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강물처럼
길게 이어져 온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
뒤늦게 바라보는 문학의 거울 속에
사진처럼 정지해 있던 한 남자가
이제 막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제의 이야기는 오늘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낯설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나설 것이다.
2021년 봄
김병준
차례
1. 명함을 바꾸다
2. 새벽의 밥은 아름답다
3. 어느 방명록
4. 여름 숲은 그냥 오지 않는다
해설
지나쳐 온 골목을 되돌아보는 주춤거림에서 피는 시의 순간들: 김병준 시집 『거울을 보는 남자』에 대하여
1. 명함을 바꾸다
안부
-10
오늘 아침 기온입니다
당신의 나이도
이와 같으면 좋겠습니다.
이발
가위와 칼을 쥔 세상의 손아귀에 달렸기에
차마 눈을 감는다
달마다 치루어야 하는 생.
새벽에 시를 쓰며
새벽이면 언제나 부풀어 오른다
꼿꼿이 서는 문학적 발심
잠든 마누라에게
하릴없이 온몸으로 시비 걸곤 했던 그 시각
요즘은 시(詩)에 대고 입질한다
어르고 달래고 치대고 보듬으며
잠 덜 깬 낯선 언어들을 희롱한다
한껏 약이 오른 시어들이 잠시 뒹굴다가
등 돌리고 눕지만
어릴 적 몽정처럼 비릿한 시어들을 쏟아낸다
아침 햇살 비치면
곧추선 새벽 금세 사그라들고
벌거벗은 시는 몸을 감추지만
내일도 어김없이 부풀 새벽은 돌아오는데
내 어찌 시인 되기를 포기할 수 있겠나.
명함을 바꾸다
황갈색 종이쪽
손글씨체로
이름 석 자와 폰 번호만 달랑
새겨져 있는
새 명함
수직상승을 꿈꾸며
직립만 고집했던 삶
지금은 가로로 누워
수평을 내보인다
이제 저울질도 쉽지 않을
가벼워진 몸
백수의 증거가 될지라도
이름 석 자
하얀 손으로 받쳐 들고
새로 바뀐 명함을 건넨다.
그 여름
초등학교 문방구 앞
무릎 꿇은 채 두 팔 올리고 있는 아이
삼 학년쯤 되었을까요
주인 몰래 갖고 싶은 물건 하나 슬쩍하다
들킨 게 분명하군요
딱 걸린 겁니다
부모가 올 때까지 벌을 서야하는 형편이군요
일그러진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한데
한낮의 해는 나뭇가지에 딱 걸려 꿈쩍도 않습니다
무거워진 양팔이 자꾸자꾸 내려옵니다
목에 생선가시처럼 걸린 어릴 적 기억을 훔칩니다
함께 벌을 서듯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지난 겨울
크리스마스트리가 놓였던 자리입니다.
구멍
개업 고사 상에 절을 올릴 때 나는 하필 구멍 난 양말을 신고 있었는데 발바닥 뒤에서 웃음꽃이 피어난 것이지요 구멍 난 체면이랄까요 식은 용암처럼 굳어 부스러진 각질의 민둥산 혹은 둥글게 패인 분화구와도 같았겠습니다 구멍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 계기는 아니었겠는지요 하숫물을 흘러 보내기 위해 수채 구멍이 존재하였던 것은 아니었겠는지요 고름을 짜낸 자리에 종기 구멍이 남아 새살이 들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겠는지요 구멍 난 가계를 메우기 위해 잔걸음을 재게 놀리지는 않았겠는지요 어린 날 솥단지와 냄비들의 구멍을 찾아서 땜쟁이 아재비는 초록의 산길을 넘어오지 않았겠는지요
바람구멍, 숨구멍이 내일을 열어 놓지 않았겠는지요 내 생의 어느 최악과 최선의 모습으로 나는 둥근 고사상 앞에 이르러 구멍 하나쯤을 고해 바쳐 보지는 않았겠는지요.
감기
봄보다 한발 먼저 그녀가 찾아왔다
갓털처럼 떠돌다 들어앉은 곳이
하필이면 내 몸이었나
봄 짝짓기가 그리웠는지
둔감한 노구라도 끌어당기고 싶었나
허한 뼈마디를 비집고 들어와
한바탕 살아 보자고 한다
낮에는 햇솜 같은 여린 풀씨의
애무 정도로 시작하는가 싶더니
밤엔 가시엉겅퀴처럼 들러붙어
이건 전쟁이 아니라 사랑이라 속삭인다
지독한 흡착
한 열흘 봄 색시와 살림 차린 셈 치자
신열을 덮은 이불 속에서 실컷 뒹굴다가
기척도 없이 사라지는 뒤끝 없는 외도
불 같은 동거의 흔적으로
하얀 약봉지 하나 남겨둔 채
그녀는 떠나갔다.
거울을 보는 남자
숨을 곳이 거울밖에 없었는가 겨우내 겹으로 쌓인 누추까지 말끔히 닦아내며 구겨진 표정을 다림질하고 편다 거울 보기가 두려운 적도 있었지 몸 어딘가 숨었을 병의 징후 같은 거뭇한 얼룩점 한때 날선 머리칼 세상을 칠 듯한 눈매처럼 시간의 추가 깊게 패고 간 주름으로 누웠다
거울은 독작(獨酌)을 위로한다 거울과 면벽하듯 대작하면 묵은 김치, 잘 삭은 치즈와 위스키 거푸 몇 잔에 깨질 듯 찡그렸던 거울이 웃는다 백안으로 보던 세상을 마음의 정중앙에 두고 거울 속을 들여다보니 사진처럼 정지해 있던 남자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환해진 거울 밖으로 그가 걸어 나온다.
낙서
‘어느 날 나는 친구 집에 놀러갔다
그런데 친구는 없고
친구 누나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공중화장실 몇 줄의 낙서에 침을 삼켰던
압축과 상상력을
오늘은 거열교 다리 밑에서 본다
‘숙희, 니 다 일러준다’
폐교된 지리산 가랑잎초등학교 칠판에
누군가가 분필로 써 놓고 간 글이 지금도 아릿하다
‘나 왔다 간다’
낙서보다 못한
내 시를 읽으며 생각한다
친구 누나와 숙희와 낙서를 꺼내든
누군가의 마음을.
백족(白足)
스타일의 완성은
구두에 있다지만
생활의 스텝이 자주
엉킨다
백수에겐 차라리
맨발이 낫겠다.
처음, 시인을 만났던 일
사유의 처녀림에 알몸으로 다가가 소녀 가슴 속에서 울리는 듯한 사랑의 고동소리를 들었던 일 멀고 험한 문학의 산에 오르고 싶었을 때 마치 비밀의 정원에 발을 디디는 것 같았던
빗방울이 시냇물을 불리고 바다를 향해 떠나갔던 일 시인의 말 한마디 귀 기울이다가 마침내 내 귀가 쑥쑥 자라나 머릿속까지 환하여졌던
처음, 시인을 만났던 일은 오두막 비탈진 집에 지냈던 내가 초원의 양떼 한 마리로 맛있는 풀을 뜯었던.
아나고
“아나고 먹을래?”
“하고 먹을래.”
먹고 나면 안하고 못 배긴다는
붕장어를 앞에 두고
속전을 결행하는
유머 속의 청춘들이 부럽다
사랑을 참다못해
껍질 훌러덩 벗고 뼈째로 다가와
밤새 보채다가 떠난
그녀의 남긴 말을 곱씹고 있다
사랑은 순연이 아니라 즉결이다.
자정 너머
밤의 한가운데를 괴고 있는 시소에 걸터앉아 삶의 무게를 가늠한다 맞은편 빈자리의 묵직한 침묵을 어림하며 밤의 심중을 헤아린다 오르락내리락하다가 마침내 한쪽으로 기운 중심을 잡아본다
낮에는 아이들이 다녀가고 저녁에는 아픈 청춘들이 다녀갔을 것이다 세상을 저울질하며 달빛에 비친 내 그림자라도 앉히고 말을 건다 그 위에 날개 비벼 사랑을 부르는 풀벌레 소리 살짝 얹어 대낮 잠자리처럼 수평을 잡아보려 하는데
시소 저편에 나를 꼭 닮은 한 녀석이 어둠을 동강내며 떡하니 앉는다 비로소 수평이다 내 마음도 평평해진다.
일기
5월 21일, 부부의 날
나라에서 지정한 보물이
우리 고장에 몇 개 있는가를 놓고
집사람과 다투었다
그녀는 여섯 개라 했고
나는 끝까지 일곱 개라 우겼다
(그녀는 자신이 보물인지를 모른다)
일천구백팔십팔년
결혼기념일에 지정된
살아있는 보물
국보 1호 남대문
보물 1호 내 아내.
퉁, 치다
“생일 축하해!”
멀리 사는 오빠가
장미 꽃바구니를 보내왔다
사연인즉,
매년 생일 축하금을 10만원씩 보내왔는데
올해는 대신 꽃이 온 것이다
손편지와 함께
“작년에 0 하나 더 치는 바람에 100만원 송금했다.
