses feel the reins lying across their backs, after he has thrown them down, they veer off course and run unchecked through unknown regions of the air. Wherever their momentum takes them there they run, lawlessly, striking against the fixed stars in deep space and hurrying the chariot along remote tracks. Now they climb to the heights of heaven, now rush headlong down its precipitous slope, sweeping a course nearer to the earth. The Moon [p. 563], amazed, sees her brother’s horses running below her own, and the boiling clouds smoke. The earth bursts into flame, in the highest regions first, opens in deep fissures and all its moisture dries up. The meadows turn white, the trees are consumed with all their leaves, and the scorched corn makes its own destruction. But I am bemoaning the lesser things. Great cities are destroyed with all their walls, and the flames reduce whole nations with all their peoples to ashes. The woodlands burn, with the hills. Mount Athos [p. 455] is on fire, Cilician [p. 480] Taurus [p. 658], Tmolus [p. 669], Oete [p. 595] and Ida [p. 540], dry now once covered with fountains, and Helicon [p. 528] home of the Muses [p. 581], and Haemus [p. 524] not yet linked with King Oeagrius’s [p. 593] name. Etna [p. 513] blazes with immense redoubled flames, the twin peaks of Parnassus [p. 606], Eryx [p. 513], Cynthus [p. 494], Othrys [p. 600], Rhodope [p. 639] fated at last to lose its snow, Mimas [p. 577] and Dindyma [p. 502], Mycale [p. 581] and Cithaeron [p. 482], ancient in rites. Its chilly climate cannot save Scythia [p. 645]. The Caucasus [p. 471] burn, and Ossa [p. 600] along with Pindus [p. 626], and Olympos [p. 596] greater than either, and the lofty Alps [p. 436] and cloud-capped Apennines [p. 447].
Bk II:227-271 The rivers are dried up
Then, truly, Phaethon [p. 616] sees the whole earth on fire. He cannot bear the violent heat, and he breathes the air as if from a deep furnace. He feels his chariot glowing white. He can no longer stand the ash and sparks flung out, and is enveloped in dense, hot smoke. He does not know where he is, or where he is going, swept along by the will of the winged horses.
It was then, so they believe, that the Ethiopians [p. 513] acquired their dark colour, since the blood was drawn to the surface of their bodies. Then Libya [p. 561] became a desert, the heat drying up her moisture. Then the nymphs with dishevelled hair wept bitterly for their lakes and fountains. Boeotia [p. 462] searches for Dirce’s [p. 502] rills, Argos [p. 450] for Amymone’s [p. 441] fountain, Corinth [p. 486] for the Pirenian [p. 626] spring. Nor are the rivers safe because of their wide banks. The Don [p. 503] turns to steam in mid-water, and old Peneus [p. 612], and Mysian [p. 583] Caicus [p. 466] and swift-flowing Ismenus [p. 546], Arcadian [p. 448] Erymanthus [p. 512], Xanthus [p. 679] destined to burn again, golden Lycormas [p. 565] and Maeander [p. 567] playing in its watery curves, Thracian [p. 666] Melas [p. 572] and Laconian [p. 552] Eurotas [p. 516]. Babylonian [p. 459] Euphrates [p. 515] burns. Orontes [p. 598] burns and quick Thermodon [p. 663], Ganges [p. 520], Phasis [p. 617], and Danube [p. 496]. Alpheus [p. 437] boils. Spercheos’s [p. 652] banks are on fire. The gold that the River Tagus [p. 656] carries is molten with the fires, and the swans for whose singing Maeonia’s [p. 568] riverbanks are famous, are scorched in Caÿster’s [p. 472] midst. The Nile [p. 589] fled in terror to the ends of the earth, and hid its head that remains hidden. Its seven mouths are empty and dust-filled, seven channels without a stream.
