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컨 home]

[코리아 컨센서스 6차 콜로키엄]

  • 주제: 네트워크과학
  • 발제자: 정하웅 교수 (KAIST 물리학과)
  • 일시: 2006년 12월 11일 (월) 오후 5시
  • 장소: EAI 회의실
  • 참석자: 김병국 손동현 이정우
  • 정리: 송문희(EAI)

콜로키엄 정리자료_text 17p


[요약] 네트워크과학

[발제] 네트워크과학 (정하웅 교수)

[토론]


[요약] 네트워크과학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지금까지 과학을 이끌어왔던 환원주의, 곧 부분을 통해 전체를 이해하려던 시각은 다양한 분야에서 그 한계점들을 드러내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요구해왔다.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의 창시자인 바라바시는 세상의 모든 개체(개인, node)는 서로 연결(linked)되어 다양한 네트워크(망, network)를 이룸으로써 모든 것이 모든 것과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세상은 미시세계에서부터 거시세계까지 아우르는 네트워크 개념으로 해석하고 바라볼 수 있다. 바라바시는 먼저 우리가 얼마나 조직화된 네트워크 세계에 살고 있는가를 설명한다. 인터넷의 웹페이지들은 평균 19번 클릭을 하면 찾아갈 수 있는 네트워크 거리 내에 존재하며, 세상 어느 곳의 누구라도 평균 여섯 명을 거치면 나와 연결이 된다고 한다. 또한 그는 인터넷 웹 문서들의 네트워크에서 놀라운 특성을 발견한다. 웹 문서에 포함된 링크의 수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문서의 수는 계속해서 줄어든다는 소위 ‘멱함수 법칙’을 찾아낸 것이다. 이는 ‘허브’라고 부르는 극소수의 문서들이 링크를 독점하고, 대부분의 문서는 소수의 그런 허브와 링크를 유지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네트워크를 바라바시는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라고 정의한다. 네트워크과학의 핵심 설명개념은 척도 없는 네트워크’를 규정하는 멱함수이다. 소수의 개체(허브)와 많은 개체들 사이의 공존관계를 재는 멱함수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요소들간의 연결이 무작위적인 것이 아니며 복잡해 보이는 네트워크 배후에 있는 숨은 법칙이 구조적 안정성과 외부 공격에 대한 저항력 등을 결정하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약점은 장수가 죽으면 졸병은 지리멸렬 흩어지는 것처럼 핵심 허브 몇 개가 제거되면 존재 자체가 위험에 빠진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게 하려면 모든 도로를 파괴해야 하지만, 비행기를 멈추게 하려면 몇 개 허브공항만 제거하면 되는 것도 이런 네트워크 법칙 때문이다. 이런 치명적인 약점은 고도로 네트워크화된 현대사회를 향한 경종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인 야후가 2000년 2월 한갓 15세 소년의 장난 때문에 하루 아침에 마비된 사건이라든가, 에이즈에 감염된 한 명의 접대부가 수백 명의 남자에게 바이러스를 유포할 수 있는 섹스산업 메커니즘도 인터넷이나 섹스산업이라는 네트워크 내에서 허브들이 갖는 위력을 드러내는 사례들이다.

바라바시의 ‘링크’ 이론이 의미 있는 것은 환원주의를 극복하는 21세기 과학의 새로운 비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과학은 ‘부분’으로 ‘전체’를 이해하려는 생각, 즉 원자 단위까지 파고들면 모든 것이 밝혀진다는 환원주의에 붙들려 있었다. 그러나 개인이 연결을 통해 네트워크를 이루고, 네트워크가 개인과 상호작용하며 창발되는 예상치 못했던 특성에 초점을 맞추는 네트워크 연구를 통해 과학은 물론이고 인문사회학에도 획기적인 발전의 계기를 가져다 주고 있다.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발견이 중요한 것은 웹과 할리우드, 과학자 공동체, 세포, 항공 노선을 포괄하는, 다시 말해 생물학과 사회학, 컴퓨터 공학을 아우르는 공동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쪼개고 나눔으로써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원주의가 처참하게 부서진 21세기 과학의 혼돈 속에서 우리는 네트워크란 등대를 발견한 것이다.