10년 퉁친 거다.”
장미는 일주일이면 시들지만
마음은 오래 간다
꽃으로도 돈으로도 갈음할 수 없는
퉁.
청향만당(淸香滿堂)
정초에 그녀가 보내준 난 그림
수묵에서 우러난 맑은 향 집안에 그득하다
세밀한 필선 따라
그림과 시가 한몸이다
매끈하게 뻗친 난 잎에
암으로 아픈 그녀가 누워 있다
꽃대는 섰는데
그녀는 누웠는가
하늘 찌르던 생명선
이젠 휘어졌는가
한참을 바라보다 답신을 보낸다
향원익청(香遠益淸)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여백에
낙관 대신 눈물 찍는다.
경계
술이 몇 순배 돌자 예외 없이 찾아온
건배 제의 시간
한참 어린 주인공을 위해 접대성 멘트를 푼다
술잔이 오고 간다
칭찬의 약발 먹혀 랠리하듯 주고받는
찬찬찬(讚讚讚)
건네는 말도 도수가 오르고
섬김과 조아림, 진심과 립서비스
사이를 줄타기 하는 곡예
술잔이 떨린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 잔에 떨어지는 순간
세상 살아가는 법은 임계에 이르고
팽팽했던 긴장이 자꾸만 무너지려 한다
술집 나설 때
딸랑 딸랑 딸랑
따라나서는 줄 흐트러진 바짓가랑이
오늘은 오버를 하지 않았는지
생존의 법칙 앞에 술잔은 무릎을 꿇었지만
내일도 비즈니스라는 미명으로
다시 경계에 설 것이다.
거울
아파트 앞 버려진 거울
벽에 반쯤 기댄 채 외롭다
누군가를 비추었을 거울의 한 생
늦은 밤 어둠의 비밀 속을 들여다본다
멈춘 시계
낡은 흑백 사진
헐거운 민낯과 맨몸
직면이 부끄러운 외면
다들 새로움에 밀려 빛 잃은 것들이다
환한 웃음은 사라지고 캄캄한 울음뿐
거울이 내게 말을 건다
누군들 푸르렀던 명경의 날 없었으랴
재활용 헌 옷가지처럼 다시 벽에 걸릴 수 있기를
울음 같은 독백에
집으로 들일까 한참을 서성이다 차마
거울을 뒤집어 누이고 돌아선다
등을 보인 거울이
쉬이 버린 사랑처럼 아릿하다.
생일날에
소풍 같은 봄
태양 같은 여름 지나고
이제 살며시 뒤란으로 물러나 앉은
가을 나이
저만치 홀로서기할 겨울이 기다리지만
날마다 생일처럼
하루도 거르지 않는 점심처럼
한결같이
여여(如如)하게.
여백의 맛
테이블 가지런한
레스토랑
반 뼘 모자란 듯
담겨 나온
돈가스
물 반 잔
술 반 잔
잔의 허기도
스스로 채운다
소스 향이
겨울바람을 불러 앉히고
살짝 익힌 어둠 한 조각
포크로 찍으면
짧은 시 맛 같이
입 안 가득 번지는
소울 푸드
빈 배 서둘러 채우지 않고
검은 깨 같은 쉼표들을 삼킨다
여운을 되새김질하려
바삭바삭한 청춘 몇 조각
남겨 놓은 채.
2. 새벽의 밥은 아름답다
감사한 일
새들이 창가에 내려앉아
아침을 깨운다
나도 찬물에
어제의 얼굴을 씻고 나면
선식 한 봉지 아침 한 끼와
출근할 일터와
오늘이라는 또 하루가
말갛게 기다리고 있다.
비스듬히
지구는 기울어져 있어
밤낮의 변화와 사계절이 있다
기울어진 축으로
바람 불고 파도치고 주름도 졌지만
비스듬히 누워 도는 팽이의 조바심처럼
한동안 수평잡기와 수직세우기에 골몰했던 생
이제는 마음이 먼저 기울어지기로 했다
마음이 기울면 사랑이다
삐딱한 어깨
비뚤어진 액자
절뚝거리는 구두도 그냥 두기로 한다
책꽂이에
바르게 사는 법, 이란 책을 빼내어
비스듬히 세운다.
귤
겨울밤 골목여관 앞 길가에서
혼자 사는 박씨 아저씨가 좌판 앞에 앉아
귤을 팝니다
귤을 판다는 일은 지난 여름의 수고와 인내를
겨울에게로 건네어 준다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사에는 가난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나와 앉아
여름의 향기를 겨울로 전해 보이려는
노랗고도 둥근 수고의 순간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세상의 귤들은 착하고 반갑습니다
연밥 같은 탄불 위에 귤 아저씨와 함께 손을 쬐어 봅니다
온기 때문에 이렇게 앉아 있다가 보니
매상이 짭짤하다고 웃어 보여 주었습니다
연탄값으로 삼천 원을 제하고도
이문이 더 남았다는 이유입니다
길 가는 사람들이 종종걸음을 치며 멀어져 갑니다
전등 알 같은 귤들에게 설핏 눈을 얹었다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마음이 바쁘지 않은 날에
한걸음 멈추고 서서 누군가는 언젠가
한 봉지의 귤을 사 들고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행인들이 많은 한낮이라면 불법(不法)
일 수도 있어 보이는 노점의 자리가
지금은 구멍마다 피어오른
연꽃의 화엄 속에서
불법(佛法) 노점을 이루어 주었습니다
까만 하늘에 노란 별들이 총총합니다.
처음입니다
기차는
어릴 적 편지처럼 왔습니다
매표소 창으로
정기권 끊으려 학생증을 내밉니다
“신규가?”
“아닌데요… 병준입니다.”
신규(新規)
일 학년 중학생에겐 어려운 단어입니다
좌천, 일광, 기장, 송정, 해운대, 동래, 거제,
부전, 부산진, 부산역
동해남부선의 아렴풋한 역들이
가슴으로 지나갑니다
낯설고 두근거리던
설레임으로
하루를 맞이합니다
날마다
처음입니다.
마이너리티
술이 핵심 경쟁력이라 믿는 사람들아
나이, 고향, 학교 따위를 묻지 마라
당신 아내가 잠든 시간에
나는 희망을 팔았다.
절방석
수많은 기도가 쌓인 침묵
미처 털어내지 못한 비밀과 사연
한 장 한 장 켜켜이 무량한 마음
절방석, 그대가 이미 부처.
잇몸으로
잇몸 드러낸 웃음이 성스럽다
앙다물어도 맞닿지 않는 잇몸
틀니마저 마다한 채
우물거리다 그냥 삼킨다
어금니는 영감 세상 뜬 후
앞니는 아들 잃으며 죄다 사라졌다
뭉그러진 잇몸에 박힌 시간
이젠 죽어야 되는데 하면서도
질긴 세월 잘게 썰지 못하는
아흔넷 분례 할머니
무료한 햇살 아래 문자나 씹고 있는
나의 실한 어금니 서너 개 빼서
덜컹거리는 그녀 여생에 붙박이 되고픈 오후
이 없으면 잇몸으로, 라는 말
이날 이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오륙도
동에서 보면 여섯 섬
서에서 보면 다섯 섬
물 들면 여섯 섬
물 나면 다섯 섬
자리 따라 물때 따라
사라진 섬 하나
내 마음 속.
새벽의 밥은 아름답다
운동으로 뺀 살과 노동으로 빠진 살이 같나요,
라고 말하는 그녀가
아름답다
야근 후 들른 밥집
주인아줌마의 훌쭉 빠진 살이
오히려 눈부시다
헐렁한 민소매 깊게 패인 고랑
한 골 한 골 뭇시선으로 메우고
허리춤처럼 헐거워진 가계
한 땀 한 땀 밤새워 바느질하듯
노동은 밥
외로운 밥이다
이른 새벽
짐 실은 차들은 어디론가 바삐 달려가고
하루를 비우고 또 하루를 담는 밥그릇이 분주하다.
슬세권
한동네 그녀와는
200미터 안쪽
슬리퍼 끌고 나가면 닿는
편의점처럼 가까운 거리
헐렁한 차림새이지만
쉬운 여자는 아닐 듯
길에서 맞닥뜨린
그녀의 반려견이 으르렁댄다
반경 안의 그녀와
한집을 꿈꾸는 내게
맨발의 지척도 천리임을
일깨워 주는.
스킨쉽
아장아장 걸어오는 낯선 아이에게
방긋하며 보듬어주려는 순간
그 사이를 십 리 거리로 떼놓는
불신의 경계
어른은 절벽으로 내몰리고
아이는 섬에 갇히는
길 잃은 강아지 쓰다듬으면 감춘 꼬리 흔들고
숨죽인 빵 음악으로 반죽하니 잘 부풀어오르고
절벽 풀꽃도 사람 손길 발길 닿으면
온 섬 퍼져나가 꽃밭을 이루는데.
