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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 일자 : 2021년 01월 07일(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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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인구 자산 삼아… 글로벌 기업이 韓서 제품·서비스 테스트하게 해야”

윤순봉 前 삼성서울병원 사장

“우리나라가 ‘네오사피엔스(신인류)’의 ‘테스트베드’가 돼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야 합니다.”

6일 만난 윤순봉(65·사진) 전 삼성서울병원 사장은 “국민소득 6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은 모두 국가의 핵심역량, 즉 ‘한주먹’ 거리를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전 사장은 1979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그룹 비서실에서 고 이병철 전 회장과 고 이건희 전 회장을 모두 보좌했다. 2009년부터 삼성석유화학 사장,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을 역임한 뒤 2019년 7월, 40년 일한 삼성을 떠났다. 지난해 1월부터 유튜브 채널(‘윤순봉의 서재’)을 개설해 국내 지식인들까지 즐겨 찾는 고품격 ‘유튜버’가 됐다.

윤 전 사장은 ‘네오사피엔스’ 개념부터 설명했다. “과거에는 60세 이후 10~20년밖에 못 살아 젊어서 고생했으니 ‘여벌로 사는 인생’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죠. 현재 의료기술력으로도 100세 이상 살 수 있습니다. 기존 고령화 개념이나 틀로 이들의 삶을 정의하면 안 됩니다. ‘새로운 호모 사피엔스’인 ‘네오사피엔스’의 탄생으로 봐야 합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가 이들을 위한 테스트베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방안만이 다른 나라가 가지고 있는 국가 핵심역량을 이른 시일 내 우리도 갖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도 했다. “인류가 100살까지 산다고 하면, 이에 수반되는 산업은 무궁무진합니다. 어떻게 장수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어떻게 운동하고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지 등 모든 게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 됩니다. 이 산업의 테스트베드가 돼 우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제대로만 하면, 우리나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물론 경쟁 국가가 생길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묻습니다. ‘너희 나라 100살 넘는 사람이 몇 명이야? 얼마나 빠르게 늘지?’라고 말이죠. 그러면 글로벌 기업들이 두말없이 우리나라에 와서 제품이나 서비스 테스트를 해야 합니다. 우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국가니까요.”

윤 전 사장은 우리나라가 현재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며 우려했다. 국가 핵심 역량을 갖출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미국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도 언급했다. “삼성·현대차 등이 기반이 되는 현재의 제조업 모델로는 국민소득 3만∼3만5000달러 수준을 벗어나기가 사실상 어려워요. 미국은 사고의 자유를 바탕으로 끝없이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이 있어요.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지 따지고 신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구글, 우주선을 띄우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나올 수 있는 배경입니다. 그는 이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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