<키워드>

node, link, 결합(combination), 상호작용(interaction),‘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 멱함수, hub(허브), 환원주의(reductionism), 통섭(統攝), 좁은 세상, 생명체 복합 네트워크(bio-complex network), 밀그램의 ‘여섯 단계의 분리’ 법칙, 무작위적 그래프(random graph), 쁘와송(poisson) 분포, 고속도로지도와 항공노선지도, 네트워크의 성장, 빈익빈부익부 현상, efficiency of resource usage, robustness


[발제] 네트워크과학 (정하웅 교수)

발제자료_ppt 88p


네트워크과학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이것이 21세기를 지배할 새로운 과학의 패러다임이 되는 것일까? 우리 주변의 얼마나 많은 것들이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우리는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몸 속의 대사작용, 사람들이 얽혀 있는 사회,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모든 것들이 모두 다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 네트워크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과학은 이렇듯 우리와 우리 주변을 이루고 있는 기본구조, 곧 네트워크가 가진 공통적인 특징을 분석하고 이런 네트워크가 어떻게 생겨나며 진화해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어떻게 유행과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되는지, 중앙통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인터넷이 왜 무질서의 혼돈에 빠지지 않고 유지되는지, 1997년 IMF사태가 전체 경제구조와 어떤 관련이 있었는지, 세포 안의 네트워크를 연구하여 어떻게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지 등을 네트워크의 연결구조 분석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설명이 가능한 비결은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를 규정하는 멱함수에 있다.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발견이 중요한 것은 웹과 할리우드, 과학자 공동체, 세포, 항공 노선을 포괄하는, 다시 말해 생물학과 사회학, 컴퓨터 공학을 아우르는 공동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1. 복잡계 개념 정의

머레이 겔만 (Murray Gell-Mann): “복잡계는 그 특징이 구성요소들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완벽히 설명이 되지 않는 시스템이다. 복잡계는 상호작용을 하며 얽혀있는 많은 부분, 개체, 행위자들로 구성되어있다”

브라이언 아서(W. Brian Arthur): “복잡계란 무수한 요소가 상호 간섭해서 어떤 패턴을 형성하거나, 예상외의 성질을 나타내거나, 각 패턴이 각 요소 자체에 되먹임 되는 시스템이다. 복잡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고 펼쳐지는 과정에 있는 시스템이다.”

11

2. 네트워크과학

네트워크과학이란 복잡계의 구성요소들과 그들간의 상호작용을 점과 선으로 단순화시켜 네트워크(또는 그래프)로 바꾸어 연구하는 것이다. 사회란 사람을 점으로, 서로간의 인맥을 선으로 나타낸 사회 네트워크라는 뜻이 된다. 생명현상도 다양한 생화학 물질들이 서로의 반응관계로 이루어진 생명네트워크로 이해할 수 있으며, 정보통신네트워크의 대표주자인 인터넷도 컴퓨터들이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임은 자명하다.

1953년 4월 생물학을 전공한 왓슨과 물리학을 전공한 크릭의 DNA 이중나선구조에 관한 논문이 발표된 후 50년이 지난 2003년 4월 14일에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는 인간게놈 염기 서열을 99.99% 해독했다고 발표했다. 인간의 DNA가 담고 있는 31억2천만 개 염기서열의 유전자 정보지도가 완성된 셈이다.