미역국을 끓이다
혼자 지내는 내게 누가 미역국을 보내 왔다
한술 뜨다가 국 속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는 마당에서 풍로에 불을 지폈다
구석방에 누워있는 아내의 순산을 위하여
손수 미역국을 끓인다
줄줄이 딸 넷 뒤에
첫 아들을 바라는 당신의 치성(致誠)은
온 마당에 넘친다
드디어 한낮을 쪼개는 우렁찬 소리
어머니는 그날 미역국을 마음놓고 넘겼다
홀로 계신 어머니께 미역국 끓여 드린다
아버지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미역으로
쉰 살 넘긴 아들이 간을 맞추어 보는데
국물 맛이 짜다.
물국수
한 점 한 점 젓가락질
졸깃한 비빔국수는 비집을 틈이 없고
투박한 막국수는 급하고 거칠다
갖은 양념 없이 물에 헹군 국수
물 자字 하나 앞에 붙이면 이렇게 부드럽다
물회, 물미역, 물오징어들도
오랜만에 아내와 겸상을 한다
젓가락 부딪히던 옛사랑 건져 올리면
국수 사발에 물꽃이 핀다
물기 마른 딱딱한 삶이 물컹하게
응어리도 강물처럼 풀어진다
물국수 한 그릇 비우며
팍팍한 삶에 물이라는 화두 던지고
낮은 물길 찾아 나선다.
둔각
저녁이 노을을 드리운다
가라앉는 해는
남은 햇살을 방 안까지 길게 비춘다
여름 끝에 선 나무는 키 크기를 마다하고
땅을 내려다볼 뿐이다
직관 아닌 관조
가을은 고요한 마음과 둔각을 이룬다
길어진 밑변의 너른 품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산 아래 들머리는 먼 강을 끌어들여
바다와 맞닿는다
저마다 예각을 이루며 높이를 뽐내던 오름
한때 뾰족한 감성으로 각을 잡았지만
능선을 따라 지평이 된다
몸을 낮춘 풀꽃들이
둘레길에 누워
밤새 대하소설을 쓴다.
혼신
그녀의 연주 앞에서 오감은 호사를 누린다
칠십 센티 막대 위에 청중을 태우고
처음엔 시소처럼 흔들어대다 살금살금 백척간두로 내몰면
어느새 롤러코스터
가끔은 말 탄 검객 되어
숨죽인 관객의 숨을 채찍질하다가
마침내 칼춤 추듯 객석의 진공을 동강낸다
차디찬 금속과 수백만 번 맞추었을 뜨거운 입술
한 호흡에 몇 겹씩 터지는 황홀경
낯선 가락 좇아 요술 대롱 안을 들여다보면
아를르의 여인만 알았던 내가 세상을 다 아는 듯
짧은 막대기 하나 지렛대 삼아 온몸으로
우주를 들어올리는
그녀는 플루티스트.
대한(大寒)
봄 기다리다 말고
눈 비집고 얼굴 내미는
키 작은 바람꽃
기차 서지 않는 간이역
사람 발길 휑한 자리 메운 잡풀이
역사 안까지 들어와 있다
겨울바람 타고
마을로 내려온
산사 풍경 소리
설한에
사람이 그리워서
내비게이션에게 말 걸며
바람 부는 쪽으로 차를 모는데.
노숙
엄동의 길바닥에 바싹 엎드린 종이박스와
헌 신문지 몇 장
단출한 세간 아래
찾아오는 봄
보도블록 틈새
작은 풀꽃들이 솟아나고 있다.
북두칠성
시골교회 지붕 위
나지막이 내려앉은 별 일곱
하나님 뜻 따르는 일곱 장애우의
작은 눈짓에도 응답하고
한숨에도 기도하는 별
어둠에 산길 잃을 때면
한발짝 한발짝 반짝이며
어머니별 찾아주는 길잡이 별.
산문 밖에서
하안거 반철산행 중인 스님들
가조 온천 노천탕에서 물놀이한다
소풍 나온 어린이처럼 물장구치고 물질하면
키 작은 통대나무 담장 너머 동네 꽃나무들
개구리 울음처럼 다 모여든다
고개 쑥 빼고 발꿈치 바싹 치켜들고
숨죽이며 두 손 모아 합장
바람도 멈추었다
노천탕 옆 비스듬히 누운 노송이 바로 서고
멀리 미녀봉은 봉우리 발개지며 해산(解産)할 듯
평상 위의 목침들 목어 되어 팔딱이고
중천의 구름 조각 법어 되어 흩날린다
햇살 사이로 동심원을 그리는 발심
화엄의 세상은 경계가 없다.
외출
몸집이 작고
소리도 약하다는 눈치로
서랍 속에 숨죽이고 있다가
참았던 들숨과 날숨
한껏 불어넣고
목구멍 깊숙이 세상을 빨아들여
무대 한가운데로 걸어 나오는
봄 같은 그녀
하모니카.
3. 어느 방명록
몽당연필
깎이고 깎인
몽당연필
닳고 닳은 작달막한 몸이
요양원 병상에 누워 있다
어릴 적
무른 연필심에 묻힌 침
깍지에 끼워 쓰다 부러져 흘린 눈물이
하얀 시트에 스민다
잃어버린 기억 속
제 이름이라도 꺼내어
꾹꾹 눌러 적어 본다
뭉툭한 손은
눈앞의 허공을 집었다 놓았다 하며
남은 시간을 메운다
완벽한 감옥
담장 높은 캄캄한 연필통 속
한때는 몽당(夢堂)
새파란 꿈의 집에서
짧고 무딘 기억으로
밤새껏 온몸으로 쓴다.
자국
죽 떠먹은 자리
바위에 뱀 지나간 자리
하늘에 비행기 날아간 자리
한강에 배추 한 포기 씻으나
두 포기 씻으나
표도 안 나는 살림.
신발
나이 들어서는 헌 신발을 버리지 않는다
신발장에 가지런히 모셔 놓고
삶의 족적을 가끔씩 들춰 본다
등산화 한켠 흙과 함께 묻어온 더덕 향에 놀라기도 하고
산이 통째로 딸려온 적도 있다
신발장을 열면 곧잘 잊고 지나쳐버리는 것들이 기다린다
헌 신발뿐만 아니라 헌 책, 옛 집, 옛 사랑
오랜 시간 삶을 지탱하고 버텨내온 것들이다
수명을 다한 신발은 생의 은유
한 면만 닳은 뒷굽은 삐딱하게 살아왔다는 증거
굽 놓은 구두는 한때의 과장과 허세
며칠 안 신고 버려진 새 신발은 변덕과 심술
해어진 뒤축은 신발 문수처럼 한결같은 근면
나란히 이어지는 신발들은 나의 생애
신발장이 꽉 찰 즈음
나는 맨발로 하늘을 걸어가고 있을 터
그땐 누가 신발장을 열어 그 침묵들을 깨울지.
한 이불권
한 이불 덮고 자는 사이라는 말 각방 또는 각이불족(族)의 멀어진 마음을 촘촘히 누비는 이음매 사랑을 잃은 시린 손발들은 인연 닳아 해진 잠옷자락이나 이불자락이라도 끌어당겨야 하지 않겠나 밤새 몇 번씩 뒤척이는 딴청도 모른 척 슬며시 끄집어다 놓아야 한다 한 이불 안에서만 버텨 있다면 느슨해진 금슬도 잠결인 듯 비비고 꿈결인 듯 뭉개다 보면 이불솜처럼 부풀어 올라 결국 한몸이 된다 꿈쩍 않고 얼었던 몸에 봄물이 들었던 소리 어쩌다 잠시 돌아눕게 된 북에서 남까지도 어차피 한 이불권이다.
겨울 나그네
겨울 숭어가 횟집 수족관에서
바깥 세상을 내다본다
죽은 듯 숨은 듯
순응의 바닥에 바짝 엎드린 광어와
짧은 여생이 힘겨워
스스로 하얀 배를 뒤집은 우럭 사이로
숭어는 아직 할 말이 많은 듯
희뿌연 유리벽을 입으로 탁탁 두드리는데
수심은 얕고 파고는 높다
얼어붙은 길가에서
한 젊은이가 멈추어 서서 숭어를 본다
수족관 유리에 비친 제 얼굴도 한참 쳐다보며
숭어의 사투와 그의 실연을 노래한다
슈베르트의 숭어
휘파람이 날개지느러미에 샤프(#)되는 순간
오선 위의 음표처럼 톡톡 튀던 숭어는
맑은 시내의 송어로 변주되며
수족관 밖으로 파다닥 뛰쳐나온다
바다로 돌아가기엔 너무 늦은 밤
봄으로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온 겨울이
칼날 같은 바람 끝에 맞서
눈 발자국 따라간다.
큐브
점, 선, 면, 각, 뿔, 벽, 네모, 꼭짓점,
모서리, 귀퉁이…
시간을 돌려가며 풀어야 할
수많은 삶의 난제 앞에
새해 첫날
나이 한 살 더 얹고 마법을 건다.
