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유행 예견 삼성병원 前CEO “정치적 고려로 스텝 꼬여… 검사 5배 늘려야”

[중앙일보] 입력 2021.07.22 11:53

오경묵 기자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1842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 같은 확진자 발생 추이를 3달 전 유튜브를 통해 미리 예견한 이가 있다. 삼성석유화학 사장과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사장을 역임한 윤순봉 전 삼성경제연구소 고문이다. 그는 유튜브 채널 ‘윤순봉의 서재’를 운영하고 있다.

윤 전 고문은 지난 4월 16일 유튜브를 통해 “코로나 4차 대유행은 3월 26일 전후에 이미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하루 확진자가 1200명 수준이던 지난 7일에는 본지 인터뷰에서 “7월 20일에는 코로나 일일 확진자가 최소 1704명, 최대 3879명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방역 당국이 집계한 20일 24시(21일 0시) 기준 국내 일일 확진자는 1784명으로, 윤 전 고문의 예상 범위에 들어왔다.

윤 전 고문은 22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K방역’에 대해 “코로나 상황과 국가 엄격성 지수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격성 지표는 영국 옥스퍼드대가 국가별 정부 정책 대응 수준을 수치화한 것이다. 윤 전 고문은 이를 ‘정부 대응 엄격성 지수’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면 지수가 높아지고, 반대로 낮추면 지수가 떨어지는 구조다.

윤순봉 전 삼성서울병원 사장.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한국의 엄격성 지수는 지난 12일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4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된 이후 50점을 기록하고 있다. 엄격성 지수는 휴교·직장 폐쇄·행사 취소·모임 제한 같은 사회적 봉쇄·폐쇄 정도와 정부의 소득지원, 보건 체계 등을 종합해 매겨진다. 한국의 지수가 가장 높았던 시점은 지난해 4월 6~17일의 82.41점이다. 옥스퍼드대는 세계 185개국을 대상으로 해당 수치를 매기는데, 한국은 이달 20일을 기준으로 100위권 수준이다.

윤 전 고문은 “(단순히) 엄격성 지수를 높인다고 해서 대응을 잘했다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코로나 상황에 맞춰 얼마나 높이고 낮추는지가 관건”이라며 “우리나라는 높여야 할 때 높이지 않고, 안 높여야 할 때 높이는 등 정부의 스텝이 꼬인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수치 등 ‘과학’에 근거하지 않고 4·15 총선과 광화문 집회 등을 놓고 정치적 고려를 통해 휴교와 집합금지 등을 결정하다보니 엇박자가 났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의 코로나 상황을 고려할 때 (국가 엄격성 지수를) 높여야 되는 시점은 맞다”면서도 “정부 입장에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함부로 엄격성 지수를 높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등 통제 수준을 더 높인다면 셧다운 수준이 될텐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등이 아닌)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방역당국이 대응 방식을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윤 전 고문의 조언이다. ‘확진자를 격리하고 동선을 추적’하는 기존 대응방식 대신, 선제적으로 진단검사 대상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진단검사량을 현재 대비 최소 5배는 늘려야 한다”며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 양성률을 1% 밑으로 떨어트려야 한다”고 했다. 하루 몇 만명 수준이 아니라 최소 20만명, 많게는 수십만명을 검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검사를 늘리면 확진자가 속출할 것이다. 2000명이 아니라 4000명, 5000명이 나올 수도 있다”라면서도 “정부에서 그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했다. 검사량을 늘리면 단기적으로 확진자가 폭증하겠지만, 무증상 감염자를 걸러내고 나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핵심은 검사건수 대비 확진자인 ‘양성률’을 낮추는 것이다.

서울 시내의 한 약국에 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가 진열돼 있다. /뉴시스

자가검사키트의 광범위한 보급도 필요하다는 게 윤 전 고문의 지적이다. 이 역시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 양성률을 낮추는 게 목표다. 윤 전 고문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게 자가검사키트의 약점”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하는 게 없는 것보다는 몇백 배 낫다. 공짜로 주는 게 아니라 가격을 낮춰 누구나 필요할 때 스스로 검사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했다.

백신도 여러 경로를 통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 정부와 맺은 백신 교환(스와프) 계약이나 미국에서 들여온 얀센 백신이 좋은 예다. 윤 전 고문은 “우리 의료기관을 총동원하면 하루에 100만도즈씩 접종할 수 있다”며 “선계약을 통해 백신을 다수 확보한 국가를 대상으로 외교력을 발휘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백신을 들여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경묵 기자 not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