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규(서울대 의대교수). 유전자로 찾는 한민족의 뿌리. 한국사 시민강좌 32 (2003): 28-55.

[관련자료]


[목차]

1. 서론

2. 유전자와 분자시계

2-1. 유전자의 구조와 유전
2-2.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진화
2-3. 돌연변이의 축적과 분자시계

3. 인류의 진화

3-1.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
3-2. 미토콘드리아 이브
3-3. Y 염색체- 인류의 아버지
3-4.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분석

4. 현 인류의 이동과 한민족의 뿌리

4-1. 인류의 유전자 풀
4-2. 인류의 초기 동아시아 정착 경로
4-3. 한국인 유전자 풀

5. 북방 아시아인의 남진과 한반도로의 이동

6. 추위에 적응된 체질의 형성; 바이칼 호수

7. 결어


1. 서론

내가 우리 민족의 뿌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뇨병과 조직적합성 유전자(Histo-compatibility antigen, HLA)와의 관련성을 연구하고 있던 중, 1986년 일본 사뽀로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발표된 자료를 보고 중국 북부와 남부 사람들의 유전적 차이가 뚜렷함을 알게 되면서였다. 여기서 일본인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전자들이 아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중국 북부인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슷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어떤 유전자가 병을 일으키는지를 알기 위하여 건강인들의 자료를 따로 모아서 지역별로 그 분포를 분석하는, 소위 “인류학 연구” 보고가 특별히 있었고, 그 결과를 보면 당시의 나 같은 문외한도 “유전적으로 보면 한국인, 일본인, 중국 북부인은 비슷하고, 중국 남부인과 기타 남방지역의 사람들은 다르구나”하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질병과 유전자간의 관계 연구를 좀 더 깊이 하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전적 배경(뿌리)을 좀 더 알아야 하였다. 성신여대 박경숙 교수의 도움을 받아 당시 정리한 내용은 1) 분자생물학적인 개념인 분자시계, 2) 당시 새로운 이론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지금은 타계한 알란 윌슨 등의 현대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 특히 미토콘드리아 이브 이야기, 3) 현 인류간의 유전적 거리와 일본인과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가깝다는 사실, 4) 그리고 이러한 유전자들의 분포 패턴이 나타나기 위하여는 북부 시베리아 지역, 특히 바이칼호 근처에서 북방 아시아인들의 조상이 빙하기 이전에 살고 있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즉 해빙이 되면서 남으로 내려왔다면 빙하가 녹기 전에는 지금의 바이칼 호수에 물이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되고, 지금은 물이 들어 찬 바이칼 호수지역이 북방 아시아인의 기본 체질이 형성된 오아시스 같은 장소라는 결론을 내리게 하였다.

2. 유전자와 분자시계

2-1. 유전자의 구조와 유전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아이들은 부모를 닮고, 또 그 부모는 그들의 부모를 닮는다. 이것이 유전의 기본 개념이다. 유전자의 개념은 오스트리아의 수도사 그레고르 멘델이 19세기에 완두콩을 교배해 가며, 그 떡잎의 모양새를 수십년간 관찰하면서, 어떤 유전되는 “인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이것이 어떻게 유전자로 작용하는지, 즉 어떻게 하여 부모의 형질이 그대로 후손에게 붕어빵을 찍어내듯이 전달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1950년대에 프란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은 유전자의 구조, 즉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기전을 암시하는 핵산의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하여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핵산은 데옥시리보핵산(deoxyribonucleic acid, DNA)으로 되어 있는데, 4종류의 뉴클레오티드가 사슬을 이루는 구조를 하고 있다. 뉴클레오티드는 인산-데옥시리보오스-염기 3가지의 부분으로 구성되며, 그 중 4가지 염기의 특성- 구아닌(Guanine, G), 시토신(Cytosine, C), 아데닌(Adenine, A), 티민(Thymine, T)에만 차이가 있다. 이들 염기들은 GCTATC–의 식으로 연속적으로 배열된 가닥으로 이어져있다. 또 이 한 가닥의 뉴클레오티드 사슬은 서로 상보적인 사슬 (G는 C와, T는 A와 소위 상보적인 결합을 하여 염기 쌍이라고 부른다. 한 가닥이 GCTATC–이면 마주보는 가닥은 CGATAG가 된다)과 두 가닥의 사슬을 만드는데, 나사의 골 처럼 꼬인다고 하여 이중나선이라고 부르는 구조를 이룬다. 즉 유전자들은 연속적인 염기가 배열된 분자구조를 가지며, 직선적인 것이 아닌 나선형의 이중 나선 구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핵산은 이런 이중나선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나, 다시 이중나선이 3차원적으로 더 복잡하게 꼬이고, 여기에 히스톤 단백질과 결합되어 더 복잡한 3차원적 구조를 만든다. 이것이 현미경으로 보면 염색체의 형태로 세포의 핵 안에 나타나는 것이다. 세포를 염색해서 보면 핵안에 염색되는 부위를 볼 수 있는데, 세포가 하나에서 둘로 분열을 할 때 특히 잘 보인다.