The same fate parches the Thracian [p. 545] rivers, Hebrus [p. 525] and Strymon [p. 653], and the western rivers, Rhine [p. 638], Rhone [p. 639], Po [p. 511] and the Tiber [p. 667] who had been promised universal power. Everywhere the ground breaks apart, light penetrates through the cracks down into Tartarus [p. 657], and terrifies the king of the underworld and his queen. The sea contracts and what was a moment ago wide sea is a parched expanse of sand. Mountains emerge from the water, and add to the scattered Cyclades [p. 492]. The fish dive deep, and the dolphins no longer dare to rise arcing above the water, as they have done, into the air. The lifeless bodies of seals float face upwards on the deep. They even say that Nereus [p. 588] himself, and Doris [p. 503] and her daughters drifted through warm caves. Three times Neptune [p. 586] tried to lift his fierce face and arms above the waters. Three times he could not endure the burning air.
Bk II:272-300 Earth complains
Nevertheless, kindly Earth [p. 659], surrounded as she was by sea, between the open waters and the dwindling streams that had buried themselves in their mother’s dark womb, lifted her smothered face. Putting her hand to her brow, and shaking everything with her mighty tremors, she sank back a little lower than she used to be, and spoke in a faint voice ‘If this pleases you, if I have deserved it, O king of the gods, why delay your lightning bolts? If it is right for me to die through the power of fire, let me die by your fire and let the doer of it lessen the pain of the deed! I can hardly open my lips to say these words’ (the heat was choking her). Look at my scorched hair and the ashes in my eyes, the ashes over my face! Is this the honour and reward you give me for my fruitfulness and service, for carrying wounds from the curved plough and the hoe, for being worked throughout the year, providing herbage and tender grazing for the flocks, produce for the human race and incense to minister to you gods?
Even if you find me deserving of ruin, what have the waves done, why does your brother deserve this? Why are the waters that were his share by lot diminished and so much further from the sky? If neither regard for me or for your brother moves you pity at least your own heavens! Look around you on either side: both the poles are steaming! If the fire should melt them, your own palace will fall! Atlas [p. 455] himself is suffering, and can barely hold up the white-hot sky on his shoulders! If the sea and the land and the kingdom of the heavens are destroyed, we are lost in ancient chaos! Save whatever is left from the flames, and think of our common interest!’
Bk II:301-328 Jupiter intervenes and Phaethon dies
So the Earth [p. 659] spoke, and unable to tolerate the heat any longer or speak any further, she withdrew her face into her depths closer to the caverns of the dead. But the all-powerful father of the gods climbs to the highest summit of heaven, from where he spreads his clouds over the wide earth, from where he moves the thunder and hurls his quivering lightning bolts, calling on the gods, especially on him who had handed over the sun chariot, to witness that, unless he himself helps, the whole world will be overtaken by a ruinous fate. Now he has no clouds to cover the earth, or rain to shower from the sky. He thundered, and balancing a lightning bolt in his right hand threw it from eye-level at the charioteer, removing him, at the same moment, from the chariot and from life, extinguishing fire with fierce fire. Thrown into confusion the horses, lurching in different directions, wrench their necks from the yoke and throw off the broken harness. Here the reins lie, there the axle torn from the pole, there the spokes of shattered wheels, and the fragments of the wrecked chariot are flung far and wide.
But Phaethon [p. 616], flames ravaging his glowing hair, is hurled headlong, leaving a long trail in the air, as sometimes a star does in the clear sky, appearing to fall although it does not fall. Far from his own country, in a distant part of the world, the river god Eridanus [p. 511] takes him from the air, and bathes his smoke-blackened face. There the Italian nymphs consign his body, still smoking from that triple-forked flame, to the earth, and they also carve a verse in the rock:
HERE PHAETHON LIES WHO THE SUN’S JOURNEY MADE
DARED ALL THOUGH HE BY WEAKNESS WAS BETRAYED
Bk II:329-343 Phaethon’s sisters grieve for him
Now the father, pitiful, ill with grief, hid his face, and, if we can believe it, a whole day went by without the sun. But the fires gave light, so there was something beneficial amongst all that evil. But Clymene [p. 483], having uttered whatever can be uttered at such misfortune, grieving and frantic and tearing her breast, wandered over the whole earth first looking for her son’s limbs, and then failing that his bones. She found his bones already buried however, beside the riverbank in a foreign country. Falling to the ground she bathed with tears the name she could read on the cold stone and warmed it against her naked breast. The Heliads [p. 527], her daughters and the Sun’s [p. 651], cry no less, and offer their empty tribute of tears to the dead, and, beating their breasts with their hands, they call for their brother night and day, and lie down on his tomb, though he cannot hear their pitiful sighs.