추간판탈출증
버스에 우산을 두고 내렸다
엄마에게 혼날 일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두고 내린 우산이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것이 되길 바라는
어른스런 생각은 중학생인 내겐 무리다
집이 가까워지자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길가에 버려진 우산이라도 주울까 하다
그냥 집으로 내달렸다
아버지가 고치다 만 살이 휘어진 우산이
마당에 널브러져 있다
며칠 전 비오는 날
접이식 우산을 쓰고 척추전문병원을 찾았다
허리를 접고 펼 때마다 통증이 잦았는데
내 몸의 우산살 하나가
엉뚱한 데로 불거져 나와 있었다.
유서
“휴가 떠납니다.
아주 길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폐업에 이르러 남긴 유언장
쓸쓸한 빈소 같은 가게에 나붙은
폐업안내문을 지켜본다
젊은 가게 주인은
수년 전 뛰어들었던 푸른 바다의 수평선을
찾아갔을지 모른다
바다 멀리 날아가 버린 권리금보다
헐값으로 처분한 꿈이 더 안타까웠을 것이다
비뚤비뚤한 글씨에서
보증금에 대한 불안을 읽는다
짐을 꾸리면서
헛걸음칠 단골들이 눈에 밟혔을까
환한 형광색 아트지 속의 하트가
지나는 조문객들을 오히려 위로한다.
임종
그물에 걸린 고래처럼
안전펜스와 먼지가리개에 결박당한 채 해체 중이다
소음과 분진 속에
나는 그의 죽음을 지키고 있다
오랜 세월 버텨온 무채색 건물
하나 둘 세입자들이 떠난 후
공실(空室)로 신음하다가
무수익자산이라는 오명으로 수명을 다한다
전기 수도 배관 등 순환기는 이미 끊겼고
콘크리트 살점이 뜯어지며 검은 뼈를 드러낸다
한때는 천국처럼 드나들던 곳
한낱 기억이라도 건져 보려
부서진 돌 한 조각 매만져 본다
철거가 끝나면 평평해진 빈터에 등 하나 매달 것이다
죽은 고래를 위한 등대 삼아.
우중산행
산이 부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나를 산으로 떠민다
비 퍼붓는 한밤의 정상
세상과의 연결 전원 모두 끄고
알몸으로 맞닥뜨린 어둠
타닥타닥
비가 때리는 채찍흔(痕)
하늘도 뚫려 본래면목에 닿았다
산 아래 세상에 번개가 친다.
범어사 종점
오늘도 무사히 막차에서 내렸습니다
모퉁이 선술집이 기다립니다
염주알 헤듯이 밤별을 만지작거립니다
만년 버스기사의 고된 운행
돌고 돌다 제자리 찾는 별들과 닮았네요
팔뚝과 종아리 힘줄이 헐거워져
육신도 거의 종점에 다다른 듯
삼십 년 된 대형면허도 숨이 차지만
면벽하며 허공을 부딪는 소주잔
늙은 주모의 졸음 속에
조그만 가게 안이 피안입니다
막차를 놓친 취객 같은 자전거가 누워 있네요
멈춘 지 오래된 은륜도 독작(獨酌) 중입니다.
배려
지하철에 오른 소매치기는
다른 선수가 작업 중이면
서둘러 다음 칸으로 옮겨 간다
유흥가 제비는
남이 문 먹이에 입을 대지 않는다
진정한 사랑은 흑역사를 들추지 않으며
혼탁한 정치판에서도 건들지 않는 불문율이 있다
금기의 수평이 깨지는 순간 삼류라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금기의 선악과를 베어 문 순간 배려의 나뭇잎은 시든다.
정사(情事)
그녀에게
명품백을 선물할까
중저가 가방에 돈을 꽉 채워줄까
고민하다가
내 자신이 곧 명품인양
그냥 맨몸으로 다가가 꼬옥 안아주었다
짝퉁임을 그녀가 눈치 챈 것은
불과 잠깐도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음새의 박음질이 실하지 못했던 것이다.
절방석 2
법당 구석에 포개져 있는 묵언 하나 꺼내어 깔고
몸뚱아리를 조아렸는데 삼배 후 고개를 드니
시루떡처럼 겹겹이 쌓인 높다란 키의 방석들이
부처처럼 저를 굽어보고 있었습니다.
몸값
밤 산책을 나선다
더부룩하던 배
싸아 소리 내니
몸이 가볍다
저녁에 먹은 자장면이
위에서 밥값 하는 소리
오백 원에서 열 배나 뛴
자장면 값을 생각하며
내 몸의 현가와 종가를 셈해 본다
행선(行禪)이랍시고
운동장 스무 바퀴를 도는데
가진 게 없으니 비울 게 없다
걸음이 빨라진다.
메트로놈
칸트가 아침을 깨운다 그의 산책을 보고 마을사람들이 시계를 맞추듯
나는 철학자의 걸음걸이와 보폭을 가늠하며 걷는다 아침형으로 생활 모드를 바꾼 지 오래 얼리버드 딱따구리가 쪼아대는 소리에 박자를 맞춘다 나의 심장 박동도 시계에 맞추어져 있다 아침 햇살과 바람과 나뭇잎이 사뭇 고맙다
반복의 삶은 아침 일찍 배달되는 신문 기사처럼 건조하다 작심하고 투고한 시(詩)에도 늘 기성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진자는 얼마나 힘들까
삶의 맞춤법에서 벗어난 엇박이 있다면 아침을 건너뛴 자유로운 새가 된다면 가령, 달이 두 개라면 파도도 한번씩 멈추고 한밤에 등대불도 꺼지는 지구의 자전도 한순간 정지되어 숨 멎는 희열도 맛보는
여태껏 가슴 깊숙이 장착한 시계를 떼내었다 스스로 나무와 새, 바다가 되었다 내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파도와 바람의 외침 어린 새의 박동과 나뭇잎의 미세한 일렁임마저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봄
구석방에서 촛불로 연명하던 그가
어둠을 털고 문밖으로 나와
얼어붙은 세상과 싸우고 있다
나도 이제 너를 맞이하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
어느 방명록
이름 석 자와 감상평 두어 줄로는
그 큰 적막을 메울 수 없어
한동안 흰 여백을 채워 보았다
중추, 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중추(中樞)와 중추(仲秋)
사이의 작품을 돌아보며
세상의 중심을 헤아려 보고
가을의 절정을 만끽하여 봅니다
감동은 흉통을 동반하네요
그대의 마음과 작품이
처음엔 가슴을 파고들더니
점점 밑으로 내려가
가슴뼈 아래 오목한 곳
명치를 세게 울립니다
숨이 막히고 멎을 듯.
평소 작가의 주변부만 맴돌았던 나는
만추라는 주제의 전시장을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했다
관람객이 나 혼자뿐이었기에
그 시각엔 내가
가을의 주인공이 되어.
비누
욕실 구석에
오래된 침묵 하나
단단하게 뭉쳐진 고독을 문지르면
잊혀진 살구향 같은 거품을 낸다
닳고 녹고 야위어
제 살 없어질 때까지
둥근 세수와
험한 빨래가 지나갈 때까지
비누는
비누가 아닌 대부분 것들의
천적이다.
4. 여름 숲은 그냥 오지 않는다
과속
첫 만남 손잡고
초승달 언뜻 쳐다보는 찰나
만삭 배 속 발길질
환한 보름달 배냇짓.
동지
뜨거운 팥죽 속
새알심 하나
한뜻으로 뭉친
동지(同志)가 되어.
깜빡하다
운동장이 텅 비었습니다
교실도 텅 비었습니다
소풍 날이었습니다
눈 앞에 아지랑이가 아른거립니다
세월이 한참 흘렀습니다
시내에서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대문을 열심히 두드렸으나
남의 집이었습니다
이사한 줄 모르고
이 집 저 집 기웃거립니다
세월이 또 흘렀습니다
친구를 마주하고도
이름이 입안을 맴돕니다
가물가물합니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고
좇아가면 더 멀리 달아납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눈앞에 까만 날파리들만 떠다닙니다
비문증이라며
안과에서도 별다른 약은 없다고 합니다.
봄밤
봄밤을 여는 합창
엇박자 개구리 한 마리
논 밖으로 튀어나와
아스팔트에 오른다
자유를 찾아 나선 것일까
양서(兩棲)의 저편
아가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일까
달빛 받아 건조해진 등을
눈물로 적신다
논둑가 아스팔트 길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현수막 아래
울고 있는 한 여인
개구리 플랫 b으로 우는 밤이면
빈 논에 소나기 내리는 날이
흔했다.
여름 숲은 그냥 오지 않는다
명달리 저녁이 층층이나무에 얹힐 즈음
최하림 시인을 찾아뵈었다
선생은 벌써 여름 숲을 깔아 놓고 계신다
인사와 함께 드린 질문
시(詩)가 막히면 어떻게 하나요
기다려야지
뱃속의 아기도 열 달을 기다리듯
시의 열병 앓는 밤
아직 내 시는 차갑다
폭포 같은 고요
깨우치듯 한밤내 시를 기다리니
금세 새벽이다
새벽바람에 고요 부서지며
멀리서 여름 숲이 걸어오고 있다.