새로운 후손이 생기는 과정은 아버지에서 온 정자와 어머니에서 온 난자가 만나 수정이 되며 이루어지는데, 한 개의 세포가 수십억 개의 세포로 구성되는 성인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염색체(유전자들)는 세포분열시마다 2배로 복제가 이루어 진다. 이러한 복제과정은 극히 정밀하여 거의 오류없이 진행되게 된다. (잘못되면 병, 가령 유산을 일으키게 된다).

2-2.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진화

이 DNA의 염기서열은 또 messenger RNA(ribonucleic acid, DNA의 경우와 달리 리보오스가 들어있다)로 전사되고, 이 mRNA는 세포질로 옮겨가 단백질을 만드는 청사진 역할을 한다. 어떤 단백질이 생기는가가 그 개체의 형질을 결정하기 때문에, 부모의 특성이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것은 이러한 염기서열(유전자들)이 단백질로 표현될 때까지 엄격히 재현되기 때문인데, 그 기본은 G는 C와, T는 A와 항상 결합하는 DNA 염기의 상보성에 있으며,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메카니즘이 있어 엉뚱한 일, 가령 염기서열이 뒤바뀌는 일이 못 일어나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밀하고 복잡한 복제과정과 형질발현과정은 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생명현상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며, 학자들이 냉혹하게 생명을 다룬다는 일부 일반인들의 오해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이 복잡하고도 오묘하게 조절되는 복제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염기서열의 오류가 필연적으로 나타나, 염기서열이 바뀌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염기서열이 바뀌면 그 유전자가 나타내는 표현형- 가령 검은 털이 나게 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색깔이 없어지고, 흰털을 가진 동물이 나온다-이 달라지는데, 이것을 돌연변이라고 부른다.

19세기에 살았던 찰스 다윈은 생명체에 변이가 생기고 그 표현형질이 환경에 적응되는 것이면 살아남고, 아니면 도태된다는, 새로운 종이 생기는 과정, 즉 진화의 메커니즘을 밝혔다. 그러나 진화론을 쓸 때 다윈은 멘델의 연구결과도 몰랐고, 20세기 후반에 알려진 유전의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알 수도 없었다. 지금 우리는 DNA의 돌연변이가 형질변화의 기본이 되고, 그 형질이 우수할 경우 선택된다는, 진화론의 신-합성이론을 대부분 받아들이고 있다.

2-3. 돌연변이의 축적과 분자시계

유전되는 생물체의 특성은 기본적으로 이 염기서열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에, 생명체의 종이 다르면 이 염기서열도 달라진다. 가령 원숭이의 염기서열은 사람의 것과 다르고, 미생물의 염기서열과 식물, 동물의 서열은 크게 다르다. 이 염기서열에 어떤 생명체의 청사진이 들어 있어서인데, 요즈음 막 끝난 거대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사람의 모든 염기서열을 밝혀 낸 기념비적 작업이다. 이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평균 1,300염기서열에 하나의 비율로 차이가 난다.

생명체 사이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염기서열의 차이도 큰데, “염기서열이 다른 정도”가 크면 클수록 생물간의 차이도 커진다. 생명체들이 원시적인 것에서 점차 진화해 왔기 때문인데,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변화하려면 유전자들의 복잡성도 커져야 하는 것이다.

진화에는 시간이 걸리고, 환경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어떤 환경에 잘 적응된 생물은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나, 환경의 변화가 크면 그 지역에 살던 생물의 수는 줄어들고 새로운 형질을 가진 생물의 수가 증가할 기회가 부여된다. 이러한 현상을 뒤집어 보면 새로운 형질을 가진 생물체가 많을수록, 즉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그러한 진화가 진행된 시간이 길고, 아마도 환경의 변화도 컸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떤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크면 클수록 진화가 일어난 시간이 오래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가설은 1963년 주커칸들과 라이너스 폴링(노벨상을 3번이나 수상한 천재 과학자이다)에 의하여 처음 제시되었는데, 돌연변이에 의하여 나타나는 단백질의 변이(나아가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령하는 DNA의 변이)를 조사하여 진화가 일어난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는 “분자시계”의 개념은 이후 직접 DNA의 분석자료와 지질학적으로 얻어진 자료들을 대비함으로써 확립되었다. 이러한 분자생물학적 방법들은 분자생물학의 발전에 따라 크게 확대되어 지금은 생물학 연구의 핵심 기법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3. 인류의 진화

모든 동물들 중에서 원숭이와 인간이 가장 비슷하다는 것은 동물원에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면 원숭이, 침팬지, 고릴라 중 어느 것이 인간과 가장 가까울까? 지금 우리는 많은 분자유전학적 연구를 통하여 침판지와 가장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지금은 멸종된 많은 중간단계의 유인원들이 있다는 것을 리키, 요한슨과 화이트 등의 연구로 알게 되었다. (그림 3).

