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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컨센서스 9차 콜로키엄]

  • 주제: 석유고갈과 기후변화, 에너지전환으로 해결할 수 있다
  • 발제자: 이필렬 교수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 일시: 2007년 1월 15일 (월요일) 오후 5시
  • 장소: EAI 회의실
  • 참석자: 김병국 손동현 이정우
  • 자료정리: 송문희(EAI)

콜로키엄 정리자료_text 21p


[요약] 석유고갈과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으로 해결할 수 있다.

[발제] 석유고갈과 기후변화 에너지전환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필렬 교수)

[토론]


[요약] 석유고갈과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으로 해결할 수 있다.

1. 에너지자원의 고갈 가능성

현대문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물질적인 기초의 하나는 화석연료이다. 그런데 현대문명이 화석연료 없이는 존립 불가능하고, 현대사회의 번영이 화석연료를 풍족하게 사용함으로써만 성립한다는 사실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들 문제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기후변화와 에너지자원의 고갈이다. 세계 모든 국가들의 경제개발과 산업화는 에너지소비를 급격하게 증가시켜왔다. 세계에너지소비는 1975년부터 2005년까지 30년 동안 약 2배 증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World Energy Outlook 2004)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소비는 앞으로도 꾸준히 30년간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체 에너지원 중에서 35%라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석유가 결국 고갈되고 말 것이라는 피크오일(peak oil)이론을 둘러싸고 석유메이저와 석유정점론자들 사이에 팽팽한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2. 피크오일(peak oil) 논쟁

세계 석유수급에 대한 전망은 현재 땅속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의 양, 채굴 가능한 석유의 양을 어느 정도로 추정하는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는 피크오일(peak oil)이론에 의존해서 석유수급을 전망하는 석유정점론자들과 OECD 국가의 에너지 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나 석유메이저 사이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석유생산량이 최대에 이르는 시점을 밝혀내는데 필요한 데이터는 전세계의 추출 가능한 총 석유매장량(Estimated Ultimate Recovery, EUR)과 지금까지의 누적생산량이다. 석유정점론자들은 총석유매장량과 누적생산량 및 현재의 석유소비량 등에 비추어 2010년경에는 석유정점이 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의 어두운 전망과는 반대로 국제에너지기구, 미국에너지청, 석유메이저들의 전망은 매우 낙관적이다. 이들은 석유소비의 지속적 증가에 대비하여 현존하는 유전에서 생산량을 늘리고 많은 새로운 유전을 찾아내야 하며, 이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위해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지면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석유소비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3. 유럽연합과 미국의 에너지수급전략의 차이점

현재 이러한 석유확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여러 나라에서는 자국의 에너지 수요를 가능한 한 큰 혼란이나 충격 없이 충족시키기 위해 에너지확보 노력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확보 전략에서는 나라마다 차이를 보이는데, 특히 유럽연합과 미국의 에너지수급 전략이 커다란 차이를 보여준다.

유럽연합에서 세운 전략의 중심은 에너지안보, 즉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기후변화 억제이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국가들은 첫째 에너지소비 자체를 줄임으로써 중동이나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도 감소시키려는 장기계획을 짜고 실천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와 온실가스 감소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재생가능 에너지를 대대적으로 개발하여 2050년까지는 전체 에너지소비의 50% 이상을 재생가능 에너지로부터 얻으려 하고 있다. 그 결과 전체 에너지소비 중에서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은 EU 15개국의 경우 1990년의 4.8%에서 2004년에는 6.4%로 증가했다.

이러한 유럽연합의 전략과는 달리 미국은 에너지안보만을 중심으로 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이 에너지안보를 중동석유로부터 벗어나는 것에서 찾는 것과 반대로, 미국에서는 중동을 비롯한 산유국들의 석유를 확보함으로써 에너지안보를 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전세계 곳곳에서 석유를 둘러싼 갈등과 싸움이 벌어지고 있고, 여기에는 대부분 미국이 개입되어 있다. 미국의 전반적인 에너지정책의 기조는 지금까지 에너지소비가 계속 증가했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 위에서 필요한 에너지의 확보라는 에너지안보로 기울어져 있다.