그러나 6개국 18개 기관에 속한 수많은 과학자들이 수십억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가면서 1990년부터 노력해 이뤄낸 이 업적은 사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에 대한, 즉 인간의 생명현상 이해에 대한 첫걸음에 불과하다는 것이 요즈음 과학계의 중론이다. 때문에 종종 인간게놈지도의 완성은 로제타스톤의 발견에 비유되기도 한다. 생명의 설계도를 가지게는 됐지만 설계도가 워낙 난해한 언어로 쓰여있어서 이제 언어를 해독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간게놈프로젝트에서 밝혀낸 인간의 유전자 수는 약 3만개로, 그 동안 미뤄 짐작했던 10만개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숫자다. 여러 면에서 인간보다 훨씬 단순한 식물 중에도 약 2만5천 개의 유전자를 보유한 종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과연 인간이 다른 생물보다 탁월하게 뛰어난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결국 인간은 우리가 믿고 있는, 아니 믿고 싶어하는 만큼 그렇게 복잡하고 정교한 존재가 아니거나, 또는 인간이라는 유기체의 복잡성을 결정하는 것이 단순히 유전자 수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사실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것들은 유전자 자체가 아니다. 각각의 유전자에는 단백질을 합성해내는 공식이 담겨있고 이 단백질 분자들이 수만 개의 다른 단백질 및 기타 물질과 복잡한 연결망을 구성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호작용함으로써 심장이나 뇌, 간 같은 우리 몸의 여러 기관들이 형성되고 작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몸을 포함한 생명현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무엇보다 우리 인간이 유전자 수에서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식물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단백질과 여러 물질의 연결망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인간의 정교함과 복잡함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 수가 아니라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 간 전체 연결망의 정밀한 설계구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생명현상의 유지와 조절은 유전자, 단백질, 그리고 여러 물질로 구성되는 전체 네트워크, 즉 생명체 복합 네트워크(bio-complex network)에서 기인된다. 따라서 인간 생명현상의 완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생명체 복합네트워크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12

3. 밀그램의 ‘여섯 단계의 분리’ 법칙과 ‘좁은 세상’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였던 스탠리 밀그램은 사람들 간의 관계 형성을 연구하기 위해 1967년 다음과 같은 실험을 수행했다. 3백 통의 편지를 미국 중부에 위치한 캔사스 주의 위치타 또는 네브라스카 주의 오마하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뿌렸다. 그리고 이 편지를 받은 이들에게 보스턴 근교에 위치한 샤론에 살고 있는 아무개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편지는 자기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샤론에 있는 아무개를 제일 잘 알 것 같은 사람에게 전하기를 반복해 최종적으로 샤론의 아무개에게 도착하도록 했다. 이 실험을 통해 배달된 편지 중에서 배서된 사람의 수를 세어보니 평균 대략 5.5명으로 나왔다. 밀그램의 ‘여섯 단계의 분리’ 법칙은 세상이 촘촘하게 연결된 네트워크라는 사실에 대한 놀라운 증거다. ‘네트워크 이론’식 용어로 표현하자면 노드(node, 땅)는 고작 몇 개의 링크(link, 연결)를 거쳐 완전히 다른 노드에 가 닿을 수 있다는 뜻이다.

4.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 모델과 보편 법칙의 발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단순화 시키면 바둑판처럼 사람을 점으로, 인맥을 선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바둑판처럼 생긴 네트워크는 결코 좁은 세상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실제 네트워크는 어떻게 생겼을까? 바둑판 네트워크는 가까이 있는 점들만 연결돼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만 아는 꼴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도 알고 지낸다. 따라서 실제 네트워크는 가까운 점뿐 아니라 먼 거리의 점과도 연결이 가능해야 한다. 1959년 헝가리의 천재 수학자인 에르도쉬와 레이니는 실제 네트워크를 무작위적 그래프(random graph) 라는 모델로 설명했다. 이 모델은 각각의 점들이 위치에 관계없이 동일한 확률로 서로 연결된다. 따라서 먼 거리를 연결하는 몇몇의 무작위적 연결선 덕분에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사람 사이가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좁은 세상을 형성한다.