3-1.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

다윈과 헉슬리는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발상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단순히 사람과 비슷한 원숭이와 고릴라 등이 아프리카에 가장 흔하였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지금 약 600만년 전 침팬지의 조상과 분리되어 아르디피데쿠스 라미두스(440만년 전)를 거쳐, 오스트랄로피테신이 나오고, 이후 Homo habilis를 거쳐 약 165만년 전 Homo erectus가 나와 3만년 전 까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살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바 원인, 북경원인, 프랑스의 아슐리안 토기를 만든 우리의 선조는 여기에 속한다. 20여년 전까지 학자들은 인류는 호모 에렉투스가 세계 각 지역에서 살았고, 소위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을 거쳐 현대 인류가 각 지역에서 진화하였을 것이라는 소위 “샹델리아 모델”을 생각하고 있었다. 가령 우리의 선조가 수십만년 전부터 한반도에 살았고, 유럽에 살던 사람들과는 조상이 아주 다르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영국의 고인류학자 크리스토퍼 스트링거와 미국의 알란 윌슨은 각각 두개골 화석을 비교하는 방법과 분자유전학적 방법(분자시계)으로 현대 인류가 약 15만년전 동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생한 후, 이 후손들이 세계 각 지역으로 이주하여 모든 인류의 부모가 되었다는 “노아의 방주 모델(또는 Out of Africa theory)”을 주장하였고, 지금은 수많은 자료가 이 후자와 합치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은 현 인류에 의하여 “대체”되어 사라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윌슨이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하여 얻은 결과와 잘 부합되었다.

3-2. 미토콘드리아 이브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 같은 것으로, 우리가 먹은 당분이나 지방질들을 태워서- 실제 산소를 소비하고 탄산가스를 만드는 세포 호흡이 여기서 일어난다

화학 에너지 ATP를 만든다. 미토콘드리아는 수억년 전에 무산소적인 해당과정-

쌀을 발효시켜 술을 빚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에 의존하여 에너지를 만들어 살던 세포에, 무산소적 해당과정을 통하여 생긴 피루브산을 산소를 사용하여 (유산소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얻던 어떤 미생물이 세포 안으로 들어와 공생을 하게 되면서 생긴 것이라고 생각되고 있는데, 가장 그럴싸한 이유는 여기에 유전정보를 가진 DNA가 있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 DNA(mtDNA)는 세포질에만 있어서, 핵 DNA와 달리 어머니의 난자를 통하여만 유전된다(정자에 있는 mtDNA는 수정될 때 들어가지 않는다).

미토콘드리아는 극히 정교한 전자전달장치를 가동하여 에너지를 생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리 전자가 나오고, 이것은 소위 (산화)스트레스로 작용하여 mt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mtDNA는 더구나 잘 보호되고 있지 않아서 나이가 들면서 돌연변이가 축적되고, 결국 이것이 산소호흡을 하는 생명체가 노화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 운동, 특히 유산소운동을 하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활발하게 되어, 산화 스트레스를 같이 막아 줄 경우 장수하게 되는 것이다. mtDNA는 그 돌연변이가 핵 DNA에 비하여 훨씬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그 변이를 조사하면 정밀한 분자시계 역할을 할 수 있다.

윌슨이 세계 각처 사람들의 mtDNA를 분석해 본 결과 피그미족을 포함한 모든 인류는 아주 적은 변이만을 나타내었다. 이 결과는 약 20만년 전 한 어머니에서 모두 나뉘어져 나온 것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어서, 모든 인류는 한 어머니를 가졌다(미토콘드리아 이브)는 설명이 뒤따른 것이다.

스트링거가 지적한 것처럼 어떤 한 지역에서 인류가 나타나 다른 지역으로 그 일부가 이주하게 되는 경우 (노아의 방주 모델), 인류의 원 발생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유전적 변이는 이주하여 사는 사람들의 유전적 변이보다 훨씬 다양하게 된다. 가령 일본 오사카에 이주하여 사는 우리 동포나 연변지역에 사는 우리 동포의 유전적 변이는 중심지인 서울의 유전적 다양성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짐작된다.

(엄격한 의미에서 유전적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한 민족의 특성?”을 기준으로 한 비유적인 의미에서이다. 가령, 연변에는 함경도 관련 사람들이 많고, 오사카에는 경상도와 제주도 출신들이 조금 더 많을 것이란 뜻이다.) mtDNA의 변이는 아프리카 사람들에서 가장 다양하였고, 분자시계 개념으로 계산할 때 가장 오래된 변이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아프리카에서 이 mtDNA를 가진 여성이 우선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mtDNA는 16,500개의 염기로 이루어진 원형의 이중 DNA 사슬로 되어 있다. 이 중에서 특정 부위는 특히 돌연변이가 자주 일어나 직계 가족이 아니면 그 염기서열은 사람마다 약간씩 다 다르다. 그러나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물려받은 유전자에 더하여 아주 극소수에서만 일어나는 것이어서, mt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면 친자감별이나 범죄자의 유전자 감식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한민족의 뿌리를 찾아내기 위하여 mtDNA를 분석하는 일은 우리들의 어머니 유전자가 어떤 다른 사람들의 mtDNA와 얼마나 비슷한가를 알아보는 친자감별을 크게 확대한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