4. 동북아 한-중-일 3국의 에너지확보전략

동북아의 한-중-일 3국 중에서 한국과 일본은 대부분의 필요한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에서 상당한 양의 석유, 석탄, 가스를 생산하고 있지만, 에너지 소비가 대단히 많고 소비량이 급증하기 때문에 필요한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석유를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도 2005년 현재 필요한 석유의 44.5%를 수입하고 있다. 동북아 3국의 에너지소비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들 3개국 어떤 국가도 유럽연합 국가에서 택한 것과 같은 에너지 수급방식을 택하려 하지 않는다. 3개국 모두 에너지 확보를 통해서 에너지안보에만 집중할 뿐, 에너지소비 자체를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의 사용을 확대함으로써 에너지안보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수급 계획을 에너지정책의 바탕으로 삼은 국가는 하나도 없다. 한편 현재 한-중-일 3국 사이에서도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 과정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한-중-일 3국이 석유와 가스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동북아의 안정적인 에너지확보와 이를 통한 동북아의 안정은 확립되기 어려울 것이다.

5. 향후 한국의 바람직한 에너지전략

한국의 에너지소비는 경제성장에 거의 비례해서 계속 증가해왔다. 그런데 1990년대 중엽부터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고 성장률이 둔화되어 가는데도 에너지 소비는 그 전과 마찬가지 추세를 보이며 늘어났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추세를 억제하려는 노력보다는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만 집중했던 정부의 지속적인 공급위주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한국의 에너지소비 구조의 특징 중 하나는 필요한 에너지의 거의 100%가 수입으로 충당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높은 수입의존도는 앞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정책의 일환으로 해외에너지 자주개발에 힘쓰고 있지만 국제적인 에너지자원 확보경쟁과 자원민족주의의 장벽 때문에 그 비율이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석유나 원자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태양에너지나 풍력 같은 에너지원의 개발을 위한 노력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전체 에너지 중에서 순수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을 계산하면 0.2%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의 에너지 수급계획의 주된 내용은 수요관리를 통해서 에너지소비 증가율을 약간 줄인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국가들이 전체 에너지소비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서 에너지 소비감소를 추구하고 있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수급조절은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결국 효율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의 에너지수급 시스템과 정부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궁극적으로 기후변화의 해결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이 최상의 목표라는 인식이 부재한다는 것이다. 세계 에너지상황과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국제적 움직임은 시간이 갈수록 한국의 에너지정책의 지속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한국의 에너지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은 에너지소비를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크게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다.

<키워드>

화석연료, 기후변화, 에너지자원 고갈, 에너지전환, 재생가능 에너지, 석유정점론(피크오일, peak oil), 총석유매장량, 추출률, 에너지안보, 해외에너지 자주개발, 자원민족주의


[발제] 석유고갈과 기후변화 에너지전환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필렬 교수)

발제자료_ppt 59p


1. 현대사회와 에너지

현대문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물질적인 기초의 하나는 화석연료이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가 공급되지 않으면 현대문명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현대문명은 인류가 오랜 기간 동안 화석연료라는 형태로 저장된 에너지를 단기간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성립했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모든 생활에서 화석연료로부터 생산된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는 곳은 없다. 그런데 현대문명이 화석연료 없이는 존립 불가능하고, 현대사회의 번영이 화석연료를 풍족하게 사용함으로써만 성립한다는 사실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들 문제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기후변화와 에너지자원의 고갈이다. 기후변화는 최근으로 올수록, 즉 현대문명이 발달하고 번영을 위해 화석연료의 소비가 점점 더 많아질수록 더 빠르게 진행된다. 에너지고갈은 특히 석유의 경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적인 에너지 쟁탈전을 거의 회피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2. 세계 에너지수급 현황

세계 모든 국가들의 경제개발과 산업화는 에너지 소비를 급격하게 증가시켜왔다. 세계에너지소비는 1975년부터 2005년까지 30년 동안 5,776.3 백만toe에서 10,537.1 백만toe로 약 2배 증가했다. 2005년의 원별 세계 에너지소비량은 석유 3,836.8 백만toe, 천연가스 2,474.7 백만toe, 석탄 2,929.8 백만toe, 원자력 627.2 백만toe, 수력 668.7 백만 toe에 달했다. 각 에너지원의 비중은 석유 36.41%, 천연가스 23.49%, 석탄 27.80%, 원자력 5.95%, 수력 6.35%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 World Energy Outlook 2004)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소비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해서 2010년 12,194 백만toe, 2020년 14,404 백만toe, 2030년 16,487 백만toe로 30년간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각 에너지원별 비중은 석유 35.0%, 석탄 21.8% 천연가스 25.1% 재생가능 에너지 1.6%에 이르게 된다.