섬, 유월
이른 국화가
코스모스 닮은 목을 내밀며
오름을 노랗게 물들인다
산국(山菊)의 계절이다
돌담 틈새로
바다 건너온 바람 일렁이면
수줍은 봄
꽃 한 송이 꺾어
베갯속에 넣고
산국 삶은 물로
얼굴 씻고 기다릴 게다
여기저기 환히 켜진 노란 등불
밤새 찧은 달빛이
한 됫박이다.
일몰
무거운 노을 밥상을 이고
서쪽으로 걸어가는
여인
길가 코스모스도
긴 허리가 휜다
서산에 걸려 넘어지는
누이의
서른아홉 가을.
이어도
지난 여름
초강력, 초비상, 초긴장, 초토화
한반도에 줄도착한 역대급 여인들에 맞서
빌딩풍에 직격탄을 맞은 초고층 아파트들이
몸살을 앓았다
바람에 날린 자갈들이 유리창을 깨고 거실로 날아들자
안방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성난 여인을 잠재우는 것은 역시 부드러운 남정네
진파랑, 그가 영웅처럼 나섰다
그는 풍속(風速)과 풍속(風俗)에 혜안을 가진 사내
신화의 섬 이어도
평소에는 수면 아래 잠겨 있다가 바람이 거세지면
고개를 내민다
강풍은 바람개비를 따라 돌다 바다 속으로 빠져들었고
하늘 끝으로 사라졌다
북상하던 슈퍼 태풍 36호가
마라도 서남쪽 이어도 부근에서 감쪽같이 사라진다
수중 암초 아닌 전설의 섬
신화가 현실이 되는 섬
이어도가 파랑도로 불리우는 이유이다
씨악실 모티
저 모티*만 돌면
학(鶴)이 둥지를 튼 곳
가문 밤 달빛도
내 걸음도 멈추었어라
속마음 에둘러 온 구빗물
찰방거리던 고백도
웃음꽃 터지던 봇물도
한달음질로 어울린 합수도
이제는 다 흘렀어라
메말랐어라
건계정 가는 길
얼마나 더 걸어야
얼마나 더 어둠을 지나가야
그대에게 가닿을까
흘러드는 첫 물길 찾아
거슬러서야 모퉁이에 이르면
내 사랑 꺾어져 돌아간 자리에
씨악실 전설 속의 눈먼
학 한 마리
강물도 밤눈 어두워 밤새 제자리 돌고 있다.
✽모티 : 모퉁이, 경상도 방언.
세심정에서
마음 맞는 이 함께
지리산 올랐다 내려오는 길
덕천강가 세심정에 앉아
언어의 집 한 채 짓는다
시 짓기도 사랑처럼
수십 번 허물고 쌓는 일
무심한 강물에 산 같은 돌멩이 하나 던진다
지나온 골짝마다 부린 심상들
이제사 흘러내려오는데
잡힐 듯 잡힐 듯
돌 허리를 휘돌아 빠져 나간다
한 사나흘 꼬박 머물다 갈까
열흘이고 찾아오면 거품이라도 건질까
집 짓다 말고
때 낀 말들을 강물에 씻어낸다
마음도 헹구어 하늘에 널었다.
섬진강
해를 반쯤 품은 바다와
저녁달 드리운 강이 싸운다
지친 강은 안기려 하고
잔물결 그 머뭇거림마저
바다는 너울을 쳐서 밀어낸다
진안의 팔공산 빗방울이
바다에 닿는 데 꼬박 사흘
강물의 최후를 물 밑 모래는 아는지
강에 빠진 달이 재첩을 토해내니
광양만 짠물 타고 전어 떼가 오른다
싸움의 소용돌이는 맛깔의 힘
싸움터는 차츰 북상 중
바다와 강의 경계가 올라갈수록
강물은 제 몸을 더욱 낮춘다.
빈궁
어둠이 내리면 꽃은 입을 닫고
나무도 가지를 모은다
달 뜨고 지는 일 없는
진공의 빈 뜰
꽃잎 한 장이
마른 낮달처럼 어둠을 지키고 있다
달빛 물고 찾아온 나비 한 마리
꽃 다시 피우는 날갯짓
오래 전 허물어진 아기집 구석 어디쯤
나비가 찾아낸
허리 오그린 초승달 같은 곡옥(曲玉)
빈집에도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법고(法鼓)
정 원장이 일하는 면 소재지에
한의원이 하나 더 생깁니다
“수성 전략은 잘 세웠습니까?”
“혼자 많이 힘들었는데 구석구석 의료 손길이 닿게
되어 잘 됐죠.”
상술로 물었는데
인술로 답합니다
마음을 두드립니다
제 몸에도 절 한 채 지어졌습니다.
만종(晩鐘)
거창 들녘에 섰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농기구 몇 개
땅을 파고 뒤엎고 일구어 낸
빈자리에 내가 들어서고
또 한 사람을 마주 세운다
교회의 저녁 종
붉은 물감을 풀고 있을 때
종소리는 이랑을 이루고
새 한 마리 나의 파랑(波浪)을 아는 듯
그림 한 점 물고 와 내려놓는다
이제 땅 한 판 갈아엎었을 뿐
지평선 위 붉은 물감 마르다 굳어질 즈음
갈 길 아득한 새는
저녁놀 속으로 사라진다.
그녀의 시
곶감 같은 시를
한 입 베어먹는다
홍안을 어르고
말랑말랑한 과육 주무르며
밤새 달빛에 뒤척인
설익은 문장을 깨문다
단맛은 아직 멀지만
떫은 기다림으로
두 번이나 하늘에 매달린
반건시
초겨울 까치 한 마리가
그녀의 더딘 시에
눈을 팔고 있다.
눈(眼)
봄기운 청정한 국립공원
숲길 따라 오른다
안내 표지판이
오랜만의 외출을 반기는데
확 빨려드는 표지판 하나
‘성행위 금지’
한참을 가는데
같은 표지판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상행위 금지’
이런 낭패가 있나
흐릿한 시력
눈보다 마음 어두웠던 게 부끄러워
그만 산을 내려오는데
매점 앞의 개가
날 보고 왕왕 짖어댄다.
목련
꽃봉오리 세는 당신과 눈이 마주쳤지요
목숨과 맞바꿔도 좋을 눈부심
열흘
삽시간의 사랑으로
꽃잎들 떨구었지요
껍데기만 남아
부르튼 입술로는
아무 말도 전할 수 없습니다
먼 훗날 당신을 품은
화석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제 발걸음을 거두어 주십시오
함께 했던 그림자만 기억해도
저는 이곳에서의
한 생을 마음껏 피웠습니다.
호수
돌 던지면
그저 웃음의 파문
물에도 상처 있음을
바깥 세상은 알 길 없지만
먹먹한 통증 띄우려 해도
소금기 없어 부력 없는 물
감정의 울돌목
언제 한번 출렁이고 싶지 않았겠나
강처럼 흐르고 싶어도
바다처럼 물결치고 싶어도
돌무덤 수북이 쌓여 섬이 되어도
오늘도 물에 젖은 목소리로
호소합니다!
해설
지나쳐 온 골목을 되돌아보는 춤거림에서 피는 시의 순간들: 김병준 시집 『거울을 보는 남자』에 대하여
정윤천 (시인)
1.
오전에 태어나는 시들이 있고, 오후에 찾아오는 시들도 있다. 개중엔 하루 종일 어슬렁거리는 끈질긴 버르장머리를 간직한 시들 역시 존재한다. 이 말은 한편으로 시(詩)의 몸에 관련된 부분에 대한 표현이기 보다는, 시는 애초에 그것보다는 더욱 신비로운 비밀들 속에서 걸어 나옴을 이야기하려는 뜻에서 꺼내본 말이다. 바라봄에서 비롯되는 단순한 시적 발화에 대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의 태생과 미래, 그리고 운명 같은 것에 관한 편안한 표현일 수 있겠다.
만약에 이만한 정도의 헤아림마저 없이 습관처럼 구해진 시들이라면, 그것들은 그냥 누군가가 시 같은(?) 것을 끄적거려 보는 태도 곁으로, 혼자만의 감정 속에서 끄집어 올린 힘없는 말들의 흔적이지 않았을까.
실물과 거의 흡사하게 그려 놓은 소나무 그림과 포도송이나 모과의 알이 담긴 과일 바구니 그림에서는 일 푼의 감동도 일어나지 않았던 경험처럼, 올바로 된 시의 위의는 지난하고도 소슬한 날선 경계의 저 편에 존재하는 흔들림과도 같은 것이었다.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을 설명하는 관계에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설명할 수 없었던 높이에서, 시들은 스스로 유효해지기 시작하는 자리들을 찾아 나선다. 그것이 또한 시와 시인들의 길이자 도착지이기도 하였으리라.
김병준 시인의 시집 속의 작품들을 일별해 보아야 하는 입구에서도, 여타의 시들이 거느리는 비의의 그늘은 한사코 존재한다. 그의 시 색(色)들을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느 곳을 관류한 뒤에 작금에 와닿은 강물의 소리이거나 빛깔들이었을까.
욕실 구석에
오래된 침묵 하나
단단하게 뭉쳐진 고독을 문지르면
잊혀진 살구향 같은 거품을 낸다
닳고 녹고 야위어
제 살 없어질 때까지
둥근 세수와
험한 빨래가 지나갈 때까지
비누는
비누가 아닌 대부분 것들의
천적이다.