세계 각처 사람들의 mtDNA 분석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또 분자인류학적 연구의 수단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지금 각 지역 사람들의 특성을 하플로 그룹으로 나누어 분류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인류유전학자 브라이안 사이크스는 “이브의 일곱 딸들”이란 책에서 전 세계의 mtDNA형을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L형에서 나뉘어 나온 33개로 분류하고, 동양인에서는 6개의 클러스트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5). 더 자세한 것은 미국 에모리 대학의 더글라스 월레스가 운영하는 Mitomap 홈 페이지(http://www.mitomap.org)를 참고하기 바란다.

3-3. Y 염색체- 인류의 아버지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유전인자는 성염색체에 있다. 소위 Y 염색체가 있으면 (XY) 남자가 되고, 없으면 XX 염색체만 가지면 여자가 된다. 유럽인과 동양인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의 Y 염색체의 기본은 동일하여, 중국인 학자 린은 만명 이상의 중국인 Y 유전자를 조사하였지만, 한 사람도 다른 Y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모든 인류의 아버지는 하나다란 말이 나온다.

그러나 Y 염색체 중에서 표현되지 않는 부분, 소위 인트론 부분-의 서열을 보면 약간씩 다른데, 역시 유전이 된다. 이 인트론의 특성은 민족에 따라 크게 달라 남자의 가계도를 추적하는데 이용되는데, 가령 아버지를 모르는 서자가 아버지를 확인하려면 Y 염색체의 인트론을 분석하게 된다.

이런 Y염색체를 분석한 결과 최근 남자의 원형은 약 5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타난 것으로 결론이 났다. mtDNA 분석 결과와 시간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으나, 분자시계법으로 얻은 수치의 오차는 상당히 커서 수만년의 차이는 받아들여야 한다. 그림 6은 최근 월레스, 스탠포드 대학의 피터 언더힐 및 루카 카발리 스포르짜의 자료들을 종합하여, 뉴욕 타임스의 스티브 듀에네즈 기자가 그린 인류의 이동도를 그렸는데, 여기다 필자의 생각을 넣어 다시 만든 것이다.

3-4.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분석

1995년 독일의 느봔테 파아보는 1856년부터 보존되어 있던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에서 뼈를 조금 떼어서 유전자를 분석하여 보았는데, 그 후 여러 사람들도 유사한 연구를 보고하였다. 이 결과 네안데르탈인들 사이에는 유전적 차이가 거의 없었으나, 네안데르탈인과 현 인류 (내지 원숭이) 사이의 차이는 각각 상당히 큰 것이 확인되었다. 그래서 네안데르탈인을 인류의 직계 조상으로 간주하지 않는 경향이 생겼다. mtDNA의 분석 결과를 보면 인류 사이에는 8개의 염기서열 차이를, 네안데르탈인사이에는 27개, 유인원 사이에는 55개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근거로 분자시계 이론을 적용하면 인류는 공동의 조상으로부터 약 60만년 전에 나뉘었다고 계산되고, 아프리카에 있던 네안데르탈인의 일부가 유럽으로 이주하여 살다가 멸종하고, 아프리카에 남아있던 네안데르탈인의 원조에서 현 인류의 부모가 나타난 것으로 이해된다.

4. 현 인류의 이동과 한민족의 뿌리

아프리카에 있던 네안데르탈인에서 현 인류의 조상이 나왔고, 이들이 세계 각처로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동하였다면, 우리가 찾는 우리 한민족의 뿌리는 대체 무엇인가? 최근 유전학자들은 “인종”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 지구상에 살고있는 인류는 유전학적으로 너무나 비슷하여 “문화적인 차이”는 인정되지만, 유전학적 차이로 사람들을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민족이란 무엇인가? 어떤 민족은 하나의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라고들 해석하는 것 같고, 한민족은 특히 우리말과 글을 공통의 문화요소로 사용하는 한반도에 집중되어 사는 사람들을 지칭하여 사용된다. 즉 우리가 묻는 질문은 한반도에 지금 살고있는 사람들은 어떤 경로를 거쳐 한반도에 정착하게 되었으며, 그 유전자의 풀은 어떤가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실제로도 중요한 것이, 예를 든다면, 악성빈혈이나 백혈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골수이식을 할 때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4-1. 인류의 유전자 풀

유전자 풀이란 한 종류의 생물집단이 가진 유전자의 다양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재 풀에서 쓰는 풀과 같은 의미로, 가령 혈액형 A, B, AB, O를 가진 사람들의 분포는 각각 A란 유전자와 B란 유전자가 얼마나 그 집단에 있느냐에 따라, 즉 A와 B 혈액형 유전자의 풀에 의하여 결정이 된다. 실제로는 혈액형을 따지는 것이나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 즉 DNA의 변이를 따지는 것은 같은 결과를 나타내는데, 후자쪽이 훨씬 자세하게 실상을 알게 해 준다.