에너지원별 세계 에너지 소비 전망 (출처: IEA, World Energy Outlook 2004, 60면)91

3. 세계 석유수급 현황

현대세계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석유이다. 석유는 난방, 수송, 전력생산 등 거의 모든 에너지소비 분야에서 편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에서 석유는 또한 에너지원 중에서 35%라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석유의 비중은 크게 변하지 않겠지만, 석유가격의 급등으로 약간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세계 석유소비는 1975년부터 2005년까지 30년 동안 2,677.4 백만toe에서 3,836.8 백만toe로 43% 가량 증가했다.

4. 세계 석유수급 전망

세계 석유수급에 대한 전망은 현재 땅속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의 양, 채굴가능한 석유의 양을 어느 정도로 추정하는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는 피크오일(peak oil) 이론에 의존해서 석유수급을 전망하는 석유정점론자들과 OECD 국가의 에너지 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나 석유메이저 사이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석유정점론자들은 석유수급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는다. 이들은 석유생산량은 늦어도 10년 안에 최대값에 도달하며, 그 후에는 석유생산량 감소로 인해 석유부족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석유정점론자들은 석유생산량이 최대값에 도달하는 시점을 석유피크(oil peak)라고 부르는데, 대표적인 석유정점 연구자들이 예측하는 석유피크의 시점은 아래와 같다.

주요 석유정점론자들의 석유피크 예측 (출처: R. Hirsh, Peaking of World Oil, 2005, R. Hirsh, Peaking of World Oil, 2006년 Calgaly 대학 발표자료)

Deffeyes K.S.(미국 전 프린스턴대교수, 전 셸 석유지질학자) 2005
Bakhtiari, A.M.S.(이란 국영석유회사 플래너) 2006-2007
Simmons M.R. (Simmons 에너지투자회사 회장) 2007-2009
Skrebowski C.(Petroleum Review 편집인) 2010년경
Campbell, C.J.(석유지질학자, 전 텍사코-아모코 석유분석가) 2010년경
Weng (중국 석유대학교) 2012년
Laherrere, J.(프랑스 석유지질학자) 2010-2020년

석유생산량이 최대에 이르는 시점을 밝혀내는데 필요한 데이터는 전세계의 추출가능한 총 석유매장량(Estimated Ultimate Recovery, EUR)과 지금까지의 누적생산량이다.

대부분의 석유정점론자들은 일반적인 보통 유전에서 생산될 수 있는 석유와 다른 종류의 석유를 모두 합쳐서 지구에서 생산 가능한 석유의 총량을 2조 2천억 배럴 정도로 추산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생산된 석유의 양을 약 1조 배럴 이상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르면 지금까지 거의 절반 가까운 양이 생산된 것이다. 그렇다면 2005년의 세계 석유 소비량이 300억 배럴이므로 석유정점론자들의 시각에서 볼 때 2010년경에는 석유정점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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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정점론자들의 석유수급에 관한 매우 어두운 전망과는 반대로 국제에너지기구, 미국에너지청, 석유메이저들의 전망은 매우 낙관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석유정점이 조만간 닥칠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들도 현존하는 유전에서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해서 석유를 생산할 경우에는 아래 그림과 같이 앞으로 생산될 석유의 양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에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이들 석유정점론 반대자들은 이 소비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유전에서 생산량을 늘리고 많은 새로운 유전을 찾아내야 하며, 이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석유정점론 반대자들은 늘어나는 소비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석유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 새로운 유전을 발견하고 기존 유전으로부터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하려면 많은 액수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제에너지기구에서는 늘어나는 소비를 맞추려면 매년 약 1000억달러(약 90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와 석유메이저들은 이러한 투자를 통해서 새롭게 발견될 유전의 석유매장량을 모두 합하면 지구 전체에서 생산가능한 석유의 양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지면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석유소비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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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정점론자들과 국제에너지기구의 석유수급 전망에 대한 커다란 차이는 추출가능한 석유매장량에 대한 차이에 기인한다. 이 차이는 두 진영의 매장량 계산 접근방식에서 오는 것인데, 석유정점론자들은 가능한 한 정확한 매장량 수치를 얻고 이 수치에 기초해서 정점의 시점을 계산하려 한다. 반면에 국제에너지기구 등에서는 정확한 통계보다는 5% 확률로 발견될 수 있는 것까지도 모두 고려하는 가운데 석유수급 전망을 내놓는다. 그렇다면 석유정점론자와 국제에너지기구 둘 중에서 어느 쪽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는지는 즉시 드러난다. 석유정점론자들의 총 석유매장량 계산에도 부정확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이들의 계산이 미국지질조사국이 내놓은 5%의 확률로 발견될 석유까지 포함한 총 매장량 추정치보다는 상대적으로 훨씬 정확할 것이기 때문이다.