-「비누」 전문
시의 제목이 너무 도드라진 전형성을 가졌을 때에 거기에서 색다른 감동을 이끌어내는 작품이 써지기는 오히려 불리한 측면이 있다. 시쳇말로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시제인 “비누” 또한 너무 흔한 시의 제재가 아닌가. 하지만 “둥근 세수”에 반영되어 유추되는 감각적인 순간과 “험한 빨래”가 간직한 세간의 정황들 안에서, 사소하기 그지없는 「비누」라는 제목에 관련된 발설들은 서서히 시의 옷을 갖추어 입기 시작하고 있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비누는/ 비누가 아닌 대부분의 것들의/ 천적이다.”라고 선언되어 질 때, 비누는 표현을 통해 하나의 세계를 완벽하게 완성하여 보여준다. 그렇게 무언가를 표백하기 위하여 태어난 한 운명(비누)은 표백되어져야만 하는 모든 존재들이거나 빨랫감들과의 대치앞에서 “천적”의 위치에 서 있는 굳건한 존재였던 것이었다.
바야흐로 이렇게 태어난 발성이거나 깨달음의 목소리가 시의 면목이었더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 시집 속에 자리한 김병준 시인의 시에 관한 일정 부분의 높이였다고 한다면, 그는 꽤나 튼튼한 어깨로 자신의 시업을 끌고 온 시인이라 여겨도 무방할 것 같았다.
숨을 곳이 거울밖에 없었는가 겨우내 겹으로 쌓인 누추까지 말끔히 닦아내며 구겨진 표정을 다림질하고 편다 거울 보기가 두려운 적도 있었지 몸 어딘가 숨었을 병의 징후 같은 거뭇한 얼룩점 한때 날선 머리칼 세상을 칠 듯한 눈매처럼 시간의 추가 깊게 패고 간 주름으로 누웠다
거울은 독작(獨酌)을 위로한다 거울과 면벽하듯 대작하면 묵은 김치, 잘 삭은 치즈와 위스키 거푸 몇 잔에 깨질듯 찡그렸던 거울이 웃는다 백안으로 보던 세상을 마음의 정중앙에 두고 거울 속을 들여다보니 사진처럼 정지해 있던 남자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환해진 거울 밖으로 그가 걸어 나온다.
-「거울을 보는 남자」 전문
먼저 시집의 표제시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시 속의 화자가 거울을 보는 장면으로부터 이 시는 시작된다. 그가 거울을 보는 자세는 심상치않게 진지하다. 누구나의 일상에서처럼 슬쩍 비추어 보지 않고 깊게 바라보는 자세를 취한다. “겹으로 쌓인 누추까지 말끔히 닦아내며 구겨진 표정을 다림질하고 편”다는 것이었는데, 그렇구나. 그는 일상의 “거울” 속에서 또 다른 생의 의미들을 들여다보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것은 어쩌면 자신이 이미 지나쳐 온 세월의 골목들을 되짚어 보는 모습으로 읽히고 있다. 한때는 “거울 보기가 두려운 적도” 있었다는 고백에는 그가 살아낸 삶의 행색들이 묻어 있다. 아니나 다를까 “병의 징후” “얼룩점” “주름”의 실존들이 한 남자(「거울을 보는 남자」)의 바라봄 속으로 비쳐들기 시작한다.
사실 생의 중년에 이른 모든 남자들은 “거울을 보는 남자”임을 이 시는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백안으로 보던 세상을 마음의 정중앙에 두고” 찡그렸던 거울이 웃을 때까지 바라보면 “사진처럼 정지해 있던 남자가 움직일”거라는 기대와 기다림은 저마다의 가슴에 간직한 희망의 실상이었던 것이다. 거울을 보는 남자는 그렇게 “환해진 거울 밖으로 나온다”고, 화자의 믿음은 단호하면서도 역동적이다.
김병준의 시집 『거울을 보는 남자』는 한편으로, 작은 나라에 태어나 구비지고 휘어진 생의 여러 골목들을 헤치고 나와, 이제 다시 자신들에게 남아 있는 희미한 미래들을 들추어내어 보다가 불현듯 불러보는 ‘노래집’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거창한 주석을 달아보지 않더라도, 사실 김병준 시인 자신에게만이라도 이번 시집은 그런 함의를 간직하며 있는 듯이 보인다.
개인사에 근거한 일인칭 시들이 주류를 이룬 시집의 초반부에 놓인 시들 속에서, 찬물 같은 각성의 단상 하나를 발견해내는 순간이 필자에겐 미쁘다.
가위와 칼을 쥔 세상의 손아귀에 달렸기에
차마 눈을 감는다
달마다 치루어야 하는 생.
-「이발」 전문
한 사람의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평생을 살아온 시인은, 달마다 가서 치루는 제의와도 같았을 “이발”에게로 거두절미의 심정을 건네고 있다. 세상은 어차피 “가위와 칼”을 손에 쥔 거대한 벽이었기에, 이제 그가 그 앞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곤 “차마 눈을 감는다”는 고백일 뿐이었다. 우리들 장삼이사들의 현실이다.
한편으로 이 글에 대한 시적 성취도를 살펴보면, 작은 소리로 큰 울림을 내는 방식이 퍽이나 단단한 언술 속에 깃들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어쩌면 그가 향후에도 부단히 짊어지고 가야 할 시의 행로가 여기에 자리하고 있음이다.
황갈색 종이쪽
손글씨체로
이름 석 자와 폰 번호만 달랑
새겨져 있는
새 명함
수직상승을 꿈꾸며
직립만 고집했던 삶
지금은 가로로 누워
수평을 내보인다
이제 저울질도 쉽지 않을
가벼워진 몸
백수의 증거가 될지라도
이름 석 자
하얀 손으로 받쳐 들고
새로 바뀐 명함을 건넨다.
-「명함을 바꾸다」 전문
위에 인용한 「이발」과 더불어서, 「명함을 바꾸다」 역시 소시민의 생활사를 담담한 필치로 시화한 작품이다. “수직상승을 꿈꾸며/ 직립만 고집했던 삶/ 지금은 가로로 누워/ 수평을 내보인다” 작은 쪽지 같은 명함지에 자신의 현재를 증거하며 들이밀곤 하였던 기존의 명함의 시간이 끝났음을 내보이고 있었는데, 그것은 김병준 시인에게도 미구에 닥쳐오고야 말 예감의 시간이었다. “가벼워진 몸/ 백수의 증거가 될지라도” 사실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명함을 바꾸어야만 하는 생의 오후는 찾아온다. 시인은 그렇게 자신의 시간을 준비하는 중이다. 다만 “이름석 자”만 남은 하얀 여백을 “하얀 손”으로 받쳐 들 순명의 시간을 떠올리는 마음이 아릿하여 온다.
초등학교 문방구 앞
무릎 꿇은 채 두 팔 올리고 있는 아이
삼 학년쯤 되었을까요
주인 몰래 갖고 싶은 물건 하나 슬쩍하다
들킨 게 분명하군요
딱 걸린 겁니다
부모가 올 때까지 벌을 서야하는 형편이군요
일그러진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한데
한낮의 해는 나뭇가지에 딱 걸려 꿈쩍도 않습니다
무거워진 양팔이 자꾸자꾸 내려옵니다
목에 생선가시처럼 걸린 어릴 적 기억을 훔칩니다
함께 벌을 서듯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지난 겨울
크리스마스트리가 놓였던 자리입니다.
-「그 여름」 전문
시집 안에 자리한 많은 시편들 속에서도 유난히 눈길을 끄는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시의 내용에 앞서서 그가 이 시에 차용한 시적 형상화의 기법이 이채롭다. 자아의 타자화이자 타자의 자아화를 꾀한 이중성의 형상화를 대한다. 이는 물론 타자를 바라보는 눈으로 자아를 일으키는 방식이기도 하거니와, 자아의 기억을 타자에게로 전이시킨 동일선상의 방법론들과도 비견될 수 있겠다. 그렇듯이 “초등학교 문방구 앞/ 무릎 꿇은 채 두 팔 올리고 있는 아이”는, 언젠가 그가 바라본 풍경 속의 현실의 아이인 동시에 “주인 몰래 갖고 싶은 물건 하나 슬쩍하다/ 들킨 게 분명”한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였다. 이 둘은 지금 “부모가 올 때까지 벌을 서야 하는 형편”에 처한 딱한 동질감으로 “일그러진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가. 내용의 정황으로만 치자면 별로 본받을만한 사건도 아니거니와 어딘지 불편해 보이기까지 한 그림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이 시는 화자가 마지막 부분에서 이끌어 낸 소위 ‘전복적 상상력’이라는 기술 방식을 통하여 한 편의 아름답고 쓸쓸한 시의 얼굴을
출현시켜 주었다. 종장에서 나타난 “지난 겨울/ 크리스마스트리가 놓였던”, 벌 받는 자리에 내려앉은 반전의 장면때문이었다. “트리가 놓인”자리가 내뿜어 주는 무한한 상상력과 회오의 감정으로 인하여, 이 시는 문득 슬프고도 아름다운 ‘기억’의 이야기 한 편을 공감하게 하여 주었다. 그 여운이 길다.