서론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중국 북부인과 남부인 사이에는 이러한 혈액형의 차이가 크다. ABO 형이 아니라 Gm형이라는 혈청에 있는 단백질의 차이인데, 원래 일본의 마쓰모도가 발견한 특징이다. 가령 Gmab3st형은 바이칼 호수 주변에 사는 부리야트인에게서 가장 고밀도로 존재하는 유전형으로 이곳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면서 주변으로 멀어질수록 그 밀도가 감소해 간다.

이 유전자 풀의 분포를 논리적으로 해석하면 여기에서 이 유전특성이 돌연변이에 의하여 발생하고 그런 사람들이 주변으로 퍼지면서 다른 사람들의 유전자 풀에 섞여 들어갔다는 것이 된다.

최근 유럽인들의 mtDNA를 분석한 결과가 미국 유전학회보에 게재 되었는데, 그림 6의 U 클러스트는 초기 구석기 시대에 유럽에 정착한 그룹으로 5.7%를 차지하며, 중기 구석기 시대에 정착한 계열이 약 15%, H 클러스터는 후기 구석기에 온 사람들로 37.7%의 최다를 점한다고 한다. 나머지는 그 이후에 이동하여 온 사람들의 후손들로 판명되었는데, 대부분 중동지역에서 이동해 왔다고 판단되고 있다.

4-2. 인류의 초기 동아시아 정착 경로

아프리카에서 나온 우리의 선조가 택한 경로는 2가지로 추정된다. 하나는 과거 인류학에서 버마 경로라고 부르던 것으로 인도양과 아시아의 해안을 따라 동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현 인류와 같이 두뇌가 발달한 집단이라면 쉽게 사람들이 살지 않던 땅으로 이동하여 정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고고학자들은 중국에 현 인류가 정착한 것을 약 6-7만년 전으로 보고 있으니까, 아프리카에서 나온 인류는 수천년 내에 중국대륙까지 이동하였다고 할 수 있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남아메리카 끝, 칠레의 팔리아이케 동굴에 도달하는데 약 1천년이 걸렸으니까, 비슷한 정도로 팽창하였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들 구석기 시대인들이 현 중국인들 유전자 풀에 어느 정도로 기여(중국인의 다기원설, polyphyletic origin)하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유럽의 예를 보면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인도네시아의 경우를 보면 의심스러우며, 앞으로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중국에 도달한 사람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한반도와 일본에도 정착하고 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부근이 당시에는 육지로 연결되어 있어서 중국과 한반도를 분리할 이유가 없고 사람 살만한 곳에 사람이 없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최근 에모리 대학의 월레스는 이 그룹의 일부가 미 대륙으로 건너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림 6의 35,000년전 아메리카로 건너간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근거로 한 하플로그룹 B를 가리키고 있다. 아마도 해안을 따라 북상하던 그룹이 빙하기에 얼음으로 연결된 베링해를 지나 아메리카로 건너갔을 것이다.

이르크츠크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김 욱 교수는 이 B 하플로그룹의 빈도가 아이누에서 아주 높고,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약 12-15%인 반면, 남쪽으로 가면 30-40%에 달한다는 것을 발표하였다. 최근 아이누인들이 남쪽에서 일찍 이주해 온 남방계 사람이란 일본에서의 연구 성과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약 15% 이상이 남방계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 욱 교수에 의하면 텍사스-휴스톤 대학의 리 교수 등은 Y-염색체 DNA 분석을 통하여 약 60,000 년 전에 동남아시아에 먼저 정착한 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는 무렵 동북아시아 및 시베리아로 이주했다는 해석을 제시하고, 중국 컨밍대학의 야오 교수 또한 mtDNA 분석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하였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층이 조몽인과 유사한 남부인일 가능성이 높고, 아마도 구석기와 중석기 시대를 살아간 한반도의 주인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 하나의 경로는 히말라야 산맥의 북쪽을 택하여 소위 실크로드를 거치거나 시베리아를 거쳐 내려오는 것이다. 그림 4의 클러스터 6, 9를 가리킨다. 지금 사람이 다니는 길을 6-7만년 전에 다닐 수 있었을까? 나는 못 다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닐 수 있게 된 것은 빙하기가 끝난 13,000여년 전부터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야만 유전자 풀의 차이와 고고학적 발굴 결과를 함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4-3. 한국인 유전자 풀

유전자 풀의 분석과 언어등 문화를 종합하여 이해하고자 한 사람으로 루카 카발리-스포르짜 교수를 들 수 있다. 그는 1988년 미국 과학원회보에 사람들이 쓰는 언어의 차이와 유전자 풀의 차이와 가까움을 통합하여 전 세계인을 분류하였다. 이것을 변경한 1995년의 그림 6을 보면 한국인과 일본인, 티벳인, 몽골인들은 에스키모,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유전적으로나 언어학적으로 한 묶음이 되고, 중국 남부인들은 캄보디아, 태국인, 인도네시아인, 필리핀인들과 함께 묶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남부 중국인과 북부 중국인-한국인은 다른 갈래에서 온 것이다.