5. 유럽연합과 미국의 에너지수급 전략

전세계적인 석유부족 현상이 곧 닥치리라는 석유정점론자들의 예측과 석유가격의 유례없는 지속적이고 급속한 상승은 석유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기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여러 나라에서는 자국의 에너지 수요를 가능한 한 큰 혼란이나 충격 없이 충족시키기 위해 에너지확보 노력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충족 전략에서는 나라마다 차이를 보이는데, 특히 유럽연합과 미국의 에너지수급 전략이 커다란 차이를 보여준다.

유럽연합에서 세운 전략의 중심은 에너지안보, 즉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기후변화 억제이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국가들은 첫째 에너지소비 자체를 줄임으로써 중동이나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도 감소시키려는 장기계획을 짜고 실천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와 온실가스 감소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재생가능 에너지를 대대적으로 개발하여 2050년까지는 전체 에너지소비의 50% 이상을 재생가능 에너지로부터 얻으려 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의 결과 전체 에너지소비 중에서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은 EU-15개국의 경우 1990년의 4.8%에서 2004년에는 6.4%로 증가했다.

유럽연합 국가들의 재생가능 에너지 비율 (출처: 독일연방환경부, Renewable energy sources in figure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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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국가 중에서 독일의 경우 에너지소비는 1990년의 14,905 PJ에서 2004년 14,438 PJ로 약 3% 감소했고, 반면에 재생가능 에너지는 1990년 전체 에너지의 2%에도 못 미치던 것이 2005년에는 4.6%로 증가했다.[1] 일정부에서는 앞으로도 에너지이용 효율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킴으로써 2050년까지 에너지소비를 2000년의 절반으로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은 필요한 에너지의 50%로 늘리려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6년 10월에는 독일 수상 앙겔라 메르켈이 2020년까지 독일전체의 에너지 이용효율을 두 배로 늘린다고 선언했다. 덴마크의 경우 에너지소비 감소와 재생가능 에너지의 증가속도는 독일보다 훨씬 빠르다. 덴마크의 1990년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은 6.7%였으나 2004년에는 15.6%로 증가했다. 또한 에너지 소비는 1995년과 2004년 10년간 조금도 증가하지 않았다. 스웨덴도 1990년의 24.9%에서 2004년 31.2%로 증가했다. 반면에 영국, 스페인, 그리스,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는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이러한 유럽연합의 전략과는 달리 미국은 에너지안보만을 중심으로 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이 에너지안보를 중동석유로부터 벗어나는 것에서 찾는 것과 반대로, 미국에서는 중동을 비롯한 산유국들의 석유를 확보함으로써 에너지안보를 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전세계 곳곳에서 석유를 둘러싼 갈등과 싸움이 벌어지고 있고, 여기에는 대부분 미국이 개입되어 있다. 미국의 전반적인 에너지정책의 기조는 지금까지 에너지소비가 계속 증가했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 위에서 필요한 에너지의 확보라는 에너지안보로 기울어져 있다.