13

무작위적 네트워크의 경우는 수학적으로 쁘와송(Poisson) 분포를 따른다. 쁘와송 분포에서는 모든 점들이 동일한 확률로 여러 점들에 연결되는 기회를 갖는다. 즉 균일한 분포이다. 이 경우 연결선 분포가 종모양이 된다. 대부분의 점들이 곡선의 최고점, 즉 가장 많이 존재하는 부분의 값(최빈도값)에 해당하는 연결선 수를 갖게 된다. 따라서 상당히 적거나 반대로 상당히 많은 수의 연결선을 가진 점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복잡한 네트워크는 실제로도 무작위한 것인가? 네트워크가 막연히 무작위적이라고 하기에는 사회나 세포, 인터넷 등이 어떤 법칙에 따라 짜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실제 네트워크의 연결선 분포함수가 무작위 네트워크 모델의 연결선 분포처럼 종 모양을 나타낼까? 최초의 비교 실험 대상은 월드와이드웹이었다. 월드와이드웹을 자동으로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으는 프로그램인 로봇(또는 크롤러, crawler)를 만들어 월드와이드웹의 연결지도를 얻었다. 즉 각 웹페이지가 어떤 웹페이지와 어떻게 연결(하이퍼링크)되는지를 알아낸 결과 웹페이지가 평균적으로 19번의 링크만으로 서로 연결돼 있는 좁은 세상이라는 점을 알아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척도 없는(scale-free) 네트워크’ 모델이다. 척도가 될만한 중간 모델이 없다는 뜻으로 멱함수(power-law)법칙을 따른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것의 모양은 쁘와송 분포의 종모양이 아니라 소수의 링크를 받는 노드는 아주 많고, 무수히 많은 링크를 받는 노드는 소수에 불과한 ‘ㄴ’자 모양의 그래프다. 멱함수 분포는 평균 주위에 정점(頂點)이 없고 계속 감소하는 모양을 갖는다(P(k)~kγ). 따라서 멱함수 분포를 따르는 네트워크에서는 연결선이 적은 점들이 대부분이지만 동시에 연결선이 많은 점들도 적지만 함께 존재한다. 할리우드 배우의 출연 네트워크가 그렇고, 분자와 웹 역시 모두 멱함수 법칙의 지배를 받는‘척도 없는 네트워크’다.

14

무작위 네트워크와 멱함수 법칙을 따르는 네트워크 간의 가시적이고 구조적인 차이를 쉽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노트르담대의 바라바시 교수는 고속도로지도와 항공노선지도로 설명한다. 고속도로 지도에서는 도시가 점이 되고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들이 그 점들을 잇는 연결선이 된다. 각 도시들은 대부분 비슷한 숫자의 고속도로에 연결돼 있다. 따라서 고속도로의 연결선 분포함수를 그려보면 대부분의 점들이 비슷한 수의 연결선을 갖는 종모양의 분포함수를 갖게 된다. 결국 무작위 네트워크는 고속도로 지도와 비슷한 모양을 갖는다.

15

반면 항공노선 지도는 고속도로 지도와는 판이하다. 이 네트워크에서는 각각의 도시에 있는 공항들이 점들이 되고 이러한 여러 도시 간을 운항하는 비행편이 연결선이 된다. 대부분의 작은 공항들은 몇 개의 주요 대도시들에 연결되는 적은 수의 연결선을 갖는 반면 대도시들은 많은 수의 연결선을 갖는 불균일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결국 대부분의 점들이 비슷한 숫자의 연결선으로 이어져있는 고속도로와는 대조적으로 항공노선은 수많은 항공편을 가진 몇 개의 허브가 수백 개의 작은 공항들을 연결하는 모양을 띠게 된다.

5.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s)의 형성과정

대부분의 현실세계 네트워크는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s)’라는 공통된 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 몸 속의 신진대사 망, 할리우드 배우들의 연결을 고려한 사회적 네트워크, 그리고 실제 인터넷 연결망도 그러하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세상은 매우 좁으며 알게 모르게 서로 링크돼 있다. 그렇다면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s)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그 답은 ‘네트워크의 성장’과 ‘빈익빈부익부 현상’에 있다.

(1) 네트워크의 성장: 네트워크는 새로운 node가 추가되면서 계속적으로 성장한다.