그림 6에 나오는 Y 염색체 클러스터 4, 6, 7, 8, 9, 10 중의 어느 그룹이 북방계이고 무엇이 남방계인지 분명하지 않고, 또 mtDNA 클러스터의 B, M, F가 남방계인지, A, C, D, G는 북방계인지, 앞으로 더 연구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전자 풀이 비교적 복잡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mtDNA의 분석결과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는데, 이곳 아이크만 연구소의 헤라위티 수도요 교수의 말에 의하면 인도네시아인들의 대부분은 7,000년전에 대만에 도착한 후 남으로 내려가 정착한 신석기 시대인들이며, 구석기 시대의 오스트랄리아 원주민과 같은 그룹의 사람들은 거의 멸종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남부 아시아인들이 비교적 최근, 신석기 시대에 중국 대륙을 거쳐 남부로 이동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중국 남부인들도 중국 북부로부터 이동하였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이 자료를 위에서 지적한 김 욱 교수의 결과와 합치면, 동 아시아에 처음 정착한 사람들은 남방계이며,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북방인들이 내려와 이제는 인도네시아 지역에까지 분포하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물론 많은 연구가 더 있어야 이러한 해석이 사실로 굳어지겠지만, 이와 관계된 의문의 하나는 “북부 아시아인들은 언제 남부 아시아인들과 나뉘었을까?”이다. 1986년 호라이와 마쓰나가가 보고한 일본인의 mtDNA 유전형 분포 패턴을 보면 일본인 중에 두 커다란 mtDNA 클러스트가 있는데, 약 20%와 80%를 차지하는 두 그룹은 분자시간으로 보아 오랜 기간 (약 12만년) 전에 분지되고 있다. 오래된 자료이긴 하나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남북 아시아인들은 아주 초기에 분지되었다가 다시 만난 한 핏줄의 사람들인 것이다. 김 욱 교수의 Y 염색체를 이용한 연구결과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약 30%는 남부 아시아인들의 유전형을 보인다고 하니까, 아마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인구집단 중 20-30%는 남부 아시아인이 조상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즉 한민족의 뿌리는 모든 동아시아인들과 같이 크게 두 갈래인 것이다. 그리고 그 주류는 북방 아시아인이다. 이러한 사실은 그간 많은 고고학적 연구나 문화인류학적 연구 결과와 합치하고 있다.

5. 북방 아시아인의 남진과 한반도로의 이동

최근의 고고학적 발굴 결과를 보면 동북아시아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인디언들의 중심 그룹이 이동한 것이 14,000년 전이며, 중국 북부의 신석기 시대 최초의 유적이 7-8,000년전 쯤으로 측정되고, 아이누인들의 정착도 8,000-10,000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실 이 이야기의 전면적인 모습과 세부 사항에 대하여는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수년전부터 일본인의 기원을 찾는 연구를 년 10억원의 예산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무려나 동북 아시아인들의 아메리카 대륙으로의 이동이 14,000여년 전이며 이들이 현 아메리카 인디언의 선조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시기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는 시점이며, 빙하가 녹으면서 동북아시아에 살던 사람들이 아메리카로 이동하였다는 것도 상식이 되어있다. 이 말을 뒤집으면 그 전까지는 이동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즉, 빙하가 녹으면서, 사람이 이동할 수 없는 장벽이 제거된 것이다.

그림 7은 미국 우주선에서 동북 아시아를 관찰한 것으로 중국 동부지역이 저지대를 이루고, 중국 북부는 퇴적물이 쌓인 고지대임을 시사한다. NASA에서 제시하는 Visible Earth에 나오는 여러 사진들을 보고, 그림 7, 즉 알라스테어 도우슨이 “Ice Age Earth”에서 제시하는 마지막 빙하기에 있었던 아시아 지역의 빙하 위치와 주요 산맥들, 그리고 빙하가 녹으면서 만든 퇴적층의 분포를 보면 현재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 지질학적으로 상당히 최근에 큰 변화를 겪었음을 알게 한다.