6. 동북아의 에너지수급 현황

동북아의 한중일 3국 중에서 한국과 일본은 대부분의 필요한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에서 상당한 양의 석유, 석탄, 가스를 생산하고 있지만, 에너지 소비가 대단히 많고 소비량이 급증하기 때문에 필요한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석유를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도 2005년 현재 필요한 석유의 44.5%를 수입하고 있다. 동북아 3국의 에너지소비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들 3개국 중에서 이러한 추세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국가는 없다. 즉 어떤 국가도 유럽연합 국가에서 택한 것과 같은 에너지 수급방식을 택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에너지를 상대적으로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일본에서도 유럽의 정책을 따라가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다. 3개국 모두 에너지안보에만 집중하는 미국의 에너지전략과 비슷한 에너지정책을 취하고 있다. 에너지 확보를 통해서 에너지안보를 기하려 하는 것이지, 에너지소비 자체를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의 사용을 확대함으로써 에너지안보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수급 계획을 에너지정책의 바탕으로 삼은 국가는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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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국가들에서 에너지절약 정책이 꾸준히 결실을 맺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이나 일본에서 에너지소비가 계속 증가하는 것은 이들 국가의 에너지소비 감소 의지가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 중국 또한 자국의 급속한 에너지소비 증가가 큰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에너지소비 자체를 감소시키려는 노력을 대대적으로 벌이지는 않고 있다.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에너지확보에 훨씬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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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동북아 3국은 전세계에서 에너지 확보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국가는 에너지 확보를 위해 서로 협력은 거의 하지 않는 상태에서 개별적으로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중일 3국 사이에서도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 과정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경쟁과 갈등이 종종 표면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중국과 일본은 시베리아의 석유, 가스 그리고 사할린의 가스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동북아 3국이 앞으로 에너지 확보를 위해 협력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에너지 확보 과정에서 갈등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동해의 가스전을 둘러싼 한일의 갈등, 북태평양 조어도 주변의 석유를 둘러싼 중일 갈등, 사할린섬의 석유. 가스를 더 많이 차지하려는 중일의 경쟁 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중일 3국이 석유와 가스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동북아의 안정적인 에너지확보와 이를 통한 동북아의 안정은 확립되기 어려울 것이다.

7. 한국의 에너지수급 현황과 에너지정책

한국의 에너지소비는 경제성장에 거의 비례해서 계속 증가해왔다. 정부에서는 2005년 에너지소비가 약 22,978 만TOE가 될 것으로 잠정 추계하고 있는데, 이것을 일인당 에너지소비로 환산하면 약 4.77 TOE가 된다. (산업자원부 발표) 이 양은 일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달하는 일본, 독일, 프랑스, 스위스, 영국 등의 일인당 소비를 크게 앞지르는 것이다.

한국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이러한 증가추세에 맞추어서 어떻게 하면 부족의 발생 없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이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제가 크게 팽창함에 따르는 불가피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1990년대 중엽부터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고 성장률이 둔화되어 가는데도 에너지 소비는 그 전과 마찬가지 추세를 보이며 늘어났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추세를 억제하려는 노력보다는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만 집중했던 정부의 지속적인 공급위주 정책에 대해서는 반드시 비판적인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에너지소비 구조의 특징 중 하나는 필요한 에너지의 거의 100%가 수입으로 충당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높은 수입의존도는 앞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정부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의 일환으로 해외에너지 자주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너지 자주개발은 뚜렷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한국에서 필요한 에너지의 극히 일부만이 이를 통해서 공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주개발을 통해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석유의 양은 전체 석유수입의 3.0%, 가스수입의 3.6%에 달하는데, 자주개발이 앞으로 더욱 활발히 진행된다 해도 국제적인 에너지자원 확보경쟁과 자원민족주의의 장벽 때문에 그 비율이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태양에너지나 풍력 같은 에너지원의 개발을 위한 노력도 벌이고 있지만 전체 에너지 중에서 순수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을 계산하면 0.2%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산업자원부, 자원. 에너지 주요통계, 2004) 이것은 2010년까지 유럽연합에서 도달하려 하는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이 전체 에너지의 12%인 것과 비교된다.