Bk II:344-366 The sisters turned into poplar trees
Four times the moon had joined her crescent horns to form her bright disc. They by habit, since use creates habit, devoted themselves to mourning. Then Phaethüsa [p. 617], the eldest sister, when she tried to throw herself to the ground, complained that her ankles had stiffened, and when radiant Lampetia [p. 554] tried to come near her she was suddenly rooted to the spot. A third sister attempting to tear at her hair pulled out leaves. One cried out in pain that her legs were sheathed in wood, another that her arms had become long branches. While they wondered at this, bark closed round their thighs and by degrees over their waists, breasts, shoulders, and hands, and all that was left free were their mouths calling for their mother. What can their mother do but go here and there as the impulse takes her, pressing her lips to theirs where she can? It is no good. She tries to pull the bark from their bodies and break off new branches with her hands, but drops of blood are left behind like wounds. ‘Stop, mother, please’ cries out whichever one she hurts, ‘Please stop: It is my body in the tree you are tearing. Now, farewell.’ and the bark closed over her with her last words. Their tears still flow, and hardened by the sun, fall as amber from the virgin branches, to be taken by the bright river and sent onwards to adorn Roman brides.
Bk II:367-380 Cycnus
Cycnus [p. 492], the son of Sthenelus [p. 653] witnessed this marvel, who though he was kin to you Phaethon, through his mother, was closer still in love. Now, though he had ruled the people and great cities of Liguria [p. 562], he left his kingdom, and filled Eridanus’s [p. 511] green banks and streams, and the woods the sisters had become part of, with his grief. As he did so his voice vanished and white feathers hid his hair, his long neck stretched out from his body, his reddened fingers became webbed, wings covered his sides, and a rounded beak his mouth. So Cycnus became a new kind of bird, the swan. But he had no faith in Jupiter [p. 549] and the heavens, remembering the lightning bolt the god in his severity had hurled. He looked for standing water, and open lakes hating fire, choosing to live in floods rather than flames.
Bk II:381-400 The Sun returns to his task
Meanwhile Phaethon’s [p. 616] father, mourning and without his accustomed brightness, as if in eclipse, hated the light, himself and the day. He gave his mind over to grief, and to grief added his anger, and refused to provide his service to the earth. ‘Enough’ he says ‘since the beginning, my task has given me no rest and I am weary of work without end and labour without honour! Whoever chooses to can steer the chariot of light! If no one does, and all the gods acknowledge they cannot, let Jupiter [p. 549] himself do it, so that for a while at least, while he tries to take the reins, he must put aside the lightning bolts that leave fathers bereft! Then he will know when he has tried the strength of those horses, with hooves of fire, that the one who failed to rule them well did not deserve to be killed.’
All the gods gather round Sol [p. 651], as he talks like this, and beg him not to shroud everything with darkness. Jupiter himself tries to excuse the fire he hurled, adding threats to his entreaties as kings do. Then Phoebus [p. 622] rounds up his horses, maddened and still trembling with terror, and in pain lashes out at them with goad and whip (really lashes out) reproaching them and blaming them for his son’s death.
Bk II:401-416 Jupiter sees Callisto
Now the all-powerful father of the gods circuits the vast walls of heaven and examines them to check if anything has been loosened by the violent fires. When he sees they are as solid and robust as ever he inspects the earth and the works of humankind. Arcadia above all is his greatest care. He restores her fountains and streams, that are still hardly daring to flow, gives grass to the bare earth, leaves to the trees, and makes the scorched forests grow green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