북부 중국에 신석기 시대의 사람이 정착한 것이 11,000년 전이라면 역시 빙하가 녹으면서 장벽이 제거되어 사람들이 남으로 내려오게 된 것을 의미한다. 즉, 히말라야 산맥에서부터 몽골 지역과 시베리아를 잇는 광대한 지역이 마지막 빙하기에는 빙하로 덮이거나 광대한 동토여서 사람들이 이동할 수 없는 장벽을 만들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 도우슨의 책을 보면 이 시기의 시베리아는 동토로써 사람이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고, 히말라야 산맥으로부터 이어지는 산맥이 얼음으로 뒤덮이거나 좀 낮은 지역은 빙하-동토대로 이루어져 사람의 이동을 불가능하게 하였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격리된 지역에서 장기간 살면서 진화하여야만 그 지역에 적응된 형질을 얻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하여 적응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두꺼운 피하지방층, 평평한 얼굴, 얇은 입술, 낮은 코, 두꺼운 눈꺼풀, 가는 실눈 등은 추위에 노출될 때 동상에 걸리지 않거나 눈위에서 활동하는데 도움이 되는 특성으로, 그 대표적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남부 아시아인들의 선조가 미얀마 통로를 통해 이동하여 왔다면, 아마도 북부 아시아인들은 그 북부에서 살고 있다가 몽골 루트를 거쳐 남으로 이동하였고, 7,000년 전 쯤에 인도네시아까지 진출하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림 9).

6. 추위에 적응된 체질의 형성; 바이칼 호수

바이칼 호수는 길이가 636km, 최대너비 79km, 면적 3만1500km2로 유럽의 중소국가 벨기에의 크기와 같다. 그 둘레는 2200km이며, 최대심도 1742m로 세계에서 가장 넓고 가장 깊은 호수인데, 나는 여러분에게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곳이 마지막 빙하기에 어떠하였을까를 한번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나는 이곳이 당시 호수의 수면은 훨씬 낮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사람들이 잡아먹을 수 있는 물고기들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바이칼 호에서만 사는 동물의 종이 무려 1,200종이나 되고, 이들은 세계 어느 지역의 생물과도 다르고, 유전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즉 이들 생물들은 바이칼호에서 진화하고 살아남은 것이다.

바이칼호 주변에는 고고학적 유적들이 무수히 널려져 있다. 구석기 시대로부터 연속적으로 이곳에서 사람들이 거주하였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3-5만년전 시기의 고고학적 유적이 전혀 발굴되지 않는데 비하여, 왜 더 추워 사람이 살수 없었을 것 같은 환경의 마지막 빙하기의 이 지역에 그런 복잡한 문화가 발달하였는지 수수께끼이다. 더구나 이르크츠크 대학의 학자들은 이들의 문화는 세계 어느 곳의 문화와 다르다는 말도 하고 있다.

나는 북부 아시아인의 조상이 간빙기에 이곳으로 이동하였다가 오래 머물면서 앞서 이야기한 추위에 이기는 특성을 얻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마지막 빙하기에 시베리아의 다른 지역이 모두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었는데 비하여, 이 부근에서 북방 아시아인의 유전자 풀이 형성되었기 때문이고, 이곳만이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1990년 6월 미소 합동조사단은 바이칼 호를 초음파를 이용하여 광범위하게 탐사한 바 있는데, 그 결과에는 흥미로운 것이 많다. 가령 호저 420m의 깊이에서 뜨거운 물이 솟는 구멍을 발견하였는데, 과거 이 부근이 마른땅이었다면 사람들이 극히 선호하는 지역이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이르크츠크 대학의 우핌체프 교수는 바이칼 호수의 서쪽 벽이 매년 1cm씩 융기하고 있으며, 동쪽은 매년 침강하고 있으며, 호수 자체는 2-3cm씩 확장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지질연구소의 김 주용 박사는 이 수치에 대하여 의문을 나타내고 있는데, 5만년이라면 500미터나 올라온 것이고, 동쪽은 지금보다 500미터나 높은 벽이었을 것이다. 바이칼 호에는 매년 3,000여회의 지진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고, 동쪽에 있던 마을이 수년전 물아래 잠긴 것은 아직도 이 지역의 지각이 변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또 우핌체프는 바이칼 호수에 물이 현재 수면으로 올라온 것이 12,000년 전이라고 하고, 서북에 위치한 앙가라 강에 물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 5만년 전이라 하고, 이 강의 수심이 10 미터 이상이란 사실은 강의 아래에 퇴적물이 쌓인 것을 감안하면, 바이칼 호 지역의 많은 부분이 과거 뭍으로 들어나 있었다고 짐작하게 한다. 물론 호수 아래에도 고고학적 유적들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즉 과거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당시의 저지대가 물에 잠겼을 가능성은 극히 크다. 이러한 가설아래 현재 흑해에서는 미국과 불가리아의 합동 탐사팀이 타이타닉 잔해를 찾아낸 유명한 미국인 탐험가 로버트 발라드의 지휘아래 활동하고 있다. 2001년 9월 8일자 소피아 발 AP통신에 의하면, 이들은 대홍수 이전에 이 지역에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보다 앞선 문명이 존재하였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빙하기의 말에 빙하가 녹아 내리면서 바닷물이 넘치기 시작하여 지중해의 엄청난 물이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하여 흑해로 흘러들었고, 이로 인해 원래 담수호였던 흑해와 주변의 문명들이 바다가 된 흑해 속으로 잠겼다는 것이다. 나는 비슷한 불행이 바이칼호에도 일어났을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의 고대 신화를 보면 뽕밭(상전)이 바다(벽해)가 되었다든가, “하늘에까지 차 오르는 홍수” 때문에 사람들이 다 죽고 오누이들인 복회와 여와만 살아 남아서 중국인의 선조가 되었다는 이야기 등이 전해오고 있다. 인류의 고대 신화에 거대한 홍수가 있었다는 것은 이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도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는 북부 아시아인들의 선조들이 거대한 홍수를 만나 바이칼호를 탈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빙하가 녹으면서 변두리에 있던 사람들이 남으로 생기는 새로운 통로들을 발견하고 먼저 이동하였을 가능성도 크다.

