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영원히 2류국가”. 매일경제. 2004.9.14. 원문보기
한국 경제가 미래산업에 대한 준비 부족과 고령화, 노사갈등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5%대에서 4%로 떨어져 최악의 경우 영원히 2류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성장률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잠재성장률이 4%로 떨어졌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3일 서울 여의도 산은캐피탈 강당에서 국회 소장파 의원들이 주축을 이룬 의정연구센터 등 국회의원 50명과 기업경영자 50명 등이 참석 한 가운데 개최한 ‘경제 재도약을 위한 10대 긴급 제언’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한 이후인 1996∼2003년에 5.4%였지만 올해부터 오는 2010년까지는 4.0%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이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완전고용 하에서 자본까지 모두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의 추정치를 의미한다.
이 같은 잠재성장률은 지난 16년 동안의 경제성장률 7.0%의 57%에 불과하다.
연구소는 성장력 약화 원인으로 △내수침체와 수출신장세 둔화 △미래 신(新) 산업 결여 △낮은 고용률 △고비용 △양극화 △고령화 △사회적 갈등 등을 꼽았다.
윤순봉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은 “잠재 성장력의 하락으로 마(魔)의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가 장기화하면 선진국 진입은 요원해지고 최악의 경우 영원히 2류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선진국들은 1970∼1980년대에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한 이후 2만 달러에 도달할 때까지 평균 9.2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1995년에 1만 달러를 달성한 이후 9년 간 허송세월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은 눈부신 성장세를 기록,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수가 20 01년 725개에서 2002년 787개로 62개나 증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1위 품목수가 5개(72개→77개) 증가하는데 그쳤다.
연구소는 이에 따라 경제 주체들의 경제 의지를 살리고 노사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한편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소비와 투자를 동시에 촉진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0%로 떨어진 것은 구조적으로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는 얘기다.
성장동력이 희미해지면서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의 꿈은 더욱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선진국들은 70~80년대에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한 후 2만 달러에 도달할 때까지 평균 9.2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95년에 1만 달러를 달성한 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윤순봉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은 “한국적 특수성을 감안할 때 마(魔)의 1만 달러라는 변곡점을 최대한 신속히 통과할 필요가 있다” 며 “2만 달러 달성 시기를 놓칠 경우 이류국가로 영원히 고착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윤 부사장은 “분배 개선을 위해 직접적인 분배정책을 펼치는 것보다는 성장정책을 통해 분배를 개선하는 방식이 더욱 효과적” 이라고 덧붙였다.
삼성경제연구소측은 한국 경제의 취약한 경제체질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우선 반도체와 휴대폰 등의 뒤를 이을 수출 주력산업이 떠오르지 않아 미래 경쟁력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과다한 가계부채 조정은 2006년까지 지속되고 고물가와 고용불안 등으로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청년(15~24세) 고용률은 30.8%로 미국(53.9%) 일본(40.3%)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43.6%)을 밑돌고 있다.
제조업 중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생산증가율 격차는 지난해 4.1%포인트에서 올 상반기에는 9.3%포인트로 확대될 만큼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다.
2002년 한국의 단위노동비용지수는 100.8로 대만(78.6) 일본(82.1) 미국(99.6)보다 높다. 지난해 국내 국가산업단지의 평당 분양가는 40만원으로 영국(20만3,000원),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7만8,000원), 말레이시아 쿨림첨단기술단지(16만7,000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을 위한 행정절차 단계 수와 소요기간, 비용은 각각 12개에 33개월, 1776달러로 싱가포르(7개 단계, 8개월, 249달러), 미국(5개 단계, 4개월, 210달러), 영국(6개 단계, 18개월, 264달러)보다 훨씬 많고 길어 규제가 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측은 “선진국들도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에는 정체와 혼란을 경험했다” 며 “우리도 성장을 통한 분배와 고령화, 통일 등을 위해 반드시 1만 달러 시대를 뛰어넘어야 한다” 고 거듭 강조했다.
황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