2.
자신의 내면과 일상이며 근거리에 산재한 시적 제재들을 통해, 한 중년 남자(거울을 보는 남자)의 회오와 희망을 드러냈던 일단의 시편들은, 그렇게 김병준 시인의 시의 봉우리 하나를 형성하여 주었다.
여기에서 다시 다루어질 또 다른 느낌의 시들은, 그가 마주쳤거나 깨우친 ‘아름다움’에 근거한 천착들임을 밝힐까 한다.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하여도 시 속에서의 아름다움에 관한 구현의 미덕은, 거의 모든 시들이 벼리는 영원한 명제이기도 하였다.
새들이 창가에 내려앉아
아침을 깨운다
나도 찬물에
어제의 얼굴을 씻고 나면
선식 한 봉지 아침 한 끼와
출근할 일터와
오늘이라는 또 하루가
말갛게 기다리고 있다.
-「감사한 일」 전문
소박하고 아름다운 시심의 전개를 본다. 「감사한 일」은 그에게 가장 가까운 거리이며 일상 속에서도 살고 있었다. 새들이 창가에 내려와 아침을 전할 때, 시인도 잠자리를 털고 나와 “찬물에 얼굴을 씻는다.” 그는 그리고 “출근할 일터와/ 오늘이라는 하루”에게로 마음 속에서 일어난 감사함을 전한다. 이는 어쩌면 “명함”을 바꾸어야만 하는 날이, 이제 자신의 생 앞에 “말갛게”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버린 세월의 내공 때문일 수 있었다. 비경이거나 특별한 일을 끌어오지 않아도, 사소하고 적확한 비유만으로도 시는 얼마든지 아름다운 풍경에 가 닿을 수 있었다 .
사유의 처녀림에 알몸으로 다가가 소녀 가슴 속에서 울리는 듯한 사랑의 고동소리를 들었던 일 멀고 험한 문학의 산에 오르고 싶었을 때 마치 비밀의 정원에 발을 디디는 것 같았던
빗방울이 시냇물을 불리고 바다를 향해 떠나갔던 일 시인의 말 한마디 귀 기울이다가 마침내 내 귀가 쑥쑥 자라나 머릿속까지 환하여졌던
처음, 시인을 만났던 일은 오두막 비탈진 집에 지냈던 내가 초원의 양떼 한 마리로 맛있는 풀을 뜯었던.
-「처음, 시인을 만났던 일」 전문
시집의 곳곳에서 김병준 시인의 시에 관한 열망과 작품에 대한 고민을 접할 수 있었는데, 이 시는 그가 맨 처음으로 시인 같은(?) “시인”을 직접 만났던 날의 감정을 별다른 수사도 없이 담백하게 옮겨 놓은 문장들로 읽힌다. “마치 비밀의 정원에 발을 디디는” 것 같은 전율이 그를 스치고 지나가는 중이다. 그만큼이나 그는 시와 시인을 동경해 마지않았던 영원한 ‘문청’의 사람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시인의 말 한마디 귀 기울이다가 마침내 내귀가 쑥쑥 자라나 머릿속까지 환하여졌던”이라는 고백에는, 화장기라곤 없는 영혼의 맨얼굴 같은 게 감지되고 남았다. 아, 우리들 모두에게도 “처음, 시인을 만났던” 그런 시간이 와주었으면 좋으련만, 그런 일을 일러서 김병준 시인은 “오두막 비탈진 집에 지냈던 내가 초원의 양떼 한마리로 맛있는 풀을 뜯었던” 일이라고, 일이었다고, 버티고 서서 들려주며 있었던 것이다.
5월 21일, 부부의 날
나라에서 지정한 보물이
우리 고장에 몇 개 있는가를 놓고
집사람과 다투었다
그녀는 여섯 개라 했고
나는 끝까지 일곱 개라 우겼다
(그녀는 자신이 보물인지를 모른다)
일천구백팔십팔년
결혼기념일에 지정된
살아있는 보물
국보 1호 남대문
보물 1호 내 아내.
-「일기」 전문
자신의 고장에 나라에서 정한 보물이 몇 개 있는가를 문제로 삼아 아내와 다투는 이가 시집 속에 존재하고 있다. 그는 바로 김병준 시인이다. “보물 1호 내 아내”가 다툼의 해답이었다. 부부의 날이었다는 “5월 21일.” 그날 밤을 기하여, 한편으론 낯뜨거워 보이는 애처가 시인 김병준은 아마도 그의 아내로부터 특별한 서비스를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문득, 내밀하고 섬세한 촉수를 지닌 그의 시심이 아름답기는 하였다.
겨울밤 골목여관 앞 길가에서
혼자 사는 박씨 아저씨가 좌판 앞에 앉아
귤을 팝니다
귤을 판다는 일은 지난 여름의 수고와 인내를
겨울에게로 건네어 준다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사에는 가난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나와 앉아
여름의 향기를 겨울로 전해 보이려는
노랗고도 둥근 수고의 순간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세상의 귤들은 착하고 반갑습니다
연밥 같은 탄불 위에 귤 아저씨와 함께 손을 쬐어 봅니다
온기 때문에 이렇게 앉아 있다가 보니
매상이 짭짤하다고 웃어 보여 주었습니다
연탄값으로 삼천 원을 제하고도
이문이 더 남았다는 이유입니다
길 가는 사람들이 종종걸음을 치며 멀어져 갑니다
전등 알 같은 귤들에게 설핏 눈을 얹었다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마음이 바쁘지 않은 날에
한걸음 멈추고 서서 누군가는 언젠가
한 봉지의 귤을 사 들고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행인들이 많은 한낮이라면 불법(不法)
일 수도 있어 보이는 노점의 자리가
지금은 구멍마다 피어오른
연꽃의 화엄 속에서
불법(佛法) 노점을 이루어 주었습니다
까만 하늘에 노란 별들이 총총합니다.
-「귤」 전문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 작품은 자연인 김병준의 가슴에 시인의 호칭을 매달아준 그의 등단 작품 중의 한 편인 것 같다. 당시의 김병준 아저씨(?)가 신인상 작품을 투고했던 문예지에서 필자는 편집위원을 맡고 있었다. 여러분들의 신인상 투고작들 중에서 그의 작품들을 선별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김병준은 그때 그렇게 일생일대의 꿈으로 간직해 왔던 시인의 일차 관문을 무난히 통과하였다.
다소 심심한 장면이기는 하지만, “귤을 판다는 일”이 “지난 여름의 수고와 인내를/ 겨울에게로 건네어 준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는” 바라봄의 눈길이 한참이나 따스하다. “노랗고도 둥근 순간”의 시적 체스처 역시 유연해 보이는 지점이다. 아, 그런데 “세상의 귤들은 착하고 반갑습니다”라는 언술 앞에서는 잠시간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게 해주는 내력이 깃들어 있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마침내 “불꽃의 화엄”를 지펴내어 주고 있다.
겨울밤 아파트의 공터 앞에서, 귤 한 봉지를 사 들고 돌아가는 모든 이들의 하늘에는 “노란 별들이 총총”하리라고, 등단 직전의 마지막 아마추어 시인 지망생 김병준의 시는 마음껏 축원하여 주고 있었던 인상을 필자에게도 전해 주었던 것이다. 그는 그렇게 시의 그릇 속에 아름다운 ‘생각’이거나 아름다운 ‘바라봄’을 담아서 전할 줄 아는 밀고 당겨서 아로 새길 줄 아는 시심을 간직하고 있었던 셈이다.
오늘도 무사히 막차에서 내렸습니다
모퉁이 선술집이 기다립니다
염주알 헤듯이 밤별을 만지작거립니다
만년 버스기사의 고된 운행
돌고 돌다 제자리 찾는 별들과 닮았네요
팔뚝과 종아리 힘줄이 헐거워져
육신도 거의 종점에 다다른 듯
삼십 년 된 대형면허도 숨이 차지만
면벽하며 허공을 부딪는 소주잔
늙은 주모의 졸음 속에
조그만 가게 안이 피안입니다
막차를 놓친 취객 같은 자전거가 누워 있네요
멈춘 지 오래된 은륜도 독작(獨酌) 중입니다.
-「범어사 종점」 전문
화자의 자아를 있는 그대로 끄집어내지 않고, 무언가에 빗대어서 말하는 방식을 체득한 김병준의 시는, 그럴 때 더더욱 자신의 시의 높이를 두텁게 한다. “삼십년 된 대형면허”의 소지자는 바로 그 자신이다. “돌고 돌다 제자리 찾는 별”과 같았던 하루의 운행을 마감하고, 이제 막 그가 멈춘 자리는 “범어사 종점” 부근의 술청 안이다. 주모는 늙어서 헐거워진 눈으로 초저녁부터 졸고, 혼자서의 소주잔은 자꾸만 허공과 대작을 한다. 그런데 하필 그의 눈에 “막차를 놓친 취객 같은” 구석지에 놓인 “자전거” 한 대가 비쳐 들었다. 그러고 보니 문득 그놈의 자전거에게로도 옮아 붙어가는 자신을 본다. “은륜도 독작 중”에서는, 둘이서 닮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쓰다듬어서 나온 시가 아름답다. 김병준이 한편으로 지향하는 아름다운 시의 세계는 아무래도 해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 무해답의 정처를 한사코 혼자서 견디는 일이 남아있는 셈이다. 바꿔 든 “명함”을 호주머니에서 꺼내어 보는 그 순간에서도 말이다.