7. 결어

유전적으로 보아 우리 민족의 뿌리는 크게 두 갈래이며, 약 70-80%는 북방계, 20-30%는 남방계이고, 일부 유럽인과 다른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방계는 아마도 다시 몇 그룹으로 분리될 수 있을 것이며, 아마 이것이 이제마가 사상의학(四象醫學)을 제시한 유전적 근거일지도 모른다.

애리조나 대학의 햄머 교수 등은 동아시아인 집단형성은 보다 복잡한 여러 경로를 통하여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는데, 그는 Y-염색체 DNA 분석을 통하여 중앙아시아의 유전자 풀이 동북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집단에 상당한 기여를 했으며, 일부는 최근의 집단팽창을 통하여 중국남부 또는 동남아시아의 유전자풀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에 기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 욱 교수가 Y-염색체 DNA 및 mtDNA 변이분석을 통하여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집단의 유전자 풀은 동북아시아인 집단의 유전자 풀이 대부분이나, 이와 함께 중국남부 및 동남아시아인 집단의 유전자 풀이 상당량(약 30% 정도) 혼합된 결과로 나타나고, 우리나라 집단은 동아시아인 집단 중, 중국인과 가장 가까운 유전적 변이를 지니고 있고, 일본인은 한국인과 가장 유사한기 때문에, 한국인 집단은 적어도 두 가지 경로 이상의 경로로 온 사람들의 혼합으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보면 조몽인과 야요이인의 혼혈로 이루어진 일본의 경우와 유사할 가능성이 극히 높으나, mtDNA의 클러스트를 보면 A, C, D 3 그룹으로 대표되는 북방인과 B의 남방인, 그리고 F 와 G의 드문 그룹이 혼재할 가능성이 크다. (그림 10).

우리의 연구는 하플로그룹 B와 F가 비만증 내지 당뇨병과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하는데, 유전형과 질병, 그리고 인류의 이동과의 관계 등에 대하여는 동북아시아 인에 대한 자세한 유전자 풀의 분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유명한 진화론자 도브잔스키는 “당뇨병과 같은 흔한 유전적인 질환의 이해는 인류의 진화(과정과 적응한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는 올바르게 접근할 수 없다”라고 갈파한 바 있다. 새천년을 맞이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이 바이칼호를 찾기 시작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도 있다. 가서 보면 우리의 선조가 바이칼호 근처에서 왔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림 1.) 중국 북부와 남부인들 사이의 Gm 혈청형의 분포. 1986년 사뽀로 국제 조직적합성 유전자 워크 숖에 발표된 중국 상해 혈액원 자료

그림 2.) 핵산의 구조와 복제 과정의 설명. GC, AT 염기쌍이 상보적임을 보이며, 이 서열의 변화는 돌연변이로 나타날 수 있다.

그림 3.) 최근 이해되고 있는 영장류의 가계도와 인류의 위치

그림 4.) 알란 윌슨이 처음 세계 각지 사람들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서열을 분석하여 제시한 인류의 관계도 (좌측). 아프리카인들에서 변이가 가장 크고, 다른 지역의 사람들 사이에는 차이가 적다. 우측 그림은 일본의 호라이 등이 제시한 일본인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염기서열을 이용한 관계도. 2개의 큰 분지가 나타나고 있다.

그림 5.) 영국의 브라이안 사이크스가 제시한 인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형의 상호 관련도. 아시아인에는 약 9개의 클러스트가 있다고 한다. 그림 6의 이동도와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해석상의 차이일 수 있다.

그림 6.) 뉴욕 타임스의 듀에네즈 기자가 Y 염색체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형을 동시에 정리하여 만든 인류의 이동도. 초록색 화살은 필자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기본 그림과 상충될 수 있다.

그림 7.) 중국 북부와 한반도의 위성사진. 빙하기 이후의 퇴적층으로 생각되는 부분이 중국 북부에서 볼 수 있다.

그림 8.) 마지막 빙하기에 나타난 퇴적층의 분포.

그림 9.) 카발리 스포르짜 교수가 정리한 언어와 유전자 분포를 대비하여 제시한 그림으로 언어의 분류와 유전형의 분류가 같이 배열됨을 볼 수 있다. 특히 중국 남부인이 북부인과 다른 클러스트에 속함을 주목할 것.

그림 10.) 일본의 조몽인과 야요이인의 대표적인 유골을 이용하여 재구성한 모습. 2001년 겨울 일본 NHK 방송 자료에서.