8. 한국 에너지정책의 바람직한 방향: ‘지속 가능한 에너지수급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국의 에너지수급 시스템과 정부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궁극적으로 기후변화의 해결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공급이 최상의 목표라는 인식이 부재한다는 것이다. 방향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 10년 안에 에너지 수급에서 큰 혼란이 닥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수급의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해 먼저 중기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은 수급조절이다. 수급조절은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결국 효율향상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방법은 가능한 한 다양하게 동원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는 첫째 에너지효율이 낮은 석탄화력을 축소하고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을 대신할 소형 가스열병합 발전소를 확대하는 것, 둘째 분산형의 초소형 열병합 발전소를 보급하는 것, 셋째 건축물의 단열요건을 강화하여 건물의 에너지 낭비 요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 넷째 교통체계를 대중교통 중심, 기차 중심으로 전환함으로써 자가용 승용차와 화물자동차에 의한 교통부문의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것, 다섯째 육류 소비를 줄임으로써 육류 생산과 수입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 여섯째 에너지소비가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산업체의 생산기기와 공정 등을 대대적으로 교체하고 에너지효율등급이 낮은 가전기기들을 효율등급이 높은 것으로 점진적을 바꾸는 것, 일곱째 대기전력에 의한 소비를 줄이고 심야전력에 의한 난방을 없애는 것 등이 있을 것이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수급시스템의 확립을 위한 또 한가지 핵심은 재생가능 에너지를 크게 늘리는 것이다. 여기서 재생가능 에너지는 태양에너지, 풍력, 수력, 조력, 지열, 해양에너지, 바이오매스, 유기성 폐기물로 정의된다. 에너지소비 감소와 재생가능 에너지의 증대를 결합해보면 2050년에 소비되는 화석에너지와 원자력의 양은 2004년의 35%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산화탄소 방출량도 현재 수준의 35% 정도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이 훨씬 수월해진다. 여기에 더해서 온실가스 배출감소의 국제적인 요구에 대해서도 충분한 응답을 하게 되는 셈이 된다. 한국의 에너지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에너지소비를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크게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토론]

토론주제

  • oil peak 시점은 존재하는가? 그 시기는 언제일까?
  • 에너지(석유)고갈 위기와 기후변화의 극복방안은?
  • 한국에너지정책의 문제점과 향후 대책

1. oil peak 시점은 존재하는가? 그 시기는 언제일까?

새로운 석유탐사와 석유추출기술개발에 투자를 늘린다면 새로운 석유생산이 가능하므로 향후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보는 석유메이저와 IEA 등의 주류적 견해가 있다. 이와 반대로 아무리 유전탐사를 늘리고 추출기술을 향상시킨다고 해도 발견양은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속도로 석유소비가 지속된다면 석유생산은 곧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보는 석유정점론자들의 예측이 있다. 이 중에 과연 어느 것이 더 신빙성이 있는가?

이필렬: 석유정점론자들은 가능한 한 정확한 매장량 수치를 얻고 이 수치에 기초해서 정점의 시점을 계산하려 한다. 반면에 국제에너지기구 등에서는 정확한 통계보다는 5% 확률로 발견될 수 있는 것까지도 모두 고려하는 가운데 석유수급 전망을 내놓는다. 그렇다면 석유정점론자와 국제에너지기구 둘 중에서 어느 쪽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는지는 즉시 드러난다. 석유정점론자들의 총 석유매장량 계산에도 부정확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이들의 계산이 미국지질조사국 내놓은 5%의 확률로 발견될 석유까지 포함한 총 매장량 추정치보다는 상대적으로 훨씬 정확할 것이기 때문이다. 석유정점론자들의 예측이 맞는다면 석유생산량은 늦어도 10년 안에 최대값에 도달하며, 그 후에는 석유생산량 감소로 인해 석유부족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김병국: Oil Peak 시점을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미래의 석유고갈에 대한 예측은 중국과 인도 등 후발 산업국가들이 에너지소비를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는 가정하에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만약 중국 등이 산업화 과정에서 탈(脫)석유선언 등을 통해 화석연료에의 의존을 줄이게 된다면 이런 예측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2. 에너지(석유)고갈 위기와 기후변화의 극복방안은?

이필렬: 2010년경부터 석유생산량은 감소하는 반면에 중국의 급격한 석유소비 증가를 비롯해 전세계적인 에너지 소비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 결과 석유가격은 급등할 것이고 석유를 차지하려는 경쟁과 갈등이 격화될 것이다. 인간활동의 핵심재화인 에너지 없이는 인류의 미래도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다가올 에너지위기에 대한 대응책 마련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미래 에너지고갈 문제에 대한 해답은 ‘에너지전환’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효율향상을 통한 에너지소비 절약’과 ‘재생가능에너지 이용확대’를 통해 낡은 에너지시스템을 새로운 에너지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러한 에너지전환시스템을 현실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원, 기술, 돈 등의 요소도 필요하지만 이와 함께 정부나 국민의 ‘의지’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김병국: 에너지시스템 전환의 한 방법으로 ‘에너지절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 인도 등의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선 많은 에너지가 사용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가 에너지절약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산업화’와 ‘에너지절약’이라는 서로 양립되기 어려운 두 측면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될 것인가? 미국 등이 세계적인 에너지고갈 위기와 기후변화를 명분으로 삼아 중국 등 후발산업국의 산업화를 가로막으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은 없는가?