(2) 빈익빈부익부 현상: node는 이미 많은 수의 링크를 갖고 있는 기존 node(노드)에 연결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16

6.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s)의 효율성과 견고성

척도 없는 네트워크는 지수 네트워크(exponential network) 보다 자원이용 면에서 훨씬 더 효율적이고 작은 결함이나 실수에도 불구하고 기본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 견고성을 가지고 있다.

(1) efficiency of resource usage(자원의 효율적 이용에 유리)

17

(2) robustness(네트워크의 견고성)

18

7. 허브(hub)의 발견

할리우드 배우들의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조직하고, 수억 개 웹페이지를 효과적으로 서핑하도록 하는 작동 원리, 즉 ‘좁은 세상’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바로 허브의 존재다. 멱함수 분포는 엄청나게 많은 연결선을 갖는 점, 즉 ‘허브’가 존재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허브의 존재 유무는 네트워크의 특징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의 개인 홈페이지를 링크한 웹페이지는 드물지만 야후나 구글 같은 검색 엔진을 링크해놓은 홈페이지는 수십만 개에 달할 것이다. 검색 엔진들은 웹 허브의 대표격이다

척도 없는 네트워크에서 허브가 차지하는 위치는 너무나 중요하다. 때문에 이 허브가 파괴되면 네트워크는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인터넷이나 월드와이드웹 같은 정보통신 네트워크의 경우 허브에 대한 전체 네트워크의 심각한 의존도가 지난 2003년 1월 인터넷 대란에서 확인된 바 있다. 허브는 전체 네트워크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8. 네트워크과학의 응용과 유용성

그러나 세포 내 신진대사망에서 발견되는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구조는 그렇게 나쁜 뉴스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런 성질이 오히려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진대사망에서 연결중요도가 가장 큰 물질을 제거하면 생물체에서 신진대사가 활발히 일어나지 못하게 돼 결국 생물체는 죽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어떻게 생물체 내 신진대사망에 관여하는지를 알게 된다면, 그 바이러스에 감염된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유하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 게다가 이 같은 방식으로 신약을 개발한다면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부작용도 전체 네트워크 차원에서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세포 내 구조에 대한 이해를 좀 더 근본적인 차원으로 심화시키며, 생명체 네트워크의 서로 다른 다양한 부분이 지니고 있는 상대적인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또한 실용적인 면에서도 그 유용성을 찾을 수 있는데, 허브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신약 표적으로 설정해 공략할 경우, 박테리아와 기타 병원균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주어 질병을 치유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토론]

토론주제

  • 환원주의(reductionism)의 한계와 통섭(統攝)
  • ‘좁은 세상’과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 –free network)
  • 허브(hub)에 관한 질문들

1. 환원주의(reductionism)의 한계와 통섭(統攝)

정하웅: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가 끝나고 인간의 유전자지도를 완성하고 보니 인간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개별 단백질이 아니라 단백질(protein) 간의 ‘결합’(combination)과 ‘상호작용’(interaction)이 일어나고 있는 네트워크가 오히려 중요한 분석열쇠라는 점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특히나 일련의 연구를 통해 전혀 다른 분야에서 발견되는 네트워크들의 모양이 신기할 정도로 거의 똑같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타 학문분야와의 접촉도 빈번하게 되었다. 즉, 다양한 학문 분야에 펼쳐져 있던 복잡계의 연구 대상들이 간단한 “네트워크”의 주제 하나로 통일되면서 자연스럽게 학제간 연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분과학문간 벽쯤이야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네트워크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손동현: 물질의 세계, 생명의 세계, 정신의 세계, 문화의 세계, 역사의 세계는 각 영역별로 층(層, layer)이 다르다. 각 층(layer)에서 다른 층(layer)으로 옮겨갈 때 아래단계로 환원될 수 없는 ‘창발’(emergence)이 일어난다. 복잡계 이론은 이러한 ‘창발’현상을 비창발적인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창발’이라는 개념으로의 손쉬운 도피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비슷한 의미에서 소위 ‘네트워크’라는 것도 또 다른 환원의 통로를 제시해주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2. ‘좁은 세상’과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 –free network)

정하웅: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이 세상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네트워크과학’은 이러한 ‘좁은 세상’은 어떻게 생겼으며 왜 만들어지는 것일까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답은 구하지 못하고 있다.