3
모든 시는 세상의 일들과 관계하고 점철되고 들끓고 저물고는 한다. 우리는 그러한 지경이며 징후들에게로 약간은 거창하게 일러서 시의 당대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리산 어디 산골께라거나 물새들이 노니는 해변 어름에, 경치며 풍광이나 깔고 앉아서, 버들치가 어쩌고 해안선 노을 타령이나 주석하는 시에게는 ‘당대’가 없기 마련인데, 당대는 다시 말하여 시인이 살아낸 천신만고들을 외경하는 말이었다. 김병준의 시에도 그런 적용은 필요할 것 같았는데, 그런 게 있었다면, 어느 자리에 어떻게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거울을 보는 남자』 안을 주마간산으로 살펴보는 자리를 마칠까 한다.
엄동의 길바닥에 바싹 엎드린 종이박스와
헌 신문지 몇 장
단출한 세간 아래
찾아오는 봄
보도블록 틈새
작은 풀꽃들이 솟아나고 있다.
-「노숙」 전문
제목을 읽고 나서, 당연히 사람의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보도블록 틈새/ 작은 풀꽃”들이 시의 주인공들이다. 시는 이렇게 기습처럼 다가올 때 유쾌해진다. 거기에 긴장감을 간직한 기습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시가 간직한 최고의 미덕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단출한 세간 아래/ 찾아오는 봄”의 인지 속으로, 시린 겨울의 “노숙”을 털어내려는 풀꽃들의 희망을 이 시는 에둘러 새기고 있다.
자신이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현실’의 저간들을 살피지 않은 몸과 마음으로는 결코 구해지지 않을 장면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시는, 작고 아프고 낮은 곳에 처해 있었던 사정들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바라보는 뜨거운 응시였음을 각성해야만 할 것 같았다.
“휴가 떠납니다.
아주 길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폐업에 이르러 남긴 유언장
쓸쓸한 빈소 같은 가게에 나붙은
폐업안내문을 지켜본다
젊은 가게 주인은
수년 전 뛰어들었던 푸른 바다의 수평선을
찾아갔을지 모른다
바다 멀리 날아가 버린 권리금보다
헐값으로 처분한 꿈이 더 안타까웠을 것이다
비뚤비뚤한 글씨에서
보증금에 대한 불안을 읽는다
짐을 꾸리면서
헛걸음칠 단골들이 눈에 밟혔을까
환한 형광색 아트지 속의 하트가
지나는 조문객들을 오히려 위로한다.
-「유서」 전문
이 시의 어조에 따르면, 바야흐로 “유서”의 계절이 현시국일 것도 같은데, 코로나19라고 불리는 미증유의 사태는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휴가 떠납니다./ 아주 길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한 발자국 비껴서 말하는 유서의 내용은, 그래서인지 더욱 참절의 통증을 유발하여 준다. 무슨 말을 더 하랴. “환한 형광색 속의 하트가/ 지나는 조문객을 오히려 위로”하는, 각성의 장례식장을 제시하여 주는 이 시에서도, 김병준 시인의 현실에 관한 정서적(당대성)인 대응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고맙고 뜨거운 시선이 아니었겠는가.
해를 반쯤 품은 바다와
저녁달 드리운 강이 싸운다
지친 강은 안기려 하고
잔물결 그 머뭇거림마저
바다는 너울을 쳐서 밀어낸다
진안의 팔공산 빗방울이
바다에 닿는 데 꼬박 사흘
강물의 최후를 물 밑 모래는 아는지
강에 빠진 달이 재첩을 토해내니
광양만 짠물 타고 전어 떼가 오른다
싸움의 소용돌이는 맛깔의 힘
싸움터는 차츰 북상 중
바다와 강의 경계가 올라갈수록
강물은 제 몸을 더욱 낮춘다.
-「섬진강」 전문
일설에 따르면, “섬진강”이야말로 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길의 면목을 지녔다는 감상들을 대한 적이 많았다. 느리게 사행하는 강물은 전라도의 풍경과 풍습을 안고, 경상도의 바다에 이르러 자신의 태생을 마감한다. 시인 묵객들이 여기에 이르러 제각각의 소회를 꺼내든 문학이며 사진이며 기행물들이 지나치도록 많은 강물의 이름이기도 하였다.
섬진강을 대하는 김병준 시인의 바라봄은, 거기에 비하여 꽤나 독자적인 눈길을 구축하였다. “해를 반쯤 품은 바다와/ 저녁달 드리운 강이 싸운다” 도대체 범상치 않은 바라봄이다. “섬진강은 안기려 하고/ 잔물결 그 머뭇거림마저/ 바다는 너울을 쳐서 밀어낸다” 섬진강이 밀고 내려온 민물과 남해의 짠 물결이 합수(合水)하는 지점을 그는 지금 ‘싸움’으로 다툼으로 역설하는 중이었는데, 그것은 세간 사람들의 싸움과는 어딘지 격이 다르게 그려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생산의 싸움인 동시에 “맛깔의 힘”을 위한 혼신의 쟁투라는 도타운 해석을 낳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싸움으로 비축된 전력 상승을 통해서라야 “광양만 전어 떼가 오른다”고 이른다. 다만 우리는 한 시인의 시적 발설을 통해서라도 우리가 건설코자 하는 당대의 “전어 떼”들을 유심한 마음들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도 같았다.
정 원장이 일하는 면 소재지에
한의원이 하나 더 생깁니다
“수성 전략은 잘 세웠습니까?”
“혼자 많이 힘들었는데 구석구석 의료 손길이 닿게 되어 잘 됐죠.”
상술로 물었는데
인술로 답합니다
마음을 두드립니다
제 몸에도 절 한 채 지어졌습니다.
-「법고(法鼓)」 전문
주석이 불필요한 작품들이 시에서는 더러 있다. 자신의 마음으로 지어진 절집 한 채에서 예의 “법고”를 그는 스스로 듣는다. 아니 들었다. 그것은 작은 깨달음의 순간이다. 깨달음은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가. 필자의 경험으로, 그것들은 거의 아름다움과 순리와 이타와 더불어서 행하고 거두어들이는 동행의 풍모들이 건네어 주는 진경이었다. 이것들을 알고, 느끼고, 받아들이고, 간직하고, 새기려는 마음이 이룩되는 순간이 바로 ‘그것’이었더라는 사실이다.
그렇게 이 시는 자신의 일상에서 일어난, 작은 깨달음의 일순을 적시하고 있다. “상술로 물었는데/ 인술로 답”하더라는 깨달음. 누구에겐들 이런 각성의 찰나 앞에서라면 제 안에 마음의 절집 한 칸 지어지지 않고 배기겠는가.
시집을 통틀어서 필자에겐 가장 통쾌하게 읽혔던, 그런 작품 중의 한 편이었을 것 같았다.
돌 던지면
그저 웃음의 파문
물에도 상처 있음을
바깥 세상은 알 길 없지만
먹먹한 통증 띄우려 해도
소금기 없어 부력 없는 물
감정의 울돌목
언제 한 번 출렁이고 싶지 않았겠나
강처럼 흐르고 싶어도
바다처럼 물결치고 싶어도
돌무덤 수북이 쌓여 섬이 되어도
오늘도 물에 젖은 목소리로
호소합니다!
-「호수」 전문
어느덧 말미에 이르렀다. 이 시 역시 김병준 시인의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즉슨, “거울을 보는 남자”의 심정의 구체적인 형상화일 수도 있었다. “물에도 상처 있음을/ 바깥 세상은 알 길 없지만” 그래도 쉬지 않고 부단한 걸음으로 나아가서 “강처럼 흐르고 싶어도/ 바다처럼 물결치고 싶어도” 자신의 시와 삶과 생활 위로 쌓여오는 “돌무덤”의 고뇌를 김병준 시인은 “호수”에 얹어 “호소합니다”라고 끝을 맺는다. 시제인 “호수”와 종장의 “호소”가 한 그림을 낳고 있기도 하였다.
중년의 “거울” 속으로 부단히 자신을 비추어보는 김병준 시인의 “호수”의 마음이, 생활에서는 물론이고 쉬지않고 들고 가는 문학 속에서도, 맨 처음 시인을 만났던 날의 설레임이 되어 오래도록 함께 가기를 빌어 주기로 한다.
김병준 시집
거울을 보는 남자
2021년 3월 10일 인쇄
2021년 3월 15일 발행
지은이 | 김병준
펴낸이 | 강경호
인쇄・기획 | 도서출판 시와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