만약 중국이나 미국 같은 강대국이 탈(脫)석유선언을 하게 된다면 그 파급력은 스웨덴의 탈석유선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나 미국 등이 탈석유선언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가?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이들 강대국의 탈(脫)석유선언이 국제정치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 중국이나 미국이 탈석유선언을 하게 된다면 석유가격이 떨어지게 될 것이고 그 결과 대체에너지 개발 추진력도 약해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3. 한국에너지정책의 문제점과 향후 대책

이필렬: 한국에너지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에너지 소비 세계 10위,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9위이며, 2004년 일인당 에너지 소비가 일본, 독일, 영국, 스위스, 덴마크보다 높은 실정이다. 반면 에너지 생산성은 선진산업국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에너지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과 지각이 대체적으로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환경문제와 경제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펠렛으로 보일러를 교체하는 등 환경과 에너지문제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진 독일과 비교해 볼 때 이러한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산업자원부에서 발표한 ‘에너지비전 2030’을 보면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골자는 첫째, 가스소비율 증가 등을 통해 현재 46%인 석유의존율을 2030년까지 35%로 줄인다. 둘째, 2030년까지 해외에너지 자주개발율을 35%로 늘린다. 셋째, 신재생에너지비율을 9%로 올린다. 넷째, 공론화를 통해 원자력발전을 더 확대한다 등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실현가능성이 낮고 장기적인 대응책으로는 미흡한 면이 많다.

덴마크와 독일에서는 정책적 지원과 시민참여를 바탕으로 1990년대 이래 대체에너지개발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2004년 독일 풍력발전은 전체전력의 5%, 덴마크는 20%를 공급하는 등 두 나라의 풍력산업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풍력발전에 유리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새만금방조제와 갯벌에 대규모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여 풍력산업의 기반을 조성하는 등으로 에너지전환을 꾀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악화된 나중에 가서야 정신을 차린다 해도 이미 때는 늦을 것이다. 에너지전환을 통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수급체계의 확립은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 에너지자원의 부족을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손동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에너지소비량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낮은 기술력으로 인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정부는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한 초기비용부담이 매우 큰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초기비용을 감당할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초기비용지불을 통해 기술의 노우하우를 축적하는 것이 경제성을 증진시키는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결국 비용보다는 ‘의지’의 문제인 것이다.

김병국: 해외에너지 자주개발율을 높이려는 정부의 전략은 바람직한 대안으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필요한 에너지의 극히 일부만이 이를 통해서 공급될 수 있고 가격통제도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주개발이 앞으로 더욱 활발히 진행된다 해도 국제적인 에너지자원 확보경쟁과 자원민족주의의 장벽 때문에 그 비율이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체에너지 개발에 있어서는 자원, 기술, 돈 이외에도 인구가 분산된 소도시형 사회인가 혹은 그 반대인 대도시형 사회인가 하는 도시화율과 도시화방식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대체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다른 요소들을 면밀히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에너지시스템 전환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자원, 기술, 돈 등의 요소도 물론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드는 초기비용을 감당해내려는 의지가 있어야만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파티는 끝났다’ 서평 (출처: 알라딘, 인터파크)

1. 저자의 말 (리처드 하인버그)

내가 에너지 자원을 주제로 삼게 된 것은 생태학에 대한 열정과 인류 문화의 변화를 가져온 원인을 이해하고자 했던 오랜 세월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화의 변화 과정에는 놀라우리만치 일관되게 등장하는 한 가지 요소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에너지의 역할이었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나서 나는 현재의 에너지 상황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결국, 에너지 자원의 통제가 튼튼한 경제, 나아가 국가의 생존을 결정했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려고 애썼다.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석유가 남아 있는가? 이 자원들은 언제 고갈할 것인가? 어떻게 최상의 방책을 세울 수 있을까? 재생 가능한 대체 자원들이 산업주의를 온전히 지속시킬 수 있을까?’

2. 미국의 중동 정책과 에너지 전쟁

“룰(rule)을 만드는 자는 누구인가?”