김병국: 척도 없는 네트워크 이론은 ‘네트워크의 성장’과 ‘빈익빈부익부 현상’ 설명을 통해 ‘scale-free network’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한 방법론적인 분석은 하고 있다. 그러나 각 노드(node)들이 연결되는 ‘관계’가 어떠한가와 이런 네트워크가 왜 형성되고 있는가에 대한 ‘원인’규명은 불충분하다. 또한 네트워크의 질(quality)은 어떻게 분석할 수 있는가?

홉스와 루소 이후 ‘질서’와 ‘조직화’(organization)의 문제는 사회과학 최대의 화두가 되어왔다. 경제학은 시장균형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을 제시하려 했고, 사회학은 미시-거시 연계분석이라는 관심 하에서 개인적 차원의 행위가 어떻게 구조적 차원의 질서로 이어지는지를 밝혀줄 규칙을 찾는데 골몰해왔다. 정치학에서는 ‘조직화’(organization)를 위해 수직적인 ‘위계’(hierarchy)질서 구축과 수평적인 ‘조정’(coordination)수단을 함께 구사해왔다. 일찍이 막스 베버는 근대 합리화 과정의 핵심동인으로 관료제의 ‘효율성’에 주목했다. Max Weber가 말하는 ‘효율성(效率性)’과 네트워크 분석에 있어서의 ‘효율성’ 개념은 다른 것인가? ‘Weber’의 ‘organization’도 ‘network’와 같은 의미를 다른 말로 표현한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근대적 정치학 이론에서도 ‘link’라는 개념은 사용되어 왔다. 예를 들면 ‘정당’이란 것도 ‘links to society’개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 복잡계에서 말하는 link의 개념과 다른 것인가? 굳이 ‘복잡성’(complexity)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많다. 사회과학적으로 볼 때 근대의 사상이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을 오로지 ‘관계’(link)시스템만으로 설명해야 하는 부분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또한 재벌혼맥 등을 살펴보면 다분히 의도적인 측면이 있다. 네트워크도 의도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자연생태계 라는 것도 수직적 ‘위계’(hierarchy)와 수평적 ‘조정’(coordination)을 수단으로 하여 조직화(organization)할 수 있는가?[1]

이정우: 카오스이론에서 말하는 복잡성(complexity)은 원래는 단순한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초기조건이 조금만 잘못되면 전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현상을 뜻한다. 그런데 네트워크 시스템(Network System)에서의 복잡성은 ‘complicated’의 의미로 단순한 것이 아닌 복합적인 것들이 열려있는(open)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제는 네트워크시스템이 보다 역동적이고(dynamic) 유연한(flexible)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기존의 네트워크 분석이 같은 부류만의 network에 한정된 경향이 있다. 다양한 부류와 영역을 포괄하는 network분석이 필요하다.

생명세계에서 발견되는 네트워크 시스템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 자연적인(natural) 것인 반면 조직(organization)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개입한 비자연적인(unnatural) 특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이들 각각의 네트워크는 그 성격이 다른 것이 아닐까? Weber가 말하는 효율성과 link는 다른 개념이다. Weber가 말하는 효율성은 관료가 결정한 사항이 일사분란하게 연속성을 가지고 진행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link는 탈구조주의의 의미에 가깝기 때문이다.

손동현: 초기의 ‘random network’ 패러다임은 ‘scale –free network’ 패러다임으로 대체된 것인가? 아니면 완전히 대체된 것이 아니라 큰 효율성을 전제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에서는 ‘random network’ 패러다임이 여전히 유용한 방법론이 될 수도 있는가?

