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에서 인용

 Q. 촛불시위와 대통령 탄핵정국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송호근 / 촛불시위는 놀라운 민의의 표출입니다. 이 배경에는 기존의 ‘사회민주화’의 계기를 유실한 것에 대한 시민적 분노가 있습니다. 해야 할 숙제를 버린 채로 질주해왔던 지난 10년에 대한 항의라고 할까요. 항의가 터져 나온 노즐은 도덕적 양심에 대한 갈망입니다. 분노의 층위는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지배층의, 사회 엘리트의 부패에 대한 분노입니다. 도덕적 양심은 시민성의 핵심입니다. 그걸 바탕으로 사회적으로는 ‘시민정치’의 출발입니다. 민주화 30년에 시민정치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촛불은 시민정치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국가의 시대를 마감하고 시민의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지요.

Q. 시민정치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요?

송호근 / 시민민주주의는 거시적 제도를 뒷받침하는 시민 개개인들의 실천적 자율성으로 작동합니다. 민주주의의 미시적 기초입니다. 이번 촛불시위 이전까지 민주 제도의 바탕이 비어 있었다면, 이제 시민의 자율성이 꿈틀대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이번 촛불집회에서 ‘자유주의의 본질’을 봤다는 건 정말 의미가 큽니다. ‘세대’와 ‘시대’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비로소 느끼기 시작한 거죠. 자유주의의 두 얼굴을 권리와 책임이라면, 책임의식이 발현된 거죠.

Q. 국민과 시민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송호근 / ‘국민’이란 개념은 위계적 관계를 지칭합니다. 나와 가정과 국가, 이렇게 종적인 관계로 구성되지요. ‘시민’은 국가 개입이 없는 수평적 관계에서 형성됩니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가 시민입니다. 위계적 질서는 통제고, 수평적 질서는 자율성입니다. 우리는 20세기에 시민이 발육부진된 상태를 겪었습니다. 국민을 앞세우는 정치체제로 일관했기에 시민이 발아하지 못했지요. 오죽하면 21세기 통치자, 박근혜 대통령이 시민 개념을 모르겠어요?

Q. 2017년 대선이 치러지는데 차기 정부의 시대적 과제는 무엇인가요?

송호근 / 시민적 인풋(in-put)의 시작입니다. 그 인풋이 어떻게 다시 분절되고 대립할 것인지 걱정이 되긴 합니다. 촛불 공중은 하나였는데 이슈 공중은 여럿으로 갈라집니다. 이슈 공중이 정당 재편성으로 귀결되면 좋을 텐데, 정당이 먼저 갈라져 이슈 공중을 분절시켜버리면 과거로 회귀하는 겁니다. 이 시점에서 정당과 시민사회의 주종관계를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시민이 주도권을 가지고 정당이 재편성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차기 정권은 일종의 관리 정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사태가 결핍증의 발현이라면, 비어 있는 것을 채우는 것을 최대 업적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뭘 못했을까요? 포괄적 의미의 사회복지입니다. 사회복지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고용입니다. 고용은 생존수단, 사회적 존재감의 처소입니다. 사회복지를 고용 중심의 거시 패러다임으로 ‘재구조화’ 해야 합니다. 모든 문제가 여기서 출발하지요.


[목차]

들어가며 시민의 시대, 서곡

1부 아버지의 초상肖像 – 너무나 종교적인

2부 군주의 시간 – 성은聖恩이 망극한

3부 시민의 시간 – 이제는 시민민주주의

나가며 공명共鳴의 정치는 광장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