미국의 석유 생산이 정점(1970년)에 도달한 직후, 미 당국은 실업, 저개발, 다른 모든 경제적, 정치적 질병에 대한 만병통치약으로 ‘자유무역’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 규칙―주로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작성하고, IMF, 세계은행, WTO, NAFTA의 정책에 교묘하게 실려 있는 규칙―에 따르면, 자원이 어디에 위치해 있건 가장 높은 금액을 부른 입찰자에게 팔려야 했다. 가령, 이 규칙에 따라 베네수엘라의 석유는 텍사스나 미주리 땅에 묻힌 석유와 동일하게 미국의 소유물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기술 또는 ‘지적 재산권’은 여전히 고유한 소유물로 간주되었다. 그 결과 이 전략에 앞장 선 국가들은 유리한 입장에 놓인 반면 ‘저개발’ 국가들은 이 전략의 선택으로 희망이 꺾였다. 21세기 초에 이런 세계화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데모와 테러리즘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의 중동정책과 에너지 전쟁의 서막”

1991년 페르시아만의 항구들과 석유 수출 쿼터 문제를 놓고 이라크와 쿠웨이트 간에 벌어진 분쟁과 함께 걸프전쟁이 발발했다. 그 이후 압도적인 미군의 개입 뒤에 숨은 진정한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세계 두 번째 규모인 이라크의 석유 매장량과 관련이 있었다. 전쟁 기간에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영구적인 군사기지를 설치했다. 걸프전은 중동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강력한 결의를 드러냈다. 이라크에 통상금지 조치를 내림으로써 그들은 하루 200~300만 배럴의 원유가 세계시장에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훗날 유가가 달갑지 않은 수준으로 상승하자 미국은 ‘인도주의적인 이유’로 통상금지를 해제했다. 뒤이어 이라크에서 수출한 원유는 대부분 미국의 정유 탱크로 향했다.

“어떤 경우든 에너지 자원이 갈등의 핵심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단순히 ‘테러와의 전쟁’의 시작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잠재적인 테러국을 거의 30~50개국까지 부풀려 놓았다. 테러국 목록에 오른 국가들은 대부분 중요한 석유 자원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특히 목록 상단에 위치한 이란과 이라크를 비롯한 많은 국가는 빈 라덴이나 알 카에다와 실질적인 관련성이 거의 없거나 아예 전무했다. 아무튼 미국 행정부는 명목상의 적이지만 파악하기 힘든 적이기도 한 ‘테러리즘’을 교묘히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막강한 군사력을 이용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고, 전세계 석유 자원에 대해 전면적이고 직접적인 통제를 행사하는 웅대한 계획에 착수하고자 했다. 미국의 군사력은 전 세계 석유에 대해 경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요한 석유 및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나 유전이 위치한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 미국의 군사 기지가 자리잡고 있다. 미군은 120개국에 주둔하고 있는데, 주요 석유 생산국들도 이에 포함된다.

3. 느린 속도의 지속 가능한 사회로 이행하라!

우리는 이제 순 에너지가 마냥 증가하던 역사적 구간을 지나 순 에너지가 감소하는 시점에 도달하면서 미지의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현실에 대비해 마음가짐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것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국면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이다. 물리적, 재정적 측면의 새로운 경제 시스템, 역세계화, 국가 정치와 사회 운동의 변화가 그것이다.

산업사회가 처한 이런 상황을 일반 대중이 빨리 이해할수록 새로운 에너지 체제로 불가피하지만 고통스러운 변천을 진행하는 동안의 시련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붕괴를 전적으로 피할 수 없다면, 가장 최선의 대안은 명백히 ‘관리된 붕괴’(여기서의 ‘붕괴’는 복잡한 사회의 어떤 물질적 축소를 말한다.)이다. 이런 사회에선 사회 구조를 단순화하고 재생 불가능 에너지원에 의존하는 것을 줄이는 체계적인 과정을 침착하게 수행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런 충고들은 인류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 충고들은 근본적인 방향 전환(더 크고, 빠르고, 중앙화된 것에서 더 작고, 느리고, 지역적인 것으로 전환, 경쟁에서 협력으로의 전환, 무한 성장에서 자기 절제로의 전환)을 설명한다.

[1] 독일연방환경부, Erneuerbare Energien in Zahlen; 2006, 독일경제부, Energie in Zahlen,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