과거 ‘목적적 합리성’의 구현체로서의 국가(state)는 합리적 선택 하에 국가라는 조직의 전체구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능했다. 현대 복잡계 네트워크에 있어서도 각 노드(node)와 노드(node)가 연결(link)될 때 의도가 개입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국가’라는 조직처럼 네트워크 전체구도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줄 기관이 이제는 없다. Weber의 ‘목적합리성’은 근대성의 기본원리와 일맥상통한다. 반면 link나 network는 탈(脫)근대성의 원리와 맥락이 닿아 있는 개념이다.

3. 허브(hub)에 관한 질문들

이정우: 혼돈의 가장자리(edge of chaos)와 허브(hub)의 관계는 어떠할 것인가? hub에서 자기조직화를 거친 ‘창발’이 더 잘 일어나게 될 것인가?

손동현: 달라지는 미래사회에는 ‘scale –free network’가 더 유리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견고성(robust) 면에서 ‘항공망 모델’이 더 견고하다고 하지만 하나로 응집되어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경우 오히려 더 취약해질 위험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견고성과 효율성이라는 개념 사이에 충돌의 여지는 없는 것인가?

정치체제에 대입해본다면 허브(hub)가 하나인 것이 군주정, 여러 개인 것이 귀족정, 특정한 허브가 없는 것이 민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허브의 성격과 관련하여 만약 허브가 건실하지 못하다면 시스템전체에 미치는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예를 들면 군주정의 허브인 군주가 똑똑하지 못한 경우 군주정이라는 시스템 자체의 질이 하락하게 될 것이다). 허브의 질(質)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허브라는 것이 어떤 청사진(blueprint)이나 희망사항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를 인위적으로 만들고 변경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근대사상이다. 그러나 오늘날 허브의 개념은 ‘저절로 생겨나고 이를 통제할 수도 없는 실체’를 뜻한다.

정하웅: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네트워크는 항공망처럼 생긴 척도 없는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일단 허브만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급속히 각 노드(node)로 퍼져나가게 된다. 이를 바꾸어 생각해보면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서는 허브를 찾아서 이를 중심으로 치료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허브를 어떻게 찾는가 하는 것이다.

[1] Max Weber와 관료제의 효율성: 관료화 문제를 가장 처음 제기한 것은 베버(Max Weber)이다. 베버는 서양의 근대화 과정을 ‘합리화’의 과정으로 해석한다. 합리화란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감정, 전통, 종교 등 계산 불가능한 것이 추방되고, 오로지 명확하고, 체계적이고, 계산 가능한 규칙과 절차가 들어서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합리화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진행되지만, 특히 베버가 주목한 것은 행정분야였다. 행정에서는 관료제(官僚制, bureaucracy)라는 틀을 통해 정밀성, 효율성, 예측. 계산 가능성 등의 척도를 제일의 목표로 추구하며, 이를 위해 직책의 전문화, 권위의 위계화, 세분화된 법규와 규정, 직장 동료간의 비인격적 관계 등을 시행한다. 이러한 관료화는 대단히 합리적인 조직형태로서 자본주의가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근대 관료제는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계산 가능한’ 규칙들이라는 요소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근대 문화의 특이성, 특히 이 문화의 기술적, 경제적 하부구조의 특이성은 행정처리 결과의 ‘계산 가능성’을 요구한다. 따라서 관료제가 가진 이러한 특성은 그것이 ‘탈인간화’되면 될수록, 다시 말해서 사랑이나 증오나 모든 사적이면서 계산될 수 없는 감정적 요소들을 행정업무의 수행에서 배제하는 특성을 완벽히 살리면 살릴수록 더욱더 고도로 발전하게 된다.”(베버 <탈주술화 과정과 근대> 388쪽)

하지만 베버는 이러한 합리화와 관료화의 과정이 ‘가치상실’과 ‘자유상실’이라는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합리화, 관료화의 과정에서 사람들은 목적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수단의 효율성에만 매달리게 되기 때문에 이전의 숭고한 가치들은 우리 삶에서 사라지게 되며(가치상실), 합리화의 과정에서 생겨나는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체계들이 개인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억압하면서, 인간 자신을 기계화하고 비인간화한다(자유상실)는 우려였다. 베버는 이를 ‘합리화의 역설’이라고 보았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